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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자료는 교육용으로 쓰기 위해 올리는 자료로 상업적 목적은 없으며 선정된 사설의 정치적 성향은 블로그 운영성향과 무관합니다.



주요신문사설



​[이데일리]

1. 사드 전격 배치, 불가피한 선택이다

주한미군이 어제 새벽 경북 성주골프장에 사드 핵심장비를 전격 반입했다. 발사대와 사격통제 레이더, 요격 미사일 등이 포함됐다. 한·미 군 당국이 사드배치 결정을 공식 발표한 지 9개월여 만이다. 미군 측은 별도 시설공사 없이 핵심장비를 신속하게 배치하는 방법으로 빠른 시일 내에 초기 작전운용 능력을 확보한다는 입장이다. 이르면 내달 중 가동에 들어가 북한 미사일에 대한 요격작전 능력을 수행할 수 있게 된다고 한다.

대통령선거 이후가 될 것이라는 당초 예상과 달리 급작스레 배치작업이 진행된 점은 논란의 여지가 없지 않다. 하지만 갈수록 고조되고 있는 한반도 주변의 군사적 긴장 분위기를 감안할 때 불가피한 조치다. 일단 김일성 생일(15일)과 북한 건군기념일(25일)이 별 탈 없이 지나갔다지만 북한이 6차 핵실험 준비를 끝내고 언제 도발을 저지를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미국이 항공모함과 핵잠수함 전단을 한반도에 집결시키고 중국의 북한 국경지역 관할 부대가 ‘1급 전비 태세’에 들어간 것은 그 때문이다. 우리가 사드 배치를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누가 대통령에 당선되든 사드배치를 되돌릴 수 없도록 하는 부적절한 조치라는 비판도 있는 게 사실이다. 실제로 문재인·안철수 후보 진영은 배치 중단을 요구하는 등 크게 반발했다. 환경영향평가를 실시하지 않았다는 절차적 잘못과 한밤중 기습적인 배치작전으로 주민들의 여론을 더욱 악화시킨 문제점도 없지 않다. 한·미 군 당국의 미숙하고 매끄럽지 못한 일 처리는 비판을 받아도 할 말이 없게 됐다.

하지만 국가의 존망이 걸린 중대 사안이다. 안보를 튼튼히 하는 작업은 촌각을 다툴 수밖에 없다. 대선 전략의 유불리를 따져 정략적으로 접근할 일은 더더욱 아니다. 일촉즉발의 군사적 대립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사드배치를 무작정 미루는 것은 국민의 생명을 보호해야 할 국가의 책임 있는 자세가 아니다.



선거가 끝나고 다시 논의가 시작된다면 언제 배치될 것인지 장담하기 어려워질 수도 있다. 사드 배치는 이제 기정사실이 됐다. 더 이상의 찬반 논란은 무의미하다. 중요한 것은 사드가 온전히 작전운용 능력을 갖추도록 철저를 기하는 일이다.



2. '후보들 못 믿겠다' 늘어나는 부동층

대선이 열흘 남짓 앞으로 다가오면서 판세가 크게 흔들리고 있다. 그중에서도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와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 간 지지도 격차가 벌어지는 현상이 뚜렷하다. 불과 열흘 전만 해도 문 후보를 바짝 추격하며 역전을 노리던 안 후보의 지지율이 최근 며칠 사이 조사에서는 오차범위를 넘어 10%포인트 이상 뒤처진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른바 ‘양강 구도’가 깨지는 듯한 분위기다.

보수·진보세력이 서로 첨예하게 대립하는 우리 현실에서 양쪽 지지층을 모두 붙잡으려는 안 후보 진영의 선거전략이 제대로 먹혀들지 않는 결과다. 오히려 양쪽 진영으로부터 집중적인 네거티브 공세에 시달리는 데다 그동안 몇 차례 TV토론이 이어지면서 안 후보가 대북 안보관에 있어 다소 유보적인 입장을 취한 탓이다. 지금껏 안 후보에 쏠렸던 중도 보수층이 지지 대열에서 서서히 이탈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그만큼 부동층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상대적으로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와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 정의당 심상정 후보의 지지율이 높아진 게 사실이라 하더라도 이탈표의 상당 부분은 분명한 의사표시를 거둔 채 중간지역에서 맴돌고 있는 양상이다. 현재 여러 여론조사 결과 부동층은 20%를 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실제로는 그보다 훨씬 더 많을지도 모른다. 

선거전이 달아오를수록 부동층이 늘어난다는 것은 후보들에 대한 신뢰도가 그만큼 떨어지기 때문이다. 후보들의 흡입력이 지지표를 끌어모으기에 역부족이라는 뜻이다. 특정 후보를 지지한다고 응답하고도 “앞으로 후보를 바꿀 의향이 있다”고 응답한 비율도 자꾸 늘어가는 추세다. TV토론을 통해 검증이 거듭되면서 후보들에 대한 믿음과 실망이 교차하고 있다는 얘기나 마찬가지다.

보수진영 및 ‘비문(非文)’ 후보들 간의 단일화 논의가 진행되고 있지만 단일화가 그렇게 쉽게 이뤄질 수 있는 여건이 아니다. 인위적인 단일화 작업은 도리어 역효과를 초래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그렇다면 앞으로 부동층을 어떻게 공략하느냐 하는 것이 앞으로 남은 기간 동안 후보들에게 주어진 과제다. 무엇보다 진영 논리를 떠나 국가와 국민을 위해 모든 것을 바칠 수 있다는 진정성을 보여주길 바란다.



[서울신문]

3. 훈풍 부는 한국 경제, 경기 호조 이어가려면

우리 경제에 봄기운이 완연하다. 코스피는 어제 6년 만에 2200선을 돌파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3월 무역지수 또한 경제회복의 기운을 실감케 했다. 수출물량지수 잠정치는 151.26을 기록해 지난해 3월보다 4.9%나 올랐다. 한은이 관련 통계를 내기 시작한 1988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체감 경기를 끌어내리며 우리 경제에 큰 걸림돌로 작용해 왔던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이달 들어 101.2를 기록해 전달보다 4.5포인트나 상승, 3년 6개월 만에 가장 높다. 지난달 취업자 수가 46만 6000여명이 늘어난 것도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에 성장률 예상치도 오르고 있다.

경제 관련 지수들이 전반적으로 호조를 보이는 것은 세계적인 경기 호황의 영향이 크다고 할 수 있다. 국제 유가 상승, 달러화 약세 등에 힘입어 미국을 비롯한 주요 선진국들의 경제가 가파른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무엇보다 반도체를 비롯한 전자제품과 석유류 제품, 선박 수주에 이르기까지 산업 전 분야에서 괄목할 성과를 올린 기업들의 노력을 평가하지 않을 수 없다. 올해 우리 상장 기업들의 영업이익은 사상 최초로 100조원을 돌파하리라는 장밋빛 예상이 기대감을 높인다.

