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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자료는 교육용으로 쓰기 위해 올리는 자료로 상업적 목적은 없으며 선정된 사설의 정치적 성향은 블로그 운영성향과 무관합니다.
주요신문사설
[이데일리]
1. '찾아가는 대통령' 치밀한 계획 필요하다
문재인 대통령이 노후 석탄화력발전소에 대한 가동중단 및 폐쇄를 지시했다. 미세먼지 감축 대책의 일환으로, 30년 이상 된 발전소 10기가 대상이라고 한다. 미세먼지가 국민들의 일상생활을 수시로 위협하고 있다는 점에서 일단 환영할 만하다. 특히 가동중단 대상에 오른 노후 석탄발전소들이 미세먼지 배출 주범으로 지목받아 왔다는 점에서 또 하나의 ‘적폐’가 청산되는 셈이다.
문 대통령의 이러한 지시가 현장 방문을 통해 이뤄졌다는 자체가 돋보인다. 스승의 날인 어제 서울 은정초등학교를 방문한 자리에서 고농도 미세먼지 발생 시 대처방법 교육을 참관한 뒤 이같은 내용을 밝혔다고 한다. 취임 사흘째인 지난 12일 인천공항공사를 찾아 ‘비정규직 제로’ 시대를 열겠다고 약속한 데 이은 2번째 현장 정책이다. 이른바 ‘찾아가는 대통령’ 시리즈다.
노후 화력발전소의 가동을 차례로 중단하더라도 전력 수급에 심각한 차질이 빚어지지 않을 것이라니, 무엇보다 다행이다. 요금 인상 요인도 크게 발생하지 않는다고 한다. 정부가 이들 노후 발전소를 문 대통령의 임기 안에 모두 폐쇄키로 방침을 세운 배경이다. 다만 발전소 폐쇄에 따른 혼란을 최소화한다는 취지에서 올해는 내달 한 달간 일시적으로 가동을 중단하며, 내년부터는 그 기간을 늘려나간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조치로 인해 신규 발전소에 대해서도 사회적 거부감이 확산될 가능성이 작지 않다는 점이다. 가뜩이나 새로 건설되는 화력·원자력발전소에 대한 지역 주민들의 반발이 이어지는 상황이다. 장기적인 전력수급 차원에서 정부의 대책이 필요하다. 이와 함께 중국발 미세먼지에 대해서도 적극적인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 미세먼지에 있어서는 중국발 미세먼지가 더 심각한 적폐이기 때문이다.
또 다른 걱정은 이러한 현장 지시가 자칫 ‘보여주는 정책’으로 그치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역대 정부 때마다 익히 경험했던 일이다. 전임 대통령들이 임기 초반 ‘전봇대’나 ‘손톱 밑 가시’를 뽑는다며 가시적인 정책으로 박수를 받았으면서도 중반에 들어서면서부터 거의 정책 실패를 반복하곤 했다. 치밀한 계획보다는 우선 밀어붙이고 보자는 과욕의 귀결이었다. 이런 잘못만큼은 피해가야 한다.
[중앙일보]
2. 특사 외교 시동…안보 위기 해결의 마중물 돼야
문재인 대통령이 미국에 홍석현 전 중앙일보·JTBC 회장, 중국에 이해찬 전 총리, 일본에 문희상 전 국회부의장, 러시아에 송영길 의원, 그리고 유럽연합(EU)과 독일에 조윤제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를 각각 특사로 파견하기로 내정했다. 특사 외교는 한반도 위기의 적극적인 해결 노력이라는 점에서 환영할 일이다. 특사들은 식견과 네트워크를 갖춘 비중 있는 인물로서 충분한 외교적 인격도 갖췄다.
문 대통령은 이미 지난주 이들 주요국 정상과 전화 통화를 하고 북핵 문제 등 핵심 사안과 관련한 외교 비전과 정책 방향을 설명했다. 이번에 그 후속조치로 특사를 보내 북핵 해결 의지와 구상을 관련국 국정 최고책임자들에게 직접 알리는 적극적인 노력에 나선 것이다. 문 대통령이 특사 외교에 시동을 건 것은 한반도 위기 해결에서 한국의 역할을 강화해 주도권을 행사하겠다는 의미로 보인다. 특히 4강은 물론 EU·독일에까지 특사를 파견하는 것은 다원·전방위 외교를 예고하는 대목이다.
현재 한반도의 안보 사정은 엄중하다. 중국에서 일대일로(一帶一路) 국제포럼이 개막되고 한국에선 남북대화를 손짓하는 문 대통령의 취임 나흘째였던 지난 13일 북한은 보란 듯이 중거리 미사일을 발사했다. 북한이 개발 중인 핵무기와 미사일은 이미 단순한 위협용이나 협상용 단계를 넘어 우리를 겨냥한 현실적이고 급박한 위협이 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의 태도를 변화시키고 대화의 장으로 불러내려면 주변국과의 튼튼한 공조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제재와 압박이든 대화와 협력이든 국제 공조는 북핵 해결을 위한 핵심적 수단이다. 현재로선 그 외의 다른 현실적 방도를 찾기 어렵다. 따라서 대북 조치의 손발을 맞추기 위해서도 특사 외교를 통해 관련국들과 소통과 네트워크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로 발생한 중국과의 갈등, 위안부 문제를 둘러싼 일본과의 불협화음 등 당면 외교 현안의 해법을 마련할 전환점이기도 하다. 문 대통령의 특사 외교가 한반도 위기 완화의 마중물이 되기를 기대한다.
3. 경로당 위기에 빠진 보수·중도 정치의 살길
5년 전 대선에서 패한 문재인 대통령은 『1219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라는 책을 집필해 선거 패인을 분석하고 정권교체 의지를 가다듬었다. 선거 전에 조국 민정수석이 저술한 『진보 집권 플랜』이 민주당 진영의 참고서 역할을 했으며 문재인의 정예 정책그룹 '심천회'도 그 무렵 결성됐다. 어둠이 가장 짙을 때 미래 집권의 방향과 전략, 철학과 정책 준비에 착수해 진보 정치가 9년 만에 정권을 탈환할 기반을 마련한 것이다.
지금 한국의 보수·중도 정치 세력은 완패의 충격에서 헤어나지 못한 채 우왕좌왕, 가치 부재의 혼란에 빠져 있다. 자유한국당·국민의당·바른정당이 오늘 일제히 의원총회·연찬회 등을 열어 대선 패배 후 당의 진로를 논의한다고 하니 '문재인식 준비'를 주문하지 않을 수 없다. 보수 정치의 가장 큰 위기는 '박근혜 문제'를 시원하게 정리하지 못하고 친박의 늪에서 허우적대고 있는 것이다.
박근혜 사태는 엄밀히 말해 보수·진보의 문제라기보다 봉건·궁궐적 행태와 근대·합리적 정치 태도 간의 대결이었다. 자유한국당이 박 전 대통령과 친박 주변을 맴도는 한 더 칙칙한 수구 이미지의 폐쇄회로에 갇히게 될 것이다. 대선에서 한국당이 17개 시·도 중 14곳에서 무너지고, 60대 이상을 제외한 모든 연령대에서 참패해 'TK 경로당'이란 조롱을 받게 된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한국당은 친박 잔재를 깨끗이 청산해 보수의 새로운 미래를 논의할 전제조건을 마련해야 한다.
바른정당은 6.8%의 득표율을 얻는 데 그쳤지만 유승민 후보가 추구한 '안보는 보수, 경제는 개혁'이라는 가치 정치가 젊은 유권자의 마음을 흔들었다. 이 가치와 비전을 꾸준히 다듬어 가면 보수의 재탄생을 기대할 수 있을지 모른다. 국민의당 역시 21.4%의 득표율을 과소평가해선 안 된다.
극단적인 양당 정치 풍토에서 중도와 통합의 시대를 열어 갈 제3의 길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보수·중도층의 야당들은 공급자 관점의 이합집산 정치 유혹에서 벗어나야 한다. 미래 가치에 기반한 진심 어린 정치만이 등 돌린 유권자의 관심을 끌 수 있을 것이다.
4. 검찰 간부끼리 웬 돈봉투…진상조사 필요하다
어제 폭로된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과 안태근 법무부 검찰국장의 저녁 술자리는 여러모로 의문을 자아낸다. 두 사람은 '최순실 국정 농단' 수사가 마무리된 시기에 부하 직원들을 대동하고 술을 마시며 ‘금일봉’이란 명목의 돈 봉투까지 돌렸다고 한다. 이 지검장은 최순실 사건을 지휘한 검찰 특별수사본부(특수본) 본부장이었고, 안 검찰국장은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과 자주 통화한 사실이 있던 인물이다. 정황을 볼 때 서로 격려하고 회포를 푸는 자리였던 점은 능히 짐작된다. 무엇이 계기가 됐는지 진상조사가 불가피한 이유다.
우선, 회동 시점이 의심스럽다. 이들의 회동은 지난달 21일로, 특수본이 박근혜 전 대통령과 우 전 수석 등을 각각 구속과 불구속으로 기소한 지 나흘 뒤였다. 특수본에 참여한 핵심 간부와 검찰국 간부들도 배석했다. 술잔이 돌았다는 얘기는 수사 성과를 긍정적으로 보고 자축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우 전 수석에 대한 봐주기 수사 논란과 비판이 거세던 여론을 뻔히 알면서 왜 그런 모임을 가졌는지 배경이 궁금하다.
서울중앙지검장과 법무부 검찰국장은 검찰 조직에서 이른바 ‘빅2’로 불리는 최대 실세다. 안 국장은 우 전 수석이 수사 대상이 된 지난해 7∼10월 그와 1000회 이상 통화한 것으로 조사됐다. '우병우 라인'으로 알려진 안 검찰국장은 우 전 수석을 위해 수사 무마를 시도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사 왔다.
금일봉의 성격과 출처도 규명해야 한다. 안 국장은 수사팀 간부들에게 봉투에는 50만∼100만원 정도가 든 '수사비'를, 이 지검장은 검찰국 간부들에게 ‘격려금’을 서로 건넸다. 설령 수사비라고 해도 공금을 쌈짓돈 쓰듯 멋대로 사용해도 되는지 따져 볼 일이다. 이 지검장이 개인 돈을 썼을 리는 만무하다. 한 식구와 마찬가지인 검찰과 법무부가 수사를 마쳤다고 서로 돈을 주고받는 일은 극히 이례적이라고 한다. 김영란법 위반 소지도 있다.
검찰은 격변의 시기를 맞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사에 검찰을 겨냥해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하지 못하도록 하겠다”며 적폐 청산을 선언했고, 조국 신임 민정수석은 ‘정윤회 문건 파동’의 재조사를 공언했다. 여기에 고위 공직자의 비리에 대한 수사와 기소를 전담하는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 수사권을 경찰에 넘기는 검경 수사권 조정이 추진될 조짐이어서 검찰 내부는 뒤숭숭하다.
이런 가운데 검찰과 법무부 간부의 부적절한 회동 사실이 외부로 흘러나오면서 검찰 내부의 권력투쟁설까지 불거지는 등 예사롭지 않다. 이 지검장은 노무현 정부 시절 청와대 사정비서관을 지낸 점을 들어 일부에서 차기 검찰총장 후보로 거론돼 왔다.
혼란이 오래가는 것은 국민에게도, 검찰에게도 바람직하지 않다. 김수남 검찰총장은 "정의가 지나치면 잔인하다"는 뼈 있는 말을 남기고 떠남으로써 각종 의혹 조사를 지휘할 수뇌부 공백 상태가 됐다. 문재인 정부는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을 서둘러 임명해 혼란을 정리할 필요가 있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듯 검찰 인사가 개혁의 출발점이다.
[서울신문]
5. 이낙연 총리 인사청문, 정치대립 경계해야
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의 인사청문회 일정이 잡혔다. 정세균 국회의장과 4당 원내대표들은 어제 국회의장실에서 회동을 갖고 이 후보자의 인사청문회를 오는 24∼25일 실시하기로 합의했다. 26일 청문보고서 채택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이 후보자의 인사청문요청서가 국회에 제출된 것은 지난 12일이다. 불과 나흘 만에 인사청문회 일정이 잡힌 것은 과거 사례에 비춰 빠르다고 볼 수 있다. 그만큼 여야 공히 총리 후보자의 국회 통과가 시급하다는 공감대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인사청문회는 고위공직후보자의 도덕성과 자질을 따지는 자리이다. 하지만 그동안 진행된 인사청문회를 보면 본질적인 측면보다는 여야의 정파적 대결의 장으로 변질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본격적인 인사청문회가 열리기 전 여야가 인사청문회 구성을 놓고 기싸움을 벌이면서 시간을 허비한 경우도 다 그런 이유였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런 불필요한 신경전 없이 인사청문회 의사일정과 청문위원이 확정됐다. 안보·경제 위기 속에 출범한 새 정부의 첫 총리 후보자의 국회 인준이 그 어느 때보다 빨리 처리돼야 한다는 데 여야가 이견이 없었다는 얘기다.
