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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자료는 교육용으로 쓰기 위해 올리는 자료로 상업적 목적은 없으며 선정된 사설의 정치적 성향은 블로그 운영성향과 무관합니다.
주요신문사설
[한국경제]
1. 기업 키우는 '김상조 공정위'를 기대한다
새 정부가 공정거래위원장에 김상조 교수를 지명하자 경제계는 ‘올 것이 왔다’는 반응이었다. 지난 20년간 줄기차게 ‘재벌개혁’을 외쳐온 대표적인 ‘재벌 저격수’여서다. 하지만 그가 어제 기자간담회에서 밝힌 구상을 보면 맹목적인 원리주의자는 분명 아닌 듯하다. 오히려 세계 경제 변화를 수용하는 현실성과 유연성이 엿보인다는 평가도 나온다. 그는 “개혁 의지는 조금도 후퇴하지 않았다”면서도 “재벌은 한국 경제의 소중한 자산이며 해체하려는 게 아니다”고 했다.
그럼에도 경제계 우려가 적지 않다. 무엇보다도 조직과 역할이 대폭 확대된 ‘슈퍼 공정위’를 맞게 됐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시절 공정위를 전면 개혁해 ‘재벌 갑질’과 경제 적폐를 근절할 방침을 밝힌 바 있다. 경제수장(부총리)보다 먼저 공정거래위원장을 임명한 건 그런 의지를 반영한 것이라고도 했다. 공정위는 대기업을 전담할 ‘조사국(기업집단국)’을 12년 만에 부활시키기로 했다. 경쟁제한, 담합 억제 위주인 선진국 경쟁당국과 달리 기업 출자구조와 내부거래까지 규제하는 공정위는 더욱 막강한 파워를 갖게 됐다.
새 정부는 공정위를 앞세워 경제력 집중 억제와 지배구조 개선을 추진할 태세다. 김 후보자는 4대 그룹에 더 엄격하게 법 집행을 해 실효성을 높이겠다고 한다. 하지만 경제력 집중에 대한 오해와 오독(誤讀) 가능성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4대 그룹은 치열한 글로벌 경쟁을 견뎌냈기에 이만큼 커졌다. 해외 매출이 80%가 넘는 대기업들을 ‘국내’라는 울타리로 한정해 경제력이 집중됐다고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글로벌 기업을 둘러봐도 지배구조의 정답은 존재하지 않는다.
개혁은 수단이지 목표가 될 수 없다. 김 후보자도 “재벌 개혁의 궁극적 목표는 경제활력을 되살려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라고 했다. 일리가 있다. 그렇다면 기업을 옥죄기보다는 글로벌 기업들이 더 많이 나오도록 환경을 조성하는 게 공정위의 역할이 돼야 마땅하다. 삼성전자 같은 기업이 10개, 20개 나올 수 있다면 ‘일자리 정부’로 평가받을 것이다. 규제만능주의가 아닌, 기업 키우는 ‘김상조 공정위’를 기대한다.
[경향신문]
2. 홍석현 특사 만나 관여와 평화 의지 밝힌 트럼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핵 문제에 대해 “어떤 조건이 되면 관여로 평화를 만들 의향이 있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대미특사인 홍석현 한반도포럼 이사장과 접견한 자리에서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핵과 관련해 ‘평화’라는 단어를 사용한 것은 처음이다. 이는 최근 미국 고위 당국자들의 유연한 대북 태도와 맥을 같이한다.
북한 핵실험 중단 시 대화 용의가 있다는 니키 헤일리 유엔주재 미국대사나 북한 붕괴를 추구하지 않겠다는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의 발언이 그것이다. 북한의 태도에 따라 대북 압박 기조를 대화 국면으로 전환할 수 있다는 얘기다. 대화 조건을 비핵화 약속에서 핵실험 동결로 문턱을 낮춘 것도 변화다. 북한의 핵능력이 완성단계에 이른 것을 감안한 현실적 조치라고 볼 수 있다.
미국의 달라진 북핵 정책 기조는 한국 정부와 공통점이 많다. 문재인 정부에서 한·미 간 불협화음이 불거질 것이라는 항간의 우려와 달리 오히려 양국 협력의 공간이 넓어질 것임을 예고한다. 정부는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미국과 긴밀히 공조하되 평화적 해결책을 주도해야 한다. 어떤 경우라도 북핵 문제 접근의 대원칙은 평화여야 한다.
[이데일리]
3. '돈봉투 회식'으로 뒷덜미 잡힌 검찰
검찰이 ‘돈봉투 회식’ 파문으로 인해 충격에 휩싸였다.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과 안태근 법무부 검찰국장이 어제 결국 동반 사의 표명에 이르렀다. 문재인 대통령이 이 사건을 질타하면서 감찰을 직접 지시하고 나선 지 불과 하루 만의 일이다. 법무장관 공석 상태에서 김수남 검찰총장의 전격 사퇴에 이어 검찰의 양대 핵심 포스트가 감찰 대상에 오름으로써 대대적인 인사 물갈이를 예고하고 있는 것이다.
더구나 새 정부 들면서 문 대통령이 검찰을 적폐청산의 우선 대상으로 지목하고 있는 마당이다. 서울대 조국 교수를 청와대 민정수석에 임명하면서부터 검찰에 대한 개혁조치는 기정사실로 간주돼 왔다. 검찰 외부 인물을 민정수석으로 발탁한 자체가 이례적인 데다 그가 평소 검찰개혁의 당위성을 주장해 왔기 때문이다. 이번 파문으로 그 시기가 앞당겨졌을 뿐이다.
법무부와 검찰이 대규모 합동 감찰반을 꾸렸다는 점에서도 내부의 긴장감을 충분히 감지하게 된다. 검찰 조직 스스로를 향한 칼날이기도 하다. 문제는 이번 사건의 파장이 어디까지 미칠 것이냐 하는 점이다. 당장 검찰 기능을 떼어내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신설까지 가기는 어렵다 해도 검찰 기능 축소로 이어질 개연성은 다분하다. 인적 청산도 수반될 것이다.
이번 파문에 대해서는 검찰로서도 할 말이 없지 않을 것이다. 문제의 저녁 모임이 과도하게 부풀려졌다는 내부 인식이 그것이다. 중앙지검장과 검찰국장이 함께 식사를 하면서 소통하는 자리였고, 그 기회에 격려금으로 부족한 수사비를 보전했을 뿐이라는 해명도 들려온다. 당시 부하 직원들을 대동했다는 점에서도 하등 거리낄 것이 없다는 얘기다. 하지만 시기적으로 검찰이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을 불구속기소한 직후였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부적절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감찰반은 이번 파문에 쏠리는 의혹의 눈총을 해소하기 위해서도 조속한 결론을 내놓아야 한다. 당시의 격려금이 어디서 나왔는지, 부정청탁금지법에 저촉되는 것은 아닌지도 명확히 밝히기를 바란다. 이 기회에 검찰의 특수활동비 사용에 있어서도 투명한 기준을 마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검찰 스스로도 국민들의 신뢰회복 방안을 강구하는 노력이 필요한 때다.
[서울신문]
4. 文 대통령 ‘5·18 연설’, 국민통합 계기로
문재인 대통령 취임 이후 첫 정부 기념 행사였던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이 어제 역대 최대 규모로 거행됐다. ‘5·18 정신 계승, 정의가 승리하는 대한민국’이라는 제목으로 열린 이번 행사에는 문 대통령과 정세균 국회의장 등 정부 인사와 여야 정치권, 5·18 유공자·유족 등 1만여명이 참석했다. 세월호 참사 유족들도 자리를 함께했다.
무엇보다 뜻깊은 것은 9년 만에 논란의 핵심이었던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 형식으로 부른 것이다. 이명박 정부 당시 일부 보수 진영의 반발로 합창 형식으로 바뀌었다가 이번에 문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제창 형식으로 복원된 것이다. 어제 기념식에서도 자유한국당 참석 인사들이 제창을 거부해 아직도 갈등의 불씨는 남아 있다. 국회가 2013년 여야 합의로 ‘임을 위한 행진곡’의 공식 기념곡 지정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한 전례가 있는 만큼 빠른 시일 내에 사회적 합의를 토대로 공식 기념곡 지정 문제를 매듭 지을 필요가 있다.
문 대통령이 어제 기념사를 통해 밝힌 것처럼 당시 계엄군의 헬기 사격 의혹 등을 포함해 5·18 발포 책임자의 진상 규명도 역사적 과제로 남아 있다. 아직도 보수 진영 일각에서는 ‘시민군이 먼저 발포했다’거나 ‘북한군 특수부대가 일으킨 폭동’이라는 허위 주장이 제기되는 등 민주화운동에 대한 폄하 시비도 끊이지 않고 있다. 37년의 세월이 지났건만 5·18 당시의 아픔이 완전히 치유되지 못한 것도 사실이다.
전두환 정권에서 폭도들이 일으킨 5·18 사태로 불렸다가 이미 김영삼 정부에서 민주화운동으로 규정됐고, 2011년엔 관련 기록물이 모두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지정됐다. 신군부의 독재에 맞서 싸운 5·18민주화운동이 한국 민주주의를 선도했다는 점에서 수구세력들의 폄하 주장은 누가 봐도 시대착오적 사고임이 분명하다.
이런 맥락에서 새 정부가 민주주의 초석을 놓았던 5·18민주화운동과 박근혜 전 대통령을 퇴진시킨 촛불 민심의 토대 위에 탄생한 정부라는 점을 이번 기념식을 통해 가감 없이 드러냈다고 볼 수 있다. 5·18 정신이 역사적으로 재평가될 수 있도록 그동안 은폐된 진상과 책임 소재를 밝히는 것은 현 정부의 당연한 역사적 책무인 것이다.
앞으로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을 국민 화합의 정신을 담는, 명실상부한 국가 행사로 승화시켜야 하는 과제도 남아 있다. 광주 시민들에게 과거의 아픔을 딛고 국민 통합에 앞장서 줄 것을 당부한 것도 같은 맥락일 것이다.
5·18 정신을 헌법 전문에 담겠다는 문 대통령의 발언도 찬반이 갈려 있다. 헌법은 모든 국민이 공감하는 최고의 가치를 압축적으로 담아 내는 작업인 만큼 광범위한 의견 수렴이 우선돼야 할 것이다. 5·18 정신을 국가 재건의 정신적 자산으로 승화시키는 작업은 섬세하고 정교하게 추진돼야 한다.
5. 美·中·日 특사, ‘문재인 외교’ 초석 다져야
대통령의 친서를 들고 미국과 중국, 일본에 가 있는 특사들이 ‘문재인 외교’의 첫걸음을 뗐다. 미국 특사인 홍석현 한반도포럼 이사장은 어제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 문 대통령의 친서를 전달했다.
우리의 특사가 미국 대통령을 백악관에서 만난 것은 극히 이례적으로 면담 시간도 예정보다 5분 초과했다. 그 자리에는 마이크 펜스 부통령, 트럼프 대통령 사위인 재러드 쿠슈너 선임 고문도 배석했다고 하니 파격적인 예우를 미국 측이 한 것이다. 이 자리에서 강도 높은 북핵 대처와 굳건한 한·미 동맹이 강조된 것은 말할 것도 없다.
허버트 맥매스터 보좌관 면담에서 홍 특사는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대해 “민주적 절차에 문제가 있으며, 국회에서 논의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문 대통령이 대선 기간에 공약했던 사항이다. 맥매스터 보좌관은 “잘 알고 있으며 한국 입장과 상황을 존중한다”고 말했다. 찬반이 엇갈리는 사드 배치에 국민적 합의를 모아 국회 비준을 추진하려는 새 정부의 구상에 미국 측이 이해를 표시한 것으로 받아들여지는 대목이다.
