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3월 7일 월요일 오늘의 주요 신문사설·칼럼
※이 자료는 교육용으로 쓰기 위해 올리는 자료로 상업적 목적은 없으며 선정된 사실의 정치적 성향은 블로그 운영성향과 무관합니다.
주요 신문사설
[이데일리]
1.“한국인 살해하라”는 IS의 테러 선동
우려하던 일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단체인 이슬람국가(IS)는 최근 우리 국민 20명의 이름, 이메일 주소와 함께 인질 참수 장면을 담은 동영상을 유튜브에 공개하고 “발견하면 모두 죽여라”라고 선동했다. 신상이 공개된 사람들은 공무원과 기업 홍보직원 등 모두 민간인이다. IS가 지난해 한국을 공격 대상국에 포함시킨 이후 처음으로 우리 국민을 살해하라며 공개적으로 부추기고 나선 것이다. 테러가 우리에게 가상의 위협이 아니라 눈앞의 위험으로 닥쳐온 셈이다.
IS는 지난해 11월 파리를 시작으로 유럽과 미주뿐 아니라 이스탄불, 자카르타 등 아시아로까지 테러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특히 자카르타 테러처럼 각국의 자생 동조세력들과 연계해 이른바 ‘자생적 테러’를 유도함으로써 위협을 극대화하고 있다. 이번 IS의 공개 테러 선동으로 한국도 더 이상 안전지대가 아님이 확인됐다. 이미 IS의 보복 대상국인데다 우리 청소년이 SNS를 통해 IS에 포섭된 사례도 있다. 국내에서도 IS를 따르는 무리들이 테러를 저지르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우리는 지금 IS의 테러뿐 아니라 북한의 도발에도 대비해야 한다. 테러방지법이 이번에 국회를 통과한 것은 다행이지만 늦은 감이 있다. 현실적으로 테러에 사실상 무방비 상태이기 때문이다. 연간 3000만명이 이용하는 서울역의 테러 대비라는 게 고작 외주용역 3명과 철도경찰 2명에 불과하다. 게다가 인천공항과 인천항에서 보았듯 국가 중요시설의 보안시스템에도 구멍이 뚫려 외국인 밀입국자들이 버젓이 활개를 치고 다닌다. 대(對)테러 장비와 인력, 보안시스템 등 모든 것이 한심한 수준이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것이 국가의 책무다. IS 테러든 북한 도발이든 어떠한 경우라도 단 한명의 국민도 무고하게 희생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IS의 테러는 축구장이나 극장, 카페 등 도심지 번화가에서 무방비 상태의 시민과 관광객을 노리는‘소프트 타깃’으로 옮겨가면서 대처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국제사회와의 공조, 철저한 감시체계 구축, 실효성 있는 테러 차단 조치 등으로 국민의 안전을 지키는 데 철저를 기하기 바란다.
2. ‘마이너스 경제’의 탈출구는 없는가
전경련이 우리 경제에 대해 어두우면서도 솔직한 분석을 내놓았다. 성장률이 계속 떨어지고 수출이 감소하는 등의 ‘마이너스 행진’이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 각 분야에서 하락세가 지속돼온 악순환의 결과라는 주장이 그것이다. 이런 현상이 이어지는 것도 벌써 5년 이상에 이른다. 구조적인 침체의 골이 깊어지면서 경제 기반이 무너지고 있다는 얘기나 마찬가지다.
이러한 분석은 우리가 피부로 느끼고 있는 현상이기도 하다. 수출이 지난달까지 역대 최장기인 연속 14개월 하락세를 기록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전체 수출의 25%를 차지하는 중국 시장에 대한 수출도 마찬가지다. 1970년대까지만 해도 30% 이상을 유지하던 수출 증가율은 이미 꿈같은 얘기가 돼버렸다. 기업투자와 민간소비 역시 부진을 면치 못하는 실정이다. 성장률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여기에 인구의 급속한 노령화 추세가 마이너스 지표를 부추기고 있다. 70세 이상 인구가 460만명으로 이미 10세 미만 인구를 앞지르기 시작했다. 생산가능인구(15∼64세)도 올해를 정점으로 점차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산업 생산성이 갈수록 떨어지게 된다는 뜻이다. 결과적으로는 인구도 줄어들게 될 것이다. 우리 경제가 여러 가지 도전에 직면해 있는 셈이다.
이처럼 경제 기반이 흔들리고 있는데도 마땅한 성장 동력은 엿보이지 않고 있다. 말로는 노동개혁이니 구조개혁이니 하면서도 썩어가고 있는 환부에 대한 수술조차 자꾸 미뤄지고 있다. 사회 변화에 따라 새로운 시장을 창출해야 하지만 기업 규제는 여전하다. 이러다간 국민소득 3만 달러는커녕 오히려 2만 달러 아래로 주저앉는 것도 시간문제일 뿐이다.
정부를 비롯한 각 경제주체들이 마이너스 경제의 악순환에 대해 안이한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든다. 서로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할 때지만 문제의 심각성을 현실로 받아들이지 않는 듯한 분위기다. 정치권의 과도한 포퓰리즘부터가 문제다. 이번 총선도 그렇지만 내년 대선에 돌입하게 되면 더욱 심각해질 것으로 걱정된다. 지금이야말로 경제주체들의 지혜가 필요한 때다. 적어도 우리 경제가 더이상 마이너스 방향으로 가는 것만큼은 막아야 한다.
[동아일보]
3. 中速성장’ 선언한 중국, 공격적 中華主義 우려된다
중국 정부는 5일 시작된 전국인민대표대회(전국인대) 보고를 통해 고속성장 시대를 마감하고 ‘중속(中速)성장 시대’로의 진입을 선언했다. 중국은 지난해 25년 만에 최저치인 경제성장률 6.9%를 기록하며 7% 이상의 성장을 의미하는 ‘바오치(保七) 시대’의 막을 내렸다. 중국은 올해부터 향후 5년간 평균 경제성장률을 6.5% 이상으로 유지하겠다고 했지만 그마저도 전망이 어둡다. 이미 올해 성장률은 6.5%보다 낮은 6.3%로 전망된다.
중국의 경제 성장이 둔화하면서 시진핑 주석 1인 지배 체제가 강화되는 것이 묘한 대비를 이룬다. 중국이 개혁 개방에도 불구하고 정치적 안정을 누릴 수 있었던 기반은 고도성장이다. 성장 둔화는 국민의 불만으로 이어지기 쉽다. 이로 인한 정치적 불안정에 중국 지도부가 대응할 필요가 커진 셈이다.