이 후보자는 4선 국회의원, 전남지사를 지내는 동안 당파성을 띠지 않아 온건하면서도 합리적이라는 평을 듣는다. 전남 영광 출신으로 탕평인사, 화합인사로 기용됐다는 점도 야당이 드러내놓고 반발할 수 없는 배경이다. 그렇다 해도 야당이 ‘봐주기 청문회’로 허술하게 임할 것으로 보면 오산이다. 특히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으로서는 정권 길들이기 차원에서, 혹은 야당의 존재감을 과시하기 위해서라도 예상외로 강도 높은 ‘송곳 검증’에 들어갈 수 있다. 이 후보자가 이번 청문회는 “정치 청문회가 될 것 같다”고 말한 것도 그런 맥락이다.
지금 우리나라는 비상상황이다. 최순실 국정농단사건이 터진 이후 탄핵 정국, 대선 정국으로 숨 가쁘게 이어지면서 국정운영시스템은 거의 마비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하루 빨리 국정운영시스템을 복원시켜 정부가 제 역할을 하도록 해야 한다. 총리의 국회 인준이 그 출발점이 돼야 한다. 총리가 장관 임명제청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해 새 정부의 내각 인선이 마무리된 뒤 대통령을 보좌해 행정부의 컨트롤 타워 역할을 맡아야 한다.
하지만 이런 이유로 이 후보자의 검증을 허술히 해서는 안 된다. 향후 공직사회로부터 신뢰받는 총리가 되기 위해서라도 엄격한 검증이 필요하다. 만에 하나 검증 과정에서 총리직을 수행하지 못할 정도의 결격 사유가 드러난다면 국회는 마땅히 대통령의 인사권에 제동을 걸 수밖에 없다. 그렇지 않다면 정파적 이유로 이 후보자의 인준에 딴지를 거는 구태 정치와는 결별해야 한다. 인사청문회가 본래 취지와 다르게 향후 국정 운영과 인사에 차질을 주는 정치 대립의 장으로 변질돼서는 안 된다.
6. 검찰개혁 당위성 보여준 검찰 간부들의 '술판'
김수남 검찰총장이 어제 임기 2년을 7개월이나 남긴 시점에서 물러났다. 1988년 검찰총장 임기제를 도입한 이후 6명만 임기를 채웠을 뿐 13명이 중도 하차했다. 그만큼 검찰은 정권과 맞물려 흔들렸다는 사실을 뒷받침하고 있다. 특히 국정 농단 수사를 맡았던 박영수 특검을 비롯해 지금껏 13차례 특검은 검찰 수사의 불신과 직결되는 대목이다. 오죽하면 문재인 정부 출범과 함께 검찰을 정권의 칼로 쓰지 않겠다는 원칙을 밝히고 나섰겠는가. 국민은 정권과 관련된 사건에 대한 검찰의 처리 결과를 잘 알고 있다.
김 총장은 이임식에서 검찰개혁이 국민에게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추진돼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국민을 위한 검찰개혁을 당부했다. 전적으로 맞는 말이다. 하지만 검찰은 자체적으로 여러 차례 개혁을 추진할 기회를 가졌었음에도 번번이 실패했다. 원칙을 지키되 절제된 자세로 검찰권을 행사하고, 구성원 모두가 청렴을 실천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지키지 못했다. 원칙, 절제, 청렴이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요체라고 밝힌 김 총장의 자세는 떠나는 마당에 적절하지 않다. 재직 중에 스스로 반드시 실행에 옮겼어야 할 핵심 업무였기 때문이다.
검찰은 국정 농단 수사를 마무리한 수사팀과 법무부 고위 간부들이 회식하면서 폭탄주를 돌리고 돈봉투까지 주고받는 황당한 일에 휩싸였다. 회식에는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 등 국정농단 수사팀 6명과 안태근 검찰국장 등 법무부 간부 3명이 동석했다. 50만원에서 100만원이 든 금일봉 봉투까지 오갔다고 한다.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에 대한 부실 수사에 대한 비판 여론이 비등하던 와중에서다. 안 국장은 박영수 특검의 조사 결과, 우 전 수석과 지난해 8월 이후 1000여 차례 이상 통화한 장본인이다. 검찰은 안 국장이 조사 대상이 아니었다고 주장하지만 자숙했어야 마땅했다. 검찰의 민낯이 아닐 수 없다.
서울중앙지검장 등의 ‘술판’도 큰 사건 뒤 으레 있는 격려 자리라고 해명하고 있지만 쉽게 납득할 수 없다. 진상규명이 필요하다. 검찰개혁이 거스를 수 없는 당면 과제인 이유이기도 하다. 문재인 대통령은 일찍이 국정 농단에 대한 재수사를 언급했다. 조국 민정수석도 “검찰개혁은 검찰의 독립을 보장해 주는 것”이라면서 “내년 6월 지방선거 전까지”라고 못 박은 상태다. 검찰이 사회의 소금이 되기 위해서는 현재 검찰 그대로 갈 수 없다.
[조선일보]
7. 뉴욕 겨냥 北 ICBM 코앞, 文 국민 어떻게 지킬 건가
북한이 14일 고도 2000㎞ 넘게 쏘아 올리는 데 성공한 중장거리 탄도미사일(IRBM)은 김정은 정권의 대량살상무기 기술이 빠르게 진화하고 있음을 또 한 번 보여주었다. 500㎏의 핵탄두를 탑재하고 5000㎞를 날아갈 수 있다. 전문가들은 이 미사일 엔진 3개를 묶어 추진력을 늘리고, 3단 분리 시스템을 갖추면 미국 본토를 공격할 수 있는ICBM(대륙간탄도미사일)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발사 성공에 고무된 김정은은 "미 본토와 태평양 작전지대가 우리의 타격권 안에 들어 있다"고 했다.
북 미사일은 아직 대기권 재진입 기술이 부족하다고 한다. 그러나 기술이란 언젠가는 획득되는 것이다. 특히 북한처럼 국가의 모든 능력을 한곳에만 쏟아부으면 그 시간은 단축될 수밖에 없다. 북이 뉴욕까지 날아갈 핵무기 탑재 ICBM을 개발하는 사태는 문재인 대통령 임기 중에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한반도 정세는 그야말로 지각변동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
북 미사일이 1만㎞ 날아가면 LA를 포함한 미 서부를 겨냥할 수 있다. 1만3000㎞면 워싱턴 DC와 뉴욕을 포함한 미 동부지역에 도달한다. 이렇게 되면 미국이 과연 '서울을 지키기 위해 LA나 뉴욕을 희생할 수 있느냐'는 근본적인 질문이 현실적으로 제기될 수밖에 없다. 북이 뉴욕을 때리겠다면서 한반도에서 물러서라고 할 경우 미국이 위험부담을 지면서까지 우리 편에 서겠느냐는 의문이다.
사실 이것은 의문이라고 할 수도 없다. 아무리 동맹국이라고 해도 그런 위험을 지면서 다른 나라를 지켜주겠다는 것은 '말'로는 가능할지 몰라도 현실에서는 있을 수 없다. 당장 미국 국민과 의회가 북한에 양보하라고 나설 것이다. 미국은 우리나라에 핵우산 제공을 약속하고 있다. 북이 뉴욕을 때릴 핵미사일을 갖게 되면 핵우산은 '문서'로만 남게 된다. 그 실현성을 보장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
문서를 믿는다는 것은 어리석음에 앞서 안보를 포기하는 것과 다를 게 없다. 북이 ICBM에 다가서면 여러 가지 도전들이 닥쳐올 것이다. 미국이 선제공격을 실제 감행할 수 있다. 그게 아니면 미·북 평화협정이 체결되면서 주한미군 철수와 한·미동맹 종료로 이어질 수도 있다.
이 모든 사태가 문 대통령 임기 중에 벌어질 가능성이 결코 낮지 않다. 문 대통령은 나라와 국민을 지킬 방안을 갖고 있는가. 우리 사회 일각에서는 독자적인 핵무장이 불가피하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미국의 전술핵무기를 반입해 한·미가 공동 운영하자는 견해도 제기되고 있다. NATO는 미국과 '핵공유(nuclear sharing)' 협정을 맺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이런 방안을 다 거부하는 입장이다. 대통령이 되고 북이 IRBM까지 손에 넣은 지금도 그런가. 이제 '남북대화로 문제를 푼다'는 등의 환상은 어디에도 통하지 않는다. 김정은에게 문재인 정부는 안중에 없을 것이며 그저 '달러 박스' 정도로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현실적인 '문재인 안보 전략'이 나와 국민을 안심케 하고 단결시키기를 바랄 뿐이다.
8. '미세 먼지 줄이기' 국민 부담 는다는 것부터 알려야
문재인 대통령은 15일 미세 먼지 응급 대책으로 30년 이상 된 노후 석탄화력발전소 10기 가운데 8기에 대해 6월 한 달간 일시 가동을 중단시키라고 지시했다. 내년부터는 전력 비수기인 3~6월 4개월간 노후 화력발전소 가동을 중단시킨다. 문 대통령은 건설 중인 석탄발전소 가운데 공정률 10% 미만 9기는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는 공약도 내놨었다.
석탄발전소의 미세 먼지 오염 비중은 14%다. 봄철에 한해 노후 발전소를 가동 중단시키면 오염 비중을 1~2%포인트 정도 낮출 수 있을 것이다. 미세 먼지를 줄인다고 할 정도는 아니지만 정부가 해결 의지를 표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문제는 전기 요금이나 전력 수급 측면에서 감수해야 할 부작용들이다. 세상에 공짜로 되는 일은 없다. 그런 방법이 있으면 역대 정부가 벌써 했을 것이다. 문 대통령은 후보 시절 노후 원전은 수명 연장을 하지 않거나 폐지시키고, 신규 원전은 더 이상 짓지 않겠다고 했다. 총건설비 8조6000억원 가운데 이미 1조4000억원이 투입된 신고리 원전 5·6호기도 건설 중단으로 갈지 초미의 관심사다.
국내 전력 생산 가운데 석탄발전 비중이 39%, 원전은 30%다. 석탄과 원자력을 동시에 억제할 경우 전력 생산 단가가 비싼 LNG 발전 의존도를 늘려야 한다. 문 대통령 진영 관계자는 지난달 토론회에서 "2030년까지 전기 요금이 20~30% 인상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우리는 전기 요금을 워낙 싸게 묶어놓아 가열·건조 등 열(熱)에너지까지 고급 에너지인 전기를 쓰는 곳이 적지 않다. 왜곡된 에너지 소비를 정상화시키기 위해 일정 수준 요금 인상이 필요하지만 그럴 경우 기업과 가계에 부담으로 돌아간다. 경유차 억제 문제도 서민들 부담 증가라는 문제에 부닥칠 것이다.
선거운동 과정에선 국민에게 듣기 좋은 얘기 위주로 해도 어느 정도 이해가 됐다. 집권 후엔 국정 전체를 보는 시각에서 면밀한 로드맵을 갖고 정책을 발표해야 한다. 보여주기는 이 정도로 됐다. 이제 진짜 정책이 나와야 한다. 정부는 공기를 깨끗하게 만들기 위해선 국민이 부담해야 할 고통도 있다는 것부터 알려야 한다.
[동아일보]
9. 여권, 野때 반대한 규제프리존법 푸는 게 협치다
전병헌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이 어제 정세균 국회의장과 국회 5당 지도부를 예방하고 “국회와 정부, 청와대 간 커뮤니케이션과 네트워크, 소통의 센터 역할을 열심히 한번 해보고자 한다”며 “모든 정당과 대화의 채널을 열어 놓겠다”고 말했다. 국회와 청와대의 가교인 정무수석으로서 하는 당연한 말인데도 가슴에 와 닿는 것은 박근혜 정부가 국민과의 소통뿐 아니라 국회와의 커뮤니케이션에서도 불통이라는 소리를 들었기 때문일 것이다.
박근혜 청와대의 정무수석은 현기환 김재원 의원 같은 친박(친박근혜) 핵심 의원이 맡아 야당과의 소통이 부족했고, 여당이던 새누리당 지도부와도 불협화음을 일으켰다. 친문(친문재인)계가 아닌 전 수석은 김대중 정부에서 국정상황실장을 맡아 어떻게 청와대가 돌아가는지를 알고 민주당에서도 원내대표와 정책위의장을 역임했다. 여소야대인 5당 체제에서 국회와의 협력, 특히 야당과의 소통이 중요한 상황에서 전 수석의 역할에 대한 기대가 그만큼 크다.
전 수석이 민주당 원내대표 시절 같은 당에서 정책위의장을 맡았던 장병완 국민의당 의원은 “문 대통령이 대선 때 규제프리존법에 약간 문제가 있다고 했는데, 과거 입장에 얽매이지 말고 법안 통과에 뜻을 모았으면 한다”며 문 대통령에게 전해 달라고 당부했다. 야당 시절 반대한 법안이지만 이젠 국민을 바라보고 일자리 창출을 위해 합심하자는 제언이다.
