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러두기 : 이 자료는 교육용으로 쓰기 위해 편집한 것이며 상업적 목적은 일절 없습니다. 선정된 사설의 정치적 성향은 본인의 성향과는 무관함을 알려 드립니다. 사
설은 각 신문사의 정치적인 입장을 대변하기 때문에 글의 논거 자체를 찾아서 읽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비판적인 입장에서 상대방
논거의 문제점을 찾아보는 작업도 함께 해 본다면 당신은 한 쟁점에 대해 다각적인 사고를 형성할 수 있을 것입니다. * 오늘의 주요 이슈 ■ 세월호법 시행령 ■ AIIB에서 외면당한 北, 북중 관계 회복 필요 ■ 공무원연금 개혁 ■ 차라리 노는 정부가 낫다는 한국무역협회장의 쓴소리 ■ 눈총 받는 고령세대, 장수 재앙 *오늘의 주요 신문사설&칼럼 ■ 세월호법 시행령 [한국일보 사설-20150401수] 책임 당사자에 진상 규명 맡긴 세월호법 시행령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에는 대통령이 지명한 위원이 한 명도 없다. 17명 위원 중 10명은 국회가, 나머지는 대법원장과
대한변호사협회장, 희생자가족대표회의가 지명한 이들로 구성돼있다. 취지는 자명하다. 정부측 인사가 포함되거나 정부의 입김이 들어가면
특위의 독립성과 조사의 객관성이 훼손된다고 봤기 때문이다. 세월호참사의 원인을 제대로 밝혀내고 안전한 사회를 건설하기 위해서는
모두가 수긍할 수 있는 객관적인 조사가 우선이고, 그러기 위해서는 직접 책임당국자는 배제돼야 한다는 게 특별법의 정신이다.
그러나 정부가 27일 입법예고한 세월호특별법 시행령은 기대를 저버리고 있다. 특위 조직을 축소하고 정원을 대폭 줄인 것부터가
특위 무력화 시도라는 비판의 소지가 크다. 더욱 납득하기 힘든 것은 특위 업무의 주도권을 공무원이 쥐게 된다는 점이다.
입법예고안에는 정부가 일방적으로 신설하기로 한 기획조정실이 위원장과 상임위원들이 가진 핵심권한을 나눠 갖게 돼있다. 기획조정실장과
기획총괄담당관은 해양수산부 공무원이 맡는다. 진상규명 업무를 총괄하는 조사1과장 역시 법무부 파견 공무원이 맡을 것으로 보인다.
공무원에게 특별위원회 기능을 사실상 맡기는 셈이다. 이럴 거면 공무원 조직이 직접 조사할 것이지 뭐 하러 세금 들여가며 특위를
구성했는가 싶다.
입법예고안에는 진상규명 범위를 ‘정부조사 결과의 분석 및 조사’라고 명시했다. 정부조사 결과만을 토대로 원인규명 작업을 할 수
있는 것처럼 해석될 가능성이 많다. 그런 의도라면 정부가 조사하지 않은 내용은 들여다볼 생각도 하지 말라는 뜻이나 다름없다.
특별법은 제1조에서 세월호가 침몰한 참사의 발생 원인, 수습과정, 후속 조처 등의 사실관계와 책임 소재의 진상을 밝히도록 분명히
규정하고 있다. 시행령안은 모법인 세월호 특별법에 담긴 법의 취지는 물론 기본적인 내용과도 다른 위법성을 띠고 있다.
정부는 시행령안 마련에 앞서 특위의 의견을 수렴하는 최소한의 절차조차 지키지 않았다. 특위에 대한 존중과 협력보다는 훼방으로
일관해 온 그 동안의 정부와 여당의 태도로 볼 때 그리 놀랄 일도 아니다. 문제는 관제조직을 통해 정부가 원하는 조사결과를
내놓은들 어느 국민이 납득하겠느냐 하는 점이다. 두고두고 후유증만 남길 뿐이다. 정부는 당장 입법예고안을 철회하고 특위와 협의해
제대로 된 시행령안을 내놓아야 한다. 새누리당도 “정부에 건의할 게 있으면 하겠다”는 식의 애매한 태도에서 벗어나 적극적인 입장을
밝혀야 한다. 세월호참사의 아픔을 딛고 우리사회가 한 단계 나아가기 위해서는 특위가 제대로 활동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 ■ 함께 읽으면 좋은 사설 [경향신문 사설-20150401수] 세월호 1주기에 ‘관제 대회’ 열겠다는 정부
다시 4월16일, 세월호 참사 1주년이 다가오지만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았고 해결된 것도 없다. 한국 사회의 잘못된 관행과 부패,
비리, 자본의 탐욕, 정부의 무능이 총체적으로 결합되어 침몰시킨 것이 세월호다. 세월호의 진실을 낱낱이 밝혀내 이러한 구조적
적폐를 도려내지 않고서는 우리 사회는 한발짝도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세월호 참사 뒤 박근혜 대통령은 ‘국가 대개조’를 외쳤고,
여야 정치권과 국민 모두 나라를 통째로 바꿔야 한다고 다짐했지만 바뀐 것은 아무것도 없다.
세월호 1년이 지났지만, 유가족들은 다시 세월호 진상규명을 외치며 광화문광장에서 농성을 벌이고 있다. 대통령 면담을 요구하며
청와대로 향하던 유가족과 시민들은 경찰 벽에 가로막혔다. 특별법안이 지난해 11월 통과됐으나 특별조사위원회는 반년이 되도록 첫발도
떼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특위 활동에 대한 끈질긴 방해 끝에 특위의 독립성을 정면으로 침해하고 진상규명을 가로막는 독소조항이
가득한 시행령을 일방적으로 입법예고 했다. 마지막 실종자 9명을 가족 품에 돌려주고, 진상규명에 필수적인 세월호 선체 인양 문제도
아무런 진전이 없다. 1주년이 되기 전에 인양계획이라도 밝혀달라는 유가족들의 간절한 호소에도 정부는 마냥 결론을 미룬 채
뻔뻔스러운 시간끌기로 일관하고 있다. 어떻게든 세월호 특위를 무력화시키고, 세월호의 진실을 이대로 봉인하고 가자는 속셈이
아니고서는 할 수 없는 행태다.
급기야 정부는 세월호 1주기인 4월16일 유가족을 배제하고 따로 관련 행사를 추진하고 있다고 한다. 국민안전처 주관으로 강남
코엑스에서 ‘국민안전다짐대회’를 연다는 계획이다. 안산합동분향소에서 열리는 공식 추모제는 ‘416가족협의회’와 경기도·안산시가
공동 주최하고, 정부는 뒤로 빠지겠다는 것이다. 정부의 무능과 무책임이 초래한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의 추모식마저 관제 ‘체육관
행사’로 대체하겠다는 발상이 어이없다. 대체 누구를 위한 정부인지 묻고 싶다. 오죽했으면 여당 원내대표가 ‘관변 대회’를
백지화하고 ‘세월호 참사 1주기 추모제’를 정부가 공식 주관해달라고 촉구하고 나섰을까 싶다. 왜 그토록 어이없이 생때같은 혈육이
죽어가야만 했는지, 그 진실 규명의 조그마한 단초도 열지 못한 채 ‘세월호 1주기’를 맞아야 하는 유가족의 참담한 심정을
조금이라도 헤아린다면 이럴 순 없다. ■ AIIB에서 외면당한 北, 북중 관계 회복 필요 [경향신문 사설-20150401수] 한반도 평화 위해 북·중관계 회복 필요하다
북한과 중국 간 냉랭한 관계가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북한은 지난 2월 중국이 주도하는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에 가입 의사를 밝혔지만, 중국에 의해 거부당했다고 미국 자유아시아방송이 영국 인터넷 매체를 인용해
보도했다. 북한이 거부당한 것은 북한의 금융·경제 체제가 국제기구에 참여할 수준에 이르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하지만, 북한은 중국의
단호한 거부에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그러나 북한이 중국을 대하는 태도 역시 차갑기는 마찬가지다. 북한은 어제 리진쥔 북한 주재
중국대사가 평양에서 북한의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에게 신임장을 제정한 소식을 짤막하게 보도하는 것으로 끝냈다. 북한은
그동안 최대 우방국으로서 중국 신임 대사가 부임할 때 대대적으로 환대해왔다. 북한은 또 알렉산드르 티모닌 북한 주재 러시아대사의
이임 때 강석주 당 비서를 만나 작별 인사했다며 상세히 소개한 반면 전임 류훙차이 중국대사 이임 때는 아예 보도조차 하지 않았다.
이런 일화들은 2013년 2월 북한의 3차 핵실험, 같은 해 12월 북한 2인자였던 장성택 노동당 행정부장 처형 등으로 악화된
북·중관계가 당분간 지속될 수밖에 없을 것임을 시사한다. 양국이 이런 관계를 개선하지 못하면 자칫 5월9일 러시아 전승절 70주년
기념식에서 각각 참석한 두 지도자가 제3국에서 어색하게 만나는 장면이 연출될 가능성도 있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지난 8일
북·중 정상회담에 대해 “양쪽의 편리한 시기가 언제인지 봐야 한다”며 관심을 표명했지만, 현실적으로 러시아 전승절 이전 정상회담
가능성은 매우 불투명하다.
