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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2월 16일 화요일 오늘의 주요 신문사설·칼럼

※이 자료는 교육용으로 쓰기 위해 올리는 자료로 상업적 목적은 없으며 선정된 사설의 정치적 성향은 블로그 운영성향과 무관합니다.

주요 신문사설

[동아일보]

1.개성공단 ‘발언 논란’ 통일부장관 자격 없다

개성공단에 지급된 달러 중 70%가 핵·미사일 개발 등에 쓰였다며 “관련 자료를 정부가 갖고 있다”고 했던 홍용표 통일부 장관이 어제 국회에서 자신의 발언을 뒤집었다. 홍 장관은 “증거를 대라”는 야당 의원들의 요구에 “여러 경로를 통해서 (알아)보니 자금의 70%가 당 서기실과 당 39호실로 들어간다고 생각하고 ‘우려가 있다’고 말한 것”이라며 “자금이 흘러들어간 증거자료를 확인할 수 있는 것처럼 와전된 부분이 있다”고 국민께 송구하다고 사과했다.

어제 오전까지만 해도 통일부 대변인은 “정부는 다양한 경로로 추적했고 분석해왔다”고 12일과 14일 홍 장관의 ‘자료 발언’을 뒷받침했다. 그 뒤 몇 시간도 안 돼 장관이 말을 바꾼 것이다. 안보 위기라는 이 비상한 시국에 주무 장관의 어이없는 행보는 한심함을 넘어 분노까지 일게 한다. 

애초부터 “자료가 있다”는 홍 장관의 말 자체가 경솔했다. 북한 노동당 서기실이나 39호실을 압수수색할 수도 없는 상황에서 자료라고 해야 증언에 의존한 정황증거였을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 해도 장관이 쉽게 거론해서는 안 될 보안 사안이다. 북한 김정은 정권에 ‘돈줄 끊기’라는 명분과 논리가 필요했다면 자료 운운하지 않고도 그동안 제기된 의혹만으로도 얼마든지 대(對)국민 설득이 가능했을 것이다. 

정부가 2015년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에 낸 보고서에 ‘개성공단 자금의 핵·미사일 전용(轉用) 가능성이 없다’고 했던 사안이어서 홍 장관이 발언 수위를 낮췄다는 시각도 있다. 어떤 경위라 해도 정부의 개성공단 가동 중단 조치가 정교한 전략 없이 이뤄졌다는 비판을 면키 어렵다. 홍 장관은 스스로 책임을 져야 한다.

2.“전쟁하자는 거냐”는 문재인, 왜 北에는 못 따지나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14일 페이스북에 “정부가 국민을 이렇게 불안하게 해도 되는 것인가. 진짜 전쟁이라도 하자는 것인지, 자식을 군대에 보낸 부모들과 국민을 안중에 두고 있는지 의심스럽다”는 글을 올렸다. 북한의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에 맞서 정부가 개성공단 가동을 전면 중단한 것을 두고 전쟁 의도 운운한 것은 인과관계(因果關係)를 잘못 파악한 것이다. 자식을 군에 보낸 부모까지 끌어들여 ‘국민 불안’ 운운한 것은 선동의 냄새까지 풍긴다.

정은혜 더민주당 부대변인이 13일 트위터에 “새누리당은…나라를 팔아도 찍어줄 40%가 있기 때문에 그들과 약간의 지지자만 모으면 된다. 대한민국을 반으로 자를 수 있는 이슈로 나누고 국민들을 싸우게 만든다”는 막말을 올린 것도 충격적이다. 정 부대변인이 언급한 ‘40%’는 박 대통령 고정 지지층을 의미할 것이다. 박근혜 정부의 대북 조치가 ‘나라를 판 행위’라도 된다는 말인가. 어떻게 대통령 지지자들을 그런 황당한 비유로 매도할 수 있는가.

북의 도발로 국가안보가 심각한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국제사회와 보조를 맞춰 대처하려는 대통령의 자위적 조치를 두고 ‘전쟁’ 운운하는 것은 제1야당 대통령후보였던 사람이 할 말이 아니다. 문 전 대표는 핵과 미사일 개발로 한반도 평화를 위협하고 있는 북을 비판하고 김정은을 향해 한 번이라도 “전쟁하자는 거냐”고 따져본 적이 있는가.

문 전 대표는 어제 국회 국방위원회 회의에서도 한민구 국방부 장관을 상대로 개성공단 전면 중단을 “어리석은 국가전략” “빈대 잡으려고 초가삼간 태우는 격”이라고 비난했다. 북에는 할 말도 못 하면서 우리 정부에만 손가락질을 하고 있는 모양새다. 최근 중앙일보 여론조사에 따르면 개성공단 전면 중단 조치에 54.8%가 “지지한다”고 했다. 매일경제신문이 2030세대를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80.2%가 ‘개성공단 폐쇄는 북한 책임’이라고 했다. 제1야당이 이런 국민의 안보의식도 제대로 읽지 못하니 ‘안보불안 정당’에 ‘운동권 식의 정치’를 한다는 소리를 듣는 것이다.

문 전 대표가 연일 정부에 대해 강경 비판 발언을 쏟아내는 까닭도 궁금하다. 당내 친노 세력에 모종의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의도에서가 아닌가. 안철수 의원이 이끄는 국민의당을 의식해 야권의 핵심 지지층을 자기네 쪽으로 결집시키기 위한 포석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더민주당은 천안함 폭침 사건이 발생한 2010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도 정부가 5·24 대북 제재 조치를 취하자 ‘전쟁이냐, 평화냐’는 구호를 내세워 재미를 본 적이 있다. 더민주당이나 문 전 대표는 20대 총선을 앞두고 또다시 안보를 ‘정치게임’의 수단으로 이용해 북에 잘못된 신호를 보내는 우를 범하지 않아야 할 것이다.

3.사드가 중국에 ‘칼춤’이면 북핵은 寶劍인가

중국 왕이 외교부장이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의 한반도 배치 검토를 두고 ‘항장무검 의재패공(項莊舞劍 意在沛公)’이라는 고사성어로 비판했다. 초나라 항우의 사촌인 항장이 연회에서 칼춤을 춘 이유가 패공(유방)을 죽이기 위한 것이라는 뜻이다. 중국은 사드 배치를 ‘유방(중국)을 겨누는 항우(미국) 측의 칼춤’으로 보고 있고, 한국을 미국 뜻에 따라 움직이는 항장쯤으로 낮춰 본다는 속내를 드러낸 것이다.

왕 부장은 12일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이와 함께 북핵 문제의 3원칙을 ‘한반도 비핵화, 군사적 해결 반대, 중국의 안보이익 훼손 불용’이라고 강조했다. 사드 배치에 대해 “X밴드 레이더 범위가 한반도 방위 수요를 크게 넘어 아시아 대륙 한복판으로 침투해 중국의 전략적 안보 이익에 직접적인 해를 준다”면서 한 말이다. 그가 북의 4차 핵실험 직후인 지난달 8일 “중국은 한반도 비핵화, 한반도 평화와 안정,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의 원칙을 견지한다”며 “세 가지 중 어느 하나라도 빠져선 안 된다”고 했던 데서 세 번째를 슬쩍 바꿨다. 북의 핵 포기보다 중국의 안보 이익이 더 중요하고, 사드는 이에 배치되기 때문에 반대한다는 말과 다름이 없다. 

왕 부장은 한반도 비핵화와 관련해서도 “북측이든 남측이든 스스로 만들어도, 가져와 배치해도 안 된다”는 말로 한국의 핵개발이나 전술핵 도입에도 반대한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북의 핵과 미사일 도발로 촉발된 한반도 위기의 본질을 호도하는 발언이다. 중국에 사드가 ‘칼춤’이면 북핵은 지켜야 할 보검(寶劍)이라도 된다는 말인가. 

한국 정부가 사드 도입을 검토하는 것은 북의 위협으로부터 나라를 지키기 위한 자위적 조치다. 그런데도 어제 훙레이 중국 외교부 대변인까지 “관련국이 한반도 문제를 이용해 중국의 국가 안전 이익을 훼손하는 데 대해 결연히 반대한다”고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중국이 미국과의 패권 경쟁에 매몰돼 자국의 전략적 이해만 따지는 것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으로서 취할 태도가 아니다. 

오늘 서울에서 한중 외교차관 전략대화가 2년 8개월 만에 열린다. 중국 측이 사드 문제를 거론한다면 한국은 안보 주권 차원에서 당당히 반박해야 할 것이다. 항우와 유방은 천하통일의 대업을 놓고 힘을 겨뤘지만 지금은 미국과 중국이 세계 평화를 위해 협력하는 것이 시대가 요구하는 역할이다. 핵과 미사일의 칼춤은 북한이 추고 있다. 중국이 이를 외면한다면 사면초가(四面楚歌) 속에 자멸한 항우가 될 수도 있다.

[이데일리]

4.공기업 성과연봉제 왜 머뭇거리나

업무 성과에 따라 연봉이 책정되는 이른바 ‘성과연봉제’가 민간 분야에서 시대적 추세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말 그대로 업무 성과가 좋은 사람이 그렇지 못한 사람보다 월급을 더 받는 방식이다. 바라보는 시각에 따라 냉혹하다고 여길 수도 있지만 궁극적으로 생산성이 낮은 사람들의 경쟁력을 끌어올려 조직 경쟁력과 업무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제도다.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는 얘기다.

공직사회도 이러한 경쟁체제 도입에 예외가 될 수 없다. 책임회피주의, 보신주의, 무사안일주의 등 흔히 공직사회의 문제점으로 지적되는 ‘복지부동’은 서둘러 타파해야 하는 암적인 요소다.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시대 흐름에 공직사회가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고 오히려 뒤처짐으로써 ‘철밥통’이라는 소리가 더이상 나오지 않기 위해서라도 성과연봉제는 현실적이며 합리적인 해법이 아닐 수 없다.

이러한 취지에 걸맞게 정부도 올해 상반기까지 공공기관 성과연봉제를 확대한다는 방침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은 말뿐이다. 정부 권고안을 수용한 곳이 한 곳도 없기 때문이다. 기획재정부 공공기관운영위원회가 지난달 말 공기업과 준정부기관 116곳에 성과연봉제 적용 대상을 확대하는 권고안을 제시했지만 이를 받아들이기로 결정한 기관은 아직 나타나지 않았다. 성과연봉제 확대는 공공기관 체질 개선의 출발점이라며 권고안을 제시한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발언이 영이 서지 않는 모양새다. 이래서는 곤란하다.

우리 공공기관의 업무 생산성은 민간기업의 70~80%에 그치고 있는 게 엄연한 현실이다. 이처럼 낮은 생산성은 국가 경쟁력과도 직결된다. 성과연봉제를 도입하려는 것도 이 같은 이유 때문이다. 공공기관 노조가 발목을 잡아서는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자신들의 밥그릇이 작아진다며 제도 도입을 뿌리치는 자체가 잘못이다.

성과연봉제가 결실을 맺으려면 온정주의를 타파하고 객관적으로 공감할 수 있는 공정하고 엄격한 평가방식을 마련해야 한다. 그동안 일부 공공기관에서 관례적으로 벌어졌던 성과급 평등 재분배와 같은 폐습이 재연돼서는 안 될 것이다.