일본 특사인 문희상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어제 아베 신조 총리를 만났다. 문 특사가 한·일 정상의 ‘셔틀 외교’ 재개를 원한다는 문 대통령의 의사를 전달하자 아베 총리도 “그렇게 하지요”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문 특사가 기시다 후미오 외무상과의 그제 면담에서 일본군 위안부 합의에 관해 대부분의 한국 국민이 수용하지 못한다는 분위기를 전한 데 이어 총리 면담에서도 거론했지만 일본 측은 합의이행이란 종전 입장을 고수했다. 북핵 공조, 경제협력을 중시하는 한편 역사 문제는 별도로 다룬다는 새 정부의 대일 외교 투트랙 노선이 어떻게 전개될지 주목된다.
중국 특사인 이해찬 민주당 의원도 왕이 외교부장과 저녁을 함께하며 북핵 해결과 한·중 관계 개선에 대한 대통령의 의지를 전달했다. 이 특사는 중국으로 출국하기에 앞서 김포공항에서 “한·중 정상회담은 1차로 7월 독일의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때, 2차로는 수교 25주년인 8월 24일 무렵 개최하자는 뜻을 전달하겠다”고 말했다.
취임 열흘도 안 되어 문 대통령이 3국에 특사를 보낸 것은 북핵 문제에 한국이 중심적 역할을 하겠다는 메시지를 강조했다고 평가된다. 양자 간에는 사드, 자유무역협정(FTA), 위안부 문제 등 현안도 산적해 있다. 6월 말 한·미, 7월로 예상되는 한·중, 한·일 정상회담은 복잡한 방정식을 풀어야 할 문재인 외교의 시험대라 할 것이다.
[조선일보]
6. 대통령·검찰 완전 絶緣하고 특수활동비 없애라
'돈봉투 회식' 파문 당사자인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과 안태근 법무부 검찰국장이 18일 사의(辭意)를 표명했다. 감찰이 끝날 때까지 사표는 수리되지 않는다. 이 사건은 새 정부 검찰 개혁의 시발점이 될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2009년 노무현 전 대통령이 검찰 수사를 받던 중 자살하는 과정을 지켜보았다. 2년 뒤 검찰 개혁과 관련한 책을 쓸 만큼 검찰에 대한 문제 의식을 갖고 있다. 문 대통령을 잘 아는 여권 관계자는 "대통령이 생각하는 적폐 중 최고 거악(巨惡)은 검찰일 것"이라고 했다 한다. 상당수 국민의 생각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검찰이 거악이 된 이유는 많겠지만 근본은 대통령들이 검찰을 자신의 충견(忠犬)으로 부려왔기 때문이다. 대통령이 검찰을 시켜 밉보인 사람들을 공격한 것이 모든 문제의 시작이다. 지난 정권에서 청와대 하명 수사 와중에 두 사람이나 자살했다. 정권이 바뀌면 검찰은 얼마 전까지 자신을 부리던 전(前) 대통령을 공격한다.
검찰은 대통령의 칼 노릇을 해주는 대가로 다른 부처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특혜를 누려왔다. 권력도 무소불위였다. '우병우 수사'가 잘못됐다는 비판이 비등한 가운데 검찰 핵심 간부들이 서로 격려하면서 돈봉투를 돌릴 수 있었던 것은 그것이 잘못인지도 몰랐기 때문이다. 대통령·검찰의 공생 구조 아래서 통상적인 일이었던 것이다.
지금 새 정부는 공수처를 신설하고 검·경 수사권을 조정해 검찰 권력을 제한한다고 한다. 큰 방향은 맞는다. 그러나 그에 앞서 대통령과 권력기관의 관계를 단절하지 않으면 어떤 개혁을 해도 '거악'은 그대로일 것이다. 대통령·검찰의 완전 절연(絶緣)은 일차적으로 검찰총장 임명을 사실상 대통령 인사권 밖에 둠으로써 총장이 특정인이 아닌 국가와 사회에만 충성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번에 문제가 된 돈봉투는 특수활동비다. 국민 세금인데도 권력기관들이 영수증 없이 쓸 수 있는 돈이다. 한국납세자연맹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특수활동비는 8조5631억원이다. 국정원이 절반가량을 쓰고, 국방부, 경찰청이 1조원 이상씩 사용했다. 법무부는 2662억원, 청와대는 2514억원을 썼다. 국회에도 매년 80억원이 배정돼 상임위원장 등이 나눠 써왔다.
이 중에서 특수활동비의 필요성을 인정할 수 있는 것은 국정원뿐이다. 나머지 기관들은 '기밀 유지가 필요한 수사' 등의 이유를 대지만 이번처럼 부하 격려금 등으로 사용되는 것이 태반이라고 한다. 일부 국회 상임위원장들이 개인 자금으로 빼돌린 사례도 적발됐다. 그런데도 각 기관은 이런저런 이유를 대면서 오히려 특수활동비 규모를 확대했다. 최근 4년간 특수활동비는 매년 증액돼 지난해에는 8870억원으로 늘어났다.
스승의 날에 학생들이 선생님 가슴에 카네이션 하나 못 다는 세상이다. 그런데 권력기관이 국민의 세금을 자신들의 쌈짓돈 쓰듯이 하는 행태는 이제 용납될 수 없다.
7. 새 정부서 처음 들어보는 '경제 역동성'이란 말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가 18일 기자회견에서 "시장의 경쟁질서를 확립해 경제의 다이내믹스(역동성)를 되살리는 것이 공정위의 존재 이유"라고 말했다. 그는 "재벌 역시 한국 경제의 소중한 자산이다. 재벌개혁은 재벌을 망가트리거나 해체하자는 것이 아니다"며 재벌의 지배구조 수술에 우선순위를 두지 않을 뜻을 밝혔다.
그는 재벌개혁 의지가 후퇴한 것은 아니라면서도 "한국 경제가 변하고, 세계 경제가 변했다. 지속 가능한 방법을 찾고 싶다"고 했다. 시민운동가 시절 '재벌 저격수'로 불렸던 그는 재계의 불안감을 해소하는 쪽에 시종 발언의 초점을 맞추었다.
김 후보자 말대로 한국 경제에 닥친 최우선 과제는 역동성과 활력을 되살리는 일이다. 경제가 활력을 잃으면 재벌개혁도, 경제민주화도 소용없다. 김 후보자는 4대 재벌 위주로 대기업의 일감 몰아주기나 중소·하도급 업체에 대한 횡포 등을 막는 데 주력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그래야 중소·스타트업 기업들이 살아나고 일자리도 생긴다는 것이다. 경제 저성장 국면에서 공정위가 응당 해야 할 일이다.
경제 활력 회복이 중요하다는 김 후보자의 당연한 발언이 새삼스럽게 들리는 것은 문재인 정부의 어느 누구도 이런 말을 잘 하지 않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의 경제 철학은 반(反)재벌·대기업 색채가 강하다. 문 대통령은 대선 때 공공 일자리 창출이나 경제민주화에 공약의 초점을 맞추었고, 취임사에서도 '재벌개혁'만 언급했다. 대통령 주변 경제 참모들 입에서도 경제의 '역동성'이나 '활력' 같은 말을 거의 들어보지 못했다.
그런데 대기업에 칼을 휘두를 것으로 보였던 김 후보자 입에서 '경제 역동성'이 나오니 반갑기도 하고 놀랍기도 하다. 어쨌든 앞으로 진용이 짜일 문재인 정부 경제팀은 경제 활력과 역동성이란 말을 입에 달고 살아야 한다. 그래야 가짜 아닌 진짜 일자리가 생기고 그 기반 위에서 경제민주화와 재벌개혁도 가능해진다.
경제가 활력을 갖기 위한 첫 번째 조건이 규제 개혁과 노동 개혁임은 말할 나위도 없다. 그런데도 한정된 지역·분야에서 제한적으로 규제를 푸는 '규제프리존법'조차 할 수 없다고 한다. 대기업을 옥죄는 것이 경제 정의인 것처럼 여기는 경제 운용은 성공하지 못한다.
[세계일보]
8. 또 터진 서울대 논문 조작… ‘황우석 교훈’ 벌써 잊었나
국내 학자의 논문조작으로 또 국제 망신을 사게 됐다. 연구 부정행위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해외 사이트인 ‘리트랙션 워치’에 따르면 서울대 공과대학 A교수와 제자인 대학원생 B씨가 세계적 학술지인 ‘물리학저널’ 등 4개 국제 학술지에 실은 논문 5편이 철회됐다. 출처를 밝히지 않은 채 다른 논문의 도표를 가져다 쓰고, 조작된 데이터를 썼다는 것이다.
물리학저널은 지난해 3월 제삼자로부터 한 달 전 실린 이들의 논문에서 부정행위가 있었을 가능성을 제보 받았다고 한다. 반도체 일종인 ‘강유전체 램’(FeRAM)을 만드는 방법에 관한 논문이었다. 저널 측은 윤리규정 위반 여부에 대한 조사에 나서 이들이 2015년 다른 학술지에 발표한 논문에서 도표를 복사해 쓴 사실을 확인하고 논문 게재를 철회했다. 이 도표마저도 조작된 데이터였다. 결국 두 사람은 물리학저널과 ‘사이언티픽 리포트’ 등 4개 학술지에 발표한 논문 4편도 자진 철회했다.
서울대 연구진실성위원회가 뒤늦게 조사를 벌인 결과 철회 논문 5편 외에 3편에서도 조작된 데이터가 쓰인 것으로 드러났다. 문제의 논문들은 모두 A교수가 집필 과정을 총괄하는 교신저자로, B씨가 제1저자로 이름을 올렸다. B씨가 부정행위를 주도했을 공산이 크지만, 지도교수도 책임을 피할 수 없다.
2005년 황우석 사태 이후 학계는 연구윤리 규정을 강화하고 서약서 의무화 등 제도적 보완을 해왔다. 그런데도 국내 최고 대학을 자부하는 서울대에서 버젓이 연구부정을 일삼고 있으니 정말 부끄러운 일이다. 2013년엔 서울대 강수경 교수가 줄기세포 논문 17편을 조작한 것으로 드러나 해임됐다. 박근혜정부에서 논문 표절 등 연구 부정으로 논란이 된 인사청문회 대상자만 15명이었다고 하니 더 이상 할 말이 없다.
논문 표절이나 데이터 조작은 어떤 이유로든 용납될 수 없다. 진리를 추구하는 학문의 근간을 뒤흔드는 중대 범죄이기 때문이다. 서울대가 징계위원회를 소집키로 한 만큼 엄정한 처분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학계의 도덕적 자정 노력도 절실히 요청된다. 대학마다 학생들에 대한 연구윤리 교육을 강화하고 논문작성법을 제대로 교육해야 한다. 차제에 논문 윤리를 확실히 세우지 않으면 우리 학자들의 논문이 국제사회에서 ‘코리아 디스카운트’ 되는 사태가 도래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매일경제]
9. 내수와 일자리 두 마리 토끼 잡은 아베노믹스에서 배워라
올해 1분기 일본 국내총생산(GDP)은 전 분기 대비 0.5% 성장했다. 5분기 연속 성장이다. 이는 2005년 1분기부터 이듬해 2분기까지 6분기 연속 성장한 후 11년 만에 기록한 최장 기간 성장이다. 일본의 1분기 성장률은 연율로 따지면 2.2%에 이른다. 일본 경제의 잠재성장률이 0.5%쯤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대단히 빠른 성장세라고 할 수 있다. 특히 GDP의 60%를 차지하는 민간소비가 정체 상태를 벗어나 전 분기 대비 0.4% 증가한 것이 주목된다. 내수와 수출이 쌍끌이로 성장을 이끈 것이다.
