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반응형
※이 자료는 교육용으로 쓰기 위해 올리는 자료로 상업적 목적은 없으며 선정된 사설의 정치적 성향은 블로그 운영성향과 무관합니다.


주요신문사설


​〔이데일리〕

1. 서울대 총장의 분별력 잃은 ‘사과 표명’

시흥캠퍼스 추진을 둘러싼 서울대 본부와 학생 간의 갈등이 해결의 실마리를 찾았다. 서울대 본부와 총학생회는 그제 ‘시흥캠퍼스 문제 해결을 위한 협의회’ 발족에 합의했다. 이에 따라 학생들은 본관 점거를 풀기로 했고 대학본부는 농성 주도 학생들에 대한 형사고발을 취하할 방침이라고 한다. 지난해 10월 사업 추진에 반대하는 학생들이 처음 본관을 점거한 지 9개월여 만이다.

한때 소화기와 물대포가 난무하는 극렬 폭력사태에 이르렀던 갈등이 막판에 대화로 해결된 것은 다행한 일이다. 하지만 애초 성낙인 총장이 지혜롭게 대처했더라면 이 지경까지 이르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점에서 뒷맛이 개운치 않다. 시흥캠퍼스 사업이 대학 발전에 도움이 된다는 판단이 섰더라도 학생들의 반발을 무릅쓰고 추진한 것은 잘못이다. 학내 갈등을 자초했던 셈이다.

성 총장이 이날 사태 해결을 명분으로 사과한 것을 두고도 뒷말이 많다. 성 총장은 “모든 학내 구성원들에게 사과한다”고 했지만 결과적으로 본관을 무단 점거한 학생들에게도 사과한 꼴이 돼버렸다. 형사고발 취하 방침도 그렇다. “좋은 게 좋다”는 이유를 앞세워 끝내 폭력사태에 눈감고 말았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서울대 총장으로서 사리분별이 그 정도밖에 안 된다는 것인지 안쓰럽기만 하다.



학생들도 잘한 것이 없다. 설사 학생들의 주장이 옳다고 해도 학교 시설을 강제 점거하고 폭력을 휘두르는 등 집단행동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했던 반지성적 행태는 비난받아 마땅하다. 민변과 민교협 등 외부세력을 학내 문제에 끌어들인 것도 분별없는 행동이다. 그동안의 불법점거와 폭력사태에 대해서도 ‘유감’ 표명에 그쳤을 뿐 ‘사과’는 하지 않았다고 한다. 잘못을 인정할 줄 모르니 딱할 뿐이다.

요즘 대학 내에서 갈등이 빚어지면 학교 측과 학생들이 서로 자기주장만 쏟아내며 대립으로 치닫곤 한다. 이화여대 총장 퇴진 사태에서도 목격한 일이다. 국내 최고의 대학이라는 서울대도 예외가 아니라는 점에서 실망이 앞선다. 대학이 더 이상 ‘지성의 요람’이 아니라 폭력이 난무하는 난장판으로 전락하고 있다는 참담한 느낌이다. 성낙인 총장이 그런 실망감을 더욱 부추겼음을 지적하고자 한다.


​〔서울신문〕

2. 면세점 선정 비리, 조직적 범죄로 엄단해야

2015~2016년 이뤄진 세 차례의 서울 시내 면세점 선정에 권력형 비리가 개입됐다는 감사원의 감사 결과는 충격적이다. 자료 파기를 지시한 천홍욱 관세청장이 공공기록물 관리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됐다는 소식도 어이없다. 감사원은 점수 조작에 관여한 관세청 공무원 4명도 수사 의뢰했다고 한다. 어제 시작된 검찰 수사의 칼끝은 최종적으로 박근혜 전 대통령을 향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수사 결과를 지켜봐야 하겠지만, 드러난 정황만으로도 박 전 대통령과 청와대가 주도하고 기획재정부와 관세청이 손발 노릇을 했다는 의혹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감사원에 따르면 당시의 면세점 사업자 선정 과정은 “이게 과연 한 나라의 정부가 한 일이 맞을까” 싶을 지경이다. 관세청은 2015년 7월과 11월 두 차례에 걸쳐 심사 점수를 조작하는 방법으로 잇따라 호텔롯데를 탈락시켰다. 문을 닫은 월드타워점에는 롯데면세점 직원 150명과 협력사의 브랜드 매니저 1300명이 일하고 있었다. 합리적인 퇴출이라고 해도 일자리를 잃을 직원들의 고용 문제는 대책이 필요했을 것이다. 하물며 이들의 고통이 입만 열면 “청년 일자리를 늘리겠다”고 외치던 정부의 횡포 때문이었다니 당사자들에게는 위로를 보내지 않을 수 없다.

권력의 빗나간 지시에 조작으로 화답한 공직자들의 행태도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 기획재정부와 관세청은 애초 2015년 이후에는 서울 시내 면세점 추가 선정 여부를 2년마다 검토하기로 했었다. 하지만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청와대는 기재부에 특허 추가 발급을 지시했다. 2014년보다 2015년 외국인 관광객이 줄어든 서울 지역은 검토 대상도 아니었다고 한다. 그럼에도 기재부로부터 청와대 지시를 전달받은 관세청은 ‘2013년 대비 2014년 외국인 관광객 증가분’을 들이밀었다고 한다. ‘최순실 게이트’가 터졌을 때부터 지적되기는 했지만. 공직자들이 범죄행위까지 서슴지 않는 현실은 안타깝기만 하다.

검찰은 이 사건을 ‘최순실 게이트’의 연장선상에서 철저히 수사해야 한다. 롯데가 면세점 사업권을 2016년 다시 딴 것과 ‘미르재단 및 K스포츠재단 기부금’의 연관성도 명명백백하게 밝혀내야 할 것이다. 그렇게 ‘권력과 재벌의 잘못된 동거’의 고리를 자르는 것은 물론 이런 구도에 기생하는 일부 고위 공직자의 행태도 바로잡기 바란다. 더불어 이번 사건은 어떤 이유로든 권력이 기업의 이권에 개입했을 때 나타나는 부작용을 확실하게 보여 주었다.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조선일보〕

3. 국무회의 20분 만에 결정된 원전 임시 중단

신고리 5·6호기 원전 공사를 일시 중단키로 결정한 지난달 27일의 국무회의 회의록에 따르면 이 안건은 단둘만 의견을 밝힌 뒤 대통령이 결정했다. 총리는 신중 입장이었다. 해수부 장관이 공사 일시 중단 의견을 내자 문재인 대통령이 "일단 공사를 중단하자"고 결론 내 버렸다. 주무 부처인 산자부 장관은 발언 자체가 없었다. 그래 놓고 국무회의 후 브리핑에서는 "신고리 5·6호기 문제 공론화 방안에 대해 국무위원들 간에 집중적인 논의가 이뤄졌다"고 했다.