시 주석이 취임을 전후해 보시라이 충칭 시 서기를 부패 혐의로 척결한 이후 반(反)부패 투쟁은 그가 정치적 라이벌을 통제하고 권력을 강화하는 주요 수단이 됐다. 중국 언론은 최근 시 주석을 후진타오 전 주석 시대의 집단지도 체제 때 사라진 ‘핵심’이라는 말로 부르기 시작했다. 전국인대와 이틀 앞서 열린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에서는 개인숭배의 조짐마저 엿보인다. 서방 언론에서는 시 주석이 독재 권력을 휘두른 마오쩌둥을 닮아간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중국의 성장 둔화와 연계된 1인 체제 강화는 한국에도 경제적으로나 군사·외교적으로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세계 경제의 성장 엔진이던 중국 경제의 하락세는 전 세계의 경기 둔화를 촉발할 가능성이 높고 인접국인 한국에 미치는 파급 효과는 더욱 클 수밖에 없다. 중국발 수요 감소는 미국발 수요 감소보다 한국에 5배 가까운 위력을 발휘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한국은 장기적으로 중국에 대한 무역 의존도를 낮출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중국은 군사·외교적으로 성장 둔화와 1인 체제 강화에 따른 불만을 바깥으로 돌리기 위해 국수주의(國粹主義)화할 가능성이 크다. 시 주석은 취임 이후 미국과의 신형대국 관계를 외치며 센카쿠 열도, 난사 군도, 시사 군도에서 인접국과 갈등을 높이고 있다. 미국과의 군사적 균형에 민감한 중국은 한국의 사드 배치를 막기 위해 전력을 기울일 것이다. 미중 관계가 악화되면 중국이 동참한 유엔 대북 제재의 실효성도 보장하기 어렵다. 우리도 중국의 변화에 대응하는, 한반도의 비핵화와 안정을 위한 다른 대안을 갖고 있어야 한다.
4. 정책은 없고 진흙탕 싸움만 있는 최악의 깜깜이 총선
새누리당의 막장 공천 드라마가 점입가경(漸入佳境)이다. ‘공천 살생부’ 논란과 사전여론조사 유출 파문에 이어 어제는 1차 컷오프(공천 배제)에 걸린 예비후보들이 당사에서 시위를 벌여 시끄러웠다. 울산 울주의 강길부 의원은 국회 기자회견장을 찾아 “중앙당에서 의뢰한 여론조사에서 소위 친박 2명만 상대로 조사가 시행됐다”며 “상향식 공천은 어디로 갔냐”고 항의했다. 부산 중-영도구에 출마하는 김무성 대표는 공천면접 심사장에서 단수추천의 문제점을 따지며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과 설전을 벌였다. 사전여론조사 유출로 이 위원장을 비롯한 위원 전원이 중앙선관위 조사까지 받았다.
정책에는 관심 없고 이전투구(泥田鬪狗)만 난무한다. 새누리당 김정훈 정책위의장은 3일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4·13총선 공약의 가안을 보고했지만, 관심을 끌지 못했다. 이 자리에선 계파 간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엇갈리는 여론조사의 방법, 비례대표 공천관리위원회 구성을 놓고 격론이 벌어졌다. 공천을 둘러싼 새누리당의 암투(暗鬪)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2008년 18대 공천 때는 ‘친박 학살’, 2012년 19대 공천 때도 ‘친이(친이명박) 학살’ 논란이 불거졌다. 8년이나 집권한 데다 분탕질을 쳐도 주요 선거마다 연전연승하니 권력에 취한 극도의 방자함이 하늘을 찌른다.
야권도 다르지 않다. 더불어민주당은 2일 양극화 해소 공약인 ‘777플랜’을 발표했다. 국민의당도 복지공약을 발표했으나 더민주당 김종인 대표가 정치공학적인 계산으로 야권 통합 카드를 빼들자 정책 이슈는 파묻혔다.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 정국의 국면전환용 카드가 공약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인 셈이다. 어제도 김종인 대표와 국민의당 안철수 공동대표는 날 선 논쟁을 벌였다. 더민주당은 2010년 지방선거 때 무상급식 이슈를 들고 나와 판을 흔든 이후 정책에서 여당에 계속 밀린다. 2012년 대선 때는 야당의 전매특허라 할 경제민주화 이슈마저 여당에 선수를 빼앗겼다.
이번 총선은 안보에 경제위기까지 겹쳐 정책경쟁이 어느 선거 때보다 활발할 것으로 예상했다.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의 한국 배치와 노동개혁,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비롯한 각종 현안과 국민의 선택을 받아야 할 공약들이 산적해 있다. 2012년 19대 총선 때는 중간층을 잡기 위한 복지공약 경쟁이라도 했다. 가뜩이나 선거구 획정까지 질질 끌어 정책경쟁을 할 시간도 없는 터에 진흙탕 싸움으로 날을 지새우니 최악의 ‘깜깜이 총선’이 불을 보듯 뻔하다.
5. 안철수, “통합하면 죽겠다”는 말로 내홍 잠재우겠나
국민의당 안철수 공동대표가 어제 기자회견에서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의 야권통합 제안에 “현 상황을 모면하려는 하책으로 만년 야당 하자는 이야기와 같다”며 거부 의견을 다시 밝혔다. 안 공동대표는 “정치 공작”이라는 말로 김 대표에게 날을 세웠다. 그러나 죽음을 걸고 지키겠다는 독자노선의 내용이 무엇인지 설득력 있는 설명은 내놓지 않았다. ‘철수 정치’라는 꼬리표를 떼어내려는 심중은 이해할 수 있지만 그냥 ‘야당 통합’ 반대에 목숨을 걸겠다는 것은 정치적 수사라고 해도 답답해 보인다.
이번 총선 결과가 야권의 분열로 여 압승-야 참패로 나오면 안 대표가 책임질 거냐는 우려가 야당 지지층에서 나온다. 안 대표는 이참에 김 대표와 만나 협력과 대화하는 모습을 먼저 보여주고 정책의 차별성을 통해 당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것이 그가 표방한 ‘열린 정치’에 맞을 것이다. 말로는 “적대적 공생관계에 있는 여야의 일대일 구도를 깨겠다”면서 “죽으면 죽었지 (통합)못한다”는 식의 대응은 공감을 얻기 어렵다.
안 대표가 국민의당을 다시 일으켜 세울 내공과 역량을 지녔는지도 여전히 미지수다. 국민의당은 지지율 하락세 속에서 김종인의 통합론에 이러저리 흔들리고 있다. 4일 밤 ‘통합 불가(不可)’ 쪽으로 당론을 모았지만 내홍은 잠복했을 뿐이다. 김한길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은 “야권연대 없으면 망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천정배 대표는 “수도권 연대 문제는 논의하지 않았다”는 말로 지역별 연대의 물꼬를 열어뒀다. 통합에 반대한 의원들도 정치적 명분보다는 더민주당으로 가도 공천과 당선 가능성이 분명치 않다는 현실적 이유로 몸을 사리고 있다.
국민의당 지지율 하락은 정치적 비전과 차별화에 실패한 안 대표의 내공 부족과 리더십 결핍이 결정적 이유다. 위기에 처한 안 대표가 ‘사즉생(死則生)’의 결기로 국민의 지지를 확보하지 못하면 국민의당은 이번 총선에서 풍비박산(風飛雹散)의 처지로 몰려 ‘포말(泡沫)정당’이 될 수 있다.
6. 수출 부진 타개를 위한 처방
수출 감소세가 역대 최장인 14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8%였던 감소폭이 올해 두 달 동안에는 15.6%로 늘어났다. 현재의 부진은 구조적 성격이 강해 얼마 안 있어 회복되기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심각성의 차원이 이전과는 아예 다르다.
수출 증감은 세계교역 변동과 교역상품 구성 변동, 시장점유율 변동 등으로 설명할 수 있다. 그 가운데 최근 수출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장 큰 원인은 세계교역의 부진이다. 지난해 수출 감소의 70%가 세계교역 위축에 의한 것이다. 세계경기 부진으로 교역이 위축되는 데다 세계경기 부진에 비해서도 교역이 더욱 빠르게 위축되고 있다. 1990년대 이후 글로벌 분업구조 확산과 선진국 버블경제에 힘입은 수요 증가로 세계교역이 급증했지만 중국의 자급률이 높아지며 글로벌화가 둔화하는 등 교역이 조정받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흐름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미국을 중심으로 선진국 경기가 하향 흐름을 보이면서 수입수요가 부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중국 등 개발도상국 수요는 더욱 큰 폭으로 위축될 것으로 예상된다.
