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3월 9일 월요일 오늘의 주요 신문사설·칼럼
※이 자료는 교육용으로 쓰기 위해 올리는 자료로 상업적 목적은 없으며 선정된 사실의 정치적 성향은 블로그 운영성향과 무관합니다.
주요 신문사설
[이데일리]
1. 한국을 ‘다시 찾고 싶은 나라’로 만들어야
터무니없는 가격으로 중국 단체 관광객을 끌어모으는 전담여행사들에 대해 강력한 제재 조치가 취해진다. 덤핑 여부를 상시적으로 심사해 적발되는 여행사에 대해서는 ‘삼진 아웃제’를 적용키로 했다는 게 문화체육관광부가 어제 밝힌 방침이다. 그동안 저가 상품 위주로 운영돼 오던 중국 단체관광 시장 구조를 획기적으로 개선함으로써 우리 관광산업 수준을 질적으로 높이겠다는 취지다.
이를 위해 앞으로 분기별 심사를 통해 문제점이 3회 적발되면 전담여행사 지정을 취소하겠다는 것이다. 담당 공무원들이 그만큼 바빠질 것이겠지만 전자관리 시스템의 도입으로 상시 심사가 가능해졌다는 것부터가 다행이다. 이와는 별도로 전담여행사로 지정받고 2년이 지난 업체들을 대상으로 관광객 유치실적과 재정 건전성, 법령준수 여부 등을 가려 조만간 대폭 정리하기로 했다.
그동안 중국 관광객들이 대폭 늘어났다고 하면서도 실속은 보잘것이 없었다. 오히려 여행사에서 제공하는 숙박시설이나 음식 수준이 관광객들의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불평을 듣기도 했다. 가이드가 관광객들에게 관광지 구경을 시키기보다는 면세점이나 쇼핑센터로 안내하는 경우가 더 많다는 얘기도 들려오던 터였다. 여행사들이 서로 ‘제 살 깎기 경쟁’으로 관광객을 유치했기에 나타난 부작용이다.
정부가 꾸준히 단속을 벌이고 있으나 뿌리깊은 덤핑 관행이 좀처럼 근절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무자격 가이드를 고용하거나 자격증을 빌려서 사용하는 경우도 없지 않았다. 일부 여행사들의 이러한 불공정 행위로 한국 관광의 이미지가 훼손되는 것이 더 심각하다. 정부가 최근 외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부가세 즉시 환급특례제도를 도입하는 등 제도 개선에 나서고 있지만 우리 관광산업이 도약하려면 덤핑 관행부터 개선돼야 한다.
정부는 올해 중국 관광객 유치 목표를 800만명으로 세우고 여러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우수 여행사에 대해서는 지원 방안이 마련되는 데다 중국 여행객들의 지역·계층·소득별 수준에 맞는 테마 콘텐츠도 개발되고 있다. 하지만 여행업계의 자율적인 노력이 따르지 않고는 모든 노력이 헛수고에 그치기 십상이다. 한국을 ‘다시 찾고 싶은 나라’로 만드는 것은 여행사들의 몫이다.
2. 사이버테러 맨날 당하기만 할 건가
북한의 사이버 테러에 대한 우려가 현실로 닥쳤다. “정부 주요 인사들의 스마트폰이 해킹됐으며 조사 결과 북한 소행으로 확인됐다”는 게 그제 국가정보원이 발표한 내용이다. 북한이 지난 1월 6일 4차 핵실험 이후 국가기반시설 인터넷망과 스마트폰 등을 해킹하며 우리의 사이버 공간을 위협하고 있고, 지난달 18일에는 코레일 등에 대한 사이버 공격을 시도하다 발각됐다는 것이다.
북한의 사이버 테러는 벌써부터 예견됐던 일이다. 북한은 2011년 농협 전산망을 공격했고 2013년에는 KBS·MBC와 금융계 전산망을 마비시킨 전력도 있거니와 최근에는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에 대한 국제 제재에 강력히 반발하며 대남 도발 강도를 높여 왔다. 정부는 3차 핵실험 직후 대규모 사이버 테러가 자행된 점에 주목하고 지난달 사이버 위기 경보를 4단계인 ‘관심’에서 3단계 ‘주의’로 격상한 바 있다.
사이버 테러는 막대한 사회·경제적 혼란을 유발하고 국가안보까지 위협하는 중대한 도발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북한의 멈추지 않는 사이버 도발을 경고하고 철저한 대응을 주문한 것도 그래서다. 이런 맥락에서 정부가 어제 국정원 3차장이 주관하는 긴급 국가사이버안전대책회의를 열고 정보 공유와 함께 범정부 차원의 대응 방안을 강구한 것은 시의적절한 대응이다.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은 최근 사이버 테러를 포함한 테러 역량의 적극 결집을 정찰총국에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맹방인 중국과 러시아마저 국제 제재에 동참한 데다 사상 최대 규모의 한·미 연합훈련이 전개되는 가운데 한국을 비롯한 각국이 독자 제재에 나서면서 북한이 대남 도발을 발악적으로 감행할 가능성이 커졌다. 실제로 김 위원장은 “핵탄두 실전 배치” 운운하며 대남 핵 위협을 노골화하기도 했다.
