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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3월 8일 화요일 오늘의 주요 신문사설·칼럼

※이 자료는 교육용으로 쓰기 위해 올리는 자료로 상업적 목적은 없으며 선정된 사실의 정치적 성향은 블로그 운영성향과 무관합니다.

주요 신문사설


[동아일보]

1. 교수 철밥통 위해 수강권 사고파는 대학이 정상인가

대학에서 일부 학생들 간에 수강권을 사고파는 일이 사라지지 않고 있다. 졸업하려면 반드시 수강해야 하는 필수 강좌나 인기 강좌는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해 암표 거래하듯 벌어지는 일이다. 수강권 가격은 강좌의 특성이나 학생의 급한 사정에 따라 적게는 1만, 2만 원에서부터 수십만 원에 이르기도 한다. 2010년 서울대 커뮤니티 게시판에는 졸업하려면 꼭 수강해야 한다며 계절학기 대학영어1 수강권에 100만 원을 주겠다는 글이 올라온 적도 있다.

대학들은 최적의 수업환경 조성을 위해 수강인원 제한이 당연하다는 입장을 보인다. 복수전공이나 이중전공이 대세가 되면서 수강인원이 늘어나 ‘수강신청 대란’이 불가피한 점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한 강좌를 수강하지 못하는 바람에 졸업을 못 해서 취업과 대학원 진학 일정에 차질이 생기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학생들의 주장도 일리가 있다. 대학 측이 사전에 정확한 수요를 파악해 강좌 수를 조정하고, 그래도 부족할 경우 추가로 개설하는 것이 ‘강의 소비자’에게 친절한 ‘공급자’의 책무일 것이다.

대학들이 이렇게 하지 않는 솔직한 이유는 교수들 사정에 있다. 일부 과목에 수강신청이 몰리면 다른 쪽에선 신청인원 미달로 폐강되는 과목이 생길 수밖에 없다. 책임강의시간을 몇 년 연속 채우지 못하는 교수들은 정년을 보장받지 못하거나 승진 급여 등에서 불이익을 받는다. 결국 교수들에게 철밥통을 보장해 주기 위해 대학이 ‘강의 시장’을 왜곡시켜 학생들이 암시장에서 수강권을 거래하게 된 셈이다. 

교수들이 경쟁 없이 편하자고 학생들을 불편하게 만드는 것은 대학의 심각한 도덕적 해이다. 학생들로부터 외면당해 폐강이 거듭되는 교수는 다른 일자리를 찾는 것이 좋다. 교수 이기주의 때문에 비싼 등록금을 내는 학생들이 ‘피해자’가 되는 대학사회는 불공정하다. 대학 개혁은 이런 후진적이고 구조적인 환부를 도려내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

2. “성장세 둔화” KDI 선언과 딴판인 대통령의 경제낙관론

국책 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어제 “최근 주요 지표의 부진이 지속되면서 우리 경제의 성장세가 둔화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지난해 1월 경기 하강을 ‘우려’했고, 한 달 전에는 성장세가 점차 둔화될 ‘가능성’을 시사한 데서 성큼 나아가 한국 경제의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다고 공식 선언한 것이다. 민간 연구기관도 아닌 국책 기관이 이런 판단을 내놨다는 것은 정부에 요란한 경고음을 울린 것과 다름없다. 

같은 날 박근혜 대통령은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대외 여건이 어려운 가운데도 경제 상황이 당초 소비절벽이나 고용절벽을 걱정했던 것만큼 나쁘지는 않은 수준”이라고 느닷없이 ‘경제 낙관론’을 폈다. “재정 조기집행 등의 정책효과가 본격화하면 경기 개선세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며 KDI 분석과는 정반대의 발언까지 했다. 

국민의 경제 불안 심리를 달래고 희망을 주기 위한 대통령의 배려로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수출과 국내총투자율 등 10개 경제지표에 일제히 적신호가 켜지는 등 구조적 장기침체에 빠졌다는 그제 전국경제인연합회 보고서와도 동떨어진 인식이다. 안종범 경제수석이 2일 “부진했던 경제지표가 내수 회복세를 바탕으로 2월 이후 점차 개선될 것”이라고 브리핑한 것을 보면, 참모들이 정확한 상황을 파악하고 대통령에게 보고하는지도 의문이다. 

4·13총선이 가까워지면서 더불어민주당은 정부의 ‘경제 실패’를 대대적으로 부각시키는 분위기다. 김종인 더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는 어제 “(정부가) 경제 실상을 명확하게 인식하고 국민에게 알리면서 새로운 경제정책으로 전환을 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지금 같은 상황이 계속되면 일본처럼 한국도 ‘잃어버린 20년’을 한탄할 수밖에 없다며 ‘정부 심판론’으로 선거를 몰고 갈 태세다.

박 대통령은 1월 신년 기자회견에서 “안보와 경제가 동시에 위기를 맞은 비상상황”이라며 경제활성화법안을 처리하지 않는 ‘국회 심판론’을 강조한 바 있다. 불과 두 달도 안 돼 대통령의 경제인식이 위기에서 낙관으로 바뀐 이유가 총선에서의 경제 심판론을 피하기 위한 것이라면 위험하다. 경제 상황과 정책을 놓고 대통령과 야당이 서로 상대 탓만 하면서 국민을 골병들게 해서도 안 될 일이다. 박 대통령은 국민의 공감을 얻지 못하는 선거용 낙관론을 펼 것이 아니라 정부가 비상한 경제 상황 관리에 돌입하도록 독려해야 마땅하다.

3. 이한구는 ‘청와대 공천’ 믿고 물갈이 밀어붙이나

어제 새누리당 최고위원회는 공천관리위원회(위원장 이한구)의 1차 공천심사 결과에 대해 어떤 결정을 내릴지가 초미의 관심사였다. 전날 김무성 대표가 공관위 결정에 “단수 추천은 당을 분열시킨다”며 불만을 토로했던 터라 공관위 결정이 반려되면서 친박(친박근혜)과 비박(비박근혜) 간 공천 전쟁이 본격화할 것이란 전망도 없지 않았다. 그러나 결과는 싱거웠다. 최고위는 큰 소리 한 번 내지 않고 공관위 결정을 추인했다. 이 위원장의 판정승이다. 그는 최고위 참석 후 “앞으로는 부르지 말라고 했다”면서 “공관위는 독립된 기관으로 누구도 압력을 넣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는 경고까지 날렸다.