교역상품 구성이라는 측면에서도 수출 환경 전망이 밝지 않다. 우리가 주력하고 있는 전기전자, 철강, 조선 등 내구재와 자본재의 수요가 위축되고 있다. 선진국을 중심으로 한 인구 고령화와 경제의 서비스화로 내구재의 수요비중 하락 현상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또한 세계경기 하향에 따라 신흥국에 대한 외국인 직접투자가 약화되면서 자본재 교역 역시 둔화될 것으로 보인다. 투자에서 소비로 성장 방식이 변화하면서 중국의 투자 증가율이 2000년대 중반의 절반 수준으로 줄어든 것도 부담이다.
수출 규모는 줄어들지만 세계시장에서 우리나라의 점유율이 상승하고 있어 우리가 선방하고 있다는 측면도 무시할 수는 없다. 그러나 수출이 줄어들고 매출이 압박을 받음에 따라 투자를 포함한 경영활동 전반이 위축되는 상황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기는 어렵다. 점유율 상승세가 이어지기는 더욱 어려워 보인다. 우리 주력 품목들은 전기전자, 조선 등 세계시장 내 선두자리가 빈번히 바뀌는 치열한 경쟁 산업에 몰려 있다. 스마트폰이나 디스플레이 등에서 중국은 추격을 넘어 추월을 현실화하고 있고 선박 신규 수주에서도 우리와의 격차를 좁히고 있다.
수출 부진은 당연히 성장둔화를 초래한다. 최근 우리 경제의 성장세 하락에서 가장 크게 작용하는 것은 내수보다도 수출 부진이다. 우리 경제가 장기 저성장을 먼저 경험한 일본의 모습을 닮아가고 있는 가운데 대외부문의 비중이 일본보다 훨씬 높아 과거 일본보다 어려운 상황에 처할 수도 있다. 최근 들어 화장품 등 새로운 품목에서 수출 확대 모습이 나타나고 있지만 아직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미미하다. 세계 수요가 확대되고 있는 제약 등 바이오 분야와 항공기 등 첨단 고부가가치 산업에서 우리 기업들의 경쟁력은 아직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현재의 수출 부진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새롭게 수요가 확대될 수 있는 부문을 적극 발굴해야 한다. 제조업의 서비스화나 산업 간 융복합을 통해 부가가치를 향상시키는 것도 중요하다. 정부는 새로운 혁신을 일으킬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서비스를 중심으로 한 내수기반 강화는 성장세 확충에 더해 대외환경 변화에 영향을 덜 받는 경제구조를 갖추는 일도 된다. 요체는 규제 개혁을 통해 경쟁과 효율을 지향하는 것이다. 상황의 절박성에 비해 개혁 의지는 한참 못 미친다는 목소리에도 귀 기울여야 할 것이다. 규제개혁에서 기존 사업자의 이권에 발목 잡혀 새로운 경쟁 도입과 일자리 창출 가능성이 봉쇄되는 일이 잦다는 이야기다.
[서울신문]
7. 계파 초월 ‘현역 물갈이’ 외에 공천개혁 답 없다
총선이 임박해지면서 여야의 공천 작업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새누리당과 국민의당은 휴일까지 반납한 채 분주하게 후보 면접을 계속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번 주 중 두 번째 현역 컷오프 명단 발표를 비롯해 지역구 공천 심사까지 마무리할 계획이라고 한다. 당마다 유권자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는 참신·유능한 후보를 발굴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겠지만 지금까지는 기대에 못 미치고 있다. 지난주 한 매체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3당 모두 현재까지의 공천 과정에 대해 낙제점 평가를 받았다. 공천개혁을 위해 정당들의 심기일전을 촉구하는 이유다.
여야 각 당이 총선에 출정하면서 모두 공천개혁을 다짐한 것은 국민들이 그것을 너무나 염원하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실제 국민들은 19대 국회가 4년 임기 내내 무엇 하나 제대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정쟁으로 점철하면서 혈세만 축냈다는 점에 여간 분노하고 있는 게 아니다. 역대 최악이라는 오명을 자초한 19대 국회 아닌가. 옥석은 가려야 하겠지만 많은 현역 의원들이 그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는 게 국민들의 생각이다. 그들이 현역 프리미엄을 이용해 또다시 국회에 입성한다면 20대 국회는 19대 국회의 복사판이 될 게 뻔하지 않겠는가.
그런데도 지금껏 공천에서 제외된 현역 의원은 더민주 10명, 새누리당 1명 등 11명에 불과하다. 불출마를 선언한 현역 의원들까지 포함해도 채 30명이 안 된다. 이 정도의 ‘현역 물갈이’로는 국민들의 기대감을 충족시킬 수 없다. 새누리당이 여당으로서 책임감을 갖고 현역 물갈이와 공천개혁을 주도해야 하지만 오히려 살생부 파문, 사전여론조사 유출 등으로 공천 내홍에 휩싸여 있으니 실망스럽기 그지없다. 공천관리위가 지난주 경북의 친박계 중진인 김태호 의원을 내쳤으나 살생부 그대로 비박계를 대거 배제하려는 ‘논개작전’ 의혹이 제기돼 빛이 바랬다.
앞서 새누리당 이한구 공관위원장은 양반집 도련님이나 월급쟁이와 같은 부적격 현역 의원들에 대한 대대적인 물갈이를 예고한 바 있다. 그 칼날은 대상이 친박계라 해서 무뎌지고 비박계라고 곤두세워져선 안 될 것이다. 계파를 뛰어넘는 현역 물갈이일 때만 당사자들도 수긍하고 국민들도 납득할 수 있다. 이번 주 예정된 2차 공천 결과부터는 친박계와 비박계를 망라한 현역 컷오프 명단이 풍성해지길 기대한다. 최소한 중진과 친노계까지 과감하게 내친 더민주 수준의 진정성을 보여 줘야 할 것이다. 게다가 더민주는 이미 2차 물갈이까지 예고한 상태 아닌가.
더민주 역시 당내 징계위에까지 회부됐던 막말 의원 등이 1차 물갈이 때 빠진데 대해 많은 국민들이 납득하지 못하는 만큼 2차 컷오프에서는 더욱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 계파를 불문하고 부적격 의원들을 대거 솎아내기를 바란다. 교섭단체조차 구성하지 못한 국민의당은 한 명의 현역 의원이라도 아쉽겠지만 소속 의원 모두가 재신임 받을 만큼 능력이 출중하다고 장담하지는 못할 것이다. 더민주에 남아 있었다면 컷오프 대상에 포함됐을 법한 인사들은 심사 단계에서부터 과감하게 쳐내야만 한다. 계파를 초월한 현역 물갈이는 어느 정당도 예외가 될 수 없다.
