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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자료는 교육용으로 쓰기 위해 올리는 자료로 상업적 목적은 없으며 선정된 사실의 정치적 성향은 블로그 운영성향과 무관합니다.
주요 신문사설
[한겨레]
1. 우병우의 직권남용, 한둘뿐이겠는가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민정비서관이던 2014년 6월 해경 본청을 압수수색하던 광주지검 세월호사건 수사팀에 직접 전화를 걸어 ‘해경 상황실 압수수색은 하지 마라’고 압력을 가한 것으로 드러났다. 해경 상황실에는 4월16일 세월호 침몰 당시 청와대와의 통화 내용 등이 보관돼 있었다. 그런 자료가 공개되면 청와대의 황당한 상황 인식과 부실한 대응이 적나라하게 드러날까 압수수색을 막으려 했던 모양이다. 명백한 수사 방해이고, 딱 떨어지는 직권남용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우 전 수석은 세월호 승객 구조를 방기한 해경 123정장에게 업무상 과실치사를 적용하려는 검찰 수사팀에 ‘적용 불가’를 압박했다고 한다. 그런 압박에도 압수수색과 업무상 과실치사 적용을 관철한 검찰 수사지휘부가 이듬해 좌천 등 ‘보복인사’를 당하는 과정에도 깊숙이 관여했다고 한다.
이런 행태는 ‘관행’으로 넘길 일이 아니라 명백한 범죄다. 대통령이든 민정수석이든 청와대의 누구도 검찰의 사건 수사를 간섭하거나 지휘할 법적 권한은 없다. 법무부 장관도 개별 사건에선 검찰총장만 지휘할 수 있을 뿐이다. 압수수색을 그만하라거나 특정 혐의를 적용하지 말라 따위로 검찰의 형사사법 업무에 간섭한다면 그것만으로도 검사의 권한 행사를 방해한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가 된다. 재직 시절 지휘선에 있던 지방검찰청의 내사 사건을 종결하도록 압력을 행사했다가 직권남용 혐의로 유죄를 받은 전직 검찰총장도 있는 터다. 하물며 민정비서관은 더 말할 나위 없다.
우 전 수석의 혐의는 이뿐만이 아니다. 그는 최순실씨 등의 국정농단 의혹에 대한 민정수석실 감찰반의 보고를 묵살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국가정보원 국장이 관련 정보를 직보하기도 했고 장모와 최씨가 긴밀한 사이여서 사정을 뻔히 알 텐데도 의혹을 방치했으니 그야말로 직무유기다. 압수수색 등 검찰의 수사정보가 최씨 쪽에 흘러갔다는 의혹도 있다. 특검은 이들 의혹까지 낱낱이 수사해야 한다.
우 전 수석이 ‘도피’ 끝에 국회 청문회에 출석하면 따져 물어야 할 것도 여럿이다. 2014년 정윤회씨 등의 국정농단을 문건유출 사건으로 둔갑시켜 진상규명을 방해한 게 사실인지, 박근혜 정부의 위기를 사정정국으로 돌파하려 할 때마다 검찰을 도구로 활용했는지 등도 추궁해야 한다. 하나하나가 다 직권남용과 국정농단이다.
[이데일리]
2. '사랑의 온도탑' 눈금마저 얼어붙어서야
연말연시를 맞았지만 불우이웃을 돕는 세밑온정은 싸늘하게 얼어붙었다. 어려운 이웃들이 생활하는 복지시설의 경우 후원금과 물품이 지난해에 비해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고 한다. 기존 후원자들도 올해는 경기침체로 돕기 어렵다고 하니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쪽방촌 노인들에게 김장을 담가주고 연탄을 나눠주는 손길도 이번 겨울에는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광경이 됐다.
서울 광화문광장에 설치된 ‘사랑의 온도탑’만 봐도 잘 알 수 있다. 100도를 기준으로 시민들이 낸 성금액 비율을 표시한 이 탑은 겨우 18도 수준에 머물러 있다. 구세군 자선냄비를 향한 온정의 손길도 예년만 못하다고 한다.
우리 사회에서 기부 심리가 이처럼 움츠러든 데는 경기침체 탓도 있겠지만 ‘최순실 게이트’로 촉발된 탄핵정국과 올해부터 새로 시행되고 있는 부정청탁법이 주된 이유라 여겨진다. 국정농단 사태에 강도높은 부정청탁법까지 시행되다 보니 기업들이 서로 눈치를 보며 지갑을 좀처럼 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연말이면 의례적으로 이뤄지던 기업들의 기부마저 큰 폭으로 줄어들다 보니 소외된 이웃들이 추운 겨울을 더욱 배고프게 보내야 하는 처지가 됐다.
경제난과 탄핵사태로 온 나라가 뒤흔들리고 있지만 그렇다고 서로 온정을 나누는 ‘나눔의 손길’까지 멈춰서는 곤란하다. 상황이 어려운 때일수록 서로 이웃을 위해 따뜻한 손길을 펼칠 수 있는 마음의 여유를 가져야만 한다. 당장 주변의 도움의 손길을 기다리는 독거노인과 소년소녀 가장만 해도 무려 200만명에 이른다. 이들이 가족이나 사회로부터 버림받았다는 상대적 박탈감과 소외감에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지 않도록 우리 사회가 이들을 따뜻한 마음으로 껴안아야 한다.
사회가 어지러울수록 지도층이 적극 나설 필요가 있다. ‘노블레스 오블리주’ 정신이 바로 그것이다. 경제난으로 빈부격차가 벌어지고 삶이 팍팍해진 현실에서 지위가 높은 이들이 먼저 손을 내밀고 가진 이들이 주머니를 열고 베풀어야 훈훈한 웃음꽃을 피울 수 있다. 일반인들이 탄핵사태와 경기침체 탓을 하는 이 순간에도 불우이웃들은 안타까운 심정으로 도움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 ‘사랑의 온도탑’의 눈금을 올려야 한다.
3. 국정농단 주모자들 준엄한 법의 심판을
비선실세로 주목받았던 최순실씨를 비롯해 국정농단 혐의로 기소된 핵심 인물들에 대한 공판이 어제 일제히 시작됐다.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사태까지 초래함으로써 나라를 온통 혼란의 구덩이에 빠트린 당사자들이 드디어 법의 심판대에 세워진 것이다. 이들의 혐의가 박 대통령과 공범관계에 있음을 추궁하려는 검찰과 이에 맞선 변호인단 사이의 법리 논쟁이 펼쳐질 전망이다.
