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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자료는 교육용으로 쓰기 위해 올리는 자료로 상업적 목적은 없으며 선정된 사설의 정치적 성향은 블로그 운영성향과 무관합니다.



주요신문사설

 

​[서울신문]

1. 임박한 탄핵 선고, 차분하게 ‘결정’ 기다리자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 여부를 결정하는 ‘최후 심판의 날’이 임박했다. 국회가 지난해 12월 9일 탄핵 소추를 의결한 지 90여일 만에 탄핵 심판 사건 절차가 마무리되면서 인용이냐, 기각이냐의 결정만 남겨 둔 셈이다. 헌재는 어제 평의를 통해 탄핵 선고 기일을 지정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예고 기간이 길수록 찬반 세력들이 더 민감해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해 기일 공개를 미루기로 했다고 한다. 헌재가 최종 선고일에 심판정 생중계를 허용한 것은 국민의 높은 관심을 고려한 조치로 잘한 결정이라고 본다.

탄핵 선고가 카운트다운에 들어가면서 여론이 한층 들끓을 것이란 점은 불을 보듯 뻔하다. 지난해 11월 이후 탄핵 정국 전개 과정을 미뤄 볼 때 정치권과 찬반 세력은 온갖 수단을 동원해서라도 헌재를 압박하고 나설 것이다. 자신들 쪽에 유리한 결정을 이끌어 내고 심판 이후 불복의 명분을 만들어 내려는 의도가 있음이 물론이다. 어제도 서울 재동 헌재 주변은 즉각 탄핵 촉구 회견과 탄핵 반대 보수단체들의 시위로 종일 소란스러웠다. 원하는 결정이 안 나오면 불복하겠다는 기류가 번지고 있음을 말해 준다.

이제부터는 이성을 찾고 냉정해야 한다. 그리고 자제하자. 정치인과 촛불, 태극기, 국민 모두 과열된 분위기에 휩싸이지 말고 차분히 헌재 결정을 기다려야 한다. 헌재 결정이 국정 공백과 국민 분열을 종식시키는 종착역이 돼야 한다. 가뜩이나 우리는 지금 중국·북한과 사드 배치와 미사일 도발 문제로 긴장 관계에 놓여 있고, 미국·일본과는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과 소녀상 이전을 놓고 갈등을 겪는 등 사면초가에 놓인 형국 아닌가.

그런데도 정치권이 ‘포스트 탄핵 심판’ 정국에서 유리한 고지 선점을 위한 치열한 경쟁에 돌입한 것은 유감이다. 대선 주자들은 이해만 따지지 말고 국가적 위기 상황 극복을 위한 대타협 메시지를 내놓고 법치 존중을 선언해야 한다. 그것을 어떤 후보가 얼마나 성실히 이행했느냐는 대선에서 표로 심판받을 것이다.



박 대통령에게도 기회는 남아 있다. 그제 박영수 특검팀이 “박 대통령이 뇌물수수 혐의 등 국정 농단 사건에서 중심 역할을 했다”고 발표하자 박 대통령 측이 ‘황당한 소설’이라고 즉각 발발하고 나선 것은 낯부끄러운 일이다. 그동안 억지와 편법을 내세우며 비협조적이었던 박 대통령도 이제 결자해지의 심정으로 국민 통합을 위한 정치적 의무를 다하길 바란다.



[매일신문]

2. 여성성에 대한 공격으로 부풀려진 세월호 7시간

박영수 특별검사가 그제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 사건'의 최종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특검은 박근혜 대통령의 삼성으로부터의 뇌물수수, 문화계 블랙리스트 작성 지시 등의 혐의를 확인했다. 하지만 '세월호 7시간 의혹'에 대해서는 "확인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비선의료인, 미용사 등의 행적을 추적했지만 끝내 의혹을 풀지 못한 것이다. 

최순실 게이트가 터진 후 '세월호 7시간 행적'은 굿판, 성형시술, 주사 등의 자극적인 의혹과 섞이면서 마치 국정농단의 본류인 것처럼 다뤄졌다. 보톡스·필러 시술설, 프로포폴 중독설 등 선정적 보도가 확대 재생산됐고, 밀회설에 청와대 비아그라 구입 논란 등 억측까지 불거졌다. "청와대에서 섹스 비디오가 나올 것" "청와대 발모제는 차은택용이다" 등의 가십성 보도는 모두 국정농단의 본질과는 거리가 먼 것들이었다. 

이같이 남녀관계를 의미하는 루머가 난무한 것은 박 대통령이 여성이란 점과 무관치 않다. 태반·백옥·마늘주사는 영양주사인데도 여성 대통령이다 보니 미용주사로 인식되며 과도한 논란에 휘말렸다. 청와대가 대통령의 참사 당일 일정을 시간대별로 공개했지만 여성성에 대한 공격으로 부풀려지며 '세월호 7시간'은 미스터리로 증폭됐다.

대통령의 국정운영 능력을 비판하기보다는 여성 대통령의 사생활을 들추고 의혹을 제기해 모욕을 주려 한 것은 일종의 젠더 폭력이다. 정치인들까지 "대한민국 앞으로 100년 내로는 여성 대통령 꿈도 꾸지 마라" "근본을 알 수 없는 저잣거리 아녀자" 등 여성 비하적 발언을 쏟아냈다.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박 대통령 누드화를 국회 의원회관에 건 것은 여성 폄훼를 가장 잘 드러낸 사건이었다. 취지는 시국을 비판하고 풍자한다는 것이지만 그 기저에는 여성비하와 폭력이 도사리고 있다. 

최근 여성 2500여 명이 박 대통령 탄핵 선고를 앞두고 여성혐오적 기류를 지적하며 헌법재판소에 탄원서를 제출했다. 이들은 "무차별적인 비난과 공격은 용납받을 수 없다는 것을 탄핵심판 과정에서 보여 달라"고 주장했다. 박 대통령의 탄핵의결 과정에서 여성비하가 드러난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헌재 선고가 끝난 후에도 우리 사회에 만연한 성차별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답답한 일이다.