한반도 긴장이 그 어느 때보다도 고조된 상황에서 과거처럼 컨트롤타워조차 설치되지 않은 채 우왕좌왕하는 사태가 재연돼선 결코 안 된다. 아울러 이제는 근원 추적이 어려워 신속 대응이 어렵다는 타령만 늘어놓을 게 아니라 막강한 정보기술력을 바탕으로 세계 최강 사이버부대를 키워 공세적으로 대응할 때다. 이제는 더이상 당하기만 해서는 곤란하다.
[서울신문]
3. 달러 뭉치 北 유입 막는 게 대북제재 핵심이다
어제 정부는 북한의 4차 핵실험 및 장거리 미사일 발사와 관련, 독자적 대북 제재 방안을 발표했다. 국제사회의 강도 높은 제재와 별도로 내놓은 금융 및 해운 제재를 중심으로 한 추가 제재안이었다. 발효 중인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 결의안 2270호를 보완해 북한 정권의 자금줄을 죄려는 수순인 셈이다. 대량살상무기 개발에 관여해 온 김영철 전 정찰총국장 등 북측 단체·개인들을 금융 제재 대상으로 추가하고 북한에 기항했던 제3국 선박의 국내 입항을 금지하는 내용이 그런 범주에 속한다. 우리는 이왕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에 전용될 자금줄을 차단하기로 마음먹었다면 정부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 각계가 일사불란하게 힘을 보태야 한다고 본다.
유엔이 강도 높은 대북 제재를 가동 중인 터라 정부의 이번 독자 제재안의 강도는 높지 않다. 어찌 보면 북한이 천안함 폭침을 자행한 이후 발동한 5·24 조치를 강화한 수준일 수도 있다. 해외에 있는 북한 식당 출입을 제한하기로 하는 등 ‘북한 주민과의 접촉 제한’ 조항을 구체화한 대목이 그렇다. 물론 이는 온 국민의 협조가 없으면 실효를 거둘 수 없는 조치다. 북한 정권이 동족을 겨냥한 대량살상무기 개발을 포기할 기미를 보일 때까지라도 우리 여행객들이 해당화식당 등 해외 각국에 산재한 북한 유흥업소 출입을 최대한 자제하는 게 옳을 듯싶다.
마찬가지 맥락에서 어제 이석준 국무조정실장이 발표한 독자 제재안에는 명시되지 않았지만, 정부가 러시아 측에 나진·하산 프로젝트 중단을 통보했다는 보도를 주목한다. 우리는 이를 불가피한 차선의 고육책으로 이해한다. 러시아산 유연탄을 북한 나진항을 통해 국내로 들여오는 이 프로젝트는 당장은 적자지만 언젠가 러시아와 남북 간 철도 연결을 통해 업그레이드할 경우 남북과 러시아가 윈·윈하는 길을 열 수도 있다. 그러나 북한 항구에 들렀던 제3국 선박의 국내 입항을 금지한 현시점에서 이를 계속하는 건 가당치 않은 일이다. 다만 러시아 측이 유감을 표시하고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하지만 한반도를 초토화할 수 있는 ‘핵 불장난’을 하려는 북한을 말릴 생각은 않고 경제적 실익만 찾겠다는 것은 노름판에서 개평 뜯는 행태와 다름없지 않나. 정부가 나진·하산 프로젝트에 영구적 사망 선고를 내린 게 아니라 핵 포기 등 북한의 태도 변화를 이끌기 위한 잠정적 중단 조치임을 러시아 측에 당당하게 주지시킬 필요가 있다.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의 일차적 목표가 뭔가. 핵·미사일로 체제를 유지하겠다는 북한의 잘못된 셈법을 바꾸려는 게 주목적이 아닌가. 그렇다면 가급적 북한 주민들보다는 북한 정권을 타깃으로 삼아야 한다. 그런 차원에서 보면 해외의 북한 근로자들이 벌어들이는 돈을 이번에 제재 대상에서 제외한 것은 명분상으로도, 실효적으로도 적실하다고 본다. 정부는 앞으로 한동안 이어질 대북 제재 국면에서 김정은 정권의 통치자금이나 대량살상무기 개발 자금으로 전용될 뭉칫돈 차단에 주안점을 두기 바란다. 이른바 ‘벌크 캐시’의 대북 유입을 막는 국제 공조가 북핵 포기를 이끌 관건임을 유념하라는 뜻이다.
4. 바둑에 도전하는 AI, 미래산업으로 키우라
구글의 인공지능(AI) 프로그램인 알파고가 세계 바둑의 최강자 이세돌 9단에게 도전하는 세기의 대결이 오늘부터 펼쳐진다. 대국은 15일까지 5번기로 진행된다. 나날이 진화하고 있는 인공지능이 과연 경우의 수를 따지기 어려울 정도로 복잡한 바둑에서마저 인간을 따라잡을 것인가. 아니면 아직은 인간 두뇌가 더 뛰어나다는 것을 이 9단이 입증할 것인가. 알파고는 지난해 10월 유럽의 바둑 챔피언 판후이 2단에게 5대0 완승을 거두고, 한 달에 100만판씩을 소화하면서 진화를 거듭해 왔다. 바둑 팬들은 물론 세계 과학계와 산업계가 주목하는 이번 이벤트는 그 어떤 스포츠 게임보다 흥미진진한 행사가 될 듯싶다.