5.금통위의 책임성 높일 수 있을까

앞으로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의 운영 방식이 크게 바뀔 것이라고 한다. 금융시장과 소통을 확대하고 통화정책 결정 과정의 투명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개선될 것이라는 점에서 일단 기대와 환영의 뜻을 밝힌다. 그동안 역할의 막중함에 비해 존재감이 떨어졌던 데다 금통위원 개개인의 책임성이 부각되지 못했던 운영 과정의 느슨한 관행을 바로잡는 과정으로 이해하고자 한다.

무엇보다 금통위원 각자의 역할과 책임이 좀더 확보될 필요가 있다. 지금껏 금통위가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소수의견이 나오더라도 익명으로 처리됐던 관행이 문제라는 얘기다. 통화정책이 국가경제 전반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치게 되는 만큼 금통위원들의 발언 내용이 그대로 공개되는 것이 중요하다. 앞으로는 회의 녹취록이 실명으로 공개될 것이라 하니 추이를 유심히 지켜보게 된다.

시장 변동성을 따라잡으려는 노력도 따라야 한다. 최근 들어 글로벌 경제는 예기치 못한 돌발변수에 의해 갈수록 불안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중국 경제의 급락과 미국 금리인상 유보 움직임 외에도 국제유가 동향이 심상치 않다. 심지어 일본에서는 마이너스 금리까지 예고된 상태다. 각국 증시가 사소한 소문에도 요동치는 것이 그런 결과다. 금통위가 시장에 즉각적으로 반응하려 해도 문제이긴 하지만 너무 거리를 두려는 자세도 옳지는 않다.

다른 하나는 통화정책의 기본 목적에 관한 것이다. 법적인 규정에 따라 물가 및 금융안정 위주로 운영돼야 한다는 기존관념에서 벗어나야 한다. 한국은행에 독립성을 부여한 것은 정부 정책을 견제하라는 것이 아니라 정책을 이끌어갈 수 있는 나름대로의 대안을 제시하라는 데 비중이 두어져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 이주열 총재를 비롯해 금통위원 각자의 임무가 그만큼 무겁다는 뜻이다.

이를 위해서는 금통위원들의 면모부터 일신해야 한다. 그중에서도 중요한 것이 시장과 적극 교감하려는 자세다. 통화 현상에 대한 시각 차이는 어쩔 수 없다 하더라도 교과서의 이론적 틀에만 얽매이지 말고 시장 흐름을 주의깊게 바라보는 자세가 요구된다. 오는 4월 한꺼번에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는 4명의 금통위원 후임자들이 과연 어떤 인물들로 채워질지 지켜보는 이유다.

[서울신문]

6.아동학대 엄중 처벌하되 보호망도 촘촘히 짜야

‘천인공노할 사건’을 저지른 사람을 우리는 ‘사람의 얼굴을 하고서 짐승과 같은 마음을 가졌다’는 의미로 인면수심(人面獸心)이라고 한다. 그런데 ‘고슴도치도 제 새끼는 함함하다’는 속담에서 알 수 있듯이 짐승보다 못한 사람은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막막하다. 경남 고성경찰서는 어제 큰딸을 죽여 암매장하고, 작은딸은 학교에 보내지 않고 방임한 엄마 박모씨를 아동복지법 혐의로 구속했다. 아버지와 계모의 학대와 굶주림에 시달리다 가스 배관을 타고 세상으로 나온 11살 소녀 사건 이후 진행되고 있는 장기 결석아동 전수조사를 통해 드러났다고 한다.

아동학대는 대부분 부모라는 이름으로 자행되는 반인륜적 행위다. 그런데 이러한 아동학대 사례가 잊을 만하면 불거지고 있다. 지난 3일에는 경기도 부천에서 목사인 아버지가 딸을 때려 숨지게 하고 1년 동안 시신을 방치했고, 이에 앞서 역시 부천에서 30대 부부가 7살 아동의 시신을 훼손해 냉동 보관한 사실이 드러났다. 구속된 엄마 박씨는 오래전 큰딸(당시 7살)을 때려 숨지게 한 뒤 시신을 야산에 유기했고, 이 과정에 박씨의 친구들도 가담했다고 한다. 아동학대에 대한 우리 사회의 온정주의가 어느 정도인지를 보여 주는 단적인 예라 하겠다.

문제는 핵가족화와 사회의 무관심 속에 아동학대 문제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는 점이다. 아동학대를 한 사람들에 대한 처벌과 재교육을 강화하는 것은 물론 더 촘촘한 아동 보호망이 구축돼야 한다. 아동학대를 줄이기 위해서는 이웃의 고발 정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아동학대와 훈육의 경계선이 모호하지만 훈육도 지나치면 아동학대라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아동학대 신고 전화는 112로 통합 운영되고 있다. 지금처럼 학교와 지방자치단체 등 행정기관이 실시하는 장기 결석아동 전수조사는 앞으로도 정기적으로 실시했으면 한다.

아울러 경제적인 어려움과 질병으로 친권자가 한시적으로 아동을 돌보지 못하는 위급한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이럴 때 아동을 돌볼 수 있는 시설을 확충하면 비극적인 상황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시설의 보호를 받고 있는 아동들이 적절한 보호를 받고 있는지, 또 다른 차별은 없는지에 대한 지도·감독을 철저히 해야 한다. 이들 아동에 대한 재교육 및 치유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것도 아동학대 신고 못지않게 중요하다고 본다.

[서울신문]

7.박 대통령 국회 연설 국민 단합 계기로

개성공단 가동 중단과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두고 국론 분열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천안함 폭침 사건과 연평도 포격 도발 당시의 남남 갈등이 재연되는 분위기다.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로 야기된 국가 안보 위협 사태에 직면해 이념 대립의 극심한 국론 분열을 보이는 데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북한의 반복된 도발에 종지부를 찍기 위해서는 우리의 단호하고 냉정한 의지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이 대한민국 국가 안보에 중대 위협이 된 상황에서 강력하고도 실효적인 대북 제재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이번 사태로 4·13 총선에 악영향을 우려하는 야권의 반발은 이해할 수 있지만 북풍(北風) 논란을 확산시키는 것은 국민들의 눈에 전형적인 정치공세로 비치고 있다. 대북 제재를 둘러싸고 서로 다른 의견이 제시될 수는 있지만 거듭된 도발과 위협 속에서 우리 스스로 분열의 늪에 빠져드는 것은 북한의 의도에 말려드는 꼴이다.

대북 정책의 전면 전환에 따라 남북한 긴장이 고조되는 작금의 상황에서 국민적 의지를 결집하는 것은 시급하고도 중요한 과제다. 박근혜 대통령이 오늘 북한의 잇단 도발 사태와 관련해 국회 연설에 나서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글로벌 경제위기에다 북한 리스크까지 겹친 복합 위기 속에서 국가적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국민 단합을 호소하면서 국민 불안과 동요를 막고 국정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겠다는 취지가 담겨 있다. 그럼에도 국가 통치권자로서 박 대통령은 야당의 문제 제기에 귀를 기울이고 필요하다면 적극적으로 끌어안는 모습을 보일 필요가 있다. 안보 문제에서 초당적 대처는 국민적 요구임이 틀림없지만 국정의 한 축을 지탱하고 있는 야당을 적극적으로 설득해 국론 분열을 막고 공동의 목표로 이끄는 것 역시 대통령의 의무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대외적인 위기관리 역시 중요한 고비에 와 있다. 사드 배치 결정에 따라 중국의 반발은 점점 거세지고 있고 중국의 경제 보복 가능성마저 제기되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우리의 국가 안보 차원에서 결정된 우리의 군사적 판단을 타국의 국가 이익에 맞춰 변경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중국, 러시아와 사드 배치 문제로 갈등을 빚고 있지만 그들을 설득하는 노력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 오늘 예정된 한·중 외교차관 전략 대화에서도 우리의 강력한 대북 의지를 전달할 필요는 있지만, 주변국들을 필요 이상으로 자극하는 것은 문제 해결에 역효과를 낼 수도 있다. 사드 배치와 관련해서도 비용부터 발생할 위험성과 문제점 등을 처음부터 투명하게 공개해 흑색선전이나 무분별한 대립에 따른 혼란을 최소화해야 한다.

북핵·미사일 문제는 결코 단시간에 해결될 사안이 아니다. 한·미·일 협력 기조를 통해 강력한 대북 억지력을 확보하는 동시에 한반도에 몰아칠 다양한 변수들에 대비해야 한다. 정부는 단호하고 냉철한 상황 관리로 국민의 불안 심리를 잠재우는 동시에 비장한 각오로 최적의 전략적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

[중앙일보]

8.능동적인 공항안전관리 체계

건강이 질병의 부재 상태이듯 안전은 사고의 부재 상태다. 안전이란 어떠한 사고도 발생하지 않도록 ‘적극적으로’ 대비할 때 가능하다. 따라서 안전관리 체계는 위험을 유발할 인적 요인과 조직적 요인을 모두 찾아내 ‘능동적으로’ 관리하고 경영해야 한다. 인천공항의 경우 인적 요인 면에서 수익 창출보다 안전문화를 최우선 정책으로 추진할 수 있는 전문 경영자가 임명돼야 한다. 이를 위해 보안 관련 정규직 비율을 높이고 인력을 확보한 뒤 공항보안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 조직적 요인 면에서는 안전 및 위험관리의 의사 결정과 실행 절차를 합리적으로 재조정해야 한다. 범정부적 관련 기관의 협조를 컨트롤할 수 있는 권한자가 제 역할을 해야 하고, 공항공사 내에서는 각 실무자가 왜곡 없는 보고 체계를 보장받아야 하며, 관리자는 신속한 결정을 내릴 수 있어야 한다. 85%의 비정규직 외주업체 직원이 보안 실무를 담당하고 15%의 정규직원이 실무책임자인 구조에서는 소통에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매일경제]

9.원유철 `핵 보유론` 안보외교 혼선불러선 안된다

북한의 4차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 이후 개성공단,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한반도 비핵화 원칙 등에 관한 정부와 여당 태도가 크게 달라지고 있다. 국민이 어리둥절할 정도다. 원유철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15일 국회 연설에서 급기야 "북한 핵과 미사일에 맞서 이제 우리도 자위권 차원에서 평화의 핵과 미사일로 대응하는 것을 고민해야 할 때"라고 했다. 

북한의 거듭된 도발로 분노한 국민 정서에 이런 주장이 부합되는 측면이 없는 건 아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한국도 핵무기를 보유해야 한다"는 데 찬성한 국민이 67.7%에 이르렀을 만큼 국민은 지금 격앙돼 있다. 정치권이 이런 정서를 파고들려고 할 수 있지만 여당 원내대표라면 한반도 비핵화를 줄곧 천명해온 우리 정부 방침과 엇갈리는 의견을 표명했을 때 초래할 혼란도 신중하게 고려해야 할 일이다. 한민구 국방부 장관이 핵 보유 주장에 대해 "정부 입장에서는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곧바로 부인했는데 그럴수록 정부와 여당 내 혼선으로 비칠 뿐이다. 그러잖아도 개성공단 가동 전면 중단이 박근혜정부의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 전략을 크게 수정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져 혼란스러운 상황이다. 