최씨 측은 첫 공판에서부터 “공소 사실을 전부 인정할 수 없다”고 주장함으로써 앞으로 재판이 열띤 공방 속에서 진행될 것임을 예고했다. 박 대통령과 공모한 사실도 없으며, 문제의 태블릿 PC의 증거 채택에 대해서도 이의를 제기했다. 피고인의 입장에서 오히려 철저한 사실 규명을 촉구하기도 했다. 피고인들이 이미 사회적으로 심판을 받은 상태지만 법리적 단죄에 있어서도 한 치의 소홀함이 없어야 할 것이다.
법정에 출두한 최씨의 표정에서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켜 미안하다는 기색이 거의 엿보이지 않는 것은 또 다른 안타까움이다. 검찰 조사를 받으면서 ‘모르쇠’, ‘아니다’로 일관하던 바로 그 태도다. 법리 다툼은 그렇다 치더라도 자기 때문에 사회가 혼란에 처하게 된 데 대한 도의적 책임을 표명하기를 바란 자체가 지나친 기대였는지 모르겠다. 첫 공판에 출두한 의도가 자기에게 책임이 없다는 뜻을 밝히기 위해서였을 것이다.
이들의 구체적인 혐의 여부를 떠나 우리 사회가 여전히 권력층의 말 몇 마디로 간단히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모두의 반성이 필요하다. 세계적으로도 명함이 부끄럽지 않은 대기업들조차 뒤탈이 겁나 미르·K스포츠재단에 거금을 냈고, 전경련은 그 심부름을 했다. 최근 해운대 엘시티사태와 관련해 현기환 전 청와대 정무수석이 금품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고, 현 정부의 실세인 최경환 의원이 채용청탁 의혹을 받는 것도 마찬가지다.
이제 권력층부터 바뀌어야만 한다. 권력을 잘못 행사한 박 대통령이 탄핵사태에 처한 것은 당연한 귀결이지만 국회의원들의 비리도 만만치 않다. 지난 19대 국회 때만 해도 각종 비리로 금배지를 떼야 했던 경우가 모두 22명에 이르렀다. 스스로 권력을 통제하지 못한 탓이다. 이번 국정농단사건 공판을 계기로 상식과 원칙보다는 권력에 의존하려는 후진적인 행태가 고쳐질 수 있기를 바란다.
[서울신문]
4. 한류에 먹칠한 현직 외교관의 미성년 성추행
한류 전도사가 돼도 모자랄 외교관이 한류를 미끼로 현지의 미성년자를 성추행해 충격을 주고 있다. 칠레의 한 TV 고발 프로그램은 최근 주칠레 한국대사관에 근무하는 외교관이 현지 미성년자를 성추행하는 장면을 담은 프로그램 예고편을 공개해 현지 교민은 물론 칠레 국민의 공분을 사고 있다. 영상에는 외교관 A씨가 여학생과 대화를 나누다 강제로 신체 접촉을 시도하는 장면이 담겨 있다.
현지 방송사는 한 여학생이 A씨에게 성추행을 당했다는 제보를 받고, 제3의 여학생을 시켜 A씨를 상대로 함정 취재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프로그램 진행자에게 허리를 숙여 잘못을 비는 등 망신스러운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영상을 본 칠레 현지 교민들은 A씨가 그동안 성추행을 한다는 소문이 교민 사회에 파다했다며 조금만 주의를 기울였더라면 국가적 망신으로 이어지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해외 공관에 파견된 외교관은 현지에서 나라를 대표하며 면책특권을 갖는다. 면책특권을 범행의 도구로 사용하라고 부여한 것은 결코 아니다. 외교관에게는 오히려 일반 공직자보다 더 높은 도덕성이 요구된다. 특권을 가진 외교관이 한류 붐을 타고 한글을 배우려는 미성년 학생을 꾀어 성추행을 한 것은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
외교관의 성적인 일탈 행위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0년에는 주몽골 대사가 현지 여성과 부적절한 관계를 맺고 협박을 당하는 등 문제가 됐다. 또 2011년에는 중국 상하이 총영사관 직원들이 중국인 유부녀 한 명과 불륜 관계를 맺은 사실이 발각돼 충격을 주기도 했다. 최근 5년간 외교부 징계 현황 자료에 따르면 총 36건의 징계 중 약 31% 11건이 성추문과 관련된 사건이었다. 하지만 미성년자를 상대로, 그것도 주재국 현지 방송에서 공개적인 망신을 당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외교부는 그동안 외교관들의 성적 일탈 행위가 발생할 때마다 엄벌을 약속했다. 하지만 약속과는 달리 솜방망이 처벌에 그쳤다. ‘상하이 스캔들’ 관련자 11명 가운데 2명만 징계를 받은 데서도 알 수 있다. 이러한 온정주의로는 외교관의 성적 일탈 행위의 고리를 끊을 수 없다. 이번에는 면책특권을 포기하고 현지의 경찰 수사에도 적극 응해야 한다. 나아가 여죄까지도 밝혀내 형사처벌하는 등 본보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5. 잘못 없다는 박 대통령, 특검 조사엔 즉각 응해야
박근혜 대통령의 헌법재판소 답변서가 공개된 뒤 시시각각 민심은 끌탕이다. 탄핵 사유를 전면 부인한 박 대통령의 궤변에 가뜩이나 화난 민심에는 비선 실세 최순실씨가 기름을 부었다. 어제 첫 재판에 출석한 최씨는 “검찰의 공소사실을 전부 인정할 수 없다”고 버텼다.
지난 주말로 내리 8주 연속 국민은 촛불집회를 이었다. 대체 촛불 함성은 소귀에다 읽은 경이었는가, 청와대 뒷산 바위에 던진 달걀이었는가. 박 대통령과 최씨의 후안무치에 국민이 외려 자괴감이 들 지경이다. 박 대통령의 황당한 현실 인식은 ‘국정 농단 1%’ 계량화로 여러 말이 필요 없다. 헌재 답변서에서 박 대통령은 “최씨의 국정 관여 비율은 대통령 국정 수행 총량의 1% 미만”이라고 주장했다. 그런 와중에 어제는 최씨가 정부의 인사 자료를 그냥 받아만 본 게 아니라 손질까지 했다는 의혹이 새로 보태졌다. 박 대통령의 떼쓰기 모르쇠 행태가 이러니 분노를 넘어 처량해 보이기까지 하는 것이다.
