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러두기 : 이 자료는 교육용으로 쓰기 위해 편집한 것이며 상업적 목적은 일절 없습니다. 선정된 사설의 정치적 성향은 본인의 성향과는 무관함을 알려 드립니다. 사 설은 각 신문사의 정치적인 입장을 대변하기 때문에 글의 논거 자체를 찾아서 읽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비판적인 입장에서 상대방 논거의 문제점을 찾아보는 작업도 함께 해 본다면 당신은 한 쟁점에 대해 다각적인 사고를 형성할 수 있을 것입니다.
* 오늘의 주요 이슈
■ 한국형전투기(KF-X) 개발사업 로비 의혹 ■ 안심전환대출 연장 ■ TV홈쇼핑 갑질 ■ 세월호특별법 시행령 ■ 지하철 9호선 해법은? |
*오늘의 주요 신문사설&칼럼
■ 한국형전투기(KF-X) 개발사업 로비 의혹
[한국일보 사설-20150331화] 최대규모 KF-X 개발, 추호 비리 없는 모범사업으로
방 위사업청이 어제 한국형전투기(KF-X) 개발사업 우선협상 대상자로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을 선정, 발표했다. KAI는 고등훈련기 T-30과 경공격기 FA-50, 기동헬기 수리온 등을 개발한 경험이 있어 개발계획과 개발능력, 비용 등을 종합한 비교평가에서 경쟁업체인 대한항공을 따돌렸다. KAI가 한국형 차기전투기(F-X)로 선정된 F-35 사업자 록히드마틴과 기술이전 및 투자 관련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상태라는 점에서도 방사청의 이번 결정에 별 의문이 따르지 않는다.
본 계약을 앞두고, 또 그 이후의 실제 사업추진 과정에서 KAI가 안정적이고 효율적인 한국형전투기 개발기술을 확보, 상대적 저비용으로 작전능력이 뛰어난 KF-X를 개발해 양산할 수 있도록 적극적 지원과 함께 철저한 감시ㆍ감독을 하는 일만 남았다. KF-X는 첫 한국형 전투기로 개발된 KF-16의 후속 기종으로 KF-16과 비슷한 기동성에 한층 성능이 개량된 레이더와 전자장비 등을 갖출 것으로 보인다. 2020과 2025년 각각 F-4 30 여대와 F-5 150여대가 완전히 은퇴하는 데 따른 항공전투력 공백을 KF-16과 함께 메워 줄 것으로 기대된다.
2025 년까지는 완전히 개발을 마치고, 2032년까지 120대를 전력화할 방침이다. 총사업비가 개발비(8조 5,000억원)와 양산 비용(9조6,000억원)을 합쳐 18조1,000억원에 이르는, 건군 이래 최대 규모의 무기도입 사업이다.
사 업 규모가 큰 만큼 감시ㆍ감독 체계도 더욱 철저히 다듬어야 한다. 사업 규모가 엄청나다 보면 어지간한 부정ㆍ비리는 쉽사리 눈에 띄지 않는다. 반면 최근 고구마처럼 줄줄이 드러나고 있는 해군의 방산비리에서 보듯, 비리 규모가 크건 작건 곧바로 전력(戰力) 감퇴를 부를 수 있다. 함정과 마찬가지로 고가 장비인 전투기는 작은 부품 하나, 전자시스템의 작은 오작동 하나로도 무용지물이 되고 만다. 그 경우 국민 세금의 낭비도 문제지만, 애초에 확보하고자 했던 전력증강 미달로 적으로부터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안전하게 지켜낼 수 없게 된다는 점이 더욱 큰 문제다.
무 기중개 비리로 구속된 일광그룹 이규태 회장의 방산비리 관련 비밀문서가 무더기로 발견됐다는 소식은 방위사업의 투명성이 어디까지 흐려질 수 있나를 일깨운다. 경기 의정부 도봉산 기슭의 컨테이너 야적장의 한 컨테이너에서 대(對)러시아 차관을 군사장비로 돌려받은 ‘불곰사업’이나 공군 전자전 훈련장비(EWTS) 납품 비리 등의 방위사업 관련 서류가 1톤이나 발견됐다. 앞서 방위사업비리 합동수사단이 이 회장 사무실에서 찾아낸 ‘비밀공간’에서 사라진 핵심 증거자료가 이리로 옮겨졌을 가능성이 있다. 이 무더기 자료를 치밀하게 분석할 수 있다면 이 회장의 혐의는 물론 다른 방위사업 비리에 대한 수사 범위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검찰의 분발이 요구된다. 아울러 KF-X 사업은 꼭 국민의 박수를 받을 수 있도록, KAI와 방사청, 공군 모두 고도의 경각심을 유지해야 한다.
[중앙일보 사설-20150331화] 로비 의혹 와중의 한국형 전투기 사업
한 국형 전투기(KF-X) 개발 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로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선정됐다. 방위사업청은 KAI와 5월까지 기술·가격 등에 관한 협상을 진행한 뒤 6월에 업체를 최종 선정한다. KF-X는 개발비와 양산 비용을 합해 18조원대가 투입되는 건군 이래 최대 무기 사업이다. 공군의 노후화한 F-4와 F-5 전투기를 대체하며, KF-16 전투기보다 성능이 뛰어난 100여 기를 생산하게 된다. 개발은 2025년 끝나고, 전력화는 2032년 마무리된다.
국산 전투기 개발의 첫발을 내디딘 것은 각별한 의미가 있다. 해외로 수출하는 고등훈련기 T-50, 경공격기 FA-50에 이어 전투기도 국내 연구개발로 만들 수 있는 수준에 이르렀다. 1970년 자주국방론이 나온 이래 약 반세기 만이다. 한국형 전투기 사업이 우리 영공 수호의 견인차가 되면서 수출을 통한 항공산업 발전에도 기여하기를 기대한다. 같은 급 전투기에서 최고 성능을 자랑해야 수출도 가능할 것이다.
과제도 적잖다. 전투기를 개발하는 데 필요한 핵심 기술을 미국 등에서 이전받아야 한다. 전투기는 첨단기술의 집약체다.
KAI 는 미국 록히드마틴과 기술이전·투자와 관련한 양해각서를 체결한 상태다. 록히드마틴은 차기전투기 사업 절충교역 협상에서 KF-X 기술 이전을 한국 정부에 약속한 바 있다. 기술 이전에 차질이 없도록 하고, 해외 수출에도 문제의 소지가 없도록 초기부터 대비할 필요가 있다. 천문학적 개발비의 안정적 확보도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사업의 투명성도 긴요하다. 하루가 멀다 하고 방산 비리가 불거져 나오면서 국민의 방산에 대한 불신은 극에 달해 있다. 현재 KAI는 감사원의 조사를 받고 있다. 정·관·군 대상 상품권 로비 의혹과 환전 차익을 이용한 비자금 조성 의혹이 감사 대상이라고 한다. 한국형 전투기 사업이 순항하려면 한 점의 비리 의혹도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한다.
■ 안심전환대출 연장
[한국일보 사설-20150331화] 안심대출 연장, 제외 대상 재검토 등 보완점 많다
안 심전환대출이 어제부터 20조원 한도로 연장판매를 시작했다. 1차분까지 포함하면 총 40조원 규모로 다음달 3일 신청이 마감된다. 여타 조건은 1차 때와 같지만 이번에는 선착순이 아니라 주택 가격이 낮은 순서로 배정되는 것이 차이다. 지난 24일 출시한 1차 안심전환대출 한도 20조원이 나흘 만에 소진되자 금융당국이 한도 확대와 연장판매를 결정했다. 안심전환대출의 인기가 높은 것은 금리가 기존 대출보다 1%포인트 정도 낮은 2.6%대로 고정인데다, 중도상환수수료가 없기 때문이다.
정 부가 안심전환대출제도를 선보인 것은 변동금리가 주종인 가계부채를 연착륙시키기 위해서다. 물론 이번 대책을 통해 가계부채 구조개선에 다소 도움이 된다는 점에서 일단 긍정적이다. 올해 안에 미국의 금리인상이 예고된 상황이라 변동금리 대출을 줄여야 하기 때문이다. 이 제도시행이전 가계대출의 변동금리 비율은 76.4%에 이른다. 그래서 정부가‘관치금융’ 우려에도 불구하고 이 제도를 도입한 것이다. 그렇지만 이 것만으로 가계부채의 구조적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는 없다. 안심전환대출 규모가 총 40조원으로 전체 가계부채 1,100조원에 비하면 ‘코끼리 비스킷’이다. 더욱이 안심전환대출은 원리금을 함께 갚아야 하기 때문에 저소득층에게는 ‘그림의 떡’이다. 오히려 부채상환능력이 나은 중산층에게 더 많은 혜택이 돌아간다는 비판이 나온다.
게 다가 부실 위험이 가장 높은 제2금융권 대출자를 제외한 것은 심각한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제2금융권의 경우 대출상품의 종류와 성격이 워낙 다양해 안심전환대출의 틀로 묶기가 어려웠다는 것이 금융당국의 설명이지만,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도 제2금융권 부실 대출이 원인이었다. 금융위기가 발생하면 취약지점인 이곳이 가장 먼저 타격을 받고 전체 금융시스템을 흔들게 되어있다. 고정금리 대출자들을 대상에서 제외한 것도 형평성 문제가 제기된다. 정부는 2011년 6월 가계부채 연착륙 종합대책에서 고정금리 상환방식 대출 이용을 호소하는 등 고정금리 확산을 종용해왔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부정책을 착실히 믿고 따라왔던 이들은 오히려 상대적 불이익을 보게 됐다.
이 렇듯 안심전환대출이 가계부채 구조개선책으로는 부족한 점이 너무 많다. 따라서 제2금융권 대출자와 저소득층에 대한 추가 보완대책이 빠른 시일 안에 마련되어야 한다. 그래야 가계부채의 뇌관을 조기에 제거할 수 있다. 그리고 부동산 경기활성화를 핑계로 정부가 가계대출을 부추기는 일은 절대 삼가야 한다. 병 주고 약 주는 꼴이 되는 것이다. 소득증가가 뒤따르지 못하는 상황에서 가계부채만 급증하면 결과는 불 보듯 뻔하다.