중국과는 한반도에 사드 배치 문제를 놓고 이미 노골적인 갈등을 노출하고 있다. 한·중 우호 관계가 역대 최상이라던 정부 설명과는 딴판이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항우와 유방의 고사까지 인용해가며 한반도 사드 배치가 중국을 겨냥한 것이라고 노골적으로 반발하고 있다. 북한 핵무기 위협이 증폭되는 현실에서 우리가 다각적인 방안을 검토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국민 생존과 직결되는 국방 문제는 주변국 눈치를 볼 사안도 아니다. 대북 제재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여온 중국을 상대로 우리가 느끼는 안보 위협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면서 실질적인 대북 제재에 동참하도록 압박도 병행해야 한다. 다만 한반도 비핵화, 남북 대화, 북핵 해결을 위한 중국과의 협력 등 그동안 유지해온 원칙들이 너무 급작스럽게 바뀐다면 주변국뿐 아니라 우리 국민도 혼란을 느낄 일이다. 

다음달 22~25일 중국 하이난성에서 열리는 보아오포럼에 황교안 국무총리가 불참을 검토하는 것만 해도 그렇다. 반드시 참석해야 하는 회의는 아니지만 북한 핵실험 이후 중국 태도에 대한 불만을 표시하는 차원이라면 적절하다고 보기 어렵다. 

우리에게는 지금 안보 위기뿐아니라 글로벌 경제위기도 엄습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시기에 우리 수출의 약 25%를 의존하는 최대 교역국가인 중국을 상대로 '모 아니면 도'라는 식으로 노골적으로 갈등을 표출하는 것은 도움이 되지 못한다. 자칫 대북 제재라는 실리도 얻지 못하면서 갈등만 키우지 않도록 안보외교의 장기적인 원칙과 중심을 냉정하게 견지해나가야 할 것이다.

10.늪에 빠진 한국 수출 세계 1등 제품 발굴이 해법

한국 기업의 주력 품목들이 세계 시장에서 점점 경쟁력을 잃고 있어 수출전선에 비상등이 켜졌다. 관세청에 따르면 이달 들어 10일까지 수출액은 87억52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7.1%나 감소했다. 올해 들어 누적 수출액도 20.3% 줄었다. 이런 추세라면 지난해 1월 이후 14개월 연속 수출이 역주행하게 된다. 충격적 사실은 스마트폰 같은 주력 제품마저도 성장동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미래창조과학부가 어제 발표한 1월 정보통신기술(ICT) 수출 실적을 보면 휴대폰이 7.3% 줄어든 것을 비롯해 반도체 등 전 품목이 부진하며 지난해 동기 대비 17.8% 감소했다. 

수출 주력 제품의 경쟁력 하락은 이미 예상됐다. 한국무역협회가 2014년 기준으로 한국의 세계 시장 점유율 1위 품목을 조사했더니 총 64개로 전년에 비해 한 단계 떨어진 13위를 기록했다. 1위인 중국(1610개)의 20분의 1도 안 되고 독일(700개)과 미국(553개)에 비해서도 격차가 컸다.

수출 부진이 세계 경기 침체로 인한 수요 위축과 저유가 등 외부 환경 탓도 있지만 주력 품목들의 경쟁력 하락이 심해지고 있는 것이 근본 원인이다. 수출이 부진의 늪에서 빠져나오려면 이런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철강이나 반도체와 같이 중간재 수출 비중을 줄이면서 화장품, 생활용품 등 소비재와 부가가치가 높은 기술집약적 제품군을 확대해 세계 1등 상품을 끊임없이 발굴해야 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수출 기업들의 사업 재편이 필수적이다. 지난 4일 원샷법(기업활력제고특별법)도 통과됐으니 기업들은 구조조정과 사업 재편을 서둘러 글로벌 1등 제품 개발에 나서야 할 것이다.

요 신문칼럼

1.[동아일보][오늘과 내일/정경준]범죄는 고양이처럼 온다

#1. 고백하건대 나는 툭하면 과속, 신호 위반을 한다. 아무도 없는 한적한 도로에서 빨간불에 걸리면 단속 카메라가 있는지 살펴보고 액셀을 밟는다. 뻥 뚫린 길을 달릴 땐 똑똑한 내비게이션을 믿고 스피드를 즐긴다. 그래도 지금까지 딱지를 떼인 건 고작 두어 번이다. 물론 난폭운전을 할 때 마음이 편치는 않다. 그렇지만 누구에게도 피해를 주지 않는데 곧이곧대로 법을 지키는 건 왠지 융통성 없고 고지식한 것 같다는 느낌이 앞선다. 교차로 황색 신호에서 다들 속도 높여 꼬리를 물고 건너는데 나만 정지하면 추돌사고를 당할 수도 있다며 스스로 합리화도 한다.

이런 나는 이제 언제라도 범죄자가 될 가능성이 있다. 12일부터 시행된 개정 도로교통법이 난폭운전도 형사처벌의 대상으로 했기 때문에 범칙금 딱지를 받는 데 그치지 않는 것이다. 경찰은 15일부터 다음 달 말까지 집중단속에 나선다. 과속이나 신호 위반, 중앙선 침범 같은 다소 무거운 위법 외에 급제동, 안전거리 미확보, 소음 발생 등 ‘사소한’ 것까지도 단속 대상이다. 둘 이상을 연달아 하거나 하나라도 지속·반복하면 최대 500만 원의 벌금, 1년까지의 징역형을 받을 수 있다.

#2. 서울대 대학원까지 나온 창창한 30대가 서울 강남과 경기 성남시 일대에서 상습적으로 택배 물건을 훔치다 경찰에 딱 걸렸다. 560여 차례에 걸쳐 1억 원어치를 훔친 혐의로 이달 초 구속된 그의 여죄(餘罪)는 수백 건에 이르는 것으로 드러났다.

조경회사 연구원으로 일하다 2014년 말 퇴사한 뒤 이렇다 할 일자리를 찾지 못했던 그는 지난해 설 연휴 때 서울 잠실 자신의 집 주변에서 누군가의 현관에 놓인 선물세트를 보고 충동적으로 슬쩍했다. 다행히 폐쇄회로(CC)TV도 없었다. 한 번이 두 번이 됐고, 활동무대도 넓어졌다. 훔친 물건을 자급자족하는 데서 더 나아가 중고거래 사이트에 올려 짭짤한 수입을 챙길 수 있다는 사실을 안 뒤로는 택배상자에 붙은 의뢰서를 보고 비싸고 수요가 많은 물건을 골라 훔치는 대담함도 보였다.

#3. 골프만큼 독특한 운동도 없다. 야구나 축구, 농구처럼 심판이 있는 것이 아니어서 부정(不正)의 유혹에 넘어가기 십상이다. 공이 깊은 러프에 파묻혔을 때, 벙커에 빠졌는데 높은 턱이 가로막고 있을 때, 숲 속에서 큰 나무가 스윙을 방해할 때 많은 골퍼들은 먼저 주변을 둘러본다. 아무도 없다는 것을 확인하자마자 악마가 속삭인다. “뭐 어때? 조금만, 아주 조금만 공을 옮겨. 그게 무슨 큰 허물이야?”

이름을 밝힐 수 없는 내 친구는 이런 유혹에 굴복해 상습적으로 동반자를 속인다. 지적이라도 할라치면 “프로도 아닌데 우리끼리 왜 그래?”라며 오히려 큰소리를 쳤다. 두주불사(斗酒不辭)형이면서도 라운딩 전날에는 절대 술을 마시지 않을 정도로 골프를 사랑하는 그 친구를 필드에서 볼 수 있는 기회는 점점 사라졌다.

정직과 사소한 잘못 사이에는 작은 ‘문턱’이 있다. 넘어도 될까, 말까 망설이는 순간이다. 여기서 양심을 도외시하고 문턱을 한번 넘어서면 용감해진다. 도덕의식은 희박해지고 ‘이왕 이렇게 된 것’이라는 태도가 생긴다(‘거짓말하는 착한 사람들’·댄 애리얼리). 부정은 전염성도 강하다. 차량 없는 교차로에서 신호가 바뀌기를 기다리는데 인내심이 약한 한 명이 먼저 무단횡단을 감행하면 우르르 뒤따르는 모습은 흔한 광경이다.

아무리 사소한 잘못이라도 대수롭지 않은 것으로 여기면 개인이나 사회나 걷잡을 수 없는 파국을 맞게 된다. 최근 잇따라 불거진 자녀 학대, 시신 훼손 사건도 처음에는 별 죄책감 없이 단순한 손찌검에서 비롯됐다. 범죄는 고양이처럼 소리 없이 온다.

2.[동아일보][공주형의 생각하는 미술관]새로움과 미완성의 차이

인상주의 미술은 클로드 모네(1840∼1926)의 ‘인상, 해돋이’에서 출발했습니다. 배가 정박한 항구에 태양이 떠오르는 그림입니다. 예술에 뜻을 같이하는 미술가들이 단체명도 정하지 않은 채 1874년에 치른 전시 출품작이었습니다. 

동트는 항구를 그리기 위해 화가는 우선 밑칠을 했습니다. 따스한 회색으로 캔버스 표면을 덮었지요. 그 다음 붉은색, 푸른색으로 일출과 함께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는 세상을 표현했습니다. 매우 빠르게 화면을 채워 나갔던 모양입니다. 바탕칠이 내비칩니다. 크레인, 건물의 윤곽도 모호합니다. 과거와는 다른 풍경화였지요. 변함없는 풍광을 꼼꼼히 그릴 의도는 없었거든요. 해가 솟구치는 순간의 인상을 화폭에 잡아둘 생각이었지요. 태양이 어둠을 밀어내는 찰나의 세상은 조금 전과는 확연히 다릅니다. 바로 그런 순간의 변화를 미술로 붙잡고 싶었어요. 그러니 붓질이 거칠고, 대담해질 수밖에요. 

새로움은 늘 논란거리입니다. 외부 세계를 변화의 연속으로 인식하고, 이를 바탕으로 완성한 그림은 미완성으로 간주되었습니다. 재능 없는 화가의 서툰 객기쯤으로 여겨졌습니다. 해돋이인지, 해넘이인지조차 불분명하다고 꼬투리를 잡혔지요.

“일출이 분명하다.” 지난해 미국 천체물리학 연구진이 이렇게 밝혔습니다. 그림을 그린 곳과 때를 근거로 삼았습니다. 그림의 제작 장소는 르아브르의 호텔 3층 객실이랍니다. 해가 뜨고, 지는 항구 도시의 전경이 창밖으로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위치라지요. 제작 시점은 1872년 어느 한 날이 아니라 11월 13일이랍니다. 그것도 일출 시간인 7시 35분에 맞추어 그려졌다는군요. 해돋이 명당이 인상주의 대표작의 산실이었다는 연구 결과가 흥미롭습니다.

