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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2월 29일 월요일 오늘의 주요 신문사설·칼럼

※이 자료는 교육용으로 쓰기 위해 올리는 자료로 상업적 목적은 없으며 선정된 사실의 정치적 성향은 블로그 운영성향과 무관합니다.

주요 신문사설

[동아일보]

1. 與, 유권자를 뭘로 보기에 ‘비박 살생부’ 논란 나오나

새누리당 현역 의원 40여 명이 공천 물갈이 대상이라는 ‘살생부(殺生簿)’ 진위를 놓고 여권 계파 다툼이 막장으로 치닫는 분위기다. 새누리당의 이한구 공직후보자추천관리위원장은 공천 살생부가 있다는 의혹에 어제 “3김 시대 음모 정치의 냄새가 난다”며 당 공식기구의 조사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친박(친박근혜)계 김태흠 의원도 같은 날 “김무성 대표가 친박 인사로부터 살생부를 받았는지 경위를 밝히라”며 “마치 청와대와 친박계가 공천에 개입하려는 듯한 인상을 줬다”며 사태에 책임을 지라고 주장했다.

살생부 논란은 26일 비박(비박근혜)계 정두언 의원이 “전날 김 대표 측근을 만났더니 ‘김 대표가 친박 핵심으로부터 현역 의원 40여 명의 물갈이 명단을 받았다’고 했고, 거기엔 나도 포함됐다”고 말하면서 불거졌다. 김 대표는 27일 김학용 대표비서실장을 통해 “물갈이 요구를 받은 적이 없고 정 의원과는 정치권에 회자되는 이름들에 대해 얘기를 나눴을 뿐”이라고 밝혔다. 서울시당위원장인 김용태 의원도 명단에 자신이 포함됐다는 얘기를 김 대표 측근으로부터 들었다고 한다. 

2008, 2012년 총선 때도 여당에선 살생부가 나돌았다. 2008년엔 당시 비주류였던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공천이 잘못되면 좌시하지 않겠다”고 경고했지만 공천 후 “(당 안팎의) 살생부와 비슷하게 됐다”고 인정했다. 결국 공천 탈락 후보들이 ‘친박연대’라는 신당을 급조해 선거를 치렀고 살생부를 주도한 이방호 사무총장 등은 낙선해 ‘민의의 심판’을 받았다. 2012년에는 친박계가 칼자루를 잡고 친이(친이명박)계 다수를 공천에서 배제했다. 이런 과거가 있으니 이번에도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나랴’는 속담이 나오고 반대쪽에선 ‘자작극’이라는 소리까지 나오는 것이다. 

살생부 괴담이 나도는 것만으로도 새누리당은 맹성(猛省)해야 한다. 나라는 안보위기, 경제위기라면서 이념적 차이도 두드러지지 않은 집권 여당에서 계파 공천 다툼을 벌이는 것은 국민은 안중에도 없다는 오만한 자세다. 이 위원장은 “나를 우습게 보지 않으면 물갈이 명단 같은 소리를 할 수 없다”고 했다. 그러나 새누리당이 국민 눈 밖에 난 정치인을 솎아내는 대신 대통령과 당 안팎의 권력자들 눈 밖에 난 의원들을 쳐낸다면 그것이야말로 국민을 우습게 보는 일이 될 것이다. 여당 공천에 대한 평가는 국민이 총선에서 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2. 주거비 20% 급등해도 국토부 장관 “이상 ” 할 텐가

지난해 가계의 주거비가 월평균 7만4200원으로 전년보다 20.8%나 급등했다는 통계청 가계 동향 분석이 나왔다. 2013년 7.0%, 2014년 4.0%에 이어 2015년 역대 가장 높은 증가세다. 주거비에는 월세만 포함되고 자가(自家) 가구나 전세 가구의 주거비는 0원으로 계산되기 때문에 월세 가구만 떼어낸 실제 주거비 부담은 더 높을 것이다. 

저금리가 계속되면서 한국 고유의 임대제도인 전세는 씨가 마르는 추세다. 지난해 집주인들이 전세를 월세로 대거 전환한 데다 급등한 전세금을 감당하기 힘들어진 세입자들이 월셋집에 입주하면서 임대차 거래 중 44.2%가 월세인 ‘신(新)월세 시대’가 됐다. 정부가 2014년 말부터 ‘월세 중심으로 시장이 바뀌고 있다’고 강조하니 집주인들도 수익 면에서 더 유리한 월세로 자연스럽게 돌아선 측면이 있다. 

소득은 찔끔 증가하는데 월세 전환이 늘어나 주거비 부담이 커지면 소비가 위축되면서 경제성장률은 더 떨어질 공산이 크다. 그런데도 정부가 전월세 대책을 내놓기를 주저하는 이유는 정책 효과에 자신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 임대아파트 공급을 늘리는 기존 대책이 효과를 거두지 못한 마당에 비슷한 대책을 또 내놨다가는 총선에 불리하다는 계산도 정부 내부에서 분주히 오간다고 한다. 

그렇다고 해서 열흘 전 강호인 국토교통부 장관이 “전월세 시장에 이상 징후가 없다”고 말하는 식의 현실인식은 세입자의 절망감을 키울 뿐이다. 임대차시장이 변하는 과도기에는 세입자의 주거비 부담을 덜어주도록 지원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다. 국민주택기금 등을 활용한 저리 대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범위를 확대하고 월세 전환 이율 상한선이 실질적으로 작동하도록 보완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영국 프랑스 독일처럼 정부가 통계를 바탕으로 월세 관련 정보탐색-계약-입주·관리 등의 인프라를 마련하는 것도 필요하다. 월세 주거비가 1년 만에 20% 이상 급등했는데도 국토부가 손놓고 있다면 대체 누가 나서야 한단 말인가.

3. 野, ‘필리버스터 선거전’ 끝내고 선거구획정안 처리하라

오늘 20대 총선에 적용할 선거구획정안을 법적으로 확정하기 위한 국회 본회의가 열릴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산하 선거구획정위는 어제 법정시한을 4개월 보름 이상 넘기고 선거구획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국회에선 야당이 테러방지법안을 저지하기 위해 23일부터 7일째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진행하고 있다. 여야 간에 테러방지법 처리에 대한 합의가 이뤄질 경우 야당의 필리버스터가 중단되면서 테러방지법안에 대해 표결이 실시되고, 선거구획정안을 담은 공직선거법 개정안도 처리가 가능하다. 