장 의원 지적대로 이런 문제부터 청와대가 나서서 하나하나 풀어나가야 국민의 마음을 얻을 수 있고 진정한 협치도 이룰 수 있다. 정무수석은 대통령 의중을 일방적으로 국회에 전달하려고만 하지 말고 국민과 국회의 의견을 들어 대통령에게 전달하는 쌍방향 소통에 힘써야 하는 자리다.
여당 의석이 120석에 불과한 문재인 정부는 야당의 협조 없이는 개혁을 추진하기 힘들고, 정국도 안정시킬 수 없다. 정우택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어제 “대통령의 국정지시 1호사항 등을 얘기할 때 먼저 소통을 해 달라”고 당부한 것도 새겨들을 만하다. 국정 교과서 폐지처럼 여야 간 이견이 큰 사안은 정치권과 먼저 상의할 필요가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여당이었던 한국당은 국회에서 무조건 발목 잡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사실을 지난 정부에서 절감했을 것이다. 청와대의 소통 노력 못지않게 야당도 매사에 딴죽만 걸지 말고 역지사지(易地思之)의 심정으로 정부에 협조할 것은 협조하기 바란다.
[경향신문]
10. 대선 끝나자마자 대여 투쟁 나선 한국당, 성찰부터 하라
자유한국당이 문재인 정권이 출범하자마자 대여 투쟁을 하고 있다. 정우택 당 대표 권한대행은 어제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두 야당이 여당의 2중대 비슷하게 흘러가고 있다”며 “한국당만은 제1야당답게 강력히 견제해 정부·여당의 독주를 막고 비판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력한 저항’을 불사한다는 표현도 썼다. 문 대통령 당선 직후 협조할 것은 협조하겠다고 약속했지만 대선 끝난 지 1주일이 채 못 되는 기간 실제 한 일은 문 대통령 흔들기였다.
야당이 집권세력을 견제하는 것은 당연하다. 집권 초기 대통령이 독선에 빠지지 않게 야당이 대통령을 다잡는 것도 필요하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당선과 함께 취임해 지금껏 조각은커녕 청와대 보좌진조차 꾸리지 못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에 따르면 문 대통령이 잘할 것 같다고 응답한 시민이 75%나 된다. 이런 상황에서 선전포고 같은 제1야당의 대통령 공세는 누가 봐도 명분 없는 딴죽이다. 9년 만에 야당이 된 상실감을 감안해도 지나치다. 한국당이 지난 며칠간 퍼부은 대여 공세도 건강한 견제로 보기 어렵다.
조국 민정수석이 정윤회 문건 파동을 조사하겠다고 하자 한국당은 “갈등과 분열로 대한민국을 이끄는 어리석은 결정”이라고 논평했다. 세월호 참사와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재수사에 대해서는 “보수를 궤멸시켜 20년 장기집권의 길을 가려는 문 대통령의 뜻”이 반영된 결과라고 했다. 시민 다수의 의사와는 다른 비판이다. 그 전에는 전대협 의장 출신인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을 ‘주사파’라고, 조 민정수석은 국가보안법 위반 전력자라고 공격했다. 첫 대여 공격이 근거 없는 색깔론 제기였다.
한국당이 재집권을 노린다면 제대로 된 길을 가야 한다. 대선 때 안보몰이로 재미 좀 봤다고 색깔론에 또 기대는 것은 옳은 방법이 아니다. 아무리 보수 지지자라고 해도 시대착오적인 주장을 하는 군내 나는 정당에 신임을 보낼 시민은 없다. 새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워 새 정부의 손발을 묶은 뒤 내년 지방선거에서 재미를 보려는 심산이라면 당장 접는 게 좋다.
건강한 견제와 소모적인 정쟁을 구분하지 못할 시민은 이제 더 이상 없다. 한국당은 국정농단과 대선 실패에 대해 성찰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차떼기 정당’ 비난에 천막당사로 갔던 13년 전보다 못한다는 건 이해하기 어렵다. 보수의 가치를 다시 세우는 문제를 고민하기 바란다.
주요신문칼럼
1. [중앙일보][삶의 향기] 이브 클라인의 블루 : 색의 전쟁
눈에 선하다. 지난달 매장에서 본 파란색 외투가 참 인상적이었다. 봄이면 매번 고민하는 외출복의 선택. 그 옷은 이런 고민을 한 번에 해결해줄 것 같았다. 기품 있는 매무새에다 내 얼굴을 환하게 했다. 하지만 나는 그 파란색 옷을 사지 못했다.
함께 쇼핑을 간 친구 때문이었다. 다이애나비를 비롯한 많은 명사들이 새파란 외투를 입고 대중 앞에 나왔을 때 얼마 안 가 죄다 이혼을 했다며 말렸다. 영국의 왕세자비 미들턴이 최근 로열블루 빛 의상으로 얼마나 센세이션을 일으키는지 말해주고 싶었다. 그래도 꺼림칙했다. 파란 옷이 이별을 불러들인다는 속설을 이길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탐이 났지만 그 옷을 택하지 못한 다른 이유는 특정 정당을 상징하는 색 때문이었다. 당시가 대통령선거 전이라 각 정당 출신의 후보자들이 제각각의 색을 내세워 치열하게 캠페인을 벌이는 중이었다. 그 옷으로 모임에 나가면 십중팔구 나는 그 정당의 후보를 지지하는 모습으로 비쳤을 것이다. 더없이 자유로워야 할 나의 창작활동이 정치적 이념에 묶이는 것을 원치 않았다.
그 옷을 선택하지 않은 결정적 이유는 이브 클라인(Yves Klein, 1928~62) 때문이다. 파란색에 관한 한, 그를 능가할 미술가는 없다. 1950년대 중반 클라인은 그만의 파란색을 개발해 회화와 조각을 제작했고 퍼포먼스도 했다. 그의 파랑은 울트라마린(Ultramarin) 계열의 깊고 진한 색이다. 자신의 이름을 따서 이 색을 인터내셔널 클라인 블루(IKB)로 명명하고 특허를 받기까지 했다.
온통 파랑으로 균일하게 뒤덮인 캔버스와 조각물로 그는 이미 10년 뒤 미국에서 맹위를 떨칠 미니멀 미술을 예견했고 또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에 내주었던 현대미술의 주도권을 프랑스로 되돌리는 미술가로 꼽혔다. 클라인 식의 파란 외투를 입고 내 작업실을 들락거린다면 내 작품이 주눅 들 것 같았다. 무엇보다 파랑의 강렬한 기세가 내 생활과 그림 그리기를 사로잡을 것이 분명해 보였다.
클라인에 의하면 “파랑은 볼 수 없는 것을 보이게 하는 색”이란다. 하늘과 바다는 왜 파란색일까? 유리컵에 담긴 물과 빈 유리잔은 투명하지만 그 속의 것이 바다를 이루고 하늘을 이룰 때 파랑으로 보이게 된다. 다른 색보다 파장이 짧은 파랑이 물 분자나 기체 분자와 충돌하면서 다른 빛보다 더 많이 반사하는 산란현상 때문에 바다와 하늘이 파랗게 보인다고 한다. 클라인의 블루는 이런 비가시적인 것을 강하게 드러내는 파랑의 힘을 탐구하는 과정에서 발견된 것 같다.
짙은 파랑의 한 종류인 울트라마린은 “바다 건너편”에서 온 색이란 뜻이다. 중세 이전까지 유럽인들은 순수한 파란색을 먼 바다를 건너 수입해온 청금석(lazuli)에서 얻었다. 그만큼 파란색은 귀하게 취급되었다. 파랑은 고대로부터 현실에서 감지하기 힘든 대상이나 초월적인 것을 표현하는 데 쓰여왔다. 고대 이집트 파라오의 머리카락과 수염이 파랗게 묘사되고 중세의 성화에 등장하는 성모 마리아는 파란 옷을 입은 것으로 표현된다.
비가시적이고 초월적이기에 파랑은 현실의 격정에 머물지 않고 이성적 합리성을 상징한다. 그래서 보수주의자는 파랑을 선호한다. 5년 전 한나라당은 30여 년간 보수정당이 써온 파랑을 버리고 빨강을 당의 상징색으로 채택했다. 그런가 하면 3년 전 새정치민주연합은 15년간 진보정당이 써온 초록과 노랑을 버리고 경쟁 정당이 사용했던 파란색을 상징색으로 채택했다. 색을 차지하고 버리는 식이다. 보수정당이 오랜 전통의 색을 버리고 정반대 편의 색인 빨간색으로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는가 하면 진보정당은 경쟁자가 버린 파랑으로 이번에 정권을 잡았다.
색이란 누군가 점령해 갖는 영토와 같다. 누군가 차지하기를 기다리는 땅과 같다. 클라인이 차지한 파란 영토는 그의 이름으로 등록되어 있어 아무나 그 영역에 들어가 쓸 수 없다. 그는 그의 색을 죽을 때까지 버리지 않았기에 그의 승리는 오래도록 계속될 것 같다. 앞으로 파란색의 정치적 주인은 수없이 바뀔 것이지만 울트라마린으로 가득한 창공은 그것을 우러러보는 사람과 그 속을 나는 새가 차지한다.
2. [서울신문][씨줄날줄] 신(新)실크로드와 중국몽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는 ‘현대판 대장정’이다. 건국의 아버지 마오쩌둥이 대장정(1934~1936년)을 통해 신중국의 초석을 닦았다면 5세대 지도자 시진핑 국가주석은 이를 통해 중화 부흥의 꿈(中國夢)을 실현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2013년 10월 시 주석이 인도네시아에서 이 구상을 밝혔다. 중국 건국 100주년을 맞는 2049년을 목표로 육·해상 실크로드 주변의 60여개국을 거대 경제권으로 묶는 야심 찬 프로젝트다.
일대(一帶)는 ‘하나의 띠’란 의미로 한(漢) 무제가 개척한 동서 교역로인 비단길이다. 중앙 아시아를 거쳐 터키를 지나 유럽으로 향하는 유라시아 횡단 축과 일치한다. 일로(一路)는 명(明) 영락제 당시 정화(鄭和)의 남해 원정로, 즉 해상 실크로드에 해당한다. 남중국해를 지나 말라카해협을 거쳐 인도양~아프리카로 이어지며 지중해를 지나 유럽과 연결하는 축이다. 육·해상 두 축을 통해 해당 국가들의 교통 인프라를 연결하고 자유무역 지대를 건설한다는 원대한 꿈이다. ‘21세기 신(新)실크로드’로 불리는 이유다.
일대일로 구상은 ‘범중화 경제권’이 목표다. 60여개국의 44억명을 포괄하고 21조 달러, 우리 돈 약 2경원의 경제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미국이 지배하는 달러 경제권을 허물면서 ‘위안화 제국’을 세운다는 원모심려가 엿보인다. 중국이 경제개발 과정에서 누적된 생산 과잉의 모순을 국내외 인프라 건설을 통해 해결하면서 새로운 실크로드를 통해 국가 경제의 근원인 에너지 문제를 해결하는 일석다조(一石多鳥)의 노림수도 엿보인다.
밑바닥에 깔려 있는 외교 안보적 사고도 눈여겨봐야 한다. 다극주의를 꿈꾸는 중국은 최강의 패권국 미국과 한판 대결이 불가피하다는 인식이 강하다. 시시각각 조여오는 대중 포위전략에 대한 전방위적 반격전의 의미가 있다. 일대일로에 참여한 국가들과 ‘경제적 파트너십’을 강화하면서 미국의 세계질서를 서서히 중국 위주로 돌려놓는다는 구상이다.
일대일로 국제협력 정상포럼이 15일 폐막됐다. 28개국 정상을 포함해 130여개국 대표단이 참석한 매머드 회의였다. 세계 경제성장의 ‘새로운 동력’이라고 규정한 시 주석은 ‘복숭아와 오얏나무는 말이 없어도 그늘 아래 자연히 길이 생긴다’(桃李不言 下自成蹊)는 고사를 인용하며 성공을 다짐했다.
그럼에도 중국의 신팽창주의를 우려하는 미국과 서방국가들의 시선은 싸늘하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번 포럼을 권력 기반 강화를 위한 시 주석의 ‘정치 선전장’으로 공격했다.
3. [파이낸셜뉴스][fn스트리트] 메르켈의 장수 비결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4연임에 성공할 것인가. 14일(현지시간)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州) 주의회선거에서 그의 기민당이 선전하면서 청신호가 켜졌다. 이곳은 오는 9월 총선 결과를 가늠할 리트머스 시험지였다. 16개주 중 가장 많은 1800만 인구에다 노동계층을 등에 업은 사민당 지지세가 강한 지역이었기 때문이다.
