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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4월 29일 금요일 오늘의 주요 신문사설·칼럼

이 자료는 교육용으로 쓰기 위해 올리는 자료로 상업적 목적은 없으며 선정된 사실의 정치적 성향은 블로그 운영성향과 무관합니다.

 

주요 신문사설


[이데일리]

1. 주먹구구 임시공휴일 지정 문제 없을까

정부가 어린이날과 주말 사이에 낀 5월 6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한 것은 ‘소비 절벽’을 타개하려는 일종의 고육책이다. 작년에 광복절이 토요일과 겹치자 그 전날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해 연휴를 사흘로 늘린 덕분에 1조 3100억원의 내수진작 효과가 발생한 전례도 없지 않다. 지난 1분기 성장률이 0.4%까지 추락한 터에 뭔들 해보고 싶지 않겠는가.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의 조사에서도 임시공휴일이 ‘내수 활성화에 도움이 된다’(55%)는 견해가 ‘그렇지 않다’(38%)는 의견을 크게 웃돌았다. 작년 광복절과 비교하면 한여름이 아니라 야외활동에 쾌적한 5월 초인데다 연휴도 하루가 긴 만큼 효과도 더 클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나랏일에는 원칙과 명분이 있어야 한다. 국가장(葬)을 빼면 건국 이후 임시공휴일은 서울올림픽 개막일인 1988년 9월 17일과 한국이 4강에 오른 2002년 월드컵 당시 폐막 다음날인 7월 1일을 포함해 모두 3번이었고, 이번으로 4번째가 된다. 작년에는 광복 70주년이란 명분이 있었지만 이번엔 ‘내수 진작’이 전부다. 그렇다면 앞으로도 경기가 안 좋으면 징검다리 휴일은 모두 임시공휴일로 지정할 텐가.

역효과도 따져 봐야 한다. 하루 더 쉬라면 다들 좋아할 것 같지만 그럴 형편이 못 되는 자영업자나 중소기업 종업원에겐 상대적 박탈감만 안겨 줄 뿐이다. 리얼미터 조사에서 비정규직이나 중소기업 직원을 배려하지 않는 임시공휴일은 반대한다는 의견이 46.4%나 나온 것도 그래서일 것이다. 중소기업중앙회 조사에 따르면 이번 임시공휴일에 쉬는 중소기업은 37%뿐이다.

더구나 5월 6일이 이삿날로 잡혔다면 은행이 쉬므로 잔금을 미리 준비해야 하고 휴일진료비로 30~50%를 더 내야 하는 등 뜻하지 않게 일정이 꼬이는 것도 불만거리다. 짧은 여행도 몇 달 전부터 계획하는 게 상식이거늘 불과 일주일 전에 임시공휴일을 지정해 놓고 여행 떠나라고 등 떠미는 것도 문제다. 주먹구구식 임시공휴일 지정은 지양돼야 한다. 시간적 여유를 두고 지정하거나 굳이 날짜를 못 박을 필요가 없는 어린이날 같은 공휴일은 미국처럼 주말 직전이나 직후에 붙여 상시적인 소비 진작을 겨냥하는 게 바람직하다.

2. 공무원들, 아직 박봉에 시달린다 할 텐가

올해 전체 공무원들의 평균연봉이 5892만원으로 나타났다. 행정자치부가 관보를 통해 고시한 내용이다. 이 정도면 근로자 300인 이상 사업장의 지난해 평균임금(6020만원)과 거의 비슷한 수준이다. 지난해 공무원들의 평균임금 상승률(5.1%)도 일반 기업체보다 높은 편이었다. “공무원들이 박봉에 시달린다”는 상투어가 이제는 엄살로 바뀐 상황이다.

그렇다고 해서 100만명에 이르는 중앙·지방공무원이 모두 고르게 받는 것은 아니다. 연봉이 2000만원 남짓에 그치는 하위직이 존재하는 것도 분명한 현실이다. 하지만 다양한 지원이 이뤄짐으로써 공무원들이 과거와 달리 안정된 생활을 유지하는 데는 문제가 없다는 것이 공통된 인식이다. 선망의 직장이 됐다는 얘기다. 9급직 경쟁률도 심한 경우에는 100대 1 안팎까지 이른다는 사실이 그것을 말해준다.

공무원들이 봉급을 많이 받는다고 부정적으로 볼 것은 아니다. 그만큼 우리 사회가 발전했다는 증거로 받아들일 만도 하다. 하지만 경기 침체의 여파로 서민들이 앞다퉈 적금을 깨고, 마이너스 통장 신세를 져야 하는 상황에 비춰본다면 그다지 정상적이라고는 할 수 없다. 이제는 기업 구조조정의 회오리까지 불어닥친 마당이다. 납세자들이 생활에 허덕이는 처지에 그 돈으로 나라 살림을 맡은 사람들이 더 여유롭게 지낸다는 지적을 단순한 시샘으로 치부할 수만은 없다.

더구나 공무원들이 퇴직 후에 받는 공무원연금도 일반인들에게는 부러움의 대상이다. 공무원으로 재직하는 기간에도 일반 기업체에 뒤지지 않는 연봉을 받을 뿐 아니라 퇴직한 다음에도 노후를 걱정하지 않을 만큼의 혜택을 받고 있는 것이다. 연금 액수를 축소하는 방향으로 제도가 바뀌고는 있지만 당사자들의 반발로 개혁작업이 주춤거리는 양상이다.

