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3월 4일 금요일 오늘의 주요 신문사설·칼럼
※이 자료는 교육용으로 쓰기 위해 올리는 자료로 상업적 목적은 없으며 선정된 사실의 정치적 성향은 블로그 운영성향과 무관합니다.
주요 신문사설
[이데일리]
1. 북한인권법, 왜 11년을 끌어야 했나
북한이 다시 기습적인 미사일 도발을 감행했다. 어제 오전 강원도 원산에서 동해 쪽으로 단거리 미사일 여러 발을 발사했다는 것이 국방부의 발표다. 이날 새벽 유엔 안보리에서 이뤄진 대북제재 결의안에 대한 무력시위라 여겨진다. 우리 국회에서 북한인권법이 통과된 것도 북한 지도부에는 심각한 위협으로 받아들여질 만하다. 이에 대한 반발을 미리부터 예상하던 터였다.
그러나 북한 도발이 걱정된다고 해서 당연히 취해야 할 조치를 미루는 것은 올바른 태도가 아니다. 그동안 정부 정책에 문제가 있었던 것은 가급적 문제를 만들지 않으려고 북한과의 충돌을 피해간 데 있었다. 결과적으로 남북이 서로 만나 웃으며 악수를 나누는 것은 좋았지만 북한이 그런 틈을 노려 핵실험과 미사일 개발에 매달리는 것을 말릴 수가 없었던 게 문제다. 우리의 역대 정부와 정치인들도 북한 핵개발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얘기다.
북한 인권법이 비슷한 사례다. 북한 주민들이 탄압·공포정치 아래서 인권을 유린당하고 있으며, 이러한 문제를 다루기 위한 근거를 마련하는 것은 지극히 상식적이다. 그런데도 제17대 국회 당시인 2005년 처음 국회에 제출되고 무려 10년 6개월이 지나서야 이번에 겨우 국회를 통과한 것이다. 이미 미국과 일본에서 시행되고 있는 북한인권법이 이제야 문턱을 넘었다는 점에서도 우리 대북정책의 무책임한 궤적을 짐작하게 된다.
북한 당국은 아직도 주민들이 행복한 생활을 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폐쇄체제에서 기아와 빈곤에 허덕이고 있는 것을 세계가 뻔히 알고 있는데도 공연한 발뺌이다. 어제 박근혜 대통령이 국가조찬기도회에서 “북녘 동포들의 자유와 인권을 억압하는 폭정을 중지하도록 전 세계와 협력하여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언급했듯이 원칙적인 차원에서 대북정책이 추진될 필요가 있다.
우려되는 것은 북한의 도발이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것이라는 점이다. 특히 다음주부터 한·미연합훈련인 키리졸브연습과 독수리훈련이 시작될 예정이어서 반발 강도가 더욱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철저히 대비태세를 유지하면서 북한군의 동향을 면밀히 관찰할 필요가 있다. 북한 도발에 대해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한다면 유엔 제재나 북한인권법 자체가 헛수고일 뿐이다.
2. 가시권에 들어온 美대선과 우리의 대응
미국 대선 가도의 최대 분수령인 ‘슈퍼 화요일’이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와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의 압승으로 끝나면서 오는 11월의 대선 구도가 점차 가시권으로 다가서고 있다. 백악관 안주인과 국무장관을 거쳐 ‘미국 첫 여성 대통령’을 꿈꾸는 클린턴과 부동산 재벌로서 기성 정치권을 거부하는 ‘정계의 이단아’ 트럼프의 맞대결로 굳어지는 모양새다.
이번 미국 대선은 예전과 달리 ‘국외자’(아웃사이더)의 약진이 두드러지는 게 특징이다. 민주당 버너 샌더스 상원의원은 젊은층의 폭발적 지지를 끌어내며 ‘샌더스 신드롬’을 낳았다. 백인 서민층을 등에 업은 트럼프는 더 극적이다. ‘슈퍼 화요일’의 패배로 기세가 꺾인 샌더스와 달리 히스패닉, 무슬림, 여성 등에 대한 막말 파문에도 쾌조의 연속이다. 이젠 “링컨의 공화당이 트럼프의 공화당이 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더 이상 농담으로만 들리지 않는 국면이다.
클린턴은 그제 12개 주 경선에서 8개 주를 휩쓸었고, 트럼프는 11개 주 중 8개 주를 가져갔다. 플로리다 등 5개 대형 주를 아우르는 오는 15일의 ‘미니 슈퍼 화요일’에도 두 사람이 예상대로 승리한다면 더 이상의 경선은 무의미할지 모른다. 민주당은 대통령 후보를 뽑을 대의원의 약 50%, 공화당은 60%가 각각 결정되기 때문이다. 돌발변수가 없는 한 양당의 대통령 후보가 사실상 확정된다는 얘기다.
근년 들어 중국이 다방면에서 ‘굴기’하고 있다지만 미국은 여전히 세계 최강이다. 미국의 대선 과정과 결과에 전 세계가 주목하는 이유다. 특히 미국과 최대 군사동맹으로 맺어진 한국은 더더욱 그렇다. ‘한국의 안보 무임승차론’을 줄기차게 제기하는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되는 경우 한·미 관계에 미처 예상치 못했던 격변을 가져올 가능성까지 고려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게 우리 처지다.
현재 여론조사로는 클린턴이 트럼프를 오차범위 안에서 앞서고 있지만 대선까진 8개월이나 남았으므로 속단은 금물이다. 다만 대비는 이를수록 좋다. 양 진영의 정책과 인맥을 예의 분석해 놓았다가 상황에 맞춰 민첩하게 대처해야 한다. 결과가 나온 뒤에야 움직이는 뒷북치기를 또 되풀이해선 안 될 것이다.