이런 분위기가 9월까지 이어진다면 메르켈은 그의 '정치적 사부'인 통일총리 헬무트 콜의 최장 16년 재임 기록에 도전할 길이 열린다. 2005년 총리가 된 그가 4연임 후 온전히 임기를 채우는 걸 전제할 때다. 주기적 정권교체가 상례화한 구미 선진국에서 16년 집권은 퍽 드문 일이다. 대통령제인 미국에서도 4연임 중 병사한 프랭클린 D 루스벨트 전 대통령은 이례적인 사례다.
올 연초만 해도 메르켈의 시대는 저무는 듯했다. 그의 중도보수 노선이 좌파와 극우 사이에서 협공을 받으면서다.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선언 이후 반유로.반이민 기치의 극우 '독일을 위한 대안당'(Afd)은 줄기차게 메르켈의 난민정책을 공격했다. 반면 집권 기민.기사 연합은 이 문제로 큰 내홍을 겪었다. 유럽의회 의장 출신 마르틴 슐츠를 총리감으로 내세운 사민당이 이에 대해 일관성을 유지한 것과 대조적이었다. 메르켈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막말에 맞서 선명하게 각을 세우지 못한다는 불만이 새나온 것도 이즈음이다.
그러나 그는 독일 안팎에서 정치적 입장이 달라도 모나지 않게 대화로 설득하는 정치 스타일을 바꾸진 않았다. '철의 여인'으로 불린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총리의 그것과는 다른 '부드러운 리더십'을 고수한 것이다. 그의 '엄마 리더십'은 결국 통할 모양이다. "모든 사람에게 존경은 받았지만 그만큼 많은 사람에게 사랑은 받지 못했다"는 평을 받은 대처의 11년 집권기록을 이미 깼기 때문만은 아니다. 비스마르크와 콜 등 독일을 차례로 통일한 위업을 쌓은 두 '마초급 총리'들과 몇 년 안에 어깨를 나란히 할 참이니….
4. [연합뉴스][이희용의 글로벌시대] 세계인의 날과 무지개의 나라 한국
"몽골에서는 한국을 '설렁거스'(무지개 나라)라고 부릅니다. 이렇게 불리게 된 데는 여러 설이 있는데, 전 한국에서 그 해답을 찾았습니다. 어릴 적 어머니가 승무원이셨던 덕에 8살에 처음 한국을 방문한 저는 알록달록한 빛깔과 화려한 간판들, 생기와 개성이 넘치는 사람들로 붐비는 밤거리 풍경을 보고 입이 쩍 벌어졌습니다. 그 광경은 형형색색의 빛깔이 어우러져 하나의 큰 무지개를 형성하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엄마와 한국의 어느 거리를 걷다가 양초를 구워 먹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란 적이 있었는데, 알고 보니 한국 사람이 즐겨 먹는 가래떡이었습니다.
29살이 된 저는 한국에서 이화여대 대학원 사회복지학과에서 석사과정을 밟으며 무지개 사회를 이루는 한 명의 사회구성원이 돼 살고 있습니다. 한국은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무지개처럼 다양한 색을 지니고 있으면서 서로 더불어 살며 찬란한 역사를 이뤄냈습니다. 그러나 안타까운 것은 특정한 색이 되라고 강요하거나 어떤 색은 나쁘다고 규정해 무지개 시민들의 고유한 색이 변질되는 것입니다. 이민자 200만 시대를 맞아 각자의 빛깔을 소중히 여기고 조화를 이뤄야 더욱 아름다운 무지개를 이룰 것이라고 믿습니다."
이 글은 제10회 세계인의 날(Together Day) 기념 수기 공모에서 재한외국인 부문 최우수작에 뽑힌 몽골 유학생 바차이칸 아누 씨의 '무지개 나라 한국'을 간추린 것이다. 그를 비롯해 한국을 어머니의 집처럼 편하게 느낀다는 미국인 영어강사, 흑인 친구가 차별을 견디다 못해 고향으로 돌아간 사실을 안타까워하는 몽골 유학생, 온갖 어려움을 이겨내고 사랑받는 아내이자 며느리가 된 베트남 출신 결혼이주여성, 중국동포(조선족)들의 이미지 개선에 앞장서는 동포 3세 여성 상담사,
"배워서 남 주자"란 목표 아래 주경야독을 하는 미얀마 출신 노동자, 무지개청소년센터에서 꿈을 키우고 이제는 멘토로 활약하는 중국 유학생, 한국에서 받은 사랑을 되돌려주려고 열심히 봉사활동에 나서는 러시아 유학생 등이 입상의 영예를 안아 19일 서울 국립극장에서 열리는 세계인의 날 기념식에서 상을 받는다.
우리나라는 내국인과 외국인이 서로 이해하고 존중하며 지내는 사회환경을 만들자는 취지로 아시아에서는 처음으로 2007년 5월 17일 '재한외국인 처우 기본법'을 제정해 그해 7월 18일부터 시행해왔다. 이 법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외국인 정책을 수립해 시행할 것을 의무화한 것을 비롯해 국무총리 소속 외국인정책위원회 설치, 재한외국인과 자녀 차별 금지, 외국인이 대한민국에서 생활하는 데 필요한 교육·정보·상담 지원, 다문화 이해 증진을 위한 노력 등을 규정하고 있다.
정부는 법 19조에 따라 5월 20일을 세계인의 날, 이로부터 1주일을 세계인 주간으로 각각 정해 이듬해부터 기념하고 있다. 2006년 3월 이민정책포럼에서 명칭과 날짜를 논의할 때 차별 요소가 있는 '외국인의 날' 대신 '세계인의 날'로 명명했다. 또 유엔이 2002년 '세계 문화다양성의 날'로 제정한 5월 21일이 가장 적합한 것으로 조사됐으나 '부부의 날'과 겹쳐 하루 전날인 5월 20일로 정했다. 올해는 재한외국인 처우 기본법 제정 10주년이자 제10회 세계인의 날을 맞는 해다. 세계 문화다양성의 날과 세계 문화다양성 주간은 2014년부터 우리나라에서 기념하고 있다.
80년대 중반만 해도 국내에 사는 외국인은 4만여 명에 지나지 않았다. 그러던 것이 2000년 9월 50만 명, 2007년 9월 100만 명, 2013년 6월 150만 명을 돌파한 데 이어 2016년 6월 200만 명을 넘어섰다. 올 3월 기준으로 체류 외국인은 203만1천677명으로 10년 전보다 갑절 이상 늘어났다.
체류 외국인이 연평균 8%씩 증가해온 최근 추세를 감안하면 2021년 300만 명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전체 인구의 5.82%에 해당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5.7%를 웃도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외국인 비율이 인구의 5%를 넘어서면 다문화사회에 진입한 것으로 본다.
인종과 언어, 전통과 문화가 다른 사람들이 어울려 살면 어색함이나 불편함이 따르게 마련이고 소통과 이해 부족에서 빚어지는 마찰과 갈등을 피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그러나 균질한 사람들만 모여 사는 집단은 퇴보와 도태의 길을 걷는다. 동서고금의 역사가 이를 웅변하고 있고, 근친혼이 유전병의 위험을 높인다는 것은 우생학적으로도 입증된다.
미국 미시간대의 스콧 페이지 교수는 '다양성이 능력을 이긴다'(Diversity trumps ability)는 이론을 창안했다. 덜 똑똑하지만 다양한 사람들로 구성된 그룹이 똑똑한 사람들로 구성된 동질적인 그룹보다 더 높은 성과를 낸다는 뜻이다. 페이지 교수는 집단의 오류는 평균오류에서 다양성을 뺀 것이라는 등식도 제시하며 "다양성이 증가할수록 사회의 오류를 줄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영국의 저널리스트 그레그 재커리는 저서 '세계인으로서의 나'(The Global Me)에서 "다양성은 나라의 건강과 부를 결정짓는다"고 전제한 뒤 "이제 혼합은 새로운 표준이고 고립을 이기며, 혼합은 창의성을 북돋고 인간의 정신을 풍요롭게 하고 경제성장을 촉진한다"고 역설했다.
불가(佛家)에 "바보 셋이 모이면 문수보살의 지혜가 나온다"는 옛말이 있다. 일찍이 집단지성의 힘을 간파한 것이다. 지금까지 갈등 해결이나 문제 예방, 혹은 인권 보호 차원에서 이주민이나 다문화 자녀를 이해하고 포용하자고 권유해 왔다면, 이제는 실질적인 측면에서도 다문화사회로의 이행이 나라의 부강과 사회의 풍요에 도움이 된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제10회 세계인의 날과 세계인 주간, 그리고 세계 문화다양성의 날과 세계 문화다양성 주간을 계기로 "피할 수 없으니 받아들이자"는 소극적인 태도에서 벗어나 "지속가능한 발전을 이루기 위해 세계 각국 인력을 유치하자"는 적극적인 자세로 전환해보면 어떨까.
5. [서울신문][김진수의 바이오 에세이] 인공지능 시대의 일자리
역사상 유례없는 대통령 탄핵으로 예정보다 수개월 일찍 치러진 제19대 대통령 선거 결과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가 당선됐다. 신임 대통령에게 주어진 과제 중 특히 국민들이 기대하는 것은 일자리 창출과 경제 활성화라고 할 수 있다.
이를 반영해 문 대통령은 81만 개 공공부문 일자리 만들기를 대표적 선거 공약으로 내세웠고 취임 당일 첫 번째 업무지시로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를 설치하도록 했다. 우리 경제가 활력을 잃어 기업이 일자리를 만들지 못하고 있으니 정부가 나서서 공무원 채용을 늘리고 공기업과 공공기관의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공공부문 일자리는 지속적인 정부 재정이 뒷받침돼야 하기 때문에 무한정 늘릴 수만은 없다.
인공지능과 로봇, 드론, 자율주행차 등 신기술의 발전은 장기적으로 일자리 전망을 어둡게 한다. 머지않은 장래에 운전기사, 배달부, 점원 등 블루칼라 일자리뿐 아니라 의사, 변호사, 기자, 자산관리사, 회계사 등 화이트칼라 전문직도 인공지능에 의해 대체될 수 있다. 이미 국내 병원 여러 곳에서 암환자 치료에 인공지능을 활용하고 있고 신문기사 중 로봇기자가 쓴 것이 점점 늘고 있다. 기업의 입장에서는 인건비를 줄이고 생산성을 높여야만 생존할 수 있기 때문에 신기술 도입에 적극적일 수밖에 없다. 결국 인공지능과 로봇이 발전하면 할수록 더 많은 직업과 일자리가 사라지게 된다.
신기술은 일자리를 없애기도 하지만 새로 만들기도 한다. 신기술로 인해 수많은 일자리가 만들어진 사례로 생명공학(BT) 분야를 꼽을 수 있다. 1980년대 미국의 분자생물학자들이 개발한 유전자 클로닝 기술에 기반해 수많은 생명공학 회사들이 창업되었고 기존 제약회사들에도 혁신을 가져왔다. 치료제가 없는 질병의 원인을 규명하고 신약을 개발할 수 있게 된 것이다.
BT는 제약 산업 이외에도 농업, 축산, 환경, 에너지 분야에서 수많은 사업기회와 일자리를 만들었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에 따르면 국내에 제조 시설을 갖춘 바이오 및 제약회사에 고용된 인원만 약 9만 4000명에 달하고 매년 수백 명의 석사, 박사 등 고학력자들을 신규 채용하고 있다. 아직 제조 시설이 없는 신생기업과 출연연구소, 대학에서 일하고 있는 연구자를 포함하면 수십만 명에 달하는 생명과학 전공자들이 불과 30여년 전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직업에 종사하고 있는 셈이다.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 기술은 기존 생명공학의 한계를 뛰어넘는 최신 기술로서 새로운 사업기회와 일자리를 만들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기존 생명공학 기술이 시험관에서 유전자를 잘라 붙여서 클로닝한 후 세포 내 유전체에 무작위로 도입하는 데 비해 유전자 가위는 살아 있는 세포 내의 유전자를 잘라 붙여 수술하는 도구다.
기존 생명공학으로는 할 수 없는 일을 유전자 가위로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로 인해 생명공학은 새로운 차원으로 발전되고 있다. 런던 비즈니스스쿨의 린다 그래턴 교수가 최근 발표한 미래 일자리 보고서에 따르면 유전체 설계자, 인공 생명체 디자이너, 유전자변형 곡물 및 가축 개발자는 물론이고 심지어 아기 디자이너에 이르기까지 유전자 가위 기술에 기반한 새로운 직업이 유망하다고 예측했다.
인공지능 시대에 정부는 어떤 역할을 하고 어디에 투자해야 할까. 인공지능과 로봇 산업은 민간 기업이 비용 절감과 생산성 향상을 위해 자발적으로 개발하고 도입할 수밖에 없다. 정부의 역할이 제한적이고 투자 효과도 크게 기대할 수 없다.
이에 비해 생명과학 분야는 일자리 창출과 다양한 산업 분야의 혁신뿐만 아니라 국민의 건강과 생명에 직결되는 분야다. 투자 대비 고용 효과가 큰 분야이기도 하다. 우리 사회의 미래를 위해 생명과학과 바이오 제약산업에 대한 새 정부의 관심과 투자 확대가 필요하다.