북·중관계의 악화는 양측의 이익을 위해 바람직하지 않다. 우선 관계 악화는 중국의 입장에서 북핵 문제에 관해 북한을 설득하고,
북한과 외부세계 간의 입장 차이를 좁히고 조정하는 중국의 역할이 축소되는 것을 의미한다. 그건 중국의 한반도 위기관리 능력이
약화되는 것이기도 하다. 또 중국이 북한에 외부세계의 통로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관계 악화가 북한에 이로운 것도 아니다. 북한은
중국과 소원해지는 대신 러시아와의 관계를 강화하고 있지만, 러시아가 중국을 대체할 수는 없다. 중국과 달리 러시아는 북한에 경제
지원을 해서라도 깊이 간여할 전략적 이익이 별로 없다고 여기고 있다. 북한은 핵문제에 관한 진전된 태도로 대중관계 회복에 나서는 길
외에 다른 방도가 없다. 더 이상 시간을 끌지 말아야 한다. 한국과 미국은 북·중관계 회복을 적극 지원해야 한다. 북·중관계의
개선은 북핵 문제 진전은 물론 한반도 평화를 위해서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서울신문 사설-20150401수] AIIB에서 외면당한 北 핵 포기로 활로 찾아야
미국과 이란 간 핵 협상이 어제 스위스 로잔에서 최종 타결을 목표로 종일 산고를 겪었다. 반면 북한은 이날 이른바 핵·경제 병진
노선을 고수할 뜻을 거듭 확인했다. 만일 미·이란 핵 협상이 타결될 경우 북한은 핵 개발을 고집하는 지구촌의 유일무이한
‘불량국가’로 남게 되는 꼴이다. 부디 북한 당국이 그런 국제적 고립을 자초하지 말고 핵 개발 포기라는 통 큰 결단을 하기
바란다.
요즈음 테헤란 증권거래소가 아연 활기를 띤다는 소식이다. 이란의 증권·금융 시장은 2000년대 들어 핵 문제로 인한 국제사회의
제재로 해외 자본의 관심권 밖이었다. 하지만 최근 핵 협상에서 긍정적 신호가 나오자 서구 투자자들과 금융 기업들이 핵 협상 타결
이후에 대비해 몰려들고 있다고 한다. 반면 북한 쪽 사정은 어떤가. 중국 자본의 유치를 겨냥해 압록강 하구에 황금평 경제특구를
조성했지만, 단 한 건의 실적도 올리지 못하고 있다. 핵실험 등으로 유엔의 제재를 받는 형편에 개성공단을 확장해 남한 기업 이외에
해외 기업을 불러들일 엄두라도 내겠는가. 북은 외화난 속에서 희토류 등 지하자원 수출로 근근이 버티고 있다지만 국제 유가
하락으로 최대 수출 품목인 석탄 수출액이 급감하면서 큰 타격을 받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도 북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이날 “불패의 병진 노선을 튼튼히 틀어쥐고 강성국가 건설을 구현해 나가야 한다”고 했다.
2년 전 북 노동당 중앙위 전체회의에서 ‘핵 무력 강화’와 ‘경제 건설’의 병진 노선을 채택한 사실을 상기하면서 “조국 통일을
이루기 위한 유일한 출로는 군사력·핵 억제력을 강화하는 데 있다”고 강변한 것이다. 공허하기 짝이 없는 주장이다. 옛 소련이 어디
핵탄두 수가 모자라 무너졌던가. 더군다나 6자회담을 박차고 나가 2013년 3차 핵실험을 단행한 뒤 북한이 얻은 게 대체 뭔가.
국제적 고립과 남북 관계 경색을 자초하면서 가뜩이나 힘겨웠던 보통 주민들의 삶만 더 궁핍해지지 않았나.
과거 미국의 적대국이었던 쿠바가 대미 관계 개선을 결심했고, 이란마저 경제 제재를 피하기 위해 핵 개발 카드를 접을 낌새다.
이런 마당에 북한만 오불관언의 자세로 핵 개발을 고집할 것인가. 그런 맥락에서 북한이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에 가입하려
했으나 중국의 거부로 무산됐다는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의 보도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오죽하면 과거 북한의 혈맹이었던 중국이
자신이 주도하는 AIIB 가입을 거부했겠는가. 북한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위반하는 등 국제 안보체제에 걸림돌이 되는
상황에서 중국이 주도하는 기구라도 선뜻 대북 투자에 나설 수는 없는 노릇이다.
거듭 강조하지만 핵 포기는 북한이 선택해야 할 외길이다. 핵·미사일 등 대량살상무기로 체제를 유지하려는 건 미망일 뿐이다. 국제
제재를 불러 북한 경제만 더 피폐해지는 게 아니다. 이에 대응해 한국도 막대한 예산을 쏟아부어 이른바 ‘킬 체인’이나 한국형
미사일방어망을 구축하는 게 불가피하게 된다. 북한이 남북 구성원 모두에게 고통을 안기는 오판에서 헤어나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으로 활로를 찾을 때다. ■ 공무원연금 개혁 [중앙일보 사설-20150401수] 김무성·문재인 공무원연금 개혁 끝장토론 나서라
지지부진하기 짝이 없는 공무원연금 개혁 작업을 바라보는 국민의 마음은 몹시도 답답하고 우울하다. 국민대타협기구가 타결 시한을
지키지 못하고 석 달 만에 문을 닫으면서 국회로 공을 넘겼지만 실무기구 구성부터 난항이다. 여야가 활동 시한을 놓고 대치를
거듭하며 이틀째 시간만 낭비했다. 공무원연금 개혁의 시급성은 되풀이할 필요조차 없다. 총선과 대선이 이어지는 내년 이후엔 개혁을
밀어붙이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개혁의 구체적 방안에 대해선 여야와 정부안, 전문가안 2개까지 모두 5개 안이 나와 있다. 나올 수 있는 구상은 다 나왔다고 봐야
한다. 공무원들도 ‘더 내고 덜 받는다’는 원칙 자체엔 공감하고 있다. 재정추계 모형에도 여야가 합의한 만큼 타협의 골격은
갖춰진 셈이다. 서로 조금씩 양보하면 국회 특위 마감 시한인 5월 2일 안에 합의를 끌어낼 수 있다고 본다. 그런데도 논의가
공전을 거듭하고 있는 데엔 야당의 책임이 크다.
그동안 줄곧 개혁에 소극적 자세를 보여온 새정치민주연합은 대타협기구 종료 사흘 전 구체적 수치가 하나도 없는 ‘방정식 개혁안’을
내놨을 뿐이다. 최대 쟁점인 연금지급률을 놓고 야당 주장을 상당 부분 수용해 만든 전문가안조차 거부하며 시간을 끌고 있다. “재정
절감과 함께 공무원 노후소득 보장도 충분히 유지돼야 한다”는 문재인 대표의 발언도 발목 잡기로밖에 들리지 않는다. 재정을
줄이면서 공무원 소득도 충분히 보장할 마법의 카드는 없기 때문이다. 문 대표가 “공무원연금 개혁이 끝나면 국민연금도 소득대체율을
높이겠다”고 한 대목도 어이가 없다. 국민연금 고갈을 막기 위해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을 기존 60%에서 40%로 낮추는 개혁안을
만든 게 바로 노무현 정부였다. 친노를 대표한다는 문 대표가 노무현 정부 정책마저 뒤집으며 개혁안에 물타기를 하고 있으니 실소를
금할 길 없다. 제1야당 대표가 국민보다 공무원노조의 눈치를 살피며 그들 주장에 편승했다고밖에 할 수 없다.
문 대표는 요즘 ‘유능한 경제 정당’을 역설하고 있다. 그 점에서 공무원연금 개혁은 문 대표 앞에 놓인 첫 시험대다. 국가 경제를
위해선 자신의 지지기반을 설득하고, 부득이하면 읍참마속의 심정으로 결단을 내려야 한다. 그런데 새정치연합은 4·29 재·보선을
앞두고 공무원표 계산에만 온통 정신이 쏠린 듯하다. 국가 대계를 위한 개혁을 정치공학으로 접근하면서 어떻게 수권 정당의 면모를
보이겠다는 것인가.
새누리당도 남 탓만 하며 손 놓고 있을 때가 아니다. 어렵더라도 야당과 공무원노조를 설득해 개혁의 근본 취지를 살린 합의를
끌어내야 한다. 이미 공무원연금 개혁안은 야당의 물타기와 공무원노조의 버티기 탓에 재정 절감이나 국민연금과의 형평성 같은 핵심
전제가 상당 부분 약화됐다. 게다가 공무원의 기대수명이 일반 국민보다 긴 데도 공무원 생명표 대신 국민 생명표를 기준으로 정해
재정적자가 덜한 것처럼 보이게 하는 등 꼼수도 여기저기서 발견된다. 우리는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31일 “협상이 계속 결렬되면
내가 직접 나설 수 있다”고 말한 데 주목한다. 김 대표와 문재인 대표가 마주 앉아 끝장토론이라도 해서 공무원연금 개혁을 반드시
성사시키기 바란다. [한국경제신문 사설-20150401수] 정부는 공무원 연금·노동 개혁 의지 있기나 한가
정부 여당이 그토록 강조해왔던 노동개혁 3월 말 합의가 결국 무산되고 말았다.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는 어제까지 막판 협상을
이어갔지만 핵심 사안에서 예상대로 합의에 실패했다. 박근혜 정부의 노동개혁은 이렇게 흐지부지되는 모양새다. 오히려 노조단체들의
4월 총파업 으름장만이 확성기에 울려퍼진다. 개혁 성과에 실낱 같은 희망을 가져왔던 실업자 비정규직 등 노동시장 약자들은 이번에도
텅빈 가슴만 쓸어내려야 하는 심정이다. 참담하기 그지없다.
애초 노사정위원회가 끼어들어 기득권 노조와 합의를 시도한 것 자체가 실패 가능성을 내포한 것이었다. 게다가 협상이 길어지면서
회의 안건은 지속적으로 늘어나기만 했다고 한다. 비정규직 고용기간이나 성과 낮은 근로자의 해고 등 핵심 쟁점에 대한 논의는
계속해서 평행선을 달렸다. 지루한 협상 경과는 노동 개혁을 밀고가겠다는 정부 여당의 의지에 대한 의구심만 키워왔을 뿐이다.
