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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자료는 교육용으로 쓰기 위해 올리는 자료로 상업적 목적은 없으며 선정된 사설의 정치적 성향은 블로그 운영성향과 무관합니다.
주요신문사설
〔이데일리〕
1. 부동산 임대업 떠받친 세입자들의 눈물
부동산 임대업이 호황을 누리고 있다. 우리 부동산시장 구조가 임대업자들에게 유리하도록 왜곡돼 있음을 보여준다. 2015년의 부동산 임대업 매출이 106조 6445억원으로 5년 전인 2010년(64조 3060억원)보다 65.5% 늘어났다는 통계청의 조사 결과에서도 확인되는 사항이다. 같은 기간 중 전체 산업 매출액이 22.6%의 증가율에 머무른 것과도 비교된다. 부동산 경기가 활성화되면서 임대업자들이 톡톡히 재미를 보았고, 그 밑바닥에는 부당한 지출을 강요당한 전·월세 세입자들의 하소연이 깔려 있는 것이다.
모든 산업 분야 가운데서 부동산 임대업 매출 증가율이 가장 높게 나타났다는 사실부터가 정상적인 모습이 아니다. 이 분야의 영업이익률도 같은 기간 중 2.6%포인트 증가함으로써 전체 산업 영업이익률이 오히려 1.7%포인트 감소한 점과도 대조를 이룬다. 우리 경제가 부동산경기의 단맛에 취해 잘못된 길로 들어선 것이 아닌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국가 경제가 제대로 돌아가려면 무엇보다 제조업이나 서비스업이 원활히 돌아가야 함은 물론이다.
이러한 통계 숫자가 아니라도 임대업이 남다른 특수를 누리고 있다는 사실은 가까운 주변에서도 충분히 관찰할 수 있다. 전세 세입자들이 이사철만 되면 보증금을 올려 달라는 주인의 요구에 골머리를 앓는 ‘전셋값 증후군’이 그 하나다. 2년이라는 임대차 계약 기간 동안 봉급에서 한두 푼씩 떼어 모아놓은 돈으로는 감히 엄두도 내지 못할 만큼 전셋값이 뛰어오른 게 그동안의 현상이다. 월세 세입자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직장과 학교에서 더 멀어지지 않으려면 은행돈이나 마이너스 통장을 통원해서라도 재계약에 응해야 했다.
부동산임대 시장이 공급자의 일방적인 요구에 의해 움직인다는 것부터가 문제다. 주택은 한정돼 있는 반면 수요자들은 넘치는 결과다. 정부가 공공임대주택 정책을 확대하고 있지만 아직은 부족한 실정이다. 전·월세 계약에 있어서도 과도한 인상이 이뤄지지 않도록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일률적으로 제한이 어렵다면 임대업자들에 대한 세금을 현실화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부동산경기 활성화가 임대업자들의 이익만 보장하는 식으로 이뤄져서는 안 된다.
〔서울신문〕
2. 새 패러다임으로 건강한 보수 역할 되찾아야
자유한국당 7·3 전당대회에서 신임 당 대표에 홍준표 전 경남도지사가 선출됐다. 이번 대표 경선에 참가한 원유철, 신상진 의원을 압도적 표차로 누르고 당선된 것이다. 2011년 자유한국당 전신인 한나라당 대표로 선출된 이후 두 번째로 당 대표에 올랐다. 홍 대표는 당 대표 선출 직후 “이 땅을 건국하고, 산업화를 이루고, 문민정부를 세운 당이 이렇게 몰락한 것은 자만심 때문”이라고 반성했다. 그는 “앞으로 당을 쇄신하고 혁신해서 전혀 달라진 모습으로 국민의 신뢰를 받겠다”고 다짐했다.
홍 대표가 지적한 것처럼 이 땅의 보수 세력은 지금 최악의 상황에 놓여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과 연이은 대선 패배 등으로 공황 상태에 빠져 있다. 최근 여론조사(한국갤럽) 결과 창당 이후 최저치인 7%를 기록했다. 20석에 불과한 바른정당에도 못 미치는 수치다. 보수정당을 표방하는 두 당의 지지율을 합쳐 봐야 20%에도 한참 못 미치는 수치는 자업자득이랄 수 있다. 스스로 지켜야 할 보수의 가치를 헌신짝처럼 버린 보수정당에 대한 국민의 냉혹한 심판인 것이다.
홍 대표는 앞으로 2년간 난파 위기에 처한 한국당을 정상화하는 동시에 새로운 보수의 가치를 정립해 궁극적으로 수권정당이 되는 막중한 임무를 맡았다. 이를 위해선 우선 친박계와 비박계로 갈라진 고질적 당내 갈등을 치유해야 하지만 보수의 의미와 가치를 새롭게 정립하는 일이 최우선 과제다.
헌법에 기반을 둔 법치주의와 삼권분립, 언론 출판 집회 결사의 자유, 국가에 대한 헌신과 희생, 공정한 시장경제 등 이 땅의 민주주의 가치를 보수 정당들이 얼마나 실현하려고 노력했는지 묻고 싶다. 시대정신에 맞는 새로운 비전 제시도 없이 좌파 친북으로 상대방을 공격하는 것을 능사로 삼아 철학의 빈곤을 드러냈고 빈부격차로 대한민국의 공동체가 허물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분배의 정의를 말하면 포퓰리즘이라고 몰아쳤다. 시대의 흐름에 둔감했던 자유한국당이 과거식의 독선과 아집의 정치를 지속하면 당의 미래는 어두울 수밖에 없다.
건강한 보수의 가치를 정립하고 이를 토대로 국민이 공감하는 장기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추경예산안이나 정부조직법 등 긴급 현안에 대해 막무가내식의 반대로는 국민들의 마음을 살 수 없다. 새는 양 날개로 나는 것처럼 민주주의는 여당과 야당, 보수와 진보가 함께 균형을 잡아야 한다. 건강한 보수가 있어야 대한민국이 강건하고 힘차게 발전할 수 있다.
〔조선일보〕
3. 超불확실성 시대, 포퓰리즘은 안 된다는 오바마의 苦言
3~4일 이틀 일정으로 열리고 있는 조선일보 주최 '제8회 아시안리더십콘퍼런스'에서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을 비롯한 주요국의 전직 정상과 비즈니스 리더, 석학들이 '초(超)불확실성 시대의 뉴 리더십'을 주제로 토론을 벌였다. 기조연설을 맡은 오바마 전 대통령은 "세계가 지금 변곡점에 서있다"고 이 시대를 진단했다. 가속화하는 세계화와 기술 변화, 핵무기와 미래 대량 살상 무기의 위협, 양극화와 불평등 확대, 테러리스트의 세력화 등으로 인류는 복합 위기에 직면해 있으며 불확실성이 고조되고 있다는 것이다.
초불확실성의 경고음이 크고 심각하게 울리는 곳이 한반도라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북핵 위협과 남중국해의 미·중 갈등으로 상징되는 동아시아 안보의 불확실성이 한반도에 집중되고 있다. 또한 경제성장의 정체와 격차 확대, 불평등과 양극화에 따른 경제적 불확실성이 고조된 나라 중 하나가 우리다.
이런 복합적인 불확실성에 대처하기 위해선 핵심 가치를 지키면서 포퓰리즘에 휩쓸리지 않는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정·재계 리더와 석학들은 지적했다. 북핵 위협이라는 불확실성에 대해 오바마 전 대통령은 "미래는 미래를 파괴하는 자가 아니라 만들어가는 사람들의 것"이라며 북한에 단호한 메시지를 던져야 한다고 제안했다.
경제의 초불확실성도 우리를 비롯해 전 세계가 풀어가야 할 또 다른 숙제라고 참석자들은 조언했다. 부의 불평등으로 인해 자유무역과 시장경제에 대한 불신과 반감이 커지면서 불확실성과 갈등도 증폭되고 있기 때문이다. 엔리코 레타 전 이탈리아 총리는 "G20(선진 20개국) 차원에서 보호무역주의에 대항하기 위해 역할을 할 시기가 왔다"고 말했다.
참석자들은 리더들이 포퓰리즘에 빠져선 안 된다는 점을 특히 강조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이런 초불확실성 시대에는 많은 사람이 포퓰리즘적 방식으로 대응하거나 고립주의, 민족주의, 외국인 혐오증, 우리와 그들을 가르는 정치 따위에 의존하는 경향이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분열을 극복하고 관용, 개방성, 법치주의, 자유주의적 시장경제 질서, 언론·표현의 자유, 인권 같은 핵심 가치를 굳건하게 수호하는 리더십이야말로 초불확실성에 맞서는 진정한 해법이라고 했다.
전 세계가 맞닥뜨린 이 초불확실성 시대에 승자와 패자를 가르는 것은 리더십의 역할이라고 참석자들은 입을 모았다. 눈앞의 이익만 따지고 달콤한 포퓰리즘을 쏟아내는 한국의 정치 리더들이 특히 경청해야 할 말이다.
〔동아일보〕
4. “남북관계 운전하겠다”는 文, 국제공조보다 과속 말아야
문재인 대통령은 어제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과 만나 “지금은 북한이 대화의 문으로 나설 마지막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을 만나서는 북한의 평창 겨울올림픽 참여를 위해 협조해줄 것을 요청했고, 바흐 위원장은 김대중 전 대통령이 1998년 ‘북한이 동의하면 무엇이든 동의한다’고 했던 말을 연상시킨다고 화답했다. 한미 정상회담이 끝나자마자 다양한 대북 대화·교류 메시지를 내놓으며 속도를 내는 분위기다.
문 대통령은 내일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독일로 출국한다. 독일에서는 문재인표 대북정책 청사진도 밝힐 예정이다. 2000년 김 전 대통령의 ‘베를린 선언’처럼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끌어낼 대북 구상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한미 공동성명에서 ‘한국의 주도적 역할’과 ‘문 대통령의 남북 대화 재개 열망’에 대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가 확인됐다고 보고 본격적인 유화정책에 나서는 듯하다.
그러나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어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의 통화에서 대북 압박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방침을 재확인했다. 이를 위해 두 정상은 중국에도 대북 압력에 더 큰 역할을 요구하기로 했다. 미국이 한미 정상회담 직전 중국 단둥은행을 ‘돈세탁 우려기관’으로 지정한 것도, 한미 공동성명에 ‘최대의 압박’을 위한 새로운 조치 시행을 규정한 것도 지금은 대북 압박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미국 측 정책기조를 대변한다.
이번 G20 정상회의는 북한 압박을 위한 국제사회의 공조체제를 확인하는 자리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대북 제재에 누구보다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일본 아베 총리까지 낀 한미일 3국 정상회의도 예정돼 있다. 문 대통령은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 문제로 껄끄러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만날 가능성도 높다. 훨씬 고난도의 외교무대인 다자 정상회의에서 문 대통령이 대화 중심의 대북정책을 내세울 계제가 아니다. G20 정상회의에서 만나게 될 주요국 정상들도 대부분 우파 출신이고 대북 강경책을 선호한다.
문 대통령은 “남북관계에서 우리가 운전석에 앉아 주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한국의 남북관계 주도권은 미국 중국 일본 등 주변국, 나아가 국제사회의 대북 공조와 따로 놀 수 없다. 지금 국제사회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맞서 최대한의 압박과 제재에 집중하는 단호하고 일치된 목소리를 요구하고 있다. 남북관계 개선이라는 운전대를 잡게 됐다는 식의 편의적 해석으로 속도를 내서 국제적 대북 공조의 궤도에서 이탈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중앙일보〕
5. 정책실험 자제하고 발등의 불부터 꺼야 할 초대 내각
경제 분야 내각 인선이 마무리되면서 문재인 정부 출범 55일 만에 조각이 완료됐다. 우선 금융 쪽은 안정에 방점이 찍혀 무난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최종구 금융위원장 후보자는 경험이 풍부한 전문 관료 출신으로,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과 가계부채 등을 대비할 적임자로 꼽힌다.
하지만 나머지 경제 분야 내정자들은 실무 경험이나 정책 감각이 떨어지는 교수 일색이어서 걱정스럽다. 어제 후보자로 지명된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는 모두 교수 출신이다. 앞서 공정거래위원장과 고용노동부·법무부·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도 마찬가지다. 특히 정책 결정의 파트너가 될 청와대 정책실장·경제수석·경제보좌관이 모두 교수 출신이다. 방송통신위원장 역시 캠프에 몸담았던 교수 출신이다.
교수 출신 자체가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들의 경력을 보면 세계를 휩쓸고 있는 4차 산업혁명에 대한 전문성과 비전이 보이지 않는다. 산자부 장관은 신재생 에너지 전문가여서 탈(脫)원전에 치중할 뿐 정보통신·빅데이터·로봇 등 4차 산업혁명에 대한 역량을 갖추었는지 의문이다. 특히 경제수석의 역할 축소가 걱정된다. 역대 경제수석은 관료 아니면 국책연구기관장 출신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홍장표 경제수석은 그야말로 재야(在野) 대학 교수다. 소득 주도 성장(J노믹스)의 기본 이론에 밝다고 하지만 엄중한 시기에 정책 실험만 할 수는 없다. 경제부총리와 경제수석 사이에는 견제와 균형이 중요하다. 바로 앞 박근혜 정부도 경제수석과 경제부총리의 동종교배가 실패의 원인이었다.