세계의 이목이 이토록 쏠리는 것은 알파고를 통해 이른바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인 인공지능의 진화 속도를 가늠해 볼 수 있어서다. 4차 산업혁명은 지난 1월 스위스에서 열린 다보스포럼의 대주제였다.
인공지능은 미래의 먹거리를 책임질 보석으로 각광받고 있다. 사람의 두뇌를 빠른 속도로 쫓아오면서 이미 우리 생활상을 크게 바꿔 놓기 시작했다. 자동차 업계에선 인공지능 기반의 전기차와 자율주행차가 10년 이내에 도로를 사실상 점령할 것으로 내다본다. 애플의 ‘시리’, 마이크로소프트의 ‘코타나’ 등 인공지능을 장착한 개인 비서 프로그램은 자신의 ‘보스’가 저장해 놓은 일정을 스스로 판단해 필요한 내용을 알려 준다. 명령을 하면 최적의 해법까지 제시해 준다. 환자 데이터를 분석해 처방법을 의사에게 보여 주는 인공지능 프로그램까지 나왔다. 의사가 적절성을 검토해 선택만 하면 되는 것이다.
인공지능은 미래산업을 주도할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한국 기업들의 준비와 투자는 많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는다. 구글 등 해외 기업들은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한 로봇, 자율주행자동차 등에서 이미 상용화 단계에 와 있는 반면 우린 아직도 걸음마 수준이다. 네이버나 카카오 등 대표적인 정보기술(IT) 기업은 물론 대기업들도 아직 별다른 성과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앞으로 전통적인 자동차산업이나 컴퓨터 제조업, 은행 같은 금융서비스업 등은 사양길에 접어들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들이 수행하던 역할은 인공지능에 기반을 둔 새로운 기술이 대체하게 될 것이다. 정부와 기업 모두 우리의 미래를 책임질 신수종 산업이라는 절박한 각오로 인공지능을 육성하기 바란다.
5. 北 해킹 막을 법안 통과시키고 해커 양성해야
북한이 우리 정부 외교·안보라인 주요 인사 수십 명의 스마트폰을 해킹, 통화 내용까지 녹음해 탈취하고 인터넷뱅킹 보안 소프트웨어 제작 업체의 내부 전산망까지 장악했었다고 국가정보원이 어제 열린 긴급 국가사이버안전 대책회의에서 밝혔다. 아울러 철도 운영기관 직원의 메일 계정 탈취를 시도하는 등 북한의 사이버테러 경고등이 켜졌다는 것이 국정원 측의 설명이다. 때맞춰 청와대와 새누리당은 “테러방지법으로 오프라인 테러에 대한 방패는 마련했으니 이제는 온라인 방패도 준비해야 한다”는 논리로 사이버테러방지법의 조속한 처리를 강조하고 나섰다.
국정원에 따르면 북한은 전방위적이며 치밀한 사이버 공격을 준비하고 있다. 4차 핵실험 및 장거리 미사일 발사 이후 우리 정부의 대응 태세를 엿보기 위해 외교·안보라인에 대한 사이버 탐지에 나서는 한편 금융전산망 대량 파괴, 철도교통 관제 시스템 장악, 인터넷뱅킹 마비 등으로 혼란을 극대화하기 위해 전력·교통·통신·금융·국방 등의 사이버 보안 취약지대를 집중해 공략하고 있다고 한다. 국제사회의 유례없는 강력하고도 포괄적인 제재로 궁지에 몰린 북한이 사이버 도발을 감행할 가능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은 만큼 철저한 대비 태세가 필요하다.
북한의 사이버 공격을 원천 봉쇄할 수만 있다면 그 어떤 사안보다 서둘러 사이버테러방지법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형법이 없어서 도둑이 날뛰는 것이 아니다. 사이버 테러에 대한 우리 사회의 경각심과 대비 태세가 사이버테러방지법 제정보다도 훨씬 중요한 것이다. 사실 정부 외교·안보라인 주요 인사들이 수상한 문자 메시지에 첨부된 악성 코드를 클릭해 스마트폰을 해킹당했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지 않은가. 초등학생도 아는 보안 상식조차 무시하는 인사들이 안보 정책을 좌지우지했다는 것이니 정부는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
북한의 사이버 공격은 어제오늘 일도 아니다. 2009년 7월 청와대와 미 재무부를 비롯해 한·미 양국의 주요 기관 23개 사이트가 다운됐고, 2011년 4월에는 농협 전산망이 마비됐는가 하면 2013년 3월에는 언론사와 금융기관 전산망이 집중 공격을 당했다. 게다가 북한은 이미 5000여명의 사이버 전사를 실전 배치했다. 그런데 우리는 그동안 무엇을 했는가. 외교·안보 담당자들조차 이토록 허술한 보안 의식을 갖고 있는 게 우리의 현실이다. 관련 법 제정도 중요하지만 화이트해커 양성과 사회 전반의 보안 의식 제고 등으로 튼튼한 방패막을 갖추는 것이 더 시급하다.
[동아일보]
6. 국민의당 김한길, ‘정당 브레이커’라는 말 또 들을 텐가
국민의당 안철수 상임공동대표가 “죽더라도 광야에서 죽겠다”며 더불어민주당의 통합 제안을 거부한 지 이틀도 안 돼 다시 당이 분열될 조짐이 보인다. 어제 천정배 공동대표는 “여당의 압승을 저지할 수 있는 전략적 논의를 해야 한다”며 ‘수도권 연대’를 언급했다. 4일 의원총회·최고위원회 연석회의에서 통합 거부 당론을 정하기 이전 상황으로 돌아온 것이다. 국회에선 한완상 전 부총리가 “그분은 광야에 살지 않고 넉넉한 가정에 살아서 잘 모를 것”이라고 안 대표를 비판하며 이른바 시민사회의 원로들과 함께 야권 연대를 촉구했다.