[경향신문 사설-20150331화] 금융위원장의 가계부채 인식이 고작 이 정도였나
안 심전환대출 2차분 접수가 어제부터 다시 시작됐다. 당초 20조원 한도로 설정된 대출이 인기를 끌며 출시 나흘 만에 마감되자 추가로 20조원을 늘려 신청을 받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정작 대책이 절실한 저소득층 대출자들은 이번에도 외면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뒤늦게 서민금융지원에 정책을 집중하겠다고 말했지만 금융당국의 가계부채 인식의 안일함과 역량의 협소함에 실망을 금할 수 없다.
2 차분은 내용면에서 1차분과 달라진 것이 없다. 변동금리로 이자만 갚다가 훗날 원금을 일시 상환하는 대출자들을 대상으로 2%대 고정금리로 바꿔주고 원금과 이자를 조금씩 나눠 갚도록 유도하는 방식이다. 다만 1차 때의 선착순 판매와 달리 일괄접수를 받아 신청액이 20조원을 넘게 되면 담보 주택가격이 낮은 순서대로 대출해주도록 했다. 하지만 2금융권 대출자나 다중채무자 대책은 또 빠졌다.
임 위원장은 “제2금융사들이 참여에 부정적이고 금리 및 대출구조가 복잡해 동일 상품을 만들기 어려웠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해할 수 없는 해명이다. 은행권이 손실에도 불구하고 안심대출에 참여한 것이 당국의 회유에 의한 것임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은행장들에게 문자를 보내 안심대출은 국가를 위한 정책이라며 이해를 구한 게 임 위원장이다. 관치의 긍정·부정적 효과를 떠나 은행은 설득이 가능하고, 2금융권은 어렵다는 말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혼돈스럽다. 설령 대출구조가 복잡하더라도 의지만 있으면 해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가 계부채 대책은 1089조원에 달하는 가계 빚 불안을 누그러뜨리는 것이다. 당연히 차주에 대한 구체적 분석을 바탕으로 소득계층별 맞춤형 대책이 나와야 한다. 그럼에도 당국은 변동금리·이자 우선 상환 대출을 고정금리·원리금 동시 상환으로 바꾸면 문제가 해결되는 식으로 접근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시혜적 접근이 일상화하면서 과열 양상이 되풀이되고 있다. 당국은 안심대출자들의 평균소득이 4100만원이라는 점 등을 들어 서민을 위한 대책이며, 대출이 완료되면 가계부채의 질이 개선될 것이라고 말하지만 곧이곧대로 믿기지 않는다. 가계부채 대책의 관건이 상환 능력이 떨어지는 저소득층과 다중채무자 문제에 있음은 말할 것도 없다. 부실 위험이 높아 대책이 가장 절실한 계층은 놔둔 채 가계부채 구조가 개선됐다고 한들 누가 고개를 끄덕일 수 있겠는가.
[한국경제신문 사설-20150331화] 시장경제 원칙 무시한 소위 안심대출
현 정부에 도대체 금융정책이라는 것 자체가 존재하기는 하는가. 선착순으로 이자를 깎아준다며 국민을 은행 창구에 줄 세우는 정부를 보면서 한국의 금융산업을 걱정하게 된다. 금융산업이 상대적으로 규제가 강하다는 점을 인정한다 하더라도 이렇게까지 정부가 마구잡이로 개입해 시장 질서를 파괴해도 되는지 의문이다. 이자 깎아주는 선착순 대회가 열렸다는 얘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 해외 토픽감이다. 그것조차 한쪽으로는 가계부채 대책을 걱정하고, 다른 쪽에서는 가계부채를 한껏 늘리는 정책을 펴고 있으니 국민은 어느 장단에 춤을 추어야 한다는 것인가. 왜 금융의 삼성전자가 나오지 않는지, 금융은 과연 복지사업인지, 대출금리를 정부가 정해도 되는지, 정부가 무슨 근거로 고정대출이 좋다고 생각하는지, 금리 특혜를 받는 사람을 정부가 이렇게 줄 세워도 좋은 것인지 궁금증을 갖게 된다. 시장질서도, 자율도, 자기책임도 없는, 한낱 포퓰리즘을 가계부채 대책이라고 주장하는 당국의 배짱은 또 어디서 온 것인지 걱정스럽다. 주택금융공사의 부실은 한국은행 발권력으로 메워도 좋다는 것인지, 은행들의 손실은 누가 메워줄 것인지도 의문스럽다. 관치금융 시비가 끊이지 않았지만 이다지도 원칙을 팽개친 금융대책은 있어 본 적이 없다.
* 금융은 복지사업 아니다
안 심대출 의도 자체는 그럴듯하다. 가계부채 만기 상환위험을 분산하고 금리변동 위험을 완화해 가계부채 구조를 개선한다는 것이다. 비싼 이자를 싼 이자로 바꿔준다는데 환영하지 않을 사람이 없다. 문제는 금융은 복지가 아니라는 점이다. 비올 때 우산을 빼앗는 것이 금융의 본질이다. 또 그런 과정을 통해 금융도 국민경제도 자라난다. 그것을 부정하면 금융도 국민경제도 모르는 사람에 불과하다. 정부는 9억원 넘는 고가주택은 대상에서 제외하는 등 나름의 기준을 세웠다고 생각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정부가 이런 기준을 정하는 것부터가 잘못이다. 은행에서 돈을 꾸는 것이나 금리를 정하는 것은 차입자와 은행의 자율적인 선택이다. 은행은 그 선별작업을 통해 이익을 낸다. 자율이기 때문에 그 결과도 본인의 몫이 된다.
선 착순 금리인하는 형평성 시비를 낳을 수밖에 없고 하나의 국민을 달리 취급하는 것과 다를 것이 없다. 결과적으로 국민 세금으로 부동산 투기자를 지원해주는 꼴이다. 그나마의 기준이라는 것조차 선착순으로 했다가 집값이 낮은 순으로 했다가 제멋대로다. 남미 등 일부 국가에서 극히 몰상식적인 정책들이 시행되는 경우가 있다고 들었지만 대한민국의 정책 수준을 의심케 하는 일이 벌어지고 만 것이다.
* 은행과 주택금융공사의 손실 문제
문 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총액 40조원의 안심대출이 다 소진될 경우 은행권은 약 3000억원에 달하는 손실을 입게 된다. 현재 연 3.5%가량인 대출 금리를 연 2% 중반으로 낮추면 1%포인트에 가까운 예대마진 손실이 발생한다. 그렇지 않아도 저금리로 수익기반이 잠식되고 있는 은행으로서는 울며 겨자 먹기다. 최경환 부총리는 평소 금융기관이라는 말 대신 금융회사라는 말을 써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금융회사도 이익을 내야 하는 기업이라는 생각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 나오는 정책은 반대다.
모 기지담보증권(MBS)을 발행해 은행에 대출재원을 제공하는 주택금융공사도 마찬가지다. 기존대출과 안심대출의 이자 차이만큼 자동으로 손실을 떠안게 되는데 이 역시 궁극적으로는 국민 세금이다. 재원마련을 위해 한국은행이 주택금융공사에 출자키로 했다지만 이는 한은법 위반일 가능성이 짙다. 저질의 양적 완화를 은밀히 감행하는 꼴이다. 정부가 할 일을 왜 한은이 하고 있는지도 의문스럽다.
* 가계부채는 정부가 늘려왔다
지 속적으로 가계부채를 늘리는 정책을 써 온 정부가 이제 와서 가계부채 위험을 줄이겠다며 안심대출을 들고 나온 것도 모순이다. 정부는 부동산 경기를 살리겠다며 지난해 8월 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을 대폭 높였다. 정부의 바람(?)대로 규제완화 두 달 만에 가계부채가 11조원이나 증가하는 등 가계부채는 증가일로를 걸어 이제는 1089조원까지 늘어났다. 기준금리 인하 역시 가계대출을 늘리는 효과가 있음은 물론이다. 금리인하는 대출비용 자체를 줄이기도 하지만 전셋값 상승, 주택구매 증가 등으로 이어지며 다양한 경로를 통해 대출을 늘리고 있다. 그런 정부가 가계부채 뇌관을 제거하겠다고 나섰으니 모순이다.
* 떨어지는 환율, 손 놓고 있는 정부
금 융을 제멋대로 주무르는 정부의 ‘얼치기 손’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이달 중순 한국은행의 금리결정 회의 직전, 정부는 물론 정치권까지 나서서 전방위적으로 금리인하 압박에 나섰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정부 안팎에서는 금리인하 당위성으로 환율상승의 필요성도 강도 높게 제기했다. 환율을 올려야 수출도 늘고 경기도 살아난다는 논리였다. 하지만 정작 금리인하(3월12일) 직후 잠깐 1130원을 넘던 원·달러 환율은 이후 급격히 하락, 최근엔 1100원대 초반에서 움직이고 있다. 금리인하에도 원화는 오히려 강세로 돌아선 것이다. 당초 의도와 반대로 환율이 움직이고 있지만 정부는 손을 놓고 있고 책임지는 사람도 없다.
효 율성과 자기책임성을 무시한 시장개입은 필시 부작용과 모럴해저드를 부른다. 한국 금융산업이 아프리카 수준이라는 국제사회의 평가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안심대출식의 금리개입, 대출개입은 개발금융시대 이후로 완전히 사라진 것이었다. 금융의 삼성전자가 나오지 않는 이유도 명확해졌다. 돈을 벌 수 없는 금융에서 세계적 금융회사가 나오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것은 한국의 정책당국 때문이다. 전세문제 따위도 그렇지만 수년 내 심각한 금융위기가 터진다면 그것은 전적으로 지금의 정책당국 때문이다.
[서울경제신문 사설-20150331화] 안심대출 열흘만에 40조, 시장 왜곡 감당할 수 있겠나
가 계부채 위험 축소를 위해 정부가 도입한 '안심전환대출'에 과열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2차분 접수 첫날인 30일 시중은행 일부 지점에서는 문을 열기도 전에 고객이 몰려 신청 경쟁을 벌였다. 이번 접수는 '집값 낮은 순'으로 선정방식이 달라졌음에도 1차 접수 때와 마찬가지로 '선착순 선정'으로 오인한 결과 빚어진 촌극이다. 그만큼 안심대출에 흡인력이 있다는 얘기다. 금리가 연 2.6% 수준으로 기존의 변동금리 대출보다 1%포인트나 낮을 뿐 아니라 중도상환 수수료까지 면제되는 상품이다 보니 신청이 쇄도하는 것도 당연하다.