[동아일보]
3. 안철수의 리더십 결핍, 국민의당 자중지란 불렀다어
제 부산을 찾은 안철수 국민의당 상임공동대표가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 대표의 야권 통합 제의에 대해 “필리버스터 중단에 따른 국면 전환용으로 비겁한 공작”이라고 질타했다. 앞서 “제 이름은 안철수입니다. 철수 안 할 겁니다. 진짭니다”라는 반격 메시지도 날렸다. 그러나 천정배 공동대표와 김한길 상임선대위원장, 나머지 의원들은 몇몇을 빼곤 솔깃해한다. 이대로 가다간 걷잡을 수 없는 자중지란(自中之亂)에 빠져들 게 불 보듯 뻔하다.
그제 박지원 의원의 입당으로 국민의당 소속 의원은 18명으로 늘어났다. 모두 더민주당이 싫어 떠난 사람들이다. 그런데 다시 합치거나 몸을 의탁해도 좋을 만큼 더민주당이 변한 게 뭔가. 달라진 게 있다면 국민의당일 것이다. 창당 전 더민주당을 능가할 정도로 높은 지지를 받았지만 ‘잡탕 인사’들이 참여하고 안보 이슈에서 정체성이 오락가락하면서 지지율이 더민주당의 절반도 안 되는 8%(한국갤럽의 2월 넷째 주 조사)까지 급락했다. 이런 위기가 소속 의원들의 마음을 흔드는 주된 동력이다.
국민의당은 창당발기취지문에서 “시대변화에 뒤처진 낡고 무능한 양당체제의 종언을 선언한다”고 기염을 토했다. 타협을 모른 채 사사건건 대립하는 양당 정치에 실망한 많은 국민이 박수를 보냈다. 6억 원의 국고보조금도 받았다. 그러나 제3당으로서의 역할을 보여준 적이 없다. 안 대표는 1일 창당 한 달 기자회견에서 “부족함을 반성한다”고 고백했다. 안 대표는 주요 정치 고비마다 이렇다 할 리더십을 보여주지 못했다. 몸집 키우기에 주력한 탓에 이번에는 더욱 존재감이 약했다. 그렇다 쳐도 통합 부채질에 소속 의원들이 갈대처럼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니 국민에 대한 배신이 따로 없다.
안 대표는 여러 차례 소신을 접는 ‘철수 정치’를 한 전력이 있는 터라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 그래도 소속 의원과 지도부까지 야권 통합이나 후보단일화에 동조할 경우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이제 국민의당의 운명은 안 대표에게 달렸다. 자신만 대의명분을 추구해선 안 된다. 소속 의원들이 공감하고 동참하도록 정치생명을 걸고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그래야 제3당의 길도, 대선의 길도 열린다. 그러지 못하면 ‘낙동강 오리알’ 신세로 전락할 뿐이다.
4. 첫 ‘4세 경영’ 두산, 위기 돌파해 기업가정신 입증해야
올해 설립 120주년을 맞는 두산에서 그제 박정원 ㈜두산 지주부문 회장이 차기 이사회 의장을 맡으면서 한국 주요 대기업이 ‘4세 경영 시대’에 돌입했다. 박정원 회장은 고 박두병 두산그룹 초대 회장의 장남인 박용곤 두산그룹 명예회장의 장남으로, ‘박승직 상점’을 설립해 두산그룹의 기틀을 잡은 박승직 창업주부터 따지면 4대째 장손이다. 두산그룹주는 4세 경영인의 사업 구조조정에 대한 기대감과 두산인프라코어의 공작기계 부문 매각 소식이 겹치면서 이틀째 동반 상승했다.
박정원 회장 체제는 형제들이 순차적으로 경영권을 승계해 온 두산가(家)의 전통을 감안할 때 예견됐던 수순이다. 2005년 박용성 회장 취임 당시 형인 박용오 회장이 동생을 비자금 조성 혐의로 고발한 ‘형제의 난’에 대한 트라우마 때문에 내부 가족회의에서 합의한 뒤 전격적으로 경영권 승계 사실을 발표한 것으로 보인다. 박정원 회장은 지난해 시내면세점 사업에 진출할 때 핵심 역할을 하는 등 외유내강(外柔內剛)의 면모를 갖춘 승부사라는 평가를 받는다.
가족경영에 대한 시각이 엇갈리는 한국에서 두산의 4세 경영은 중요한 시험 무대다. 경영세습과 부의 대물림이라는 측면에서 논란이 있지만 지배구조에 정답은 없다. 투명한 지배구조와 경영능력으로 존재가치를 입증할 뿐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어제 ‘소유경영 체제’인 월마트와 ‘전문경영 체제’인 K마트를 비교하며 오너 기업이 일반 기업보다 장기성과 달성에 적합한 모델이라는 자료를 내놨다.
박정원 신임 회장은 구조조정을 통한 위기 돌파라는 첫 과업부터 분명히 완수해야 한다. 두산그룹 계열인 두산인프라코어와 두산건설은 2012년부터 4년 동안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갚지 못하는 ‘좀비기업’이었다. 특히 두산인프라코어는 작년 말 20대 신입사원에게까지 명예퇴직 신청을 받아 논란을 키웠다. DNA에 새겨진 창업주의 기업가 정신을 바탕으로 부실을 털어내고 혁신을 통해 이윤 창출에 나서야 한다. 두산그룹에 대한 재계의 기대가 높지만 환호하기엔 이르다. 1년 뒤 성과에 따라 박수를 받을지, 비판을 받을지 판가름이 난다.
[서울신문]
5. 정체성 팽개친 야권 통합은 국민 기만이다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의 야권 통합 제의가 정치판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김 대표는 어제도 “야권이 총선 승리를 거두기 위해 통합에 동참하자는 제의를 드린다”며 국민의당을 겨냥해 당 대 당 통합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선거 때가 되면 단골 메뉴로 등장하는 야권 통합론이 20대 국회를 구성하는 4·13 총선을 앞두고 다시 불거진 것이다.
집권을 추구하는 정당이 선거 승리를 위해 다양한 전략을 구사하는 것은 물론 자연스런 일이다. 일여다야(一與多野)의 구도 속에서 총선을 치를 경우 야권이 참패할 것이란 위기감도 적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김 대표의 야권 통합 제의는 선거를 책임진 사령탑의 자구책으로 이해할 수도 있는 대목이다.
