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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러두기 : 이 자료는 교육용으로 쓰기 위해 편집한 것이며 상업적 목적은 일절 없습니다. 선정된 사설의 정치적 성향은 본인의 성향과는 무관함을 알려 드립니다. 사 설은 각 신문사의 정치적인 입장을 대변하기 때문에 글의 논거 자체를 찾아서 읽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비판적인 입장에서 상대방 논거의 문제점을 찾아보는 작업도 함께 해 본다면 당신은 한 쟁점에 대해 다각적인 사고를 형성할 수 있을 것입니다.

 

* 오늘의 주요 이슈

 

■ 해외자원개발사업 진상 규명의 필요성

■ 노사정위 파행

 

*오늘의 주요 신문사설&칼럼

 

■ 해외자원개발사업 진상 규명의 필요성

 

[한국일보 사설-2010406월] 여야, 자원외교 진상 규명 기회 살려야

 

국회 해외자원개발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특위 활동 시한이 내일이다. 그런데도 여야가 청문회 증인채택 이견으로 단 한 차례의 청문회도 못 연 채 100일을 허송하고 빈손으로 특위활동을 마감해야 할 상황이다. 여야 합의로 최대 25일까지 활동기간 연장이 가능하지만 증인채택을 둘러싼 의견 차가 워낙 커서 가능성이 크지 않다. 결국 소모적 정치공방으로 지새다 흐지부지되곤 했던 과거 국정조사의 수순을 그대로 밟고 있는 셈이다.

 

한국석유공사ㆍ한국가스공사ㆍ한국광물자원공사 등 공기업 3사가 2003년부터 벌여온 해외자원개발사업이 총체적 부실이었음은 감사원 조사에서도 확인됐다. 이 기간 116개 자원개발사업에 투자된 31조4,000억원 가운데 회수액은 4조6,000억원에 불과했다. 남은 26조8,000억원 가운데 회복이 어려운 손실금액만도 3조4,181억원에 이르고, 나머지 투자액도 회수 가능성이 낮다고 한다. 감사원은 경제성을 과다하게 평가해 터무니 없이 비싸게 사들이거나 충분한 투자재원 없는 단기 차입위주로 자금을 조달해 부채비율이 크게 높아졌다고 지적했다.

 

자원외교를 명분으로 저질러진 비리와 불법행위는 검찰 수사와 감사원의 해외 현장감사 등을 통해 철저히 규명되어 마땅하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자원외교 추진과정의 무리수와 정책판단 잘못 등은 국회 국정조사 특위 활동을 통해 차분하게 따져볼 필요가 있다. 이명박 정부 시절 정권 차원에서 추진된 해외자원개발이 주로 문제지만 노무현 정부 때도 해외 유전개발 등을 놓고 논란이 적지 않았다. 전ㆍ현 정권과 여야를 떠나 해외자원개발사업의 문제점을 파악하고 교훈을 얻기 위해 머리를 맞대야 할 이유다.

 

여야가 정파적 고려에서 한 발씩만 물러난다면 청문회 증인 채택 등에 합의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야당은 현재 이명박 전 대통령과 형 이상득 전 의원, 지식경제부장관을 지낸 최경환 경제부총리, 박영준 전 지경부 차관, 지경부 1차관을 지낸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장관 등 ‘5인방’의 증인 채택을 고집하고 있다. 하지만 망신 주기나 정치 공세에 매달리려는 게 아니라면 증인 채택 문제에 보다 유연하게 접근해야 한다. 청문회에서 호통치고 망신 주기에 열을 올리는 것만으로 국민으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 때도 됐다.

 

유능한 경제정당으로 변신하겠다는 야당이라면, 청문회에 임하는 자세도 달라져야 한다. 여당도 야당의 무리한 주장을 핑계로 청문회를 회피하려는 꼼수를 부리려다가는 국민 여론의 역풍을 피해가기 어렵다. 여야는 이쯤에서 증인채택 실랑이를 끝내고 특위 활동시한을 연장해 모처럼 마련된 해외자원개발 진상 규명 기회를 되살리기 바란다.

 

 

[한겨레신문 사설-20150406월] 감사원 발표로 더욱 필요해진 ‘자원 국정조사’

 

감사원이 3일 발표한 해외자원개발사업 감사 결과는 이명박 정부가 내세웠던 ‘자원외교’의 민낯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부실을 예상하긴 했으나 감사원이 밝힌 실상은 예상을 뛰어넘는다. 특별한 대책을 세우지 않으면 앞으로 수십조원을 더 손해 볼 수 있으리란 전망에선 말문이 막힐 정도다. 현실이 이런데도 행정부를 감시·견제해야 할 국회에선 자원외교 국정조사를 종료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으니 참으로 가당치 않다.

 

감사원의 발표를 보면, 2003년 이후 석유·가스·광물자원공사가 해외자원개발에 투자한 액수는 31조4천억원이며 앞으로 34조3천억원을 더 투자해야 하지만 투자금 회수 전망은 극히 불투명하다고 한다. 특히 눈에 띄는 부분은 투자가 대부분 이명박 정부에서 이뤄졌다는 점이다. 31조4천억원 가운데 노무현 정부 시절 투자분은 3조3천억원이며, 나머지 27조여원은 이명박 정부에서 투자됐다고 감사원은 밝혔다. 이는 국회의 자원외교 국정조사를 파행으로 치닫게 한 핵심 쟁점인 ‘청문회 증인’ 문제에서, 여당인 새누리당 주장이 얼마나 엉터리인지를 보여준다.

 

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은 자원외교를 국가사업으로 추진한 이명박 전 대통령과 그의 형인 이상득 전 의원, 지식경제부 장관을 지낸 최경환 경제부총리 등을 청문회 증인으로 채택해야 한다고 주장한 반면, 새누리당은 노무현 정부 시절부터 해외자원개발을 해왔으므로 당시 비서실장이었던 문재인 새정치연합 대표도 증인으로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감사원 발표를 보면, 해외자원개발 실패의 주범이 이명박 정부임이 분명히 드러난다. 그런데도 증인 공방을 이유로 7일 종료되는 국정조사의 시한 연장을 거부하는 것은 국회의 기본 임무를 방기하는 일이다. 지금 논란이 되는 학교 무상급식에 드는 재정이 연 2조원 정도라고 한다. 그 열 배가 넘는 돈을 허공에 날려버린 정부를 그냥 눈감아준다면 도대체 국회가 존재할 이유는 무엇인가.

 

이명박 정부가 날린 수십조원의 공기업 투자액은 결국 국민 세금으로 메울 수밖에 없다. 새누리당 의원들에겐 국민보다 전직 대통령과 그의 측근들이 더 중요한지 묻고 싶다. 새누리당은 지금이라도 태도를 바꿔, 자원외교 국조를 연장하고 증인 채택에 성역을 두지 말아야 한다. 국민의 피 같은 돈이 더는 밑 빠진 독에 투입되지 않도록 대책을 세우는 데 국회가 앞장서야 한다. 그게 국회의원들이 해야 할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책무다.

 

 

[중앙일보 사설-20150406월] 정권 눈치나 보면서 뒷북치는 감사원

 

감사원이 3일 석유·가스·광물자원공사가 2003년 이후 벌인 31조원 규모의 116개 해외 자원 사업에 대해 “투자금 회수가 불투명해진 상황”이라고 밝혔다. 특히 3개 공기업의 해외 투자는 노무현 정부 때 3조3000억원에서 이명박 정부 때 27조원으로 8배나 늘었다. 사정기관의 칼날이 전 정권 인사들에게 향하게 될 가능성이 커진 셈이다.

 

  이명박 정부 시절 자원외교가 권력 실세들의 개입과 묻지마 식 투자로 대형사고를 낼 우려가 컸다는 걸 모르는 국민은 없다. 문제는 당시엔 팔짱만 끼고 있던 감사원이 왜 돌연 뒷북을 치고 나왔느냐는 것이다. 석유공사의 캐나다 하베스트사 인수가 대표적이다. 감사원은 석유공사가 2009년 하베스트를 인수하면서 자회사인 정유공장을 비싸게 사들여 1조3371억원의 손실을 봤다고 했다. 그러면서 강영원 당시 석유공사 사장을 검찰에 고발하고 정부에 3000억원의 배상소송을 걸라고 통보하는 초강수를 뒀다.

 

  이런 의혹은 이명박 정부 때부터 끊임없이 제기돼온 것이다. 그러나 당시 감사원은 “국내 공기업의 브랜드 가치를 제고시켰다”고 오히려 석유공사 손을 들어줬다. 자회사 인수에 대해서도 “지식경제부의 방침을 받아 처리한 것”이라며 넘어갔다. 그러다 정권이 바뀌고 자원외교가 도마에 오르자 태도를 180도 뒤집은 것이다. 4대강 사업을 놓고 이명박 정부 시절 “특별한 문제점을 발견할 수 없다”고 했다가 박근혜 정부가 들어서자 “총체적으로 부실한 사업”이라고 말을 바꾼 것과 너무나 흡사하다.

 

  그밖에도 이번 감사에선 석연치 않은 대목이 많다. 이명박 정부의 자원외교를 주도한 이상득 전 의원·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 등이 무리하게 개입한 정황은 없었는지 밝혀내는 게 감사의 핵심 가운데 하나가 됐어야 했다. 하지만 감사원 발표에서 이런 내용은 쏙 빠졌다. 감사원은 또 회수가 불투명한 투자액 가운데 가스공사의 이라크 서부 아카스 사업(3조원)을 포함시켰다. 하지만 가스공사는 지난해부터 IS(이슬람국가) 사태로 이라크 신규투자를 동결한 상태라고 한다. 감사원이 자원외교의 문제점을 부각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수치를 부풀렸다면 안 될 말이다.

 

  감사원이 지난주 70여 개 지방자치단체를 대상으로 특별감사에 들어간 것도 석연치 않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월 “지방재정 실태 점검이 필요하다”고 밝힌 데 이어 이완구 국무총리가 지난달 12일 ‘부패와의 전쟁’ 담화를 발표한 직후 감사에 착수했기 때문이다. 감사 대상엔 박원순 서울시장·안희정 충남지사 등 대선 후보로 거명되는 야당 인사들도 많다. 정권 입맛에 맞춘 ‘표적감사’ 아니냐는 의혹을 받을 수 있는 대목이다.