정 책에 명분도 있다. 가계부채가 1,100조원에 달하는 상황에서 4~5년 뒤에는 베이비부머의 본격적인 은퇴와 대규모의 대출만기가 겹쳐 큰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경고가 파다한 실정이다. 112조원가량의 부실 위험성이 높은 변동금리 대출의 구조개선을 서두르지 않으면 그 '위기설'이 현실화할 수도 있다. 하지만 논란도 많다. 당장 불과 열흘 만에 한꺼번에 40조원을 쏟아낸 데 대해 졸속이 아니냐는 비판이 있다. 16개 은행이 6개월 내 40조원에 달하는 주택저당증권(MBS) 물량을 전량 사들여야 하다 보니 구입비용이 상당할뿐더러 MBS 발행측인 주택금융공사의 금리 위험에 대한 회피수단도 마땅치 않다. 물론 입찰 방식 대신 스와프 방식을 적용하면 비용과 위험부담을 줄일 수 있겠지만 자산 유동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또 다른 문제가 있다.
아 무리 명분 있는 정책이라도 시장을 왜곡해서는 안 된다. 무엇보다 안심대출은 빚을 갚지 않고 버티면 정부가 알아서 해결책을 마련해줄 것이라는 도덕적 해이를 다시금 심어줬다. 금리손실로 은행권이 떠안아야 할 금액도 수천억원이다. 입만 열면 선진금융·자율금융을 외치던 정부로서는 이율배반적 행위가 아닐 수 없다. 하기야 부동산부양책으로 가계부채를 잔뜩 부풀린 정부가 뒤늦게 안심대출을 가계부채 대책이라고 내놓은 꼴도 앞뒤가 맞지 않기는 매한가지다.
■ TV홈쇼핑 갑질
[중앙일보 사설-20150331화] TV 홈쇼핑 못된 '갑질' 이대로 놔둘 건가
공 정거래위원회가 ‘갑질’을 해 왔다며 TV 홈쇼핑 6개사에 143억6800만원의 과징금을 물렸다. 공정위가 홈쇼핑사에 과징금을 물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6개사 전부에 과징금을 물렸는데, CJ오쇼핑이 46억2600만원으로 가장 많고 NS홈쇼핑이 3억9000만원으로 가장 적었다. 공정위는 이번 제재 내용을 TV 홈쇼핑 재승인 심사를 담당하는 미래창조과학부에 즉시 통보하기로 했다고 한다. 공정위 관계자는 “별도 의견을 제시하지는 않았지만 다음달 심사에 반영할 수 있도록 공문으로 발송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공정위가 밝힌 홈쇼핑의 ‘갑질 행태’는 도를 넘어도 한참 넘었다. 방송세트 설치비, 모델료를 납품업체에 떠넘기거나 상품 판매대금을 늦게 주고 이자를 떼먹는 일은 ‘상식’에 속했다. 방송계약서를 아예 주지 않거나 늦게 주면서 당초 계약에 없던 내용을 끼워 넣기도 했다. 말을 안 들으면 멋대로 방송시간을 변경·취소했으며 50% 이하로 제한돼 있는 판촉비용을 99%까지 떠넘기기도 했다. 심지어 다른 업체의 경영 정보나 계약 정보를 알아오라고 요구하는 경우도 있었다.
홈쇼핑의 갑질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지난해 4월 롯데홈쇼핑은 말단부터 회사 대표까지 납품업체로부터 돈을 뜯어 검찰에 구속됐다. 2012년에도 4개 업체 상품 구매 담당자들이 뇌물을 받다 줄줄이 구속됐다. 오죽하면 공정위 관계자가 ‘6개 업체 모두 불공정거래의 종합세트’란 말을 하겠나.
TV홈쇼핑의 설립 목적이 뭔가. 자체 유통·판매망을 갖지 못한 중소기업 지원이다. 하지만 중소기업청 자료에 따르면 2013년 홈쇼핑업체가 중소기업에 받은 수수료는 평균 34.4%였다. 대기업(32%)보다 3%가량 높다. 설립 취지와 반대로 노는 홈쇼핑의 갑질을 더 방치해선 안 된다. 정부는 롯데·현대·NS홈쇼핑 등 3사의 재승인 심사를 다음달 중순 시작한다. 이번엔 솜방망이 처벌로 그쳐서는 안 된다. 정부가 매번 제재 시늉이나 하다 보니 홈쇼핑의 못된 갑질이 되풀이되는 것 아닌가.
[서울신문 사설-20150331화] 상습 甲질 TV 홈쇼핑 규제 강화해야
TV 홈쇼핑 업체가 납품 업체에 대해 불공정하게 한 행위가 또 적발됐다. 홈쇼핑 업체의 갑(甲)질이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해도 너무한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공정거래위원회는 홈쇼핑 6개사에 시정명령을 내리고 143억 68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해당 업체는 CJ오쇼핑, 롯데홈쇼핑, GS홈쇼핑, 현대홈쇼핑, 홈앤쇼핑, NS홈쇼핑이다. 과징금은 CJ오쇼핑이 가장 많고 롯데홈쇼핑, GS홈쇼핑, 현대홈쇼핑 순이었다. 업계를 좌지우지하는 대기업 계열사들이 앞장서 중소 납품 업체에 불이익을 가한 것이다. 뿐만 아니라 중소기업중앙회가 최대 주주인 홈앤쇼핑과 수협중앙회가 지분을 가진 NS홈쇼핑도 과징금을 부과받았으니 업계 전체에 번진 고질병이 아닐 수 없다.
홈 쇼핑 업체의 불공정 행위는 ‘갑질의 종합선물세트’라고 불릴 정도라고 하니 납품 업체들은 얼마나 고통스러웠을까. 납품 업체는 대부분 자체적으로는 판로를 개척하기 어려운 중소기업인 만큼 홈쇼핑 업체의 턱없는 요구를 거절할 수 없었다고 한다. 홈쇼핑 업계의 잘못된 관행은 새로운 것도 아니어서 그동안 대책도 적지 않게 나왔지만 무용지물이었다. 이번에 적발된 홈쇼핑 업체는 대부분 납품 업자에게 방송 계약서를 주지 않거나 뒤늦게 줬다고 한다. 계약에 없는 불리한 조건을 납품 업체에 떠넘기는 것을 막기 위해 만들어 놓은 제도적 장치 자체를 근본적으로 무력화하는 ‘슈퍼 갑질’을 일삼은 것이다.
TV 홈쇼핑 업체가 남품 업체로부터 챙긴 수수료율은 2013년 평균이 34.4%이다. 백화점이 입점 업체로부터 받는 수수료율이 28.3%니 높아도 보통 높은 게 아니다. 그런데 기본 수수료를 뺨치는 갖가지 비용이 추가되니 납품 업체는 그야말로 죽을 지경이었다. 이번에도 CJ, 롯데, 현대, 홈앤은 판매 촉진 비용의 절반 이상을 납품 업체에 떠넘겼다. 특히 롯데, GS는 판매 실적이 신통치 않다는 이유로 아예 수수료율을 높였다. 납품 업체가 더 손해를 보거나 소비자가 더 비싼 가격에 구입할 수밖에 없다.
정 부의 책임도 작지 않다. 매출액과 비교하면 조족지혈(鳥足之血) 수준에 불과한 과징금으로는 정상화가 어렵다. 결국 시장질서를 되찾으려면 정부가 갖고 있는 사업승인권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 미래창조과학부는 오는 5월 롯데와 현대에 이어 6월에는 NS, 내년 3월에는 홈앤, 내후년 3월에는 GS와 CJ의 재승인 여부를 심사한다. 이참에 불공정 관행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업체는 모두 정리한다는 각오로 임하지 않으면 국민의 신뢰도 없을 것이다.
■ 세월호특별법 시행령
[경향신문 사설-20150331화] 정부는 세월호특별법 시행령안 다시 만들라
여 야의 세월호특별법 협상이 한창이던 지난해 8월 이완구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특별법에 따라 구성될 진상조사위원회에 수사·기소권을 주는 것은 ‘자력구제 금지’ 원칙을 무너뜨리는 일”이라고 말했다. 세월호 가족이 직접 수사·기소하겠다고 한 게 아님에도 여권은 시종일관 이 논리를 밀어붙였다. 그 결과 ‘4·16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세월호특위)는 수사·기소권 없이 출발하기에 이르렀다. 이완구 당시 원내대표는 지금 국무총리가 되었다. 이 총리에게 묻고 싶다. 지난 주말 해양수산부에서 입법예고한 ‘세월호특별법 시행령안’을 살펴보았는가.
정 부 입법예고안은 세월호특위 사무처 조직을 축소하고 정원도 특위 측이 요구한 120명에서 85명(상임위원 5명 제외)으로 대폭 줄이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더욱 납득하기 힘든 것은 주요 업무의 주도권을 공무원이 쥐게 된다는 점이다. 입법예고안을 보면, 각 소위원회 위원장이 해야 할 기획조정 업무를 공무원 조직이 담당하도록 했다. 조사를 지휘하고 종합보고서 작성을 총괄하는 기획조정실장도, 진상규명 업무 최일선에 나서는 조사1과장도 공무원이 맡게 된다. 특위의 1차 조사대상이 공무원인데, 그 공무원들에게 ‘칼자루’를 쥐여준 격이다. 이것이야말로 ‘자력구제’의 결정판 아닌가. 입법예고안은 진상규명 범위도 ‘정부 조사자료 분석’에 국한토록 했다. 성역없는 진상규명은커녕, 정부가 조사하지 않은 내용은 들여다볼 생각도 말라는 뜻이다. 이쯤 되면 세월호특위의 정치적 중립성이나 독립성을 거론하는 일조차 사치스럽게 여겨진다. 특위 무력화를 넘어서, 특위를 꼭두각시로 만들어 스스로에게 면죄부를 주려는 의도마저 엿보이는 까닭이다.