하지만 국민들의 정서는 온도 차가 크다. 김 대표는 연일 “탈당한 의원 대다수가 당시 지도부의 문제를 걸고 탈당계를 냈는데 그 명분은 다 사라지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밝혔지만 국민들의 생각은 다를 수 있다. 김 대표가 이끄는 비상대책위가 친노 세력 일부를 공천에서 탈락시켰다고 더불어민주당의 노선과 체질 자체가 바뀌었다고 생각하는 국민들은 그리 많지 않다.
김 대표가 꺼내 든 야권 통합 카드는 유권자의 뜻을 무시하고 승리만을 위한 선거공학적 발상이란 지적도 많다. 지난해 말 새정치민주연합 분열 이후 탈당과 창당 과정에서 새로운 야당으로 거듭나겠다는 대국민 약속을 헌신짝처럼 버린 채 통합을 말하는 것은 정치인의 도리가 아니다. 야권 통합론은 국민들을 혼란스럽게 하고 총선 정국을 혼돈으로 몰아갈 가능성이 크다. 당장 국민의당 내부는 통합 제의에 대해 찬반 양론이 갈리면서 갈등의 조짐마저 일고 있다. 야권이 통합 블랙홀에 빠져들면 제대로 된 공천이나 정책 대결의 초점은 흐려지고 승리 지상주의로 흘러갈 공산도 없지 않다.
통합의 대상으로 지목된 국민의당은 패권적 친노 세력, 낡은 운동권 진보 세력과의 결별을 목표로 정강이나 정책, 현안 대응에서 더불어민주당과 다른 길을 걷고 있다. 양당 정치에 대한 염증과 제3당의 출현을 기대하는 국민도 적지 않다. 우리는 당의 정강과 지향점이 다른 정당이 합쳐지면 어떤 길을 갈 것인가는 과거 새정치민주연합 내부의 분열 과정에서 충분히 지켜봤다. 국민들에게 야권 통합에 대한 비전과 철학을 설득하지 못하는 물리적 결합은 결국 표의 심판에 직면할 것이다.
6. 실업 청년 울리는 귀족노조의 고용세습
대기업 노동조합의 고용세습이 거센 비판 여론 속에 개선되거나 폐지되기는 했지만 일부 귀족노조들은 여전히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고용노동부가 현재 진행 중인 국내 3000개 기업의 단체협약 실태 조사에 따르면 30대 기업 중 8곳이 조합원의 자녀나 직계가족을 우선 채용하는 조항이 포함된 단협을 체결했다. 2013년 4월 기아자동차 광주공장 하청 근로자의 분신 자살로 불거진 노조의 일자리 대물림이 얼마나 깊이 뿌리내리고 있는지를 보여 주는 대목이다. 나아가 청년 실업률이 지난달 16년 만에 최고치인 9.5%를 기록한 참담한 현실도 전혀 상관없는 남의 일로 여기는 것과 다름없다.
고용세습 조항을 둔 대기업은 기아자동차, 현대오일뱅크, 현대제철, 대우조선해양, LG유플러스, 한국GM, 현대자동차, 대한항공 등이다. 조사가 마무리되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적잖다. 30대 기업은 아니지만 금호타이어와 현대백화점도 같은 조항을 두고 있다. 고용세습은 정년 퇴직자와 장기 근속자, 업무 중 사망하거나 장애를 입은 근로자 등의 자녀를 우선 채용한다는 노사의 협약이다. 엄밀히 따지면 노조를 달래려는 수단으로 사측이 두루뭉술하게 받아들인 까닭에 합작품이나 마찬가지다.
고용세습은 없애야 할 비정상적인 관행이다. 울산지법은 2013년, 서울중앙지법은 지난해 고용세습에 대해 ‘선량한 풍속과 사회질서에 반한다’는 취지로 무효 판결을 내렸다. 법의 판단을 떠나 업무상 재해로 숨졌거나 큰 장애를 가진 근로자의 자녀를 특별 채용하는 조치는 나름대로 합리적일 수도 있다. 그러나 오랜 기간의 근무를 이유로 고용을 자식에게 물려주는 행태는 음서제의 부활이다.
대기업 노조는 일자리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한 취업 포털사의 조사를 보면 지난달 기준으로 대학 졸업 예정자 중 16.9%만이 정규직에 취업했다. 60%는 아예 취업의 기회조차 얻지 못했다. 비정규직의 비중은 32.5%에 이르고 있다. 기득권을 통째로 내려놓을 수는 없겠지만 일자리마저 제 몫인 양 챙기려는 구습은 빨리 버려야 한다. 정부도 차제에 고용세습을 뿌리 뽑겠다는 각오를 다져야 할 것이다. 시정명령을 따르지 않으면 부과하는 최대 5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상향 조정하는 것을 비롯해 단체협상 자체를 무효화하는 식으로 처벌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사회 정의를 실현하기 위한 적극적인 대응이다.
[매일경제]
7. 사회지도층 도덕불감증 드러낸 `서울시향 사건`
2014년 12월 불거졌던 박현정 전 서울시립교향악단 대표의 폭언, 성추행, 인사전횡 의혹이 모두 서울시향 일부 직원들의 '조작극'인 것으로 경찰 수사 결과 드러났다. 특히 직원들의 허위 투서 작성에 정명훈 전 서울시향 예술감독의 부인 구 모씨가 개입했다는 정황도 포착됐다. 구씨가 박 전 대표를 내쫓기 위해 시향 직원과 휴대폰으로 투서와 관련해 지시하는 취지의 문자를 나눴다니 실로 충격적이다.
결국 시향 직원 10명이 박 전 대표가 남자 직원을 성추행하고 폭언을 일삼았다고 폭로해 세상을 시끄럽게 한 이 사건은 모두 허위이고 그 배후가 구씨였다는 사실이 밝혀진 셈이다. 경찰은 구씨에 대해 네 차례에 걸쳐 소환을 통보했으나 회신이 없어 기소중지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라고 한다.
