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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러두기 : 이 자료는 교육용으로 쓰기 위해 편집한 것이며 상업적 목적은 일절 없습니다. 선정된 사설의 정치적 성향은 본인의 성향과는 무관함을 알려 드립니다. 사 설은 각 신문사의 정치적인 입장을 대변하기 때문에 글의 논거 자체를 찾아서 읽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비판적인 입장에서 상대방 논거의 문제점을 찾아보는 작업도 함께 해 본다면 당신은 한 쟁점에 대해 다각적인 사고를 형성할 수 있을 것입니다.

 

* 오늘의 주요 이슈

 

■ 여성의 날, 한국의 여성

■ 기준금리 인하 요구

■ 주한 미국대사 피습, 그 후

 

*오늘의 주요 신문사설&칼럼

 

■ 여성의 날, 한국의 여성

 

[경향신문 사설-20150309월] 여성의 날에 돌아본 한국 여성 노동의 현실

어제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성평등을 주제로 한 각종 집회와 문화 행사가 열렸다. 1908년 3월8일 미국 여성 섬유노동자들이 참정권과 노동조건 개선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인 것을 기념해 제정된 세계 여성의 날이 107돌을 맞지만 한국 여성의 인권과 지위는 여전히 빨간불이 켜져 있다고 할 수 있다. 여성 노동자의 임금과 경제적, 사회적 지위가 가히 세계 최하위권이라는 노동계의 주장을 경청하지 않을 수 없는 여러 지표와 현실 때문이다.

 

2014년 기준 여성 경제활동 참가율은 전체의 절반 수준인 51.3%에 불과하다고 한다. 임금 수준은 더욱 문제다. 남성의 63.7%로서 성별 임금격차가 무려 36.3%에 이른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국 가운데 가장 큰 것으로, 13년째 이런 불명예스러운 기록을 지키고 있다. 세계경제포럼이 발표하는 성평등 수준도 142개국 가운데 117위로 매년 그 순위가 떨어지고 있으며,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발표하는 ‘유리천장지수’도 100점 만점에 25.6점으로 OECD 28개국 가운데 최하위를 3년째 고수하고 있다.

 

더욱 우울한 것은 비정규직 여성 노동자의 현실이다. 전체 여성 노동자의 57.3%가 비정규직이고, 이들의 임금 수준은 남성 정규직의 35.8%에 불과하다. 더욱이 비정규직 가운데 28%는 최저임금에도 미달하는 저임금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 5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 개최한 최저임금 여성 노동자 증언대회에서 보듯이 정규직이든 비정규직이든 대형마트, 단순 제조업, 청소, 학교 급식 등에 종사하면서 몇 년을 일해도 최저임금을 받는 것이 한국 여성노동의 현주소다. “여성 노동자는 서푼 반찬값이나 벌러 나온 게 아니다. 엄연한 생계 부양자다”라는 게 이들의 외침이다. 이들은 사회보험이라든가 노동조합 가입률도 낮아 사회안전망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을 수밖에 없다.

 

비정규직·저임금 노동은 여성의 지위나 양성평등 이전에 기본적인 인권 차원에서 다뤄져야 할 문제다. 여성 노동의 가치를 제대로 인정하지 않는 것 자체가 차별이며, 여성의 빈곤은 지위 하락은 물론 또 다른 차별과 폭력을 부르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그런 점에서 최근 일고 있는 최저임금 큰 폭 인상 여론이 여성 노동에도 긍정적인 신호가 되기를 기대한다. 정부는 일자리 나누기와 같은 고용정책에서 여성 노동의 질을 떨어뜨리는 요소가 없는지 제대로 살펴야 할 것이다. 대한민국 여성의 지위와 양성평등은 최저임금이 여성 노동의 또 다른 이름이 되는 현실에서 벗어날 때 비로소 가능하다.

 

 

[서울신문 사설-20150309월] ‘유리천장 지수’ 꼴찌로 국가 경쟁력 높일 수 없다

 

어제는 ‘세계 여성의 날’이었다. 영국 주간지인 이코노미스트가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발표한 세계 각국의 유리천장(고위직으로 올라가는 데 있어서의 성차별)을 점수로 매긴 ‘유리천장 지수’를 보면 부끄러움을 넘어 당혹스럽기까지 하다. 유리천장 지수는 남녀 간 고등교육과 임금 격차, 기업의 여성 임원과 여성 국회의원 비율 등을 종합해 점수로 낸 것으로 여성 차별의 정도를 살펴보는 척도다. 이 지수에서 우리는 100점 만점에 25.6점으로 조사대상국 28개국 중 최하위다. 1위인 핀란드의 80점과 비교하면 무려 55점 정도의 격차를 보이고 있다. 평균 60여점에 비해서도 턱없이 낮은 수준이다. 심지어 여성의 활동에 제약이 심하다는 무슬림 국가인 터키(29.6)보다도 점수가 낮다. 한국 여성들의 차별받는 삶이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임을 통계가 그대로 보여 주고 있다.

 

점차 남녀 간 대학 진학률 격차가 점차 줄어드는 추세다. 2009년의 여성 진학률은 82.4%로 남성의 81.6%를 역전했을 정도다. 하지만 고학력 여성의 증가가 여성의 경제활동 증가로 이어지지는 못하고 있다. 선진국의 경우 일반적으로 여성의 학력이 높아질수록 여성고용률도 높아지면서 남녀 간 고용률 격차가 줄어드는데 우리나라는 전혀 그렇지 못하다. 나아가 기업이나 정부 부처의 고위직으로 올라간 여성들은 불과 2~3%에 불과하다. 여성의 국회의원 진출도 현저히 낮다. 여성들의 사회 진출도 어렵거니와 일하는 여성들의 관리직 비율, 즉 여성들의 고위직 진입도 힘들다는 얘기다.

 

지금 유엔을 비롯한 국제사회에서는 21세기를 새롭게 바꿀 수 있는 원동력으로 여성 인력을 꼽고 있다. 성차별을 넘어 평등한 사회로 가야 한다는 대의도 있지만 인재의 다양성 확보는 사회의 발전에 새로운 모멘텀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여성 인력의 활용은 곧 국가의 경쟁력과도 직결된다. 여성들의 경제활동을 가로막고, 그들이 최종 의사결정에서 자신의 능력을 발휘할 수 없도록 하는 것은 역량 있는 여성 개인은 물론 우리 국가 전체적으로도 큰 손실이 아닐 수 없다. 최하위의 유리천장 지수로는 국가 발전을 기대하기 어렵다. 여성 대통령 시대를 맞아 정부가 여성 고용률 제고 등을 위해 여러 가지 정책을 내놓고 있지만 아직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여성 지위 향상을 위한 갈 길이 멀어 답답하다.

 

 

■ 기준금리 인하 요구

 

[한국일보 사설-20150309월] 금리인하 요구 높지만 부작용도 대비해야

 

오는 12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를 앞두고 기준금리 인하 요구가 그 어느 때보다 거세다. 일각에선 한은을 물가에만 집착하는 ‘우물 안의 개구리’라고 비난하는가 하면, 새누리당에서도 직설법으로 금리인하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올 들어 수출ㆍ투자ㆍ소비 등 핵심 경제지표들이 다시 가라앉고 있는 데다, 유로존과 일본의 양적 완화 지속에 맞춰 중국을 포함한 각국이 다투어 금리인하에 나서는 상황이 작용했다. 최근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새삼 디플레이션 우려를 제기한 것도 금리인하론에 기름을 부은 셈이 됐다.

 

시장에선 벌써부터 금리인하를 기정사실화 하는 분위기다. 일종의‘자기실현적 예언’(self-fulfilling prophecy) 효과가 나타나 지난 주말 3년물 국고채 금리는 사상 최저치에 근접한 연 1.94%까지 하락했고, 금리인하 반사이익이 예상되는 증권주들은 5% 내외 급상승세를 탔다. 불황 장기화 가능성, 각국의 경쟁적 금리인하, 디플레이션 우려, 금리인하를 단정하는 시장의 움직임 등 ‘4각 공세’에 한은은 억지로라도 금리를 내려야 하는 처지에 몰린 양상이다.

 

하지만 금리인하가 최선인지에 대해선 여전히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조만간 부작용을 초래할 위험한 처방이라는 의견도 만만찮다. 우선 금리인하는 시중에 돈을 더 싸게 공급해 소비와 투자를 자극하려는 것이지만, 지금은 효과를 거의 기대하기 어렵다. 가계는 이미 가처분소득 감소와 경기 불안감 때문에 금리가 더 낮아져도 지갑을 열 수 없는 상태다. 기업 역시 막대한 유보금을 쌓아두고도 쓸 곳을 못 찾는 상황인 만큼, 금리인하가 새삼 투자를 자극할 여지는 별로 없다.