이종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어제 새누리당에 테러방지법 수정안을 제시하면서 “수용 시 필리버스터를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새누리당이 수정안을 거부하고 야당이 필리버스터를 풀지 않는다면 오늘 선거구 획정안의 처리는 물 건너간다. 더민주당의 김종인 비상대책위 대표가 어제 취임 한 달 기자간담회에서 필리버스터 중단에 대해 “원내대표가 진행하는 것이라 제가 뭐라 말씀드릴 수 없다”며 이 원내대표에게 떠민 것은 대표답지 않은 무책임한 처신이다. 문재인 전 대표는 페이스북에 “테러방지법을 당장 통과시키지 않는다고 대통령이 책상을 칠 일이 아니다”는 글을 올리는 등 연일 필리버스터를 응원하고 있다. 마치 운동권 친노(친노무현) 좌장으로 돌아가 필리버스터를 중단하지 말라고 ‘교시’를 내리는 것 같다.

필리버스터가 합법적인 절차이긴 하나 시급하고 필요한 다른 법안의 처리를 방해하거나 지연시킨다는 점에서 사실상 국회 마비 조장이나 다름없다. 야당이 테러방지법을 막고 있어 경제활성화와 일자리 문제 완화를 위한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과 노동개혁법 등의 처리 시간도 부족해질 판이다. 

더민주당은 지금까지 새누리당에서 “선거법보다 민생이 우선”이라며 선거구 획정 문제와 쟁점 법안 처리를 연계할 때마다 선거구 획정이 다른 어떤 사안보다 시급하다고 주장해왔다. 그렇다면 ‘발등의 불’인 선거구 획정안부터 처리하는 게 옳지 않은가. 필리버스터에 나선 의원들의 행태도 문제다. 자신을 지역구 예비후보라고 알리거나 본인의 책을 소개하는 등 선거유세전으로 활용하는 의원도 적지 않다. 더민주당이 필리버스터를 총선 전략으로 삼는다면 역풍을 각오해야 할 것이다.

총선 일정도 촉박하다. 2월 24일부터 3월 14일까지 선거구별로 재외선거인명부를 확정해야 하는데 아직 시작조차 못했다. 선거인명부 작성과 후보자 등록 신청까지 차질이 생겨 총선을 연기해야 한다면 더민주당은 책임을 면치 못할 것이다.

[이데일리]

4. 또 멈춰선 원전에 국민은 불안하다

전남 영광의 한빛원전 1호기가 그제 갑자기 멈춰 섰다고 한다. 한국수력원자력 한빛원자력발전본부는 27일 오전 5시 16분께 한빛 1호기 복수기에서 저(低)진공 신호가 발생해 발전이 정지됐다고 밝혔다. 지난 1월 경북 울진 한울원전 1호기가 원자로 보호계통 이상으로 한 달여 동안 가동을 중단한 데 이어 올 들어 벌써 두 번째 사고다. 특히 한빛원전은 지난해 여러 차례 가동이 중단됐던 원전단지로 작은 사고라도 자칫 큰 사고로 이어지는 것 아닌가 하는 불안감을 떨쳐 버릴 수 없다. 

한빛본부는 복수기 즉, 터빈을 돌리고 남은 증기를 물로 바꿔주는 장치의 고무신축이음관이 일부 파손된 것이 사고 원인이라고 밝혔다. 고무신축이음관 파손에도 펌프는 작동해 1시간가량 복수기가 가동됐지만 파손 부위가 확대돼 복수기 진공상태가 낮아져 결국 원자로가 중단됐다는 것이다. 한빛본부는 “가동 중단에 따른 방사능 유출은 없다”며 “현재 발전소는 안정 상태를 유지하고 있고 나머지 5기 원자로도 모두 정상 가동중”이라고 했다. 

원전 측 설명대로라면 다행히 안전에는 큰 문제가 없는 듯하다. 하지만 미덥지 못하다. 한빛원전의 경우 유달리 가동중단 사고가 자주 발생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4월 3호기가 원자로 냉각재펌프 제어회로 오신호로 발전을 멈췄다. 6월에는 2호기가 원전과 송·배전 설비를 잇는 송전선로 스위치 야드에서 문제가 발생해 전기공급 이상으로 가동을 정지했다. 일 주일 만에 재가동한 2호기는 채 두 달도 안 된 8월에도 냉각재 펌프 3대 중 1대에 이상이 생겨 다시 발전을 중단해야 했다. 

원전은 한번 사고가 터지면 돌이킬 수 없는 대재앙으로 이어진다. 옛 소련 체르노빌이나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단적인 예다. 원전 사고는 언제든 터질 수 있다는 경각심을 갖고 ‘100% 안전’에 대비해야 하는 이유다. 한수원은 비슷한 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철저한 원인 규명은 물론 확실한 대책을 마련해 국민 불안을 불식해야 할 것이다. 특히 한 원전단지에서 이렇듯 사고가 빈발하는 것은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한빛본부의 원전 관리·운영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

5. 소비심리 되살릴 구조개혁 서둘러야

지난해 우리나라 가계의 소비성향이 역대 최저치를 기록해 경종을 울리고 있다. 소득에 대한 소비 비율을 나타내는 소비성향이 지난해 71.9%로 2003년 관련 통계가 나오기 시작한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소비성향이 떨어졌다는 것은 소비자가 지갑을 굳게 닫아 쓰는 돈을 아꼈다는 얘기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5년 가계동향’에서도 이러한 점이 여실히 드러났다. 지난해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2014년보다 1.6% 늘어났다. 그러나 물가를 고려하면 실질 소득은 0.9% 증가하는 데 그쳤다. 소득 증가율이 둔화하자 소비심리도 위축된 모습이다. 지난해 가구당 월평균 실질 소비지출은 아예 0.2% 감소했다. 가계 소득이 쥐꼬리만큼 늘어 소비심리가 꽁꽁 얼어붙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소비성향 하락은 불길한 조짐이 아닐 수 없다. 세계적인 금융 불안과 수출 부진으로 가뜩이나 내수가 부진한 가운데 가계가 지출을 늘려야 기업의 숨통이 트이고 일자리와 투자가 증가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지갑을 닫으려는 현재 가계재정으로는 이러한 선순환이 이뤄질 수 없다. 설상가상으로 소득 증가율이 정체인 가운데 국내 가계 빚은 이미 1200조원을 넘어섰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소비가 좀처럼 늘어날 수가 없다. ‘잃어버린 20년’의 수렁에 빠진 일본도 이와 유사한 경로를 밟았다. 일본인구 고령화와 은퇴를 앞둔 세대가 장래에 대한 불안감으로 돈을 쓰지 않아 경제가 활력을 상실한 것이다. 현재 우리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아 우려를 금할 수 없다. 

