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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자료는 교육용으로 쓰기 위해 올리는 자료로 상업적 목적은 없으며 선정된 사설의 정치적 성향은 블로그 운영성향과 무관합니다.



주요신문사설



​[조선일보]

1. 대선막판에 다시 떠오른 '단일화' 문제

대선을 2주일 남겨두고 중도·보수 단일화론이 재부상하고 있다. 바른정당은 지난 24일 의총에서 국민의당에 자유한국당까지 포함한 연대를 놓고 격론을 벌였다. 일부지만 안철수 후보의 국민의당 일각에서도 호응하는 기류가 있다. 이는 최근 안 후보 지지율이 급락하고 상당수 중도·보수층이 지지 후보를 정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후보 단일화는 원칙적으로 각 정당이 후보와 공약을 내고 국민의 선택을 받는다는 선거 본연의 모습이 아니다. 물론 정책이 비슷하면 얼마든지 연대가 가능하다. 그런 점에서 보수 정당 간 단일화는 부자연스럽지 않다. 하지만 국민의당과 한국당·바른정당은 가장 중요한 안보 정책에서 상당한 차이가 있다. 일치하는 점이 있다면 문 후보의 집권만은 막아야 한다는 생각일 것이다.



친노·친문(親文) 세력으로 상징되는 배타적 증오 정치와 패권주의를 반대한다는 것은 중요한 명분일 수 있지만 이것 하나만으로 후보 단일화를 한다면 국민이 고개를 끄덕이기 쉽지 않을 것이다. 최소한 사드, 북한 정권과 남북 관계에 대한 인식, 대북 제재 등 안보 핵심 주제에 대한 이견 조정이 선행되지 않으면 '억지 단일화'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현실적 가능성도 낮고 시간도 너무 촉박하다. 안 후보는 "인위적 단일화는 없다", 유 후보는 "완주하겠다"고 했다. 차라리 국민의 지지를 얻는 데 각자 최선을 다하고 단일화는 국민이 투표로 하는 것이란 자세를 갖는 것이 더 당당할지 모른다.



2. '북핵 실험 억제'가 목표일 수는 없다

북한이 군 창설일인 25일 핵실험이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발사 같은 대형 도발을 하지 못했다. 안 한 것이 아니라 못 했다고 보는 것이 맞을 것이다. 북은 대신 강원도 원산 일대에서 김정은이 참관한 가운데 역대 최대 규모라면서 화력 훈련을 벌였다. 북은 무슨 기념일 어간에 대형 도발을 저질러왔다. 그러나 김일성 출생일인 지난 4월 15일 열병식을 하고 이날 화력 훈련을 했을 뿐 그 이상으로 나가지 못했다.

물론 북이 앞으로 추가 핵실험을 하지 않거나 미사일 발사를 하지 못할 것으로 볼 수는 없다. 당장 오늘이라도 핵실험을 할 수 있는 것이 북한이다. 다만 미국이 주도하고 중국이 협력하는 지금의 대북 압박이 어느 정도 효과를 보고 있는 것 아니냐고 분석해도 큰 무리는 아닐 것이다. 미국은 이날 전략 핵잠수함을 부산항에 입항시킨 데 이어 칼빈슨 항모 전단을 27일쯤 동해상 해역에 진입시킨다. 선제타격과 요격 준비가 빈말이 아니라는 것을 행동으로 보여주고 있다. 헤일리 유엔 주재 미 대사는 "북이 공포에 떨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4일 중국 시진핑 주석 및 일본 아베 총리와 릴레이 전화 회담을 가졌다. 시 주석과는 정상회담을 한 지 5일 만에 통화를 하더니 12일 만에 또 통화를 했다. 미·중 정상이 이렇게 특정 문제를 놓고 자주 의사 교환을 하는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다.

중국이 미국의 요청에 실제로 보조를 맞추고 있는 것도 전례가 없는 일이다. 중국은 며칠 전 관영 매체를 통해 미국이 북핵 시설에 대한 선제타격을 하더라도 군사적으로 개입할 생각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아무리 군사 동맹이라고 해도 북의 핵과 미사일은 보호 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을 밝힌 것이다.



중국은 또 만약 핵실험을 하거나 탄도미사일을 발사할 경우 북한으로 보내고 있는 원유를 대폭 줄이겠다는 방침까지 밝혔다. 북이 다섯 번 핵실험을 하고 수없이 많은 중·단거리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는 동안 '쌍방 자제'만을 외치던 과거의 중국이 아니다. 트럼프가 이끌어낸 중국의 이런 변화가 북에는 큰 충격이었을 것이다.

미국은 지금 북의 정권을 교체할 생각까지는 없지만 도발은 반드시 응징하겠다는 메시지를 북에 명시적·지속적으로 보내고 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어제 유엔 안보리의 각국 대사들을 만난 자리에서 더 강력한 추가 제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문제는 북이 핵실험과 탄도미사일을 발사하지 않았다고 해서 마치 목표를 이룬 듯 안주하려는 분위기다. 북을 압박하는 최종 목표는 추가 핵실험 억제가 아니라 북의 핵무기와 모든 핵 프로그램을 완전히 폐기하는 것이다. 북은 그동안 대화에 응하는 척하면서 뒤에서 핵무기를 만들고 미사일 능력을 증강시켜 왔다. 불과 2~3년 후면 대륙간탄도미사일에 핵을 실을 수 있게 된다고 한다. 그렇게 되면 우리가 원치 않더라도 미국이 군사적으로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 올 수 있다.


지금은 북이 30년 가까이 핵을 개발해온 역사 속에서 미·중이 함께 움직이는 최초의 기회다. 그러나 미·중의 협력이 어느 순간 거래로 바뀌지 않는다는 보장도 없다. 일부 전문가들은 미·중이 '북핵 실험과 ICBM 시험 동결'에 만족하는 선에서 거래를 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실제 그렇게 되면 우리만 피해자가 된다. 또 어정쩡하게 대화로 돌아가 지금의 이 초유의 압박 동력을 상실해버리면 2~3년 후 핵을 탑재한 대륙간탄도미사일을 가진 북을 상대해야 할 수 있다.