 

금리를 낮추면 수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원화 강세를 완화할 수도 있다. 그러나 최근 수출 부진 역시 통화 요인보다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 7%에 달했던 세계 무역증가율이 3%로 추락한 구조적 요인이 더 크게 작용한 만큼 금리인하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반면 부작용 가능성은 보다 뚜렷하다. 일단 금리를 낮췄다가 향후 5개월 내 미국이 조기 금리인상에 나설 경우 충격은 더 커지게 된다. 당장 실효금리 역전에 따른 국내 자금의 대대적 이탈 가능성은 크지 않더라도, 그걸 막기 위한 불가피한 국내 금리인상은 가계부채 부담을 더욱 가중시킬 위험이 크다. 금리를 낮추면 증시나 부동산 경기는 다소 호조를 탈 수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그조차도 결국은 ‘빚으로 쌓은 모래성’일 뿐이다. 따라서 한은은 이번에 어떤 선택을 하든, 향후 금리 상승기에 대비한 통화정책 마련에 즉각 착수해야 할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사설-20150309월] 금리인하, 불황의 악순환 만들어낼 가능성도…

 

오는 12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앞두고 금리인하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드높다. 각종 경기지표가 악화되고 디플레이션 우려가 커졌다는 이유에서다. 정부 일각, 학계, 연구기관은 물론 일부 언론까지 가세해 전방위로 압박하고 있다. 인하폭도 0.25%포인트가 아닌 0.5%포인트의 빅스텝을 주문한다. 이에 반해 금리인하가 효과는 없이 오히려 가계부채, 전셋값 자극 등 부작용만 키울 것이란 주장은 상대적으로 미미해 보인다. 한국은행의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경제성장률과 물가만 보면 금리인하론이 맞는 것 같다. 성장률이 4년째 연 2~3%대를 맴돌고 소비자물가는 28개월째 1%대 이하다. 더구나 지난달 물가는 담뱃값을 빼면 사상 처음 마이너스다. 금리를 내려서라도 경제를 살려야 한다는 주장의 근거다. 원화 약세(환율 상승)를 기대하기도 한다. 물론 금리를 내려 경제가 산다면 못 내릴 것도 없다. 하지만 고착화돼 가는 저성장·저물가를 반전시킬 수 있을 것인가. 고령화, 양극화로 인한 구조적인 내수부진에다 정부·정치권이 쏟아낸 반(反)시장 정책들이 겹친 것이 경기하강의 원인이라면 처방은 달라질 수도 있다.

 

지금의 불황은 수요를 극도로 위축시키는 경제민주화와 각종 정치적 주장들이 만들어 낸 결과다. 저소득층은 쓸 돈이 없고, 중상층은 돈 쓸 곳이 없으며, 기업은 투자할 수가 없다. 지금 금리를 내린다면 은퇴세대의 수입을 삭감하고 현역세대의 부채 리스크만 키울 게 뻔하다. 금리인하에 따른 가계부채 증가와 전셋값 폭등은 거꾸로 소비 위축의 부메랑이 돼 돌아올 가능성이 크다.

 

흔히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을 디플레라고 부르지만 제로금리로도 못 막은 게 디플레다. 돈을 푼다고 경제가 사는 게 아니란 사실은 오히려 양적 완화, 제로금리에 앞장 선 선진국들이 생생하게 보여준다. 미국 경제는 단순히 양적 완화가 아닌 제조업 부활과 셰일가스로 부활했고, 일본 기업들은 뼈를 깎는 구조조정으로 살아나고 있다. 환율문제라면 정부 정책으로 조정하는 다른 방법이 많을 것이다. 금리정책은 찬반양론이 언제나 팽팽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자칫 모순덩어리 격발장치를 건드리는 위험성도 크다.

 

 

■ 주한 미국대사 피습, 그 후

 

[중앙일보 사설-20150309월] 리퍼트 효과와 '공직자 의식'에 주목한다

 

온 국민이 걱정했던 ‘주한 미국대사 피습사건’이 빠르게 수습되며 안정을 찾아가고 있는 상황의 수훈갑은 단연 피해자인 마크 리퍼트 대사다. 경동맥 1㎝ 앞까지 칼날이 파고든 치명적 공격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한국민들을 위로하며 의연함을 보인 그의 모습으로 한·미동맹은 오히려 강화되는 분위기다. 국민은 자발적으로 ‘사랑해요 리퍼트’라는 피켓을 들었고, 정파를 초월해 그의 쾌유를 기원하고 있다. 일본을 두둔하는 듯한 웬디 셔먼 미 국무부 차관의 발언에 격앙됐던 대미 여론도 쏙 들어갔다. 이런 모습이 실시간으로 미국에 전해지면서 미국인들도 리퍼트 대사를 공격한 김기종씨가 결코 한국을 대변하는 인물이 아님을 알게 됐다.

 

  리퍼트 대사도 자신의 목에서 분수처럼 콸콸 솟구치는 피를 본 순간 엄청난 공포를 느꼈을 게 분명하다. 하지만 그가 이내 그런 공포를 극복하고 의연한 모습을 보인 건 그의 뇌리에 각인된 ‘미국의 공직자’란 의식 때문이었을 것이다. 리퍼트 대사는 병원에 실려 가면서도 “난 괜찮다”고 주변을 안심시켰고, 생사를 넘나든 수술이 끝나자마자 한국민에게 “같이 갑시다”란 메시지를 날렸다. 피격 한나절 만에 재개된 리퍼트의 공공외교에 한국은 불안감을 해소할 수 있었고, 미국은 헤아리기 힘든 외교적 실익을 챙겼다. 공직자 한 사람이 어떤 의식을 갖고 어떻게 처신하느냐에 따라 국가적 위기도 해소될 수 있음을 리퍼트는 몸으로 보여 줬다.

 

  이런 공직자가 나오는 데서 미국의 저력을 본다. 어떤 위기에도 이성을 잃지 않고 침착하게 대응하는 문화, 감정 대신 합리적 사고를 강조하는 교육, 시민의식과 애국심이 체질화된 국가적 토양 등 미국이 보유한 엄청난 소프트파워 자산이 리퍼트의 의연한 처신에 녹아 있다. 대사 6명이 살해됐을 만큼 험준한 국제환경을 관리하며 100년 가까이 글로벌 리더십을 지켜온 미국 외교의 경륜도 리퍼트의 처신에 DNA로 작용했을 것이다.

 

  돌이켜 보면 우리도 위기에 굴하지 않고 본분에 충실했던 공직자들이 적지 않다. 1975년 사이공 함락 직전 교민을 한 명이라도 더 철수시키려고 동분서주하다 월맹군에 체포됐지만 전향을 거부해 5년 가까이 억류된 이대용 중앙정보부 공사나 95년 대만에서 괴한의 칼에 중상을 입었음에도 곧 업무에 복귀한 이수존 외교부 서기관이 대표적이다.

 

  지금 한국의 덩치와 국제적 지위는 그때와는 비할 수 없이 높아졌다. 정부는 높아진 국격에 걸맞은 공직자 양성을 위해 고시(考試)로 인재를 엄선하고 2년간 해외 연수를 보내는 등 많은 투자를 한다. 하지만 이렇게 키워진 공직자들이 위기상황에서 리퍼트나 이 공사 같은 모습을 보여 줄 수 있을지는 솔직히 의문이다. 곧 1주년을 맞을 세월호 참사에서 드러난 공직자들의 무능과 무사안일이 떠오르기 때문이다. 이제라도 우리 공직사회, 나아가 대한민국 전체가 리퍼트 같은 공직자를 배출한 미국의 힘을 주목하고 무엇부터 고쳐 나가야 할지 고민해야 할 것이다.

 

 

[서울신문 사설-20150309월] 反테러법 제정 필요성 일깨운 美대사 피습

 

‘우리마당’ 대표 김기종씨가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 대사를 공격하면서 한국사회도 테러의 안전지대가 아님이 확인됐다. 북한은 연일 김씨의 반미 행위를 옹호하고 있다. 북 조국평화통일위는 어제 “전쟁책동을 반대하는 행동이 테러라면 안중근 의거도 테러인가”라고 되물었다. 전날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정의의 칼세례’로 비호한 연장선상에서 나온 망발이다. 이는 역설적으로 비이성적 테러가 언제든 재연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면 이를 막을 테러방지법 제정 등 제도적 대비도 불가피하다고 할 것이다.

 

물론 김씨가 북의 사주로 미 대사를 공격했다고 예단할 수는 없다. 하지만 한·미 연합 군사훈련을 앞두고 펼친 북한의 지속적 반미 공세가 이를 부추긴 측면은 있다. 리퍼트 대사 피습 당일 새벽 북 선동매체인 ‘우리민족끼리’는 “광증에 걸린 적들의 허리를 부러뜨리고 명줄을 완전히 끊어 놓아야 한다”고 했다. 다행히 피해 당사자인 리퍼트 대사는 물론 양국 정부와 국민의 의연한 대응으로 한·미 동맹의 대의가 훼손될 것이란 우려는 덜게 됐다.

 

하지만 북과의 연계 여부를 떠나 우리 사회가 극단적 과격파의 테러에서 100% 안전하지 않다는 점은 분명해졌다. 최악의 경제난과 총체적 국력의 열세로 북이 당장 전면전을 감행할 가능성이 희박해진 건 사실이다. 그렇지만 북 정권이 세습체제를 지키기 위해 테러와 같은 비대칭 도발을 저지를 개연성까지 배제하긴 어려울 게다. 며칠 전 북 매체는 “전쟁이 나면 원전이 많은 남한은 폐허가 될 것”이라고 위협했다. 북이 1987년 대한항공(KAL) 858기 격추 등 누차 대남 테러를 감행한 전력을 떠올린다면 섬뜩하다.

 

북의 위협을 떠나서라도 테러 방지를 위한 촘촘한 그물망을 짜야 할 이유는 차고 넘친다. 얼마 전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단체인 이슬람국가(IS)에 합류하기 위해 김모군이 제 발로 시리아로 떠났다. 최근 피붙이 가족을 겨냥한 총기 사건도 잇따르지 않았는가. 호미로 막을 일을 큰 희생을 치른 뒤 가래로 막으려 해서는 안 될 말이다. 지금 국회에는 3건의 테러방지법안이 길게는 몇 년째 먼지를 뒤집어쓰고 있기에 하는 얘기다. 이 법안들은 내용이 다소 다르지만 대부분 과격한 테러의 가능성이 있는 개인의 통신 정보 수집과 출입국을 규제할 수 있는 길을 터놓고 있다. 이들 중 하나라도 입법이 됐더라면 김씨는 사건 전에 위험인물로 분류됐을 법하다. 그랬더라면 그가 이번에 조찬강연장에 들어가 과도로 미 대사를 난자하고 자신의 인생도 망치는 일은 없었을지도 모른다.