이 회의록이 보도되자 정부는 "회의록은 속기록을 압축한 것으로, 원래는 더 많은 사람이 의견을 개진해 충분히 토론했다"고 해명했다. 또 "회의 1시간 30분 중에 원전 중단 및 공론화만 20분 이상 토론했으니 다른 안건에 비해 굉장히 많이 한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국무회의 속기록 공개는 거부했다.

문 대통령의 '탈원전' 대선 공약 자체가 전문가는 배제된 채 '탈핵 운동'을 해온 미생물학과 교수, 환경 단체의 입김하에 만들어졌다. 이렇게 전문성 없이 편향되게 만들어진 공약을 지키려고 공정률이 28.8%에 달하는 8조짜리 원전 공사를 일시 중단까지 시키면서 그것을 국무회의에서 단 20분 만에 결정했다는 것이다. 그 졸속 국무회의 결정이 산자부, 한수원을 거쳐 민간 기업에 단 사흘 만에 공문으로 하달됐다. 국민 생활 전반과 산업의 국제 경쟁력, 국가 안보에도 막대한 영향을 미칠 중대한 국정을 이토록 경솔하게 처리하는지 놀라울 정도다.

세계원자력협회가 발간한 '2017 세계 원자력 성과 보고서'에 따르면 작년 한 해 동안 전 세계에 추가된 원자력 설비 용량은 25년 만의 최대치인 9.1GW였다. 작년 한 해 동안 전 세계에서 원전 3기가 폐쇄되고, 10기가 신규 가동됐다. 추진 중인 원전도 총 61기에 달한다. 중국·러시아·인도 등의 비중이 높지만 미국·영국·일본 등도 원전을 재평가하고 있다. 작년 10월 미국은 20년 만에 신규 원전을 가동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원전 가동을 중단했던 일본도 5기를 재가동했고 원전의 신·증설을 검토할 계획이다. 새 정부는 세계 원전 모범국인 한국의 시계를 거꾸로 돌리려 하고 있다.

한국수력원자력이 오늘 신고리 5·6호기 공사 일시 중단 여부를 결정하는 이사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공기업이 서슬 퍼런 새 정부 방침을 거스르기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새 정부의 난데없는 탈원전 정책에 온 나라가 휘둘리고 있다. 누군가는 브레이크를 걸어야 한다. 지금으로서는 한수원 이사회가 그 역할을 할 수밖에 없다.


​〔동아일보〕

4. 국정원 ‘적폐청산 리스트’… 조사 자체가 정치 개입 아닌가

국가정보원의 적폐청산 조사활동이 정치권에 거센 논란을 낳고 있다.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은 어제 국정원이 선정한 적폐청산태스크포스(TF)의 조사 대상 13건을 두고 과거 보수정권을 겨냥한 ‘정치보복 리스트’라고 비난했다. 국정원은 적폐청산을 통한 근본적 개혁을 내세우지만 조사 대상 13건이 모두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 벌어진 일이어서 국내 정치와의 단절을 선언하고도 다시 정치 개입 논란에 휘말리는 자충수를 둔 꼴이다.

국정원이 11일 공개한 리스트는 대선 댓글 사건, 남북 정상회담 회의록 공개, 채동욱 검찰총장 뒷조사, 노무현 논두렁 시계, 서울시 공무원 간첩 증거 조작, 문화계 블랙리스트 등 국정원 개입 논란 또는 의혹이 불거진 사건들이다. 이 사건들 가운데 아직도 제대로 규명이 되지 않아 뒷맛이 씁쓸한 것도 있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모두 보수정권 시절 일어난 일이고, 상당수가 이미 법원 판결이 났거나 재판 계류 중 또는 검찰 수사 중이다. 야당이 “국정원이 ‘국가정치원’이 되려는 것이냐”고 비난하는 것도 당연하다.

서훈 국정원장은 취임 일성으로 “팔이 잘려 나갈 수도 있다”며 강도 높은 개혁을 예고했다. 정치 개입과 민간인 사찰을 막기 위해 국내정보담당관(IO) 제도를 폐지한 것이 그 시작이었다. 또 민간 전문가가 다수인 개혁발전위원회(위원장 정해구)를 구성하고 그 산하에 적폐청산TF와 조직쇄신TF를 가동할 계획이다. 적폐청산TF 활동도 외부 인사와 수사 전문가를 데려와 과거 국정원 개입 사건의 진상을 규명해 환골탈태의 계기로 삼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외부 인사가 참여한다지만 조사 주체가 국정원인 것만은 틀림없다. 국정원이 국정원의 과거를 조사한다는 점에서 조사 주체의 적절성과 공정성에 논란이 있을 수 있다. 조사 대상도 이전 보수정권에 한정되다 보니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 국정원 게이트나 좌파단체 지원 의혹 같은 사건들은 왜 빠졌느냐”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다. 조사를 벌이다 보면 국정원 조직이나 인력에 대한 문책에서 끝나지 않고 검찰에 이첩되는 사건도 나올 수 있다. 지난 정권의 핵심 관계자가 연루된 정황이 나오면 국정원 개혁은 정치적 사안으로 비화할 가능성도 다분하다.

민간인 사찰이나 정치 개입, 간첩 조작, 종북몰이 같은 과거 권력기관의 음습한 정치공작을 청산하고 해외·북한·방첩 정보역량 강화라는 국정원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기 위한 개혁 추진에 반대할 사람은 없다. 하지만 그 결과가 과거 정부 뒤지기나 흠집 내기로 나타난다면 정권교체 때마다 홍역을 앓았던 상처투성이의 국정원 역사가 되풀이되고 말 것이다. 적폐청산TF는 아직 가동하기 전이다. 지금이라도 재고할 필요가 있다.