이처럼 빠른 성장 덕분에 일자리는 넘치고 있다. 지난 3월 일본의 실업률은 2.8%로 22년 8개월 만에 최저를 기록했다. 유효구인배율은 1.45배로 1990년 11월 이후 26년 4개월 만에 가장 높았다. 구직자 100명당 일자리는 145개나 된다는 뜻이다. 요즘 도쿄에 가면 일손을 구하지 못해 24시간 영업을 하지 못하겠다는 식당이 수두룩하다. 지난달 청년실업률(11.2%)이 통계가 시작된 1999년 이후 역대 최고를 기록한 우리로서는 부럽기만 하다.
일본이 잃어버린 20년의 어두운 터널을 벗어나 다시 성장의 날개를 편 건 상당 부분 2012년 말 출범한 아베 신조 정부가 디플레이션 탈출과 성장 활력 회복에 총력을 기울인 덕분이다. 아베 정부는 공격적 통화 살포와 재정지출 확대, 광범위한 규제 개혁이라는 세 가지 화살로 일본 경제의 부흥을 꾀하는 '아베노믹스'를 밀어붙였다.
물론 아베노믹스는 어려운 구조 개혁보다는 무제한에 가까운 돈 풀기로 통화가치를 끌어내려 손쉽게 성장을 부추기려 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아베 집권 후 지금까지 엔화의 실질실효환율은 23%나 떨어졌다. 같은 기간 원화는 제자리걸음을 해 일본 기업에 비해 우리 기업의 수출가격 경쟁력은 크게 떨어졌다.
아베노믹스의 성패가 판가름 나기까지는 시간이 더 걸릴 것이다. 하지만 그 전이라도 우리가 아베노믹스에서 분명히 배워야 할 게 있다. 일본은 경제가 성장의 활력을 되찾으면 많은 사회적 문제를 자연스럽게 풀어갈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무엇보다 청년들이 최악의 고용절벽에 부딪힌 한국과 청년 일자리가 넘치는 일본의 극명한 대조를 보면서 최고의 일자리 대책은 성장임을 새삼 깨달아야 할 것이다. 문재인정부 새 경제팀이 무엇보다 유념해야 할 점이다.
10. 사드 해법 분수령 될 이해찬 특수의 중국 방문이 갖는 엄중함
이해찬 중국 특사가 어제 베이징에 도착해 왕이 중국 외교부장과 면담했다. 왕이 부장은 "한국이 걸림돌을 제거해 양국 관계를 정상화할 수 있도록 노력해달라"며 한반도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반대 입장을 재확인했다. 이에 대해 이 특사는 문재인 대통령의 메시지를 전하며 "한중 간 전면적 동반자 관계로 발전할 수 있도록 진정성 있는 대화가 중요하다"고 밝혔는데 방중 기간 중 사드에 대한 우리 입장을 제대로 전해야 할 것이다.
그는 오늘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 문 대통령의 친서를 전달할 것으로 보이는데 이 자리에서도 북핵 문제를 포함한 새 정부의 대외 정책 원칙과 목표를 설명하며 사드 배치에 대한 중국의 이해를 구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그의 말 한마디와 행동 하나하나가 매우 중요하다. 이 특사는 이번 중국 방문이 사드 해법의 분수령이 될 수 있는 만큼 모든 사안을 신중하게 처리하길 바란다.
새 정부 출범 직후 문 대통령과 시 주석이 통화한 것을 계기로 중국의 사드 보복이 누그러지고 있다고 하지만 근본적인 상황이 바뀐 것은 아니다. 중국 관영언론 환구시보가 어제 사설에서 "중국의 사드 반대 입장은 변함이 없고 배치가 계속된다면 한중 양국은 이전의 협력 수준으로 회복하기 어렵다"고 으름장을 놓은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이렇듯 중국 입장이 바뀌지 않으면 한중 관계는 껄끄러울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특사는 어떻게든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 사드를 철회하면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에 대응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한미 동맹의 근간을 흔든다는 사실을 중국 측에 명확하게 전달해야 한다. 사드가 중국을 겨냥한 것이 아니라는 점도 거듭 강조할 필요가 있다.
가장 좋지 않은 건 중국이 계속 반대하면 사드 배치를 중단할 수도 있다는 희망을 불어넣는 것이다. 이런 언행은 한미 동맹에 금이 가게 만들고 중국이 사드 보복을 더 강하게 몰아붙일 빌미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사드 문제는 전적으로 우리 국익에 근거해 결정할 사안이다. 이미 배치에 들어간 이상 중단하기도 쉽지 않다. 이 특사는 이런 현실을 중국 측에 확실하게 알리고 설득해야 한다. 그래야 한중 정상회담에서도 주도적 자주 외교를 펼칠 수 있다.
주요신문칼럼
1. [아시아경제][허진석의 몸으로 쓰는 이야기] 마주본다는 운명
'나르메르 왕의 팔레트'는 이집트 초기 왕조시대(기원전 2925~2575년)의 미술품이다. 나르메르 왕이 적들을 제압하는 장면을 묘사했다. 역사학자들은 이 장면이 이집트의 통일을 상징한다고 본다. 미술사적으로는 개별 장면을 선명하게 처리하고 왕을 신성한 존재로 표현하는 등 고대 이집트 미술의 전통적인 인물표현양식을 보여준 작품으로 평가한다. 부조로 표현한 왕의 머리는 옆모습이지만 눈은 정면을 향하고 있다. 어깨와 가슴이 정면을 향한 반면 다리는 다시 옆모습으로 그려 동적인 느낌을 더해준다.
예술가는 눈에 보이지 않는 사건을 이야기하되 한정된 공간에 많은 정보를 담으려고 함축적이고 암시적인 표현을 했다. 이 선택을 당대의 양식이 이론으로써 뒷받침했을 것이다. 가장 중요한 인물을 가운데 배치함으로써 작품공간에 형식적 통일성을 주고 인물의 크기를 다르게 표현해 신분의 차이를 알려준다.
'나르메르 왕의 팔레트'는 이집트 회화의 특징을 잘 보여준다. 사람의 몸 전체를 표현할 때 머리는 항상 측면, 어깨와 몸통은 정면이다. 허리 아래는 다시 측면으로 표현한다. 고대 이집트의 미술작품들에는 밀랍으로 봉인한 시간의 일부를 들여다보듯 숨을 멈추게 하는 마성이 있다. 정면, 즉 내 쪽을 바라보는 시선과 관능적인 상반신은 순간적으로 아찔한 속도감과 두려움을 함께 느끼게 한다. 정면의 매혹 또는 공포.
내게 '정면'은 강박관념이다. 나는 청소년기를 문학소년 흉내를 내며 보냈다. 시와 소설을 열심히 읽고 잡지도 사서 읽었다. 거기 실린 시인이나 소설가의 사진이 참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왜 하나같이 카메라를 외면한 채 심란한 표정을 짓고 있을까? 물론 창작의 고통 내지 고뇌 때문이겠지만. 나는 그러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똑바로 바라보리라. 당신도, 세상도. 마침내 기회가 왔을 때, 나는 카메라 렌즈와 눈싸움을 했다. 20대 청년이었으므로 고집스러웠다. 사진작가가 불편해 했다. 그는 내 시선을 담은 사진을 여러 컷 찍었다. 강렬한 눈빛일 거라고 기대했는데 착각이었다. 잡지에도 시집에도 그런 사진은 실리지 않았다. 하지만 나는 잡지나 책에 들어갈 '필자사진'을 찍을 때 지금까지 한 번도 카메라 밖을 바라보지 않았다. 늘 렌즈를, 그럼으로써 미지의 독자를 바라보고 눈을 맞추었다. 정면집착증.
정면을 바라보는 행위는 진지하게 무엇인가를 대한다는 뜻이다. 누군가 나에게 신호를 보내면 나는 우선 흘끗 그쪽을 돌아본다. 그 신호가 범상치 않은 곳에서 왔거나 그냥 지나가기 어려운 일을 지시한다면 몸을 돌려 정면으로 바라본다. 제대로 된 대화가 비로소 시작된다.
젊은 연인이 가장 아름답게 보일 때는 그들이 마주 서서 시선을 맞바꿀 때다. 오랫동안 헤어져 지낸 남녀가 긴 시간을 각기 다른 곳에서 보내고 운명의 이끎에 따라 기어이 한 곳에서 마주친다. 그들은 먼저 시선을 돌려 확인하고 그 다음 마주본다. 장만옥과 여명이 출연한 영화 '첨밀밀'의 마지막 장면. 무릇 운명이란 그토록 마주치는 일이 아니던가. 등려군이 노래한다. '월량대표아적심(月亮代表我的心)'.
앞으로 몇 주 동안 '가슴'에 대해 쓰겠다. 심장, 곧 '마음'이 머무르는 그 곳.
2. [세계일보][양경미의 영화인사이드] 분노상업주의의 반작용
홍콩 누아르가 한 시대를 풍미한 때가 있었다. 남성 간의 끈끈한 우정과 의리를 보여주는 홍콩영화는 배우 주윤발, 장국영 등 아시아 스타들을 배출했다. 1980년대 당시에는 지금의 한류와 같이 한때 홍콩영화가 아시아를 휩쓸었다.
신예 김형주 감독은 남자들의 영원한 로망인 홍콩영화 ‘영웅본색’을 오마주 한 ‘보안관’을 선보였다. 영화는 부산 기장을 무대로 동네 보안관을 자처하는 오지랖 넓은 전직 형사 최대호(이성민)의 이야기를 그린다. 범인 검거과정에서 범인을 놓치고 동료마저 잃으며 불명예스럽게 경찰을 그만둔 대호는 고향인 기장에서 자율방범대원으로 일하면서 서울에서 온 사업가 구종진(이진웅)의 마약 범죄를 밝혀낸다.
영화 ‘보안관’은 수사극이라는 외피를 쓰고 있지만 코미디를 표방한다. 보통 수사극은 범죄나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미스터리나 스릴러를 사용해 어둡고 무겁게 진행된다. 그러나 ‘보안관’은 마약사범을 찾아내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최대호의 모습을 코믹하게 그리며 아재 개그를 선보인다. 감독 역시 재미를 최우선으로 하기 위해 모든 캐릭터를 아재로 설정해 세련됨보다는 정겹고 친숙함으로 끊임없이 소소한 웃음을 안겨준다. 자극적이고 무거운 장르 대신 편안하고 보편적인 감성을 자극한 웃음 코드다.
배우들의 능청스러운 연기가 큰 몫을 담당한다. ‘보안관’은 배우들이 이끌어가는 영화다. 코미디는 배우들의 연기 합이 맞아야 웃음을 만들어낼 수 있는데, 주·조연 배우들의 찰떡 호흡과 능청스러운 캐릭터 연기가 유쾌한 웃음 포인트다. 여기에 맛깔나는 부산 사투리도 힘을 보탠다. 주연을 맡은 이성민은 물론 조진웅, 김성균, 배정남, 조우진, 김종수, 김혜은 등 모두 경상도가 고향이며 김형주 감독 역시 부산 구포 출신이다. 감독의 의도로 지역 정서를 잘 아는 배우들이 모여 연기를 펼치니 더없이 자연스럽고 맛깔스럽다.
분노상업주의에 대한 반작용을 보여준다. 그동안 극장가에서는 ‘내부자들’ 이후 사회비판적인 영화들이 쏟아져 나왔으며 흥행에도 성공했다. 사회부조리에 대한 관객들의 불만과 분노가 컸기 때문이다. 현실에서 해결하지 못했던 분노를 영화가 대신 해결해 주면서 관객들은 대리만족하고 카타르시스를 느꼈다. 그러나 최근 국정농단 사태가 해결되면서 정권교체가 이루어지자 상황이 달라졌다. 분노의 감정이 사라지게 된 것이다. 관객들의 마음이 점차 관대해지면서 분노상업주의를 표방하는 범죄액션 영화보다 코미디 영화에 대한 호감이 흥행으로 이어진 듯하다.