정명훈 전 감독이 지난 10년간 서울시향의 수준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킨 공로에 대해서는 대다수가 인정한다. 그렇지만 예술감독의 부인이 시향 운영에 감 놔라 배 놔라 하고, 직원들을 조종해 허위사실을 유포했다면 이는 보통 문제가 아니다. 마음만 먹으면 무슨 일이든 관철시킬 수 있다는 우리 사회지도층의 오만방자함, 도덕불감증을 고스란히 보여준 것이다. 땅콩회항 사건, 몽고간장 직원 상습 폭행, 성추행 서울대 교수 등 문제가 됐던 일련의 사회지도층의 슈퍼 갑질과 한 치도 다르지 않다. 그는 사건이 벌어진 이후 줄곧 해외에 체류 중이라고 한다. 미국 국적자이기 때문에 강제소환도 불가능하다. 하지만 정 전 감독의 명예를 생각한다면 귀국해 조사에 응하는 것이 도리다. 정 전 감독도 지난해 감독직을 그만뒀지만 부인이 허위사실 유포를 지시한 사실이 드러난 만큼 사전에 알았든 몰랐든 이에 대한 입장 표명이 있어야 한다.
이 사건이 반전을 거듭하며 진실공방을 벌이게 된 것은 서울시의 미흡한 대응 능력 탓이 크다. 서울시는 사건이 터지자 시민인권보호관을 통해 사건을 조사하고 시향 직원들에 대한 인권침해가 있었다며 박 전 대표의 징계를 권고했다. 이에 박 전 대표가 명예를 훼손당했다고 직원들을 고소하면서 '막장드라마'로 치닫게 된 것이다. 서울시 시민인권보호관은 박 전 대표가 피의자에서 명예훼손 피해자로 밝혀진 데 대한 입장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중앙일보]
8. 여야, 선거판 혼탁 주범 가려내라
4월 13일 치러질 20대 국회의원 선거는 늑장과 졸속, 파행의 연속이다. 총체적 부실·날림공사의 징후가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전국 253개 선거구에서 1300여 명 예비후보자들이 물불 안 가리고 움직이고 있는데 이를 규율하고 단속하는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지난 2일 중앙선관위에 따르면 기부행위·비방·흑색선전 등 각종 불·탈법 혐의로 선관위가 검경에 고발한 게 57건, 수사의뢰한 건이 16건에 이른다. 현장의 체감 혼탁상은 훨씬 심하다고 한다.
선관위가 고발하거나 수사의뢰한 예비후보자는 범법 혐의가 뚜렷하지만 조사권만 가진 선관위로선 형사상 증거 확보 등이 어려워 수사기관에 의탁한 경우다. 그 자체로 문제가 있는 데다 선거에 당선해도 무효대상이 될 가능성이 많아 정치권에선 일찍이 이들을 공천 부적격자 대상으로 삼아야 한다는 얘기가 나왔었다. 그런데 지금 공천심사를 진행하고 있는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등은 부적격자 대상을 선정할 기준을 명확하게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주요 정당들은 촉박한 선거 일정에 치여 국회의원으로서 갖춰야 할 가치와 덕목을 가볍게 여긴다는 지적을 겸허히 받아들여야 한다. 오직 상대당 후보를 이겨야 한다는 강박에 사로잡혀 지지율·인지도 수치에만 집착하는 우를 범해선 안 된다. 공천 부적격자 범주엔 전과·체납·표절·병역기피 같은 과거 기록의 문제나 부패·막말·공갈·갑질 같은 도덕적으로 부적절한 행위, 선거 현장에서 수집된 불·탈법, 혼탁 조장행위를 모두 담아내야 할 것이다.
특히 선거 현장에선 각 정당이 앞다퉈 도입한 ‘여론조사 경선’ 때문에 예비후보자들이 정책 제시, 정견 발표보다 음성적인 전화 응답조직을 확대하는 데 골몰하는 병리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런 현상 속에 ‘여론조사 책임응답 유권자 100명 명단’ 등을 제시하며 금품을 요구하는 신종 브로커도 등장했다. 불공정·조작 여론조사로 사법기관의 수사를 받는 단체들이 급증한 것도 이번 선거의 특징이다. 이 밖에 허위학력 의혹, 허위사실 유포, 장학금 명목의 금품 지급, 이 당 저 당 기웃거리는 철새 전력 등 숱한 부적격 행태들에 대한 감시와 단속이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20대 총선의 시대정신은 역대 최악으로 비난받는 19대 국회 같은 입법부가 탄생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여야 정당은 예비경선 단계부터 공천 부적격자를 보다 엄격하게 걸러야 한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선거 혼탁과 유권자 혼란을 부추기는 행위 중에 시민단체의 이름을 걸고 특정 정당이나 특정 후보를 표적 제거하는 사례도 있다. ‘2016총선 시민네트워크’라는 곳에선 어제 공천 부적격자 명단 9명을 발표했으나 여당이 8명이고 나머지 1명은 더민주의 김현종 예비후보였다. 정당과 이념에서 지나친 편향을 드러내고 있는 데다 선정 기준 자체가 보편성을 확보하지 못했다. 정당과 선관위가 제 역할을 하면 이런 선동적인 단체의 활동을 주변으로 몰아낼 수 있을 것이다.
[매일신문]
9. 자녀를 공무원 만들고 싶어하는 사회, 미래가 있는가
우리나라 부모 3명 중 1명은 자녀가 공무원이 되길 바라는 것으로 조사됐다. 경제난과 고용 불안을 겪은 부모들이 아이만큼은 안정적이고 정년이 보장되는 직업을 갖길 원하는 세태를 보여주는, 씁쓰레한 결과다.
인구보건협회가 2일 20~50대 기혼 남녀 1천335명을 대상으로 희망하는 자녀의 미래 직업을 물어보니, 공무원(37.2%)이 1위로 꼽혔다. 다음으로 의료인(16.5%), 교사 (14.8%), 법조인(7.5%), 연예인(3.8%), 운동선수(2.3%) 순이었다. ‘아이 자신이 선택하는 직업’을 갖기를 원한다는 응답자는 114명이었다.