이제 국회가 인사청문회를 통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과 일자리 대책, 4차 산업혁명 등에 대비한 경제 분야 후보자들의 능력을 확실하게 검증해야 할 것이다. 섣부른 정책 실험은 자제하고 발등의 불부터 꺼야 한다.
〔세계일보〕
6. 충격적 ‘제보 조작’ 사태에 책임지는 사람 왜 없나
국민의당이 ‘문준용 의혹 제보 조작’ 사건을 자체 진상 조사한 결과를 어제 내놓았다. 진상조사단을 구성한 지 6일 만에 내놓은 결론은 당원인 이유미씨의 단독 범행이라는 것이다. 이준서 전 최고위원이 문준용 의혹에 대한 정보 수집을 요청하자 이씨가 카카오톡 메시지 캡처 화면과 음성 녹음을 조작해 제공했다고 한다. 조사단장인 김관영 의원은 “증거를 조작할 만큼 미숙한 정당이거나 파렴치한 정당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런 조사 결과에 수긍할 국민이 과연 얼마나 될지 의문이다.
대선을 코앞에 두고 혼자서 이런 엄청난 일을 꾸미기는 쉽지가 않다. 명백한 조작 공모가 아니더라도 최소한 상의했거나 사건을 은폐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 게 상식적이다. 이씨는 대선 전날 이 전 최고위원에게 증언의 신빙성에 문제가 있음을 시사하는 카카오톡 메시지를 발송했다. 이 전 최고위원은 의혹을 발표하기 직전 박지원 전 대표에게 제보 내용을 바이버 메시지로 보냈다. 제보 조작이 문제되자 이씨가 안철수 전 대표에게 ‘구명 문자’를 보낸 사실도 확인됐다. ‘꼬리 자르기’라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이 사건에 대한 본격 수사를 시작한 검찰이 실체적 진실을 규명하는 수밖에 없다. 검찰은 어제 이 전 최고위원 등 당직자 3명을 소환해 제보 조작 사건의 윗선 개입 여부 등을 집중 조사했다.
국민의당은 “국민도 속고 국민의 당도 속았다”며 억울한 표정을 짓고 있다. 하지만 새 정치를 내세운 국민의당에 속은 국민의 배신감은 무엇으로 치유해야 하나. 지금 당이 해야 할 일은 처절한 반성이지, ‘피해자 코스프레(흉내)’가 아니다. 이런 무반성 자세로는 땅바닥으로 추락한 당의 지지율을 회복하기 어려울 것이다. 어제 공개된 리얼미터 여론조사에 따르면 국민의당 지지율은 5.1%로 원내 5당 중 꼴찌였다. 호남에서 지역구 의원을 가장 많이 거느린 정당이지만 호남 지지율은 자유한국당한테도 추월당했다.
사태가 당의 존립 기반을 흔드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는데도 국민의당에서는 누구 하나 책임지겠다고 나서는 이가 없다. 자기 발등에 불똥이 떨어질까 전전긍긍하는 지도부의 모습은 안쓰러울 지경이다. 당을 창업한 안 전 대표는 “대단히 엄중히 생각하며, 국민과 당에 정말 죄송한 일이 발생했다”면서 다른 사람을 통해 입장을 내놓았을 뿐이다. 공당의 책임 있는 태도가 아니다.
〔매일신문〕
7. 여전한 대구 아파트 청약 과열, 부작용 경계할 때
서울과 경기, 부산 등을 대상으로 3일부터 대출 규제가 시작되면서 정부의 부동산 대책이 본격화하고 있다. 6`19대책 발표 이후 전국 40곳의 청약조정지역을 중심으로 제한적이지만 시장 안정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경기 하강 국면에 접어든 대구 등 일부 지방도시 아파트 청약률이 여전히 고공 행진하는 등 불안감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관련 대책도 시급하다.
올해 상반기 대구 5개 아파트 단지의 신규 분양 물량은 모두 1천920가구로 지난해 8천696가구의 22% 수준이다. 그런데 청약률은 수백대 일이 기본이고, 모델하우스마다 수만 명의 시민이 찾는 등 북새통이다. 업계는 공급 감소가 그 이유라고 해석하고 있으나 정부의 대출 규제에서 제외된 ‘풍선효과’가 한몫하고 있다는 분석이다.새 아파트 분양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을 마냥 탓할 수는 없다. 하지만 순수 거주 목적보다 투자 수단으로 여기는 사회 풍조가 더 강한 사실을 감안하면 최근 대구 시장의 과열을 보는 시선은 곱지 않다. 전매 차익을 노린 ‘무조건 청약’의 비중이 크다는 점에서 정상이 아니다.
사정이 이러니 아파트 분양가도 급등하는 추세다. 올 상반기 대구 아파트의 평균 분양가는 3.3㎡당 1천338만원으로 지난해보다 19.78%나 뛰었다. 전국 평균인 1천69만원을 훌쩍 넘어섰고 1천974만원인 서울에 이어 두 번째로 비싸다. 물가상승률 등을 따져봐도 지나친 수준이다. 업계는 수성구 등 도심에 분양이 몰린 때문이라고 설명하나 시장 과열에 편승한 분양가 올리기 노림수도 배제하기 힘든 이유다.
최근 실수요자를 중심으로 집값 급등에 따른 경계 심리가 커지고 있다. 자연히 소비자의 움직임이 둔화될 수밖에 없어 자칫 미분양 등 부작용이 현실화할 가능성도 크다. 올 들어 청약 미달이 확산돼 미분양이 급증한 제주도의 사례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처럼 급격한 시장 위축도 문제이지만 집값 거품은 부동산 시장의 안정을 해치는 최대 요소다. 서민층 부담이 가중되는 등 심각한 사회 문제를 낳기 때문이다. 이를 막기 위해서라도 각 지자체는 시장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시장 안정에 힘을 모아야 한다.
〔매일경제〕
8. 미군 축제 반발하는 시민단체, 이러고도 한미동맹 얘기하나
충남 천안시가 인근 평택으로 이주하는 4만여 명의 주한미군과 가족들을 대상으로 열려고 했던 축제가 시민단체 반발로 무산됐다. 천안시는 미군을 대상으로 천안 지역을 홍보하기 위해 오는 10월 '한미 친선 도깨비 축제'를 기획했다. 하지만 시민단체들이 부정적인 측면을 부각하며 축제 철회를 요구하자 천안시는 마찰을 우려해 결국 보류 결정을 내렸다.
지난달 10일 의정부시가 개최한 '미2사단 창설 100주년 콘서트'가 파행을 빚은 것과 닮은꼴의 사태가 또 벌어진 것이다. 그때도 시민단체들이 무대에 서기로 한 가수들에게 협박 댓글 공세를 펼쳐 인순이 등 가수들이 출연을 포기하는 황당한 상황이 연출됐다.천안시민사회단체협의회는 "미군이 주둔하면 평택뿐 아니라 인근 천안도 각종 범죄, 소음, 환경공해에 시달려야 할 것"이라고 항의했다. 반미(反美) 단체들의 이 같은 주장은 주한미군을 범죄집단, 혐오집단으로 취급하고 있는 것이어서 심히 유감스럽다. 미국이 시민단체의 주한미군에 대한 편협한 인식을 한국 전체의 시각으로 오해할까봐 걱정스럽다.
이번 한미 정상회담의 가장 큰 성과로 꼽히는 것이 굳건한 한미 동맹 재확인이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장진호 전투 기념비를 찾아 "한미 동맹은 전쟁의 포화 속에서 피로 맺어진 혈맹"이라고 역설한 바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에서는 고작 주한미군을 초청하는 축제를 놓고 실랑이가 벌어지고 있으니 답답한 노릇이다. 시민단체의 본능적이고 일상화된 반미는 우려스러운 수준이다. 지난달 24일 한 시민단체는 사드 배치에 반대하며 미국 대사관을 19분간 포위하는 '인간 띠 잇기'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이에 미국 대사관이 우리 정부에 공식 항의했는데 당연한 일이다.
사드 배치를 둘러싸고 한미 양국 관계가 아직 불안한 상황인 만큼 동맹을 과시할 수 있는 축제는 지방자치단체 단위로 더 많이, 더 자주 열리는 게 바람직하다. 미군 축제가 무산되는 일이 되풀이된다면 한미 동맹에 균열이 갈 수밖에 없다. 북핵이라는 위협을 머리에 이고 있는 우리 입장에서는 미군과의 공존이 불가피하다. 주한미군에 대한 맹목적 거부감을 거두지 않은 채 한미 동맹을 말하는 것은 이율배반적이다. 정부와 지자체들이 극소수 시민단체에 휘둘리지 말고 엄정히 대응해야 한다.
〔경향신문〕
9. 제보조작 “단독 범행”이라는 국민의당, 누가 믿겠나
국민의당은 3일 문재인 대통령의 아들 준용씨 취업 특혜의혹 제보를 조작한 사건이 열혈당원 이유미씨의 단독 범행이라고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김관영 진상조사단장은 “박지원 전 대표나 안철수 전 대선후보가 이 사건에 관여했거나 인지했을 만한 어떠한 증거와 진술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당의 부실 검증에 대해선 “증거를 조작하려고 마음먹은 사람이 만든 상황에 당은 무력했다”고 했다. 한마디로 일개 평당원이 어설프게 만든 녹음 파일 하나에 당 전체가 놀아났다는 얘기다.
국민의당은 대선을 나흘 앞둔 지난 5월5일 ‘문재인 후보 아들 특혜 채용 개입’이란 의혹을 긴급 발표했다. 이후 공식 회의에서는 물론 각종 유세와 토론회, 논평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서 이를 최대 이슈로 부각시키며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상대 당 후보를 공격했다. 그런데 이제 와서 “국민도 속고, 당도 속았다”고 한다. 제보 폭로를 주도한 공명선거추진단의 단장, 부단장은 검사·기자 출신이다. 이들도 이런 엄청난 제보를 접한 뒤 제보자란 사람과의 접촉이나 확인 한번 거치지 않고 그냥 발표했다고 한다. 사실로 믿기지 않는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공당이라 할 수 있겠는가.
검찰이 당 간부들을 줄줄이 소환하며 본격적으로 윗선 수사에 나선 날 안 전 후보와 박 전 대표는 무관하다는 진상조사 결과를 서둘러 발표한 것도 석연치 않다. 안 전 대표는 당 조사에서 “국민과 당에 정말 죄송한 일이 발생했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게 전부다. 알았든, 몰랐든 대선후보로서 정치적·도의적 책임을 지고 시민들에게 백배 사죄해야 마땅하다. 그가 표방했던 ‘새 정치’가 이런 것이었다면 실망스럽기 짝이 없다. 박 전 대표도 페이스북에 말장난 같은 해명만 올려놓을 뿐 직접 사과는 이리저리 피하고 있다. 그는 “조작음모에 가담했다면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목을 내놓겠다. 내가 관련 없다면 추 대표는 뭘 내놓을 건가”라고 반문했다. 누가 가해자이고 누가 피해자인지 적반하장도 유분수다.
이날 발표된 여론조사에 따르면 국민의당 지지율은 최대 기반인 호남에서 자유한국당에도 뒤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젠 지지율이 얼마인지보다 당이 계속 존립할 수 있을지가 더 궁금할 정도다. 이런 위기상황에서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꼬리 자르기식 대처로 무너지는 당의 추락세를 막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한국경제〕
10. 홍준표호, '웰빙·무능' 벗고 보수가치 제대로 세워라
자유한국당이 어제 전당대회를 열어 홍준표 전 경남지사를 대표로 선출하는 등 새 지도부를 출범시켰다. 지난해 12월 이정현 대표 체제가 무너진 지 6개월 지나서야 정상적 지도체제를 갖춘 것이다. 한국당은 지금 절체절명의 위기다. 지지율은 7%까지 곤두박질쳤다. 바른정당에도 뒤졌다. 의원 100석이 넘는 보수정당이 이렇게까지 지리멸렬한 적은 없다. 홍 신임 대표의 앞은 온통 가시밭길이다.
위기는 한국당이 자초한 것이다. 총선과 대선에서 대패하고도 반성은커녕 누구 하나 책임지지 않았다. 예전 같으면 초·재선들이 정풍(整風)운동이라도 했다. 이번 대표 경선에선 계파 싸움과 막말 공방으로 날을 지새우다시피 했다. 오죽했으면 보수층마저 외면했을까 싶다.더 근본적인 한국당의 위기는 ‘정체성의 위기’다. 지향해야 할 가치와 방향성이 무엇인지 분명하지 않다. 한국당은 스스로 ‘보수 본류’라고 한다. 그러나 표를 얻는 데만 급급해 보수의 기본 가치인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작은 정부를 외면하던 게 다반사였다. 2012년 대선 때는 야당이 무색할 정도로 경제민주화 구호를 외쳤던 게 한국당의 전신인 새누리당이다.