코미디 영화 ‘보안관’의 흥행을 결코 가볍게 볼 수만은 없다. 영화는 사회의 거울이기 때문이다. 극장가의 주류를 이루었던 관객들의 울분을 자극하는 영화들이 이제는 서서히 저물어 가고 있음을 예견할 수 있다. 관객들은 그동안 반복되는 분노상업주의 영화들에 심한 피로감을 느낀다. 관객들에게 외면당하며 쇠락을 길을 걸었던 1980년대 홍콩 누아르처럼 되지 않으려면 우리 영화는 이제 새로운 소재와 장르를 모색해야 한다.
3. [세계일보][정여울의 문학기행] 나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
‘자존감’이라는 단어가 현대 심리학의 새로운 키워드로 떠오르면서, ‘내가 나를 어떻게 평가하는가’라는 것이 삶의 만족도를 좌우하는 기준이 돼 가고 있다. “저는 자존감이 낮아서 고민입니다. 어떻게 하면 자존감을 높일 수 있을까요.” 인문학 강연에 나갈 때마다 이런 질문을 던지는 사람도 많아졌다. 그런데 자존감은 꼭 높다고 해서 좋은 것은 아니다.
오히려 항상 자신을 높이 평가하기 때문에 ‘모두가 자신을 존중해주지 않는 상황’에서는 당황하거나 불쾌감을 느낄 수도 있다.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이 너무 엄격해서 문제가 되는 사람이 있고, 자신을 향한 지나친 너그러움이 타인을 향한 무심함으로 번져가는 사람도 있다. 자존감이라는 개념 자체에 지나치게 마음을 쓰기보다는, 때로는 내가 인정받지 못할 수도 있다는 것을 유연하게 받아들이는 것, 나를 바라보는 나의 시선도 다양하게 바꾸어보는 것이 좋다.
이런 마음으로 정유경 시인의 ‘나를 위한 노래’를 소리 내어 읽어 본다. “나는 내가 신기해/ 나는 내가 궁금해/ 나는 내가 낯설고/ 나는 내가 새로워/ 때론 내가 두렵고/ 밉기도 하지만/ 나는 내가 소중해/ 나는 내가 중요해.” 시인의 해맑은 시선이 ‘자존감’이라는 개념에 지쳐버린 내 마음을 맑게 비춰준다. 이렇게 날마다 자신을 새롭게 바라보는 눈이 있다면, 나를 너무 다그치지 않고, 나를 너무 미워하지 않고, 날마다 조금씩 새로워지는 나를 있는 그대로 반갑게 맞이할 수 있지 않을까.
자존감이라는 단어에는 무거운 피로감이 묻어 있다. 내가 나를 존중하고 사랑하고 인정해야만 한다는 과잉된 압박감이 느껴진다. 때로는 자존감이라는 단어를 잠시 잊고 살았으면 좋겠다. 내가 나를 너무 높거나 너무 낮게 바라보는 것도 문제지만, 자신이 스스로를 너무 많이, 너무 자주 바라보는 것도 에고(Ego) 중심의 세계관을 더 키우는 것이 아닐까.
문태준 시인의 ‘나는 내가 좋다’를 읽고 있으면, 나의 단점을 바라보는 가혹한 시선이 누그러든다. 읽는 것만으로도 마음의 생채기가 한결 나아지는 느낌이다.
“나의 안구에는 볍씨 자국이 여럿 있다/ 예닐곱살 때에 상처가 생겼다/ 어머니는 중년이 된 나를 아직도 딱하게 건너다 보지만/ 나는 내가 좋다/ 볍씨 자국이 선명하게 나 있는 나의 눈이 좋다/ 물을 실어 만든 촉촉한 못자리처럼/ 눈물이 괼 줄을 아는 나의 눈이 좋다/ 슬픔을 싹 틔울 줄 아는 내가 좋다.”
시인의 속삭임은 자존감을 무기처럼 키워서 생존경쟁에 살아남고자 하는 현대인의 지친 마음에 안식을 준다.
이 시인은 자신이 멋지거나 대단한 장점을 가져서 스스로를 좋아하는 것이 아니다. 어렸을 때 안구에 새겨진 흉터를 있는 그대로 사랑하고 있다. 어머니는 아직도 자식의 흉터를 안쓰러운 눈으로 바라보지만, 정작 시적 화자는 남들보다 더 빨리, 더 많은 눈물이 고일 것만 같은 그 안구 속의 흉터조차 사랑한다. 시인의 속삭임에 나도 용기를 얻는다. ‘넌 도대체 왜 그러니, 뭐나 문제니.’
너무 자주 이렇게 다그치는 나 스스로에게 이제는 이렇게 대답하고 싶다. 그래도 나는 내가 좋아요. 더 멋진 다른 사람이 되고 싶지 않아요. 저는 그저 제가 저라서 좋아요. 제 흉터조차도, 제 아픔조차도, 그게 가장 나다운 모습이라 좋습니다.
4. [한국경제][다산칼럼] 비트코인 바로 이해하기
비트코인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2013년 비트코인 가격이 13달러에서 1160달러까지 올랐다가 2014년 비트코인거래소들의 해킹 사건으로 순식간에 140달러까지 폭락하면서 쇠퇴했다. 그러던 것이 최근 1800달러를 넘어서며 다시 부상하고 있다. 랜섬웨어 해커가 파일 복구 조건으로 비트코인을 요구할 정도다.
이렇게 비트코인이 다시 주목받는 이유는 지난 3월 일본이 비트코인을 법정화폐로 인정하고, 러시아가 2019년부터 비트코인을 법정화폐로 간주하겠다고 하는 등 세계 각국이 가상화폐에 관심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비트코인은 2009년 나카모토 사토시라는 가상인물이 만든 디지털 가상통화다. 그 기본 아이디어는 주어진 수학 문제를 풀면 그 대가로 비트코인이 지급되는 방식이다. 그렇게 받은 코인은 온라인 거래에 사용된다. 비트코인은 총 2100만을 초과할 수 없도록 설정돼 있다. 비트코인은 블록체인이라는 보안성 강한 데이터 저장 기술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비트코인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미국 중앙은행(Fed)이 막대한 양의 달러를 찍어내자 달러 가치 하락 우려와 함께 주목받기 시작했다. 당시 중앙은행에 의해 무분별하게 발행되는 불환지폐보다는 금처럼 그 공급량이 제한돼 있는 비트코인이 대안화폐가 될 수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많았다. 비트코인이 다시 부상하면서 앞으로 정부화폐가 아니라 민간이 자유롭게 발행한 화폐가 사용될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과연 비트코인이 현재의 정부화폐를 대체할 것인가. 이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서는 화폐의 본질과 기능, 그리고 화폐가 어떻게 시장에 출현했는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화폐는 본래 교환 활동 과정에서 다른 모든 재화 및 서비스와 교환되는 물건이 그 기원이다. 그래서 어떤 물건이 다른 용도로 쓸 수 있는 교환 가치를 지니고 있지 않으면 그것은 화폐로서 사용되지 못한다. 즉 어떤 물건이 화폐로서 받아들여지기 위해서는 사전에 존재하는 가치를 지녀야만 한다. 그리고 어떤 물건이 일단 교환의 매개체로 받아들여져 사용되면 그것이 물건으로서의 용도가 사라진다 할지라도 계속 화폐로 받아들여진다. 왜냐하면 사람들이 이제 그것이 갖는 구매력에 대한 정보를 모두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화폐의 특성 때문에 정부는 금으로 태환을 금지하는 불환지폐를 발행할 수 있게 됐다. 다시 말하면 지금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중앙은행의 불환지폐는 교환에 사용된 금과의 역사적인 연계를 갖고 있다는 말이다.
그러나 비트코인은 물건이 아니라 비물질적인 가상화폐로서 금과는 아무런 역사적인 연계를 갖고 있지 않다. 따라서 비트코인은 기존 화폐를 대체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게다가 어떤 것이 화폐가 되기 위해서는 그것의 가격이 안정적이어야만 한다. 가치가 불안정하면 사람들이 교환에서 잘 받아주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가격이 매우 불안정한 비트코인이 보편적인 화폐로 사용되기 어렵다. 다만 비트코인은 토큰처럼 특정 거래에서 기존 화폐를 사용하는 새로운 방법일 뿐이다. 그리고 비트코인 가격은 사람들이 비트코인이 제공하는 서비스에 대해 부여하는 가치를 나타낸다. 최근 비트코인 가격이 급등하는 이유는 각국이 비트코인에 관심을 보이니 앞으로 그 서비스에 대한 가치가 오를 것이라고 사람들이 기대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 각국 정부가 비트코인에 대해 갖는 관심의 대상은 비트코인 자체가 아닌, 그 뒤에 있는 보안성 강한 블록체인이다. 블록체인이라는 기술을 이용해 정부가 직접 가상화폐를 만들 뿐만 아니라 가상화폐의 편리함과 그 동력을 이용해 현금 사용 금지를 추진하려는 것이다.
지금까지 화폐의 역사는 정부화폐가 민간화폐를 대체하는 쪽으로 이뤄져 왔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왜냐하면 국가는 그런 일을 할 수 있는 무한한 자금과 수단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비트코인이 민간화폐로서 정부화폐를 대체할 것이라는 것은 매우 낭만적인 생각이다.
5. [한국일보][기억할 오늘] 파크 캐나다
최초의 국립공원은 미국 옐로스톤 국립공원이지만, 공원 목적의 자연공원으로 먼저 지정된 것은 요세미티 국립공원이다. 캘리포니아 주 상원의원이던 존 코네스(John Conness)가 연방 국유림이던 요세미티 산림을 캘리포니아 주 정부가 양도받아 휴양 등 공공 목적의 주립공원으로 삼자는 안을 냈고, 연방이 공공(public use) 휴양(resort) 여가(recreation) 목적으로만 사용하고 절대 양도 불가라는 조건을 달아 그 요구를 수락했다. 1864년 ‘Yosemite Grand Act’에 의해 요세미티 주립공원이 미국 최초, 세계 최초의 자연공원이 됐다.
옐로스톤은 탐험가 커넬리어스 헤지(CorneliusHedges) 등의 청원으로 1872년 최초 국립공원으로 지정됐고, 요세미티도 1890년 국립공원에 편입됐다. 미국에 이어 호주의 로열국립공원이 1879년 탄생했고, 오늘날 밴프(Banff) 국립공원이 된 캐나다 로키마운틴 내셔널파크가 1885년 뒤를 이었다.
유럽의 국립공원은 1909년 스웨덴에서 가장 먼저 등장했고, 아시아에서는 1931년 일본이 국립공원법을 제정했다. 한국의 국립공원은 지리산이 1967년 12월 첫 국립공원(현재 총 22곳)이 됐다. 초기 국립공원 지정은 ‘보전’보다는 ‘공공 이용’ 및 관광자원으로서의 개발 취지가 강했다.
기존 정부기관의 한 부서가 관리하던 국립공원을 별도기관이 관리하게 한 첫 국가는 캐나다였다. 캐나다국립공원관리청인 ‘파크 캐나다’(ParksCanada)가 1911년 5월 19일 내무부 산하 독립관청으로 출범했다.
파크 캐나다는 국립공원과 해양보전지구, 국가사적지 등을 일괄 관리하며, 자연ㆍ문화자원 보존과 관광객 보호를 위한 최소한도의 물리적 강제력을 법에 의해 보장받는다. 미국이 연방정부기관으로 국립공원관리청을 둔 것은 1916년이었고, 한국의 국립공원관리공단은 환경부 산하 위탁형 준정부기관으로 1987년 출범했다.
국립공원관리공단이 반달가슴곰 생태계 보호를 위해 2004년 복원사업을 시작한 것처럼, 파크 캐나다는 올 초 밴프 국립공원에 아메리카들소를 방사했다. 130년 전 로키산맥에서 멸종된 아메리카들소를 시작으로 늑대와 곰 등의 생태계의 복원을 추진한다는 게 파크 캐나다의 목표라고 한다. 2017년 연방 건국 150주년을 맞이한 캐나다는 올 한 해 국립공원 입장료를 무료화했다.