​〔중앙일보〕

5. 신분당선 무임승차 논란, 노인 기준부터 정립하자

노인의 지하철 무임승차가 다시 논란의 대상이 됐다. 서울 강남역~수원 광교 구간을 운행하는 민자철도 신분당선이 만 65세 이상 노인과 장애인에게도 일반 승객과 똑같은 요금을 받겠다고 주장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신분당선은 지난 7일 국토교통부에 이런 내용의 운임변경신청서를 제출했다. ㈜신분당선은 설립 당시인 2005년 “개통 후 5년 동안 무임승차 대상에게 요금을 받지 않고 이후 무임승차 등 요금 문제를 재협의한다”는 협약을 국토부와 맺었다. 신분당선이 2011년 12월 개통했으니 이번 민자철도의 요구는 협약에 따른 것이다.

㈜신분당선이 노인과 장애인 요금 유료화를 추진하는 것은 지난해 말 기준 무임승차자 비율이 16.4%에 이를 정도로 많기 때문이다. 신분당선의 지난달 기준 누적 적자는 3931억원이고, 2014년 이후 자본(2123억원) 잠식 상태다.현재 신분당선 기본요금은 2150원(교통카드 기준)이다. 서울지하철 기본요금 1250원에 별도운임 900원이 더 붙어 있다. 신분당선과 국토부가 협의하는 과정에서 요금체계가 달라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무임승차로 인한 적자는 신분당선만의 문제가 아니다. 지난해 서울·부산·대구·광주 등 6개 특별·광역시의 도시철도는 무임승차로 5543억원의 운임 손실을 봤다. 전체 승객의 16.8%가 지하철을 공짜로 탔다. 6개 도시철도의 지난해 순손실 8395억원 가운데 66%가 무임승차로 인한 것이다.

이참에 노인 연령 기준을 올리는 방안을 공론화할 때가 됐다. 이미 2년 전 대한노인회 스스로 노인 연령 기준을 올리자고 제안한 바 있다. 지하철 무임승차 노인을 지칭하는 ‘지공거사(地空居士)’ 사이에서도 무임승차를 개별적으로 거부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한다. 하루가 다르게 고령화로 치닫는 가운데 신분당선 사태를 우리 시대의 ‘새로운 노인상(像)’을 정립하는 계기로 삼는 지혜가 필요하다.


​〔매일신문〕

6. 청년층이 제안한 대구 청년정책, 정책 실현이 관건이다

청년들이 직접 구상하고 다듬은 ‘대구 청년정책’이 공개됐다. 청년정책연구모임인 ‘청년ON’은 12일 첫 정책 제안 발표회를 열고 27건의 청년정책을 지방자치단체와 지역사회에 제안했다. 여러 제안 중 특히 일자리와 창업 관련 정책이 가장 많고, 청년복지 향상과 지역사회와의 소통 강화 방안 등도 눈에 띈다. 일자리 문제에서부터 청년복지 등 수요자 중심의 정책을 강조하는 등 지역 청년층의 고민을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청년 노동정책을 전문적으로 수행할 ‘청년일자리노동관’ 신설과 주민참여예산의 5%를 청년 대상 사업에 의무 할당하는 ‘청년의회 할당제’, 20~29세 미취업자에게 구직 활동을 전제로 수당을 주는 ‘구직수당’ 등 다양한 아이디어가 노출됐다. 또 지자체가 빈집을 매입해 청년에게 제공하는 ‘청년 쉐어하우스’나 문화예술시설 입장료를 깎아주는 ‘청년패스’ 등 지역사회가 함께 고민할 과제들이 많다는 점에서 정책 발상이 예사롭지 않다.



무엇보다 이 제안들은 밑그림에서부터 세부 추진 계획까지 지역 청년들이 주체적으로 프로세스를 진행했다. 곧 실무 검토 단계를 거쳐 실제 정책에 반영된다면 획기적인 패러다임의 변화라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 그동안 대구시는 청년층의 현실을 가장 잘 아는 지역 청년들이 정책 발굴에 적극 참여하도록 각종 교육과 토론회, 전문가 자문 과정 등 프로그램을 확대했다. 95명의 청년정책 제안자를 선발해 이번에 발표한 것이 그 결과물이다. 공무원이나 교수, 청년활동가 등 전문가의 손이 아니라 일반 청년들이 직접 실효성 있는 정책을 구상하고 이를 구체화하는 첫 번째 시도다.



공을 들인 27개의 제안이 모두 정책으로 연결되기에는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다. 그러나 최대한 이를 정책에 반영함으로써 청년이 우리 사회의 주인공이라는 자긍심을 높여주어야 한다. 15∼29세 청년층 실업률 10.5%, 체감실업률 23.4%에서 보듯 청년 넷 중 하나는 ‘백수’의 처지다. 대구는 전국에서 청년위원회와 청년기본조례를 처음 만든 도시다. 이런 점을 잘 살펴 청년층의 사회 참여 기회를 더욱 넓히는 한편 지속적인 정책 개발과 활성화도 급선무다.



​〔매일경제〕

7. 미국서 불붙은 뉴스 제값 받기, 우리도 원점서 재검토 필요하다

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 등 미국 언론사 2000여 개가 구글·페이스북 등 거대 플랫폼을 상대로 공정한 수익배분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들 매체는 뉴스미디어연합이라는 단체를 만들고 거대 플랫폼이 장악한 온라인 뉴스시장의 주도권을 찾아오기 위해 협상을 시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미국 언론의 이 같은 움직임은 뉴스로 발생하는 수익의 상당 부분을 콘텐츠 생산자인 언론이 아니라 거대 플랫폼이 가져가는 관행에 제동을 걸겠다는 의도다. 실제로 구글과 페이스북은 미국의 연간 온라인 광고수입 730억달러의 약 70%를 차지하고 있다. 반면 뉴스를 제공한 언론사들의 광고 매출은 급감하고 있는 추세다. 그러다 보니 뉴스를 만들어내는 언론과 기자를 고용하지도 않고 수익을 챙기는 플랫폼과의 관계가 불균형적이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국내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네이버, 다음카카오 등 포털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 등이 뉴스로 인해 발생한 수익의 상당 부분을 가져가는 데 대한 비판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지금까지 각 언론사가 포털에 기사를 제공하고 전재료를 받는 모델이었지만 네이버의 지난해 매출이 4조원으로 뛴 것과 비교하면 언론의 몫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그나마 네이버가 지난 5일 연 200억원의 언론 지원정책을 발표한 것은 고무적이다. 사용자의 미디어 구독을 후원하는 펀드를 연간 100억원 규모로 조성하고, 뉴스 본문 내 광고 수익의 70%를 언론사와 배분하는 것이 골자다. 나머지 30%는 '서울대-언론 팩트체크 기금' 등 미디어 관련 예산으로 활용하겠다는 방침이다. '헐값 뉴스'에 대한 언론의 불만에 선제 대응하려고 한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언론들은 네이버 메인 뉴스화면이나 모바일에서 발생하는 수익에 대해서는 배분이 이뤄지지 않아 기대에 못 미친다는 반응이다. 