현대중공업그룹 조선 3사의 경우 올 들어 4개월 만에 총 39척, 23억 달러 상당의 선박 수주 실적을 기록했다. 2014년 이후 최대의 성과다. 국내 정유업체가 수출한 석유제품 물량은 1억 17만 배럴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6.5%나 증가했다. 이 추세라면 올해 300억 달러 이상을 수출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포스코는 세계 최초의 기가스틸 전용 자동차 강판 공장을 어제 준공해 침체한 세계 철강 시장에 활기를 불어넣을 전망이다. 특히 삼성전자와 LG전자의 미국 시장 장악은 눈여겨볼 만하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세계 최대의 가전회사인 월풀을 끌어내리고 미국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했다. 올 들어서는 LG전자도 월풀을 제치고 2위로 올라섰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서로 경쟁하듯 매년 완전히 새로운 디자인과 기능을 한층 업그레이드시킨 신제품으로 소비자들의 지갑을 열었다.

경기 호조를 이어 나가려면 넘어야 할 과제도 많다. 10여일 앞으로 다가온 대선이 순조롭게 진행돼 국정을 안정시켜야 한다. 정치적 불안정이 시장과 기업에 부담을 주는 일은 빨리 해소돼야 한다. 대선 과정에서 불거진 반기업 정서는 최대한 해소하고 수출과 내수 진작을 위한 정책적인 지원책은 꾸준히 실행돼야 한다. 무엇보다 이제 곧 출범할 새 정부에 대한 기대가 크다. 더 과감한 경제정책을 마련해 저성장에서 벗어나기 위한 길을 모색하기 바란다.



자국 우선주의를 강조하는 미국의 통상 압력을 슬기롭게 극복하는 것도 과제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가능성에도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 정부와 기업, 대선 후보들은 모처럼만에 찾아온 경기 훈풍이 큰 불씨가 될 수 있도록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다.



4. 일자리·복지 재원 제대로 제시 못한 후보들

빅이슈가 없는 19대 대통령 선거에서 그나마 유권자의 눈길을 끄는 것은 각 후보의 일자리와 복지 공약일 것이다. 청년 실업과 양극화 해소가 최대 화두인 시대에 차기 대통령이 풀어야 할 최우선 과제다. 그러나 공약이 소리만 요란할 뿐 내실은 있는 것인지, 특히 공약 이행에 필요한 재정을 확보나 할 수 있는 것인지 의심부터 앞선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는 81만개 일자리 창출을 공약했다. 5년간 들어가는 총 21조원의 재원은 “재정 지출 개혁과 세입 확대를 통해 마련한다”고만 밝히고 있다. 현재 10만~20만원인 기초연금도 30만원으로 인상하고 노인의 70%에게 지급한다는데, 4조 4000억원이 넘는 재원에 대해서는 “예산에 반영한다”고만 돼 있을 뿐이다. 사병 월급도 2020년까지 최저임금의 50%까지 올리는데, 얼마나 드는지 예상액조차 제시하지 않고 있다.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는 5년 한시적인 청년 고용 보장을 실시해 중소기업에 취업한 청년에게 2년간 1200만원을 지급하고 구직 청년에게는 6개월간 180만원을 지급한다고 공약했다. 재원은 “17조원의 일자리 예산을 조정해서 확보한다”고 밝히고 있다. 기초연금은 30만원을 노인 50%에게 지급하는 데 3조 3000억원이 들 것으로 보고 있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는 뉴딜 정책으로 110만개의 일자리를 확보한다는데, 예산액은 물론 재원 조달 계획을 밝히지 않고 있다. 기초연금 인상액은 문 후보와 같고, 사병 월급은 20만원에서 30만원으로 올린다고 공약했다.

후보들이 일자리·복지를 포함한 공약을 실행하는 데 들어가는 돈은 정의당 심상정 후보가 5년간 550조원으로 가장 많다. 나머지는 문 후보 178조원부터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 208조원까지 대략 한 해 40조원이 들어간다. 문제는 증세 70조원을 포함해 구체적인 내역을 밝힌 심 후보 외에는 재원 조달 계획이 명확하지 않다는 데 있다.

대부분의 후보들은 2016년에 더 걷힌 세금 10조원 정도가 5년간 매해 들어올 것으로 셈하고 있다. 거기에 세출을 구조조정해서 생기는 여력을 더해 국민의 부담을 덜겠다는 듯하지만 그것으로는 턱없이 모자란다. 비



과세·감면의 정비는 물론 증세가 불가피하다. 심·유 후보는 증세에 적극적인 반면 표를 의식한 듯 문·안 후보는 모호한 입장이다. 우리는 박근혜 정부 때 장밋빛 ‘공약 가계부’의 실패를 경험했다. 전철을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 국민과 기업이 감당해야 할 몫이 얼마인지 구체적인 내역을 밝히고 판단을 구하는 것이 지도자의 도리다.



[중앙일보]

5. 제대로 된 대선 토론 가능성 보여준 4차 TV 토론

그제 모처럼 제대로 된 대선 TV토론을 봤다. 25일 저녁 중앙일보·JTBC·한국정치학회 주최로 열린 제4차 토론에서 후보들은 그동안 TV토론이 네거티브 공방으로만 메워졌다는 여론의 비판을 의식해선지 정책 토론에 충실하려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 줬다.

우선 주제와 동떨어진 상대방 헐뜯기나 일방적 의혹 제기가 눈에 띄게 줄었다. 대신 양극화와 비정규직, 일자리 창출 등 이날의 주제인 ‘경제’를 놓고 치열한 공방이 이어졌다. 그동안 TV토론이 과거 얘기만 하다 끝난 점을 자진해 사과하고, 앞으로는 미래만 논하겠다는 선언(안철수 후보)이 나온 점도 긍정적이었다.



이날 토론은 2차와 3차 토론에서 채택한 ‘스탠딩 토크’ 방식 대신 후보 5명이 원탁에 마주 앉아 얘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는데 논의의 밀도와 수준이 스탠딩 토론을 압도했다. 토론의 질은 ‘스탠딩’ 같은 형식이 아니라 토론에 임하는 후보들의 의식과 노력에 좌우되는 것임을 보여 준다.

문제점도 없지 않았다. 정책 토론은 활발했지만 구체적인 처방 대신 원론적 해법을 내놓는 선에 그쳤고 나라의 장래에 대한 비전을 설득력 있게 제시하는 후보도 찾기 어려웠다. 문재인 후보는 난처한 질문이 나올 때마다 고압적인 말 자르기와 답변 회피, 감정적 대응으로 비난을 받았다. ‘노무현 640만 달러 수수 의혹’을 재차 거론해 소모적인 말싸움을 유도한 홍준표 후보의 태도도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이날 토론이 모처럼 정책검증의 단초를 마련했지만 아직도 국민의 눈높이를 충족하기엔 부족한 수준임을 보여 준다. 