 

다만 정보기관의 권한 남용과 인권 침해 소지를 들어 테러방지법을 반대하는 목소리도 경청할 이유는 많다. 권위주의 정부뿐만 아니라 1987년 이후 역대 직선제 정부 정보기관의 전비(前非)까지 감안한다면 그렇다. 그러나 이제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그는 단계를 넘어서야 할 때다. 국가정보원의 사찰 등 권한 남용 가능성 등은 국회 정보위원회 등을 통해 적절히 통제하는 시스템을 갖추는 것도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을 게다. 국회는 인권 침해 소지를 최소화하면서 자생적 테러를 막는, 엄밀한 감시망을 구축하는 방안을 조속히 강구하기 바란다.

 

 

[중앙일보 사설-20150309월] 테러를 편드는 북한의 비이성적 망발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 피습사건에 대한 북한의 망발이 계속되고 있다. 북한 대남기구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는 급기야 살인미수범 김기종씨를 안중근 의사에 빗댔다. 조평통은 어제 “미제의 전쟁 책동을 반대하는 의로운 행동이 테러라면, 일제의 조선 침략을 반대해 이등박문(이토 히로부미)을 처형한 안중근 등 반일 애국지사들의 의거도 일본 반동들이 모독하듯이 테러라고 해야 하는가”라고 했다. 이어 “(김기종이) 정의의 세례를 안긴 데 대해 종북세력의 소행이니, 배후 세력이니 떠들어대는 것은 사대매국적 반통일 대결적 망동”이라고 밝혔다. 김씨는 리퍼트 대사 습격 이유로 2일부터 시작된 한·미 군사훈련(키 리졸브) 반대를 들었다. 조평통 반응은 김씨의 공격을 정당화해 남-남 갈등을 부추기면서 김씨와 북한과의 연계를 차단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김씨의 야만적 행동을 편드는 목소리는 어디에도 없다. 김씨의 배후가 있는지 여부는 우리 수사 당국이 밝혀낼 일이다.

 

  북한은 사건 직후부터 김씨를 옹호했다.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전쟁광 미국에 가해진 응당한 징벌’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내보냈다. 기사는 “이 사건은 조선반도 전쟁 위기를 고조시키고 있는 미국을 규탄하는 남녘 민심의 반영이고 항거의 표시”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김씨의 범행을 두고 ‘정의의 칼 세례’라고 했다. 전 세계가 김씨의 공격을 규탄하는데 북한만 김씨를 두둔하고 있다.

 

  외교사절 공격을 감싸는 북한의 태도는 용납될 수 없다. 거꾸로, 만약 평양에서 외교사절이 피습돼도 북한은 정치 논리만 내세울 것인가. 북한의 비이성적 행태는 적잖은 파장을 부를 것으로 예상된다. 북·미 관계는 더 악화할 가능성이 크다. 미국 의회에서 일고 있는 북한에 대한 테러지원국 재지정 움직임에 힘을 보태줄 수도 있다. 남북관계에도 걸림돌이다. 남한으로선 당분간 북한과 자리를 마주하는 게 부담일 수 있다. 북한은 세계의 상식, 보편적 규범과 엇가는 행보를 계속하면 외교적 고립만 깊어진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 그 밖의 주요 신문사설

 

[한국일보 사설-20150309월] 성범죄 교원 언제까지 교단에 방치할 텐가

 

성 범죄로 징계를 받은 교원들의 절반 이상이 현재 교단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 소속 박홍근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제출 받은 ‘교원 성비위 징계 현황’에 따르면 2009~2014년 미성년자 약취, 성추행, 성폭행 등의 성 범죄로 징계를 받은 교원은 230명에 달했다. 이 중 교단에 남아 있는 사람이 121명(53%)으로 절반을 넘었다. 대학에서도 성 범죄 교수가 교단에 다시 서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성추행 유죄 확정을 받은 교수들이 교육부에 재심을 신청해 버젓이 복직하는 것이다. 그제 방영된 SBS 시사교양프로그램 ‘그것이 알고 싶다_캠퍼스 문자 괴담의 진실, 그들은 왜 침묵하는가' 편에서 성 범죄를 저지른 교수들이 대학에 돌아오는 비율이 초ㆍ중ㆍ고교에 비해서 훨씬 높다고 분석했다. 어떤 성추행 교수는 3개월 정직처분을 1년 간의 안식년에 포함시켜 사실상 처벌을 받지 않기도 했다.

 

그런데도 교육부는 성범죄 실태에 대한 종합적인 통계자료조차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박주선의원에 따르면 교육부는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4년제 대학의 성범죄건수는 100건, 성범죄 교원은 31명으로 집계했다. 하지만 자료를 제출한 대학은 전국 4년제 대학 198개의 39%인 78개교에 불과했다. 최근 성추행 사건이 일어난 서울대와 고려대 등은 자료를 제출하지 않았다. 실제 성 범죄 발생건수는 규모가 훨씬 클 것이라는 분석이다.

 

성 범죄 교원이 다시 교단에 서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교단은 우리 사회의 양심을 지탱하는 신성한 공간인데, 그 곳에 성 범죄 가해자와 피해자를 방치하는 꼴이다. 2차 피해 우려가 높다. 교육부는 사건이 터질 때마다 성 범죄 교원을 교단에서 영원히 퇴출하겠다고 했지만 흐지부지되기 일쑤였다. 교육부는 지난해 9월에도 성 범죄로 실형을 받거나 치료감호가 확정된 국ㆍ공립교사와 대학교수를 교단에 서지 못하도록 연말까지 관련법을 개정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여전히 관련 법안은 단 하나도 국회에 제출되지 않았다.

 

교육부는 법안이 만들어지기 전이라도 성 범죄전력이 있는 교원은 교단에 서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성 범죄가 막 드러난 교원에 대해서는 인지 순간부터 수업에서 배제하는 것이 옳다. 수사기관이 유ㆍ무죄 여부를 가려 성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드러난 교원에 대해서는 영구퇴출은 물론, 교원자격까지 박탈해야 마땅하다. 학교 내 성 범죄를 적당히 얼버무리니 제2, 제3의 성 범죄가 발생하는 것이다. 우리는 여성이 대통령인 나라고, 어제는‘세계여성의 날’이었다. 하루빨리 관련 입법을 서둘러야 한다.

 

 

[한국일보 사설-20150309월] 무모한 대북 전단 살포 더 이상 안 된다

 

탈북자단체인 자유북한운동연합이 천안함 폭침 5주년인 26일을 전후해 북체제를 비판하는 대북전단을 살포하겠다고 그제 밝혔다. 김정은 암살을 그린 미국 코미디 영화 ‘인터뷰’의 DVD도 함께 보낸다고 한다. 이번 전단살포에는 국민행동본부 등 국내 북한인권단체 5곳도 참여할 것으로 알려졌다.

 

여러 차례 밝혔듯 대북 전단살포 행위는 바람직하지 않다. 특히 지금 진행중인 한미연합훈련 등으로 한반도 위기상황이 고조돼있고, 종북성향의 일탈된 시민운동가가 저지른 주한 미국대사 피습 사건 여파로 남북관계가 급격히 냉각될 수 있는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다. 북한은 지난해 10월 전단을 실은 풍선에 직접 고사총 사격을 하는 등 무력대응을 한 바 있다. 이달 초에는 대남매체인 ‘우리민족끼리’를 통해 “삐라를 실은 풍선이든 무인기든 조준 격파사격을 가할 것”이라며 “몇 발의 총탄이 아니라 대포나 미사일로 대응할 수 있다”고 강하게 위협했다. 북한이 대북전단을 가장 큰 체제위협으로 간주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런 위협을 단순한 공갈용으로만 볼 수 없다. 몇몇 민간단체들의 행동 때문에 북한의 도발을 초래해 우리 안보가 심각하게 위협받는 상황은 용납할 수 없다.

 

탈북자단체들은 전단 살포가 헌법이 보장한 표현의 자유라고 하지만 그렇다고 상대방에 대한 무분별한 비난과 매도까지 무한정 허용되는 것은 아니다. 유럽 언론매체들이 이슬람 창시자 마호메트를 풍자한 것에 대해 무책임한 표현의 자유는 절대적 권리가 될 수 없다는 자성이 일고 있는 것을 유념해야 한다. 특히 우리는 남북이 무력으로 대치하는 불안정한 안보상황에 처해 있고, 무엇보다도 김정은 정권이 남북관계의 대화 파트너가 될 수밖에 없다는 현실에서 벗어날 수 없다.

 

이런 사정에 비춰 우리 정부의 대응은 너무 안이하다. 임병철 통일부 대변인은 “해당지역 주민들이 신변안전에 명백한 위험이 발생하는 경우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의 현실적인 도발 위협 앞에서 너무 무책임한 자세다. 이완구 국무총리가 지난달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과시하듯 살포하는 행위는 적절치 않다”면서‘조화로운 조치’를 검토하겠다고 한 것은 올바른 방향 전환이다. 대북전단 살포가 단순한 의사전달 차원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것을 인식해 이들 단체들에 대한 설득과 자제 노력을 보다 적극적으로 펴야 한다.

 

현재 대북관계는 근래 들어 최악이다. 북미대화는 올스톱 상태이고 6자회담도 재개 가능성이 희박하다. 이럴 때일수록 한반도 상황을 안정적으로 관리해야 할 우리정부의 책임이 더욱 막중하다는 사실을 잊어선 안 된다.