부모라면 누구나 자녀들이 편안하고 안정된 생활을 하길 바란다. 그런 면에서 공무원, 의료인, 교사 등은 안정적 수입과 정년 보장이라는 장점이 돋보이는 최고의 일자리다. 우리 사회에 좋은 일자리가 갈수록 줄어들고, 한국 경제가 쪼그라들고 있는 현실을 지켜본 부모들의 마음이 그대로 반영돼 있는 셈이다.
그렇지만 자녀를 공무원으로 만들고 싶어하는 부모들이 너무 많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입신양명을 하려면 관직 말고는 다른 길이 없던 조선시대도 아닌데, 너도나도 공무원을 하려는 것은 분명히 비정상적이다. 과학자, 기업가, 예술인 같은 창의적이고 생산적인 직업을 꺼리는 사회 분위기라면 우리 미래는 암담하기 짝이 없다.
지난해 대구의 남자 인문계 고교에서 학생들에게 장래 희망을 물어보니, 절반 이상이 공무원이라고 했다. 교사들은 그 결과에 충격을 받았다고 털어놨다. 지난달 한 케이블방송이 서울의 초`중`고생 830명을 대상으로 장래 희망을 물어보니, 공무원과 건물주가 가장 많았다고 한다. 부모는 자녀의 거울이라는 말이 생각나는 대목이다.
한국인은 역동성과 끈기로 지긋지긋한 가난에서 벗어나 오늘의 대한민국을 만들었다. 안정 지향적인 생활 태도와 직업만 선호하는 국민 의식을 바꾸지 않는다면 더 이상의 전진은 없을 것이다. 정부와 우리 사회가 도전하는 젊은이, 꿈을 키워가는 젊은이를 북돋워주고 키워주는 사회적 분위기를 새로 만들어야 할 때다.
10. ‘문화관광형 시장’ 약령시, 변신 위한 밑그림 다시 그려야
대구약령시가 전국 전통시장을 대상으로 공모한 ‘문화관광형 시장 육성사업’에 선정됐다. 문화관광 콘텐츠 발굴 등 경쟁력 강화를 통해 관광 명소로 키우기 위한 사업으로 2018년까지 국비 포함 모두 18억원의 사업비가 들어간다. 상인회가 중심이 돼 약령시를 볼거리와 먹을거리, 즐길거리가 있는 ‘문화관광형 시장’으로 탈바꿈시키는 게 목표다. 위기를 맞은 약령시를 되살리기 위한 몸부림이 이번 사업을 계기로 다시 부활의 불을 지필 수 있을지 관심거리다.
‘350년 약령시의 재발견’이라는 슬로건 아래 10년여간 대구시와 약령시 상인회가 많은 돈과 노력을 쏟은 결과 약령시의 외형은 크게 바뀌었다. 2005년 한방특구 지정 이후 약전골목 정비를 시작으로 한의약박물관 건립, 한약산업 육성, 관련 상품 개발 등 대표 브랜드 육성, 한방문화축제, 주말장터 등 시민에게 가까이 다가가려는 노력이 이어졌다.
하지만 약령시 고유의 멋과 분위기를 살려내지 못했고, 전통을 기초로 한 문화 아이콘으로의 질적 변화도 뒤따르지 못해 지금은 거의 답보 상태다. 시민과 관광객이 직접 피부로 느끼고 즐길 수 있는 콘텐츠도 부족하다. 게다가 최근 몇 년 사이 백화점과 요식업소가 우후죽순 들어서면서 주변 환경이 크게 바뀌고 시민의 무관심 속에 약령시는 계속 내리막길이다. 2009년 210개이던 한약 관련 업소가 지난해 말 177개로 준데서도 약령시의 현주소를 짚을 수 있다. 이대로 간다면 10년 내 자연 소멸될 것이라는 우려까지 나온다.
문화관광형 시장 육성사업은 어쩌면 약령시를 되살리기 위한 마지막 승부수다. 약령시를 대구를 대표하는 문화관광상품으로 키워내려면 과감하고 혁신적인 변화가 중요하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바뀌지 않고는 더 버티기 힘들기 때문이다. 단순히 먹을거리 개발이나 캐릭터`앱 제작, ICT안내판 설치와 같은 언 발에 오줌누기식 처방으로는 어림없다.
먼저 약전골목을 차량없는 거리로 지정하는 등 시민과 관광객이 언제든 찾고 즐길 수 있는 환경부터 조성해야 한다. 나아가 방문객과 각 업소가 함께 호흡하는 상설시장 거리로 만들어야 한다. 그런 각오와 밑그림을 먼저 그린 후에 특색있는 콘텐츠를 하나씩 채워나가는 게 순서다.
주요 신문칼럼
1. [한국일보]비행복을 만든 윌버 프랭크스 나다
놀이기구를 타고 급상승하거나 하강할 때 몸이 감당하는 중력이 달라진다. 살과 뼈야 고형이니까 그 자리에 붙어 있지만 혈액 같은 액체는 얘기가 다르다. 올라갈 땐 아래로, 내려갈 땐 위로 쏠린다. 운동 상태 변화에 대한 물체의 저항력, 곧 관성의 힘이다.
놀이기구는 기껏해야 2~3G(Gravity), 즉 지구 중력보다 2,3배 수준이다. 작은 변화, 안전하게 통제된 사소한 일탈은 쾌락의 한 방편이다. 하지만 4G 이상이면 혈액 순환 장애로 빈혈이 시작되고 ‘그레이 아웃(Grey- Out, 부분적 시각ㆍ의식장애)’ ‘블랙 아웃(Black- Out, 전면적 일시적 시각ㆍ의식장애) ‘G-loc(G-induced loss of consciousness, 중력 변화에 의한 실신)’같은 위험한 상황에 순차적으로 이르게 된다. 대뇌 혈류 감소 때문이다.