3. 사회보험 3년 후 대란 온다는데 팔짱만 끼고 있을 건가

어제 정부가 내놓은 8대 사회보험 중기 재정추계를 보면 그동안 어렴풋이 느꼈던 사회보험 대란이 이미 눈앞에 닥쳤음을 알 수 있다. 인구 고령화로 노인 의료비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건강보험은 당장 내년부터 적자로 돌아선다. 현재 21조원에 이르는 적립금은 6년 후 완전히 바닥을 드러낸다. 한 해 8.7%씩 불어나 2024년이 되면 지금의 두 배 가까운 100조원에 이를 건보 지출을 어떻게 감당할 수 있을지 막막하다. 

고용보험은 3년 후 적자로 돌아서고, 장기요양보험은 3년 후 적립금이 완전히 소진된다. 국민연금은 711만명이나 되는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가 연금을 받기 시작하면서 해마다 지출이 10.7%씩 늘어난다. 적립금은 당분간 계속 쌓인다지만 수입 증가율(5.3%)의 두 배나 되는 지출 증가 속도를 보면 장기적으로 지금의 연금 체계는 지속될 수 없음을 알 수 있다. 공무원·군인연금도 2025년이 되면 적자가 10조원에 육박해 나라살림에 큰 짐이 될 것이다. 

고령화와 저성장의 충격으로 앞으로 3년 안에 심각한 부실을 드러낼 우리나라 사회보험 체계는 더 늦기 전에 대대적인 수술을 통해 지속 가능성을 높여야 한다. 그러지 못하면 선진국들에 비해 빈약한 지금의 사회안전망을 유지하는 것조차 불가능해질 것이다. 사회안전망이 흔들리면 정치·사회적 혼란이 증폭되고 성장잠재력이 떨어지며 이는 다시 안전망을 무너뜨리는 악순환이 이어질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예고된 재앙이 닥쳐오고 있는데도 그에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정치적 리더십이 안 보인다는 점이다. 지금 같은 저부담·고급여 체계의 사회보험을 적정부담·적정급여 체계로 바꾸는 개혁을 서두르지 않으면 엄청난 재앙을 부르게 된다는 걸 모르지 않는 정치권이 팔짱만 끼고 있는 것이다. 

수백 명의 교수를 자문그룹으로 두고 있는 대선 주자들도 가장 절박한 민생 문제인 사회보험과 연금 문제에 대해서는 아직 손에 잡히는 해법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이 문제는 포퓰리즘과 대증요법으로는 결코 풀 수 없다. 대선 주자들부터 사회보험과 연금 체계 개혁에 대한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낼 책임감과 리더십을 보여줘야 할 때다.



4. 중국 일변도 관광객 유치 동남아에서 길을 찾자

중국이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으로 한국 여행을 금지하면서 관광업계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서울시는 외국인 관광객을 지난해보다 350만명 더 유치할 계획이었지만 유커(중국인 관광객)의 발길이 끊기면서 목표 달성에 적신호가 켜졌다. 서울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 중 중국인 비중은 50%에 육박한다. 

외국인 관광객 10명 중 8명 이상이 중국인인 제주도는 피해가 더 크다. 지난 6일까지 제주관광 예약이 취소된 외국인 관광객은 11만1000명을 넘었다. 중국이 한국 여행상품 판매를 중단한 후 4일간 벌어진 사태다. 정도 차이일 뿐 중국인이 많이 찾은 다른 관광지들도 사드 보복의 직격탄을 맞고 있으니 안타깝다. 

우리나라 관광업계가 이처럼 취약한 것은 중국 의존도가 너무 심하기 때문이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총 1720만명인데 이 중 46.8%인 806만명이 중국인인 것으로 집계됐다. 중국인 관광객이 발길을 끊으면 수입의 절반 가까이 사라지는 셈이니 항공과 여행사, 면세점 등 관광업계가 중국에 목을 매지 않을 수 없는 이유다. 

중국 일변도의 한국 관광산업의 아킬레스건을 제거하는 길은 한 가지뿐이다. 외국인 관광객을 여러 국가로 다변화하는 것이다. 특히 K팝과 K뷰티, 한류 드라마에 호감을 갖고 있는 동남아 국가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지난해 한국을 방문한 동남아 관광객은 220만명이다. 2015년 대비 20%가량 늘었다지만 비중은 12.8%에 불과하다. 그만큼 동남아 관광객 유치 여력이 크다는 의미다.

대만은 외국인 관광객 다변화로 중국의 횡포를 돌파한 사례로 좋은 벤치마킹 대상이다. 지난해 1월 독립 성향이 강한 민진당 차이잉원 총통이 당선되자 중국은 대만 관광을 제한하는 조치를 취했다. 이로 인해 대만 관광업계는 큰 어려움을 겪었지만 동남아를 비롯해 다양한 지역으로 외국인 관광객을 다변화하는 방식으로 위기를 극복하고 있다. 

우리도 사드 보복을 계기로 중국에 치우친 관광산업 체질을 바꿔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동남아 각국에 대한 비자 발급 문턱을 대폭 낮추고 항공 노선도 확대할 필요가 있다.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 등 무슬림 국가 관광객은 지난해 98만명에 달했는데 이들을 더 많이 유치하려는 노력도 필요하다.



[중앙일보]

5. 사드 배치 시작 … 국론분열 없이 마무리해야

한·미가 예상보다 빨리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의 한반도 전개에 나선 것은 수긍할 만한 일이다. 국방부가 어제 신속한 전개의 배경으로 설명한 것처럼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 고도화·가속화되고 있음은 이론의 여지 없는 객관적 사실이다. 북한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깔보고 지난달 12일에 이어 보란 듯 미사일 4발을 연달아 쏜 게 바로 그제였다. 게다가 소형화에 성공한 핵폭탄을 미사일에 장착할 날이 카운트다운에 들어갔다는 것도 분명한 현실이다.