박 대통령은 국민주권주의 등 탄핵 사유로 지적된 헌법 위반 5건,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 등 법률 위반 8건을 모두 부정한다. 최씨 등과 공범으로 규정한 검찰 수사도 인정하지 않겠다는 의사 또한 확고하다. 청와대의 이런 상황 몰이해 수준은 통탄스럽지만, 화살은 시위를 떠났다.
박 대통령은 자신의 탄핵 여부가 최씨의 1심 재판 결과 뒤에야 결정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치열한 법리 공방을 유도해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최대한 늦춰 보겠다는 계산이다. 민심을 의식한 국회 탄핵소추위원단은 이런 꼼수에 넘어가지 않겠다는 자세다. 여야 합의로 답변서를 공개한 것도, 검찰과 특검에 헌재의 수사 기록 송부 요청을 즉각 받으라며 고삐를 죄는 것도 그래서다.
탄핵 신경전이 과열되고는 있으나, 사실상 공은 특검에 넘어가 있다. 수사 일정을 하루라도 아껴 쓰겠다며 소매를 걷고 나선 것은 그런 엄중한 사정을 특검 스스로 잘 알기 때문이다. 박영수 특검은 수사 준비 기간에도 필요하다면 어디든 압수수색을 감행하겠다는 입장이다. 특검이 가장 공들이는 대목은 박 대통령의 뇌물 혐의 입증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일부 대기업 총수들을 출국금지 조치했고, 청와대 경내 진입 수사도 조만간 할 수 있다는 결기를 보인다. 특검의 일거수일투족에 온 국민의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 특검의 수사 결과는 헌재의 판단에도 결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직무 정지로 관저 칩거 중인 박 대통령이 슬슬 국정 현안을 챙긴다는 소식이 들린다. 이야말로 황당한 소리다. 국정 공백이 걱정되거든 헌재의 심리 자료 확보에 딴죽을 거는 일부터 그만둬야 한다. 정말 잘못이 없다면 박 대통령은 조만간 구체화할 특검 조사를 떳떳이 받고 적극 해명해 보이라. 그런 모습으로 헌재 판단을 기다리는 것만이 국민을 위한 마지막 염치다.
[조선일보]
6. 서민 경제 고통 심각한 수준이다
불황의 한파는 우리 사회 취약 계층부터 가혹하게 덮친다. 이미 서민 경제를 강타한 불황 심리가 심각한 수준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 올 3분기(7~9월)에 전국 여덟 가구 중 한 가구꼴(13%)로 한 달에 100만원이 안 되는 돈으로 온 가족이 생활한 것으로 나타났다. 매달 100만~200만원으로 생활하는 가구 비중도 과거 30% 정도였는데 이 비중이 40% 가까이로 높아졌다.
전국 가정 절반이 한 달 200만원 미만 돈으로 생활하고 있는 것이다. 이 정도로 서민들 씀씀이가 줄어든 건 글로벌 금융 위기 직후인 2009년에나 나타났던 현상이다. 안 그래도 하위 10% 국민의 가처분소득이 16%나 격감했다고 한다. 이들이 씀씀이까지 줄이고 있으니 생계 압박과 고통이 심각할 것이다.
우리나라는 유독 자영업자 숫자가 많다. 취업자 다섯 명 중 한 명꼴로 자영업자다. 서민들 사이의 내수 경기가 그럭저럭 돌아가야 이 자영업자들도 먹고살 수 있다. 그런데 불확실한 경기 전망으로 쓸 때도 안 쓰고 사람들이 지갑을 닫고 있다. 사치품이나 기호식품은 물론이고 쌀과 식료품, 옷, 신발 등 꼭 필요한 기본 생필품 소비까지도 줄고 있다. 80% 정도이던 평균 소비성향이 71.5%까지 내려갔다. 가처분소득이 100만원이라면 71만5000원만 썼다는 의미다. 지난달 소비자심리지수는 95.8로 전달보다 6.1포인트 하락했다. 이 역시 금융 위기 직후인 2009년 4월 이후 7년 7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치다.
소비절벽이 심각한 건 사람들의 일자리와 소득은 늘지 않는데 물가와 금리만 오르고 경기는 언제 풀릴지 감감무소식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각 가정의 실질소득은 작년 3분기 이후 5분기 내리 감소했다. 특히 임시 일용직이나 영세 자영업자 등 하위 10%에 해당하는 빈곤층 소득은 1년 전보다 16%나 줄었다.
지난해와 올해 전셋값과 월세가 오르자 빚내서 집을 산 가구가 많았다. 가계부채가 1300조원으로 불어났다. 미국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렸는데 국내 대출 금리는 앞으로 금리가 오를 것이라는 우려 때문에 이보다 더 빨리 올랐다. 이런 와중에 대표적인 서민 식품인 라면 값도 오르고 AI(조류인플루엔자)로 계란 값까지 올랐다. 금리도 오르고 물가도 오르니 가뜩이나 위축된 서민들의 소비심리가 더 얼어붙는다.
두 달이 넘은 최순실 사태는 이 냉각된 소비심리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여기저기서 "장사가 너무 안 된다"는 비명이 들린다. 일단 소비심리가 과도하게 얼어붙어 더 큰 침체로 이어지지 않도록 할 필요가 있다. 정부는 내수에 온기를 불어넣는 데 정책 최우선순위를 두고 정치권도 과도한 정쟁은 삼가야 한다. 내년도 400조원 수퍼 예산 역시 경제 취약 계층과 민생 살리는 데 투입해 내수 불씨가 아예 꺼지지 않도록 지펴 나가야 한다.
7. AI 살처분 韓 1900만 日 78만 마리, 무슨 차이인가조
류인플루엔자(AI)가 사상 최대로 확산된 가운데 농림축산식품부가 지난 15일 살아 있는 토종닭의 시중 유통을 허용했던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생닭은 AI 바이러스 전파 위험성이 큰데도 유통을 허용했다가 문제가 되자 이틀 만에 다시 금지했다. AI 바이러스의 전파력이 과거보다 강력한 데다 우왕좌왕 부실 대응까지 겹쳐 AI 사태는 최악 상황을 치닫고 있다. 범정부 차원의 컨트롤타워 없이 농식품부에만 맡겨서 되겠냐는 걱정이 쏟아진다.
