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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자료는 교육용으로 쓰기 위해 올리는 자료로 상업적 목적은 없으며 선정된 사설의 정치적 성향은 블로그 운영성향과 무관합니다.



주요신문사설



[이데일리]

1. 청와대 인사추천위 가동에 거는 기대

청와대 인사추천위원회가 새 정부의 인사 난맥상을 타개할 구원투수로 나섰다. 노무현 정부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때 운영했다가 이번에 부활된 인사추천위는 비서실장이 위원장이고 정책실장과 인사·정무·민정수석 등이 참석한다. 어제 첫 회의에서 공공기관장 등의 인선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직후 지역과 여성 등을 배려한 참신한 인사로 큰 박수를 받았다. 국회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후보자들의 흠결이 잇따라 드러나면서 초대 조각에 애를 먹자 “대통령과 야당이 인사에 관한 생각이 다를 수 있다”며 정치권과 각을 세운 것도 인사에 대한 자신감이 밑바탕에 깔려 있다고 봐야 할 게다.

문 대통령은 그러나 ‘검찰 개혁의 기수’로 내세운 안경환 법무부장관 후보자가 낙마하자 “국민과 국회의 지적을 아프게 받아들인다”며 한 발짝 물러나 청와대 내부의 인사검증 체제로 눈길을 돌렸다. 새 정부가 헌정 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에 따른 보궐선거로 탄생하는 바람에 대통령직인수위원회도 꾸리지 못한 채 조각을 서두를 수밖에 없었던 게 부실 검증의 한 요인이라는 지적에 일리가 없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정부 출범 한 달 반이 지난 시점에도 똑같은 변명만 되풀이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인사추천위의 ‘송곳 검증’에 기대를 거는 것도 그래서다. 내각은 법무부, 보건복지부, 산업통상부 등 세 부처만 빼고 그럭저럭 마무리됐다지만 장관급인 금융위원장과 방송통신위원장이나 검찰총장 등이 남아 있다. 중요도는 이들보다 다소 떨어질지 모르나 공공기관장 발탁도 정부의 성공 여부에 직결되는 만큼 “더 이상의 검증 실패는 없다”는 각오가 절실하다.

정부산하 공공기관은 모두 332개로 기관장, 감사, 임원이 2000명을 넘고, 지방공기업과 유관단체까지 포함하면 대통령이 직간접적으로 관여하는 인사 수요는 어마어마하다. 이들 가운데 박근혜 정부의 ‘낙하산’이 교체 1순위로 몇몇 기관장은 이미 사표를 냈다. 다만 전 정권에서 임명됐다는 이유만으로 유능한 인사들까지 무차별로 직위를 박탈하고 대선캠프 인사들의 논공행상 잔치로 변질시켜선 곤란하다. 인사추천위가 나라를 살릴 인재들을 가려내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서울신문]

2. '웜비어 사망'…北 억류 국민 6명도 속히 송환을

북한에 붙잡혀 있다가 17개월 만에 혼수상태로 석방됐던 미국인 대학생 오토 웜비어가 어제 새벽 끝내 사망했다. 지난 13일 북한에서 송환된 지 엿새 만이다. 미국인이 북한 억류로 인해 사망에 이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국가 간에 있을 수 없는 일이 현실화한 셈이다.

무엇보다 북·미 관계가 더 나빠져 한·미 정상회담에 어떤 악영향을 미치지나 않을지 걱정스럽다. 당장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즉각 성명을 내고 북한을 ‘잔혹한 정권’이라고 규정지었다. 미국 의회는 “웜비어가 북한 정권에 살해당했다”고 했고,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은 “웜비어 사망에 북한의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북한에 대한 추가 제재를 암시하는 대목이다. 문재인 대통령도 유족에게 “북한이 인류보편적 규범과 가치인 인권을 존중하지 않는 것은 대단히 개탄스럽다”는 내용의 조전을 보냈다.

웜비어는 지난해 1월 평양 여행을 갔다가 한 호텔에서 북한 선전물을 훔쳤다는 혐의로 체포된 뒤 뇌 손상으로 오랫동안 혼수상태를 이어 온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의료진은 “북한이 주장한 식중독 증상은 전혀 없었으며 광범위하고 심각한 뇌 손상으로 전혀 반응하지 못하는 상태”라고 진단한 바 있다. 유족들은 “북한 당국의 끔찍한 고문과 학대로 사망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뉴욕타임스는 미국 정부가 웜비어가 북한에서 반복적으로 구타를 당했다는 정보를 입수했다고 보도했다. 유족 측 주장처럼 고문과 학대가 있었는지는 불분명하다. 백번을 양보해 북한 측 주장이 맞다 치더라도 1년 이상 혼수상태로 방치된 데 따른 책임은 명확하게 그들에게 있다. 하물며 구타에 의한 사망이란 증거가 나오는 상황이 아닌가. 북한은 반인권적 행태에 대해 유가족과 국제사회에 정직하고 진정성 있게 사과해야 한다. 사인 규명에 적극 협조하고 20대 청년의 죽음을 책임지기 바란다.

국제사회는 멀쩡한 외국인을 불법으로 억류하고 식물인간으로 만들어 죽음에 이르기까지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는지 진상 규명에 나서야 한다. 우리가 이 사건을 심각하게 보는 이유는 북한에는 현재 우리 국민 6명이 억류돼 있다는 사실 때문이다.