[매일신문]

3. 직원 임금 떼먹고도 사업주는 떵떵거리며 사는 사회

임금`퇴직금을 고의로 체불하고도 번질나게 해외여행 등을 다닌 악덕 기업주가 구속됐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구미시에서 한 휴대폰 케이스 제조업체를 경영해오다 지난해 폐업한 A씨는 근로자 67명의 임금`퇴직금 15억5천만원을 주지 않다가 적발돼 최근 사법 처리됐다. 그가 임금을 체불한 이유는 돈이 없어서가 아니다. 정작 자신과 가족은 흥청망청 돈을 썼다. 그러고도 땀 흘려 일한 직원들의 월급`퇴직금은 나 몰라라 한 것은 기가 막힐 일이다.



드러난 A씨의 악덕 행위는 공분을 사기에 충분하다. 그는 수시로 공금에 손을 댔다. 부인 성형 수술비, 해외여행 비용, 아들 사업자금, 사채 변제 등 회사 공금은 아예 쌈짓돈이었다. 원청업체로부터 납품비를 모두 받고도 당국 조사에서는 “일부만 받았다”고 속였다. 임금을 떼먹기 위해 온갖 거짓말과 추잡한 수법까지 동원한 것이다. 

  
문제는 A씨 사례처럼 기업 활동을 빙자해 반사회적인 악행을 서슴지 않는 기업주가 적지 않다는 점이다. 구미공단 내 일부 중소기업의 경우 직원이나 친척 명의로 회사를 쪼갠 후 폐업과 법인 신설을 반복하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세금 문제를 피하거나 근로자 임금`퇴직금 부담을 줄이기 위해 비정상적인 수법을 동원하는 것이다. 최근 재산을 빼돌려놓고 지방세를 장기 체납해온 기업주 등이 무더기로 적발된 것도 예사롭지 않다. 우리 사회를 위태롭게 하는 임금 체불과 탈세 문제가 사실상 위험 수위에 도달한 것이다.



한국의 임금 체불이 우리보다 경제 규모가 훨씬 큰 일본의 10배에 달한다는 통계다. 지난해 임금을 받지 못한 전체 근로자가 약 32만 명으로 체불 규모는 1조4천억원으로 나타났다. 불경기를 핑계로 월급을 주지 않아도 된다는 잘못된 인식을 가진 사업주가 적지 않고, 회사 사정이 나쁘지 않은데도 임금 지급을 미루는 사례도 있어 상황이 매우 심각하다.



임금 체불을 아무렇지도 않게 여기는 악덕 기업주가 갈수록 늘고 있다는 점에서 더는 비난만 하고 넘어갈 문제가 아니다. 재산을 끝까지 추적하고 응분의 대가를 치르도록 해야 한다. 건강하고 정상적인 사회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서라도 당국은 체불 문제에 엄히 대처해야 한다.



​[서울신문]

4. 마지막까지 정책으로 승부하라

어제 JTBC·중앙일보·한국정치학회가 공동 주최한 대선주자 4차 TV 토론회가 열렸다. 5·9 장미 대선이 보름 남짓 앞으로 다가오면서 차기 정부의 집권 구상에 대해 전 국민의 이목이 쏠린 토론회였다. 엊그제 열린 3차 TV 토론회가 네거티브 전략을 토대로 과거 이야기에 매몰됐다는 여론의 질책을 의식해선지 초반에는 그나마 정책 토론에 충실하려고 노력한 흔적은 역력했다. 우리 사회의 고질적인 양극화 문제와 비정규직 해법, 일자리 창출 등을 놓고 각 당 후보들의 치열한 토론도 전개됐다.


하지만 엄중한 안보 위기를 어떻게 타개할 것인지, 대한민국 재도약을 위한 경제개혁과 국민 기대에 한참 모자란 정치 개혁 등에 대해서 원론적 해법 제시 정도에 그쳤다는 평이 많다. 국민의 마음을 사로잡는 철학과 비전, 구체적인 정책들을 설득력 있게 제시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외교 안보 분야 토론에서도 그동안 3차례 토론회와 비슷한 양상이었다. 상대 후보의 약점을 파고들어 반사이익을 보겠다는 네거티브 전략에 편승했고 표심의 유불리를 따지면서 모호한 답변과 토론 주제와 무관한 변명만 늘어놓는 장면도 목격됐다. 이날 토론회에서도 송민순 문건 논란과 돼지 흥분제, 안 후보 부인과 문 후보 아들의 특혜 채용 문제 등을 놓고 많은 시간을 허비했다. 국가의 미래와 한반도 안보 위기가 극으로 치닫는 이 순간, 국가의 운명을 책임질 지도자들의 능력을 보기에는 너무도 아쉬운 대목이었다.

북핵 문제 등 외교안보 정책과 관련해서도 과거 보수·진보 정권들의 책임론만 부각하는 ‘네 탓 공방’은 여전했다. 한·미 동맹을 중심으로 국가적 위기를 극복하자는 큰 틀에서는 이견이 없었지만 중국 역할론과 사드 배치 및 보복 문제 해법을 놓고 판이한 입장 차이만을 드러냈다. 간혹 주제와 동떨어진 네거티브 공세를 주고받으며 수준 이하의 말싸움도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그나마 내용 면에서 과거 TV 토론회보다 진보된 측면은 있지만 국민의 눈높이를 충족시키기에는 부족한 토론이었다.

투표일이 보름 남짓 남았음에도 여전히 부동층이 줄지 않고 있다. 후보들의 공약과 정책, 비전에 대해 확신을 갖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다. 국민은 당장 5월 9일 이후 출범할 차기 정부가 펼칠 정책조차 감을 잡지 못하고 있다. 앞으로 남은 기간에 각 당의 대선 후보들은 위기에 처한 대한민국호를 이끌 수 있는 정확한 미래의 좌표를 제시하길 기대한다.