“정말 황홀해!” 멋진 일출을 본 모네가 짧은 감탄사를 남기고 서둘러 아침 식사를 하러 갔다면 미술의 역사는 달라졌을 것입니다. 인상주의 미술도 새로운 이름을 가졌겠지요. “퍽 인상적이군!” 혁신적 표현에 쏟아진 조롱을 인상주의는 예술의 정체성으로 수용했으니까요. 중요한 것은 어떤 사건과의 만남 그 자체만은 아닙니다. 그것을 통한 성장과 실천이 소중합니다. 올 한 해는 어디서 해돋이를 구경할지보다 어떻게 해맞이를 겪을지를 궁리해 볼 참입니다. 일출의 명소 대신 일상의 일출에서 도전적인 전환점, 의미 있는 반환점을 모색할까 합니다.


3.[중앙일보][글로벌아이]이방인 기자에게까지 부탁하는 '버니' 젊은이들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밤 아이오와주 디모인 시내의 그랜드뷰 대학.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이 아이오와주 코커스를 하루 앞둔 마지막 유세장이다. 이미 2000여 명으로 가득 찬 유세장 바깥까지 샌더스 지지자들이 몰려들었다. ‘버니’ 지지 피켓을 들고 있던 여성 토니 어너(33)는 “뉴욕에 사는데 일주일 휴가를 내서 왔다”며 “버니가 유일한 대선 후보”라고 단언했다. 토니는 “나는 사회복지사인데 어렵게 사는 분이 정말 많다”며 “공정한 사회, 기회가 균등한 사회가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취재진 출입구로 향하자 어느샌가 어너가 다가와 “당신 일행처럼 꾸며 취재진 출입구로 함께 들어가게 해달라”고 부탁했다. 일반인 출입구는 입장 인원 초과로 이미 봉쇄됐기 때문이다. 마음이 약해져 어너를 데리고 취재진 출입구로 들어가는데 이게 웬일인가. 어너의 뒤로 ‘버니’ 피켓을 든 장대 같은 장정 5명이 줄줄이 따라왔다. 얼렁뚱땅 유세장 안으로 함께 입장하며 아차 싶었다. “이 친구들이 샌더스 지지자인 것처럼 가장해 다른 마음을 먹었다면 어쩌나”라는 후회가 몰려 왔다. 다행히도 이들은 진짜 지지자들이었다. 일행 중 한 청년이 내 팔을 잡은 뒤 연신 “고맙다”고 했다. 이들은 모두 아이오와 주민들이 아니었다. 그러니 투표권도 없다. 하지만 ‘버니’를 돕기 위해 시간과 돈을 들여 이곳까지 온 것이다. 그 전날 디모인의 샌더스 선거사무소에서 만난 자원봉사자 닐 살레스-그리핀(28)도 시카고에서 작은 웹 디자인 업체를 운영하다 잠시 문을 닫고 아이오와로 왔다.

 샌더스 열풍의 동력은 이 같은 젊은 세대의 참여다. 이들이 하는 얘기의 공통점은 “워싱턴 정치는 오염됐고 현실과 멀어졌다”는 분노다. 힐러리 클린턴으로 대표되는 기성 정치인에 대한 거부다. 그렇다면 ‘버니’ 환호의 이면엔 워싱턴 정치의 한계가 숨어 있다.

샌더스 열풍은 우리가 금과옥조로 여겼던 미국의 의회정치가 사실은 민심을 모두 품지 못하며 누군가를 정치 바깥으로 밀어낸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품게 한다. 오죽했으면 자칭 ‘사회주의자’ 샌더스가 민주당 대세였던 클린턴을 뉴햄프셔주 경선에서 이기는 상황까지 왔을까. 샌더스 현상은 트럼프 현상과 더불어 워싱턴 정치의 위기를 보여주는 실례일지 모른다.


4.[서울신문][데스크 시각]소비자가 원하는 '콜버스' 막아선 안된다/김성수 경제정책부장

“소비자는 선택권이 많아지면 더 이익 아닌가요. 소비자들이 외면하면 그땐 망하는 거구요. 그게 시장경제의 기본 원리잖아요.”


콜버스를 운영하는 박병종(30) 콜버스랩 대표는 최근 논란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콜버스는 휴대전화 앱으로 심야(밤 10시~새벽 4시)에 버스를 불러서 목적지까지 가는 신종 사업이다. 박 대표는 경제지 기자로 3년간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과 정보기술(IT) 기사를 쓰다가 직접 창업에 나섰다. 같은 방향으로 가는 손님들을 전세버스로 한데 모아 이동시키는 아이디어는 윷놀이할 때 말을 함께 업어서 가는 것을 보고 착안했다고 한다.

지난해 12월부터 서울 강남구·서초구에서 서비스를 시작했다. 현재는 무료지만 이달 중 유료로 바꾼다. 그래도 택시값의 절반이다. 택시업계는 거세게 항의하고 있다. 불법 서비스라는 비난이다. 이달 초엔 일간지 1면에 항의 광고도 냈다. 다음달 대규모 시위도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두 손을 들어 환영한다. 버스도 지하철도 다 끊긴 추운 겨울 새벽에 승차 거부를 당했거나 ‘예약’ 표시등만 켜 놓고 손님을 야멸차게 외면하며 쌩쌩 달리던 택시에 분개한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더욱 그렇다.

콜버스는 심야 시간에 택시 공급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현실 때문에 등장했다. 개인택시는 밤에 잘 안 나오고, 회사택시는 운전기사가 모자란다. 야간에 일하는 택시기사는 이런 상황에서 손님을 골라 태운다. 심야에 택시 잡기는 더 힘들어진다. 이런 현실적인 수요가 신사업을 이끌어 냈다.

새로운 사업자가 시장에 뛰어들면 언제나 그렇지만 기존 사업자(택시)와의 갈등은 불가피하다. ‘밥그릇’ 싸움으로 변질될 수 있다. 갈등을 조정하는 것은 정부의 몫이다. 콜버스도 서울시가 합법성에 대한 법률 의뢰를 국토교통부에 했다. 다음달 중 결론을 내릴 예정이다. 국토부로서는 쉽지 않은 결정이다. 현 정부의 규제완화 의지를 엿볼 수 있는 바로미터도 될 수 있어서다.

과거처럼 정부가 강한 규제를 통해 기업을 이끌던 시대는 이제 끝났다. 정부는 기업 하는 분위기를 고조시키는 ‘치어리더’의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 정부의 정책도 소비자들의 기대와 예측을 벗어나면 곤란하다. 소비자들이 서비스를 원하고 있고 그 방향이 틀리지 않다면 정부가 막으면 안 된다. 섣부른 규제를 하려 들면 되레 혼란만 더 커진다.

이번 경우도 시민들의 편의성을 첫 번째 잣대로 놓고 문제를 풀어 가면 된다. 심야에 택시 잡기가 힘들고, 이를 대체할 새로운 서비스가 나왔다면 답은 이미 나와 있다.

공무원의 인식도 디지털 시대에 걸맞게 새롭게 바뀌어야 한다. 정부가 ‘규제프리존’을 만들겠다고 발표했지만 정작 기업들은 달라진 걸 체감하지 못한다. 대기업들조차 정부의 규제가 신사업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볼멘소리를 하고 있다. 신생 기업은 더 말할 것도 없다. 이런 상황에서 여전히 개념이 모호한 ‘창조경제’를 외쳐 봐야 구두선에 그칠 뿐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콜버스 사업과 관련해 “특정 기업에 대한 합법화가 아니라 시민들이 승차 거부로 불편을 겪고 있는 것이 사실인 만큼 새로운 사업 형태를 포함해 야간 사각지대의 시민 불편을 해소하는 방안을 다음달 중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소비자를 우선하는 결정을 내릴 것임을 시사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다만 택시업계와의 상생 방안을 이끌어 내는 과제는 여전히 쉽지 않아 보인다.


5.[서울신문][씨줄날줄] 美 대법관의 색깔 논쟁/최광숙 논설위원

미국 인사청문회 역사상 연방 대법관 후보자 로버트 보크의 청문회만큼 떠들썩한 적은 없었다.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이 1987년 7월 연방 항소법원 판사이던 그를 대법관 후보로 지명하자 에드워드 케네디 민주당 상원의원은 그날 즉각 “미국 대법원에는 그를 위한 좌석이 없다”고 반대 성명을 냈다.

당시 아칸소주 주지사이던 빌 클린턴 대통령도 자신의 스승인 그에 대해 반대 의견을 냈다. 흑인 인종차별을 금지한 민권법에 반대하는 등 보크의 강한 보수적인 성향과 독선 등이 문제가 된 것이다. 후보자 개인의 윤리, 능력뿐만 아니라 정치, 이념도 따지고 든 것이 이때부터다. 결국 그는 4개월 만인 10월 상원의 혹독한 검증 과정을 통과하지 못해 낙마했다.

미국 대법관의 영향력은 크다. 종신직인 데다 중요한 정부 정책이 연방 대법원의 판단에 따라 결정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행정부 인사와는 달리 사법부 인사를 대상으로 한 인사청문회는 큰 논란 없이 조용히 넘어갔다. 하지만 보크 지명 건을 계기로 아무리 개인적으로 유능해도 이념적으로 극단적인 후보자는 인준 통과가 어려워졌다.

보크의 후임으로 레이건 대통령은 앤토닌 스칼리아 판사를 지명했다. 그 역시 보수적이었지만 보크와 달리 이념성을 입증할 만한 발언이나 글이 없었다. 덕분에 그는 야당의 칼날을 피해 무사히 인준을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그는 대법관이 된 이후 낙태와 동성애, 소수자 우대 정책 반대 등 보수성을 강하게 드러내는 판결과 발언을 통해 보수층의 대부로 자리 잡았다. ‘오바마케어’ 반대 등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정책에도 제동을 걸었다.

스칼리아의 정치적 성향이 강하게 드러난 것은 2000년 대선에서 민주당의 앨 고어 후보와 공화당의 조지 W 부시 간에 플로리다주에서 재검표 소동이 벌어지면서 법정 공방이 빚어졌을 때다. 그는 플로리다의 재검표를 중단시켜 놓고는 법이 요구하는 날까지 검표를 할 수 없다는 이유를 들어 부시의 손을 들어 줬다. ‘법원이 대통령을 결정했다’는 비난을 받게 한 대표적인 인물이 바로 그다.

최근 그가 사망하면서 차기 대법관 임명 문제가 정가에서 쟁점으로 부상했다. 대선을 앞둔 시점에 보수 5명, 진보 4명으로 균형을 유지하던 대법관의 이념 지형이 그의 사망으로 바뀔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오바마는 곧 후임자를 지명할 뜻을 밝혔지만 공화당 측은 선거가 있는 해에는 대법관을 임명하지 않는다는 ‘서먼드 룰’을 근거로 퇴임할 대통령의 대법관 지명을 반대하고 있다. 보크 사건을 교훈 삼아 오바마는 정치색 논쟁이 적은, 미국 역사상 최초로 아시아계 대법관을 지명할지도 모른다는 관측이 나온다.

남의 나라 일이 아니다. 우리도 대법원장, 헌법재판소장 등 사법부 고위 인사들의 인준을 놓고 대통령의 ‘코드 인사’ 논란을 빚지 않았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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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늙은최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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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2월 12일 금요일 오늘의 주요 신문사설·칼럼

※이 자료는 교육용으로 쓰기 위해 올리는 자료로 상업적 목적은 없으며 선정된 사설의 정치적 성향은 블로그 운영성향과 무관합니다.