이들이 현재 어떤 상황에 놓여 있는지 알 길도 없고 우리 정부가 이들의 송환을 위해 어떤 조치를 지속적으로 취하고 있는지도 궁금하다. 웜비어의 사망 사건을 보더라도 더이상 손놓고 있어서는 안 될 일이다. 인도적인 차원에서 북한과 우리 국민 억류 문제만이라도 협상을 벌여 송환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조선일보]

3. 美·北은 위험, 韓·美는 불안 속 열리는 文·트럼프 회담

문재인 대통령이 20일(현지 시각) 방영된 미 CBS 인터뷰에서 북의 핵·미사일과 관련 "북이 비합리적 체제라는 인식을 갖고 있어야 한다"면서도 "그런 나라를 상대로 우리는 북핵의 완전한 해체라는 목표를 달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전제조건 없는 대화를 하자는 것이냐'는 질문에 "그런 언급을 한 적이 없다. 대화를 위한 대화는 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 이어 "먼저 북핵 및 미사일을 동결하게 만들고 둘째 단계로 완전한 핵 폐기를 이뤄야 한다"고 했다.

이날 인터뷰는 문 대통령 취임 이후 첫 미국 언론 인터뷰였다. 8일 앞으로 다가온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과 미국 국민에게 하고 싶은 얘기를 전한 것이다. 북핵을 먼저 '동결'시킨 뒤 종국적으로 '폐기'에 이르게 하는 것은 상식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수순이다. 그러나 북이 핵을 없앤다는 어떤 보장도 없는 상황에서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를 중단하는 것만으로 대화를 시작하는 것은 지난 20여년 동안 북에 속아온 전철을 밟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도 준다. 북은 앞으로 대화하면서 석유와 식량을 얻고 뒤에서는 핵과 미사일 능력을 증강시켜왔다.

지금 미국에선 핵·미사일 동결에 대한 대가로 한·미 군사훈련을 축소할 수 있다는 문정인 대통령 외교안보 특보 발언으로 문 대통령에 대한 의구심이 더 커진 상황이다. 일본 아사히 신문은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의 사드 배치 연기에 대해 "한국은 은혜를 모른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사실이라면 심각한 일이다.

문 대통령은 인터뷰에서 북 선제공격에 반대하느냐는 질문에 "북핵이 미국에는 미래 위협이지만 우리에게는 삶과 죽음의 문제"라며 "선제공격은 위협이 더 시급해진 상황에서 추후 논의 가능하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도 그런 얘기를 하게 될 것이라는 말도 했다. 무조건적 대화론자는 아니라는 것을 강조하기 위한 발언이라고 해도 한국 대통령이 이런 말을 한 것은 거의 처음이다. 그 의미는 작지 않다.

웜비어 사망 이후 미국 내에서는 '응징' '타격' 같은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틸러슨 국무장관은 "반드시 책임을 묻겠다"고 했다. 미국은 이날 전략 무기들을 한반도 주변으로 이동시키며 이를 공개했다. 웜비어 사망과 함께 문 특보 발언에 대한 반응일 가능성이 있다. 미·북 사이는 위험하고 한·미 사이는 불안하다. 이런 상황에서 문 대통령의 방미(訪美)가 어떤 결과를 낳을지 낙관할 수 없다. 이번 정상회담은 새 정부만이 아니라 우리 미래에 큰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중앙일보]

4. 어이없는 금속노조의 '일자리기금 5000억' 제안

민주노총 전국금속노동조합이 그제 현대·기아차에 5000억원 규모의 '일자리연대기금'을 공동 조성하자고 제안했다. 이 돈을 원·하청업체의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창출,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에 사용하자는 제안이다. 언뜻 비정규직과의 연대 및 소득 불평등 해소를 위해 노조가 커다란 양보를 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사정을 들여다보면 전혀 다르다.

금속노조가 내겠다는 2500억원은 현대차 계열사 17곳의 '통상임금 체불임금 채권'의 일부다. 현대·기아차 노조는 "상여금과 휴가비, 명절 귀향비 등을 통상임금으로 인정해 1인당 4000만원가량을 달라"는 소송을 회사와 하고 있다. 이 소송에서 이겨 돈을 받으면 1인당 300만원가량을 기금에 출연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대차 노조가 낸 소송은 1, 2심 모두 회사 측이 승소했다. 법원은 정기성·일률성·고정성이라는 통상임금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기아차 노조가 낸 소송은 1심 계류 중이다. 결국 받을 가능성이 별로 없는 돈을 내겠다고 한 셈이다. 

그런데도 노조가 '일자리기금'을 들고 나온 것은 숨은 의도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문재인 정부의 친노동 분위기를 타고 현대·기아차가 사측에 유리한 소송을 포기하고 협상을 하게끔 분위기를 잡고 있다는 얘기다. 금속노조가 추진 중인 현대·기아차 공동교섭을 비롯해 산적한 노사 현안의 주도권을 쥐고 정규직 노조가 비정규직에 우호적이지 않다는 세간의 인식을 바꾸기 위한 포석이라는 시각도 있다.

노동시간 단축과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은 우리 사회의 시급한 과제다. 문재인 정부는 이를 위해 기업은 물론 민주노총 등 대기업 노조의 희생과 양보를 요구하고 있다. 그런데 금속노조는 이런 분위기를 틈타 교묘한 여론전을 펼쳐 '밥그릇 챙기기'를 하고 있다. 이런 방식으론 노사 간의 신뢰 구축과 사회적 대타협이 어렵다. 약자에 대한 공감과 연대라는 노조의 존립 가치만 빛을 잃어갈 뿐이다.



[세계일보]

5. 대북 유화·강경 '한·미 엇박자' 우려스럽다

북한에 17개월간 억류됐다가 식물인간 상태로 송환된 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가 어제 사망했다. 고향에 돌아온 지 엿새 만이다. 웜비어의 유족은 성명을 통해 “북한의 끔찍한 고문과 같은 학대 때문”이라고 했다. 북한의 억류로 인한 미국인 사망은 이번이 사실상 처음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은 다시 한 번 북한 정권의 잔혹성을 규탄한다”고 분노했고,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은 “반드시 북한에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했다.