그렇다고 여당 견제라는 야당 본연의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고 있는지도 의문이다. 청문회에서 국가관과 도덕성, 능력이 부적격으로 확인된 후보자들에 대한 공격의 날은 현 여당의 야당 시절에 비해 훨씬 무뎌졌다는 지적도 받는다. 높은 지지율을 기반으로 강공 드라이브를 거는 문재인 정부 앞에 무력하기만 하다. 안보, 경제 등 각 분야에서 좌파적 정책이 넘치고 있지만 보수정당으로서 좌표 설정도 못 하고 있다. 지난 9년간 여당으로 안주하면서 ‘웰빙’에 젖어 살아온 결과다.
여당에 긴장감을 불어넣기 위해서라도 보수정당은 자기 자리를 찾아야 한다. 홍 대표는 기자회견에서 “육참골단(肉斬骨斷: 자신의 살을 내주고, 상대의 뼈를 끊는다)의 각오로 혁신해야 한다”며 “보수우파를 재건하는 대장정을 시작하겠다”고 했다. 또 “우파 가치를 바로 세우겠다”고 다짐했다. 관건은 실천이다. 그간 이런 약속을 하고 ‘말뿐’이었던 대표들이 많았다. 홍 대표는 이들과 다르길 기대한다.
주요신문칼럼
〔프레시안〕
1. 줄기세포 치료제? '황우석'이 다시 살아나고 있다
식약처도 적폐라면 적폐다. 나는 보건의료 분야에서 가장 문제가 많은 조직을 꼽으라면 단연코 식품의약품안전처'를 꼽을 것이다. 한마디로 이 조직은 명칭과 달리 식품과 의약품에 대한 국민의 안전을 제대로 지켜주지 못하고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전 세계에서 허가를 받고 시판 중인 줄기세포 치료제는 총 6종인데 그 중 우리나라만 무려 4종의 치료제가 소위 '줄기세포 치료제'라는 이름으로 허가를 받았다. 이 4품목은 2011년 7월부터 2014년 4월까지 3년도 안 되는 짧은 기간 사이에 허가된 제품으로 모두 이명박 정권의 말기와 박근혜 정권 초반기에 허가되었다.
그 중 우리나라에는 '세계 최초'로 상업적 허가를 받은 줄기세포 치료제가 있다. 뭐 그렇다고 해서 전 세계가 인정해주는 약은 아니고 우리나라만 그렇게 부른다. 그야말로 셀프 훈장인 셈이다. 한국 파미셀의 하티셀그램-AMI 라는 약이다. 이 약은 자신의 세포를 이용한 제품으로서 급성심근경색환자에게 사용하도록 2011년 7월 줄기세포 치료제로 식약처의 허가를 받았다. 식약처는 지난 주 이 '전 세계 최초'라는 줄기세포 치료제 하티셀그램-AMI의 품목허가를 계속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1회 투약비용이 세금 제외하고 무려 1800만 원! 비싸도 우라지게 비싼 약이다.
이렇게 할 거면 뭐하러 시판후조사(PMS)를 만들어놓았는가? 약이 허가를 받고 시판되기까지의 과정은 실로 어렵고 힘든 일이다. 각 단계의 임상을 거쳐야 하며 그 임상에서 안전성과 유효성을 검증해야 한다. 하지만 약은 이렇게 임상과정을 거쳐서 개발되었더라도 안전성과 유효성을 100% 장담할 수는 없다. 제한된 임상으로는 그것이 갖는 문제를 모두 파악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이에 아직 드러나지 않은 유해 상황 및 환자에게 영향을 미치는 각종의 사례를 더 조사하기 위해 일단 시판을 허가하고 환자들에게 장기간 투약하게 하여 안전성 유효성에 영향을 미치는 각종의 사례를 수집하고 이를 토대로 약에 대한 시판허가를 재심사하게 된다. 이것이 시판후허가(PMS)라는 재심사제도이다. 이 제도는 환자의 안전과 생명에 관련된 문제이기에 전 세계적으로 더 강화되는 추세이다.
위에 언급한 하티셀그램-AMI 역시 2011년 4월 허가 이후 안전성 유효성을 입증하기 위해 6년간 600례의 시판후조사(PMS)를 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관련 서류를 제출하지 못했기 때문에 당연히 허가가 취소되었어야 했다. 하지만 중앙약사심의위원회가 안전성을 확보하기가 어렵다는 문제제기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식약처는 조사 증례수를 1/6인 100례로 줄여주면서까지 허가를 해줬다.
전 세계에서 줄기세포 치료제의 이름을 달고 개발하고 있는 약들이 개발과정에서 대부분 번번이 좌절하는 이유 중 가장 중요한 이유는 투약 받은 줄기세포가 종양으로 발전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에 하티셀그램이 임상 이후 실시한 추적조사에서 임상약을 투약 받은 17명 중 2명에게서 대장암이 보고되었다는 것은 매우 분명하고 조심스럽게 살펴보아야 할 사항이다. 이렇게 악성종양과의 상관관계를 보기 위해 임상을 하는 것이고 더 나아가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파악되지 않은 것을 보기 위해 시판후조사를 하는 것이 아닌가? 바로 환자의 생명이 직결된 일이기 때문이다. 그걸 식약처 자신들이 만든 기준을 주관적 잣대로 맘대로 주물럭거리고 할 바에야 저런 시판후조사 같은 재심사제도를 왜 만들었냐 말이다.
'전 세계 최초'라는 말 좀 쓰지 마라 작년에 나는 화상환자들에게 쓰는 세포치료제 '케라힐-알로'와 관련한 제반의 문제제기를 했었다. 당시에는 이미 식약처 허가를 끝내고 심평원의 보험급여 여부와 약가를 심사하는 과정이었기에 심평원과의 접전이 중요했지만, 사실 그 약도 더 따지고 보자면 임상시험 단계부터 문제투성이로 점철된 약이다. 결론적으로 이 약 같지도 않은 약을 허가해준 곳이 바로 식약처이고 이 식약처가 모든 문제의 근본 원인 제공자이다.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줄기세포 치료제의 정의가 과학적으로 아직 모호하다. 하지만 우리 식약처는 이런 문제를 과학적으로 모두 해결을 보았는지 '세계 최초'의 '줄기세포 치료제' 허가를 외국에까지 알리고 있다. 그러나 미국과 유럽의 제반 나라들은 그저 여러 세포치료제 중의 하나 정도로만 다 생각하고 있을뿐더러 소위 선진국이라는 어느 나라도 그 세계 최초의 약을 자국에서 허가해준 나라는 단 한 곳도 없다. 설령 어떤 국가의 보건 당국에서 요청이 오더라도 지금 식약처에 제출된 임상시험 성적과 시판후조사의 내용으로는 허가를 받지 못할 것이다. 그럼 이런 상황에서 나 같은 사람은 식약처에 거꾸로 물어보는 것이 당연한 게 아닌가?
"식약처! 당신들의 허가 기준은 뭐야?" 나는 식약처가 이렇게 무리하게 일을 진행하는 것은 여러 이유 중 하나가 그간 정부의 바이오의약품 시장 육성이라는 정책방향에 있다고 생각한다. 위에 열거한 모든 약들이 이명박-박근혜 정권을 거치면서 허가되고 시판된 것들이다. 이런 시류를 타고 식약처의 관료와 해당 실무자들이 제약사와 한 몸으로 굴러간 것이 아니라면 여기저기 보이는 비상식적인 심사와 허가의 행태를 모두 설명하기는 불가능하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는 바이오산업 육성에 있어서 수익성과 공공성을 함께 쫓는 방향으로 갈 모양이다. 수익성은 그렇다 치고 그는 "기술발전과 산업변화에 발맞춰 국제수준의 합리적 규제방안을 마련"해 나가겠단다. 다름 아닌 '국제수준의 합리적 규제방안'이란다. 그렇다면 지금 허가 받은 약들은 다 취소해야 할지도 모를 텐데 지금 식약처는 그 반대로 가고 있다.
우리가 헐렁하게 허가해준 약을 아무리 세계 최초라고 해봐야 국제 사회에서는 그냥 '아무 관심 없음'일 뿐이다. 지난 5월 18일 한 보건의료전문지 기사에 중앙약제심의위원회의 한 위원이 "세계 최초 줄기세포 치료제인 만큼 품목허가가 취소된다면 국가 위신에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한 것이 나왔다. 제약회사나 말할 법한 씁쓸한 발언이다.
국가 위신이라니? 국가 위신은 허가의 부족함을 깨닫고 이를 뒤늦게나마 바로 잡고 규정대로 허가를 취소해서 환자의 생명과 국민의 혈세를 보호하고자 하는 모습을 보일 때 그나마 바로 서는 것이다. 그간 이렇게 못했기 때문에 세계 여러나라들이 우리나라를 국제적 호구로 보는 것이다. 황우석 사건 때 도대체 뭘 보고 배운 것인가!
〔머니투데이〕
2. 나는 대한민국 '엘리트 검사'다
나는 기획·특수·공안통 검사다. 2000명 검찰의 20% 안에 드는 소위 ‘엘리트 검사’다. 그런데 요즘 분위기가 영 아니다. ‘검찰이 말이야~’ ‘검사들이란~’ 사회 곳곳 적폐가 적잖은데 개혁대상 1호란다. 청와대는 그렇다 치자. 국민들까지 목소리를 높인다. 사회 정의를 세우고 국민의 인권을 지킨 게 아니라 정권과 결탁했단다. 우리들의 권력을 극대화하는 것을 조직의 목표로 삼았다고 비판한다.
어쩌다 이 지경까지 왔나. 엘리트 검사 출신인 우병우 때문이다. 난 인물이다. 하루 먹고 살기 바쁜 국민들이 민정수석 이름까지 다 안다. 이런 검사가 있었던가. 검찰이 어디까지 망가질 수 있는지를 보여줬단다. 그가 살았으니 우리가 죽게 생겼다. “수사까지 말아 먹더니 술 마시고 돈 봉투까지 돌렸다”고 손가락질을 한다. ‘윗분의 뜻을 받들었던’ 김기춘도 못지 않다. 복집 사건을 도청 프레임으로 바꾼 ‘신공’을 우병우와 함께 ‘정윤회 문건’ 사건에서도 어김없이 발휘했다. 우리 같은 법률 기술자들이 없었다면 국정농단이란 막장드라마의 탄생은 불가능했다.
우리가 세긴 센 모양이다. ‘검찰 공화국’이란다. 기소 독점에 ‘기소 편의주의’란 비판도 듣지만, 괘의치 않았다. 무죄가 나와도 정권 구미에 맞는 ‘맞춤형 수사’를 하면 승승장구 했다. 출세 욕망보다 더 많은 보상을 받았다. 수사권도 갖고 있다. 한마디로 대한민국 사법 절차 전체를 관장한다. 검사장 등 차관급 예우를 받는 게 49명이다. 행정부 내 다른 부처를 모두 합한 것보다 세다. 법원은 차관급인 고등 부장판사가 60여 명이 넘는다. 법대(法臺)가 위에 있다고? 우리도 그 정도는 돼야 하지 않나. 3권 분립 외 ‘제4권’이란 말도 나온다. 권부의 핵심 청와대 민정수석실도 차지했다. 새 정권에선 종 쳤다. 인사·예산권을 쥐고 있는 법무부도 점령했다. 장·차관은 물론 교정본부장을 뺀 국장 모두 우리 식구들이다. 주요 실무과장의 절반 가량도 검사다.
경찰청과 국세청이 행정자치부와 기획재정부를 점령했다는 말은 듣지 못했다. 아~우리와 비슷한 곳이 있긴 하다. 국방부다. 그러고 보니 여기도 개혁대상이란다. 위기도 있었다. DJ가 대통령이 됐을 땐 모골이 송연했다. 우리가 사형을 구형하지 않았나. 잔뜩 긴장했는데 ‘검찰이 바로 서야 나라가 바로 선다’는 휘호를 하사했다. 한숨 돌리니 새 대통령이 개혁의 칼을 뽑았다. 기수를 목숨처럼 여기는데 검찰 출신도 아닌 한참 어린 여성 법무장관을 임명했다. 대통령과 맞짱도 떴다.
독립성을 보장할 테니 알아서 개혁하라고 했다. 개혁하자며 토론만 했다. 이상만 숭고했을 뿐이다. 우리가 누군가. 조직의 생리를 너무 몰랐다. 때 마침 우리에겐 안대희가 있었다. 대선자금 수사로 ‘국민검사’ 칭호까지 받았다. 이렇게 잘하는데 왜 개혁을 하자는 거지? 다행스럽게 국민이 무관심했다.
이번엔 쉽지 않을 것 같다. 민정수석도 법무장관 후보자도 형사법 전공자다. 대통령은 당시 민정수석으로 토론을 주관했다. 우리를 속속들이 들여다 보는 듯 하다. 취임 열흘 만에 언론에 회자 됐던 중요 사건의 책임자들을 인사 조치했다. 전광석화였다. 정기 인사 때 해도 될 일이었다. 마치 그런 검사들에게 미래가 없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것 같았다. 우리를 수사·기소까지 하는 조직까지 만든다고 한다. 윤석열 지검장의 대중적 지지도가 높지만, 안대희 만큼의 효과를 거두기 어려울 것 같다.