특히 김한길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이 어제 기자회견을 자청해 “(더민주당에서) 패권주의 청산의 진정성을 담보하는 일이 선행돼야 야권의 개헌선 저지를 위한 뜨거운 토론이 있을 수 있다”고 말한 것은 어떤 식으로든 합칠 명분을 만들어 달라는 주문으로 들린다. 김종인 더민주당 비상대책위 대표의 ‘친노 청산 컷오프’ 여부를 보고 결정하겠다는 의미 같다.
그럴 양이었으면 김 위원장은 애당초 더민주당을 탈당해 국민의당을 만들지 말았어야 했다. ‘패권주의 청산’을 어디까지로 판단하겠다는 것인지도 의문이다. 그는 “모욕적”이라며 펄쩍 뛰었지만, 통합 주장을 계속하니 자신의 지역구(서울 광진갑)에 더민주당이 후보 공천을 하지 않기로 했다는 ‘밀약설(密約說)’까지 나오는 것 이다.
김 위원장은 2014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독자 창당을 준비하던 안 대표의 손을 이끌어 그해 3월 새정치민주연합을 공동 창당했다. 더민주당을 떠나면서는 기득권 양당 구도를 깨는 제3의 정당을 성공시키겠다고 밝혔다. 그는 2007년엔 대선에서 승산이 없다면서 선도(先導) 탈당을 결행해 결국 열린우리당을 해체시켰다. 이제 국민의당을 깨느냐 마느냐도 사실상 그의 손에 달렸으니 당을 깨뜨리는 ‘정당 브레이커’라는 말까지 나온다. 국민의당이 야권 통합과 제3당의 꿈 실현 사이에서 어떤 선택을 할 것인지 국민이 지켜보고 있다.
[매일경제]
7. 가난해진 20·30대 희망사다리는 노동개혁이다
가구주가 20·30대인 가정의 지난해 소득이 2003년 가계동향 조사를 시작한 후 처음으로 감소했다. 가구주 연령이 39세 이하인 가정의 소득은 2013년 7.4% 증가했으나 2014년 증가율이 0.7%로 급격히 떨어지더니 지난해에는 0.6% 줄어들었다. 청년 취업이 어려워진 데다 직장을 얻더라도 임금이 낮은 비정규직 비중이 높아서 생긴 것인데 몇 년 전부터 예고돼온 일이다. 올해부터 정년을 60세로 연장하면 기업들이 신규 채용을 꺼리면서 '청년 고용절벽'이 나타날 것이라는 사실은 누구나 예견해왔다. 노사정위원회가 2014년 9월 '노동시장 구조개선특위'를 구성하고 노동개혁에 착수한 것도 이런 절박한 이유 때문이다. 그 후 1년 반 동안 근로시간 단축, 임금피크제 도입, 연공서열식 임금체계 개편 등으로 일자리를 늘리고 정규직·비정규직 격차를 해소하려는 노력이 진행돼왔다. 근로기준법, 고용보험법, 산재보험법, 기간제법, 파견법 등 노동개혁 5개 법안도 국회에 제출됐다.
이들 법률안은 노동개혁 첫걸음에 불과하지만 정부는 이 정도만으로도 임금피크제 도입을 통해 13만개, 근로시간 단축을 통해 15만개, 고소득자 임금 인상 자제를 통해 9만개 등 37만개 이상의 일자리를 만들 수 있다고 추산해왔다. 절박한 노동개혁을 위해 정부는 최대 쟁점이던 기간제법을 유보하기로 했는데도 야당의 막무가내식 반대로 노동개혁법안은 아직 통과되지 못하고 있다.
이처럼 시간을 허비하는 사이 청년실업률은 지난해 역대 최고 수준인 9.2%까지 높아졌다. 그로 인해 20·30대 가구의 지난해 근로소득은 0.8% 줄어들었고 이들 젊은 층 가구의 전체 소득을 감소시키는 결정적 원인이 됐다.
일자리를 이미 차지하고 있는 40대 중장년층 가구의 소득이 지난해 2.8% 늘어났고 60대 이상 가정 소득도 6.8% 증가한 사실과 대조를 이룬다. 청년층과 중장년층 가구 간 소득격차가 갈수록 커지고 있는 것이다.
왕성하게 사회활동과 소비를 해야 할 젊은이들이 취업난, 소득 감소, 지출 축소로 이어지는 악순환에 빠져 있다면 이는 우리 사회의 미래를 어둡게 하는 일이다. 젊은이들에게 희망을 주기 위해서라도 노동개혁 법안은 당장 통과돼야 한다.
8.김종인의 더민주, 서비스산업法 왜 방치하나
박근혜 대통령은 어제 "더 많은 일자리를 만들 수 있는 서비스산업 활성화가 기득권과 정쟁의 볼모로 잡혀 있다"며 "꼭 필요한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은 오늘까지 무려 1531일째 국회에서 발이 묶여 있다"고 말했다. 한국 경제가 지금처럼 수출제조업에 지나치게 의존하면 성장과 고용 모두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으므로 내수 서비스산업을 키우는 게 어느 때보다 절박하다는 대통령의 상황 인식은 옳다.