2차대전 초기 전투기 조종사들은 적국 전투기 못지않게 저 치명적 인체의 한계에 맞서야 했다. 항공기술 발달로 전투기의 속도와 가속력이 신장됐고, 긴급회피기동이라도 할 경우엔 5G이상(요즘 전투기는 7~9G)의 중력가속도를 감당해야 했다. 개인차는 있지만 통상 5G부터 장애가 시작되고, 지속되면 시력과 의식을 잃기도 한다.
캐나다의 암 의학자 윌버 라운딩 프랭크스(Wilbur Rounding Franks, 1901~1986)는 원심력 때문에 시험관이 자주 파손되는 문제로 곤란을 겪곤 했다고 한다. 궁리 끝에 그는 물을 가득 채운 병 속에 시험관을 넣음으로써 저 문제를 극복했다. 2차대전이 막 시작되던 무렵이었다.
그는 그 원리를 비행사들의 옷에 적용했다. 즉 물을 채운 고무 패드로 비행사의 허리와 다리 주변을 압박함으로써 중력 가속도에 따른 혈류의 쏠림 현상을 완화한 것. 최초의 중력방호복(G-Suit)인 ‘프랭크스 비행복 Franks Flying Suit’이 그렇게 탄생했다. 그의 토론토 대학 동료로, 당뇨병 특효약인 인슐린을 공동 발견해 1923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탄 프레드릭 밴팅(FrederickBanting, 1891~1941)이 시험단계에서 그의 비행복을 입고 비행하다 추락, 사망하기도 했다. 어쨌건 그의 비행복은 2차대전 연합국 비행사들에게 공급돼 대독일 항공전에서 결정적인 전술적 우위를 갖게 했고, 그는 1944년 대영제국훈장(OBE)을 받았다. 미 공군이 물 대신 압축공기를 활용한 ‘버거 수트’를 보급한 건 대전 말기인 44년 무렵이었다. 3월 4일은 최초의 중력방호복을 만든 윌버 프랭크스의 생일이다.
2. [머니투데이] [광화문] 국립박물관과 에버랜드의 공통점
국립중앙박물관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유물의 보고다. 에버랜드리조트는 우리나라 민간 테마파크 중 단연 최고라 할만하다. 동물원과 식물원, 놀이시설까지 겸비한 테마파크로는 세계에서 유일하다.
방문객 규모도 국내에서 빠지지 않는다. 국립중앙박물관만 따지면 연간 350만 여명, 전국 국립박물관(12개 지역과 1개 전시관)을 합하면 연간 850만 여명이 다녀간 것으로 추산한다. 에버랜드는 한 곳의 사업장임에도 연간 850만 명이 다녀간다.
국립중앙박물관과 민간 테마파크를 일부러 비교할 이유는 없다. 다만 최근 두 조직에 대해 이것저것 궁금함을 해소할 기회가 있었는데 엉뚱한 대목에서 공통점을 발견해서다. 그것은 주변에 대형 관광차가 없다는 점이다. 이는 주로 패키지 여행상품에 가입해 오는 단체 여행자들이 이곳을 찾지 않는다는 의미다.
이런 이유로 국립중앙박물관은 국내 여행객의 큰 손인 중국 관광객을 잡지 못한다는 비판을 받기도 한다. 에버랜드도 나름 고민이다. 에버랜드는 지리적 요건을 가장 큰 이유로 분석했다.
얘기를 듣다 보니 같은 원인에서 나온 결과라는 생각에 미친다. 우리 관광의 현주소는 ‘한류 관광 상품=(화장품)=쇼핑 관광’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관광객, 특히 단체 관광객들은 면세점이 가깝거나 명동과 같은 대형 쇼핑센터에 몰린다. 패키지여행을 주도하는 여행사에서는 이런 소비에 효과적이지 않은 동선을 넣을 이유가 없다. ‘대부분의 관광차는 잠실 롯데월드(면세점)나 경복궁과 명동 주변에 머문다’는 얘기는 그냥 나온 게 아니다.
“여행사들이 박물관 내 상품점이나 식당을 이용할 때 40% 정도 할인을 요구하더라고요. 시내서 떨어져 있어서 그 정도 혜택을 줘야 오겠다는 겁니다.” 김영나 국립중앙박물관 관장은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 박물관을 찾는 숫자는 중요하다. 그렇다고 그저 ‘양’에 매달리는 건 옳지 않다고 보기 때문이다. 김 관장은 “한국에 오래 체류하는 이들(어학연수인 등), 한국의 문화가 진짜 궁금해서 발품을 팔고 다니는 개별 여행자들의 증가 추이를 보고 있다”며 “그 방문객의 의견을 수렴해 불편사항을 개선하고 있다”고 말한다.
3일, 에버랜드에 ‘판다’가 왔다. 판다의 고향인 중국에서 오는 여행자들은 한국에 온 자국 판다를 만나기 위해 에버랜드를 찾을까. 에버랜드는 그저 판다만이 아닌 VR(가상현실)) 등 첨단 IT(정보기술) 기술을 접목한 ‘판다 월드’라는 더 큰 콘셉트의 문화상품을 준비 중이다. 중화권 관광객이 지금보다 늘 것이란 기대도 조심스럽게 내비친다. 하지만 여행사에서 쇼핑이 아닌 ‘견학’과 ‘놀이’, 궁극적으로는 ‘한국만의 문화’에 초점을 맞춘 상품을 내놓지 않으면, 판다는 적어도 그 ‘관광차 동선’에서는 여전히 벗어날 가능성이 크다.
한국관광공사가 발표한 ‘숫자로 보는 한국관광’ 보고서에 따르면 ‘2015년 국가별 관광산업 경쟁력 지수’(세계경제포럼, WEF)에서 우리는 29위를 차지했다. 주목할 지표는 세부 평가항목이다. 자연 및 문화자원은 22위로 조사됐는데, 인프라는 40위, 관광정책 및 여행 여건은 무려 82위로 처졌다. 관광 수지 지표는 심각성을 더 한다. 우리 관광 수입은 2010년 103억2800만달러에서 2014년 178억3600만달러로 늘면서 18위를 기록했지만, 2014년 관광 지출은 194억6900만달러로 무역적자다.
