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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러두기 : 이 자료는 교육용으로 쓰기 위해 편집한 것이며 상업적 목적은 일절 없습니다. 선정된 사설의 정치적 성향은 본인의 성향과는 무관함을 알려 드립니다. 사 설은 각 신문사의 정치적인 입장을 대변하기 때문에 글의 논거 자체를 찾아서 읽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비판적인 입장에서 상대방 논거의 문제점을 찾아보는 작업도 함께 해 본다면 당신은 한 쟁점에 대해 다각적인 사고를 형성할 수 있을 것입니다.

 

* 오늘의 주요 이슈

 

■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방북 무산

■ 검찰, 성완종 리스트 수사 한계 자인한 건가(檢, 이완구·홍준표 불구속 기소)

■ ‘박용성표 중앙대’의 총체적 파탄

■ 공무원연금 개혁

■ 탄소배출권 거래제

■ 왕오천축국전

 

*오늘의 주요 신문사설&칼럼

 

■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방북 무산

 

[한국일보 사설-20150521목] 한반도 불안정성 재확인시킨 반 총장 방북 무산

 

북한이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개성공단 방문을 하루 앞두고 돌연 취소시킨 것은 도무지 납득 되지 않는 처사다. 반 총장이 그제 개성공단 방문사실을 공개한 뒤 선발대 답사를 불과 몇 시간 앞둔 시점이었다. 반 총장의 긴급발표에 따르면 북한은 방북허가를 갑작스레 철회하면서도 아무런 설명을 하지 않았다. 최고 국제기구의 수장을 상대로 하루 사이에 손바닥 뒤집듯 말을 바꾸는 행태에 기가 막힐 따름이다. 그 동안 북한이 국제사회와의 약속을 헌신짝처럼 내던진 사례가 한두 번이 아니었지만 ‘세계 평화와 인권의 전도사’인 유엔 사무총장을 상대로 이런 장난을 치는 것은 국제사회의 보편적 가치를 조롱하는 것이나 다름 없다. 북한은 2009년에도 반 총장의 방북을 취소한 적이 있다. 북한의 행태로 볼 때 임기 중 평양을 방문하겠다는 반 총장의 바람이 성사될 수 있을 지 회의감이 든다.

 

반 총장이 개성공단을 방문한다고 했을 때 기대가 적지 않았다. 남북경협의 상징인 개성공단을 자연스럽게 세계에 알려 공단의 국제화에 긍정적인 여건을 조성할 수 있었다. 북한으로서도 고립과 대결이라는 부정적 이미지에서 탈피해 바깥 세계와의 교류 의지를 과시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무엇보다 남북 당국자들이 반 총장 방북을 계기로 직접 접촉해 꽉 막힌 남북 소통의 단초를 찾을 수 있었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크다. 반 총장의 공단 방문에 우리측에서 외교부, 통일부 등의 고위당국자들이 대거 수행키로 한 것은 북한 당국자들과의 만남을 기대한 측면이 컸다.

 

북한이 외교적 자해행위를 감수하면서까지 막판에 반 총장의 방북을 불허한 이유는 여러 가지로 생각해볼 수 있다. 우선 공단 근로자들의 임금인상 문제로 갈등을 겪고 있는 우리 정부에 대한 압박용일 수 있다. 더 크게는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방북한다는 반 총장마저 내치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남한 및 국제사회의 제재에 조금도 물러서지 않겠다는 결기를 내보이기 위한 것일 수도 있다. 유엔이 대북제재를 총지휘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 수장인 반 총장에게 불만을 토로한 것일 수도 있다.

 

이유야 어떻든 예측하기 힘든 북한의 행태와 이로 인한 한반도의 불안정성이 다시 한번 확인된 셈이다. 김정은의 러시아 전승기념일 참석을 막판에 무산시키고 반 총장의 방북 약속을 뒤집는 북한의 고립이 군사적 모험주의로 분출될 가능성은 농후하다. 우리 정부와 미국의 당국자들에게서 강경한 대북 경고 메시지가 쏟아지고, 북한이 연일 이를 맞받아치는 상황도 예사롭지 않다. 지금은 무엇보다 한반도 위기지수가 더 높아지지 않도록 상황을 관리하는 것이 급선무다. 정부는 냉정하게 상황을 주시하며 가능한 모든 경우를 상정하고 대비해야 한다.

 

 

[한겨레신문 사설-20150521목] 반기문 방북 돌연 취소시킨 북한의 ‘이상 행태’

 

북한이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21일 개성 방문을 갑자기 철회했다고 반 총장 쪽이 20일 밝혔다. 북쪽은 뚜렷한 이유도 밝히지 않았다고 한다. 국제사회에서 보기 드문 외교적 결례다.

 

반기문 총장은 유엔을 대표하는 최고위급 외교사절이다. 유엔은 직접 북쪽과 접촉해 반 총장 방북을 확정했다. 한국인인 반 총장이 북한을 방문하는 것은 분단 극복 의지를 지구촌에 보여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번 방북을 계기로 한반도 정세에서도 긍정적인 변화가 있을 것으로 기대됐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이 돌연 문을 닫아건 것은 누가 봐도 잘못이다. 세계는 북한이 국제적인 상식에 어긋나는 나라라고 생각할 것이다.

 

북한이 태도를 바꾼 이유에 대해선 여러 분석이 가능하다. 우선 북쪽 내부에서 최근 강경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20일 국방위원회 정책국 성명처럼 핵무기와 연관된 언급이 늘어나는 게 이를 뒷받침한다. 북한이 대유엔 관계를 재평가했을 수도 있다. 유엔은 평화를 추구하지만 대북 제재를 실행하고 인권 문제를 제기하는 주체이기도 하다. 반 총장도 19일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핵개발 등이 모두 안보리 결의에 위배된다’고 말했다. 남북관계를 풀려는 북쪽 의지도 약해지는 조짐을 보인다. 이와 관련해 최근 남북 사이엔 상호비방이 가열되고 있다. 어떤 경우든 북쪽은 외교적 즉흥성을 드러냈다.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의 지도력이 특히 대외관계에서 흔들리고 있음을 보여준다. 북쪽은 최근 김 위원장의 러시아 방문 계획도 갑자기 취소한 바 있다.

당 장 남북관계 개선 노력에 빨간불이 짙어졌다. 그렇잖아도 6·15 및 8·15 남북공동행사 추진에 제동이 걸렸으며 개성공단 임금 문제를 둘러싼 갈등이 몇 달째 계속되고 있다. 국가정보원의 현병철 북한 인민무력부장 숙청 발표 등을 계기로 한 남북 사이 신경전도 심상치 않다. 이희호 김대중평화센터 이사장의 방북 문제도 진전되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을 그대로 끌고 가는 것은 남북 모두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북쪽은 국제적 고립 심화를 추구하는 게 아니라면 남북관계부터 풀기 바란다. 대북정책과 관련해 남쪽 사람들의 의견이 일치하는 것은 아니지만 북쪽을 지속적으로 도울 수 있는 나라는 남쪽뿐이다. 우리 정부도 관계 개선 노력을 강화해야 한다. 북쪽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조차 모르는 것은 정상이 아니다. 북쪽 행태를 비판만 하는 것은 정책이라고 할 수가 없다.

 

 

[경향신문 사설-20150521목] 실망스러운 북한의 반기문 총장 방북 취소

북한이 어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방북을 돌연 취소했다. 반 총장은 당초 오늘 개성공단을 방문하기로 했으나 북측이 갑자기 방북 허가 결정을 철회한다고 통지한 것이다. 북한이 유엔 사무총장의 방북을 일방적으로 취소한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외교적 결례다. 한반도 평화 메신저로서 반 총장의 방북이 경색된 남북관계 개선의 촉매로 작용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유감스럽다. 개성공단 내 북한 근로자 최저임금 인상을 둘러싼 남북 갈등 해소의 단초 역할을 하리란 기대도 물거품이 됐다.

 

북한이 방북을 전격 취소한 배경은 분명치 않다. 북측은 철회 이유에 대해 아무런 설명이 없었다고 반 총장은 밝혔다. 반 총장이 그제 기자회견에서 “미사일 발사와 핵개발, 이런 것들이 모두 유엔 안보리 결의에 위배되는 사항이라는 것을 북한 정부에 말씀드린다”고 발언한 것이 북측을 자극했을 수도 있다. 북한은 어제 국방위원회 정책국 대변인 명의의 성명을 내 유엔 안보리가 미국의 독단과 전횡에 따라 움직이는 기구라고 비난했다. ‘주권 존중의 원칙, 내정 불간섭의 원칙을 스스로 포기한 기구’의 수장이니 설령 결례가 되더라도 방문을 허용해서는 안된다고 번복했을 법하다. 반 총장의 방북 계획이 알려진 뒤 남쪽과 국제사회의 관심이 집중되면서 개성공단 임금 갈등 해소의 계기나 남북관계 개선의 단초가 될 것이라는 등 긍정적 전망이 쏟아지자 북측이 부담을 느꼈을 수도 있다. 반 총장의 방북 거부 이유가 무엇이든 단 하루 만에 방북 허가와 취소 사이를 오간 것은 북한 내부 의사결정의 불안정성을 보여준다. 가뜩이나 북한은 군부 서열 2인자인 현영철 인민무력부장을 숙청하면서 불안과 유동성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북한은 반 총장의 개성공단 방문 허가 취소로 국제사회에서의 이미지 개선 기회를 무산시켰다.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러시아 전승절 기념행사 참석을 검토했다가 불참키로 전격 결정한 것과 함께 약속을 지키지 않는 국가로 낙인찍히지 않을까 우려된다. 반 총장은 한반도 평화와 남북관계 개선에 관심을 갖고 이를 실천할 수 있는 역량과 조건을 갖춘 국제기구 수장이다. 그제 회견에서도 “유엔은 북한의 유엔이기도 하다. 북한이 손을 내민다면 도움을 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더구나 평양도 아니고 부담이 훨씬 덜한 개성공단 방문인데도 경직된 자세를 보인다면 국제사회의 정상적인 일원이 되기 힘들다.