8. 등록금 멋대로 쓴 대학에 솜방망이만 들 텐가
등록금으로 충당하는 교비 회계를 쌈짓돈처럼 함부로 쓴 대학들이 또 적발됐다. 교육부가 일부 사립대학들의 회계 내역을 감사해 지난 4일 공개한 비위는 한마디로 요지경이다. 총장 딸의 1000만원이 넘는 해외여행 경비, 이사장 전용 차량에 들어간 수천만원의 임대료와 유류비, 심지어는 총장의 아파트 관리비를 교비 회계로 마구 썼다. 복지와 임금 수준이 높아 요즘 안 그래도 부러움이 쏟아지는 교직원들에게는 자녀 보육료까지 등록금으로 지원해 줬다. 김천대, 명지전문대, 부천대, 동덕여대에서 들통난 사례들이다. 할 말이 없어진다.
대학생 자녀를 둔 집마다 다락같이 치솟은 등록금을 마련하느라 허리가 휘는 현실이다. 보통의 서민가정에서는 신학기를 앞둔 최근 몇달 동안에도 등록금 홍역들을 치렀을 것이다. 어려운 가정 형편에 밤낮없이 아르바이트를 하거나 휴학을 반복하는 학생들을 생각하면 분통이 터진다. 대학들의 도덕성이 바닥 수준인데, 생때같은 등록금을 알아서 주무르도록 맡기는 방법밖에 없는지 답답할 뿐이다. 이번 감사 대상은 전국 355개 사립대 중 27곳이 무작위로 선정됐다. 전부 들추면 이런 비위들이 얼마나 만연해 있을지 미루어 짐작이 간다.
사립대의 등록금 유용 비위는 어제오늘의 이야기는 아니다. 교직원들의 사학연금 보험료를 등록금으로 대납한 대학들이 무더기로 들춰져 기가 막혔던 적도 있다. 등록금을 눈먼 돈처럼 써대면서 아무 법적 근거도 없는 입학금까지 별도로 걷어 최근 지탄이 쏟아졌다. 그러면서도 대학들은 등록금을 인하할 여력이 없다고 앓는 소리를 하고 있다. 총장이나 이사장, 그 가족들이 연루된 교비 회계 비리는 사립대 감사에서 단골 비리 메뉴가 됐다.
알 수 없는 것은 교육부의 태도다. 등록금으로 엉뚱한 짓을 하는 대학들에 속시원히 본때를 보여 준 적이 없다. 교육부가 등록금 유용 비위를 관행으로 키운다는 비판을 들어도 억울할 게 없다. 살인적 등록금 때문에 빚쟁이로 전락한 대학생들이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는 판이다. 물렁한 조치로는 부도덕한 대학들이 정신 차릴 리 없다. 유용액을 전액 환수하는 것은 물론이고 강력한 형사 처벌까지 받도록 엄중히 감독하고 제재해야 한다. 대학들의 자율적인 단속도 급하다. 등록금을 자꾸 엉뚱하게 빼돌렸다가는 등록금 인하 여론의 철퇴를 맞을 수 있다.
[매일경제]
9. 금통위원 임기 분산시켜 통화정책 연속성 확보해야
한국은행이 다음달 20일로 임기를 마치는 금융통화위원회 위원 4명의 후임자 추천 요청 공문을 대상 기관들에 발송했다고 한다. 7명 가운데 금융위원회, 기획재정부, 대한상공회의소 그리고 한국은행 추천의 4명이 동시에 임기가 만료돼 총재와 부총재를 뺀 5명의 외부 인사 몫 중 80%가 한꺼번에 바뀌게 된다. 4년의 짧은 임기도 문제지만 대거 들어오는 신임 위원의 성향을 모르는 시장의 불안감과 위원 교체로 생길 수도 있는 변화 가능성에 통화정책 자체의 신뢰가 흔들릴 수 있으니 걱정이다.
4년 후 똑같은 사태를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차제에 한국은행법을 개정해 개별 금통위원의 임기 만료 시기를 분산시킬 필요가 있다. 4명 중 2명은 일단 2년 임기를 부여해 일하게 한 뒤 다시 4년 임기로 연임할 수 있는 규정을 부칙에 명기하는 방안이다. 아울러 임명되는 시점부터 개인별로 4년의 임기를 적용하는 현행 방식을 바꿔 외부 인사 5명의 경우 직책에 임기를 정해 교체 때 예측 가능성을 높여주는 게 좋다. 4명의 임기 만료가 한번에 몰린 것은 2010년 4월부터 공석 금통위원을 당시 이명박 대통령이 2년여 방치해 생긴 현상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경우 임기 14년인 7명의 상근위원에 대해서는 각각 2년 단위로 교체하도록 명문화해 미리 사임하지 않는 한 한꺼번에 위원이 바뀌는 사태를 제도적으로 막고 있다. 차제에 사실상 청와대 결정이면서 형식적으로만 행사하는 유관 기관 추천제를 폐지하고, 미국이나 일본처럼 대통령 지명을 받으면 인사청문회와 국회 인준을 거치도록 하는 방안도 검토할 만하다.
기준금리 결정으로 수행되는 통화정책은 시중 금리와 환율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그 중요성을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우리는 금융시장과 자본시장을 완전 개방한 상태인 데다 선진국과 신흥국을 망라해 갈수록 연관성을 높이고 있는 글로벌 금융시장의 흐름을 감안하면 금통위원의 역할과 책임은 더욱 막중해지고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보여준 금통위원의 활동과 선임 과정을 보면 고액 연봉만 받으며 제 할 일은 못하는 '꽃보직' 정도로 치부되는 지경이다. 청와대와 한국은행은 이런 지적을 적극적으로 수용해 금통위원의 역할과 대외 이미지를 개선할 기회로 삼기 바란다.
10. 미공개정보 2·3차 이용자 처벌 실효성 제고가 관건
자본시장법상 '시장질서 교란행위' 처벌 규정이 작년 7월부터 시행되고 있지만 대다수 투자자들은 여전히 어떤 행위가 처벌 대상인지 잘 모르고 있다. 이 규정은 형사처벌을 받는 주가조작이나 내부자거래가 아니더라도 미공개 중요 정보를 이용하거나 시세에 부당한 영향을 주는 경우 과징금을 매기도록 한 것이다. 2·3차 정보 수령자도 처벌 대상이 되고 시세조종 목적이 없더라도 허수호가, 가장매매, 통정매매, 풍문 유포로 시장질서를 흩뜨리면 과징금을 물린다는 게 새로운 점이다.
하지만 제도 시행 후 8개월이 지나도록 여전히 구체적으로 무엇이 불법이 되는지 잘 알지 못하는 이들이 많아 투자심리와 거래가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를 낳았다. 이에 대해 금융감독 당국이 사례별로 불법 여부를 판단할 가이드라인을 만들었는데 불필요한 혼란을 막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예컨대 특정 집단만 공유하는 카카오톡 대화방에서 주가를 움직일 정책 정보를 얻고 이를 이용해 차익을 챙겼다면 그 1.5배까지 과징금으로 물어내야 한다. 증권사 직원에게서 펀드나 외국인 매매 동향을 미리 전해 듣고 거래한 경우도 마찬가지다.
미국과 영국 같은 선진국에서도 시행하고 있는 이 제도는 형사처벌 중심의 기존 불공정거래 규제를 보완해 자본시장의 신뢰를 높이는 데 필요한 것이다. 문제는 실효성이다. 주가조작이나 내부자거래 같은 명백한 증권 범죄조차 잡아내기가 쉽지 않은 터에 그보다 훨씬 광범위하게 저질러지고 있을 온갖 시장질서 교란 행위를 과연 얼마나 잡아내고 입증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통신감청이나 계좌추적이 극히 제한적인 상황에서 불법 행위 증거를 확보하기도 어렵고 법원이 아닌 행정당국이 내린 과징금 처분에 대한 불복 사례도 많을 것이다. 유사 언론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이용해 불법과 합법의 경계를 넘나드는 경우도 많다.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려면 홍보와 교육 강화는 물론 불법 행위를 적발할 수 있는 빈틈없는 시스템을 갖추는 게 급선무다.