이제는 공무원 보수체계에 대해 근본적인 개선 방안을 제시할 때가 됐다. 공무원들은 급여를 적게 받아야만 된다는 얘기가 아니다. 적어도 일반 근로자들보다 높아지는 추세만큼은 경계할 필요가 있다. 공무원은 기본적으로 국가와 국민에게 봉사하는 임무를 맡고 있기 때문이다. 일반 근로자들보더 더 많은 연봉을 받겠다면 ‘공복’(公僕)이라는 용어는 더 이상 사용하지 말기를 바란다.

[서울신문]

3. 대기업 연봉인상 여력 있으면 청년 고용 나서야 
정부가 연일 청년 일자리 창출에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은 어제 30대 그룹 최고경영자(CEO)들과의 간담회에서 “근로소득 상위 10% 임직원들의 임금 인상을 자제해 달라”면서 “청년 고용 상황이 매우 심각해 정부는 청년 고용 확대를 위해 전방위적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특히 동종 업종에 비해 임금 수준이 높은 자동차와 정유, 조선, 금융, 철강 등 5개 업종과 공공기관이 적극 동참해 달라고 당부했다. 고소득 근로자의 임금 인상 여력을 청년 일자리 창출에 사용하라는 메시지인 셈이다. 정부가 그제 내놓은 ‘청년취업내일공제’ 방안이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했다면 정부의 이 같은 방침은 대기업을 대상으로 했다는 점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우리나라 청년 실업 문제는 심각한 상황이다. 지난 2월 청년실업률은 12.5%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3월에는 11.8%로 소폭 하락했으나 이 역시 3월 기준으로는 역대 최고치에 해당한다. 청년 실업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경제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 낼 수 없을 정도다. 현재 우리 경제는 투자위축, 고용감소, 소비정체, 경제성장 둔화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최근 10년 동안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34개 회원국 가운데 우리나라 연평균 경제성장률은 3.4%로 회원국 평균 1.7%를 크게 웃돌았다. 하지만 경제성장률에 비해 고용률은 답보 상태다. OECD 회원국 가운데 우리나라 고용률은 64~65% 수준으로 2008년 23위, 2013년에는 20위를 기록했다. 특히 청년 고용률은 2014년 기준 40.7%로 29위를 차지하는 등 꼴찌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청년 고용률이 40%대인데도 실업률이 11.8%라는 것은 ‘공시족’ 등 취업 전선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지 않은 청년들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정부와 경제계가 우선해 풀어야 할 숙제가 청년 일자리 창출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야권이 총선 공약인 ‘청년고용할당제’ 카드를 꺼내 들었다. 청년고용할당제는 현재 공공기관과 지방공기업에서 매년 정원의 3% 이상을 청년 미취업자를 의무적으로 고용하는 제도로 이를 300인 이상의 민간기업으로 한시적으로 확대하겠다는 게 골자다. 정부는 제도 도입을 검토하고 있지 않지만, 경제계는 시장경제 질서에 위배된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근로소득 상위 10% 임직원의 임금인상 자제 권고는 경제계가 반대하는 야권의 청년고용할당제 확대 움직임을 견제하는 효과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경제계가 정부의 방침에 적극적으로 호응해야 하는 까닭도 여기에 있다. 정부의 방침을 제대로 이행만 해도 청년들의 일자리가 늘어나고,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양극화를 완화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추가 비용을 최소화하면서 동시에 청년 일자리 창출이라는 사회적 책임을 다할 수 있다. 정치권도 고용할당제 도입 주장에 앞서 제조업에 비해 고용창출 효과가 높은 서비스산업 육성에 힘을 보태야 한다. 국회에 계류 중인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을 하루라도 빨리 처리하는 것이 청년 일자리 창출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 것이다.

4. 총선 책임 잊고 친박계 지금 당권 노릴 땐가
4·13 총선이 끝난 지도 보름이나 지났지만 새누리당의 새로운 출발이 없다. 당이 추슬러지기는커녕 계파 이해에 따른 갈등만 낳고 있다. 그 중심에는 당의 주류인 친박계가 있다. 더욱이 원내대표와 당대표 경선을 앞두고 반성과 성찰과 함께 자중해야 할 친박 핵심 인사들이 일찌감치 출마할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친박계 유기준 의원은 어제 원내대표 경선 출마를 선언했다. 친박계 최고 실세인 최경환 의원의 만류도 뿌리쳤다. 자중지란이 따로 없다.

친박 진영은 자숙해야 마땅하다. 핵심 당직과 당권을 잡으려는 움직임은 총선 공천 과정에서 보여 준 또 하나의 오만이자 독선이다. 총선의 민심을 겸허히 받는 차원에서 원내대표 경선에 나서지 않는 게 옳다. 최 의원이 출마를 타진하던 홍문종 의원을 만나 출마를 포기시킨 것도 같은 이유일 것이다. 출마 의사를 굳히지 않은 유 의원에 대해서는 “친박 단일 후보는 없다”고 확실하게 선을 그었다. 지난 26일 워크숍에서 친박·비박이 갈라져 총선 패인과 책임 떠넘기기식의 뻔뻔한 태도는 아직 정신을 차리지 못한 것과 다름없다. 민심이 얼마나 무서운지도, 국민이 무엇을 바라는지도 모르는 안하무인과 같다.