애초 농식품부가 생닭 유통을 허용한 것은 한국토종닭협회의 압력 때문이었다고 한다. 토종닭협회가 닭 사육 농가의 피해를 호소해 이를 받아들였다는 것이다. 닭 농가 피해가 확산되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그러나 눈앞의 농가 피해보다 훨씬 중요한 것이 AI 바이러스가 번지지 않게 차단하는 일이다. 농식품부가 축산 농가 보호라는 부처 차원의 지엽적 목표에 매달려 AI 차단막에 스스로 구멍을 뚫은 셈이다.
우리와 비슷한 시기 AI가 발생한 일본은 최초 확인 2시간 만에 아베 총리 관저에 'AI 정보 연락실'을 만들고 총리실 주도 대응 체제를 가동했다. 반면 우리는 AI 첫 발견 닷새 후에야 관계 부처 회의가 열렸고 농식품부 산하에 대책반을 만들었다. AI 발생 한 달여가 지난 지금 한국은 닭·오리 살처분 수가 1900만 마리에 달했지만 일본은 78만 마리로 막고 있다. 정부 대응의 차이가 이런 천양지차를 낳았다.
농식품부가 컨트롤타워를 맡다 보니 다른 부처와 조율이 제대로 안 이루어지는 문제점도 나타났다. 살처분 인력이 부족해지자 농식품부는 군 병력 투입을 요청했으나 국방부가 거절해 갈등을 빚었다. AI 경보를 '심각' 단계로 격상하는 것이 늦어진 것도 농식품부에만 맡겨둔 결과라는 지적이 나온다.
아직까지 인체 감염 사례가 나오지 않은 것이 천만다행이다. 과도하게 불안해할 필요는 없지만 AI를 빨리 차단하지 못하면 2014년 이후 감염자 17명, 사망자 10명을 낸 중국처럼 되지 말라는 보장이 없다. 황교안 총리는 전시성 민생 행차보다 AI 문제를 더 시급하고 중요한 국정 현안으로 챙겨야 한다.
[세계일보]
8. 폴크스바겐, 리콜률 높일 방안에 적극 협조해야
지난해 11월 배기가스 장치를 불법 조작한 사실이 드러난 폴크스바겐 차량 12만5000여대의 리콜(결함시정) 조치가 해를 넘길 공산이 커졌다.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 측이 환경부에 지난 14일이던 리콜계획서 추가 서류 제출시한을 2주 연장해 달라고 요청한 것이다. 오는 28일 시한마저 지키지 못하면 연내 리콜 개시는 물 건너간다. 환경 기준보다 무려 최대 30배가량 많은 오염물질을 뿜어내는 차량들이 버젓이 도로를 계속 달리게 되는 것이다. 툭하면 미세먼지 주의보에 가슴 졸이는 국민 복장이 터질 일이다.
리콜 협의가 1년 넘게 지지부진한 책임은 전적으로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에 있다. 지난달 말 환경부에 네 번째 리콜 계획서를 제출하면서도 만족할 만한 수준에 한참 이르지 못했다. 연료 압력 문제에 대한 기술적 검토 자료가 부족했고 리콜 개시 후 18개월 내에 리콜률 85%를 달성할 방안을 제시하지 못했다. 환경부가 추가 서류를 내도록 요청한 이유다.
환경부와 폴크스바겐 간 줄다리기 관건은 1000억원 규모의 소비자 보상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환경부는 소비자 1인당 70만∼100만원 보상금을 지급하는 방안을 폴크스바겐 측에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환경부는 “소비자 신뢰 회복방안이 필요함을 언급한 바 있을 뿐”이라며 이를 공식 부인하는 입장이다. 하지만 통상적으로 국내 리콜률이 70% 수준인 사정을 감안할 때 리콜률 85% 달성을 위해서는 보상금 지급이 불가피하다. 문제의 차량 소유주들에게 유인책을 제시해서라도 리콜에 응하도록 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폴크스바겐 측은 소비자 보상금을 지급할 법적 의무가 없다는 입장이라고 한다. 한국에서와 같은 차종을 판 독일은 물론 다른 유럽 국가에도 보상금을 지급한 전례가 없다는 이유를 들고 있다. 같은 사안으로 미국 소비자 47만명에게는 이미 1인당 5000∼1만달러(590만∼1180만원)를 보상하기로 한 상태다.
한국 소비자만 봉으로 여긴다는 지적이 괜히 나오는 것이 아니다. 물론 우리나라는 징벌적 보상 제도가 없어 보상금을 강제할 방법이 없다. 차량 연비가 제작사의 신고 연비보다 5% 이상 떨어지는 경우 ‘연료비 손해’를 보상하도록 되어 있다. 우리가 스스로 뒷문을 열어놓고 있었던 셈이다. 그렇더라도 폴크스바겐이 법과 제도 운운하면서 나 몰라라 할 일은 아니다.
[중앙일보]
9. 격화되는 미·중 갈등 ··· 북핵 공조 깨진 말아야
도널드 트럼프의 미 대통령 취임을 한 달 앞두고 미·중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대선 경선 때부터 반중(反中) 노선을 걸어온 트럼프의 행보를 볼 때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다. 하지만 최근 양상은 경제와 군사 등 곳곳에서 마찰음을 내며 위험한 수위로 치닫고 있다.
이달 초 트럼프가 미 지도자로선 처음으로 대만 총통과 전화하며 미·중 관계의 근간이 돼온 ‘하나의 중국’ 원칙을 부인한 데 이어 지난주엔 미·중이 서로를 세계무역기구에 맞제소하며 부딪쳤다. 게다가 최근 중국이 남중국해에서 미 해군의 수중 드론을 나포하고, 이에 대해 트럼프가 “중국이 훔친 드론을 돌려받기 원치 않는다”며 보복 가능성을 시사하는 등 긴장이 고조되는 상황이다.
그동안 트럼프의 중국 때리기는 향후 중국과의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기 위한 ‘장사꾼적 기질’을 드러낸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았다. 하지만 중국에 대한 강경 입장과 반비례해 러시아와의 유대를 강화하는 트럼프의 발걸음에선 미·러 데탕트를 통한 중국 견제라는 국제 정치학적인 흐름의 변화가 감지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미·중이 단순히 경제적 실익만을 놓고 대립하는 게 아닐 수도 있는 것이다.
이 경우 미·중 두 나라와 긴밀한 안보 및 경제 관계를 맺고 있는 우리로선 고민이 커질 수밖에 없다. 미·중 긴장이 장기화되고 고조될수록 우리 외교는 양국 사이에서 선택을 강요받는 등 곤경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 특히 트럼프가 환율 등 여러 중국 문제를 지적하며 “북한이 핵무기를 갖고 있는데 중국이 전혀 도와주지 않는다”고 북핵을 거론한 점은 걱정스럽다. 북핵 문제가 중국을 압박하는 하나의 ‘바게닝칩(협상카드)’ 정도로 쓰일 수도 있다는 의구심을 낳기 때문이다.