 

 

[중앙일보 사설-20150521목] 반 총장 방북 무산에도 대화는 계속돼야

 

북한이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에게 내줬던 개성공단 방문 허가를 하루 전에 전격 취소한 것은 참으로 유감스럽다. 북한의 이 같은 예측 불가한 돌발 행동이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며 약속을 손바닥 뒤집듯 저버린 예가 한두 번이 아니다. 하지만 세계의 중재자인 유엔 사무총장과의 약속을 일언반구 해명도 없이 철회 통보한 것은 외교적 결례를 넘어 스스로 국제사회의 일원이기를 거부한 행동이다.

 

  한술 더 떠 북한 국방위원회는 이날 “우리의 핵 타격 수단이 소형화 다종화 단계에 들어섰다”고 주장하면서 “함부로 도전하지 말라”는 협박 성명까지 내놨다. 반 총장의 방북으로 꽉 막힌 남북 관계에 다소나마 바람길이 트이길 바랐던 잠깐의 기대가 거품처럼 꺼지고 만 것이다.

 

  당초 북한이 반 총장의 방북을 허가한 것 자체가 의외였다. 북한으로선 기대할 수 있는 게 거의 없기 때문이다. 반 총장이 방문한다고 해서 당장 유엔 안보리 결의에 따른 대북제재 수위가 낮아지기 어렵고, 남측과의 대화 압력이나 받을 게 불 보듯 뻔했다. 게다가 김정은 체제가 4년 차에 접어들었음에도 내세울 만한 성과가 거의 없는 실정이다. 아무리 화내고 다그쳐도 구조적으로 개선의 여지가 없는 상태에서 남한이 배출한 세계적 인물을 북한 주민들에게 알리는 것이 부담스러웠을 것이다.

 

  북한이 유엔과의 대화마저 거부함에 따라 한·미와의 협상 테이블로 돌아올 가능성은 더욱 낮아졌다. 오히려 미사일 발사나 핵실험 등의 도발 위험만 더 커진 상황이다. 이는 반 총장뿐 아니라 우리에게 북 정권에 대한 섣부른 기대가 얼마나 허망한지 다시 한 번 일깨워주는 계기가 됐다. 환상이나 감성적인 이벤트성 접근은 거둬야 한다. 지극히 냉정한 현실 인식 위에서 북한을 바라보지 않으면 얻을 게 없다. 한두 번이 아닌 만큼 이번 일로 실망할 필요는 없다. 우리는 꾸준하게 대화를 제의하고 협력을 강화하면서 북한을 고립의 길에서 벗어날 수 있게 이끌어야 한다. 그것이 북한에도 이득이라는 것을 끊임없이 설득해야 한다. 그것이 북한과 마주한 우리의 숙명이다.

 

 

[서울경제신문 사설-20150521목] 반 총장 방북 불허하고 도발 수위 높이는 북한

 

북한은 20일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개성공단 방문을 하루 앞두고 돌연 방북허가를 취소했다. 북측은 이날 새벽 외교 경로를 통해 갑작스럽게 이 같은 결정번복 사실을 알려오면서도 구체적인 이유와 설명을 달지 않는 등 국제 외교상식에 크게 어긋나는 결례를 범했다. 개성공단을 방문해 남과 북의 대화에 물꼬를 트겠다는 반 총장의 계획은 발표 하루 만에 무산됐다.

 

북측의 이번 결정은 최근 일련의 움직임과 맞물리며 남북관계에서 당분간 긴장관계를 이어가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북한은 최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의 시험발사는 물론 서해상 남측 함정에 대한 조준타격 위협과 함께 실제 북방한계선(NLL) 인근에서 포사격 훈련까지 실시하는 등 도발위협 수위를 날로 높이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권력서열 2인자인 현영철 인민무력부장 등 지도부를 무자비하게 공개 숙청하는 등 내부적으로도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면서 체제 단속에 몰두하고 있다.

북측의 이번 불허 조치가 유감스러운 것은 5·24조치 5주년을 앞두고 남북 간 대화의 접점이 모색되는 과정에서 나왔다는 점이다. 5·24조치 해제의 관건인 천안함 피격 사건에 대한 북측의 사과 내지 유감표명 등 전향적 조치만 있다면 우리 측은 관계개선을 위해 5·24조치 해제 등을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북측의 돌연한 반 총장 방북허가 취소로 모든 것이 원점으로 돌아갔다.

 

북한은 이날 또 자신들의 핵 타격수단이 '소형화' '다종화' 단계에 들어섰다고 주장하며 "우리의 자위력 강화 조치에 함부로 도전하지 말라"고 위협했다. 한쪽으로는 남북관계 개선을 요구하며 다른 한쪽으로 도발을 일삼는 북한의 전형적 수법이다. 이런 식으로는 남북관계가 더 이상 한 걸음도 나갈 수 없다는 점을 북한 당국은 명심하기 바란다.

 

 

■ 검찰, 성완종 리스트 수사 한계 자인한 건가(檢, 이완구·홍준표 불구속 기소)

 

[경향신문 사설-20150521목] 검찰, 성완종 리스트 수사 한계 자인한 건가

검찰이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는 홍준표 경남지사와 이완구 전 국무총리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하지 않기로 결론냈다. 홍 지사는 불구속 기소 방침이 확정됐다. 이 전 총리는 기소 여부를 최종 조율 중이나 역시 불구속으로 기소할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성완종 리스트’ 인물 중 처음으로 사법처리 방향이 정해지는 셈이다. 홍 지사와 이 전 총리는 증거와 증인, 진술이 상대적으로 풍부하고 증거 인멸 정황도 뚜렷하다. 그럼에도 ‘불구속 처리’로 맥없는 결론이 내려졌다. 이런 식이라면 전·현직 청와대 비서실장 등 정권 핵심 인사들에 대한 수사가 과연 제대로 이뤄질 수 있을지 회의가 커질 수밖에 없다.

 

검찰은 정치자금법 위반의 경우 ‘2억원 이내’면 불구속으로 기소하는 ‘내부 기준’을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죄질의 경중과 국민의 법감정 등을 고려하지 않은 채 획일적으로 가이드라인을 적용할 아무런 근거도 없다. 홍 지사와 이 전 총리는 시종 혐의를 부인해온 데다, 측근들을 시켜 증인을 회유하고 허위 진술을 강요한 정황이 드러났다. 만일 일반 형사사건 피의자가 이러한 행태를 벌였다면 당연히 구속을 피하기 어려웠을 터이다. 수사 초기 검찰은 성 전 회장의 측근들을 증거 인멸 혐의로 잇따라 구속했다. 이들은 구속하면서 정작 검은돈을 받은 쪽의 증거 인멸 행위에 대해선 애써 눈을 감고 있다. 형평성에도 어긋나고, ‘봐주기 수사’라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다.

 

검찰 앞에는 이제 ‘성완종 리스트’에 오른 나머지 6명의 의혹이 놓여 있다. 이들 중 홍문종 새누리당 의원, 서병수 부산시장, 유정복 인천시장은 2012년 대선 당시 박근혜 후보 캠프에서 조직·자금을 다루는 핵심 직책을 맡았다. 그럼에도 검찰은 대선자금 수사에 쭈뼛거리는 눈치다. 홍 지사 등에 비해 물증이나 목격자 등이 없다는 한계를 내세운다. 하지만 대선자금 의혹과 관련한 구체적 증언이 속속 나오고 있다. 성 전 회장의 한 지인은 “2012년 10월 여의도 한 사무실에서 성 전 회장이 가져온 현금 6억원을 1억, 2억, 3억원씩 가방 3개에 나눠 담았다”며 여야 중진의원 3명을 실명으로 거론했다. 이 중 새누리당 인사 2명은 ‘성완종 리스트’에 포함된 정치인이다. 앞서 한모 전 경남기업 부사장은 검찰에서 대선 직전 성 전 회장이 박 후보 캠프 부대변인에게 2억원을 전달했다고 진술했다. 이 정도의 단서와 정황이라면 미적댈 이유가 없다. ‘살아 있는 권력’의 눈치를 보고 대선자금 수사를 계속 머뭇거리고 회피할 경우 검찰 불신만 키우게 될 것이다. 수사가 국민 눈높이에 미흡하면 특검으로 갈 수밖에 없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서울신문 사설-20150521목] 檢, 이완구·홍준표 불구속 기소로 대충 끝내려는가

 

검찰이 어제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과 금품거래를 한 혐의를 받는 홍준표 경남지사와 이완구 전 국무총리를 불구속으로 기소한다고 밝혔다. ‘성완종 리스트’ 의혹을 수사하기 위해 특별수사팀이 구성된 지 37일 만이다. 성 전 회장의 메모(성완종 리스트)에 나온 8명의 정치인 중 2명에 대해 처음으로 기소 방침이 확정된 것이다. 검찰은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에서 수수한 금액이 2억원 이내일 경우 불구속으로 기소하는 가이드라인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설득력이 떨어진다. 정치자금법 위반을 가볍게 처벌하는 관행도 문제지만 막강한 권한을 가진 정치인들의 불법 정치자금 수수는 뇌물과 아무런 차이가 없다는 것이 국민들의 관점이다. 권력형 범죄에 대해서는 다른 형사사건보다 더 엄격히 처벌해야 한다.