그간 우리의 힘을 빼는 검찰 개혁안에 법무부가 앞장서 반대했지만, 이도 여의치 않을 것 같다. 새 법무장관이 오면 얼마의 검사들이 친정으로 복귀할지 모른다. ‘탈검찰화’다. 이제 기댈 곳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다. 검사 출신 의원들의 활약을 기대해 볼 뿐이다. 혹자는 우리를 권력과 출세욕에 불타 검찰 지상주의에 갇혀 산다고 한다. 물론 소수다. 대다수 형사부 검사들은 산더미처럼 쌓인 사건 기록과 밤새 씨름하고 있다. 하지만 조직 분위기를 선도하고 대외적 발언권을 독점하는 건 우리다. 외부로부터의 개혁에 순응할지, 스스로 개혁할지, 아니면 때를 기다려야 할지 그게 고민이다.
〔아시아경제〕
3. [초동여담]핵, 여름
7~8월은 쉬어갈 수 있는 때다. 사막을 아름답게 한다는 숨겨진 샘물처럼, 휴가가 자리하고 있다. 대놓고 설레는 시즌이다. 하지만 핵의 역사는 여름에 쉬기는커녕 가장 뜨겁고 숨막힌다. 1945년 7월16일에 세계 최초의 핵실험이 있었다. 2차 세계대전 중 미국이 핵무기 개발을 위해 수립한 ‘맨해튼 프로젝트’의 결과물이었다. 인류를 초현실적인 에너지이자 공포의 세계로 밀어넣은 것은 아인슈타인과 유대인 과학자 실라르드의 편지로부터 시작됐다. 1939년 루스벨트 대통령에게 전해진 이 편지는 독일보다 앞서 핵무기를 개발해야 한다는 것이 골자였다.
“큰 질량의 우라늄 핵 연쇄 반응은 매우 큰 힘과 라듐 비슷한 많은 양의 새로운 원소들을 발생시킬 수 있도록 조절 가능하다는 것이 확실해졌습니다. …이렇게 만들어질 새로운 형태의 폭탄은 가장 낮춰 생각해도 극도로 강력한 폭탄이 될 것입니다. 이런 종류의 폭탄 단 한 개를 보트에 실어 폭발시킨다면, 보트가 있던 항구 전체와 인근 지역 모두를 일순간에 파괴시킬 수 있습니다.”
핵무기는 1930년대 초 영국을 시작으로 독일과 일본이 개발이 나섰다. 하지만 중도에 포기했고 뒤늦게 뛰어든 미국이 성공을 거뒀다. 3년여간 미국의 대학, 연구소, 산업체, 군대 등에서 12만5000명의 인원과 20억달러의 자금을 집중 투입한 결과였다. 핵의 위력은 아인슈타인을 비롯한 과학자들의 예측을 훨씬 뛰어넘는 가공함이었다. TNT 2만t 수준으로 지름 76m의 웅덩이를 만들었다. 맨해튼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과학자 페르미는 "1000개의 태양보다 더 밝다"고 표현하기도 했다.
이 ‘1000개의 태양보다 밝은’ 폭탄은 일본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투입돼 20만명이 넘는 희생자를 냈다. 아인슈타인과 실라르드, 그리고 페르미 등 핵무기 개발을 주장했거나 참여한 과학자들은 대부분 후회와 자책에 빠졌다. 독일이 핵무기 개발에 실패한 배경에도 과학자의 고뇌가 녹아있는 논란꺼리가 있다. 양자역학의 창시자이자 독일 핵무기 개발에 참여했던 하이젠베르크의 회고록에서 그가 동료 과학자와 나눈 대화 일부다. “핵에너지를 만들 수 있는 우리의 능력에 대해선 의심의 여지가 없어. 그러나 폭탄을 만드는 것에 대해선 생각해 보지 않았지. 내 가슴 깊은 곳에선 그것이 엔진이 되는 것은 정말 기뻤지만 폭탄은 아니었어.” 못 만든 것이 아니라, 일부러 안 만들었다는 얘기로 비쳐졌다.
이번 한미 정상회담의 가장 큰 성과 중 하나는 트럼프 대통령이 “한반도 평화통일 환경 조성에 한국의 주도적 역할을 지지한다”고 밝힌 대목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북핵 동결로 대화의 입구에 들어가 완전한 핵 폐기와 평화체제 구축이라는 출구로 나오는 2단계 해법을 제시했다. 당장 폐기를 주장해서는 대화가 되지 않으니, 일단 묶어 놓고 입부터 열자는 것이다.
한편으로는 국내에서 신고리 원전 5 ·6호기 건설 중단을 놓고 논란이 뜨겁다. 일각에서는 원전을 핵무기 이상의 위협으로 보고 있다. 체르노빌과 후쿠시마의 기억을 지울 수 없다면, 기우로만 치부하기도 어렵다. 이래저래 한반도의 여름은 기로에 서 있다. 어느 길로 가야할 지는 '한 생명이 우주보다 귀하다'는 확고한 전제 아래서 정해지길 바랄 뿐이다.
〔한국일보〕
4. [기억할 오늘] 루 게릭 최고의 행운
1939년 7월 4일 미국 프로야구 뉴욕 양키스 스타디움에서 양키스팀 1루수 루 게릭(Henry LouisGehrig, 1903~1941)의 은퇴식이 열렸다. 그날 게릭은 연설에서 자신이 앓던 병을 언급한 뒤 “하지만 오늘, 저는 제 자신이 세상에서 가장 운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라고 말했다. 멋진 선수 및 감독들과 함께 했던 17년 간의 행운, 팬들의 친절과 격려, 그리고 “항상 힘의 근원이 되어주며, 내가 가능하다고 여기던 것보다 더 멋진 것이 있다며 용기를 북돋워준 아내가 있다는 사실”에 감사했다. 메이저리그의 전설이 된 수많은 스타들이, 관중석의 팬들과 뉴욕 시장이, 새로운 전설이 된 게릭에게 박수를 보냈다.
1923년 뉴욕 양키스에 입단해 만 14년(25~39년)을 주전 선수로 활약하며, 그는 2,130경기 연속출장 기록과 12년 연속 3할대 타율, 5차례의 40홈런 이상을 기록한 교타자이자 강타자였다. 1995년까지 최고기록으로 남았던 저 연속출장 기록이 말해주듯, 그는 최고의 선수였지만 성실하고 헌신적이었고, 또 대체로 겸손했다. 그가 앓던 근위축성측색경화증(ALS) 증상이 경기력에 영향을 미친 건 38년 시즌 중반부터였다. 타력도 주루 플레이도 표나게 약하고 둔해졌다. 하지만 감독(조 매카시)도 팀의 누구도, 구단주의 종용에도 불구하고 출장 명단에서 먼저 그를 배제하지 않았다. 프로들의 프로인 그들이 승리보다 자신을 믿고 아꼈다는 사실을 게릭은 자랑스러워했고, 고마워했다. 그리고 39년 4월 30일, 게릭은 4타수 무안타를 기록했고, 다음 경기 직전이던 5월 2일 감독에게 빼달라고 청했다.
남은 생이 길어야 3년이라는 진단을 받은 그는, 은퇴 직후 임기 10년의 뉴욕시가석방위원회 감독관이 됐다. 쉬며 요양하는 대신, 고액의 강연 요청 등 돈벌이 대신, 그는 사실상 지역 봉사에 임했다. 그리고, 그의 곁에서 끝까지 힘과 용기를 북돋워준 게 25년 결혼한 아내 엘리너(1905~84)였다. 부부에겐 자녀가 없었고, 엘리너는 평생 재혼하지 않았다. 2차 대전 중 전쟁채권을 팔았고, 루의 유품 경매로 번 돈 600만 달러로 이웃을 돕고 ALS연구 기금에 보탰다. 그는 게릭이 야구로 벌어 남긴 유산 거의 전부를 그렇게 사회를 위해 쓴 뒤 세상을 떠났다.
〔뉴시스〕
5. [정문재의 크로스로드]황희(黃喜) 스캔들
오랜 풍상(風霜) 속에 진실의 색깔은 바랜다. 심금을 울리기 위해 비극적 요소를 덧칠하거나 과장한다. 이상형을 제시하기 위해 공(功)을 부풀리는 동시에 허물은 감춘다. 어느새 본래의 모습은 사라지고, 조작된 이미지만 전해진다. 신화는 이렇게 만들어진다. 조선 초기의 명재상 황희(黃喜)의 모습도 그렇다. 청백리에 뛰어난 덕망을 갖춘 인물로 평가된다. 이는 굴절된 이미지일 뿐이다. 과(過)도 상당했지만 공(功)에 묻혀버렸다. 그래서 성인(聖人) 같은 모습만 부각된다.
좌의정 황희는 1427년 우의정 맹사성, 형조판서 서선 등과 함께 의금부에 하옥됐다. 의금부는 주로 왕의 명령에 따라 중죄를 조사했다. 그만큼 이들의 혐의가 무거웠다는 얘기다. 이들은 살인사건을 은폐했다가 적발됐다. 황희와 서선은 사돈 관계였다. 황희는 서선의 아들 서달을 사위로 맞았다. 서달의 살인사건을 무마하려다 사달이 났다. 서달은 자신의 어머니를 모시고 온천에 갔다가 신창현(현재의 아산)을 지나쳤다. 서달은 "신창현 아전이 예의를 갖추지 않았다"며 종을 시켜 매질을 했다. 동료 아전 표운평이 이를 말리며 항의하자 서달은 그를 때려죽였다.
아전은 하급 관리다. 사사로이 관리를 때려죽였으니 중형을 피할 수 없었다. 서달은 아버지와 장인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황희와 서선은 우의정 맹사성에게 사건 무마를 청탁했다. 맹사성의 고향이 신창현이라 아는 사람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권력자들이 힘을 쓰자 사태는 쉽게 봉합됐다. 표운평의 가족을 회유하는 한편 서달의 종에게 모든 죄를 뒤집어씌웠다. 하지만 세종까지 속이지는 못했다. 세종은 관리의 살해 사건인지라 조사 문건을 꼼꼼히 확인했다. 세종은 문건의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생각에 살인사건을 다시 수사하도록 지시했다. 의금부는 권력자들의 회유와 협박으로 사건이 은폐된 것을 밝혀냈다.
세종은 격노했다. 고위 관리들이 국가의 기본 질서를 어지럽혔으니 당연했다. 하지만 격노는 시늉에 불과했다. 서달은 교수형감이나 형장 100대를 때린 후 유배를 보냈다. 황희, 맹사성, 서선은 파면했다. 황희는 얼마 지나지 않아 좌의정으로 복직됐다. 황희는 스캔들을 달고 다녔다. 뇌물과 간통으로 간관(諫官)들의 손가락질을 받았다. 뇌물 때문에 사직한 적도 있다. 대사헌으로 재직하면서 금을 뇌물로 받았다가 '황금 대사헌'이라는 야유에 시달렸다.
황희는 박포(朴苞)의 아내를 자신의 집에 숨겨놓고 정을 통했다. 박포는 이방원(태종)의 형 이방간을 부추겨 ‘2차 왕자의 난(방간의 난)’을 일으켰다가 패한 후 참수형을 당했다. 과부와의 간통이지만 조선시대의 엄격한 윤리로는 손가락질을 피할 수 없었다. 세종은 황희를 몹시 아꼈지만 사관들의 평가는 냉혹하다. 조선왕조실록 졸기(卒記)는 "황희의 성품이 지나치게 관대하여 집안을 다스리는데 단점이 있었으며, 청렴하지 못했다"고 기록했다.
황희는 1426년 우의정으로 발탁된 후 24년간 정승 자리를 지켰다. 1432년 70세 때 영의정으로 승진한 후 18년 동안 재직했다. 황희의 승승장구는 세종의 전폭적인 신뢰 덕분이다. 세종은 능력을 기준으로 인재를 발탁했다. 세종도 황희의 흠이 적지 않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단점보다는 장점을 찾아 활용하는데 주력했다. 세종은 "대신들 가운데 황희만한 사람이 많지 않다. 다른 정승들과 비교해 그나마 청렴하고, 일을 처리하는 능력이 탁월하다"고 말했다.
현재 대한민국에서는 황희 같은 사람이라면 공직 진출은 꿈조차 꿀 수 없다. 공직자 임용 과정에서 높은 도덕성과 능력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병역, 납세 등 국민으로서의 기본적 의무 이행 여부는 물론 표절처럼 학자에게나 적용해야 할 기준까지 따져본다. 문재인 대통령 스스로 '공직자 배제 5대 원칙'을 제시했기 때문에 운신의 폭은 더욱 줄어들었다. 대통령이 취임한 지 두 달이 다 됐지만 아직 온전하게 내각을 구성하지도 못했다.
열쇠는 대통령이 쥐고 있다. 대통령이 높은 지지율을 무기로 장관 임명을 강행하는 것은 옳지 않다. 취임사에서 밝힌 것처럼 직접 대화를 통해 야당을 설득하는 게 바람직하다. 장관 지명자의 단점에도 불구하고 어떤 장점 때문에 발탁했는지를 설명하고, 그 부처 관련 정책에 대한 큰 그림을 제시한 후 협조를 구하는 것이 순리다. 이런 노력에도 야당이 협조를 거부한다면 역풍을 각오할 수 밖에 없다. 장관 지명자의 장점을 열심히 설명하는 대통령의 모습을 보고 싶다. 장관은 이런 대통령 밑에서 열과 성을 다한다.