주요신문사설
[한국경제]
1. 기업 키우는 '김상조 공정위'를 기대한다
새 정부가 공정거래위원장에 김상조 교수를 지명하자 경제계는 ‘올 것이 왔다’는 반응이었다. 지난 20년간 줄기차게 ‘재벌개혁’을 외쳐온 대표적인 ‘재벌 저격수’여서다. 하지만 그가 어제 기자간담회에서 밝힌 구상을 보면 맹목적인 원리주의자는 분명 아닌 듯하다. 오히려 세계 경제 변화를 수용하는 현실성과 유연성이 엿보인다는 평가도 나온다. 그는 “개혁 의지는 조금도 후퇴하지 않았다”면서도 “재벌은 한국 경제의 소중한 자산이며 해체하려는 게 아니다”고 했다.
그럼에도 경제계 우려가 적지 않다. 무엇보다도 조직과 역할이 대폭 확대된 ‘슈퍼 공정위’를 맞게 됐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시절 공정위를 전면 개혁해 ‘재벌 갑질’과 경제 적폐를 근절할 방침을 밝힌 바 있다. 경제수장(부총리)보다 먼저 공정거래위원장을 임명한 건 그런 의지를 반영한 것이라고도 했다. 공정위는 대기업을 전담할 ‘조사국(기업집단국)’을 12년 만에 부활시키기로 했다. 경쟁제한, 담합 억제 위주인 선진국 경쟁당국과 달리 기업 출자구조와 내부거래까지 규제하는 공정위는 더욱 막강한 파워를 갖게 됐다.
새 정부는 공정위를 앞세워 경제력 집중 억제와 지배구조 개선을 추진할 태세다. 김 후보자는 4대 그룹에 더 엄격하게 법 집행을 해 실효성을 높이겠다고 한다. 하지만 경제력 집중에 대한 오해와 오독(誤讀) 가능성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4대 그룹은 치열한 글로벌 경쟁을 견뎌냈기에 이만큼 커졌다. 해외 매출이 80%가 넘는 대기업들을 ‘국내’라는 울타리로 한정해 경제력이 집중됐다고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글로벌 기업을 둘러봐도 지배구조의 정답은 존재하지 않는다.
개혁은 수단이지 목표가 될 수 없다. 김 후보자도 “재벌 개혁의 궁극적 목표는 경제활력을 되살려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라고 했다. 일리가 있다. 그렇다면 기업을 옥죄기보다는 글로벌 기업들이 더 많이 나오도록 환경을 조성하는 게 공정위의 역할이 돼야 마땅하다. 삼성전자 같은 기업이 10개, 20개 나올 수 있다면 ‘일자리 정부’로 평가받을 것이다. 규제만능주의가 아닌, 기업 키우는 ‘김상조 공정위’를 기대한다.
[경향신문]
2. 홍석현 특사 만나 관여와 평화 의지 밝힌 트럼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핵 문제에 대해 “어떤 조건이 되면 관여로 평화를 만들 의향이 있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대미특사인 홍석현 한반도포럼 이사장과 접견한 자리에서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핵과 관련해 ‘평화’라는 단어를 사용한 것은 처음이다. 이는 최근 미국 고위 당국자들의 유연한 대북 태도와 맥을 같이한다.
북한 핵실험 중단 시 대화 용의가 있다는 니키 헤일리 유엔주재 미국대사나 북한 붕괴를 추구하지 않겠다는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의 발언이 그것이다. 북한의 태도에 따라 대북 압박 기조를 대화 국면으로 전환할 수 있다는 얘기다. 대화 조건을 비핵화 약속에서 핵실험 동결로 문턱을 낮춘 것도 변화다. 북한의 핵능력이 완성단계에 이른 것을 감안한 현실적 조치라고 볼 수 있다.
미국의 달라진 북핵 정책 기조는 한국 정부와 공통점이 많다. 문재인 정부에서 한·미 간 불협화음이 불거질 것이라는 항간의 우려와 달리 오히려 양국 협력의 공간이 넓어질 것임을 예고한다. 정부는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미국과 긴밀히 공조하되 평화적 해결책을 주도해야 한다. 어떤 경우라도 북핵 문제 접근의 대원칙은 평화여야 한다.
[이데일리]
3. '돈봉투 회식'으로 뒷덜미 잡힌 검찰
검찰이 ‘돈봉투 회식’ 파문으로 인해 충격에 휩싸였다.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과 안태근 법무부 검찰국장이 어제 결국 동반 사의 표명에 이르렀다. 문재인 대통령이 이 사건을 질타하면서 감찰을 직접 지시하고 나선 지 불과 하루 만의 일이다. 법무장관 공석 상태에서 김수남 검찰총장의 전격 사퇴에 이어 검찰의 양대 핵심 포스트가 감찰 대상에 오름으로써 대대적인 인사 물갈이를 예고하고 있는 것이다.
더구나 새 정부 들면서 문 대통령이 검찰을 적폐청산의 우선 대상으로 지목하고 있는 마당이다. 서울대 조국 교수를 청와대 민정수석에 임명하면서부터 검찰에 대한 개혁조치는 기정사실로 간주돼 왔다. 검찰 외부 인물을 민정수석으로 발탁한 자체가 이례적인 데다 그가 평소 검찰개혁의 당위성을 주장해 왔기 때문이다. 이번 파문으로 그 시기가 앞당겨졌을 뿐이다.
법무부와 검찰이 대규모 합동 감찰반을 꾸렸다는 점에서도 내부의 긴장감을 충분히 감지하게 된다. 검찰 조직 스스로를 향한 칼날이기도 하다. 문제는 이번 사건의 파장이 어디까지 미칠 것이냐 하는 점이다. 당장 검찰 기능을 떼어내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신설까지 가기는 어렵다 해도 검찰 기능 축소로 이어질 개연성은 다분하다. 인적 청산도 수반될 것이다.
이번 파문에 대해서는 검찰로서도 할 말이 없지 않을 것이다. 문제의 저녁 모임이 과도하게 부풀려졌다는 내부 인식이 그것이다. 중앙지검장과 검찰국장이 함께 식사를 하면서 소통하는 자리였고, 그 기회에 격려금으로 부족한 수사비를 보전했을 뿐이라는 해명도 들려온다. 당시 부하 직원들을 대동했다는 점에서도 하등 거리낄 것이 없다는 얘기다. 하지만 시기적으로 검찰이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을 불구속기소한 직후였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부적절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감찰반은 이번 파문에 쏠리는 의혹의 눈총을 해소하기 위해서도 조속한 결론을 내놓아야 한다. 당시의 격려금이 어디서 나왔는지, 부정청탁금지법에 저촉되는 것은 아닌지도 명확히 밝히기를 바란다. 이 기회에 검찰의 특수활동비 사용에 있어서도 투명한 기준을 마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검찰 스스로도 국민들의 신뢰회복 방안을 강구하는 노력이 필요한 때다.
[서울신문]
4. 文 대통령 ‘5·18 연설’, 국민통합 계기로
문재인 대통령 취임 이후 첫 정부 기념 행사였던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이 어제 역대 최대 규모로 거행됐다. ‘5·18 정신 계승, 정의가 승리하는 대한민국’이라는 제목으로 열린 이번 행사에는 문 대통령과 정세균 국회의장 등 정부 인사와 여야 정치권, 5·18 유공자·유족 등 1만여명이 참석했다. 세월호 참사 유족들도 자리를 함께했다.
무엇보다 뜻깊은 것은 9년 만에 논란의 핵심이었던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 형식으로 부른 것이다. 이명박 정부 당시 일부 보수 진영의 반발로 합창 형식으로 바뀌었다가 이번에 문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제창 형식으로 복원된 것이다. 어제 기념식에서도 자유한국당 참석 인사들이 제창을 거부해 아직도 갈등의 불씨는 남아 있다. 국회가 2013년 여야 합의로 ‘임을 위한 행진곡’의 공식 기념곡 지정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한 전례가 있는 만큼 빠른 시일 내에 사회적 합의를 토대로 공식 기념곡 지정 문제를 매듭 지을 필요가 있다.
문 대통령이 어제 기념사를 통해 밝힌 것처럼 당시 계엄군의 헬기 사격 의혹 등을 포함해 5·18 발포 책임자의 진상 규명도 역사적 과제로 남아 있다. 아직도 보수 진영 일각에서는 ‘시민군이 먼저 발포했다’거나 ‘북한군 특수부대가 일으킨 폭동’이라는 허위 주장이 제기되는 등 민주화운동에 대한 폄하 시비도 끊이지 않고 있다. 37년의 세월이 지났건만 5·18 당시의 아픔이 완전히 치유되지 못한 것도 사실이다.
전두환 정권에서 폭도들이 일으킨 5·18 사태로 불렸다가 이미 김영삼 정부에서 민주화운동으로 규정됐고, 2011년엔 관련 기록물이 모두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지정됐다. 신군부의 독재에 맞서 싸운 5·18민주화운동이 한국 민주주의를 선도했다는 점에서 수구세력들의 폄하 주장은 누가 봐도 시대착오적 사고임이 분명하다.
이런 맥락에서 새 정부가 민주주의 초석을 놓았던 5·18민주화운동과 박근혜 전 대통령을 퇴진시킨 촛불 민심의 토대 위에 탄생한 정부라는 점을 이번 기념식을 통해 가감 없이 드러냈다고 볼 수 있다. 5·18 정신이 역사적으로 재평가될 수 있도록 그동안 은폐된 진상과 책임 소재를 밝히는 것은 현 정부의 당연한 역사적 책무인 것이다.
앞으로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을 국민 화합의 정신을 담는, 명실상부한 국가 행사로 승화시켜야 하는 과제도 남아 있다. 광주 시민들에게 과거의 아픔을 딛고 국민 통합에 앞장서 줄 것을 당부한 것도 같은 맥락일 것이다.
5·18 정신을 헌법 전문에 담겠다는 문 대통령의 발언도 찬반이 갈려 있다. 헌법은 모든 국민이 공감하는 최고의 가치를 압축적으로 담아 내는 작업인 만큼 광범위한 의견 수렴이 우선돼야 할 것이다. 5·18 정신을 국가 재건의 정신적 자산으로 승화시키는 작업은 섬세하고 정교하게 추진돼야 한다.
5. 美·中·日 특사, ‘문재인 외교’ 초석 다져야
대통령의 친서를 들고 미국과 중국, 일본에 가 있는 특사들이 ‘문재인 외교’의 첫걸음을 뗐다. 미국 특사인 홍석현 한반도포럼 이사장은 어제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 문 대통령의 친서를 전달했다.
우리의 특사가 미국 대통령을 백악관에서 만난 것은 극히 이례적으로 면담 시간도 예정보다 5분 초과했다. 그 자리에는 마이크 펜스 부통령, 트럼프 대통령 사위인 재러드 쿠슈너 선임 고문도 배석했다고 하니 파격적인 예우를 미국 측이 한 것이다. 이 자리에서 강도 높은 북핵 대처와 굳건한 한·미 동맹이 강조된 것은 말할 것도 없다.
허버트 맥매스터 보좌관 면담에서 홍 특사는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대해 “민주적 절차에 문제가 있으며, 국회에서 논의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문 대통령이 대선 기간에 공약했던 사항이다. 맥매스터 보좌관은 “잘 알고 있으며 한국 입장과 상황을 존중한다”고 말했다. 찬반이 엇갈리는 사드 배치에 국민적 합의를 모아 국회 비준을 추진하려는 새 정부의 구상에 미국 측이 이해를 표시한 것으로 받아들여지는 대목이다.
