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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5월 9일 월요일 오늘의 주요 신문사설·칼럼

※이 자료는 교육용으로 쓰기 위해 올리는 자료로 상업적 목적은 없으며 선정된 사실의 정치적 성향은 블로그 운영성향과 무관합니다.

 

 

 

주요 신문사설


[서울신문]

1. 원 구성 늦어지면 무노동 무임금 적용해야

19대 국회 마지막 임시국회마저 무기력증에 빠진 가운데 여야가 ‘신(新)3당 체제’로 운영될 20대 국회 원 구성에 시동을 걸었다.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새 원내대표가 어제 이번 주부터 원 구성 협상을 시작하자고 역시 새로 선출된 새누리당 정진석, 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에게 제안하면서다. 그는 “각 당이 서로 얻고자 하는 계산이 있겠지만 그것을 떠나 시작부터 법을 지키는 20대 국회가 되자”고 강조했다. 당연한 얘기다. 여야가 말로는 “민생 최우선”을 다짐하면서 실제론 상임위원장직 배분 등을 놓고 한 달 넘게 샅바싸움을 벌이곤 했던 역대 국회의 전철을 밟아서는 안 될 것이다.

현행 국회법에 따르면 6월부터는 20대 국회가 정상 가동돼야 한다. 그러나 그런 기대를 갖기엔 조짐이 좋지 않다. 민생 경제를 먼저 돌보라는 선거 민의를 강조하는 여야가 물밑에선 ‘의회 권력’ 장악에 여념이 없는 꼴이 아닌가. 야권은 벌써 교문위나 환노위 등을 둘로 분할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상임위를 효율적으로 운영하겠다는 명분이지만 이른바 ‘노른자 상임위’를 하나라도 더 차지하려는 욕심이 어른댄다면 큰일이다. 상임위원장이 늘어나는 만큼 국민 부담은 가중되기 마련이다. 국회의장 자리를 놓고 정치적 복선이 깔린 흥정이 오간다면 이 또한 문제다. 여소야대 국회에서 막강한 캐스팅보트를 쥔 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가 박근혜 대통령의 태도 변화를 전제로 국회의장직을 여당에 양보할 수 있다고 했지만, 진정성 대신 정치공학적 노림수만 엿보이니 말이다.

물론 긍정적 신호도 없지 않다. 안철수 국민의당 공동대표가 4·23 총선 직후 “20대 국회 임기 시작일인 이달 30일까지 원 구성을 못 하면 국회의원들이 세비를 받지 말아야 한다”고 하지 않았나. 국민의 입장에선 쌍수를 들고 반길 말이다. 하지만 그간 국회 공전이나 파행 때마다 여야가 앞다퉈 ‘무노동 무임금’이나 ‘세비 삭감’을 적용한 법안을 제출했지만, 결과는 늘 무용지물이었다. 19대 국회 초반 원 구성이 늦어지자 당시 새누리당 의원이 한 달 세비를 반납한 드문 전례가 있을 뿐이다.

부디 여야가 이번엔 원 구성을 제때 완료하기를 간곡히 당부한다. 그러면 20대 국회가 의원 기득권이나 당략을 초월해 출발한 결과로 입증될 게다. 다만 우리가 본란에서 안 대표가 공언한 국회의원 ‘무노동 무임금’ 원칙을 높이 평가하는 건 과거처럼 흰소리나 립서비스가 아니라 반드시 실천에 옮겨져야 한다는 이유임을 밝혀 둔다.

2. 망상 벗어나지 못한 김정은의 핵보유국 선언

36년 만의 당대회를 개최한 북한은 변화 대신 고립을 선택했다. 북한은 핵무력을 중추로 하는 핵·경제 병진노선을 공식화하면서 김일성·김정일·김정은 3대 세습 체제를 공식 출범시킨 것이다.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은 노동당 7차 중앙위원회 사업총화 보고를 통해 “경제 건설과 핵무력 건설을 병진하는 노선은 사회주의 강국을 건설하기 위한 가장 정당하고 혁명적인 노선”이라며 핵·경제 병진 정책을 재차 선언했고 “책임 있는 핵보유국으로서 세계 비핵화를 실현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상호 모순적인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통일과 관련해서는 제6차 노동당 대회 때 김일성 당시 주석이 제시한 ‘고려민주연방공화국창립방안’을 재차 주장했다. 의례적인 주한 미군 철수를 또 주장하면서 남북 군사회담도 제안했다. 북한의 최대 정치행사이자 최고 결정기구인 당대회에서 대남 평화공세를 펴면서 주한 미군 철수를 주장하는 것은 북한이 통남봉미(通南封美) 전략을 구사하며 한·미 동맹의 균열을 노리고 있다는 관측이다.

핵보유국을 선언하면서 비핵화를 운운한 것은 국제사회의 제재와 비난을 완화하자는 전형적인 선동 선전에 불과하다. 남북 문제와 북·중, 북·미 관계에서 개선의 여지는 내비쳤지만 수사적인 의미에 불과하다. 국제사회의 요구를 진정으로 고민한 흔적조차 없다.

북한은 당대회 기간 중 김정은 제1위원장을 김일성·김정일 수준으로 우상화하는 데에만 열중하고 있다. 관영 언론들은 그를 ‘21세기의 위대한 태양’ 등으로 치켜세우면서 핵실험, 장거리 로켓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시험발사 등 ‘핵강국’ 과시를 치적으로 선전하고 있다. 이는 국제사회가 비웃을 정도로 시대착오적인 유일 영도체제의 경직성을 보여 줄 뿐이다.

북한의 국제적 고립은 이제 되돌릴 수 없는 수준이 됐다. 1980년 열린 6차 당대회 때는 118개 나라에서 177개 대표단이 참석했고 중국과 러시아에서는 정상급 외빈이 왔지만 이번 대회의 경우 외빈들을 찾아 볼 수 없다. 김 제1위원장이 자신의 안방에서 화려한 대관식을 열었지만 국제사회에서 아무도 박수를 쳐 주지 않는 냉엄한 현실을 극명하게 드러낸 것이다.