주요 신문칼럼
1. [매경이코노미][유경희의 ‘힐링의 미술관’]애정결핍은 예술의 원동력?…여성에 상처 입은 뭉크의 섬뜩한 ‘마돈나’
인간에게 제일 큰 병은 애정결핍증이다. 모든 애정결핍 중에서도 가장 근원적인 것은 모성애의 부족이다.
모성결핍은 세상에 드러난 범죄와 정신질환에 중요한 원인을 제공한다. 불우했던 유년 시절의 외상에는 일찍 죽은 어머니, 가출한 어머니, 부모의 불화와 이혼 등 어떤 식으로든 어머니와의 결별이 관련돼 있다. 어쩌면 이런 모성결핍은 여성보다 남성에게 더 깊은 슬픔과 우울증의 근원이리라.
어머니의 부재를 경험한 예술가들은 모성결핍을 어떻게 작품 속에 표현했을까?
서양미술사의 오랜 테마 중 하나가 ‘성모자상’이다. 세계 유수의 미술관에 가면 성모자상이 넘쳐난다. 너무 흔해 아무 생각 없이 건성건성 지나칠 때가 많다. 모자관계의 가장 이상적인 패러다임을 보여주는 이 도상이 더 이상 눈길을 끌지 못하는 까닭은 무엇일까? 아마도 성스러운 모자관계, 세상에서 가장 값지고 헌신적인 사랑이라는 레토릭이 일종의 클리셰(Cliche·진부하고 상투적인 표현)로 전락했기 때문일 것이다.
여기서 잠깐! 이 테마를 화가와 화가 어머니의 관계를 드러낸 것이라고 생각하면, 어느 순간 그림이 아주 흥미롭게 다가온다. 100% 남자들 작품이니, 남성들의 모성애에 대한 마음과 생각을 읽을 수 있다는 말씀. 게다가 성모마리아라니, 그것은 자신을 위해서 존재해야 마땅한 희생적이고 자애로운 어머니를 갖고 싶다는 세상 모든 남자들의 로망을 반영한다. ‘무염시태(성모마리아가 하느님의 특별한 은총을 입어 원죄에 물듦 없이 잉태됨)’의 성모마리아! 영락없이, 남성의 무의식 속에 남아 있는 영원한 모성상이다. 그러니까 남성들은 아버지 없이 홀로인 엄마, 영원히 처녀인 엄마의 이미지를 원하는 것이다.
바로 이런 남성의 집단무의식을 표현한 미술사의 걸작이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성안나와 성모자’다.
다빈치는 공증인과 시골 소녀 사이에서 사생아로 태어났고, 아버지는 그가 태어날 무렵 다른 여자와 결혼했다. 유년 시절을 친모, 외조부모와 함께 보내던 그는 어머니가 결혼할 무렵인 네 살쯤 친부에게 돌아간다. 레오나르도는 어린 나이에 계부와 계모를 동시에 경험한 셈이다. 이후 계모가 4번 바뀌었지만 그들과 그럭저럭 잘 지냈다. 그래서인지 다빈치는 이 작품에서 계모와 친모를 결합시켰다. 할머니인 성안나는 친모, 마리아는 계모의 모습으로 표현했다. 재미있는 사실은 마리아의 치맛자락에 독수리 형상을 그려 넣었다는 것. 다빈치는 이집트의 모성신으로 독수리 형태를 한 무트(Mut·독일어로 Mutter, 즉 mother)라는 신에 대해 잘 알고 있었고, 이를 그림에 적극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이유인즉슨, 무트신은 수컷에 의해서가 아니라 ‘바람’에 의해 수태를 하며 대개 그 자신이 남성 성기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다빈치는 처녀 생식을 하는 모성신에 대한 환상을 꾸며냈다. 이런 환상을 만들어낸 것은 그를 버렸던(나중에는 받아들였지만) 미운 아버지를 제거하기 위해서다.
또 다른 성모자상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자애로운 어머니상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다시 말해 어떤 사람에겐 엄마가 두렵고 불안한 존재고, 묘연하게도 파악이 되지 않는 알 수 없는 여자며, 자식을 돌보지 않고 내팽개치는 파렴치한 인간일 수도 있다는 식이다.
베네치아 르네상스 전성기의 화가 조반니 벨리니는 성모자상을 가장 많이 그린 화가 중 한 명이다. 그는 왜 그렇게 성모자상에 집착했던 것일까?
그의 성모자상은 피렌체 르네상스의 날카로운 감수성, 딱딱한 형태감과는 달리 베네치아 화파만이 가진 빛에 대한 부드럽고 섬세한 색채감각이 돋보인다. 마돈나는 더욱 유려하고 아름다워진 느낌인데, 그게 다가 아니다. 어딘지 베일에 가려진 듯 훨씬 신비스럽고 몽환적이다.
벨리니 전기를 보면 그는 가족과 떨어져 지냈으며 어머니 유언에도 벨리니 이름이 빠져 있었다고 한다. 정신분석학자들은 이를 근거로 벨리니의 어머니가 생모가 아닌 계모였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벨리니가 그린 성모자상에는 아기 중심의 어머니가 아닌, 자신의 욕망에 충실하며 주이상스(Jouissance·열락)를 즐기는 어머니가 등장한다. 이 그림 속 예수는 처연한 표정으로 자기에게 관심 없는 마리아에게 간청한다. 자기를 좀 봐달라고, 사랑해달라고 울먹거린다.
뭉크 역시 마돈나를 자주 그렸다. 그런데 그의 마돈나는 우리가 봐왔던 성스러운 여자가 아니다. 뭉크가 섬뜩하고 무시무시한 마돈나를 그린 이유는 무엇인가? 역시 모성애 결핍과 관련이 있다.
뭉크는 다섯 살 때 어머니를 폐병으로 잃고 열네 살에는 엄마 역할을 해주던 열여섯 살의 누이도 같은 폐결핵으로 잃는다. 그리고 연이어 여동생의 정신질환, 아버지의 자살과 남동생의 죽음 등을 경험한다. 뭉크 전작에 죽음에 대한 공포가 처절히 서려 있는 이유다. 이런 죽음에 대한 공포는 여성 혐오로 이어진다. 자기가 사랑하는 두 여자, 즉 엄마와 누이가 자기를 두고 일찍 죽었다는 사실이 아이에겐 버림받은 트라우마적 사건으로 각인된다. 그래서 모든 여자는 나를 버릴 것이라는 무의식적 사고가 뿌리내리고, 여자를 사랑하지만 여성에게 빨리 싫증을 내며 여성을 혐오하게 된 것. 사랑의 반작용이다. 게다가 실제 보헤미안적 자유부인이었던 첫사랑은 뭉크에게 뼈아픈 상처만을 남긴 채 떠나갔다.