북한은 웜비어가 지난해 3월 재판 직후 식중독 증세를 보이다가 수면제를 복용한 뒤 혼수상태에 빠졌다고 주장했다. 반면 미국 의료진은 웜비어의 뇌 조직 손상이 발견됐지만 식중독 증거는 찾지 못했다고 반박했다. 북한은 웜비어에게 체제전복 혐의를 씌워 15년 노동교화형을 선고한 뒤 어떤 만행을 저질렀는지를 밝히고 유족과 국제사회에 사죄해야 할 것이다.

북한의 인권 침해는 도를 넘어섰다. 외국인을 인질 삼아 대화·협상 카드로 쓰는 악행을 더 이상 방치해선 안 된다. 미국 정부는 앞으로 대북정책을 수립할 때 국내 여론을 감안해 북한 인권문제를 적극 제기할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웜비어의 유족에게 조전을 보냈고, 미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선 “북한이 인류의 보편적 규범과 가치인 인권을 존중하지 않는 것은 대단히 개탄스럽다”고 했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북한은 아직 우리 국민과 미국 시민을 억류하고 있는데 속히 이들을 가족에게 돌려보내야 하며, 정부는 이를 위한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우리 정부가 웜비어 사건을 계기로 북한에 억류 중인 우리 국민의 안전에 뒤늦게 관심을 표명한 것은 심히 유감스럽다.

웜비어 사건은 미국의 대북정책에도 상당한 영향을 줄 것이 확실시된다. 조만간 북한 여행 금지 등을 포함한 추가 조치를 취할 것으로 예상된다. 오늘 미·중 외교안보대화에서도 북한 문제를 최우선 의제로 삼는다는 방침이다. 미 국무부는 중국에 대해 대북제재를 지금보다 강화하라는 요구를 직접 전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우려스러운 점은 우리 정부의 대북정책이 미국과 엇박자를 내고 있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6·15 남북공동선언 기념식에서 “북한이 핵·미사일 추가 도발을 중단하면 조건 없이 대화하겠다”고 밝혔다. 조명균 통일부 장관 후보자는 지명되자마자 개성공단 재개 의지를 나타냈다. 여권 일각에선 “왜 미국과 우리가 다른 이야기를 하면 안 되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소리까지 나온다.



29∼30일 워싱턴에서 열리는 한·미 정상회담에서 양국 간 대북정책 조율작업은 쉽지 않은 과제가 될 것이다. 한·미 균열을 막기 위한 외교당국의 치밀한 대처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6. 외고·자사고 폐지 여부, 공론화 이후 판단하라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어제 “현행 고교 체제가 특목고, 자사고, 일반고로 수직 서열화돼 있다”며 외고·자사고의 일반고 전환 방침을 밝혔다. 이재정 경기도교육감에 이은 외고·자사고 폐지 제2탄이다. 조 교육감은 외고·자사고 폐지 시에 교육부 동의를 받도록 한 관련법의 개정을 정부에 촉구했다. 외고·자사고 폐지는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인 데다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까지 적극 추진 의사를 밝힌 상황이다. 진보성향 교육감을 중심으로 교육부 지침이 나오는 대로 시행에 들어갈 것으로 관측된다.

외고·자사고와 학부모들의 반발이 심상치 않다. 그제는 민족사관고·상산고·포항제철고·광양제철고·현대청운고 5개 학교가 공동으로 반대 성명을 발표했다. 조 교육감과의 면담을 거절당한 자사고학부모연합은 오는 26일 서울 보신각에서 대규모 반대시위를 벌이기로 했다. 전국자사고교장협의회도 조만간 반대 성명을 내고 집단행동에 나선다고 한다.

진보 측 인사들은 외고·자사고로 우수한 학생이 쏠리면서 학교 간 서열화가 심화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입시 위주의 교육을 조장하고 일반고 교육의 질을 떨어뜨린다는 것이다. 외고·자사고가 다양한 교육과정 마련이라는 도입 취지와 달리 명문대 진학의 통로로 전락한 건 사실이다.



하지만 학부모들이 일반고보다 3배 이상 비싼 경제적 부담에 내신 등급의 불리함을 감수하고서 자녀를 외고·자사고에 보내는 이유가 무엇이겠는가. 면학 분위기가 좋은 곳에서 양질의 교육을 받도록 하겠다는 뜻이다. 자녀를 외고·자사고에 진학시킨 조 교육감을 비롯한 진보 인사들이 더 잘 알 것이다. 교육의 질을 높일 생각은 하지 않고 외고·자사고 폐지만 밀어붙인다면 교육의 하향평준화는 불 보듯 자명하다.

조령모개식으로 교육정책이 바뀌면 그 피해는 결국 학생과 학부모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걸린 교육정책을 추진하면서 공청회 개최는 고사하고 학부모 면담까지 거부한 것은 불통의 극치다. 전임 정권의 사드 배치 과정에서 공론화가 생략됐다고 문제 삼은 문재인정부가 아닌가. 외고·자사고 폐지 여부는 임기 5년의 정권이 아니라 교육의 백년대계 차원에서 신중히 다뤄질 사안이다.



[매일신문]

7. 원해연 입지, 정치 논리로 결정하면 안된다

문재인 대통령은 19일 고리원전 1호기 영구정지 선포식에서 “선진국의 80% 수준인 원전 해체 기술력 확보에 필요한 연구소를 설립하고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고 했다. 지난해 박근혜정부가 원자력해체기술종합연구센터(이하 원해연) 설립을 보류해 지역민을 실망시켰지만, 문 대통령은 설립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원해연 유치를 놓고 지방자치단체 간 경쟁이 불가피해졌지만, 정부가 정치 논리로 건립지역을 결정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적지 않다.