정 부와 여당은 그동안 세월호특위 활동을 사사건건 방해해왔다. 새누리당 의원은 특위를 “세금도둑”으로 몰고, 새누리당 추천 특위 부위원장은 파견 공무원들을 철수시켰으며, 해수부 파견공무원은 내부 문서를 유출했다. 해수부는 특위 측에서 보낸 시행령안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다 일방적으로 입법예고를 강행했다. 그러나 정부 뜻대로 시행령이 제정돼 진상조사가 이뤄진다 치자. 누가 그 결과를 받아들이겠는가. 정부가 시행령안을 밀어붙인다면 사랑하는 혈육을 가슴에 묻은 시민들과 맞서 싸우겠다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정부는 입법예고안을 폐기하고 특위 측과 논의해 시행령안을 다시 만들어야 한다.
[서울신문 사설-20150331화] 세월호 진상 규명 피해갈 생각 말라
지 난해 봄 우리는 그야말로 지옥의 묵시록에나 등장할 법한 대참사를 두 눈 멀겋게 뜨고 바라만 봐야 했다. 다시 되뇌기도 두려운 세월호 비극이다. 304명의 목숨이 희생됐다. 혹자는 세월호 참사를 한국전쟁과 맞먹는 상흔으로 치부하기도 한다. 세월이 지날수록 오히려 더 새로워지는 트라우마를 생각하면 그것은 결코 과장이 아니다. 천재지변 같은 불가항력적인 상황이 아니었음에도 속절없이 당한 비극이기에 우리의 상처는 더욱 크고 아쉬움 또한 더욱 깊은 것이다. 그런데 세월호 참사 1주년이 다 돼 가는 지금 우리가 내놓은 선후책(善後策)이란 정말 지질하기 짝이 없다. 전 국민적인 비극 앞에서 패가 갈려 티격태격하는 모습은 정말 자괴감이 들게 할 정도다.
‘4·16 세월호참사특별조사위원회’의 기구 규모와 예산, 구성 면면을 놓고 잡음이 끊이지 않는다. 해양수산부가 제시한 세월호특별법 시행령안에 따르면 특위의 정원은 세월호특별법에 명시된 120명보다 30명이 적은 90명이다. ‘국’이 ‘과’로 격하되는 등 조직 또한 크게 축소됐다. 우리는 단순히 정원이 줄어들고 조직의 규모가 작아졌다고 진상 규명이 불가능하다고 보지는 않는다.
그 러나 이석태 세월호특위 위원장도 지적했듯 각 소위원회의 기획조정 업무를 기획조정실장과 기획총괄담당관 등 해수부 공무원이 담당하고 진상규명 업무도 정부의 조사 결과를 분석하는 것으로 한정한다면 문제가 없지 않다고 본다. 이처럼 공무원이 힘을 받는 시스템 아래서는 누구도 정부의 직간접적인 영향력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관제 기구화’의 우려가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무 릇 진상 조사의 성패는 얼마나 독립성과 객관성을 가지고 조사에 임해 국민의 신뢰를 확보하느냐에 달려 있다. 그런 점에서 보면 다분히 일방통행적인 정부안은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진상 조사의 본질과는 거리가 있는 ‘특위 무력화’안이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해수부는 특위와 긴밀히 협의를 하고 입법예고에 앞서 정부의 시행령안을 보내 의견을 수렴하는 최소한의 절차조차 생략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식이라면 세월호 진상 규명을 통한 국민 통합은커녕 그러지 않아도 갈라질 대로 갈라진 국민의 마음을 더욱 찢어 놓는 일이 아닐 수 없다.
그 동안 세월호특위를 두고 온갖 험한 말들이 나돌았다. 일각에서 주장하듯 세월호특위 일부가 무슨 벼슬이라도 한 듯 과도한 인력과 예산 등을 요구하며 ‘완장질’을 하는 것이라면 분명 문제다. 하지만 이른바 친박 실세라 불리는 국회의원이라는 사람이 세월호특위를 ‘세금 도둑’이니 ‘탐욕의 결정체’니 하며 제 하고 싶은 대로 ‘뻘소리’를 쏟아내는 판국이니 과연 세월호 진상 규명 의지가 있기는 한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진정으로 세월호의 아픔을 이해하는 바탕에서 진상을 규명하고자 한다면 이제라도 특위에 대한 국민 여론을 제대로 수렴해야 한다. 특위에 보다 분명한 권한과 책임이 주어져야 세월호의 진상을 밝혀낼 수 있을 것이다. 세월호 참사의 무게를 감안하면 최소한의 국민적 컨센서스라도 이뤄 내야 한다. 정부의 세월호특별법 시행령안은 다시 가다듬을 필요가 있다.
■ 지하철 9호선 해법은?
[중앙일보 사설-20150331화] 증차 없는 9호선 연장, 왜 '지옥철' 방치하나
서 울지하철 9호선 연장구간(신논현~종합운동장역) 개통 후 첫 출근날인 30일 오전 우려했던 출근대란은 일어나지 않았다. 혼잡을 예상해 시민들이 출근시간을 분산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하지만 9호선의 극심한 혼잡은 여전했다. 7시가 되자 열차를 타지 못하는 승객도 있었다. 박원순 시장은 무료 대체버스 투입을 대안으로 내놓았지만 이 같은 미봉책이 얼마나 실효를 거둘지는 불투명하다. 이날 대체버스 이용률도 예상보다 훨씬 낮았다. 시민들은 “차량을 늘리는 근본 대책 없이는 혼잡과 안전사고 위험이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며 우려하고 있다.
9호선 2단계 노선 개통 이후 혼잡이 가중되리란 것은 이미 예고돼 있었다. 연장 이전에도 서울지하철 혼잡도 상위 10개 구간 중 6개가 9호선에 몰려 있었기 때문이다. 가장 혼잡한 9호선 염창~당산 구간은 승객들이 호흡 곤란을 일으킬 수 있는 수준이다. 승객들 사이에 9호선은 ‘지옥철’ ‘가축수송열차’라는 악명이 붙었을 정도다. 그런데 서울시는 연장 개통으로 승객들이 30~40% 늘어나는데도 전동차를 증차하지 않았다. 전동차가 더 투입될 때까지 9호선은 안전사고 위험을 안고 가야 한다는 얘기다.
이런 어처구니없는 사태는 수요예측부터 잘못됐기 때문이다. 9호선 수요예측 조사는 세 차례에 걸쳐 이뤄졌다. 그러나 2000년 37만3867명, 2004년 31만2438명, 2005년 24만 명으로 들쭉날쭉했다. 2000년 첫 조사만 실제 승객수에 근접할 뿐 나머지는 수요를 턱없이 적게 잡았다. 당시 경남 김해시 경전철 등 일부 사업이 수요 과다예측으로 예산 낭비 논란을 빚자 지나치게 보수적으로 예상한 것이다. 이를 근거로 민간투자자인 맥쿼리는 승강장 면적을 최소화하고 전동차 차량을 다른 노선(8~10량)보다 훨씬 적은 4량으로 결정했다. 하지만 개통 이후 9호선 승객은 폭발적으로 증가해 버렸다.
서울시는 수요예측 실패를 이미 알고 있었다. 오세훈 전 시장 때부터 9호선의 전동차를 대폭 늘려야 할 필요성이 제기됐다. 그런데 박원순 시장 취임 이후 3~4년 동안 미적거리다가 개통을 보름 앞둔 지난 13일에야 차량을 발주했다. 앞으로 1년6개월이 지나야 20량이 증차된다. 나머지 50량은 2017년 말에 투입된다. 서울시는 기획재정부와 예산지원 협상이 지연됐기 때문이라고 해명한다. 하지만 발주 지연 책임은 서울시가 더 크다.
250억원 정도의 정부 지원을 더 얻어내려고 시민들의 안전과 편의를 뒤로 미뤘기 때문이다. 서울시 자체 예산을 더 투입해서라도 9호선 연장 개통 시기에 맞춰 차량을 조기에 발주하는 게 옳았다.
박원순 시장은 2013년 맥쿼리 등 9호선의 기존 주주를 교체하고 운임 결정권을 서울시에 귀속시키면서 최대 3조2000억원의 재정을 절감하게 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시민들이 지옥철을 타야 하는 고통을 방치한다면 좋은 면만 부각시킨 ‘자기 홍보’에 불과할 것이다. 정책을 펼 때 가장 우선돼야 할 덕목은 시민의 편의와 안전이기 때문이다.
[서울신문 사설-20150331화] ‘지옥철’ 9호선 해법으로 무상버스 투입한 서울시
서 울 지하철 9호선 2단계 연장 구간이 개통된 후 첫 출근길인 어제 지하철은 예상대로 승객들로 혼잡을 이뤘다. 하지만 극심한 혼잡 등을 피하고자 한 시민들이 평소보다 출근 시간을 앞당기거나 버스 등 다른 교통수단을 이용하면서 우려했던 최악의 안전사고는 다행히 일어나지 않았다. 그렇다고 평소에도 출퇴근 시간에는 ‘지옥철’이라는 오명을 가진 9호선은 증차 없이 구간만 연장된 상황이기에 언제 어떤 사고가 일어날지는 아무도 모른다.
하 루 44만명이 이용하는 9호선 일부 구간의 출근길 혼잡도는 240% 정도다. 적정 인원보다 두 배를 훨씬 넘는 시민들이 탄다. 대표적 주택단지인 강서지구와 업무지구인 여의도·강남을 관통하기 때문이다. 구간 연장으로 승객 증가는 불을 보듯 뻔한데도 서울시는 그동안 ‘사실상’ 손을 놓고 있었던 것과 마찬가지다. 콩나물시루 같은 지하철에서 화재 등의 사고나 승객이 한꺼번에 몰리면 자칫 압사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다. 지하철의 증차가 ‘해법’인데 1년 6개월이 지나야 증차된다고 하니 그동안 시민들만 골탕을 먹게 생겼다. 서울시는 증차가 늦어진 데 대해 정부와의 예산 협의가 늦어졌다는 핑계를 대지만 교통수요 예측을 제대로 못해 증차 대책을 제때에 세우지 않은 책임은 분명 서울시에 있다.
서 울시는 이번 일로 무능한 행정 능력을 만천하에 드러냈다. 부랴부랴 내놓은 대책도 한심하기 짝이 없다. 지하철 혼잡 대책으로 지하철 구간에 무료 버스 100대를 운행한다는데 무료 버스 운행으로 해당 구간의 혼잡도가 줄어든다고 해도 버스를 운행하지 않는 다른 구간에서 늘어난 승객은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미봉책도 이런 미봉책이 없다. 앞으로 다른 지하철도 막히는 구간은 무료 버스를 투입해 해결하겠다는 것인지 서울시에 묻고 싶다.