대선이 2주 앞으로 다가왔는데도 관망층이 줄지 않고 있다. 국민이 후보들의 정책과 능력에 확신을 갖지 못한 방증이다. 앞으로 두 차례 남은 TV토론에서는 복지를 비롯한 사회·경제 현안들이 집중적으로 다뤄질 전망이다. 후보들은 명확하고 구체적인 정책과 비전을 제시해 토론의 질을 한층 끌어올려야 한다. 유권자들은 후보들의 발언 하나 하나를 면밀히 살피면서 위기의 대한민국을 살릴 비전을 갖춘 후보가 누구인지 찾아내는 창구로 TV토론을 활용해야 할 것이다. 



6. 차기 대통령 저출산 극복 '국가 어젠다'로 실행하라

인구 재앙이 쓰나미처럼 몰려오고 있다. 올해 만 15~64세 생산가능인구가 처음으로 줄어든 데 이어 65세 이상 노인이 전체 인구의 14%를 넘는 ‘고령사회’ 진입도 초읽기에 들어갔다. 그런데 아기 울음소리는 잘 들리지 않는다. 어제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올 2월 출생아 수는 3만600명으로 2015년 12월 이후 15개월 연속 감소했다. 올 연간 출생아 수가 36만 명대로 주저앉을 거라는 전망까지 나온다. 2002년 이후 15년 만에 40만 명 선마저 붕괴되는 ‘출산절벽’에 내몰리는 것이다. 

국가로서는 큰 위기다. 전문가들은 그 여파로 올해 국내총생산(GDP)의 0.9%가 자연 증발하는 등 갈수록 성장 잠재력이 떨어질 것으로 우려한다. 반면 복지비용은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나고, 비혼·만혼·청년실업 같은 사회문제는 심화되고 있다. 위기를 극복하려면 '인구 재앙이 곧 국가 재앙'이라는 의식이 뚜렷한 국가 지도자가 절실하다.

하지만 대선주자들을 보면 미덥지가 않다. 주요 후보 5명 모두 아동수당 신설, 육아휴직 확대, 국공립시설 확대 같은 '퍼주기' 공약만 남발한다. 국가 차원의 큰 그림과 구체적인 방안은 찾아보기 힘들다. 덜컥 공약으로 내걸었다가 돈이 없어 난리가 났던 이전 정부의 기초연금·누리과정 공약과 뭐가 다른가. 저출산 문제를 ‘표’로 접근했을 뿐 국가 존망이 걸린 어젠다로 인식하지 않는 탓이다.

이대로라면 누가 대통령이 되든 인구 5000만 명 지키기도 버겁다. 2006년부터 10년간 102조원을 대증요법으로 쏟아붓는 바람에 효과는커녕 16년째 초저출산(1.3명 이하)의 늪에 빠져 있는 게 그 교훈 아닌가. 차기 대통령은 저출산·고령화 문제를 안보 버금가는 '국가 어젠다’로 설정해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일본의 ‘1억 총활약상(장관)’처럼 정부 조직 안에 컨트롤타워를 맡을 인구부총리나 인구부를 신설하는 것도 방안이다. 결혼·출산·보육·교육을 망라한 대통령 프로젝트로 저출산 극복의 구심점을 만들자는 것이다. 다음 TV토론에서 의지를 보여주면 어떤가.



[매일경제]

7. 사상 최고 넘보는 코스피, 기뻐할 수만 없는 이유

코스피가 어제 2200선을 돌파하며 사상 최고치를 넘보고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크게 조정을 받았던 코스피는 꾸준히 상승해 2011년 5월 2일 2228.96까지 올랐지만 그 후 약 6년간 박스권에서 탈피하지 못했는데 최근 흐름이 달라졌다. 세계 경제 회복세에 힘입어 주요 수출 기업들의 실적이 좋아지며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외국인 자금도 꾸준히 유입되고 있어 이번에는 박스권을 벗어날 것이란 기대감이 높다. 북한 핵과 미사일 등 지정학적 리스크까지 해소된다면 이전 최고치를 뚫고 2300선을 넘을 것으로 낙관하는 전문가들도 적지 않다니 반가운 일이다.

그러나 대세 상승을 확신하기에는 복병이 너무 많다. 지수를 밀어올리는 외국인 자금의 투기성이 강해 급격히 빠져나갈 가능성이 높은 탓도 있지만 우리나라 경제와 기업이 상승세를 이어가기에는 취약한 상태에 있다는 점이 더 큰 문제다. 일부 상위 종목이 상승장을 주도하고 있다는 게 그 증거다. 특히 삼성전자 비중이 너무 높아 착시 효과를 일으키고 있다는 사실을 감안해야 한다.



코스피 시가총액에서 삼성전자 비중은 지난 25일 종가 기준으로 20.96%에 달했는데 1년 전에 비해 6%포인트 이상 상승한 것이다. 삼성전자를 뺀 코스피 추정 지수는 1700선으로 뚝 떨어진다. 삼성전자 같은 몇몇 우량 종목을 제외하면 주식시장이 여전히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의미다. 여기에 내수 불황이 이어지고 미국의 보호무역 조치와 차기 정부의 정책 불확실성, 유럽 정치 상황 급변 등 예상치 못한 블랙스완(돌발 악재)까지 터진다면 코스피는 큰 폭의 조정을 받으며 다시 박스권에 갇힐지도 모른다. 

코스피 상승세를 이어가려면 성장률 등 펀더멘털 자체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조선과 철강, 자동차 등 주력 업종의 경쟁력과 내수 경기 회복이 필수적이다. 기업들은 하루빨리 구조조정을 마무리하고 신성장동력을 찾아야 한다. 최근 소비심리가 나아졌다지만 내수 진작을 위한 정책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사상 최고치를 넘보는 코스피에 기뻐만 할 수 없는 이유들이다. 다음달 출범하는 새 정부의 어깨가 무겁다.



8. 법인세율 35→15%로 성장엔진 돌리려는 美, 거꾸로 가는 韓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현재 35%에 이르는 미국 법인세율을 15%로 내리는 파격적인 감세 공약을 실행하기 위한 본격 행보를 시작했다. 대규모 감세와 인프라스트럭처 투자를 앞세운 '트럼프노믹스'의 핵심 정책을 약속한 대로 밀어붙이려는 것이다.



미국 의회 합동조세위원회는 법인세율을 1%포인트 내릴 때마다 10년 동안 연방정부 세수가 대략 1000억달러씩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세율을 20%포인트 떨어트리면 그것 자체로 2조달러 안팎의 세수가 줄어든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그는 재정적자 축소보다는 먼저 법인세 부담을 낮춰 성장의 활력을 높이는 쪽을 선택했다.

물론 이 계획을 관철하려면 의회의 벽을 넘어야 한다. 상·하원 모두 집권당인 공화당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시한 없는 감세법안을 통과시키려면 상원의원 100명 중 60명의 동의가 필요한데 공화당 의석은 52석에 그친다. 또한 재정건전성을 고려해 세율을 20%까지만 낮추자는 공화당 주류를 설득해야 하는 문제도 있다.