20대 국회 당선자 122명 가운데 친박계로 분류되는 의원은 80명가량이다. 막강한 힘이다. 당내 표심을 좌지우지할 수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언론사 보도·편집국장 간담회에서 친박 계파 문제와 관련해 “만든 적도 없고, 관여한 적도 없다”고 했다. 또 “여당과 정부는 수레의 두 바퀴인데 내부에서 안 맞아서 계속 삐거덕거리면 아무것도 안 된다”고 밝혔다. 친박과 거리를 두는 듯하면서 친박을 향한 메시지로 볼 수 있는 발언이다. 그렇다고 명분 없이 친박 쪽이 원내대표와 당대표를 다시 잡으려 한다면 민의와는 거꾸로 가는 총선 뒷수습이다.

친박계가 자성하고 물러서지 않는 한 비박계가 화합에 적극 나설 리 만무하다. 부딪칠 수밖에 없다. 새누리당은 총선 패배와 함께 정당의 기능도, 조직도 지리멸렬한 상태다. 국정을 책임진 집권당이 맞나 싶다. 새누리당은 계파를 초월해 당 정비에 힘을 보태 정책 비전 등의 큰 그림을 그리는 데 전력을 할 때다. 원내대표와 당대표 경선도 의원 개개인의 판단이 아닌 계파 대리전은 온당치 않다. 오만과 독선의 이미지를 깨기 위해서다. 친박계가 솔선수범해야 한다. 그러지 않고서는 국민을 납득시킬 수 없다.

5. 보완 앞둔 '김영란법' 헌재 결정 빠를 수록 좋다
정부가 이른바 ‘김영란법’(부정 청탁 및 금품 등 수수 금지에 관한 법률) 시행을 앞두고 음식물이나 선물, 경조사비 허용 기준을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농축수산·화훼·요식업 중앙회 등 관련 업계와 전문가들이 경기 위축 등을 고려해 기존 공무원행동강령 기준(음식물·선물 3만원, 경조비 5만원)의 금액 상한을 올려야 한다고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물가가 오른 현실 등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행 행동강령 기준을 그대로 김영란법 시행령에 적용할 경우 관련 경기가 크게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도 작용했다.

지난해 국회에서 통과된 김영란법은 공직자와 언론인, 사립학교 교원 등이 같은 사람에게 한 번에 100만원, 1년 300만원을 초과하는 금품을 받으면 직무 관련성에 상관없이 형사처벌하도록 했다. 다만 ‘원활한 직무수행’이나 사교·의례·부조 목적의 음식물과 선물, 경조사비 등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범위에서 받을 수 있게 했다. 이에 따라 국민권익위원회는 지난 수개월간 각계 의견을 수렴하는 등 구체적인 금액 기준을 정하기 위한 시행령 제정을 준비해 왔다. 권익위는 김영란법의 식비·경조비 등의 기준 완화와 관련해 아직 결정된 것은 없다는 입장이다. 관련 업계의 상향 조정 의견과 달리 학부모 단체 등에선 현행 공무원행동강령 수준을 유지해 달라는 의견이 있어서 합리적 기준을 마련하기 위해 고민하는 눈치다.

그러나 박근혜 대통령이 최근 언론사 간부들과의 간담회에서 김영란법에 대해 “우리 경제를 너무 위축시키지 않을까 우려를 많이 했다”고 말한 점에 비춰 시행령은 행동강령의 금액 기준을 완화하는 방향으로 정해질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은 “선물 가격 상한선 등이 시행령에 들어가는 만큼 합리적 수준에서 하려고 연구하고 있다”고까지 언급했다. 어떻게 하든 소비를 살려야 하는 뜻에서 금액 기준 조정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어 보인다. 다만 부패 척결을 염원하는 국민의 눈높이를 감안해 더 면밀한 조사와 연구가 선행돼야 할 것이다.

김영란법은 적용 대상에 언론인과 사립학교 교원 등 비공직자가 포함된 것과 관련해 헌법소원이 청구돼 있다. 헌법재판소는 법 시행일인 9월 28일 전에 위헌 여부에 대한 결론을 내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법 시행을 위해선 미리 시행령을 만들어 입법예고를 해야 한다. 헌재의 결정에 따라 시행령은 물론 법까지 고쳐야 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 헌재의 결정이 빠를수록 좋은 이유다.

[매일경제]

6. 가습기살균제 외에 유해제품 없는지 철저 점검해야 
'가습기 살균제 사망 사건'으로 온 나라가 시끄러운 가운데 다림질 보조제에도 가습기 살균제 성분이 포함돼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와 충격을 주고 있다. 환경부 산하 한국환경산업기술원에 따르면 다림질 보조제 16종 중 5종을 수거해 분석한 결과 애경 '가습기 메이트'의 주성분인 CMIT MIT가 검출됐다. 환경부가 정한 안전기준 이내지만 애경 제품으로 인한 폐질환 사망자가 27명이라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만큼 이 성분의 사용을 중지하기로 했다. 

프린터용 잉크·토너 일부 제품에서도 발암물질인 납, 비소, 카드뮴이 검출됐고, 수영장 물 관리에 사용하는 살조제에 포함된 이산화염소도 독성이 나타날 수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일상생활에서 널리 쓰이는 제품의 안전관리가 이렇게 소홀해서야 화학물질이 사용된 제품을 안심하고 쓸 수 있겠는가.

이 같은 결과는 환경부가 지난해 1월부터 도입한 '위해우려제품 제도'로 인해 밝혀졌지만 아직 드러나지 않은 제품이 많을 것이라는 의구심을 떨칠 수 없다. 무심코 사용하는 방향제, 탈취제, 핫팩, 에어컨 세정제, 에어컨 항균필터, 손세정제 등이 과연 안전한지에 대한 우려도 높다. 