오바마-시진핑 시대 미·중은 여러 분야에서 갈등을 빚었지만 북핵 불용에서만큼은 한 목소리를 냈고 대북제재에서도 공조를 취했다. 행여 트럼프-시진핑 시기에 미·중 갈등이 북핵 공조에 틈을 내는 계기가 되지 않도록 우리 외교의 창의적인 노력이 필요한 때다.
[매일경제]
10. 내년 사업계획도 못세운다는 기업 CEO들의 한탄
최순실 게이트로 인한 박근혜 대통령 탄핵에다 국회 국정조사와 검찰 및 특검의 조사가 이어지면서 기업 경영 환경은 불확실성투성이로 변해버렸다. 미국의 금리 인상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 출현 후 강화되는 보호무역주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에 따른 중국의 한국에 대한 직간접 보복 등 대외 여건도 암초투성이다.
커지는 불안감에 기업들은 움츠러들고 있다. 내년 경영 환경이 올해보다 어려워질 것으로 보는가 하면 실적 목표를 올해보다 낮춰 잡은 곳도 있다. 새해를 열흘여밖에 남기지 않았는데 일부 대기업은 아직 내년 사업계획을 확정하지 못했다니 어떻게 난국을 헤쳐나갈 것인지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실제로 기업 최고경영자(CEO)의 절반이 정국 불안과 소비 부진으로 내년에 한국 경제가 회복되기는 힘들 것이라며 긴축 경영을 펴겠다는 생각이라고 한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259개 기업을 대상으로 CEO들의 내년 경제 전반에 대한 전망을 조사해 취합한 결과다. 매일경제가 대기업 최고재무책임자(CFO)를 상대로 실시한 조사를 보면 응답자의 70%가 내년에 신사업 진출과 확대를 위한 인수·합병(M&A)에 나설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미국 금리 인상에 따른 돈줄 조이기에다 기업 신용도 하락 같은 악순환으로 자금 조달 여건이 녹록지 않아질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라는 응답이다.
경총 조사에서 응답자의 81.5%는 현재 상황을 일본식 장기 불황으로 평가했는데 경기 침체 국면이 장기간 이어질 수 있다는 일선 현장의 비관적인 전망이니 심각하다. 실제로 한국 경제는 작년과 올해 2%대에 이어 내년에도 2%대 중반의 성장률에 머물 것으로 예상돼 1990년대 말 외환위기 이후 처음으로 3년 연속 2%대 성장세를 지속할 상황이다. 우리 경제 규모가 세계 13위 전후로 커졌다지만 본격적인 저성장 기조에 접어들었다는 점을 이제 현실로 받아들여야 한다.
하지만 우울한 전망과 암담한 환경이 옥죈다 하더라도 기업들이 움츠러들기만 해서는 안 될 일이다. 힘들 때 오히려 기회를 찾아 나서고 위험을 감당하는 투자에 나서야 한다. 삼성전자의 반도체 및 스마트폰과 현대차의 자동차 투자에서 최악의 불황 때 호황을 앞당기기 위한 과감한 투자에 나섰던 우리 기업의 저력을 국민은 보아왔다. 난관을 헤쳐나갈 돌파구는 역발상에서 나왔다는 것을 기업 스스로 더 잘 알지 않나.
주요 신문칼럼
1. [서울경제][#똑똑한_직장생활 가이드 '플랜 Z'] <4> 이 정도면 됐다 싶을 때 두 발자국만 더 내딛어라
사람은 누구나 자기 자신에 대해 관대하다. 자신을 가장 잘 알고, 잘 이해하는 사람이 다름 아닌 자기 자신이기 때문이다. 어떠한 행동에 대해서도 거기에 합당한 이유가 쉽게 떠오르고, 설득이 되든 안 되든 ‘나로서는 그럴 수 밖에 없었던 최선의 행동이었다’고 합리화시킨다.
타인과의 관계, 특히 직장에서의 관계에 있어서도 이러한 ‘후함’의 오류는 아주 쉽게 일어난다. 늘 어려운 일은 내 몫인 것 같고, 옆에 앉아 있는 김 과장은 특별히 하는 일 없이 팀장의 신뢰를 독차지하는 모습이 눈에 거슬린다.
불합리한 것을 참아내는 사람도 나인 것 같고, 회의 시간에 제대로 말도 못 꺼내 보고 독박을 쓰는 사람도 나 혼자인 것만 같다. 받는 것 없이 베푸는 사람도 나인 것 같고, 베푸는 것에 비해 돌아오는 은혜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떠나지 않는다. 팔이 안으로 굽는 전형성에서 비롯되는 ‘자기 선행 과장’ 현상이다.
잘 아는 후배는 사람과의 관계에 있어 자신의 마음을 다스리는 기준점을 하나 가지고 있다. 6대 4의 법칙이 그것이다. 타인과의 관계에서 자신에 대해 후한 평가를 하는 ‘자기 선행 과장’ 현상을 조절하기 위해, 내가 6을 주고 상대에게 4를 받으면 본전이라는 생각을 한다는 얘기다. 자신이 생각하기에 6 정도를 했다고 판단하지만, 객관적으로는 5 정도를 겨우 할까 말까 하다는 것이 그 후배가 깨달은 진실이다. 무척 영리한 기준이다. 현실에 맞는 기준이기도 하다.
나는 후배의 그 기준 위에 하나를 더 얹어 주었다. “받아야 할 4도 시간 차가 있게 올지도 몰라. 즉, 지금 6을 주었지만, 돌아와야 할 4는 내년이 될 수도 있고, 후년이 될 수도 있고, 어쩌면 6을 준 그 사람이 아닌 전혀 다른 사람으로부터 돌려 받는 4가 될 수도 있고.”
‘자기 선행 과장’ 현상! 타인과의 관계 정립에서 반드시 명심해야 할 이 슬픈 진실은 업무에 임하는 우리의 태도에도 절대적인 영향을 끼친다.
“이 정도면 될 거야. 이 정도면 지시한 것은 다 한 거고 내가 할 수 있는 한, 썩~ 잘 한 거라고.”
흔히 경험하게 되는 자기 합리화의 대표적인 사례다. 이러한 합리화는 다른 사람과 비교하는 과정에서 최고점을 찍는다.