그러나 파격적인 감세안이 실현된다면 미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스위스, 헝가리, 아일랜드, 폴란드, 라트비아, 캐나다(8.5~15%)와 더불어 법인세율이 가장 낮은 국가군에 속한다. 높은 세금 부담 때문에 해외에 쌓여 있던 기업 이익의 환류 효과도 기대된다.

OECD 국가 법인세율은 2000년 평균 34%에서 지난해 22.5%로 줄곧 낮아졌다. 우리나라도 노태우정부 때 34%에서 김영삼(28%), 김대중(27%), 노무현(25%), 이명박정부(22%)를 거치면서 계속 세율이 낮아졌다. 하지만 지금은 거꾸로 가고 있다. 주요 정당 대선후보 중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만 빼고 모두 법인세 인상을 주장하고 있다.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와 정의당 심상정 후보는 최고 22%인 법인세 명목세율을 다시 올려야 한다고 주장하며,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와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는 먼저 실효세율을 높인 다음 필요하면 명목세율도 올릴 수 있다는 입장이다. 대부분 이명박정부 이전(25%)으로 세율을 되돌리는 안을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과연 이처럼 세계적인 추세에 역행해 법인세율을 올리고서도 지금 우리에게 무엇보다 절실한 투자와 일자리를 늘릴 수 있다고 보는지 누구도 책임 있는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한국일보]

9. 실체 없는 중국의 대북 유화론을 경계한다

‘4ㆍ25 위기’를 넘기자마자 중국 언론이 “북한에 채찍 대신 당근을 줘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불과 사흘 전 미국의 북핵 시설 타격을 용인하고, 대북 원유공급까지 대폭 축소할 수 있다고 경고한 것과는 너무나 대조적이다. 중국 정부의 속내가 반영됐다면, 애초에 중국의 진의가 무엇이었는지가 혼란스럽다. 당장의 위기만 넘기면 그만이라는 것인지, 중국이 과연 북한 핵위협에 대한 국제사회의 커다란 우려를 제대로 인식하고 있기나 한 것인지 등의 의문이 잇따른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는 “채찍으로는 북한의 핵ㆍ미사일 활동을 막을 수 없으며 국제사회는 당근의 중요성도 알아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제재와 핵활동은 잠정적으로 동결돼야 한다”고 했다. 이는 북한이 ‘4월 도발’을 포기하면 그만한 대가를 줘야 한다는 취지다. 그러나 4월 위기를 넘긴다고, 북한의 도발 위협이 사라졌다고 판단하는 것은 지나치게 안이하다. 북한이 태양절이나 인민군 창건일을 그냥 지나친 것은 비핵화에 대한 의지에서가 아니라 미국 등의 강력한 대북압박에 일시적으로 몸을 사린 것에 가깝다.

북한은 국제적 대북공조가 느슨해질 때를 기다려 핵 도발 카드를 다시 꺼낼 가능성이 여전하다. 중국 언론의 보도는 북한의 이런 의도에 장단을 맞춰 주는 것밖에는 되지 않는다. 설사 북한이 추가 핵실험이나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발사를 동결한다 하더라도 실전배치 직전까지 다다른 고도화된 핵 위협은 여전히 남는다.

중국이 지금까지 대북 제재를 행동에 옮긴 것은 북한산 석탄 수입을 일시 중단한 게 고작이다. 그밖에는 경제ㆍ군사적으로 말 폭탄만 날렸다. 이걸 갖고 할 일 다했다고 하는 건 결국 제재 시늉만 하겠다는 것과 다름없다. 제재의 목적은 최소한 북한을 비핵화 협상 테이블로 끌어들이는 것이다. 북한이 이를 거부한다면 중국 내 북한 노동자를 송환하고, 불법 국경밀무역 단속을 강화하고, 원유공급을 축소하는 등 대북 압박의 고삐를 죄는 게 중국 정부에 주어진 국제적 책무다.

북핵 문제는 도발→협상→보상→파기→도발의 악순환을 30년 가까이 겪었다. 지금 국제사회는 다시 북핵 도발에 따른 시험대에 서 있다. 미래를 또 인질로 잡힐 것인지,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것인지를 선택해야 한다. 다음 기회는 아예 없을지도 모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유엔 안보리 15개 이사국 대사들에게 “수십 년간 (북한 문제에) 눈감아 왔지만 이젠 해결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그러려면 실체 없는 대북 유화론부터 경계해야 한다.



10. 문재인 후보 측의 송민순 압박, 너무 심한 것 아닌가

‘2007년 11월 유엔 북한인권결의안 기권 과정’을 놓고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 측과 진실공방을 벌여온 송민순 전 외교통상부장관의 처지가 곤혹스럽다. 지난해 10월 발간된 송 전 장관의 회고록 내용 중 관련 대목이 5ㆍ9대선 주요 쟁점으로 떠오르면서다. 급기야 그는 문 후보 측으로부터 “용서하지 않겠다” “몇 배로 갚아주겠다” 는 등의 협박성 문자 메시지까지 받았다고 한다.



문 후보 측은 송 전 장관에 대해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 공무상 비밀누설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발한 상태이기도 하다. 송 전 장관이 엊그제 북한대학원대학 총장직을 사퇴한 것은 이런 상황과 무관찮아 보인다.

문 후보 지지자들의 이른바 ‘문자 폭탄’은 새삼스러운 게 아니다. 일각에서 문 후보와 초록동색이라고 보는 정의당 심상정 후보조차 대선후보 2차TV토론 중 문 후보를 비판했다는 이유로 문 후보 지지자들로부터 문자 폭탄 세례를 받았다. 송 전 장관도 그런 문자 폭탄을 피해가지 못했다. 송 전 장관은 문 후보 캠프의 “어느 정도 책임이 있는 사람”이 협박성 문자를 보냈다고 밝혔다. 이에 민주당 선대위 측은 “누가 문자를 보냈는지 송 전 장관이 직접 밝히라”며 역공세를 취하고 나섰지만 그가 없는 얘기를 했다고 보기 어렵다.

송 전 장관에 대한 고발도 지나친 감이 없지 않다. 물론 문 후보는 2007년 11월 청와대 비서실장이던 자신의 주도로 북한에 의견을 물어본 뒤 북한인권결의안 기권 결정을 했다는 송 전 장관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해왔다. 송 전 장관이 2차 남북정상회담 직후인 당시 노무현 정부의 대북정책에서 소외돼 흐름을 잘못 파악했을 수도 있다. 그렇다고 이 문제를 검찰로 끌고 가 풀겠다는 발상은 틀렸다. 패권주의 비난이 괜히 나오는 게 아니다.