 

주요 신문사설

[동아일보]

1.美 역대 최강 대북제재법안에 야당은 느끼는 게 없나

미국 상원이 10일(현지 시간) 역대 대북(對北) 제재 법안 중 가장 강력한 ‘2016 북한 제재와 정책강화 법안’을 참석 의원 96명 전원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북한이 핵과 미사일 개발, 사이버 공격, 지도층의 사치품 구입에 쓸 수 있는 달러 등 김정은의 통치 자금줄을 차단하기 위해 북한과 거래하는 제3국의 개인과 단체를 제재할 수 있는 ‘세컨더리 보이콧’ 조항을 둔 것이 핵심이다. 

북한만을 겨냥한 첫 제재법안이 될 이 법안은 이란 핵 동결을 이끌어낸 포괄적대(對)이란제재법이나 이란핵무장방지법처럼 강력한 강제성을 띤 것은 아니다. 미국은 이란제재법에 따라 2012년 이란과 거래한 중국의 국영석유무역회사에 미국 수출면허 금지 등의 제재를 내림으로써 중국을 압박해 이란 제재에 동참시킨 바 있다. 북한 제재법안도 행정부에 재량권을 부여하고 있어 미국의 의지에 따라서는 북한과 거래하는 중국 기업이나 은행 제재가 가능하다. 관건은 미국이 중국과 외교 마찰을 각오하고 북핵 해결에 강하게 나서느냐다. 

표결에 앞서 26명의 의원이 7시간 동안 북을 성토하고 강력한 대북대응을 강조한 것은 고무적이다. 대통령선거 공화당 경선 후보인 마코 루비오 의원과 테드 크루즈 의원은 잠시 유세를 중단한 채 표결에 참여했다. 민주당 경선 후보인 버니 샌더스 의원도 표결엔 불참했지만 법안을 지지하는 성명을 내는 등 미 의회는 선거보다 안보를 중시하는 모습을 보였다.

우리 정부는 이제 북한이 이란처럼 핵을 포기할 수밖에 없도록 미국과 국제사회의 협력을 이끌어내야만 한다. 그러나 한국의 국회는 북을 비난하는 결의안만 채택했을 뿐 북한인권법안을 11년째 묶어놓고, 테러방지법은 언제 처리할지 기약 없는 상태다. 오히려 정부의 대북 제재가 4월 총선에 영향을 미치려는 ‘북풍(北風) 카드’인지를 놓고 여야 간에 민망한 공방을 벌이고 있다. 북을 뼈저리게 응징할 방법을 찾기는커녕 서로 손가락질하는 이 나라 정치권을 세계가 어떻게 보겠는가.

2.북핵 해결을 위한 안보 위기, 박 대통령이 국론 모아야

북한이 우리 정부의 개성공단 전면 중단 조치 하루 만에 개성공단 폐쇄와 남북 간 연락 채널 전면 중단을 밝혔다. 북은 어제 오후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성명을 통해 “개성공업지구를 파탄시켜 우리의 핵무력 강화와 위성 발사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그처럼 어리석은 일은 없을 것”이라며 개성공단 폐쇄 및 군사통제구역 선포, 17시(한국 시간 오후 5시 반)까지 남측 인원 추방, 모든 자산 전면 동결, 서해 군통신선 및 연락관 직통전화 폐쇄 등을 발표했다. 

북의 반발이 기습적이기는 하지만 예상됐던 일이다. 개성공단에 체류하고 있던 우리 측 인원 전원이 어젯밤까지 무사히 귀환한 것이 다행스럽다. 이로써 남북 간의 대화 창구가 완전히 끊기게 된 상황은 안타깝지만 북의 대응이 강경한 것은 그만큼 개성공단 중단의 타격이 컸다는 의미다. 

북이 개성공단에서 유입된 현금을 핵과 미사일 개발에 썼다는 우리 정부의 발표에 대해 “초보적인 셈세기도 할 줄 모르는 황당무계한 궤변”이라고 주장한 것은 가소롭기 짝이 없다. 북이 마약·무기 밀매, 해외 근로자 임금 착취 등으로 김정은 통치자금을 조달하고 대량살상무기까지 개발한 것을 국제사회가 뻔히 안다. 북이 개성공단의 재개를 원한다면 핵을 포기하고 대화와 교류협력의 장으로 나오면 될 것이다. 

북이 이를 거부할 경우 남북관계는 2000년 김대중 대통령의 ‘햇볕정책’ 이전 상태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북에 대한 일방적인 퍼주기가 결국 핵과 미사일 위협으로 돌아온 것을 고려하면 지금의 한반도 안보 위기는 남북관계 정상화를 위한 진통이고 언젠가는 거쳐야 할 불가피한 과정으로 봐야 한다. 문제는 북이 개성공단을 중단시킨 대가를 몸서리치게 체험하게 될 것이라고 위협한 대로 긴장의 수위를 더욱 고조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핵과 미사일에 쏠린 국제사회의 이목을 남북 간의 충돌로 돌리기 위해서라도 북은 대규모 도발은 아니어도 후방 침투나 테러, 사이버 공격 등 은밀하고 추적이 쉽지 않은 도발을 할 개연성이 높다. 만반의 대비가 필요하다.

예측 불가능의 김정은이 핵 개발을 계속하는 한, 우리는 한 가닥 말총으로 머리 위에 매달려 있는 ‘다모클레스의 칼’ 아래 앉아 있는 것과 다름없다. 지금까지의 외교적 노력은 실패했고 더는 핵을 머리에 이고 살 수 없다면, 북이 핵을 포기하지 않을 수 없도록 제재와 압박을 가해야 한다. 우리가 북한에 강력한 압박을 하지 않으면서 유엔 안보리에 강력한 압박을 주문할 수는 없는 일 아닌가. 

북은 성명에서 ‘남조선 인민들이 격분에 넘쳐 규탄하듯이’라고 남남(南南)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배치 검토, 개성공단 가동 전면 중단 등 정부가 나라의 명운을 걸고 북핵 해결을 위해 꺼내든 대북 제재 조치에 국력을 결집할 필요가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정부와 국민이 하나 되어 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도록 국민과 여야 대표에게 현재의 안보 상황을 소상히 알리고 협조를 구해야 한다. 야당도 당리당략을 떠나 도울 것은 도와야 한다. 우리가 일치단결해 안보 위기를 넘길 것인지, 잠시 발끈하다 집안싸움 때문에 제풀에 꺾일 것인지에 한반도의 장래가 달려있다.

[이데일리]

3.북한에서 벌어지는 공포정치 흔적들

리영길 인민군 총참모장 처형설로 북한 체제의 지속가능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대북소식통에 따르면 그제 리 총참모장이 ‘종파분자 및 비리’ 혐의로 이달 초 전격 처형됐다고 한다. 사실로 확인되려면 시간이 걸리겠지만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고모부인 장성택 노동당 행정부장까지 처형했다는 사실을 돌이켜보면 허튼소리만은 아닌 듯하다.

이로써 김 위원장 집권 4년 남짓에 총참모장 4명 중 3명이 숙청·처형됐다. 총참모장은 총정치국장과 인민무력부장 다음의 군 서열 3위로, 우리로 치면 합참의장 격이다. 작년에는 현영철 인민무력부장이 김 위원장의 연설 도중 졸은 데다 말대꾸한 ‘반역죄’로 재판 절차도 없이 고사총으로 공개 처형됐다. 권력의 수뇌부조차 김 위원장 눈 밖에 나면 한낱 파리 목숨인 북한의 현실을 단적으로 드러낸 사례들이다.

김 위원장 치하에서 처형된 간부가 벌써 100명 이상에 이른다. 일각에선 36년 만에 열리는 오는 5월의 노동당 7차 대회를 고위직 숙청의 분수령으로 점치지만 김 위원장의 ‘공포통치’가 언제 끝날지는 아무도 모른다. 이런 때일수록 냉철한 정세 판단이 요긴하다. 공포통치가 군부에 대한 불신 때문인지, 내부 권력다툼 때문인지, 아니면 나이 어린 김 위원장의 자격지심 때문인지부터 가려야 정확한 처방을 내릴 수가 있다.

지나치게 잦은 군 수뇌부 교체야말로 김 위원장이 군부를 장악하지 못한 증좌라는 얘기도 그럴듯하나 온건파인 김양건 노동당 대남비서 겸 통일전선부장이 작년 말 석연찮은 교통사고로 죽은 것만 봐도 권력다툼이 한창이란 논리가 더 일리가 있어 보인다. 강경파가 득세해도 그렇지만 “아버지가 못해낸 것도 얼마든지 할 수 있다”는 김 위원장의 소영웅주의가 무슨 일을 저지를지도 예측하기 힘들다. 최근의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도 그런 측면에서 이해된다.

최근 북한 상층부가 동요하고 있고 실제 탈북을 감행하는 경우도 늘어났다는 사실은 공포통치의 종막이 멀지 않았다는 신호탄일 수 있다. 지금 우리가 할 일은 정확한 정보를 확보하고 시나리오별 대응책을 강구하는 것이다. 그러자면 우리부터 단합해야 한다. 적전분열은 북의 섣부른 도발을 부추길 뿐이다.

4.글로벌 금융불안 맞설 카드 있는가

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금리인상 속도를 늦추겠다는 의향을 내비쳤다. 옐런 의장은 그제 하원 금융위원회에 출석한 자리에서 경제성장과 인플레이션 상승률이 강하게 나타나면 금리를 올리겠지만 경기 흐름이 실망스럽다면 금리 인상을 서두르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동안 금리 추가 인상을 기정사실화해 왔던 입장에서 속도를 조절하겠다는 쪽에 무게가 실린 언급이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글로벌 금융위기 양상이 미국에 있어서도 심각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얘기다. 금융 흐름의 난기류가 중국의 위안화 가치 하락에서 비롯됐지만 미국도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연준이 지난해 12월 기준금리를 7년 만에 0.25% 포인트 올리면서 자금이 미국으로 몰리는 과정에서 신흥국의 금융불안을 야기했지만 그 자체가 미국 경제에도 위협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연준이 기준금리를 또 올린다면 글로벌 금융위기를 부채질하는 셈이다.

아시아 금융시장이 요동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국내 증시가 설 연휴로 휴장하는 사이 일본 닛케이지수가 폭락한 것이 하나의 사례다. 닛케이평균주가 지수는 지난 9일과 10일 연속 폭락함으로써 장중 한때 1만6000선이 무너지기도 했다. 1년 4개월 만의 일이다. 설상가상으로 일본 엔화 가치는 달러당 114.63엔을 기록하는 등 1년새 최고 수준이다.

일본 중앙은행이 마이너스 금리 등 부양카드를 꺼냈지만 주식은 폭락하고 엔화는 강세를 보이는 기묘한 형국이다. 그나마 어제는 일본 증시가 건국기념일 휴장으로 숨고르기에 들어갔지만 홍콩H지수가 5% 넘게 폭락하고 코스피지수도 3% 가까이 떨어지는 등 아시아 금융시장이 시계 제로의 안갯속이다.