‘마돈나 3부작’은 다그니 유을이라는 어릴 적 고향 후배를 모티프로 제작된 작품이다. 그녀는 심각할 정도로 여성 혐오증에 시달린 뭉크의 편견을 깨끗하게 없애주는 유형의 여인이었다. 아름답고 교양과 지성미가 넘쳤으며 매혹적인 데다 예술적인 기질도 뛰어났다. 뭉크의 시선을 사로잡은 그녀는 예술가 모임에서 선망의 대상으로 늘 관심과 사랑을 한 몸에 받았다. 뭉크는 그런 그녀에게 사랑과 존경심을 동시에 품고 다가섰다. 지난 아픔을 치유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여겼지만, 뭉크의 사랑은 또 한 번 매몰차게 내동댕이쳐진다. 유을이 뭉크의 친구인 한 건축가와의 사이에서 양다리를 걸치고 데이트를 하다가 결국 뭉크의 친구와 결혼했던 것. 뭉크에게 다가온 두 번째 사랑 역시 지독한 상처와 환멸만을 안겨준 채 끝나고 만다.
‘마돈나 3부작’이 다그니 유을을 모델로 했어도 그림에는 뭉크의 곁을 스쳐간 어머니, 누이, 첫사랑 등 그의 잠재의식 속에 자리 잡은 여성에 대한 트라우마가 버무려져 있다. 그래서 분명 성모마리아인데도 불구하고, 섬뜩하리만큼 서늘하고 무시무시하며 유혹적이다. 마돈나를 표현하면서 여성에 대한 무의식을 표출한 셈인데 이런 표현은 그의 상처와 절망을 얼마간 치유해줬다고 볼 수 있다. 어쨌거나 감정의 표출은 한 인간에게 최소한의 힐링 포인트가 되니까. 덕분에 평생 독신이었던 뭉크는 갖은 육체적·정신적 질병에도 불구하고 오래 살았다. 전 생애 동안 자기 감정에 대단히 충실했던 까닭에 다작과 걸작을 동시에 생산한 보기 드문 화가로 남아 있게 된 셈이다.
정신분석학에 따르면, 예술작품이란 예술가가 가진 근친상간, 동성애, 살인 충동, 파괴 욕망 등을 사회적으로 용납되는 방식으로 승화시킨 것이라고 한다. 그런 의미에서 예술가의 창작 행위는 일종의 자가 치료 행위다. 또한 그런 예술가들의 그림을 통해서 우리 자신의 고통, 고독, 상처를 이해하게 된다. 우리가 그림을, 예술을 사랑하는 이유다.
2. [매경이코노미][신동민 셰프의 푸드오디세이] ‘숯장이’란 단어에서 유래된 카르보나라 크림 넣어 걸쭉하게 만든 건 미국식
파스타는 대표적인 이탈리아 음식이다.
그중에서도 어느 지역의 레스토랑을 가나 빠지지 않는 것이 바로 카르보나라(Carbonara)다. 고소한 달걀과 치즈 베이스, 베이컨과 스파게티면을 넣고 함께 볶아 부드러운 맛이 인상적인 카르보나라는 오일 파스타, 토마토소스 파스타와 더불어 이탈리아 파스타의 기본이라고 할 만큼 대중적인 메뉴다.
카르보나라의 정식 이름은 스파게티 알라 카르보나라(spaghetti alla carbonara). 카르보나라라는 이름은 로마 방언으로 ‘숯장이(광부)’를 뜻하는 ‘Carbonaro’에서 유래됐다고 한다. 이탈리아 중부 라치오 지방 탄광에서 종일 석탄을 캐던 광부들이 그날 아침에 갓 세상에 나온 싱싱한 달걀과 보관이 편리한 절인 고기, 치즈만으로 간편하게 파스타를 만들어 끼니를 해결한 데서 시작됐다고 알려진다. 보관이나 조리가 쉬운 데다 단백질, 지방, 탄수화물과 열량이 충분해 고된 육체노동을 하는 광부들에게 적합한 음식이었을 것이다. 광부들이 이 음식을 먹다 몸에 붙어 있던 석탄가루가 접시에 떨어진 것에 착안해 굵게 으깬 통후춧가루를 뿌려 먹게 됐다는 이야기도 전해 내려온다.
몇 년 전 ‘파스타’라는 드라마가 방영될 정도로 파스타는 한국에서도 대중적인 음식으로 자리 잡았다. 카르보나라도 아이부터 어른까지 즐기는 메뉴가 됐다.
그런데 막상 이탈리아 현지 레스토랑에서 카르보나라를 주문하면 생각지도 못한 비주얼에 놀라게 된다. 우리나라에서는 생크림을 듬뿍 넣어 걸쭉하게 만들어내지만 이탈리아식 카르보나라는 생크림을 전혀 사용하지 않는다. 사실 전통 카르보나라 레시피는 달걀노른자, 돼지의 뺨과 목살 부위를 이용해 만든 햄인 구안치알레, 후추, 로마 전통의 양젖치즈인 로마노치즈만을 넣어 만든다. 때문에 소스가 흘러넘치지 않고 노른자가 면에 코팅돼 크림색이 아니라 노란 것이 특징이다. 그래서 생각보다 소스가 적고 뻑뻑해 보이는 비주얼이 나온다.
어떻게 노른자와 치즈가 스파게티면에 버무려질까. 로마에서는 달걀노른자가 뻣뻣하게 굳는 것을 막기 위해 구안치알레에서 나오는 기름을 미리 달걀물에 추가하고, 파스타 삶은 국물을 넣으면서 재빨리 버무린다. 크림을 넣지 않기 때문에 진한 맛은 덜하지만 느끼하지 않고 노른자 특유의 고소한 맛이 아주 좋아 한번 먹어보면 두고두고 생각나는 것이 이탈리아식 카르보나라다.
크림을 넣어 걸쭉하게 만든 카르보나라는 이탈리아식이 아니라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에서 건너온 방식이다. 2차 세계대전 이후 많은 이탈리아 사람이 미국으로 이주했는데, 그들이 미국인 입맛에 맞춰 변형시켰다. 한국의 짜장면과 비슷한 셈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설렁탕이나 곰탕을 먹을 때 뽀얗게 우러난 진한 국물을 선호해 식당에서 프림을 넣어 한때 시끄러웠던 적이 있었다. 우리나라 사람은 카르보나라도 미국식의 진한 맛을 좋아한다. 또 국물 문화에 부드러운 면을 즐기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식성에 맞춰 한국식 카르보나라는 미국식보다 더 부드럽게 변형됐다. 생크림과 우유를 넣고 끓이다 파마산치즈를 넣어 걸쭉하게 끓여내는데, 어떤 식당에서는 아예 뚝배기에 국물이 흥건한 카르보나라를 내놓기도 한다. 캐주얼한 식당에선 크림소스 스파게티와 카르보나라를 동의어로 취급할 정도다. 심지어 카르보나라 떡볶이, 카르보나라 돈가스 같은 새로운 메뉴까지 등장했다.
필자는 학창 시절 우리나라 경양식 식당에서 카르보나라를 처음 맛봤는데 부드럽고 달달하며 진한 크림 맛이 너무 좋았다. 그때의 카르보나라는 사실 돈가스에 나오는 크림수프하고 비슷했다. 돌이켜보면 정말 싸고 맛없는 크림소스였는데 그 시절엔 얼마나 맛있었던지! 친구들끼리는 카르보나라를 ‘깔보지마라’라고 부르곤 했다.