뉴스를 유통하는 포털의 역할은 분명 인정해야 한다. 하지만 언론의 노력이 값싸게 취급받는 현재의 생태계는 문제가 있다. 미국에서도 뉴스 제값 받기를 위해 언론이 단체행동에 나선 만큼 우리도 왜곡된 수익 분배구조를 바로잡아야 한다. 언론과 포털 간 공정한 수익 배분을 위한 재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경향신문〕

8. [사설]여야는 한발씩 양보해 정국 정상화할 책임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11일 송영무 국방부·조대엽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임명을 며칠 미루기로 했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이 기간에 문재인 정부 출범 두 달이 넘도록 정부 구성이 완료되지 못한 상황을 야당에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임명을 강행할 경우 정국 파행이 불 보듯 뻔한 상황에서 다시 한번 여야 협상의 여지를 마련한 건 다행스러운 일이다. 무엇보다 여당의 요청에 따라 임명을 연기하고, 원내대표에게 대야 협상 권한을 부여한 것은 수평적 당·청 관계를 위해서도 바람직하다. 

지금 여야 관계는 두 후보자에 대한 적격 시비로 꽉 막혀 있다. 이 때문에 지금까지 장관 17명 중 11명밖에 임명하지 못한 상태다. 국회는 개점휴업에 들어가 추가경정예산안과 정부조직법 개정안은 논의조차 못하고 있다. 장관 인사가 늦어지면서 해당 부서 공무원들이 업무 계획도 짜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입법부가 협력해주지 않으면 원활한 국정운영을 기대하기 어렵다. 새 정부 출범부터 협치는커녕 여야 장기 대치로 시급한 현안들이 가로막힌 현실은 국가적으로 불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청와대와 여당이 논란이 된 인사를 연기하면서 이제 공은 야당으로 넘어왔다. 하지만 야 3당은 임명 연기에 대해 ‘꼼수 정치’라며 되레 반발했다. 정우택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야당을 테스트하려는 잔재주”라고 했다. 다른 야당에서도 “미봉책이자 또 하나의 꼼수”(김동철 국민의당 원내대표), “두 후보자 중 1명 지명 철회 타진은 꼼수 중의 꼼수”(주호영 바른정당 원내대표)라고 일축했다. 이해할 수 없다. 국회 정상화를 위해 장관 임명을 연기하고 야당과의 대화에 나서겠다는데 이마저 뿌리치는 것은 아무리 봐도 명분이 안 선다.



정부 정책이 옳지 않다고 판단되면 대화와 토론을 통해 반대하면 되는 것이다. 여소야대 상황에서 거대 야당이 대화의 문을 닫아걸고 협치를 외면한다면 스스로를 고립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수밖에 없다. 두 후보자 중 조대엽 후보자는 야 3당에다 정의당까지 반대하고 있으며 여당 일각에서도 고개를 돌리고 있다. 그에게 제기된 의혹은 한두 가지가 아닐뿐더러 청문회에서 어느 것 하나 시원하게 해명도 하지 못했다. 그렇다면 무턱대고 싸고 도는 것은 곤란하다.



협치는 여소야대로 출범한 문재인 정부뿐 아니라 정치권 전체에 대한 시민의 요구다. 진정한 협치를 하려면 자신의 주장만을 고집할 것이 아니라 대승적 차원에서 양보할 것은 양보하는 포용력이 우선되어야 한다. 여야가 한발씩 양보해 협치의 새 길을 만들어가기 바란다.


​〔한겨레〕

9. 안철수 전 대표, 어떻게 책임지겠다는 것인가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가 12일 ‘문준용씨 채용 의혹 제보조작 사건’과 관련해 대국민 사과를 했다. 안 전 대표의 사과는 이날 새벽 이준서 전 최고위원이 구속된 뒤 나왔다. 이 전 최고위원 구속으로 국민의당 윗선으로 수사가 확대될 조짐을 보이고 책임론이 비등해지자 더는 입장 표명을 미루기 어려웠던 것으로 보인다. 

안 전 대표는 회견에서 “이번 사건에 대한 정치적, 도의적 책임은 전적으로 후보였던 제게 있다. 모든 짐은 제가 짊어지고 가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앞으로 모든 것을 내려놓고 반성과 성찰의 시간을 가지겠다. 제가 당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깊이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안 전 대표의 회견은 시기적으로 늦었을뿐더러 내용도 추상적이어서 국민을 납득시키기엔 역부족으로 보인다. 모든 책임을 자신이 짊어지겠다고 했지만 도대체 어떻게 책임을 지겠다는 건지 알 수가 없다. 당 대표와 국회의원 직을 이미 내려놓은 상태에서 안 전 대표가 정치적으로 책임질 방법은 사실상 찾기 어렵다. 그런 점에서 안 전 대표 발언은 사안의 중대성에 비추어 알맹이가 없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사건이 공개된 지 16일이 지난 시점에서 기자회견을 한다면, 적어도 정치적 책임의 구체적인 부분에 대한 고민의 결과를 밝혔어야 했다.



검찰 수사를 지켜보느라 회견이 늦어졌다고 하는데, 이 정도의 책임 표명은 사건 발생 초기에 우선적으로 했어야 할 일이다.  이준서 전 최고위원 구속 이후 국민의당 지도부의 태도를 보면, 안 전 대표의 사과가 이번 사태의 전환점이 될 수 있을지 회의적이다. 박주선 비상대책위원장은 이 전 최고위원 구속을 “문재인 정부의 정치검찰 1호 사건으로 기록될 것”이라며 “이제는 취업 특혜 의혹을 밝히는 특별검사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사건 실체가 검찰에 의해 부풀려졌고 피해자인 문준용씨 의혹에 대한 특검을 해야 한다는 것인데, 기존의 적반하장식 태도에서 전혀 변화가 없다.

안철수 전 대표는 국민 마음에 와닿도록 정치적으로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국민의당이 ‘새 정치’에 걸맞은 모습을 보이면서 전면적인 쇄신과 방향 전환을 하도록 앞장서야 한다. 당이 지금처럼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면, 안 전 대표 사과는 공염불에 불과하다. 안 전 대표와 국민의당 지도부의 맹성과 결단을 촉구한다.   