송 전 장관은 논란이 된 회고록 <빙하는 움직인다>의 머리말에서 “긴 여정을 거쳐 나는 한반도 문제 해결의 지렛대는 비핵화와 평화체제를 하나로 묶는 것이라는 결론에 다시 도달했다”고 썼다. 그의 회고록에 기본 바탕으로 깔린 이 같은 문제의식은 바로 문 후보 외교안보 노선의 핵심이다.



송 전 장관은 북한 핵 문제 평화적 해결과 한반도 평화정착에 가장 가깝게 다가갔던 ‘9ㆍ19공동성명’ 채택 과정에서 핵심적 역할을 담당했다. 그의 경험은 문 후보가 집권에 성공할 경우 북핵과 남북문제를 풀어가는 데 참고가 될 자산이다. 그런 그를 당장 선거에 불리하다고 마구 몰아붙이는 것은 단견과 속 좁음을 드러내는 것일 뿐이다.





주요신문칼럼



1. [연합뉴스][김은주의 시선] 최초의 여성 개업의 허영숙

"재작년에 동경녀자의학뎐문학교를 졸업하야 조선에 처음으로 녀의(女醫)가 된 허영숙 녀사는 이번에 서대문뎡 일뎡목에 녀의원을 내이고 금일부터 개업을 한다는데 병원 일훔은 영혜의원(英惠醫院)이라 하며 이로써 조선녀자가 의원을 개업하기는 처음이라 하겟더라." ('허영숙 여사 개업' 동아일보 1920. 5. 1.)

1918년 조선총독부가 주관한 의사시험에 여성으로는 처음으로 합격한 허영숙이 1920년 5월1일 서울 서대문정 1정목 9번지, 즉 서대문 1가 9번지에 의원을 열었다. 주로 여성과 아이들을 위해 산부인과, 내과, 소아과 등을 진료했다.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 개업 의원이다. 

허영숙은 국내 의사 면허를 받은 첫 번째 여성이다. 의사시험에 합격한 첫 여성이자 국내 여성 개업의 1호이다. 전공은 산부인과였다. 그러니 여성 산부인과 전문의 1호이기도 하다.



영혜의원은 5년 후인 1925년 5월6일 규모를 확장해 한성의원으로 간판을 바꾸었다. 병원 위치는 그대로인데 이번에는 개성병원 출신의 김기영이라는 의사와 함께 개업했다. 

그러다가 1938년 5월31일 효자동 175번지에 해산전문병원 허영숙산원을 열었다. 신문에는 "허영숙씨(여의) 효자정 175번지에 해산전문병원 산원을 개원"(동아일보 1938. 5. 31.)이라는 광고가 실렸다. 광고를 보면 '조선온돌 산실 완비'라는 문구가 눈에 띈다. 온돌방 입원실이 30실 정도 있었다고 한다. 

당시 잡지 월간 '여성'의 기자로 일하던 시인 노천명은 다음과 같은 탐방 기사를 썼다.

"효자동 가는 전차를 타고 진명고녀 앞에서 내려 들어가노라면 삼분을 채 못 걸어 바로 길가에 유난히 눈에 띄는 아담한 순조선식 큰 건물 하나가 있다. 살림집으로는 지나치게 크고 그렇다고 무슨 공무를 보는 집으로는 맞지 않게 아늑하고 다정한 맛을 주는 여기가 허영숙씨가 새로 개업한 씨의 산원이다… 이 산원의 특징은 조선식 온돌방에서 생활하고 또 이 온돌 따뜻한 방에서 해산을 해온 조선부인들이 병원엘 갑재기 들어가 침대 우에서 느끼던 종래의 불편을 일소하기 위해서 여기는 순조선식의 좋은 점을 살려가지고 우리 부인들에게 맞게 설비한 점이라고 한다…" ('허영숙산원 탐방기' 여성 1938. 12.)

노천명의 기사에 따르면 허영숙은 개업하고 있다가 3년 전에 다시 일본으로 가서 도쿄 적십자산원에서 공부를 하고 1937년 6월에 돌아와 8월부터 이 산원 건축에 들어갔다.



1895년 서울에서 출생한 허영숙은 진명소학교와 관립 경성여자고등보통학교를 거쳐 도쿄여자의학전문학교를 졸업했다. 

1918년 학교 부속병원에서 실습하던 중 각혈로 병원을 찾아온 조선 청년을 만났다. 그가 바로 이광수였다. 이광수가 와세다대학교에 재학하며 소설 '무정'을 발표한 뒤였다. 이광수는 폐결핵으로 생사의 기로에 서 있었는데 허영숙의 극진한 간호로 소생했다고 한다. 

1919년 도쿄 유학생들의 2·8 독립선언서를 작성한 이광수는 이를 전달하기 위해 상하이로 건너갔다. 그곳에서 도산 안창호를 만나 독립운동에 동참하기로 하고 여운형이 조직한 신한청년당에 들어갔다. 또한, 임시정부의 일원으로 활동하면서 기관지 독립신문사의 사장을 맡았다. 그러나 허영숙이 상하이로 찾아와 귀국을 종용하자 1921년 3월 귀국, 허영숙과 결혼했다. 

이광수는 1923년 동아일보에 입사했다. 허영숙은 1925년 학예부장으로 일하던 이광수가 병으로 눕게 되자 대신 원고정리를 해줄 생각으로 신문사에 나갔다가 기자가 됐다. 그해 12월에는 남편으로부터 학예부장 자리를 이어받아 신문 사상 첫 여성부장이 되어 일하다 1927년 3월 퇴사, 의사 본업으로 돌아갔다.

기자 허영숙은 전문분야를 살려 의학상식, 육아, 가정 등에 관한 기사를 썼다. 1926년 3월1일부터 6일까지 6회에 걸쳐 연재한 '가정위생' 시리즈가 대표적이다. '어린아이 울 때 어머니의 주의,' '해산과 위험,' '아이를 못 낳는 부인과 남편' 등의 기사가 실렸다.

첨단을 걷는 신여성으로서 여성문제를 다루는데 있어서도 개방적이고 진보적인 주장을 폈다. 인습을 타파하고 여성의 권익향상과 사회참여를 독려했다. 예컨대 '부인문제의 일면-남자 할 일, 여자 할 일'(1926.1.1), '남자가 여자로=여자가 남자로' (1922.1.2) 같은 기사를 남겼다. 기자가 되기 전에도 수차례 신문에 기고했는데, 성병에 걸린 사람은 법으로 혼인할 수 없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을 담은 기고문 '화류병자의 혼인을 금할 일'(동아일보 1920년 5월10일)은 한동안 논란을 빚기도 했다. 

한국전쟁 당시 이광수가 납북되고 혼자서 세 자녀를 기른 허영숙은 말년에 자녀들이 사는 미국에서 여생을 보내기 위해 1971년 75세의 나이에 미국으로 떠났다. 1975년 5월 춘원 기념비 건립을 추진하기 위해 귀국했다가 폐렴에 당뇨와 동맥경화증까지 겹쳐 그해 9월8일 사망했다. 허영숙은 3년에 걸쳐 이광수의 유고를 정리하고 자료를 수집해 1963년 20권에 달하는 춘원 전집을 완성시키기도 했다.