5. 가치 공유 없는 安·洪·劉 단일화되겠나

대선을 불과 2주 앞두고 급부상한 반(反)문재인 단일화 논의가 선거 막판 변수로 등장했다. 이른바 ‘안·홍·유 후보 단일화’ 논의는 엊그제 바른정당이 의총에서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에게 단일화를 제안하기로 방침을 정하면서 급물살을 타고 있다. 손학규 국민의당 중앙상임선거대책위원장이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의 사퇴를 거론한 이종구 바른정당 정책위 의장을 최근 만나 단일화를 논의했고, 정병국 바른정당 공동선대위원장은 어제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단일화하면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이길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 정당 수뇌부가 후보 단일화에 고삐를 바짝 죄고 있는 것과 달리 후보들이 난색을 표하고 있어 실제 단일화로 이어질지는 속단하기 어렵다. 유 후보는 완주 의사를 굽히지 않고 있고, 홍 후보는 이념과 정체성의 다름을 들어 안 후보와의 단일화에 부정적이다. 안 후보 역시 인위적인 단일화에 반대하고 있다. 그러나 누가 당선되더라도 연정은 불가피하고, 단일화 논의 자체가 거창한 가치 실현보다는 문 후보의 당선을 막기 위한 반문 공동전선 또는 동맹 성격이라는 점에서 이들의 입장 변화는 시간의 문제일 뿐 열려 있다고 보는 것이 맞을 것이다.

선거를 앞두고 중소 지지율을 기록한 후보들 사이의 후보 단일화는 그동안 여러 번 있었다. 1997년DJP(김대중+김종필) 연합, 2002년 노무현·정몽준 단일화, 2012년 문재인·안철수 단일화가 대표적이다. 역대 대선을 보더라고 단일화로 집권에 성공한 사례가 없지 않았으니 발등에 불이 붙은 이들 정당 입장에서는 구미가 당길 법하다.


정치는 생물이라고 했다. 집권이 정당의 존재 이유일진대 얼마든지 통합하고 후보를 단일화할 수 있다고 본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과연 그렇게 하면 정권을 잡을 수 있느냐다. 집권에 성공하기 위한 후보 단일화는 누구나 인정할 수 있는 상식과 원칙으로 명분을 얻어야 하며, 가치 공유로 신뢰를 줄 수 있어야 한다. 안·홍·유 단일화가 과연 그런 것인지 의문이다.

반문 후보 단일화가 이뤄진다면 이는 이종교배에 가깝다. 중도와 보수의 통합이라고 포장하고 있지만 정강과 정책이 다르고 색깔도 다른데 이를 곧이곧대로 믿을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 삼척동자도 웃을 잡탕밥에 지나지 않는다는 비판이 내부에서 나오고 있음을 직시해야 한다.


5.9 대선은 박근혜 정권의 국정 농단 사태로 촉발된 선거다. 어느 때보다 정권교체의 바람이 크다는 점에서 섣부른 단일화는 역풍을 부를 수 있다. 보수의 살길은 단일화에만 있지 않다고 본다. 보수의 의미를 재정립하고 대한민국에서 합리적인 보수가 설 수 있는 기틀을 이번 대선에서 만들어 국민에게 제시해야 한다. 문재인 당선만 막으면 된다는 식의 무원칙한 합종연횡은 야합과 다르지 않으며, 국민의 마음을 얻는 데도 실패할 것이다.


6. 공무원 임금 상승 속도 너무 빠른 것 아닌가

올해 공무원 월평균 임금이 처음으로 500만원을 넘었다. 인사혁신처에 따르면 9급 공무원부터 총리까지 전체 공무원 102만명의 세전 평균 연봉은 6120만원이다. 세전 총소득을 12개월로 나눈 뒤 올해 임금 인상분까지 더하면 공무원 일인당 월 소득액이 평균 510만원에 이른다. 지난해보다 3.9% 늘어났다고 한다.

정부는 연령·경력 등이 유사한 민간 근로자와 비교하면 민간 대비 83.2% 수준이라고 하고 하위직 공무원들은 20년 이상 일해야 그 정도의 보수를 받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전체 국민을 기준으로 할 때 적은 월급은 아니다. 중소기업 근로자의 평균 월급은 294만원 정도다. 하위직 노동자까지 포함하면 근로자 2000만명의 평균 월급이 230만원이라는 통계도 있다. 하지만 공무원들의 월급 책정 때 비교 대상은 대기업이다. 대기업에 비해 박봉이라는 것이 공무원들의 주장이다.

공무원 월급 상승 속도도 빠르다. 불과 6년 사이에 월 소득액이 115만원 늘어났다. 물가상승률을 고려하더라도 빠른 속도다. 기업은 봉급 인상 때 전년도 실적 등을 기본으로 해서 이익 발생액 등을 반영한다. 동결하거나 깎는 해도 있다. 하지만 공무원에게는 동결한 해가 없지는 않지만 대체로 해마다 3%(올해는 3.5%)대의 보수 인상률을 적용해 왔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실업률은 4.3%,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1%로 이 둘을 더한 ‘경제고통지수’는 6.4를 기록했다. 5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국민이 체감하는 경제적인 삶의 어려움이 크다는 의미다. 그런데도 공무원은 무풍지대다. 더구나 공무원의 생산성이 과연 민간에 필적할 만큼 높은지는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공시족’이 30만명에 이르고 10대들까지 다양한 분야의 진학을 포기하고 공무원이 되겠다는 현상은 바람직하지 않다. 적잖은 임금에 부족하면 국민 세금으로 충당해 주는 공무원연금과 정년 보장, 임금피크제 무적용 같은 공직의 장점이 부각됐기 때문이다. 민원 현장에 가 보면 과거와 많이 달라지긴 했지만 근무를 태만히 한다는 말이 많다. 공무원이 ‘철밥통’이라는 소리를 듣지 않으려면 업무의 강도, 생산성을 높여야 한다. 보수에 걸맞게 일도 열심히 해야 공무원 월급 이 정도로는 부족하니 더 줘야 한다는 말을 들을 것이다.