“지난 번 윤 대리가 했던 결과물에 비하면 정말 나은 거지 뭐, 그 때는 행사 초청 VIP 리스트도 일주일 전에 급하게 나왔는데, 내가 이 정도 미리 준비하고 있는 건 정말 뛰어난 거지. 이제 겨우 대리인데 여기 정도까지 하면 대단한 거야.”
스스로 직급에 대한 주변 기대 수준까지 가늠하면서 자신의 업무 성과에 대한 만족도는 절정에 달한다.
하지만 진실은 그렇지 않다. 10을 했다고 생각하는 내 평가와는 달리 팀장의 태도는 매우 실망스러울 수 있다. 잘된 부분에 대한 인정은 털끝만큼도 없이, 부족했던 부분을 먼저 지적할 수도 있다. 또, 가능한 기회보다는 위협 요인들에 대한 방어 장치가 제대로 되지 않다는 점을 날카롭게 지적할 수도 있다.
“하나도 모르면서, 제대로 알려고 하지도 않으면서 이상한 질문만 하고 있어. 이 정도 잘 했으면 할 만큼 한 거 아닌가? 도대체 제대로 된 인정을 안 하는군.”
팀장에 대한 불만의 수위가 올라가고, 정당하지 않은 평가라는 사실에 억울한 생각마저 든다. 팀장의 판단력 부족이 가장 큰 원인이고, 굳이 나의 잘못을 찾자면 자신의 성과에 대해 제대로 표현하지 못한 ‘표현력 부족 정도’라는 생각에 억울함이 커진다. 그러나 아주 많은 경우, 이러한 상황에 대한 진실은 표현력의 부족에서 오는 ‘전달의 오류’가 아닌 정말 내가 한 일의 품질 자체가 함량 미달인 경우가 훨씬 많다.
자신에 대해 후할 수 밖에 없는 우리들의 속성으로 인해, 10을 했다고 생각하는 나의 판단 자체가 아주 큰 착각의 시작이었다는 얘기다.
더 중요한 것은 그러한 착각에 눈이 먼 결과로 도출되는 대가는 고스란히 자신의 몫이라는 점이다. 돈 받고 다니는 조직은 그렇게 친절하지 않다. 개개인이 가지고 있는 자기중심적인 착각을 굳이 지적해 바로 잡아 주지도 않는다. 더구나 공식적인 업무 피드백 문화가 제대로 정착돼 있지 않은 한국적 조직에서는 나의 착각을 바로 잡을 수 있는 계기는 더욱 희박하다. 그저 핀잔처럼, 술자리 으레 오가는 한 두 마디의 알 듯 모를듯한 언질로 우리의 빈정을 상하게 할 뿐이다.
“이 대리는 다 좋은데, 어쩔 때는 좀 소극적인 것 같아, 여자라서 그런가 조금 겁이 많은 거 같기도 하고. ㅎㅎ 그냥 그렇다는 거지, 특별한 건 아니고”
이러한 지적에 대한 우리의 반응은 “자세히 알지도 못하면서 이상한 말만 하네” 혹은 “여자라고 또 편견을 갖고 있나 보네. 여하튼 우리 회사는 정말 이상하다니까” 정도의 자기 방어 기제를 낳고, 착각의 벽은 더욱 굳건하고 견고해진다.
결국 연말에 받게 되는 고가 평가가 예상보다 낮아 깜짝 놀라거나 믿었던 승진에서 누락되는 ‘원하지 않는 서프라이즈’를 목격하게 될 때야 비로소 나의 착각이 과연 어디에서 시작됐는지 되돌아보게 된다. 그나마 그것을 깨닫게 되면 다행이다. 어쩌면 영원히 정당하지 않은 주위 환경을 탓하며 나의 시선을 본질로부터 떼어내 버리는 과오를 반복할 지도 모른다.
“호랑이를 그리려고 해야 고양이라도 그릴 수 있다” 나는 이 말을 좌우명처럼 삼고 산다. 가슴에 품는 비전이 크고 근사해야 한다는 의미라기보다는 매일 매일 내가 해내는 일의 품질에 대한 스스로의 기준점을 잡는 좌우명이라 할 수 있다.
“이만큼이면 충분하다” 혹은 “이 정도면 과장급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이다” 이런 류의 생각이 내 성과의 질을 떨어뜨리고, 결과적으로 과장급에서 할 수 있는 만큼도 못하고 끝낼 수 있다는 ‘자기 경계’를 가슴 속에 품는 것이다.
지금은 사원이지만 대리처럼 사고하고 행동하는 것, 지금은 과장이지만 팀장처럼 사고하고 행동하는 것, 그래야만 겨우겨우 사원의 몫을 해내고 과장의 몫을 해낼 수 있다고 믿는다. 그래야만 어느 날 정말 대리가 되고 팀장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믿는다.
“Going extra mile!” 딱 정해진 만큼이 아닌 거기에서 두 발자국만 더 나아가 보자. 그래야 겨우겨우 결승점을 통과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이제는 됐다고 생각이 될 때, 지금의 내 직급에 이 정도면 충분하다는 생각이 들 때, 그 기준점 자체가 치우쳐 있는 오류라는 생각을 해보자. 힘들지만 끊임 없는 연습을 통해 나의 기준점 자체를 수정해 보자. 그래야 어느 날 ‘호랑이 비슷한 고양이’라도 끌어안고 있는 나 자신을 보게 될 지도 모른다.
2. [매일신문][양희창의 에세이 산책] 닭들에게도 성탄을
“성탄절이 다가오는데 나라 꼴이 이러니 영 기분이 나질 않네요. 그나저나 산타할아버지도 고민이 많겠어요. 우는 애들에겐 선물을 안 줘도 되는데 스마트폰에 빠져 아이들이 울지도 않으니 선물은 더 챙겨야 하고 바쁘게 날아다니려니 철새로 오인 받아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주범 신세 되게 생겼잖아요.”
“안 그래도 굴뚝이 없어서 들어오기도 힘들었는데, 올해는 쉬신다는 소문이 있어. 그렇다고 어른인 산타를 때리자고 자동차에 써 붙이고 다니면 안 되지, 산타패가 뭐야.” “제발 좀 아재 개그 하지 마세요. 지금 웃을 때가 아니잖아요? 이슬람국가(IS)보다 더 무서운 AI 때문에 2천만 마리 이상 닭, 오리들이 생으로 땅에 파묻히고 있는데요.”