새누리당 공천을 책임지고 있는 이 위원장의 행동은 지나치게 당당하고 거침이 없다. 예고 없이 1차 공천 심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극도로 민감한 단수와 우선추천 지역을 다수 선정했고, TK(대구경북) 출신의 친박 중진인 김태환 의원을 현역 가운데 1번 타자로 공천 탈락시켰다. 당헌 당규 위반 지적이 나오자 “선거는 전쟁이다. 전쟁이 났는데 교본대로 하면 죽는다”고 응수했다. 공천의 원칙인 상향식 경선을 위주로 하되 단수와 우선추천을 최대한 병행하는 이한구식 공천을 밀어붙이겠다는 것이다.

당 지도부인 최고위와 당헌 당규까지 능가할 정도로 비치는 이 위원장의 이런 자신감은 대체 어디서 나오는 걸까. 현역 의원 대폭 물갈이가 국민의 바람인 것은 사실이다. 경쟁 상대인 더불어민주당이 이미 10명의 현역을 공천 탈락시킨 데 이어 어제 일부 전략 공천을 발표했고, 조만간 추가 탈락까지 예고하고 있는 점도 자극이 될 것이다. 

그러나 공천에는 파워 게임이 작용한다. 현실적으로 친박 비박 간의 갈등도 거세다. 아무리 명분이 좋아도 국민의 지지가 상당한 박근혜 대통령의 지원 없이는 이 위원장이 이렇게까지 밀어붙이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20대 국회에 제대로 된 인물을 보내야 한다”는 이 위원장의 발언으로 보면, 박 대통령의 남은 2년의 국정 운영을 뒷받침하는 것을 공천의 대의로 여기는 듯하다.

새누리당이 어제 예비후보 추가 공모를 마감한 선거구 변경 지역 102곳에 하필이면 유승민 의원의 지역구(대구 동을)가 포함된 것도 의혹을 사고 있다. 유 의원을 경선에서 떨어뜨리기 위해 다른 유력 인사를 투입하려는 것 아니냐는 추측도 나온다. 공천이란 이 정도로 민감한 것이다. 공천은 유권자를 바라보고 하는 것이지 대통령 해바라기가 아니다. 이 위원장은 국민의 공감을 못 얻는 공천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이데일리]

4.  말로만 '만능통장'이 돼서는 안된다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가 다음주 드디어 첫선을 보인다. 하나의 계좌로 예·적금이나 펀드, 파생결합상품 등 여러 금융상품에 편리하게 투자할 수 있는 통합계좌가 ISA다. 의무 가입기간으로 설정한 5년을 채운 후 돈을 찾을 때 수익이 200만원 이하면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되는 혜택을 준다. 대부분 금융상품이 수익의 15.4%에 해당하는 세금이 붙고 일부 투자상품에서 손해를 보더라도 수익을 낸 상품에 있어서는 정해진 세율대로 세금을 내야 하는 점과 비교하면 매력적이지 않을 수 없다.

뿐만이 아니다. 오는 5월부터는 계좌이동도 손쉽게 할 수 있어 요즘과 같은 저금리 시대에 저소득층의 재산 형성에 적지 않은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ISA가 벌써부터 ‘만능통장’이라는 별칭으로 불리는 이유다. 금융권 내에서 ISA 시장에 몰리는 자금이 적어도 5년 안에 15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점치는 것도 그런 때문이다. 

그러나 은행과 증권사들로서는 ISA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서로 피 튀기는 경쟁을 펼쳐야만 하는 현실이다. 이미 호화 경품을 내건 과당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금융사들이 경영난을 겪는 가운데서도 세계여행 상품권이나 승용차, 골드바 등을 경품으로 제시한 모습에 쓴웃음을 감출 수 없다.

더욱이 금융사들이 ISA 상품 판매에만 주력한 나머지 잠재적 위험에 대해서는 제대로 설명하지 않는 ‘불완전 판매’ 가능성도 우려된다. 가입자가 피치 못할 사정으로 의무 가입기간 5년을 채우지 못하고 해약할 경우에 대비한 보호장치를 제대로 마련했는지도 아직은 모호하다. 더 나아가 ISA 투자상품에는 주가연계증권(ELS) 등 파생상품도 포함하고 있어 피해를 볼 가능성도 적지 않다. ‘악마는 디테일에 숨어 있다’는 말을 교훈으로 새겨야 한다.

금융당국이 ISA를 도입한 중요한 목적은 가입자들이 효과적인 금융자산 운용을 통해 안정된 노후를 보장받도록 하는 데 있다. 무엇보다 ISA가 고객들에게 믿을 수 있는 금융상품이 되도록 안전장치를 갖추는 등 관련 법규를 보완해야만 한다. 만능통장이라는 별명이 공허한 말장난으로 끝나지 않도록 최대한의 정책적 뒷받침이 필요하다.5

5. 언제까지 성차별 후진국에 머물 텐가

오늘은 제108회 ‘세계 여성의 날’이다. 미국의 여성 노동자 2만여명이 1908년 2월 28일 “빵(생존권)과 장미(참정권)를 달라”며 뉴욕 거리로 나선 역사적 거사를 기리는 날로 1975년 유엔이 3월 8일로 공식 지정했다. 세계 주요 국가가 100년이 넘도록 여성의 날을 기리고 있다는 사실은 성차별 해소가 아직도 시대적 과제로 남아 있다는 방증이다.

성평등에 관한 한 한국은 명함도 못 내미는 후진국 신세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에 따르면 2014년 현재 한국 기업에서 전체 직원 가운데 여성 임원이 차지하는 비율은 남성의 6분의 1 수준인 0.4%로 OECD 꼴찌다.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매년 발표하는 ‘유리천장’(직장 내 성차별) 지수에서도 한국은 4년 내리 OECD 최하위다.