​〔국민일보〕

10. ​청와대와 여당이 꼬인 정국 해법 제시하라

여야 4당 원내대표가 10일 정세균 국회의장실에서 만났지만 서로의 입장 차이만 확인하고 헤어졌다. 추가경정예산 심의를 위한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는 야3당이 모두 불참했다. 6월 임시국회에 이어 7월 임시국회마저 제대로 열리지 못하면서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비롯해 국회에 계류된 법안 6000여건은 언제 처리될지 알 수 없게 됐다. 문재인정부가 출범한 지 2개월도 지나지 않아 협치는커녕 기본적인 대화조차 실종된 것이다.


국회에서는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구태의연한 여야의 싸움이 되풀이되고 있다.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이 80%에 육박하는 고공행진을 이어가면서 청와대는 ‘마이웨이’를 선언한 것처럼 행동하고 있다. 송영무 국방부 장관 후보자와 조대엽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반대 여론을 야당의 몽니로만 치부하고 있다.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방위산업체와의 유착 의혹을 제대로 해소하지 못한 송 후보자에게 국방 개혁이라는 무거운 책임을 맡기는 것은 선뜻 받아들이기 어렵다.


조 후보자 역시 인사청문회에서 직무와 관련된 의혹을 제대로 해명하지 못했다. 그런데도 청와대는 아무런 설명이 없다. 이해를 구하겠다는 노력조차 보이지 않는다. 인사청문보고서 재송부 시한이 끝나고 문 대통령이 임명장을 주면 그만이라는 식이다.‘내 길만 간다’는 정치는 여당인 더불어민주당도 마찬가지다. 문재인정부 출범 직후 존재감이 없다는 비판에 시달리던 민주당이 갑자기 여야 갈등의 원인제공자 노릇을 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 굳이 여소야대를 말하지 않더라도 과거 불통 정치를 답습하는 모습은 실망을 줄 뿐이다.


 국회의장-원내대표 정례 회동이 끝난 뒤 야당 원내대표가 기자들에게 “오늘도 민주당은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갔다. 여당이 무기력하다”고 비난했을 정도다. 청와대가 꼬인 정국을 풀고 협상 분위기를 만들 때까지 기다리기만 하겠다는 태도로는 청와대 출장소에서 벗어나겠다는 대선 전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기 어렵다.문 대통령은 취임식에 앞서 야당 대표들을 먼저 만났다. 취임사에서는 “야당은 국정운영의 동반자다. 대통령이 나서서 직접 대화하겠다”고 했다.


불과 2개월 전 취임식에서 제시한 바로 그 국정철학을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 청와대와 여당이 꼬인 정국의 해법을 제시해야 한다. 야당의 발목잡기가 지나치더라도 인내하며 대안을 찾아 이야기를 시작해야 한다. 물론 모든 문제를 한 번에 해결하는 속 시원한 해법이 있을 리 없다. 그렇지만 국회에서는 다양한 이해관계가 거침없이 표출돼 타협이 이뤄져야 한다. 이것을 주고 저것을 받는 협상을 야합이나 변절이라는 말로 폄훼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 야당의 반대가 터무니없다며 발끈해서는 협치라는 새로운 정치의 틀을 만들 수 없다.


주요신문칼럼


​〔여성신문〕

1. [기자의 눈] ‘성폭행 고소-무고죄 역고소’ 고리 끊다

​“단단히 한몫 해보려는 거 아니야?” “여자도 좋으니까 따라갔겠지” “싫으면 제대로 저항을 했어야지”. 성폭행 관련 기사에 어김없이 따라붙는 반응들이다. 여성을 ‘꽃뱀’으로 몰거나 피해자에게 책임을 묻는 가벼운 말 그리고 비뚤어진 눈. 한국사회 내 뿌리 깊은 여성혐오와 왜곡된 성폭력 통념은 오랜 시간 여성에 대한 편견을 공고히 해왔다.

아이돌 그룹 멤버이자 배우 박유천을 성폭행으로 고소했다가 오히려 무고와 명예훼손 혐의로 역고소당한 여성 A씨 재판에서도 이는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지난 4일 A씨 국민참여재판이 열린 서울중앙지방법원 서관 311호엔 여성들의 한숨이 가득했다. 검사의 ‘어이없는’ 발언 때문이었다. “허리 돌려 저항하면 성관계 막을 수 있지 않나” “(성폭행 당한 것이라면) 왜 당시 동료들에게 도움을 구하지 않았나” 등 편견 섞인 질문은 A씨를 2차 가해하기에 충분했다. A씨 변호를 맡은 이은의 변호사가 “검사의 얘기를 듣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벌렁거린다”고 말한 이유다.

성폭력 피해자를 ‘거짓말쟁이’로 몰고 가는 검찰에게서 정의는 찾아볼 수 없었다. 검찰이 재판 내내 A씨를 대한 태도는 이러했다. “화대를 염두에 두고 성관계 했으나 (박유천이) 그냥 가버리자 홧김에 허위 고소한 것 아닌가”. 유흥업소 종사자를 색안경 끼고 보는 낡은 사고와 저급한 인권 감수성에 아연실색 할 수밖에 없었다. 재판을 지켜보던 중 “여성인 내게 조국은 없다”(버지니아 울프)는 말이 떠올랐다면 너무 지나친 것일까.

전문가들에 따르면 성폭력 피해 여성들은 피해를 입고도 가해자에게 무고죄로 역고소 당할 수 있다는 두려움과 수사기관에 대한 불신으로 신고·고소를 미루는 경우가 적지 않다. 남성중심적인 성 통념은 성폭력 사건의 본질을 흐리고, 경·검찰의 의심 섞인 눈초리와 압박수사는 피해 여성을 움츠러들게 만들고 있다. 2013년 성범죄 친고죄 폐지 이후 일부 지방검찰청이 대대적으로 실시한 성폭력 범죄 무고 단속은 성폭력 피해 여성의 입을 막는 데 일조하기도 했다.

A씨의 무죄 판결은 그래서 더욱 소중하다. 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장의 말대로 “그간 지속됐던 ‘성폭행 고소-무고죄 역고소’를 단절시키는 물꼬를 텄기 때문”이다. 배심원 7명은 A씨의 무고 및 명예훼손 혐의에 대해 만장일치로 ‘무죄’ 평결을 내렸다. 재판부도 이를 수용해 무죄를 선고했다.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A씨가 허위사실을 신고하거나, 허위사실로 박씨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



A씨의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되므로 무죄를 선고한다.” 재판 결과에 A씨는 오열했다. “이제 세상이 다르게 보인다”는 그의 말에서 작지만 큰 희망을 본다. 마지막으로 이은의 변호사의 말을 빌리고자 한다. “이제야 첫 단추가 맞게 채워졌다. 무죄 판결을 기뻐해야 하는 현실이 서글프”지만 우리는 또 이렇게 한발짝 나아갔다. 