일본 특사인 문희상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어제 아베 신조 총리를 만났다. 문 특사가 한·일 정상의 ‘셔틀 외교’ 재개를 원한다는 문 대통령의 의사를 전달하자 아베 총리도 “그렇게 하지요”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문 특사가 기시다 후미오 외무상과의 그제 면담에서 일본군 위안부 합의에 관해 대부분의 한국 국민이 수용하지 못한다는 분위기를 전한 데 이어 총리 면담에서도 거론했지만 일본 측은 합의이행이란 종전 입장을 고수했다. 북핵 공조, 경제협력을 중시하는 한편 역사 문제는 별도로 다룬다는 새 정부의 대일 외교 투트랙 노선이 어떻게 전개될지 주목된다.
중국 특사인 이해찬 민주당 의원도 왕이 외교부장과 저녁을 함께하며 북핵 해결과 한·중 관계 개선에 대한 대통령의 의지를 전달했다. 이 특사는 중국으로 출국하기에 앞서 김포공항에서 “한·중 정상회담은 1차로 7월 독일의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때, 2차로는 수교 25주년인 8월 24일 무렵 개최하자는 뜻을 전달하겠다”고 말했다.
취임 열흘도 안 되어 문 대통령이 3국에 특사를 보낸 것은 북핵 문제에 한국이 중심적 역할을 하겠다는 메시지를 강조했다고 평가된다. 양자 간에는 사드, 자유무역협정(FTA), 위안부 문제 등 현안도 산적해 있다. 6월 말 한·미, 7월로 예상되는 한·중, 한·일 정상회담은 복잡한 방정식을 풀어야 할 문재인 외교의 시험대라 할 것이다.
[조선일보]
6. 대통령·검찰 완전 絶緣하고 특수활동비 없애라
'돈봉투 회식' 파문 당사자인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과 안태근 법무부 검찰국장이 18일 사의(辭意)를 표명했다. 감찰이 끝날 때까지 사표는 수리되지 않는다. 이 사건은 새 정부 검찰 개혁의 시발점이 될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2009년 노무현 전 대통령이 검찰 수사를 받던 중 자살하는 과정을 지켜보았다. 2년 뒤 검찰 개혁과 관련한 책을 쓸 만큼 검찰에 대한 문제 의식을 갖고 있다. 문 대통령을 잘 아는 여권 관계자는 "대통령이 생각하는 적폐 중 최고 거악(巨惡)은 검찰일 것"이라고 했다 한다. 상당수 국민의 생각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검찰이 거악이 된 이유는 많겠지만 근본은 대통령들이 검찰을 자신의 충견(忠犬)으로 부려왔기 때문이다. 대통령이 검찰을 시켜 밉보인 사람들을 공격한 것이 모든 문제의 시작이다. 지난 정권에서 청와대 하명 수사 와중에 두 사람이나 자살했다. 정권이 바뀌면 검찰은 얼마 전까지 자신을 부리던 전(前) 대통령을 공격한다.
검찰은 대통령의 칼 노릇을 해주는 대가로 다른 부처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특혜를 누려왔다. 권력도 무소불위였다. '우병우 수사'가 잘못됐다는 비판이 비등한 가운데 검찰 핵심 간부들이 서로 격려하면서 돈봉투를 돌릴 수 있었던 것은 그것이 잘못인지도 몰랐기 때문이다. 대통령·검찰의 공생 구조 아래서 통상적인 일이었던 것이다.
지금 새 정부는 공수처를 신설하고 검·경 수사권을 조정해 검찰 권력을 제한한다고 한다. 큰 방향은 맞는다. 그러나 그에 앞서 대통령과 권력기관의 관계를 단절하지 않으면 어떤 개혁을 해도 '거악'은 그대로일 것이다. 대통령·검찰의 완전 절연(絶緣)은 일차적으로 검찰총장 임명을 사실상 대통령 인사권 밖에 둠으로써 총장이 특정인이 아닌 국가와 사회에만 충성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번에 문제가 된 돈봉투는 특수활동비다. 국민 세금인데도 권력기관들이 영수증 없이 쓸 수 있는 돈이다. 한국납세자연맹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특수활동비는 8조5631억원이다. 국정원이 절반가량을 쓰고, 국방부, 경찰청이 1조원 이상씩 사용했다. 법무부는 2662억원, 청와대는 2514억원을 썼다. 국회에도 매년 80억원이 배정돼 상임위원장 등이 나눠 써왔다.
이 중에서 특수활동비의 필요성을 인정할 수 있는 것은 국정원뿐이다. 나머지 기관들은 '기밀 유지가 필요한 수사' 등의 이유를 대지만 이번처럼 부하 격려금 등으로 사용되는 것이 태반이라고 한다. 일부 국회 상임위원장들이 개인 자금으로 빼돌린 사례도 적발됐다. 그런데도 각 기관은 이런저런 이유를 대면서 오히려 특수활동비 규모를 확대했다. 최근 4년간 특수활동비는 매년 증액돼 지난해에는 8870억원으로 늘어났다.
스승의 날에 학생들이 선생님 가슴에 카네이션 하나 못 다는 세상이다. 그런데 권력기관이 국민의 세금을 자신들의 쌈짓돈 쓰듯이 하는 행태는 이제 용납될 수 없다.
7. 새 정부서 처음 들어보는 '경제 역동성'이란 말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가 18일 기자회견에서 "시장의 경쟁질서를 확립해 경제의 다이내믹스(역동성)를 되살리는 것이 공정위의 존재 이유"라고 말했다. 그는 "재벌 역시 한국 경제의 소중한 자산이다. 재벌개혁은 재벌을 망가트리거나 해체하자는 것이 아니다"며 재벌의 지배구조 수술에 우선순위를 두지 않을 뜻을 밝혔다.
그는 재벌개혁 의지가 후퇴한 것은 아니라면서도 "한국 경제가 변하고, 세계 경제가 변했다. 지속 가능한 방법을 찾고 싶다"고 했다. 시민운동가 시절 '재벌 저격수'로 불렸던 그는 재계의 불안감을 해소하는 쪽에 시종 발언의 초점을 맞추었다.
김 후보자 말대로 한국 경제에 닥친 최우선 과제는 역동성과 활력을 되살리는 일이다. 경제가 활력을 잃으면 재벌개혁도, 경제민주화도 소용없다. 김 후보자는 4대 재벌 위주로 대기업의 일감 몰아주기나 중소·하도급 업체에 대한 횡포 등을 막는 데 주력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그래야 중소·스타트업 기업들이 살아나고 일자리도 생긴다는 것이다. 경제 저성장 국면에서 공정위가 응당 해야 할 일이다.
경제 활력 회복이 중요하다는 김 후보자의 당연한 발언이 새삼스럽게 들리는 것은 문재인 정부의 어느 누구도 이런 말을 잘 하지 않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의 경제 철학은 반(反)재벌·대기업 색채가 강하다. 문 대통령은 대선 때 공공 일자리 창출이나 경제민주화에 공약의 초점을 맞추었고, 취임사에서도 '재벌개혁'만 언급했다. 대통령 주변 경제 참모들 입에서도 경제의 '역동성'이나 '활력' 같은 말을 거의 들어보지 못했다.
그런데 대기업에 칼을 휘두를 것으로 보였던 김 후보자 입에서 '경제 역동성'이 나오니 반갑기도 하고 놀랍기도 하다. 어쨌든 앞으로 진용이 짜일 문재인 정부 경제팀은 경제 활력과 역동성이란 말을 입에 달고 살아야 한다. 그래야 가짜 아닌 진짜 일자리가 생기고 그 기반 위에서 경제민주화와 재벌개혁도 가능해진다.
경제가 활력을 갖기 위한 첫 번째 조건이 규제 개혁과 노동 개혁임은 말할 나위도 없다. 그런데도 한정된 지역·분야에서 제한적으로 규제를 푸는 '규제프리존법'조차 할 수 없다고 한다. 대기업을 옥죄는 것이 경제 정의인 것처럼 여기는 경제 운용은 성공하지 못한다.
[세계일보]
8. 또 터진 서울대 논문 조작… ‘황우석 교훈’ 벌써 잊었나
국내 학자의 논문조작으로 또 국제 망신을 사게 됐다. 연구 부정행위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해외 사이트인 ‘리트랙션 워치’에 따르면 서울대 공과대학 A교수와 제자인 대학원생 B씨가 세계적 학술지인 ‘물리학저널’ 등 4개 국제 학술지에 실은 논문 5편이 철회됐다. 출처를 밝히지 않은 채 다른 논문의 도표를 가져다 쓰고, 조작된 데이터를 썼다는 것이다.
물리학저널은 지난해 3월 제삼자로부터 한 달 전 실린 이들의 논문에서 부정행위가 있었을 가능성을 제보 받았다고 한다. 반도체 일종인 ‘강유전체 램’(FeRAM)을 만드는 방법에 관한 논문이었다. 저널 측은 윤리규정 위반 여부에 대한 조사에 나서 이들이 2015년 다른 학술지에 발표한 논문에서 도표를 복사해 쓴 사실을 확인하고 논문 게재를 철회했다. 이 도표마저도 조작된 데이터였다. 결국 두 사람은 물리학저널과 ‘사이언티픽 리포트’ 등 4개 학술지에 발표한 논문 4편도 자진 철회했다.
서울대 연구진실성위원회가 뒤늦게 조사를 벌인 결과 철회 논문 5편 외에 3편에서도 조작된 데이터가 쓰인 것으로 드러났다. 문제의 논문들은 모두 A교수가 집필 과정을 총괄하는 교신저자로, B씨가 제1저자로 이름을 올렸다. B씨가 부정행위를 주도했을 공산이 크지만, 지도교수도 책임을 피할 수 없다.
2005년 황우석 사태 이후 학계는 연구윤리 규정을 강화하고 서약서 의무화 등 제도적 보완을 해왔다. 그런데도 국내 최고 대학을 자부하는 서울대에서 버젓이 연구부정을 일삼고 있으니 정말 부끄러운 일이다. 2013년엔 서울대 강수경 교수가 줄기세포 논문 17편을 조작한 것으로 드러나 해임됐다. 박근혜정부에서 논문 표절 등 연구 부정으로 논란이 된 인사청문회 대상자만 15명이었다고 하니 더 이상 할 말이 없다.
논문 표절이나 데이터 조작은 어떤 이유로든 용납될 수 없다. 진리를 추구하는 학문의 근간을 뒤흔드는 중대 범죄이기 때문이다. 서울대가 징계위원회를 소집키로 한 만큼 엄정한 처분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학계의 도덕적 자정 노력도 절실히 요청된다. 대학마다 학생들에 대한 연구윤리 교육을 강화하고 논문작성법을 제대로 교육해야 한다. 차제에 논문 윤리를 확실히 세우지 않으면 우리 학자들의 논문이 국제사회에서 ‘코리아 디스카운트’ 되는 사태가 도래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매일경제]
9. 내수와 일자리 두 마리 토끼 잡은 아베노믹스에서 배워라
올해 1분기 일본 국내총생산(GDP)은 전 분기 대비 0.5% 성장했다. 5분기 연속 성장이다. 이는 2005년 1분기부터 이듬해 2분기까지 6분기 연속 성장한 후 11년 만에 기록한 최장 기간 성장이다. 일본의 1분기 성장률은 연율로 따지면 2.2%에 이른다. 일본 경제의 잠재성장률이 0.5%쯤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대단히 빠른 성장세라고 할 수 있다. 특히 GDP의 60%를 차지하는 민간소비가 정체 상태를 벗어나 전 분기 대비 0.4% 증가한 것이 주목된다. 내수와 수출이 쌍끌이로 성장을 이끈 것이다.
이처럼 빠른 성장 덕분에 일자리는 넘치고 있다. 지난 3월 일본의 실업률은 2.8%로 22년 8개월 만에 최저를 기록했다. 유효구인배율은 1.45배로 1990년 11월 이후 26년 4개월 만에 가장 높았다. 구직자 100명당 일자리는 145개나 된다는 뜻이다. 요즘 도쿄에 가면 일손을 구하지 못해 24시간 영업을 하지 못하겠다는 식당이 수두룩하다. 지난달 청년실업률(11.2%)이 통계가 시작된 1999년 이후 역대 최고를 기록한 우리로서는 부럽기만 하다.