주요신문사설
〔이데일리〕
1. 부동산 임대업 떠받친 세입자들의 눈물
부동산 임대업이 호황을 누리고 있다. 우리 부동산시장 구조가 임대업자들에게 유리하도록 왜곡돼 있음을 보여준다. 2015년의 부동산 임대업 매출이 106조 6445억원으로 5년 전인 2010년(64조 3060억원)보다 65.5% 늘어났다는 통계청의 조사 결과에서도 확인되는 사항이다. 같은 기간 중 전체 산업 매출액이 22.6%의 증가율에 머무른 것과도 비교된다. 부동산 경기가 활성화되면서 임대업자들이 톡톡히 재미를 보았고, 그 밑바닥에는 부당한 지출을 강요당한 전·월세 세입자들의 하소연이 깔려 있는 것이다.
모든 산업 분야 가운데서 부동산 임대업 매출 증가율이 가장 높게 나타났다는 사실부터가 정상적인 모습이 아니다. 이 분야의 영업이익률도 같은 기간 중 2.6%포인트 증가함으로써 전체 산업 영업이익률이 오히려 1.7%포인트 감소한 점과도 대조를 이룬다. 우리 경제가 부동산경기의 단맛에 취해 잘못된 길로 들어선 것이 아닌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국가 경제가 제대로 돌아가려면 무엇보다 제조업이나 서비스업이 원활히 돌아가야 함은 물론이다.
이러한 통계 숫자가 아니라도 임대업이 남다른 특수를 누리고 있다는 사실은 가까운 주변에서도 충분히 관찰할 수 있다. 전세 세입자들이 이사철만 되면 보증금을 올려 달라는 주인의 요구에 골머리를 앓는 ‘전셋값 증후군’이 그 하나다. 2년이라는 임대차 계약 기간 동안 봉급에서 한두 푼씩 떼어 모아놓은 돈으로는 감히 엄두도 내지 못할 만큼 전셋값이 뛰어오른 게 그동안의 현상이다. 월세 세입자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직장과 학교에서 더 멀어지지 않으려면 은행돈이나 마이너스 통장을 통원해서라도 재계약에 응해야 했다.
부동산임대 시장이 공급자의 일방적인 요구에 의해 움직인다는 것부터가 문제다. 주택은 한정돼 있는 반면 수요자들은 넘치는 결과다. 정부가 공공임대주택 정책을 확대하고 있지만 아직은 부족한 실정이다. 전·월세 계약에 있어서도 과도한 인상이 이뤄지지 않도록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일률적으로 제한이 어렵다면 임대업자들에 대한 세금을 현실화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부동산경기 활성화가 임대업자들의 이익만 보장하는 식으로 이뤄져서는 안 된다.
〔서울신문〕
2. 새 패러다임으로 건강한 보수 역할 되찾아야
자유한국당 7·3 전당대회에서 신임 당 대표에 홍준표 전 경남도지사가 선출됐다. 이번 대표 경선에 참가한 원유철, 신상진 의원을 압도적 표차로 누르고 당선된 것이다. 2011년 자유한국당 전신인 한나라당 대표로 선출된 이후 두 번째로 당 대표에 올랐다. 홍 대표는 당 대표 선출 직후 “이 땅을 건국하고, 산업화를 이루고, 문민정부를 세운 당이 이렇게 몰락한 것은 자만심 때문”이라고 반성했다. 그는 “앞으로 당을 쇄신하고 혁신해서 전혀 달라진 모습으로 국민의 신뢰를 받겠다”고 다짐했다.
홍 대표가 지적한 것처럼 이 땅의 보수 세력은 지금 최악의 상황에 놓여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과 연이은 대선 패배 등으로 공황 상태에 빠져 있다. 최근 여론조사(한국갤럽) 결과 창당 이후 최저치인 7%를 기록했다. 20석에 불과한 바른정당에도 못 미치는 수치다. 보수정당을 표방하는 두 당의 지지율을 합쳐 봐야 20%에도 한참 못 미치는 수치는 자업자득이랄 수 있다. 스스로 지켜야 할 보수의 가치를 헌신짝처럼 버린 보수정당에 대한 국민의 냉혹한 심판인 것이다.
홍 대표는 앞으로 2년간 난파 위기에 처한 한국당을 정상화하는 동시에 새로운 보수의 가치를 정립해 궁극적으로 수권정당이 되는 막중한 임무를 맡았다. 이를 위해선 우선 친박계와 비박계로 갈라진 고질적 당내 갈등을 치유해야 하지만 보수의 의미와 가치를 새롭게 정립하는 일이 최우선 과제다.
헌법에 기반을 둔 법치주의와 삼권분립, 언론 출판 집회 결사의 자유, 국가에 대한 헌신과 희생, 공정한 시장경제 등 이 땅의 민주주의 가치를 보수 정당들이 얼마나 실현하려고 노력했는지 묻고 싶다. 시대정신에 맞는 새로운 비전 제시도 없이 좌파 친북으로 상대방을 공격하는 것을 능사로 삼아 철학의 빈곤을 드러냈고 빈부격차로 대한민국의 공동체가 허물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분배의 정의를 말하면 포퓰리즘이라고 몰아쳤다. 시대의 흐름에 둔감했던 자유한국당이 과거식의 독선과 아집의 정치를 지속하면 당의 미래는 어두울 수밖에 없다.
건강한 보수의 가치를 정립하고 이를 토대로 국민이 공감하는 장기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추경예산안이나 정부조직법 등 긴급 현안에 대해 막무가내식의 반대로는 국민들의 마음을 살 수 없다. 새는 양 날개로 나는 것처럼 민주주의는 여당과 야당, 보수와 진보가 함께 균형을 잡아야 한다. 건강한 보수가 있어야 대한민국이 강건하고 힘차게 발전할 수 있다.
〔조선일보〕
3. 超불확실성 시대, 포퓰리즘은 안 된다는 오바마의 苦言
3~4일 이틀 일정으로 열리고 있는 조선일보 주최 '제8회 아시안리더십콘퍼런스'에서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을 비롯한 주요국의 전직 정상과 비즈니스 리더, 석학들이 '초(超)불확실성 시대의 뉴 리더십'을 주제로 토론을 벌였다. 기조연설을 맡은 오바마 전 대통령은 "세계가 지금 변곡점에 서있다"고 이 시대를 진단했다. 가속화하는 세계화와 기술 변화, 핵무기와 미래 대량 살상 무기의 위협, 양극화와 불평등 확대, 테러리스트의 세력화 등으로 인류는 복합 위기에 직면해 있으며 불확실성이 고조되고 있다는 것이다.
초불확실성의 경고음이 크고 심각하게 울리는 곳이 한반도라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북핵 위협과 남중국해의 미·중 갈등으로 상징되는 동아시아 안보의 불확실성이 한반도에 집중되고 있다. 또한 경제성장의 정체와 격차 확대, 불평등과 양극화에 따른 경제적 불확실성이 고조된 나라 중 하나가 우리다.
이런 복합적인 불확실성에 대처하기 위해선 핵심 가치를 지키면서 포퓰리즘에 휩쓸리지 않는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정·재계 리더와 석학들은 지적했다. 북핵 위협이라는 불확실성에 대해 오바마 전 대통령은 "미래는 미래를 파괴하는 자가 아니라 만들어가는 사람들의 것"이라며 북한에 단호한 메시지를 던져야 한다고 제안했다.
경제의 초불확실성도 우리를 비롯해 전 세계가 풀어가야 할 또 다른 숙제라고 참석자들은 조언했다. 부의 불평등으로 인해 자유무역과 시장경제에 대한 불신과 반감이 커지면서 불확실성과 갈등도 증폭되고 있기 때문이다. 엔리코 레타 전 이탈리아 총리는 "G20(선진 20개국) 차원에서 보호무역주의에 대항하기 위해 역할을 할 시기가 왔다"고 말했다.
참석자들은 리더들이 포퓰리즘에 빠져선 안 된다는 점을 특히 강조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이런 초불확실성 시대에는 많은 사람이 포퓰리즘적 방식으로 대응하거나 고립주의, 민족주의, 외국인 혐오증, 우리와 그들을 가르는 정치 따위에 의존하는 경향이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분열을 극복하고 관용, 개방성, 법치주의, 자유주의적 시장경제 질서, 언론·표현의 자유, 인권 같은 핵심 가치를 굳건하게 수호하는 리더십이야말로 초불확실성에 맞서는 진정한 해법이라고 했다.
전 세계가 맞닥뜨린 이 초불확실성 시대에 승자와 패자를 가르는 것은 리더십의 역할이라고 참석자들은 입을 모았다. 눈앞의 이익만 따지고 달콤한 포퓰리즘을 쏟아내는 한국의 정치 리더들이 특히 경청해야 할 말이다.
〔동아일보〕
4. “남북관계 운전하겠다”는 文, 국제공조보다 과속 말아야
문재인 대통령은 어제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과 만나 “지금은 북한이 대화의 문으로 나설 마지막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을 만나서는 북한의 평창 겨울올림픽 참여를 위해 협조해줄 것을 요청했고, 바흐 위원장은 김대중 전 대통령이 1998년 ‘북한이 동의하면 무엇이든 동의한다’고 했던 말을 연상시킨다고 화답했다. 한미 정상회담이 끝나자마자 다양한 대북 대화·교류 메시지를 내놓으며 속도를 내는 분위기다.
문 대통령은 내일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독일로 출국한다. 독일에서는 문재인표 대북정책 청사진도 밝힐 예정이다. 2000년 김 전 대통령의 ‘베를린 선언’처럼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끌어낼 대북 구상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한미 공동성명에서 ‘한국의 주도적 역할’과 ‘문 대통령의 남북 대화 재개 열망’에 대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가 확인됐다고 보고 본격적인 유화정책에 나서는 듯하다.
그러나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어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의 통화에서 대북 압박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방침을 재확인했다. 이를 위해 두 정상은 중국에도 대북 압력에 더 큰 역할을 요구하기로 했다. 미국이 한미 정상회담 직전 중국 단둥은행을 ‘돈세탁 우려기관’으로 지정한 것도, 한미 공동성명에 ‘최대의 압박’을 위한 새로운 조치 시행을 규정한 것도 지금은 대북 압박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미국 측 정책기조를 대변한다.
이번 G20 정상회의는 북한 압박을 위한 국제사회의 공조체제를 확인하는 자리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대북 제재에 누구보다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일본 아베 총리까지 낀 한미일 3국 정상회의도 예정돼 있다. 문 대통령은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 문제로 껄끄러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만날 가능성도 높다. 훨씬 고난도의 외교무대인 다자 정상회의에서 문 대통령이 대화 중심의 대북정책을 내세울 계제가 아니다. G20 정상회의에서 만나게 될 주요국 정상들도 대부분 우파 출신이고 대북 강경책을 선호한다.
문 대통령은 “남북관계에서 우리가 운전석에 앉아 주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한국의 남북관계 주도권은 미국 중국 일본 등 주변국, 나아가 국제사회의 대북 공조와 따로 놀 수 없다. 지금 국제사회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맞서 최대한의 압박과 제재에 집중하는 단호하고 일치된 목소리를 요구하고 있다. 남북관계 개선이라는 운전대를 잡게 됐다는 식의 편의적 해석으로 속도를 내서 국제적 대북 공조의 궤도에서 이탈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중앙일보〕
5. 정책실험 자제하고 발등의 불부터 꺼야 할 초대 내각
경제 분야 내각 인선이 마무리되면서 문재인 정부 출범 55일 만에 조각이 완료됐다. 우선 금융 쪽은 안정에 방점이 찍혀 무난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최종구 금융위원장 후보자는 경험이 풍부한 전문 관료 출신으로,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과 가계부채 등을 대비할 적임자로 꼽힌다.
하지만 나머지 경제 분야 내정자들은 실무 경험이나 정책 감각이 떨어지는 교수 일색이어서 걱정스럽다. 어제 후보자로 지명된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는 모두 교수 출신이다. 앞서 공정거래위원장과 고용노동부·법무부·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도 마찬가지다. 특히 정책 결정의 파트너가 될 청와대 정책실장·경제수석·경제보좌관이 모두 교수 출신이다. 방송통신위원장 역시 캠프에 몸담았던 교수 출신이다.
교수 출신 자체가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들의 경력을 보면 세계를 휩쓸고 있는 4차 산업혁명에 대한 전문성과 비전이 보이지 않는다. 산자부 장관은 신재생 에너지 전문가여서 탈(脫)원전에 치중할 뿐 정보통신·빅데이터·로봇 등 4차 산업혁명에 대한 역량을 갖추었는지 의문이다. 특히 경제수석의 역할 축소가 걱정된다. 역대 경제수석은 관료 아니면 국책연구기관장 출신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홍장표 경제수석은 그야말로 재야(在野) 대학 교수다. 소득 주도 성장(J노믹스)의 기본 이론에 밝다고 하지만 엄중한 시기에 정책 실험만 할 수는 없다. 경제부총리와 경제수석 사이에는 견제와 균형이 중요하다. 바로 앞 박근혜 정부도 경제수석과 경제부총리의 동종교배가 실패의 원인이었다.