공무원연금 개혁도 마찬가지였다. 여야가 국민대타협기구를 만들어 연금개혁을 논의한다고 했을 때부터 합의점 도출이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합의기구는 이해당사자들이 자신의 입장을 더욱 완고하게 요구하는 통로가 될 뿐이었다. 결국 지난 28일 합의시한을
넘기고 다시 협상한다고 야단이다. 심지어 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은 실무협상단 구성을 위한 논의 과정에서 “공적 연금 강화를 위한
목표치를 먼저 정하고 나서 공무원연금 개혁안을 확정하자”며 새로운 협상카드를 내놓았다고 한다. 일부에서는 “실무기구는 정부와
공무원들이 논의하는 게 좋을 것 같다”며 의원들은 실무기구에서 아예 빠지겠다고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근혜 대통령은 어제 “공무원연금 개혁을 마무리짓지 못하면 내년부터는 매일 100억원씩 세금이 들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집단들의 이해관계가 얽히고설킨 상황에서 답보 상태를 벗어날 가능성은 극히 낮아 보인다. 이제 정부가 구체안을 내놓을 때다.
토론은 합의에 도달할 의지가 있을 때 작동하는 것이다. 합의 기구가 합의를 불가능하게 하는 구조라면 그런 기구는 폐기하는 것이
옳다. [서울경제신문 사설-20150401수] 여야, 공무원연금·노동 개혁 끝내고 재보선 나서라
공무원연금 개편을 논의하는 국민대타협기구에 이어 노동시장 구조개선을 논의해온 노사정위원회도 합의도출 시한인 3월 말을 넘겼다.
우려대로 대화를 통한 합의도출에 실패함에 따라 우리 사회는 이해·갈등 조정에 분명한 한계를 드러냈다. 특히 이 과정에서
새정치민주연합 등 야권은 대화의 한 축에 편승해 오히려 합의도출을 방해하고 나섬에 따라 국민들의 정치 불신과 무용론까지 자초하는
상황이다.
노사정위는 31일 합의도출을 위한 막판 협상에 나섰으나 기간제 등 비정규직 관련 입법과 일반 해고요건 완화 등에 대해 서로의
지루한 입장차만 거듭 확인했다. 이 과정에서 노사정 대화에 불참한 민주노총은 정부 서울청사 앞에서 대규모 시위를 벌여 노사정위가
합의를 도출하지 못하도록 압박하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국민대타협기구에 이어 노사정위 합의까지 불발되면서 사회적 대화를 통한
합의도출이 과연 가능한가 하는 회의론이 커지고 있다.
이미 합의시한을 넘긴 공무원연금 개혁도 사실상 무산되는 분위기다. 새정치연합이 이날 아예 '선(先) 공적연금 강화 후(後)
공무원연금 개혁'이라는 새로운 협상 카드를 제시하면서 사실상 공무원연금 개혁 법안을 4월 국회(회기 5월6일) 내에 처리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기 때문이다. 새정치연합의 이런 제안은 공무원연금 개혁 논의를 국민대타협기구 이전으로 돌려놓은 것으로 사실상 여야
합의 위반이기도 하다.
이런 와중에 여야 정치권은 4·29재보선에 나설 후보를 확정하는 재보선 경쟁체제에 돌입하고 있다. 정치의 본령은 사회 각 분야의
이해와 갈등 타협을 통해 절충점을 찾는 것이다. 당면한 경제 살리기와 미래 세대를 위한 노동시장 구조개선, 공무원연금 개혁은
이미 정치권이 국민들에게 약속한 사항이기도 하다. 여야 정치권은 본분을 저버리지 않는 차원에서라도 공무원연금 개혁과 노동구조
개혁에 대한 합의나 결과물을 내놓지 않고 재보선에 나서서는 안 된다. ■ 차라리 노는 정부가 낫다는 한국무역협회장의 쓴소리 [한국경제신문 사설-20150401수] 정부는 차라리 일을 하지 말라는 김인호 회장의 고언 “공무원이 일을 많이 하는 게 능사가 아니다.”
30년 넘게 경제관료로 일한 김인호 한국무역협회장이 엊그제 기자간담회에서 정부가 모든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은 잘못이라며 이같이
비판했다. 김 회장은 “정부는 무슨 일이든 시장에 맡기고 시장에서 풀리지 않는 일부 사안에만 개입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오히려 정부가 시장에서 풀 수 있는 문제에까지 들어가 일을 그르치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의 시장개입이 거의 전방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게 지금의 현실이다. 김 회장은 “노사관계가 꼬이는 것도 이를 경제문제로 보지
않고 정치·사회적 문제로 접근했기 때문”이라며 시끄러워지는 게 두려워 근로자 임금을 올려주라고 기업들을 압박하고 있는 정부를
질타했다. 불합리한 결정들이 어디 노사관계뿐이겠는가. 안심전환대출 논란에서 보듯, 가계부채 문제조차 시장원리가 아니라 정치·사회적
복지문제로 풀려고 드는 것이 이 정부가 일하는 방식이다.
김 회장은 “일단 규제하고 보자”는 관료 태도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확신이 들지 않고 뭔가 모호한 점이 있으면 마땅히 더
심사숙고해야 하는데도 관료들이 그렇게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경제민주화, 상생 등의 깃발 아래 쏟아진 온갖 법률들, 아직도 소비자
원성이 자자한 ‘단통법’도 이 범주에 속한다. 검찰의 기획수사로 정상적인 기업까지 잘못되는 일은 막아야 한다는 김 회장의 충고도
같은 맥락일 것이다.
김 회장은 한국은 시장 개방만이 살 길이라며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등 다자간 자유무역협정에 적극적으로 임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그로서는 점증하는 대외 배타성에 제대로 대처 못하고 시장개입에만 매달리는 정부 관료들이 못내 답답했을 것이다. 김
회장은 공정거래위원장 근무시절 ‘시장으로의 귀환’이라는 액자를 사무실에 걸어놓을 정도로 시장경제 이념에 충실하고자 노력한 관료로
알려져 있다. 지금은 시장으로의 귀환이 아니라, 시장으로부터 마냥 이탈하는 것이 대세가 돼 가는 답답한 상황이다. 시장 없이는
경제가 살아날 수 없다 [서울경제신문 사설-20150401수] '차라리 노는 정부가 낫다'는 무협 회장의 쓴소리
정부가 사사건건 시장에 개입해 일을 더 꼬이게 만드는 건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창조경제'라는 구호 아래 규제개혁과 시장
자율을 외치는 지금의 정부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그 때문인지 김인호 한국무역협회장이 30일 취임 이후 첫 기자간담회에서
밝힌 일성이 "시장에서 풀 수 있는 문제인데 정부가 들어가면 오히려 일을 그르친다"는 지적이었다. 경제가 제대로 돌아가려면
간섭하는 정부보다 차라리 노는 정부가 낫다는 취지에서다.
김 회장은 "정부라는 경제주체는 원래 유능하지도 도덕적이지도 않은데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했다. 무슨 일이든
시장에 맡기고 그래도 풀리지 않는 극히 일부분의 사안에만 개입하는 게 정부 역할이라는 설명이다. 최근 전방위적으로 전개되고 있는
정부의 기업사정 수사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예전에 경제관료로 있을 때도 검찰 측에 '정상적 기업까지 위축되지 않도록 해달라'고
했는데 지금도 똑같은 심정"이라는 것이다.
노사정 대표가 참여하는 노동개혁 문제 역시 사정은 비슷하다. 우리나라에서 노사 문제가 꼬이게 된 근본적 이유는 노사관계를
시장원리로 접근하려 하지 않고 정치·사회적 관점에서 풀려고 한 것이다. "언제까지 노사문제가 시끄러워지는 게 두려워 반대급부로
불합리한 임금을 지급할 것이냐"는 김 회장의 호소를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우리의 경제 문제는 성장·고용·분배·복지 네 가지인데 이들을 해결할 길은 기업이 활성화되는 것뿐이라는 지적 역시 정부로서는
뼈아픈 대목이다. 김 회장은 "기업에 좋은 것이 나라에도 좋고 나라에 좋은 것이 기업에도 좋은 것이 되는 조건을 성취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김 회장은 무려 30여년간 공직에 몸담았던 사회 원로다. 그런 김 회장이 내놓은 결론은 단순하다.
정부가 아니라 시장(市場)이라는 구조개혁의 본질로 돌아가라는 것이다. ■ 그 밖의 주요 신문사설 [한국일보 사설-20150401수] 지금이 외교장관 자화자찬할 만한 상황인가
윤병세 외교부장관이 그제 재외공관장회의에서 한 개회사에는 참석자들의 가슴을 뛰게 할 만한 내용이 적지 않았다. “우리는 이제
종속 변수가 아니고 독립변수다. 대한민국호의 선장과 항해사, 기관사들이 힘을 합쳐 나간다면 3중 파고, 6중 파고가 아니라
집채만한 쓰나미가 닥쳐와도 뚫고 나갈 수 있다” “우리의 전략적 가치를 통해 미ㆍ중 양측으로부터 러브콜을 받는 상황은 결코
골칫거리(dilemma)가 아니고, 축복이라고 할 수 있다”와 같은 대목들이다.
한반도를 둘러싼 강대국들에 이리저리 치이며 눈치보기에 급급했던 게 우리의 지정학적 외교현실이다. 이에 비춰 외교수장의 당당한
독립변수 선언은 많은 국민들의 박수와 지지를 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일반 국민들의 반응은 싸늘하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엄중한
현실을 외면한 허세라는 비판 목소리가 높다. 박근혜 정부 출범 후 지난 2년의 외교 성적표를 냉철하게 보지 못하는 자화자찬에
질타가 쏟아졌다.
미ㆍ중 사이에 낀 우리의 지정학적 상황은 딜레마가 아닌 축복이라는 윤 장관의 상황인식이 틀렸다고는 보지 않는다. 윤 장관 말대로
지금 우리에게는 패배주의적, 자기비하적 시각이 아니라 상황을 주도해가는 적극적 자세가 필요하다. 그러나 윤 장관이 일선에서
지휘해온 현 정부의 외교가 과연 그런 인식과 전략 아래 수행돼 왔는지는 의문이다.