변화를 거부하고 기존 노선을 고수한 북한에서 희망은 찾아보기 힘들다. 핵무기를 앞세워 국제사회를 위협하는 국가 통치 전략으로 북한의 미래는 열리지 않는다. 그럼에도 북한을 둘러싼 강대국들의 이해관계는 변화무쌍하다. 최근 방한한 제임스 클래퍼 미 국가정보국(DNI) 국장이 북·미 간 평화협정 논의 중 한국의 양보 의사를 타진했다는 보도가 이를 반증한다. 북핵 문제 자체가 복잡한 국제정세를 반영하는 사안인 만큼 한반도 정세와 관련해 국제 흐름을 예의 주시할 필요가 있다.

북한은 체제유지를 최우선 정책으로 삼지만 북의 변화에 대한 기대를 버리기는 이르다. 당분간 북한의 변화를 겨냥한 대북 제재가 성과를 내기 위해 한층 세밀한 국제사회의 공조는 불가피하지만 평화공세 전환, 체제 급변에 대비한 다각적인 대책 마련도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

3. '옥시 수사'에 금역이 있어선 안 된다

가습기 살균제 사망 사건은 볼수록 어처구니없다. 살균제 제조사인 옥시레킷벤키저(옥시)의 의뢰를 받고 독성실험을 담당한 대학교수는 실험 결과를 회사의 요구대로 조작한 혐의로 검찰에 구속됐다. 그런 일을 저지른 회사는 진정성 있는 사과도 없이 지금까지 책임 회피에만 급급해하고 있다. 여기에 옥시를 변호하고 있는 국내 굴지의 로펌은 도덕의식이라고는 없는 옥시 측을 위해 증거를 조작했다는 의혹마저 사고 있다. 사태가 이 지경이 되고 나서야 진상 규명에 나서기로 한 정치권은 더 한심하다.

구속된 서울대 수의대 조모 교수는 수사 내용이 맞다면 최소한의 학자적인 양심마저 저버린 인물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보고서만 제대로 썼더라도 사건이 이처럼 장기화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옥시 측은 질병관리본부의 역학조사 결과를 반박하려고 조 교수에게 살균제 원료의 독성실험을 의뢰했다고 한다. 조 교수는 생식 독성실험에서 임신한 쥐 15마리 중 13마리가 사산하는 등 치명적인 독성이 확인되자 흡입 독성실험에서는 임신하지 않은 쥐를 실험에 사용했다. 이렇게 해서 가습기 살균제와 폐 손상 간의 인과관계가 명확하지 않다는 보고서를 작성했다는 것이다. 연구비 외에 1200만원을 더 챙긴 것도 보고서 조작과 무관치 않다고 검찰은 보고 있다.

그러나 조 교수는 옥시를 변호한 로펌 김앤장이 보고서의 앞뒤를 무시하고 짜맞췄다고 새로운 주장을 폈다. 이 주장이 맞는지 검찰은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조사하는 게 마땅하다. 검찰은 또 신현우 전 옥시 대표 외에 미국 국적의 존 리 전 대표와 인도 국적의 거라브 제인 전 대표를 소환 조사하기로 했지만 불응하면 마땅한 수단이 없다. 그러나 수사 결과가 용두사미가 되지 않도록 하려면 이들을 반드시 조사해야 한다. 아직 손도 못 대고 있는 국내 업체들에 대한 수사에도 한 점 의혹이 남아서는 안 될 것이다. 국민들은 이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알고 싶어 한다.

검찰은 “김앤장은 옥시 측 대리인으로 법률적인 도움을 주고 있으며, 이 부분을 처벌할 수는 없다”고 밝히고 있다. 물론 구체적인 법률 위반 혐의가 없는데 수사를 할 근거는 없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아예 수사 의지 자체를 보여 주지 않는 것이다. 수사에 ‘금역’(禁域)이 있어서는 안 된다. 금역을 검찰 스스로 설정하는 순간 불신을 면치 못할 것이다.

[동아일보]

4. 내년 징검다리 휴일도 임시공휴일 졸속 지정할 텐가

지난해 가계가 쓸 수 있는 가처분소득 가운데 실제 쓴 돈은 72.4%로 관련 통계가 집계된 2006년 이후 최저였다고 현대경제연구원이 어제 밝혔다. 가처분소득이 100만 원 늘 때 72만 원만 추가 지출하고 나머지 28만 원은 통장에 넣어 둔다는 것이다. 가계가 지갑을 열게 하려고 정부는 6일을 임시 공휴일로 지난달 28일 지정했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임시 공휴일에 따른 내수 진작 효과는 1조3000억 원대에 이른다. 반면 일평균 수출액이 2조 원인 점을 감안하면 조업일수 감소에 따른 손실도 만만치 않다. 

임시 공휴일은 소비 진작 카드지만 불과 8일 전에 지정해 효과가 반감될 수밖에 없었다. 통상 연휴 기간 소비 지출은 숙박업, 운송서비스업, 음식업, 오락문화서비스업 등에서 연쇄적으로 일어난다. 그러나 노는 날을 갑자기 정하면 여가 활동 계획을 제대로 짜기 힘들어 숙박을 하는 여행보다는 집에 틀어박히는 ‘방콕’이 많아진다. 중소기업중앙회 조사 결과 임시 공휴일에 쉰 중소기업은 36.8%에 그칠 정도로 기업 간 편차도 컸다. 

내년에도 5, 6, 8, 10월 주말과 공휴일 사이에 평일이 낀다. 5월은 1일(월) 근로자의 날, 3일(수) 부처님오신날, 5일(금) 어린이날이어서 중간에 낀 날을 임시 공휴일로 하면 토요일인 4월 29일부터 9일 연휴가 이어진다. 내년 경기가 올해보다 낫다는 보장이 없는데 정부는 또 졸속으로 임시 공휴일을 정할 것인가. 지난해 8월 14일 임시 공휴일도 불과 10일 전에 결정했던 정부가 내년에도 즉흥성을 되풀이해선 안 될 일이다. 

소비 부진은 고령화가 심해지면서 가계가 돈을 장롱 속에 넣고, 주거비 급증으로 다른 씀씀이를 줄이고, 불확실한 미래 전망으로 저축을 최대한 늘리려 하면서 나타나는 불황형 경제의 단면이다. 기업 수출이 부진한 가운데 가계 부문에서 소비심리가 살아나지 않으면 불황의 골은 더 깊어질 수밖에 없다. 근본적인 소비 진작책이 아닌 임시 공휴일 늘리기는 무대책이나 마찬가지다.