서 울시가 출근길 2~3시간 동안 30대의 버스를 빌리는 데 하루 600만원이 든다고 한다. 이 돈은 시민의 세금으로 충당된다. 특정 구간 시민을 위해 무료 버스를 운행하는 것은 형평성에도 맞지 않는다. 지하철 개통 시기에 맞게 충분히 대처할 수 있는 몇 년간의 시간이 있었지만 수준 이하의 대처를 한 것에 대해 시민들은 분노하고 있다. 자신들의 정책 실패에 대한 따가운 비난을 피하고자 내놓은 대책이 겨우 공짜 버스 태워 주기라는 사실이 한심하다. 이 무상 버스는 ‘박원순표’ 무상복지의 시작인가.
■ 그 밖의 주요 신문사설
[한국일보 사설-20150331화] 여전한 공익신고자 고통, 이래선 비리 못 막아
3 월11일 전국 동시 조합장 선거를 앞두고 조합원들에게 사골세트를 돌린 함평축협 현직 조합장 후보를 신고한 소속 축협 직원이 수사과정에서 신분이 노출돼 사직 위기에 몰렸다고 한다. 신고 내용에 따르면 이 조합장은 조합원들에게 사골세트 300여 개를 배포했고, 이후에도 추가로 100만원 어치의 사골을 추가 구입했다. 함평선관위가 검찰에 이 조합장을 고발하는 과정에서 축협 간부들의 노골적이고 조직적인 수사 방해도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선관위의 폐쇄회로(CCTV) 영상자료 제출 요구를 거부하는가 하면, 검찰 지휘로 수사가 시작되자 조합원들에게 ‘지도사업비’ 명목으로 조합원용 선물을 산 관례적인 일이었다고 진술하라는 간부들의 회유도 벌어졌다. 이 조합장은 재선에 성공했다.
이 조합장에 대한 혐의 사실은 검찰 수사에서 밝혀질 일이고 처벌도 응당 그에 따를 일이다. 수사와는 별개로 우리가 심각하게 제기하는 것은 신고한 축협직원의 신분이 어떻게 외부에 누출돼 회사를 그만둬야 할 처지로까지 내몰리게 됐느냐는 점이다. 현행 공익신고자 보호법에 따르면 ‘공익신고자’는 신고 접수단계부터 철저히 비밀보호와 신분보장을 받게 돼 있고, 신고로 인한 불이익이 발생하지 않도록 규정하고 있다. 신분이 노출된 이 직원은 동료 직원들과의 접촉도 피할 정도로 극심한 정신적 압박을 받고 있다고 한다.
공 익신고가 겉으로 드러나기 어려운 조직의 부패와 불법을 드러내 투명 사회를 이끄는 민주적 행위라는 건 주지의 사실이다. 우리 사회가 이 정도나마 깨끗해진 것은 군 부재자투표 부정을 폭로한 이지문 중위나 이명박 정부 시절 국무총리실의 민간인 불법사찰을 고발한 장진수 주무관, 원전부품 비리 내부고발자 등의 의로운 양심선언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그럼에도 한편으로는 이들이 배신자로 몰려 감당하기 힘든 개인적인 고통 속에 살아가고 있는 것도 현실이다. 심지어는 비리기관에 신고자 보호를 맡기는 사례도 허다하다. 이래서는 ‘나 하나 눈감고 말지’ 식의 소극적 동조와 패배주의만 조장할 뿐이다.
이번 수사 과정에서 무슨 문제가 있었는지 철저히 조사해 공익신고자가 고통 받는 악순환이 다시는 되풀이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이 기회에 현재 논의되고 있는 공익신고자 보호법 강화 방안도 조속히 결론을 내기 바란다.
[한겨레신문 사설-20150331화] 박 대통령, 4·3추념식 참석하는 게 옳다
사 흘 뒤면 제주4·3사건 67돌을 맞는다. 1948년에 일어난 이 비극적 사건으로 당시 제주도민의 10% 정도인 2만5천~3만명이 숨졌다고 정부 보고서는 적고 있다. 오랫동안 ‘남로당 반란과 정부군의 진압’으로만 여겨졌던 이 사건이 ‘국가권력에 의한 주민 학살’로 재조명된 건 불과 15년 전이다. 그래서 정부는 2003년 제주도민에게 공식 사과했고, 야당뿐 아니라 여당인 새누리당도 선거 때마다 ‘상생과 화해의 정신으로 4·3사건을 완전 해결하겠다’고 약속했다.
박 근혜 대통령 역시 다르지 않다. 그는 대통령후보 시절 “4·3은 제주도민뿐 아니라 전 국민이 가슴 아파하는 사건이다. 국가 추모기념일 지정을 비롯해 도민 아픔이 가실 때까지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그에 따라 지난해부터 제주4·3 위령제는 국가 추념식으로 격상됐다. 하지만 제주도민의 아픔을 끝까지 보듬겠다는 나머지 절반의 약속은 지켜지지 않고 있다. 제주도의 정당·단체들이 수없이 요청했는데도, 지난해 그랬듯이 올해도 박 대통령은 국가기념식으로 격상된 추념식에 참석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한다. 아픔이 가실 때까지 노력하겠다면서, 도민들이 강력하게 바라는 4·3 추념식 참석을 박 대통령이 꺼리는 건 이해하기 어렵다.
제 주도 현지 언론 보도를 보면, 위령제를 지내는 4·3 희생자 1만4231명 가운데 103명에 대해서 보수단체들이 ‘4·3사건 발발에 직접 책임이 있는 남로당 제주도당의 핵심간부 등으로, 희생자 명단에서 제외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게 대통령의 추념식 참석을 막는 직접 요인이라고 한다. 그러나 희생자의 재심 문제와 대통령의 추념식 참석을 연결짓는 건 옳지 못하다. 이미 정부 공식 조사가 끝난 사안을 재심사하자는 주장도 유족 가슴에 못을 박는 일이지만, 설령 103명의 행적에 논란이 있다 하더라도 중공군 유해까지 발굴해 송환해주는 마당에 추념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그 비율도 전체 희생자의 1%에 불과하다. 그걸 이유로 추념식 참석을 피하는 건 내심 4·3사건을 여전히 좌익세력의 반란으로 보기 때문이란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수십년 전 사건의 확인되지 않은 주장을 문제삼기 시작하면, 남북이 분단된 우리 현실에서 ‘상생과 화해’ ‘국민 통합’은 영원히 공허한 구호에 그칠 수밖에 없다.
박 대통령의 4·3 추념식 참석은 소통과 통합의 상징적 징표가 될 수 있다. 청와대는 구더기 무서워 장을 담그지 못하는 우를 범하지 않기를 바란다.
[한겨레신문 사설-20150331화] 청와대가 강요한 ‘엠비 자원외교’ 실상
새정치민주연합의 최민희 의원이 29일 공개한 한국석유공사 내부 문건은 이명박 정부 첫 해외자원개발 사업인 이라크 쿠르드 유전개발 추진 과정에서 청와대가 사업을 좌지우지한 정황을 보여준다.
문 건을 보면, 2008년 4월 청와대 지식경제비서관과 행정관은 석유공사의 신규사업 실무자를 불러 “(쿠르드 자원개발 사업과 관련해) ‘자금조달 방안에 대한 구체적인 합의가 없음’을 (대통령이) 보고받을 경우 문제가 될 소지가 있음을 우려 표시”했다고 돼 있다. 쿠르드 자치정부가 유전개발과 원유 확보를 조건으로 사회간접자본(SOC) 건설사업비 약 21억달러를 한국이 부담할 것을 요구하자, 석유공사가 ‘자금 문제는 민간기업이 해결해야 한다’며 난색을 표해 사업이 차질을 빚던 때다. 대통령의 ‘관심 사업’이라는 이유로 사실상 석유공사가 모든 부담을 떠안으라는 정권의 압박에 가깝다. 결국 그해 8월 소망교회 인맥인 강영원 신임 사장이 들어선 뒤 석유공사는 재협상을 통해 1단계 사업비(19억달러)를 모두 떠안는 본계약을 체결했다. 이 사업은 4400억원을 투자해 현재 손실액만 최소 3억달러(332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한 국과 같은 자원 빈국 처지에서 해외자원개발 사업은 무작정 근거가 없다고 볼 건 아니다. 성공이냐 실패냐를 섣불리 예단하기 힘든 측면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라도 의사결정 과정엔 전문성과 독립성이 철저하게 뒷받침돼야 한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한창임에도 ‘엠비(MB) 1호 자원외교’라는 정권의 치적 홍보에 급급하느라 나랏돈을 무턱대고 끌어다 쓴 쿠르드 유전개발 사업은 합리적 의사결정 과정과는 거리가 멀어도 너무 멀었다.
여 전히 나 몰라라 식으로 책임 떠넘기기에 급급한 이 전 대통령 및 핵심 책임자들의 해명은 거짓임이 거듭 확인됐다. 감사원도 2009년 10월 석유공사의 캐나다 하베스트사 인수 과정에서 강영원 사장이 최경환 당시 지경부 장관에게 보고하고 지시를 받았다고 수차례 증언한 사실을 감사과정에서 이미 확인한 바 있다.
엠 비 정부의 개입 증거가 쏟아지는데도, 여당의 ‘물귀신’ 작전 탓에 국회 해외자원개발 국정조사특위 활동이 빈손으로 마무리될 형편에 놓인 건 극히 우려스럽다. 박대출 새누리당 대변인은 29일 “지금까지와 앞으로의 투자가 모두 차입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데 사안의 심각성이 있다”며 자원개발 비리의 엄중함을 인정했다. 새누리당은 이제라도 행동으로 그 말을 증명해야 한다.
[한겨레신문 사설-20150331화] 연합뉴스 새 사장, 관영통신 되길 바라나
< 연합뉴스> 박노황 새 사장의 행보가 언론계의 화제다. 편집권 보장의 상징인 편집총국장 제도를 폐지하는가 하면, 임직원들을 모아놓고 느닷없이 국기게양식을 열었다. 이 회사 노조 등 여러 구성원이 국가 기간 뉴스통신사로서 정치적 독립성이 흔들릴 수 있다며 문제제기를 하고 나섰다.