[매일경제]

7. 계속되는 독도·위안부 도발, 대선후보들 對日외교 큰 그림있나

일본 외무성이 독도가 일본 고유의 영토라는 주장을 담은 2017년판 외교청서를 어제 각의(국무회의)에 보고했다. 일본은 매년 외교청서에서 독도가 일본땅이라는 주장을 되풀이해왔는데 이번에는 지난해 한국 국회의원 등의 독도 방문에 대해 "단호하게 용인할 수 없다"는 내용까지 담는 등 도발 수위를 높였다. 또 부산 소녀상 설치에 대해 유감을 표명하고, 2015년 12월 한일 간 위안부 합의에 대해서도 "국제사회에 대한 책무"라며 차기정권에서 이행하라고 요구했다. 

일본이 영토·역사 이슈로 한국을 자극한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하지만 한국이 대선정국인 데다 북핵·미사일 도발에 대한 한·미·일 공조를 논의하고 있는 와중에 이런 주장을 반복하고 나선 것은 치졸한 행동이다. 위안부 합의 재검토를 주장하고 있는 유력 대선 후보들을 압박하기 위한 의도로 보인다. 외교부는 일본이 독도에 대한 부당한 영유권 주장을 되풀이하는 데 대해 강력히 항의하며 즉각 철회를 촉구했다. 스즈키 히데오 주한 일본대사관 총괄공사를 초치해 외교청서에 대해 항의했지만 형식적인 항의로 일본의 뻔뻔한 태도가 바뀔 것 같지 않다.

부산 소녀상 설치에 반발해 귀국했던 나가미네 야스마사 주한 일본대사가 85일 만인 지난 4일 복귀하면서 한일 외교의 구멍이 메워지는가 했는데 일본의 한국 때리기로 한일관계는 다시 삐걱거리게 됐다. 한국과 일본은 박근혜정부 4년 내내 불편한 관계를 유지해왔다. 하지만 동북아 안보, 경제 등을 고려할 때 갈등의 골이 더 깊어지는 것은 양국 모두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문제는 차기 대선주자들도 대일 외교에 대해 큰 그림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문재인, 안철수, 홍준표, 유승민 등 유력 대선주자들이 이구동성으로 한일 위안부 합의 파기, 재협상을 주장하고 있어 양국 관계는 더 경색될 수 있다. 하지만 위안부 재협상은 국가 간 합의를 뒤엎는 것이어서 국제 신뢰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우려도 큰 만큼 신중해야 한다. 선거만을 의식해 일본에 각을 세우는 건 지도자의 자세가 아니다.


영토·역사 갈등을 넘어 교착 상태에 빠진 양국 관계를 어떻게 재정립할지 청사진을 제시해야 한다. 북핵 공조뿐 아니라 한일 통화스왑 협상, 고위급 경제 협의 재개 등 양국이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


8. 벼랑 끝에 몰린 北 또 막가파식 인질외교인가

북한의 6차 핵실험 위협으로 한반도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북한이 또 한국계 미국인을 억류했다고 전해진다. 핵실험 때마다 반복해온 인질외교를 또다시 시도하려는 행태로 보이는데 그런 오판이 가져올 파국을 경고하지 않을 수 없다. 

북한은 22일 평양과기대에서 강의를 마치고 출국하려던 한국계 미국인 토니 김 씨(한국명 김상덕)를 억류했다고 외신에 전해진다. 이미 북한은 미국인 2명을 억류 중인데 이번 김씨 억류가 주목되는 까닭은 과거 핵실험 때마다 반복해온 일이기 때문이다. 북한은 2009년 2차 핵실험 직전 북·중 접경지대에서 미국 커런트TV 여기자 2명을 체포했고 3차 핵실험과 4차 핵실험 직전에도 한국계 미국인을 간첩 혐의로 체포했다. 그러고는 핵실험 후 이들의 석방협상을 미끼 삼아 북·미 간 대화 물꼬를 트는 지렛대로 이용해왔다. 

북한 인질외교는 말레이시아에서 벌어진 김정남 독살사건을 처리하면서 올해 3월 또 한번 악명을 떨쳤다. 유엔이나 대사관 근무를 위해 북한에서 체류 중이던 말레이시아인 11명을 인질로 잡고서 시신 처리 방식이나 수사 결과를 휘둘렀다. 그 깡패 같은 짓에 질린 말레이시아는 이제 북한에서 열리는 2019 아시안컵 축구예선전에도 선수단을 보내지 않겠다고 할 정도가 됐다. 이런 행태를 본 중국 내 조선족들도 북한에 들어가는 발길을 줄이고 있다니 자업자득이다. 

북한은 이런 구태의연한 수법과 함께 25일 원산 일대에서 대규모 화력훈련을 실시하면서 미국을 상대로 "끝까지 결판을 보고야 말 것"이라고 큰소리를 치고 있다. 최근 판이하게 달라진 국제사회 분위기에서 그런 허장성세가 통한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미국 핵추진 항공모함 칼빈슨호가 이번주 동해에 진입하는데 북한의 도발 가능성을 놓고 빈센트 브룩스 한미연합사령관은 "우리는 준비돼 있다"고 한마디로 정리했다. 그 단호한 메시지를 북한이 흘려들어선 안 된다.


중국도 과거와 다르게 북핵 시설을 미국이 외과수술식으로 타격할 때 간섭하지 않을 것이라거나 북한에 원유 공급을 축소할 수 있다는 경고음을 내보내고 있다. 핵무기를 포기하고 대화의 장으로 나오는 길만이 유일한 생존 방안이라는 사실을 북한은 이제 받아들여야 한다.