한국도 글로벌 금융 불안을 강 건너 불구경할 처지가 아니다. 중국발 경기부진으로 위기를 맞은 가운데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로 지정학적 리스크가 고조되고 있다. 일본 등 해외경제의 악재도 쓰나미처럼 몰려오는 중이다. 다음주로 예정된 금통위를 앞두고 이주열 한은총재의 고민이 커질 수밖에 없다. 탈출구가 보이지 않는 경제위기 속에서 글로벌 금융시장 변화에 따른 총제적인 리스크 관리가 필요한 시점이다.

[서울신문]

5.북 도발, 테러방지법 통과로 대비를

4차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한 북한을 제재하는 과정에서 한반도에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그 어느 때보다 범국민적·초당적 대처가 긴요한 시점이다. 국회도 이런 여론을 좇아 그제 본회의에서 ‘북한 미사일 발사 규탄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그런데도 영 미덥지 않다. 이후 여야가 딴소리하고 있어서다. 어떻게든 북한의 핵미사일 실전 배치를 막아야 한다는 대의를 인정한다면 정치권도 소이(小異)에 휘둘리지 말고 대동(大同)의 자세를 보여주기를 당부한다.

김정은 정권은 우리 정부나 국제사회가 지원을 하든, 제재를 하든 핵무장은 결코 포기하지 않을 기세다. 북측이 지난날 핵실험을 강행한 후 유엔 안보리가 제재 방안을 조율하는 중인 며칠 전 장거리 미사일 발사를 감행하지 않았나. 개성공단 가동으로 알토란 같은 달러를 챙기면서도 핵·경제 병진노선을 포기하지 않았던 김정은이 우리 정부가 개성공단 중단 등 독자 제재에 나섰다 해서 태도를 바꿀 것 같지는 않다. 오히려 예기치 않은 국지적 도발이나 대남 테러로 맞대응할 개연성이 농후하다고 봐야 한다.

이런 까닭에 일차적으로 철저한 군사적 대비 태세가 긴요하다. 북의 도발 기미를 사전에 탐지해 응징할 역량을 충분히 갖춰 놔야 한다는 뜻이다. 더 중요한 건 북측이 테러를 자행할 틈을 주지 않는 일이다. 우리 사회가 핵 문제뿐만 아니라 북한 정권의 주민 인권 유린이나 대남 테러에 대해서도 한목소리를 낼 필요가 있다. 그런 맥락에서 야당 일각의 태도는 실망스럽다. 기권한 5명이나 불출석자를 빼면 만장일치에 가까운 243명이 찬성해 ‘북 미사일 규탄 결의안’을 처리해 놓고 갈지자걸음을 하고 있어서다. 어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인공위성 아니냐”며 북한을 역성드는가 하면 국민의당은 개성공단 중단에 대해 “자해” 운운하는 논평을 했다가 수정하기도 했다.

이래서야 가뜩이나 생명의 존엄성과 인권 등 인류의 보편적 가치에 둔감한 김정은 정권의 테러 도발 유혹을 끊어내겠나. 미 상원은 어제 역대 최강의 대북 제재법안을 통과시켰다. 법안대로라면 북한과 거래를 하는 제3자도 제재를 할 수 있어 미국 기업도 피해를 감수해야 한다. 그런데도 국회는 ‘맹물 결의안’ 하나 내놓고 할 일을 다했다고 할 건가. 지금 우리가 살펴야 할 것은 국민의 안전과 북한 주민의 인권이지 북 지도부의 심기가 아니다. 미사일 규탄 결의가 진심이라면 여야는 계류 중인 테러방지법과 북한인권법을 속히 처리해야 할 것이다.

6.北 개성공단 폐쇄, 기업 피해 최소화해야

북측이 우리 정부의 개성공단 가동 전면 중단 조치에 맞서 초강경 맞불 카드를 꺼내 들었다. 북측은 어제 개성공단의 우리 측 자산을 전면 동결하고, 우리 측 인원을 전원 추방했다. 아울러 개성공단을 폐쇄하는 한편 군사통제구역으로 선포해 버렸다. 남북 간 강대강 대결 국면에서 하루아침에 터전을 잃은 개성공단 입주 기업인들과 근로자들의 속은 시커멓게 타들어갈 수밖에 없게 됐다. 철수를 준비하다 마른하늘에 날벼락 맞듯 빈손으로 쫓겨났으니 걱정이 이만저만 크지 않을 것이다. 물건 및 설비를 반출할 수 있는 최소한의 시간조차 허락하지 않은 북측의 ‘몽니’에 울분을 삭이기가 쉽지 않다.

입주 기업들이 입게 될 피해와 관련, 정부는 ‘개성공단 기업 종합지원센터’를 설치해 입주 기업들을 지원하고, 11개 부처 차관급 인사들로 합동대책반을 꾸려 구체적인 피해보상 등을 논의할 계획이라고 한다. 정부는 남북협력기금 대출원리금 상환 유예 및 특별대출, 경협보험금 지급, 운전자금 지원, 신용보증기금 특례보증 등 2013년 4월 개성공단 가동 중단 사태 당시의 지원책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부하고 싶은 것은 제발 입주 기업인과 근로자들의 입장에서 지원책을 세워달라는 것이다.

입주 기업 대부분은 해외나 국내에 대체공장 없이 개성에만 공장을 둔 영세업체들로 알려졌다. 이들에게 공장 가동 중단과 폐쇄는 사형선고나 마찬가지다. 납기를 못 맞춰 거래처는 모두 끊기고 말 것이다. 당장 인력 구조조정이 시작될 테고, 도산 기업이 속출할 수도 있다. 수천명의 근로자와 그 가족들이 엄동설한에 거리로 나앉을 판이다. 북측의 핵·미사일 개발 중단을 전제로 우리 측이 취한 조치인 만큼 장기화할 가능성이 크고, 실제 북측이 폐쇄를 선포해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2013년 가동 중단 사태와는 사뭇 다를 수밖에 없다.

정부는 이번 개성공단 가동 중단 조치를 “고도의 정치적 판단에 따라 행해진 행정적 행위”라고 설명했다. ‘정치적 판단’ ‘행정적 행위’라는 대목에 주목할 수밖에 없다. 그에 따라 침해된 기업 활동과 손실에 대해서는 정부가 전적으로 보전해 주는 게 맞는 것이다. 입주를 독려할 때와는 달리 피해 보전은 생색만 낸다면 이후 누가 정부 시책에 호응하겠는가. 물건이나 설비, 자산 등 계량할 수 있는 손실 외에 거래처 단절 등 앞으로 발생할 예상 손실 등도 충실하게 반영해야 할 것이다. 입주기업들이 등을 돌린다면 대북 제재 효과 또한 반감될 수밖에 없다.

개성공단 가동 중단 조치는 사실 불가피한 측면이 없지 않다. 핵과 미사일 개발에 올인하는 북측을 제재할 수 있는 우리 측 ‘카드’가 한정적이었기 때문에 일견 예상됐던 조치이기도 하다. 북측이 폐쇄 조치로 맞대응함에 따라 이젠 결코 물러설 수 없는 싸움이 됐다. 우리 내부의 단합된 의지를 보여줘 이번 조치의 효과를 극대화해야만 한다. 이견은 있을 수 있지만 남남갈등 양상으로 치달아선 북측만 웃음 짓게 할 뿐이다. 정부·여당은 더 설득하고, 야권은 자제하며, 국민은 인내함으로써 혼연일체가 돼 북측의 변화를 이끌어내야 할 때이다.

7.비현실적 저출산 정책으로 ‘인구 절벽’ 못 막아

성인 97.5%가 정부의 저출산 정책을 못 미더워한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사실상 거의 모든 국민들이 정부 정책이 효과가 없다고 생각한다는 의미다. 정부가 지난 10여년간 80조원 가까운 예산을 투입했지만 합계 출산율이 세계 최저 수준인 1.2명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이런 국민 불신이 지나쳐 보이지 않는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지난해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그제 발표한 ‘저출산·고령화 대응 국민 인식 및 욕구 모니터링’ 보고서를 보면 정부의 저출산 정책에 대해 응답자의 2.5%만이 어느 정도 효과가 있다고 답했다. 38.5%는 정부가 ‘예산 등의 한계로 충분한 노력을 기울이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35.6%는 ‘일부 영역만 노력해 가시적 효과가 나는 데 역부족’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이런 결과는 그동안 정부가 항목만 늘려 찔끔 도와주는 백화점식 지원을 했기 때문이다. 연 8조원 정도의 저출산 예산도 충분해 보이지 않는다. 실제로 이번 조사에서 부족하다고 생각되는 부분으로 ‘지원 수준 등이 현실과 맞지 않았다’는 응답이 30.9%로 가장 많았다. ‘가짓수는 많지만 내게 해당하는 정책은 없다’는 반응도 25.2%나 된다.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충분한 지원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의미다. 기혼자들은 추가 출산을 하지 않는 이유로 48.8%가 ‘자녀를 키우는 데 돈이 많이 들어서’라고 말했다. 뒤집어 보면 양육비 부담만 없으면 아이를 더 낳겠다는 뜻이다. 정부가 보육과 교육, 여성의 일·가정 양립을 위한 정책에 집중해야 하는 이유다. 스웨덴과 프랑스가 본보기다. 스웨덴은 1990년대 이후 매년 국내총생산(GDP)의 2% 이상을 보육 인프라 확보에 투자하고 있다. 어린이집, 종일 유치원, 가정 탁아 중 선택해 아이를 맡길 수 있고 급식을 포함해 모든 비용을 전혀 부담하지 않는다. 프랑스에선 임신에서 출산, 교육 전 과정에 현금이 지원된다. 두 나라 모두 출산휴가도 충분히 준다. 그 결과 스웨덴은 출산율이 1998년 1.5명에서 2014년 1.91명으로, 프랑스는 1994년 1.66명에서 2014년 2.08명으로 높아졌다.

정부는 올해를 정점으로 생산 가능 인구가 줄기 시작해 2050년이면 1000만명 이상 줄어들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더 머뭇거릴 시간이 없는 셈이다. 정부는 부모가 아이를 낳기만 하면 국가가 키워준다는 각오로 정책을 수립하고 실천해야 ‘인구절벽’ 사태를 막을 수 있다.

[중앙일보]

8.증시·원자재값 급락, 경제 운용의 틀 재점검해야

설 연휴가 지나고 문을 연 아시아 증시가 일제히 몸살을 앓고 있다. 어제 코스피지수는 3% 가까이 하락해 3년8개월여 만에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코스닥도 5% 가까이 떨어졌다. 춘절 연휴를 끝낸 홍콩 항셍지수는 4.92% 급락했고, 일본 닛케이225지수도 이틀간 8% 빠졌다. 유럽과 미국 증시도 설 연휴기간 내내 약세를 면치 못했다. 일본·홍콩·독일 증시는 올 들어서만 이미 20% 이상 하락 중이다.