이에 따라 경제주체는 소비를 늘릴 수 있도록 유인하는 정책을 적극적으로 펼쳐야 할 것이다. 그렇다고 정부가 소비를 인위적으로 늘려 경기를 부양하려는 시도는 바람직하다고는 할 수 없다. 이는 4년간 양적완화 정책을 펼쳤지만 소비진작에 실패한 일본의 사례가 잘 보여주고 있지 않는가. 그렇다면 결국 구조개혁을 통해 좋은 일자리를 더 많이 만들고 경제성장률을 높이는 방법외에는 따로 없다. 안정된 일자리를 많이 양산해 소득이 늘어나면 소비는 자연스럽게 늘어나기 마련이다.

[서울신문]

6. 남의 일 아닌 일본의 첫 인구 감소

일본 인구가 지난해 사상 처음 줄었다. 일본 정부의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인구는 5년 전보다 0.7%인 94만 7000여명이나 감소했다. 5년 단위로 인구조사를 해 온 1920년 이래 감소 기록은 처음이다. 저출산과 고령화에 따른 인구 위기론은 꾸준히 이어졌지만 실제 감소세가 수치로 확인되면서 일본 정부는 당혹스런 모양새다.

남의 일이 아니다. 우리나라는 일본의 저출산 고령화 현상을 단계별로 따라가고 있는 처지다. 일본보다 고령화 속도가 더 빠르다는 점에서 심각성은 더하다. 최근 통계청 발표 자료를 보면 지난해 우리나라 인구의 자연증가 수치는 16만 3000명에 그쳤다. 자연증가는 신생아 수에서 사망자 수를 뺀 수치로 1970년 통계 작성 이후 가장 낮다. 1980년대 60만명대, 2000년대 20만명대에서 다시 16만명대로 수직감소 행진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이대로라면 2028년에는 우리나라도 사망자가 출생자 수를 앞지르는 자연감소 사회에 진입할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는 2000년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의 7%를 넘는 고령화 사회에 들어섰다. 지난해 합계출산율은 1.24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저치다. ‘늙어 가는 사회’의 경보음이 진작에 울렸지만 내실 있는 대책 없이 시간만 보냈다. 발등에 떨어진 불을 끄기에 우리 정부의 노력과 대응은 여전히 미진하다. 2006년 이후 10년 가까이 저출산 정부 대책으로 150조원을 쏟아부었으나 출산율은 0.13명밖에 오르지 않았다. 취업, 결혼, 보육이 산 넘어 산이니 출산 기피 현상은 어쩌면 당연하다. 아이를 낳지 않겠다는 답변의 증가세가 청소년층에서까지 두드러지고 있는 상황이다.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거나, 정책이 오히려 저출산을 심화시키는 역효과를 내지는 않는지 백번 살펴야 한다. 진단과 처방이 잘못됐다면 과감한 궤도 수정이 절실하다.

저출산 문제의 해법은 유연한 이민정책에도 있음을 주목해야 한다. 당장 내년부터는 15~64세의 생산가능 인구가 감소한다는 경고까지 나왔다. 노동력 부족이 눈앞의 현실인데도 정책이나 국민 인식은 지나치게 한가한 수준이다. 한국갤럽이 조사했더니 우리 국민 2명 중 1명은 외국인 노동자의 국내 이주를 좋지 않게 여긴다고 한다. 인구 재앙을 앉아서 당하지 않으려면 정책과 인식의 대전환은 필수 요건이다. 시행착오를 겪을 시간이 없다.

7. 러시아·중국, 대북 제재동력 떨어뜨려선 안 돼

미국과 중국 간 합의에 따라 일사천리로 급진전됐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 결의안 채택이 주춤대고 있다. 최근 20년간 안보리가 내놓은 결의안 중 가장 강력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이번 결의안 초안에 대해 러시아 측이 “검토에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며 제동을 걸어 채택을 위한 전체회의 소집이 늦어지고 있는 것이다. 유엔 외교가에서는 아무리 늦어도 현지 시간으로 3월 1일이나 2일쯤이면 채택될 것으로 예상한다지만 러시아가 수정을 요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한다. 자칫 제재 동력이 현저하게 떨어지지 않을까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러시아 측은 “많은 양의 세부 사항과 분석이 필요한 부록들을 포함하고 있어”라는 설명과 함께 검토 필요성을 제기했다. 초안 작성 과정에 관여하지 않은 만큼 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서 좀 더 세심하게 살펴보겠다는데 반대나 비난할 상황은 물론 아니다. 북한과 일정 규모의 교역을 하고 있는 러시아로서는 결의안 통과 시 자국에 미칠 영향 등을 면밀하게 따져 볼 수도 있다. 문제는 철저히 고립된 북한에 대한 물밑지원 등의 전략적 계산이 담겨 있는 경우다. 이는 고강도 대북 제재가 필요하다는 국제사회의 컨센서스에 역행한다는 점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어떤 사안이나 마찬가지이지만 대북 제재에도 ‘골든타임’이 있을 수밖에 없다. 유엔이 북한의 해운·항공·무역을 모두 봉쇄하는, 20여년 만에 가장 강력한 대북 제재 결의안 초안을 마련하긴 했지만 제재가 늦어지면 늦어질수록 국제사회가 기대했던 효과는 거두기 어려워진다. 가뜩이나 미·중 양국이 이번 결의안을 도출하면서 제재와 협상을 병행하기로 합의한 데다 주민생활을 위한 교역활동은 제외하는 등 결의안 자체의 허점도 적지 않은 마당에 제재 착수 시점마저 놓친다면 북한은 코웃음 치며 핵무장 능력 고도화에 더욱 박차를 가할 것이 뻔하다.