이렇듯 나라의 안보가 백척간두(百尺竿頭)의 상황에서 방어용 무기를 빨리 배치하려는 것은 지극히 합리적인 결정이다. 나라 한편에서는 중국의 반대 등을 이유로 사드 배치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존재한다. 하지만 국가의 안위는 어떤 것과도 바꿀 수 없는 절대적 가치다. 북한 김정은 정권의 기습 도발로 온 산천이 잿더미로 변한 뒤 뉘우친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사드 조기 배치가 기정사실이라면 이참에 국론 분열을 봉합하는 계기로 삼는 게 슬기로운 자세다. 이대로 가면 대선이 치러지더라도 사드를 둘러싼 비생산적 논쟁은 피할 수 있다. 차기 정부로서도 혼란을 부추길 큰 짐 하나를 내려놓은 셈이다. 그러니 정치권에서도 더는 왈가왈부해선 안 된다.

다만 우려되는 것은 사드 배치에 반대해온 중국의 몽니가 더욱 극렬해질 거라는 점이다. 중국 외교부는 “한·미 사드 배치를 결연히 반대하고 필요한 조처를 하겠다”며 “이에 발생하는 모든 뒷감당은 한국과 미국이 져야 한다”고 발표했다. 보복하겠다고 대놓고 밝힌 것과 다름없다. 중국 언론들은 “한국이 사드 배치를 사전에 알려주지 않았다”고 비난하지만 이는 생떼에 지나지 않는다. 어느 국가가 언제, 어디에 무기를 배치한다고 옆 나라에 알려주는가.

엊그제 중국 당국은 대형 매장에서 롯데제과 제품을 빼라고 지시한 데 이어 한국산 게임 수입을 막고 나섰다고 한다. 대국답지 않는 처사다. 중국은 한국에 대한 보복을 일삼으면 결국 자신에게도 막대한 손해가 될 것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실제로 중국 당국에 의한 유커(遊客·중국인 관광객) 방한 금지 조치 이후 중국행 한국 관광객 역시 격감했다고 한다.

한반도에 전술핵을 재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중국의 잘못된 처신 때문임을 시진핑 정권은 명심해야 한다. 중국이 북한의 핵위협을 제대로 막아냈더라면 전술핵은 물론 사드 반입 얘기도 애초부터 나오지 않았다.

아무리 한국과 미국이 설득해도 앞으로 중국의 보복 쓰나미가 몰려올 것만은 틀림없다. 그래도 후폭풍을 최소화하기 위해 우리 정부는 오는 20일께로 예정된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의 한·중·일 3개국 순방을 절호의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 틸러슨의 방중 목적은 4월로 예정된 미·중 정상회담을 위한 의제 조율로 알려져 있지만 양측 간에 사드 문제가 논의될 공산이 크다. 미국으로 하여금 한국에 대한 중국의 보복을 중단시키도록 해야 한다. 불편한 진실이지만 현 상황에서 중국을 달래고 막는 건 미국만이 할 수 있다.



[세계일보]

6. “정치가 국민 분열시킨다”는 김종인의 쓴소리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 대표가 “정쟁과 분열이 나라를 망치도록 두어서는 안 될 것”이라고 일갈했다. 김 전 대표는 그제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안팎의 위기가 눈앞에 닥쳤을 때 정치가 대의명분만을 따져 국민을 분열시켜서는 안 된다”며 “그 대가는 국민의 피눈물로 치르게 된다”고 했다. 섬뜩하지만 수긍이 가는 말이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선 탄핵 정국과 관련해 “국민이 반으로 딱 나뉘어 있는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김 전 대표는 정치권에 쓴소리를 쏟아낸 다음 날인 어제 탈당을 선언했다. 20대 총선을 앞두고 분당 사태로 위기를 맞은 민주당을 수습하기 위해 지난해 1월 합류한 지 14개월 만이다. 여러 사람이 나서 탈당을 만류했으나 김 전 대표의 결심을 돌리지는 못했다.

여야 정치권은 노정치인의 목소리에 귀를 닫고 있는 것 같다. 정치 원로의 충정을 마음에 새기기보다는 그의 행보에 따른 득실을 저울질하는 정치공학적 셈법만 난무한다. 김 전 대표의 지적이 아니더라도 지금 국민 눈에 비친 정치권의 모습은 참담하기 그지없다. 국가가 내우외환의 위기에 처해 있는데도 정략에 매달려 위기를 부채질한다. 국정농단 파문과 경제 위기, 중국의 사드 보복, 북한의 미사일 도발 등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비상시국에서 자기 이익을 챙기기에만 바쁘다. 

헌재의 탄핵심판 결정을 앞두고 국론은 두 동강이 나 있다. 이럴 때일수록 정치는 국민을 가르는 것이 아니라 하나로 모아야 한다. 정치의 역할은 사회 각계의 의견을 수렴해 갈등을 해소하는 일이다. 그러나 우리 정치권은 갈등 해소는커녕 분열을 조장하고 선동한다. 입으로만 국민 통합을 외칠 뿐, 눈은 자신의 지지세력만 쳐다본다.



김 전 대표는 병자호란 당시 삼전도의 굴욕을 당한 후 인조가 외친 말을 인용해 “나라는 스스로 기운 뒤에야 외적이 와 무너뜨린다”고 경고했다. 우리 정치의 현실을 정확히 꼬집은 지적이다. 정치인 스스로 자신의 언행을 돌아봐야 한다.



[조선일보] 

7. 트럼프 "北 엄청난 대가", 예사롭지 않다

미 트럼프 대통령이 7일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과의 전화 통화에서 "(북에) 매우 엄청난 대가(very dire consequences)가 따를 것이라는 점을 보여줘야 한다"며 "그것을 위해 양국 간은 물론 (한·미·일) 3국 간 긴밀한 협력을 지속해 나가기로 했다"고 말했다고 백악관 측이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정부가 전방위 군사적 능력을 활용해 북한의 탄도미사일 위협을 억제하고 방어하기 위한 능력을 향상시켜 나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다.