주요신문사설
[이데일리]
1. '찾아가는 대통령' 치밀한 계획 필요하다
문재인 대통령이 노후 석탄화력발전소에 대한 가동중단 및 폐쇄를 지시했다. 미세먼지 감축 대책의 일환으로, 30년 이상 된 발전소 10기가 대상이라고 한다. 미세먼지가 국민들의 일상생활을 수시로 위협하고 있다는 점에서 일단 환영할 만하다. 특히 가동중단 대상에 오른 노후 석탄발전소들이 미세먼지 배출 주범으로 지목받아 왔다는 점에서 또 하나의 ‘적폐’가 청산되는 셈이다.
문 대통령의 이러한 지시가 현장 방문을 통해 이뤄졌다는 자체가 돋보인다. 스승의 날인 어제 서울 은정초등학교를 방문한 자리에서 고농도 미세먼지 발생 시 대처방법 교육을 참관한 뒤 이같은 내용을 밝혔다고 한다. 취임 사흘째인 지난 12일 인천공항공사를 찾아 ‘비정규직 제로’ 시대를 열겠다고 약속한 데 이은 2번째 현장 정책이다. 이른바 ‘찾아가는 대통령’ 시리즈다.
노후 화력발전소의 가동을 차례로 중단하더라도 전력 수급에 심각한 차질이 빚어지지 않을 것이라니, 무엇보다 다행이다. 요금 인상 요인도 크게 발생하지 않는다고 한다. 정부가 이들 노후 발전소를 문 대통령의 임기 안에 모두 폐쇄키로 방침을 세운 배경이다. 다만 발전소 폐쇄에 따른 혼란을 최소화한다는 취지에서 올해는 내달 한 달간 일시적으로 가동을 중단하며, 내년부터는 그 기간을 늘려나간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조치로 인해 신규 발전소에 대해서도 사회적 거부감이 확산될 가능성이 작지 않다는 점이다. 가뜩이나 새로 건설되는 화력·원자력발전소에 대한 지역 주민들의 반발이 이어지는 상황이다. 장기적인 전력수급 차원에서 정부의 대책이 필요하다. 이와 함께 중국발 미세먼지에 대해서도 적극적인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 미세먼지에 있어서는 중국발 미세먼지가 더 심각한 적폐이기 때문이다.
또 다른 걱정은 이러한 현장 지시가 자칫 ‘보여주는 정책’으로 그치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역대 정부 때마다 익히 경험했던 일이다. 전임 대통령들이 임기 초반 ‘전봇대’나 ‘손톱 밑 가시’를 뽑는다며 가시적인 정책으로 박수를 받았으면서도 중반에 들어서면서부터 거의 정책 실패를 반복하곤 했다. 치밀한 계획보다는 우선 밀어붙이고 보자는 과욕의 귀결이었다. 이런 잘못만큼은 피해가야 한다.
[중앙일보]
2. 특사 외교 시동…안보 위기 해결의 마중물 돼야
문재인 대통령이 미국에 홍석현 전 중앙일보·JTBC 회장, 중국에 이해찬 전 총리, 일본에 문희상 전 국회부의장, 러시아에 송영길 의원, 그리고 유럽연합(EU)과 독일에 조윤제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를 각각 특사로 파견하기로 내정했다. 특사 외교는 한반도 위기의 적극적인 해결 노력이라는 점에서 환영할 일이다. 특사들은 식견과 네트워크를 갖춘 비중 있는 인물로서 충분한 외교적 인격도 갖췄다.
문 대통령은 이미 지난주 이들 주요국 정상과 전화 통화를 하고 북핵 문제 등 핵심 사안과 관련한 외교 비전과 정책 방향을 설명했다. 이번에 그 후속조치로 특사를 보내 북핵 해결 의지와 구상을 관련국 국정 최고책임자들에게 직접 알리는 적극적인 노력에 나선 것이다. 문 대통령이 특사 외교에 시동을 건 것은 한반도 위기 해결에서 한국의 역할을 강화해 주도권을 행사하겠다는 의미로 보인다. 특히 4강은 물론 EU·독일에까지 특사를 파견하는 것은 다원·전방위 외교를 예고하는 대목이다.
현재 한반도의 안보 사정은 엄중하다. 중국에서 일대일로(一帶一路) 국제포럼이 개막되고 한국에선 남북대화를 손짓하는 문 대통령의 취임 나흘째였던 지난 13일 북한은 보란 듯이 중거리 미사일을 발사했다. 북한이 개발 중인 핵무기와 미사일은 이미 단순한 위협용이나 협상용 단계를 넘어 우리를 겨냥한 현실적이고 급박한 위협이 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의 태도를 변화시키고 대화의 장으로 불러내려면 주변국과의 튼튼한 공조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제재와 압박이든 대화와 협력이든 국제 공조는 북핵 해결을 위한 핵심적 수단이다. 현재로선 그 외의 다른 현실적 방도를 찾기 어렵다. 따라서 대북 조치의 손발을 맞추기 위해서도 특사 외교를 통해 관련국들과 소통과 네트워크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로 발생한 중국과의 갈등, 위안부 문제를 둘러싼 일본과의 불협화음 등 당면 외교 현안의 해법을 마련할 전환점이기도 하다. 문 대통령의 특사 외교가 한반도 위기 완화의 마중물이 되기를 기대한다.
3. 경로당 위기에 빠진 보수·중도 정치의 살길
5년 전 대선에서 패한 문재인 대통령은 『1219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라는 책을 집필해 선거 패인을 분석하고 정권교체 의지를 가다듬었다. 선거 전에 조국 민정수석이 저술한 『진보 집권 플랜』이 민주당 진영의 참고서 역할을 했으며 문재인의 정예 정책그룹 '심천회'도 그 무렵 결성됐다. 어둠이 가장 짙을 때 미래 집권의 방향과 전략, 철학과 정책 준비에 착수해 진보 정치가 9년 만에 정권을 탈환할 기반을 마련한 것이다.
지금 한국의 보수·중도 정치 세력은 완패의 충격에서 헤어나지 못한 채 우왕좌왕, 가치 부재의 혼란에 빠져 있다. 자유한국당·국민의당·바른정당이 오늘 일제히 의원총회·연찬회 등을 열어 대선 패배 후 당의 진로를 논의한다고 하니 '문재인식 준비'를 주문하지 않을 수 없다. 보수 정치의 가장 큰 위기는 '박근혜 문제'를 시원하게 정리하지 못하고 친박의 늪에서 허우적대고 있는 것이다.
박근혜 사태는 엄밀히 말해 보수·진보의 문제라기보다 봉건·궁궐적 행태와 근대·합리적 정치 태도 간의 대결이었다. 자유한국당이 박 전 대통령과 친박 주변을 맴도는 한 더 칙칙한 수구 이미지의 폐쇄회로에 갇히게 될 것이다. 대선에서 한국당이 17개 시·도 중 14곳에서 무너지고, 60대 이상을 제외한 모든 연령대에서 참패해 'TK 경로당'이란 조롱을 받게 된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한국당은 친박 잔재를 깨끗이 청산해 보수의 새로운 미래를 논의할 전제조건을 마련해야 한다.
바른정당은 6.8%의 득표율을 얻는 데 그쳤지만 유승민 후보가 추구한 '안보는 보수, 경제는 개혁'이라는 가치 정치가 젊은 유권자의 마음을 흔들었다. 이 가치와 비전을 꾸준히 다듬어 가면 보수의 재탄생을 기대할 수 있을지 모른다. 국민의당 역시 21.4%의 득표율을 과소평가해선 안 된다.
극단적인 양당 정치 풍토에서 중도와 통합의 시대를 열어 갈 제3의 길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보수·중도층의 야당들은 공급자 관점의 이합집산 정치 유혹에서 벗어나야 한다. 미래 가치에 기반한 진심 어린 정치만이 등 돌린 유권자의 관심을 끌 수 있을 것이다.
4. 검찰 간부끼리 웬 돈봉투…진상조사 필요하다
어제 폭로된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과 안태근 법무부 검찰국장의 저녁 술자리는 여러모로 의문을 자아낸다. 두 사람은 '최순실 국정 농단' 수사가 마무리된 시기에 부하 직원들을 대동하고 술을 마시며 ‘금일봉’이란 명목의 돈 봉투까지 돌렸다고 한다. 이 지검장은 최순실 사건을 지휘한 검찰 특별수사본부(특수본) 본부장이었고, 안 검찰국장은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과 자주 통화한 사실이 있던 인물이다. 정황을 볼 때 서로 격려하고 회포를 푸는 자리였던 점은 능히 짐작된다. 무엇이 계기가 됐는지 진상조사가 불가피한 이유다.
우선, 회동 시점이 의심스럽다. 이들의 회동은 지난달 21일로, 특수본이 박근혜 전 대통령과 우 전 수석 등을 각각 구속과 불구속으로 기소한 지 나흘 뒤였다. 특수본에 참여한 핵심 간부와 검찰국 간부들도 배석했다. 술잔이 돌았다는 얘기는 수사 성과를 긍정적으로 보고 자축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우 전 수석에 대한 봐주기 수사 논란과 비판이 거세던 여론을 뻔히 알면서 왜 그런 모임을 가졌는지 배경이 궁금하다.
서울중앙지검장과 법무부 검찰국장은 검찰 조직에서 이른바 ‘빅2’로 불리는 최대 실세다. 안 국장은 우 전 수석이 수사 대상이 된 지난해 7∼10월 그와 1000회 이상 통화한 것으로 조사됐다. '우병우 라인'으로 알려진 안 검찰국장은 우 전 수석을 위해 수사 무마를 시도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사 왔다.
금일봉의 성격과 출처도 규명해야 한다. 안 국장은 수사팀 간부들에게 봉투에는 50만∼100만원 정도가 든 '수사비'를, 이 지검장은 검찰국 간부들에게 ‘격려금’을 서로 건넸다. 설령 수사비라고 해도 공금을 쌈짓돈 쓰듯 멋대로 사용해도 되는지 따져 볼 일이다. 이 지검장이 개인 돈을 썼을 리는 만무하다. 한 식구와 마찬가지인 검찰과 법무부가 수사를 마쳤다고 서로 돈을 주고받는 일은 극히 이례적이라고 한다. 김영란법 위반 소지도 있다.
검찰은 격변의 시기를 맞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사에 검찰을 겨냥해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하지 못하도록 하겠다”며 적폐 청산을 선언했고, 조국 신임 민정수석은 ‘정윤회 문건 파동’의 재조사를 공언했다. 여기에 고위 공직자의 비리에 대한 수사와 기소를 전담하는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 수사권을 경찰에 넘기는 검경 수사권 조정이 추진될 조짐이어서 검찰 내부는 뒤숭숭하다.
이런 가운데 검찰과 법무부 간부의 부적절한 회동 사실이 외부로 흘러나오면서 검찰 내부의 권력투쟁설까지 불거지는 등 예사롭지 않다. 이 지검장은 노무현 정부 시절 청와대 사정비서관을 지낸 점을 들어 일부에서 차기 검찰총장 후보로 거론돼 왔다.
혼란이 오래가는 것은 국민에게도, 검찰에게도 바람직하지 않다. 김수남 검찰총장은 "정의가 지나치면 잔인하다"는 뼈 있는 말을 남기고 떠남으로써 각종 의혹 조사를 지휘할 수뇌부 공백 상태가 됐다. 문재인 정부는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을 서둘러 임명해 혼란을 정리할 필요가 있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듯 검찰 인사가 개혁의 출발점이다.
[서울신문]
5. 이낙연 총리 인사청문, 정치대립 경계해야
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의 인사청문회 일정이 잡혔다. 정세균 국회의장과 4당 원내대표들은 어제 국회의장실에서 회동을 갖고 이 후보자의 인사청문회를 오는 24∼25일 실시하기로 합의했다. 26일 청문보고서 채택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이 후보자의 인사청문요청서가 국회에 제출된 것은 지난 12일이다. 불과 나흘 만에 인사청문회 일정이 잡힌 것은 과거 사례에 비춰 빠르다고 볼 수 있다. 그만큼 여야 공히 총리 후보자의 국회 통과가 시급하다는 공감대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인사청문회는 고위공직후보자의 도덕성과 자질을 따지는 자리이다. 하지만 그동안 진행된 인사청문회를 보면 본질적인 측면보다는 여야의 정파적 대결의 장으로 변질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본격적인 인사청문회가 열리기 전 여야가 인사청문회 구성을 놓고 기싸움을 벌이면서 시간을 허비한 경우도 다 그런 이유였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런 불필요한 신경전 없이 인사청문회 의사일정과 청문위원이 확정됐다. 안보·경제 위기 속에 출범한 새 정부의 첫 총리 후보자의 국회 인준이 그 어느 때보다 빨리 처리돼야 한다는 데 여야가 이견이 없었다는 얘기다.