대기업은 더하다. 작년 6월 말 현재 반기보고서 제출 대상 348개 대기업의 임원 97.7%가 남성이고 여성은 2.3%에 불과한 실정이다. 세계적으로도 이름을 떨치고 있는 삼성전자(4.0%)를 포함해 현대자동차(0.8%), SK이노베이션(3.7%), 포스코(1.3%),LG전자(0.6%) 등도 형편없이 낮고 한국전력, 현대중공업, 기아자동차 등 238개 회사는 여성 임원이 아예 한 명도 없다.

해마다 ‘세계 여성의 날’이 되면 듣기도 민망한 성차별 관련 통계가 쏟아지고 반성의 목소리도 덩달아 올라가기 마련이다. 하지만 결국은 그때뿐이고, 막대한 예산 투입에도 불구하고 성과는 신통찮다. 유럽과 남미 등에서 내각의 절반 안팎을 여성으로 채우는 나라가 속속 늘어나고 심지어 중동의 아랍에미리트도 여성 장관이 7명이나 되지만 전체 장관 17명 중 여성은 여성가족부 장관 1명뿐인 게 우리의 현실이다.

취업 차별, 임금 격차, 경력 단절 같은 유리천장 타파는 대한민국이 선진국 반열에 오르느냐, 못 오르느냐를 가를 핵심 과제의 하나다. 이런 맥락에서 정부의 적극 개입으로 여성 지위 향상과 출산율에서 성과를 내고 있는 유럽 국가들이 좋은 참고가 될 만하다. 정부, 공기업, 상장기업 등의 고위직 여성 비율 강제 할당도 그런 사례다. 능력에 관계없이 여성이라는 이유로 차별을 받아서는 안 된다.

[서울신문]

6. 소청委 온정주의 버려야 복지부동 잡는다

인사혁신처가 복지부동하는 공무원의 퇴출 방안을 담은 ‘공무원 징계령 시행규칙 개정안’을 어제 입법 예고했다. 그동안 할 일을 하지 않는 부작위나 직무태만 등 ‘소극행정’ 공무원에 대해 징계 기준이 없었는데 이번에 마련됨으로써 일하는 공직사회 풍토 조성에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묻지마 감경’으로 공무원들에 대한 징계를 무력화하는 소청심사위원회의 역할을 재정립하지 않으면 이번 조치도 ‘빛 좋은 개살구’가 될 수도 있다.

그동안 공직사회에서는 일하다 ‘그릇’ 깨는 것보다 납작 엎드려 있는 것이 훨씬 낫다는 불문율이 통한 게 사실이다. 규정이 없어도 재량권 범위에서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인데도 나중에 감사에 걸리면 골치 아프다는 식이었다. 그러다 보니 공무원들은 인허가 사항이 법에 저촉되지 않는데도 민원인들을 오라 가라 하며 ‘갑질’을 했다. 그런 측면에서 본다면 이번에 무사안일과 같은 소극행정도 징계 대상임을 분명히 한 것은 잘한 일이다.

하지만 부작위 개념 등이 모호한 점은 이번 조치의 실효성을 반감시킬 수 있다. 징계 기준이 구체적이지 않아 자칫 상급자의 눈치 보기나 인사권 남용 등으로 이어질 수도 있어서다. 더 중요한 것은 아무리 관련 부처에서 공무원들에게 파면 같은 중징계를 내렸어도 소청심사위원회에만 가면 흐지부지된다면 징계 규정은 무용지물이 된다는 점이다. 소청심사제는 공무원이 받은 징계 처분에 대해 이의를 제기할 경우 이를 심사· 결정하는 제도다.

지난해 서울시 모 구청의 국장이 건설업체로부터 50만원어치 상품권을 받아 단돈 1000원만 받아도 징계한다는 ‘원스트라이크 아웃제’의 적용을 받아 처음으로 해임됐다. 하지만 이 국장은 서울시 소청심사위원회에 소청심사를 청구해 ‘해임’에서 ‘강등’으로 감해졌고, 법원에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내 결국 복직했다고 한다.

이뿐이 아니다. 성매매를 단속해야 할 경찰이 불법 성매수를 해 징계를 받았다가 소청심사를 통해 감경을 받은 적도 있다. 2008~2012년 소청심사 건수 3781건 중 약 42%인 1579건이 감경을 받았다고 한다. 공무원 등으로 구성된 소청위의 ‘제 식구 감싸기’로 인해 징계가 무력화된다면 공직사회의 기강 해이는 계속될 수밖에 없다. 제대로 일하는 공직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묻지마 감경’을 일삼는 소청위부터 무사안일에서 벗어나야 한다.

7. 여야, 쟁점 법안 ‘결자해지’ 책임 다해야

본격적인 총선 국면에 접어들면서 19대 국회 임기 내에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과 노동개혁 4법 등 국회에 계류 중인 쟁점 법안의 처리가 어려워지는 상황이 되고 있다. 정부와 여당인 새누리당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에 쟁점 법안 처리에 협조해 줄 것을 거듭 촉구하고 있지만, 야당은 정치공세라며 모르쇠로 일관하는 모양새다.

박근혜 대통령은 어제 이러한 상황을 고려해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서비스발전기본법은 일자리 창출과 선진 경제 도약을 위한 출발점인데도 국회에 최초로 법안이 제출된 지 1500여일이 지난 지금도 발이 묶여 있다”면서 국회에 법안 처리를 거듭 촉구했다. 노동개혁 4개 법안과 관련해서도 “대표적인 민생법안으로 고용 위기 극복을 위해 반드시 통과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당인 새누리당도 2월 임시국회 회기가 얼마 남지 않았지만 야당의 협조만 있으면 경제법안의 처리가 불가능하지 않다고 야당을 압박했다. 그러나 더민주는 요지부동이다. 이종걸 원내대표는 이에 대해 “서비스법은 의료·보건 분야 중 쟁점 부분만 더 논의하고 나머지 서비스 분야를 통과시키자고 했지만 새누리당이 거부했다”며 여당에 책임을 전가했다. 또한 노동4법에 대해서는 상임위에서 논의도 안 된 것을 통과시킬 수 없다고 일축했다. 야당의 협조와 여당의 유연성이 없는 한 쟁점 법안 처리는 불가능한 실정이다.