북한이 도발을 멈추지 않는 것은 잠깐 동안의 제재 후 협상 국면으로 바뀌어 제재가 무뎌졌던 것과 무관치 않다. 어제 중국 측 6자회담 수석대표인 우다웨이 한반도사무특별대표가 방한해 우리 측 수석대표인 황준국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만나 북한의 질적 변화를 위해 대북 제재의 전면적 이행이 필요하다는 데 뜻을 같이한 것은 다행스럽다. 특히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 돈줄을 막기 위한 이번 제재가 성공하려면 접경 지역 곳곳에서 북한과의 교역이 활발한 중국이 확실하게 채찍을 휘둘러야만 한다. 대화와 협상부터 거론한다면 제재 효과는 기대하기 어렵다.

[매일경제]

8. 통화전쟁 막을 G20 정책 공조 물 건너갔다

주요 20개국(G20) 재정·통화 정책 수장들은 지난 주말 상하이에 모여 글로벌 저성장과 금융 불안에 대한 정책 공조 방안을 논의했으나 그 결과는 매우 실망스럽다. G20 재무장관과 중앙은행 총재들은 27일 공동성명에서 "통화 정책만으로는 균형 잡힌 성장을 이뤄낼 수 없다"며 "통화·재정·구조개혁 정책수단을 총동원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각국의 이해관계가 크게 엇갈려 실효성 있는 정책 공조는 물 건너간 것으로 보인다.

통화 정책에 대해서는 최소한의 컨센서스도 이뤄지지 않았다. 마크 카니 영국은행 총재는 유로권과 일본이 도입한 마이너스 금리에 대해 국내 수요를 촉진할 가능성이 낮다며 회의적인 견해를 밝혔으며,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도 혁신적인 통화 정책조차 효과가 감퇴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재정 확대도 수사에 그칠 공산이 크다. 유로권 맹주인 독일의 볼프강 쇼이블레 재무장관은 재정을 통한 경기 부양 가능성을 일축했고, 조지 오즈번 영국 재무장관도 추가적인 긴축을 시사했다.

가장 염려스러운 것은 글로벌 통화전쟁이 갈수록 격화되는 데도 G20가 이를 막는 데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G20는 통화 가치의 경쟁적 평가절하를 자제한다는 상투적인 수사만 되풀이했다. 일본의 엔저 공습과 중국의 불확실한 환율 정책에 따른 금융 불안이 심각한데도 고작 '외환시장에 관해 긴밀히 협의한다'는 내용만 추가했을 뿐이다. 유일호 경제부총리는 비전통적 통화 정책이 불러올 부정적 파급효과 문제를 제기했지만 국제 공조를 이끌어내지는 못했다.

금융시장 일각에서는 G20가 1985년 플라자 합의에 버금가는 정책 공조에 이를 수도 있을 것으로 기대했지만 이제 그 기대는 물거품이 됐다. 결국 부족한 글로벌 수요를 더 많이 차지하기 위한 통화전쟁은 더욱 무질서하게 확산될 공산이 커졌다. 어느 나라든 통화전쟁의 희생양이 되지 않도록 각자도생하는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실물경제와 자본시장 모두 외부 충격에 민감한 한국으로서는 어느 때보다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할 때다. 우선 다음달 유로권과 일본의 마이너스 금리 확대로 외환·자본 시장이 다시 한번 요동칠 것에 대비해야 한다.

9. `매경이란포럼` 제2 중동특수 점화 계기 삼자

37년 만에 빗장이 풀린 이란에 대한 전 세계 선점 경쟁이 뜨거운 가운데 본지가 한·이란 경제협력을 위해 개최하는 '매경 이란포럼'이 28일(현지시간) 테헤란에서 열렸다. 대기업 총수와 한국 대표 기업 CEO급 100여 명을 포함해 400여 명의 한국 사절단이 참석을 희망할 정도로 이란에서 성장 모멘텀을 찾기를 기대하는 기업인이 많았다. 이란 기업인들도 KOTRA와 무역협회 등이 주관하는 비즈니스 상담회에 200여 명이나 참가를 신청해 한국 기업에 대한 높은 관심을 표명했다.

글로벌 경제 침체로 성장 정체에 빠진 국내 기업들에 제재가 해제된 이란은 '꿈의 시장'임에 틀림없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이미 이란을 다녀가는 등 각국이 구애를 보내고 있는 만큼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서는 공략 속도를 높여야 한다. 그런 점에서 기업인들이 대거 동참한 매경·이란포럼은 양국이 협력을 모색하고 교역 물꼬를 트는 비즈니스의 장이 될 것이다. 더구나 지난 26일 개최된 총선에서 개혁파가 압승을 거둠에 따라 이란 시장 개방 속도는 더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이란은 인구 8000만명에 원유 매장량 세계 4위, 천연가스 매장량 세계 2위 등 막대한 천연자원을 보유한 '기회의 땅'이다. 한국과 이란은 한때 연간 170억달러의 교역 규모를 자랑했지만 제재 이후 쪼그라들어 지난해에는 61억달러에 그쳤다. 29일 정부는 10년 만에 주형환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을 수석대표로 테헤란에서 양국 경제공동위원회를 개최하는데 '잃어버린 교역 100억달러'를 되찾을 수 있는 실질적인 성과를 얻어야 할 것이다.

특히 서방 제재 때문에 이란의 도로, 철도, 항만 등 인프라스트럭처와 원유시설은 크게 낙후돼 있어 성장 잠재력이 높다. 경제 제재 이전 이란은 해외 건설 수주액 기준 중동 국가 중 5위였으나 현재는 8위로 떨어진 상태다. 국내 건설사들은 이란에서 평판이 좋고 기술력도 높아 '제2 중동 특수'를 일으킬 수 있는 호기다. 다만 이란 재정이 고갈된 상태이니 국내 정책금융기관을 통한 프로젝트파이낸싱 등 정부 차원의 금융지원안이 마련돼야 할 것이다. 이란 특수를 잡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속도가 중요한 만큼 정부와 기업이 한 몸이 돼 총력전을 펼쳐야 한다.