이 후보자는 4선 국회의원, 전남지사를 지내는 동안 당파성을 띠지 않아 온건하면서도 합리적이라는 평을 듣는다. 전남 영광 출신으로 탕평인사, 화합인사로 기용됐다는 점도 야당이 드러내놓고 반발할 수 없는 배경이다. 그렇다 해도 야당이 ‘봐주기 청문회’로 허술하게 임할 것으로 보면 오산이다. 특히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으로서는 정권 길들이기 차원에서, 혹은 야당의 존재감을 과시하기 위해서라도 예상외로 강도 높은 ‘송곳 검증’에 들어갈 수 있다. 이 후보자가 이번 청문회는 “정치 청문회가 될 것 같다”고 말한 것도 그런 맥락이다.
지금 우리나라는 비상상황이다. 최순실 국정농단사건이 터진 이후 탄핵 정국, 대선 정국으로 숨 가쁘게 이어지면서 국정운영시스템은 거의 마비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하루 빨리 국정운영시스템을 복원시켜 정부가 제 역할을 하도록 해야 한다. 총리의 국회 인준이 그 출발점이 돼야 한다. 총리가 장관 임명제청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해 새 정부의 내각 인선이 마무리된 뒤 대통령을 보좌해 행정부의 컨트롤 타워 역할을 맡아야 한다.
하지만 이런 이유로 이 후보자의 검증을 허술히 해서는 안 된다. 향후 공직사회로부터 신뢰받는 총리가 되기 위해서라도 엄격한 검증이 필요하다. 만에 하나 검증 과정에서 총리직을 수행하지 못할 정도의 결격 사유가 드러난다면 국회는 마땅히 대통령의 인사권에 제동을 걸 수밖에 없다. 그렇지 않다면 정파적 이유로 이 후보자의 인준에 딴지를 거는 구태 정치와는 결별해야 한다. 인사청문회가 본래 취지와 다르게 향후 국정 운영과 인사에 차질을 주는 정치 대립의 장으로 변질돼서는 안 된다.
6. 검찰개혁 당위성 보여준 검찰 간부들의 '술판'
김수남 검찰총장이 어제 임기 2년을 7개월이나 남긴 시점에서 물러났다. 1988년 검찰총장 임기제를 도입한 이후 6명만 임기를 채웠을 뿐 13명이 중도 하차했다. 그만큼 검찰은 정권과 맞물려 흔들렸다는 사실을 뒷받침하고 있다. 특히 국정 농단 수사를 맡았던 박영수 특검을 비롯해 지금껏 13차례 특검은 검찰 수사의 불신과 직결되는 대목이다. 오죽하면 문재인 정부 출범과 함께 검찰을 정권의 칼로 쓰지 않겠다는 원칙을 밝히고 나섰겠는가. 국민은 정권과 관련된 사건에 대한 검찰의 처리 결과를 잘 알고 있다.
김 총장은 이임식에서 검찰개혁이 국민에게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추진돼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국민을 위한 검찰개혁을 당부했다. 전적으로 맞는 말이다. 하지만 검찰은 자체적으로 여러 차례 개혁을 추진할 기회를 가졌었음에도 번번이 실패했다. 원칙을 지키되 절제된 자세로 검찰권을 행사하고, 구성원 모두가 청렴을 실천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지키지 못했다. 원칙, 절제, 청렴이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요체라고 밝힌 김 총장의 자세는 떠나는 마당에 적절하지 않다. 재직 중에 스스로 반드시 실행에 옮겼어야 할 핵심 업무였기 때문이다.
검찰은 국정 농단 수사를 마무리한 수사팀과 법무부 고위 간부들이 회식하면서 폭탄주를 돌리고 돈봉투까지 주고받는 황당한 일에 휩싸였다. 회식에는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 등 국정농단 수사팀 6명과 안태근 검찰국장 등 법무부 간부 3명이 동석했다. 50만원에서 100만원이 든 금일봉 봉투까지 오갔다고 한다.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에 대한 부실 수사에 대한 비판 여론이 비등하던 와중에서다. 안 국장은 박영수 특검의 조사 결과, 우 전 수석과 지난해 8월 이후 1000여 차례 이상 통화한 장본인이다. 검찰은 안 국장이 조사 대상이 아니었다고 주장하지만 자숙했어야 마땅했다. 검찰의 민낯이 아닐 수 없다.
서울중앙지검장 등의 ‘술판’도 큰 사건 뒤 으레 있는 격려 자리라고 해명하고 있지만 쉽게 납득할 수 없다. 진상규명이 필요하다. 검찰개혁이 거스를 수 없는 당면 과제인 이유이기도 하다. 문재인 대통령은 일찍이 국정 농단에 대한 재수사를 언급했다. 조국 민정수석도 “검찰개혁은 검찰의 독립을 보장해 주는 것”이라면서 “내년 6월 지방선거 전까지”라고 못 박은 상태다. 검찰이 사회의 소금이 되기 위해서는 현재 검찰 그대로 갈 수 없다.
[조선일보]
7. 뉴욕 겨냥 北 ICBM 코앞, 文 국민 어떻게 지킬 건가
북한이 14일 고도 2000㎞ 넘게 쏘아 올리는 데 성공한 중장거리 탄도미사일(IRBM)은 김정은 정권의 대량살상무기 기술이 빠르게 진화하고 있음을 또 한 번 보여주었다. 500㎏의 핵탄두를 탑재하고 5000㎞를 날아갈 수 있다. 전문가들은 이 미사일 엔진 3개를 묶어 추진력을 늘리고, 3단 분리 시스템을 갖추면 미국 본토를 공격할 수 있는ICBM(대륙간탄도미사일)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발사 성공에 고무된 김정은은 "미 본토와 태평양 작전지대가 우리의 타격권 안에 들어 있다"고 했다.
북 미사일은 아직 대기권 재진입 기술이 부족하다고 한다. 그러나 기술이란 언젠가는 획득되는 것이다. 특히 북한처럼 국가의 모든 능력을 한곳에만 쏟아부으면 그 시간은 단축될 수밖에 없다. 북이 뉴욕까지 날아갈 핵무기 탑재 ICBM을 개발하는 사태는 문재인 대통령 임기 중에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한반도 정세는 그야말로 지각변동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
북 미사일이 1만㎞ 날아가면 LA를 포함한 미 서부를 겨냥할 수 있다. 1만3000㎞면 워싱턴 DC와 뉴욕을 포함한 미 동부지역에 도달한다. 이렇게 되면 미국이 과연 '서울을 지키기 위해 LA나 뉴욕을 희생할 수 있느냐'는 근본적인 질문이 현실적으로 제기될 수밖에 없다. 북이 뉴욕을 때리겠다면서 한반도에서 물러서라고 할 경우 미국이 위험부담을 지면서까지 우리 편에 서겠느냐는 의문이다.
사실 이것은 의문이라고 할 수도 없다. 아무리 동맹국이라고 해도 그런 위험을 지면서 다른 나라를 지켜주겠다는 것은 '말'로는 가능할지 몰라도 현실에서는 있을 수 없다. 당장 미국 국민과 의회가 북한에 양보하라고 나설 것이다. 미국은 우리나라에 핵우산 제공을 약속하고 있다. 북이 뉴욕을 때릴 핵미사일을 갖게 되면 핵우산은 '문서'로만 남게 된다. 그 실현성을 보장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
문서를 믿는다는 것은 어리석음에 앞서 안보를 포기하는 것과 다를 게 없다. 북이 ICBM에 다가서면 여러 가지 도전들이 닥쳐올 것이다. 미국이 선제공격을 실제 감행할 수 있다. 그게 아니면 미·북 평화협정이 체결되면서 주한미군 철수와 한·미동맹 종료로 이어질 수도 있다.
이 모든 사태가 문 대통령 임기 중에 벌어질 가능성이 결코 낮지 않다. 문 대통령은 나라와 국민을 지킬 방안을 갖고 있는가. 우리 사회 일각에서는 독자적인 핵무장이 불가피하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미국의 전술핵무기를 반입해 한·미가 공동 운영하자는 견해도 제기되고 있다. NATO는 미국과 '핵공유(nuclear sharing)' 협정을 맺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이런 방안을 다 거부하는 입장이다. 대통령이 되고 북이 IRBM까지 손에 넣은 지금도 그런가. 이제 '남북대화로 문제를 푼다'는 등의 환상은 어디에도 통하지 않는다. 김정은에게 문재인 정부는 안중에 없을 것이며 그저 '달러 박스' 정도로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현실적인 '문재인 안보 전략'이 나와 국민을 안심케 하고 단결시키기를 바랄 뿐이다.
8. '미세 먼지 줄이기' 국민 부담 는다는 것부터 알려야
문재인 대통령은 15일 미세 먼지 응급 대책으로 30년 이상 된 노후 석탄화력발전소 10기 가운데 8기에 대해 6월 한 달간 일시 가동을 중단시키라고 지시했다. 내년부터는 전력 비수기인 3~6월 4개월간 노후 화력발전소 가동을 중단시킨다. 문 대통령은 건설 중인 석탄발전소 가운데 공정률 10% 미만 9기는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는 공약도 내놨었다.
석탄발전소의 미세 먼지 오염 비중은 14%다. 봄철에 한해 노후 발전소를 가동 중단시키면 오염 비중을 1~2%포인트 정도 낮출 수 있을 것이다. 미세 먼지를 줄인다고 할 정도는 아니지만 정부가 해결 의지를 표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문제는 전기 요금이나 전력 수급 측면에서 감수해야 할 부작용들이다. 세상에 공짜로 되는 일은 없다. 그런 방법이 있으면 역대 정부가 벌써 했을 것이다. 문 대통령은 후보 시절 노후 원전은 수명 연장을 하지 않거나 폐지시키고, 신규 원전은 더 이상 짓지 않겠다고 했다. 총건설비 8조6000억원 가운데 이미 1조4000억원이 투입된 신고리 원전 5·6호기도 건설 중단으로 갈지 초미의 관심사다.
국내 전력 생산 가운데 석탄발전 비중이 39%, 원전은 30%다. 석탄과 원자력을 동시에 억제할 경우 전력 생산 단가가 비싼 LNG 발전 의존도를 늘려야 한다. 문 대통령 진영 관계자는 지난달 토론회에서 "2030년까지 전기 요금이 20~30% 인상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우리는 전기 요금을 워낙 싸게 묶어놓아 가열·건조 등 열(熱)에너지까지 고급 에너지인 전기를 쓰는 곳이 적지 않다. 왜곡된 에너지 소비를 정상화시키기 위해 일정 수준 요금 인상이 필요하지만 그럴 경우 기업과 가계에 부담으로 돌아간다. 경유차 억제 문제도 서민들 부담 증가라는 문제에 부닥칠 것이다.
선거운동 과정에선 국민에게 듣기 좋은 얘기 위주로 해도 어느 정도 이해가 됐다. 집권 후엔 국정 전체를 보는 시각에서 면밀한 로드맵을 갖고 정책을 발표해야 한다. 보여주기는 이 정도로 됐다. 이제 진짜 정책이 나와야 한다. 정부는 공기를 깨끗하게 만들기 위해선 국민이 부담해야 할 고통도 있다는 것부터 알려야 한다.
[동아일보]
9. 여권, 野때 반대한 규제프리존법 푸는 게 협치다
전병헌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이 어제 정세균 국회의장과 국회 5당 지도부를 예방하고 “국회와 정부, 청와대 간 커뮤니케이션과 네트워크, 소통의 센터 역할을 열심히 한번 해보고자 한다”며 “모든 정당과 대화의 채널을 열어 놓겠다”고 말했다. 국회와 청와대의 가교인 정무수석으로서 하는 당연한 말인데도 가슴에 와 닿는 것은 박근혜 정부가 국민과의 소통뿐 아니라 국회와의 커뮤니케이션에서도 불통이라는 소리를 들었기 때문일 것이다.
박근혜 청와대의 정무수석은 현기환 김재원 의원 같은 친박(친박근혜) 핵심 의원이 맡아 야당과의 소통이 부족했고, 여당이던 새누리당 지도부와도 불협화음을 일으켰다. 친문(친문재인)계가 아닌 전 수석은 김대중 정부에서 국정상황실장을 맡아 어떻게 청와대가 돌아가는지를 알고 민주당에서도 원내대표와 정책위의장을 역임했다. 여소야대인 5당 체제에서 국회와의 협력, 특히 야당과의 소통이 중요한 상황에서 전 수석의 역할에 대한 기대가 그만큼 크다.
전 수석이 민주당 원내대표 시절 같은 당에서 정책위의장을 맡았던 장병완 국민의당 의원은 “문 대통령이 대선 때 규제프리존법에 약간 문제가 있다고 했는데, 과거 입장에 얽매이지 말고 법안 통과에 뜻을 모았으면 한다”며 문 대통령에게 전해 달라고 당부했다. 야당 시절 반대한 법안이지만 이젠 국민을 바라보고 일자리 창출을 위해 합심하자는 제언이다.