원해연 유치 경쟁에 뛰어든 지자체는 경북 경주시, 부산시 기장군, 울산시 울주군 등 3곳이다. 경주시는 월성`울진 등 경북의 12기 원전을 대표해 유치를 희망하고 있기에 당위성과 조건 면에서 앞선다. 부산시 기장군과 울산시 울주군은 고리발전소가 자리 잡은 지역이기에, 고리 1호기의 가동 중단을 명분 삼아 유치 운동에 적극적이다.



경북도는 유치 명분으로 현재 가동 중인 24기의 원전 가운데 절반을 운영하고 있고,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시설도 운영하는 점을 들고 있다. 거기다 노후 원전인 월성 1호기가 올해 내 가동 중단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고, 중수로와 경수로 등 국내 원전의 모든 타입을 운영하는 현실을 감안할 때 원해연의 적지라는 논리를 펴고 있다.



그렇지만, 원해연 입지는 여건과 당위성보다는, 정치 논리나 정권의 입맛에 맞춰 결정될 수도 있어 걱정스러운 측면이 있다. 고리 1호기가 맨 먼저 해체한다고 해서 입지 결정에 이런 이유를 앞세우면 명백하게 편파적인 논리다. 단순하게 고리 1호기를 뜯는다고 폐로를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사용후 핵연료 처리장, 고준위방폐장 설치 등과 연계해야 완전한 폐로가 된다.



정부가 장기적인 원전 정책과 제도를 마련하는 연장선에서 원해연 입지를 결정해야지, 원해연만 떼내 특정지역에 던져주는 것은 범죄행위나 다를 바 없다. 원해연은 경제적 파급효과로 인해 지자체 간 경쟁이 치열해지겠지만, 정부가 중심을 잡고 신중하게 판단해야 할 사안이다. 다시 강조하지만, 원해연 문제는 국가 미래를 고려해야지, 정치나 지역이기주의에 편승할 사안이 절대 아니다.



8. 대구 하·폐수처리장 지하화, 민자유치 추진 신중해야

대구시가 역내에 분산돼 있는 하`폐수처리장 4곳을 한데 모아 지하시설로 건설하는 것을 추진한다고 한다. 기존의 하`폐수처리장 부지를 공원`체육시설 등으로 꾸며 시민에게 돌려주고 도시 미관도 개선하는 등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것이다. 시의 구상과 사업 취지는 긍정적이라고 평가할 만하지만 논란이 없는 것은 아니다. 시가 민간 자본을 끌어들이는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기 때문이다.



대구에는 달서천`북부하수처리장과 염색산업단지 1`2 폐수처리장 등 4곳의 하`폐수처리장이 있는데, 지어진 지 20~37년이 경과하면서 시설 노후화에 따른 여러 문제가 발생하는 데다 악취 등 이유로 재건설 또는 이전하라는 요구가 꾸준히 제기돼 왔다. 그런 가운데 권영진 대구시장은 19일 열린 대구시의회 정례회의 시정 답변을 통해 4곳의 하`폐수처리장을 통합해 지하로 넣고 처리장이 있던 부지를 시민공원 및 체육시설로 조성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폐수처리시설의 지하화에 국내 성공 사례가 있기에 사업이 잘만 추진되면 그 혜택은 시민들에게 돌아갈 수 있다. 그러나 관건은 누가 비용을 부담할 것인가다. 총 사업비가 5천억~6천억원에 이른다는데 시는 재정 형편이 어렵다는 이유로 민자사업 우선 추진을 검토하고 있다.



민자를 끌어들이겠다는 시의 복안은 하`폐수처리시설 민영화와 사실상 동의어이다. 주요 공공재인 하`폐수처리시설의 관리를 민간에게 넘김으로써 오`폐수처리 요금은 인상 압력에 직면할 것이 뻔하다. 시는 민간 투자자와의 운영권 협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다고 장담하고 있지만, 지방자치단체가 민간 투자자의 이익에 끌려다니는 전례가 비일비재하다는 점에서 액면 그대로 믿을 수 없다.



안 그래도 민간 자본을 끌어들여 사회간접자본을 확충했다가 혈세는 혈세대로 쏟아붓고 요금도 올라가는 전철을 대구는 이미 여러 차례 밟은 바 있다. 옛말에 외상이라면 소도 잡아먹는다고 했는데, 대구시의 구상이 그 짝이 아닌가 우려스럽다. 대구시 하`폐수처리장의 민간 자본 유치는 안일한 발상이기에 마땅히 재고돼야 한다.



[매일경제]

9. 강경화 외교장관 임명이 국회를 올스톱 시킬 명분은 안된다

문재인 대통령이 강경화 외교부 장관에게 지난 18일 임명장을 수여한 이후 국회가 다시 파행하고 있다. 자유한국당·국민의당·바른정당 등 야권 3당이 일제히 '협치 파괴'라고 반발하면서 19일 국회 모든 상임위원회가 공전했다. 20일에도 국회 운영위원회가 열렸지만 부실 인사검증이나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 출석 여부를 놓고 여야 간 입씨름만 벌어졌으니 답답할 뿐이다. 

문재인정부가 출범한 후 40여 일이 지났는데도 아직 임명된 장관은 5명에 불과하다.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 조대엽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 등 9명은 국회 인사청문회를 기다리고 있는데 청문회 일정마저 조율되지 못하고 있다. 또 인사청문회를 마친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는 야당 의원들의 항의성 불참으로 세 차례나 경과보고서 채택이 미뤄지고 있다. 6월 국회가 27일이면 마감되는데 인사청문회뿐 아니라 일자리 추가경정예산안, 정부조직법 등 현안이 산적해 있으니 걱정이다. 