박 사장은 며칠 전 첫 인사를 통해 편집총국장을 임명하지 않고 이아무개 논설위원을 편집국장 직무대행에 임명했다. 편집국·지방국·국제국으로 나뉘어 있던 보도부문을 편집국으로 단일화해 콘텐츠융합담당 상무이사 아래로 배치했다. 이로써 편집총국장과 편집국장, 지방국장, 국제국장에 대한 기자 임명동의 투표제를 사실상 없앴다. 경영진의 한 사람인 상무이사가 보도부문을 직할하도록 하여 경영과 편집의 분리 원칙도 허물었다.
편 집총국장은 편집국·지방국·국제국 등 보도부문을 총괄하는 자리다. 편집총국장을 임명할 때는 노조원 3분의 2가 투표에 참여하여 과반수 찬성을 얻도록 단체협약에 규정되어 있다. 외압이나 경영 논리에 편집권이 훼손되지 않도록 하려는 장치로, 이명박 정부 시절 구성원들이 공정보도를 요구하며 103일 동안 파업을 벌여 얻어낸 제도다. 그런데 박 사장은 “회사의 경영권과 인사권을 심각하게 침해”한다고 제도 취지를 왜곡하더니, 기어코 일을 냈다. 박 사장은 언론의 독립성과 편집권 개념의 기본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박 사장은 30일엔 임직원 국기게양식을 열면서 “연합뉴스의 정체성과 위상을 세우기 위해서”라고 주장했다. 한편으로 언론의 독립성과 편집권 보장 장치를 무너뜨리면서, 연합뉴스의 정체성을 애국심에서 찾겠다는 모양이다. 국기게양식을 해서 안 될 것까진 없지만, 모든 권위를 비판하고 의심함으로써 자유로운 정신을 높여야 하는 언론기관으로서는 어색한 게 사실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자주 입에 올리는 ‘나라사랑론’에 코드를 맞추려는 것 아니냐는 의심마저 든다.
연 합뉴스는 국가 기간 통신사라고 정부 구독료 형태로 350억여원의 지원금을 받는다. 언론사에 뉴스를 공급하는 뉴스 도매상의 역할을 인정하여 활동의 독립성과 공공성을 보장해주자는 취지에 따른 것이다. 박 사장의 행태는 민영 언론기관의 대표자로서도 부적절하다. 뉴스통신진흥법에 따라 엄격한 공적 책임을 규정하고 있는 연합뉴스의 대표자로선 더 말할 나위가 없다. 박 사장이 태도를 바꾸지 않는다면 이 회사에 대한 정부 지원금부터 중단해야 한다.
[경향신문 사설-20150331화] 눈치 외교를 균형 외교라고 하는 윤병세 장관
윤 병세 외교부 장관은 어제 재외공관장 회의 개회사에서 “국익의 관점에서 우리가 옳다고 최종 판단하면 분명한 중심과 균형 감각을 갖고 휘둘리지 말고 밀고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론의 여지가 없는 주장이다. 한국은 미국과 중국의 사이에 낀 약소국이라는 열등의식에 사로잡혀 스스로의 역량을 저평가했다. 겉으로 중견국을 자처하면서도 심화되는 미·중 경쟁의 틈바구니에서 미국에 의존하거나 이쪽저쪽 눈치를 보았던 것이 한국 외교의 실상이었다. 이런 현실에서 중심과 균형은 한국 외교의 핵심 가치가 아닐 수 없다.
그 런데 윤 장관은 그 가치를 실현하지 못한 것에 대한 반성의 의미가 아니라, 그걸 실천하고 있기에 자랑스럽다는 의미로 중심과 균형을 거론했다. 나아가 그는 “우리는 종속변수가 아니라 독립변수”라며 “집채만 한 쓰나미가 닥쳐와도 뚫고 나갈 수 있다”는 주장도 했다. 외교 난제를 잘 헤쳐나가고 있다는 일종의 자화자찬으로 들린다. 미국이 반대한다는 이유로 중국 주도의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가입, 러시아 전승절 70주년 기념식 참석 문제를 미루고 미루던 일을 그가 벌써 잊은 것 같다.
다 시 상기하자면, 한국의 AIIB 가입에는 중심과 균형이 없었다. 영국 등 미 동맹국이 잇달아 가입한 뒤 미국의 견제 의미가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기다려서, 그것도 미국으로부터 각국이 알아서 결정할 문제라는 묵시적 허락을 받고서야 가입했다. 그런데도 마치 주권적 결단을 내린 것처럼 포장했다. 그는 이런 지적을 “고뇌가 없는 무책임한 비판”이라며 “그리 신경 쓸 필요 없다”고 평가절하했다. 편승 외교, 무임승차 외교로 주변 환경을 헤쳐나갈 역량이 없음을 드러낸 것에 대해 반성하기는커녕 역공을 편 것이다. 전시작전통제권 환수의 무기한 연기로 안보 책임을 포기한 박근혜 정부가 자기 약점을 덮으려 이렇게까지 애쓰는 모습을 보는 건 안타까운 일이다.
정 부는 미국의 반대를 의식해 러시아 전승절 참석 여부도 미루고 있다. 일반적인 관측은 미국 압력 때문에 결국 참석을 포기할 것이라고 한다. 미국의 고고도 미사일방어 체계(THAAD·사드) 한국 배치에 대해서도 윤 장관은 “논의가 본격적으로 전개된다면 중국·러시아 등 오해가 있는 나라들에 대해서 설명을 해야 될 것”이라며 배치 추진을 시사했다. 미국의 요구를 국익과 동일시하는 이런 태도를 보이고도 그는 그제 KBS <일요진단>에서 “우리가 미국을 너무 의식했다는 건 사실이 아니다”라고 했다. 이런 인식으로는 미국의 승인·묵인 없이 독립적으로 결정하지 못하는 한국 외교의 현실을 바로잡을 수 없다.
[서울경제신문 사설-20150331화] 솜방망이 처벌이 키워온 '보험사기 공화국'
일 확천금을 꿈꾸며 보험금을 노리는 보험사기가 꾸준히 늘고 있다. 서울경제신문 기획 시리즈 '보험사기공화국 특별법 시급하다'에 따르면 2012년 상반기 2,237억원이었던 보험사기 적발 금액이 2013년 같은 기간 2,579억원으로 늘었고 지난해 상반기에는 2,869억원으로 뛰었다. 적발되지 않은 사기까지 감안하면 부당하게 지급된 보험금이 최소 수조원에 달할 것이라는 게 업계의 추정이다. 수법은 날로 잔인하고 교묘해지고 있다. 얼마 전 보험금을 타내기 위해 전 남편과 현 남편 및 현 남편의 시어머니를 살해한 뒤 심지어 친딸까지 죽이려다 붙잡힌 끔찍한 사건도 있었다.
보 험사기가 늘고 수법이 갈수록 흉포화하는 가장 큰 이유는 일반 사기범죄에 비해 처벌수위가 낮다는 점이다. 성공하면 대박이요 잡히더라도 사기미수 정도의 미약한 처벌로 끝나니 보험사기가 좀처럼 근절되지 않는 것이다. 보험사기는 얼핏 직접적인 피해자가 눈에 띄지 않다 보니 '피해자가 없는 범죄'로 비칠 수 있다. 그러다 보니 가해자의 정상을 참작해 형량이 일반사기에 비해 낮아지는 경우가 태반이다. 보험사기범에 대한 처벌 수위를 보면 징역형 비율은 22.6%로 일반사기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며 벌금형(51.1%)과 집행유예(26.3%)가 대부분이다.
보 험사기로 인한 피해는 결국 일반 가입자에게 돌아가 보험사기가 늘수록 보험료 인상이 불가피해진다. 불특정 다수에게 피해를 주는 보험사기를 줄이려면 처벌부터 강화해야 맞다. 그런 점에서 2013년 국회에 발의된 '보험사기방지 특별법'이 2년째 계류돼 있는 것은 직무태만에 가깝다. 이 법은 보험사기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고 보험금 수령액이 많을수록 가중 처벌하도록 해 보험사기 광풍을 잠재울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한 보험범죄 방지법제화가 시급하다.
[서울경제신문 사설-20150331화] 고용세습 노조 기득권 없애려면 입법 해결밖에 없다
민 현주 새누리당 의원이 근로자의 배우자 및 직계자녀를 우선 채용하는 단체협약 조항을 법으로 금지하는 고용정책기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취업기회의 균등한 보장을 위한 고용정책기본법 7조에 '합리적인 이유 없이 근로하거나 근로하였던 것을 이유로 근로자 가족을 우선 채용해선 안 된다'는 조항을 담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공기업이든 민간기업이든 정년퇴직자의 가족 입사가 어려워지면서 사회적으로 지탄받아온 특혜채용 시비도 크게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
회 사 직원의 가족을 우선 또는 특별 채용하는 고용세습은 오래전부터 여론의 거센 비판을 받아왔지만 노조의 기득권에 막혀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다. 한국노동연구원이 727개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세 곳 중 한 곳은 고용세습 조항을 버젓이 두고 있으며 단지 정년퇴직했다는 이유로 채용혜택을 부여한 곳도 133곳에 이른다. 장기근속자나 업무 외 질병 등 불투명한 이유로 취업우대를 적용하는 곳도 적지 않다. 공공기관도 지난해 33곳이 단체협약에 고용세습을 명문화할 정도로 과도한 복지를 누리고 있다. 정부가 아무리 으름장을 놓아도 밥그릇 지키기에 급급한 노조에서 이를 포기하지 않으니 청년 일자리나 빼앗는 귀족노조라는 말이 나오는 법이다.
고 용 문제는 사적 자치 영역인 만큼 노사 자율로 해결되는 게 가장 바람직하다. 하지만 법원의 위법 판결도 무시되고 행정지도까지 안 먹히는 현실에서는 법률이라는 강제수단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국회에는 이미 공공기관의 특별채용을 금지한 이노근 새누리당 의원의 법안도 올라와 있다. 국회는 차제에 국민 눈높이에 맞춰 고용세습 관련 입법을 서둘러 처리해야 한다. 다만 우선 채용기준에 대한 법률 적용에 혼선이 빚어지지 않도록 세심하게 보완하고 사회 통념에 따라 불가피한 경우에만 예외규정을 두는 방향으로 법제화가 이뤄져야 한다. 정부도 공공 부문부터 과도한 기득권을 포기할 수 있도록 강력한 후속조치를 펼쳐나가야 한다.