현재 우리나라 전체 산업의 평균 취업유발계수(산출액 10억원당 직간접 취업자 수)는 13명 남짓한 수준이다. 그러나 사업 지원(30명)과 보건복지(19명), 교육(18명)을 비롯한 서비스 부문은 전기전자(5명)와 운송장비(7명)를 비롯한 제조 부문에 비해 취업유발 효과가 훨씬 크다. 낡은 규제를 과감하게 풀어 고부가가치 서비스산업을 키워야 좋은 일자리도 늘어날 수 있음은 두말할 필요조차 없다.
문제는 서비스산업 활성화를 위한 가장 기본적인 틀을 짜는 법안마저 야당이 한사코 반대하는 바람에 통과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야당은 서비스발전기본법이 보건의료의 공공성을 훼손하는 의료 영리화의 속셈을 감추고 있다며 반대하고 있다. 정부가 제출한 법안 어디에도 보건의료 공공성을 훼손하는 문구가 없는데도 그런 프레임으로 몰고 가고 있는 것이다. 야당이 진정으로 민생을 위하는 정책정당으로 거듭나려면 더 이상 반대로 일관하지 말고 일자리 창출에 필수적인 서비스법을 최대한 빨리 통과시켜야 한다. 수출제조업이 무너지고 있는 터라 더 이상 시간을 허비해서는 안 된다.
그 돌파구는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열어야 한다. 김 대표는 "경제정책 전환을 하지 않으면 어느 날 갑자기 잃어버린 20년 소리를 할 수밖에 없다"며 정부를 비판했다. 현 정부의 경제정책 실패를 비판할 요량이라면 먼저 서비스법을 비롯한 경제활성화법 통과에 협력함으로써 책임 있는 민생정당의 모습을 보여주는 게 옳다. 김 대표는 더민주의 테러방지법 반대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을 중단시키고 당내 강경파를 설득하는 강단 있고 실용적인 면을 보여주었다. 서비스법 통과를 위해 다시 한번 리더십을 발휘해주기 바란다.
[중앙일보]
9. 주민소환에 서명 날조한 경남도 사례 철저히 수사해야
만시지탄이지만 이제라도 국민의 법감정에 맞는 처벌이 이뤄지게 됐다니 다행스럽다. 억울하게 생명을 잃는 희생자나 유족 입장에서는 ‘솜방망이 처벌’을 보며 또 한번 고통받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음주운전자가 모는 차는 거대한 흉기이자 거리의 살인자다. 피해자는 영문도 모른채 날벼락을 맞는 것이다. 지난해 온 국민을 분노케했던 ‘크림빵 뺑소니’사건처럼 억울한 피해자를 만들어내는 음주운전은 일벌백계로 다스려야 마땅하다. 검찰총장이 예로 든 일본의 경우 9명을 숨지게한 음주운전 가해자에게 징역 17년이 선고된 바 있으며 동승자도 2년형을 받았다. 미국은 살인죄 최저형량과 비슷하게 취급하고, 영국도 평균 5년 이상의 형을 내린다. 유독 술로 인한 사건 사고에 관대한 우리 문화는 그렇지 못했다. 고위공직자들의 음주로 인한 성추행이나, 유명인들의 음주운전 사고때도 법원의 판결은 지나치게 가벼워 논란이 되는 경우가 많았다. 교통사고 사망자 10만명당 10.8명으로 OECD 1위에, 지난해 교통사고 사망자(4621명) 중 음주사고 사망자가 12.6%(583명)에 달하는 것이 우리 현실이다. 강력한 처벌이 더 빨리 이뤄지지 않은 것이 아쉽다. 검찰은 음주측정 수치에만 의존하던 수사관행도, 이후 동석자나 술을 판매한 식당업주의 진술까지 적극 수집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전망이다. 동승자 처벌은 좀 더 신중하게 보완돼야한다. 동승자가 적극 만류했는지, 또 만류해야할 책임이 어디까지인지에 대해 기준이 마련되어야 한다. 검찰의 처벌강화 방침 천명을 환영하며, 차제에 거리에서 음주운전이 뿌리뽑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꽤 오래된 이야기다. 강간 사건에 휘말렸던 한 유명 개그맨이 3년여의 법정싸움 끝에 무죄를 선고받은 뒤 털어놓은 하소연이다. 우리는 그동안 많은 연예인이 ‘성 스캔들’에 휘말려 한순간에 모든 것을 날려버리는 사례를 수없이 봐왔다. 한 여자 연예인은 지리한 법정싸움 끝에 무죄 취지로 결론났다. 하지만 이미지는 추락할 대로 추락했다. 최근 한 방송사 프로그램이 이른바 ‘시크릿 리스트’로 불리는 연예인 스폰서의 실체를 다뤄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그저 소문에 불과한 이야기라고 에둘러 외면해 왔던 연예인 스폰서의 실체가 드러나면서 세상 사람들에게 충격과 분노를 안겨 주었다.