우리는 국내외 경제 상황을 고려해 국회에 계류 중인 쟁점 법안의 처리를 촉구해 왔다. 특히 최근에는 중국이 전국인민대표자대회에서 경제성장률을 매년 7% 이상 성장에서 앞으로 5년간 6.5% 이상 성장으로 낮추는 등 주변 여건은 좋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전문가들은 중국 경제성장률이 1% 포인트 감소하면 우리나라의 성장률은 0.21% 포인트 하락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더불어 전국경제인연합회는 노동생산성 증가율, 제조업 가동률, 기업매출 증가율 등 우리나라 10대 경제 지표가 5년 이상 하락세를 보이는 등 우리 경제는 구조적 장기 침체로 인해 경제 기반이 무너지고 있다고 진단하고 있다. 정치권은 이러한 경제 상황을 외면해서는 안 될 것이다.

국민의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 대한상공회의소 등 148개 단체가 일간지에 게재한 ‘경제법안은 왜 외면하십니까’라는 호소문을 읽어 보았는가. 야당의 반대도 전혀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닐 것이다. 노동계의 이해관계와 불만을 대변하는 것도 야당의 몫이 맞다. 그러나 개혁을 위해서는 희생이 따르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노동계의 일방적인 이익만 옹호할 게 아니라 현장을 다니면서 민심을 들어 봐야 한다. 반대를 위한 반대는 능사가 아니다. 경제정책을 비판하는 데만 몰두하지 말고 대안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경제상황이 좋을 때면 모르되 자칫 장기 침체에 빠질지도 모르는 현 상황을 어떻게 타개할지 고민해야 한다. 결국 쟁점 법안들의 처리가 무산되면 야당은 또 한번 ‘경제 발목 잡기’란 듣기 싫은 소리를 들을 것이다. 여당도 유연성을 보이는 지혜를 발휘하기 바란다. 여야는 지금이라도 쟁점 법안 처리에 대한 마지막 협상에 나서 결자해지하는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다.

8. 사상 최대 한·미 훈련, 北 도발 대비에도 만전을

한·미 양국이 어제 역대 최대 규모의 연합훈련에 돌입했다. 한·미 연합훈련에 미군 1만 7000명, 한국군 30만명 등 양국의 최정예 부대가 참가하고 미군의 핵추진 항공모함과 핵잠수함 등 최신예 전략자산도 대거 동원된다. 지휘소훈련(CPX)인 키리졸브 연습은 오는 18일까지, 실기동훈련(FTX)인 독수리연습은 다음달 30일까지 진행된다. 이번 훈련은 병력과 장비 등 모든 전력에서 역대 최대 규모의 연합훈련으로 북한 핵심 시설에 대한 정밀 타격도 포함돼 있다. 유사시 북한의 핵과 미사일 기지 등을 선제 타격하는 ‘작전계획 5015’가 처음 적용된다. 한·미 연합 기동부대가 항공력 지원을 바탕으로 평양을 점령해 북한 정권을 붕괴시키는 등 기존 작전보다 공세적인 것이 특징이다. 북한의 4차 핵실험과 장거리 로켓 발사 등 한반도의 군사적 환경이 급변한 것을 반영한 결과다.

한·미 연합훈련 개시와 국제사회의 전면적인 대북 제재가 동시에 진행되는 상황에 직면해 북한의 반발은 거세지고 있다. 어제 국방위원회 성명을 통해 “미군과 그 추종 세력들의 핵전쟁 도발 광기에 전면 대응하기 위한 총공세에 진입할 것”이라고 밝혔고, 지난 3일에는 “선제 공격도 불사하겠다”는 위협과 함께 사거리가 150㎞에 이르는 300㎜ 방사포를 시험 발사하는 등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다.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은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다. 현 국면은 남북 모두 위기 관리가 전혀 작동되지 않는 일촉즉발의 상태나 다름없다. 휴전선 부근과 서해 최전방 북방한계선(NLL)에서의 우발적 충돌이 언제든지 국지전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상존하고 있다. 서로 압박과 위협 수위를 높여 가다가 걷잡을 수 없는 파국 상태로 빠져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지경이다.

북한 정권은 오판하지 말고 자중해야 한다. 자신들의 후원국 격인 중국과 러시아까지 유엔 안보리의 전면적 대북 제재에 동참한 상황에서 무력 시위와 대남 도발로 해법을 찾을 수 있다는 생각 자체가 비현실적이다.

우리 정부도 북한의 도발에 가차없이 응징을 해야 하지만 김정은 체제가 상식과 합리성이 결여된 정권이란 점을 고려해 무작정 압박만 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김정은 정권이 핵 개발 집착에 따른 고통을 확실하게 느끼게 하되 대화를 통해 핵 문제를 해결하고 체제 생존도 가능하다는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전달할 필요가 있다. 남북 모두 군사적 충돌 같은 사태로 번지지 않도록 한반도 긴장과 위기를 지혜롭게 관리해 나가야 한다.

[매일경제]

9. 기술혁신 강조하는 中國 구조조정에 적극 대응하라

중국이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를 낮추면서도 경제구조조정 의지는 재차 강조하고 있다. 리커창 중국 총리는 5일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에서 올해 성장률을 6.5~7%로 제시하면서 구조적인 개혁을 고려한 목표라고 했다. 중국 경제성장률은 지난해 6.9%였는데 올해는 더 낮아질 것이라는 뜻이니 수출 25%를 중국 시장에 내보내는 한국으로선 긴장해야 할 소식이다. 

우리나라 2월 수출은 1년 전보다 12.2% 줄어들어 이미 비상이 걸린 상태다.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에도 불구하고 중국 시장으로 향하는 수출도 12.9%나 줄었는데 중국은 이번 전인대에서 이례적으로 수출입 목표를 제시하지 않았다. 그만큼 대외무역 환경을 불확실하게 보고 있다는 뜻이다. 올해 중국이 국내총생산(GDP) 대비 재정적자 비율을 건국 이래 최고 수준인 3%로 끌어올리며 경기 방어에 적극 나서기로 한 점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중국은 G20 국가 중 경기 부양을 위해 재정 지출을 확대할 여력을 가진 거의 유일한 나라라는 평가가 있는 만큼 '중국발 위기'에 지나치게 위축돼서는 곤란하다. 그럼에도 중국 경제성장률이 1%포인트 하락하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은 0.21%포인트 떨어진다고 한다. 중국 경제 영향이 어마어마한 만큼 수출과 자금 시장으로 전달되는 충격을 최소화하는 노력 못지않게 구조조정을 통한 중국 경제의 근본적인 변화에 대한 장단기 대책도 긴요하다.