윤 장관이 고도의 외교력이 발휘된 대표적 사례로 꼽은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가입결정부터 국민들의 평가와 동떨어져 있다.
최적의 절묘한 시점에 결정을 내림으로써 우리의 국익을 극대화함은 물론, 모든 이해관계자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았다고 했지만 국민
눈에는 미중 사이 눈치보기의 극치로 비쳤다. 국민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전말을 다 공개하기 어려운 사정이 없지 않겠으나 상식과
거리가 먼 자화자찬은 신뢰를 떨어뜨릴 뿐이다.
고고도미사일 방어(사드ㆍTHAAD)체계 도입을 둘러싼 정부 내 혼선과 좌고우면 양상도 이 정부의 외교안보 역량에 의문을 갖게
했다. 하지만 윤 장관은 AIIB가입과 사드 도입 등에 대한 각계의 우려와 문제제기를 “고뇌가 없는 무책임한 비판” “고난도
외교사안, 고차방정식을 1차원이나 2차원으로 단순하게 바라보는 태도”라고 비난했다. 가장 외교관적이어야 할 외교수장의 입에서
비외교관적 거친 언사가 쏟아져 나온다는 게 좀처럼 이해하기 어렵다. “국익의 관점에서 우리가 옳다고 최종 판단하면 분명한 중심과
균형감각을 갖고 휘둘리지 말고 밀고 나가야 한다”는 말은 맞지만, 저리 거칠고 오불관언인 선장의 지휘 아래 한국외교가 험한 바다를
제대로 헤쳐나갈 수 있을까. [한국일보 사설-20150401수] 지하철 9호선, 부실 탁상행정 반면교사 삼아야
서울 지하철 9호선이 30일 2단계 연장(신논현~종합운동장역) 개통한 뒤 가장 우려했던 사고는 다행히 없었다. 출근시간(오전
7~9시) 사람이 몰릴 것을 대비해 시민들이 일찍 집을 나서면서 그나마 승객이 분산된 때문이다. 그러나 연장 9호선의 혼잡도는
이전보다 더하면 더했지 결코 나아졌다고 할 상태는 아니다. 출ㆍ퇴근 시간에는 객실에서 옴짝달싹할 수 없을 정도고, 여성이나
노약자들은 비명과 신음을 터뜨리기 일쑤다. 열차 몇 대를 그냥 보내고도 타지 못하는가 하면 무리하게 비집고 들어서는 바람에
출입문이 제대로 닫히지도 않을 정도다. ‘지옥철’이란 말이 조금도 과장이 아니다.
아직까지 큰 탈은 없지만 9호선은 언제 어디서 무슨 사고가 날 지 모르는 아슬아슬한 상황이다. 강남 방향은 출근시간에 하루
승객의 4분의 1이 몰리는 등 혼잡도가 최고 240%에 달한다. 평소 복잡하기로 악명 높은 2호선 사당~방배 구간의 혼잡도인
200%보다 높다. 혼잡도 100%는 서로 불편을 느끼지 않을 정도의 공간이 확보된 상태로, 객실 하나에 160명이 탔을 때가
기준이다. 240%면 380명이 넘게 탄 것이어서 열차가 급정ㆍ발차할 경우 승객이 넘어져 대형 압사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화재
같은 비상사태라도 발생하면 어떻게 될지 아찔하다.
9호선이 이렇게 된 것은 애초 승객 수요예측을 엉망으로 한데다 극심한 혼잡이 문제가 된 이후에도 서울시와 기획재정부가 전동차
증차비용을 서로 떠넘기다 시기를 놓친 때문이다. 잘못된 수요 예측으로 전동차 차량을 다른 노선(8~10량)보다 훨씬 적은 4량으로
편성했고, 개통 이후 서울지하철 혼잡도 상위 10개 구간 중 6개가 9호선에 집중될 정도로 사정이 나빠졌는데도 증차 등 근본
대책은 외면했다. 더욱이 이번 연장구간 개통으로 하루 왕복 540회이던 운행 횟수는 480회로 도리어 줄었고, 출근시간에는 편도
36회에서 34회로 줄었다. 작년 말에야 서울시가 국비 240억 원을 지원받기로 하고, 이달 초 전동차 70량을 발주했지만,
20량은 내년 9월, 나머지 50량은 내후년 말에나 투입 가능해 최소 1년 6개월 이상은 시민들이 꼼짝없이 지옥철에서 신음할 수
밖에 없다. 무상버스 배치 같은 미봉책으로 해결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지하철 9호선은 시작부터 부실조사, 복지부동, 책임회피 등 탁상행정이 낳은 전형적인 실패 사례다. 서울시와 정부는 안이한 행정의
대가는 반드시 애꿎은 시민이 치르게 된다는 당연한 이치를 재삼 확인한 만큼, 9호선 사례를 같은 잘못을 되풀이 않기 위한
부끄러운 교훈으로 삼기 바란다. [한겨레신문 사설-20150401수] 취약계층엔 ‘그림의 떡’ 안심전환대출
시중은행들이 안심전환대출 2차분 신청을 받고 있다. 1차분의 인기 등을 고려할 때 2차분 한도 20조원도 쉽사리 소진될 것으로
예상된다. 안심전환대출이 정부의 바람대로 가계부채의 구조를 개선하는 데 한몫하길 기대한다. 하지만 지금까지 드러난 문제점이 적지
않은 만큼 이를 바로잡아야 한다.
무엇보다 형평성 시비가 끊이지 않고 있다. 안심전환대출은 이자는 물론이고 원금의 일부를 함께 갚아나가는 상품이다. 그러다 보니
이자 정도나 겨우 갚을 수 있을 뿐 원금 상환 능력이 떨어지는 취약계층은 현실적으로 이용하기 힘들다는 게 많은 전문가의 분석이다.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와 주승용 새정치민주연합 최고위원 등 정치권에서도 비슷한 우려를 나타냈다. 정부와 은행이 이자 부담(1%
안팎)을 나눠 지면서 생기는 혜택이 주로 중산층이나 고소득층에 돌아가게 된다는 것이다. 중산층이나 고소득층보다는 취약계층이
가계부채의 뇌관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문제가 많다.
게다가 저축은행·신협·상호금융·새마을금고·보험·카드 등 제2금융권은 안심전환대출 대상에서 아예 빠져 있다. 주택담보대출 규모가
은행권보다 작기는 하지만 위험성은 더 높다는 점에서 역시 그냥 보아넘길 수 없다. 대출자들의 신용도가 대체로 은행권보다 낮은데다
담보인정비율(LTV) 등이 높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현실적인 어려움을 들어 소극적으로 대처하고 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제2금융권의 경우 금리·담보여력·취급기관
등이 너무 다양해 통일된 전환상품을 만들어내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렇다 할 대책이 없다는 얘기나 마찬가지다. 임 위원장은 또
형평성 논란과 관련해 금융위 간부들에게 “안심대출 이후 모든 정책 역량을 서민금융지원에 집중해야 한다. 제도를 원점에서
재검토하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금융위의 움직임을 지켜봐야겠지만 지금까지의 모습 등으로 미뤄 얼마나 실효성 있는 ‘서민금융지원’
방안이 나올지 알 수 없다.
이래서는 안 된다. 가계부채 문제의 위험을 줄이면서 취약계층의 상대적 박탈감을 해소할 대책을 짜내야 한다. 경제 논리에만
사로잡히지 말고 사회정책적 고려를 할 필요가 있다. 그렇게 하는 게 결과적으로 사회적 비용을 줄이는 길이 될 수 있다. 아울러
가계부채의 증가 속도를 제어해야 한다. 담보인정비율의 축소 등을 검토해야 할 때다. 지금의 가계부채가 관리 가능한 수준이라며
혹시라도 마음을 놓아서는 안 된다. [한겨레신문 사설-20150401수] ‘어린이 밥그릇’까지 종북 딱지 붙이나
경남도가 무상급식 문제를 두고 결국 종북몰이 카드를 꺼내 들었다. 경남도청은 30일 성명을 발표해 최근 학부모들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무상급식 중단 반대 운동을 “종북세력을 포함한 반사회적 정치집단의 불순한 정치투쟁”이라고 규정하고, “불순한 정치적
목적으로 도정을 훼손하려는 행위를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성명서를 접하면서 맨 먼저 드는 의문은 과연 홍준표 지사나 경남도청 공무원들이 정신이 온전한 사람들인가 하는 점이다.
새누리당과 일부 보수세력이 걸핏하면 종북 딱지를 갖다 붙이는 것이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이번 경우는 해도 너무했다. 다른
사안도 아닌 아이들의 밥그릇 문제에 종북 딱지를 붙이겠다는 발상이 도대체 어떻게 나올 수 있는지 신기할 정도다.
무상급식 중단에 반대하는 경남도 학부모들의 바람과 호소는 매우 소박하고도 간단하다. “못사는 아이, 잘사는 아이가 차별받지 않고
사이좋게 학교에 다니며 건강한 밥을 먹게 하자”는 것이다. 이런 주장이 어떻게 종북이라는 말인가. 홍 지사의 좌충우돌식 정치
행태를 두고는 그동안에도 ‘돈키호테’라는 비아냥이 많았지만 이번 경우는 단순한 돈키호테 차원을 넘어선다. 자신의 정책에 반대하면
무조건 종북이라고 몰아붙이는 것은 가공할 만한 폭력이자 저질 선동 정치다.