 추락하는 건 글로벌 금융시장만이 아니다. 실물 경기를 반영하는 원자재값과 각종 지표도 곤두박질치고 있다. 지난달 말 일시적으로 배럴당 30달러 선을 회복했던 국제유가는 다시 20달러 중반으로 하락했다. 해운 운임을 나타내는 발틱해운지수(BDI)는 사상 처음으로 300 이하로 내려가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의 절반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외환시장의 출렁임도 심상치 않다. 일본 엔화는 마이너스 금리가 발표된 지난달 29일 달러당 121.39엔까지 떨어졌다가 지난 9일 114.21엔으로 급반등했다. 강세를 지속하던 달러가 약세 조짐을 보이고 위안화 가치도 중국 정부의 입맛에 따라 예측 불허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지난달 원-달러 환율의 하루 변동 폭은 7원90전으로 지난해 평균보다 1원30전 컸다. 금리·환율·주가·유가 등 경제를 좌우하는 4대 가격 변수가 일제히 요동치고 있는 것이다. 지금으로선 이 변수들이 단기간에 진정되거나 예측했던 방향과 속도로 움직여 줄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의 경제 운용계획을 총체적으로 돌아볼 필요가 있다. 정부가 내다본 올해 성장률은 3.1%, 물가상승률은 1.4%다. 여기엔 유가가 배럴당 40달러 선을 유지하고 중국 성장률이 6% 중반을 지킬 것이라는 전제가 깔려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모든 가정이 다 깨질 수 있는 상황이다. 비상시를 대비한 컨틴전시 플랜을 포함해 모든 시나리오를 검토하고 대비할 필요가 있다. 원유와 원자재시장에 이어 홍콩 외환시장을 뒤흔들고 있는 핫머니에 대한 대비책도 구체적으로 마련할 때가 됐다.

[매일경제]

9.한국 GDP대비 R&D 1위인데 성과 이렇게 미미해서야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 대비 연구개발(R&D) 투자 비율은 4.29%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1위로 집계됐다. 투자총액으로 보면 중국의 5분의 1밖에 안 되지만, 경제 규모 대비 R&D 비중은 2위 이스라엘(4.11%), 3위 일본(3.58%)을 앞질렀다. 삼성전자의 R&D 투자총액는 전 세계 기업 중 2위를 차지했다. 기술 혁신이 요구되는 상황에서 1980년대(GDP 대비 1%)보다 비약적으로 늘어난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 올해 국가 R&D 예산도 19조1000억원으로 지난해보다 1.1% 늘었다.

문제는 R&D 투자 증가가 질적 성과를 견인해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의 과학기술 논문(SCI) 한 편당 피인용 횟수는 세계 32위에 머물렀고, A급 특허 비중은 되레 낮아지는 추세다. 기술 수출액에서 도입액을 뺀 기술무역수지도 2013년 기준 51억9300만달러 적자라고 하니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를 한 것이나 다름없다. 국력에 비해 엄청난 R&D 투자를 하고도 효율성이 이렇게 떨어지는 것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R&D 투자가 제품 개발과 제조업에 집중되고 기초연구에는 미미하게 투입되는 것이 원인으로 지적된다. 지난해 서울대 공과대학이 "끈질기고 탁월한 연구로 만루 홈런을 쳐야 하는데 번트(단기 성과와 논문 수 채우기)로 1루에 진출하는 데 만족했다"고 통렬히 반성한 것처럼 양적 성과에 급급해 질적 성과를 등한시하는 것도 문제다. 특히 정부의 R&D 자금이 나눠먹기식으로 방만하게 운영되는데 이를 감시할 수 있는 체제가 미흡했던 것도 연구의 질이 떨어진 원인이다. 

제대로 된 R&D 투자가 성공의 지름길이라는 것은 한미약품이 증명한 바 있다. 지난해 5조원대 신약 기술을 수출한 한미약품은 지난 15년간 R&D에 9000억원을 투자했고 2014년에는 매출의 20%를 R&D에 쏟아부었다. 기초·원천기술에 대한 R&D 투자를 늘리되 정부 R&D 투자의 경우 성과물의 70% 이상이 사업화 예산 부족으로 사장되지 않도록 체계적인 지원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매일신문]

10.행정력과 기업체 동참 절실한 남성 육아휴직

강은희 여성가족부장관이 올해 신년 업무 보고와 최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일`가정 양립 문화 조성과 여성고용촉진정책을 중점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가족친화인증기업 확대를 통해 아버지가 육아휴직을 편히 쓰도록 하는 기업문화로 바꿔가거나 남성의 육아휴직 사용에 따른 불이익 해소정책 추진 등은 바로 이를 위한 뒷받침이다.

여성기업인 출신인 강 장관의 의지와 정책 방향은 공감하기에 충분하다. 또한 여성 취업 증가와 저출산 고령화 추세를 맞아 여성`고용정책에서 반드시 반영돼야 할 현안임이 틀림없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일`가정 양립을 위한 기업문화 정착까지는 넘어야 할 과제가 만만찮다. 이는 일`가정 양립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육아휴직에 대한 통계를 보면 더욱 그렇다. 특히 대구의 통계치는 더욱 나빠 이에 대한 관심이 필요함을 보여준다.

고용노동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육아휴직자 수는 8만7천339명으로 2014년 7만6천833명보다 14% 늘었다. 남성 육아휴직자 수는 2015년 4천872명으로 전년 3천421명에 비해 42% 증가했다. 지역별로 보면 정부 정책과 제도의 혜택이 고르지 못함이 자명하다. 8대 광역시 가운데 대구의 지난해 육아휴직자 수는 2천412명으로 서울(4만351명), 부산(3천994명), 대전(3천232명), 인천(2천499명)에 이어 5위였다. 대구의 지난해 남성 육아휴직자 수는 전년(69명)보다 늘어난 101명으로 서울(2천164명), 대전(201명), 부산(144명), 인천(118명) 뒤를 이었다. 

육아휴직제는 정부가 일`가정 양립을 위해 도입, 시행 중인 제도다. 하지만 통계처럼 지역적인 편차가 많은 게 현실이다. 대구의 이용이 낮은 것은 영세 중소기업이 많고 기업체의 소극적인 참여, 보수적인 분위기 등 때문으로 보인다. 게다가 지역 중소기업 경우, 휴직제로 인한 대체인력 충원의 어려움이 큰 만큼 당국의 정책적인 배려와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다. 강 장관이 ‘대체인력 파견 뱅크’ 설립 같은 방안을 제시한 까닭도 여기 있다. 따라서 정부의 일`가정 양립 정책의 고른 수혜를 위한 세심한 정책 마련과 함께 기업체의 동참을 이끌어내는 행정력이 필요하다.

주요 신문칼럼

1.[한국일보]찰스 다윈 탄생…진화론 창사자 말년엔 지렁이도 연구

찰스 다윈(Charles Robert Darwin)의 연구ㆍ저술 환경을 부러워하는 학자들이 더러 있는 모양이다. 아버지는 돈 잘 버는 의사였고, 외가는 도자기로 유명한 웨지우드 가문이었다. 그 자신도 재테크의 귀재여서, 철도주식 투자로 ‘종의 기원’ 인세 수입 못지 않은 큰 부를 얻었다. 그의 집중력과 끈기가 ‘병적으로’ 뛰어났다는 말도 있다. 2009년 한 정신의학자는 다윈이 아스퍼거증후군(자폐성 장애)의 전형적인 증상을 지니고 있었다는 논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그가 ‘종의 기원’과 ‘비글호 항해기’ 외에도 방대한 저서를 남길 수 있었던 데는 그런 저런 배경과 조건이 큰 도움이 됐을 것이다. 다윈은 심지어 ‘지렁이의 활동을 통한 식물 재배 토양의 형성’이라는 책도 썼다. 그는 말년까지 다른 걱정 없이 오직 연구에 골몰했다. 

‘지렁이…’는 다윈이 숨지기 6개월 전인 1881년 10월 출간한 그의 마지막 책이다. 하버드대 과학사 교수 재닛 브라운(JanetBrowne)은 다윈 평전 ‘나는 멸종하지 않을 것이다’(이경아 옮김, 김영사)에서 다윈이 책 원고를 출판인(존 머리)에게 전하면서 쭈뼛대며 했다는 말을 전한다. “제가 오랫동안 큰 관심을 가지고 매달린 연구 주제입니다. 솔직히 사람들이 이 주제에 관심이나 있을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절 봐서 출판하지 않으시겠습니까?” 책 서문에도 그는 “이 책의 주제가 시시해 보일 수도 있다”고 썼다고 한다. 종의 기원과 인간의 유래를 논하던 그가 지렁이라니…, 하던 이들도 있었을지 모른다. 브라운은 “하지만 시시해 보이는 모습 뒤에 숨겨진 원리는 ‘미미한 힘과 그 힘이 축적되어 나온 결과’였다”(책 789쪽)고 썼다. 한마디로 그게 진화였다. 

말년의 그는 몸의 노쇠도 연구를 통해 잊곤 했다고 한다. 아들 레너드 다윈은 그 즈음, 노을 저녁 산책길에 다윈이 했다는 말을 전한다. “만약 다시 한 번 이 세상에 살게 된다면 매일 시 몇 줄을 꼭 읽을 거다. 그리고 ‘정신이 이렇게 썩지 않기를’바라셨다.”

다윈은 1809년 2월 12일 태어나 73년을 살고 1882년 4월 19일 별세했다. 사인은‘협심증으로 인한 실신’이었다. 심장이 힘을 잃어가던 마지막 순간까지 부럽게도, 그의 정신은 살아 있었던 듯하다. 그가 아내(에마 웨지우드)에게 남긴 유언은 “나는 죽음이 조금도 두렵지 않소. 당신이 얼마나 훌륭한 아내였는지 기억해요”였다.

2.[매일경제][CEO 심리학]좀처럼 뜻이 안맞는 직원…같이 밥부터 먹어보세요

강연이나 방송에서 가끔 필자가 이런 농담을 한다. "한국 사회에는 4대 인맥이 있습니다. 그건 바로 학연, 지연, 혈연…." 여기까지는 청중이 다 아는 내용이다. 그런데 나머지 하나는 무엇일까? 호기심 어린 눈으로 기다리시는 분들께 필자가 '흡연'이라고 말씀드리면 좌중은 폭소를 터뜨린다. 그러고는 꽤 많은 분들이 이것이 단순한 농담이 아니고 뼈 있는 말임을 이내 깨달으신다. 왜냐하면 실제로 이런 일이 무시할 수 없을 만큼 자주 일어나기 때문이다. 중요한 사항을 위해 열띤 회의를 하고 있지만 아직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 잠시 회의를 중단하고 휴식을 취한다. 당연히 회의 참석자들 중 애연가들께서는 담배 한 대를 피우고 올 것이다. 

그런데 다시 시작된 회의에서 담배를 피우러 나갔다 온 사람들이 갑자기 결론에 도달하고 이후에 회의 내용이 급진전된다. 이런 사례들을 많이 보셨을 것이다. 그래서 "정작 회의 중에는 그런 말 없다가 잠시 밖에서 담배를 피우면서 자기들끼리 중요한 이야기를 다 한다"는 불평이나 푸념을 비흡연자들께서 많이 하신다. 오죽하면 어떤 분들께서는 담배는 피우지 않아도 사람들이 담배 피우러 나갈 때 꼭 따라 나가신다고도 하실까. 