중국 구조조정은 우선 과잉 설비 해소라는 측면에서 진행되고 있다. 철강산업에서 50만명, 석탄산업에서 130만명을 감원하는 대담한 구조조정 계획도 발표됐다. 이는 단기적 충격일 수도 있지만 과잉 경쟁을 완화해주는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도 있다. 우리가 보다 주목해야 하는 중국 구조조정은 외국산 수입 대체를 위한 품질혁신이라는 점이다. 리커창 총리는 지난해 12월 중국이 세계 볼펜 시장 80%를 점유하고 있지만 볼펜 볼은 90%가량 수입하고 있다며 기술혁신을 강하게 요구했다. 이런 혁신은 우리에게 근본적인 도전 요인이 된다. 공공·노동·교육·금융 등 이른바 4대 개혁을 내걸었지만 큰 진척이 없는 한국이 중국 구조개혁을 구경만 하다가는 갈수록 커지는 '중국발 충격'에 휘둘리게 될 것 같아 걱정이다.

10. 중구난방 청년일자리 정책 실효성 있게 정리하길

'청년일자리 창출'이라는 국가 최대 현안 해결을 위해 지난해 정부가 쏟아부은 예산은 1조9800억원에 달했다. 하지만 이 기간 만들어진 일자리는 4만8000여 개에 불과했다. 일자리 1개당 4125만원을 투입한 꼴인데 이들 중 대다수는 연봉 3000만원도 받지 못하고 있고 새 일자리도 42%가 비정규직이다. 지난 1월 청년실업률은 9.5%로 16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고용절벽이 갈수록 가팔라지고 있다. 이는 정부의 일자리 정책이 헛돌고 있다는 방증이다. 청년일자리 사업은 현재 13개 부처에서 무려 57개를 시행하고 있다. 부처별로 유사·중복 사업이 넘쳐나는 데다 쪼개져 있다 보니 선택과 집중이 불가능하다. 정부는 지난해 7월 통폐합 관리하겠다고 했지만 부처별 밥그릇 싸움에 별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각 부처가 주로 채택하고 있는 사업은 청년인턴을 정규직으로 채용한 기업에 고용보조금을 지급하는 '사업주 지원 방식'인데 이는 재정 투자 대비 고용 창출 효과가 저조하다. 기업 인건비를 정부가 대주면서 예산만 낭비하는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 공공기관들도 정규직 전환 의무가 없는 '체험형 인턴'만 대거 뽑아 생색내기 채용에 그치고 있다.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어내야 할 정부가 전시 행정에, 부처 간 실적 경쟁이나 벌인다면 청년들의 고통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올해 청년일자리 예산은 2조800억원에 달하지만 지금처럼 행정편의주의식으로 운영된다면 또 줄줄 새고 말 것이다. 민간 중심으로 1200억원을 모은 '청년희망펀드'도 이달 가동을 시작하지만 정부 정책과 상당 부분 중복돼 차별성이 없다는 지적이다.

청년일자리 창출을 위해 노동개혁도 시급하지만 중구난방으로 진행되고 있는 정책을 가다듬어 효율성을 높이는 것도 중요하다. 유일호 경제부총리는 이달 청년 일자리대책을 발표한다는데 발상의 전환을 통해 고용 성과를 거둘 수 있는 대책을 내놔야 한다. 폭스바겐 본사가 있는 볼프스부르크에서는 실업자가 급증하자 사회적 합의를 통해 월 5000마르크의 일자리 5000개를 만드는 '아우토 5000'을 추진했다. 15~20% 낮은 급여와 탄력적 노동시간을 적용하는 일자리 프로젝트였는데 우리도 과거 대책을 재탕, 삼탕할 것이 아니라 기업과 협력을 통해 일자리를 창출하는 사례를 만들어보라.

주요 신문칼럼


1. [매일경제][한예슬 변호사 칼럼] 여행계약

1. 서설
개정민법에 제9절의2 여행계약편이 신설되어, 2016. 2. 4. 부터 시행되고 있습니다. 이로써 여행과 관련된 분쟁을 보다 효과적으로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2. 여행계약의 내용
주요내용을 살펴보면, 여행계약은 당사자 한쪽이 상대방에게 운송, 숙박, 관광 또는 그 밖의 여행 관련 용역을 결합하여 제공하기로 약정하고 상대방이 그 대금을 지급하기로 약정함으로써 효력이 생깁니다.여행자는 여행을 시작하기 전에는 언제든지 계약을 해제할 수 있지만, 여행자는 상대방에게 발생한 손해를 배상하여야 합니다.부득이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각 당사자는 여행계약을 해지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계약이 해지된 경우에도 계약상 귀환운송(歸還運送) 의무가 있는 여행주최자는 여행자를 귀환운송할 의무가 있습니다.여행대금의 지급에 관하여, 여행자는 약정한 시기에 대금을 지급하여야 하며, 그 시기의 약정이 없으면 관습에 따르고, 관습이 없으면 여행의 종료 후 지체 없이 지급하여야 합니다.

여행에 하자가 있는 경우에는 여행자는 여행주최자에게 하자의 시정 또는 대금의 감액을 청구할 수 있고, 이에 갈음하여 손해배상을 청구하거나 시정 청구, 감액 청구와 함께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여행자는 여행에 중대한 하자가 있는 경우에 그 시정이 이루어지지 아니하거나 계약의 내용에 따른 이행을 기대할 수 없는 경우에는 계약을 해지할 수 있는데, 이 경우 여행주최자는 대금청구권을 상실하고, 다만, 여행자가 실행된 여행으로 이익을 얻은 경우에는 그 이익을 여행주최자에게 상환하여야 합니다.위와 같은 여행주최자의 담보책임에 따른 권리는 여행 기간 중에도 행사할 수 있으며, 계약에서 정한 여행 종료일부터 6개월 내에 행사하여야 합니다.