국회 인사청문회 제도가 2000년 도입돼 2005년 국무위원으로 청문 대상을 넓힌 이후 매번 국회 파행의 빌미가 되고 있는 것은 '모 아니면 도'라는 식의 여야 태도 탓이다. 여당은 국민의 공분을 일으킬 정도가 아니라면 '통과의례' 정도로 생각하고 야당은 자신들이 반대하는데도 임명하면 '국회 무시'라며 자존심 몽니를 부린다. 이번에도 '인사청문회는 참고용'이라며 청와대 관계자가 자극하고 야당은 '국회 보이콧'으로 맞대응하니 과거에 비해 나아진 것이 하나도 없다. 

더군다나 더불어민주당은 일자리 추경안을 21일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 단독 상정하는 방안까지 만지작거리고 있다. 이번 추경이 국가재정법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반대해온 자유한국당은 '6월 국회는 물론이고 7월·8월 국회가 열려도 동의할 수 없다'는 태도이니 협치는 물 건너 가는 분위기다. 그 어떤 명분이든 여야는 인사청문회, 추경, 민생법안을 분리해서 다뤄야 한다. 추경도 막무가내로 거부할 사안이 아니다. 공무원 증원 규모나 가뭄예산 등을 꼼꼼히 따져 더 효율적인 예산 편성·집행이 이뤄지도록 하는 데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



[연합뉴스]

10. 최저임금 등 협력 다짐한 국정위와 중기업계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을 중소기업계와 협력해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개호 국정위 경제2분과위원장은 20일 중기업계 간담회에서 "중소기업이 튼튼해야 나라가 부강해지고 대한민국의 미래가 있다는 것이 문재인 대통령의 생각"이라면서 "최저임금과 근로시간 단축 문제를 중소기업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협력해서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중기업계는 그동안 문 대통령 공약사항인 최저임금 1만 원으로 인상과 주당 최대 근로시간 68→52시간 단축에 반대하는 입장을 보였다. 중기업계가 떠안게 될 부담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중기업계는 지난 8일 국정위 사회분과위 간담회에서도 이 문제에 대한 반대 의견을 쏟아냈다. 물론 이 분과위원장의 발언이 중기업계 의견을 어느 정도까지 수용하겠다는 것인지는 불확실하다. 하지만 중기업계와 협력해 대타협을 끌어내겠다는 뜻을 밝힌 것 같아 일단 기대할 만하다.

중기중앙회는 간담회에서 다양한 정책을 정부에 건의했다. 신설된 중소벤처기업부 기능 강화, 생계형 적합업종 법제화, 국책은행의 중소기업 전담 은행화, 대기업의 기술탈취 근절, 중기 일자리 창출 지원 등 10개 과제가 핵심이다. 박성택 중기중앙회장은 "중소벤처기업부가 효율적으로 운영되려면 코트라, 신용보증기금 등 타 부처 산하기관과의 기능조정, 업무이관을 확대해야 한다"면서 "그러려면 강력한 리더십을 가진 장관이 중소벤처기업부를 맡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근로시간 단축은 4단계로 늦춰 시행하고, 최저임금도 단계적으로 올리면서 보완책을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박 회장은 "건의 사항들이 받아들여지면 고용창출과 소득주도 성장을 시대적 소명으로 받아들이고 최선을 다해 경제의 한 축을 담당하겠다"고 약속했다. 이 분과위원장은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으로 강력한 리더십을 가진 분이 올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화답했다.

최저임금 인상 등을 놓고 이견을 보였던 국정위와 중기업계가 협력의 모양새를 갖춘 것은 다행스럽다. 국정위가 중기업계의 고충을 충실히 듣기로 한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물론 중기업계 건의 사항들이 모두 정책으로 이어지기는 어려울 것이다. 추진 과정에서 상당한 진통을 겪을 수도 있다. 하지만 대화와 양보로 합리적인 절충점을 찾아가면 모든 일이 원만하게 풀릴 수도 있다. 중기업계 건의 중 정치권이 귀담아들어야 할 대목이 있다.



업계를 대변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의 공백 문제다. 정부는 중소기업계를 적극 육성하기 위해 기존 중소기업청을 중소벤처기업부로 격상하는 방안을 정부조직개편안에 포함했다. 그런데 장관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 대치로 정부조직법 개편안은 아직 논의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다. 야당은 중소기업계의 어려움을 생각해서 국회 인사청문회와 정부조직개편안을 분리해 대응했으면 한다. 정부조직개편안의 내용에 대해서는 야당도 별다른 반대 의견이 없었다. 그렇다면 이 법안만 먼저 처리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주요신문칼럼



1. [머니투데이][광화문] 치킨 안 좋아하세요?

"치킨을 안 좋아하세요?" 술자리에서 기자가 안주로 나온 치킨을 먹지 않을 때마다 들은 말이다. '국민간식'이라고 불리는 치킨을 거의 안 먹는 게 사람들 눈에는 이상하게 보이나 보다. 한 포털사이트에서 치킨을 좋아하지 않아 친구들로부터 핀잔을 들었다는 청소년의 고민 상담글을 본 적도 있다. 이쯤 되면 치킨은 기호식품이 아닌 생필품이라고 해야 할 것 같다.

그래서일까. '치킨 2만원 시대'에 대한 소비자들의 저항은 거셌고, 결국 공정거래위원회가 칼을 빼들었다. 공정위가 현장 조사에 나서자마자 가격 인상을 주도했던 BBQ는 백기 투항했고, 교촌치킨은 인상 계획을 철회했다. 이 과정에서 이름도 거의 알려지지 않은 한 치킨 프랜차이즈 업체는 선도적으로 가격을 인하해 '착한 기업'이 되기도 했다. 