 

 

[한겨레신문 사설-20150309월] ‘정치금융’ 못 막으면 금융개혁은 공염불

‘정치금융’이 여전히 우리나라 금융을 이해하는 중요한 열쇳말이 되고 있다. 지난해 서강대 출신 금융인 모임인 서금회와 정피아(정치와 마피아의 합성어) 논란 등으로 거센 비판이 일었지만 올해도 정치금융이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케이비(KB)금융지주와 한국금융연구원의 수장급 인사가 이를 뭉뚱그려 말해준다. 정부 산하기관도 아닌 이들 민간 조직의 인사에 정치권이 개입해 물을 흐려놓는 상황에서 창조금융이 꽃피고 금융개혁이 이뤄질 수 있을지 모르겠다.

최 근 금융연구원장에 내정된 신성환 홍익대 교수는 새누리당 국민행복추진위원회에서 활동한 사람이다. 국민행복추진위원회는 잘 알다시피 박근혜 대통령의 후보 시절 선거운동을 이끈 기구다. 신 내정자는 지난해 케이비 내분 사태에 책임을 지고 이달 말 정기주총 뒤에 사외이사에서 물러날 예정이었으나 되레 ‘영전’하게 됐다. 청와대나 새누리당이 밀지 않았으면 가능한 일일까 싶다.

 

케이비금융지주는 얼마 전 케이비캐피탈 사장에 박지우 전 국민은행 부행장을 내정했다. 박 전 부행장도 케이비 사태로 자리를 떠났는데, 석달도 안 돼 화려한 복귀를 알리게 된 셈이다. 박 내정자는 서금회 회장을 오래 맡은 바 있다. 또한 케이비금융지주는 상임감사 자리를 3개월째 채우지 못하고 있고, 지주 사장 자리를 부활하려다 포기했다고 한다. 청와대나 새누리당에서 논공행상 차원에서 내려보내려는 인사와 관련이 있다는 분석이 많다. 지난해 일그러진 인사로 큰 질책을 듣고도 아랑곳하지 않는 것이다.

 

최경환 경제부총리와 임종룡 금융위원회 위원장 내정자는 그런 가운데 금융개혁을 강조하고 있다. 정부 경제사령탑인 최 부총리는 지난주 금융부문에 “뭔가 고장이 났다”며 대대적인 구조개혁을 촉구했다. 금융부문을 관할하는 임 내정자는 “금융개혁을 과감하게 추진하기 위해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 금융회사 및 금융소비자, 법률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금융개혁회의를 설치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인사 등에서 빚어지는 정치금융을 바로잡지 않고서 금융개혁이 가능하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정치금융부터 바로잡아야 한다.

 

 

[한겨레신문 사설-20150309월] 대통령 비판 전단에 대한 ‘호들갑 수사’

 

예전에 벽서(壁書)라는 게 있었다. 혹은 괘서(掛書)라고도 불렀다. 특정 인물이나 체제를 공격 대상으로 삼아 원망·비난하는 글을 써서 사람이 많이 다니는 곳에 붙인 것이다. 주로 집권층의 실정이 잦고, 사회의 언로가 막혀서 백성의 뜻이 제대로 위로 전달되지 못할 때 빈번히 일어났다. 최근 박근혜 대통령을 비판하는 내용의 전단들이 하루가 멀다 하고 전국 곳곳에 뿌려지고 있는 것을 보면서 괘서 사건이란 말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정보가 실시간으로 편리하게 유통되는 첨단 온라인 시대에 이런 전단지들이 유행하고 있는 것 자체가 주목할 만한 사회현상이다. 이는 우선 아날로그적인 방식이 오히려 사람의 눈길을 끌면서 주장 전달의 효과가 높아지는 측면이 고려됐을 것이다. 특히 온라인을 통한 권력 비판에 수사당국이 명예훼손이나 모욕죄의 칼날을 휘두르는 사례가 늘어난 것은 전단지가 유행하게 된 중요한 이유로 보인다. 어쨌든 유신시대를 풍미했던 민주화 요구 유인물이 형태와 내용을 달리하면서 박근혜 대통령 시대에 재연된 것은 흥미로운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조선시대에 괘서 사건은 ‘대역부도죄’로 간주해 엄히 처벌했는데, 요즘 경찰이 하는 모습도 크게 다르지 않다. 법률상으로는 기껏해야 경범죄(쓰레기 무단투기)나 건조물침입죄 따위에 해당하는데도 경찰은 심각한 흉악범죄 내지는 공안사건 다루듯이 하고 있다. 전단 제작자 집을 압수수색해 컴퓨터 파일과 휴대전화 등을 가져가는 것은 기본이고, 경범죄만으로는 모자라 명예훼손 혐의마저 적용했다. 국정원 대선개입 유죄판결이나 박 대통령의 대선공약 파기 등 ‘사실’에 근거해 권력자를 비판하는 행위를 명예훼손으로 규정한 것도 납득할 수 없지만, 당사자(박 대통령)가 처벌을 요구하지 않았는데도 경찰이 반의사불벌죄인 명예훼손죄를 적용한 것은 난센스가 아닐 수 없다. 심지어 경찰은 오토바이 불법개조를 문제삼아 자동차관리법 위반 혐의까지 적용했다고 하니 치사하고 찌질하기 짝이 없다.

 

경찰로서는 이렇게 호들갑을 떠는 것이 대통령에 대한 충성심을 증명하는 길이라고 여길지 모르겠지만, 병아리 잡는 데 소 잡는 칼을 들고 설치는 꼴은 참으로 보기 민망하다. 청와대와 경찰에 권고하는데, 민주사회에서 대통령에 대한 풍자와 비판은 그냥 그러려니 하고 넘기는 것이 상책이다. 정치가 제대로 작동하고 집권층과 백성 간의 의사소통이 원만히 이뤄질 때 벽서가 뜸해지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다를 바가 없다.

 

 

[중앙일보 사설-20150309월] IS의 문명 파괴, 국제사회가 뭉쳐 엄중 대처해야

 

극단주의 무장조직 이슬람국가(IS)가 지난 5일 이라크 북부 점령지에서 3000년 전 고대 아시리아 제국의 유적인 님루드를 불도저 등을 동원해 파괴했다. 님루드는 구약성서에도 등장하는 아시리아의 수도 중 하나다. 7일엔 인근의 2000년 된 고대도시 하트라의 유적도 폭파했다. 앞서 지난 1월 모술 도서관에서 고대 서적·문서 2000여 점을 불태운 데 이어 지난달에는 모술 박물관에서 대형 망치를 휘두르며 아시리아와 하트라의 전시물을 마구 부수는 동영상을 공개했다. 고대 문화유산에 대한 조직적이고 의도적인 ‘대량학살’을 저지르고 있는 것이다.

 

  이라크와 시리아의 약 3분의 1을 차지한 IS는 이미 점령지에서 외국인 인질을 줄줄이 살해한 것은 물론 소수 종교·종파·정체성을 가진 현지인도 마구 학살하거나 박해해 전 세계의 분노를 샀다. 우상숭배의 흔적이라며 현지 기독교나 이슬람 시아파의 종교 시설을 마구 훼손하더니 급기야 인류의 소중한 고대 문화유산까지 말살을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반달리즘은 IS의 반문명성을 거듭 드러낸 것으로 자신들이 인류의 공적임을 다시 한번 자인한 셈이다.

 

  IS가 저지르는 문화유산 파괴는 인류를 모욕하는 만행이다. 국제사회는 이를 전 세계에 대한 도전으로 간주해 준엄한 심판을 내려야 한다. 유엔이 즉시 나서 이를 반인륜적인 중대 전쟁범죄로 선언하고 엄중한 조치를 취해야 할 때다. 유네스코 차원의 긴급 국제대응회의는 물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유엔군 파병 등 IS의 만행을 막을 실질적이고 효과적인 방안을 마련해 곧바로 실천에 옮겨야 할 것이다. IS의 고대 문화유산 파괴는 복잡한 문화·종교·정체성의 중동 분쟁을 넘어 글로벌 종교 갈등에도 기름을 부을 수 있는 중대 도발이다. 우리 정부도 유엔 차원의 국제협력에 망설이지 말아야 할 것이다. 국제사회는 2001년 아프가니스탄의 집권 탈레반이 다이너마이트와 로켓포로 세계문화유산인 바미얀 석불을 파괴하던 끔찍한 장면을 기억하고 있다. 한번 파괴된 문화유산은 되돌리기 어렵다. 남아 있는 시간이 많지 않다.

 

 

[경향신문 사설-20150309월] ‘미친 전세’ 수수방관만 할 셈인가

수도권 아파트의 전세가율이 2년 새 7% 이상 뛰어 70%에 육박한 것으로 조사됐다. 전세가율은 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이다. 이 비율이 높아졌다는 것은 값이 그만큼 뛰었다는 뜻이다. 전세가율이 90% 이상이거나 매매가를 넘어선 것도 상당수 있었다. 이처럼 ‘미친 전셋값’에 서민들은 아우성인데 정부는 그저 빚내 집 사면 된다는 식으로 매매만 부추기고 있으니 답답한 노릇이다.

 

한국감정원이 어제 내놓은 보고서는 서민들이 주거문제로 얼마나 가혹한 처지에 놓여 있는지를 보여준다. 조사에 따르면 1월 기준 수도권 전세가율은 69.5%로 2년 전의 62.2%보다 7.6%포인트나 올랐다. 2년 전 60~70%대에 집중됐던 전세가율은 올해 70~80%대로 상향 이동됐다. 특히 서울과 경기지역 모두 소형아파트와 전세가격 1억~3억원대의 전세가율이 가장 높았다. 거래 증가세는 아파트보다 연립·다세대 주택이 앞섰다. 전셋값 폭등에 지친 서민들의 주거환경이 하향곡선을 긋고 있다는 뜻이다. 결국 서울에서 지방으로, 아파트에서 연립으로라는 ‘전세난민’의 이동이 통계로 확인된 셈이다.