[중앙일보]

10. 정신질환 조기 발견 못하면 나라가 불행해진다

정부가 25일 1차 정신건강 종합대책(2016~2020년)을 내놨다. 3만 개가량의 동네의원을 1차 의료망으로 활용하고 진료비 부담을 대폭 낮추겠다는 게 골자다. 전 부처가 참여해 확정한 점, 범부처 차별개선 태스크포스팀을 만들기로 한 점 등은 2012년 보건복지부 차원의 대책보다 진일보했다고 평가할 만하다.

한국인의 정신건강은 재차 언급할 필요 없을 정도로 좋지 않다. 4명 중 1명꼴로 우울·불안 등의 정신건강 악화를 경험한다(2011년 조사). 2011년 이후 경제성장이 뒷걸음치면서 더 악화됐을 게다. 문제가 생겨도 15%만 서비스를 이용하고 발병한 지 1년 반 후에 의사를 찾는다. 미국은 환자의 39%가 서비스를 이용한다. 영국은 발병 후 7개월 정도 만에 의료진을 찾는다. 한마디로 한국은 병원에 덜 가고 늦게 간다.

모든 병이 그렇듯이 정신질환은 조기진단-조기대처가 중요한데 시기를 놓쳐 병이 악화되면 갖가지 해악이 발생한다. 경증과 중등단계 정신질환이 생기면 실업자가 될 위험이 일반인의 두세 배다. 중증은 6~7배다. 우울증이 있으면 당뇨병·암·심혈관 질환에 걸릴 가능성이 크다. 본인과 가족이 불행해지고, 나아가 국가적 부담으로 돌아온다.

정부가 조기 발견을 위해 동네의원 인프라를 이용하겠다는데 방향은 잘 잡았다. 진료 과목 구분 없이 3만 개가량의 동네의원이 실핏줄이 돼 조기에 환자를 잡아내 치료하면 더할 나위 없을 것이다. 특히 우울증은 ‘마음의 감기’ 같아서 정형외과의원이 노인의 무릎을 치료하면서 우울증을 같이 진단하고 관리할 수 있다. 그러려면 동네의원이 참여할 동기가 있어야 한다. 정신질환 환자는 진료에 시간이 많이 걸린다. 적절한 수가를 마련해야 하고, 전문의에게 환자를 보낼 경우 보상해야 한다.

전국 정신건강증진센터에 ‘마음건강 주치의(정신과 전문의)’를 배치하려는 계획도 지금 인력으로 가능할지 의문이다. 전국 224개 기초자치단체 중 정신과의원이 없는 데가 85곳(38%)에 달한다. 경남·경북·전남 등지는 이런 데가 절반이 넘는다. 안 그래도 정신과에 잘 안 가는데 ‘원정 진료’까지 할 리가 없다. 한국 인구 10만 명당 정신과 의사는 8.3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16명)의 절반에 불과하다. 그런데 신규 전문의 배출이 줄고 있다. 정신과 의사나 전문간호사 등을 늘려야 한다. 원격의료를 활용하는 것도 대안이다.

정신건강 증진의 핵심은 편견 해소다. 정신병 범주에서 경증 질환을 빼는 게 우선이다. 우울증이든 불안장애든 유형에 관계 없다. 하지만 이를 담은 정신보건법 개정안이 2년 넘게 국회에서 낮잠 자고 있다. 19대 국회가 반드시 이를 처리함으로써 유종의 미를 거뒀으면 한다. 정부도 2012년 계획을 제대로 시행하지 않았음을 반성하고 이번 계획을 제대로 이행하는 데 전력해야 한다. 진전 사항을 정기적으로 공개하는 것도 방법이다.

 

주요 신문칼럼


1. [매경이코노미][고재윤의 ‘스토리가 있는 와인’] (7) 졸업·입학식 축하 와인…‘고진감래(苦盡甘來)’ 의미를 담은 ‘샤토 디켐’

겨우내 기승을 부리던 추위가 서서히 물러가고 봄의 소리가 들려오는 2월엔 전국의 학교에서 성대한 졸업식과 입학식이 열린다. 대학 졸업이나 입학, 결혼 또는 취업 같은 특별한 날에 와인 선물이 빠질 수 없다. 유럽의 주요 와인 생산지에선 자녀가 태어난 해에 만든 와인 중 일부는 판매하지 않고 고이 저장했다 자녀의 결혼식, 졸업식, 입학식 등 특별한 날에 선물로 주는 전통이 있다. 주로 기분을 좋게 해주는 달콤한 샴페인이나 스위트 와인이 인기가 높다.

졸업이나 입학 축하 의미를 담을 수 있는 와인으로는 프랑스 보르도 지방 소테른 지역의 스위트 와인 ‘샤토 디켐’이 대표적이다. 이유는 스위트 와인 특유의 제조법에 기인한다. 스위트 와인은 포도가 더 익어 단맛을 내도록 일부러 포도 수확을 늦게 한다. 다른 포도보다 더 오래 여물어 달콤한 와인이 되는 과정이, 마치 오랜 공부를 마치고 사회로 나가는 졸업생의 ‘고진감래(苦盡甘來)’를 떠올리게 하는 것. 단, 가격이 80만원대여서 졸업 선물치고는 고가인 점이 흠이다.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하면서 품질이 좋고 오랜 추억을 담아줄 졸업 축하 와인은 무엇이 있을까. 필자는 독일 모젤 지역의 독일식 샴페인 ‘SMW 디히터트라움 아이스바인젝트 2004’ 혹은 샤토 디켐에 견줘도 손색이 없는 소테른 지역의 ‘샤토 기로’를 추천한다.

SMW 디히터트라움 아이스바인젝트는 모젤와인협회장을 역임한 아돌프 슈미트 대표가 만든 젝트(독일 스파클링 와인)다. 아돌프 대표는 지난 2006년 ‘독일 최고 젝트 생산자’로 선정된 유명 양조기술자다. 그런 그가 만든 와인이니 맛이 얼마나 좋겠는가. 디히터트라움은 최근 4년 동안 와인품평회에서 금메달을 받았던 젝트 중 다시 블라인드 테이스팅을 통해 최상품을 선발하는 대회에서 3번 이상 베스트 젝트로 뽑히는 기염을 토했다. 이 와인은 추운 겨울 영하 7℃에서 얼은 상태의 포도를 수확해 양조한 아이스바인을 다시 10년 정도 효모를 접촉시켜 만든다. 이 과정에서 열대 과일, 꿀, 레몬, 복숭아 등의 다양한 향과 마른 과일의 깊은 단맛이 만들어진다. 아이스바인의 산미와 탄산이 살아 있어 마시는 순간 특유의 신선함이 기분을 좋게 해준다. 케이크, 아이스크림, 생과일 등과 특히 잘 어울린다. 가격은 8만~10만원 정도.