닭고기를 공급하는 양계업계까지 '치킨값 2만원이 비싸다'고 불매 운동에 나선 것을 보면 최근 치킨값 거품은 너무 심했다. 그런데 다른 한편으로 생각하면 치킨값 거품 문제가 어제 오늘 일도 아니고 커피 등 거품 논란이 인 기호품이 적지 않은데, 치킨 하나에만 다들 거품을 문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기자가 치킨을 좋아하지 않는 것은 군대에서의 쓰라린(?) 경험 때문이다. 기자는 90년대 초 대한민국에서 편한 부대로 알려진 곳에 입대했는데 소위 말하는 빽이 없어서인지, 빽에 밀려서인지 당시에는 사병들이 가기 싫어하는 장교식당에서 근무했다. 닭백숙, 닭계장, 닭볶음탕 등 닭과 관련된 요리를 많이 했는데, 장교식당은 닭요리를 하면 많은 돈을 벌었다. 사병용으로 배정된 냉동닭을 몰래 장교식당으로 갖고와 요리를 했기 때문에 원가는 사실상 제로였다.



닭 냄새가 지겹기도 했지만 닭요리를 할 때마다 흐뭇한 표정을 짓던 주임상사의 모습은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다. 당시 군대에서 닭은 간부들의 뒷주머니를 챙기는 도구였던 것이다. 지금은 시대가 바뀌어서 군대에서 더 이상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을 거라고 믿고 싶다. 

하지만 닭요리의 원가 논란은 그 때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다. 우리나라에서 닭으로 떼돈을 번 사람들이 많기 때문일 것이다. 단적인 예로 호식이 두마리치킨의 최호식 회장은 치킨을 팔아 서울 강남에 빌딩까지 샀다. 그는 치킨 하나로 벼락부자가 됐지만 성추행 혐의로 온갖 손가락질을 받고 있다. 

많은 버블 얘기를 하지만 실생활에서 우리가 치킨 버블에 빠진 건 아닐까 싶다. 유명 아이돌을 내세운 치킨 광고가 오늘도 여전히 TV화면을 장식하고 한 드라마에서 톱스타 여배우가 말한 "비오는 날엔 '치맥'이 최고"라는 대사를 여전히 우리가 따라 한다는 생각에서다. 치맥이 마치 한류의 아이콘인 것처럼 자랑했지만 미국에 진출한 우리나라 치킨 업체들은 하나같이 실패했다. 

이제는 치킨 버블을 인식해야 할 때라고 생각된다. 치킨 업계가 자정 노력을 하고 치킨값 거품이 빠질 때까지 치킨을 좀 멀리하고 대체 간식을 찾았으면 한다. 

정부가 치킨 가격에 메스를 들이대는 일도 더는 없었으면 좋겠다. 이번에 공정위가 조사까지 나갈 수 밖에 없는 상황을 일부 치킨 업체가 초래하긴 했지만 정부가 치킨값의 상한선을 정하는 것처럼 비치는 것은 좋지 않다. 프랜차이즈업계의 담합을 막고 을의 눈물을 닦아주겠다는 것은 좋지만 그게 시장 가격 기능까지 무너뜨리는 결과를 낳아서는 안된다. 업계가 주장하는 임대료와 인건비 상승, 배달앱 수수료 등 추가되는 서비스 부담이 있다는 점을 간과한 채 최종 가격만 인위적으로 낮추는 경우 또 다른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2. [서울신문][고전으로 여는 아침] 허위 결혼 신고의 심리학

인류가 고안한 제도 가운데 가장 보수적인 것은 결혼 제도다. 인연이 없던 남녀가 서로 만나 특별한 일이 없는 한 평생 가정을 함께 꾸리는 동반자로 살기를 기대하고 약속하며 실현시키는 이 제도야말로 동물 가운에 가장 독특한 인간의 관습이다. 결혼이 더 없이 신성한 행위인 이유다.

결혼의 관습과 행태는 다른 제도에 비해 가장 변화가 적다. 그만큼 결혼을 대하는 인간들의 의식은 예로부터 내려오는 전통적 결혼 방식에 대해 묵직한 신뢰를 갖고 있고, 그를 통해 안정감을 얻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아니면 결혼 방식에 대한 사회의 암묵적 합의가 개인의 기호를 이유로 거부하거나 일탈할 수 없을 만큼 강력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아무튼 기원전 2500여년 전의 고대 아테네인들의 결혼 관습이나 현대의 결혼 절차와 방식이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 것도 이런 사정들을 입증해 준다. 고대 그리스인들은 여성에게 남성과 동등한 정도의 사회적 위상을 부여하지는 않았지만, 가정 살림을 책임지는 가정 경제의 경영자로 여겼다. 그래서 결혼은 처녀 총각의 결합 그 이상의 의미가 있었으므로 반드시 양가 부모들의 숙고로 결정되었다.

크세노폰의 ‘오이코노미코스’(Oeconomikos)에는 결혼의 의미와 절차에 대한 이런 대화가 나온다. “나는 나 자신을 위해서, 그리고 당신 부모님은 당신을 위해서, 누구를 가정과 자녀의 동반자로 삼아야 좋은지 고려한 것이오. 그래서 나는 당신을 선택한 것이고, 당신의 부모님들도 나를 당신들이 발견할 수 있는 사람 중 최선의 사위로 고른 것으로 생각하오.” 이렇듯 결혼은 당사자는 물론 양가 어른들의 관여와 신중한 선택의 과정으로 이루어졌던 것이다.

고대 아테네에서는 결혼식을 친구들이 함께하는 축제처럼 치렀다. 남편이 아내와 재산을 공유하기도 했고, 이혼을 하게 될 경우 아내가 시집올 때 가져온 지참금을 돌려주어야 했을 만큼 여성에게 경제적 권리도 보장했다. 현대 결혼에 있어서도 맥락은 고대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당사자의 의견이 가장 중요하지만 여전히 부모들의 중요한 관심사이기도 하다.