[이데일리]

5. 국회 '정시 개원'이 협치 시험대

20대 국회를 이끌어 갈 여야 3당의 신임 원내대표들이 이번 주 첫 회동을 갖고 원구성과 쟁점 법안 처리 등 현안을 논의한다. 새누리당 정진석,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는 이와 관련해 한 목소리로 “대화와 타협의 정치가 우선”이라며 협치(協治)를 강조했다. 경제를 살리고 민생을 챙기는 생산적인 상생의 국회를 만들어가겠다는 것이다. 양당 체제에서 대립과 반목으로 최악의 식물국회라는 오명을 들은 19대와는 다른 모습이다. 새 국회상에 대한 기대가 크다. 

하지만 현실은 그리 녹록치 않다. 당장 상임위원장 배분 등 원구성을 둘러싼 신경전이 만만치 않다. 벌써부터 법제사법위원장, 운영위원장, 정무위원장 등 주요 상임위원장 자리를 놓고 3당 간 물밑 경쟁이 치열하다. 국회의장단 선출도 간단치 않다. 새누리당과 더민주는 각각 집권 여당과 제1당이라는 점을 들어 국회의장직을 서로 자신들이 차지해야 한다며 맞서고 있다. 교육문화체육관광위와 환경노동위 등 두 야당이 제기한 일부 상임위의 분할 문제도 논란거리다. 

쟁점법안 처리도 마찬가지다. 3당이 민생경기를 살리는 것이 시급하다는 데는 인식을 같이하지만 각론에 있어서는 이견차가 크다. 새누리당은 이달 말 끝나는 19대 국회 내에 노동개혁 4법과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등의 처리를 주장하지만 더민주와 국민의당은 서두를 게 없다는 입장이다. 3당이 합의한 청년 일자리 창출도 아직 구체적 진전이 없다. 조선과 해운업종 구조조정과 관련해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의 자본 확충 방안에 대해서도 서로 다른 얘기를 하고 있다. 

행동으로 실천하지 않는 협치는 공허한 말장난에 불과하다. 과거 원구성 협상을 하면서 여야가 국회의장 선출, 상임위원장 배분 등을 놓고 줄다리기를 하느라 국회 개원이 두 세 달씩 늦어져 국민의 지탄을 받았다. 19대 국회도 한 달여나 공전했다. 명백한 직무유기다. 이번에도 자리다툼으로 지각 개원한다면 협치는 공염불이 될 게 뻔하다. 시급한 민생경기 회복과 발등의 불인 산업 구조조정 등을 위해서라도 국회를 정상 가동해야 한다. 6월 5일 정시 개원이 여야 협치의 시험대가 될 것이다.

6. 트럼프發 '한미관계 블랙스완' 대비해야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공화당 후보로 사실상 낙점된 도널드 트럼프가 방위비 문제를 또다시 걸고 넘어졌다. 트럼프는 미국CNN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한국 등 미국 동맹국들이 방위비를 100% 모두 지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트럼프가 ‘안보 무임승차론’을 거론하며 한국 등 동맹국에 방위비 증액을 요구해왔지만 100% 부담하라고 구체적으로 못박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또 한국이 이를 거부할 경우 주한미군을 철수할 수도 있음을 내비쳤다. 트럼프의 이같은 발언은 동맹국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를 저버린 처사나 다름없다. 

최근 미국에서 실시한 각종 여론조사를 보면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대선후보가 트럼프에 앞서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두 후보가 앞으로 펼칠 선거운동 과정에 따라 결과는 언제든지 달라질 수 있다. 특히 민주당과 공화당은 지난 수십년간 8년 주기로 정권을 교체해왔다는 점에 주목한다. 이는 오는 11월 8일 막을 올리는 대선에서 트럼프가 당선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우리로서는 ‘막말 제조기’ 트럼프와 수 년간 맞닥뜨려야 하는 ‘불편한 진실’을 맞이하게 될 지 모른다. 

‘트럼프 현상’이 보여주는 미국내 달라지고 있는 여론도 눈 여겨 봐야 한다. 많은 미국 유권자들은 미국 우선주의를 외치는 트럼프의 막말과 돈키호테식(式) 소영웅주의에 환호하고 있지 않는가. 이는 올해말 대선을 통해 누가 백악관 주인이 되더라도 자국 이익을 최우선시하는 정책을 추진할 것임을 내비치는 대목이다. 

또한 미국 최우선주의를 위해서라면 동맹의 전략적 가치도 훼손될 수 있다는 얘기다. 

정부는 트럼프의 당선 가능성에 대비해 그의 공약을 면밀히 분석하고 이에 대한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 이를 위해 트럼프 진영과의 인적 네트워킹을 구축해야 할 것이다. 또한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 등 한·미동맹 관계를 비롯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등 양국 현안을 두루 협의해 할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제임스 먼로 대통령이 1823년 미국의회에서 천명한 ‘먼로 독트린’(고립주의)에 뒤를 잇는 트럼프의 ‘신(新)고립주의’가 동맹은 물론 미국에게도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점을 각인시켜야 한다.

[중앙일보]

7. 또 항공기 충돌 위기, 활주로가 동네 주차장인가

인천국제공항에서 대형 여객기 두 대가 충돌할 뻔한 일이 발생했다. 비슷한 상황이 올 들어서만 두 차례 일어났다는 점에서 단순 실수로 넘기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 5일 오후 인천공항 활주로에서 미국 샌프란시스코행 싱가포르항공 여객기와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행 대한항공 여객기가 충돌 직전의 상황까지 갔다. 이날 오후 5시50분쯤 싱가포르항공 여객기가 이륙하기 위해 활주로를 시속 90~100㎞ 속도로 달리던 중 활주로 반대편 끝에 대항항공 여객기가 나타난 것이다. 관제탑의 긴급 정지 지시로 급제동을 할 수 있었지만 당시 두 여객기의 거리는 1.7㎞에 불과했다. 싱가포르항공 여객기는 급제동으로 타이어에 펑크가 났고, 출발이 19시간 지연됐다. 당시 싱가포르항공엔 186명, 대한항공엔 188명의 승객이 탑승하고 있던 상태에서 여객기들이 충돌했다면 대형 인명 피해를 피할 수 없었다.