샤토 기로 와인은 ‘신의 물방울’에 소개된 유기농 귀부 와인이다. 2011년 소테른 지역에서 최초로 유기농 인증서를 취득했다. 1981년 세기의 결혼식이었던 영국 찰스 황태자와 다이애나의 결혼식 공식 디저트 와인 자리를 두고 특1등급(Premier Cru)의 샤토 디켐과 자웅을 겨뤄 유명세를 탔다. 2006년 프랑스 자동차 기업인 푸조가 와이너리를 인수·운영하면서 품질이 더 좋아졌다는 평이다. 2012년 ‘와인 스펙테이터 100대 와인’ 중 2009년 빈티지가 5위로 선정되며 두각을 나타냈다.

보트리티스 시네레아, 즉 귀부병(포도가 무르익을 때 포도 껍질에 생성되는 곰팡이의 일종)에 걸린 포도송이를 엄선해 손으로 수확하고 오크통에서 3주~2개월간 발효시킨다. 이후 50% 정도를 약 18~24개월간 새 오크통에 숙성시킨 후 병입한다. 특이한 점은 다른 샤토에 비해 소비뇽 블랑의 블렌딩 비율이 높다는 것. 보디감이 진하고 진득한 꿀, 마멀레이드, 오렌지, 복숭아, 열대 과일, 페트롤(석유) 향이 일품이다. 디저트, 케이크, 아이스크림 등과 궁합이 좋다. 가격은 6만~8만원대.

대학 입학생에게 추천하는 와인은 칠레 마이포 밸리의 ‘모란데 그란 레세르바 2014’다. ‘한 그루의 작은 나무가 울창한 숲을 만든다’는 의미의 이 와인은 대학에서 열정을 갖고 공부하면 졸업 후 사회에서 큰일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준다. 모란데는 세계 5개 대륙, 35개국 이상에 와인을 수출하고 있는 칠레의 대표 와인이다. 과일향이 풍부하며 오크의 풍미를 받쳐주는 순한 타닌의 지속감과 우아함이 훌륭하다. 스테이크, 갈비찜 등과 아주 잘 어울린다. 가격은 3만~3만5000원대.


2. [매경이코노미][최영옥의 백 투 더 클래식] 첫 내한 3대 바리톤 ‘토마스 햄슨’ 음색·연기·외모 갖춘 ‘성악계 신사’

성악가. 이 중 오페라 가수들은 참 매력적인 존재다. 소프라노, 메조소프라노, 알토 등 여성 가수는 물론 테너, 바리톤, 베이스를 맡는 남성 가수의 ‘아름다운 묵직함’은 언제나 가슴을 뛰게 한다. 20세기를 풍미했던 루치아노 파바로티, 플라시도 도밍고, 호세 카레라스의 3대 테너에게 사람들이 열광한 것은 그 때문일 터. 3대 테너도 이제 한 사람은 가고, 한 사람은 건강이 안 좋다. 유일하게 도밍고만이 활동 중이다. 아쉽고 허전한 일이다. 

21세기는 이제 3대 바리톤 시대다. 3대 테너의 뒤를 잇는 테너 가수가 등장하지 않은 상황에서 바리톤 시대가 열리는 모양새로 더욱 흥미롭다. 3대 바리톤은 미국 출신 토마스 햄슨, 영국 출신 브린 터펠, 이름 외우기가 참 어려운 러시아 출신 드미트리 흐보로스톱스키 등이다. 이 중 토마스 햄슨이 처음으로 우리나라에 온다. 3월 2일 예술의전당에서다. 이미 내한한 바 있는 터펠과 흐보로스톱스키와 달리 햄슨은 첫 한국 방문이라 눈길을 모은다. 

바리톤은 오페라 가수가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노래와 연기 외에도 특별히 외모까지 요구된다. 오페라 속에서 바람둥이 역할을 가장 많이 하며, 극 주인공인 소프라노와 테너를 위기로 모는 음모꾼이거나, 극 전체의 틀을 끌고 가는 비중이 높기 때문이다. 햄슨은 그런 점에서 가장 ‘최적화된 바리톤’으로 꼽힌다. 

아름답고 묵직한 음색 못지않게 배우 같은 연기력, 귀족 같은 수려한 외모와 190㎝를 넘는 큰 키까지. 바리톤으로서 그는 모든 것을 갖춘 가수다. 

덕분에 오늘날 세계 유수의 오페라하우스와 콘서트홀에서 햄슨은 특유의 연기력, 시원시원한 발성으로 현존 3대 바리톤 중 으뜸으로 손꼽힌다. 뉴욕필하모닉으로부터 임명된 첫 번째 ‘상주 음악가(Artist in Residence)’고, 미국인으로서는 이례적으로 비엔나 슈타츠오퍼로부터 ‘캄머쟁거(궁정가수·Kammersanger)’의 칭호를 받았다. 

햄슨의 매력은 베르디의 ‘맥베스’나 ‘돈 카를로’에서의 열연, 안나 네트렙코와 롤란도 비야손과 함께 환상의 호흡이라는 평을 받은 ‘라 트라비아타’의 제르몽, 푸치니 ‘토스카’에서 진가가 나타난다. 

그의 오래된 파트너인 피아니스트 볼프람 리거와 함께하는 이번 내한공연은 세계의 찬사를 받았던 2015년 카네기홀에서의 프로그램을 다시 재연해 ‘전쟁의 울음과 한탄’이라는 주제로 열린다. 독일 근대음악의 거장인 R. 슈트라우스가 아내에게 바쳤던 ‘은밀한 초대(Heimliche Aufforderung)’부터 세계 평화를 위한 ‘쉬어라, 나의 영혼이여(Ruhe meine Seele)’ 등 다양한 음악을 표현할 예정이다. 햄슨의 첫 내한에서 그의 오페라 아리아를 듣지 못한다는 아쉬움은 약간 있지만 오히려 좀처럼 만나기 어려운 묵직한 무게의 무대라는 점에서 더 기대가 된다. 그가 특별히 내건 주제 또한 최근 여러 가지 어수선한 정세를 겪고 있는 한국을 고려한 배려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고. 