문재인 정부의 조각 인사 가운데 첫 낙마자가 나왔다. 허위 결혼 신고와 여성 비하 관념이 문제였다. 인생의 반려자를 맞이하는 신성해야 할 결혼이 양가 부모의 허락과 축하는 고사하고 당사자와 합의조차 없이 허위 신고했다가 무효판결 받았다니 충격적이다. 그가 맡으려 했던 직책이 법무부 장관이었다는 점에서 과거의 행적이 국민의 반감을 더 사게 된 듯싶다.



불타는 짝사랑만으로 상대의 의사에 반하는 결혼을 강제하는 것은 폭력적이고 불행한 일이다. 사랑하는 사람을 아름다운 절차와 격식으로 소중하게 맞이하라. 수천년 동안 선남선녀의 결혼이 그래 온 것처럼.



3. [주간경향][칼럼]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보험

일자리 정책과 소득주도 경제성장은 새 정부의 핵심 경제 의제다. 공공부문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고 최저임금 1만원을 2020년까지 달성하겠다는 것이 목표다. 지자체나 자영업자 모두 걱정이 태산같다. 단기적으로는 이들의 염려가 수긍된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대기업 독점이 아니라 공정한 거래와 합리적인 경쟁이 이뤄지는 시장을 만든다면, 정규직 전환이나 최저임금 1만원도 그리 걱정할 일은 아니다.

유명한 일화가 있다. 헨리 포드 2세가 미국 자동차노조위원장 월터 루터와 함께 자동화된 공장을 둘러보는 중이었다. 헨리 포드 2세가 월터 루터에게 “앞으로 이 로봇들에게도 노조회비를 걷을 것이냐”고 물어보았다. 그러자 그는 “사장님은 앞으로 저 로봇들에게도 차를 팔거냐”고 되받아쳤다. 노동자들의 소득이 올라 구매력이 늘어나면 기업에도 도움이 된다. 최저임금 1만원 정책과 기본소득 정책이 함께 동반된다면 사장님들의 염려는 좀 더 빨리 사라질 수 있다. 사회 전체적으로 창의적인 발상이 나올 가능성도 커진다. 그 이유는 빈곤층의 정신적 처리량(mentalbandwidth)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기본소득이 세상을 바꾼다>라는 책에 소개된 내용이다. 엘다 샤퍼 교수와 센딜 멀레이너선 교수는 독특한 실험을 했다. 쇼핑몰에서 고객들에게 설문을 했다. 만일 당신 차가 고장 나서 정비소에 갔는데, 수리공이 다 고치는 데 150달러가 들겠다고 하면 차를 지금 고치겠는가, 아니면 다음에 고치겠는가?



이번에는 수리비용을 1500달러로 늘렸다. 설문조사에 응답한 사람들의 소득수준도 확인했다. 그리고 응답자들이 고민하는 동안 간단한 인지능력 테스트를 시행했다. 테스트 결과를 종합해봤더니 차 수리비로 150달러가 드는 상황에서는 응답자가 고소득자건 저소득자건 테스트 점수에 차이가 별로 없었다.



하지만 1500달러가 드는 상황에서는 저소득층이 고소득층보다 테스트 점수가 낮았다. 저소득층은 수리비가 커지자 생각이 복잡해져 테스트에 집중하기가 힘들었던 것이다. 하지만 고소득층에게는 150달러나 1500달러나 상대적으로 큰 차이가 없어서 여유있게 답할 수 있었던 것이다.

사람도 컴퓨터처럼 너무 많은 정보를 처리하게 되면 과부하가 걸려 제대로 판단하지 못하게 된다. 이게 정신적 처리량이다. 가난한 사람들이 근시안적 해결책에 매달리거나 현명하지 못한 결정을 하는 이유는 우둔하거나 게으르기 때문이 아니다. 열악한 환경이 너무 많은 일상적 고민을 안겨주기 때문에 그들의 정신적 처리량이 한계에 부딪힌다. 가난한 사람들의 정신척 처리량은 언제나 한계치에 달해 있다.



샤퍼와 멀레이너선은 이것을 정신적 처리량에 매겨진 세금이라고 하였다. 가난한 사람일수록 이 세금을 많이 낸다. 인내심을 가지고 미래를 설계하기가 무척 힘든 피곤한 상태에 늘 놓이게 된다. 따라서 실제로 빈곤을 없애려면 사람들의 성격이 아닌 그들의 결핍상태를 해결해야 한다. 최저임금 1만원과 기본소득은 바로 이러한 결핍을 없애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시급하게 삶을 짓누르는 부담에서 벗어나게 되면 정신적 처리량의 부하도 줄어들고 창의적인 생각도 가능하게 된다. 특히 청년층에게는 이러한 마음의 여유와 시간이 무엇보다 소중하다. 그러므로 이들에게 여유와 시간을 제공하는 것은 사회적 투자다. 이들의 창의력과 열정은 4차 산업혁명이 가져올 불확실한 미래에 대비할 수 있는 보험이기 때문이다.



4. [여성신문][기고] 피해자를 위한 기다림

‘왜 이제 와서 그러나요? 정말로 피해를 입었던 거라면 사건이 일어났다고 하는 그때 바로 신고했었을 것 아니에요? 지금에서야 신고한다는 건 이상하지 않나요?’ 성희롱·성폭력 가해자들이 가해사실을 부인하려 할 때 종종 하는 주장이다. 그런데 가해자 아닌 이들도 이와 같이 오해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성희롱·성폭력 사안에 관한 경험이 적은 사람들 중에는 피해를 입었다면 피해자가 그 즉시 또는 직후에 이를 신고하거나 문제제기할 것이라 생각하는 이들이 있다.