이처럼 연예인 스폰서나 성 스캔들이 끊임없이 이어지는 이유는 뭘까. 그것은 아마도 늘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는 ‘연예인’이란 타이틀과 인간 삶의 가장 원초적이면서도 은밀한 성(性)과 돈으로 얽혀 있기 때문일 것이다. 연예인은 아마도 세상에 존재하는 가장 화려한 직업 중의 하나다. 초등학교 학생 50% 이상이 장래 희망으로 연예인을 꼽고 있고, 연예인 오디션 프로그램은 언제나 문전성시일 정도로 주목받고 있다. 부와 명예와 권력(문화권력)을 한꺼번에 움켜쥘 수 있는 유일한 직업이다. 예쁘고 화려한 꽃밭에 벌이 날아들듯 선망의 대상인 연예인에겐 악마의 유혹이 들끓기 마련이다.
오랫동안 쌓아올린 명성과 인기를 약점으로 이용하려는 사람, 화려한 성공을 손쉽게 이루려는 일부 무명 연예인이나 연예인 지망생들의 어리석은 욕망을 교묘하게 이용해 남다른 성취감이나 우월감을 과시하려는 일부 지각없는 사람들이 끊임없이 ‘연예인 성 스캔들’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추악한 욕망이 서로 맞아떨어지며 만들어진 스캔들은 연예인이란 선망의 타이틀을 달고 SNS 등 미디어를 타고 속절없이 확대 재생산되어 급속도로 번진다. 급기야 극소수 연예인이나 연예인 지망생으로 인한 일들은 전체 연예인으로 비화하여 마치 연예계 전체가 비도덕·비윤리의 온상처럼 비춰지고 있다. 실제로 이번 연예인 스폰서의 실체를 다룬 프로그램에 대한 반응도 그랬다. 방송 이후 이 프로그램을 진행한 배우 김상중은 “방송을 하는 동안 얼굴이 화끈거렸다”고 토로했다. 많은 연예인이 연예계 전체로 매도되는 것에 대해 불편한 심기와 경계심을 드러냈다.
연예인의 성 상품화를 근절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슬픈 얘기처럼 들릴 수 있겠지만 연예인이란 직업이 사라지지 않는 한 근절 방법을 찾기는 어렵다. 정부는 지난해 연예인 성 스캔들을 막아보자는 취지로 연예 기획사 설립 조건을 강화했다. 누구나 설립하여 운영할 수 있던 기획사를 대표나 임원 중 범죄 사실, 특히 성범죄 전력이 있으면 무조건 등록을 불허하는 등록 허가제로 바꾼 것이다. 범죄 관련자는 아예 연예계에 발을 들여놓지 못하도록 한 이 제도가 힘없는 연예인 지망생들을 보호하는 데는 어느 정도 이바지할 수 있다. 하지만 연예인 성 스캔들을 해결할 수 있는 근본 대책은 못될 것이다. 연예인 성 스캔들은 인간 삶의 가장 원초적인 욕망과 유혹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스캔들을 만들어내는 당사자들이 욕망과 탐욕을 버려야 한다. 극소수 연예인이나 연예인 지망생들은 손쉽게 성공하려는 허황한 욕망을 버려야 하고, 약자의 욕망을 이용하려는 일부 가진 자들은 짐승 같은 탐욕을 버려야 한다. 설령 일부 몰지각한 사람들에 의해 그릇된 일탈행위가 있더라도 연예인 전체로 매도되는 일은 더욱 경계해야 할 일이다. 연예인 연습생이나 연예인 지망생은 말 그대로 지망생일 뿐, 연예인 신분이 아니기 때문이다.
대부분 이혼가정의 자녀들은 부모의 이혼을 자기 탓으로 여긴다(나이가 어릴수록 더욱 그렇다). 어른들은 자신들의 삶이 보다 나아지기 위해 이혼을 선택하지만 아이들은 이혼 과정에서, 그리고 이혼한 후 경제적, 심리적으로 많은 나쁜 영향을 받는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2014년 부모의 이혼을 경험한 학생 76명 등 2100여 명 학생을 조사한 결과, 부모의 이혼으로 국어 성적은 0.282점, 수학 성적은 0.443점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고, 사회심리 발달 상태를 나타내는 내향적·외향적 문제 행위에도 나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이들은 이혼으로 부모 일방과 떨어지는 것에 대해 많은 두려움을 느끼고 이혼으로 같이 생활하지 않는 부모가 자신을 버렸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이혼은 너의 잘못이 아니고, 이혼으로 한 집에 살지 않는다고 해도 여전히 엄마, 아빠라는 것을 각인시켜 주는 것이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 이혼한 가정의 아이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부모가 서로 상대방에 대한 비난을 중지하고 정기적이고 규칙적으로 아이를 면접교섭하는 것이다.
상대방에 대한 악감정을 계속 유지하고 있다면 비양육부모는 아이를 처음 만났을 때 아이와 눈을 맞추기 보다는 상대방에 대한 비난을 시작할 것이다. 그런 상태에서 아이가 행복하게 시간을 보낼 수 있을까? 또 아이가 비양육부모와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왔는데 양육부모가 상대방에 대한 험담만 늘어놓으면 아이는 양육부모에게 진심을 터놓을 수 없게 된다.