이제 국회가 인사청문회를 통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과 일자리 대책, 4차 산업혁명 등에 대비한 경제 분야 후보자들의 능력을 확실하게 검증해야 할 것이다. 섣부른 정책 실험은 자제하고 발등의 불부터 꺼야 한다.
〔세계일보〕
6. 충격적 ‘제보 조작’ 사태에 책임지는 사람 왜 없나
국민의당이 ‘문준용 의혹 제보 조작’ 사건을 자체 진상 조사한 결과를 어제 내놓았다. 진상조사단을 구성한 지 6일 만에 내놓은 결론은 당원인 이유미씨의 단독 범행이라는 것이다. 이준서 전 최고위원이 문준용 의혹에 대한 정보 수집을 요청하자 이씨가 카카오톡 메시지 캡처 화면과 음성 녹음을 조작해 제공했다고 한다. 조사단장인 김관영 의원은 “증거를 조작할 만큼 미숙한 정당이거나 파렴치한 정당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런 조사 결과에 수긍할 국민이 과연 얼마나 될지 의문이다.
대선을 코앞에 두고 혼자서 이런 엄청난 일을 꾸미기는 쉽지가 않다. 명백한 조작 공모가 아니더라도 최소한 상의했거나 사건을 은폐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 게 상식적이다. 이씨는 대선 전날 이 전 최고위원에게 증언의 신빙성에 문제가 있음을 시사하는 카카오톡 메시지를 발송했다. 이 전 최고위원은 의혹을 발표하기 직전 박지원 전 대표에게 제보 내용을 바이버 메시지로 보냈다. 제보 조작이 문제되자 이씨가 안철수 전 대표에게 ‘구명 문자’를 보낸 사실도 확인됐다. ‘꼬리 자르기’라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이 사건에 대한 본격 수사를 시작한 검찰이 실체적 진실을 규명하는 수밖에 없다. 검찰은 어제 이 전 최고위원 등 당직자 3명을 소환해 제보 조작 사건의 윗선 개입 여부 등을 집중 조사했다.
국민의당은 “국민도 속고 국민의 당도 속았다”며 억울한 표정을 짓고 있다. 하지만 새 정치를 내세운 국민의당에 속은 국민의 배신감은 무엇으로 치유해야 하나. 지금 당이 해야 할 일은 처절한 반성이지, ‘피해자 코스프레(흉내)’가 아니다. 이런 무반성 자세로는 땅바닥으로 추락한 당의 지지율을 회복하기 어려울 것이다. 어제 공개된 리얼미터 여론조사에 따르면 국민의당 지지율은 5.1%로 원내 5당 중 꼴찌였다. 호남에서 지역구 의원을 가장 많이 거느린 정당이지만 호남 지지율은 자유한국당한테도 추월당했다.
사태가 당의 존립 기반을 흔드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는데도 국민의당에서는 누구 하나 책임지겠다고 나서는 이가 없다. 자기 발등에 불똥이 떨어질까 전전긍긍하는 지도부의 모습은 안쓰러울 지경이다. 당을 창업한 안 전 대표는 “대단히 엄중히 생각하며, 국민과 당에 정말 죄송한 일이 발생했다”면서 다른 사람을 통해 입장을 내놓았을 뿐이다. 공당의 책임 있는 태도가 아니다.
〔매일신문〕
7. 여전한 대구 아파트 청약 과열, 부작용 경계할 때
서울과 경기, 부산 등을 대상으로 3일부터 대출 규제가 시작되면서 정부의 부동산 대책이 본격화하고 있다. 6`19대책 발표 이후 전국 40곳의 청약조정지역을 중심으로 제한적이지만 시장 안정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경기 하강 국면에 접어든 대구 등 일부 지방도시 아파트 청약률이 여전히 고공 행진하는 등 불안감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관련 대책도 시급하다.
올해 상반기 대구 5개 아파트 단지의 신규 분양 물량은 모두 1천920가구로 지난해 8천696가구의 22% 수준이다. 그런데 청약률은 수백대 일이 기본이고, 모델하우스마다 수만 명의 시민이 찾는 등 북새통이다. 업계는 공급 감소가 그 이유라고 해석하고 있으나 정부의 대출 규제에서 제외된 ‘풍선효과’가 한몫하고 있다는 분석이다.새 아파트 분양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을 마냥 탓할 수는 없다. 하지만 순수 거주 목적보다 투자 수단으로 여기는 사회 풍조가 더 강한 사실을 감안하면 최근 대구 시장의 과열을 보는 시선은 곱지 않다. 전매 차익을 노린 ‘무조건 청약’의 비중이 크다는 점에서 정상이 아니다.
사정이 이러니 아파트 분양가도 급등하는 추세다. 올 상반기 대구 아파트의 평균 분양가는 3.3㎡당 1천338만원으로 지난해보다 19.78%나 뛰었다. 전국 평균인 1천69만원을 훌쩍 넘어섰고 1천974만원인 서울에 이어 두 번째로 비싸다. 물가상승률 등을 따져봐도 지나친 수준이다. 업계는 수성구 등 도심에 분양이 몰린 때문이라고 설명하나 시장 과열에 편승한 분양가 올리기 노림수도 배제하기 힘든 이유다.
최근 실수요자를 중심으로 집값 급등에 따른 경계 심리가 커지고 있다. 자연히 소비자의 움직임이 둔화될 수밖에 없어 자칫 미분양 등 부작용이 현실화할 가능성도 크다. 올 들어 청약 미달이 확산돼 미분양이 급증한 제주도의 사례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처럼 급격한 시장 위축도 문제이지만 집값 거품은 부동산 시장의 안정을 해치는 최대 요소다. 서민층 부담이 가중되는 등 심각한 사회 문제를 낳기 때문이다. 이를 막기 위해서라도 각 지자체는 시장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시장 안정에 힘을 모아야 한다.
〔매일경제〕
8. 미군 축제 반발하는 시민단체, 이러고도 한미동맹 얘기하나
충남 천안시가 인근 평택으로 이주하는 4만여 명의 주한미군과 가족들을 대상으로 열려고 했던 축제가 시민단체 반발로 무산됐다. 천안시는 미군을 대상으로 천안 지역을 홍보하기 위해 오는 10월 '한미 친선 도깨비 축제'를 기획했다. 하지만 시민단체들이 부정적인 측면을 부각하며 축제 철회를 요구하자 천안시는 마찰을 우려해 결국 보류 결정을 내렸다.
지난달 10일 의정부시가 개최한 '미2사단 창설 100주년 콘서트'가 파행을 빚은 것과 닮은꼴의 사태가 또 벌어진 것이다. 그때도 시민단체들이 무대에 서기로 한 가수들에게 협박 댓글 공세를 펼쳐 인순이 등 가수들이 출연을 포기하는 황당한 상황이 연출됐다.천안시민사회단체협의회는 "미군이 주둔하면 평택뿐 아니라 인근 천안도 각종 범죄, 소음, 환경공해에 시달려야 할 것"이라고 항의했다. 반미(反美) 단체들의 이 같은 주장은 주한미군을 범죄집단, 혐오집단으로 취급하고 있는 것이어서 심히 유감스럽다. 미국이 시민단체의 주한미군에 대한 편협한 인식을 한국 전체의 시각으로 오해할까봐 걱정스럽다.
이번 한미 정상회담의 가장 큰 성과로 꼽히는 것이 굳건한 한미 동맹 재확인이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장진호 전투 기념비를 찾아 "한미 동맹은 전쟁의 포화 속에서 피로 맺어진 혈맹"이라고 역설한 바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에서는 고작 주한미군을 초청하는 축제를 놓고 실랑이가 벌어지고 있으니 답답한 노릇이다. 시민단체의 본능적이고 일상화된 반미는 우려스러운 수준이다. 지난달 24일 한 시민단체는 사드 배치에 반대하며 미국 대사관을 19분간 포위하는 '인간 띠 잇기'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이에 미국 대사관이 우리 정부에 공식 항의했는데 당연한 일이다.
사드 배치를 둘러싸고 한미 양국 관계가 아직 불안한 상황인 만큼 동맹을 과시할 수 있는 축제는 지방자치단체 단위로 더 많이, 더 자주 열리는 게 바람직하다. 미군 축제가 무산되는 일이 되풀이된다면 한미 동맹에 균열이 갈 수밖에 없다. 북핵이라는 위협을 머리에 이고 있는 우리 입장에서는 미군과의 공존이 불가피하다. 주한미군에 대한 맹목적 거부감을 거두지 않은 채 한미 동맹을 말하는 것은 이율배반적이다. 정부와 지자체들이 극소수 시민단체에 휘둘리지 말고 엄정히 대응해야 한다.
〔경향신문〕
9. 제보조작 “단독 범행”이라는 국민의당, 누가 믿겠나
국민의당은 3일 문재인 대통령의 아들 준용씨 취업 특혜의혹 제보를 조작한 사건이 열혈당원 이유미씨의 단독 범행이라고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김관영 진상조사단장은 “박지원 전 대표나 안철수 전 대선후보가 이 사건에 관여했거나 인지했을 만한 어떠한 증거와 진술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당의 부실 검증에 대해선 “증거를 조작하려고 마음먹은 사람이 만든 상황에 당은 무력했다”고 했다. 한마디로 일개 평당원이 어설프게 만든 녹음 파일 하나에 당 전체가 놀아났다는 얘기다.
국민의당은 대선을 나흘 앞둔 지난 5월5일 ‘문재인 후보 아들 특혜 채용 개입’이란 의혹을 긴급 발표했다. 이후 공식 회의에서는 물론 각종 유세와 토론회, 논평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서 이를 최대 이슈로 부각시키며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상대 당 후보를 공격했다. 그런데 이제 와서 “국민도 속고, 당도 속았다”고 한다. 제보 폭로를 주도한 공명선거추진단의 단장, 부단장은 검사·기자 출신이다. 이들도 이런 엄청난 제보를 접한 뒤 제보자란 사람과의 접촉이나 확인 한번 거치지 않고 그냥 발표했다고 한다. 사실로 믿기지 않는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공당이라 할 수 있겠는가.
검찰이 당 간부들을 줄줄이 소환하며 본격적으로 윗선 수사에 나선 날 안 전 후보와 박 전 대표는 무관하다는 진상조사 결과를 서둘러 발표한 것도 석연치 않다. 안 전 대표는 당 조사에서 “국민과 당에 정말 죄송한 일이 발생했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게 전부다. 알았든, 몰랐든 대선후보로서 정치적·도의적 책임을 지고 시민들에게 백배 사죄해야 마땅하다. 그가 표방했던 ‘새 정치’가 이런 것이었다면 실망스럽기 짝이 없다. 박 전 대표도 페이스북에 말장난 같은 해명만 올려놓을 뿐 직접 사과는 이리저리 피하고 있다. 그는 “조작음모에 가담했다면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목을 내놓겠다. 내가 관련 없다면 추 대표는 뭘 내놓을 건가”라고 반문했다. 누가 가해자이고 누가 피해자인지 적반하장도 유분수다.
이날 발표된 여론조사에 따르면 국민의당 지지율은 최대 기반인 호남에서 자유한국당에도 뒤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젠 지지율이 얼마인지보다 당이 계속 존립할 수 있을지가 더 궁금할 정도다. 이런 위기상황에서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꼬리 자르기식 대처로 무너지는 당의 추락세를 막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한국경제〕
10. 홍준표호, '웰빙·무능' 벗고 보수가치 제대로 세워라
자유한국당이 어제 전당대회를 열어 홍준표 전 경남지사를 대표로 선출하는 등 새 지도부를 출범시켰다. 지난해 12월 이정현 대표 체제가 무너진 지 6개월 지나서야 정상적 지도체제를 갖춘 것이다. 한국당은 지금 절체절명의 위기다. 지지율은 7%까지 곤두박질쳤다. 바른정당에도 뒤졌다. 의원 100석이 넘는 보수정당이 이렇게까지 지리멸렬한 적은 없다. 홍 신임 대표의 앞은 온통 가시밭길이다.
위기는 한국당이 자초한 것이다. 총선과 대선에서 대패하고도 반성은커녕 누구 하나 책임지지 않았다. 예전 같으면 초·재선들이 정풍(整風)운동이라도 했다. 이번 대표 경선에선 계파 싸움과 막말 공방으로 날을 지새우다시피 했다. 오죽했으면 보수층마저 외면했을까 싶다.더 근본적인 한국당의 위기는 ‘정체성의 위기’다. 지향해야 할 가치와 방향성이 무엇인지 분명하지 않다. 한국당은 스스로 ‘보수 본류’라고 한다. 그러나 표를 얻는 데만 급급해 보수의 기본 가치인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작은 정부를 외면하던 게 다반사였다. 2012년 대선 때는 야당이 무색할 정도로 경제민주화 구호를 외쳤던 게 한국당의 전신인 새누리당이다.