“그래, 큰일이야. IS는 눈에 보이지만 AI는 눈에 보이지도 않아 지역을 아무렇게나 넘나들지. 게다가 백신을 개발해도 또 다른 바이러스가 나타나고, 백신 맞은 닭을 먹게 되면 인체에 유해한 영향을 끼칠 수 있고.” “바이러스는 어떻게든 존재하는 거고 공장식 사육을 통해 면역력이 떨어진 닭을 대량생산하는 한, 별 뾰족한 방법이 없을 것 같아요. 몇 년을 주기로 계속 나타나고 있잖아요.”
“동물 복지형 농장, 그러니까 닭들을 풀어먹이는 곳에서는 조류인플루엔자가 생기질 않는다고 하니 그 말이 맞는 것 같아. 우리가 조금 덜 먹고 동물에게도 동물답게 살 권리가 있다는 생각을 가져야 할 것 같아.” “살처분 당하는 닭, 오리들도 생명인데 인간에게 큰 원한이 생기겠어요. 정말이지 끔찍한 일이에요.”
“엄청난 경제적 손실, 토양 오염, 무능한 정부 정책, 이게 되풀이되는데 육식 중심의 식욕을 근원적으로 줄여나가지 않으면 자연의 복수를 막기 힘들 것 같아.” “그러게 말이에요. 이번 성탄절에는 계란 한 판에 1만원 하는 지경이 된다고 하니 정말 춥고 배고픈 날이 되겠네요.”
“아기 예수가 태어난 곳이 마구간이야. 너무 가난해서 동물이 사는 곳을 빌려 태어나셨지만 또 한편으로 생각하면 인간뿐 아니라 소, 닭, 온갖 가축들의 축복을 받으며 태어나신 것 아니냐? 가축이 가족으로 여겨지는 세상과 3개월 안에 먹어야 하는 음식으로 인식되는 세상의 차이지. 온 세상의 평화를 위해 오신 아기 예수, 사람뿐 아니라 모든 생명과 평화의 관계를 맺어야 한다고 말씀하는 것 같아.”
“촛불 아래 백성도 평화, 오리`닭들도 평화!”
“가난한 마음들에도 평화, 분노하는 생명들에도 평화!”
3. [매일신문][매일춘추] 진정한 성공
“당신은 나를 완전하게 한다."(You completeme) 1996년 개봉한 톰 크루즈 주연의 영화 ‘제리 맥과이어’의 명대사이다. 잘 나가는 스포츠 에이전트였던 제리 맥과이어가 선수들을 상업적 상품으로만 대하는 실태에 회의를 느끼며 자신을 찾아가는 스토리이다. 달콤한 러브 스토리도 가미돼 있다. 교훈적이며 로맨틱한 영화였기에 흥행에도 성공했다. 여주인공 도로시 역을 맡은 배우 르네 젤위거가 잠시나마 나의 이상형이기도 했다.
이 영화의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제리 맥과이어는 많은 선수를 관리하는 유명한 스포츠 에이전시의 매니저이다. 어느 날 돈보다 선수와의 진정한 인간관계가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고, 그런 내용을 담은 업무 지침서를 회사에 배포하지만, 이를 이유로 해고되고 만다. 제리가 회사를 떠날 때 그의 운영 철학에 감동한 무명 럭비선수 라드와 직장동료 도로시가 그의 곁을 지키려 한다. 제리는 갈등과 시련을 겪는다. 그러나 결국 라드는 소속팀과 고액으로 계약을 체결하고, 제리와 도로시의 사랑도 결실을 맺는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에서 진정한 삶의 가치는 무엇일까? 고등학교 시절 이 영화를 보며 ‘금전적인 것보다 중요한 건 사람 사이의 진심’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돈, 명예 등을 추구하는 인생을 알기에는 어린 나이였다. 하지만 영화가 주는 메시지는 분명했다. 풍족한 경제적 여건과 출세가 행복한 삶의 수단이 될 수 있지만 그것이 전부가 아니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인간관계의 근본은 신뢰이며 믿음을 바탕으로 한 서로에 대한 의지가 행복의 근원이라는 것이다.
현재 우리의 삶을 돌아보자. 눈앞에 보이는 이익에 눈이 멀어 소중한 가치를 간과해버리는 경우가 다반사이다. 특히 금전적인 부분에 치우치다 보면 직업적인 윤리나 진정성은 멀어지게 되어 있다. 더 나아가 그것이 인생의 목적이 되어버리면 자신을 제외하고 모든 사람들이 경쟁 상대가 된다. 주변 사람이 돈을 벌면 내가 손해를 보는 것이고 명예를 얻게 된다면 나의 명예는 땅에 떨어진다. 과연 이러한 인생이 행복하다고 얘기할 수 있는가?
“가슴이 비었다면 머리는 아무 소용이 없다.” 제리의 멘토인 디키 폭스의 대사이다. 이 영화가 우리에게 말하고자 하는 주된 교훈이다. 모든 일은 마음에서 이루어진다. 세상에 영원한 성공이란 없다. 세속적인 집착은 결국 불행을 야기한다. 어떠한 일이든 사람에 대한 신뢰와 사랑에서 모든 행복은 시작된다. 혹시나 바쁜 일상 중에 짬을 낼 수 있다면 오늘 소개한 영화를 적극 추천한다. 인생의 진정한 성공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4. [서울신문][이효석의 신호를 찾아서] 이해란 무엇인가
한때 이해는 암기의 반대말이었다. 시험이 대체로 한 사람의 암기능력을 확인하는 데 그쳤던 시절이었다. 하지만 그 시절에도 공부에 관심을 가진 많은 이들은 단순한 암기가 아닌 이해를 강조했다. 나도 그들을 따랐다. 누군가에게 무언가를 가르쳐야 할 때는 개념의 다양한 응용을 알려주며 동시에 암기가 아닌 이해를 요구했다. 때론 학생들이, 그리고 나 스스로에게 물었다. 과연 이해란 무엇일까?
당시 내가 내린 결론은 ‘무언가를 이해했다고 말할 수 있기 위해서는 그 내용을 배운 그대로가 아닌 자신의 말, 자신의 표현으로 나타낼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자신이 이미 알고 있던 지식과 새롭게 배운 사실의 관계를 파악해 이들을 연결시킬 수 있어야 하며 이를 문장으로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 그 뒤로 나는 종종 학생들에게 그들이 배운 새로운 개념을 자신의 말로 표현하도록 시켰다.