바깥으로 나가는 국민을 잡는 방법이든 들어오는 해외 여행자를 잡는 방법이든 핵심은 콘텐츠다. 쇼핑 문화 외에 우리의 귀한 자연과 문화를 더 좋은 여행 상품으로 구성하는 노력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 보인다.
3. [동아일보][횡설수설/권순활]중국의 ‘K뷰티’ 견제
탤런트 이영애 송혜교 전지현은 중국에서 ‘한류 여신(女神)’으로 통한다. 한국 드라마로 인기를 얻은 뒤 한국 화장품(K뷰티) 모델로 활동하면서 K뷰티 붐을 확산시켰다. 황정음 이하늬 송지효 김고은도 K뷰티 스타로 발돋움했다. 한국 연예인들의 뽀얗고 깨끗한 피부는 중국의 젊은 여성에게 선망의 대상. 이들을 모델로 기용한 한국 화장품의 인기도 높아졌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프랑스의 샤넬과 일본의 시세이도 화장품이 대표적인 고급 화장품으로 꼽혔다. 한국 여성이 해외여행을 다녀온 친지들에게서 받고 싶은 최고의 선물이기도 했다. 당시 우리 화장품은 해외에는 명함도 내밀지 못하는 내수 품목이었다. 지금은 중국 대만 홍콩 등 중국권과 동남아시아, 심지어 유럽과 미국에서도 K뷰티 열풍이 거세다. 글로벌 불황 속에서도 지난해 한국의 화장품 수출액은 29억2948만 달러(약 3조8405억 원)로 전년보다 52.7% 늘었고 특히 대중(對中) 수출은 99.2% 급증했다.
▷중국 시장 공략의 선두주자인 아모레퍼시픽은 작년 국내 화장품 브랜드로는 처음으로 국내외 연매출 1조 원을 돌파한 프리미엄 한방화장품 설화수를 앞세워 5조5020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중국에서 아모레퍼시픽 브랜드는 P&G나 로레알에는 못 미치지만 시세이도와 SK-Ⅱ 같은 일본 브랜드를 제쳤다. LG생활건강도 프리미엄급 후(后) 브랜드를 내세워 화장품 부문에서만 2조4050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중국이 수입 화장품을 강하게 규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국내 화장품 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작년 6월 화장품 조례를 바꿔 한국의 경쟁력이 높은 미백 화장품을 위생허가 소요기간이 11개월이나 걸리는 ‘특수 화장품’으로 재분류한 데 이어 주름 개선 화장품도 같은 조치를 취해 규제할 태세다. 자국산업 보호를 명분으로 내세우지만 한국 화장품을 겨냥한 견제 성격이 짙다. 수출의 새 효자로 떠오른 K뷰티가 중국의 비관세 수입 장벽에 막혀 피해를 보는 일이 없도록 민관(民官)이 힘과 지혜를 모아 대처해야 한다.
4. [동아일보][@뉴스룸/조영달]서울을 떠나는 사람들
1994년으로 기억된다. ‘서울의 달’이라는 TV 드라마가 장안의 화제였다. 시청률이 40%가 넘을 정도로 인기였다. 당시만 해도 변두리 달동네였던 약수동이 배경이다. 시골 출신으로 허황된 성공을 꿈꾸는 제비족 홍식(한석규)과 어리숙하고 우직한 춘섭(최민식), 두 시골 청년이 상경해 겪는 애환을 사실적으로 그려냈다. 드라마 속 인물이 보여주는 우리네 이웃의 고단한 세상살이와 팍팍한 삶은 시청자들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홍식이나 춘섭 말고도 당시 가난한 시골 출신이 ‘서울드림’을 안고 무작정 상경하는 일은 흔했다. 의지할 곳 하나 없었지만 서울은 그들에게 ‘희망의 땅’이자 어쩌면 성공을 보장하는 ‘약속의 땅’이었다.
2016년 오늘, 20여 년 전인 1994년과 비교하면 서울도 많이 변했다. 드라마의 촬영지였던 약수동 달동네는 재개발로 사라졌고 높다란 빌딩과 아파트 단지가 그 자리를 대신했다.
이런 환경적 변화 말고도 눈에 띄는 게 또 하나 있다. 희망을 안고 서울로 상경하는 사람보다 서울을 등지고 떠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는 것이다. 지난해 말 주민등록 기준으로 서울에 사는 인구는 1029만 여 명. 2010년(1057만 여 명)부터 5년째 감소세다. 이런 추세라면 3년 후면 1000만 명 밑으로 떨어진다는 계산이 나온다.
사실 서울의 인구 감소는 하루 이틀 된 일은 아니다. 문제는 최근 탈(脫) 서울의 주체가 경제활동의 중심축인 30, 40대라는 것이다. 지난해 13만7000여 명이 줄었는데 절반이 넘는 7만3000여 명이 30, 40대였다.
30, 40대는 왜 서울을 떠나는 걸까. 높은 주거비용이 첫째 원인이다. 통계청이 내놓은 자료를 보면 지난해 10명 중 6명이 ‘주택 문제’로 서울을 떠났다고 했다. 좀 더 싼 집을 구하기 위해 서울을 떠나야하는 ‘전세 난민’이 된 셈이다. 나이 들어 퇴직하고 귀농하거나 쾌적한 환경을 찾아 가까운 중소도시로 떠났던 예전과는 차원이 다르다. 30, 40대의 이탈은 서울의 고령화를 가속화시킨다. 고령화는 곧 세수 감소에 따른 재정악화와 복지수요 증가, 지역 경제의 붕괴를 의미한다.