경남도가 무상급식 중단 반대를 종북이라고 규정한 근거는 이 운동을 벌이는 ‘친환경무상급식지키기 경남본부’의 대표에 예전의
민주노동당 간부가 참여하고 있다는 점 따위가 고작이다. 종북이라는 굴레를 씌우려면 뭔가 그럴듯한 근거라도 찾아내야 하는데 최소한의
논리도 갖추지 못한 궁색하기 짝이 없는 억지 주장이다. 이런 수준 이하의 논리 구사력과 머리 구조를 지닌 사람들이 경남 도정을
이끌어가고 있다는 사실에 오히려 한숨이 나올 지경이다. 경남도는 이번 성명 발표를 통해 무상급식 중단 반대 운동을 벌이는 단체와
개인들의 명예를 심각히 훼손했다. 홍 지사와 경남도는 이 대목에 대해 분명히 법적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홍 지사가 이런 무리수를 둔 배경을 짐작하기란 어렵지 않다. 무상급식 지원 중단에 대한 학부모들의 반발이 예상외로 심각한데다,
미국 출장 중 평일 부부동반 골프 등으로 궁지에 몰리자 탈출구로 종북몰이라는 전가의 보도를 꺼낸 것이다. 하지만 홍 지사는 정말로
잘못된 무기를 선택했다. 홍 지사의 유치한 종북몰이는 자신의 ‘저질 정치인’ 면모만 부각시키며 사태를 더욱 악화시키고 있을
뿐이다. [중앙일보 사설-20150401수] 악취 진동하는 '이규태 방산 비리' 끝까지 파헤쳐야
방위사업비리 정부합동수사단이 어제 일광그룹 이규태 회장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이 회장은
공군 전자전 훈련장비(EWTS) 사업비 1100억원가량을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다. EWTS는 조종사의 생존 능력을 높이기 위해
적의 요격기와 지대공 유도탄, 대공포 등의 전자장치를 방해하는 훈련장비다. 2009년 4월 터키와 계약을 체결하면서
1300여억원의 사업비가 투입됐다. 이 회장이 당초 5100만 달러 규모인 사업비를 9600만 달러로 부풀려 돈을 가로챘다는 것이
합수부의 설명이다. 그는 2009년에도 ‘불곰사업’을 진행하면서 46억원을 교회에 헌금하는 방식으로 빼돌려 유죄를 선고받았었다.
국가 안보와 국민 안전을 위해 사용돼야 할 수천억원대의 세금이 이처럼 허술하게 집행되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 놀랍고 한심할
뿐이다. 이 회장은 빼돌린 나랏돈으로 연예기획사도 만들고, 부동산 투자도 하는 등 개인적 치부(致富)에 열을 올렸다고 한다.
자식뻘인 한 여성 연예인과의 카톡 대화 내용이 공개돼 연예뉴스에도 등장한 특이한 이력을 고려할 때 그에게 방위사업 중개권을 맡긴 것
자체가 문제가 있다. 이 회장에 대한 향후 수사가 개인 비리는 물론 정·관계 로비 의혹으로 집중돼야 할 이유다.
이 회장은 지난 14일 구속된 이후 진술거부권을 행사하며 입을 다물고 있다고 한다. 이런 와중에 도봉산 기슭 야적장의 한
컨테이너에서 확보한 각종 자료는 수사의 돌파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압수품에는 이 회장이 직접 관리하던 녹음테이프와 음성파일이
담긴 USB 메모리, 불곰사업 관련 비밀 장부 등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합수단은 자료를 면밀히 검토해 이 회장이 어떻게 방위사업을 계속할 수 있었는지, 이 과정에 어떤 사람들에게 로비를 벌였는지를
수사해야 한다. 국가 안보와 관련된 수사는 ‘공소시효’가 없어야 한다. 국방사업을 이용해 세금을 빼먹는 파렴치범들이 더 이상
기생하지 못하도록 합수단 관계자들은 사명감을 갖고 수사에 임해주기를 바란다. [중앙일보 사설-20150401수] 항공 안전 위해 조종사 정신건강까지 살펴야 한다
지난달 24일 프랑스 남부 알프스산맥 근처에서 추락해 탑승자 150명 전원이 숨진 독일 저먼윙스 9525편의 사고 원인이 정신
관련 질환을 겪던 조종사의 의도적인 자살비행으로 가닥이 잡히고 있다. 기장이 잠시 자리를 비운 새 부기장이 조종실 문을 안에서
잠그고 일을 벌였다 .
이런 사실이 드러나자 에미레이트항공·에어캐나다 등 상당수 해외 항공업계는 유사 사고를 막을 수 있도록 ‘조종실엔 반드시 2명이
상주해야 한다’라는 규정을 새로 만들었다. 국내에서는 이미 지난해부터 대한항공 등 일부 항공사가 이를 제도화해 ‘나 홀로 비행’을
막고 있다. 항공 당국은 이번 사고를 계기로 이를 모든 항공사가 실시할 수 있도록 의무화해야 한다. 그래야 승객이 안심할 수
있다.
승객의 안전을 책임진 조종사의 정신건강을 의학 검진 과정에서 더욱 꼼꼼하게 검사하도록 제도화하는 방안도 필요하다.
국제민간항공기구(ICAO)는 40세 이하 조종사들의 우울증·불안·약물남용의 위험성을 이미 수차례에 걸쳐 경고해 왔다. 영국의 경우
민간여객기 조종사 중 100명 정도가 우울증 전력이 있고 42명은 약을 복용 중이라고 한다. 한
국에서는 비슷한 사고나 상황이 없다고 안심할 일이 아니다. 행여나 정신적 이상이 있는 조종사에게 승객 안전을 맡기는 일이 없도록
항공 당국은 관련 제도를 일제 점검하고, 허점을 발견하면 즉시 보완하는 적극적인 자세를 보여야 한다. 단 한 번의 실수가 대형
참사로 이어지는 항공 분야의 특성상 승객이 안심할 수 있을 정도로 세밀하고 꼼꼼한 조종사 정신건강 관리는 필수다. 항공에서 안전은
곧 생명이기 때문이다. [경향신문 사설-20150401수] 인권위의 ‘역주행’ 언제까지 지켜봐야 하나 국가인권위원회법 제1조는 “개인이 갖는 불가침의 기본권을 보호·향상시키고 인간의 존엄·가치를 구현한다”고 했다.
이것이 2001년 발족한 국가인권위원회의 설립 목적인 이상 지금의 인권위는 그 존재 이유를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 현병철 위원장
체제에서 용산참사·밀양 송전탑 농성·쌍용차 사태 등과 관련한 주요 인권사안에 침묵을 지키거나 보수편향적 성향을 노골적으로
드러냄으로써 도마에 오른 게 몇 번째인가.
그런 인권위가 다시 한번 ‘인권 역주행’의 결정을 내렸다. 학내 폐쇄회로(CC)TV로 교사들의 출퇴근 여부를 확인하려던
광주시교육청의 행위가 인권침해인지 조사해달라는 진정에 ‘기각 결정’을 내린 것이다. 인권위는 ‘감사업무를 담당하는 감사관이
교사들의 초과근무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CCTV 확인을 요구한 조치는 정당한 업무행위’라고 했다. CCTV와 같은 영상은 사생활
침해의 우려가 크다. 이 때문에 개인정보보호법 등은 ‘범죄 수사’ 등 제한된 용도로만 활용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더욱이 인권위도
지난 2004년 “CCTV가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다분한 만큼 인권침해 등 부작용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권고한 바
있다. 결국 인권위는 이번 결정으로 스스로의 가치를 뒤엎는 자기부정 행태를 벌인 셈이다. 더구나 진정인과 피해자 측을 빼고
피진정인(광주시교육청)과 참고인(행정실 직원)만 조사했다는 주장도 있어 조사의 객관성마저 의심받고 있다. 무엇보다 불특정 다수의
교사들을 잠재적인 비리 혐의자로 취급한 비교육적인 결정이었음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만약 이것이 선례가 되면 앞으로 공공기관이
감사를 벌이다가 ‘정당한 업무’라면서 CCTV 열람을 요구해도 막을 근거가 없다. 인권을 지켜야 할 인권위가 도리어 인권침해에
눈감고 이른바 ‘노동감시’의 길을 활짝 열어놓은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국가인권기구 국제조정위원회(ICC)는 한국 인권위에 대한 등급 심사를 세 번 연속으로 보류했다. ‘사실상의
등급하락’이라는 평이 많다. 특히 ICC는 오는 8월에 임기만료 후 거쳐야 할 신임 인권위원장의 임명 과정을 지켜보고 등급을
정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만약 지금과 같은 인권위 체제라면 내년에는 등급보류가 아니라 강등을 피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이미 당할
만큼 당한 국제적인 망신을 언제까지 자초할 것인가. [서울신문 사설-20150401수] 교육 현장에 혼란만 가중시킨 수능 개선안
교육 당국이 어제 확정해 발표한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개선 방안을 보면 오는 11월 12일에 치러질 올해 수능도 지난해처럼
쉽게 출제될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는 “올해 수능도 지난해와 같은 출제 기조를 유지한다”면서 “고교 교육 과정을 충실히 이수한
학생이라면 사교육에 의존하지 않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밝혔다. 난이도와 변별력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은 피했다.
사상 최악의 ‘물수능’이었던 지난해와 비교해서는 상대적으로 어렵다고 느낄 수도 있겠지만 올해도 ‘쉬운 수능’이라는 기조는 이어
가겠다는 뜻이다. 사교육에 의존하지 않고 해결할 수 있다는 설명으로 보면 사교육을 많이 하는 영어·수학이 특히 쉽게 출제될 것으로
보인다.
교육 당국의 확정안은 지난 17일 수능 개선안 시안을 발표했을 때의 입장을 정면으로 뒤집은 것이다. 교육부는 수능 개선 시안을
내놓으면서 “적정 변별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다양한 난이도의 문항을 출제하겠다”면서 “지난해 수능처럼 누가 실수를 덜 하느냐로
등급이 결정되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물수능’에 대한 비난 여론이 거셌던 만큼 변별력을 높이기 위해 올해는
어려워질 것이라는 뜻으로 당시 해석됐다. 하지만 어제 발표로 보면 지난해와 큰 틀에서의 난이도 변화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교육
당국의 ‘말 바꾸기’로 학생과 교사 등 교육 현장의 혼란은 가중될 것으로 우려된다. 수능이 어려워지면 사교육비가 늘고 이로 인해
여론이 나빠질 것을 우려한 청와대의 질책 때문에 교육 당국이 입장을 바꾼 것이라고 한다. 가뜩이나 바닥인 입시 정책에 대한 신뢰는
더 떨어졌다.