미 NSC(국가안전보장위원회) 2인자인 캐슬린 맥팔랜드 부보좌관은 이전에 논의되지 않은 대북 조치들, 주류에서 벗어난 것들까지 모두 제안할 것을 지난달 말 NSC 전략가들에게 요청했다 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그 직후인 지난 2일 "북한은 전 세계적 위협"이라고 하더니 '엄청난 대가' 발언이 나왔다. 미국 언론에는 최근 들어 트럼프 정부가 '선제 타격' '정권 교체'도 배제하지 않고 있으며 심지어 전술핵 재배치까지  검토한다는 보도가 연일 나오고 있다. 예사롭지 않다.


북은 4발의 미사일이 주일 미군 기지를 겨냥한 것이라고 했다. 한반도 유사시 미군 증원 병력이 출발하는 일본 내 미군 기지들이다. 태영호 전 공사를 비롯한 고위 탈북 인사들은 김정은이 결코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증언하고 있다. 2~3년 후면 핵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에 싣게 될 것이라는 게 한·미 군사 당국의 분석이다. 위기가 현실이 되고 난 다음에는 위기가 아니라 안보의 붕괴다. 여야 정당과 대통령이 되겠다는 사람들은 이제라도 '안보 대연정'을 선언해야 한다.


[이데일리]

8. 사드배치 전격 착수, 불가피한 선택이다

한·미 양국이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전개 작업에 전격 착수했다. 발사대 2기를 포함한 일부 장비가 그제 미국 텍사스주에서 C-17 수송기편으로 오산기지에 반입돼 미군기지로 옮겨진 사실이 어제 국방부 발표로 밝혀졌다. 정부는 미사일 발사대 6기와 레이더·통제소 등으로 구성되는 사드포대의 나머지 장비와 인력도 한두 달 안에 배치를 끝낼 방침인 것으로 전해진다.

이번 조치는 초읽기에 들어간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에 앞서 사드 배치를 기정사실화하려는 포석인 셈이다. 다시 말해, 헌법재판소가 탄핵소추안을 인용하더라도 조기 대선이 치러질 5월 초 이전에 사드 전개를 마무리하겠다는 뜻이다. 북한이 지난달 북극성 2호에 이어 그제 미사일 4발을 동해 쪽으로 한꺼번에 발사하는 등 갈수록 도발의 강도를 높이는 상황에서 사드의 조기 배치는 불가피하다. 다른 한편으로는 차기 정부의 부담을 덜어주는 효과도 기대된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은 어제 “사드 배치는 국민의 생명을 지키기 위한 자위권적 조치”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국방부의 발표 직전에 이뤄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긴급 통화에서 북핵·미사일을 “한·미 양국에 대한 현존하는 직접적 위협”으로 규정하고 “강력한 한·미 동맹을 통해 북한의 야욕을 꺾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제는 국론 분열과 중국의 보복 움직임이다. 야권은 “국민의 목소리와 정치권의 요구를 깡그리 무시했다”며 극력 반발하고 있다. 사드 배치가 헌법적 절차에 위반됐다는 주장도 제기한다. 하지만 국가안보를 놓고도 이렇게 국론이 쪼개져선 안 된다. 중국이 경제적으로 오만하고도 치졸한 보복을 광범위하게 자행하는 판에 누구를 위한 적전분열이란 말인가. 우리의 안보 현실을 이해하는 태도라고 여겨지지 않는다.

그런데도 다음 정권을 떠맡겠다고 나선 사람들이 이른바 ‘전략적 모호성’이니 ‘집권 후 철거’니 하며 무책임한 발언을 쏟아내며 국론 분열을 부추기고 있으니 한심할 따름이다. 이런 사람들이 당선될 경우 현실을 제대로 반영해 안보정책을 내놓을 것인지 미심쩍을 수밖에 없다. 사드 배치에 대한 미국과의 합의를 떠나서도 북한 미사일로부터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켜야만 한다. 지금은 정치권과 국민이 똘똘 뭉쳐 대한민국의 굴종을 강요하는 중국에 맞설 강력한 대안을 강구할 때다.


9. 롯데그룹의 꿋꿋한 처신을 응원한다

중국 정부의 한국에 대한 사드 보복이 갈수록 수위를 높여가면서 롯데그룹이 가장 타격을 받고 있다. 롯데가 국방부와 사드부지 교환 계약을 체결한 지난달 말 이후 중국 내에서 영업정지 처분을 받은 롯데마트 점포가 무려 39곳에 이르렀다는 사실이 그것을 말해준다. 롯데에서 생산하는 소주 제품이 현지인들에 짓밟혀 뭉개졌는가 하면 어제는 판촉규정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벌금이 부과되기도 했다.

이제 사드배치 작업이 본격 시작된 만큼 중국의 보복조치도 더욱 노골적으로 펼쳐질 것으로 우려된다. 롯데그룹이 당분간 ‘총알받이’ 역할에서 벗어나기 어렵다는 얘기다. 그동안 잠실롯데 면세점 면허를 박탈당했던 후유증에서 겨우 벗어나는가 싶었던 국면에서 다시 최대 악재에 직면한 것이다. 이런 분위기라면 내달로 예정된 국내 최고 랜드마크인 롯데월드타워의 공식개장 일정도 차질을 빚기 십상이다.

문제는 정부가 이번 사태에 대해 거의 뒷짐을 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중국이 이미 한류 드라마의 방영은 물론 문화·예술계 인사들의 현지 공연까지 틀어막았으나 마땅한 대응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유커(遊客)의 한국 관광이 대폭 제한됐으며 화장품과 라면, 과자 등의 통관까지 가로막힌 상황이다. 중국의 보복이 이처럼 전방위로 이뤄지면서 롯데의 피해가 가장 크게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더구나 이해하기 어려운 것은 국내에서조차 사드 배치와 관련해 롯데그룹을 비난하는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롯데가 중국에 의해 표적이 돼있는 어려운 처지를 이해하고 감싸주지는 못할망정 함께 돌팔매질에 나선 양상이다. 시위 참가자들이 중국인들도 아닐 텐데 과연 누구를 위해 이런 주장을 내놓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롯데그룹으로서도 이번 기회를 새롭게 태어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내달로 창립 50주년을 맞으면서도 그동안 걸핏하면 “롯데가 일본 기업 아니냐”라는 국적 시비까지 제기되곤 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그런 오해가 말끔히 해소된 것만으로도 값진 교훈으로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물론 단기적으로는 영업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다. 그러나 국민들이 롯데그룹의 꿋꿋한 처신을 지켜보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인식하기 바란다.