이렇게 자란 아이는 본인이 좋아하는 것을 발견하고 선택하는 힘이 없이 상대방의 눈치만 보게 된다. 자신을 좋아해주는 사람의 기호에 따라 맞추는 삶을 살게 된다. 친구를 사귀는 것도 어렵다. 자신에게 관심을 가져주는 사람은 그가 어떤 사람이든 소중한 친구다. 교우관계 뿐만 아니라 배우자를 선택하는 경우도 같다. 나와 잘 맞는 사람인지, 공통점과 차이점이 무엇인지 등을 숙고하지 않고 자기를 사랑한다는 사람과 쉽게 결혼을 하게 되니 이른 나이에 가정을 꾸리게 되는 경우가 많다. 이런 결혼 생활은 순탄하지 않다. 그래서 부모처럼 이혼하게 될 확률이 높다. 이혼이 대물림되는 것이다.
한편, 이혼한 대부분 부모들은 이혼으로 떨어져 살게 된 아이에 대한 애정이 급상승해 무리하게 많은 시간 아이를 보려고 하는데 횟수와 시간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아이와의 약속을 정확하게 지키는 것이 더 중요하다. 한 달에 4번 만나기로 약속했지만 그 때마다 일에 쫓겨 약속 시간을 미루거나 늦거나 또는 예정된 시간보다 빨리 마친다면 아이는 부모에게 애정을 가지지 못한다. 부모에게 자신이 소중한 존재가 아니라 단지 심심할 때 만나는 하찮은 존재라고 생각하게 된다. 반면 한 달에 한 번을 만나기로 했어도 그 날만큼은 무슨 일이 있어도 만난다면 아이는 부모에게 여전히 소중한 존재라고 생각하고 대인관계에서 자신감을 갖게 된다.
최근 외할머니의 면접교섭을 인정한 판결이 알려져 화제가 됐다. 부모뿐만 아니라 자녀를 양육했던 조부모에게도 면접교섭권을 인정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것이다. 한편 비양육부모의 면접교섭이 미성년 자녀의 복리를 해하는 것일 때에는 면접교섭이 제한되거나 배제돼야 한다. 부모의 이혼으로 미성년 자녀가 학업 성적과 사회심리 발달에 부정적인 영향을 받지 않도록 건강한 면접교섭이 행해지길 소망한다.
3. [서울신문][고전으로 여는 아침] 소크라테스가 받은 최고의 선물
기원전 5세기 민주주의가 꽃을 피운 아테네에서는 시민 누구나 민회에서 자기주장을 펼칠 수 있었다. 하지만 수천명의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서는 탁월한 언변과 용기가 필요했다. 자연스레 연설의 비법을 가르치는 소피스트가 최고의 인기 직업으로 부상했다.
프라타고라스나 고르기아스처럼 유명한 소피스트들은 연설 교습의 대가로 비싼 수업료를 받아 큰 부를 쌓았다. 소크라테스(BC 470~BC 399)는 소피스트들이 참다운 지혜가 아닌 말재간과 터무니없는 궤변을 가르친다고 비난했다. 그는 수업료를 받지 않고 청년들이 아름다운 영혼과 비판적 지혜를 갖추도록 가르쳤다. 이런 탓에 소크라테스는 평생 가난을 벗어나지 못했고, 아내 크산티페의 바가지 긁는 소리를 참고 견뎌야 했다.
로마의 철학자 루키우스 안나이우스 세네카(BC 4?~65)의 저서 ‘베풂의 즐거움’에 이런 일화가 전해진다. 소크라테스의 제자들은 스승의 빈궁한 생활을 안쓰럽게 여기고 무상 교육의 은혜를 갚기 위해 자기 능력껏 여러 선물을 바쳤다. 특히 명문 가문의 부자였던 알키비아데스는 넉넉하게 선물을 했다.
그런데 아이스키네스(BC 390~BC 314)는 너무 가난해 아무것도 바칠 만한 물건이 없었다. 그는 고민 끝에 소크라테스에게 자신의 처지를 고백했다. “저는 가난해서 선생님께 드릴 변변한 물건은 없고, 바칠 수 있는 유일한 것이라고는 저 자신뿐입니다. 선생님, 저라도 기꺼이 받아주시길 바랍니다.” 그러나 소크라테스는 서운해 하기는커녕 최고의 선물을 받은 듯 격려했다. “너 자신보다 더 큰 선물이 또 있더냐. 설마 너 자신을 별 볼 일 없다고 여기는 것은 아니겠지. 선물로 받은 너 자신을 처음 받았을 때보다 더 훌륭하게 만들어서 되돌려주마.”
아이스키네스는 소크라테스의 가장 충실한 제자 가운데 한 사람이 됐다. 소크라테스는 약속대로 아이스키네스를 아름다운 영혼과 지혜를 갖춘 청년으로 키웠다. 아이스키네스는 소크라테스가 신을 부정하고 청년들을 타락시킨다는 이유로 민회의 사형 언도를 받고 독약을 마실 때 임종을 지켰다. 그 뒤로 소크라테스의 참모습을 전하는 저작을 많이 남겼다.
소크라테스는 아무런 보상을 기대하지 않고 자신의 지혜를 청년들에게 아낌없이 베풀었고, 아이스키네스는 최고의 선물로 그 은혜에 보답했다. 선물은 선의를 표현하는 수단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니 은혜에 대한 보답으로서의 선물은 금전적 가치의 크기보다 주는 사람의 정성과 의도가 더 소중하지 않을까.