장 의원 지적대로 이런 문제부터 청와대가 나서서 하나하나 풀어나가야 국민의 마음을 얻을 수 있고 진정한 협치도 이룰 수 있다. 정무수석은 대통령 의중을 일방적으로 국회에 전달하려고만 하지 말고 국민과 국회의 의견을 들어 대통령에게 전달하는 쌍방향 소통에 힘써야 하는 자리다.
여당 의석이 120석에 불과한 문재인 정부는 야당의 협조 없이는 개혁을 추진하기 힘들고, 정국도 안정시킬 수 없다. 정우택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어제 “대통령의 국정지시 1호사항 등을 얘기할 때 먼저 소통을 해 달라”고 당부한 것도 새겨들을 만하다. 국정 교과서 폐지처럼 여야 간 이견이 큰 사안은 정치권과 먼저 상의할 필요가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여당이었던 한국당은 국회에서 무조건 발목 잡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사실을 지난 정부에서 절감했을 것이다. 청와대의 소통 노력 못지않게 야당도 매사에 딴죽만 걸지 말고 역지사지(易地思之)의 심정으로 정부에 협조할 것은 협조하기 바란다.
[경향신문]
10. 대선 끝나자마자 대여 투쟁 나선 한국당, 성찰부터 하라
자유한국당이 문재인 정권이 출범하자마자 대여 투쟁을 하고 있다. 정우택 당 대표 권한대행은 어제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두 야당이 여당의 2중대 비슷하게 흘러가고 있다”며 “한국당만은 제1야당답게 강력히 견제해 정부·여당의 독주를 막고 비판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력한 저항’을 불사한다는 표현도 썼다. 문 대통령 당선 직후 협조할 것은 협조하겠다고 약속했지만 대선 끝난 지 1주일이 채 못 되는 기간 실제 한 일은 문 대통령 흔들기였다.
야당이 집권세력을 견제하는 것은 당연하다. 집권 초기 대통령이 독선에 빠지지 않게 야당이 대통령을 다잡는 것도 필요하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당선과 함께 취임해 지금껏 조각은커녕 청와대 보좌진조차 꾸리지 못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에 따르면 문 대통령이 잘할 것 같다고 응답한 시민이 75%나 된다. 이런 상황에서 선전포고 같은 제1야당의 대통령 공세는 누가 봐도 명분 없는 딴죽이다. 9년 만에 야당이 된 상실감을 감안해도 지나치다. 한국당이 지난 며칠간 퍼부은 대여 공세도 건강한 견제로 보기 어렵다.
조국 민정수석이 정윤회 문건 파동을 조사하겠다고 하자 한국당은 “갈등과 분열로 대한민국을 이끄는 어리석은 결정”이라고 논평했다. 세월호 참사와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재수사에 대해서는 “보수를 궤멸시켜 20년 장기집권의 길을 가려는 문 대통령의 뜻”이 반영된 결과라고 했다. 시민 다수의 의사와는 다른 비판이다. 그 전에는 전대협 의장 출신인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을 ‘주사파’라고, 조 민정수석은 국가보안법 위반 전력자라고 공격했다. 첫 대여 공격이 근거 없는 색깔론 제기였다.
한국당이 재집권을 노린다면 제대로 된 길을 가야 한다. 대선 때 안보몰이로 재미 좀 봤다고 색깔론에 또 기대는 것은 옳은 방법이 아니다. 아무리 보수 지지자라고 해도 시대착오적인 주장을 하는 군내 나는 정당에 신임을 보낼 시민은 없다. 새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워 새 정부의 손발을 묶은 뒤 내년 지방선거에서 재미를 보려는 심산이라면 당장 접는 게 좋다.
건강한 견제와 소모적인 정쟁을 구분하지 못할 시민은 이제 더 이상 없다. 한국당은 국정농단과 대선 실패에 대해 성찰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차떼기 정당’ 비난에 천막당사로 갔던 13년 전보다 못한다는 건 이해하기 어렵다. 보수의 가치를 다시 세우는 문제를 고민하기 바란다.
주요신문칼럼
1. [중앙일보][삶의 향기] 이브 클라인의 블루 : 색의 전쟁
눈에 선하다. 지난달 매장에서 본 파란색 외투가 참 인상적이었다. 봄이면 매번 고민하는 외출복의 선택. 그 옷은 이런 고민을 한 번에 해결해줄 것 같았다. 기품 있는 매무새에다 내 얼굴을 환하게 했다. 하지만 나는 그 파란색 옷을 사지 못했다.
함께 쇼핑을 간 친구 때문이었다. 다이애나비를 비롯한 많은 명사들이 새파란 외투를 입고 대중 앞에 나왔을 때 얼마 안 가 죄다 이혼을 했다며 말렸다. 영국의 왕세자비 미들턴이 최근 로열블루 빛 의상으로 얼마나 센세이션을 일으키는지 말해주고 싶었다. 그래도 꺼림칙했다. 파란 옷이 이별을 불러들인다는 속설을 이길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탐이 났지만 그 옷을 택하지 못한 다른 이유는 특정 정당을 상징하는 색 때문이었다. 당시가 대통령선거 전이라 각 정당 출신의 후보자들이 제각각의 색을 내세워 치열하게 캠페인을 벌이는 중이었다. 그 옷으로 모임에 나가면 십중팔구 나는 그 정당의 후보를 지지하는 모습으로 비쳤을 것이다. 더없이 자유로워야 할 나의 창작활동이 정치적 이념에 묶이는 것을 원치 않았다.
그 옷을 선택하지 않은 결정적 이유는 이브 클라인(Yves Klein, 1928~62) 때문이다. 파란색에 관한 한, 그를 능가할 미술가는 없다. 1950년대 중반 클라인은 그만의 파란색을 개발해 회화와 조각을 제작했고 퍼포먼스도 했다. 그의 파랑은 울트라마린(Ultramarin) 계열의 깊고 진한 색이다. 자신의 이름을 따서 이 색을 인터내셔널 클라인 블루(IKB)로 명명하고 특허를 받기까지 했다.
온통 파랑으로 균일하게 뒤덮인 캔버스와 조각물로 그는 이미 10년 뒤 미국에서 맹위를 떨칠 미니멀 미술을 예견했고 또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에 내주었던 현대미술의 주도권을 프랑스로 되돌리는 미술가로 꼽혔다. 클라인 식의 파란 외투를 입고 내 작업실을 들락거린다면 내 작품이 주눅 들 것 같았다. 무엇보다 파랑의 강렬한 기세가 내 생활과 그림 그리기를 사로잡을 것이 분명해 보였다.
클라인에 의하면 “파랑은 볼 수 없는 것을 보이게 하는 색”이란다. 하늘과 바다는 왜 파란색일까? 유리컵에 담긴 물과 빈 유리잔은 투명하지만 그 속의 것이 바다를 이루고 하늘을 이룰 때 파랑으로 보이게 된다. 다른 색보다 파장이 짧은 파랑이 물 분자나 기체 분자와 충돌하면서 다른 빛보다 더 많이 반사하는 산란현상 때문에 바다와 하늘이 파랗게 보인다고 한다. 클라인의 블루는 이런 비가시적인 것을 강하게 드러내는 파랑의 힘을 탐구하는 과정에서 발견된 것 같다.
짙은 파랑의 한 종류인 울트라마린은 “바다 건너편”에서 온 색이란 뜻이다. 중세 이전까지 유럽인들은 순수한 파란색을 먼 바다를 건너 수입해온 청금석(lazuli)에서 얻었다. 그만큼 파란색은 귀하게 취급되었다. 파랑은 고대로부터 현실에서 감지하기 힘든 대상이나 초월적인 것을 표현하는 데 쓰여왔다. 고대 이집트 파라오의 머리카락과 수염이 파랗게 묘사되고 중세의 성화에 등장하는 성모 마리아는 파란 옷을 입은 것으로 표현된다.
비가시적이고 초월적이기에 파랑은 현실의 격정에 머물지 않고 이성적 합리성을 상징한다. 그래서 보수주의자는 파랑을 선호한다. 5년 전 한나라당은 30여 년간 보수정당이 써온 파랑을 버리고 빨강을 당의 상징색으로 채택했다. 그런가 하면 3년 전 새정치민주연합은 15년간 진보정당이 써온 초록과 노랑을 버리고 경쟁 정당이 사용했던 파란색을 상징색으로 채택했다. 색을 차지하고 버리는 식이다. 보수정당이 오랜 전통의 색을 버리고 정반대 편의 색인 빨간색으로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는가 하면 진보정당은 경쟁자가 버린 파랑으로 이번에 정권을 잡았다.
색이란 누군가 점령해 갖는 영토와 같다. 누군가 차지하기를 기다리는 땅과 같다. 클라인이 차지한 파란 영토는 그의 이름으로 등록되어 있어 아무나 그 영역에 들어가 쓸 수 없다. 그는 그의 색을 죽을 때까지 버리지 않았기에 그의 승리는 오래도록 계속될 것 같다. 앞으로 파란색의 정치적 주인은 수없이 바뀔 것이지만 울트라마린으로 가득한 창공은 그것을 우러러보는 사람과 그 속을 나는 새가 차지한다.
2. [서울신문][씨줄날줄] 신(新)실크로드와 중국몽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는 ‘현대판 대장정’이다. 건국의 아버지 마오쩌둥이 대장정(1934~1936년)을 통해 신중국의 초석을 닦았다면 5세대 지도자 시진핑 국가주석은 이를 통해 중화 부흥의 꿈(中國夢)을 실현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2013년 10월 시 주석이 인도네시아에서 이 구상을 밝혔다. 중국 건국 100주년을 맞는 2049년을 목표로 육·해상 실크로드 주변의 60여개국을 거대 경제권으로 묶는 야심 찬 프로젝트다.
일대(一帶)는 ‘하나의 띠’란 의미로 한(漢) 무제가 개척한 동서 교역로인 비단길이다. 중앙 아시아를 거쳐 터키를 지나 유럽으로 향하는 유라시아 횡단 축과 일치한다. 일로(一路)는 명(明) 영락제 당시 정화(鄭和)의 남해 원정로, 즉 해상 실크로드에 해당한다. 남중국해를 지나 말라카해협을 거쳐 인도양~아프리카로 이어지며 지중해를 지나 유럽과 연결하는 축이다. 육·해상 두 축을 통해 해당 국가들의 교통 인프라를 연결하고 자유무역 지대를 건설한다는 원대한 꿈이다. ‘21세기 신(新)실크로드’로 불리는 이유다.
일대일로 구상은 ‘범중화 경제권’이 목표다. 60여개국의 44억명을 포괄하고 21조 달러, 우리 돈 약 2경원의 경제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미국이 지배하는 달러 경제권을 허물면서 ‘위안화 제국’을 세운다는 원모심려가 엿보인다. 중국이 경제개발 과정에서 누적된 생산 과잉의 모순을 국내외 인프라 건설을 통해 해결하면서 새로운 실크로드를 통해 국가 경제의 근원인 에너지 문제를 해결하는 일석다조(一石多鳥)의 노림수도 엿보인다.
밑바닥에 깔려 있는 외교 안보적 사고도 눈여겨봐야 한다. 다극주의를 꿈꾸는 중국은 최강의 패권국 미국과 한판 대결이 불가피하다는 인식이 강하다. 시시각각 조여오는 대중 포위전략에 대한 전방위적 반격전의 의미가 있다. 일대일로에 참여한 국가들과 ‘경제적 파트너십’을 강화하면서 미국의 세계질서를 서서히 중국 위주로 돌려놓는다는 구상이다.
일대일로 국제협력 정상포럼이 15일 폐막됐다. 28개국 정상을 포함해 130여개국 대표단이 참석한 매머드 회의였다. 세계 경제성장의 ‘새로운 동력’이라고 규정한 시 주석은 ‘복숭아와 오얏나무는 말이 없어도 그늘 아래 자연히 길이 생긴다’(桃李不言 下自成蹊)는 고사를 인용하며 성공을 다짐했다.
그럼에도 중국의 신팽창주의를 우려하는 미국과 서방국가들의 시선은 싸늘하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번 포럼을 권력 기반 강화를 위한 시 주석의 ‘정치 선전장’으로 공격했다.
3. [파이낸셜뉴스][fn스트리트] 메르켈의 장수 비결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4연임에 성공할 것인가. 14일(현지시간)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州) 주의회선거에서 그의 기민당이 선전하면서 청신호가 켜졌다. 이곳은 오는 9월 총선 결과를 가늠할 리트머스 시험지였다. 16개주 중 가장 많은 1800만 인구에다 노동계층을 등에 업은 사민당 지지세가 강한 지역이었기 때문이다.
이런 분위기가 9월까지 이어진다면 메르켈은 그의 '정치적 사부'인 통일총리 헬무트 콜의 최장 16년 재임 기록에 도전할 길이 열린다. 2005년 총리가 된 그가 4연임 후 온전히 임기를 채우는 걸 전제할 때다. 주기적 정권교체가 상례화한 구미 선진국에서 16년 집권은 퍽 드문 일이다. 대통령제인 미국에서도 4연임 중 병사한 프랭클린 D 루스벨트 전 대통령은 이례적인 사례다.