[매일신문]

10. 수도권 건설사 잔치판 되는 지역 SOC 사업

사회간접자본(SOC) 확충 사업의 지향점은 인프라 발전과 함께 지역 경제 활성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것이다. 대규모 재원이 혈세로 투입되는 만큼 지역 업체에 혜택이 많이 돌아가야 일자리 창출 효과가 있고 지역 경제에도 이롭다. 그러나 대구`경북에서 추진되는 상당수 대형 SOC 사업은 외지 업체 배만 불리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6일 대한전문건설협회 경북도회에 따르면 지난해 경북에서 지역 업체가 수주한 하도급 금액은 전체 시장 규모 3조3천억원의 27%인 8천900억원에 그쳤다. 외지 업체가 73%인 2조4천억여원을 가져갔다. 지난 3년간 통계를 봐도 외지 업체들의 수주 비율은 70%를 웃돌았다. 안방을 내준 지역 업체들은 빈사지경에 몰리고 있다. 매출액 규모도 2011년에 비해 10% 줄었다.



하도급 시장이 외지 업체들의 잔치판이 되고 있는 이유는 대형 SOC 사업을 싹쓸이 수주한 1군 대형 건설사들이 수도권 업체들에 일감을 몰아주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대구 사정도 경북과 별반 다를 바 없다. 대한전문건설협회 대구시회는 대구의 하도급 시장 비율이 지역 40%, 외지 60% 정도라고 말할 뿐 정확한 자료를 언론에 공개하지 않고 있다.



대형 건설사업의 지역 낙수 효과가 크지 않은 것은 공동도급(컨소시엄)에서도 매한가지다. 대형 공사의 경우 1군 건설사를 주간사로 하고 지역 업체가 공동도급사로 참여하지만, 공사 현장에서는 허울뿐인 ‘가장 공동도급’이 횡행하고 있다. 1군 건설사들은 기술력 및 노하우 노출을 막겠다며 공동도급자로 이름만 얹어줄 뿐 지역 업체들의 현장 접근을 원천 차단하고 있다. 공무원들은 가장 공동도급 행위를 제어해야 하지만 사후 하자 보수 등이 편리하다는 이유로 묵인하고 있다는 것이 업계의 공공연한 비밀이다.



외지 업체 잔치판인 SOC 사업은 지역 자금 역외 유출의 창구가 되고 지역 경제에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 지방자치단체들은 공사 발주 시 지역 업체들의 하도급 비율을 대폭 높이는 한편 가장 공동도급 행위가 일어나지 않도록 챙겨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자체장들의 현실 인식과 의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주요신문칼럼


1. [중앙일보][분수대] 접시닦이가 세계 최고의 직업인 이유

덴마크 코펜하겐에 있는 ‘노마’는 세계 최고의 레스토랑으로 꼽힌다. 2003년 처음 문을 연 이후 2007년 미쉐린(미슐랭) 스타를 처음 받았고, 2010년엔 당대 최고라던 스페인 ‘엘 불리’를 제치고 최고 식당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지난 5년 동안 노마 덕분에 코펜하겐 관광객 수가 12%나 늘었다는 통계를 보면 단순한 레스토랑을 넘어 덴마크의 대표 상품이자 세계 미식가들을 설레게 하는 상징적 존재라는 걸 알 수 있다.

이 대단한 레스토랑이 최근 또 한 번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오너 셰프인 르네 레드제피(39)가 2003년 개업할 때부터 14년간 함께 일해 온 접시닦이 알리 송코(62)를 지분을 나누는 파트너 중 한 사람으로 발탁한 것이다. 아프리카 감비아 출신 이민자이자 12자녀의 아버지인 송코가 세계 최고 레스토랑의 주인이 됐다는 얘기다.


비록 레드제피가 현지에서 나는 식재료만 사용한다는 원칙을 철저히 고수하는 바람에 신맛 내는 살아 있는 개미나 먹을 수 있는 흙이 접시에 올라오기는 하지만 그래봐야 접시 닦는 데에 더 특별한 기술이 필요하진 않다. 아마 한국이었다면 알바나 비정규직 자리도 겨우 차지할 수 있었을 것이다.

덴마크가 직업에 귀천이 없는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라고는 하지만 세계 최고 레스토랑의 이번 선택은 궁금증을 불러일으키는 게 사실이다. 역시 이민자 출신으로 평생 접시닦이를 했던 레드제피 아버지(64)도 물론 영향을 끼쳤을 수 있다. 실제로 레드제피는 “아버지와 이름(알리)도 같다”며 “늘 밝게 웃는 송코는 노마의 아버지 같은 존재”라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보다는 ‘노마 정신’을 구현한 것이라는 게 더 맞는 분석 같다.

2014년 방한했던 레드제피는 당시 ‘노마 정신’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다른 사람의 아이디어나 꿈을 좇지 않고 자신의 본능을 믿고 이를 정직하게 따르면 성공한다는 믿음을 가지는 것.” 2010년 노마가 세계 최고 레스토랑으로 선정될 때 빚어진 해프닝(비자 문제로 런던에서 열리는 시상식에 송코가 참석하지 못하게 되자 레드제피와 직원들이 송코 얼굴이 그려진 티셔츠를 맞춰 입었다) 때문에 이미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접시닦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는 송코는 “노마에서 접시 닦는 일은 최고의 직업”이라며 “주인이 됐지만 여전히 접시를 닦을 것”이라고 말했다.

누군가에게 접시닦이는 천한 직업일 수 있다. 하지만 레드제피와 송코는 신뢰와 정직, 그에 따른 성공 스토리를 만들면서 접시닦이를 세계 최고의 직업으로 만들었다.