​〔뉴시스〕

2. [데스크칼럼]프랜차이즈 없는 골목 상권

​얼마전 필자가 사는 동네에 조그만 수제돈까스 가게가 문을 열었다. 30대 초·중반쯤으로 보이는 젊은 남성이 셰프겸 사장이다. 프랜차이즈 음식점들의 틈바구니에도 불구, 당차게 가게문을 연 기개가 가상해보여, 유심히 지켜봤다. 하지만 오가며 "왜 저렇게 손님이 없지"하는 안타까움이 반복되더니 결국 최근에는 가게 불이 꺼져 버렸다. '비(非) 프랜차이즈'의 절망에 부딪힌 것이다.

가맹사업을 근간으로 하는 외식 프랜차이즈가 골목상권을 집어삼킨지 오래다. 햄버거, 피자, 제빵, 치킨, 돈까스, 커피, 생맥주 등 품목도 엄청나다. 동네 대로변을 한바퀴만 돌면 맥도날드와 스타벅스, 파리바게트, 미스터피자 간판이 줄줄이 붙어 있다. 온통 프랜차이즈 세상이다. 그나마 대기업이나 중견기업 수준이 운영하는 프랜차이즈는 낫다. 어줍잖은 브랜드를 내걸고 가맹점을 모집하는 프랜차이즈들도 부지기수다. 2015년을 기준, 국내 프랜차이즈 브랜드수는 무려 5273개였다. 여기에 딸린 가맹점 숫자는 21만8997개나 됐다. 이들 가운데 매년 10% 내외는 1년도 안돼 문을 닫는다.



대다수는 영업 부진으로 폐점하지만, 프랜차이즈 본사의 갑질에 못견뎌 문을 닫는 경우도 적지않다. 한해 2만명 이상의 자영업자들이 가슴에 피멍을 안고 돌이킬 수 없는 길로 들어서는 것이다. 창업 관련 사이트를 들여다보면 프랜차이즈 본사 설립과 관련된 Q&A가 수두룩하다. 사무실과 직원 서너명, 직영점 한곳만 있으면 프랜차이즈 본사 운영이 가능하다는 답변이 주류다. 이렇게 시작한 프랜차이즈가 가맹점 50군데만 확보하면 본사 사장은 평생 먹고 살수 있다는 게 업계의 정설로 돼 있다.



부실 프랜차이즈는 영세 자영업자들만 피해를 입는 결과를 초래한다. 필자가 과거에 알던 40대 A씨의 사례다. 그는 은행에서 명예퇴직한 뒤 퇴직금과 위로금을 탈탈 털어 펍 레스토랑 형태의 외식 프랜차이즈 가맹점을 개설했다. 본사 가맹비와 인테리어 비용 등 적지않은 돈을 쏟아 부었다. 잘 알려지지않은 브랜드였으나 신문광고를 집중적으로 해 댄 탓에 믿었다. 그러나 프랜차이즈 본사는 가맹점 10여곳만 개설한 뒤 영업부진으로 파산했고, A씨 가게도 결국 1년을 못가 문을 닫았다.



가맹점 개설 당시 약속됐던 본사 차원의 체계적인 지원을 거의 받을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A씨의 사례 처럼 부실 프랜차이즈 가맹점들만 쉬이 문을 닫는 것은 아니다. 소위 유명 브랜드의 프랜차이즈 가맹점들의 폐점률도 만만치가 않다. 한 기업 경영평가 사이트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2015년 기준으로 가맹점 폐점률이 가장 높은 브랜드는 놀부의 분식업종 '공수간'(41.5%)이었다. 롯데리아의 아이스크림·빙수브랜드 '나뚜루'(23.7%), 일식 동원산업 '동원참치'(22.8%), 피자 이랜드파크 '피자몰'(22.2%) 등도 폐점률이 높게 나왔다.



프랜차이즈의 허상만 믿고 쫒았던 결과의 한 단면이다. 2015년 폐업한 자영업자수는 73만9000명이며 이중 음식점업은 15만3000명이나 된다. 수억원의 창업 비용을 들이고도 폭망(폭삭 망함)한 프랜차이즈 가맹점주들도, 프랜차이즈에 치여 설 곳을 잃다가 폭망한 일반 영세음식점들 모두가 피해자들이다. 체계적인 브랜드 통합과 마켓팅 지원 등을 통한 창업 성공은 프랜차이즈 가맹점주들만이 가질 수 있는 순기능이다. 국내 외식산업 발전과 선진화에 기여하는 프랜차이즈의 역할도 결코 무시할 수 없다.



하지만 풀뿌리 동네 상권을 송두리째 망가뜨리는 '프랜차이즈 만능주의'는 차제에 자취를 감출때가 됐다. 프랜차이즈와 동네상권이 절묘하게 공존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우선 시급하다.



​〔한국경제〕

3. [다시 읽는 명저] "법은 시민의 재산 지켜주는 도구일 뿐"

​프레데릭 바스티아 《법》
“법이 있기 때문에 재산이 있는 게 아니라, 재산이 있기 때문에 인간이 법을 만들게 됐다.” “법은 조직화한 정의(正義)다. 법이 타락하면 정의와 불의에 대한 판단 기준이 흐려지고, 정치의 역할이 지나치게 커진다.” “국내시장에서건 해외시장에서건 경쟁이 평등과 진보를 이루기 위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프레데릭 바스티아(1801~1850)가 사망 직전 펴낸 《법》은 정부와 정치권의 자의적인 권력 행사를 억제해 경제 자유를 보호해야 하는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그는 “국가와 법은 시민들이 각자 스스로를 지킬 권한을 대행해주는 것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경쟁이 경제 발전의 근본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그가 이런 논리를 편 것은 그 시대 상황 때문이다. 당시 유럽은 격렬한 이념투쟁이 진행되던 때였다. 프랑스 혁명(1789년)에서 비롯된 자유, 평등, 박애의 가치가 유럽 전역으로 퍼졌고, 1848년 공산당 선언이 나오는 등 사회주의가 기세를 발휘하고 있었다. 《법》은 사회주의적 분배 정의를 요구하던 대중에 대한 일종의 답변서다. 사회주의가 얼마나 오류가 많고 허구인지를 담아내려 했다. 바스티아의 이런 생각들은 《국가는 거대한 허구다》라는 제목으로 번역된 책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법》의 제1장 주제는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이다. 기회비용 개념을 풀어서 설명했다. 진짜 경제학자는 ‘보이는 것’만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것’까지 봐야 한다고 바스티아는 강조했다. ‘깨진 유리창’ 사례를 들었다. “한 아이가 유리창을 깼다고 하자. 새 유리창을 갈아 끼워야 하고, 그러면 유리 업자는 돈을 벌 수 있다. 자연히 유리 공장의 생산과 고용도 늘어날 것이다.” 여기까지는 ‘보이는 경제효과’다.