 

홍 지사나 이 전 총리 모두 핵심 증인에 대한 회유와 허위진술 강요 의혹이 불거졌지만 이에 대한 검찰의 수사는 소극적이어서, 검찰의 ‘봐주기 수사’가 아니냐는 의혹도 적지 않다. 두 사람 모두 사건 초기부터 측근들을 동원해 성 전 회장 주변을 탐문하고 입을 맞추려 했다는 것이 검찰 수사에서도 확인됐다. 일반적인 형사사건에서 피의자의 회유와 허위진술 강요가 있었다면 구속 사유임에도 불구하고 홍 지사와 이 전 총리는 불구속 기소되고 성 전 회장의 측근인 박준호 전 경남기업 상무와 이용기 전 비서실장은 증거인멸 혐의로 구속됐다. 박 전 상무 등은 불법 자금을 조성하거나 전달한 주체가 아니라 성 전 회장의 지시에 따른 임직원이다. 정작 돈을 받은 쪽은 불구속으로 수사하겠다는 것은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

 

홍 지사나 이 전 총리에 대한 사법처리 수위는 ‘성완종 리스트’ 사건 수사를 가늠하는 풍향계다. 리스트에 오른 8명 중 돈 전달자와 전달 과정 등이 구체적으로 드러났고 증거인멸의 가능성이 있음에도 불구속 기소로 결론을 낸 것은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나 홍문종 의원, 유정복 인천시장 등 현 정권 핵심인사들에 대한 수사가 어떻게 진행될지 뻔하게 알 수 있게 한다.

 

기회 있을 때마다 공정하고 엄정한 수사를 다짐했던 검찰은 이번 불구속 기소로 다시 ‘봐주기 수사’ 의혹에 휩싸이게 됐다. 정치검찰의 오명을 벗을 기회도 사라졌다. 권력 실세들의 총체적 부패상이 드러나 국민들의 분노가 하늘을 찌르는 상황에서 검찰은 살아 있는 권력에 무기력하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증명한 꼴이다. 검찰 수사가 국민들의 신뢰를 잃는다면 결국 특검으로 갈 수밖에 없다.

 

 

■ ‘박용성표 중앙대’의 총체적 파탄

 

[한겨레신문 사설-20150521목] ‘박용성표 중앙대’의 총체적 파탄

 

박용성 전 중앙대 재단 이사장이 재직 시절 ‘남학생 우대 선발’을 지시했다는 의혹은 충격 그 자체다. 양성평등 원칙에 대한 노골적인 도발일 뿐만 아니라 대입의 공정성을 근간부터 흔드는 불법행위이기 때문이다. 전해지는 박 전 이사장의 발언 내용은 말문을 막히게 한다. ‘분 바르는 여학생들 잔뜩 입학하면 뭐하느냐’는 전근대적인 성차별 의식에 ‘졸업 뒤 학교에 기부금도 내고 재단에 도움이 될 남학생들을 뽑으라’는 황금만능주의식 계산법이 뒤섞인 기괴한 세계관을 보여준다.

 

이는 그동안 하나둘 드러나던 ‘두산그룹 인수 뒤 중앙대’의 비뚤어진 모습 가운데 정점을 찍는 사태라고 할 만하다. 중앙대 총장 출신인 박범훈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이 교육부에 압력을 넣어 중앙대의 숙원사업을 해결해주는 대가로 두산그룹 쪽으로부터 상가 특혜 분양을 받고, 총장 재직 때 기부금 수십억원을 학교에 쓰지 않고 재단으로 돌린 혐의로 얼마 전 구속됐다. 부패한 기업 운영의 구태가 대학에 그대로 이식된 꼴이다. 중앙대는 ‘순수학문을 고사시킨다’는 비판 속에서도 학과제 폐지 등 대학 구조조정을 앞장서 추진했다. 이 또한 기업 논리를 막무가내로 대학에 들이댄 패착이었다. 이 과정에서 ‘반대하는 교수들의 목을 치겠다’고 막말을 했던 재단 이사장이 급기야 대학 입시의 공정성마저 왜곡하려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기업이 대학에 투자해 고등교육 발전에 이바지한다는 명분 아래 진행됐던 두산그룹 체제의 중앙대 실험은 이로써 총체적 파탄을 맞았다. 대학에 기업 논리를 주입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었음이 입증된 셈이다. 끊임없이 이익을 창출하려 드는 기업의 생리는 대학 운영마저 돈벌이 수단으로 이용하고자 했다. 기업인 출신에게 대학을 이끌 만한 자질과 안목을 기대하기 힘들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대학과 산업의 유기적 결합이 아무리 요구된다고 하더라도 이를 기업이 주도하다가는 대학과 학문을 파멸의 길로 몰아넣게 된다는 중대한 교훈을 남긴 것이다.

 

헌법이 보장하는 학문의 자유와 대학의 자치는 국가권력은 물론 재단의 전횡으로부터도 보호돼야 한다. 두산그룹은 앞으로 중앙대에 대해 순수한 지원 이외에는 어떤 개입도 하지 않겠다는 다짐을 내놓아야 한다. 중앙대 이외에도 상지대를 비롯한 여러 대학이 부패 재단과 시장 논리에 의해 자율성·공공성을 훼손당하고 있다. 탐욕이 대학을 지배하는 이 고리를 끊지 않고서는 진정한 학문의 발전, 지식 경쟁력 확보는 요원한 일이다.

 

 

[서울신문 사설-20150521목] ‘분 바르는 여학생’ 탈락시키라 했다면 큰 문제다

 

박용성 전 중앙대 재단이사장이 2015학년도 대입 전형에서 남학생을 많이 뽑으라고 지시한 의혹이 제기돼 파문이 커지고 있다. 어제 한겨레신문은 입시 전형에 참여한 교수와 입학사정관들의 증언을 통해 지난해 10월 박 전 이사장이 ‘2015학년도 경영경제계열 지식경영학부 수시 모집’ 면접에서 남학생을 우대 선발할 것을 지시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박 전 이사장은 “분 바르는 여학생들 잔뜩 입학하면 뭐하냐. 졸업 뒤에 기부금도 내고 재단에 도움이 될 남학생들을 뽑으라”고 말했다고 한다.

 

당시 평가를 맡았던 입학사정관은 “서류평가에서 남학생들 비중을 높이라는 얘기를 듣고 따졌다가 이사장님 지시라는 답변을 들었다”면서 “(이사장이)학교에 기부금을 낼 남성 지원자를 많이 뽑으라는 내용의 이메일을 보낸 것으로 안다”고 했다. 또 다른 입학사정관은 “서류평가에서 60점 미만이면 탈락시키는 기준이 있었는데, 남학생들에게 면접 기회라도 주자는 마음으로 평가를 하게 됐다”고 했다. 문제의 전형은 ‘특성화고졸 재직자 전형’으로 특성화고 졸업 후 3년 이상 직장 재직자만 지원할 수 있다.

 

대학 측은 “보도 내용이 사실과 다르며, 분 바르는 여학생이란 표현을 쓴 적이 없다”고 즉각 해명했다. 또 “(전 이사장의 발언 요지는)지원자 수가 많지 않으니 앉아서 기다리지 말고 재직자 전형의 장점을 알려서 지원자가 증가할 수 있도록 적극 노력하라는 취지였다”고 덧붙였다. 어느 쪽 말이 사실인지 섣부른 판단을 할 수는 없다. 하지만 교수와 평가위원들의 구체적 증언이 이어져 의혹이 쉽게 가라앉기는 어려워 보인다. 게다가 자라 보고 놀란 가슴은 솥뚜껑 보고도 놀라는 법이다. 박 전 이사장이 보직 교수들에게 입에 담지 못할 막말 이메일을 보낸 사실로 충격을 줬던 것이 채 한 달도 안 된 일이다.

 

만에 하나라도 지시 내용이 사실이라면 그것은 묵과할 수 없는 불법 행위다. 가장 공정하고 객관적인 기준이 적용돼야 할 대학의 입학사정관 제도가 이사장의 입김 하나에 뿌리째 흔들린 중대 사안이다. 재단 눈치 보기로 감시기능이 마비된 대학사회의 민낯이 여지없이 들통난 일이기도 하다. 교육부는 이 문제가 정규가 아닌 특별전형에서 빚어졌다고 어물쩍 넘어가려 해서는 안 된다. 철저한 사실 확인이야말로 특혜 뇌물 시비로 가뜩이나 어수선한 해당 대학의 명예를 추슬러 주는 일이기도 하다.

 

 

■ 공무원연금 개혁

 

[한국일보 사설-20150521목] 여야 합의 살려 공무원연금 개혁 결실 맺도록

 

여야가 어제 공적 연금 강화를 위한 사회적 기구 구성안에 잠정 합의했다. 각각 원내지도부로부터 협상 권한을 위임 받은 조원진 새누리당ㆍ강기정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이뤄낸 성과다. 합의는 ‘5월2일 합의’는 지켜져야 한다는 공감을 기초로 28일 국회 본회에서 공무원연금 개혁안을 처리하고, 공적 연금 강화를 위한 국회 특별위원회와 사회적 기구를 동시에 구성해 발족한다는 것이 골자다.

 

지난 6일 국회 본회의에서 공무원연금 개혁안 처리가 무산된 지 꼬박 2주 만에 이뤄진 이번 합의는 여러 모로 반갑다. 아직 여야가 최종 합의에 이른 것은 아니지만 공무원연금 개혁안 처리무산 이후 잠정합의 형태로라도 만들어진 첫 합의다. 그 동안의 줄다리기에 비추어 연금개혁을 아예 무산시킬 심산만 아니라면, 여야 모두 존중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최종 합의로 굳어질 가능성이 크다. 어제 서울디지털포럼 개막식에 나란히 참석해 머리를 맞댄 김무성 새누리당ㆍ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5ㆍ2 합의’를 토대로 윈윈할 방법을 찾기로 했다는 소식도 고무적이다.