여기서 분명한 것은 ‘이해’란 절대 ‘언어’와 떨어질 수 없는 관계라는 점이다. 물론 최초의 깨달음은 종종 비언어적 형태로 다가오기도 한다. 어렴풋이 생각하고 있었지만 말로 표현하지 못했던 것을 표현해 주는 이를 작가라고 했던가. 어쨌든 자신이 이해한 바를 다른 이에게 전달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언어의 옷을 입혀야만 한다. 미래의 자신에게 전달하기 위한 방법인 기억을 활용할 때에도 마찬가지이다. 단정적인 주장이 반발을 가져오듯 암기에 대한 과도한 격하에도 반발이 따랐다. 이들은 암기 자체가 가진 힘을 역설했고 결국 이해란 암기를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혀 틀린 말은 아니다. 암기가 개념들의 무작위한 나열이라면 이해는 그 개념들에 순서와 관계를 부여해 하나의 개념이 다른 개념을 불러일으키게 만드는 식으로 작동한다. 실생활에서 많은 경우 이해는 암기를 위해, 즉 손쉬운 지식의 인출을 위해 필요한 도구에 불과하다. 만약 누군가가 어떤 분야에서 가능한 문제와 답을 완벽하게 암기할 수 있다면 그는 그 분야에 대한 이해를 전혀 필요로 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으로 이야기는 끝나지 않는다. 여전히 암기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훨씬 더 많은 상황이 있다. 그 경우 우리는 다시 근본 원리를 이해해야 한다. 마치 정반합의 논리처럼 오늘날 이해와 암기는 동전의 양면과 같은 관계가 됐다. 이해는 암기에 도움이 되며 암기 또한 이해에 도움이 된다. 둘 중에 무엇이 더 중요한가는 그 분야의 특징, 곧 그 분야가 반복되는 현상에 대해 정해진 답을 적용하는 분야인지 또는 늘 새로운 문제가 등장하며 근본적인 원리를 끊임없이 응용해야 하는 분야인지에 따라 다를 것이다.
어느새 인공지능의 시대가 다가왔다. 우리는 컴퓨터가 암기에 인간보다 능하다는 것을 안다. 그리고 인공지능이 인간만큼 이해를 할 수 있는지 묻는다. 얼마 전 구글이 발명한 인공지능 대화 프로그램에 대한 이야기를 읽었다. 구글의 프로그래머들은 1만 8900개 영화의 대사를 이용해 이 프로그램이 모호한 질문이 주어져도 적당한 답을 내도록 훈련시켰다고 한다. 이 프로그램에게 “인생의 목적이 뭐지”라고 물었을 때, 프로그램은 “세상을 더 밝고 아름답게 만드는 것이죠”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놀라운 답이다.
하지만 이 프로그램은 쉽게 한계를 드러냈다. 고양이의 다리가 몇 개인지라는 질문에는 ‘네 개’라는 답을 하지만, 지네의 다리가 몇 개인지 묻자 ‘여덟 개’라 답했단다. 저자는 ‘이 프로그램은 그저 단어들의 조합을 알 뿐 실제 세상은 전혀 알지 못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실제로 고양이가 어떻게 생겼는지, 지네가 무엇인지를 이 프로그램은 전혀 모른다는 것이다. 다행히 인공지능은 아직 인간 수준의 이해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인공지능이 인간의 자리를 대체할지 모른다는 걱정이 여기저기서 들려온다. 인공지능에 대한 인간의 강점으로써, 이해에 대한 강조가 더욱 필요해지는 시점이다.
5. [한국일보][기억할 오늘] 안익태의 애국가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1940년 12월 20일 안익태의 곡을 ‘애국가’의 곡으로 채택했다. 중일전쟁 발발 직후 충칭으로 청사를 옮긴 임시정부는 앞서 광복군 창설 기념식에서 애국가를 공식 연주했다는 기록이 있다. 작사가는 공식적으로는 ‘미상(未詳)’이지만 윤치호가 썼다는 설이 지배적이고, 윤치호가 다니던 정동감리교회 목사 최병헌과 함께 지었다거나 대성학교를 함께 운영하던 안창호가 일부 개사했다는 설이 이런저런 문헌에 소개돼 있다.
스코틀랜드 가곡 ‘올드랭사인’의 곡으로 불리던 애국가는 당시 미국서 활동 중이던 작곡가 겸 지휘자 안익태가 곡을 붙였고, 이듬해 10월 유학생 잡지 ‘The Korean Student Bulletin’에 애국가 악보를 소개했다.
애국가에 대한 논란은 임정 시절부터 끊임없이 제기돼왔다. 주된 논란은 작사ㆍ작곡가의 친일 행적. 윤치호는 독립협회 회장과 독립신문 주필을 지냈지만, 1910년대부터 이미 적극적인 친일파로 돌아서 귀족 작위까지 받은 인물. 안익태의 친일은 상대적으로 소극적이다. 그는 15세에 일본으로 유학 가 음악(첼로)을 전공하고 1930년 미국으로 건너가 신시내티ㆍ커티스 음악학교와 펜실베이니아의 주립 템플대 음악대학원에서 작곡과 지휘를 공부했다. 애국가 작곡 당시 그는 대학원생이었다. 그는 36년 유럽으로 진출해 독일 헝가리 이탈리아 프랑스 스페인 등지의 여러 교향악단 객원 지휘자로 활동하는데, 그의 친일 사례로 거론되는 건 주로 유럽 활동기다.
그는 ‘일본-독일협회’와 관계를 맺었고, 만주국 축전 음악회에서 지휘했다. 당시 그는 일본국 여권을 지닌 재외일본 국민이었고, 2차 대전 발발 이후에는 추축국 출신 음악가로서 활동해야 했을 것이다. 애국ㆍ애족의 관점에서 보자면 그의 삶은, 여러 해외 독립운동가의 삶에 견주어 썩 모범적이지 않고, 후세의 기준에서는 더 실망스러울 수 있다. 그가 식민지 조국에 대해 어떤 생각을 품었는지는 알 길이 없다. 어쨌건 그는 음악가였다. 비록 말도 탈도 많지만, 그 시절 자진해서 애국가를 작곡했다. 그는 44년 당시 중립국이던 스페인으로 이주해 귀화했고, 46년 현지 여성과 결혼했다.
현행 대통령령 국민의례규정에는 애국가 제창 항목이 있지만, 관행을 따르는 것일 뿐 국가(國歌)의 법적 근거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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