수능은 쉽게 낸다고 능사가 아니다. 변별력을 갖춰야 공정한 평가가 이뤄진다. 난이도 조절에 실패한 지난해 수능은 대혼란을
불러왔다. 수학 B형의 만점자 비율은 4.30%, 영어 만점자 비율은 3.37%를 기록했다. 수학 B형은 실수로 한 문제만 틀려도
2등급을 받았다. 국가 주관 시험을 이런 식으로 출제하는 것은 직무 유기다. 누구에게나 쉬운 문제만 내면 학생들을 제대로 평가할
수 없다. EBS 교재를 그대로 베끼는 방식부터 고쳐야 한다. 그대로 두면 영어시험을 국어시험처럼 한글 해석본을 달달 외우면서
준비하는 기형적인 학습 방법만 양산할 뿐이다. 올해 수능 영어에서 EBS 교재 지문을 통째로 베껴서 출제하지 않고 변형해 내기로 한
것은 당연한 시작이다. 수능이 합리적인 평가의 잣대가 되려면 궁극적으로는 EBS 연계율 70%부터 줄여 나가야 한다. [서울신문 사설-20150401수] 서울시 ‘반값 복비’ 왜 머뭇거리나
부동산 중개수수료를 절반 수준으로 내리는 이른바 ‘반값 복비’가 대세를 이뤄 가고 있다. 그동안 미지근한 태도를 보여 온
경기도와 인천시의회가 강원도에 이어 반값 복비 조례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어 엉거주춤한 입장을 보이고 있는 서울시의회까지
동참한다면 반값 복비는 움직일 수 없는 정책 대안으로 자리잡을 것으로 보인다.
반값 복비의 당위성은 새삼 강조할 필요도 없다. 현재의 중개수수료 체계는 2000년에 만들어진 것이다. ‘미친 전세’라는
신조어가 등장할 만큼 전셋값은 천정부지로 치솟고, 집값 또한 만만치 않은 마당에 15년 전 복비 체계를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누가
봐도 타당성이 떨어진다. 아파트 매매가 대비 전세가율이 100%에 육박하는 아파트 단지도 수두룩하다. 날뛰는 전셋값에 턱없이
늘어난 복비까지 부담하게 하는 것은 주택 소비자를 두 번 울리는 일이 될 수밖에 없는 현실인 것이다. 국토교통부 권고안에 따르면
6억원 이상 9억원 미만의 집을 살 경우 수수료 상한을 종전 0.9%에서 0.5%로, 3억∼6억원 전세 계약을 할 경우에는 상한을
0.8%에서 0.4%로 낮추게 돼 있다. 이에 대해서는 ‘서민’이 아닌 부유층 혹은 특정 계층만 오히려 혜택을 보게 될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현 중개보수 체계가 갖춰진 2000년 서울에서 매매가 6억원 이상 주택이 2.1%, 전셋값 3억원 이상이
0.8%에 불과했지만 현재 30% 안팎으로 늘어난 점을 고려한다면 설득력을 갖기 어렵다. 중개수수료 인하가 전면적으로 이뤄져
부동산 시장이 활기를 띠면 침체한 내수 경기를 살리는 데도 적잖은 도움이 될 것이다. 요컨대 반값 복비는 적극적으로 실행에 옮길
만한 괜찮은 정책이라고 할 수 있다.
직접적인 이해 당사자로서 부동산 중개 업계가 집단 반발하는 것을 이해하지 못할 바는 아니다. 서울시의회가 반값 복비 조례 개정에
선뜻 나서지 못하는 것도 한국공인중개사협회 등 이익단체의 분위기와 무관치 않을 것이다. 그러나 모든 정책에는 명암이 있게
마련이다. 중개수수료 인하가 다수 국민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다면 서울시의회는 더는 조례 개정안 처리를 망설여선 안 될
것이다. 서울은 중개수수료 인하의 영향을 받는 아파트 단지와 단독주택이 밀집된 도시다. 서울시의회의 향후 행보는 반값 복지 정책을
정착시키는 데 결정적 의미를 가질 수밖에 없다. 대승적 차원의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한국경제신문 사설-20150401수] 무분별한 지방공기업 설립이 문제다
정부가 지방공기업 혁신방안을 내놨다. 이제부터라도 부실이 심한 곳은 신속하게 퇴출시키고 설립 기준을 엄격하게 해 신설도 최대한
막겠다는 것이다. 비대한 국가공기업의 난맥상에 가려졌던 지방자치단체 산하 공기업들에 대한 일대 혁신의 계기가 돼야 할 것이다.
부실 지방공기업을 적극 정리해야 한다는 지적은 거듭 제기돼 왔으나 법적 규정이 미비한 데다 지자체의 님트(NIMT·내 임기 중엔
불가) 현상까지 겹쳐 지지부진한 것이 현실이다.
태백관광개발공사를 비롯해 390여개 지방공기업 중에는 소속 지자체에 재정부담만 가중시켜온 ‘좀비기업’조차 적지 않다. 구조조정
기준인 부채비율 400% 이상, 유동비율 50% 미만 등 이번에 마련된 청산기준은 말 그대로 최소한의 조건일 뿐이다. 그런 만큼 이
기준에 못 미치는 곳은 즉각 정리해야 마땅하다. 더욱 중요한 것은 공사를 무분별하게 신설하지 않아야 한다는 점이다. 행정자치부가
전담기관을 두고 공사 설립 타당성을 사전 검토한다는 것은 잘한 선택이다. 심사원칙은 명확하다. 시장성을 갖추되 민간 영역을
침해하는 공기업은 안 된다. 시장에 맡겨두면 더 잘될 사업을 공공에서 의욕만으로 성공한 사례는 어디에도 없다. 퇴직자들 뒷자리
마련이나 지방선거 논공행상 차원의 자리배분을 염두에 둔 것이어서는 더더욱 안된다.
지방공기업만도 아니다. 아예 공기업은 더 만들지 않는 게 개혁의 시작이다. 정부 주도의 개발기를 거치며 온갖 공기업이 세워졌으나
이제는 민간 영역을 잠식하고 있을 뿐이다. 최근 새누리당이 150개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무려 100곳이 민간기업과
경합한다. 관광공사의 면세점, 교통안전공단의 차량검사, 석유공사의 알뜰주유소, 건설관리공사의 감리업무 같은 게 그렇다. 공기업을
만들고나면 필연적으로 정치가 작동하게 된다. 그 결과는 공기업의 부실이요, 국민부담 증가다. 교도소까지 민영화하는 판이다.
시장화가 가능한 사업은 민간에 맡기고 비효율적인 공기업은 민영화하는 것이 근본 대책이다. [서울경제신문 사설-20150401수] KIC는 제대로 따져보고 LA다저스 투자하나
한국투자공사(KIC)가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 소속 LA다저스 구단 주식 19%가량을 4,000억원에 사들이기로 하고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입장권 판매와 중계권 등 수익권을 일부 양도받고 최소 연 3%의 수익률을 보장받기로 하는 등 투자안전 장치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KIC는 분산투자를 투자철학으로 제시한다. 주식·채권 같은 전통자산은 물론 사모주식·부동산·헤지펀드 등 다양한 대체자산에
투자하는 것은 위험을 줄이기 위해 당연히 해야 할 일이다. 하지만 이번 다저스 구단 투자는 백번 양보해도 수긍이 쉽지 않아
보인다. 무엇보다 국부펀드가 수익이 고르지 않다는 평가를 받는 스포츠 구단에 투자하는 것은 세계적으로 드문 사례다. KIC는
싱가포르 국영 투자회사인 테마섹홀딩스 등을 모델로 삼아 100% 정부가 출자해 만든 국부펀드로 기획재정부의 외국환평형기금과
한국은행의 외환보유액에서 자금을 위탁받아 운용한다. 나랏돈을 운용하는 회사인 만큼 수익률만큼이나 중시해야 할 것은 투자위험이다.
그런 면에서 다저스 구단 투자는 문제가 있어 보인다. 당장 다저스 구단은 총 선수 연봉이 메이저리그 전체 구단 중 1위인데다
스타디움 개보수 비용 등으로 지출이 많아 지난해 1,220만달러의 적자를 기록하는 등 최근 수년간 적자를 냈다. 게다가 KIC는
이사회에 참여할 수 없어 구단 운영에 관여하는 것도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전해졌다. KIC는 2008년에도 미국 메릴린치에
2조원을 투자했다가 1조원을 날렸다. 당시 메릴린치 주가가 서브프라임 모기지 투자 실패 등으로 곤두박질치자 주가반등을 노리면서
투자위험보다 수익률을 중시하는 분위기가 형성됐고 KIC도 이 바람을 타고 대형 사고를 냈던 것이다. 다저스 구단 투자가 과연
적정한지 원점에서 재고하기 바란다. ■ 오늘의 주요 칼럼 읽기 ■ 눈총 받는 고령세대, 장수 재앙 [경향신문 칼럼-여적/신동호(논설위원)-20150401수] 장수 재앙
한때 중·장년층 이상의 술자리에서 애용되던 건배 구호가 ‘구구팔팔이삼사’였다. ‘99세까지 팔팔하게 살고 2~3일간 앓다가 4일
만에 죽는’ 것은 누구나 바라는 바일 터이다. 오래 건강하게 명대로 살다가 자녀가 임종하는 가운데 생을 마감하는 것은 동양인의
오랜 로망이기도 했다. 서경(書經) 홍범편에는 인생의 다섯 가지 복으로 수(壽)·부(富)·강녕(康寧)·유호덕(攸好德·덕을 쌓는
것)·고종명(考終命·제 명을 다하고 죽음)을 들었다. 청나라 학자 적호(翟灝)는 ‘통속편(通俗編)’에서 좀 더 서민적인 오복으로
유호덕과 고종명 대신 귀(貴)와 자손중다(子孫衆多·자손을 많이 남김)를 넣었다. 구구팔팔이삼사라는 일곱 자 안에 이 모든 인생의
복록이 다 들어 있는 셈이다.