 

무엇보다 최대 쟁점이던, 공적 연금 강화 방안을 논의할 사회적 기구 구성안에 대한 구체적 의견접근이라는 점에서 합의를 평가할 만하다. 즉, 사회적 기구 구성안에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50%’를 명기하느냐 여부에 대해 많은 의견접근이 이뤄졌다고 한다. 여당의 반감을 고려해 ‘소득대체율 50%’를 명기하지는 않더라도, 야당의 집착을 고려해 ‘5ㆍ2 합의 존중’을 담보할 만한 문안에 근접했다니 기대를 걸 만하다.

 

공무원연금 개혁 논란의 장기화가 최종적으로 개혁 불발로 이어질 수 있고, 정부나 정치권 일각에서 내심 그런 상황을 바라고 있다는 의심까지 커지는 마당이라 더욱 그렇다. 합의안에 대한 청와대의 불만과 ‘간섭’에 대한 태도의 차이로 여당 내에 불협화음이 일고, 4ㆍ29 재보선 참패 이후 거듭돼 온 야당의 내부 갈등도 조기수습 전망이 흐린 상태여서 자칫하다가는 아무런 결실 없는 장기 논란으로 넘어갈 수 있었다. 이런 불확실성을 적잖이 제거했다는 점만으로도 어제 합의는 값어치가 크다.

 

이에 따라 여야 지도부의 남은 과제는 분명해졌다. ‘5ㆍ2 합의’를 최대한 존중하는 마음가짐으로 자잘한 이견을 다툴 게 아니라 공무원연금 개혁안의 조속한 처리와 공적 연금 강화 방안 논의에 신경을 집중해야 한다. ‘5ㆍ2 합의’에 따른 연금개혁이 애초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더라도 앞으로 얼마든지 추가 개혁이 가능하며, 어차피 언젠가는 공적 연금 강화 논의도 필요했음을 위안으로 삼아 어렵사리 마련된 잠정 합의를 전폭적으로 뒷받침할 수 있어야 한다. 청와대나 정부도 여야 합의에 악영향을 미칠 어떤 간섭도 해서는 안 된다.

 

 

[한국경제신문 사설-20150521목] 문형표 사퇴 카드라니, 야당 요구 정말 지나치다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이 공무원연금 개정안을 오는 28일 국회에서 처리하기로 어제 잠정 합의했다. 양당 공무원연금개혁특위 간사들은 논란이 돼 왔던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50%를 국회 규칙에 명기하는 것은 빼고, 공적 연금 강화를 위해 사회적 기구를 구성하는 등 4개항의 잠정합의문을 발표했다. 문제는 이와는 별도로 이면합의안이란 것을 만들었다는 점이다. 특히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 사퇴카드까지 거론되고 있다고 한다. 새정치민주연합 간사인 강기정 의원은 새누리당 측에 문 장관 해임안을 잠정합의문에 담을 것을 요구했다는 사실을 공개했다.

 

정말 해도 너무 한다. 새정치민주연합은 공무원연금을 개혁한다면서 느닷없이 국민연금을 끌어들여 이 지경을 만들어놓더니 문 장관 사퇴를 국민연금 연계에서 발을 빼는 명분으로 삼겠다고 한다. 문 장관이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50% 인상에 대해 ‘세금폭탄’이라고 실체를 지적했던 것을 두고, 새정치민주연합은 국민연금에 대한 국민의 불신을 초래하고 정쟁의 프레임으로 몰아갔다며 공격하고 있다. 특히 당 지도부가 초강경 입장이라고 한다.

 

구차한 정치적 보복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국민연금은 현행대로 놔둬도 2060년엔 고갈된다. 국민연금 역시 개혁이 시급하다. 이런 판에 야당이 국민연금 보험료를 지금보다 1%포인트 올려 소득대체율을 50%로 올리자고 주장해 대소동이 벌어진 것이다. 야당 주장대로 가면 2060년 이후엔 국민연금이 파탄나거나, 미래세대가 ‘보험료 폭탄’을 맞게 될 수밖에 없는 것은 너무도 분명한 사실이다. 문 장관은 여당과 야당 간 무책임한 합의로 인해 벌어질 문제를 연금 전문가답게 지적했던 것뿐이다.

 

진실을 말하는 것이 사퇴 이유가 될 수 없다. 불을 질러놓고는 엉뚱한 곳에서 속죄양을 찾으려 한다. 국회가 공무원연금을 개혁한다면서 아무 상관없는 국민연금을 끌어들인 것부터가 월권이었다. 새누리당은 도대체 무슨 이면합의를 했는지 밝혀야 한다. 말이 안 되면 접으면 그만이다. 아무리 무소불위의 국회라고 해도 이런 횡포는 없었다. 대한민국 정치가 정말 너무 지나치다.

 

 

■ 탄소배출권 거래제

 

[중앙일보 사설-20150521목] 탄소배출권 거래제, 환경 이전에 경제도 생각하자

 

올해 시행된 탄소배출권 거래제를 둘러싼 기업들의 반발이 거세다. 전국경제인연합회와 산업계는 20일 공동 성명서를 내고 “탄소배출권을 재할당해 달라”고 주장했다. 그런가 하면 50여 개 기업이 정부를 상대로 “할당량 산정이 잘못됐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정부는 온실가스(이산화탄소) 배출을 2020년까지 전망치 대비 30% 줄인다는 계획에 따라 기업들마다 탄소배출 가능량을 할당했는데, 기업들은 “할당목표치가 지나치게 이상적이어서 기업경영을 위축시킬 수 있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한국의 탄소 감축 목표는 세계에서 가장 높다. 현재 세계에서 가장 많은 탄소를 배출하는 중국·미국·인도·러시아·일본 중 미국·일본의 일부 지방자치단체가 배출권거래제를 시행할 뿐 전면 시행하는 나라는 없다. 전면 시행하는 나라는 독일과 한국뿐이다. 그래서 업계는 경쟁국에 없는 제도로 인한 추가 부담으로 가뜩이나 취약한 제조업 경쟁력이 더 떨어질 것으로 우려한다.

 

  그러나 환경부는 이에 당당히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우리 정부는 녹색기후기금(GCF) 유치국인 데다 기후변화를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는다는 미래전략이 있다. 이것이 다른 나라 수준을 봐가며 따라가는 ‘반응국가’가 아닌 ‘선도국가’가 돼야 하는 이유다. 또 현재 진행 중인 2020년 이후 온실가스 감축계획에는 이전 체제에 냉담했던 국가들도 동참하고 있다. 정부가 선명성을 보여주기 위해 고심하는 데는 이런 사정이 있는 것이다.

 

  우리가 환경 선도국이 되는 것은 중요하다. 그러나 탄소배출권은 환경 문제이기에 앞서 경제 문제다. 모든 부담을 기업에 지워선 안 된다. 일본은 대외원조(ODA) 형태로 후진국 현지 공장에 일본산 탄소저감기술을 적용하고, 여기서 감축한 부분만큼을 수입하는 제도를 만들었다. 지구적 탄소배출도 줄이고, 기술도 수출하니 일석이조다. 우리 정부도 무조건 돈으로 거둬가는 방식이 아니라 기업의 저감기술 개발을 지원하고 이를 사서 후진국에 원조해 감축 목표를 채우는 등으로 기업 부담을 최소화하면서 기술은 선도하는 창의성을 발휘해야 한다.

 

 

[한국경제신문 사설-20150521목] 재할당 시비까지 나온 배출권 거래제의 문제점

 

전 국경제인연합회와 25개 업종단체 및 발전·에너지업종 38개사가 온실가스 배출전망치(BAU)를 재산정하고 그에 따라 배출권도 다시 할당해달라고 요구했다. 부실한 배출 예상치와 무리한 감축목표 설정, 미국 중국 일본도 하지 않는 배출권거래제 강행이 결국 재할당 시비까지 불러온 것이다.

 

현 재 시행 중인 배출권거래제의 근거가 되는 2009년 추산 BAU가 얼마나 잘못된 것인지는 이미 만천하에 드러났다. 산업계가 온실가스 목표관리제 하에서 목표보다 높은 성과를 냈음에도 최근 3년간 배출량은 배출전망치를 2010년 1400만t, 2011년 3100만t, 2012년 2000만t 등 계속 초과하는 모순적 상황이다. 심지어 2011년 배출량은 2014년 전망치를 넘어섰을 정도다. 배출전망 추산 과정에서 산업 현장에 대한 실질적 분석과 예측에 실패했다는 증거다.

 

문 제는 배출전망 수정과 재할당이 이뤄진다고 해도 끝날 일이 아니라는 데 있다. 2009년 정부가 발표한 ‘2020년 BAU 대비 30% 감축’ 목표부터가 무리한 것이었다. 국내 제조업의 에너지 효율화 수준과 감축기술을 감안해도 이는 실현 불가능한 과도한 수치다. 그런 상황에서 무작정 배출권 거래제를 밀어붙였으니 과소할당 문제가 터질 수밖에 없었다. 말이 배출권 거래시장이지 사실상 거래가 전무한 개점휴업 상태다. 정부는 2020년 이후의 감축목표도 곧 제시할 것이라지만 똑같은 상황이 재연될 수밖에 없다. 재산정 요구, 재할당 시비가 앞으로도 계속 일어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처음부터 이런 문제를 안고 있었던 배출권거래제를 강행한 게 잘못이었다.