우리나라 최초의 여의사는 박에스터이다. 본명은 김점동으로 1879년 서울에서 출생했다. 이화학당을 졸업하고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병원인 보구여관에서 선교사이자 의사였던 윌리엄 홀과 로제타 셔우드 홀 부부의 통역과 간호 보조 일을 하다가 이들의 도움으로 1895년 도미, 다음 해 볼티모어 여자의과대학에 입학해 의학을 공부했다.



1900년 의학박사학위를 받고 귀국, 보구여관에서 3년간 진료했으며 1906년 평양 광혜여원(기홀병원)으로 옮겨 일했다. 평안도, 황해도 일대를 순회, 무료진료를 베풀었으며 평양에 맹아학교와 간호학교를 설립하는데 중심 역할을 했다. 그러나 과중한 업무로 인한 폐결핵과 영양실조로 1910년 31세로 사망했다. 

허영숙은 두 번째 여의사이자 최초의 여성 개업의였다. 그러나 정작 의사로서 보다는 이광수의 부인으로 더 알려졌다. 이광수에 가려져 여의사로서의 활약이 충분히 논의되지 못하는 점은 아쉽다.

이후 유영준, 현덕신, 한소제 등의 여의사들이 등장했다. 이들은 개업의가 되기도 하고 의료활동 외에 여성운동, 독립운동에 나서기도 했다.

현재 우리나라 여자의사의 수는 2만명을 훌쩍 넘는다. 2017년 2월 현재 대한의사협회에 신고를 필한 의사는 10만1천618명이다. 이중 여자의사는 2만3천929명으로 23.9%를 차지한다. 박에스터가 의사가 된 1900년에는 이러한 성장은 꿈도 꾸지 못했을 것이다.

여성의 인권이나 여성 건강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희박했던 개화기. 당시 여의사는 단순한 전문직 이상이었다. 현재 당연한 것으로 누리고 있는 생활 조건들이 이들 선각 여성들의 치열한 삶에 힘입었음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2. [여성신문][최연혁의 북유럽 이야기] 북유럽은 어떻게 세계 최고 복지국가가 됐나

힘든 농촌일과 도시의 빈부 격차로 인한 좌절감, 아무리 노력해도 낮은 임금 때문에 제대로 된 자녀교육은커녕 어린 자녀들을 어려운 살림에 보태기 위해 일터로 내몰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 좌절한다.

도시에 가면 성공한다는데 우리 딸아들은 고생만 하고 있는 것 같아 마음이 아프다. 국가 안위가 어려우니 차라리 주권을 포기하고 강대국에 아예 국방권을 맡겨버리는 것이 어떨까? 눈만 뜨면 노동자 파업, 직장폐쇄, 정당끼리는 매일같이 치고 받고 상대정당 책임이라고 싸우는 것에 이제는 지쳤다.

“차라리 이민이나 가버릴까?”

어디서 많이 듣던 소리 같지만 북유럽의 두 나라, 덴마크와 스웨덴의 1940년대까지의 모습이다. 덴마크는 1864년 강대국 독일과 국경분쟁을 벌이다가 당시 국토의 4분의1을 잃었고, 아예 주권을 독일에게 맡기고 하나의 독립주로 될 것을 요청했으나 독일은 이를 거절했다. 현 덴마크 여왕이 직접 증조부 할아버지의 숨은 외교를 털어놔 세상에 알려졌다.



스웨덴은 1930년대 초까지 빈부격차, 노사대립, 진보와 보수정당간 정권 쟁탈로 의회에서 합의를 보지 못하고 1∼2년 주기로 정권이 교체되었다. 노사 분규가 심해 노동손실 일수는 유럽에서 가장 높은 나라 중 하나였기 때문에 경제성장은 상대적으로 낮았다. 1910년대까지 스웨덴 인구의 4분의1인 150만명이 미국 이민길을 택했다. 그만큼 삶이 척박했다는 말이다.

지금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국민, 정치인 청렴성, 정치적 안정과 복지가 가장 잘돼 있는 나라, 양성평등이 가장 잘돼 있고 노동참여율이 세계에서 가장 높고, 대학원까지 무상으로 제공되고, 삶의 환경이 높아 꼭 한번 살아보고 싶은 나라를 선택하라고 할 때 예외없이 세계 10위권 안에 드는 나라가 덴마크와 스웨덴이다.

물론 노르웨이와 핀란드도 예외가 아니다. 불과 70년만에 어떤 일이 벌어진 것일까? 어떻게 해서 두 나라는 가난의 질곡, 대립과 항쟁의 투쟁, 노사 쟁의를 뒤로 하고 세계사에서 보기 드물게 천지개벽을 이뤄낼 수 있었을까?

시작은 쉽지 않았다. 덴마크는 1941년 독일에게 다시 한 번 침략을 당해 주권을 4년동안 내줘야 했다. 스웨덴도 독일 침략을 피하기 위해 철길을 열어줘 독일이 점령한 노르웨이까지 물자와 무기 수송을 도와줬다. 전쟁을 피하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하지만 주권국가로 큰 외교적 굴욕임에는 틀림없다.

덴마크와 스웨덴에서 발견되는 민주주의의 역사적 뿌리는 시민교육운동과 정당사에서 찾을 수 있다. 국민 의식이 낮으면 국가의 운명을 외세에 맡길지 모른다고 시작한 그룬트빅 목사는 시민교육학교를 세계 최초로 1844년에 개설했다. 스웨덴도 1868년 이 학교를 모델로 전국에 시민교육학교운동을 전개했다.



이 학교를 통해 산간벽지까지 교육을 받지 못한 청소년, 성인을 위해 평생교육이 시작됐다. 시민교육운동은 노동운동과 연계돼 정당 설립에 기초가 됐다. 1880년대에 이미 보수당, 농민당, 자유당, 사민당이 뿌리를 내리고 자유무역-보호무역을 둘러싸고 정책 대결을 벌였다. 선거가 정책 대결로 자리 잡을 수 있었던 것도 이런 정당들이 있어 가능했다.

정당들은 국가 실패는 정치인의 책임이라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었다. 그래서 미래 정치인이 될 청년들을 정당에 데려와 교육을 시키기 시작했다. 시민교육운동과 정당들의 청년교육운동은 지금도 전통으로 이어 내려오고 있다.

국가 성패는 경제가 좌우한다는 일념으로 덴마크는 농경지 신경작법의 도입과 농촌특화경제를 통한 수출에 몰입한 것이 1800년대 말이었고, 스웨덴은 제조 산업의 경쟁력을 살리기 위해 정당들이 노사 화합을 이끌어 내는 것을 가장 시급한 문제로 봤다. 1950년대 들어 덴마크와 스웨덴은 유럽에서 가장 모범적인 강소국의 모델로 서서히 거듭났다. 적극적 정치 참여를 통한 국가 재건에 동참한 국민의 민주적 소양과 배려 그리고 창의적 교육은 나라를 빼앗겼던 국가의 생존을 위한 미래전략의 핵심이 됐다.