 

  감사원은 국가의 최고 감사 기관이고, 상시(常時) 감사 기관이다. 3개 공기업이 날린 돈은 감사원이 전 정권 시절 지금처럼만 눈을 부릅뜨고 감시했다면 액수가 크게 줄어들었을 것이다. 감사원이 권력과 시류의 눈치를 보며 뒷북 감사를 하는 대신 오로지 법과 원칙에 따라 소임을 다할 때 정부도, 공기업도, 대한민국도 바로 설 수 있다.

 

 

[서울신문 사설-20150406월] 31조원 투입된 자원개발, 옥석 가려 손실 줄여야

이명박 정부의 대표적인 실정(失政) 가운데 하나로 지탄을 받는 해외자원 개발사업에 대한 감사원의 1차 감사 결과가 지난 주말에 나왔다. 에너지 공기업인 한국석유공사, 한국가스공사, 한국광물자원공사가 자원개발에 투자한 돈은 31조 4000억원이나 되는데 겨우 4조 6000억원만 회수했다는 것이다. 나머지 27조원은 회수 여부가 불투명하다는 말인데 더욱 기가 찬 것은 앞으로 사업을 포기하지 않으려면 무려 34조 3000억원을 더 투자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다. 이럴 수도 없고, 저럴 수도 없는 상황이다.

 

이런 어처구니없는 결과는 대통령의 독려에 발맞추기 위해 공기업들이 실적 경쟁에 매달렸기 때문이다. 임기만 채우면 되는 공기업 사장들은 해외자원의 실체를 제대로 파악하지도 않고 빚을 내 마구 사들였다. 목표를 채우려고 매장량이나 수익률을 부풀려서 비싼 값에 매수하기도 했다. 그러고는 사업이 어떻게 되는지 상관도 없다는 듯 떠나버렸다. 참으로 한심하고 무책임한 경영자들이다. 민간기업이라면 과연 이런 무분별한 투자를 했을까.

 

에너지원을 확보하기 위한 세계 각국의 경쟁이 치열해 해외자원 개발은 이명박 정부 이전부터 해 왔던 사업이다. 산업을 굴러가게 할 동력을 일찌감치 선점하는 것은 현 정부도 게을리해서는 안 될 국가적 과업이기도 하다. 세계 1위의 경제 대국을 눈앞에 둔 중국이 우리보다 한발 빠르게 움직여 아프리카나 남아메리카의 자원을 싹쓸이하다시피 해 온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렇다고 해서 중국에 뒤지지 않으려고 앞뒤 가리지 않고 마구잡이로 사들이라는 말은 물론 아니었다. 비용 대비 효과를 철저하게 분석해서 가치가 뛰어난 자원은 과감하게 사들이고 그렇지 않다면 포기했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

 

31조원이라는 투자금이 대부분 차입금이고 앞으로 그만 한 돈을 더 퍼부어야만 사업을 이끌어갈 수 있다는 현실은 더욱 절망적이다. 그렇다고 해서 한탄만 하고 여기서 그만둘 수도 없는 노릇이다.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통해 사업을 재편성해야 한다. 수익성이 없는 사업은 신중한 논의를 거쳐 정리하는 결단도 필요하다. 그래도 희망이 보이는 사업은 투자비용을 최대한 줄여서 경제성을 확보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옥석(玉石)을 가려 내야 한다. 문제가 있다고 해서, 희망이 보이는 사업을 헐값에 처분해서는 안 된다. 이익을 보지 못한다면 손실을 줄일 길을 다각도로 찾는 게 지금부터 할 일이다.

 

세 공기업은 자원개발에 매진하는 와중에 부채가 많게는 20조원까지 늘었다. 빚더미에 있으면서도 가스공사의 평균 연봉은 8000만원이 넘는다. 직원들이 무슨 죄가 있느냐고 할 수 있겠지만 신용등급 추락, 나아가 공기업 부도라는 비극에 이르지 않으려면 임금과 복지 혜택을 줄이는 등 허리띠를 졸라매야 한다. 현실이 이런데도 이 전 대통령은 자원외교에 대해 발뺌과 해명에만 급급하고 있다. 국가와 국민에게 큰 부담을 주고 있는 자원외교의 진상을 규명하기 위해 자원외교에 관한 국회의 국정조사부터 조속히 정상화돼야 한다. 책임자와 관련자에 대한 처벌은 과오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 노사정위 파행

 

[한국일보 사설-20150403금] 정부에 일차적 책임 있는 노사정위 파행

 

노동 개혁을 위한 노사정 대화가 중단됐다. 애초 정한 활동 마감시한(3월31일)을 넘긴 ‘노동시장 구조개선 특별위원회’는 결렬 위기에 처했다. 한국노총이 3일 “정부와 경영계의 전향적인 자세 변화가 없으면 회의 참석이 무의미하다”고 선언한 뒤 김대환 노사정위원장이 추가 논의 가능성을 열어두긴 했으나, 대화의 물꼬는 꽉 막힌 상태다.

 

노사정이 지난해 9월부터 6개월 동안 머리를 맞대왔음에도 현재까지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건 아쉽다. 사정이 이렇게 된 데는 노동시장 개혁의 논의 방향을 처음부터 한쪽으로 정해버린 정부에 일차적 책임이 있다. 정부는 지난해 11월 발표한 ‘2015년 경제정책방향’에서 “정규직 일반해고 요건 완화”를 처음 입에 올린 것을 비롯해, 기회가 있을 때마다 ‘쉬운 해고’를 내용으로 하는 노동시장 유연화가 노동시장 개혁의 큰 그림인 양 강하게 밀어붙였다. 박근혜 대통령이 1월 “노동시장 개혁이 4대 국정과제 중 하나”라고 언급한 배경에도, 노동시장 개혁이란 곧 ‘과보호되고 있는’ 정규직의 특권을 줄이는 것이라는 편향된 인식이 그대로 녹아 있다. 이렇다 보니 한국노총의 불참 선언 이후에도 정부가 해고 및 취업규칙 가이드라인 등 기본입장을 굽히지 않는 것을 두고, 노동계는 통상임금, 근로시간 단축 등 기타 쟁점에서 자신들을 더욱 압박하려는 의도가 숨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의 눈길을 거두지 않는다.

 

이런 정부의 인식은 현실과 거꾸로 가는 처방이라는 이유로도 비판받아 마땅하다. 정부나 사쪽은 외국의 노사 대타협 사례를 자주 입에 올리는데, 이는 대부분 노조의 임금인상 요구가 물가 압박 요인으로 작용하던 시절의 이야기다. 이에 반해 지금은 정부가 나서서 기업들에 임금 인상을 주문할 만큼 정부가 스스로 디플레이션 우려를 거두지 않는 상황 아닌가. 필연적으로 임금 삭감과 소득 감소를 가져오기 마련인 노동시장 유연화는 이 시대의 노동시장 개혁과는 어울리지 않는, 첫 단추를 잘못 끼운 처방이다.

 

노동시장 개혁의 올바른 방향은 정규직과 비정규직, 대기업과 중소기업으로 나뉜 이중구조를 깨는 데 있다. 그런 점에서 현재 노사정 논의의 틀은 중소기업·비정규직의 이해를 충분히 담아내는 데 한계가 뚜렷했다. 한국노총의 완강한 행태를 두고 정규직 노조의 특권 지키기라는 일부의 따가운 시선이 있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최저임금 인상, 임금피크제 및 임금체계 개편 등 다양한 형태의 대화 없이는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한국경제신문 사설-20150406월] 노사정위가 노동개혁 볼모되는 이런 상황

 

결국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이 판을 깨고 나왔다. 한국노총은 지난 3일 소위 5대 수용불가 사항을 철회하지 않으면 노·사·정 대표자회의에 참석하지 않겠다며 조건부 불참 방침을 밝혔다. 말이 조건부 불참이지 사실상 빠지겠다는 얘기다. 한국노총이 철회를 요구한 일반해고 및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요건 완화 등 5개 사항은 정부나 경영계가 현실적으로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다. 아니 노동개혁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다. 따라서 노동시장 구조개혁을 위한 노·사·정 대표자회의는 결렬 수순을 밟을 것이 유력하다.

 

노·사·정 합의를 통한 노동개혁은 애초 기대하기 어려운 구조였다. 개혁의 대상인 기득권 노조가 개혁의 주체가 돼 한발짝도 물러서지 못하겠다는데 그 어떤 개혁이 가능하겠나. 노조 조직률이 10%를 겨우 넘기는 상황에서 대표성 자체가 의문시되는 ‘철밥통 노조’와의 협상은 처음부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 설사 대타협을 이룬다 해도 모양새만 갖추기 위한 총론적 선언적 수준에 그쳤을 가능성이 높다.

 

사회적 합의라는 틀 역시 한계를 드러내고 말았다. 독일의 하르츠개혁, 네덜란드의 바세나르협약 등을 모범사례 삼아 노사정위원회가 노동개혁 대타협을 시도했지만 현실과는 너무나 거리가 있었다. 이번 노·사·정 협상이나 공무원연금 개혁에서 보듯이 우리 사회는 아직 사회적 대화를 통한 개혁을 이뤄낼 역량이 너무 부족하다. 지루한 협상은 노동개혁에 대한 의구심만 높여놨다. 개혁 성과에 실낱같은 희망을 품었던 실업자 비정규직 등 노동시장 약자들은 이번에도 텅 빈 가슴만 쓸어내리고 있다.

 

하지만 노동개혁은 더 미루기 어렵다. 무엇보다 비정규직과 고용 유연성, 정년연장, 통상임금 등의 문제는 저성장 국면에 본격 접어든 우리 경제가 어떻게든 해결하지 않으면 안 된다. 아무런 준비도 없이 덜컥 정년연장만 법제화해 놓고 임금피크제 같은 뒤처리는 나몰라라 하는 정치권에 기대할 것도 없다는 게 본질적인 문제다. 노사의 극적 합의가 거의 불가능하다면 정부라도 적극 나서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 지금처럼 아무도 고양이 목에 방울은 달지 않겠다는 식이라면 이번에도 노동개혁은 물 건너갈 게 뻔하다.

 

 

■ 그 밖의 주요 신문사설

 

[한국일보 사설-20150406월] 적극적으로 세월호 인양에 나설 때다

 

국민 77%가 세월호 선체 인양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일보가 코리아리서치에 의뢰해 전국 19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세월호 1주기 국민 여론조사’에서 772명(77.2%)이 ‘세월호 선체 인양에 찬성한다’고 응답했다. 올 초 한국갤럽 설문조사에서 61%가 찬성 입장을 밝힌 데 비해 15% 포인트 이상 인양 의견이 늘어난 결과다. 인양에 찬성하는 이유로는 ‘진상규명을 위해’ ‘유족들이 원하고 있어서’ ‘역사의 교훈으로 남기기 위해’ 등의 순으로 응답이 많았다. 찬성 의견은 40대 이하에서는 80%를 넘었고, 50ㆍ60대에서도 각각 68.6, 69.8%에 달했다.