 

결국 산업 경쟁력만 한없이 추락하게 생겼다. 석유화학, 비철, 폐기물, 시멘트 등의 업계는 배출권 할당이 지나치게 적어 아예 공장 가동을 줄여야 할 판이라며 환경부를 상대로 할당처분 취소소송까지 냈다. 해외 생산거점이 있는 국내 기업들은 배출권 문제 때문에 해외 생산비중을 늘리고 있어 국내 일자리까지 대폭 줄어들고 있다. 도대체 누구를 위한 배출권거래제인지 아무도 이해할 수 없다.

 

 

■ 그 밖의 주요 신문사설

 

[한국일보 사설-20150521목] 이번엔 특조위 시한 논란, 순리대로 가면 안 되나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 활동 시작 시점이 세월호 참사 후속조치의 새로운 쟁점으로 떠올랐다. 유기준 해양수산부 장관이 국회에서“세월호 특별법 시행일인 지난 1월1일부터 특조위 임기가 시작된 것으로 본다”고 발언한 것이 발단이 됐다. 이에 대해 세월호 특조위와 야당은 “특조위 사무처 등 실질적인 구성이 완료돼야 활동이 시작된다”고 맞서고 있다. 특조위가 아직 본격적인 활동에 나서지도 못하고 있는 마당에 정부가 또 쓸데없는 논란거리를 만들어내고 있다.

 

유 장관은 세월호특별법 7조에 ‘위원회가 구성을 마친 날로부터 1년 이내에 활동을 완료해야 한다’는 규정을 근거로 제시하고 있다. 세월호 특조위원 임명이 1월에 이뤄졌으므로 위원회는 그때 구성됐다고 봐야 한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대체로 정부의 각종위원회가 실제 활동을 시작하는 시점은 시행령과 시행규칙이 완료된 이후다. 세월호시행령은 특조위의 독립성 논란으로 불과 열흘 전에야 공포됐다. 그나마 핵심 내용을 바꾸지 않아 특조위가 출범을 늦추고 별도의 시행령을 만들겠다고 했고, 유 장관도 “개정 의견이 제시되면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직제 구성상 위원회에 포함되는 사무처 구성도 완료되지 않았다. 더욱이 정부가 그간 특조위에 대한 예산 지급을 미뤄 사무실에는 집기나 인력도 없이 텅 빈 상태라고 한다. 사정이 이런데도 특조위가 지난 1월부터 활동을 시작했다는 것은 누가 봐도 억지다.

 

세월호특별법에는 특조위 활동 기간을 1년으로 하고 필요하면 6개월을 연장할 수 있다고 규정돼 있다. 정부 주장대로라면 이미 5개월을 허비했으니 기간을 늘려 잡아도 불과 1년 남은 셈이다. 정부가 세월호 선체인양 시점을 일러야 내년 10월로 보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특조위 조사 활동은 4개월 앞서 종료된다. 특조위가 세월호 선체를 살펴볼 수 없다는 얘기다. 세월호 선체 인양은 실종자 9명을 찾는다는 목적도 있지만 세월호 침몰의 원인을 정확히 규명하기 위한 측면도 크다. 선체의 파손 상태 등을 살펴보면 아직까지 드러나지 않은 침몰 배경을 찾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정부는 며칠 전 세월호 인양과 관련한 핵심 내용이 담긴 기술검토보고서를 달라는 특조위의 요청을 거부했다가 논란이 일자 방침을 바꿨다. 세월호시행령은 특조위와 유가족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본질적인 문제점을 그냥 놔둔 채 일방적으로 통과시켰다. 그래 놓고 특조위가 ‘개점휴업’ 상태라며 다그치고 있다. 매사 이런 식이니 이 정부에 과연 세월호 참사의 진상규명과 안전사회에 대한 의지가 있기나 한지 의심할 수밖에 없다. 제발 이제부터라도 순리대로 당당하게 이 문제에 임하기를 바란다.

 

[한겨레신문 사설-20150521목] 개발이익 독식하겠다는 강남구의 탐욕

 

서울 강남구가 한국전력 터 개발에 따른 공공기여금을 독차지하기 위해 구민 서명운동을 기획하고 주민 항의시위를 뒤에서 도왔다고 한다. 강남구는 서울에서 가장 부유한 자치구다. ‘99섬 가진 부자가 1섬 가진 이의 먹을거리를 빼앗는다’는 말이 있다. 지역 이기주의 관철을 위해 구민들을 부추긴 강남구청(구청장 신연희)의 행태가 이것과 다르지 않다.

 

현대자동차가 강남구 삼성동의 한국전력 터를 개발해 얻는 이익 중 서울시에 내야 할 공공기여금은 약 1조5천억~2조원으로 추정된다. 현행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국토법) 시행령엔, 공공기여금을 지구단위계획 구역을 관할하는 시·군·구 안에서만 사용하도록 규정돼 있다. 서울시는 최근 지구단위계획 구역을 송파구의 종합운동장까지 확대해, 강남구 코엑스 일대뿐 아니라 잠실 종합운동장 재정비와 인근 올림픽도로 지하화 사업에도 공공기여금을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강남구는 공공기여금을 모두 강남구에만 투입하라고 주장하고 있다. 강남구는 서울시에 압력을 넣기 위해 주민 서명을 받고 펼침막을 대거 걸었는데 이 작업에 공무원을 동원한 사실이 내부 문건을 통해 드러났다.

 

한전 터에 초고층빌딩을 세우면 먼지·소음 때문에 주민 불편이 가중되고 주차와 교통난이 심해질 거라는 강남구청 주장은 일리가 있다. 그렇다고 해서 최대 2조원에 달하는 공공기여금을 그 주변에만 쓰라는 건 너무 과도한 주장이다. 강남구는 높은 재정자립도를 바탕으로 강북의 다른 구들에 비해 훨씬 좋은 사회기반시설과 문화시설, 녹지·공원을 이미 갖추고 있다. 이런 상태에서 개발이익을 강남에만 또 투자하라고 하면, 서울 강남과 강북의 격차는 더 벌어질 수밖에 없다. 설령 법적으론 강남구가 우선권을 갖더라도 서울의 다른 지역과 개발이익을 공유하려는 태도를 갖는 게 ‘더불어 사는’ 자세일 것이다.

 

서울시가 공공기여금을 강남구 및 송파구에서만 사용하겠다는 방침을 정한 것도 적절하지 않다. 공공기여금을 잠실 종합운동장 재정비와 인근 올림픽도로 지하화 사업에까지 투입한다 하더라도, 결국 그 일대만 더 좋아져 강남 사는 주민들만 개발이익을 누릴 뿐이다. 이래선 서울의 균형발전을 이룰 수 없다. 한전 터처럼 막대한 공공기여금이 발생하는 지역의 개발이익을 해당 시·군·구만 독점하도록 규정한 건 옳지 않다. 국토법 시행령을 고쳐서라도 개발이익을 서울시 전체의 균형발전을 위해 쓸 수 있도록 해야 마땅하다.

 

 

[경향신문 사설-20150521목] 전기 남아도는데 발전소 자꾸 지어서야

정부가 지나치게 높은 전력 수요 전망치를 근거로 오는 6월 확정할 제7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짜는 모양이다. 경향신문이 녹색당과 공동으로 기획한 ‘전기중독사회를 넘어서’ 시리즈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의 해당 실무소위원회가 2020년까지는 4%, 2029년까지는 3%씩 매년 전력 수요가 증가하는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한다. 한국 경제가 저성장기로 접어들면서 전력 수요가 둔화 추세를 보이고 지난해 전력 판매량 증가율이 0.6%에 그친 것을 감안하면 곧이 믿기 어려운 예측이다.

 

전력 수요를 높게 잡으면 원자력발전과 화력발전, 송·변전 시설 등을 추가로 건설해야 한다. 그 결과 전기가 남아돌면 요금 인상 등을 통한 전기 수요 억제는 어려워지고 오히려 전기 과소비를 부추기게 된다. 그래서 전기 소비가 늘어나면 다시 발전소를 추가로 건설해야 하는 것이다. 정부는 2013년 제6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도 전력 소비량 증가율을 연평균 3.4%로 예측하고 화력발전소 18기를 추가로 건설키로 했다. 하지만 실제 수요는 전망치를 크게 밑돌았고, 전기가 남아돌면서 LNG발전소의 절반 이상이 사실상 가동이 중단된 상태라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 제7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도 전력 수요를 부풀린다면 국민을 납득시키기 어렵다. 신규 원전 등의 건설을 밀어붙이려는 의도로밖에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기준으로 국내에서 건설 중이거나 준비 중인 발전소는 55기에 이른다고 한다. 현재 계획 중인 발전소 준공이 지연되고 송전선로 문제로 발전소 가동이 늦어진다 해도 앞으로 12년간 전력 수급에 문제가 없다고 하는 마당에 새로운 불안과 갈등의 요인이 될 발전소 추가 건설에 매달릴 이유가 어디를 봐도 없다.

 

제7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는 국내 전력 사정만이 아니라 오는 12월 신기후체제 협상에 올려놓을 온실가스 감축 목표도 반영해야 한다. 궁극적으로 안전하고 지속가능하며 탄소 배출을 줄이는 에너지 체제로 나아가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과거와 같은 성장 위주, 공급 중심의 패러다임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전원믹스의 원점 재설정, 대체 가능한 원전 계획의 재검토, 에너지 수요관리 확대, 신재생에너지 보급제도 혁신 등은 박근혜 정부의 공약이다. 발전소를 추가로 건설할 게 아니라 잘못된 수요 예측으로 승인된 발전소 건설을 재검토하는 게 맞지 않는가.