미국에서 먹은 카르보나라는 우리나라 카르보나라처럼 크림이 많고 양도 푸짐했다. 영국에서 맛본 카르보나라는 좀 실망했는데 면이 너무 익어 뚝뚝 끊어져 있고 카르보나라라기보다는 일반 크림 스파게티 맛이었다. 브라질의 카르보나라는 간이 셌다. 브라질의 짠맛은 우리가 상상하는 짠맛의 몇 배는 될 것이다. 소금을 듬뿍 뿌려놓은 간고등어를 씻지 않고 그냥 구워 먹는 짠맛이라 생각하면 이해가 될까. 짠맛이 너무 강해 머리가 얼마나 아프던지. 하지만 치즈의 풍미가 아주 좋아 뒷맛은 즐거웠다.
스페인에서는 좀 특별한 카르보나라를 맛봤다. 스페인의 대표 음식인 이베리코 하몽햄을 올린 카르보나라다. 짭조름한 하몽과 크림소스의 조화가 일품이어서 아직도 그 맛을 잊지 못한다. 노른자와 크림, 치즈, 거기에 이베리코 하몽햄의 밸런스는 말이 필요 없을 정도로 완벽했다.
일본에서 먹어본 카르보나라는 다른 나라의 카르보나라보다 크림이 느끼하지 않고 깔끔한 맛이었다. 일본은 워낙 크림 종류도 많고 제품 하나하나의 완성도도 높기에 맛 또한 훌륭할 수밖에 없다.
이탈리아식 정통 카르보나라 우리나라에선 거의 찾아볼 수 없어
우리나라에 이탈리아식 카르보나라를 파는 곳은 흔치 않다. 재료와 만드는 법이 간단하니 집에서 만들어 먹는 것도 괜찮다. 재료가 간단할수록 좋은 재료를 쓰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모든 파스타가 그렇겠지만 특히 카르보나라는 최대한 심플하게 기본에 충실한 재료로 만드는 것이 최상의 맛을 내는 비결이다.
달걀노른자는 주황색에 가까운 노란색으로 통통 튈 것처럼 탄력 있는 것이어야 한다. 치즈도 흔한 슬라이스치즈로는 맛내기가 어렵다. 가루로 시판하는 파마산치즈로도 부족하다. 이탈리아에서 직수입한 파마산치즈를 갈아서 사용할 때 가장 만족할 만한 맛을 선사한다. 파스타의 면은 일반적으로 스파게티면을 사용한다. 알덴테로 삶아 준비하는데 만약 크림이 많이 든 카르보나라소스에 버무릴 것이라면 완전히 익은 상태도 괜찮다. 파스타를 둘러싼 걸쭉한 소스와 면의 질감을 맞추기 위해서다.
카르보나라에 익숙해지는 데는 시간이 필요하다. 처음엔 고소하고 진한 맛이 좋다고 느끼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느끼해서 많이 먹지 못한다. 필자도 카르보나라를 먹을 때 느끼한 맛이 많아 김치를 함께 먹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카르보나라를 만들 때 매콤한 고춧가루를 사용한다. 하지만 우리의 고춧가루는 고추향이 강하므로 주재료 본래의 맛을 방해하지 않도록 페페로치노나 태국 고춧가루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 마늘도 느끼함을 잡아주고 우리 입맛에 더 잘 맞는 카르보나라를 만드는 데 한몫한다.
카르보나라는 먹을수록 중독성이 있다. 글을 쓰다 보니 얼른 스파게티면을 삶아 베이컨과 볶아서 달걀과 치즈에 버무려 먹고 싶어진다.
이탈리아식이든 미국식이든 이제 어느 것이 정석이라고 말할 수 없다. 고소하고 풍미 좋은 카르보나라를 취향껏 즐겨보자.
3. [매경이코노미][최영옥의 백 투 더 클래식] 하이든 현악사중주 ‘종달새’…봄소식 알리는 청량한 실내악 선율
계절이 바뀌었다. 이제는 누가 뭐래도 완연한 봄이다. 당연히 많이 받는 질문은 봄에 들을 만한 클래식 음악이 무엇이냐는 것.
다른 어떤 곡보다 하이든의 현악사중주 ‘종달새’가 떠오른다. 하이든은 흔히 ‘교향곡의 아버지’로 불리며 교향곡의 틀을 마련한 작곡가지만 ‘현악사중주의 창시자’라는 것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그런 하이든의 현악사중주 중 가장 널리 알려진 작품이 ‘종달새’다. 1악장을 시작하는 아름답고 경쾌한 바이올린 선율이 ‘종달새의 노래’를 연상시킨다고 해서 ‘종달새’라는 부제가 붙었다.
제1바이올린, 제2바이올린, 비올라, 첼로로 구성된 이 곡은 4악장 빠른 템포의 느낌 때문에 영국 선원들이 추는 ‘혼파이프(hornpipe·동물의 뿔로 만든 파이프혼으로 반주하며 추던 영국의 활발한 춤)’를 연상시킨다. 때문에 이 곡을 혼파이프라고 부르기도 한다. 물론 종달새와 혼파이프라는 이름은 모두 하이든이 직접 붙인 것은 아니다. 다만 마치 어린 새의 지저귐같이 날아가는 듯한 청량한 도입 부분의 선율이 워낙 인상적이어서 ‘종달새’로 불리는 것이 대세다.
우리나라에서는 이제 자주 볼 수 없지만, 본디 ‘종다리’로 불리며 봄 하늘을 날아다니던 새가 종달새다. 여기서 재미있는 것이 있다. 하이든의 ‘종달새’는 노래다. 언제, 어디서, 누가 들어도 종달새가 행복하고 아름답게 노래하는 것으로 들리는 것이 현악의 선율이다.
우리는 새의 소리를 ‘노래’라고 표현하기보다는 ‘운다’고 표현하는 경우가 많다. 세계 거의 모든 문화권에서 새가 ‘노래한다’고 얘기하는데, 한국인만 유독 새가 ‘운다’라 표현한다고 석학 이어령 선생이 얘기했던 게 기억난다.
이런 표현을 우리만이 하게 된 건 여러 가지 상황과 우리만의 특색이 있을 터. 하지만 하이든의 ‘종달새’를 들으면 역시 새는 ‘노래하는 것’이라는 확신을 갖게 한다. 새의 노래를 사람이 표현하기 위한 곡인 만큼 연주가 결코 녹록지 않다. 세계적으로 내로라하는 현악사중주 팀이 이 곡을 연주하고 싶어 하는 이유다.
하이든은 생의 많은 부분을 그를 후원하던 에스테르하지 후작의 궁정에서 보냈다. 그런 그가 1790년 후작이 세상을 떠나면서 30년간의 궁정음악가 생활을 마무리하고 인생의 새로운 전환기를 맞이하던 시기에 작곡한 곡이 ‘종달새’다. 그는 이 곡을 에스테르하지 궁정 오케스트라의 제2바이올린 수석주자였던 요한 토스트에게 헌정했다.
이 부분에 대해선 여러 가지 이견이 있다.
대부분 학자들은 하이든이 토스트의 뛰어난 바이올린 연주 실력에 감탄해 이 곡을 헌정했다고 설명한다. 한편으로는 토스트가 하이든이 없는 틈을 타 출판업자에게 이 작품이 자신에게 헌정된 것이라 거짓말을 했다는 주장도 있다.
여러 뒷얘기에도 불구하고 하이든의 현악사중주 ‘종달새’는 아름다운 봄노래다. 4대의 현악기가 서로 어울리며 이어나가는 선율을 들으면서 아직 체취가 남아 있는 겨울의 잿빛 흔적을 떠올리는 일 따위는 없을 것이다.