2. [매일경제][매경프리미엄] 영화 '로건', 오래도록 기억될 그 이름, 울버린

우리는 ‘로건’을 끝으로 '울버린'이라는 수퍼히어로를 보내줘야 한다. ‘로건’은 여느 히어로 시리즈물 보다 휴머니즘이 강조된다. 시작부터 관객들의 감성을 자극할 만큼 울버린이라는 막강했던 캐릭터는 세월의 흐름과 그에 따른 힘의 약진을 보여준다. 불로불사할 줄로 만 알았던 울버린의 다른 면모다. 이 같은 캐릭터의 변화(혹은 퇴화)로 인해 누군가는 배신감을 느꼈을 수도 있겠다.

강철 같은 아다만튬을 전신에 탑재한데다, 신체 재생 기능까지 겸비했던 울버린은 적들에게 공격당하기 일쑤다. 세월의 벽 앞에 무력해진 그다. ‘로건’에서는 울버린 뿐 아니라 다른 캐릭터들도 고령의 나이로 초능력을 잃어간다. 불로할 것 같던 수퍼히어로들도 결국 인간의 DNA를 거스를 수는 없었던 것이다. 세월과 동시에 초능력을 잃어가는 울버린이 기존의 이름 대신 '로건'으로 불려진 것이 이 시리즈의 내용 전체를 아우르는 상징으로 볼 수 있겠다.

그렇다고 울버린을 마냥 약자로 내버려둘 수는 없는 법이다. 영화는 울버린의 유전자로 탄생한 뮤턴트 '로라'를 내세워 히어로물의 장르색을 이어간다. 이전 시리즈들에 비해서는 훨씬 인간적이지만 말이다. ‘로건’은 수퍼히어로물들의 결말과는 달리, 막강 캐릭터가 쓸쓸하게 죽어가는 장면으로 종결된다. 동시에 타인을 해치는 것은 결국 환영받지 못하는 것임을 강조한다. 히어로물이라면 상대편과의 결투와 승리를 피할 수 없다. 하지만 그 이유에 대한 성찰은 많은 영화들이 간과해왔다. ‘로건’은 이 갈증을 채워주는 영화다.

휴머니즘 가득한 히어로물 ‘로건’. 비록 시리즈의 막은 내렸지만 '울버린'이라는 가장 인간적인 캐릭터는 많은 관객들의 가슴 속에 오래도록 기억될 것으로 보인다.


3. [경향신문][백승찬의 우회도로] 예뻐야 해. 뭐든지. 예쁜 게 좋아

워런 비티가 더듬거리며 봉투를 만질 때부터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비티는 또 다른 쪽지가 있는지 확인하려는 듯 봉투를 한 번 더 살펴봤는데, 그때 이미 무언가 잘못됐다는 사실을 알아차린 듯했다. 하지만 전 세계의 시청자들은 그 순간 올해 80대가 된 비티의 총기를 염려했을 것이다.


지난주 아카데미 시상식은 89회 역사상 가장 황당한 촌극과 함께 막을 내렸다. 최고 영예인 작품상 시상을 위해 무대에 오른 비티와 페이 더너웨이에게 직전 시상된 여우주연상(<라라랜드>의 에마 스톤) 봉투가 잘못 전달된 것이다. 작품상 수상작으로 호명된 <라라랜드> 제작진이 감격에 겨운 수상소감을 말하는 사이, 무대 뒤에선 난리가 났다. 결국 수상작은 <문라이트>로 정정됐고, 두 영화 관계자들, 객석의 스타들, 시청자들은 경악했다.

당황스럽고 어색한 전개를 거치긴 했지만, 결말은 결국 해피엔딩이었다. 작품상을 놓친 <라라랜드>조차 감독상, 여우주연상 등 6개를 거머쥐었다. 고수는 고수끼리 통한다. 발표 번복 이후 <라라랜드> 제작진의 반응은 ‘패자의 품격’을 보여줬다. 수상소감을 마친 뒤 시상식 스태프로부터 발표가 잘못됐다는 말을 들은 <라라랜드>의 프로듀서 조던 호로위츠는 동료들을 진정시켰고 곧 <문라이트>가 수상작이라고 직접 정정했다. 호로위츠는 어리둥절한 <문라이트> 제작진에게 트로피를 건네주고 서둘러 무대를 내려갔다.

엇갈린 운명만큼 두 영화의 모양새는 다르다. <문라이트>는 근래 아카데미 작품상 수상작 중 가장 비주류적인 색채의 작품이었다. 세 명의 배우가 소년, 청소년, 성인 시절을 각각 연기한 주인공은 빈민이자 흑인이며 성소수자다. 마약중독자인 홀어머니로부터 보살핌을 받지 못한 소년은 자상한 마약상을 멘토로 삼아 학교와 거리에서 살아남으려 발버둥친다.


이 영화의 제작비는 ‘단돈’ 17억원. 역대 아카데미 작품상 수상작 중 최저 제작비이자, 아카데미 시상식에 삽입된 30초 광고 비용에도 못미치는 금액이다. <문라이트>는 흑인 감독·작가 최초의 작품상, 성소수자를 소재로 한 최초의 작품상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시상식 사회자 지미 키멜의 농담처럼, <라라랜드>는 “백인이 재즈를 구한다”는 내용이다. 아카데미 시상식이 열리는 화려한 할리우드를 배경으로, 꿈을 찾는 배우 지망생과 재즈 연주자의 사랑이야기다. 스타 배우 라이언 고슬링, 에마 스톤이 춤과 노래로 절정의 매력을 뽐낸다. 두 남녀가 보이지 않는 미래의 전망, 희미해지는 사랑의 감정에 지쳐가는 과정이 나오기도 하지만, <라라랜드>의 주된 정조는 결국 낭만과 긍정이다. 흑인 감독, 배우가 만든 <문라이트>가 현실의 질곡에 발 딛고 있다면, 백인 감독, 배우가 만든 <라라랜드>는 찬란한 꿈을 노래했다.

하지만 두 영화는 어떤 면에서 비슷하다. 공교롭게도 두 영화의 감독은 같은 세대와 경력의 영화인 무리에 속해 있다. <문라이트>의 배리 젠킨스는 올해 38세로, 이번 작품을 포함해 2편의 영화를 연출했다. <라라랜드>의 데이미언 셔젤은 32세이며, 3편의 장편 연출 경력이 있다.