사건 발생 즉시 또는 그 직후에 문제를 제기하는 경우도 있지만 그보다 훨씬 늦은 시점에서야 문제제기를 하겠다고 마음을 굳히고 관계기관의 문을 두드리는 경우도 아주 많다. 자신의 피해가 성희롱·성폭력에 해당하는지 미처 확신하지 못해서 고민 끝에 찾아오는 이도 있고, 성희롱·성폭력에 해당하는 줄은 알지만 자신이 피해자임을 차마 받아들이고 싶어 하지 않아서 뒤늦게 찾아오는 이도 있다. 



상담소 등 유관기관을 찾아오기는 했지만, 그 이후에도 형사고소를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심각하게 고민하는 피해자 또한 적지 않다. 형사고소를 하고 재판이 진행 중인 동안에도 행여 가해자가 나중에 보복이라도 하지는 않을까, 당초에는 예상하지 못했던 또 다른 피해를 입게 되는 것은 아닐까 전전긍긍하는 피해자들도 많다. 이렇듯 피해자의 머릿속은 늘 복잡하고 혼란스럽게 마련이다.

어느 사안에서 피해자의 상급 관리자가 피해자에게 신고를 접수할 것인지 말 것인지를 빨리 결정하라고 재촉하였던 예를 본 적이 있다. 정식의 진정 접수를 망설이는 피해자들로 인해서 처리가 늦어지는 어려움이 있다는 모 기관 고충담당자의 말에, 사안 처리의 신속성만을 염두에 두어서는 안 된다고 조언했던 적도 있다. 의도했건 아니건 상급 관리자나 고충상담원 등 주변인들의 이와 같은 대처는 피해자에게 또 한 번 상처를 준다.

양성평등기본법은 성희롱에 관한 고충처리 또는 구제과정 등에서 피해자의 학습권·근로권 등에 대한 추가적인 피해가 발생한 사실이 있을 때 그 관련자를 징계할 수 있음을 명시한다. 1차적 가해자 이외에 2차 피해를 입힌 경우에 이 또한 징계대상이 된다는 뜻이다. 그러나 징계대상 여부와 상관없이 성희롱·성폭력 피해가 발생했을 때 추가적인 피해발생을 예방하고 피해자의 마음을 조속히 치유하는 데에 주변인, 특히 상급 관리자 등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은 더 이상의 설명을 요하지 않는다.

공감과 지지, 배려를 잊지 말아야 한다. 피해자의 마음은 불안정하다. 그러니만큼 피해자에게는 시간이 필요하다. 있는 그대로 이를 이해하고 공감하며 배려할 줄 알아야 한다. 피해자에 공감하고 그 입장을 지지한다면 너무나 당연한 결론이 되겠지만, 피해자의 마음이 어느 정도 가라앉을 때까지 그리고 피해회복을 위해서 무엇을 할 것인가를 스스로 결정할 수 있을 때까지 어설프게 보채지 아니하고 기다리며 곁을 지켜주는 것이 중요하다.



5. [한국일보][기억할 오늘] 밀러 테스트

미국의 하드코어 포르노그래피가 ‘원칙적으로’ 합법화된 건 캘리포니아의 성인물 판매상인 마빈 밀러(Marvin Miller)에 대한 1973년 6월 21일 연방대법원 판결 이후부터였다. 대법원은 “작품 전체를 두루 살펴 문학적ㆍ예술적ㆍ정치적ㆍ과학적으로 진지한(serious) 가치가 결여된 경우 음란물로 판정한다”며 그의 무죄를 선고했고, 아동 포르노 등을 제외한 어지간한 포르노는 음란물(Obscenity)로 단속할 수 없게 됐다. 

20세기 초까지 미국의 음란물 단속은 1868년 영국 대법원의 ‘헨리 스콧 사건’ 판결을 준용했다. 그건 “(책의 경우) 아버지가 자녀들에게 큰 소리로 읽어 줄 수 있어야 한다”는 거였다. 성적으로든 종교적으로든 가장 취약한 이를 흔들 만한 내용이 조금이라도 담겨 있으면 음란물로 봐야 한다는 그 기준은 울버햄프턴의 항소지방법원 판사(Benjamin Hicklin)의 이름을 따 ‘히클린 테스트’라 불렸다. 

수정헌법 1조(표현의 자유)와 음란물 판결의 힘겨루기는 20세기 내내 이어졌다. 작품의 한 부분이라도 음란하면 음란물이던 것이 “작품 전체를 두루 살펴(as a whole) 판단해야 한다”는 판결(1933년, 도마에 오른 작품이 제임스 조이스의 ‘율리시스’였다), 어린이 등 취약층이 아니라 “평범한 어른을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는 판결(57년, 버틀러 사건). ‘로스 판결’로 알려진 새뮤얼 로스(Samuel Roth)에 대한 57년 대법원 판결 등이 대표적이었다.



성인물 판매상으로 벌금과 5년 징역형을 선고 받은 로스 사건에서 대법원은 “공동체의 기준으로 작품의 주된 주제가 전반적으로 호색적인 흥미를 보통의 성인에게 일으킨다고 하더라도” “사회적으로 중요하다고 판단할 만한 부분이 전혀 없어야만(utterlywithout redeeming social importance) 음란물”이라고 판결했다. 

음란물 판정의 세 원칙, 즉 현재의 평범한 성인을 기준 삼고, 주법이 금한 명백하게 역겨운 성행위 혹은 배설행위 묘사가 있는지, 그리고 ‘진지한 가치’가 전혀 없느냐 등을 따지는 것을 ‘밀러 테스트’라 부른다. 일각에서는 로스 판결-사회적 가치 전무-에서 일보 후퇴했다는 비판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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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늙은최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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