이에 더해, 여행 개시 전의 계약해제, 부득이한 사유로 인한 계약 해지, 여행주최자의 담보책임과 계약 해지에 관한 규정을 위반하는 약정으로서 여행자에게 불리한 것은 효력이 없다고 규정하였습니다. 

3. 결론
이러한 여행계약 규정의 신설로 여행과 관련한 분쟁의 소지가 줄어들고, 여행업이 더욱 활성화 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2. [이데일리]중대형아파트에 주목해야 할 7가지 이유

작년 가을 이후 주택시장이 침체에 빠져 있다. 아파트 과잉 공급에 대한 불안감과 주택담보대출 규제로 인해 주택 거래가 줄어든 탓이다. 하지만 주택시장 침체는 길게 가지 않을 것으로 본다. 봄 이사철 전셋값 상승에 따라 실수요자의 주택 거래가 다시 늘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2016년 이후 주택시장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이슈는 무엇일까? 아마도 중대형 아파트 시세 향방일 것이다. 중대형 아파트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수도권을 중심으로 가격이 꾸준히 하락했다. 하지만 수도권 중대형 아파트값이 회복될 조짐이 이미 여러 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앞으로 중대형 아파트에 주목해야 할 이유 7가지를 살펴보자.

첫 번째는 중대형 아파트 공급과 입주 부족이다. 전용면적 115㎡ 초과 중대형 아파트는 2000년 이후 매년 2만~6만 가구 가량 공급됐다. 그러나 2013년 이후에는 2000가구 이하로 줄었다. 공급량이 약 20분의 1로 확 줄어든 것이다. 

두 번째는 중대형 아파트의 주요 수요층인 40대~50대 인구가 역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나라에서 연령대별 인구 중 가장 많은 세대는 베이비붐세대가 아니라 베이비붐 세대보다 50만명이 더 많은 ‘F세대’(Formidable members)이다. 구체적인 연령대는 1966~1974년 사이의 출생자들이고, 이들이 중대형 아파트의 수요층이다. 

세 번째는 중대형 아파트 수요층인 4~6인 가구가 감소하고 있지만 그 감소율이 연간 1% 이하인 반면 중대형 아파트의 공급 감소율은 연간 20%로 나타나 수급 밸런스가 깨졌다는 점이다. 장기적으로 1~2인 가구가 증가하는 것은 맞지만 수요의 변화에 비해 공급의 변화가 지나치게 빠른 속도라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네 번째는 중대형 아파트의 전셋값 상승률이 중소형 아파트보다 더 높게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2014년 이후 연간 누적변동률을 비교했을 때 중대형 아파트 전셋값 상승률은 연간 4.7%, 중소형은 연간 3.37%로 나타나 이미 전세시장에서는 중대형 선호가 시작되었다. 일반적으로 전세가 변동이 매매가 변동에 선행하기 때문에 머지않아 매매가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다섯 번째는 중대형 아파트도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셋값 비율)이 대부분의 지역에서 80%에 도달했다는 점이다. 전세가율이 높아지면 전세 수요가 매매로 전환된다. 수도권 중소형의 경우 전셋값 비율이 높아 2013년 하반기부터 전세가가 매매가를 밀어올렸다면 중대형은 2016년 가을부터 매매가를 밀어올릴 가능성이 크다. 

여섯 번째는 중대형 준공 후 미분양 아파트가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는 점이다. 작년 하반기에 신규 분양이 늘면서 전체 미분양은 소폭 증가했지만 준공 후 미분양, 특히 중대형 미분양은 감소 추세를 이어가고 있다. 준공 후 미분양의 존재는 시세 형성을 방해하는 측면이 있기 때문에 준공 후 미분양이 팔리고 나면 다시 시세가 형성되는 소위 ‘마감효과’가 나올 수 있다.

일곱 번째는 일반적으로 주택 경기 회복 초기 단계에는 소형이 강세를 보이지만 주택 경기가 본격적으로 살아나면 중대형이 강세를 보인다는 점이다. 주택 경기가 정점에 달했던 1989~1991년과 2003~2007년에 중대형 아파트 강세가 나타났던 것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최근 수도권 아파트 입주 물량이 적정량에 못미치고 있다. 2000~2010년 수도권 아파트 평균 입주 물량은 16만 5000여 가구인데 반해 2012~2016년에는 평균 10만가구로 약 40%가 줄었다. 이런 점이 수도권의 전세난을 부추기는 주요 원인이고, 이런 현상은 앞으로 수도권에서 2~4년간 지속될 수 있다. 

이런 점들을 종합해 봤을 때 이르면 2016년 가을, 늦으면 2017년부터 중대형 아파트의 본격적인 회복세가 시작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3. [동아일보][횡설수설/정성희]공공장소에서 젖먹일 권리

‘대부분이 독특한 방식으로 얼굴을 가리고 있었고, 얼굴을 가리지 않은 여자일 경우에는 젖가슴을 드러내놓고 있다.’(스웨덴 기자 아손, 100년 전 한국을 걷다) 구한말 외국인들이 찍은 사진이나 기록, 화가 신윤복의 그림을 보더라도 당시에 아이를 낳은 여성들이 젖가슴을 내놓고 다니는 일이 드물지는 않았던 것 같다. 그러나 미혼 여성은 그러지 않은 걸로 봐서 젖가슴을 드러낸 것은 섹슈얼리티가 아니라 수유(授乳)의 목적이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언제부터인가 공공장소에서의 수유는 문화적 금기 혹은 품격 떨어지는 행동으로 해석되고 있다. 지하철이나 식당 등 공개된 장소에서 젖을 먹이는 여성이 사라진 것은 문명화의 증거인가. 글쎄다. 모유 대신 우유를 먹이는 엄마가 그만큼 늘어났다는 의미도 있겠지만 엄마들이 모유 수유의 번거로움 때문에 외출을 꺼리는 일이 있다면 여성권의 퇴보일 수도 있다. 공공장소에서 젖먹이는 여성을 따스한 눈길로 바라보는 사회문화가 형성된다면 저출산 극복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버니 샌더스 후보가 유세장에서 딸에게 젖을 먹이는 마거릿 엘 브래드퍼드에게 감사 의사를 표한 것을 계기로 공공장소에서의 모유 수유가 미국 대선의 중요한 이슈로 부상했다. 이 여성이 수유하는 사진을 페이스북에 올리면서 ‘배고픔을 호소하는 딸에게 젖을 물린 것은 모성의 자연스러운 발로’라는 찬성 의견과 ‘교양 없는 여자들이나 하는 짓’이라는 모욕적인 메시지가 동시에 쏟아졌다. 이 해프닝을 샌더스 지지로 연결하는 ‘버니를 위한 젖가슴’이라는 캠페인이 생겨났다.