■ 오늘의 주요 칼럼 읽기
[한겨레신문 칼럼-야! 한국사회/박권일(칼럼니스트)-20150331화] 후각사회
여 름이 가을로 바뀔 무렵 불어오는 바람 냄새, 어릴 적 어머니가 끓여준 시래기 된장국 냄새, 아버지의 품에서 나던 희미한 파이프 담배의 향, 연인의 살결이 풍기는 달콤한 내음…. 나의 내밀한 냄새 목록에 영원히 각인된 것들의 일부다. 물론 저건 ‘좋은 냄새들’이다. 많은 이들이 그렇듯 끔찍하게 싫어하는 냄새들의 목록도 존재한다. 아무튼 목록에 오른 것과 같은 냄새를 맡는 순간, 나는 특정한 감정상황 속으로 빠져든다. 논리와 분석 따위는 무용하다. 느끼는 것과 거의 동시에 판단이 끝나버린다. 다만 행복해지거나 불쾌해질 따름이다.
시 각과 청각은 역사 이후의 인류에게 가장 중요한 감각으로 인정받아 왔다. 보고 듣는 건 텍스트와 이미지를 창조하는 바탕이다. 그야말로 ‘만물의 영장’이라는 말에 어울리는 능력이라 할 만했다. 반면 후각은 종종 ‘더 동물적인’ 감각이라 여겨졌다. 이성적 추론을 통하지 않았지만 ‘감’이 뭔가 이상할 때 우리는 “냄새가 난다”고 말한다. 별나게 그런 ‘촉’이 발달한 사람에게 ‘개코’라는 별명을 붙이기도 한다. 확실히, 냄새는 감정을 환기하는 기능에선 다른 감각을 압도한다. 후각은 호불호를 선명하게 나눌 뿐 아니라 때로 역전시켜버리기도 한다. 음식의 예를 들자면, 극단적 홍어 혐오자였다가 ‘홍어의 포로’가 된 사람을 나는 제법 많이 안다. 요컨대 후각은 매혹과 혐오의 양극을 오가는 감각이다.
혐 오표현이나 인종차별 발언에 유독 냄새와 관련된 것이 많다. 한국인을 향한 차별발언 중 가장 흔한 것은 “김치 냄새” “마늘 냄새”다. 어느 재일조선인은 어린 시절 일본인들이 자기한테서 마늘냄새 난다고 할까 봐 매일 피가 날 때까지 이를 닦았다고 고백한 적이 있다. 냄새라는 표징은 그토록 집요하고 끈덕지다. 한국인들은 자기들끼리도 냄새를 가지고 적나라한 혐오를 드러낸다. 전라도 사람에게 “홍어 냄새”가 난다고 조롱하고, 개룡남(‘개천에서 용 난’ 경우에 속하는 남성)에게서 “개천 냄새”가 난다고 이죽댄다. 자신을 뺀 모든 한국인의 ‘미개함’을 싸잡아 비난하고 싶을 때는 “김치 냄새 난다”고 비난한다. 냄새는 이처럼 공동체의 내부와 외부, 소속된 자와 배제된 자를 가르는 즉각적인 낙인이다. 동시에 그 낙인을 사용하는 이가 반민주주의자이자 인종차별주의자임을 드러내는 정확한 신호다.
오 늘날 후각적 표현으로 분출되는 사회적 혐오발언들은 계몽 이전의 야생성이 아니다. 계몽의 폭력성을 거부하는 탈근대주의적 저항도 아니다. 그저 동물화한 반지성주의다. 선비들처럼 위선 떨지 말자는 것. 그래서 사회적으로 지탄받는단 걸 알면서도 그들은 ‘솔직히 까놓고 말하는’ 혐오발언을 지속한다. 일베가 이 분야의 정점에 서 있는 것은 부정할 수 없지만, 정치적으로 반대쪽에 있는 사람들 중에도 비슷한 이들이 적지 않았다. 그간 새누리당 이자스민 의원을 향해 쏟아진 인종주의적 비난과 인신공격 중 상당수는 진보와 민주주의를 추구한다고 자부하는 사람들에 의한 것이었다.
언 젠가부터 한국 사회에서 폭력을 추동하는 감정이 분노와 슬픔에서 증오, 혐오, 경멸 같은 감정으로 많이 옮겨간 것 같다. 군대폭력의 수치 자체는 과거에 비해 여실히 줄어들었음에도 한 사람만을 따돌리고 배제하는 형태의 가혹행위는 오히려 심해지는 추세다. 후각사회는 실제로 후각이 지배하는 사회를 의미하는 게 아니다. 일종의 상징이자 은유다. 후각사회란, 혐오와 열광이 설득과 토론을 대신한 사회다. 또한 맹렬하게 끓어오르다가도, 냄새에 코가 마비되듯 쉽게 잊어버리는 사회다. 무엇보다 그 사회는 실제 나지도 않는 냄새를 상상적으로 재현하며 확대재생산하는 사회다. 이런 감각의 변화들, 두렵고 불안해진다.
[중앙일보 칼럼-분수대/엄을순(문화미래이프 대표)-201503031화] '88한 청춘 할머니 운전 중'
운 전을 남편한테 배웠다. 1979년 미국 유학 시절. 운전 배우다 이혼한 부부 많다더니 불과 한 달 전 면허 딴 주제에 학생인 나를 인격적으로 마구 모욕해 길거리 실기수업 중에 운전대를 놓고 그만 나와버렸다. 운전학원을 알아보니 세 번 실습에 160달러. 그 당시 학교 아파트 월세 값이다. 아깝다. 그 돈도 벌 겸 새 마음으로 선생같이, 학생같이 다시 시작했다. “야, 너 뇌가 없냐? 갑자기 브레이크를 그렇게 밟으면 어떻게 해”하던 남편이 “브레이크를 그렇게 밟으면 위험합니다”로 바뀌었고, “한 달 전 딴 주제에 자긴 안 그랬냐?”하던 내 대답도 “네, 조심하겠습니다”로 변했다. 돈이 좋긴 참 좋더라. 돈 번다는 상상만으로도 둘 다 이렇게 공손해지니.
선생이 초짜라서 그런가. 결국 여덟 번 시험을 치른 끝에 면허증을 손에 쥐었다. 그 후 10여 년 동안 차 없으면 껌 한 통도 살 수 없는 외국에서 운전 덕분에 잘 살다가 서울로 완전 귀국했다. 그 뒤로 지금까지 한시도 운전대를 손에서 놓지 않았다. 셋집에서 자가용이 웬 말? 그게 바로 나다. 전세나 내 집이나 누우면 다 내 공간이 되지만 차는 없으면 장롱에 발이 묶인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제. 지난 10년간 노인 운전자 사고가 4배 넘게 늘었다는 기사를 봤다. 5년 뒤엔 나도 노인 운전자다. 그때도 가로수를 누비며 달릴 것만 같은데 통계가 그렇다니. 사고를 낸 70대 운전자들의 고백도 충격이다. ‘갑자기 시야가 뿌옇게 안 보여서, 발이 갑자기 움직이질 않아서’다. 나이 들면 순발력도 유연성도 떨어지는 건 자연스러운 현상.
5년만 지나면 베이비붐 베이비들이 다들 팔팔한 청춘 할머니·할아버지가 된다. 그들은 결코 운전을 포기하진 않을 거다.
차는 끌고 다니는 폭탄. 몸이 말을 안 들어서 행여 잘못 들이받으면 수십 명 살인도 가능하다. 면허 갱신할 때마다 검사랑 체크랑 꼼꼼히 하는 건 기본이고.
초보 운전자처럼 ‘차 뒤에 경고문 부착하기’를 의무화하면 어떨까. ‘어르신 운전 중’ 이런 칙칙한 말 말고 남들에게 매력적으로 어필할 수 있는, 그래서 붙이고 다녀도 운전자의 체면을 전혀 구기지 않는 그런 문구 말이다.
‘88한 할머니 운전 중. 조심 부탁해요, 젊은이들’ ‘마음은 청춘인데 몸이 잘 안 따라주는 할아버지 운전 중’. 뭐 이런 건 어떨까.
법을 통해 강제로 붙이게 하든지, 붙인 자에겐 차 보험료를 깎아주든지. 그러면 노인 운전 사고가 엄청 줄지 않을까 싶다.
[경향신문 칼럼-여적/신동호(논설위원)-20150331화] 서해갯벌국립공원
1984 년 2월 고 정주영 현대 명예회장이 서산 A지구 간척공사의 최종 물막이 작업에 대형 폐유조선을 동원한 이야기는 유명하다. 아무도 생각하지 못한 아이디어로 계획공기 45개월을 35개월이나 단축한 이 공법은 ‘정주영 신화’를 언급할 때 빠짐없이 등장하는 대목이다. 당시 언론의 관심과 찬사는 이른바 ‘정주영 공법’에만 있지 않았다. ‘바다를 막아 옥토(沃土)를 만드는’ 간척사업 자체에 대해서도 기대와 환영 일색이었다. 당시 서산간척사업 반대운동을 펼쳤던 최열 환경재단 대표는 “사람들은 국토가 넓어진다고 환호했다”고 회고했다.
2003 년 3월 전북 부안 새만금 해창갯벌에서 성직자를 필두로 주민·환경운동가 등이 삼보일배를 시작했다. 새만금간척사업 반대운동의 결정판으로, 서울까지 65일간 305㎞에 이르는 고난의 대장정이었다. 주민과 시민단체가 제기한 새만금 소송이 2006년 대법원에서 패소함에 따라 간척사업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지만 새만금 보호운동은 갯벌의 가치와 중요성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를 확산하는 계기가 되었다.
2014 년 12월 해양정책 분야의 최고 국제학술지 ‘해양-연안관리’는 ‘한국의 갯벌시스템: 에코시스템, 간척과 보호를 위한 노력’이라는 제목의 특별호를 발간했다. 특정 국가의 문제를 특별호로 다루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로서 한국 갯벌에 대한 세계 학계의 관심을 반영하는 사건이다. 고철환 서울대 명예교수가 2010년 학술지 측으로부터 한국 갯벌 특별호 발간 요청을 받고 편집인을 맡아 4년간 열정과 노력을 쏟아부은 결실이다.