그렇다고 여당 견제라는 야당 본연의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고 있는지도 의문이다. 청문회에서 국가관과 도덕성, 능력이 부적격으로 확인된 후보자들에 대한 공격의 날은 현 여당의 야당 시절에 비해 훨씬 무뎌졌다는 지적도 받는다. 높은 지지율을 기반으로 강공 드라이브를 거는 문재인 정부 앞에 무력하기만 하다. 안보, 경제 등 각 분야에서 좌파적 정책이 넘치고 있지만 보수정당으로서 좌표 설정도 못 하고 있다. 지난 9년간 여당으로 안주하면서 ‘웰빙’에 젖어 살아온 결과다.
여당에 긴장감을 불어넣기 위해서라도 보수정당은 자기 자리를 찾아야 한다. 홍 대표는 기자회견에서 “육참골단(肉斬骨斷: 자신의 살을 내주고, 상대의 뼈를 끊는다)의 각오로 혁신해야 한다”며 “보수우파를 재건하는 대장정을 시작하겠다”고 했다. 또 “우파 가치를 바로 세우겠다”고 다짐했다. 관건은 실천이다. 그간 이런 약속을 하고 ‘말뿐’이었던 대표들이 많았다. 홍 대표는 이들과 다르길 기대한다.
주요신문칼럼
〔프레시안〕
1. 줄기세포 치료제? '황우석'이 다시 살아나고 있다
식약처도 적폐라면 적폐다. 나는 보건의료 분야에서 가장 문제가 많은 조직을 꼽으라면 단연코 식품의약품안전처'를 꼽을 것이다. 한마디로 이 조직은 명칭과 달리 식품과 의약품에 대한 국민의 안전을 제대로 지켜주지 못하고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전 세계에서 허가를 받고 시판 중인 줄기세포 치료제는 총 6종인데 그 중 우리나라만 무려 4종의 치료제가 소위 '줄기세포 치료제'라는 이름으로 허가를 받았다. 이 4품목은 2011년 7월부터 2014년 4월까지 3년도 안 되는 짧은 기간 사이에 허가된 제품으로 모두 이명박 정권의 말기와 박근혜 정권 초반기에 허가되었다.
그 중 우리나라에는 '세계 최초'로 상업적 허가를 받은 줄기세포 치료제가 있다. 뭐 그렇다고 해서 전 세계가 인정해주는 약은 아니고 우리나라만 그렇게 부른다. 그야말로 셀프 훈장인 셈이다. 한국 파미셀의 하티셀그램-AMI 라는 약이다. 이 약은 자신의 세포를 이용한 제품으로서 급성심근경색환자에게 사용하도록 2011년 7월 줄기세포 치료제로 식약처의 허가를 받았다. 식약처는 지난 주 이 '전 세계 최초'라는 줄기세포 치료제 하티셀그램-AMI의 품목허가를 계속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1회 투약비용이 세금 제외하고 무려 1800만 원! 비싸도 우라지게 비싼 약이다.
이렇게 할 거면 뭐하러 시판후조사(PMS)를 만들어놓았는가? 약이 허가를 받고 시판되기까지의 과정은 실로 어렵고 힘든 일이다. 각 단계의 임상을 거쳐야 하며 그 임상에서 안전성과 유효성을 검증해야 한다. 하지만 약은 이렇게 임상과정을 거쳐서 개발되었더라도 안전성과 유효성을 100% 장담할 수는 없다. 제한된 임상으로는 그것이 갖는 문제를 모두 파악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이에 아직 드러나지 않은 유해 상황 및 환자에게 영향을 미치는 각종의 사례를 더 조사하기 위해 일단 시판을 허가하고 환자들에게 장기간 투약하게 하여 안전성 유효성에 영향을 미치는 각종의 사례를 수집하고 이를 토대로 약에 대한 시판허가를 재심사하게 된다. 이것이 시판후허가(PMS)라는 재심사제도이다. 이 제도는 환자의 안전과 생명에 관련된 문제이기에 전 세계적으로 더 강화되는 추세이다.
위에 언급한 하티셀그램-AMI 역시 2011년 4월 허가 이후 안전성 유효성을 입증하기 위해 6년간 600례의 시판후조사(PMS)를 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관련 서류를 제출하지 못했기 때문에 당연히 허가가 취소되었어야 했다. 하지만 중앙약사심의위원회가 안전성을 확보하기가 어렵다는 문제제기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식약처는 조사 증례수를 1/6인 100례로 줄여주면서까지 허가를 해줬다.
전 세계에서 줄기세포 치료제의 이름을 달고 개발하고 있는 약들이 개발과정에서 대부분 번번이 좌절하는 이유 중 가장 중요한 이유는 투약 받은 줄기세포가 종양으로 발전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에 하티셀그램이 임상 이후 실시한 추적조사에서 임상약을 투약 받은 17명 중 2명에게서 대장암이 보고되었다는 것은 매우 분명하고 조심스럽게 살펴보아야 할 사항이다. 이렇게 악성종양과의 상관관계를 보기 위해 임상을 하는 것이고 더 나아가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파악되지 않은 것을 보기 위해 시판후조사를 하는 것이 아닌가? 바로 환자의 생명이 직결된 일이기 때문이다. 그걸 식약처 자신들이 만든 기준을 주관적 잣대로 맘대로 주물럭거리고 할 바에야 저런 시판후조사 같은 재심사제도를 왜 만들었냐 말이다.
'전 세계 최초'라는 말 좀 쓰지 마라 작년에 나는 화상환자들에게 쓰는 세포치료제 '케라힐-알로'와 관련한 제반의 문제제기를 했었다. 당시에는 이미 식약처 허가를 끝내고 심평원의 보험급여 여부와 약가를 심사하는 과정이었기에 심평원과의 접전이 중요했지만, 사실 그 약도 더 따지고 보자면 임상시험 단계부터 문제투성이로 점철된 약이다. 결론적으로 이 약 같지도 않은 약을 허가해준 곳이 바로 식약처이고 이 식약처가 모든 문제의 근본 원인 제공자이다.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줄기세포 치료제의 정의가 과학적으로 아직 모호하다. 하지만 우리 식약처는 이런 문제를 과학적으로 모두 해결을 보았는지 '세계 최초'의 '줄기세포 치료제' 허가를 외국에까지 알리고 있다. 그러나 미국과 유럽의 제반 나라들은 그저 여러 세포치료제 중의 하나 정도로만 다 생각하고 있을뿐더러 소위 선진국이라는 어느 나라도 그 세계 최초의 약을 자국에서 허가해준 나라는 단 한 곳도 없다. 설령 어떤 국가의 보건 당국에서 요청이 오더라도 지금 식약처에 제출된 임상시험 성적과 시판후조사의 내용으로는 허가를 받지 못할 것이다. 그럼 이런 상황에서 나 같은 사람은 식약처에 거꾸로 물어보는 것이 당연한 게 아닌가?
"식약처! 당신들의 허가 기준은 뭐야?" 나는 식약처가 이렇게 무리하게 일을 진행하는 것은 여러 이유 중 하나가 그간 정부의 바이오의약품 시장 육성이라는 정책방향에 있다고 생각한다. 위에 열거한 모든 약들이 이명박-박근혜 정권을 거치면서 허가되고 시판된 것들이다. 이런 시류를 타고 식약처의 관료와 해당 실무자들이 제약사와 한 몸으로 굴러간 것이 아니라면 여기저기 보이는 비상식적인 심사와 허가의 행태를 모두 설명하기는 불가능하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는 바이오산업 육성에 있어서 수익성과 공공성을 함께 쫓는 방향으로 갈 모양이다. 수익성은 그렇다 치고 그는 "기술발전과 산업변화에 발맞춰 국제수준의 합리적 규제방안을 마련"해 나가겠단다. 다름 아닌 '국제수준의 합리적 규제방안'이란다. 그렇다면 지금 허가 받은 약들은 다 취소해야 할지도 모를 텐데 지금 식약처는 그 반대로 가고 있다.
우리가 헐렁하게 허가해준 약을 아무리 세계 최초라고 해봐야 국제 사회에서는 그냥 '아무 관심 없음'일 뿐이다. 지난 5월 18일 한 보건의료전문지 기사에 중앙약제심의위원회의 한 위원이 "세계 최초 줄기세포 치료제인 만큼 품목허가가 취소된다면 국가 위신에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한 것이 나왔다. 제약회사나 말할 법한 씁쓸한 발언이다.
국가 위신이라니? 국가 위신은 허가의 부족함을 깨닫고 이를 뒤늦게나마 바로 잡고 규정대로 허가를 취소해서 환자의 생명과 국민의 혈세를 보호하고자 하는 모습을 보일 때 그나마 바로 서는 것이다. 그간 이렇게 못했기 때문에 세계 여러나라들이 우리나라를 국제적 호구로 보는 것이다. 황우석 사건 때 도대체 뭘 보고 배운 것인가!
〔머니투데이〕
2. 나는 대한민국 '엘리트 검사'다
나는 기획·특수·공안통 검사다. 2000명 검찰의 20% 안에 드는 소위 ‘엘리트 검사’다. 그런데 요즘 분위기가 영 아니다. ‘검찰이 말이야~’ ‘검사들이란~’ 사회 곳곳 적폐가 적잖은데 개혁대상 1호란다. 청와대는 그렇다 치자. 국민들까지 목소리를 높인다. 사회 정의를 세우고 국민의 인권을 지킨 게 아니라 정권과 결탁했단다. 우리들의 권력을 극대화하는 것을 조직의 목표로 삼았다고 비판한다.
어쩌다 이 지경까지 왔나. 엘리트 검사 출신인 우병우 때문이다. 난 인물이다. 하루 먹고 살기 바쁜 국민들이 민정수석 이름까지 다 안다. 이런 검사가 있었던가. 검찰이 어디까지 망가질 수 있는지를 보여줬단다. 그가 살았으니 우리가 죽게 생겼다. “수사까지 말아 먹더니 술 마시고 돈 봉투까지 돌렸다”고 손가락질을 한다. ‘윗분의 뜻을 받들었던’ 김기춘도 못지 않다. 복집 사건을 도청 프레임으로 바꾼 ‘신공’을 우병우와 함께 ‘정윤회 문건’ 사건에서도 어김없이 발휘했다. 우리 같은 법률 기술자들이 없었다면 국정농단이란 막장드라마의 탄생은 불가능했다.
우리가 세긴 센 모양이다. ‘검찰 공화국’이란다. 기소 독점에 ‘기소 편의주의’란 비판도 듣지만, 괘의치 않았다. 무죄가 나와도 정권 구미에 맞는 ‘맞춤형 수사’를 하면 승승장구 했다. 출세 욕망보다 더 많은 보상을 받았다. 수사권도 갖고 있다. 한마디로 대한민국 사법 절차 전체를 관장한다. 검사장 등 차관급 예우를 받는 게 49명이다. 행정부 내 다른 부처를 모두 합한 것보다 세다. 법원은 차관급인 고등 부장판사가 60여 명이 넘는다. 법대(法臺)가 위에 있다고? 우리도 그 정도는 돼야 하지 않나. 3권 분립 외 ‘제4권’이란 말도 나온다. 권부의 핵심 청와대 민정수석실도 차지했다. 새 정권에선 종 쳤다. 인사·예산권을 쥐고 있는 법무부도 점령했다. 장·차관은 물론 교정본부장을 뺀 국장 모두 우리 식구들이다. 주요 실무과장의 절반 가량도 검사다.
경찰청과 국세청이 행정자치부와 기획재정부를 점령했다는 말은 듣지 못했다. 아~우리와 비슷한 곳이 있긴 하다. 국방부다. 그러고 보니 여기도 개혁대상이란다. 위기도 있었다. DJ가 대통령이 됐을 땐 모골이 송연했다. 우리가 사형을 구형하지 않았나. 잔뜩 긴장했는데 ‘검찰이 바로 서야 나라가 바로 선다’는 휘호를 하사했다. 한숨 돌리니 새 대통령이 개혁의 칼을 뽑았다. 기수를 목숨처럼 여기는데 검찰 출신도 아닌 한참 어린 여성 법무장관을 임명했다. 대통령과 맞짱도 떴다.
독립성을 보장할 테니 알아서 개혁하라고 했다. 개혁하자며 토론만 했다. 이상만 숭고했을 뿐이다. 우리가 누군가. 조직의 생리를 너무 몰랐다. 때 마침 우리에겐 안대희가 있었다. 대선자금 수사로 ‘국민검사’ 칭호까지 받았다. 이렇게 잘하는데 왜 개혁을 하자는 거지? 다행스럽게 국민이 무관심했다.
이번엔 쉽지 않을 것 같다. 민정수석도 법무장관 후보자도 형사법 전공자다. 대통령은 당시 민정수석으로 토론을 주관했다. 우리를 속속들이 들여다 보는 듯 하다. 취임 열흘 만에 언론에 회자 됐던 중요 사건의 책임자들을 인사 조치했다. 전광석화였다. 정기 인사 때 해도 될 일이었다. 마치 그런 검사들에게 미래가 없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것 같았다. 우리를 수사·기소까지 하는 조직까지 만든다고 한다. 윤석열 지검장의 대중적 지지도가 높지만, 안대희 만큼의 효과를 거두기 어려울 것 같다.