왜 이런 일이 일어날까? 단순히 제한된 흡연 장소로 내몰린 애연가들끼리의 우스운 동질감 때문일까? 당연히 그 때문만은 아니다. 그래서 이 현상을 좀 더 심리학적으로 분석해보면 흡연과 같은 건강에 해로운 습관이 아닌 사소해 보이는 행위를 통해 소통과 논의의 진행을 훨씬 더 촉진시킬 수 있다는 결론에 도달할 수 있다. 당연히 이 시대의 리더들께 중요한 사실이 아닐 수 없다. 

일을 위한 회의나 논의는 말, 즉 언어를 통해서 이뤄진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이러한 언어적 활동이 신체적 활동을 공유하면 더 촉진된다는 것이다. 좀 더 쉽게 말하자면 같은 동작은 같은 생각과 그 생각이 만들어내는 말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그 동작이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도. 이 점을 잘 보여주는 연구를 네덜란드의 심리학자인 민규안 추(Mingyuan Chu) 교수와 영국 심리학자 소타로 키타(Sotaro Kita) 교수가 최근에 발표했다. 이들은 아주 사소한 동작들을 사람들에게 같이하도록 했다. 예를 들어 특정한 방향을 가리키거나 머그컵을 만지작거리는 행동들이다. 이렇게 지극히 사소한 행동들을 같이 하게 되면 사람들 사이에서 재미있는 현상이 관찰된다. 

우리가 어떤 사람과 대화할 때 그 사람 의견에 동의하면서 점점 같은 결론에 도달할 때 어떤 모습을 보이는가? 단순히 "동의합니다" 혹은 "찬성이요"라고 무미건조하게 반응하는 것 이상의 무언가를 더한다. 예를 들어 고개를 끄덕이거나 '아' '응' '오'와 같은 짧은 말들이 동반된다. 전자는 제스처에 해당하고 후자는 감탄사다. 재미있는 것은 이렇게 사소한 동작을 같이 하게 되면 제스처와 감탄사 역시 동질적으로 변한다는 것이다. 그러니 결과적으로 같은 결론에 도달하기 쉬워지거나 합의를 하기 용이하게 되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니겠는가. 

자, 이제 담배를 피우러 나간 사람들이 자기들끼리 무언가 작당을 해서 같은 결론에 도달하거나 중요한 이야기를 공유하는 이유가 담배 때문이 아니라는 것이 분명해진다. 사소한 동작들을 같이 함으로써 자신들도 모르는 사이에 제스처와 감탄사를 공유하고 이를 통해 더 쉽고 원만하게 의견을 주고받고 조율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굳이 담배를 피우지 않아도 사소한 동작들을 공유할 수 있는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가벼운 체조는 굉장히 그나마 상식적인 발상이다. 하지만 필자의 생각에 더 좋은 방법도 얼마든지 있다. 예를 하나 들자면 밥을 같이 먹는 것이다. 식사라는 절차는 흡연보다도 훨씬 더 많은 동작들을 공유할 수 있게 한다. 같이 밥 먹고 난 뒤 회의가 더 잘되는 이유에 관한 심리학 연구들이 왜 그리도 많은지에 관한 좋은 이유가 하나 추가되는 순간이다.

3.[동아일보][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나무가 나에게

나무가 나에게 ― 이해인(1945∼ )

아파도
아프다고
소리치지 않고
슬퍼도
슬프다고
눈물 흘리지 않고
그렇게 그렇게
여기까지 왔습니다
견디는 그만큼
내가 서 있는 세월이
행복했습니다
내가 힘들면 힘들수록
사람들은 나더러
더 멋지다고
더 아름답다고
말해주네요

하늘을 잘 보려고
땅 깊이 뿌리 내리는
내 침묵의 언어는
너무 순해서
흙이 된 감사입니다
하늘을 사랑해서
사람이 늘 그리운
나의 기도는
너무 순결해서
소금이 된 고독입니다

사람들은 왜 이해인 수녀를 좋아할까. 왜 그의 시를 좋아할까. 간단하다. 맑고 깨끗해서다. 이유가 한 가지 더 있다. 그의 시는 위안을 선사해 준다. 특정 종교를 떠나 기도하는 사람의 언어는, 간절한 사람들의 마음을 도닥여 준다. 힘들고 지칠 때, 무기력하고 답답할 때 누군가 나를 위해 기도해 준다면 얼마나 큰 위로가 될까. ‘힐링’의 키워드가 시대의 이슈가 되기 훨씬 전부터 그의 삶과 시는 사람들에게 힐링의 역할을 해오고 있었다.

그런데 수도자도 사람이다. 그라고 왜 힘들지 않겠는가. 이타적인 사람이라고 해서 언제나 강한 것만은 아니다. 사람이니까 그도 아프다. ‘나무가 나에게’는 바로 그, 아픔에 대한 시인의 고백을 담고 있다. 많이 아팠지만, 많이 참았다고 말한다. 나무가 울지 않고 깊이 뿌리 내리는 것처럼 시인 역시 그렇게 살아 왔다고 한다. 이때의 뿌리란 인내와 사랑과 감사다. 나아가 그 뿌리는 언어이고 기도이며 시다. 무엇도 쉽게 태어나지는 않는 법. 이제는 이해인 수녀가, 단순하면서도 담백한 그의 시가 왜 좋을 수 있는지를 참말로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4.[동아일보][광화문에서/이동영]삼성이 신입 공채 없애면

벌써 다음 달이면 대기업 신입사원 공채가 시작된다. 절대 다수는 ‘유능한 당신과 함께하지 못해 안타깝다’는 뜻 모를 낙방 통지서를 받아야 한다. 경쟁률은 100 대 1이 넘고 온갖 스펙이 필요하다지만 대기업에 취직해야 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2015년 대기업 대졸 초임 연봉이 4075만 원, 중소기업 초임은 2450만 원이다. 한국 대기업(300인 이상)의 신입사원 연봉이 일본 대기업(1000명 이상)보다 1만 달러(약 1200만 원) 이상 많다는 분석까지 나왔다. 평균이 그렇다는 것이고 이보다 훨씬 높은 기업에는 수만에서 10만 명에 이르는 지원자가 몰려든다. 

기업 규모가 아무리 커도 이렇게 많은 지원자의 자기소개서를 꼼꼼히 살펴 됨됨이와 능력, 잠재력까지 잘 파악하는지 의문을 갖는 사람이 적지 않다. 지방대에서 어학실력을 쌓고 해외 봉사도 했고, 기업 실무 경험 쌓은 내용까지 학원 다녀가며 자기소개서에 써 봐도 그저 지방대 혹은 삼류대라는 딱지 때문에 내 지원서가 휴지통으로 직행하는 건 아닌지 의문을 갖는다는 말이다. 용케 면접까지 올라갔지만 서너 개 질문에 답했을 뿐인데 회사 측이 나를 얼마나 잘 평가했을지, 수많은 응시자가 ‘걱정+의심’을 했을 법하다. 물론 이런 우려를 차단하기 위해 기업에서도 나름대로 장치를 마련하고 있다지만 여전히 능력보단 학벌이나 집안 배경이 당락을 좌우한다는 대중의 막연한 의심까지 거두진 못한다. 물론 매출 단위가 큰 대기업에서 경험이나 실적 없는 신입을 뽑으려니 학벌과 배경이 생산성으로 연결될 것 같은 편견이 생기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정부의 재촉에, 의심의 눈초리까지 받는 대기업에선 정작 신입사원을 뽑는 데 부담이 적지 않다. 여러 대기업 임원에게 물어봐도 비슷한 대답이었다. “신입 공채요? 경영논리로만 보면 안 뽑는 게 정상이죠. 그런데 왜 뽑냐고요? 허허, 이건 나라가 시키는 복지정책이잖아요.”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해 7월 17개 대기업 총수에게 “신규 채용에 적극 나서달라”고 주문했다. 이윤 추구가 목표인 기업은 어떤 사람을 언제 얼마나 뽑는 게 좋은지 누구보다 잘 안다. 그냥 놔두면 ‘딱 필요한’ 만큼 채용한 뒤 더 큰 이익을 창출해 나라 전체에 흘려보낼지 모른다.

중소기업에선 능력을 떠나 와주었으면 하는 수준의 청년까지 재수 삼수 하더라도 대기업에만 가려 하기 때문에 언제나 인력난에 허덕인다고 하소연한다. 요약해 보면 청년층은 학벌 말고 능력만으로 대기업 입사가 결정되길 희망한다. 경영 논리로만 보면 대기업에 신입 공채는 반드시 필요한 요소는 아니다. 중소기업은 충분한 인력이 공급되길 바란다.

이런 현실이라면 신입 공채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삼성을 시작으로 각 대기업은 눈치 보기 사회공헌성 신입 공채를 그만두거나 대폭 축소하면 어떨까. 그 대신 3년 혹은 그 이상 중소기업 근무나 창업 경력을 가진 청년 중 성과를 낸 사람을 채용하는 방식으로 하루빨리 전환해야 한다. 대기업은 뜻하지 않은 사회공헌 대신 경쟁력을 키워 수익을 높일 수 있고 중소기업은 인력난이란 고질병에서 벗어날 기회를 갖는다. 명문대 출신이나 고스펙 청년층에서 불만이 나올 수 있지만 절대 다수는 ‘능력으로 평가받을 수 있다’는 믿음을 갖게 된다.

대기업이 경력 위주로 채용 방식을 바꾸면 당장은 커다란 사회적 복지가 사라지는 것 같겠지만 장기적으론 학벌이 아니라 능력 위주로 사회가 재편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이런 효과와 함께 가슴 답답해지는 온갖 ‘수저 논란’을 적어도 채용시장에선 듣지 않아도 되지 않겠나.

5.[서울신문][길섶에서] 아버지의 손맛2/서동철 논설위원

경기 파주에 10년 넘게 사는 동안 헤이리마을이 유명세를 타고 명품 아울렛이 잇따라 들어섰다. 매스컴에 오르내리는 음식점이 생겨나면서 호기심도 발동했다. 하지만, 전국 공통의 맛일 뿐 다시 가고 싶은 집은 많지 않았다.

자연스럽게 발걸음은 오래된 단골집으로 향하게 마련이다. 문산 너머 막국수집 주인 영감님은 겨울이면 문을 닫아걸고 날이 풀릴 때까지 영업을 하지 않았다. 설 연휴 직전, 지난해 겨울에는 뜻밖에 문을 열었던 기억을 떠올리며 찾아갔지만 다시 휴업이었다.

문을 열었던 지난해 1월에도 막국수 맛은 시원치 않았다. 주방을 들여다보니 영감님 대신 아들만 보여 ‘아버지 손맛을 제대로 물려받지 못한 모양이군’ 하는 생각을 하게 했다. 다시 겨울 장사를 접은 것도 ‘무르익지 않은 아들의 솜씨’ 때문은 아닌지 모르겠다.

설 연휴 뒤끝 문을 열었다기에 찾았지만 이번에도 허탕이었다. ‘오후 6시 30분 영업을 종료한다’는 푯말만 내걸려 있었다. 너무 일찍 문을 닫는 것이 불만스러우면서도 영감님 기력이 달리는 것은 아닐까 걱정을 하기도 했다. 문득 ‘새해에는 세상의 모든 아들이 분발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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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늙은최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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