‘종달새’가 노래하지 않는가? 툴툴 털고 가볍게, 싱그럽게 날아오르자. 이제 봄이 왔다.
4. [매경이코노미][HEALTH] 3월까지 독감 유행 주의보-변종 바이러스 기승…예방주사 맞으세요
올겨울 독감 환자 수가 최고치에 달했다. 질병관리본부 발표에 따르면 38도 이상 고열, 기침, 목 통증 등을 호소하는 독감 의심 환자 수는 지난 2월 7~13일 사이 1000명당 53.8명. 독감 유행주의보 기준치(1000명당 11.3명)의 약 5배 수준이다. 3월 전국 초·중·고등학교가 개학을 앞두면서 더 급속히 확산될 위험이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정혜숙 건국대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현재 병원 상황을 보면 독감 유행은 더욱 확산되는 추세다. 지난 2월 독감 확진자 수는 1월 확진 환자 수의 2배 수준을 일찍이 넘어섰다. 3월까지는 이 같은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이며, 4월경 날씨가 따뜻해지면 조금씩 잦아들 거란 예상”이라고 말했다.
독감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의해 발생하는 유행성 호흡기 질환이다. 현재 유행 중인 것으로 추정되는 독감 바이러스는 A형 바이러스 중 H1N1과 H3N2, 그리고 B형 바이러스다. 이 중 현재 국내에서 검출된 독감 바이러스 대부분은 H1N1 타입이다. A형과 B형 바이러스는 증상이 크게 다르지 않지만 B형에 비해 A형 증상이 비교적 더 심하게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 교수는 “2009년 유행했던 신종플루 바이러스 역시 H1N1의 아류형이긴 하지만 정확히 말해 지금 유행하는 A형 바이러스와 똑같은 종류라고 볼 수는 없다. 때문에 과거의 신종플루가 지금 재유행한다고 보는 것은 잘못됐다”고 짚었다.
독감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보통 2일 후부터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하며 독감 증상 후 5일까지 다른 사람에게 옮길 수 있다. 감기와 증상이 비슷해 보이지만 38도 이상 고열에 마른기침과 오한, 두통, 인후통, 근육통 등 전신 통증이 심하게 나타난다.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인후, 기관지, 폐 등 호흡기를 통해 감염될 수 있다. 또 폐렴, 심장근육염, 뇌수막염과 같은 2차 합병증으로 이어질 수 있어 더 위험하다.
독감 판정을 받으면 항바이러스 치료제인 타미플루를 처방받아야 한다. 감염 후 48시간 이내에 복용해야 병이 심해지는 것을 막을 수 있으므로 되도록 빨리 복용하는 것을 권한다. 중요한 것은 소아, 성인 상관없이 5일간 꾸준히 복용해야 한다는 것. 중간에 약을 끊으면 내성이 생겨 이후에 타미플루를 처방해도 효과가 나타나지 않을 수 있다. 복용 시 구토나 메스꺼움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독감 예방법으로는 백신 접종이 일차적이다. 65세 이상, 생후 6~59개월 소아, 임신부, 당뇨를 비롯한 만성질환자는 특히 독감 위험군에 해당해 백신 접종이 권장된다. 독감 백신은 예방주사를 맞은 2주 후부터 면역이 생기고 6개월가량 효과가 지속된다.
정 교수는 “아직 독감 유행이 끝나지 않은 상황이라 확실한 결과는 나오지 않았지만 지난해 가을 접종한 독감 백신이 현재 유행하는 독감 바이러스에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백신주사를 맞지 않은 사람은 지금이라도 접종하는 것이 좋고, 지난해 가을 이후 예방접종을 한 경우라면 재접종까지 권하지는 않는다”고 조언했다.
손을 자주 씻고 기침 예절을 지키는 것은 독감 예방의 기본. 실내 온도와 습도를 각각 20~22도, 40~60%로 유지하는 것이 좋다. 또 독감이 유행할 때는 되도록 사람이 많이 모이는 장소를 피하고, 증상이 나타나면 빨리 병원을 찾아야 한다.
5. [한국일보]팝스타 45명이 목소리 모은 '위 아 더 월드' 나오다
1985년 3월 7일 슈퍼 프로젝트 그룹 ‘USA(United Support of Artists) for Africa’의 앨범 ‘We are the World’가 발매됐다. 에티오피아와 아프리카 기아 난민을 돕기 위한 자선 앨범. 마이클 잭슨, 밥 딜런, 폴 사이먼, 케니 로저스, 다이애나 로스, 빌리 조엘, 디온 워릭, 브루스 스프링스틴, 케니 로긴스, 대릴 홀, 신디 로퍼, 조 코커…. 20세기 최고의 뮤지션 45명이 1월 28일 10여간 여 넘게 합심해 만든 음반이었다. 당일 현장에 못 온 레이 찰스와 스티비 원더 등은 ‘후시녹음(post recording)’으로 목소리를 보탰다. 노래는 마이클 잭슨과 다이애나 로스가 함께 만들었고, 음반은 퀸시 존스와 마이클 오마션이 공동 제작했다.
https://youtu.be/M9BNoNFKCBI
저 거대한 기획을 제안하고 성사시킨 이가 ‘칼립소의 제왕’ 해리 벨라폰테(Harry Belafonte, 1927~)였다. 한 해 전인 84년 아일랜드 뮤지션 겸 사회운동가 밥 겔도프(Bob Geldof,1951~)의 1억인 아프리카 기아 구제 프로젝트‘밴드 에이드’ 공연에서 감명과 자극을 받았다고 한다. 그는 겔도프, 말론 잭슨 등과 함께 코러스로도 동참했다.
뉴욕 할렘 태생의 벨라폰테는 자메이카 출신 어머니와 함께 유년기를 자메이카에서 보내며 칼립소를 체득했다. 자메이카는 유럽의 서인도제도 흑인 노예무역 중심지였고, 칼립소는 그들 노동요특유의 리듬이었다. 그의 57년 음반 ‘칼립소(Calypso)’는 31주간 빌보드 앨범차트 1위를 기록했다. ‘jamaica farewell matida' 등이 큰 인기를 누렸다. 억눌린 것들을 환한 자리에 놓아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운동’이 되고 힘이 되던 시절이었다. 재즈가 수많은 걸출한 뮤지션들의 활약 덕에 세계인의 음악이 됐다면, 칼립소는 거의 그의 열정으로 빛을 얻었다. 벨라폰테는 음악인을 넘어 소수자 인권과 정의를 위한 활동가로 평생 헌신하며 85년의 저들- 특히 흑인 뮤지션들-이 기량을 펼 수 있는 예술적ㆍ사회적 공간을 여는 데 기여했다. 저 바쁜 이들의 숭고한 열정을 깨워 한날 한 시에 모이게 한 바탕에는 그를 향한 그들의 신뢰와 존경, 감사의 마음이 있었다.
2013년 9월, 벨라폰테와 말랄라 유사프자이(Malala Yousafzai)는 국제사면위원회의 2013 양심대사상(Ambassador ofConscience Award)을 수상했다. 86세의 벨라폰테는 감사를 전한 뒤 “특히 우리 시대 진정한 영웅 유사프자이와 함께 수상하게 돼 더욱 영광”이라고, “그를 향한 나의 존경심은 끝이 없다”고 말했다.
[출처] 2016년 3월 7일 속기·칼럼 자료 |작성자 넷스쿨영등포속기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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