 

 

[중앙일보 사설-20150521목] 강성노조 선배들이 파업 중단 외치는 까닭은

 

전 대기업 노조위원장 등으로 구성된 울산노사발전연구원은 19일 기자회견을 열고 “파업은 울산 경제를 침몰시키는 원인”이라며 노사화합을 촉구했다. 이날 모임엔 김기봉(석유공사), 이원건(현대중공업), 이영복(현대자동차), 이연구(현대정공) 등 전직 노조위원장 20여 명이 참석했다. 이들은 “민주노총은 모든 사안을 정치적으로 해석하고 파업을 선동한다”며 “노동운동가가 정치에 발을 담그면 노동운동은 변질되고 국가와 기업은 망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1980~90년대 파업투쟁을 이끌었던 강성노조위원장들이다. 이원건 전 위원장은 ‘128일 파업’과 ‘골리앗 투쟁’을 주도했다 1년6개월간 수감생활을 하기도 했다. 노동계 대선배들이 후배들에게 욕을 먹으면서까지 파업 중단을 요구하는 이유는 현재 위기상황이 그만큼 심각하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제일 잘사는 도시인 울산은 올 1분기 광공업생산이 지난해보다 줄었다. 고용도 감소세로 돌아섰다. 이에 따라 백화점·대형마트·소매점 판매도 부진하다. 음식점·술집들도 IMF 외환위기 때보다 더 어렵다며 아우성을 치고 있다.

 

  지난해 1조9232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한 현대중공업은 올 들어서도 크게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현대차도 영업이익이 줄어들고 있다. 중국 수출 덕에 호황을 누렸던 석유화학업계도 끝이 보이지 않는 불황의 늪에 빠졌다. 당연히 신규 고용은 줄이고 기존 직원을 희망퇴직 형태로 내보내는 기업이 많아졌다. 이런 상황에서 노사분규와 파업까지 겹치면 회사건 노조건 공멸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일부 대기업노조는 여전히 회사 생존을 위해 협조하기는커녕 무리한 요구를 일삼고 있다. 현대차노조는 ‘국내와 해외생산량을 노사 간 합의해 결정한다’는 조항을 올해 임단협에 넣는다고 한다. 현대중공업도 구조 조정을 둘러싸고 노사가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노조가 회사의 어려운 상황을 나 몰라라 하고 자기 몫만 챙길 경우 그 결과는 파국이다. 울산에선 현대차 중국 4·5공장이 완공되면 울산공장을 폐쇄할 것이라는 소문까지 돌고 있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 6년째 울산공장을 방문하지 않은 이유도 노조의 잦은 파업과 무리한 요구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미 공장 문을 닫고 중국·인도 등지로 떠나는 기업들의 ‘엑소더스’가 현실화되고 있다. 생산성에 비해 미국 등 선진국 노동자보다 더 높은 임금을 줘야 하는데 어떤 기업이 한국에 공장을 지으려 하겠는가.

 

  현재 위기가 노조만의 책임은 아니다. 하지만 노동자들이 현재의 회사 번영에 공헌했듯이 위기를 극복하는 데도 주인의식을 가져야 한다. 노조가 회사와 머리를 맞대고 기업의 생존을 위해 함께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평균 연봉 9000만원이 넘는 노조의 파업에 가장 큰 피해를 보는 사람들은 하청업체 노동자들과 지역 영세상인들이다. 대기업 노조는 이제 공익적 관점에서 주변을 돌아봐야 할 때가 됐다. 노조가 기득권에 매몰돼 공존의 길을 외면하면 울산 경제가 자동차산업의 몰락으로 파산한 미국 디트로이트시의 전철을 밟지 않으리란 보장도 없다.

 

 

[한국경제신문 사설-20150521목] 일본서 되는 기업구조조정 '원샷법'이 왜 우리는 안 되나

 

정부가 기업 사업구조 개편을 지원하기 위해 마련 중인 ‘사업재편지원특별법’(일명 원샷법)이 정작 알맹이는 모두 빠진 ‘맹탕법’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한경 보도에 따르면 당초 정부는 인수합병 촉진을 위해 주식매수청구권 예외 인정, 지주회사 규제완화, 세제지원 등을 포함시키려 했지만 특혜 시비 등을 우려해 모두 빼기로 했다는 것이다.

 

주식매수청구권의 경우 상장사 주주에는 인정하지 않을 방침이었다. 하지만 ‘주주권리 침해 우려’가 제기되면서 관계부처가 부정적 의견을 보여 ‘예외 불가’로 굳어지는 분위기라고 한다. 합병이나 분할 시 과세이연을 받을 수 있는 기준을 완화해주려던 것도 세수부족과 비과세·감면 축소 기조에 어긋난다는 이유로 무산될 위기다. 지주회사 관련 규제완화 역시 대기업 특혜 논란을 의식해 극히 예외적인 경우에만 이뤄질 것이 유력하다는 것이다.

 

‘원샷법’이 당초 취지에서 크게 후퇴하고 있는 것은 무엇보다 기업을 보는 부정적인 사회분위기 탓이다. 우리 사회에는 기업을 백안시하는 반기업정서가 만연해 있다. 기업에 대한 적대감이 확산되면서 기업 지원은 곧 특혜로 인식될 정도다. 법인세 인하는 무조건 ‘부자감세’라며 툭하면 법인세 인상을 요구하는 일부 정치권의 주장도 같은 맥락이다.

 

정부가 ‘원샷법’을 만든다고 생색은 내놓고 정작 중요 내용은 모두 슬며시 빼고 있는 것도 괜히 “정부가 기업 봐준다”는 오해를 사기 싫어서다. 법 적용 대상에서 대기업을 아예 제외하는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는 것도 그래서다. 하지만 이런 유명무실한 법을 만들면 뭐하나. 정부는 이달 말 공청회를 열고 ‘원샷법’ 초안을 공개, 내달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라고 한다. 설사 국회를 통과한다 하더라도 실효성 없는 ‘빈껍데기 법’이 될 게 뻔하다.

 

일본은 기업의 선제적 구조조정을 위해 1999년 ‘산업활력법’을 제정했다. 최근 일본 제조업 부활은 아베노믹스 영향도 있지만 제조업에 활력을 불어넣은 이 법의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 일본에서는 되는 ‘원샷법’이 왜 우리는 안 되나.

 

 

[서울경제신문 사설-20150521목] 한국경제, 구조개혁 없인 3%대 성장도 어렵다

 

우리 경제의 앞날에 대한 시각이 갈수록 우울해지고 있다. 민간경제연구소는 물론 국책연구기관에서마저 우리가 처한 구조적 문제를 거론하며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 놓일 것이라는 경고가 이어지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20일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3.5%에서 0.5%포인트 내린 3.0%로 하향 조정했다. 그나마 구조개혁이 가시적 성과를 내지 못하고 가계부채 통제의 끈을 놓칠 경우 전망치는 2%대 후반으로까지 밀려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전날 LG경제연구원도 "지금의 추세가 유지된다면 5년간 우리나라의 잠재성장률은 2% 중반, 2020년대에는 1%대 중반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쯤 되면 고령화·저출산의 영향에도 불구하고 경제 본연의 성장 잠재력이 3% 중반은 유지할 수 있다는 믿음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는 얘기다. 정부는 그동안 미약하게나마 경기회복 신호가 나타나고 있다고 봤지만 이날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내놓은 진단을 보면 그렇지도 않은 것 같다. "자칫하다가는 뛰어가는 일본에 기어가는 한국으로 전락할 가능성도 있다"면서 상황 역전의 가능성마저 짚고 있을 정도다.

이들이 우리 경제의 미래를 어둡게 보는 이유와 해법은 대동소이하다. 무엇보다 부진한 구조개혁이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것이다. 지금 구조개혁의 손길은 미적지근하기만 하다. 박근혜 정부는 그동안 공공·노동·교육·금융 등 4대 부문의 구조개혁을 외쳐왔지만 어느 것 하나 제대로 진전되는 게 없다. 여야 간에 어렵게 합의했다는 공무원연금 개혁은 표류를 거듭하고 있고 노동개혁은 노사정 대타협이 무산된 채 길을 잃었다. 이제껏 우리 경제를 지탱해온 수출마저 구조적 둔화세를 보이는 마당에 구조개혁이 실패한다면 많은 경제예측이 지적하듯이 일본이 거쳐 간 저성장·고령화의 암울한 터널로 들어갈 수밖에 없다. 우리 경제를 되살리는 해법은 고통스럽더라도 하루빨리 잠재성장률 확충을 위한 구조개혁에 나서는 것뿐이다.

 

 

[서울경제신문 사설-20150521목] 돈이 돌지도 않는데 풀기만 하면 뭐하나

 

우리나라의 소비자신뢰지수가 2분기 연속 세계 최하위 수준에서 맴돌고 있다. 20일 글로벌 정보분석 기업 닐슨에 따르면 1·4분기 글로벌 소비자신뢰조사는 97로 지난 분기 대비 1%포인트 상승했으나 한국은 46으로 전 분기보다 2%포인트 내려갔다. 우크라이나를 제외하면 조사대상 60개국 가운데 꼴찌다. 국내 소비자의 비관심리가 세계 최악 수준이라는 뜻이다. 기업 투자도 여전히 냉랭하다. 3월 설비투자는 전년동기 대비 3.9% 감소했고 제조업 평균 가동률도 73.6%로 금융위기의 와중이던 2009년 수준으로 주저앉았다.

 

이러니 시중의 돈이 갈 곳을 못 찾는 것도 당연하다. 이날 한국은행 집계 결과 현금과 인출이 자유로운 수시입출식 예금, 요구불 예금을 합친 협의통화(M1)는 3월 평잔 기준 600조7,199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15.5%나 늘었다. 이로써 총유동성(Lf·평잔 기준)에서 M1이 차지하는 비중도 20.7%로 2007년 3월의 21.5% 이후 8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치솟았다. 유동성의 단기부동화는 저금리 탓이 크다. 예금수익을 기대하기 어렵다 보니 수시입출식 저축성예금만 자꾸 늘어나고 정작 소비와 투자로는 연결되지 않는다. 자본시장에서는 돈이 풍년이어도 소비와 투자의 길목에서는 '돈맥경화'가 갈수록 심각해지는 것이다.