서 해안 갯벌은 세계적이다. 양과 질 모든 면에서 세계 5대 갯벌이라는 게 고 교수의 주장이다. 남북한의 서해안과 중국 발해 연안을 포함한 황해 전체의 순 갯벌 면적은 1만2600㎢로 독일·덴마크·네덜란드 와덴해 갯벌의 4700㎢를 능가한다. 특별호는 서해안 갯벌에 대해 대규모 간척의 중단과 보전 전환, 생태계 단위의 보전을 제안한다. 강화 남단, 서천, 곰소만, 신안 갯벌 등 주요 갯벌에 대해서는 국립공원으로 지정해서 강도 높게 보호할 필요성도 제기하고 있다. 와덴해갯벌국립공원을 능가할 서해갯벌국립공원의 탄생을 꿈꿔본다.
[서울신문 칼럼-씨줄날줄/진경호(논설위원)-20150331화] 정동영의 궤적
정 동영씨의 서울 관악을 선거구 출마 선언으로 4·29 국회의원 보궐선거는 두 개의 전선(戰線)을 갖게 됐다. 여야의 대결 구도에 야 대(對) 야, 구체적으로는 야권의 17·18대 대통령선거 후보, 즉 정씨와 문재인 새정치연합 대표가 맞붙는 구도가 얹어진 것이다. 정부·여당 심판론에다 야당 심판론이 추가됐으니 임기 1년짜리 국회의원 4명을 선출하는 보궐선거치고는 그 정치적 의미가 사뭇 무거워졌다.
속 된 말로 잘나가는 방송 앵커였던 정씨가 1996년 15대 국회의원으로 정치에 입문한 뒤로 20년간 거친 정당은 8개에 이른다. 새정치국민회의, 새천년민주당, 열린우리당, 대통합민주신당, 민주당, 통합민주당, 새정치민주연합에다 최근 몸담은 ‘국민모임’까지…. 언뜻 ‘철새 정치인’으로 매도될 만큼 화려한(?) 이력이다. 물론 선거 때마다 간판을 바꿔 단 야당사(史)를 감안하면 풍성한 당력(黨歷)만으로 그를 매도할 수는 없다. 그러나 17대 대선 패배 후 과거 15·16대 총선에서 내리 전국 최다 득표의 영예를 안겨 준 전북 전주 덕진을 떠나 서울 동작을(2008년 18대 총선)과 다시 전주 덕진(2009년 4·29 재·보선), 서울 강남을(2012년 19대 총선), 서울 관악을 등으로 옮겨 다니며 부단히 국회의사당 문을 두드리는 모습에서 ‘정치적 낭인(人)’이 어른대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인 듯하다.
정 씨는 지난 1월 새정치연합을 탈당해 ‘국민모임’ 진영에 합류하면서 ‘진정한 진보정당 건설’을 표방했다. 지금의 새정치연합이 어정쩡한 ‘우클릭’으로 진보의 가치를 외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과거 자신이 주도했고 의장까지 맡았던 열린우리당을 박차고 나와 2007년 8월 세운 대통합민주신당의 창당 명분이 다름 아닌 ‘중도개혁세력의 대통합’이었음을 기억한다면 이는 설득력이 떨어진다.
새 천년민주당 탈당과 열린우리당 합류, 열린우리당 탈당과 대통합민주신당 합류, 새정치연합 탈당과 국민모임 합류로 이어지는 정씨의 궤적에 담긴 함의는 결국 두 가지로 정리될 듯하다. ‘배반의 정치’와 ‘친노의 배타성’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에게 발탁돼 정치에 입문했으나 이후 동교동계를 중심으로 한 호남 민주화 세력을 밀어내고는 열린우리당을 만들어 친노로 상징되는 영남 민주화 세력과 손을 잡았고, 17대 대선의 패장이 된 뒤로 이들에게서마저 밀려나고는 국민모임 후보로 변신해 ‘호남 정신’을 강조하는 그를 두고 ‘배반의 정치’라는 비판은 근거가 충분해 보인다.
그 러나 문재인 대표를 비롯해 새정치연합 친노 주류 세력이 눈을 부릅떠야 할 대상은 스스로의 배타성일 것이다. 정씨의 도발이나 고 김근태 의원의 좌절, 손학규 전 대표의 정계 은퇴도 따지고 보면 친노 진영의 ‘뺄셈정치’에서 비롯됐다. 내년 4월 총선에서 맞붙게 될 친노의 상대는 새누리당이 아닐지도 모른다.
[한국경제신문 칼럼-천자 칼럼/권영설(논설위원)-20150331화] 마늘과 쑥
문 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 덕분에 오랜만에 삼국유사를 다시 찾아보게 됐다. 그가 새정련의 개혁을 얘기하면서 웅녀(熊女) 얘기를 인용했기 때문이다. 문 대표는 지난 29일 대표 취임 50일기념 기자간담회에서 “단군신화에서 곰이 100일간 마늘과 쑥을 먹고 사람으로 변했지 않나. 우리 당도 앞으로 50일을 더 먹어야 제대로 변화된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왜 하필 곰 얘기를 했을까. 삼국유사에 나오는 관련 대목은 정확히 이렇다.
“이 에 환웅이 신령한 쑥 한 심지와 마늘 스무 개를 주면서 말하기를, 너희들이 그것을 먹고, 백일 동안 햇빛을 보지 않으면, 그때 인간의 모습을 얻을 것이라(爾輩食之 不見日光百日 便得人形). 곰과 호랑이는 그것을 받아서 먹었다. 삼칠일을 참아내자, 곰은 여자의 몸을 얻었다. 호랑이는 참아내지 못하고 결국 인간의 몸을 얻지 못했다.”
자 세히 읽어봐도 특별히 이 신화로 전할 메시지는 없어 보인다. 삼국유사 이 부분에 대한 해석은 여러가지다. 가장 일반적인 것이 단군의 모계혈통이 곰을 토템으로 하는 부족으로, 호랑이를 토템으로 하는 부족과의 경쟁에서 이긴 것을 뜻한다는 것이다. 또 우리 민족이 어려움을 이겨내는 끈기의 덕성을 더 높은 가치로 본다는 해석을 하는 이들도 있다.
문 대표는 새정련의 변화가 매운 마늘과 쓴 쑥을 먹는, 즉 신고(辛苦)의 과정을 겪고 있다고 말하고 싶었던 모양이다. “새누리당은 빠르게 변화하고 우리 당은 정체해 있다” “당원 평균 연령이 58세라니, 늙은 정당”이라고 부연설명한 대목을 보면 그의 절박한 심정이 느껴진다.
그 러니까 문 대표는 새정련을 이전과는 전혀 다른 정당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지난 50일간 성과가 적었지만 다시 50일만 더 기다려달라는 요청을 웅녀 얘기를 빌려 전하고 싶었던 것이다. 그러나 그런 의도였더라도 웅녀 메시지는 잘못된 선택인 것 같다. “인간이 아직 되지 못한 정당이었냐”는 비아냥이 벌써 나온다. 굳이 결정적인 실수를 잡으라면 디테일이다. 원래 환웅은 100일간 햇빛을 보지 말라고 했을 뿐 실제 웅녀가 사람이 된 것은 삼칠일, 즉 21일 만이었다. 물론 흠을 잡아보자는 차원의 얘기다.
두고두고 인용될 만한 메시지를 갈고 다듬어 적재적소에서 터트려도 국민의 마음을 잡기 어렵다. 권력에 대한 열망이 읽힌다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그런 레토릭보다는 이념적 정체성을 명백히하는 것이 진정한 정치인의 길이지 싶다.
[서울경제신문 칼럼-만파식적/임석훈(논설위원)-20150331화] 컨테이너의 변신
1956 년 4월26일 미국 뉴저지주 뉴어크의 항구. 커다란 몸집의 철제박스가 배에 실리자 지켜보던 사람들의 얼굴에 환한 미소가 번졌다. 더 이상 배에 선적하는 과정에 물건이 없어지거나 부서지는 불상사가 벌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안도감이었다. 화물 운송역사에서 컨테이너의 등장으로 물류혁명이 시작된 순간이다. 당시 미국에서 물건을 배에 선적하는 데 드는 돈은 톤당 5.86달러. 그러나 컨테이너를 도입하면서 16센트로 뚝 떨어졌다. 인부가 필요 없어지고 시간도 크게 단축된 덕분이다.
우 리나라에 컨테이너선이 첫선을 보인 것은 1972년. 인왕호가 한일 항로를 오갔다. 5년 뒤 전용선사인 한진해운 창립을 계기로 컨테이너를 가득 실은 배가 오대양 육대주를 누비면서 무역패턴이 바뀌고 산업구조도 고도화의 길로 들어선다. 물동량이 급속히 늘어나 1995년에 부산항은 세계 5대 컨테이너 항구로 올라섰다.
2013 년 기준으로 전 세계에서 사용된 컨테이너는 20피트짜리로 계산하면 1억1,600만개, 운반된 상품의 가치만도 6조5,000억달러에 달한다. 선사들에 컨테이너는 어려울 때 요긴한 자산이 되기도 한다. 2년 전 경영사정이 어려워진 현대상선은 컨테이너 7만1,700여개를 팔아 1,800억원을 확보한 바 있다.
컨 테이너 상용화는 무엇보다 짐 꾸리기 편하고 운반·보관이 쉽기 때문이다. 이런 장점 탓에 쓰임새가 다양해져 요즘에는 컨테이너로 만든 사무실·창고·주택·경비실 등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세계적으로 컨테이너 수요가 급증해 주문제작이나 임대·대여하는 업체는 활황을 누리고 있다고 한다.
방 산비리에 연루돼 구속된 이규태 일광공영 회장이 1톤이나 되는 자료를 대여업체에서 빌린 컨테이너에 숨겨놓았다가 발각됐다. 비밀 열쇠까지 만들어 컨테이너를 금고처럼 사용한 것을 보면 감춰야 할 비리가 많은 모양이다. 물류혁명을 이끈 컨테이너가 범죄 서류 은닉에까지 이용되다니 그 다용도가 놀라울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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