올 연초만 해도 메르켈의 시대는 저무는 듯했다. 그의 중도보수 노선이 좌파와 극우 사이에서 협공을 받으면서다.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선언 이후 반유로.반이민 기치의 극우 '독일을 위한 대안당'(Afd)은 줄기차게 메르켈의 난민정책을 공격했다. 반면 집권 기민.기사 연합은 이 문제로 큰 내홍을 겪었다. 유럽의회 의장 출신 마르틴 슐츠를 총리감으로 내세운 사민당이 이에 대해 일관성을 유지한 것과 대조적이었다. 메르켈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막말에 맞서 선명하게 각을 세우지 못한다는 불만이 새나온 것도 이즈음이다.
그러나 그는 독일 안팎에서 정치적 입장이 달라도 모나지 않게 대화로 설득하는 정치 스타일을 바꾸진 않았다. '철의 여인'으로 불린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총리의 그것과는 다른 '부드러운 리더십'을 고수한 것이다. 그의 '엄마 리더십'은 결국 통할 모양이다. "모든 사람에게 존경은 받았지만 그만큼 많은 사람에게 사랑은 받지 못했다"는 평을 받은 대처의 11년 집권기록을 이미 깼기 때문만은 아니다. 비스마르크와 콜 등 독일을 차례로 통일한 위업을 쌓은 두 '마초급 총리'들과 몇 년 안에 어깨를 나란히 할 참이니….
4. [연합뉴스][이희용의 글로벌시대] 세계인의 날과 무지개의 나라 한국
"몽골에서는 한국을 '설렁거스'(무지개 나라)라고 부릅니다. 이렇게 불리게 된 데는 여러 설이 있는데, 전 한국에서 그 해답을 찾았습니다. 어릴 적 어머니가 승무원이셨던 덕에 8살에 처음 한국을 방문한 저는 알록달록한 빛깔과 화려한 간판들, 생기와 개성이 넘치는 사람들로 붐비는 밤거리 풍경을 보고 입이 쩍 벌어졌습니다. 그 광경은 형형색색의 빛깔이 어우러져 하나의 큰 무지개를 형성하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엄마와 한국의 어느 거리를 걷다가 양초를 구워 먹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란 적이 있었는데, 알고 보니 한국 사람이 즐겨 먹는 가래떡이었습니다.
29살이 된 저는 한국에서 이화여대 대학원 사회복지학과에서 석사과정을 밟으며 무지개 사회를 이루는 한 명의 사회구성원이 돼 살고 있습니다. 한국은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무지개처럼 다양한 색을 지니고 있으면서 서로 더불어 살며 찬란한 역사를 이뤄냈습니다. 그러나 안타까운 것은 특정한 색이 되라고 강요하거나 어떤 색은 나쁘다고 규정해 무지개 시민들의 고유한 색이 변질되는 것입니다. 이민자 200만 시대를 맞아 각자의 빛깔을 소중히 여기고 조화를 이뤄야 더욱 아름다운 무지개를 이룰 것이라고 믿습니다."
이 글은 제10회 세계인의 날(Together Day) 기념 수기 공모에서 재한외국인 부문 최우수작에 뽑힌 몽골 유학생 바차이칸 아누 씨의 '무지개 나라 한국'을 간추린 것이다. 그를 비롯해 한국을 어머니의 집처럼 편하게 느낀다는 미국인 영어강사, 흑인 친구가 차별을 견디다 못해 고향으로 돌아간 사실을 안타까워하는 몽골 유학생, 온갖 어려움을 이겨내고 사랑받는 아내이자 며느리가 된 베트남 출신 결혼이주여성, 중국동포(조선족)들의 이미지 개선에 앞장서는 동포 3세 여성 상담사,
"배워서 남 주자"란 목표 아래 주경야독을 하는 미얀마 출신 노동자, 무지개청소년센터에서 꿈을 키우고 이제는 멘토로 활약하는 중국 유학생, 한국에서 받은 사랑을 되돌려주려고 열심히 봉사활동에 나서는 러시아 유학생 등이 입상의 영예를 안아 19일 서울 국립극장에서 열리는 세계인의 날 기념식에서 상을 받는다.
우리나라는 내국인과 외국인이 서로 이해하고 존중하며 지내는 사회환경을 만들자는 취지로 아시아에서는 처음으로 2007년 5월 17일 '재한외국인 처우 기본법'을 제정해 그해 7월 18일부터 시행해왔다. 이 법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외국인 정책을 수립해 시행할 것을 의무화한 것을 비롯해 국무총리 소속 외국인정책위원회 설치, 재한외국인과 자녀 차별 금지, 외국인이 대한민국에서 생활하는 데 필요한 교육·정보·상담 지원, 다문화 이해 증진을 위한 노력 등을 규정하고 있다.
정부는 법 19조에 따라 5월 20일을 세계인의 날, 이로부터 1주일을 세계인 주간으로 각각 정해 이듬해부터 기념하고 있다. 2006년 3월 이민정책포럼에서 명칭과 날짜를 논의할 때 차별 요소가 있는 '외국인의 날' 대신 '세계인의 날'로 명명했다. 또 유엔이 2002년 '세계 문화다양성의 날'로 제정한 5월 21일이 가장 적합한 것으로 조사됐으나 '부부의 날'과 겹쳐 하루 전날인 5월 20일로 정했다. 올해는 재한외국인 처우 기본법 제정 10주년이자 제10회 세계인의 날을 맞는 해다. 세계 문화다양성의 날과 세계 문화다양성 주간은 2014년부터 우리나라에서 기념하고 있다.
80년대 중반만 해도 국내에 사는 외국인은 4만여 명에 지나지 않았다. 그러던 것이 2000년 9월 50만 명, 2007년 9월 100만 명, 2013년 6월 150만 명을 돌파한 데 이어 2016년 6월 200만 명을 넘어섰다. 올 3월 기준으로 체류 외국인은 203만1천677명으로 10년 전보다 갑절 이상 늘어났다.
체류 외국인이 연평균 8%씩 증가해온 최근 추세를 감안하면 2021년 300만 명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전체 인구의 5.82%에 해당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5.7%를 웃도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외국인 비율이 인구의 5%를 넘어서면 다문화사회에 진입한 것으로 본다.
인종과 언어, 전통과 문화가 다른 사람들이 어울려 살면 어색함이나 불편함이 따르게 마련이고 소통과 이해 부족에서 빚어지는 마찰과 갈등을 피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그러나 균질한 사람들만 모여 사는 집단은 퇴보와 도태의 길을 걷는다. 동서고금의 역사가 이를 웅변하고 있고, 근친혼이 유전병의 위험을 높인다는 것은 우생학적으로도 입증된다.
미국 미시간대의 스콧 페이지 교수는 '다양성이 능력을 이긴다'(Diversity trumps ability)는 이론을 창안했다. 덜 똑똑하지만 다양한 사람들로 구성된 그룹이 똑똑한 사람들로 구성된 동질적인 그룹보다 더 높은 성과를 낸다는 뜻이다. 페이지 교수는 집단의 오류는 평균오류에서 다양성을 뺀 것이라는 등식도 제시하며 "다양성이 증가할수록 사회의 오류를 줄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영국의 저널리스트 그레그 재커리는 저서 '세계인으로서의 나'(The Global Me)에서 "다양성은 나라의 건강과 부를 결정짓는다"고 전제한 뒤 "이제 혼합은 새로운 표준이고 고립을 이기며, 혼합은 창의성을 북돋고 인간의 정신을 풍요롭게 하고 경제성장을 촉진한다"고 역설했다.
불가(佛家)에 "바보 셋이 모이면 문수보살의 지혜가 나온다"는 옛말이 있다. 일찍이 집단지성의 힘을 간파한 것이다. 지금까지 갈등 해결이나 문제 예방, 혹은 인권 보호 차원에서 이주민이나 다문화 자녀를 이해하고 포용하자고 권유해 왔다면, 이제는 실질적인 측면에서도 다문화사회로의 이행이 나라의 부강과 사회의 풍요에 도움이 된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제10회 세계인의 날과 세계인 주간, 그리고 세계 문화다양성의 날과 세계 문화다양성 주간을 계기로 "피할 수 없으니 받아들이자"는 소극적인 태도에서 벗어나 "지속가능한 발전을 이루기 위해 세계 각국 인력을 유치하자"는 적극적인 자세로 전환해보면 어떨까.
5. [서울신문][김진수의 바이오 에세이] 인공지능 시대의 일자리
역사상 유례없는 대통령 탄핵으로 예정보다 수개월 일찍 치러진 제19대 대통령 선거 결과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가 당선됐다. 신임 대통령에게 주어진 과제 중 특히 국민들이 기대하는 것은 일자리 창출과 경제 활성화라고 할 수 있다.
이를 반영해 문 대통령은 81만 개 공공부문 일자리 만들기를 대표적 선거 공약으로 내세웠고 취임 당일 첫 번째 업무지시로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를 설치하도록 했다. 우리 경제가 활력을 잃어 기업이 일자리를 만들지 못하고 있으니 정부가 나서서 공무원 채용을 늘리고 공기업과 공공기관의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공공부문 일자리는 지속적인 정부 재정이 뒷받침돼야 하기 때문에 무한정 늘릴 수만은 없다.
인공지능과 로봇, 드론, 자율주행차 등 신기술의 발전은 장기적으로 일자리 전망을 어둡게 한다. 머지않은 장래에 운전기사, 배달부, 점원 등 블루칼라 일자리뿐 아니라 의사, 변호사, 기자, 자산관리사, 회계사 등 화이트칼라 전문직도 인공지능에 의해 대체될 수 있다. 이미 국내 병원 여러 곳에서 암환자 치료에 인공지능을 활용하고 있고 신문기사 중 로봇기자가 쓴 것이 점점 늘고 있다. 기업의 입장에서는 인건비를 줄이고 생산성을 높여야만 생존할 수 있기 때문에 신기술 도입에 적극적일 수밖에 없다. 결국 인공지능과 로봇이 발전하면 할수록 더 많은 직업과 일자리가 사라지게 된다.
신기술은 일자리를 없애기도 하지만 새로 만들기도 한다. 신기술로 인해 수많은 일자리가 만들어진 사례로 생명공학(BT) 분야를 꼽을 수 있다. 1980년대 미국의 분자생물학자들이 개발한 유전자 클로닝 기술에 기반해 수많은 생명공학 회사들이 창업되었고 기존 제약회사들에도 혁신을 가져왔다. 치료제가 없는 질병의 원인을 규명하고 신약을 개발할 수 있게 된 것이다.
BT는 제약 산업 이외에도 농업, 축산, 환경, 에너지 분야에서 수많은 사업기회와 일자리를 만들었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에 따르면 국내에 제조 시설을 갖춘 바이오 및 제약회사에 고용된 인원만 약 9만 4000명에 달하고 매년 수백 명의 석사, 박사 등 고학력자들을 신규 채용하고 있다. 아직 제조 시설이 없는 신생기업과 출연연구소, 대학에서 일하고 있는 연구자를 포함하면 수십만 명에 달하는 생명과학 전공자들이 불과 30여년 전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직업에 종사하고 있는 셈이다.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 기술은 기존 생명공학의 한계를 뛰어넘는 최신 기술로서 새로운 사업기회와 일자리를 만들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기존 생명공학 기술이 시험관에서 유전자를 잘라 붙여서 클로닝한 후 세포 내 유전체에 무작위로 도입하는 데 비해 유전자 가위는 살아 있는 세포 내의 유전자를 잘라 붙여 수술하는 도구다.
기존 생명공학으로는 할 수 없는 일을 유전자 가위로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로 인해 생명공학은 새로운 차원으로 발전되고 있다. 런던 비즈니스스쿨의 린다 그래턴 교수가 최근 발표한 미래 일자리 보고서에 따르면 유전체 설계자, 인공 생명체 디자이너, 유전자변형 곡물 및 가축 개발자는 물론이고 심지어 아기 디자이너에 이르기까지 유전자 가위 기술에 기반한 새로운 직업이 유망하다고 예측했다.
인공지능 시대에 정부는 어떤 역할을 하고 어디에 투자해야 할까. 인공지능과 로봇 산업은 민간 기업이 비용 절감과 생산성 향상을 위해 자발적으로 개발하고 도입할 수밖에 없다. 정부의 역할이 제한적이고 투자 효과도 크게 기대할 수 없다.
이에 비해 생명과학 분야는 일자리 창출과 다양한 산업 분야의 혁신뿐만 아니라 국민의 건강과 생명에 직결되는 분야다. 투자 대비 고용 효과가 큰 분야이기도 하다. 우리 사회의 미래를 위해 생명과학과 바이오 제약산업에 대한 새 정부의 관심과 투자 확대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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