덴마크의 안보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라는 군사 동맹의 일원으로 참가하는 것으로 해결했고, 스웨덴은 중립국을 표방하며 자주국방을 근간으로 육․해․공군의 첨단국방산업을 가진 국가로 발돋움했다. 지금 미국에서 고등훈련기 사업의 수주를 따기 위해 한국의 T-50과 경쟁하는 업체 중 하나가 스웨덴의 사브사가 있을 정도로 방산기술이 세계적 수준에 올라 있다.

민주주의와 경제성장은 궤를 같이 한다. 경제성장을 통해 일자리가 창출되고 세금을 통해 복지제도를 구축한 북유럽 두 나라는 안정적이며 투명한 민주주의의 발전을 통해 경제성장이 함께 이뤄지고, 책임 있는 경제의 두 주체간 상생의 합의를 통해 노사 평화가 이뤄져야 질 높은 일자리가 창출되고, 정당들의 국민 행복의 비전을 복지와 분배 정책으로 완성한 예다.

우리도 5월 9일 대통령선거를 치른다. 민주주의 발전의 진통을 겪으며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과 한반도 주변의 상황은 하루하루가 불안하다. 하지만 지금 지구 반대편에서 있는 북유럽 두 나라의 근대사를 통해 겪은 아픔은 우리가 번듯한 민주국가, 복지국가로 나아가는 좋은 본보기가 되지 않을까? 



3. [서울신문][한필원의 골목길 통신] 고고학적 현대 건물

서울 도심의 청진동 일대에 최근 지어진 높고 멋진 현대 건물에 들어갔다가 투명한 유리 바닥 아래 고고학 발굴 현장이 그대로 드러나 있는 신기하고 흥미로운 장면과 마주친 분들이 있을 것이다. 그 장면은 초고층 건물이 즐비한 서울이 실은 한 나라의 수도가 된 지 623년이나 된 세계적인 역사 도시임을 새삼 일깨워 주었을 것이다. 역사가 남긴 물체, 곧 유구(遺構)를 내포한 그러한 ‘고고학적 현대 건물’은 아직 우리에게 낯설지만 앞으로 서울뿐 아니라 전국 각지의 역사 도시에서 더욱 자주 만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도시를 개발하느라 땅을 파다가 유구가 나오면 문화재 전문가들이 현장을 조사하고 그 가치를 평가한다. 평가 결과 높은 점수를 받으면 ‘매장문화재법’에 따라 유구를 보존해야 한다. 방법은 현지보존, 이전보존, 기록보존 등 세 가지다. 이 가운데 문화재를 실제로 보존하는 방법은 현지보존뿐이다.



이전보존은 엄밀히 말하면 보존이 아니라 옮겨서 재현하는 것이다. 유구는 대지 위에 구축한 것이기 때문에 옮기는 것 자체가 파괴다. 또한 모든 역사적 장소는 특정한 맥락 속에서 의미를 갖기 때문에 유구의 자리를 옮기면 문화재로서의 진정성이 왜곡되거나 사라진다.

얼마 전까지 현지보존 결정이 내려지면 개발자는 지뢰를 밟은 심정으로 유구를 노려보곤 했다. 유구의 전부 또는 일부를 발굴 전 상태로 복토(覆土)해 보존하거나 외부에 노출해 보존해야 하기 때문이다. 유구를 다시 덮고 그 위에 보호층을 만드는 복토보존을 하면 그 위에 건물을 지을 수 있으나 지하층은 만들 수 없다. 도심의 고층 건물에서 지하층은 대개 1, 2층 다음으로 임대료가 비싸서 그것은 큰 경제적 손실을 의미한다. 유구를 노출해 보존할 경우 새 건물의 공간 활용이 제약받기 쉽다.

그동안 도시 개발자들은 문화재 측면에서 가장 바람직한 현지보존을 가장 난감하게 생각해 왔다. 그런데 더는 그럴 필요가 없다. 그런 생각은 신축 건물의 바닥 면적이 넓을수록 경제적 이득을 많이 보았던 개발시대의 산물이다. 경제 저성장이 이어지고 도시화가 정점에 이른 지금은 이야기가 달라졌다.

이제 짓기만 하면 분양이나 임대가 되는 것이 아니라 공실률을 줄이고 임대료 하락을 막기 위해 인접한 건물과 경쟁해야 하는 시대가 됐다. 새로운 건물의 경쟁력은 어디서 오는가. 거주환경과 매력도다. 거주환경은 친환경 성능 등을 갖추는 건축 기술로, 매력은 좋은 건축 디자인으로 확보된다. 그런데 건축 기술과 디자인의 수준은 점차 상향평준화돼 이 두 측면에서 건물이 차별성을 갖기는 쉽지 않다.



그런데 어떤 건물에 오래된 역사의 흔적인 유구가 들어 있다고 생각해 보자. 그것은 큰 관심거리가 되어 건물에 특별한 매력과 품격을 더해 주고 건물주의 이미지까지 상승시켜 준다. 이러한 매력과 좋은 이미지는 분양가나 임대료 상승으로 이어져 그 건물은 경쟁력을 갖게 된다.

문화유산과 도시 개발을 서로 방해하는 것이 아니라 도움을 주는 것으로 보는 사고의 전환은 세계적인 추세다. 작년 10월 에콰도르의 키토에서 열린 유엔 해비탯3 회의에서는 앞으로 20년간 도시 개발의 방향을 설정한 ‘새로운 도시 의제’를 채택했다. 그중 한 항목은 “지속 가능한 도시 개발을 위해 문화유산을 활용한다”는 것이다. 오는 12월 인도의 델리에서는 이코모스(ICOMOS?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 총회와 함께 학술 심포지엄이 열린다.

심포지엄은 ‘유산과 민주주의’라는 주제 아래 네 개의 소주제로 구성되는데, 첫 번째 소주제가 ‘다양한 공동체의 참여를 통한 유산과 지속 가능한 도시 개발의 통합’이다. 이 소주제에 일백수십 편의 논문 발표가 신청됐다.

필자는 방금 논문 초록 심사를 끝냈는데 전 세계에서 문화유산과 지속 가능한 도시 개발을 통합하려는 다양한 시도들이 진행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그 가운데 하나가 우리나라의 역사 도시에 등장하고 있는 고고학적 현대 건물이라는 경쟁력 있는 새로운 건물 유형이다. 이제 문화유산은 도시 개발의 지뢰가 아니라 지속 가능한 도시 개발을 위해 조상이 준 선물이다.