4. [서울신문][씨줄날줄] 다빈치형 對 잡스형 인재/박홍기 논설위원
레오나르도 다빈치(1452~1519)가 환생한 듯싶다. ‘다빈치형’, ‘네오 다빈치’라는 표현을 종종 듣고 볼 수 있어서다. 김종덕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최근 문화창조아카데미 입학식에서 네오 다빈치를 언급했다. 김 장관은 “새로운 종류의 다빈치가 나오길 기대한다. 이 시대 ‘네오 다빈치’가 쓰는 새로운 종류의 물감은 바로 디지털 코드”라고 말했다. 작년 대학 입시에는 다빈치형 인재 전형도 있었다.
다빈치는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최고의 르네상스맨이다. 미술, 의학, 문학, 과학, 철학, 종교, 기계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재능을 보여 준 천재다. 모든 학문의 영역을 넘나들었다. 최후의 만찬을 그릴 때에는 수학적 원근법을 사용한 데다 기존의 프레스코 기법에 얽매이지 않고 직접 물감을 만들어 썼다. 창의력과 생산력을 동시에 실현하는 인재가 바로 다빈치형이다. 개럿 로포토 역시 저서 ‘다빈치형 인간’에서 억압을 싫어하고 큰 그림을 그리며 창조와 변화를 추구하는 등의 요건을 갖춘 유형으로 규정했다. 천재성을 발휘하려면 모든 것으로부터 자유로워져야 한다는 전제도 깔았다.
스티브 잡스(1955~2011) 애플 최고경영자(CEO)도 다빈치형이다. 아이폰에 대해 “기술과 인문학의 융합”이라는 게 잡스의 말이다. 남들이 할 수 없다는 일을 해내고, 남들과 다르게 사물을 봤다. 그러나 잡스를 ‘지휘자’로 보는 시각도 적잖다. 엔지니어가 아닌 까닭이다. 영화 ‘스티브 잡스’에서 애플 공동창업자 스티브 워즈니악이 “기술에 대해 하나도 알지 못하는 넌데, 왜 매일 모든 뉴스에는 천재라고 나오냐”며 잡스를 거칠게 몰아붙인다. 잡스는 “뮤지션은 악기를 연주하고 난 오케스트라를 지휘한다”고 맞받는다. 엔지니어, 기획자, 마케터 등이 제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전체를 이끌어 가는 지휘자, CEO로서의 역할을 피력한 것이다.
잡스의 지휘자론은 링겔만 효과와 다름없다. 유능한 리더가 조직원의 동기 유발에 탁월하다는 이론이다. 줄다리기의 참여자 수가 늘수록 한 사람이 내는 힘의 크기가 오히려 줄어드는 현상이다. 조제 모리뉴 감독이 영국 프리미어리그의 첼시 사령탑을 맡았을 때다. 모리뉴의 연봉은 선수들보다 3배 가까이 많았다. 내로라하는 선수들을 싹쓸이해 가다시피 한 명문팀 감독에게 거금을 줄 필요가 있느냐는 질문이 제기될 만하다. 선수들에게 열정을 심어 줘 능력과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하도록 팀을 조화롭게 이끄는 감독의 역량, 리더십의 값어치라는 게 답이다.
다방면에서 경계를 허무는 사고를 가진 다빈치형 인재가 각광받는 시대임은 틀림없다. 그렇지만 모두가 다빈치형이 될 수 없다. 한 우물을 파는 인재가 많아야 함도 당연하다. 인재들을 찾아내 빛을 보게 하는 게 잡스형이라고 할 수 있다. 다빈치형이든, 잡스형이든 쏠림은 바람직하지 않다. 모두 인재다.
5. [서울신문][길섶에서] 섬진강 ‘벙굴’/강동형 논설위원
봄을 알리는 꽃 소식과 함께 어린 시절 추억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섬진강 하구의 ‘ 벚굴’ 채취 소식이 들려온다.
섬진강 물이 긴 여정을 마치고 광양만에 들어서기 직전 잠시 숨을 돌리는 곳이 망덕포구다. 강은 강인데 강이 아닌 것 같은 이곳에서 나는 굴을 ‘벚굴’이라고 한다. 벚굴의 원래 이름은 ‘벙굴’이다. 굴의 크기가 손바닥만 하지만 차지거나 야무지지 않다는 의미로 ‘벙’이라는 접두사가 붙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벙굴’은 사라지고 ‘벚굴’이란 이름이 통용된다. 벚굴이 된 사연을 물으니 우연한 스토리텔링 결과란다. 광양제철이 들어서면서 외지인들이 늘었다. 이들이 벙굴이란 이름의 연유에 대해 궁금해하자 현지인이 벚꽃 필 무렵 나오는 굴이라고 둘러댄 것이 벚굴이 됐다는 얘기다. 우연한 작명이 입소문을 타면서 섬진강 하구의 명물이 됐다. 이제 이곳 사람들은 벚굴에 더 익숙하고, 자부심마저 느낀다.
별미로 먹는 벚굴은 숯불에 구워 초장에 찍어 먹어야 제맛이다. 섬진강에서 벚굴 채취가 한창이라는 소식을 접하면서 사어가 돼 버린 ‘벙굴’이란 말이 그리워진다. 아마도 놓아 주지 못하고 붙잡고 있는 추억 때문일 것이다.
[출처] 2016년 3월 9일 속기·칼럼 자료 |작성자 넷스쿨영등포속기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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