그간 우리의 힘을 빼는 검찰 개혁안에 법무부가 앞장서 반대했지만, 이도 여의치 않을 것 같다. 새 법무장관이 오면 얼마의 검사들이 친정으로 복귀할지 모른다. ‘탈검찰화’다. 이제 기댈 곳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다. 검사 출신 의원들의 활약을 기대해 볼 뿐이다. 혹자는 우리를 권력과 출세욕에 불타 검찰 지상주의에 갇혀 산다고 한다. 물론 소수다. 대다수 형사부 검사들은 산더미처럼 쌓인 사건 기록과 밤새 씨름하고 있다. 하지만 조직 분위기를 선도하고 대외적 발언권을 독점하는 건 우리다. 외부로부터의 개혁에 순응할지, 스스로 개혁할지, 아니면 때를 기다려야 할지 그게 고민이다.
〔아시아경제〕
3. [초동여담]핵, 여름
7~8월은 쉬어갈 수 있는 때다. 사막을 아름답게 한다는 숨겨진 샘물처럼, 휴가가 자리하고 있다. 대놓고 설레는 시즌이다. 하지만 핵의 역사는 여름에 쉬기는커녕 가장 뜨겁고 숨막힌다. 1945년 7월16일에 세계 최초의 핵실험이 있었다. 2차 세계대전 중 미국이 핵무기 개발을 위해 수립한 ‘맨해튼 프로젝트’의 결과물이었다. 인류를 초현실적인 에너지이자 공포의 세계로 밀어넣은 것은 아인슈타인과 유대인 과학자 실라르드의 편지로부터 시작됐다. 1939년 루스벨트 대통령에게 전해진 이 편지는 독일보다 앞서 핵무기를 개발해야 한다는 것이 골자였다.
“큰 질량의 우라늄 핵 연쇄 반응은 매우 큰 힘과 라듐 비슷한 많은 양의 새로운 원소들을 발생시킬 수 있도록 조절 가능하다는 것이 확실해졌습니다. …이렇게 만들어질 새로운 형태의 폭탄은 가장 낮춰 생각해도 극도로 강력한 폭탄이 될 것입니다. 이런 종류의 폭탄 단 한 개를 보트에 실어 폭발시킨다면, 보트가 있던 항구 전체와 인근 지역 모두를 일순간에 파괴시킬 수 있습니다.”
핵무기는 1930년대 초 영국을 시작으로 독일과 일본이 개발이 나섰다. 하지만 중도에 포기했고 뒤늦게 뛰어든 미국이 성공을 거뒀다. 3년여간 미국의 대학, 연구소, 산업체, 군대 등에서 12만5000명의 인원과 20억달러의 자금을 집중 투입한 결과였다. 핵의 위력은 아인슈타인을 비롯한 과학자들의 예측을 훨씬 뛰어넘는 가공함이었다. TNT 2만t 수준으로 지름 76m의 웅덩이를 만들었다. 맨해튼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과학자 페르미는 "1000개의 태양보다 더 밝다"고 표현하기도 했다.
이 ‘1000개의 태양보다 밝은’ 폭탄은 일본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투입돼 20만명이 넘는 희생자를 냈다. 아인슈타인과 실라르드, 그리고 페르미 등 핵무기 개발을 주장했거나 참여한 과학자들은 대부분 후회와 자책에 빠졌다. 독일이 핵무기 개발에 실패한 배경에도 과학자의 고뇌가 녹아있는 논란꺼리가 있다. 양자역학의 창시자이자 독일 핵무기 개발에 참여했던 하이젠베르크의 회고록에서 그가 동료 과학자와 나눈 대화 일부다. “핵에너지를 만들 수 있는 우리의 능력에 대해선 의심의 여지가 없어. 그러나 폭탄을 만드는 것에 대해선 생각해 보지 않았지. 내 가슴 깊은 곳에선 그것이 엔진이 되는 것은 정말 기뻤지만 폭탄은 아니었어.” 못 만든 것이 아니라, 일부러 안 만들었다는 얘기로 비쳐졌다.
이번 한미 정상회담의 가장 큰 성과 중 하나는 트럼프 대통령이 “한반도 평화통일 환경 조성에 한국의 주도적 역할을 지지한다”고 밝힌 대목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북핵 동결로 대화의 입구에 들어가 완전한 핵 폐기와 평화체제 구축이라는 출구로 나오는 2단계 해법을 제시했다. 당장 폐기를 주장해서는 대화가 되지 않으니, 일단 묶어 놓고 입부터 열자는 것이다.
한편으로는 국내에서 신고리 원전 5 ·6호기 건설 중단을 놓고 논란이 뜨겁다. 일각에서는 원전을 핵무기 이상의 위협으로 보고 있다. 체르노빌과 후쿠시마의 기억을 지울 수 없다면, 기우로만 치부하기도 어렵다. 이래저래 한반도의 여름은 기로에 서 있다. 어느 길로 가야할 지는 '한 생명이 우주보다 귀하다'는 확고한 전제 아래서 정해지길 바랄 뿐이다.
〔한국일보〕
4. [기억할 오늘] 루 게릭 최고의 행운
1939년 7월 4일 미국 프로야구 뉴욕 양키스 스타디움에서 양키스팀 1루수 루 게릭(Henry LouisGehrig, 1903~1941)의 은퇴식이 열렸다. 그날 게릭은 연설에서 자신이 앓던 병을 언급한 뒤 “하지만 오늘, 저는 제 자신이 세상에서 가장 운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라고 말했다. 멋진 선수 및 감독들과 함께 했던 17년 간의 행운, 팬들의 친절과 격려, 그리고 “항상 힘의 근원이 되어주며, 내가 가능하다고 여기던 것보다 더 멋진 것이 있다며 용기를 북돋워준 아내가 있다는 사실”에 감사했다. 메이저리그의 전설이 된 수많은 스타들이, 관중석의 팬들과 뉴욕 시장이, 새로운 전설이 된 게릭에게 박수를 보냈다.
1923년 뉴욕 양키스에 입단해 만 14년(25~39년)을 주전 선수로 활약하며, 그는 2,130경기 연속출장 기록과 12년 연속 3할대 타율, 5차례의 40홈런 이상을 기록한 교타자이자 강타자였다. 1995년까지 최고기록으로 남았던 저 연속출장 기록이 말해주듯, 그는 최고의 선수였지만 성실하고 헌신적이었고, 또 대체로 겸손했다. 그가 앓던 근위축성측색경화증(ALS) 증상이 경기력에 영향을 미친 건 38년 시즌 중반부터였다. 타력도 주루 플레이도 표나게 약하고 둔해졌다. 하지만 감독(조 매카시)도 팀의 누구도, 구단주의 종용에도 불구하고 출장 명단에서 먼저 그를 배제하지 않았다. 프로들의 프로인 그들이 승리보다 자신을 믿고 아꼈다는 사실을 게릭은 자랑스러워했고, 고마워했다. 그리고 39년 4월 30일, 게릭은 4타수 무안타를 기록했고, 다음 경기 직전이던 5월 2일 감독에게 빼달라고 청했다.
남은 생이 길어야 3년이라는 진단을 받은 그는, 은퇴 직후 임기 10년의 뉴욕시가석방위원회 감독관이 됐다. 쉬며 요양하는 대신, 고액의 강연 요청 등 돈벌이 대신, 그는 사실상 지역 봉사에 임했다. 그리고, 그의 곁에서 끝까지 힘과 용기를 북돋워준 게 25년 결혼한 아내 엘리너(1905~84)였다. 부부에겐 자녀가 없었고, 엘리너는 평생 재혼하지 않았다. 2차 대전 중 전쟁채권을 팔았고, 루의 유품 경매로 번 돈 600만 달러로 이웃을 돕고 ALS연구 기금에 보탰다. 그는 게릭이 야구로 벌어 남긴 유산 거의 전부를 그렇게 사회를 위해 쓴 뒤 세상을 떠났다.
〔뉴시스〕
5. [정문재의 크로스로드]황희(黃喜) 스캔들
오랜 풍상(風霜) 속에 진실의 색깔은 바랜다. 심금을 울리기 위해 비극적 요소를 덧칠하거나 과장한다. 이상형을 제시하기 위해 공(功)을 부풀리는 동시에 허물은 감춘다. 어느새 본래의 모습은 사라지고, 조작된 이미지만 전해진다. 신화는 이렇게 만들어진다. 조선 초기의 명재상 황희(黃喜)의 모습도 그렇다. 청백리에 뛰어난 덕망을 갖춘 인물로 평가된다. 이는 굴절된 이미지일 뿐이다. 과(過)도 상당했지만 공(功)에 묻혀버렸다. 그래서 성인(聖人) 같은 모습만 부각된다.
좌의정 황희는 1427년 우의정 맹사성, 형조판서 서선 등과 함께 의금부에 하옥됐다. 의금부는 주로 왕의 명령에 따라 중죄를 조사했다. 그만큼 이들의 혐의가 무거웠다는 얘기다. 이들은 살인사건을 은폐했다가 적발됐다. 황희와 서선은 사돈 관계였다. 황희는 서선의 아들 서달을 사위로 맞았다. 서달의 살인사건을 무마하려다 사달이 났다. 서달은 자신의 어머니를 모시고 온천에 갔다가 신창현(현재의 아산)을 지나쳤다. 서달은 "신창현 아전이 예의를 갖추지 않았다"며 종을 시켜 매질을 했다. 동료 아전 표운평이 이를 말리며 항의하자 서달은 그를 때려죽였다.
아전은 하급 관리다. 사사로이 관리를 때려죽였으니 중형을 피할 수 없었다. 서달은 아버지와 장인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황희와 서선은 우의정 맹사성에게 사건 무마를 청탁했다. 맹사성의 고향이 신창현이라 아는 사람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권력자들이 힘을 쓰자 사태는 쉽게 봉합됐다. 표운평의 가족을 회유하는 한편 서달의 종에게 모든 죄를 뒤집어씌웠다. 하지만 세종까지 속이지는 못했다. 세종은 관리의 살해 사건인지라 조사 문건을 꼼꼼히 확인했다. 세종은 문건의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생각에 살인사건을 다시 수사하도록 지시했다. 의금부는 권력자들의 회유와 협박으로 사건이 은폐된 것을 밝혀냈다.
세종은 격노했다. 고위 관리들이 국가의 기본 질서를 어지럽혔으니 당연했다. 하지만 격노는 시늉에 불과했다. 서달은 교수형감이나 형장 100대를 때린 후 유배를 보냈다. 황희, 맹사성, 서선은 파면했다. 황희는 얼마 지나지 않아 좌의정으로 복직됐다. 황희는 스캔들을 달고 다녔다. 뇌물과 간통으로 간관(諫官)들의 손가락질을 받았다. 뇌물 때문에 사직한 적도 있다. 대사헌으로 재직하면서 금을 뇌물로 받았다가 '황금 대사헌'이라는 야유에 시달렸다.
황희는 박포(朴苞)의 아내를 자신의 집에 숨겨놓고 정을 통했다. 박포는 이방원(태종)의 형 이방간을 부추겨 ‘2차 왕자의 난(방간의 난)’을 일으켰다가 패한 후 참수형을 당했다. 과부와의 간통이지만 조선시대의 엄격한 윤리로는 손가락질을 피할 수 없었다. 세종은 황희를 몹시 아꼈지만 사관들의 평가는 냉혹하다. 조선왕조실록 졸기(卒記)는 "황희의 성품이 지나치게 관대하여 집안을 다스리는데 단점이 있었으며, 청렴하지 못했다"고 기록했다.
황희는 1426년 우의정으로 발탁된 후 24년간 정승 자리를 지켰다. 1432년 70세 때 영의정으로 승진한 후 18년 동안 재직했다. 황희의 승승장구는 세종의 전폭적인 신뢰 덕분이다. 세종은 능력을 기준으로 인재를 발탁했다. 세종도 황희의 흠이 적지 않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단점보다는 장점을 찾아 활용하는데 주력했다. 세종은 "대신들 가운데 황희만한 사람이 많지 않다. 다른 정승들과 비교해 그나마 청렴하고, 일을 처리하는 능력이 탁월하다"고 말했다.
현재 대한민국에서는 황희 같은 사람이라면 공직 진출은 꿈조차 꿀 수 없다. 공직자 임용 과정에서 높은 도덕성과 능력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병역, 납세 등 국민으로서의 기본적 의무 이행 여부는 물론 표절처럼 학자에게나 적용해야 할 기준까지 따져본다. 문재인 대통령 스스로 '공직자 배제 5대 원칙'을 제시했기 때문에 운신의 폭은 더욱 줄어들었다. 대통령이 취임한 지 두 달이 다 됐지만 아직 온전하게 내각을 구성하지도 못했다.
열쇠는 대통령이 쥐고 있다. 대통령이 높은 지지율을 무기로 장관 임명을 강행하는 것은 옳지 않다. 취임사에서 밝힌 것처럼 직접 대화를 통해 야당을 설득하는 게 바람직하다. 장관 지명자의 단점에도 불구하고 어떤 장점 때문에 발탁했는지를 설명하고, 그 부처 관련 정책에 대한 큰 그림을 제시한 후 협조를 구하는 것이 순리다. 이런 노력에도 야당이 협조를 거부한다면 역풍을 각오할 수 밖에 없다. 장관 지명자의 장점을 열심히 설명하는 대통령의 모습을 보고 싶다. 장관은 이런 대통령 밑에서 열과 성을 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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