문제는 비슷한 일이 지난 3월 18일 청주공항에서도 있었다는 사실이다. 당시 대한항공 여객기가 청주공항에 착륙해 활주로를 달리고 있는데 중국 남방항공 여객기가 정지선을 넘어 활주로를 침범한 것이다. 당시 대한항공 조종사가 기체를 활주로 왼쪽으로 붙여 충돌을 피할 수 있었다. 청주공항에선 지난달 30일 활주로를 함께 사용하는 공군 전투비행단 부대 내에서 있었던 지역 기관장 만찬에 참석한 여성이 승용차를 몰고 활주로에 진입하는 사고도 있었다. 작은 실수가 대형 참사로 이어질 수 있는 활주로가 얼마나 허투루 통제·관리되고 있는지 보여주는 사례들이다. 인천공항의 경우 대한항공 조종사의 실수일 가능성이 크다. 대한항공 측도 자사 조종사가 관제탑 지시를 따르지 않았음을 인정했다고 한다.

활주로 진·출입은 처음부터 끝까지 관제탑 지시에 따라 이뤄지지 않으면 안 된다. 조종사들에게 경각심을 갖게 하는 것만으론 부족하다. 국토교통부와 인천공항은 원인을 철저히 규명하는 한편 보다 엄격한 규정을 만드는 등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나라의 관문인 공항 활주로가 동네 주차장처럼 허술하게 이용되는 건 있을 수 없는 일 아닌가.

8. 돈 받고 옥시 실험 조작한 교수 영구 퇴출해야

서울대 조모 교수가 옥시레킷벤키저(현 RB코리아)로부터 금품을 받고 가습기 살균제 실험 보고서를 조작한 혐의로 구속됐다. 수뢰 후 부정처사· 사기· 증거조작 혐의가 적용됐다. 검찰은 조 교수가 문제가 된 가습기 살균제의 독성실험 중 ‘임신한 어미 쥐 15마리 중 13마리의 배 속에서 새끼가 사망했다’는 옥시 측에 불리한 결과를 은폐한 것으로 보고 있다. 혐의가 사실이라면 연구자가 진실규명은커녕 왜곡에 앞장섰다는 점에서 충격적이다.

옥시 측은 2011년 8월 질병관리본부가 “가습기 살균제가 원인 미상 폐 손상 질환의 위험 요소”라는 역학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유해성을 인정하자 이를 반박하기 위해 서울대와 호서대에 자사 제품의 독성실험 연구를 각각 발주했다. 옥시는 여기서 나온 실험 결과를 바탕으로 자사 제품이 무해하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검찰에 제출했다.

이처럼 가습기 살균제의 유해성 규명은 143명이 억울하게 숨진 이번 사건의 진상과 책임소재 규명을 위해선 필수적이다. 이런 중요한 실험 결과를 금품을 받고 조작했다면 과학자로서 자격이 없다. 혐의가 사실로 밝혀지면 관계자들을 대학에서는 물론 학계에서 영구 퇴출해야 마땅하다. 가족을 잃은 희생자들에게 두 번 피눈물을 흘리게 하는 연구자는 과학기술계에 다시는 발붙이지 못하게 해야 한다.

이번 사건으로 우리 사회에 과학기술에 대한 불신이 팽배해지지 않을까 걱정된다. 그동안 그나마 합리성·객관성·정직성을 인정받아온 과학자들이 돈을 받고 진실을 왜곡한 것으로 밝혀진다면 사회적 신뢰가 추락할 수밖에 없다. 서울대는 물론 한국의 과학기술계는 이번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이에 걸맞은 연구윤리 강화 조치를 신속히 취해야 한다. 대학과 연구기관에서 연구의 진실성을 제대로 검증하지 않거나 하지 못한다면 국민이 그 결과를 어떻게 믿을 수 있겠는가. 신뢰를 얻지 못하는 과학은 사회적 가치를 확보하지 못한다. 당장 철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일벌백계, 재발방지 대책 마련에 나서지 않으면 안 된다. 머뭇거릴 때가 아니다.

[매일경제]

9. 푸드투럭 1호 폐업 지자체 적극적 지원이 아쉽다

전국적으로 처음 허가를 받은 푸드트럭 1호가 6개월도 버티지 못하고 폐업했다는 소식은 규제개혁이 현장에서 성과를 거두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충청북도에 따르면 푸드트럭 합법화 직후인 2014년 9월 한 50대 여성이 1호와 2호 푸드트럭 허가를 받아 영업을 시작했으나 반년도 안 된 지난해 3월 모두 문을 닫았다. 법이 정한 허용 지역에서만 영업해야 하는 한계와 지방자치단체, 지역 주민들의 무관심에 도저히 수익을 낼 수 없었기 때문이다. 푸드트럭은 2014년 3월 규제개혁장관회의에서 청년 창업과 일자리 창출 수단으로 거론되며 주목을 받았다. 이 자리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푸드트럭 규제를 풀 것을 주문했고, 관련 부처는 자동차관리법과 식품위생법을 개정하며 신속하게 푸드트럭을 합법화했다. 당시 정부는 규제개혁으로 2000대 이상의 푸드트럭이 생겨 6000명이 넘는 일자리가 창출될 것으로 기대했다. 

정부의 발 빠른 규제 완화에 힘입어 서울을 비롯해 각 지자체는 푸드트럭 사업자를 모집해 속속 영업에 들어갔지만 현실의 벽은 너무 높았다. 식품위생법상 영업 가능 지역이 관광지와 체육시설, 학교 등으로 한정돼 있어 모객에 한계가 있었다. 

푸드트럭의 장점인 이동성을 살리지 못한 것도 활성화에 걸림돌로 작용했다. 이 때문에 유동인구 변화에 따라 자유롭게 자리를 옮기며 영업하는 노점상만도 못한 처지에 놓이게 됐다. 일부 지자체는 지역의 길거리 상점과 노점 상인들 눈치를 보느라 사업자 모집과 지원에 소극적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그 결과 푸드트럭이 합법화된 지 2년이 다가오지만 허가를 받은 차량은 100여 대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됐다. 