그동안 인구 감소가 국가적인 문제라고 생각해 서울시는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 않았다. 피할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인구감소에 따른 사회적 부작용은 먼 미래의 이야기라는 식의 안일한 생각은 버려야 한다. 풍요롭고 살기 좋은 서울을 만들지 않고서는 30, 40대의 탈 서울을 막을 방법은 없다.
30, 40대를 다시 끌어들여 ‘젊은 서울’을 만들기 위해서는 안정적인 주거지와 창조산업 활성화를 통한 노동참여 기회를 늘려야 한다. 경력단절 여성의 사회복귀 여건도 마련해야 한다. 인구 증가를 전제로 추진해 온 세출구조도 근본적으로 수정할 필요가 있다. 인구 감소가 서울의 도시 경쟁력 저하로 직결되지 않도록 지금부터 대책도 세워야 한다. 서울시가 30, 40대의 탈 서울을 막을 어떤 대책을 내놓을지 궁금해진다.
5. [동아일보][박성연의 트렌드 읽기]기부로 가는 손을 주머니에서 빼려면
88회 아카데미 오스카상을 거머쥔 리어나도 디캐프리오는 “대자연을 당연한 것으로 생각하지 말자”라는 멋진 수상 소감을 밝혔다. 평소에도 하이브리드 차를 몰고 집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할 만큼 환경을 아끼는 이 유명 배우는 쓰레기 재활용 벤처기업에 5800만 달러(약 700억 원)를 투자하고, 환경보호기구에도 1500만 달러를 기부했다.
국내에서 온정의 손길이 끊기기 시작하는 요즘 유명인의 기부 소식은 특별한 감동을 준다. 흔히 기부는 돈이 차고 넘칠 때에나 할 수 있는 것이라 생각한다. 실제로 통계청 자료에서는 기부를 하지 않은 이유 중 ‘경제적 여유가 없어서’가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한다. 그런데 흥미로운 점은 ‘경제적 여유’는 2011년 62.6%에서 2013년 60.9%로 줄어든 반면 ‘기부 방법을 몰라서’가 3.7%에서 4.2%로, ‘직접 요청받은 적이 없어서’가 5.7%에서 7.8%로 늘었다.
그래서인지 쉽고 빠른 기부 방법들이 주목을 받는다. 걷는 걸음 수를 애플리케이션(앱)으로 체크해 목표치에 도달하면 기부가 되는 ‘빅워크’, 하루 1분 앱으로 광고를 보면 아동을 후원하는 ‘힐링히어로즈’, 음식 사진을 찍어서 올리기만 하면 아프리카 아이들에게 음식을 후원하는 ‘피디(Feedie)’ 등이 그런 예다. 피디는 제이미 올리버 같은 유명 셰프들의 동참 덕에 지금까지 1200만 장이 넘는 사진이 공유됐다. 이들은 모두 사람들이 하루 온종일 끼고 있는 스마트폰과 연계해 손쉽게 기부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스마트폰을 활용해 사람들의 잠재 동기를 수면으로 끌어올려 ‘행동’으로 옮기도록 한 것이다.
쇼핑 활동도 기부로 연결될 수 있다. 신발업체인 ‘탐스슈즈’는 신발 한 켤레만 사면 또 다른 한 켤레를 신발이 필요한 아이들에게 기부하는 ‘빠른 기부(Fast Donation)’로 사업을 번창시켰다. 그 여세를 몰아 이제는 선글라스로 사업 영역을 확장했다. 선글라스 하나를 사면 안과 진료나 백내장 수술과 같은 시력 관련 활동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또 스웨덴의 한 의류 회사는 헌옷 쇼핑백을 만들어 새 옷을 사면 흰색 쇼핑백에 넣어 준다. 이 쇼핑백의 용도가 재미있다. 쇼핑백을 뒤집으면 검정 택배봉투가 되는데, 집에 가서 입고 입던 헌옷을 벗어 이 봉투에 넣어 기부용으로 보낼 수 있다. 국내에서도 ‘옷캔’이라는 비영리단체가 누구나 한번쯤 작은 기부를 할 수 있도록 돕자는 취지로 옷을 기부 받아 어려운 이웃을 돕고 있다.
기부와 놀이가 결합되기도 한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은 ‘세상에서 가장 즐거운 기부’라는 모토로 ‘기부 방방’을 벌이고 있다. 대형 트램펄린(방방)에서 뛰다가 동전을 떨어뜨리면 그 동전이 기부되는 것이다. 어린이를 돕고 싶어 하는 사람들을 위해 기부와 놀이를 결합한 것이다. 캘리포니아에 있는 오메이즈는 유명 인사나 연예인과의 데이트를 기부와 결합했다. 이벤트에 참여하고 싶은 참가자가 일정 금액을 기부하면 응모권이 생기고 그중에 운 좋은 한 명은 데이트 당첨의 행운을 누릴 수 있다. 이런 이벤트는 유기견 보호 단체부터 유니세프까지 다양한 단체가 벌인다. 만약 이벤트에서 당첨되지 않더라도 자신이 낸 돈이 어딘가에서 좋은 일에 쓰이고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사람들은 조금 더 너그러워질 수 있다.
도무지 어디에 기부해야 할지 모르는 사람들을 위한 서비스도 나왔다. 일명 선행버스(Do good Bus).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버스에 올라타서 버스가 내려주는 곳에서 좋은 일을 하면 된다. 어디로 갈지, 무엇을 할지는 버스가 정해준다. 사전 정보가 없어 오히려 열린 태도와 설레는 마음이 더 커질 수 있다. “어디에서 어떤 활동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초보 자원봉사자들에게 인기를 끌 수 있다. 국내에서는 이를 본떠 ‘어떤 버스’(gogeeks.co.kr)가 나왔다.
이러한 기부 방법은 ‘착한 소비’와 같은 메가 트렌드와 맞물려 참여자의 욕구와 흥미에 초점을 맞춰 점점 더 세분화할 것이다. 기부 방식이 다양해질수록 그 수혜자 규모도 덩달아 커지길 기대해본다.
[출처] 2016년 3월 4일 속기·칼럼 자료 |작성자 넷스쿨영등포속기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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