 

이번 여론조사 결과는 세월호 선체 인양이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임을 일깨운다.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들은 휴일인 어제도 특별법 시행령 폐기와 세월호 선체 인양을 촉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조속한 진상규명을 위해서는 선체 인양 이외의 방안이 없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유가족과 국민 다수의 뜻이 이렇다면 우선 그에 따르는 게 낫다.

 

정부는 세월호 인양 문제를 검토한 특별팀의 최종보고서가 이달 말이나 돼야 나온다는 이유로 선체 인양 여부 결정은 5월은 돼야 결정할 수 있다고 밝혀왔다. 기술적 문제가 주된 걸림돌이 되고 있는 모양이다. 무게가 1만1,000톤(물속 9,000톤)에 이르는 세월호를 절단하지 않고는 곧바로 인양하기 어려운 데다 자칫 인양 과정에서 제대로 무게중심을 잡지 못할 경우 쏠림 현상이 발생할 가능성, 날씨와 조류 문제 등의 자연 조건이 어느 것 하나 쉽지 않다고 한다. 그러나 기술적 문제는 유가족과 국민 다수의 뜻에 무조건 따르겠다는 각오만 서면 어떻게든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최대 3,000억원에 이를 비용 문제도 제기된다. 그러나 아직 제대로 산출되지 않은 참사 이후의 각종 대응 비용과 논란 장기화에 따른 경제심리 위축 등의 비용에 비해 결코 크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애써 선체 인양의 실익을 따질 것도 아니다. 유가족과 국민 다수가 필요로 하는 것은 참사로 겪은 ‘심리적 외상’의 치유다. 안전한 인양작업에 만전을 기할 수만 있다면, 인양 이후 특별한 성과가 없더라도 유가족과 국민의 상한 마음은 많이 나아질 수 있다. 당장 인양 여부를 둘러싼 사회적 논란으로 우리 사회에 새로운 갈등의 골이 생기는 것을 막는 것만도 값어치가 있다. 세월호 참사 이래 사회적 갈등의 골이 더욱 깊게 한 ‘세월호 논란’을 하루 빨리 잠재우기 위해서라도 조속한 결단이 필요하다. 정부가 적극적 인양 방침을 세우고 기술적 대책 마련을 서두르길 촉구한다.

 

 

[한국일보 사설-20150406월] 가계부채, ‘땜질 처방’ 아닌 근본대책 필요

 

안심전환대출 등 금융당국의 부분적 부채 구조조정 시도에도 불구하고 가계부채의 전반적 위험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택담보대출(주택대출) 규제완화에 저금리가 맞물려 지난해 하반기 이래 부채 총량이 급증, 위험 관리책만으로 위험요인 확대를 감당하기에 역부족인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30대 주택대출 급증세만 해도 그렇다. 어제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ㆍ신한ㆍ우리ㆍ하나 등 4대 시중은행의 주택대출 가운데 39세 이하 대출잔액이 지난해 2월 44조4,000억원에서 올 2월 54조8,000억원으로 1년 새 23.6%나 늘었다. 이는 40대 주택대출 잔액 증가율 11.6%는 물론, 50대(7.9%)와 60대 이상(7.7%)을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부동산 시장에서는 30대가 주택 구매의 주력으로 등장하고 있다고 반색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전세난에 쫓긴 30대의 ‘빚 내서 집 사기’는 가처분소득 감소는 물론, 앞으로 예상되는 금리 상승 때는 적잖은 위험요인이 되리라는 우려가 만만찮다.

 

정부는 국내 가계부채가 아직은 ‘관리 가능한 수준’이라는 입장이다. 위험 ‘취약 고리’가 있긴 하지만, 지난해 기준 전체 부채의 70% 가량이 소득 상위 40%에 집중돼 있고, 고정금리 및 비거치식 분할상환 대출도 각각 25% 내외에 이를 정도로 건전하다는 게 근거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대부분 “현 가계부채는 가까스로 유지되는 부동산 경기와 저금리라는 두 축에 의해 지탱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두 축 중 하나만 흔들려도 매우 심각한 국면으로 접어들 것”이라는 우려를 감추지 않는다.

 

전반적 위험은 차치하고라도, 가계부채 ‘취약 고리’가 점점 악화하고 있는 것이 더 큰 문제라는 지적도 잇따른다. 정부는 주택대출 규제완화로 비은행금융권의 고금리 가계부채 일부가 저금리 은행권으로 전환되는 부채 구조조정 효과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최재성 새정치연합 의원에 따르면 연소득 3,000만원 이하 저소득 계층의 경우, 주택대출 규제완화가 이루어진 지난해 8월 이후 은행권은 물론 비은행금융권의 대출도 함께 증가해 취약계층의 부채상황이 오히려 악화했다고 볼 수밖에 없게 됐다.

 

물론 정부 역시 ‘취약 고리’를 감안한 가계부채 관리대책을 외면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안심전환대출 마감 후 “서민금융에 역량을 집중하겠다”며 미소금융이나 햇살론 등 취약계층 대상 정책금융의 개편 방침을 시사했다. 하지만 가계부채 대책이 부동산 부양책의 후순위로 떠밀려 지금의 가계부채 증가세가 지속되는 한 전반적 위험관리는 표류하기 쉽다. ‘땜질 처방’을 넘는 근본적 정책전환이 검토돼야 할 이유다.

 

 

[한겨레신문 사설-2010406월] ‘이란 핵 합의’ 이후 한국의 ‘북핵 외교’

 

역사적인 ‘이란 핵 합의’ 이후 북핵 문제가 자연스럽게 국제적인 관심사로 부각되고 있다. 미국 국무부는 이란 핵 협상이 타결된 뒤 “이란과 북한은 매우 다른 사안”이라고 밝혔지만, 이란 핵 문제와 북핵 문제를 연결짓는 질문과 답변이 공개적으로 오가는 것 자체가 두 문제의 상관성을 잘 보여준다.

 

물론 이란 핵과 북한 핵 문제는 두 가지 점에서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이란은 핵무기를 아직 개발하지 않은 상태이지만, 북한은 이미 세 차례의 핵실험을 통해 일정 수준의 핵무기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는 것이 가장 큰 차이다. 또 이란은 원유 수출 제한 등 외부 세계의 경제제재가 큰 효과를 발휘하는 상대적 개방사회인 반면, 북한은 외부 세계의 경제제재에 그다지 영향을 받지 않는 폐쇄 경제체제다.

 

그러나 난해한 핵 문제를 협상 관련국들이 서로 주고받기를 통해 외교적으로 풀어냈다는 점은 2008년 12월 마지막 6자회담 이후 6년 넘게 교착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북핵 협상에도 큰 교훈을 준다. 북한이 이미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을 것이라는 난관이 있다고는 하지만, 이란 핵 협상에서 미국의 동맹국인 이스라엘과 사우디아라비아의 강력한 반발은 그보다 덜하다고 할 수 없다.

 

문제는 협상 의지가 가장 중요한 관건인데, 지금 미국은 북핵 문제에 이란 핵협상에서 보인 것만큼의 의지와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 마리 하프 미 국무부 대변인 대행이 밝혔듯이, 북한의 진정성 있고 신뢰할 수 있는 완전한 비핵화 의지가 대화 재개의 선행조건임을 되풀이하고 있다. 따라서 당분간 미국 쪽에서 북핵 해결이나 북핵 해결을 위한 대화 재개의 동력을 찾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이런 점에서 북한 핵 문제와 관련해 가장 큰 곤경을 겪고 있는 우리의 노력이 매우 중요하다. 최근 미국과 중국 사이에 끼여 곤경을 겪고 있는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도입도 남북 사이의 긴장이 완화된다면 쉽게 피해 갈 수 있는 사안이다.

 

하지만 이란 핵 합의 이후 우리 정부가 보이고 있는 태도는 실망스럽다. 이란 핵 합의를 북핵 문제 해결의 동력으로 삼으려는 어떤 의지나 움직임도 찾을 수 없다. 이런 태도로는 지난해 말부터 미·중·일·러를 발품 들여 찾아다니며 모색했던 6자회담 재개를 위한 ‘탐색적 대화’도 결실을 거두기 어렵다. 정부는 ‘내가 아니면 아무도 풀어줄 수 없다’는 자세로 북핵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야 할 때다.

 

 

[중앙일보 사설-20150406월] 화평법 손질 안 하면 통상마찰 빌미 줄 수도 있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국내에서 올 1월부터 시행 중인 ‘화학물질등록 및 평가 등에 관한 법률’(화평법)을 기술 분야의 대표적 무역장벽으로 규정했다. USTR은 지난 2일 공개한 ‘2015년 국가별 무역장벽 보고서’에서 화평법이 ‘민감한 기업정보를 유출시킬 수 있다”며 “이 같은 우려를 해소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 보고서는 USTR이 미국의 수출에 불리하다고 판단하는 각국의 보호무역 조치를 지적하는 것으로 매년 발간된다.

 

  국내 기업들은 그간 화평법을 대표적인 ‘과잉 규제’로 꼽아 왔다. 화평법은 기업들이 취급하는 모든 화학물질과 연간 1t 이상 제조·수입·판매하는 기존 화학물질에 대해 의무적으로 보고·등록하고 심사·평가를 받도록 하고 있다. 애초 유해물질 관리를 강화하기 위해 만든 법이지만 기업들은 등록비가 물질당 수백만~수억원이 드는 데다 기업 기술·기밀 정보까지 공개해야 하는 등 부담과 부작용이 크다며 문제점을 지적해 왔다.

 

  USTR이 공식적으로 이의를 제기함에 따라 통상 마찰이 생길 우려도 커졌다. 한국에서 공장을 운영하는 듀폰·다우케미컬 등이 화평법에 따라 피해를 봤다고 판단되면 미국 정부가 문제를 삼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미국 정부는 화평법에 대해 지속적으로 이의를 제기해왔다. 2011년 우리 정부가 법 제정 움직임을 보이자 무역 장벽으로 규정할 수 있다며 경고했고 2013·2014년 무역장벽 보고서에도 우려를 표명했다. 게다가 올해 보고서에는 “한국 환경부가 하위 규정을 만들면서 업계의 의견 수렴 기간을 충분히 주지 않았다”며 이 문제를 세계무역기구(WTO)에 통보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그런데도 산업통상자원부는 “당장 미국이 화평법을 걸고 넘어질 가능성은 작다”는 얘기만 하고 있다. 국내외 화학·제약 업체들은 한목소리로 화평법을 ‘반 시장 규제’로 규정하고 있다. 이런 규제를 첩첩이 쌓아놓고 무슨 기업 경쟁력을 말하고 규제 완화를 얘기할 수 있겠는가. 미국 정부와의 통상 마찰 여부를 떠나 이런 과잉 규제를 계속 끌고 가야 하는지 정부는 다시 생각해 봐야 한다.