정부는 푸드트럭 규제개혁이 현장에서 성과를 거둘 수 있도록 보완 대책과 사후 관리를 더욱 철저히 하고, 지자체들도 적극적인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특히 지역 상인들과 푸드트럭이 상생할 수 있는 묘안이 절실하다. 그래야 청년 창업과 일자리 창출이라는 푸드트럭의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

[매일신문]

10.대구경북도 조선업 구조조정에 따른 실업 대책 급하다

조선업 구조조정이 임박한 가운데 대량 실업 등 불안감이 날로 커지고 있다. 중소 조선업체와 선박 부품`원자재를 공급하는 금속`기계 업종, 전자 업종까지 타격을 받으면서 먹구름이 갈수록 짙어지고 있어서다. 구조조정은 기업 재활과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불가피한 일이다. 그러나 근로자 대량 실업과 지역 경제에 미치는 파장도 만만치 않아 정부의 정책 역량이 큰 시험대에 올랐다. 

이번 구조조정은 현대`대우`삼성 등 빅3 조선 대기업이 최악의 상황에 몰리지 않도록 메스를 대는 조치다. 하지만 구조조정에 따른 대량 실업 사태는 누구도 피해갈 수 없다. 이에 정부는 전직과 재취업 지원에 정책 초점을 맞추고 있다. 또 파견법 통과 등 노동 개혁을 통해 실업자 수를 낮추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특히 조선업을 ‘특별고용지원업종’으로 지정해 실업자가 받을 충격을 최소화하겠다는 입장이다. 

중소 협력업체 근로자의 실직은 이미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법정관리나 인력 감축 등 구조조정이 본격화하면 가장 먼저 타격을 받는 곳이 협력업체이기 때문이다. 빅3 대기업의 협력업체는 모두 700여 곳이다. 이들 협력업체 근로자만도 9만 명이 훨씬 넘는다. 

특히 울산과 부산, 거제 등 조선`플랜트 협력업체 실직자 수는 이미 지난해 1만5천 명을 넘어섰다. 경북 지역도 협력업체 상당수가 이미 폐업했거나 구조조정의 회오리에 휩싸인 상태다. 선박 원자재를 공급하는 포항철강공단 내 협력기업 중 14개 업체가 지난해 휴`폐업했고 올해 들어서도 문을 닫거나 일감이 없어 쉬는 업체가 늘어나 모두 39개에 이르렀다. 이는 공단 전체 343개 업체의 10%를 넘는 수치다.

이들 협력업체들은 구조조정 당사자인 대기업과 비교하면 충격의 강도가 더 크고 실업 지원 등 정부 대책까지 가장 늦어지는 등 여러모로 불리한 조건이다. 이런 현실을 감안해 정부는 중소 협력업체에 대한 정책 비중을 높이고 더 많이 배려할 필요가 있다. 정부와 지자체는 무엇보다 재취업`전직 등 각종 지원 프로그램을 세밀히 재점검해야 한다. 또, 국회도 대량 실업의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파견법 처리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등 힘을 보태야 한다.

주요 신문칼럼


1. [매경미코노미][서평] 나는 왜 늘 아픈가 | 질병 강박증에 사로잡힌 현대인

지구력 운동을 규칙적으로 하면 수명을 족히 6년은 늘릴 수 있다. 대학을 졸업하고도 남을 시간이다. 그러나 그만한 효과를 보려면 자고 먹고 일하는 시간을 빼고 남는 시간 중 절반은 헉헉대며 달려야 한다. 6년을 더 산다 해도 지난 세월을 왜 그렇게 살았는지 후회하게 될지도 모른다. 

독일 신경과 의사면서 의학 저널리스트인 크리스티안 구트는 ‘나는 왜 늘 아픈가’에서 건강 강박증에 사로잡힌 현대인을 그린다. 그는 오래 살기 위해 억지로 달리는 사람들을 보며 집단 패닉을 느낀다. 운동은 즐거워야 한다. 몸 안의 지방을 태우려 한 시간 동안 헉헉거리며 뛸 마음이 없다면 그냥 텔레비전을 다섯 시간 보면 된다. 여유 있게 달릴 때 소비되는 에너지는 편하게 앉아 있을 때의 다섯 배 정도니까.

구트는 40대 초반이다. 싱싱한 젊은이들을 부러워하며 오래 살수록 젊음은 멀어져 간다는 걸 깨우치는 나이다. 노화와 죽음을 미루고 싶은 인간의 욕구를 더 실감하는 나이기도 하다. 하지만 구트는 의학이 내세우는 약속을 무조건 믿고 따라야 하는가에 대해 의문을 품는다.

독일인들은 한 해 의료비로 381조원을 쓴다. 20년 새 두 배로 늘어난 액수다. 물론 비아그라를 사거나 보톡스 시술을 받는 데 쓰는 돈을 제외한 숫자다. 

나이 들어서도 일해야 하는 이들은 죽을힘을 다해 건강을 챙긴다. 의사들 돈벌이 기회도 그만큼 늘어난다. 효과가 의심스러운 대체의학도 번창한다. 부유한 고객을 행복하게 해주고 싶은 의사는 위험성도 부작용도 없는 유당 알갱이를 주면 그만이다. 

구트는 예방의학에 대해 상당히 회의적이다. 

“50대 셋 중 하나는 이미 몸속에 암세포를 갖고 있다. 80대가 되면 그 비율은 80%에 이른다. 미니 암은 대부분 문제가 안 된다. 서서히 자라기 때문이다. 어떤 종양이 죽음을 앞당길 만한 것인지 알아보는 데는 어떤 기술도 소용이 없다. 그저 기다려보는 수밖에.”

문제를 해결하려다 새로운 문제를 만들어내는 수도 많다. 구트는 전립선특이항원(PSA) 테스트를 예로 든다. 간단한 혈액 검사만으로 암이 있는지 알 수 있는 이 테스트는 발견되지 않아도 괜찮을 암까지 발견한다. 진행이 아주 느려 애완견처럼 평생 데리고 갈 만한 암 말이다. 실제 이 테스트 덕분에 목숨을 건진 사람이 한 명 있다면, 불필요하게 수술을 받은 사람은 20명에 이른다고 한다. 조기 검진으로 적시에 유방암을 발견하고 치료한 여성 1명당 10명 정도는 불필요한 치료를 받고 있으며, 200명은 암이 의심된다는 진단에 기겁해 놀란 가슴을 쓸어내려야 한다.