도널드 트럼프가 수유할 시간을 달라고 하는 여자 변호사에게 “역겹다”고 말한 것이 알려지면서 역풍을 맞고 있다. 트럼프가 맘에 들지 않는 여성을 향해 쏟아낸 막말이 한둘이 아니지만 공공장소에서의 수유를 불쾌하게 여기는 여성도 많은 걸 보면 이는 남녀의 시각차나 진보 보수 이념의 문제만은 아니다. 젊은 여성 정치인들이 아이에게 젖먹이는 모습을 담은 사진을 홍보물로 쓴다면 한국에서도 반응이 나쁘지만은 않을 것 같다.


4. [동아일보][황광해의 역사속 한식]명태

참 동화 같은 이야기인데, 믿지 않을 도리가 없다. 동아일보 1921년 8월 30일의 기사다. ‘북관명산(北關名産)의 명태는 명천의 어부 태(太)씨의 어획이 그 시초되었음으로, 그를 기념하기 위함’이라고 했다. ‘(함경도) 명천에 사는 태씨 어부의 명태’는 고종 시절 영의정을 지냈던 문신 이유원의 ‘임하필기’에서 시작되었을 것이다.

이 책 제27권 ‘춘명일사’ 편에 명태가 소개된다. 명천에 사는 태씨 성을 가진 어부가 낚시로 물고기 한 마리를 낚았다. 고을 아전이 도백(道伯)에게 올렸는데 도백이 이 물고기를 맛있게 먹고 이름을 물었다. 아무도 대답하지 못하자 도백이 “명천 사는 태 어부가 잡은 물고기니 명태라 하면 좋겠다”고 하였다. ‘명태’라는 이름이 붙은 이유다. 

이 이야기의 뒷부분에는 명태가 많이 잡혀서 팔도에 퍼졌고, 이름이 ‘북어’라는 점과 노봉 민정중(1628∼1692)의 예언(?)이 실려 있다. ‘300년 뒤에는 이 고기가 지금보다 귀해질 것’이라는 내용이다. 이유원은 ‘원산을 지나는데 명태가 마치 오강(五江·한강 일대)에 쌓인 땔나무처럼 많아서 그 수효를 헤아릴 수 없었다’고 적었다.

민정중은 조선 중기의 문신이다. ‘명천에 온 도백’이 물고기 이름을 지었다는 ‘동화’는 가능성이 있다. 관찰사는 ‘도백’이다. 민정중은 한때 함경도관찰사를 지냈다. 민정중이 처음 이름을 지었을 수도 있다. 

명태라는 이름이 ‘공식적으로’ 처음 나타나는 것은 효종 3년(1652년) 9월의 ‘승정원일기’ 기록이다. ‘강원도에서 대구알젓 대신 명태알젓이 왔으니 해당 관리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내용이다. 다음 달인 10월에도 과일과 생선이 상했고, 역시 대구알젓 대신 명란이 올라왔으니 담당 관리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사옹원 제조가 보고한다. 

18세기에는 명태가 자주 등장한다. 시골에 사는 노인에게 구호물자로 곡식, 장과 더불어 ‘명태 한 마리’를 주었으니 인색한 지방 관리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내용도 나타난다. 희한하게도 조선 초기 기록에는 명태나 북어가 등장하지 않는다. 해류의 온도 때문에 우리나라에서 잡히지 않았거나, 흔하게 먹지 않았거나 혹은 먹으면서도 이름을 몰랐을 가능성이 있다. 효종과 민정중의 17세기를 지나면서 명태는 자주 등장한다.

민정중보다 160년 후 사람인 오주 이규경은 ‘오주연문장전산고’에서 ‘북어’를 상세하게 설명한다. ‘우리나라 동북 해안에 있는 물고기다. 폭이 좁고 길이가 1척(30cm) 이상으로 길다. 머릿속에 오이 같은 타원형의 뼈가 있다. (…) 이름은 북어인데 속칭 명태라고 부른다. 봄에 잡은 것은 춘태, 겨울에 잡으면 동태(冬太)다. 동지 무렵 시장에 나오는 것은 동명태(凍明太)다. (…) 흔해서 천하지만 귀하게 먹는다. 늘 먹으면서도 그 이름을 모른다.’

‘북어(北魚)’라는 이름은 ‘북쪽 해안의 물고기’라는 뜻이다. 명천을 포함한 함경도 해안이다. 북어는 민정중의 예언대로 300년 후인 20세기 중반에는 귀해졌고 우리 시대에는 거의 사라졌다. 한때는 1인당 매년 20마리씩 먹었던 생선이다. 

일제강점기에도 가끔 명태 어획량이 줄어들기도 했다. 동아일보 1926년 6월 1일의 기사에는 ‘조선 명태가 일본으로 이사를 갔다는 것은 이미 보도한 바와 같거니와, 그 대신 멸치가 많이 잡힌다. 명태의 주요 산지는 함북 청진, 경성군, 명천군 양화 등’이라는 내용이 있다. 역시 동북 해안이다. 

언론인 고 홍승면 씨가 공개한 ‘북어대가리 사용법’을 전한다. ‘북어대가리를 의뭉한 불에 바싹 굽는다. 태우지 말아야 한다. 이걸 유리잔에 넣고 뜨겁게 덥힌 청주를 붓는다. 접시로 잠시 덮어두었다가 불을 붙인다. 푸른색 불이 잠깐 나타났다가 사라진다.’ 일식집에서 흔히 보는 복어 지느러미 대용품임을 알 수 있다. 이름이 낭만적이다. 이른바 ‘북어두주(北魚頭酒)’다. 