정부가 일반 공산품은 산업통상자원부, 생활용품은 환경부, 인체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의약외품은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관리하도록 구획을 나눠놨지만 경계가 모호해 관리 사각지대에 놓이는 제품이 있을 수밖에 없다. 대표적인 것이 가습기 살균제였다. 물과 함께 공기 중에 뿜어 호흡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제품임에도 산업부에서 가습기를 청소하는 세정제로 허가를 받다 보니 사후관리가 부실해 참사를 부른 것이다. 

가습기 살균제 사용으로 146명이 사망하는 어이없는 일이 터졌고, 문제가 불거진 지 5년 만에 검찰이 늑장 수사에 나선 데 대한 국민적 분노와 불안이 크다. 정부는 국민의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화학물질을 사용한 생활용품과 일반 공산품에 대한 일제 안전점검에 나서야 한다. 

환경부가 매년 2~3종 위해우려제품을 추가하는 제도는 시간이 오래 걸려 '제2의 가습기 살균제 사태'를 온전히 막을 수 없는 만큼 보완이 필요하다. 부처 간 칸막이 때문에 인체에 유해한 제품이 관리 대상에서 누락되고 있는 것이 아닌지도 철저히 점검해야 한다.

7. 승진 거부권 부여 요구 현대차 노조 지나치다
현대자동차 노조가 올해 임금협상에서 '자동 승진과 승진 거부권 부여'라는 기상천외한 요구 조건을 들고나와 논란이 되고 있다. 현대차 노조는 지난 27일 개최한 임시대의원대회에서 임금 인상 요구안을 확정하면서 별도 요구안에 '일반·연구직 자동 승진제 확대 및 승진 거부권 부여' 조항을 넣었다. 

자동 승진제는 근무연한만 채우면 사원에서 대리로 자동 진급시키라는 것이고, 승진 거부권은 대리에서 중간 간부인 과장이 되면 노조에서 탈퇴해야 하기 때문에 본인이 원하지 않으면 승진시키지 말라는 내용이다. 승진 거부권을 주장하는 이유는 조합원 자격이 없는 과장이 되면 연봉제 적용을 받는 데다 인사고과 압박과 고용 불안에 직면하기 때문이다.

노조는 적지 않은 조합원이 승진을 원하지 않고 있어 요구하는 것이라고 하지만 이치에도 맞지 않고 시대적 흐름에도 역행하는 발상이다. 승진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경영자의 핵심 권한이다. 기업이 정상적으로 돌아가려면 직원들을 능력에 따라 평가하고 적재적소에 배치할 수 있어야 한다. 노조의 요구는 이런 기본적 경영 활동을 침해하는 것이다. 

이뿐만 아니라 성과연봉제가 확대되는 추세를 거스르는 요구라는 점에서도 문제가 있다. 글로벌 경기 침체와 내수 부진으로 경영 환경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어 기업들은 직원의 업무 능력을 극대화하는 동시에 탄력적 인력 운용 차원에서 성과연봉제를 확대·강화하고 있다.

현대차는 1분기 매출이 증가했지만 신흥국에서 고전하며 영업이익은 지난해보다 15.5%나 감소했다. 성과연봉제 시행을 더욱 확대하면서 실적 개선을 위해 총력을 기울여도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지 확신하기 힘든 마당에 노조가 연공서열식 자동 승진이나 인사권을 침해하는 승진 거부권 부여 같은 뜬금없는 요구를 하고 있으니 한심한 노릇이다. 

최근에는 연공서열 방식을 고집했던 공공기관들도 성과연봉제를 도입하려고 부산하게 움직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글로벌 시장에서 치열하게 경쟁해야 하는 현대차가 개인의 성과를 도외시하는 인사 시스템을 채택한다면 미래를 장담하기 힘들다. 현대차 노조는 회사가 처한 상황을 냉철하게 보고 시대착오적 요구를 즉시 철회하길 바란다.

[매일신문]

8. 규제 개혁, 많은 진전 있었지만 아직 갈길 멀다
황교안 국무총리 주재로 27일 대구에서 열린 제5차 규제 개혁 현장점검회의에서 기업 활동을 제약한 각종 규제에 대해 정부가 이른 시일 내 풀겠다고 약속한 것은 반가운 일이다. 이 회의는 이런저런 규제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 지역 기업의 목소리를 듣기 위한 자리다. 업체들은 규제 때문에 상품화하지 못한 기술이나 파급효과가 적지 않음에도 사장되는 사례 등 문제점에 대해 건의했고, 정부도 조속히 대책을 마련하겠다며 다짐을 내놓은 것이다. 

지역 중견기업 에스엘이 개발한 자동차 모니터 시스템은 규제에 발목 잡혀 시장 진입을 못하는 대표적인 사례다. 현행 법규상 자동차에는 반드시 실외 후사경(사이드미러)을 달아야 한다. 하지만 내년 이후에는 후사경 없는 자동차를 시장에 낼 수 있다. 디지털카메라`모니터 시스템이 후사경을 대신할 수 있도록 법이 바뀌기 때문이다. 

지방 흡입 시술 때 나오는 폐(廢)지방을 버리지 않고 재활용해 인공피부나 콜라겐 등 고부가가치 소재 개발이 가능하도록 관련 규정도 바뀐다. 폐지방처럼 단순 의료폐기물로 버려지면서 입는 손실액만도 무려 연간 20조원이다. 또 중복 규제로 인한 행정력 낭비 사례 등 빠른 개선이 요구되는 문제점도 적지 않게 제기됐다.