 

이 같은 전세난은 서울 강남권 아파트의 동시다발적 재건축에 따른 이주수요, 집값 불안 심리로 매입보다는 전세 선호 현상, 저금리 기조에 따른 집주인들의 월세 선호가 복합적으로 작용해 생긴 현상이다. 돌이켜보면 ‘미친 전세’는 정부가 부추겼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부동산 대출 및 재건축 규제완화, 청약제도 개선 등 정부가 지난 2년간 내놓은 8차례 부동산 대책은 한결같이 매매·월세에 초점이 맞춰져 있을 뿐 전세대책은 없었다. 세입자 중 일부는 빚을 내 울며 겨자 먹기로 매매에 나서지만 결국 빚부담 때문에 소비를 줄일 수밖에 없어 내수위축으로 이어진다. 매매에 나설 형편이 못되는 서민들은 온몸으로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정부는 지금도 전세난을 월세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일시적 진통쯤으로 여긴다. 참으로 안이한 인식이다.

 

전세가격은 앞으로도 상당 기간 오를 공산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한국에서 세입자는 전체 가계의 절반이나 된다. 정책의 초점이 이들의 주거 안정에 맞춰져야 함은 말할 나위 없다. 과도한 전세가율 상승에 따른 세입자 보호대책은 물론이고 임대계약청구권 등 지원 대책도 적극 검토해야 한다. 지속적인 공공임대주택 공급은 말할 것도 없다.

 

 

[경향신문 사설-20150309월] 코앞으로 다가온 어린이집 보육대란

어린이집 누리과정 보육료를 둘러싼 ‘보육대란’이 재연될 것 같다. 지난해 보육대란 당시 급조한 ‘2015년 3개월치 예산 편성’ 미봉책의 시한이 이달 말이기 때문이다. 당시 내부 재정 문제로 2개월치만 편성했던 광주시교육청 보육예산은 벌써 바닥났고, 나머지 시·도교육청도 4월 이후 차례로 예산 고갈 사태에 직면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손을 놓고 있다. 각 시·도교육청의 발등에 불이 떨어졌지만 지난해 긴급 편성한 누리과정 예비비 5000여억원을 지원하지 않고 있다. 영·유아 보육을 볼모로 교육청 길들이기를 하자는 건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아이만 낳아주면 국가가 책임지고 키워주겠다던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을 정부가 앞장서 깨고 있으니 할 말이 없다.

 

올 초 어린이집 보육대란이 재발하는 것은 사실 시간 문제였다. 지난해 보육료 부담 주체를 놓고 중앙 정부와 시·도교육청, 여야 정치권이 대립한 끝에 2015년 3개월치 예산을 시·도교육청이 우선 편성키로 하고 봉합했기 때문이다. 대신 누리예산 부족액 1조7000억원 가운데 1조2000억원은 지방교육채 발행으로, 나머지는 정부가 예비비를 편성해 각각 충당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지자체가 지방채를 발행할 수 있도록 하는 지방재정교육법 개정안이 지난 정기국회에서 통과되지 않고, 정부는 이를 빌미로 5000여억원의 예비비 집행을 보류함에 따라 문제가 다시 불거진 것이다.

 

정부는 개정법안이 통과되고 지자체의 지방채 발행이 현실화돼야 예비비 지원이 의미가 있다는 입장이다. 목적예비비 5000여억원을 지원한다 해도 전체 부족 보육료의 3개월치에 불과해 근본 처방이 되지 않는다는 얘기다. 하지만 목적예비비는 국회 입법을 전제 조건으로 편성한 것이 아니다. 국회가 의결한 예비비 집행을 정부가 타당한 이유 없이 보류하는 것은 국민을 무시하는 행위다.

 

거듭 지적하지만 어린이집 보육료는 국책 사업인 만큼 중앙정부가 책임져야 할 사안이다. 이는 어린이집 소관 부처가 보건복지부란 점만 봐도 논란의 여지가 없는 문제다. 정부는 당장 예비비를 풀어 교육청을 지원해야 한다. 그런 다음 정치권과 협의해 관련 법안의 국회 통과에 진력해야 한다. 어린이집들은 이미 지난달부터 시위를 시작했다. 파업도 불사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이다. 정부는 그들의 ‘창끝’이 자신들을 향하고 있음을 무겁게 받아들이기 바란다.

 

 

[서울신문 사설-20150309월] ‘불어 터진 국회’가 경기침체 위기 키우고 있다

 

국회가 오늘 유일호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를 시작으로 장관 후보자 3명과 금융위원장 후보자, 중앙선거관리위원 후보자 등 5명을 상대로 인사청문회를 실시한다. 이병호 국가정보원장 후보자와 이석수 특별감찰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도 다음주 열릴 예정이어서 그야말로 3월 한 달 국회는 인사청문 시즌에 돌입한 모양새다. 후보자들마다 위장전입과 세금 탈루 같은 단골 의혹들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인 만큼 여야가 철저하게 그 진위와 자질 등 적격 여부를 가려야 함은 말할 나위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나라 안팎의 상황, 특히 갈수록 주저앉기만 하는 나라 경제를 생각하면 국회가 장관 후보자 몇몇을 검증하는 것으로 제 할 일 다 했다고 손 털 계제가 아닌 듯하다. 무엇보다 ‘저물가·저성장’으로 정리되는 지금의 활력 잃은 경제를 되살려야 할 시급한 책무가 국회에 주어져 있다고 하겠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 물가는 전년 대비 0.5% 상승에 그쳤다. 15년 7개월 만에 가장 낮은 상승폭이다. 담뱃값 인상분을 제외하면 사실상 마이너스를 기록한 셈이다. 문제는 이런 저물가 기조에도 불구하고 얼어붙은 소비시장이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지난 1~2월 백화점 전체의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1% 감소한 것으로 추정된다. 대형할인점도 0.5% 증가에 그쳤다. 특단의 돌파구가 마련되지 않는 한 이 같은 기조는 올 상반기에 계속되리라는 전망이다.

 

유례없는 유가 하락과 이런저런 경기부양책에도 불구하고 이처럼 소비심리가 살아나지 않는 이유는 물론 베이비붐 세대의 노후 불안과 가계부채 증가 같은 구조적 요인에서 비롯된 측면이 강하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주요 정책들이 국회에 묶여 있는 것 또한 무시할 수 없는 요인이라고 할 것이다. 지난주 폐회된 2월 임시국회만 해도 정부와 여당이 꼽은 11개 경제 활성화 관련 법안 가운데 고작 2개만 처리하고는 모조리 4월 임시국회 이후로 처리를 미뤘다.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경제정당’을 외치고, 경제전문가라는 유승민 의원이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됐건만 어찌된 일인지 국회가 나라경제를 살피는 모습은 자취를 감춘 듯하다.

 

국내 경제전문가의 65%가 지금의 경제상황을 위기로 진단했다는 전국경제인연합회의 어제 발표가 아니더라도 국민 대다수가 ‘불어 터진 경제’를 걱정하는 상황이다. 경제 살리기에 국회가 적극 동참해야 한다. 당장 3월 국회를 열어 민생법안을 처리하기 바란다.

 

 

[한국경제신문 사설-20150309월] 국책연구소 두뇌 이탈, 대한민국 지력의 붕괴다

 

경제, 통상, 산업 등 주요 정책연구를 담당하는 국책연구기관들이 고급인력 이탈로 심각한 위기를 맞고 있다. 한경 3월7일자 A1,6면에 따르면 국무총리실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소속 23개 국책연구기관의 지난해 정규직 연구원 퇴사자는 113명(4.7%)으로 나타났다. 최근 3년간 이직자로 보면 334명으로 전체의 16.4%에 달한다. 과거에는 볼 수 없었던 확연한 이직이요, 탈출 러시다. 연구소가 정부의 지나친 간섭과 통제하에 단기 연구용역 시장으로 내몰린 데다, 세종시 등 지방으로 대거 이전하면서 인력 이탈이 가속화됐다는 분석이다. 지식의 상호작용이 융합을 만들어내는 클러스터 체제가 무너지면서 지식생태계에 빨간불이 켜졌다.

 

간판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부터가 그렇다. 최근 3년간 42명(19.7%)의 석·박사급 연구원이 떠났다. 자유무역협정(FTA) 등 통상과 국제관계 등을 다루는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도 최근 3년간 33명(29.7%)의 연구원이 이직했다. 이들 기관이 이 정도면 다른 국책연구기관은 더 말할 것도 없다. 이들 국책연구기관은 1970년대부터 줄곧 대한민국의 대표적 싱크탱크 역할을 해왔다. 연구원 이탈이 본격화됐다는 것은 곧 한국 지식생태계의 붕괴를 알리는 시그널이다. 게다가 흔들리는 국책연구기관의 위상과 각종 민간 연구소의 기능 축소가 맞물리고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현대 국가의 경쟁은 지력 경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국만 해도 무려 2만개가 넘는 싱크탱크가 포진한 지식 강국이다. 슈퍼파워 미국의 원천이 바로 여기에 있다. 글로벌 싱크탱크 순위를 매길 때 미국 포함과 미국 비포함으로 나눠 평가해야 할 정도로 미국의 위상은 독보적이다. 이에 비하면 한국은 KDI, KIEP 등이 그나마 외국에 이름이 알려진 정도다. 그러나 지금처럼 연구원이 이탈하면 한국이 세계 지식생태계의 변방으로 밀려나는 것은 시간 문제다.