요즘 이 건배 구호를 잘 들을 수 없다. 한때의 유행처럼 반짝했다가 시들해진 면도 있겠지만 시대적·사회적 분위기가 작용한 점도
있는 것 같다. 오복 중에 으뜸이던 장수가 축복이 아니라 부담인 시대요, 사회가 됐기 때문이다. 저출산·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면서
청년실업이라든가 연금개혁 문제 등이 심각한 사회 현안으로 떠오르면서다. 그래서 건배 구호가 2~3일 앓아 자식에게 부담을 주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해서 ‘구구팔팔복상사’로 바뀌었다가 요즘은 그마저 눈치가 보여 잘 사용하지 않게 됐다는 것이다.
1970년대 <장수 만세>라는 방송 프로그램이 인기를 누렸다. 그때만 해도 경로·효친은 전 연령층이 공감하는 절대적
가치였다. 장수하는 집안은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하지만 지금 개인적 노후 준비나 국가·사회적 복지제도가 미비한 마당에 장수는 곧
재앙이라는 쪽으로 사회적 인식이 급격히 바뀌고 있다. 심지어 초·중·고등학교 교과서까지 ‘장수 재앙’을 말하고 있다니 놀랍다.
박윤경 청주교대 교수 등이 57권의 도덕·사회·경제 교과서를 분석하니 대부분 고령화를 노인 부양 부담 증가, 경제 성장 둔화,
국가 경쟁력 약화 등 부정적 관점으로 기술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장수 만세’가 ‘장수 재앙’이 되는 현실은 매우 곤혹스럽고 혼란스럽다. 구구팔팔이삼사는 고사하고 ‘웬만하면 90살, 재수 없으면 100살까지 산다’는 농담이 뼈 있게 들리는 세상이다. [서울경제신문 칼럼-만파식적.문성진(논설위원)-20150401수] 눈총받는 고령세대
'30세가 넘은 사람은 아무도 믿지 마라'. 1968년 개봉한 미국 영화 '와일드 인 더 스트리트'에서 등장하는 캐치프레이즈다.
국회의원과 대통령의 피선거권 연령이 14세로 낮아진 미국의 십대 대통령 맥스 프로스트가 십대 중심의 나라를 세우기 위해 30세가
넘는 사람을 모두 수용소에 가두고 LSD라는 약물을 투여해 멍청이로 만들어 버린다는 내용의 영화다. 프로스트는 유권자들에게
외친다. "미국의 가장 큰 업적은 세계인들에게 늙는다는 게 얼마나 거추장스러운 장애인지 가르쳤다는 겁니다." 아무리 영화라지만
상황설정이 고약하기 짝이 없다.
고령세대에 대한 폄훼는 역사가 유구하다. 그리스인들을 지배한 올림퍼스의 신들은 하나같이 젊은이였으며 호머의 '일리아드'에서
노인은 알맹이 없는 상투적 문구로 가득한 말을 끝도 없이 지껄여대는 존재로 묘사돼 있다. 셰익스피어는 '로미오와 줄리엣'에서 여러
늙은이들이 이미 죽은 사람처럼 창백하고 굼뜨고 무겁고 납처럼 둔하다고 표현했다.
한국은 65세 이상 인구 증가속도가 4.1%로 세계에서 가장 빠르지만 고령층에 대한 인식은 썩 좋지 않다. 학교에서의 교육부터가
그렇다. 고령화 현상을 다룬 초중고 교과서들의 59개 단원 중 52.5%가 부정적 관점으로 서술된 반면, 긍정적으로 다룬 단원은
13.6%뿐이라고 한다. 심지어 "연금이나 언제든 채용돼 일할 능력이 없다면 오래 사는 것은 오히려 재앙이 될 수 있다"는
표현이 중학교 사회 교과서에 버젓이 실려 있을 정도다. 이런 마당에 한국의 노인 빈곤율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높고 은퇴 후 받는 연급의 소득대체율은 최하위권이라니 정말 큰 일이다.
로마 시대 키케로는 '노년에 관하여'라는 수필집에서 젊은이들도 날마다 죽어 나간다는 진실을 알아야 함을 일깨우면서 "장수는
복이고 젊은이는 노인의 지혜를 존중해야 한다"고 권했다. 장수를 축복이 아니라 재앙으로 여기는 요즘 세태에 우리 모두 마음속 깊이
아로새겨야 할 경구(警句)다. ■ 그 밖의 칼럼 [한겨레신문 칼럼-한겨레 프리즘/허호준(사회2부 기자)-20150401수] 침묵을 강요하는 세력
유엔은 1948년 12월10일 세계인권선언을 공포했다. 선언문 전문에는 “인간이 폭정과 억압에 대항하는 마지막 수단으로 반란을
일으키도록 강요받지 않으려면, 법에 의한 통치에 의하여 인권이 보호되어야 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같은 해
12월 제주에서는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하루 평균 96명이 희생됐다.(<제주4·3사건 진상조사보고서>) 4·3의
비극성은 숱한 인권유린과 불법으로 상징된다.
그해 말, 제주도의 중산간은 토벌대의 초토화 작전으로 불바다가 됐다. 당시만 해도 중산간마을이나 다름없던 제주시 연미마을에 살던
양치부(76)씨는 4·3 당시 부모를 모두 잃었다. 부친은 토벌대에 연행된 뒤 육지 형무소로 이송됐다는 소문만 들었을 뿐
행방불명됐다. 청각장애인이었던 모친은 당시 피난을 가다가 토벌대가 부르는 소리를 듣지 못해 대답을 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총살됐다.
부인 김순혜(78)씨는 12살이던 1948년 11월 당시 군인들이 쏜 총탄의 파편을 맞았다. 김씨는 파편 제거수술을 받아
완치됐다고 생각했으나 계속 원인을 알 수 없는 통증에 시달렸다. 병을 낫게 한다는 굿도 여러번 했다. 평생 통증을 달고 살았다.
1994년에야 병원에서 촬영한 엑스레이 사진 속에서 폐에 박힌 파편 조각을 발견해 제거수술을 받았다. 그 뒤에도 여전히 장애를
앓고 있는 4·3후유장애인이다. 제주도의 촌로를 붙잡고 물어보면 이런 사연들이 숱하게 쏟아지는 것이 4·3이다. 억울한 죽음과 상흔을 가슴에 담고 숨죽이며 살아온 이들이 어디 이들뿐이겠는가. 얼마나 많은 이들이 연좌제의 굴레 속에서, 빨갱이라는 누명 속에서 침묵을 강요당하며 살아왔는가. 그러나 이들은 어느 누구 탓도 하지 않는다. 이들은 4·3의 기억을 지우려고 침묵 속에 살다 최근에야 비로소 ‘사람 사는 세상이 왔나 보다’ 하고 있다. 모든 게 ‘시국’ 때문이었다고 생각하지, 국가의 잘잘못을 가리지도 않는다.
그런데 또다시 침묵을 강요하는 세력들이 있다. 4·3특별법이 제정되자 4·3 당시 악명높았던 서북청년회 중앙위원장 출신 등 보수
인사들이 “4·3특별법이 헌법이 정한 평등권을 침해했다”며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한 것을 시작으로 진상규명과 희생자 결정을
뒤집으려는 보수진영의 ‘4·3 흔들기’는 끊임없이 다양한 방법으로 시도되고 있다.
이명박 정부 들어 희생자 결정과 진상조사보고서 등에 문제를 제기하며 6건에 이르는 각종 소송을 제기했으나 모두 패소했다. 박근혜
정부가 들어선 뒤에는 희생자 재심의를 통해 이른바 ‘불량 위패’를 위패봉안소에서 철거하라고 하는가 하면 최근에는
제주4·3평화공원 내 전시물이 잘못됐다며 소송을 내는 이들도 있다. “너희들은 숨죽이며 살아야 한다”며 끝까지 침묵을 강요하고
있는 듯하다.
유족들은 2008년 60주년을 기점으로 이런 논란을 불식하고 희생자와 도민들의 명예를 회복하기 위해 대통령의 참석을 호소해왔다.
지금까지 8년째 대통령의 참석을 요구했으나 번번이 성사되지 못했다. 올해는 도지사와 여야 도당, 유족회·경우회 등이 나서서
10차례나 박근혜 대통령의 4·3추념식 참석을 요청했으나 ‘희생자 재심의 논란’을 이유로 대통령은 불참할 것으로 알려졌다.
국가폭력의 피해자인 제주도민들이 대통령의 참석을 호소하고, 유족들을 위무해 달라고 ‘읍소’하는 것이 무리한 요구인가. 이틀 뒤면
제주도민의 10%가 희생된 제주4·3이 일어난 지 67주년이 되는 날이다. 당시의 모든 관련자들을 배제하지 않고 포용하는 게
진정한 화해와 상생의 길이라 생각해본다. 침묵의 강요를 넘어 관용의 정신을 배워야 한다. 그것이 후세대에게 남겨줄 역사적
교훈이다. [중앙일보 칼럼-분수대/이영희(문화스포츠부문 기자)-20150401수] 언니 저 맘에 안 들죠
고백하건대 가끔 맘에 들지 않는 여자 후배가 있다. 인사를 안 해서 등 사소한 태도 문제일 수도 있고, 후배인데 일을 너무 잘해
샘이 나서이기도 하고, 그냥 어리고 예뻐서일 때도 있다. 티는 나지 않을 거라 생각했으나 언젠가 한 후배에게 이런 말을 들었다.