기업 입장에서 규제가 많으면 많을수록 경쟁력이 떨어진다. 사업 다각화나 생산을 막으면서 투자와 일자리를 막고 결국 산업 전체에 마이너스가 되기 때문이다. 역대 정부와 마찬가지로 박근혜정부도 규제 완화를 중점 과제로 추진 중이지만 여전히 가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허용하되 예외적인 금지를 두는 네거티브 규제로 패러다임을 바꾸는 등 많은 변화가 있었으나 체감도는 높지 않은 게 현실이다. 

꼭 필요한 규제도 있지만 현실과 동떨어지거나 불필요한 규제는 빨리 없애야 한다.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범위 내에서 정확하고 빠르게 판단해 규제를 풀어야 한다. 그래야 기업에 도움이 되고 경제에 활력을 얻을 수 있다. 치열한 국제 기술 경쟁에서 규제 때문에 시장 진입이 늦어지면 그만큼 우리 기업에 손해다. 정부는 규제 문제가 기업뿐 아니라 한국 경제에 미치는 파장이 크다는 점을 인식해 완화 속도를 더 높여야 한다.

9. 대구시, 사회복지시설 비정규직 처우 개선은 손 놓나

대구시가 사회복지시설 종사자의 임금을 공무원의 96.1%까지 높이고 급여 체계를 통일하는 등 처우 개선 사업에 나설 방침이다. 시에 따르면 대구의 사회복지시설 종사자의 임금이 다른 시`도보다 낮고, 시설마다 임금이 다른 등 문제가 많아 임금도 올리고 그 체계도 단일화한다는 것이다. 사회복지에 대한 요구가 점점 늘어나면서 사회복지 시설 업무는 고강도, 저임금의 대표적인 3D 업종으로 손꼽혔다. 이에 따라 이들에 대한 처우 개선 요구가 많았지만,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이번에 대구시가 이들의 임금을 올리는 등 개선에 나선 것은 잘한 일이다. 

그러나 문제는 이번 개선에서 비정규직을 제외했다는 것이다. 현재 복지시설 종사자의 약 30%가 비정규직이다. 이들은 현재도 정규직과 엄청난 임금 불균형을 보인다. 대구사회복지협의회에 따르면 2014년 기준 계약기간 1년 이상의 전일제 계약직 종사자의 평균 연봉은 1천911만원이다. 이는 정규직 2천827만원의 67%밖에 되지 않는다. 이들은 고용 불안에 시달리고, 정규직과 비슷하거나 더 많은 업무를 맡는 사례가 적지 않지만, 재계약 때의 불이익 등을 이유로 제 목소리를 내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대부분의 복지 시설은 정부 규정에 따라 정규직 인원이 제한돼 있다. 반면 최근 몇 년 사이 복지 수요는 급증해 시설마다 많은 비정규직을 고용할 수밖에 없다. 조직 구조가 이런데도 정규직, 비정규직으로 갈라 정규직은 시가 보호하고, 비정규직은 시설이 알아서 하라는 식으로 내버려 둔 것이 지금까지의 현실이다. 

이번 대구시의 개선 체계에 따르면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 격차는 더 벌어지고, 이는 조직 내 갈등을 더욱 키우게 된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차별 해소는 정부 정책과도 일치하고, 일반 기업의 비정규직 처우 개선에 대한 사회적 목소리도 높다. 대구시는 이번 개선 사업에 비정규직을 반드시 포함시켜야 한다. 또한, 시설 자율에 맡긴 비정규직 임금 가이드 라인을 만들고, 이를 시설이 철저하게 지키도록 관리 감독해야 한다. 비정규직 처우 개선 책임도 대구시에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경향신문]

10. 국정원·의원·언론, 탈북자 문제 인권 친화적으로 다뤄야

이병호 국가정보원장이 그제 국회 정보위원회 간담회에서 해외 북한식당 종업원 집단탈북 관련 내용을 추가 공개했다. 당초 20명이 탈북하려고 했으나 그중 7명은 북한 가족을 걱정해 마지막에 빠졌다는 것이다. 북한의 소환 지시를 받은 지배인이 종업원들의 의사를 일일이 확인한 뒤 한국행을 결행한 사실도 밝혔다. 이로써 집단탈북 사건의 의문이 일부 풀렸다. 그렇다고 해서 탈북자들과 북한 가족의 신변 안전을 도외시한 처사라는 사실을 가릴 수는 없다.

북한식당 종업원 7명이 막판에 탈북 대열에서 빠졌다는 것은 한때나마 탈북 의사를 갖고 있었다는 말이 된다. 북한 당국이 이들을 의심할 단초를 제공한 셈이다. 특히 탈북을 주도한 사실이 드러난 지배인의 가족은 안전을 담보하기 어려울 듯싶다.


이 원장은 국회 간담회의 비공개 원칙을 내세워 책임을 모면하려고 할지 모르겠다. 그러나 국정원의 국회 간담회 내용은 특별하게 비밀을 요청하지 않는 이상 공개하는 것이 관행이었다. 이런 사실을 모를 리 없는 이 원장이 민감한 집단탈북 경위를 추가 공개한 것은 반인권적이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국정원으로선 북한의 ‘유인납치’ 주장이 사실과 다르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었을 터이다. 하지만 그 말을 믿는 국민은 거의 없을 것이다. 사실이 아니라면 무시하면 그만이다. 국정원 주변에서는 이 원장의 추가 내용 공개가 북한식당 종업원 13명의 탈북 사실을 일찍 공개하는 바람에 남겨진 7명이 강제 북송돼 신변이 위험해졌다는 일각의 주장을 반박하기 위한 것이었다는 말도 나온다. 그렇다면 국가 기관에 대한 오해를 풀기 위해 탈북자와 북한 가족의 안전을 내건 셈이다.