일본이 잃어버린 20년의 어두운 터널을 벗어나 다시 성장의 날개를 편 건 상당 부분 2012년 말 출범한 아베 신조 정부가 디플레이션 탈출과 성장 활력 회복에 총력을 기울인 덕분이다. 아베 정부는 공격적 통화 살포와 재정지출 확대, 광범위한 규제 개혁이라는 세 가지 화살로 일본 경제의 부흥을 꾀하는 '아베노믹스'를 밀어붙였다.
물론 아베노믹스는 어려운 구조 개혁보다는 무제한에 가까운 돈 풀기로 통화가치를 끌어내려 손쉽게 성장을 부추기려 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아베 집권 후 지금까지 엔화의 실질실효환율은 23%나 떨어졌다. 같은 기간 원화는 제자리걸음을 해 일본 기업에 비해 우리 기업의 수출가격 경쟁력은 크게 떨어졌다.
아베노믹스의 성패가 판가름 나기까지는 시간이 더 걸릴 것이다. 하지만 그 전이라도 우리가 아베노믹스에서 분명히 배워야 할 게 있다. 일본은 경제가 성장의 활력을 되찾으면 많은 사회적 문제를 자연스럽게 풀어갈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무엇보다 청년들이 최악의 고용절벽에 부딪힌 한국과 청년 일자리가 넘치는 일본의 극명한 대조를 보면서 최고의 일자리 대책은 성장임을 새삼 깨달아야 할 것이다. 문재인정부 새 경제팀이 무엇보다 유념해야 할 점이다.
10. 사드 해법 분수령 될 이해찬 특수의 중국 방문이 갖는 엄중함
이해찬 중국 특사가 어제 베이징에 도착해 왕이 중국 외교부장과 면담했다. 왕이 부장은 "한국이 걸림돌을 제거해 양국 관계를 정상화할 수 있도록 노력해달라"며 한반도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반대 입장을 재확인했다. 이에 대해 이 특사는 문재인 대통령의 메시지를 전하며 "한중 간 전면적 동반자 관계로 발전할 수 있도록 진정성 있는 대화가 중요하다"고 밝혔는데 방중 기간 중 사드에 대한 우리 입장을 제대로 전해야 할 것이다.
그는 오늘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 문 대통령의 친서를 전달할 것으로 보이는데 이 자리에서도 북핵 문제를 포함한 새 정부의 대외 정책 원칙과 목표를 설명하며 사드 배치에 대한 중국의 이해를 구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그의 말 한마디와 행동 하나하나가 매우 중요하다. 이 특사는 이번 중국 방문이 사드 해법의 분수령이 될 수 있는 만큼 모든 사안을 신중하게 처리하길 바란다.
새 정부 출범 직후 문 대통령과 시 주석이 통화한 것을 계기로 중국의 사드 보복이 누그러지고 있다고 하지만 근본적인 상황이 바뀐 것은 아니다. 중국 관영언론 환구시보가 어제 사설에서 "중국의 사드 반대 입장은 변함이 없고 배치가 계속된다면 한중 양국은 이전의 협력 수준으로 회복하기 어렵다"고 으름장을 놓은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이렇듯 중국 입장이 바뀌지 않으면 한중 관계는 껄끄러울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특사는 어떻게든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 사드를 철회하면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에 대응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한미 동맹의 근간을 흔든다는 사실을 중국 측에 명확하게 전달해야 한다. 사드가 중국을 겨냥한 것이 아니라는 점도 거듭 강조할 필요가 있다.
가장 좋지 않은 건 중국이 계속 반대하면 사드 배치를 중단할 수도 있다는 희망을 불어넣는 것이다. 이런 언행은 한미 동맹에 금이 가게 만들고 중국이 사드 보복을 더 강하게 몰아붙일 빌미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사드 문제는 전적으로 우리 국익에 근거해 결정할 사안이다. 이미 배치에 들어간 이상 중단하기도 쉽지 않다. 이 특사는 이런 현실을 중국 측에 확실하게 알리고 설득해야 한다. 그래야 한중 정상회담에서도 주도적 자주 외교를 펼칠 수 있다.
주요신문칼럼
1. [아시아경제][허진석의 몸으로 쓰는 이야기] 마주본다는 운명
'나르메르 왕의 팔레트'는 이집트 초기 왕조시대(기원전 2925~2575년)의 미술품이다. 나르메르 왕이 적들을 제압하는 장면을 묘사했다. 역사학자들은 이 장면이 이집트의 통일을 상징한다고 본다. 미술사적으로는 개별 장면을 선명하게 처리하고 왕을 신성한 존재로 표현하는 등 고대 이집트 미술의 전통적인 인물표현양식을 보여준 작품으로 평가한다. 부조로 표현한 왕의 머리는 옆모습이지만 눈은 정면을 향하고 있다. 어깨와 가슴이 정면을 향한 반면 다리는 다시 옆모습으로 그려 동적인 느낌을 더해준다.
예술가는 눈에 보이지 않는 사건을 이야기하되 한정된 공간에 많은 정보를 담으려고 함축적이고 암시적인 표현을 했다. 이 선택을 당대의 양식이 이론으로써 뒷받침했을 것이다. 가장 중요한 인물을 가운데 배치함으로써 작품공간에 형식적 통일성을 주고 인물의 크기를 다르게 표현해 신분의 차이를 알려준다.
'나르메르 왕의 팔레트'는 이집트 회화의 특징을 잘 보여준다. 사람의 몸 전체를 표현할 때 머리는 항상 측면, 어깨와 몸통은 정면이다. 허리 아래는 다시 측면으로 표현한다. 고대 이집트의 미술작품들에는 밀랍으로 봉인한 시간의 일부를 들여다보듯 숨을 멈추게 하는 마성이 있다. 정면, 즉 내 쪽을 바라보는 시선과 관능적인 상반신은 순간적으로 아찔한 속도감과 두려움을 함께 느끼게 한다. 정면의 매혹 또는 공포.
내게 '정면'은 강박관념이다. 나는 청소년기를 문학소년 흉내를 내며 보냈다. 시와 소설을 열심히 읽고 잡지도 사서 읽었다. 거기 실린 시인이나 소설가의 사진이 참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왜 하나같이 카메라를 외면한 채 심란한 표정을 짓고 있을까? 물론 창작의 고통 내지 고뇌 때문이겠지만. 나는 그러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똑바로 바라보리라. 당신도, 세상도. 마침내 기회가 왔을 때, 나는 카메라 렌즈와 눈싸움을 했다. 20대 청년이었으므로 고집스러웠다. 사진작가가 불편해 했다. 그는 내 시선을 담은 사진을 여러 컷 찍었다. 강렬한 눈빛일 거라고 기대했는데 착각이었다. 잡지에도 시집에도 그런 사진은 실리지 않았다. 하지만 나는 잡지나 책에 들어갈 '필자사진'을 찍을 때 지금까지 한 번도 카메라 밖을 바라보지 않았다. 늘 렌즈를, 그럼으로써 미지의 독자를 바라보고 눈을 맞추었다. 정면집착증.
정면을 바라보는 행위는 진지하게 무엇인가를 대한다는 뜻이다. 누군가 나에게 신호를 보내면 나는 우선 흘끗 그쪽을 돌아본다. 그 신호가 범상치 않은 곳에서 왔거나 그냥 지나가기 어려운 일을 지시한다면 몸을 돌려 정면으로 바라본다. 제대로 된 대화가 비로소 시작된다.
젊은 연인이 가장 아름답게 보일 때는 그들이 마주 서서 시선을 맞바꿀 때다. 오랫동안 헤어져 지낸 남녀가 긴 시간을 각기 다른 곳에서 보내고 운명의 이끎에 따라 기어이 한 곳에서 마주친다. 그들은 먼저 시선을 돌려 확인하고 그 다음 마주본다. 장만옥과 여명이 출연한 영화 '첨밀밀'의 마지막 장면. 무릇 운명이란 그토록 마주치는 일이 아니던가. 등려군이 노래한다. '월량대표아적심(月亮代表我的心)'.
앞으로 몇 주 동안 '가슴'에 대해 쓰겠다. 심장, 곧 '마음'이 머무르는 그 곳.
2. [세계일보][양경미의 영화인사이드] 분노상업주의의 반작용
홍콩 누아르가 한 시대를 풍미한 때가 있었다. 남성 간의 끈끈한 우정과 의리를 보여주는 홍콩영화는 배우 주윤발, 장국영 등 아시아 스타들을 배출했다. 1980년대 당시에는 지금의 한류와 같이 한때 홍콩영화가 아시아를 휩쓸었다.
신예 김형주 감독은 남자들의 영원한 로망인 홍콩영화 ‘영웅본색’을 오마주 한 ‘보안관’을 선보였다. 영화는 부산 기장을 무대로 동네 보안관을 자처하는 오지랖 넓은 전직 형사 최대호(이성민)의 이야기를 그린다. 범인 검거과정에서 범인을 놓치고 동료마저 잃으며 불명예스럽게 경찰을 그만둔 대호는 고향인 기장에서 자율방범대원으로 일하면서 서울에서 온 사업가 구종진(이진웅)의 마약 범죄를 밝혀낸다.
영화 ‘보안관’은 수사극이라는 외피를 쓰고 있지만 코미디를 표방한다. 보통 수사극은 범죄나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미스터리나 스릴러를 사용해 어둡고 무겁게 진행된다. 그러나 ‘보안관’은 마약사범을 찾아내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최대호의 모습을 코믹하게 그리며 아재 개그를 선보인다. 감독 역시 재미를 최우선으로 하기 위해 모든 캐릭터를 아재로 설정해 세련됨보다는 정겹고 친숙함으로 끊임없이 소소한 웃음을 안겨준다. 자극적이고 무거운 장르 대신 편안하고 보편적인 감성을 자극한 웃음 코드다.
배우들의 능청스러운 연기가 큰 몫을 담당한다. ‘보안관’은 배우들이 이끌어가는 영화다. 코미디는 배우들의 연기 합이 맞아야 웃음을 만들어낼 수 있는데, 주·조연 배우들의 찰떡 호흡과 능청스러운 캐릭터 연기가 유쾌한 웃음 포인트다. 여기에 맛깔나는 부산 사투리도 힘을 보탠다. 주연을 맡은 이성민은 물론 조진웅, 김성균, 배정남, 조우진, 김종수, 김혜은 등 모두 경상도가 고향이며 김형주 감독 역시 부산 구포 출신이다. 감독의 의도로 지역 정서를 잘 아는 배우들이 모여 연기를 펼치니 더없이 자연스럽고 맛깔스럽다.
분노상업주의에 대한 반작용을 보여준다. 그동안 극장가에서는 ‘내부자들’ 이후 사회비판적인 영화들이 쏟아져 나왔으며 흥행에도 성공했다. 사회부조리에 대한 관객들의 불만과 분노가 컸기 때문이다. 현실에서 해결하지 못했던 분노를 영화가 대신 해결해 주면서 관객들은 대리만족하고 카타르시스를 느꼈다. 그러나 최근 국정농단 사태가 해결되면서 정권교체가 이루어지자 상황이 달라졌다. 분노의 감정이 사라지게 된 것이다. 관객들의 마음이 점차 관대해지면서 분노상업주의를 표방하는 범죄액션 영화보다 코미디 영화에 대한 호감이 흥행으로 이어진 듯하다.