[중앙일보]

9. ‘4월 위기’ 넘겨도 미·중 대북 압박 늦춰선 안 된다

추가 핵실험 및 미사일 발사시험 가능성으로 ‘4월 위기설’을 낳았던 25일 북한 건군기념일이 결정적 도발 없이 지나가는 모양이다. 대규모 군사훈련을 하긴 했지만 요란한 협박과는 달리 김정은 정권은 레드라인을 넘는 도발은 포기하는 분위기다. 무엇보다 일치단결한 국제사회의 견제와 압박 덕분으로 봐야 할 것이다. 

대북 견제와 압박의 선봉에 섰던 미국과 중국은 유례없이 강하게 나왔다. 미국은 이미 동해에 파견한 핵항공모함 칼빈슨함 외에 토마호크 미사일을 잔뜩 실은 핵잠수함 미시간호까지 부산으로 보내왔다.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나설 만큼 외교 채널로도 전방위 압박전략을 구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4일 백악관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이사국 대사를 초청해 “안보리가 강력한 대북 추가 제재를 준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아울러 북한이 레드라인, 즉 추가 핵실험이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실험을 감행할 경우 선제공격이 있을 수 있다는 메시지도 다시 한 번 나왔다. 니키 헤일리 주유엔 대사가 “ICBM을 보게 된다면 그때는 분명히 행동에 나설 것”이라고 TV 인터뷰를 통해 공언했다. 

북핵 해결의 열쇠를 쥔 중국의 태도도 완연히 달라졌다. 중국 정부 입장을 대변해 온 관영 매체의 논조부터 완강해졌다. 인민일보 자매지인 환구시보는 “북한이 6차 핵실험을 하면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 될 것”이라며 “모든 당사자가 결과를 감내해야 하겠지만, 특히 북한은 가장 큰 손실로 고통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북한이 도발을 감행할 경우 석유 공급 중단을 포함해 종전과는 차원이 다른 대북 제재에 착수하겠다는 뜻이 분명히 읽힌다.

최근 평양 시내 주유소에 석유가 제대로 공급되지 않고 있다는 소식은 예사롭지 않은 신호다. 평양 주유소마다 기름을 넣기 위해 자동차들이 길게 줄을 서 있는 사진이 공개됐다. 북한 스스로 석유 비축에 나섰을 수 있지만 이미 중국이 공급을 줄이기 시작했을 가능성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미·중 양국뿐이 아니다. 북한의 도발을 막기 위한 한·미·일 삼각협력도 어느 때보다 튼튼하다. 25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한·미·일 6자회담 수석대표 회의 끝에 나온 메시지도 강경했다. 세 나라 대표는 “북한이 도발하면 감내할 수 없는 징벌적 조치를 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징벌적 조치가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공개되진 않았지만 고강도 응징에 합의한 것만은 틀림없다. 

이처럼 국제사회가 대북 압박에 물샐틈없이 공조하고 있는 건 무척 고무적인 일이다. 하지만 이번 북한 건군기념일이 별탈 없이 지나갔다고 긴장의 끈을 늦춰선 안 된다. 여러 정황상 북한은 추가 핵실험 준비를 끝냈으며 ICBM 개발도 막바지 단계로 보인다. 레드라인만 넘지 않았을 뿐 언제든지 추가 도발을 감행할 수 있는 ‘레드존’에 들어와 있는 셈이다. 4월 위기설이 지나가더라도 북한이 경거망동하면 가혹한 응징이 즉각 뒤따를 것임을 깨닫도록 국제사회는 견제와 압박을 게을리해선 안될 것이다.


10. 러 잠수함 잡아낸 해군…북은 SLBM 도발 포기하길

지난달 말 동해에서 우리 해군 해상초계기(P-3)가 수중에 있는 러시아 잠수함을 78시간 추적 끝에 잡아내는 개가를 올렸다. 러시아 잠수함은 P-3의 끈질긴 초계작전에 결국 물 위로 부상하고 말았다. 은밀성이 무기인 잠수함이 추적에 못 이겨 부상한 것은 전투에서 패배한 것과 다름없다.


문제의 잠수함은 디젤 엔진으로 운항하는 킬로급(3950t)으로 러시아 해군의 재래식 잠수함의 주력이다. 수심 300m까지 잠수할 수 있고 수중에서 시속 31∼46㎞로 항해한다. 러시아 킬로급 잠수함이 부상하지 않고 수중에서 계속 도망갔으면 해군은 작전수칙대로 폭뢰로 격침시켰을 것이다.

해군이 동해에서 러시아 잠수함을 찾아냈듯이 북한 잠수함이 침투할 때도 덜미를 잡아챌 게 분명하다. 북한 고래급 잠수함이 탄도미사일(SLBM)을 발사하려면 울릉도ㆍ독도 아래까지 내려와야 한다. 조만간 배치될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의 요격범위를 피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번에 발휘된 우리 해군의 능력을 보면 북한 잠수함은 이동 과정에서 탐지돼 격침되기 십상이다.

이제 북한은 더 이상 도발을 포기해야 할 것이다. 더 어려운 상황을 맞기 전에 대화의 장에 나와야 한다. 이미 미 항공모함 칼빈슨함이 한반도 해상으로 복귀했다. 어제는 원자력 잠수함인 미시간함이 부산기지에 입항했다. 이 잠수함에는 2500㎞를 비행해 10m 이내를 타격하는 토마호크 미사일 154발이 적재돼 있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은SLBM 발사 등 어떤 도발도 자멸을 부를 뿐이다. 

돌아보면 그동안 몰래 침투하다 어민들이 쳐놓은 그물에 걸리거나 잠망경을 발견한 어부의 신고로 북한이나 중국 잠수함이 들통난 경우는 있었다. 하지만 이번처럼 우리 해군 초계기가 직접 러시아 잠수함을 잡아낸 것은 처음이다. 자랑스러운 일이자 온 국민에게 안도감을 불어넣기에 충분하다. 북한의 핵·미사일 위기로 한반도의 긴장이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다. 우리 군이 바다와 하늘, 육지에서 더욱 철통 같은 경계로 적의 도발 의지를 사전에 꺾어놓길 기대한다.