이 원장의 국회 발언은 탈북자를 대하는 정부의 무책임한 태도가 전혀 변하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입만 열면 북한 인권을 부르짖으면서 정작 탈북자들과 북한 가족의 안전은 고려하지 않는 이중성을 이해하기 어렵다. 국정원만 탓할 일은 아니다. 이 원장의 발언을 무분별하게 공개한 국회의원이나 보도한 언론도 변명의 여지가 없다. 정부는 탈북자 문제를 인권 친화적으로 다뤄야 한다. 그들은 피를 나눈 동포이자 헌법상 국민이다. 비단 인류 보편의 인도주의 정신이 아니라도 생명과 재산을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다. 다시는 체제 우월성의 산 증거로 선거에 활용하려 해선 안된다. 누구도 그런 권리는 없다.

주요 신문칼럼


1. [뉴시스][리뷰] 시대의 혈맥 잇는 것은 연극이라고 증명하는 무대

국립극단이 '근현대 희곡의 재발견' 다섯 번째 작품으로 선보이고 있는 연극 '혈맥'에서 극작술·배우에 대한 이야기는 일단 접어두자. 

근현대 리얼리즘을 대표하는 극작가 겸 소설가 김영수(1911~1977)의 대표 희곡에 털보 영감 역의 이호성, 깡통 영감 역의 장두이, 원팔 역의 최광일 등 연기력으로 내로라하는 배우들이 출연하니 검증은 이미 됐다.

이태섭의 무대와 조인곤의 조명 등 미장센이 모던함과 품격을 부여한다. 최고 3.5m높이의 경사로를 이용해 되살려낸 방공호는 광복 직후 삶을 힘겹게 오르는 성북동 주민들의 애환이 투영됐다. 동틀녘의 어슴푸레한 푸른색, 해 질 녘의 달아오르는 주황색을 유채화 빛깔처럼 은은하게 퍼트리는 조명이 이를 위로한다. 

윤광진 연출(용인대 연극학과 교수)은 기억의 이야기와 무대미학의 지금을 씨줄과 날줄로 엮는다. 근현대 희곡으로 현재를 관통한다. '혈맥'은 김영수가 창단한 극단 신청년의 박진 연출로 1948년 초연했다. 방공호 탈출을 꿈꾸는 민초들의 모습은 고시원, 좁디좁은 원룸에서 벗어나려고 하는 2016년 서민들의 모습과 겹쳐진다. 

사라지는 것들을 환기시키는 '혈맥'은 연극이 시대의 혈맥을 잇는 장르라는 것을 의미부여한다. 함경도 등 토속성이 짙은 사투리의 리듬감과 감정선을 부각시키는 자욱한 음악은 향수를 자극한다.

5월15일까지 명동예술극장. 5월1일 공연 뒤에는 배우, 스태프들이 출연하는 예술가와의 대화가 마련된다. 예술감독 김윤철, 의상 이윤정, 소품 이경표, 방언지도 백경윤.

2. [한국일보]세계춤의 날
원시 인류에게 표정과 손발짓 허릿짓은 소통의 필요와 함께 시작됐을 것이다. 그것은 성대를 울려 낸 소리가 말이 되기 전부터 소리와 더불어 정교해지고 풍성해졌을 것이다. 처음엔 소리조차 성대의 짓, 다시 말해 넓은 의미의 몸짓의 하나였을지 모른다. 소리가 음성언어가 되고 소통의 독점적 권력을 쥐게 되면서 몸짓은 점차 덜 중요해졌다. 문자가 등장한 건 5000년 전이었다. 이제 소통의 중심에는 문자가 있다. 

몸짓은 ‘몸짓언어’라는 말로써만 간신히, 다시 말해 언어의 일부로서 제 존재감을 드러낸다. 물론 실생활에서 몸짓은 언어의 보조재가 아니다. 둘은 상호구성적이고 상호보완적이다. 몸짓언어는 자주 음성언어와 맞서서 그 이면을 드러내 보이기도 한다. 둘이 상보적인 건 둘이 상호독립적이어서 가능한 일이다. 

몸짓이 춤이 된 건 소리에 감정이 실려 탄성이나 절규가 되고 훗날의 시와 노래와 희곡이 된 것처럼 자연스러운 귀결이었을 것이다. 소리언어가 기도가 되기 전 기도를 대신한 게 몸짓이었고, 세레나데가 되기 전 구애를 대신한 게 포옹이었을 것이다. 기도도 포옹도 춤이었을 것이다.

음악이 먼저냐 춤이 먼저냐는 의문도 사실 무의미하다. 춤이 허전해서 장단이 시작됐을 수도 있고, 우연한 장단에 어깻짓이 시작됐을 수도 있다. 춤 없는 음악도 있고 음악 없는 춤도 있었을 것이다. 그 둘도 하나로서 온전한 전체일 수 있다는 의미, 존재론적 인과의 관계가 아니라 상관의 관계에 있다는 의미다. 

4월 29일은 세계 춤의 날(International Dance Day)이다. 유네스코 산하 국제댄스위원회가 1982년, 18세기 프랑스의 전설적 발레 안무가 장 조르주 노베르(Jean Georges Noverre, 1727~1810)의 생일을 기념해 제정했다. 예술로서의 춤의 가치를 부각하고 문화로서의 춤의 의미를 되새기며, 일상 언어로서의 몸짓의 중요성을 깨달아 더 널리 향유하자는 취지였다.