 

이런 상황에선 지식의 상호작용도 급격히 떨어진다. 이미 한국은 외국 지식인들의 봉으로 통한다는 얘기가 파다하다. 대한민국 지력의 고갈이요, 붕괴가 시작된 것이다. 최근엔 삼성경제연구소 등 민간 연구소들조차 전통적인 연구분야에서 차례로 손을 떼고 있다고 한다. 대기업에 속한 연구소들이 내부 경영진단이나 산업분석 등에 시간을 투입하는 것을 나무랄 수는 없다. 그러나 이런 식으로 하나둘 사라지고 나면 한국 경제 전체를 상대로 하는 지식의 축적은 불가능해진다. 지식 생태계의 붕괴는 혁신도시 등 정치가 만들어낸 시스템 파괴로 생겨난 일이다.

 

 

[한국경제신문 사설-20150309월] 中 안방보험의 동양생명 인수, 금융위는 뭘 고민하나

 

중국 안방보험의 동양생명 인수 승인 문제로 금융위원회가 고심 중이라는 보도다. 그러나 이는 고민거리가 아닌 사안이다. 대주주 적격성 심사 등을 신속히 완료하고 승인을 내주면 그만이다. 외국 자본이라고 차별할 이유가 전혀 없다. 오히려 외국 회사가 들어와 저금리 시대에 활력을 잃어가는 보험시장에 메기 구실을 하면 금융산업 발전에 도움된다.

 

안방보험은 동양생명 지분 57.5%를 1조1000억원에 인수키로 지난달 보고펀드와 계약을 체결했다. 이번주에 대주주변경 승인 신청을 한다고 한다. 금융위는 무엇보다 이번 투자가 한·중 간 투자 상호주의 원칙에 어긋난다고 보는 모양이다. 외국 자본이 자국 생보사 지분의 50%+1주 이상은 인수하지 못하도록 한 중국 측 규정과 균형이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투자와 금융거래의 빗장을 최대한 열어놓고 시장보호주의적인 이런 상호주의를 기계적으로 적용한다는 게 맞는 일인지 의문이다. 막상 계약이 이뤄질 때는 언급도 안 됐다. 자칫 국가 차별이며 소급행정이 될 수도 있다.

 

안방보험의 정치적 배경을 거론하는 것도 난센스다. 싱가포르투자청의 투자에 대해 정치배경을 물었는지도 궁금하다. 이미 벨기에 피데아보험, 네덜란드 비밧보험도 안방보험에 인수됐다. 금융당국이 규정에도 없는 기준을 내세워 정상적인 계약을 머뭇거린다는 것 자체가 관치금융의 발상이다. 한국의 금융업법과 감독규정을 준수하지 않는다면 그에 맞게 처벌하면 그만이다. 이런 ‘제멋대로 금융위’가 바로 한국 금융을 아프리카 수준으로 떨어뜨려왔던 것이다.

 

 

[서울경제신문 사설-20150309월] 병원 건보 진료비 공개, 소비자 편익 증대시킨다

 

법인이 운영하는 종합병원 이상 의료기관의 건강보험 진료비는 앞으로 정보공개법상 공개 대상이 된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4부는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회원이 국민건강보험공단을 상대로 "정보공개를 거부한 처분을 취소하라"며 낸 소송에서 이같이 판결했다고 8일 밝혔다. 재판부는 "정보가 공개되면 종합병원 사이의 서열화를 통해 일부 병원으로 환자가 쏠리는 등 부작용이 우려될 수 있으나 종합병원들의 건전한 경쟁을 도모해 의료 서비스 질을 개선하도록 유도함으로써 얻는 이익도 있다"고 판결 이유를 밝혔다.

 

종합병원들의 건강보험 급여 진료비가 공개될 경우 각 병원의 비급여진료 내역과 수익규모 등까지 투명하게 드러나게 된다. 자연히 병원들의 진료수가 인상이나 비급여진료를 늘리는 등의 편법이 줄어들고 나아가 재무제표 왜곡도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병원 경영정보가 투명해질수록 건강보험 재정지출 역시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이번 판결이 전반적으로 소비자 편익을 증대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환영할 일이라고 평가한다.

 

지난해 말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홈페이지 등을 통해 5개 항목의 건강보험 비급여 진료비 자료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전국 336개 종합·대학병원 등에서 받는 위·대장 동시 수면내시경 검사료가 최고 11배나 차이를 보이는 것을 비롯해 갑상선 초음파 검사료는 6배, 충치 치료는 14배 등의 차이가 나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후 최고액 부과 병원의 진료비 인하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한다. 건보 진료비 내역이 공개될 경우에도 환자와 가족이 진료비를 미리 따져보고 질병 치료에 효과적이면서 경제적 부담 능력에 맞는 의료기관이 어디인지를 선택할 수 있을 것이다. 보건당국과 병원은 진료비 내역 공개를 의료 시스템의 투명성과 건보재정 건전화를 꾀하는 계기로 삼기 바란다.

 

 

[서울경제신문 사설-20150309월] 제2 '중동 붐' 열려면 후속조치 만전 기해야

 

박근혜 대통령이 중동 4개국 순방을 마치고 9일 귀국한다. 이번 순방에서는 다양한 형태의 경제협력 방안이 구체화됐다. 더욱이 한국 경제가 일본식 장기침체의 길로 들어설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가운데 우리의 경쟁력이 무엇이고 활로의 한 축이 어디인지를 제시했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가장 눈에 띄는 결실이라면 순수 국내 기술로 개발한 중소형 원자로 '스마트(SMART)'가 처음으로 중동 수출길을 뚫었다는 점이다. 한국과 사우디아라비아가 맺은 '한·사우디 스마트 파트너십 및 공동 인력양성을 위한 양해각서(MOU)'는 시범 원자로를 건설하기 전 필요한 상세설계를 위한 양국의 공동 투자 등 구체적 내용을 담고 있어 수출계약까지 이끌어낼 가능성이 크다. 중동국들은 석유가 고갈되는 포스트오일 시대에 대비해 원전 도입에 적극적이다. 사우디만 해도 자국 내 물 부족 문제를 해결하고 전력을 공급하기 위해 2040년까지 원전 비중을 20%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이 지역에서 스마트 기술이 인정받을 경우 과거 중동 건설 붐에 이은 원전 붐을 기대할 만하다.

 

중동 각국들과의 협력 범위를 보건의료·정보통신기술(ICT) 등 신성장동력을 창출할 수 있는 분야로 넓혀간 점도 돋보인다. 특히 쿠웨이트에서는 양국 정상이 보건의료 협력 MOU를 체결해 환자송출, 의료진 연수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쿠웨이트는 연간 3,000여명의 환자(5억달러)를 해외에 송출하지만 우리의 점유율은 아직 미미한 편이다.

 

1973년에 발생한 오일쇼크로 부도 위기에 내몰린 한국 경제를 살려낸 것은 중동 건설 붐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건설에만 머물지 않는다. 원전에 보건의료와 ICT 등 첨단기술력이 더해졌다. 새로운 성장의 신화를 쓸 준비가 완료된 것이다. 이번 순방이 순방으로만 끝나지 않고 구체적인 성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반드시 후속조치가 필요하다. 각종 진출규제를 제거하고 범정부적 지원체제로 바꿔나가야 한다. 제2의 중동 붐을 지속 가능하게 하려면 파트너국들과 윈윈할 수 있는 전략도 결코 빼놓을 수 없다.

 

 

[서울경제신문 사설-20150309월] 두 마리 토끼 잡을 수 있는 고가주 액면분할

 

이른바 황제주로 불리는 아모레퍼시픽의 액면분할 결정 이후 상장사의 액면분할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 액면분할은 거래량 증가와 주가 상승을 이끌어 증시를 활성화하는 것은 물론 개인투자자의 참여를 유도해 배당금이 가계소득으로 흘러가게 하는 부의 재분배 효과까지 낼 수 있다. 관계당국은 이번 기회에 상장사 액면분할을 적극 장려하기 바란다.

 

고가주 기업들이 그동안 액면분할에 소극적이었던 것은 주가가 비쌀수록 기업가치도 높다는 통념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는 아무런 근거가 없다. 액면분할을 하면 오히려 기업가치가 재평가돼 시가총액이 늘어남을 알 수 있다. 2010~2013년 4년간 액면분할한 53개 상장사의 주가를 보면 액면분할 이후 1년간 평균 29.94% 올랐다. 거래량도 같은 기간 184.32% 증가했다. 액면분할 효과는 시가총액 상위주에서 더 커 상위 300위 이상 종목의 주가는 액면분할 1년 후 평균 56.9%나 올랐다.

 

액면분할은 기업의 배당확대와 맞물려 제기되는 국부유출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 외국인이 국내에서 받아 해외로 송금한 전체 배당금은 지난해 처음으로 100억달러를 넘어설 정도로 막대했다. 액면분할을 하면 개인투자자가 쉽게 주식을 살 수 있어 투자자의 저변이 넓어진다. 외국인 비중이 줄고 개인투자자 비중이 늘면 그만큼 우리가 배당금을 차지할 수 있다.

 

선진국은 액면분할을 투자자 확대를 위한 당연한 흐름으로 받아들인다. 미국은 주가가 100달러에 근접하면 액면분할을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시가총액 세계 1위 기업인 애플은 지난해 주가가 700달러를 넘어서자 이례적으로 7대 1의 액면분할을 실기하기도 했다. 한국거래소는 액면분할을 유도하기 위해 저유동성 종목을 별도관리 종목으로 지정하는 방안 등을 추진하고 있다. 당국의 다양한 유인책을 기대해본다.

 

 

■ 오늘의 주요 칼럼 읽기

 

[한겨레신문 칼럼-2030 잠금해제/희정(기록노동자)-20150309월] 죽으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최저임금 인상 캠페인을 할 때였다. 누군가 내가 든 피켓을 툭툭 쳤다. 고개를 드니 웬 남자였다. 그는 요새 장사가 얼마나 안 되는지 아느냐고, 시급까지 올리라는 건 우리보고 죽으라는 이야기라고, 나를 한참이나 노려봤다.