현대인들에게 의학은 거의 종교적인 아우라와 권위를 지닌다. 의학의 힘으로 죽음을 유예받고 고통이 경감되는 건 참으로 감사한 일이다. 그러나 유예는 언젠가 닥칠 일을 늦추는 것일 뿐이다. 

▶오래 살수록 병들 확률도 높아질 수밖에

내 몸에 대한 지나친 걱정이 병을 부른다

독일인의 40%가 심혈관 질환으로 사망한다. 하지만 대부분은 충분히 장수를 누린 후에 그 순간을 맞는다. 그러므로 이 질환을 가장 무서운 킬러로 몰아세우는 건 부당하다. 어느 순간이 되면 심장은 멈추는 법이다. 오래 살수록 병들 확률도 높아진다. 우리는 이 패러독스를 받아들여야 한다. 내 몸에 대한 지나친 걱정이 오히려 병을 부를 수 있다. 의학의 한계를 드러내는 저자의 입담은 걸쭉하다.

“주어진 시간들을 술집에서 보낼지, 인터넷 앞에서 보낼지, 러닝머신 위에서 보낼지 이따금 생각해야 한다. 어떻게 살든 심장이나 혈액 검사에서 문제가 나타날 날이 닥쳐올 것이므로.”

2. [매경이코노미][고재윤의 ‘스토리가 있는 와인’] (12) 보데가 까떼나 자파타 말벡 | 블렌딩용 포도를 명품 반열에 올린 주역

계절의 여왕 5월이다. 봄기운에 온몸이 노곤해지고 무기력할 때 카베르네 소비뇽이나 시라 같은 레드 와인 한 모금은 활기를 북돋워준다. 일반 레드 와인으로 활력이 조금 부족하다고 느낀다면 강렬한 맛이 일품인 말벡(Malbec) 와인을 권한다.

말벡은 아르헨티나를 대표하는 포도 품종이다. 말벡 와인이 세상에 이만큼 알려지기까지는 보데가 까떼나 자파타 와이너리의 공로가 컸다. 아르헨티나 최고의 와이너리이자 말벡 와인의 선구자로서 ‘말벡 혁명’에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보데가 까떼나 자파타 와이너리는 1902년 이탈리아 마르셰(March) 출신 이민자인 니콜라스 까떼나(Nicolas Catena)가 아르헨티나 멘도사에 정착하면서 4㏊의 작은 포도밭을 경작한 게 시작이다. 가족 경영으로 4대째 운영하고 있는데, 1980년대까지는 저가의 벌크와인을 주로 생산했다. 그러다 3대째인 니콜라스 까떼나에 의해 부흥기를 맞게 된다. 

할아버지와 이름이 같은 니콜라스 까떼나는 미국 버클리대 경제학 교수 출신이다. 그는 세계 최고 와인을 만들겠다는 야망을 갖고 10여년 동안 미세한 테루아를 연구했다. 1993년 멘도사 안데스 산맥의 우코 밸리(Uco Valley) 중에서도 해발이 가장 높은 1450m의 괄타라리(Gaualtallary)에 포도밭을 조성하고 여러 포도 품종을 심어 실험적인 와인 양조를 하고 또 했다. 그가 심은 포도 품종은 말벡, 카베르네 소비뇽, 카베르네 프랑, 피노 누아, 샤도네이 등 매우 다양했다. 

니꼴라스 까떼나의 10년여에 걸친 노력이 빛을 발해 영국의 대표 와인 잡지 ‘디켄터’는 2006년 ‘까떼나 말벡’을 ‘세계 50대 레드 와인’으로 추천하고 2009년에는 니콜라스 까떼나를 ‘2009년 올해의 인물’로 선정했다. 세계적인 와인 평론가 로버트 파커는 저서 ‘더 월드 그레이티스트 와인 에스테이츠’에 남미 지역 와이너리로는 유일하게 까떼나 자파타를 소개했으며, 2004년 빈티지는 98점, 2006년 95점, 2007년 96점을 줬다. 또 2005~2007년에는 미국 와인 평론지 ‘와인 스펙테이터 100대 와인’에 연이어 선정됐다. 

보데가 까떼나 자파타는 총 3개 등급 와인을 출시하고 있다. 기본급인 까떼나 클래식(Catena Classic), 중급 까떼나 알타(Catena Alta), 최고급 까떼나 자파타(Catena Zapata) 등이다. 2004년에 가장 품질이 뛰어난 말벡 포도 품종만을 사용해 와인을 양조한 후 막내딸 아드리안나(Adrianna) 이름을 브랜드로 정한 아드리안나 와인도 최고급 와인에 속한다.

말벡은 원래 프랑스 보르도 지방에서 재배됐고 주로 블렌딩용으로 사용됐다. 그러나 아르헨티나에서 100% 말벡으로만 와인을 양조하면서 그 위상이 높아졌다. 최고 수준의 집중도와 복합미, 균형 잡힌 맛과 향 등 품질 면에서 인정을 받아 와인 양조에 새로운 지평을 열게 됐다.

까떼나 자파타 말벡 와인은 천혜의 자연을 와인에 그대로 담고자 테루아를 반영한 미세발효 방법을 사용한다. 프랑스산 오크 발효통에 약 15~30일간 담가둔 후 18~24개월 동안 프랑스산 뉴 오크통에서 숙성시킨다. 그다음 정제와 여과를 거치지 않고 병입한 뒤 24개월 동안 병 숙성을 한다.

까떼나 자파타 말벡 와인은 안데스 산맥 기슭의 심한 일교차 덕분에 당도가 상당히 높은 편이다. 또 백년설이 녹아내린 물로 인해 미네랄이 풍부하다. 진한 루비색에 말린 자두, 블랙체리, 향신료, 제비꽃, 카시스, 초콜릿, 훈제 향이 난다. 고지대에서 자란 포도라 풀보디 하지만, 생각보다 무겁지 않고 타닌이 부드러운 데다 경쾌한 느낌마저 준다. 