그건 춤이 일상에서 소외되고 있다는 전문가들의 위기감을 방증한다. 이 날 세계의 춤 관련 단체와 교육기관, 전문가와 애호가들은 저마다 다양한 기획에 따라 춤을 즐기고 선뵌다. 춤을 위해선 더 넓은 멍석을 까는 게 아니라 있는 멍석을 걷어내는 일이라 여기는 이들도 물론 있다.

3. [동아일보][지금 SNS에서는]‘허언증 갤러리’를 아시나요?
하버드 합격했습니다. … 눈물만 흐릅니다.’

1월 말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의 제목입니다. 본문에는 ‘내일 출국합니다. … 개학이 3월 2일이라더군요’라는 글이 들어가 있습니다. 한국 대학도 아닌데 3월 2일부터 수업이라니, 그것도 ‘개강’이 아니라 ‘개학’이라니, 뭔가 엉성합니다.

여기에 ‘짤방(짤림 방지)’으로 올라온 모바일 메신저 캡처를 보면, 곧 허탈한 웃음을 짓게 됩니다.

사진에서는 ‘하버드 총장’이 ‘국내 대표 모바일 메신저’를 통해 ‘완벽한 한국어’로 글쓴이에게 ‘합격 축하드립니다’라고 말을 걸어옵니다. 글쓴이가 ‘네? 정말 합격인가요?’라고 되묻자 ‘네. 실화입니다. 축하합니다’라는 답이 돌아옵니다. 여러모로 황당한 내용입니다. 이쯤 되면 글쓴이가 일부러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게 확연해지죠.

황당한 내용에 누리꾼들이 격분했냐고요? 아닙니다. ‘하버드가 어디죠? 지×대(지방 소재 대학을 비하하는 표현)라도 열심히 하시면 성공할 거예요! 힘내세요’ 같은 댓글들이 수두룩하게 달렸습니다. 거짓말 내기라도 하는 것처럼.

이 공간의 이름은 바로 ‘허언증 갤러리’입니다. 말 그대로 ‘허언(虛言)’을 올려놓고, 서로 맞장구를 치며 노는 게시판입니다. 거짓말의 주제는 학벌 세탁, 공상과학소설, 판타지 문학을 넘나듭니다. 블록 완구와 근의 공식이 적힌 수첩 사진을 올려놓고 ‘서울대 기계공학과에 다니는데 공간 이동을 할 수 있는 장비를 개발 중’이라고 주장하거나, 투명인간인 것을 ‘인증’하겠다며 속이 빈 청바지 사진을 올리는 식이죠.

말도 안 되는 거짓말로 웃음을 주는 이런 글은 많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널리 퍼지고 있습니다. 

트위터에서는 프로필 사진과 이름을 사칭한 계정으로 황당한 글을 올리는 개그가 자주 올라옵니다. ‘부처님’을 사칭한 유저가 ‘예수님’을 사칭한 유저에게 ‘팬입니다’라고 메시지를 보내거나, ‘국립국어원’을 사칭한 유저가 ‘그냥 아무럿개나(아무렇게나) 써’라고 쓰는 식이죠.

어디서 웃어야 할지 모르겠다고 생각하시는 분도 있을 겁니다. 그럴 만도 합니다. 허언증 개그의 참맛은 인터넷에서 많은 거짓말에 속아본 다음에야 느낄 수 있는 것이니까요. 

허언증 개그에는 해학과 풍자의 코드가 담겨 있습니다. ‘판춘문예’(한 인터넷 게시판 이름과 신춘문예를 합친 말로 거짓 글이 많이 올라오는 것을 비꼰 표현)에 수도 없이 속아온 누리꾼들이 이를 웃음으로 승화시킨 겁니다. 

물론 그 뒤에는 익명성과 ‘거짓말 문화’에 대한 비판적 인식이 담겨 있습니다. 저는 이 인식을 유머라는 세련된 방법으로 풀어낸 누리꾼들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습니다. 인터넷 실명제 같은 발상보다는 훨씬 세련되지 않았나요? 앞으로 인터넷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문제도 이렇듯 유쾌한 유머 감각으로 해결됐으면 좋겠습니다.

4. [중앙일보][시선 2035] 창살 없는 카톡의 감옥
나의 하루는 노랗게 시작해 누렇게 끝난다. 벌써 황사냐고? 온종일 카톡에 시달린다는 얘기다. 아침에는 눈 뜨자마자 카톡부터 확인한다. 벌써 활성화된 채팅이 63개나 된다. 이 가운데 18개는 여러 명이 참여하는 ‘카톡방’이다. 가볍게 친구들의 신세 한탄을 휙휙 넘기다 보면 정신이 번쩍 들 때가 있다. 직장 상사가 속해 있는 카톡방 옆으로 시뻘겋게 숫자 1이 떴다. 나만 늦게 확인한 거 아닐까? 혹시 나한테 급히 시킨 일이 있는 걸까? 조마조마한 가슴으로 카톡을 연다. 카톡은 창살 없는 감옥이나 마찬가지다.