지난해 최고의 미국영화를 만든 둘은 미국 내 시상식과 해외 영화제에서 수차례 마주쳤고, 서로의 작품을 관람했다. ‘버라이어티’ 인터뷰에서 젠킨스는 “<라라랜드>를 본 순간, 한 번도 느끼지 못한 로스앤젤레스에 대한 향수를 느꼈다”고 했고, 셔젤 역시 젠킨스의 데뷔작까지 챙겨본 팬이라고 한다.

무엇보다 두 영화는 아름답다. <문라이트>는 마약과 가난에 찌든 흑인 빈민층의 현실을 고발하는 데 만족하지 않는다. 소년이 달빛에 물든 해변에서 하나뿐인 친구와 이야기할 때, 십수년이 흘러 근육질의 마약상이 된 소년이 친구의 조촐한 식당을 찾아와 그간의 회한을 털어놓을 때, 그 고요와 서정은 보는 이의 숨을 앗아간다. <라라랜드> 첫 장면, 꽉 막힌 고속도로 위 운전자들이 갑자기 자동차 사이에서 춤추고 노래하는 대목은 인간의 움직임과 이를 다듬는 연출력이 얼마나 큰 경탄을 이끌어낼 수 있는지 보여준다.

3월이 되었지만 아침 나절의 바람은 여전히 거세다. 날은 춥고 마음은 풀리지 않는다. 생떼를 쓰고 독기를 품은 사람들이 곳곳에 도사렸다. 이런 사람들 앞에서 아름다움이 무슨 소용이냐 묻는다면, 그런 사람들 때문에 아름다워야 한다고 답하겠다.


예술은 때로 정치적이지만 정치 그 자체일 수는 없으며, 때로 폭탄처럼 강력한 충격을 안기지만, 폭탄 그 자체일 수는 없다. 정치가 궁극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매진하는 사이, 예술은 과정의 완결성에 눈돌린다. <친절한 금자씨>에서 처절한 복수를 꿈꾸는 금자는 과한 장식으로 꾸며진 총을 쓰다듬으며 말한다. “예뻐야 해. 뭐든지. 예쁜 게 좋아.”


4. [서울신문][양진건의 유배의 뒤안길] 동백꽃이 붉은 이유

동백꽃이 끝물이다. 남해 동백은 엄동설한에 피어난다. 그러나 제주 동백의 배경은 엄동풍한(嚴冬風寒)이다. 바닷바람이 매서운 추운 겨울에 핀다는 말이다. 정말이지 제주 겨울의 바닷바람은 맵차다. 삼다의 섬이라고 해서 풍다(風多)를 들지만, 겨울바람이 특히 그렇다.

이규보는 “여기에 좋은 꽃 달린 나무가 있어 눈 속에서도 능히 꽃을 피우도다”(此木有好花 亦能開雪裏)라고 동백꽃을 노래했다. 그러나 그가 제주도 동백을 보았다면 “바닷바람 속에서도 능히 꽃을 피우도다”라고 바꿨을 것이다. 그만큼 제주 동백은 거친 바닷바람을 견디며 피어난다. 그래선지 꽃 생김이 단단하다.

그런데 유배인들이 가장 싫어하는 꽃이 동백이었다고도 한다. 그 단단하던 동백꽃이 통째로 지는 풍경이 어쩐지 모가지가 잘리는 모습을 연상시킨다 하여 유배지 근처의 동백나무를 아예 모두 잘라 버렸다는 이야기도 있다. 이렇듯 동백꽃에 얽힌 사연이 많다.

1840년부터 제주 유배 생활을 하던 추사 김정희에게 아내는 정성스레 입을거리, 먹을거리를 보내곤 했다. 그런데 한양에서 제주까지 물건이 도달하기까지 서너 달은 걸렸다. 언젠가 봄에 보낸 물건이 겨울에 도착했던 모양이다. “오늘 집에서 보낸 서신과 선물을 받았소. 당신이 봄밤 내내 바느질했을 시원한 여름옷은 겨울에야 도착했고, 나는 당신의 마음을 걸치지도 못하고 손에 들고 머리맡에 병풍처럼 둘러놓았소”라고 했다. 참으로 가슴이 미어지는 사연이다.

입을 거야 그렇다지만 먹을거리는 온전할 리 없다. “당신이 먹지 않고 어렵게 구했을 귀한 반찬들은 곰팡이가 슬고 슬어 당신의 고운 이마를 떠올리게 하였소”라며 추사는 섭섭해한다. 얼마나 그리웠기에 반찬에 곰팡이가 하얗게 핀 모양이 아내의 이마처럼 보였겠는가.

그래도 도저히 먹을 수 없어서 “내 마음은 썩지 않는 당신 정성으로 가득 채워졌지만 그래도 못내 아쉬워 집 앞 붉은 동백 아래 거름 되라고 묻어 주었소”라며 반찬들을 동백나무 아래 묻는다. 마침 동백이 피어 있었던 모양이다. 이를 본 추사는 “동백이 붉게 타오르는 이유는 당신 눈자위처럼 많이 울어서일 것이오”라고 했다. 추사도 그 동백꽃을 보며 분명 울었을 것이다. 그리움이란 그런 것이다.


그런데 그 붉은 동백꽃을 유심히 보고 있으면 틈새로 문득 동박새를 만나게 된다. 겨울 식량인 동백꽃의 꿀을 찾고 있는 것이다. 동백꽃은 제 몸을 열어 동박새들에게 먹을거리를 준다. 날이 거칠수록 동백꽃이 붉어지는 이유도 식량을 놓치지 말라는 표시일지 모른다. 덕분에 동박새는 수정을 도와 동백꽃을 피게 한다. 그러니까 그들은 공생 관계다.