 

 

 

[중앙일보 사설-20150406월] 김만복 전 국정원장의 경박한 처신

 

노무현 정권의 국가정보원장을 지낸 김만복씨가 송사(訟事)에 휘말렸다. 그는 2년 전부터 골프대학을 운영하는 학교재단의 감사와 그 대학의 총장대리를 지냈다. 그는 올해 학교 소유주 측을 횡령 등의 혐의로 고발했고 재단 측은 그를 사기·명예훼손·횡령 등으로 맞고소했다. 김씨는 소유주가 거금을 횡령했다고 주장한다. 재단 측은 김씨가 전직 국정원 간부들을 고용하고 과다 급여를 지급하기도 했다고 비난한다.

 

  어느 쪽 주장이 맞는지는 검찰 수사로 밝혀질 것이다. 그런데 이와는 상관없이 공익적 측면에서 문제가 되는 건 김씨의 처신이다. 김씨는 역대 국정원장 중에서도 특히 중요한 일을 담당한 인물이다. 노무현 정권이 들어서면서 국정원 내에 설치된 ‘과거사건 진상규명 발전위원회’의 간사를 지냈고 이를 바탕으로 해외담당 차장과 원장으로 승진했다. 원장 재임 시에는 2007년 8월 노무현 대통령의 특사로 두 차례 북한에 가서 남북정상회담을 교섭하기도 했다.

 

  국정원은 비밀정보기관이자 국가안보 중추기관이다. 그런 기관의 장을 지냈으면 퇴임 후에도 자신의 노출과 품격을 적절히 관리하는 신중함을 지녀야 한다. 선진국의 정보기관장들에게는 일종의 도덕적 의무로 이런 처신이 요구된다. 영국의 해외담당 정보기관 MI6의 기관장은 재임 중에도 신분이 노출되지 않는다. 퇴임 후에는 대개 조용한 지역에서 은둔한다고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너무 엄격한 제한은 어려울 것이다. 전직 정보기관장들에게도 직업 선택의 자유가 있기도 하다. 하지만 그 자유는 ‘신중한 노출’이라는 의무 속에 있어야 한다. 김씨는 재임 중에도 경박한 처신으로 구설에 올랐다. 2009년 아프가니스탄 탈레반 무장세력에게 한국의 선교단이 납치됐다. 한국은 돈을 지불하고 인질을 빼내야 했다. 이런 식의 구출은 그리 자랑할 게 못 된다. 그런데도 당시 김만복 원장은 아프가니스탄으로 날아가 웃는 얼굴로 홍보 사진을 찍었다. 국정원은 원장을 칭송하는 보도자료를 냈다.

 

 

[경향신문 사설-2010406월] 박상옥 청문회, 한국 민주주의 가치 지켜내야

 

박상옥 대법관 후보자가 내일 국회 인사청문회에 선다. 임명동의안이 제출된 지 70여일 만의 일이다.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을 축소·은폐한 검찰 수사팀의 일원이 사법정의와 인권옹호의 보루인 대법관이 되겠다고 나선 것 자체가 불행이다. 지금이라도 스스로 물러나기를 권고한다. 그러나 기어코 청문회에 나오겠다면 철저히 검증하는 수밖에 없다. 청문위원들은 오늘 이 땅의 민주주의가 박종철씨의 죽음에 큰 빚을 지고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1987년 2월 서울지검 수사팀은 박종철씨를 고문한 경찰관에게서 ‘공범이 3명 더 있다’는 진술을 확보하고도 2명만 기소한 채 사건을 덮었다. 검찰은 5월 천주교 정의구현전국사제단이 공범의 존재를 공개적으로 폭로한 뒤에야 2차 수사팀을 구성해 이들을 추가로 기소했다. 1·2차 수사에 모두 참여한 박 후보자는 “최선을 다해 수사했다. 외압이 있었는지는 알지 못했다”고 해명하고 있다. 특히 수사팀의 말석 검사로서 수사를 주도할 위치가 아니었고 권한도 없었다는 점을 강조해왔다.

 

하지만 ‘말석’이 면죄부의 필요충분조건일 수는 없다. 직급이나 임관시기와 관계없이 모든 검사는 공익의 대표자이다. 박 후보자가 외압을 알았건 몰랐건 최소한 부실수사를 한 정황은 분명해진 터다. 1차 수사기록을 분석한 박완주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박 후보자가 고문 경관 강모씨에게 7시간 동안 96차례 질문을 했지만 공범의 존재나 상급자 지시 여부는 묻지 않았다”고 밝혔다. 또한 “박 후보자가 기소 전날에야, 후일 공범으로 밝혀지는 반모·황모씨를 참고인으로 조사했다”며 “그러나 질문의 3분의 2가 박종철씨 연행시간에 대한 것일 만큼 형식적이었다”고 지적했다. 실제 재판기록 등을 보면, 1차 수사에서 박 후보자는 강씨를 상대로 ‘반모씨가 주범인데 왜 강씨가 주범으로 돼 있느냐’고 추궁하다 답변이 없자 그냥 넘어간 것으로 나온다. 강씨는 최근 ‘박 후보자 등 검사들이 박종철씨를 담당한 주무 경찰관이 누구인지조차 확인하지 않았다’고 증언한 바 있다.

 

박 후보자는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 이후에도, 무고한 시민을 물고문한 혐의로 입건된 경찰관을 불구속 처분했다. 최소한의 부끄러움도 자성도 없었다는 방증 아니겠는가. 과거에도 대법관 후보자가 임명동의 과정에서 개인비리 의혹 등으로 물의를 빚은 일은 있다. 그러나 박 후보자의 경우는 차원이 다른 사안이다. 폭력과 야만과 허위에 죽음으로 맞서 쟁취한 한국 민주주의의 가치와 직결된 문제다. 박 후보자가 대법원에 입성한다면 민주화에 헌신한 영령과 그 가족들을 대할 낯이 없게 될 것이다.

 

 

[경향신문 사설-20150406월] 일본은 한·일 관계를 개선할 의지가 없나

일본이 독도 영유권을 주장하는 교과서와 외교청서를 잇달아 발표한다. 일본 문부과학성은 오늘 ‘한국이 독도를 불법 점거하고 있다’는 내용이 담긴 중학교 교과서 검정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문부과학성이 지난해 1월 교과서 제작 지침인 학습지도요령 해설을 개정, 독도를 일본 고유의 영토로 명기토록 한 이래 첫 검정이다. 그동안 중학교 역사교과서는 독도 관련 내용을 거의 담지 않았으나 이번에는 독도 영유권을 강하게 주장하는 표현을 담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일본 외무성도 내일 발표하는 외교 백서인 외교청서에 ‘역사적 사실에 비춰봐도 국제법상으로도 명백한 일본 고유의 영토’라고 기술하는 내용을 포함할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일본은 해를 거듭할수록 독도 영유권 주장을 강화하고 있다. 일본 정부가 간여할 수 있는 모든 출판물에 독도 영유권 주장을 넣으려는 의도로 보인다. 그 때문에 일본이 겉으로 하는 말과 달리 실제로는 한국과의 관계 개선에 별 관심이 없는 것 아닌지 의심하게 된다. 올해는 일본 제국주의 침략으로 식민지가 된 한국이 해방된 지 70년, 한·일 국교를 정상화한 지 50년이 된다. 말하자면 일본이 한국에 어떤 존재였는지 한국인들이 새삼 되새기는 시기인 것이다. 일본은 1905년 2월 시마네현 고시를 독도 영유권 주장의 근거로 삼고 있다. 시마네현이 고시라는 행정절차로 독도를 편입했을 때는 이미 일본이 한국의 주권 상당 부분을 빼앗았을 때다. 이는 독도문제가 영유권 갈등 문제 이전에 일본의 한국침탈이라는 과거사 문제이기도 하다는 것을 말해준다. 그러므로 일본이 독도 영유권을 강조하면 할수록 과거사를 청산할 줄 모르는 일본의 한계가 더욱 부각될 수밖에 없다.

 

물론 한국인이 모두 과거로부터 비롯된 오래된 원한으로 일본을 대하는 것은 아니다. 협력과 교류를 통해 양국에 이익이 되는 관계로 발전시켜야 한다는 의지 또한 높다. 이를 위해서는 양국이 상호 협력을 심화, 과거가 현재와 미래를 좌우하지 못하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일본은 한국을 자극하는 일을 멈출 줄 모른다. 독도는 한국이 실효지배하고 있다. 일본이 아무리 영유권 주장을 강화한다고 해도 독도는 일본 땅이 될 수 없는 운명이라는 뜻이다. 일본의 것이 될 수 없는 땅을 위해 후대까지 영유권 교육을 시킨다는 것은 문제 해결과는 거리가 먼 비현실적 정책이다. 일본은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경향신문 사설-20150406월] 도심의 잇단 지반침하 예사롭게 볼 일 아니다

서울시는 최근 잇달아 발생한 도로 위 구멍을 ‘싱크홀(sink hole)’로 표현하는 것을 꺼린다. 싱크홀이란 본래 석회암이 물을 만나 녹으면서 구멍이 생기는 자연현상이다. 서울시내에는 그런 석회암 지대가 거의 없기 때문에 도로 위에 생기는 구멍은 싱크홀이 아닌 ‘도로함몰(혹은 지반침하)’로 표현돼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용어의 차이가 시민을 불안케 하는 본질 문제는 아니다. 외려 싱크홀보다 도로함몰(지반침하)이 더 심각한 위험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본래의 싱크홀이 그저 자연에 의한 현상일 뿐이지만 최근 서울시내의 도로함몰(지반침하)은 주로 인위적 요인에서 비롯된 것이다. 예컨대 지난 2월20일 발생한 용산역 싱크홀은 불완전한 차수벽 때문에 지하수와 토사가 유출되면서 생긴 것으로 파악됐다. 최근 일주일 사이 신촌역, 코엑스 사거리, 삼성중앙역, 중계동 등에서 잇달아 발생한 싱크홀은 어떤가. 주로 지하에 매설된 낡은 하수관과 지하철 공사와 같은 지반 굴착공사 때문이었다.