그렇지만 가장 기대되는 건 역시 성악계의 신사로 불리는 그가 들려줄 가곡의 유려하고 진지한 감동이다. 3월이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3. [매경이코노미][HEALTH] 소두증 공포의 주범 ‘지카 바이러스’ 수혈·성접촉 전파…브라질·태국 여행 조심

브라질에서 발생한 소두증 신생아 수가 지난 2월 17일 500명을 넘어섰다. 일주일 새 10%가량 늘어난 수치다. 소두증의 원인으로 알려진 ‘지카 바이러스’ 감염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소두증은 선천성 기형으로 머리 둘레 약 48㎝ 이하, 10세 이하 소아는 평균 머리 둘레보다 약 5㎝ 작은 경우에 해당한다.

소두증이 지카 바이러스와 관련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는 있지만 아직 정확한 상관관계가 밝혀지진 않았다. 임신 중 풍진을 비롯해 소두증을 일으킨다고 알려진 원인은 다양하다. 뚜렷한 원인 없이 소두증이 발생되기도 한다.

김태형 순천향대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지카 바이러스 감염자에게서 소두증이 관찰된 사례 자체가 많지 않으며, 현재 증가하는 신생아 소두증 가운데 지카 바이러스 감염자가 나왔다는 내용만 갖고 상관성을 추측할 뿐이다. 소두증 환자 중 지카 바이러스 감염자의 구체적인 비중까지는 알 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지카 바이러스를 전파하는 것은 ‘이집트숲모기’. 우리나라에선 이집트숲모기 서식이 관찰된 바 없다. 유사 모기로 흰줄숲모기가 있다. 하지만 아직 국내에서 흰줄숲모기에 의한 지카 바이러스 감염 사실은 확인되지 않은 만큼, 국내 발생 가능성을 확정 짓기는 어렵다. 

김 교수는 “바이러스는 종숙주(바이러스가 마지막으로 기생하는 곳) 동물과 전파 매개체(모기), 그리고 기후와 같은 계절적 요인까지 삼박자가 모두 맞아야 전파된다. 메르스가 우리나라에선 크게 유행했지만 바로 이웃 나라인 일본과 중국에선 나타나지 않았듯, 실제 사례가 관찰되기 전까지는 바이러스 유행 가능성을 판단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말했다. 질병관리본부도 “현재는 흰줄숲모기 활동 시기가 아니며, 국내에는 아직 지카 바이러스가 없기 때문에 여행 이력이 없는 국내 임신부에게 지카 바이러스 감염에 따른 소두증 신생아 출산 위험은 없다”고 밝혔다.

다만 지카 바이러스 유행 지역에서 바이러스에 감염된 이들이 국내로 유입될 가능성은 있다. 감염자와의 일상적인 접촉만으로 전염되지는 않지만 모기에 물리거나 드물게 감염자 피를 수혈받은 경우, 또는 성접촉을 통해서도 감염될 수 있다. 때문에 임신부는 바이러스 발생 국가로의 여행을 당분간 자제하고, 발생 국가를 다녀온 경우라면 증상이 없더라도 귀국 후 한 달간은 헌혈하지 않는 것을 권장한다. 남성은 피임기구를 사용하고 가임 여성은 한 달간 임신을 연기하는 것이 좋다.

지카 바이러스 감염의 주된 증상은 갑작스러운 발열과 관절통, 결막염이다. 대개 증상이 심하지 않기 때문에 증상만으로 바이러스 감염을 판단하긴 어렵다. 최근 발생 지역인 브라질, 태국과 같은 관련 국가를 여행한 직후 이 같은 증상이 나타난다면 의료기관을 찾아야 한다.

“지난해 겪은 메르스의 기억 때문에 이번 지카 바이러스에 대한 불안감이 더 큰 것 같다. 하지만 지카 바이러스는 호흡기로 대인 전파되는 메르스와 달리 일반적인 접촉만으로 감염되지 않으므로 너무 지나치게 불안해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4. [이데일리][신현상의 신의 커피]②맛있는 커피를 찾는 여정, 나만의 원두 찾기

[신현상 쟈뎅 수석로스터] 최근 스페셜티 커피가 인기를 얻고 있다. 스페셜티 커피는 커피 콩 재배부터 가공까지 전 과정이 엄격하게 관리되는 커피로, 일반 원두커피보다 높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미국에서 스페셜티 커피가 ‘커피 제3의 물결’로 주목받으며 국내에서도 스페셜티 커피 전문점이 빠른 속도로 생겨나고 있다. 스페셜티 커피 문화가 확산되는 이유 중 하나는 커피맛을 구분하고 자신만의 커피 취향을 가진 사람들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커피 원두 고유의 맛과 향을 구분하고 개인마다 취향에 맞는 원두를 찾고 즐기게 된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세계적으로 공인된 스페셜티 커피가 아니더라도 자신이 좋아하는 커피 맛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만으로도 나만의 스페셜티 커피를 찾을 수 있다. 

가장 맛있는 커피는 고가의 유명한 커피가 아닌 내 입맛에 꼭 맞는 커피라 해도 무방하다. 자신의 커피 취향을 파악하기 전에 우선 다양한 원두의 특성을 익혀야 한다. 원두가 커피의 맛을 좌우하기 때문이다. 

커피 원두는 품종에 따라 크게 아라비카 종과 로부스타 종 2가지로 나뉜다. 아라비카 원두는 전 세계 커피 생산량의 70%를 차지하는 가장 대중적인 품종으로 에티오피아, 콜롬비아, 브라질 등 열대 지역에서 재배된다. 다른 원두에 비해 단맛과 신맛이 강하며 향기가 진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고가 품종에 속한다. 대표적인 아라비카 원두로는 중남미의 브라질과 콜롬비아, 아프리카의 에티오피아와 케냐 그리고 카리브해의 자메이카 블루마운틴 등이 있다. 