공생에도 종류가 많다. 한쪽만 이익을 얻는 편리공생도 있지만, 동박새와 동백꽃은 쌍방이 이익을 얻는 상리공생이다. 우리 사회는 이런 상리공생의 삶을 잊은 지 오래다. 온통 편리공생의 갑을관계뿐이다. 더욱 큰 문제는 수평적 거래 관계인 갑을관계가 갑의 독점적 힘을 바탕으로 수직적 신분 관계인 종속관계로 바뀌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렇다 보니 모두가 갑이 되고자 용쓰는 사회가 돼 버렸다. 삶의 존재 이유가 갑이 되고자 하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없는 듯 여겨질 정도다.


5. [중앙일보][이홍구 칼럼] 3·1절에 돌아본 왕도와 패도

3·1절 95주년을 맞으며 동북아의 지난 한 세기 역사를 되돌아보게 된다. 근자에 들어서 한·일 관계는 심히 불편해졌으며, 중국과 일본 사이의 영토분쟁은 물리적 충돌의 가능성마저 보이고 있다. 강대국들 틈바구니에서 우리가 겪었던 열강의 각축이 재현되는 것은 아닌지 걱정의 소리도 들린다. 이러한 동북아의 급진전된 긴장 국면은 2012년 말 아베 일본 총리의 취임 이후 계속 악화되고 있다.

1868년 메이지유신은 아시아에서는 유일하게 국가체제의 서양화와 근대화에 성공한 모범 사례였다. 그러한 성공의 여세를 몰아 청일전쟁과 노일전쟁에서 중국과 러시아를 연달아 격파한 일본은 제국주의시대 열강의 반열에 오르게 되어 1910년 조선의 식민지화를 시작으로 중국 침공에 나서게 된다. 천황제를 기초로 한 군국주의 국가 건설에 성공한 일본으로서는 멈출 수 없는 행보였을 것이다.


중국의 신해혁명을 이끈 쑨원(孫文)은 1924년 세상을 떠나기 전 ‘일본은 서양패도(西洋覇道)의 앞잡이가 될 것인가, 동양왕도(東洋王道)의 아성이 될 것인가’를 신중히 생각해보라는 말을 남겼다. 이는 바로 1909년 사형대에 오르기 전 안중근 의사가 동양평화를 염원하며 남긴 유언, 그리고 3·1독립선언서와 맥을 같이하고 있다.

20세기 전체주의 독재체제의 공통적 특징은 지도자를 포함한 모든 국민이 그 체제의 포로가 된다는 것이다. 일본은 군국주의의 흥분과 내셔널리즘의 다이내믹스에 휩싸여 끝내 진주만을 기습하며 제2차 세계대전에 돌입하였다. 그러나 바로 그 제2차 세계대전에서의 패배는 제국주의시대의 막을 내림과 동시에 타율에 의한 두 번째 국가개조의 기회를 일본에 부여하였다.

1945년 독일과 함께 민주화 제2의 물결에 동승한 일본의 국가개조와 발전은 참으로 놀랄 만한 성공이었다. 특히 눈부신 경제성장은 80년대에 이르러 타임(TIME)지 ‘JAPAN No.1’이란 표지가 상징하는 경지에까지 이르렀다. 평화헌법, 민주정치, 고도성장의 삼각이 지탱하는 일본은 가히 왕도정치를 지향하는 ‘제2의 유신’에 성공한 것으로 평가받아 마땅하였다.


그러한 일본이 아베가 집권하자 새로운 국가체제를 모색하겠다는 강렬한 자세를 취함으로써 그 파장은 국내외를 흔들고 있다. 무엇보다도 메이지유신으로 열강의 반열에 올랐던 제국시대에 대한 향수가 작용하고 있지는 않은지, 패도정치로의 회귀를 우려하는 시선이 아시아를 비롯한 국제사회에 확산되고 있다.

아베 총리가 이렇듯 걱정스러운 전환을 시도하고 있는 것은 상황의 변화에 대한 자연스러운 대응이라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일본경제의 20년 가까운 침체, 후쿠시마 지진과 같은 천재지변, 잦은 정권교체에 따른 정치적 불안정은 불안을 일상화하고 일본 사회의 활력과 자신감을 떨어뜨렸다. 무엇보다도 미국의 유일 초강대국 시대가 끝나면서 중국이 제2의 경제대국이 된 데 이어 안보 차원에서도 미국과 대등한 위치로 다가가고 있다는 불안감 및 심리적 위축이 아베로 하여금 비상대책과 획기적 방향전환을 모색하게 한 것이다.


국제정치와 경제의 다극화에 대비하려는 국제사회의 적응 노력, 특히 일본·중국·한국 세 나라가 각기 시도하고 있는 적응의 움직임들이 과연 어떤 조합을 이루어 낼 것인지 걱정스러운 이 시대의 퍼즐이 아닐 수 없다.

한국은 3·1운동으로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일관되게 한·중·일 3국이 평화적으로 공존 공영하는, 인(仁)과 덕(德)을 으뜸으로 삼는 왕도정치의 지역화와 국제화를 도모하여왔다. 인의(仁義)를 가볍게 알고 무력과 권모로 국익을 추구하는 패도정치를 배격하면서 국제사회에서의 패권주의를 절제시키는 데 앞장서고자 한다.


우리는 미국이 제국주의 시대에 볼 수 있었던 전통적 패권국가가 아니라고 믿고 있다. 그러기에 한국·일본·중국은 각기 미국과의 새로운 공존관계를 수립하면서 동북아 3국 간의 생산적 이웃관계를 동시에 만들어가야 할, 새 시대를 향한 역사적 도전에 직면하게 된 것이다.

일본이 제국시대의 영광에 대한 향수를 뿌리치며 국제사회에서 도덕적 고지를 확보할 수 있게 되고, 중국은 쑨원이 강조한 왕도정치의 표본이 되고자 국가목표를 가다듬는다면 한·중·일 3국은 미국과 더불어 21세기를 아시아·태평양시대로 만들어갈 초석을 놓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서 전통적 내셔널리즘의 사슬에서 벗어나 새 아시아공동체를, 그리고 지구촌의 평화와 번영을 추구하는 국제정치의 창조적 다자연대를 함께 실험할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이 바로 95년 전 3·1운동에서 꾸었던 꿈이 아니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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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늙은최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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