4. [서울신문][김석동의 한끼 식사 행복] 전통시장 맛집 탐방

시장은 많은 사람들에게 추억의 장소다. 어머니가 장바구니를 들고 가족을 위해 찬거리를 장만하러 가던 곳이며, 설날이나 추석 때면 제수음식이나 명절음식 또는 설빔 등을 마련하기 위해 모처럼 나들이에 나선 가족들로 인해 활기찬 ‘장터’가 벌어지던 곳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제는 백화점, 대형마트, 대형할인점들이 곳곳에 들어서면서 정겨웠던 시장통의 옛 모습은 찾아보기 어려워졌다.



전통시장은 대형상가가 줄 수 없는 색다른 분위기와 즐거움을 선사하기도 한다. 시장 곳곳에 줄지어 자리잡고 맛있는 한 끼 식사를 값싸게 제공하는 가게들이 구수한 냄새와 정겨운 분위기로 손님을 끄는 장면이 바로 그것이다. 작고 개방되어 있는 가게가 대부분이지만, 시장 상인은 물론 수많은 고객이 오가는 곳이라 입소문이 빨라 맛과 명성을 자랑하는 곳들이 많다.

광장시장은 1905년 개설한 우리나라 최초의 상설시장으로, 서울 도심 한가운데인 종로4가와 예지동에 걸쳐 있다. ‘광교’와 ‘장교’ 사이를 복개해서 만들려고 했다 하여 ‘광장시장’이라 불리게 됐다. 포목, 직물, 의류, 침구, 수예, 나전칠기, 주방용품 수입품, 청과 건어물, 정육, 생선, 야채, 제수용품 등 ‘고양이 뿔 빼고는 다 있다’는 전국 최대 규모의 도소매시장이다.

역사와 규모가 있는 만큼 시장통 맛집 또한 즐비하다. 빈대떡, 국수, 김밥, 육회, 순대, 곱창, 족발, 수제비, 만둣국, 오뎅, 떡볶이, 모듬전, 비빔밥, 보리밥, 닭튀김, 생선회, 매운탕, 토스트 등등 100여개의 식당이 밀집해 있는 세계에서 보기 드문 식당가다. 그래서인지 외국인들도 많이 눈에 띈다.

즉석에서 맷돌에 녹두를 갈아 부쳐 주는 빈대떡집이 곳곳에 있어 길모퉁이 작은 테이블에서 막걸리 한 잔과 빈대떡을 즐기는 손님들이 끊이지 않는다. ‘순희네 빈대떡’집은 ‘배트맨’, ‘가위손’의 팀 버턴 감독이 극찬했던 곳이다. 바삭한 식감에 고소한 맛을 자랑해서 항상 붐비고 포장 손님도 줄 선다. 칼국수, 콩국수, 잔치국수, 열무국수 등 국숫집들도 즐비하게 포진하고 있다. 시원한 멸치국물에 즉석에서 면을 썰어 칼국수를 끓여내는 ‘강원도 손칼국수’는 2대째 이어온 집으로, 빈자리를 기다려야 하며 단골손님도 많다.

김밥집은 바쁜 상인이나 손님들로 붐빈다. ‘마약김밥’집은 손님들이 끊이지 않고 줄을 서는 진풍경을 보여준다. 단무지와 당근 등만 넣고 깨를 뿌린 꼬마김밥은 겨자소스에 찍어 먹는데, 중독성이 있다. ‘마약’은 먹을수록 또 먹고 싶어진다 하여 손님들이 붙여준 이름이다. 육회골목에는 이름난 육회집이 여러 곳 있다. 소고기 육회와 육회비빔밥으로 유명한 ‘자매집’은 줄이 길어 은행처럼 번호표를 뽑고 기다려야 한다.

광장시장 외에도 전통시장의 맛집은 헤아릴 수 없이 많다. 우리 삶의 옛 모습을 느낄 수 있는 정겨운 전통시장에서 장도 보고 시장통 맛집에서 한 끼를 해결하는 즐거움은 결코 작지만은 않을 것이다.



5. [조선일보][만물상] '가장 위대한 순간'

영국인들이 "가장 위대한 순간(finest hour)"이라고 말하는 역사가 있다. 1940년 9월부터 이듬해 5월까지 독일군 공습으로 영국 도시 곳곳이 불바다가 됐을 때다. 런던에서만 3만명이 죽고 5만명이 부상당했다. 런던 시민 6분의 1인 140만명이 집을 잃었다. 처참했다. 그런데 영국인들은 왜 반대로 말할까.



​폴 콜리어 등이 쓴 '제2차 세계대전'은 런던 대공습에 대한 서술을 18세 영국 청년이 당시 쓴 일기로 대신한다. 청년은 거리에 쌓여가는 시신을 보면서 이렇게 썼다. '나치가 저지른 이 끔찍한 범죄 현장보다 훨씬 높은 저곳엔 뜨겁게 빛나는 무언가가 있었다. 시련을 이겨내고자 하는 영국 국민의 의지다. 이 정신으로 우리는 결국 이길 것이다.' 이 청년은 군에 자원해 전쟁터로 갔다.



프랑스가 굴복하고 미국은 외면할 때였다. 영국에 승산은 희미했다. 대공습이 시작된 뒤 11주 동안 런던에 폭탄 비가 내리지 않은 날은 하루에 불과했다. 나치가 노린 건 영국인들 마음의 구멍이었다. 공포에 질린 시민이 정부에 항복하라며 폭동을 일으키길 기대했다. 프랑스에선 그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 그러나 독일은 영국을 잘못 알았다. "(내가 여러분께 줄 수 있는 것은) 피와 노고와 눈물과 땀밖에 없습니다." 처칠 총리의 호소에 국민은 "런던은 견딜 수 있다(London can take it)"고 답했다.

그제 서울 일대에 비행기 굉음이 울렸다. "북한 전투기 아니냐?" "전쟁 난 거 아니냐?"는 전화가 경찰, 구청, 국방부에 수백 통 걸려 왔다고 한다. 주말 에어쇼를 준비하는 비행팀의 훈련을 오해해 일어난 소동이었다. 그러자 주최 측이 향후 훈련 일정을 모두 취소했다. 북한이 핵실험을 하고 서울을 불바다로 만들겠다고 해도 무덤덤한 시민들이 비행기 몇 대에 놀란 이유는 무엇일까. '위기 불감증'과 '전쟁 공포증'은 동전의 양면인가.

영국인들이 런던 대공습을 '가장 위대한 순간'이라고 부르는 건 살육과 파괴, 비참과 공포를 이겨낸 공동체의 정신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영국인들은 이를 '블리츠 정신(Blitz spirit)'이라고 한다. 독일이 프랑스를 휩쓴 작전 '전격전(Blitzkrieg)'에서 따왔다. 물론 일부 런던 시민은 동요했다. 정부를 원망하고 굴욕적 타협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약탈도 있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영국인은 자존심을 잃지 않고 공포 앞에서 질서를 지켰다. 우리에게도 분명 그런 의지가 있다. 필요한 건 리더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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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늙은최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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