주요신문칼럼


1. [한겨레][유레카] 파르티잔 미디어

지난 2월 미국의 인터넷 미디어 <버즈피드>는 이른바 ‘극단적으로 정파적인’(hyper partisan) 정치뉴스가 만들어지는 과정에 대해 흥미로운 보도를 내놨다. <리버럴 소사이어티>라는 ‘진보 편향적’ 인터넷 매체와 <컨서버티브 101>이라는 ‘보수 편향적’ 인터넷 매체의 보도가 서로 판박이처럼 비슷하다는 것을 밝혀낸 것이다.



사실을 다룬 문장들은 아예 똑같았고, 단지 몇 개의 단어들만 다르게 사용해 각자가 내세우는 편향에 맞게 보도했을 뿐이었다. 더 파헤쳐보니 두 매체는 아예 같은 회사, 즉 마이애미에 있는 ‘아메리칸 뉴스 유한책임회사’ 소유였다. 이 회사는 이들 말고도 두 개의 또 다른 정파성 강한 인터넷 매체들을 거느리고 있었다. 진보건 보수건 관계없이 정파적인 태도를 앞세워 ‘클릭’을 유발하고, 이를 통해 페이스북이나 구글에서 극대화된 광고비를 거둬들이는 것이 이 회사의 주된 목적이었던 것이다.

영미 언론계에서는 이른바 ‘페이크 뉴스’ 논란의 실체는 ‘정파적 미디어’라는 지적이 높다. 한때 디지털 매체들은 전통 매체들이 앞에선 ‘객관적 저널리즘’을 내세우지만 뒤에선 정파적 태도로 이익을 챙기는 것을 비난하면서 자신의 입지를 새롭게 쌓았다. 그러나 지금은 되레 전통 매체들이 디지털 매체들의 노골적인 정파성을 비난하고 있다. 미국의 디지털 미디어 <액시오스>는 지난 20여년 동안 새롭게 생겨난 89개의 디지털 매체가 거의 모두 정파적 성격을 지녔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파르티잔’(정파성)의 핵심은 ‘절대적인 적대’다. 그리고 절대적인 적대를 부추기는 정파적 미디어 뒤에는 어김없이 상업적인 이익이 있다. 누군가의 손가락질에 따라 소리를 지르고 돌을 던지면서 속이 시원하고 후련함을 느끼는가? 그렇다면 제대로 한번 톺아보길 권한다. 그 손가락의 주인공에게 당신은 그저 어떤 이익을 가져다주는 도구일 뿐이다.



2. [조선일보][일사일언] 귀로 읽는 소설

목요일 저녁. 책꽂이로 둘러싸인 서너 평 남짓한 공간에 의자가 빼곡히 놓여 있다. 서른 남은 명이 커피나 생맥주를 들고 자리에 앉는다. 8시 정각이 되자 모두의 시선이 한 사람에게 쏠린다. 사람과 사람 사이, 책과 책 사이의 공간을 채우는 그녀의 음성. "K의 술집에서는 세 종류의 위스키만을 팔았다. 싱글몰트로만…"

이곳은 지하철 3호선 백석역 근처에 자리 잡은 작은 책방 미스터버티고다. 한 달에 한 번씩 셋째 주 목요일마다 은희경 작가의 낭독회가 열린다. 오늘 낭독한 글은 소설집 '중국식 룰렛'(2016)의 표제작인 '중국식 룰렛'이다. 단편소설 하나를 작가 자신이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주는 이 행사가 벌써 5회째다.

들으면서 읽는 것은 색다른 경험이다. 마치 귓구멍을 통해 들어온 글자들이 뇌를 거쳐 눈동자에서 발사되어 종이에 새겨지는 느낌이랄까. 아니, 내가 활자를 노려보면 녀석들이 소리로 변신하여 종이 위로 튀어 오르는 것 같기도 하다. 문자화되면서 시간의 굴레에서 벗어난 언어가 낭독을 통해 음성화되면서 다시금 시간의 축 위에 존재하게 된다. 소설 속 사건과 소설 밖 사건이 동시에 진행된다. 어쩌면 이것이 평행우주?



소설가는 소설로만 말한다지만 텍스트 바깥의 얘기를 듣는 것이 쏠쏠할 때도 있다. 소설에 등장하는 인터넷 동호회 '차이니스 룰렛'이 단순한 친목 모임이 아니라 게이클럽이라는 사실을 안 것은 낭독 중간의 해설을 듣고 나서였다. '회원은 모두 남자였다. (중략)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는 문장에서 감을 잡았어야 했는데.

묵독은 개인적 체험이지만 낭독은 공동의 체험이다. 우리는 재미있는 장면에서 웃음을 터뜨렸고 야한 장면에서 숨을 죽였다. '(…) 죽음에게도 영혼이 있다면 거기에 천사의 몫도 있을 것이다. 이왕이면 그 영혼이 싱글 몰트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 문장을 듣고서 시계를 보니 한 시간 반이 훌쩍 지났다. 그 시간 동안 이 세상에는 체험을 공유하는 공동체가 하나 존재하고 있었다.



3. [세계일보][곽금주의 심리카페] 혼족의 미학 

자 밥을 먹고 혼자 술을 마시는 혼밥, 혼술족에 이어 요즘은 혼행(혼자 여행), 혼영(혼자 영화), 혼클(혼자 클럽), 혼놀(혼자 놀기) 등 혼족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이를 위한 상품도 개발되면서 솔로이코노미 산업이 확산되고 있다. 가장 큰 원인은 고령 인구 증가, 젊은 층의 결혼 기피로 인해 1인가구가 이전보다 늘어났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 집단생활을 추구하고 집단에 소속되고자 하며 사람들과의 관계를 맺으려 한다. 사람 간의 관계는 외로움을 잊게 해 정신 건강에 도움이 된다. 관계가 좋은 사람은 노화도 더디고 더 오래 산다고 한다. 그럼에도 혼자 시간을 보내는 사람이 늘고 있는 것이 다른 사람과의 관계가 잘 안 되기 때문만은 아니다. 혼자만의 시간이 가지는 매력도 크기 때문이다.