에티오피아 커피는 급경사 지역에서 자라는 원두로 강한 신맛에 독특한 향기를 자랑한다. 부드러운 맛과 은은한 꽃향기를 즐기고 싶은 사람이라면 에티오피아를 추천한다. 커피의 여왕이라 불리는 블루마운틴은 카리브해 자메이카섬 블루마운틴 산비탈에서 생산된다. 커피 특유의 신맛과 함께 우아한 초콜릿 향이 어우러진 고급 원두다. 케냐에서 수확하는 커피는 강렬한 과일향과 바디감이 특징이다. 다른 아프리카 원두와 마찬가지로 신맛이 강한 편이다.

로부스타 원두는 주로 베트남에서 생산되며 다른 커피 열매에 비해 훨씬 단단하다. 아라비카에 비해 구수함과 쓴맛이 강하고 카페인 함량이 2배 정도 높으며 향기가 약하다. 일반적으로 로부스타는 강한 쓴맛을 줄이고 높은 바디감을 살리기 위해 부드러운 아라비카 품종과 블렌딩된다. 

하지만 묵직한 바디감과 강한 커피 맛을 선호하는 사람이라면 로부스타 단일 원두에 시럽 등을 넣어 독특한 커피 맛을 즐길 수 있다. 실제로 베트남 별미 중 하나로 로부스타에 연유를 섞어 마시는 아이스 커피가 있다. 쓴맛 뒤에 이어지는 부드러움과 달콤함으로 여행객들에게 인기가 높다

필자가 처음 방문했던 커피 산지는 세계 최대 커피 산지인 브라질이다. 비행기로 총 24시간이 걸려 상파울로에 도착한 뒤 다시 자동차로 4시간을 달려 생애 첫 커피나무를 만났다. 나무의 가지 끝에 달린 커피 열매를 보고는 바로 한 알을 따서 입으로 가져갔다. 열매를 머금고 있으니 달콤한 점액질과 함께 싱그러운 풀냄새, 커피 열매의 싱싱한 과육이 느껴졌다. 감격스러운 순간을 더 기억하고 싶어 커피나무 아래 흙을 한 움큼 집어 향을 맡아보기도 했다. 

꽤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아직도 그때 그 열매의 맛과 흙의 향이 생생하게 남아있다. 에티오피아에서는 생애 최고의 커피를 맛볼 수 있었다. 14세 소녀가 손님을 위해 로스팅, 분쇄, 추출까지 에티오피아 전통 방식을 따라 정성껏 내려준 커피는 지금까지도 잊을 수 없는 맛이다. 이후 여러 산지를 돌아다니며 쟈뎅에서 만든 한 잔의 커피로 사람들에게 한 잔의 행복을 전할 방법을 계속해서 연구해오고 있다.


5. [한국일보]영화 ‘스파이 브리지’ 주인공 제임스 도노번 태어나다

톰 행크스 주연의 스티븐 스필버그 신작 ‘스파이 브릿지(Spy Bridge)’는 1957년 6월 체포된 소련 스파이 루돌프 이바노비치 에이블(1903~1971)을 변호해 사형을 면하게 하고 소련에 체포된 미국 첩보원과의 스파이 교환 비밀협상을 성사시킨 미국 변호사 제임스 도노번(James B. Donovan)의 실화를 소재로 한 영화다. 

1957년이면 로젠버그 부부가 원자폭탄 제조 기밀을 소련에 넘긴 혐의로 사형을 당한 지 4년 뒤. 핵 냉전의 공포와 반공주의가 극에 달한 때였다. 영화는 당시 소련 간첩을 변호하는 일이, ‘앵무새 죽이기’의 애티커스 핀치가 흑인 청년 로빈슨을 변호하던 것 못지않은 용기와 자존을 요구하는 일이었음을 잘 보여준다. 도노번은 다들 마다했던 에이블의 변호를 맡아, 시늉만 하라는 주문을 무시하고 헌신적으로 변호했다. 미 수정헌법 6조는 형사 피고인의 권리를 보장하고 있다. 

그는 FBI의 증거 수집 절차가 수정헌법 4조(부당한 수색 체포 압수 금지) 위반이라며 증거능력을 항변했고, 재판에서 가망이 없자 그를 살려두는 게 스파이 교환 등 예상되는 국면에서 미국 국익에도 도움이 된다며 판사를 설득도 한다. 57년 11월 재판부는 에이블에게 사형이 아닌 30년 형을 선고했고, 도노반은 항소했다. 대법원 상고심에서 도노번은 에이블이 적이라는 이유로 범죄자로서의 권리를 박탈당했다고 주장했다. “적이라고 하더라도 그는 비겁자는 아니었다. 전장을 버리고 도망치지도, 자신의 존엄을 포기하지도 않았다.(…) 우리도 그에게, 우리의 법치와 민주주의 시스템을 보여줘야 하지 않겠는가. 냉전의 가장 위대한 무기가 바로 그것 아니겠는가.”(대사 수정)62년 미국 신예 첩보기 U2가 소련 영공에서 미사일 공격을 받고 추락, 조종사 프랜시스 게리 파워스가 소련 법정에 서게 된다. 기밀 누설을 염려한 미ㆍ소는 동독에서 비밀 교환 협상을 시작하고, 미 당국은 도노번에게 협상을 의뢰한다. 영화는 도너번의 에이블 변호와 저 협상 과정의 활약상을 감동적으로 그렸다.

제임스 도노번은 1916년 2월 26일 태어났다. 하버드 법대를 나와 뉘른베르크 전범재판 검찰로 참여했고, 50년 동료와 뉴욕서 로펌을 차려 보험전문 변호사로 일했다. 역시 변호사였던 그의 형 존(1913~1955)은 51년 뉴욕 주 상원의원에 당선돼 심장마비로 숨진 55년까지 재직했다. 제임스 도노번은 61년 4월 피그만 침공(미국에서 훈련받은 쿠바 망명자들의 카스트로 정부 전복 작전) 실패로 쿠바에 억류돼 있던 포로 교환 협상 임무(62년)를 성공적으로 수행한 뒤 그 해 말 뉴욕주 민주당 상원의원 선거에 출마했다가 낙선했다. 1970년 별세. 영화의 또 한 명의 주인공 에이블은 모스크바로 돌아간 뒤 KGB의 해외 첩보원 양성 책임자로 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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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늙은최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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