말벡 와인은 특히 한국 음식과의 조화가 뛰어나다. 불고기, 고추장 양념 돼지 요리, 쇠고기 갈비살 구이 등과 어울린다. 가격은 등급별로 2만5000~20만원 정도.

3. [머니투데이][우보세]초등 수학에 머리 긁적이는 학부모

요즘 취재하고 기사 쓰는 일보다 힘든게 초등학교 2학년 아들 수학공부를 도와주는 일이다. 우리 때만 해도 그 나이 때 덧셈, 뺄셈과 같은 연산이 고작이었는데, 요새 초등학생 수학은 "초등학생이 이런 문제를 풀수 있어"라고 할 만큼 난해하다.
비단 기자 뿐 아니라 주변에 초등학생 자녀를 둔 지인들로부터 자녀의 수학 공부를 돕다가 쩔쩔맸다는 얘기를 심심치 않게 듣는다. 그럴만도 한것이, 현재 초등학생들이 배우는 수학은 국어와 수학을 합쳐 놓은 듯한, 이른바 '스토리텔링 수학'으로, 과거 연산 수학에 익숙한 부모들에게는 너무나도 생소하다. 

현재 초등학생들이 스토리텔링 수학을 접하게 된 것은 200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정부가 '2009 교육 개정 과정'을 발표하면서 초중고 교육 시스템이 180도 달라지게 되는데, 이때 수학이 가장 큰 폭으로 변경됐다. 

개정된 교육 과정의 핵심은 학생들이 수학을 쉽고 재미있게 배우는데 목적을 두고있다. 이는 한국 학생들이 PISA(국제학업성취도평가)에서 핀란드와 함께 최상위권에 포함되며 수학교육 강국으로 꼽혔지만 수학에 대한 흥미도 등 정성평가에선 최하위권에 맴돌자 개선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이에 정부는 교육 개정 과정을 통해 수학을 단순 계산 방식이 아닌 개념과 원리를 알고 학습동기 및 흥미를 유발하는데 초점을 맞췄고, 스토리텔링 수학이라는 새로운 개념의 수학이 탄생하게 됐다. 

대략 스토리텔링 수학 문제 형식은 '영희가 빨간사과 1개를 가지고 있고 철수가 청사과 1개를 가지고 있는데 영희와 철수가 가지고 있는 사과는 모두 몇개 일까'의 서술형 방식을 띠고 있다. 기존에 식을 암기해 정답만 맞추면 수학 천재가 됐던 것과 달리, 스토리텔링 수학은 계산을 넘어 문제를 이해하고 응용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창의력 수학을 근간으로 한 스토리텔링 수학은 원래 취지와 다르게 적잖은 부작용을 낳고 있다. 갑작스런 수학교육의 변화는 부모들을 불안케 하면서 구태의연한 조기교육, 사교육 확산을 가져왔다. 부모도 모르는 수학을 아이가 배우면서 감당이 되지않자 학교도 들어가기 전부터 학원문을 두드리는 사례가 늘어난 것이다. 가뜩이나 치열한 경쟁에 몸살을 앓고 있던 출판·교육업체들도 이때가 기회다 싶어 '창의력 수학', '논술형 수학', '서술형 수학', '스토리텔링 수학' 등 각종 학습지 및 학습 프로그램을 만들어 이를 부추기고 있다. 

여기서 끝이 아니라 부모들이 집에서 공부를 도와주면서 스토리텔링 수학마저 암기 방식을 요구해 아이들이 수학에 대한 흥미를 갖기는 커녕 오히려 수학을 어려워하고 멀리 하는 현상까지 일어나고 있다.

세상이 달라지면서 교육환경도 달라지게 마련이다. 그러나 세대간 너무나 다른 교육을 받은 탓에 오히려 혼란만 가중시키고 있다. 한간에선 아이가 아니라 부모가 학원을 다녀야 할 판이라는 우스갯소리도 나온다. 스토리텔링 수학의 탄생 목적이기도 한 '재밌는 수학, 창의적인 수학'이 제대로 정착되기 위해서 다시한번 초심을 되돌아 볼 때가 아닐까.

4. [중앙일보][문소영의 컬처 스토리] 전통이 재미있으면 하지 말래도 한다

요즘 서울 광화문과 삼청동 일대에 나가보면 색색의 한복을 입고 돌아다니는 사람을 많이 볼 수 있다(사진). 지난해에는 두세 명 그룹의 10~20대 여성이 대부분이었는데 올해에는 남녀 커플이나 가족도 종종 눈에 띈다. 이렇게 한복 입은 사람들을 보면 고궁의 담장도 살아 숨 쉬는 느낌이다.

그런데 어떻게 된 걸까? 몇 년 전만 해도 명절 아닌 날에 길에서 한복을 입고 다니는 사람은 결혼식의 부인 하객밖에 없었는데. 한 가지 원인으로 짐작되는 것은 사진 기반 소셜미디어의 인기다. 인스타그램 해시태그로 검색해 보니 지난 연휴를 기점으로 #한복이 약 39만6000건, #한복스타그램이 약 4만2000건, #한복체험이 약 2만 건에 이른다. 한복을 입고 돌아다니며 그 사진을 찍어 올리는 것이 하나의 놀이가 된 것이다. 그와 함께 한복대여 업체도 부쩍 늘었다.

지난달, 내가 소속된 영어신문에 관련 기사를 싣기 위해 후배 기자에게 취재를 하도록 했다. 한복 체험자들에게 “왜” 하는지 꼭 물어보라고 했다. 후배는 취재를 마치고 말했다. “SNS에 다른 사람들이 한복체험 사진 올린 걸 보니 예쁘고 재미있어 보여서라는 대답이 많았어요. ‘재미’가 압도적 이유였어요. ‘한국 전통문화를 배우고 알리기 위해’라는 대답은 의외로 없더라고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어떤 사람들은 바로 이 점을 염려하며 한복에 대한 깊은 이해 없이 반짝 유행으로 그칠 것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나는 오히려 반대로 생각한다. 기본적으로 ‘재미’를 위한 한복체험이기에 한복 문화 확산에서 강력하게 효과적이며 지속적일 수 있다. 그 재미가 한복 탐구로 이어질 일이 과연 없을까? 외국인이 거리의 한복 남녀를 보며 한국 문화에 더 흥미를 가질 일이 과연 없을까?