 

기분이 나빴냐고? 그럴 리가. 사람 쓰면 돈 든다고 몸소 짐을 나르는 소사장 아버지와 가짜 사장 강요받는 학습지교사 어머니를 두고 있다. 다른 나라보다 유독 자영업자 비율이 높다는 한국에서, 작은 사장님들의 고통은 가까이 있다.

 

나만 그 고통을 아는 것은 아니다. 최저임금 설문조사에 참여한 아르바이트 노동자들은 한 항목에서 망설였다. 그들은 법정 최저임금보다 적은 돈을 받고 있음에도 “최저임금이 얼마여야 합니까?”라는 질문에 멈칫했다. 받는 입장에서야 ‘무조건 많이’를 외칠 것 같지만, 우습게도 6천원대 희망시급에 동그라미 치는 것도 망설인다. 친구 옆구리를 찌르며 ‘회사도 어렵대’ 한다. 자신의 시급보다 비싼 ‘커피님’을 손님에게 건네면서도 사장님 걱정을 한다.

 

생활고를 이기지 못해 자신이 운영하는 편의점에서 자살을 한 점주의 이야기는 한때 세상을 울렸다. 그가 수수료, 로열티로 기업에 바친 돈은 얼마인가. 화이트데이 때는 초콜릿을, 어버이날에는 카네이션을 강매당한다. 알바에게 나가는 돈을 아끼려고 자신이 24시간 편의점에 갇혀 지냈다.

운 좋게 목숨을 건진 사장님들은 가게 문을 닫았다. “나도 12시간 일해 월 200만원도 못 가져간다. 법대로 다 줄 거면 차라리 내가 ‘노가다’를 뛰고 만다”고 하던 사장님들은 정말 그렇게 됐다. 직원에게 법대로 돈을 다 주지 않았는데도 말이다. 장사가 잘돼도 문제다. 장사가 잘되면 건물에서 쫓겨나는 일도 빈번. 그 자리에 건물주 아들 가게가 들어온단다.

 

그래도 돈 ‘뜯어가는’ 기업이나 건물주에게는 한마디 하지 못한다. 만만한 것은 최저임금 안 줘도 노동부 찾아갈 줄 모르는 알바다. ‘을’ 사장님은 자신의 고용인을 ‘병’, ‘정’으로 만든다. 그래야 숨 좀 쉬고 살 수가 있다.

 

하지만 언제까지 숨쉴 수 있을까. 동네상권을 파고드는 대기업의 슈퍼마켓, 빵집, 약국, 분식집을 이길 수 있을까.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대기업은 이미 농업 분야까지 진출했다. 어떻게든 버틸 수 있다 생각한다면, 그것은 자유가 작은 사장님의 눈을 멀게 한 까닭이다. ‘길가에 노점을 세우고 독점기업과 경쟁할 자유’가.

 

다행히 우리에게는 다른 자유가 있다. 살길을 선택할 자유. 어차피 최저임금은 떨어질 곳이 없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조차 “1년 내내 일해 받는 임금 1600만원으로 가족을 부양할 수 있다고 믿는가?”라며 최저임금 인상을 말했다. 장기침체 불황. 이대로 가면 같이 죽으니, 가진 이들이 좀더 내놓으라는 말이다.

 

그렇다면 가진 것 없는 작은 사장님들은 살길이 무엇일까. 남의 숨으로 연명하는 것을 멈춰야 한다. 어차피 산소통 들고 덤비는, 금수저 입에 물고 태어난 군단을 이기지 못한다. 그 군단에 ‘병’, ‘정’이 맞서겠다고 한다. 민주노총은 최저임금 1만원 운동을 선포했다. 한데 모인 병, 정은 의외로 힘이 세다. 그들이 멈추면 가장 큰 손해를 보는 이는 수천수만의 병, 정이 만들어내는 수천수만의 이익을 잃는 기업들이다. 믿고 지켜보자. 알바몬 혜리에게 그만 화를 내자.

고용인이 최저임금 1만원 피켓을 드는 건, 당신을 죽이려고 하는 게 아니다. 같이 살려는 것뿐이다.

 

 

[중앙일보 칼럼-줌마저씨 敎육 공感/강홍준(사회1부장)-20150309월] 의자엔 오래 앉아 있는데 뭐가 문제?

 

“의자에 엉덩이 붙이고 오래 앉아 있는 것만 해도 고맙긴 하죠. 그런데….” 최근 한 모임에서 지인이 올해 고교에 입학한 딸을 소재로 이렇게 말을 꺼냈다. 그래도 10분도 안 돼 엉덩이 들썩거리는 우리 아이보다 낫지 않으냐는 주변 분의 한숨 섞인 이야기가 나오자 모임 분위기는 이상하게 흘러갔다. 지인이 하려던 이야기의 핵심은 오래는 앉아 있는데 성과가 낮다는 거였다. 그런데 그의 걱정은 오히려 주변 사람들의 부러움으로 에워싸였다. 강력 본드로 애 엉덩이를 확 붙여버리고 싶다는 분도 나왔을 정도였으니까. 급기야 공부는 머리로 하는 게 아니라 엉덩이로 한다는 입시업계의 ‘구루’ 손 사탐의 명언을 다시 되새기는 걸로 이날 화제 중 하나는 마무리되고 있었다.

 

  기본적인 양(공부량)이 바탕이 돼야 뭔가 성과를 낼 수 있다는 점엔 대부분이 동의한다. 그런데 양은 충분해 보이는데 성과가 낮다면? 그럴 땐 외양(엉덩이 의자 고정)은 그럴싸해도 실제는 다르다는 쪽(머리는 딴 생각)으로 추론하고 싶어진다. 하지만 속으론 진짜 찜찜하다. 머리가 안 되는 거 아니냐는 의문이 몽실몽실 피어 오른다. 머리라면 누구 탓을 해야 하나? 나 아니면 다른 쪽? 이쯤 가면 자녀 문제가 부부간 갈등 소재로 대반전한다.

 

  부모가 스스로 학창 시절 누가 더 공부를 잘했는지 같은 유치한 단계로 나갔다면 이건 나가도 너무 나간 상태다. 중·고교 내신이나 수능 공부는 하워드 가드너의 여덟 가지 다중지능 중 두 가지(언어, 논리·수학적 지능)면 충분하다. 다양한 지능을 한꺼번에 요구하는 수준이 아니란 말이다. 다만 등수 또는 점수로 나타나는 성과를 측정한다는 시험 변수가 있을 뿐이다. 내신이나 수능 모두 제한된 시간 내 지문(정보)을 읽고 요구사항(출제자의 의도)을 파악해 답을 내야 한다. 이런 특성의 시험에선 지속적으로 머릿속에 채워 넣은 다양한 정보를 꺼내 빠르게 결합한 뒤 판단을 내리는 게 중요하다.

 

 다시 지인의 걱정거리 해결이란 과제로 돌아가보자. 성과가 낮은 건 학습 능력 또는 학습 지능이 낮기 때문이 아니다.

 

평 소 학습을 통해 채워 넣은 정보를 시험 때 꺼내 출제자의 요구에 맞게 처리하는 과정에서 남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성과를 내지 못하는 데 원인을 찾아야 타당하다. 특히 이런 학생에게 흔히 벌어지는 잘못은 출제자의 요구사항을 자기식으로 해석해 출제자가 미리 파놓은 함정에 빠지는 오류다. 백번 양보해 노력에 비해 성적은 좀 낮다고 치자. 학교 밖 세상 사는 데 별 큰 문제는 없다.

 

 

[경향신문 칼럼-여적/양궈노(논설위원)-20150309월] 오세훈법, 성매매법, 김영란법

2004년 ‘오세훈법’으로 불린 정치자금법 개정안 통과를 앞두고 ‘돈정치’에 길든 여의도는 난리가 났다. 불투명한 정치자금을 차단하고 깨끗한 선거문화를 마련한다는 대의를 거스를 수 없기에, 저항의 무기로 동원된 것이 ‘경제’다. ‘오세훈법’이 통과되면 기업활동과 소비시장을 위축시킬 것이란 선동이다. 음식점, 꽃집 등 서민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란 주장도 동반됐다. 하지만 ‘돈정치’를 객토시킨 ‘오세훈법’이 다른 역기능을 낳기는 했지만, 기업활동을 옥죄고 소비시장을 위축시키지는 않았다.

 

역시 2004년 성매매특별법 제정을 두고도 반대 측은 ‘경제’를 들고 나섰다. 국내총생산(GDP)의 4%에 달하는 성매매 산업이 사라지면 경제 타격이 심대할 것이란 파상 공세가 펼쳐졌다. 영세 자영업이 직격탄을 맞고, 심지어 룸살롱 안주 소비가 줄어 밤 생산 농가가 어려움에 처할 것이란 얘기까지 등장했다. 막상 성매매특별법이 시행되었으나 자영업자들이 줄도산하고, 전국의 모텔이 파산에 몰리는 ‘공포’는 현실로 나타나지 않았다.

 

내년 9월부터 시행될 ‘김영란법’을 겨냥해서도 ‘경제적 공포’가 구사되고 있다. 관행적으로 이뤄져온 금품·향응·선물 주고받기가 사라지면 외식업, 백화점, 유통점, 골프장 등이 타격을 입어 내수 침체를 불러올 것이란 주장이다. 술집과 밥집, 선물가게, 꽃집, 화훼농가 등 예의 서민경제 피해도 부각된다.