 

소비와 투자를 활성화하기 위한 한은의 세 차례에 걸친 기준금리 인하가 오히려 자금의 단기 부동화만 부추기고 있는 꼴이다. 제대로 돌지도 않는 판에 돈을 풀기만 하면 뭐하나. 모디노믹스를 앞세운 인도를 보라. 1·4분기 소비자신뢰지수가 130을 기록하며 4분기 연속 세계 으뜸을 차지했다. 성장 위주의 시장친화적 개방정책으로 기업 투자와 가계 소비에 활력을 불어넣은 결과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인도 경제가 7.5% 성장해 중국(6.8%)을 웃돌 것으로 전망할 정도다. 이젠 우리도 소비와 투자심리 회복이 동반되지 않는 돈 풀기는 사상누각일 뿐이라는 점부터 깨닫고 정책 흐름을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

 

 

■ 오늘의 주요 칼럼 읽기

 

■ 왕오천축국전

 

[한국경제신문 칼럼-천자칼럼/고두현(논설위원)-20150521목] 왕오천축국전

 

중국 간쑤성 북서쪽에 있는 둔황. 모래 울음소리가 들린다는 명사산(鳴沙山) 동쪽 절벽에 막고굴(莫高窟)이 있다. 4세기 이후 1000여년에 걸쳐 수도자들이 파 놓은 석굴이 500개 가까이 된다. 오랫동안 사막의 먼지에 묻혀 있던 이곳에서 수만점의 5~11세기 유물이 발견된 것은 1900년 5월이었다. 석굴 16동을 수리하던 사람이 모래벽 너머로 수많은 경전 사본이 소장된 17동, 곧 장경동(藏經洞)을 발견한 것이다.

 

신라 승려 혜초(慧超·704~787)의 《왕오천축국전(往五天竺國傳)》도 이곳에서 1100여년을 잠자고 있었다. 세계 유일의 8세기 인도·중앙아시아 기행기 《왕오천축국전》은 그 전까지 이름만 전해오다 1908년 프랑스의 동양학자 펠리오가 사들인 유물 속에서 앞뒤가 잘린 두루마리 필사본으로 발견됐다.

 

730년 전후에 쓰여진 이 책은 세계 4대 여행기 중에서도 가장 오래된 것이다. 마르코 폴로의 《동방견문록》과 오도록의 《동유기》, 이븐 바투타의 《이븐 바투타 여행기》가 13~14세기에 나왔으니 500년 이상 앞섰다. 혜초는 처음에 중국 승려로 알려졌다가 1907년 일본 학자에 의해 신라 승려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16 세에 당나라로 건너간 혜초는 20대 때 인도로 구법 여행을 떠났다. 약 4년 동안 당시 인도의 다섯 천축국과 지금의 파키스탄, 아프가니스탄, 중앙아시아 등을 돌아보고 종교와 지리, 풍물 등을 상세하게 기록했다. 그 시절 인도에는 감옥이나 사형제도가 없고, 죄를 지은 이는 벌금으로 다스리며, 왕과 제후들이 코끼리를 수백마리씩 거느리고 있었다고 한다. ‘오천축국을 두루 돌아다니면서 술 취해 싸우는 사람을 보지 못했다’는 구절도 있다.

 

우리나라를 국빈 방문 중인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혜초 스님이 예전에 인도를 다녀가셨던 곳 중에 베나리스가 있는데 그게 바로 제 선거구”라고 말해 박수를 받았다. 이른바 ‘모디노믹스(Modinomics)’로 인도 경제개혁을 이끌고 있는 그가 “우리는 한국 전화로 통화하고, 한국 차를 타며, 한국 컴퓨터로 일하고, 한국 TV를 본다”는 얘기 끝에 양국의 오랜 인연을 언급한 것이다.

 

모디는 한·인도 최고경영자포럼에서도 그 얘길 했다. 빡빡한 일정 중에 국내 주요 기업인들을 일일이 만나고 경제협력을 구하는 자리에서도 마찬가지였다. 1200여년 전 젊은 한국인이 열었던 그 여로 위에 새로운 교역로를 닦아보자는 국가 경영자의 충정으로도 읽히는 대목이다.

 

 

[서울경제신문 칼럼-만파식적/임석훈(논설위원)-20150521목] 왕오천축국전

 

'동방의 등불'. 일제 시대인 1929년 인도 시성(詩聖) 타고르가 우리나라에 대한 애정을 담아 쓴 시로 알려졌다. 많은 우리 국민이 인도하면 떠올리는 것 중 하나가 이 시일 것이다. 학창시절 수업시간에 배웠으니 쉽게 잊히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딱 네 줄의 시구에 묻어나는 사랑·격려의 메시지 덕분에 인도라는 나라를 바라보는 한국민의 감정은 나쁘지 않은 듯하다.

 

우리나라와 인도의 인연은 신라 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매개체는 종교다. 지금으로부터 약 1,300년 전인 신라 성덕왕 때 승려 혜초가 남긴 책이 '왕오천축국전(往五天竺國傳)'이다. 천축국은 바로 인도를 지칭한다. 알다시피 이 책은 혜초 스님이 723~727년까지 4년간 인도와 중앙아시아 등을 답사하고 그 행적을 남긴 여행기록이다.

 

이 기록은 마르코 폴로의 동방견문록 등과 함께 세계 4대 여행기로 꼽힌다. 그중에서도 가장 오래되고 사료로서의 가치가 크다고 하니 내심 자랑스럽다는 생각이 든다. 혜초 스님이 인도로 향한 목적은 불교의 나라에서 더 큰 가르침을 얻기 위해서였다. 바닷길을 통해 현지에 도착한 혜초는 내륙 각지를 두루 돌아다녔다고 한다. 왕오천축국전에는 8세기 인도는 물론 주변 나라들의 풍습과 문화까지 고스란히 적혀 있다.

 

방한 중인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혜초 스님 얘기까지 꺼내며 한국과의 우호를 강조했다. 박근혜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예전에 혜초 스님이 인도를 다녀가셨던 곳이 베나레스인데 그곳이 바로 제 선거구"라고 했단다. 덕담으로 넘길 수 있지만 한국과 긴밀한 협력을 바라는 마음이 와 닿는다.

19일 하루에만 15~20분 단위로 일정을 조절하며 우리 대기업 최고경영자(CEO) 10여명을 만나 투자를 당부했다니 그의 열정이 대단하다. 삼성전자·현대차 등이 화답을 했다니 곧 좋은 결실이 나올 것이다. 인도 여행길을 개척한 혜초 스님의 기(氣)를 받아 우리 기업들의 '인도 굴기'가 큰 성과를 냈으면 하는 바람이다.

 

 

■ 함께 읽으면 좋은 칼럼

 

[경향신문 칼럼-여적/이기환(논설위원)-20150521목] 인도말과 한국말

 

드라비다인은 유럽 아리아족의 침입 때(기원전 15세기) 인도 남부로 쫓겨난 토착민을 가리킨다. 그런데 이 드라비다인의 언어(타밀어) 가운데 한국어와 유사한 단어가 400~1300개나 된다고 한다. 쌀은 sal, 벼는 biya, 밥은 bab, 풀(草)은 pul, 씨(種)는 pci, 알(粒)은 ari, 가래(농기구)는 kalai, 사래(밭고랑)는 salai, 모(茅)는 mol이라 한단다. 볍씨를 ‘아리씨’라 하는 것도 흥미롭다. 아빠와 엄마(암마), 언니(안니)의 경우도 거의 같은 발음이고, 궁디(엉덩이), 메티(메뚜기) 등의 명칭도 심상치 않단다.

 

‘현대 한국어=알타이어 계통’이라고 귀에 못이 박히도록 배워온 사람들이라면 고개를 갸웃거릴 수밖에 없는 이야기이다. <삼국지> ‘위서 동이전’은 “중국 서북방(알타이 근처) 유목민들이 진나라의 노역을 피해 한반도로 이주했는데, 그들이 바로 진한인(辰韓人)들”이라 했다. 그런 진한이 나중에 신라가 됐고 신라의 통치계급이 썼던 진한어가 신라어-고려어-조선어-현대어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부여-고구려-백제 계통의 언어는 사멸되고 만다. 여기서 궁금증이 생긴다. 그렇다면 진한인의 이주 이전에는 어떤 말을 썼다는 건가.

 

이 대목에서 원로 고고학자 김병모 한양대 명예교수는 인도를 중심으로 한 남방 문화의 영향을 거론한다. 즉 인도 아유타국의 공주 허황옥이 한반도로 이주했듯이 벼농사와 난생신화, 그리고 고인돌 문화 등도 바로 인도-중국(동남아)-한반도로 건너왔다는 것이다. 그러고 보니 한국어와 비슷한 드라비다어 가운데 쌀, 벼, 밥 등 농사와 연관된 단어가 눈에 띈다. 원래 유목민들이었던 진한인들이 남방의 벼농사 기술자들 영향을 받아 농경인이 됐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특히 한반도를 포함, 동북아 청동기 문화의 전유물로만 여겨졌던 고인돌이 인도에도 많다는 점을 꼽았다. 한국을 방문한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허황옥, 혜초, 타고르 등을 거론하면서 한국과의 인연을 연일 강조했다. 혜초 스님이 순례했던 베나레스(바라나시)가 자신의 선거구라는 점도 언급했다. 단순한 외교적인 수사가 아닌 것은 틀림없다. 2000년보다 훨씬 이전부터 뭔가 친연관계를 맺었다는 방증이 많으니까 말이다.