네덜란드 문화사학자 요한 하위징아는 1938년 저서 『호모 루덴스(놀이하는 인간)』에서 놀이야말로 인류 문화의 기원이고 원동력이며 그 놀이의 본질은 재미라고 했다. 90년대부터 “한복의 일상화로 민족의 혼과 정신을 찾고자” 정부가 지정한 ‘한복 입는 날’은 전혀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반면에 2011년 시작된 민간단체 ‘한복놀이단’의 플래시몹과 2012년 시작된 전주 한옥마을의 ‘한복데이’ 축제는 점차 호응을 받았고, 마침내 사진 기반 SNS를 타고 서울 중심부에 한복 남녀의 폭발적인 출현을 낳았다.

한복체험 인기를 심도 있는 문화로 발전시키기 위해 물론 정부와 전문가의 역할도 필요하다. 하지만 거기에는 반드시 우리가 ‘놀이하는 인간’이라는 전제가 있어야 한다.

5. [동아일보][박윤석의 시간여행]정부없던 시절, 어린이날과 어버이대회

1925년 5월 1일. 그날은 노동절이자 어린이날이었다. 일체의 사회운동을 강력 단속하는 치안유지법이 막 공포된 살벌한 시절이어서 노동자들의 가두 행진은 없었다. 다만 어린이들의 행렬이 그를 대신했다. 광복 이후 5월 5일로 변경되기 전까지 어린이날은 한동안 5월 1일이었다. 

이날 하루를 ‘어린이 데이’로 선언한 서울 등 주요 도시에서 성대한 기념행사가 펼쳐졌다. 60만 장의 전단과 1만여 장의 포스터가 전국에 뿌려졌고 200여 단체의 20만 회원이 참가했다. 동아일보는 어린이날 특별 호외를 발간하여 그 행사 내용을 상세히 전했다. 주최 측을 대표하여 소파 방정환은 “이날은 메이데이이자 어린이날인 까닭에 서로 뒤섞이는 폐가 없지 아니합니다만 메이데이는 메이데이이고 어린이날은 어린이날”이라고 선언했다(동아일보 1925년 4월 30일자).

3주년 맞이 어린이날 기념 놀이가 식전행사로 오전 10시부터 시작되었다. 서울 북촌 일대에 폭죽이 터지는 것을 신호로 여학생 자원봉사자들이 가슴에 어여쁜 꽃을 꽂고 소년소녀 어린이들을 인도하여 길거리를 돌며 오색 전단을 가두에 살포했다. 종이마다 다음과 같은 내용들이 적혀 있었다. ‘우리가 잘 살아날 도리는 오직 한 가지, 어린이를 잘 키우는 데 있습니다.’ ‘희망을 살리자, 어린이를 위하자.’(동아일보 1925년 5월 1일자) 

오후 3시부터 경운동 천도교회당 넓은 뜰에서 어린이날 축하식이 열렸다. 그곳은 어린이운동의 창도자인 방정환의 활동 거점이었다. 월간 아동잡지 ‘어린이’도 거기서 발행되고 있었다. 운집한 어린이들은 ‘소년운동 만세’를 세 번 연창하고서 저마다 손에 쥔 고무풍선 5000여 개를 일제히 공중에 날려 보냈다. 

풍선마다 주인 되는 어린이의 이름과 주소가 적혀 있었다. 그 풍선을 주워 닷새 안에 천도교당 내에 위치한 ‘소년운동협회’로 가져오는 이에게는 소정의 상품을 준다고 했다. 그중 가장 먼 곳까지 날아간 풍선을 가져온 어린이 10등까지 시상토록 했다. 

이어 오후 4시부터 열다섯 팀으로 나뉜 어린이 행진대가 저마다 네 줄로 행렬을 지어 다양한 구호가 적힌 깃발을 높이 들고 천도교당을 나섰다. 소년소녀들은 노래를 부르며 안국동을 거쳐 종로로 진출해 비각 앞을 돌아 덕수궁 대한문을 지나 황금정으로 해서 동대문과 창덕궁 등 서울 중심 각 방면을 누빈 뒤 다시 천도교당으로 돌아왔다.

가두 행진은 끝났지만 행사가 다 끝난 것은 아니었다. 천도교당과 종로 YMCA에서 동시에 축하오락회가 열려 밤늦도록 계속되었다. 시내 어린이들이 연합하여 준비한 동화극 가극 같은 공연을 선보였다. 

오락거리가 드문 시절에 5월 1일 하루 종일 진행된 ‘어린이 대회’는 그렇게 끝나고 다음 날에는 ‘어머니 대회’가 열렸다. 유익하고 재미난 교양 강연을 비롯한 경축행사가 오후 2시부터 벌어졌다. 어머니 대회가 끝나고 밤에는 같은 장소에서 8시부터 ‘아버지 대회’가 이어졌다. 연극과 무용, 음악 공연이 펼쳐졌다. 어버이날이 없던 시절이었다. 어른들의 두 행사는 입장료 10전씩을 받았다. 그 수익금은 3일째 날 오전 11시부터 속개된 ‘직업소년 위안 야유회’에 경비로 쓰였다. 

3일간의 이 모든 일정은 정부 없는 나라에서 어린이의 미래를 위해 민간 차원에서 벌어진 행사였다. ‘새 조선의 일꾼은 어린이!’ ‘잘 살려면 어린이를 위하라!’ 그러한 구호가 머리 제목을 장식한 동아일보 호외에는 방정환의 특별기고가 실렸다. 소년운동협회 대표 자격으로.

“예전 스파르타 사람들이 이웃나라와 싸워 패전하였다. 전승국에서 ‘너희 나라 어린 사람 100명을 우리나라로 보내라’고 하자 ‘우리가 모두 죽을망정 어린 사람은 단 한 사람도 보낼 수 없다. 차라리 어린이 대신 우리 큰 사람 100명이 가겠다’고 하고 적국의 노예로 자진해 갔다.”

방정환은 그 심정을 이렇게 유추했다. ‘지금은 너희에게 졌을망정 우리 어린이대에도 질 줄 아느냐. 우리가 종이 될망정 우리 어린이를 남에게 맡기는 것은 우리의 장래까지 빼앗기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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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늙은최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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