참 흔한 물고기지만 귀하게 썼다. 살은 탕으로 끓였다. 얇게 썰어 전으로, 말린 다음 제사에 쓰거나 혹은 탕으로 먹었다. 아가미와 알, 내장으로 젓갈을 담갔다. 이제는 보기 힘들어진 ‘명태순대’는 함경도의 별미다. 명태 속에 나물과 곡물을 넣고 익힌 것이다.


5. [동아일보][오은영의 부모마음 아이마음]기다리는 동안, 아이에게 스마트폰 주지 마세요

여섯 살 남자아이와 엄마가 진료실로 들어왔다. 내가 엄마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눠야 하는 시간이 되었다. 아이에게 “이제 엄마랑 원장님이랑 얘기를 좀 해야 해. ○○이는 좀 기다리고 있어야겠다”라고 하자 아이는 곧 엄마 쪽으로 오른손을 내밀었다. 엄마는 힐끔 나를 보며, 작은 목소리로 “안 된다고 했잖아” 한다. 아이는 바로 짜증을 내기 시작했고, 짜증은 금세 떼로 바뀌었다. 엄마는 몹시 난처해하며 “얘가 참. 안 돼, 오늘은 안 된다니까…” 한다. 아이의 떼는 잦아들 줄 몰랐다. 안절부절못하던 엄마는 어쩔 수 없다는 듯 “그럼, 딱 5분만 해야 돼” 하면서 슬그머니 스마트폰을 꺼냈다. 

잠시 상황을 가만히 지켜보던 나는 단호하게 “어머님, 주지 마세요”라고 말했다. 엄마는 얼른 스마트폰을 도로 주머니에 넣었다. 아이는 “아, 왜∼요∼?” 하면서 소리를 질렀다. “원장님은 기다릴 때 스마트폰 못 주게 해.” 아이는 의자에서 엉덩이를 뺄 대로 빼며 다리를 쭉 뻗어 진료실 책상을 발로 탁탁 쳤다. “그럼, 난 어떡하라고요!” 여전히 화가 많이 난 목소리다. “밖에 네가 할 수 있는 다른 것이 많아. 만화를 보여줄 수도 있어.” 아이는 싫다고 했다. “그럼 책을 봐. 그림책도 많아. 장난감도 많고. 다른 선생님들이 그림 그리기나 종이접기를 해줄 수도 있어.” 아이는 다 싫다고 했다. “그럼, 그냥 기다려.” 아이는 처음에는 퉁탕퉁탕 화를 내기는 했으나 결국 스마트폰 없이 기다리다 갔다. 

요즘 지하철에서도, 자동차 안에서도, 병원에서도, 식당에서도 어린아이가 스마트폰을 잡고 있는 모습을 흔히 본다. 어린아이일수록 두뇌는 물론이고 여러 발달 면에서 치명적인 영향을 준다고 아무리 얘기를 해도, 스마트폰을 잡고 있는 아이는 늘어만 간다. 부모들의 변명은 항상 똑같다. “안 주면 난리가 나서….” 정말 그럴까? 아니다. 그보다는 스마트폰 없이 기다리는 연습을 시키지 않았기 때문이다. 어른들은 “요즘 아이들은 반응의 속도가 너무 빠르다, 충동적이다, 산만하다, 조금만 지루해도 못 견딘다, 생각하기를 싫어한다”며 혀를 찬다. 맞는 말이다. 그런데, 사실 이 모든 것들은 부모가 침묵의 시간, 기다림의 시간을 만들어주지 않았기 때문인 경우가 많다. 

아이가 스마트폰을 주지 않는다고 난리를 피우는 것은 아이가 유별나서가 아니다. 스마트폰 없이 기다리는 연습을 성공적으로 해보지 않은 탓이다. 이 글을 읽은 이 순간부터 기다리는 동안, 제발 아이에게 스마트폰 좀 주지 말자. 아이가 울고불고 고집을 피울 수도 있다. 그래도 안 주면 된다. 그 대신 재밌게 놀아주면 된다. 초등 저학년 이하는 부모가 정말 재미있게 놀아 주면 의외로 쉽게 스마트폰을 잊는다. 물론 한 번의 경험으로 잊는 것은 아니다. 스마트폰 없이 기다려본 경험이 서너 번만 쌓여도 아이는 더이상 떼를 부리지 않는다.

지금 이 교육을 시키지 않으면 아이는 스마트폰 같은 도구가 없으면 혼자서는 기다릴 줄 모르는 사람이 된다. 기다리는 것도 연습을 해야 한다. 몸에 배어야 자연스럽게 나온다.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면, 아이가 아무리 심심하다고 해도 “기다리는 거야”라고 말하자. 그리고 같이 기다려주자. 너무 힘들어하면 좀 도와줄 수는 있다. 이때 도와주는 것은 “그럼, 스마트폰 5분만 하고 기다리는 거야”가 아니다. 어떻게 기다리는지를 보여주고 가르쳐주는 것이다. 기다리는 것은 벌이 아니다. 부모가 느긋하고 편안하게 이 시간을 보내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아이도 기다리는 것을 ‘짜증 나고 지루한 시간’이라고 생각지 않는다. 

몇 가지 팁을 주자면, 기다리는 장소가 자동차 안과 같이 다른 사람이 없는 곳이라면 부모의 어릴 적 이야기, 아이의 어릴 적 이야기, 동요 부르기, 끝말잇기 등을 할 수 있다. 좀 더 조용히 노는 방법으로는 말 참기 놀이와 눈(目)싸움, 눈빛이나 표정으로 말하기, 손가락 놀이도 있다. 떠들 수 없는 곳이라면 조용함 속에서 그냥 하고 싶은 말을 하지 않고 있어 보게 한다. 가만히 주변 사물이나 사람을 관찰하고, 하늘도 보고 발밑도 보고 공기도 느끼면서 기다려보게 한다. 아이가 과연 할 수 있을까? 부모가 편안한 표정으로 그런 장소에서 그렇게 기다리는 모습을 자주 보여주면 아이도 그냥 그렇게 행동해야 하는 줄 안다. 눈에 익고 몸에 배기 때문이다. 덧붙이고 싶은 것은, 진실로 아이들 손에서 스마트폰을 놓게 하고 싶다면 부모뿐 아니라 모든 어른이 필요 이상으로 스마트폰을 쥐고 있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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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늙은최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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