햇병아리 시절에는 주로 전화 통화였다. 4년 전 취재 현장에서 가장 무서웠던 건 ‘751’ 국번이 찍힌, 회사 유선 번호로 온 전화였다. 샤워하는 도중에 전화가 올까 싶어 지퍼락에 스마트폰을 넣어 목욕탕에 들어가기도 했다. 그럼에도 조금 늦게 받으면 “뭐하길래 이렇게 안 받느냐”는 꾸중부터 들었다. 입이 험한 회사 선배에게는 “그렇게 헤맬 거면 퇴근 전에 사표 내”라는 말까지 들었다. 그래서 전화기를 처음 발명한 그레이엄 벨을 향해 저주를 퍼붓기도 했고, 부장의 긴급 호출 전화를 받으면 몰래 부서 내근 동료에게 전화를 걸어 부장의 표정과 심기를 물어본 적도 있다. 수화기 반대편에서 들려오는 상사의 목소리는 끔찍했지만 그래도 딱 근무시간까지였다. 

요즘은? 보고도 지시도 ‘까똑’ 소리 몇 번에 끝난다. 장점은 확실하다. 말 대신 글로 정리하니 지시를 하는 쪽도, 받는 쪽도 깔끔하다. 한 명 한 명 일일이 전화할 필요 없이 단체 메시지만 보내면 된다. 이쯤 되면 오히려 전화가 어색하다. 그래서 영업직같이 외근이 잦은 친구들은 전화보다는 카톡이 편하단다. 문제는 너무 편리하다 보니 시도 때도 없이 지시가 오간다는 것. 여기에 직장 내 위계질서가 엄격할수록 메신저에 스며드는 군기도 문제다. 솔직히 2~3년 전 일부 대학생의 카톡 군기가 한창 언론의 질타를 받던 시기에 내가 속해 있던 팀방도 만만치 않았다. 팀장이 올린 공지사항에 곧바로 대답하지 않으면 탈영한 병사마냥 수소문이 시작됐고 후배는 팀방에 글을 올릴 때 반드시 군대식 ‘다나까’ 어미를 써야 했다.  

어느 순간 카톡을 보지 않으면 불안해진다. 지시를 놓치면 혼날까 봐서다. 이런 ‘카톡중독’에 모처럼 희망의 빛줄기가 비치고 있다. LG유플러스가 용감하게 ‘밤 10시 이후 업무 카톡 금지’ 캠페인을 시작한 것이다. 조직 문화를 바꾸기 위해 퇴근 이후나 휴일에는 업무 지시가 아니라 질문하는 카톡도 금지시켰다고 한다. 이런 게 진짜 창조경제가 아닐까. 부디 LG유플러스의 실험이 멀리멀리 퍼져 나가 이 땅에서 카톡에 ‘파블로프의 개’처럼 목을 매는 젊은 사원들이 모두 사라졌으면 한다.

5. [중앙일보][분수대] 여자 없는 남자들
정확히는 ‘결혼할 여자가 없는 남자들’이라고 해야 할까.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村上春樹)는 단편소설 『여자 없는 남자들』에서 이혼·사별 등으로 혼자가 된 남자들의 얘기를 다뤘지만 대한민국 현실 세계에선 좀 다른 이유로 ‘여자 없는 남자들’이 늘어나는 모양이다. 자발적으로 결혼을 하지 않겠다는 ‘비혼(非婚)’ 성향이 강해지면서다.

결혼을 ‘못’ 하는 미혼(未婚)이 아니라 ‘안’ 한다는 거라고 비혼주의자들은 강조한다. 결혼이 필수 아닌 선택이라는 것.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일부 특이한 이들의 지극히 마이너한 성향으로 치부됐던 ‘비혼’이란 단어가 이젠 일상 속으로 쑥 들어왔다. 숫자가 증명한다. 온라인에서 ‘비혼’을 언급하는 횟수가 2011년엔 2453건이었지만 올해는 4월도 채 지나지 않았는데도 1만9730건을 넘겼다고 한다. 704%나 증가한 셈. 빅데이터 분석업체 다음소프트가 2011년 1월 1일부터 지난 20일까지 블로그 7억489만1299건과 트위터 89억1699만6004건을 분석해 내놓은 결과다.

관혼상제의 골간이 흔들린다고 탄식을 하기 전에 왜 그런지 살펴보는 역지사지가 먼저다. 결혼과 관련된 단어로 ‘현실적’ ‘스트레스’ 등 부정적 단어가 증가하고 있다는 데 힌트가 있다. 가뜩이나 살기 팍팍한데 결혼이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증거다.

똑 떨어지는 통계는 없지만 남성보다는 여성 사이에서 비혼주의자가 많아지는 분위기도 읽힌다. 인터넷엔 “결혼하니 무료 가정부가 된 것 같다”거나 “괴로운 것보다 외로운 게 낫다”는 여성들의 댓글이 넘친다. 암묵적으로 가사일은 여전히 여성이 우선 책임져야 한다는 생각이 주된 원인이 아닐까. 남자들은 아직도 이렇게 말하지 않나. “집안일을 ‘도와준다’”고. 자기 일이 아니라는 인식이 있어서다. 비혼이 저출산으로 이어진다며 신혼부부용 임대아파트를 늘리는 것보다 이런 고정관념을 깨는 게 우선이다. 작금의 정책은 ‘결혼을 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는 듯하다. 그보다는 ‘결혼을 하고 싶은 사회’로 바꾸는 게 더 근본적 해결책이 아닐까. 지금의 비혼주의는 결국 결혼을 현실적으로 하지 못하는 것과 다를 바 없이 느껴져 더욱 안타깝다.

결혼에 대한 생각은 각자 자유지만 하루키도 어느 결혼식 축사에서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나도 한 번밖에 결혼한 적이 없어서 잘 모르지만 결혼이라는 것은 좋을 때는 아주 좋습니다. 별로 좋지 않을 때 나는 늘 뭔가 딴 생각을 떠올리려 합니다. 좋을 때가 많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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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늙은최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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