 

낡은 하수관의 경우 틈새로 샌 물이 하수관 주변의 흙을 쓸고 지나면서 땅속의 구멍이 생긴다. 서울시내 하수관(전체 1만392㎞·2013년) 가운데 30년 이상 된 노후관이 절반에 가까운 5023㎞에 이른다. 여기에 지하철 건설이나 건물 터파기 공사 과정에서 하수관을 건드리거나, 지하수가 유출되는 사례가 급증했다.

 

지난 13년 동안 지하철 주변의 지하수위가 평균 1.7m 낮아졌고, 최근 1~2년 사이 서울 지하수위의 높낮이도 요동치고 있다. 언제, 어느 곳에서 땅이 꺼질지 모른다는 시민들의 걱정을 결코 과장된 것으로 치부할 수 없는 이유다. 지금도 용산역 근처 정류장에서 길을 가던 행인들이 땅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동영상의 모습이 생생하다. 또 많지 않은 봄비에도 무더기로 싱크홀이 생겼는데 여름 장마철에는 어떻게 될 것인가.

 

서울시와 중앙정부는 우선 노후하수관 교체를 위한 예산 투입에 힘을 모아야겠다. 또 환경영향평가처럼 지하수영향평가를 의무화하는 법을 만들어야겠다. 모든 지하공간의 3차원 지도 구축 등의 근본대책도 구체화해야 한다. 물론 단기적으로는 공사장에 대한 철저한 현장 지도관리가 시급하다. 더 이상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폐습을 되풀이해서는 안된다. 지금이 하늘이 무너질까 걱정한다는 춘추시대 ‘기우(杞憂)’의 고사를 떠올릴 때인가.

 

 

[서울신문 사설-20150406월] 전문성 떨어지는 ‘정피아’가 ‘관피아’보다 더 문제다

지난해 4월의 세월호 참사 이후 ‘관(官)피아’가 떠난 자리를 ‘정(政)피아’가 빠른 속도로 꿰차고 있다. 공기업 28곳, 준정부기관 85곳, 기타 187곳 등 300개의 공공기관을 조사한 결과 지난 1년간 관피아는 줄고 정피아는 늘었다. 공공기관 300곳의 기관장·감사 등 397명 중 관피아는 세월호 참사 당시 161명이었으나 지난달에는 118명으로 43명이 줄었다. 반면 같은 기간 정피아는 48명에서 53명으로 늘었다. 관료 출신의 공기업 기관장, 감사가 물러나자 정치권 인사들이 ‘낙하산’으로 그 자리에 속속 입성했다. ‘어부지리’를 얻은 꼴이다. 정치권 언저리에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전문성이 떨어지는 인사에게 공공기관의 요직을 선심 쓰듯 나눠 주는 것은 큰 잘못이다. 외부 출신이라고 무조건 배척해서도 안 되지만, 최소한 그 자리에 걸맞은 능력을 갖춘 인사가 가야 한다는 건 상식이다.

 

세월호 참사로 관피아 척결은 시대적 과제로 떠올랐다. 전관예우와 민관유착으로 인한 부정부패의 고리가 우리 사회에 만연돼 있음이 확인됐다. 관피아가 없어진 자리를 정피아가 차지하는 건 더 심각한 문제다. 정피아는 일반 공기업은 물론이고 금융기관까지 접수하면서 또 다른 ‘적폐’가 되고 있다. 조직에도 해가 되지만 혁신을 바라는 국민의 열망을 외면하는 일이다.

 

금융권의 감사 등 핵심 요직이 정권의 전리품으로 전락한 지 오래다. ‘문외한’들이 중요 보직을 다 꿰차면 조직의 투명성과 경쟁력이 살아날 수가 없다. 정피아를 막으려면 공공기관 인사 선발 시스템을 투명하고 공정하게 만드는 게 우선돼야 한다. 법에 정해진 대로 공공기관이 적임자를 뽑을 수 있는 권한을 행사하고 그 책임을 함께 묻게 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기업공개를 한 공공기관이라면 기관장과 감사 선임 과정에서 주주들의 의사가 적극 반영될 수 있는 시스템도 만들 필요가 있다고 본다.

 

정치인을 비롯한 낙하산 인사는 역대 정권에서 항상 반복됐다. 대선캠프 출신을 비롯해 정권 창출에 조금이라도 기여한 사람들은 대통령 임기 내 한 자리씩을 차지해 왔다. 비정상적인 관행이며, 끼리끼리 문화의 전형이다. 오랜 병폐의 싹을 잘라야 한다. 비정상적인 잘못된 관행을 이제 없애야 한다. ‘제 눈의 들보’는 보지 못하면서 맨날 비리척결만 외친다면 어느 국민이 정권을 믿을 수 있겠는가. 이제는 전문성이 없는 낙하산을 없앨 때도 되지 않았나.

 

 

[서울신문 사설-20150406월] 北 개성공단 근로자 임금 남북 협의 외면 말라

 

개성공단이 2013년 가동 중단 사태 이후 다시 큰 고비를 맞고 있다. 북측이 남북 당국 간 합의를 깬 임금 인상을 수용하라고 입주기업들에 채근하면서다. 개성공단 북측 근로자들의 3월분 임금 지급 기간은 이달 10∼20일이다. 우리 측은 공단의 파행을 막기 위해서 금명간 당국 간 협의를 제안할 것으로 알려졌다. 북의 호응 여부에 따라 이번 주 개성공단의 운명이 기로에 서는 셈이다.

 

북측은 최근 일방적인 임금 인상안을 밀어붙이고 있다. 북측 직장장들을 통해 우리 측 입주기업의 경리 담당자들에게 인상된 3월분 임금 및 사회보험료 산정 지침을 통보해 온 것이다. 남북 간 합의도, 정상적인 상거래 관행도 모두 어기는 일방통행이다. 남북이 합의한 노동규정은 전년도 최저 노임의 5%를 넘지 않는 범위에서 인상하도록 하고 있다. 북측이 이번에 이 조항을 아예 없앴다고 통고한 형국이다. 남북 간 신뢰를 훼손하는 행위다. 얼핏 보면 북이 요구한 인상률은 5%보다 겨우 0.19% 포인트 높아 별것 아닌 양 비치기도 한다. 하지만 기존 합의를 무시하며 북한 맘대로 임금을 인상하도록 물꼬를 터 주게 되면 문제는 심각해진다. 그런 나쁜 선례는 시장원리에 따른 공단의 정상적인 발전을 영영 기대할 수 없게 한다.

 

개성공단의 북한 근로자 5만 4000여명의 평균 임금은 월 140∼150달러 수준이다. 남측 기업도 국내에서 공장을 돌릴 때에 비해 인건비를 줄이는 이점이 있지만, 개성공단의 임금이 동남아에 진출한 국내기업의 임금 수준에 비춰 별반 낮지는 않다. 외화난에 허덕대는 북한이 적어도 연간 9000만 달러를 챙긴다면 적은 돈인가. 그런데도 최근 훈춘 등 북·중 접경 공단에서 북 근로자들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자 북한이 배짱을 부리는 꼴이다. 중국 공단과 달리 개성공단은 우리 정부가 엄청난 돈을 들여 기반시설을 조성했다는 사실을 망각한 처사가 아닐 수 없다.

 

북측은 근로자 일부 철수 또는 잔업 거부 등으로 입주 기업을 압박할 낌새를 보이고 있다고 한다. 일종의 분할통치술로 목적을 관철하려는 수순이다. 그러나 북측이 남북 간 약속과 신의성실이라는 상거래 원칙을 저버려서 얻을 건 없다. 그래서야 공단의 장래를 기약할 수 있겠는가. 겨우 수지를 맞추고 있는 한계 기업들이 공단을 떠나는 사태는 논외로 치자. 국제적 상거래 관행이 안 통한다는 게 알려지면 앞으로 어느 국내외 기업이 공단에 발을 들여놓겠는가. 북한은 소리(小利)를 좇다 미래를 잃는 우(愚)를 범하지 말고 쌍방향식 공단 운영을 위한 남북 협의에 응하기 바란다.

 

 

[한국경제신문 사설-20150406월] M&A 막는 영업권 과세법, 차제에 재개정하자

 

서울고등법원은 최근 동부하이텍이 서울 삼성세무서장을 상대로 낸 법인세 부과 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의 손을 들어주었다. 기업 인수합병(M&A) 과정에서 발생한 회계상 영업권에 대한 과세가 부당하다는 판결로, 우리는 이를 적극 환영한다. 동부하이텍은 2007년 동부한농이 동부일렉트로닉스를 합병해 설립된 회사다. 인수과정에서 자산평가 차익 2932억원이 발생해 금융감독원 회계처리준칙에 따라 회계상 영업권으로 처리했다가 6년 뒤인 2013년 778억원의 세금을 추징당하자 소송을 낸 사건이다.

 

우선 회계상 영업권에 대한 과세가 온당하냐의 문제가 불거졌다. 금감원의 회계준칙을 따랐는데도 다른 정부기관인 국세청이 세금을 추징할 수 있느냐는 문제도 논란거리였다. 영업권 관련 세법 개정이 2010년에 이뤄졌는데 2007년에 발생한 M&A까지 소급적용한 데 대한 반발도 컸다. 비슷한 사례가 400여곳이나 된다는 것도 관심을 끌었다.

 

M&A는 구조조정을 가속화하는 가장 좋은 수단이다. 그러나 그것을 부정적으로 보고 세금을 매기는 식이라면 이는 누구를 위해서도 좋지 않다. 영업권 과세 논란은 미실현 이익에 대한 세금부과 문제이기도 했다. M&A의 경우 대개 주식교환으로 거래가 진행되기 때문에 주식을 받았다 하더라도 파는 순간까지는 양도차익이 발생하지 않아 세금을 물리지 않는다. 국세청이 동부하이텍 등에 세금을 매긴 논리는 주식을 팔기 전이라도 합병법인이 차익을 얻었고 그 핵심을 회계상 영업권으로 본 것이었다. 사실상 ‘경영권 프리미엄’에 대한 과세 논쟁이었던 셈이다.

 

문제는 서울고법의 이번 판결이 2007~2010년에 이뤄진 M&A에 한정된다는 점이다. 2010년 세법 개정 이후 이뤄진 M&A에 대해서는 회계상 영업권이 여전히 과세 대상이다. 기업들의 인수합병에 무더기로 세금을 매기는 세법이 존재하는 한 2017년까지 M&A 시장을 70조원대로 키우겠다는 정부의 계획은 공염불이 될 수밖에 없다. 산업구조조정을 촉진하는 세제로 재개정하는 것이 옳다.