"보이지 않는 것 봐야 진짜 경제학자"

“하지만 유리창을 깨지 않았다면 유리창을 살 돈으로 옷을 샀을 것이다. 옷 생산이 늘어나고 고용도 창출됐을 것이다. 그러면 온전히 남아 있는 유리창과 새로 만들어진 옷, 두 가지를 다 가질 수 있다”는 게 바스티아의 주장이다. 이게 ‘보이지 않는 효과’다. 바스티아는 “사회주의자들은 보이는 효과만을 추구한다”고 비판했다. “세금을 더 거둬 일자리를 만들 수 있지만, 세금을 내는 곳에서는 일자리 파괴가 이뤄진다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공공지출도 같은 맥락으로 설명했다. 그는 “공공지출 증가는 납세자 부담이 늘어난다는 뜻”이라며 “납세자는 소비를 줄이게 되고, 그 결과 새 일자리가 더 늘어날 수 없다”고 했다.

기계가 일자리를 뺏는다는 주장도 비판했다. ‘기계로 노동비를 줄일 수 있다면 절약된 비용은 어딘가에 쓰일 것이고, 그렇게 쓰인 비용으로 인해 새 일자리가 창출될 것’이라는 논리를 내세웠다. 그는 “진짜 경제학자는 당장은 고통스럽지만 오랜 기간에 걸쳐 나타나는 간접적인 효과까지 내다볼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2장 ‘법’과 3장 ‘재산권과 법’, 4장 ‘정의와 박애’, 5장 ‘국가’에서 바스티아는 법과 국가, 개인의 관계를 집중적으로 다뤘다. 시민은 자신의 재산과 생명, 자유를 방어하고 지킬 권리가 있으며, 국가는 그 방어권을 위임받아 행사하는 것일 뿐이라는 게 그의 견해다. 법은 그 임무를 수행하기 위한 도구로 봤다.

"法, 개인권리 보호임무 벗어나 타락"

바스티아는 법이 본연의 임무에서 벗어나 ‘타락’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개인의 권리를 보호해야 하는 법이 다수의 누군가에게서 빼앗아 소수의 다른 누군가에게 주는 수단으로 전락했다는 것이다. 입법권자가 전체 국민의 이익은 도외시하고 표를 겨냥, 특정 집단의 이익을 위한 입법활동에 치중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를 ‘합법적 약탈’로 이름 붙였다. 요즘으로 치면 ‘포퓰리즘 정책’이다. 그는 “약탈은 보통선거권이 정착되면서 우리를 위협하기 시작했다”고 꼬집었다. “정의를 확립하는 것이 법의 원래 기능이지만, 실제의 법은 오히려 정의를 질식시키고 있다”고도 했다. 그렇게 되면 결국 사회주의로 귀결된다고 바스티아는 강조했다.

그는 책 말미에 “국민들로부터 거둬간 것보다 더 많은 것을 국가가 국민들에게 나눠준 적은 없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썼다. 이어 “친절한 한쪽 손이 많은 시혜를 베푸느라고 몹시 바쁘게 움직이는 것을 보게 될 것”이라며 “또 한편으로는 국민들의 호주머니로부터 세금을 거두느라고 거친 다른 쪽의 손도 바쁘게 움직이는 것을 보게 될 것이다. 이제 선동가들에게 더 이상 기만당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21세기에도 여전히 유효한 지적이다. 조지프 슘페터가 바스티아를 ‘역사상 가장 재기가 뛰어난 경제저술가’라고 평한 이유를 알 만하다.


​〔서울신문〕

4. [서동욱의 파피루스] 권태를 여행으로 극복해 볼까

​여름은 여행을 부른다. 장대비가 감옥의 창살처럼 사람들을 집 안에 가둬 두려고 해도 마음은 벌써 먼 길을 떠났다. 나는 고대의 무시무시한 여행을 떠올려 본다. 아랍 최고의 여행가 이븐바투타는 이렇게 쓰고 있다. “그 사막에는 마귀가 많다. 타크슈프(연락원)가 혼자 가면 곧잘 나타나서 희롱하다가 유인한다. 그러면 타크슈프는 길을 잃고 방황하다가 결국 죽고 만다. 사막에는 따로 길이라는 것이 없다. 발자국마저도 찍혀 있지 않다.” ‘대당서역기’의 저자 현장 역시 자기 노정의 위험에 대해 말한다. “서북쪽으로 가면 큰 숲속으로 들어간다. 맹수들이 들끓고 무리 지은 도둑들이 흉포한 짓을 한다. 그곳을 통해 이천사오백리 가면 마하랏타국에 이른다.”

소설의 세계로 들어가면 여행의 무시무시함은 더욱 극적인 것이 된다. ‘수호전’에는 중국에 널리 퍼진 인육만두 이야기에 뿌리를 두고 있는 여행자의 수난 이야기가 나온다. “모야차 손이랑은 길가에 주점을 내놓고 지나가는 여행자가 찾아오면, 술에 마취제를 넣어 마시게 하고는 취해 쓰러지면 잡아서 그의 고기로 만두소를 만든다.” 이런 문헌들은 고대의 여행이 얼마나 위험했는지를 잘 알려 준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여행의 매력에 사로잡힌다. 삶의 권태를 여행을 통해 치유할 수 있다고 믿는 까닭이다.