 

 

■ 그 밖의 칼럼 읽기

 

[한겨레신문 칼럼-왜냐면/허찬란(신부·천주교제주교구 가정사목위원장)-20150521수] ‘부부 사랑’ 위한 매일 15초 운동

 

5월21일은 부부의 날이다. 가정의 달을 뜻하는 5월의 5, 둘이 아니라 하나를 뜻하는 2와 1을 합쳐서 나온 수가 21, 곧 5월 21일이 부부의 날이다. 필자는 부부의 날 강연 준비를 하다 번개처럼 한 가지 생각을 떠올렸다. 남편과 아내가 하루에 15초만 투자하면 15년 아니 그 이상을 행복하게 살 수 있겠는데 하고 짜낸 것이다.

 

하 루 중, 입을 맞춘다. 눈을 맞춘다. 숨 고르기를 한다. 포옹한다. 기도한다. 금실 좋은 부부 사이에도 시간이 지날수록 애정 행위가 줄어든다. 그런 상태가 지속되면 상대의 몸에 무디어지게 된다. 하지만 1초의 볼 키스로도 번개처럼 연애 시절로 돌아갈 수 있다. 침묵도 대화라고 한다. 사랑하는 사람이 곁에 있으면 몸이 닿지 않아도 심장이 뛰고 좋은 기운이 상승한다. 말로 하는 대화만큼 감정을 나누는 대화도 소중하다. 단 2초 동안의 눈 맞춤이 하루 중 어느 순간에 발생한다면 아름다운 관광지를 매일 보는 것과 같다.

부부는 정으로 산다는 말이 있다. 남편은 힘들 때 아내를 생각하며 “내가 이 사람과도 사는데 세상에 못할 일이 어딨겠나” 하고, 아내는 “내가 이것도 사람 만들었는데 세상에 못할 일이 어딨겠나!” 하는 우스갯소리가 생각난다. 아무리 화가 나도 딱 3초만 숨을 고르자. 우주의 소리와 심장의 소리는 같다. 그래서 가장 아름다운 운율은 아기 심장 박동 소리이다. 부부가 서로의 심장을 맞대고 그 뛰는 소리를 느낄 때 부부는 삶과 생명의 경이로움, 우주 속으로 들어간다.

 

“우리 만남은 우연이 아니라 바람이었어”라는 가사가 있듯이 부부의 만남은 바람, 운명, 곧 신비다. 신비를 풀어가는 길은 딱 하나, 바로 기도다. 내가 종교를 가지고 있든 아니든, 나의 남편, 아내, 자녀를 위해 5초만 기도하자. 지켜주시라고 청하자.

 

일 초라도 입을 맞추자. 이 초라도 눈을 마주치자. 삼 초라도 숨 고르기를 하자(소리 지르기 전에 ①초 ②초 ③초). 사 초라도 포옹하자. 오 초라도 기도하자. 모든 부부가 15초만 쏟아부으면 매일 금슬 좋은 부부로 새로 태어나리라 믿는다.

 

 

[서울신문 칼럼-씨줄날줄/문소영(논설위원)-20150521목] 오바마의 @POTUS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에 대한 두 가지 보도로 어제 한국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뜨거웠다. 첫 번째 화제는 오바마 대통령이 18일 자신의 계정(@POTUS)을 만들어 트위터를 시작했다는 보도였다. 그는 “안녕 트위터! 저 진짜 버락입니다. 6년 만에 드디어 대통령 계정을 받았네요”라며 첫 트윗을 날렸다.

 

@POTUS는 President of the United States(미국 대통령)의 약자이다. 엄밀하게 말하면 오바마 개인이라기보다는, 미국 대통령의 개인 계정으로 백악관을 떠날 때 남겨 두고 가야 한다. ‘트친’(트위터 친구)이 된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은 오바마 대통령의 트위터에 “@POTUS 아이디를 백악관에 남겨 두고 가느냐”는 질문을 던졌고 오바마 대통령은 “좋은 질문, 핸들은 백악관이 쥐고 있다”고 답변했다. 계정이 만들어지자 영부인인 미셸 오바마를 비롯해 각 부처 장관과 백악관 참모들, 일반인들의 팔로가 잇따르면서 150만명을 훌쩍 넘어섰다.

 

두 번째 화제는 미국의 네트워크 TV채널인 ABC가 유튜브에 올린 동영상이다. ‘오바마 대통령이 유일하게 우산을 들었을 때 무슨 일이 일어나는가’라는 제목의 동영상인데, 비가 억수로 쏟아지는 가운데 직접 우산을 쓰면서 헬기에서 내린 오바마 대통령이 두 번째 출구 앞에서 백악관 수석보좌관과 부비서실장이 내려오길 기다렸다가 함께 우산을 쓰고 건물로 들어가는 모습이다. 손에 접이식 우산을 든 백악관 부비서실장은 대통령의 우산에 들어갈까 말까 잠시 망설이는 듯했지만 사이 좋은 모습을 연출했다. 대통령이 직접 우산을 들고 자신들의 스태프를 기다린 게 카메라를 의식한 ‘연출’ 장면이라고 해도 훈훈하고 보기 좋았다. 물론 박근혜 대통령도 지난 4월 콜롬비아 방문 때 직접 우산을 들긴 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허름한 차림의 청소부와도 서로 주먹치기하며 경쾌하게 인사한다. 지난 4월 말 백악관 출입기자들의 만찬에서는 ‘분노의 통역사 루터’라는 코미디언에게 자신의 속마음을 코믹하게 전달하게 하는 등 다양하게 의사소통했다. 지난 12일 조지타운대에서 열린 빈곤 극복을 위한 토론회에는 패널로 참석해 정부 정책을 홍보하기도 했다. 첫 발언을 대통령에게 주는 예의를 지켰을 뿐 사회자는 “대통령의 발언을 막고 토론해도 좋다”고 했다. 이 대목에서 ‘친미 사대주의자’냐고 묻는다면, 좋은 것은 수입해서 써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할 수밖에 없다.

 

대통령제가 제왕적이니 어쩌느니 하지만, 대통령제의 원조는 미국이 아닌가.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이리저리 지시만 하고, 여당 소속 의원들조차도 설득하지 못한 채 정무수석을 사퇴하도록 해 정국을 경색시켜야 하는지 알 수가 없다. 국회의원 시절에는 SNS로 다양한 소통을 하더니 요즘 페이스북의 공식 계정도 지난 2월 18일 설날 이후로 게시물이 없다.

 

 

[중앙일보 칼럼-분수대/엄을순(문화미래이프 대표)-20150521목] 본사 방침이 그렇다니 할 말은 없지만 …

 

지난 화요일. 액정이 깨져버린 휴대전화를 손에 꼭 쥐고 폭우 속에서 30분 이상을 헤맸다. AS센터가 무슨 빌딩 2층이라 했는데. 건물 이름을 물으니 지나는 사람마다 모른단다. 한참이나 기다린 전화 연결 끝에 모 통신사 대리점 2층인 걸 알았다. 비를 흠뻑 맞은 채 들어간 센터에는 남자 서너 명이 일을 하고 있었다. 전화 통화가 지연된 이유를 알 것도 같다.

 

  번호표를 뽑고 한참을 기다려 상담사와 마주했다. ‘기술자가 체크해서 18만원에 액정만을 고치거나 41만원 받고 기계를 고치거나(사실 고치는 게 아니라 대체폰을 준다)’를 정한단다. 2개월 전 비싼 돈을 주고 샀지만 41만원 주고 고칠 바엔 차라리 버리고 싶었다. ‘41만원 들면 고치지 마세요.’ 그러나 내겐 선택권이 없단다. ‘일단 맡기면 액정 바꾸고 그래도 안 되면 주인에게 묻지 않고 무조건 고칩니다.’

 

 ‘무슨 그런 황당한 방식이…. 기계고장이라면 그냥 두세요.’

 

 ‘본사 방침이니 안 됩니다. 불만 센터에 연락하세요.’

 

  거기다가 41만원을 먼저 지불하란다. ‘헐’ 결국 화를 내고 나와서 ‘발레파킹비’ 3000원만 내고 운전석에 앉았다. 비 때문에 앞은 안 보이고. 전화기는 망가져도 할부금은 계속 내야 하고. 운 좋으면 18만원, 운 나쁘면 41만원에 비싼 전화기를 건져? 어쨌든 41만원에 그런 전화기는 못 산다. 다시 차 맡기고 수리점에 들어가 번호표 뽑고 상담하고 41만원 내고 ‘발레파킹비’ 또 주고 나왔다(대리 주차만 가능했다). 열흘 안에 연락한다니 지금은 그들 처분만을 기다리는 중이다.

 

 시원한 빗소리 덕분에 화는 곧바로 누그러들었다. 괜히 상담사에게 화를 냈나. 본사의 방침이 아무리 비합리적이어도 상담사와는 사실 무관한데 말이다. 불쾌함의 본질을 잊었던 게다.

 

  한국에서 물건을 팔면서 정작 한국 소비자의 정서는 전혀 고려하지 않은 일방적인 그 회사 방침. 정말 맘에 안 든다. 그런 줄도 모르고 유명 카드사, 통신사와 제휴해 이래저래 보조금 주며 연결시켜줘 엉겁결에 산 내 잘못인가. 외국에서 물건을 팔려면 적어도 현지 소비자 특성을 배려하고 그들의 기호에 맞춰주는 것이 기본일 것 같은데…. 전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그 회사 방침이 그렇다니 할 말은 없지만 우리랑 맞지 않는 그런 낯선 방식의 AS는 먹다 만 사과처럼 흉한 상처를 내 마음에 남겼다.

 

 그래도 건진 건 있다. 화날 땐 잠시 머리를 식혀라. 좋은 교훈 하나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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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늙은최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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