혼자만의 시간을 갖는 것은 다른 사람의 직접적인 요구에서 해방되고 사회적 압력을 감소시키며 자신의 정신적·물리적 활동을 자유롭게 선택하게 한다. 즉 다른 과도한 자극, 부담스러운 자극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할 수 있다. 단지 누군가 같은 공간에 존재한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우리의 행동 범위가 좁아지게 된다.



전시회에서 미술작품을 감상할 때를 생각해보자. 작품 앞에 나 혼자 있을 때는 그 작품에 마구 빠져들 수 있다. 그러나 다른 사람이 그 그림을 감상하기 위해 접근하게 되면 그 순간 방해를 받게 되고 자신과 그림만의 공간은 없어진다. 내가 방해가 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타인을 신경 쓰게 된다. 나만의 모드에서 타인과의 상호작용 모드로 바뀌게 된다.

타인 속의 나를 확인시켜주는 주변 사람과 환경에서 배제되므로 혼자만의 시간은 자아성찰로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자기가 누구이며 무얼 좋아하는지 등 자기개념을 확실하게 해준다. 불안정했던 내 모습에서 안정된 자아정체감을 확립하게 된다. 무엇을 해야 하고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에 대한 성찰이 일어난다. 그래서 복잡했던 문제가 여러 사람들로부터 조언을 받는 때 보다 더욱 분명하고 선명하게 해결되는 경우가 있다.

또한 혼자만의 시간은 현실의 틀에서 벗어나 여러 상상과 환상을 불러일으킨다. 상상속의 자신의 다양한 모습을 그려볼 수 있다. 새로운 나의 모습도 발견하게 되면서 자기개념이 바뀌는 자기변형도 가능하다. 이로 인해 이전의 내가 아닌 더 발전적인 나로 만들어 갈 수도 있다. 그런 상상의 경험은 더 많은 생각과 아이디어를 만들어 내면서 때로는 창의적인 발상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그래서 혼자만의 시간은 유익할 수 있다. 단 혼자의 시간을 지나치게 가지는 것은 문제가 될 수 있다. 타인과의 시간과 나만의 시간 간의 안배가 중요하다. 적절한 비율을 유지해야 한다. 주중에 사람들과의 관계가 많았다면 온전한 자신만의 주말을 보내는 것도 좋다. 반대로 주중에는 혼자의 시간이 많았다면 사람들과 같이 하는 주말을 계획해 봐야 한다.

다음 주 긴긴 연휴가 기다리고 있다. 미처 다른 계획을 못 세웠다면 혼자만의 시간을 가져보는 것은 어떤가. 혼자 영화도 보고 밥도 먹고 가까운 곳을 여행해보는 것이다. 오롯이 혼자만의 시간은 많은 것을 가져다 줄 것이다. 다른 사람과 함께하는 즐거움만큼, 혼자만의 충만함도 즐길 수 있는 휴식이 됐으면 싶다.



4. [서울신문][공희졍의 컬쳐 살롱] 꿈

나는 목공을 해 보고 싶었다. 숲의 향이 사라지지 않은 거친 나무를 다듬고 잘라 새로운 쓰임새로 만들어 가는 것이 참 좋아 보였다. 멋진 디자인, 합리적 가격의 기성품도 많지만, 어설프면 어떠랴, 내가 만든 하나뿐인 가구가 아닌가. 목공에 대한 생각만 여러 해, 차일피일 미루던 차에 연희동 어느 목공방에서 일일 강좌가 있다 하여 열 일 제쳐 놓고 찾아갔다.



특이한 이력을 갖고 있는 사십대 주인장 목수의 이야기는 이러했다. 대학에서 신문방송학을 전공한 그는 기자를 하다가 비행기 조종사도 하고 영화사, 박물관 등에서도 일했다. 마음에 딱 드는 가구가 없어 직접 톱과 망치를 든 것이 시작이었다. 처음 만든 건 침대. 하나가 완성되니 그 옆에 놓을 테이블, 의자가 기다렸다는 듯 이어졌다.

목공은 생업을 버리고 빠질 만큼 새로운 기쁨이었다. 그는 좀 더 완벽한 목수가 되기 위해서 제대로 배울 수 있는 곳을 찾아다녔다. 도제(徒弟)로 배우고, 사숙(私淑)으로 연마해 갔다. 철저하게 배우자는 마음 하나였다. 남들과 다른 나만의 생각을 담고 싶어 무던히 고민했다. 사람들이 그에게 왜 그렇게 열심히 하느냐고 물어보면 그는 “정말 좋아하니까요”라고 무덤덤하게 답했다. 생업도 바꿀 만큼 목공을 향한 그의 꿈은 뜨거웠다.

꿈꾸는 자를 당할 장사는 없다. 지난해 50여개 엔터테인먼트 회사에서 모인 101명의 소녀 연습생들이 트레이닝과 국민 투표를 통해 아이돌로 데뷔하는 오디션 프로그램이 인기였다. 올해는 소년 101명이다. 첫 무대는 화려했고, 참가자 모두는 벅찬 감동에 젖어 있었다.



그들 중 눈길을 끈 연습생은 이미 아이돌 그룹으로 데뷔했으나 성공하지 못하고 다시 연습생이 된 이십대 중반의 4명이었다. 함께 참가한 연습생들도, 다시 연습생이 된 그들도 그런 그들을 훈련해야 할 트레이너들도 서로를 보며 말을 잇지 못했다. 이것이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도전했다는 그들에게 노래와 춤은 아직도 식지 않은, 식을 수 없는 꿈이었다.

나이를 먹는다고 꿈이 희미해지는 건 아니다. 한 예능 프로그램에 경남 하동 어머니들이 나오셨다. 일흔 고개를 훌쩍 넘긴 어머니들은 TV에서 보던 연예인들이 마을을 떠들썩하게 하니 마냥 흥겨워하셨다. 이 마을엔 시를 쓰는 어머니들이 계셨는데 시는 봄날 들판을 노랗게 물들이는 민들레처럼 수수했지만 여운은 오래갔다.