 

경중은 다르지만 ‘오세훈법’ ‘성매매특별법’ 때와 쌍둥이처럼 닮은 논지다. 하나같이, 국가 청렴도와 경제의 선순환을 외면한다. 반부패 청렴이 국가경쟁력과 국민소득을 높인다는 실증적 연구 결과는 차고 넘친다. 현대경제연구원은 ‘부패와 경제성장’(2012년)에서 한국의 청렴도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에만 이르러도 1인당 명목 GDP가 138.5달러 늘고, 연평균 성장률을 0.65%포인트 상승시킬 것으로 분석했다. 일찍이 세계은행도 ‘국부는 어디에서 오는가’라는 보고서에서 한 나라의 국부 창출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것이 ‘사회적 자본(Social Capital)’이라고 밝혔다. 청렴은 신뢰, 윤리와 함께 ‘사회적 자본’의 근간 지표다. ‘경제’와 ‘민생’을 위해서도 강력한 반부패법은 필요하다.

 

 

[서울신문 칼럼-씨줄날줄/김성수(논설위원)-20150309월] 창조경제와 말산업

 

켄터키 더비(derby)는 미국 중동부의 시골도시인 루이빌에서 매년 5월 첫째주 토요일에 열린다. 세계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경마 대회다. 1875년에 처음 시작됐다. 두 차례의 세계 대전 때도 거르지 않고 열렸다. 약 2분 만에 경주는 끝나지만 전 세계에 생중계된다. 미국에선 미식축구 슈퍼볼, 월드시리즈, 미국프로농구(NBA) 결승전에 못지않은 인기를 끈다. 방송중계료, 관광객 유치 등 이 대회 하나가 켄터키주 지역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만 2300억원이 넘는다. 켄터키주가 말산업의 중심지로 부상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세 살짜리 경주마 대회인 ‘더비’의 원조는 영국이다. 더비를 말산업으로 발전시켜 상업화한 것은 미국이다. 미국은 세계 최고의 말산업 선진국이다. 920만 마리의 말을 기른다. 말산업으로 생겨나는 일자리만 140만개다. 경제기여효과는 무려 117조원이다. 올해 우리나라 예산(376조원)의 3분의1에 달한다.

 

말산업은 크게 경마와 승마로 나뉜다. 우리나라의 말산업은 걸음마 단계다. 1800여 농가에서 3만여 마리의 말을 기르는 정도다. 하지만 국내 말산업은 미래의 고부가가치 산업이다. 창조경제와 가장 맞아떨어지는 블루오션 분야다. 1차산업(말사육), 2차산업(말장구류 제조), 3차산업(경마등 서비스)의 특성을 모두 갖춘 6차산업이다.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체결과 구제역으로 어려움에 처한 국내 축산농가가 새로운 소득원을 창출할 수 있는 기회다. 정부가 2012년부터 말산업 육성 5개년 계획을 추진하고 있는 것도 이런 점들을 고려했기 때문이다.

 

국내 말산업이 발전하려면 승마와 경마의 균형발전이 우선돼야 한다. 경마와 승마가 8대2 구조로 돼 있는데 전체 파이가 커지면서 5대5 비율로 고르게 성장해야 한다. 승마산업은 대중화가 시급하다. 국내 승마인구는 4만 5000명이다. 골프인구(529만명)의 1%에도 못 미친다. 귀족스포츠라는 인식이 강하다. 시간당 평균 6만~8만원인 승마장 이용료부터 낮춰야 한다. 그래야 서민들도 쉽게 승마를 접할 수 있다.

 

경마는 사행산업과 레저·오락이라는 측면을 모두 지녔다. 경마로 벌어들인 돈은 승마산업 발전의 마중물이 된다. 경마가 발전해야 승마산업도 커진다. 최근 경마는 위기다. 경주 수는 늘었지만 입장객이 줄었다. 매출도 2년 전부터 감소세다. ‘도박’이라는 부정적인 인식도 여전히 강하다. 용산장외발매소에 대한 반대가 극심한 이유다. 사행산업통합 감독위원회가 추진하는 전자카드제가 시행되면 경마산업 자체가 붕괴할 것이라는 우려도 크다. 손가락 정보를 통해 경마고객의 개인 정보를 관리하는 전자카드제가 도입되면 경마매출은 급감할 것으로 보인다. 말산업에는 축산농가의 생계가 걸려 있다. 대표적인 융·복합 산업으로의 성장 가능성도 무궁무진하다. 섣부른 규제보다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한국경제신문 칼럼-천자 칼럼/오춘호(논설위원)-20150309월] 포노 사피엔스

 

미디어 기술이 개인과 사회 발전에 엄청난 영향을 끼친다는 것을 주장한 학자는 마셜 맥루한이다. 그는 16세기 활자매체의 발명과 인쇄산업이 개인주의와 내셔널리즘을 만들었다면서 미디어의 파급력을 강조했다. 스티브 잡스도 이런 미디어의 잠재력을 분명히 읽었다. 잡스가 2007년 아이폰을 선보이면서 이것이 세상을 바꿀 것이라고 얘기할 때 이미 미디어가 인류에게 끼치는 힘과 세상의 변화를 충분히 예측했던 것이다.

 

스마트폰은 그 뒤 불과 8년 만에 세계 성인의 50%인 20억명이 사용하고 있다. 2020년까지 그 숫자는 30억명을 넘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폐쇄된 국가인 북한에서조차 인구의 10%가 휴대폰을 갖고 있어 북한 당국이 이들과 전쟁을 벌일 정도다. 실로 엄청난 혁명이다. 인류가 농업혁명에 5000년, 산업혁명에 200년, 컴퓨터 디지털 혁명에 30년이 걸렸지만 스마트 혁명은 불과 10년도 채 되지 않아 세계로 확산되고 있다.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호모 사피엔스(지혜가 있는 인간)에 빗대 이를 ‘포노 사피엔스(phono-sapiens·지혜가 있는 전화기)’로 부른다.

 

포노 사피엔스는 인류에게 시공간의 제약을 크게 완화시켰으며 지역적 정보비대칭으로 인한 폐단을 크게 줄였다. 모든 분야에서 생산성을 높이는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하지만 스마트폰이 없으면 초조해하거나 불안을 느끼는 노모포비아(no mobile-phobia의 준말) 증후군을 호소하는 사람은 갈수록 많아지고 있다. 휴대전화가 손에서 떨어지면 5분도 채 버티지 못하는 것이 노모포비아 현상이다. 영국 보안전문업체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66%가 노모포비아로 고통을 받고 있다고 한다. 스마트폰 소유자의 80%가 잠자리에서 일어나 15분 이내에 스마트폰으로 문자와 뉴스를 확인한다는 보고도 있다.

 

국내에서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의 ‘핸드폰찾기콜센터’가 1869명을 대상으로 최근 벌인 설문조사에서 휴대전화를 분실한 뒤 1주일 이상 기다리기 어렵다고 응답한 사람이 56.1%(1049명)로 절반을 넘는다고 한다. 하루도 스마트폰 없는 삶을 상상하기 어려운 게 현대인들이다. 마음의 구속이라고 할까. 사람과의 소통보다 기계와의 대화를 즐기는 사람이 늘고 있다. 이러다 인간의 마음까지 기계에 빼앗기는 것이 아닐까. 감정의 인터넷이라는 사물인터넷도 이미 인류에게 성큼 다가와 있다.

 

 

[서울경제신문 칼럼-만파식적/임석훈(논설위원)-20150309월] 할랄푸드

 

국희땅콩샌드·콘칩·빼빼로에는 많은 사람들이 모르는 공통점이 있다. 한국 이슬람교중앙회로부터 '할랄푸드' 인증을 받은 과자류라는 것이다. 할랄 마크가 붙으면 중동·동남아 이슬람국 수출이 쉬워 기업마다 인증 획득에 사활을 걸 정도다. '할랄(halal)'은 아랍어로 '허용된 것'이라는 의미로 할랄푸드는 이슬람 율법에서 무슬림이 먹고 쓸 수 있도록 용인된 식품이다.

 

과일·야채를 비롯한 식물성 음식과 어패류 등 모든 해산물이 포함된다. 그럼 육류는 어떨까. 도축법이 이슬람적일 때만 할랄푸드로 인정된다고 한다. 이슬람식 도축이란 무슬림이 기도문을 외우면서 단칼에 동물의 목구멍을 절단해 동맥을 끊는 것을 말한다. 염소·닭·쇠고기 등이 여기 속한다. 이를 원료로 한 의약품과 화장품·조미료도 할랄푸드다.

 

반대로 돼지·개·고양이·뱀·민물고기와 자연사했거나 잔인하게 도살된 짐승 고기는 금지 음식인 '하람(haram)푸드'로 분류된다. 무슬림은 돼지고기만 피하면 된다는 통념이 널리 퍼진 연유다. 돼지고기에서 나오는 콜라겐이나 젤라틴으로 만들어진 제품도 블랙리스트 대상. 하지만 같은 콜라겐·젤라틴이라도 해산물이나 식물에서 추출된 것은 할랄 품목에 오를 수 있다.

 

넘치는 오일 머니에다 인구 16억명에 이르는 회교권 국가들은 구매력이 높아 할랄푸드 시장이 급팽창세다. 전 세계 식품 시장의 16% 수준인 1조달러로 추산된다. 그래서 이 시장을 잡기 위한 각국의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지난주 박근혜 대통령의 중동 순방을 계기로 우리도 시장 개척에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아랍에미리트연합(UAE)과 할랄푸드 정보공유·인증체계 협력 양해각서(MOU)를 맺고 테마파크 조성에 힘을 합치기로 했기 때문이다.

 

중동 시장 진출에 어려움을 겪어온 국내 식품업체와 농산물 수출에 희소식이다. 건설 붐에 이어 할랄푸드 바람이 불어 가뜩이나 힘든 한국 경제에 활력소가 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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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늙은최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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