 

 

[한국경제신문 사설-20150406월] 아시아 청년들의 창업 경진대회 열기를 보고

 

취업도 창업도 언제까지 국내 시장만 바라볼 것인가. 세계적 취업난 속에 아시아 각국 대학생이 모여 창업 아이디어 경쟁을 벌인 ‘2015 KT&G 아시아 대학생 창업교류전’은 이제 해외로 눈을 돌릴 때임을 잘 보여주었다. 본지와 중소기업청이 공동 주최하며 올해 14회째를 맞은 이번 교류전에는 한국 몽골 중국 싱가포르 필리핀 인도네시아 일본 대만 태국 등 9개국 15개팀(160여명)이 참가해 성황을 이뤘다. 아시아 각국의 창업 트렌드를 확인하고 대학생들이 어떤 제품을 개발해 해외로 진출할지 고민할 수 있는 기회가 됐다.

 

올해 교류전에서 드러난 아시아 창업 트렌드의 공통점은 생활 속 각종 아이디어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나 사물인터넷(IoT)으로 연결하는 것이었다. 수상 작품 역시 긴급히 도움이 필요한 상황에서 사용할 수 있는 ‘헬피(helpy)’ 스마트폰 앱, 온도와 습도, 태양열을 측정하는 센서를 부착한 ‘스마트 화분’ 등이 휩쓸었다. 세계 어느 나라보다 정보통신기술(ICT) 발전 속도가 빠른 국내 대학생은 이런 분야의 창업 아이템이 무궁무진할 것이다. 이들이 아시아 시장으로 눈을 돌리면 승산이 있다는 뜻이다. 1960~70년대 척박하기 이를 데 없는 환경에서도 국내 기업인들이 해외로 눈을 돌려 오늘의 글로벌 기업을 일궜듯이 지금의 청년들이라고 못해 낼 이유가 전혀 없다.

 

취업도 해외로 눈을 돌릴 때다.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이 베트남에서 시작한 글로벌 청년사업가 육성 프로그램 인재들이 전원 해외취업에 성공하고 있는 게 좋은 사례다. 해외에서 5년만 ‘빡세게’ 굴러보면 일자리가 보일 것이라는 그의 조언은 귀담아들을 만하다. 실제 처음부터 해외로 눈을 돌린 청년들의 성공사례는 속속 보고되고 있다. 최근 중국 주도의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등 국제기구도 노려볼 만하다. 우리의 국제기구 지분만큼 취업도 그 정도 몫이 돼야 정상이다. 도전의지와 모험정신만 있다면 해외 창업도, 해외 취업도 얼마든지 가능한 시대다. 이제는 창업 아이디어를 국제적으로 다투는 시대가 됐다.

 

 

[서울경제신문 사설-20150406월] 동부하이텍 해외 매각 바람직하지 않다

 

동부그룹의 비금융 부문에 대한 구조조정이 마무리 수순에 들어가면서 반도체 파운드리(수탁생산) 업체인 동부하이텍 매각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업계 다수의 견해는 역시 동부하이텍이 국내 기업에 팔리는 것이 좋지 않겠냐는 쪽이다. 무엇보다 동부그룹이 10년 동안 3조원 이상을 투입한 고도의 장치산업이라는 점에서 해외에 매각될 경우 국부 손실은 물론 기술유출 가능성까지 높다는 우려 때문이다.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도 이에 유념해 동부하이텍 매각작업에 힘쓰고 있다. 홍기택 산업은행 회장은 올해 초 신년 간담회에서 "동부하이텍은 재매각 절차를 동부 측과 논의하고 있다"며 각별한 관심을 나타냈다. 이외에도 산업은행은 6,000억원에 달하는 동부하이텍의 신디케이티드론에 대한 대출 금리를 기존의 연 12%에서 5~6%로 파격적으로 낮추는 등 인수조건을 개선하는 한편 프라이빗 딜 형태로 국내외 매수 대상을 백방으로 알아보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여전히 뾰족한 성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지난해 말 아이에이 컨소시엄의 우선협상 대상자 지위 반납 이후 공개입찰 재개는 고사하고 인수조건 개선에도 사겠다는 측이 선뜻 나서지 않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LG전자·SK하이닉스 등 국내 유력 기업들이 동부하이텍에 대한 관심은커녕 인수전 불참을 공언까지 한 것은 곱씹어야 할 부분이다. 10년간 3조원을 반도체 투자에 쏟아 부은 끝에 그룹의 몰락을 자초한 것이 김준기 동부 회장의 비극적 결말이었으니 누구도 전철을 밟기를 원하지 않을 것임은 자명하다. 하지만 아날로그 반도체는 장기투자가 이뤄져야 하는 만큼 위험을 감수하는 기업가 정신이 요구된다는 점에서 동부하이텍에 대한 다른 차원의 접근이 필요하다. 더구나 동부하이텍은 지난해 첫 영업이익을 내면서 비로소 성장 가능성을 보여줬다. 고부가 반도체 사업에 대한 국내 기업가의 용단이 가능하도록 다양한 유인책과 해법이 모색되기 바란다.

 

 

[서울경제신문 사설-20150406월] 모두가 불안·불만인 은행 고임금 구조, 뜯어고쳐야

 

주요 시중은행 5곳의 지난해 남자 직원들의 평균 연봉이 1억원을 넘어섰다. 시중은행 8곳 가운데 나머지 2곳도 거의 1억원에 다다랐다. 기본적으로 고소득 자체는 누가 뭐랄 게 아니다. 오히려 바람직한 측면이 많다. 정부가 내수진작을 위해 앞장서 기업의 임금 인상을 촉구하는 마당 아닌가.

 

그러나 최근 은행권의 급여 부담 증가는 무수한 문제점을 안고 있다. 생산성 향상이나 기업 실적 호전이 반영된 결과가 아니다. 그렇다고 미래를 이끌고 나갈 젊은 인재 등용이 늘어나지 않았다. 남자행원들의 평균 급여가 1억원선을 돌파한 것은 고령화 때문이다. 평균 근속연수가 늘어나니 연공서열에 따라 임금도 높아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내년부터는 법적 정년이 만 58세에서 60세로 늘어나 시중은행들의 인건비 부담은 더욱 커질 판이다. 은행들이 정부의 일자리 확충에 호응해 신입 행원 채용을 늘리겠다고 입으로는 약속하면서도 제대로 실천하지 못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더욱 고약한 점은 시중은행들의 남녀 행원 간 임금격차가 국내 500대 기업 가운데 가장 크다는 것이다.

 

은행권 임금 문제는 우리 경제가 봉착한 한계구조의 축소판 격이다. 급속한 고령화 추세 속에 경제활동인구 감소를 눈앞에 둔 우리 경제의 선택은 여성 취업 확대와 청년 일자리 확충이지만 실제로는 기존 일자리 지키기도 힘에 부치는 게 현실이다. 정작 은행의 40~50대 남자 직원들도 구조조정 대상이 될까 떨고 있다.

 

모두가 불안한 현실을 타개하는 길은 서로 나누는 것 외에 없다. 청년 취업과 여성 인력 활용을 늘리고 정년도 보장하려면 임금피크제나 일자리 나누기를 적극 고려할 필요가 있다. 사정이 좋은 은행권이 실험에 실패한다면 우리나라 산업군 중에서 새로운 대안을 강구하고 실행할 곳은 하나도 없다.

 

[서울경제신문 사설-20150406월] '네 번째 화살' 민자활성화대책 성과 제대로 내려면

 

정부가 민간 사회간접자본(SOC) 투자사업을 도입 21년 만에 손질할 모양이다. 민간자금을 SOC에 끌어들이는 유인책이 담긴 '2015년 민간투자사업 활성화 대책'을 이달 중 내놓겠다는 소식이 들린다. 최경환 경제팀이 재정과 통화·구조개혁에 이어 네 번째 쏘는 화살이 될 듯하다.

 

대책의 핵심은 SOC 부대시설에서 나오는 수익을 민간에 더 많이 돌려주는 방안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세제지원과 제도개선 등 각종 인센티브도 마련하고 있단다. 민간자금이 적극적으로 투자할 수 있도록 물꼬를 터 재정을 대신하고 SOC 건설도 활성화하자는 차원에서다. 정부의 의도대로 실행되면 재정은 물론 일자리 창출과 내수진작에 모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그간 나타난 민간투자사업의 폐해를 생각하면 우려를 떨치기 힘들다. 민간재원 유인 목적으로 도입된 최소운영수익보장(MRG) 제도로 민간투자사업은 국가재정을 갉아먹는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2009년 MRG가 폐지됐는데도 부작용은 현재진행형이다. 기존 사업에는 최대 30년까지 재정이 투입되기 때문이다. 주먹구구식 수요예측 때문에 부족한 수익을 정부 재정으로 메우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지금껏 MRG에 쏟아 부은 혈세가 5조원에 육박한다. 특히 민자도로는 도로공사 통행료보다 2배 가까이 비싸고 특정 사업자가 사업을 독점해 특혜 논란마저 일고 있다. 그런데도 정부가 준비 중인 보완대책의 골자는 민간의 수익성은 높이고 리스크는 줄여주는 데 맞춰져 있다. 민간자금을 어떻게든 활용해 어려운 재정난을 풀고 경기도 살려보려는 정부의 고충은 짐작할 만하다. 그렇더라도 민자사업 활성화에만 방점을 찍다 보면 '세금 먹는 하마'가 된 MRG의 악몽이 재연될 수 있다. 일본 정부 역시 SOC에 대규모 민간투자를 끌어들였으나 수요창출에 실패하고 말았다. 수요예측이 정확하거나 짜임새 있는 대책이 아니라면 오히려 재정운용에 독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 오늘의 주요 칼럼 읽기

 

[한겨레신문 칼럼-싱크탱크 시각/김보근(한겨레평화연구소장)-20150406월] ‘신상철 5년 재판’과 천안함의 민낯

 

천안함 사건과 관련해 5년 가까이 진행되고 있는 ‘신상철 재판’ 관련 공판조서들을 꼼꼼히 읽어보았다. 여기엔 ‘천안함 합동조사단’ 위원들의 법정증언도 포함돼 있다. 그것을 읽은 느낌은 합조단 조사 결과도 철저하게 과학에 바탕을 둔 게 아니라는 것이었다. 오히려 ‘천안함 조사 결과’는 처음부터 끝까지 ‘1번 어뢰’에 기대어 짜인 것으로 읽혔다.