“선배, 저 별로 안 좋아하시죠?” 순간, 속으로는 ‘알면서 왜 묻니?’ 했지만 식은땀을 흘리며 “왜 그런 소릴 해. 호호”로
무마. 서로에 대한 불만을 팩트 그대로는 드러내지 않는다. 하지만 오가는 말의 ‘뉘앙스’에 진짜 마음이 있다. 여자들의
커뮤니케이션은, 가끔 좀 이렇게 복잡하다.
여자 연예인 두 명이 촬영장에서 부딪친 사건, 그 핵심에도 이런 알 듯 말 듯한 문장이 있다. 추운 바다에서 해녀 체험을 하고
나온 선배 연예인에게 후배가 말을 건다. “추워요?” “너무 추워. 너 한번 갔다 와 봐.” 후배가 “안 돼”라고 짧게 답하자
선배의 말이 거칠어진다. “넌 싫어? 남이 하는 건 괜찮고 보는 건 좋아?” “아니 아니.” “지금 너 어디서 반말하니?” 그리고
문제의 문장이 나온다. “언니 저 맘에 안 들죠?” 이 말을 계기로 선배의 욕설이 시작된다.
문제의 대사가 담긴 동영상이 공개되니, 여자들은 ‘후배도 잘못했네’ 하는 반응이다. 반면 남자들은 ‘그게 뭐 어쨌다고’ 한다.
흔히 여자들은 직설화법보다 간접화법을 선호한다고 하는데, 예를 들면 남자친구가 맘에 들지 않는 선물을 줬을 때 “별로야”라 하지
않고 “영수증 어딨어?” 하는 식. “언니 저 맘에 안 들죠”라는 말에도 여러 해석이 가능하다. 한 네티즌의 풀이는 이렇다. “난
너보다 나이도 어리고 잘나가. 그러니 바다에 들어가 고생하지 않아도 되는 거고. 기분 나쁘지?” 진짜 이런 마음으로 한 말인지
타인이 어찌 알겠나. 문제는 여러 여자들에게 그렇게 ‘이해된다는’ 사실이다.
다툼의 내용이 어쨌건 간에 이번 사건에 쏟아지는 관심은 그야말로 지나쳐 보인다. 대화의 진짜 내용도 알려지지 않은 상태에서 한
사람을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가해자로 몰아넣어 기어코 모든 일을 그만두도록 만들었다. 욕설을 한 건 나쁘지만, 함께 일하는
사람들 사이에 때로 일어날 수 있는 다툼 아닌가. 상처를 주고받은 두 사람이 서로 사과하고 화해하면 그만이다. 사소한 사건이
과도하게 화제가 되고, 순식간에 선악을 가려 단죄해 버리는 상황을 볼 때마다 오싹하기 그지없다. 그러고 보면 둘 사이의 대화를 또
이렇게 시시콜콜 해석하는 이 글도 좀 ‘오버’인지 모르겠으나. [서울신문 칼럼-씨줄날줄/오일만(논설위원)-20150401수] 시진핑의 新실크로드 야망
중화 부흥을 외치는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이 육지와 바다를 가로질러 아시아와 유럽, 아프리카를 하나로 잇는 새로운 실크로드 경제권
구상을 선언했다. 2200년 전 세계 최강국 중국의 실크가 퍼져 나간 길을 통해 21세기 중국의 영광을 재현하겠다는 의미가
짙다. 최근 중국 하이난다오(海南島)에서 열린 보아오 포럼에서 시진핑 국가 주석은 ‘일대일로’(一帶一路) 구상을 발표했다.
일대(一帶)는 ‘하나의 띠’란 의미로 한(漢) 무제가 개척한 동서 교역로인 실크로드로서 중앙아시아를 거쳐 터키를 지나 유럽으로
향하는 유라시아 횡단 축이다. 일로(一路)는 명(明) 영락제 당시 정화(鄭和)의 남해 원정로로 해상 실크로드에 해당한다.
남중국해를 지나 말라카해협을 거쳐 인도양~아프리카로 이어지며 지중해를 지나 유럽으로 향하는 축과 연결된다. 중국은 육·해상 두
축을 통해 해당 국가들의 교통 인프라를 연결하고 자유무역지대를 만들며 위안화를 결제 수단으로 확산시키는 ‘범중화경제권’을 제시한
것이다. 60여개국의 44억명을 포괄하고 21조 달러, 우리 돈 약 2경원의 경제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중국의 구상은 미국의 아시아 회귀전략 또는 최근 미 의회에 제출된 ‘아시아 그물망 구상’에 대한 전방위 반격으로 볼 수 있다.
미국의 대중 포위 전략으로도 불리는 그물망 구상은 군사적으로 일본·한국·필리핀·호주와 미국이 맺은 군사 동맹을 강화하면서
경제적으로 일본·호주 등 12개국이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을 축으로 자유무역지대를 형성하는 것이다. 중국과 숙명적 라이벌인
인도를 끌어들여 ‘전략적·경제적 파트너십’을 맺고 경제를 지원하는 것도 일종의 대중 포위 전략의 일환이다.
이런 미국의 의중을 꿰뚫고 있는 중국은 이번에 미국 중심의 세계질서, 달러 중심의 경제에서 탈피해 경제의 중심을 아시아로
이동시키면서 위안화의 국제화를 통해 ‘중국의 꿈’을 실현한다는 ‘시진핑의 야망’과도 같다.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의
1000억 달러 자금과 육해상 신실크로드 펀드 400억 달러가 실탄이다. 송유관·가스관 등 인프라 및 금융 협력이 주요 목표다.
“지구 최대의 돈 잔치”로 떠오르면서 쌍수를 들고 환영하는 나라가 동남아와 유럽 국가들이다. 돈 냄새를 맡은 영국을 필두로 독일과
프랑스, 이탈리아 등은 우방 미국의 만류를 뿌리치며 중국의 손을 잡았다. 경제 활력을 잃어 가는 유럽 국가들이 중국의 경제적
유혹을 외면하기는 어렵다.
일대일로 구상과 반대 방향으로 흐르며 유럽~러시아~중국~북한~한국을 잇는 우리의 ‘유라시아 이니셔티브 구상’은 이제 눈길도 안
주는 ‘찬밥 신세’로 변하고 있다. 박근혜 정부 발표대로 ‘코리아 실크로드’가 본궤도에 올라야 한반도 통일 기반도 구축될 텐데
걱정부터 앞선다. [한국경제신문 칼럼-천자칼럼/고두현(논설위원)-20150401수] 산수유와 생강나무 ‘그 바람에 나의 몸뚱이도 겹쳐서 쓰러지며, 한창 피어 퍼드러진 노란 동백꽃 속으로 폭 파묻혀 버렸다. 알싸한, 그리고 향긋한 그 냄새에 나는 땅이 꺼지는 듯이 온 정신이 고만 아찔하였다.’
김유정 단편 ‘동백꽃’의 한 부분이다. 그런데 웬 ‘노란 동백꽃’이며 ‘알싸한’ 냄새인가. 동백이 자라지 않는 강원 지방에서
‘동백’ ‘동박나무’는 생강나무를 가리킨다. ‘아우라지 뱃사공아 배 좀 건네주게. 싸리골 올동백이 다 떨어진다’의 올동백도
마찬가지다. 가지를 꺾으면 생강 냄새가 나서 생강나무라고 부른다.
산기슭에 소보록하니 깔린 이 꽃무리를 산수유로 혼동하는 사람들이 많다. 봄 초입에 노랗고 작은 꽃잎들이 촘촘하게 뭉쳐 피니 둘을
구분하기 어려울 만도 하다. 자세히 보면 산수유꽃은 길이 1㎝쯤의 가는 꽃자루 끝에 달려 있고, 생강나무꽃은 그냥 가지에 붙어
있다. 꽃을 피운 줄기 끝도 산수유는 갈색이고 생강나무는 녹색이다.
몸통이나 줄기로도 구분할 수 있다. 키가 큰 산수유는 줄기가 거칠고 껍질이 벗겨진 부분도 많지만 생강나무는 작고 매끄럽다. 열매
색깔도 산수유가 빨갛고 생강나무는 까맣다. 용도 또한 산수유는 약용(과육), 생강나무는 미용(씨앗기름)으로 다르다. 산수유는
재배하지만 생강나무는 자생한다. 도시나 마을 근처에는 산수유, 산에는 생강나무가 많다.
산수유 열매는 술과 차, 한약재로 쓴다. 처녀가 입으로 씨를 빨아낸 과육이라야 약효가 높다는 우스갯말도 있다. 강장에 좋다.
산수유 산지로는 구례 산동면과 산내면이 유명하다. 산동은 1000년 전 중국 산동성 처녀가 시집 오면서 산수유 묘목을 갖고 와
심었다 해서 붙은 이름이다. 1000년 넘은 ‘할머니 나무’(始木)가 그곳에 있다.
수천 그루가 한꺼번에 피우는 꽃무리는 더없이 화사하다. 꽃말이 ‘영원불변의 사랑’이어서 꽃과 열매를 연인끼리 선물하곤 한다.
박목월 시처럼 ‘산수유꽃 노랗게 흐느끼는 봄’을 지나 가을이 오면 꽃 진 자리마다 빨갛게 열매가 익는 걸 보면서 누구나 그런
사랑을 꿈꾸리라. 구례 산수유 축제는 끝났지만 올해는 개화가 늦어 아직도 꽃천지다. 이천(3~5일)과 양평(4~5일)에서도 축제가
열린다. 또 한편으론 강원도 산자락 어디쯤에서 ‘노란 동백꽃무리’가 알싸한 향기를 내뿜고 있을 것이다. 꽃밑을 살금살금 기어서 산알로 내려간 점순이와 바위를 끼고 엉금엉금 기어서 산 위로 치빼는 더벅머리 총각을 슬쩍 훔쳐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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