그런데 오늘날 많은 사람이 쉽게 여행을 떠날 수 있지만, 좀처럼 권태로부터는 벗어나지는 못하는 것 같다. 기대에 부풀어 여행을 떠나지만 그저 피로에 지쳐 되돌아와 내일 시작될 고단한 일상을 우울한 눈길로 떠올려 본다. 여행하는 일이 보편적이 되고 쉬워지게 된 것은 언제일까? 여행이 근대적인 산업이 되면서부터다. 교통 수단의 발전을 바탕으로 안전한 여행 망이 만들어지고, 안락한 호텔이 들어섰다. 각국에는 관광 산업을 관리하는 부처가 들어서며 이에 맞춘 관리자인 여행사가 출현했다. 그래서 만족할 만한 여행을 하게 됐는가? 사람들은 여행에서 여행사가 보여 주는 풍경만을 보게 됐다.



여행을 관리하는 관청과 여행사가 제공하는 것이란 눈에 혐오와 충격을 주지 않는 풍경, 진정한 모험이 아니라 모험의 느낌만 나는 안전한 놀이, 그리고 혀를 곤란에 빠트리지 않는 입에 익숙한 식사다. 한마디로 장소만 이동했을 뿐 늘 영위하던 일상을 거의 그대로 가져간 셈이다. 여행에서 애초 기대했던 것은 무엇인가? 권태로부터의 탈출이다. 그리고 권태란 변화 없이 지속돼 온 일상 속의 자신을 벗어나지 못하는 데서 생겨난다. 보통 우리가 관광이라고 일컫는 여행은 어떤 점에선 이 일상을 가능한 한 많이 여행 가방 안에 싸 넣고 다니는 여행이다. 내 집에 있는 듯한 익숙함과 비례해 내 집에서 느끼는 것과 같은 권태가 계속 나를 따라다닌다.

소설가 투르니에는 이런 관광과 진정한 여행을 이렇게 구별한 적이 있다. “한 가지 유형의 여행이 있는데, 그것은 나쁜 여행, 즉 관광입니다. 관광(toursime)이란 무엇입니까? 그것은 ‘한 바퀴 도는 것’입니다. 관광이란 단어 속에는 ‘일주’(tour)가 들어 있지요. 단체 관광 조직자는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도록 준비를 합니다. 그래서 아무런 일도 발생하지 않습니다. 관광객(또는 나쁜 여행자)은 그에게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은 채 출발 시와 마찬가지로 그대로 되돌아옵니다. 반대로 훌륭한 여행자는 여행으로 인해 다른 모습으로 변모됩니다. 그는 여행 동안 고생을 하고 배워서 풍요해집니다.”(이원복 옮김)

이제 우리는 왜 저 고대의 여행자들이 자신을 극한의 위태로움에 빠트리면서까지 무시무시한 여행길에 올랐는지 더 잘 알 것 같다. 그것은 바로 더이상의 성장이 없는 천편일률적인 나날, 권태 속에 허우적대고 있는 기존의 나 자신으로부터 떠나 새로운 세계를 얻게 되는 일이 여행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바로 이런 여행에의 희구가 신대륙에서 우주 탐사에 이르기까지 인류가 새로운 차원의 삶으로 진입하도록 하는 추동력이 되곤 했다. 삶은 늘 여행을 기다린다. 전 세계 구석구석이 근대화의 천편일률적 매뉴얼대로 관리되는 오늘날엔 진정 새롭고 낯선 여행길을 찾는 일이 좀처럼 쉽진 않겠지만.


​〔조선일보〕

5. [만물상] 스타트 라인에서 쓰러진 영재들

캐나다 아이스하키 선수 중 최고를 뽑아봤더니 모두 1~3월생이었다. 이 나라에서 유소년 선수는 생년월일 1월 1일을 기준으로 선발한다. 어릴 때 몇 달이라도 나이가 많은 1~3월생이 유리했던 것이다. 처음부터 코치 눈에 들었고 좋은 훈련을 받을 수 있어 다른 선수들과 실력 차를 벌려나갔다. 베스트셀러 '아웃라이어'에 나오는 얘기다. 이를 조기·선행 교육 논리로 연결해 보려는 사람들이 있다. 몇 달이라도 남보다 일찍 시작해야 앞설 수 있다는 것이다.

▶전국 고교를 성적으로 따지면 정점에 영재고·과학고가 있다. 이런 학교에 들어가려면 보통 열 살 때부터 준비한다. 지역 '영재 교육원'에 들어가는 것이 첫 관문이고 이후는 선행 학습의 연속이다. 초등학교 때 중학 과정을, 중학교 때 고교 과정을 마친다. 아이들은 엄청난 학습량을 소화하기 위해 학원에서 학원으로 뺑뺑이를 돈다. 


▶우리는 영재를 발굴하는 게 아니라 만들어내려 한다. '내 아이는 특별하다'는 부모와 '귀하 자녀를 영재로 만들어 드린다'는 학원이 손발을 맞춘다. 지방 학원에선 '서울 아이들은 초등 3학년 때 시작한다'며 겁을 준다. 결국 교육 과잉, 사교육 천국을 낳는다. 한국 아이들의 엄청난 공부량은 해외에서도 알아준다. 미국 저널리스트 어맨다 리플리가 몇 년 전 '무엇이 이 나라 학생들을 똑똑하게 만드는가'라는 책을 썼다.

▶책에서 한국 고교에 교환학생으로 온 미국 미네소타주 출신 학생은 12시간을 학교에 머무르는 한국 학생들을 보며 "서사시 같은 일과"라며 놀란다. 이렇게 조기 과잉 투자로 키워놓은 아이들이 대학에 들어가고 나선 모두 지쳐 쓰러진다. 미국 명문 대학에 합격한 수재 가운데 낙오생이 적지 않다. 이공계 인재들이 모였다는 카이스트에서도 영재고·과학고 출신이 1~2학년 땐 성적이 앞섰다가 3학년이 되면 일반고 출신에게 밀린다고 한다. 어려서부터 공부 스트레스에 시달렸으니 대학에 가선 흥미를 잃고 번아웃(burn out)된 것이다.

▶영재고·과학고 출신이 미래의 기둥이 될 걸로 기대했는데 예상과는 다른 결과다. 꼭 카이스트나 영재고·과학고만의 문제도 아니다. 한국 교육이 집단으로 앓는 증상이다. 우리가 골인이라고 여기는 대학 입학은 다른 많은 나라에선 스타트 라인이다.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탐구하고 연구해야 할 시기다. 요즘 학부모 가운데엔 아이를 일부러 한 해 늦게 초등학교에 입학시키는 경우가 생겨나고 있다. 덩치 좋고 머리 발육도 앞서 리더십이 생기고 공부도 잘한다는 것이다. 아이 교육도 길게 보고 가야 한다.
반응형
LIST
Posted by 늙은최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