 

신상철 ‘진실의 길’ 대표는 애초 야당 추천으로 천안함 조사위원이 됐지만, 조사 결과 발표 하루 전인 2010년 5월19일 국방부에 의해 명예훼손으로 고소당했다. 신씨는 이후 불구속 상태로 기소돼 오늘까지 재판정에서 힘든 싸움을 이어오고 있다. 하지만 그가 벌이는 싸움 덕에 우리들은 천안함 조사 결과의 민낯을 조금이나마 살펴볼 수 있게 된 것이다.

 

합조단은 조사 결과 보고에서 천안함 침몰 당시 “수심 약 6~9m, 가스터빈실 중앙으로부터 좌현 3m 위치에서 총 폭약량 티엔티 250~360㎏ 규모의 폭발이 있었던 것으로 분석되었다”고 밝혔다. 그리고 그 폭발체로 ‘1번 어뢰’를 지목했다. 하지만 공판조서를 보면 이것도 하나의 추정일 뿐이었다.

 

우선 합조단의 누구도 ‘1번 어뢰’의 폭약량이 얼마인지 몰랐다. 2014년 9월29일 공판에서 황을하 합조단 폭발유형분과 위원은 1번 어뢰의 고성능 폭약의 폭약량이 얼마인지 모른다고 증언했다. 그는 “정보분과에 요청했는데도 알 길이 없었다”고 밝혔다. 사실상 합조단에서 아무도 폭약량의 규모를 몰랐다는 얘기다. 결국 1번 어뢰의 폭약량이 티엔티로 환산할 때 250㎏인지, 350㎏인지, 심지어 400㎏ 이상인지 모르는 상태에서 1번 어뢰를 폭발체로 지목한 것이다.

 

폭발 시뮬레이션 결과도 온전치 못했다. 2014년 4월28일 공판에서 폭발 시뮬레이션을 책임졌던 정정훈 합조단 함정구조분과 위원은 시뮬레이션 결과가 천안함 절단 현상과 똑같지는 않았다고 증언했다. 그는 2010년 5월15일 1번 어뢰를 인양한 이후 급히 티엔티 360㎏을 ‘수중 7m와 9m’ 두 경우로 나눠 폭발 시뮬레이션을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9m 시뮬레이션은 “실제 손상이 천안함에 비해서 작”았고, 7m 시뮬레이션도 “선체의 절단까지는 완전히 시뮬레이션할 수 없었다”. 그런데도 합조단의 결론은 바뀌지 않았다. 무엇보다 ‘1번 어뢰’가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렇게 ‘1번 어뢰’에 모든 것을 건 것은 너무나 큰 도박이었다. 버블주기를 예로 들어보자. 합조단이 추정한 폭약량인 티엔티 250~360㎏은 당시 “공중음파로 추정한 버블주기가 1.1초”라는 데 기초하고 있다. 버블이 팽창했다 수축하는 시간을 가리키는 버블주기가 클수록 폭발량은 커진다. 버블주기가 이보다 크거나 작다면 합조단의 가설은 송두리째 무너진다.

 

이와 관련해 김소구 한국지진연구소장은 “공중음파로 버블주기를 계산한 것은 잘못”이라고 비판한다. 그는 몇차례의 천안함 논문 발표에서 버블주기를 0.99초라고 주장해왔다. 김 소장은 이를 천안함 사건 당시 ‘지진파’에서 추출해낸 것이라고 밝힌다. 이 경우 폭발량은 티엔티 136㎏이라고 한다. 이 주장이 맞다면 합조단 조사 결과의 유일한 증거물인 ‘1번 어뢰’는 오히려 이상한 괴물이 되고 만다.

 

이런 논쟁을 종식시키려면 국방부가 사건 당시의 지진파 원본, 천안함 항적도 등 여지껏 감추고 있는 자료들을 공개해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천안함 논쟁은 영원히 우리 사회를 갈라놓는 괴물이 되고 말 것이다.

 

천안함 사건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 것은 신상철 대표이지만, 국방부의 비밀주의 탓에 사실 전체 국민이 여태껏 진실의 심판대 위에 놓여 있는 셈이다.

 

[중앙일보 칼럼-분수대/주철환(아주대 교수 문화콘텐츠학)-20150406월] 꽃들은 어디로 가나

 

미술관 뒷마당이 통째로 내려다보이는 아파트 10층. 주거만족도가 10점 만점에 10점이다. 베란다 창문이 커다란 화폭이다. 사계절 풍경화다. 누군가 매일 그림을 바꿔 단다.

 

  바람은 신의 숨결이다. 어제 다르고 오늘 다르다. 아침 다르고 저녁 다르다. 개나리가 행진하더니 어느새 벚꽃이 점령해 버렸다. 점입가경. 그러나 고작 일주일이다.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을 보내고 벚꽃은 일제히 사라질 것이다. 근심은 없다. 4월은 또 찾아올 테니까. 꽃들은 약속을 지킬 테니까.

 

  미술관 부근 찻집에서 오래된 제자를 만났다. 얼마 전에 메일을 보낸 친구다. 대학부속병원에 왔다가 무턱대고 연구실까지 찾아온 낭만파. 부재 사실을 알리는 ‘퇴근’ 표시를 보자 왠지 억울해서 문고리를 잡고 두어 번 흔들다가 곧바로 주소 확인하고 메일 보낸 행동파이기도 하다. “원예학과 84학번으로 1학년 때 국어작문을 선생님께 수강하여 C+ 받은 서정남입니다.”

 

  얼굴은 기억 안 난다. 어색하게 웃으면서 걸어오는 저 ‘아저씨’겠지. 명함을 내민다. 국립종자원에 근무하고 있단다. 전공을 잘 살렸구나. 그가 다니던 원예학과, 이웃해 있던 식물보호학과는 오래전에 없어졌다. 꽃은 없어지지 않는데 꽃을 기르고 보호해 줄 사람들은 이제 키우지 않는구나. 세상이 참 약았다.

 

  기억이 부활한다. 꽃향기, 커피 향기, 추억의 향기. 시간이 물들어 간다. 듣고 보니 그동안 꽃에 관해 교재도 펴내고 신문에 연재도 오래한 전문가였다. 칼럼 제목이 ‘꽃과의 대화’다. 메일 끝에 “꽃에 대한 글쓰기와 문화콘텐트로서 ‘꽃문화의 가능성’에 대한 보수교육을 받고 싶습니다”고 쓴 게 빈말이 아니었다. ‘교육은 애프터서비스’라는 신념이 굳어지는 순간이다. 오늘은 그에게 A+를 주고 싶다.

 

  어제는 부활절이자 식목일. 부활절에 성당과 교회에서 왜 하필 삶은 계란을 주느냐는 인터넷 질문에 첫 번째로 올라온 답은 ‘깨질까 봐’다. 김수환 추기경의 유머 한 토막이 떠오른다. 삶이 뭔지 모르겠다며 묻는 사람에게 ‘삶은(Life is) 계란’이라는 명언을 남기셨다. 알이 부화해야(깨져야) 생명이 되듯 부활도 깨어야 이룰 수 있다는 말씀으로 다가온다. 마침 광화문에서는 ‘고난받는 이들과 함께하는 예배’가 열렸는데 그 주제가 ‘곁에 머물다’였다. 내 곁에 꽃보다 아름다운 사람들이 오래 머물 수 있도록 오늘도 깨어나야겠다.

 

 

[경향신문 칼럼-여적/기먹종(논설위원)-20150406월] 소나무 시인

우리나라는 소나무 나라다. 이 땅 어디서든 흔히 볼 수 있는 데다, 민족의 삶과 정신세계와 뗄 수 없는 인연을 맺고 있어서다. “나라꽃은 있는데 나라나무가 없는 게 말이 되나.” 소나무를 나라나무(國木)로 지정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던 시인이 있었다. 소나무를 끔찍이 사랑해서 말년에는 오로지 소나무 시만 썼던 박희진 시인이다.

 

“잘생긴 소나무에는 풍류를 즐기는 도인과 같은 기품이 있어. 소나무를 사랑하는 것은 우리 민족의 영성과 얼을 되살리는 일이지.” 얼굴 가득 수염을 하얗게 길러 그야말로 고결한 도인 풍모를 풍기던 여든다섯 살의 그가 지난달 31일 조용히 세상을 떠났다. 대한민국 예술원 회원, 동인지 운동과 시낭송 운동의 선구자, <실내악> <청동시대> 등 35권의 시집을 낸 서정시인이라는 부음기사가 실렸다. 그럼에도 그의 자부심이었던 ‘소나무 사랑’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는 건 유감이다.

 

평생 독신을 고수했던 시인은 소나무를 가족으로 여겼고, 늘 소나무처럼 살기를 원했다. 소나무 박사 전영우 교수와 함께 소나무를 사랑하는 문화예술인 동호회 ‘솔바람 모임’을 10년 넘게 이끌었다. 소나무의 아름다움과 가치를 널리 알리려는 뜻이었다. 아름다운 솔숲과 명품 소나무를 찾아다니며 시상을 가다듬고 소나무 예찬을 쏟아냈다. 젊은 사람이 무색할 정도의 열정으로 소나무 시를 낭송했다. ‘소나무 아래 정자에선 녹차 한 잔 들게나/바쁜 세상일수록 마음을 비우고/솔바람 소리 듣는 법도 배워야지/차 맛은 길지만, 인생은 짧다네.’ 시집 <소나무 만다라>에 실린 ‘그대 벗이여…’ 전문이다.

 

2005년 재선충병으로 소나무가 절명의 위기에 빠지자 ‘죽어가는 소나무를 살리기 위한 문화예술인 100인 선언’으로 지지부진하던 ‘재선충병방제특별법안’의 국회 통과를 이끌어내기도 했다. ‘…더구나 금강소나무 정토/각별히 키 크고 알찬 강송미림이 있어/그 안에 들어서면 넋을 잃는다네/빛과 고요의 벼락 세례 받기 때문.’(‘소광리 금강소나무 정토’에서) 뒷동산 늘 푸른 소나무처럼 향긋한 솔냄새가 느껴지던 시인. 이제 송홧가루 노랗게 날리는 계절이다. 각박한 세상일수록 마음속에 서늘한 솔바람 소리를 들었으면 한다.