코미디 영화 ‘보안관’의 흥행을 결코 가볍게 볼 수만은 없다. 영화는 사회의 거울이기 때문이다. 극장가의 주류를 이루었던 관객들의 울분을 자극하는 영화들이 이제는 서서히 저물어 가고 있음을 예견할 수 있다. 관객들은 그동안 반복되는 분노상업주의 영화들에 심한 피로감을 느낀다. 관객들에게 외면당하며 쇠락을 길을 걸었던 1980년대 홍콩 누아르처럼 되지 않으려면 우리 영화는 이제 새로운 소재와 장르를 모색해야 한다.
3. [세계일보][정여울의 문학기행] 나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
‘자존감’이라는 단어가 현대 심리학의 새로운 키워드로 떠오르면서, ‘내가 나를 어떻게 평가하는가’라는 것이 삶의 만족도를 좌우하는 기준이 돼 가고 있다. “저는 자존감이 낮아서 고민입니다. 어떻게 하면 자존감을 높일 수 있을까요.” 인문학 강연에 나갈 때마다 이런 질문을 던지는 사람도 많아졌다. 그런데 자존감은 꼭 높다고 해서 좋은 것은 아니다.
오히려 항상 자신을 높이 평가하기 때문에 ‘모두가 자신을 존중해주지 않는 상황’에서는 당황하거나 불쾌감을 느낄 수도 있다.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이 너무 엄격해서 문제가 되는 사람이 있고, 자신을 향한 지나친 너그러움이 타인을 향한 무심함으로 번져가는 사람도 있다. 자존감이라는 개념 자체에 지나치게 마음을 쓰기보다는, 때로는 내가 인정받지 못할 수도 있다는 것을 유연하게 받아들이는 것, 나를 바라보는 나의 시선도 다양하게 바꾸어보는 것이 좋다.
이런 마음으로 정유경 시인의 ‘나를 위한 노래’를 소리 내어 읽어 본다. “나는 내가 신기해/ 나는 내가 궁금해/ 나는 내가 낯설고/ 나는 내가 새로워/ 때론 내가 두렵고/ 밉기도 하지만/ 나는 내가 소중해/ 나는 내가 중요해.” 시인의 해맑은 시선이 ‘자존감’이라는 개념에 지쳐버린 내 마음을 맑게 비춰준다. 이렇게 날마다 자신을 새롭게 바라보는 눈이 있다면, 나를 너무 다그치지 않고, 나를 너무 미워하지 않고, 날마다 조금씩 새로워지는 나를 있는 그대로 반갑게 맞이할 수 있지 않을까.
자존감이라는 단어에는 무거운 피로감이 묻어 있다. 내가 나를 존중하고 사랑하고 인정해야만 한다는 과잉된 압박감이 느껴진다. 때로는 자존감이라는 단어를 잠시 잊고 살았으면 좋겠다. 내가 나를 너무 높거나 너무 낮게 바라보는 것도 문제지만, 자신이 스스로를 너무 많이, 너무 자주 바라보는 것도 에고(Ego) 중심의 세계관을 더 키우는 것이 아닐까.
문태준 시인의 ‘나는 내가 좋다’를 읽고 있으면, 나의 단점을 바라보는 가혹한 시선이 누그러든다. 읽는 것만으로도 마음의 생채기가 한결 나아지는 느낌이다.
“나의 안구에는 볍씨 자국이 여럿 있다/ 예닐곱살 때에 상처가 생겼다/ 어머니는 중년이 된 나를 아직도 딱하게 건너다 보지만/ 나는 내가 좋다/ 볍씨 자국이 선명하게 나 있는 나의 눈이 좋다/ 물을 실어 만든 촉촉한 못자리처럼/ 눈물이 괼 줄을 아는 나의 눈이 좋다/ 슬픔을 싹 틔울 줄 아는 내가 좋다.”
시인의 속삭임은 자존감을 무기처럼 키워서 생존경쟁에 살아남고자 하는 현대인의 지친 마음에 안식을 준다.
이 시인은 자신이 멋지거나 대단한 장점을 가져서 스스로를 좋아하는 것이 아니다. 어렸을 때 안구에 새겨진 흉터를 있는 그대로 사랑하고 있다. 어머니는 아직도 자식의 흉터를 안쓰러운 눈으로 바라보지만, 정작 시적 화자는 남들보다 더 빨리, 더 많은 눈물이 고일 것만 같은 그 안구 속의 흉터조차 사랑한다. 시인의 속삭임에 나도 용기를 얻는다. ‘넌 도대체 왜 그러니, 뭐나 문제니.’
너무 자주 이렇게 다그치는 나 스스로에게 이제는 이렇게 대답하고 싶다. 그래도 나는 내가 좋아요. 더 멋진 다른 사람이 되고 싶지 않아요. 저는 그저 제가 저라서 좋아요. 제 흉터조차도, 제 아픔조차도, 그게 가장 나다운 모습이라 좋습니다.
4. [한국경제][다산칼럼] 비트코인 바로 이해하기
비트코인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2013년 비트코인 가격이 13달러에서 1160달러까지 올랐다가 2014년 비트코인거래소들의 해킹 사건으로 순식간에 140달러까지 폭락하면서 쇠퇴했다. 그러던 것이 최근 1800달러를 넘어서며 다시 부상하고 있다. 랜섬웨어 해커가 파일 복구 조건으로 비트코인을 요구할 정도다.
이렇게 비트코인이 다시 주목받는 이유는 지난 3월 일본이 비트코인을 법정화폐로 인정하고, 러시아가 2019년부터 비트코인을 법정화폐로 간주하겠다고 하는 등 세계 각국이 가상화폐에 관심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비트코인은 2009년 나카모토 사토시라는 가상인물이 만든 디지털 가상통화다. 그 기본 아이디어는 주어진 수학 문제를 풀면 그 대가로 비트코인이 지급되는 방식이다. 그렇게 받은 코인은 온라인 거래에 사용된다. 비트코인은 총 2100만을 초과할 수 없도록 설정돼 있다. 비트코인은 블록체인이라는 보안성 강한 데이터 저장 기술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비트코인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미국 중앙은행(Fed)이 막대한 양의 달러를 찍어내자 달러 가치 하락 우려와 함께 주목받기 시작했다. 당시 중앙은행에 의해 무분별하게 발행되는 불환지폐보다는 금처럼 그 공급량이 제한돼 있는 비트코인이 대안화폐가 될 수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많았다. 비트코인이 다시 부상하면서 앞으로 정부화폐가 아니라 민간이 자유롭게 발행한 화폐가 사용될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과연 비트코인이 현재의 정부화폐를 대체할 것인가. 이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서는 화폐의 본질과 기능, 그리고 화폐가 어떻게 시장에 출현했는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화폐는 본래 교환 활동 과정에서 다른 모든 재화 및 서비스와 교환되는 물건이 그 기원이다. 그래서 어떤 물건이 다른 용도로 쓸 수 있는 교환 가치를 지니고 있지 않으면 그것은 화폐로서 사용되지 못한다. 즉 어떤 물건이 화폐로서 받아들여지기 위해서는 사전에 존재하는 가치를 지녀야만 한다. 그리고 어떤 물건이 일단 교환의 매개체로 받아들여져 사용되면 그것이 물건으로서의 용도가 사라진다 할지라도 계속 화폐로 받아들여진다. 왜냐하면 사람들이 이제 그것이 갖는 구매력에 대한 정보를 모두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화폐의 특성 때문에 정부는 금으로 태환을 금지하는 불환지폐를 발행할 수 있게 됐다. 다시 말하면 지금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중앙은행의 불환지폐는 교환에 사용된 금과의 역사적인 연계를 갖고 있다는 말이다.
그러나 비트코인은 물건이 아니라 비물질적인 가상화폐로서 금과는 아무런 역사적인 연계를 갖고 있지 않다. 따라서 비트코인은 기존 화폐를 대체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게다가 어떤 것이 화폐가 되기 위해서는 그것의 가격이 안정적이어야만 한다. 가치가 불안정하면 사람들이 교환에서 잘 받아주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가격이 매우 불안정한 비트코인이 보편적인 화폐로 사용되기 어렵다. 다만 비트코인은 토큰처럼 특정 거래에서 기존 화폐를 사용하는 새로운 방법일 뿐이다. 그리고 비트코인 가격은 사람들이 비트코인이 제공하는 서비스에 대해 부여하는 가치를 나타낸다. 최근 비트코인 가격이 급등하는 이유는 각국이 비트코인에 관심을 보이니 앞으로 그 서비스에 대한 가치가 오를 것이라고 사람들이 기대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 각국 정부가 비트코인에 대해 갖는 관심의 대상은 비트코인 자체가 아닌, 그 뒤에 있는 보안성 강한 블록체인이다. 블록체인이라는 기술을 이용해 정부가 직접 가상화폐를 만들 뿐만 아니라 가상화폐의 편리함과 그 동력을 이용해 현금 사용 금지를 추진하려는 것이다.
지금까지 화폐의 역사는 정부화폐가 민간화폐를 대체하는 쪽으로 이뤄져 왔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왜냐하면 국가는 그런 일을 할 수 있는 무한한 자금과 수단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비트코인이 민간화폐로서 정부화폐를 대체할 것이라는 것은 매우 낭만적인 생각이다.
5. [한국일보][기억할 오늘] 파크 캐나다
최초의 국립공원은 미국 옐로스톤 국립공원이지만, 공원 목적의 자연공원으로 먼저 지정된 것은 요세미티 국립공원이다. 캘리포니아 주 상원의원이던 존 코네스(John Conness)가 연방 국유림이던 요세미티 산림을 캘리포니아 주 정부가 양도받아 휴양 등 공공 목적의 주립공원으로 삼자는 안을 냈고, 연방이 공공(public use) 휴양(resort) 여가(recreation) 목적으로만 사용하고 절대 양도 불가라는 조건을 달아 그 요구를 수락했다. 1864년 ‘Yosemite Grand Act’에 의해 요세미티 주립공원이 미국 최초, 세계 최초의 자연공원이 됐다.
옐로스톤은 탐험가 커넬리어스 헤지(CorneliusHedges) 등의 청원으로 1872년 최초 국립공원으로 지정됐고, 요세미티도 1890년 국립공원에 편입됐다. 미국에 이어 호주의 로열국립공원이 1879년 탄생했고, 오늘날 밴프(Banff) 국립공원이 된 캐나다 로키마운틴 내셔널파크가 1885년 뒤를 이었다.
유럽의 국립공원은 1909년 스웨덴에서 가장 먼저 등장했고, 아시아에서는 1931년 일본이 국립공원법을 제정했다. 한국의 국립공원은 지리산이 1967년 12월 첫 국립공원(현재 총 22곳)이 됐다. 초기 국립공원 지정은 ‘보전’보다는 ‘공공 이용’ 및 관광자원으로서의 개발 취지가 강했다.
기존 정부기관의 한 부서가 관리하던 국립공원을 별도기관이 관리하게 한 첫 국가는 캐나다였다. 캐나다국립공원관리청인 ‘파크 캐나다’(ParksCanada)가 1911년 5월 19일 내무부 산하 독립관청으로 출범했다.
파크 캐나다는 국립공원과 해양보전지구, 국가사적지 등을 일괄 관리하며, 자연ㆍ문화자원 보존과 관광객 보호를 위한 최소한도의 물리적 강제력을 법에 의해 보장받는다. 미국이 연방정부기관으로 국립공원관리청을 둔 것은 1916년이었고, 한국의 국립공원관리공단은 환경부 산하 위탁형 준정부기관으로 1987년 출범했다.
국립공원관리공단이 반달가슴곰 생태계 보호를 위해 2004년 복원사업을 시작한 것처럼, 파크 캐나다는 올 초 밴프 국립공원에 아메리카들소를 방사했다. 130년 전 로키산맥에서 멸종된 아메리카들소를 시작으로 늑대와 곰 등의 생태계의 복원을 추진한다는 게 파크 캐나다의 목표라고 한다. 2017년 연방 건국 150주년을 맞이한 캐나다는 올 한 해 국립공원 입장료를 무료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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