어려운 살림, 남자 형제들에게 치여 글조차 제대로 못 배우셨던 어머니들은 까막눈으로 살아오셨다. 어느 날 마을에 열린 한글학교, 평생의 한을 풀게 됐으니 주저할 것 없었다. 굽은 손으로 잡아 본 연필은 어색했고, 하루 종일 힘든 밭일에 눈꺼풀은 자꾸 내려왔지만 글을 배우겠다는 마음을 이기진 못했다.



콩밭을 어지럽히는 꿩을 쫓다 수업 시간에 늦어 ‘쎄가 빠지게’ 달려갔다는 어머니는 꿩이 콩밭만 파먹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글까지 파먹었다며 안타까운 마음을 시로 쓰셨다. ‘빨간 찌푸차’에 어머니와 오빠를 태우고 세상 구경 하고픈 꿈은 이룰 수 없지만 그 마음을 글로 쓸 수 있는 어머니는 행복해 보였다.

꿈꾸는 사람들의 얼굴은 밝다. 이루고 싶은 것이 있으니 흘러가는 시간이 아깝고, 즐겁게 할 일이 있으니 힘든 줄도 모른다. 한발 한발 내디딜 때마다 다가오는 꿈의 실체, 꿈꾸는 자는 멈추지 않았다. 당신은 어떤 꿈을 꾸고 계신가요?



5. [아시아경제][충무로에서] '꼰대'와 '멘토' 사이

칩 콘리(Chip Conley)는 2013년 에어비앤비에 입사했다. 당시 그의 나이는 52세. 에어비앤비의 창업자 브라이언 체스키(Brian Chesky)가 당시 31세였으니 회사 구성원들의 나이가 얼마나 어렸을지 짐작이 간다. 20~30대 청년들이 모여 있는 기술기업에 그가 입사하게 된 것은 체스키와 그의 공동 창업자들이 '멘토가 되어 달라'고 요청했기 때문이었다. 

콘리는 26세에 조이 드 비브르(Joie de VivreHospitality)라는 부티크호텔을 창업한 후, 24년 동안 CEO로 재직하면서 미국에서 두 번째 큰 부티크호텔 체인으로 키운 인물이었다. 호텔을 매각한 후 할 일을 찾던 그에게 체스키가 제안을 했고 그는 받아들였다.



사실 그는 기술기업과는 거리가 멀었다. 코딩을 할 줄 모르는 것은 물론이요, 에어비앤비를 사용해 본 적도 없고 휴대폰에 우버앱을 깔지도 않았다. 실리콘밸리의 인터넷 기업가들 눈에는 '한물 간 꼰대'로 보일 수 있는 전통 숙박업계의 인물이 첨단 인터넷기업의 조언자로 입사한 것이다.

콘리가 에어비앤비에 입사한 첫 날, 자신이 멘토가 아니라 인턴인 것처럼 느꼈다고 한다. 회의에서 받은 질문을 이해하지 못했고 이후에도 온통 모르는 것 투성이였기 때문이다. 그는 자신이 그동안 가져왔던 지식과 경험, 판단력 등을 모두 유보하고 새로운 직장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했다. 면밀하게 관찰하고, 묻고, 피드백을 받고, 그리고 최대한 많은 동료들과 어울렸다.

그는 자신이 기여할 수 있는 역할을 "디지털 지능이 뛰어난 그들에게 감성지능을 보완해주는 것"으로 정리했다. 스마트폰을 통해 커뮤니케이션하고 온라인세상을 개척하는 데 능한 '기술전문가'들이지만 사람을 이해하고 마음에서 우러나는 동기부여를 하는 등의 '감성지능'에서 다소 부족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콘리는 마침내 자신의 입장을 명료하게 정리했다. "공식적으로는 인턴의 자세를, 개인적으로는 멘토의 역할을 하는 것"이었다. 사실 인턴의 자세를 취하는 것은 콘리 자신에게 오히려 자유와 젊음을 주었다고 한다. 그는 자신이 기술기업의 운영이나 기술적 측면에 대해서는 모르는 것이 많았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왜'라는 질문을 할 수밖에 없었다.



호기심을 유지하고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는 것은 전문가의 함정을 피할 수 있는 비결이다. 그는 자신의 나이와 경험이 많기 때문에 '아는 척'해야 한다는 압박감에서 자유로울 수 있었으며, 묻고 경청하는 동안 자신이 더 젊어졌다고 느꼈단다.

콘리에 따르면 미국의 베이비부머 세대는 '20년'의 격차를 겪고 있다. 부모세대보다 10년 더 오래, 더 건강하게 살게 되었지만 디지털시대의 권력은 10년을 건너뛰어 밀레니얼세대에게 넘어갔다. 세상으로부터 동떨어지고 쓸모없다고 느끼는 기간, 즉 '꼰대'로 취급받는 기간이 20년 추가된 셈이다. 

한국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한국의 베이비부머, 또는 소위 '386세대'가 '꼰대노릇'으로 비판을 받는다. '부장님들, 제발 회식하지 마시라'고 충고하는 부장판사의 글, '완장 찬 꼰대가 된 386세대의 반성'을 촉구하는 논설위원의 칼럼이 큰 반향을 불러일으킨 것은 그 방증이다.



나름대로 열심히 살았고, 그렇게 축적한 경험과 지식이 남부럽지 않으나 시대의 변화 속에 어느새 '꼰대'가 되어버린 분들에게 콘리의 이야기를 전해주고 싶다. 모르는 것은 모른다고 솔직하게 인정하고 배우려는 자세와 질문하는 태도를 유지한다. 젊은 세대에게 보완해 줄 부분이 있다면 가르치려 들지 말고 마치 '상사'를 대하듯 존중하는 태도로 조언한다. '공식적으로는 인턴, 개인적으로는 멘토'가 되려고 노력한다면 누가 '꼰대'라 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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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늙은최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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