 

 

[서울신문 칼럼-이태동 鐘樓에서/이태동(문학평론가·서강대 명예교수)-20150406월] 책 읽지 않는 ‘문화융성시대’는 없다

 

2년 전 박근혜 정부가 출범할 때 대통령은 “문화융성의 시대”를 열어가겠다고 말했다. 그래서 그때 우리는 프랑수아 미테랑 프랑스 대통령이 “문화는 곧 생활”이라며 앙드레 말로 문화부 장관과 함께 ‘현대판 르네상스’를 일으켰던 시대를 생각했다. 그러나 문화체육관광부는 문화융성을 이룩하기 위한 구체적인 청사진을 제시하지 않아, 국민들에게 추상적으로 들리기까지 했다.

 

물론 그동안 정부와 청와대는 문화융성 사업의 일환으로 게임 산업과 ‘케이팝’ 같은 청소년 중심의 대중문화 부분과 정보기술(IT)과 관련이 있는 콘텐츠 산업에 많은 관심을 보여 왔다. 그러나 과연 새로운 ‘문화융성 시대’가 젊은이들을 중심으로 한 대중문화의 확대만으로 열릴 수 있을 것인가. 왜냐하면 문화융성은 ‘문화가 역사’가 되는 르네상스 시대처럼 높은 수준의 미학적 경험을 바탕으로 인간의 혼(魂)을 움직일 수 있는 보편적 가치를 가진 예술의 탄생을 조건으로 하기 때문이다.

 

바람같이 지나가는 대중문화 예술과는 달리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는 깊은 울림으로 인간을 보다 나은 모습으로 변신하게 하는 문화 예술의 탄생과 번영은 그것에 상응하는 문화적인 풍토를 필요로 한다. 존 듀이는 “야만인이 야만인이며 문명인이 문명인인 것은 그가 참여하고 있는 문화에 의한 것이다. 이 문화의 척도는 그곳에 번영하는 예술이다”라고 했다.

 

작금의 우리나라 문화 풍토는 문화가치를 확산시킬 수 있는 높은 수준의 예술을 생산할 수 있는 선진국의 그것과는 너무 먼 거리에 있는 것 같다. “문화는 언어의 조건이며, 그 산물”임에도 불구하고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의원들은 거칠고 저급한 막말을 거침없이 토해내고 이기적인 진영 논리에 묻혀 “표현의 자유”를 잘못 이해하고 상대방을 헐뜯고 비방하는 짓을 서슴없이 행한다.

 

이러한 반윤리적이고 야만적인 작태가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 감염되어 그들 사이에 망국적인 지역감정이 번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새로운 법안을 국회에 제출하는 사태까지 갔다. 더욱더 안타까운 것은 우리의 미래를 열어 갈 청소년들이 문화 창조를 위한 상상력의 보고(寶庫)인 책 읽기를 멀리하고 있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청소년은 스마트폰에 빠져 있고 교실에서 책을 읽으면 이상한 아이 취급을 받는다고 한다.

 

이렇게 슬픈 현상이 일어나는 것은 기계문명의 편의와 더불어 공허하고 쾌락적인 삶을 추구하는 잘못된 사회 풍조가 곳곳에 만연하며 더욱이 치열한 대입경쟁이 그들로부터 책 읽을 시간적 여유를 박탈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러한 현상은 학생들의 소질과 가능성을 발견해서 꽃을 피우게 하는 일보다 입시 위주로만 교육을 하는 교사들의 인식 부족 때문인 점도 없지 않다. 그들은 책 읽기가 학습 능력 발달은 물론 인격 형성에 있어서 얼마나 중요한지를 모르는 것 같다.

 

책 읽기는 단순한 게임 오락과는 달리 인식론적인 깨달음을 가져다 주는 풍부한 경험을 제공하기 때문에, 오히려 학습효과를 보이지 않게 높여 줄 뿐만 아니라 창조정신은 물론 삶에 대한 지혜와 교양을 넓혀 준다.

 

선진국 진입을 열망하는 이 나라의 내일을 짊어지고 나갈 청소년들이 책 읽기를 멀리하는 것은 오래전부터 성숙하지 못한 우리 사회와 대학이 근시안적인 안목과 편견으로 인문학 교육을 고사(枯死)시켜 왔던 것이 결국 부메랑 현상으로 나타난 결과일 것이다. 인간 교육 없는 수요자 중심 교육만이 사회발전을 위한 만병통치약은 아닐 것이다.

 

정부가 진정으로 “문화융성의 시대”를 열기 원한다면, 국민의 의식 수준을 높이기 위한 책 읽기를 통해 상상력의 꽃을 피우게 하며 척박하고 후진적인 문화 풍토를 개선하는 작업부터 시작해야 할 것이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독서 생활이 인간에게 가져다 주는 품격과 교양의 문화 가치는 게임과 케이팝과 같은 한류의 그것과 비교할 수 없다. 21세기 지식정보화 사회에서 책을 읽지 않는 ‘문화융성 시대’는 없다.

 

 

[한국경제신문 칼럼-천자칼럼/고두현(논설위원)-20150406월] 류큐의 봄

 

‘우연히 사신 따라/ 신선 뗏목 탔더니/ 날마다 봄놀이에 화려한 경물이라/ 날씨는 언제나 이삼월과 같아/ 산과 숲에는 사철 꽃 아니 끊이네.’ 청나라 문인 심복(沈復·1762~1808)이 사신으로 유구국(琉球國)에 가서 그곳 날씨와 풍광을 노래한 시다. 사랑스런 아내 운(芸)과의 애틋한 이야기를 담은 자서전 ‘부생육기(浮生六記)’에 실려 있다.

 

여기서 말하는 유구국은 류큐(琉球)왕국을 가리킨다. 지금의 오키나와다. 1429년부터 통일왕국을 이뤄 동아시아 해상 중계무역으로 번성했다. 중국과 일본의 세력권에서 450여년을 지내다 1879년 일본에 병합됐다. 고려와 조선 시대에 왜구에게 붙잡혀 간 백성을 돌려보내주거나 우리가 사신(유구국통신관)을 보냈다는 기록이 있다. 임진왜란에 앞서 일본이 명을 칠 수 있도록 조선에 길을 빌려달라고 요구했을 때 명은 조선이 일본에 협력해 반란하는 게 아닌가 의심했는데, 류큐국 사신이 우리 편을 들어줘 오해를 푼 적도 있다.

 

오키나와 중심부인 나하에는 류큐 왕궁인 슈리성(首里城) 등 유적이 많다. 유네스코가 세계문화유산으로 정한 ‘구수쿠 유적 및 류큐왕국 유적’ 중 구수쿠는 10여개의 옛 성(城)이다. 일본어로 성은 ‘죠’라고 읽고 훈독으로는 ‘시로’인데, 유독 오키나와에서만 ‘구수쿠’라고 한다. 일부 학자들은 이것이 홍길동과 관련 있다고 말한다. ‘구’는 홍, ‘수쿠’는 집단을 뜻하니 ‘구수쿠’란 홍씨 집단이 거주하던 곳이라는 것이다.

 

야에야마박물관에 오야케 아카하치(洪家王)가 전해온 농기구와 화폐, 족보가 소장돼 있으니 그럴듯하다. 슈리성과 우라소에(浦添)성 터에는 ‘계유년에 고려 기와 장인이 제작하다(癸酉年高麗瓦匠造)’라고 쓰인 기와가 있다. 진도 용장산성 기와와 같은 것이다. 몽골군과 고려군에 맞서던 삼별초가 진도, 제주도를 거쳐 1273년 이곳으로 왔다는데, 그 해가 바로 계유년이다.

 

이곳은 이제 산호초와 맑은 물, 맹그로브 숲과 소철나무, 따뜻한 해류의 아열대 관광지로 유명해졌다. 2차대전 때 지상전에 휘말렸던 비극의 현장이지만 섬은 아름답기 그지없다. 연평균 기온이 22.7도로 사철 여행하기 좋고 4월부터 해수욕을 즐길 수 있는 ‘동양의 하와이’다. 최근엔 드라마와 예능 프로그램 덕분에 더 인기다. 방사능 공포로부터도 멀다. 일본에서 가장 빨리 봄이 오는 곳, 1월부터 5월까지 꽃축제가 열리는 곳, ‘산과 숲에 사철 꽃 아니 끊이는’ 곳, 비행기로 두 시간이면 닿는 곳이다.

 

 

[서울경제신문 칼럼-만파식적/온종훈(논설위원)-20150406월] 동교동계

 

'동교동계'는 고(故) 김대중(DJ) 대통령을 추종하는 정치인들을 의미한다. DJ는 1961년 강원도 인제에서 민의원에 당선됐다가 5·16으로 의원직을 상실한 후 서울 마포구 동교동으로 이사했다. 이후 1995년 12월 경기 일산 자택으로 다시 옮기기까지 오랜 세월 동안 이 집을 드나들면서 김 전 대통령과 가까이 한 인사들에게 자연스럽게 붙어진 명칭이다. 유신 시절 '도쿄 납치 사건'을 겪고 가택연금을 당하던 DJ에 대해 언론이 '동교동계 재야 인사'라는 식의 익명을 쓰면서 더욱 일반화됐다.

 

집권 이후에는 김 전 대통령의 측근 인사를 지칭하는 표현으로 쓰였다. 이런 역사적 맥락에서 보면 동교동계는 새정치민주연합의 적자(適子)다. 비록 현재 친 노무현계가 주류를 이루지만 호남이라는 지역 기반을 고려할 경우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세력이기도 하다. 그래서 지난 2·8 대표경선은 친노계(문재인)와 동교동계(박지원)의 맞대결로 불리기도 했다.

 

그런 동교동계가 4·29 재보선을 앞두고 다시 매스컴의 각광을 받고 있다. 정동영·천정배 등 탈당 인사의 출마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재보선에서 호남표에 영향력이 있는 동교동계가 선거지원을 하지 않겠다고 했기 때문이다. 지난달 31일 국립현충원 DJ 묘역에 모인 동교동계 인사들이 현장 거수 투표로 선거 지원을 하지 않기로 했다. 당시 문 대표에게 지원 약속을 했던 동교동계 좌장 권노갑 상임고문은 상당히 당황했다는 후문이다.

 

친노 그룹과의 해묵은 앙금과 2·8 전당대회에 대한 불만 등 복합적인 소외감이 복합적으로 쌓인 결과로 보인다. 권 고문이 적극 진화에 나서고 있는데다 재보선 지원을 계속 거부할 명분도 마땅치 않아 이번 사건은 '해프닝'으로 끝날 수도 있다. 그러나 문 대표가 선거 지원을 위해 소집한 '원탁회의'의 불참자가 속출하는 등 문 대표는 이미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5일로 예정됐던 문 대표와 권 고문간 회동도 갑작스레 취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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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늙은최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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