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7월 1일 금요일 오늘의 주요 신문사설·칼럼
※이 자료는 교육용으로 쓰기 위해 올리는 자료로 상업적 목적은 없으며 선정된 사실의 정치적 성향은 블로그 운영성향과 무관합니다.
주요 신문사설
[이데일리]
1. 서별관회의, 기록 남기지 않는 이유 뭔가
입법권력과 행정권력이 끊임없이 충돌하는 바람에 국민의 근심을 자아내고 있다. 이번엔 청와대 서별관회의가 논란의 중심에 섰다. “대우조선해양 지원 방안을 논의한 회의 기록과 자료를 내놓으라”는 국회와 “그릇된 선례를 남길 수 없다”는 행정부가 팽팽히 맞섰다. 국회 정무위원회는 그제 금융위원회 및 금융감독원의 업무보고 도중 이 문제로 두 차례나 정회 소동을 빚었으나 여전히 해법을 찾지 못한 상태다.
서별관회의는 경제부총리를 비롯해 청와대 경제수석, 금융위원장, 금융감독원장, 한국은행 총재 등이 청와대 서(西)별관에 모여 주요 경제 현안을 다루는 비공식 회의다. 어떤 식으로든 부처 간 의견 조율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이 회의의 운영 자체에 대해 시비를 걸자는 얘기는 아니다. 이미 김영삼 정부 말기인 1997년 도입된 이래 노무현 정부에서 사실상 정례화된 회의체다.
문제는 회의 내용을 어디까지 공개하느냐다. 대우조선에 4조 2000억원의 자금 지원을 결정한 회의 기록과 자료를 제출하라는 야당의 요구에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속기록이나 발언록은 존재하지 않고 관련자료 공개도 바람직하지 않다”며 거부했다. 채택되지도 않은 자료가 공개되면 시장에 혼란을 준다는 이유에서다. 일본이 한국의 조선업 구조조정에 대해 시장왜곡 문제를 제기한 상황이므로 더더욱 자료를 공개할 수 없다는 임 위원장의 배경설명에도 충분히 수긍한다.
그러나 아무리 비공식 회의라지만 기록이 없다는 건 도무지 이해하기 어렵다. 밥 먹고 커피나 마시며 잡담하는 자리라면 모르되 그처럼 중요한 국사를 다루면서 기록조차 없다니, 책임 소재를 남기지 않겠다는 뜻인가. 장관급 인사가 국회의원들 앞에서 “기록이 없다”고 천연덕스럽게 답변하고 회의 날짜와 참석자, 안건 등 기밀이 아닌 자료라도 공개하라는 여야의 요구를 ‘선례’ 운운하며 일축한 것은 행정부에 만연한 국회 경시 풍조의 단면을 보는 듯해 씁쓰레하다.
‘입법권력 폭주’에 대한 우려가 여전한 것은 사실이나 국정을 행정부의 전유물로 여기는 듯한 태도 역시 마뜩찮다. 엄혹한 대내외 도전을 극복하려면 국회와 정부가 똘똘 뭉쳐도 모자랄 판에 사사건건 충돌하느라 국정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면 그 피해는 결국 국민 몫으로 돌아올 뿐이다.
2. 국회의원 특권포기 움직임을 주시한다
국회의원들의 특권 내려놓기가 점차 가시화하는 분위기다. 어제는 새누리당이 불체포 특권을 포기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체포동의안이 국회 본회의에 보고되고도 72시간 동안 표결하지 못할 경우 자동 폐기되는 현행 규정을 없애도록 국회법을 개정키로 했다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서영교 의원의 ‘가족 보좌관’ 사태와 안철수·천정배 공동대표의 사퇴까지 초래한 국민의당 리베이트 사건으로 국민의 눈총이 쏠린 결과다.
불체포특권은 그동안 줄곧 논란의 대상이 돼 왔다. 의원들이 심각한 비리를 저지르고도 ‘방탄국회’에 의존해 구속을 회피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했다. 국회가 의원들의 비리를 감싼 꼴이다. 그러나 회기 중이라도 범죄 혐의가 있는 의원은 법원 영장실질심사에 자진 출석하도록 의무화하고 출석을 거부할 경우 국회 윤리위원회에서 징계토록 추진하겠다니, 추이를 지켜보고자 한다.
이번 제20대 국회는 임기를 시작한 지 불과 한 달밖에 안 되지만 이미 너무 많은 취약점을 드러냈다. 더욱이 ‘깨끗한 정치’를 표방했던 국민의당에서도 총선 홍보물 리베이트 사건으로 왕주현 사무부총장이 구속되고 박선숙·김수민 의원까지 검찰 수사를 받게 된 것은 유감이다. 의혹이 불거지던 초동 단계에서 어물쩍 넘어가려다 결국 지도부에까지 불똥이 튄 상태다. 더불어민주당도 서 의원에 대해 자진탈당을 권고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새누리당도 비난만 할 형편은 아니다. 박인숙 의원을 비롯해 이완영·박대출·강석진 등 소속 의원들이 친인척을 보좌진으로 채용하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자기에게도 똑같은 흠집이 있으면서 상대방만 헐뜯은 모양새다. 8촌 이내의 친인척을 보좌진으로 채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당 차원의 대책이 서둘러 제시된 것도 이에 대한 비난을 의식한 탓일 것이다.
또 다른 문제는 세비 삭감 문제다. 지난 선거운동 과정에서나 당선이 확정된 뒤 세비 50% 반납, 금융기관 신탁 등 여러 방안을 내놓고도 막상 임기가 시작해서는 월 880만원씩 받는 세비로도 모자라다며 여기저기서 아우성이다. 결국 그런 핑계를 들어 세비를 동결하자는 쪽으로 가닥을 잡아가는 듯하다. 돈 봉투만은 내놓지 못하겠다는 투다. 이래서는 반쪽 개혁에 그칠 수밖에 없다.
[서울신문]
3. 주먹밥보다 못한 대전 봉산초등학교 급식
그제 SNS에 올라온 학교급식 사진들이 학부모들의 공분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대전 서구 신갈마로 봉산초등학교 학부모들이 올린 사진 속 식판에는 도저히 초등학교 어린이들의 한 끼 식사로 보기 어려울 정도로 부실한 음식이 담겨 있다. 한 줌 우동을 주식으로 한 식판에는 반찬으로 꼬치 한 개와 단무지 한 조각이 놓였고, 후식인 듯한 수박 한 조각이 곁들여졌을 뿐이다. 또 다른 사진 속 음식은 푸석한 볶음밥과 멀건 국물 등이 전부다. 사진을 본 학부모들은 “교도소 음식도 저 정도는 아니다”라거나 “제 자식이라면 저런 음식을 내주겠느냐”며 사실로 드러날 경우 관련자들을 엄벌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대전시 교육 당국은 엄정한 진상조사를 통해 주먹밥보다 못한 부실 덩어리 급식 경위를 명백히 밝혀야만 할 것이다.
심신 양면에서 급격하게 성장하는 아동과 청소년 시기에는 균형 있는 영양 공급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탄수화물, 지방, 단백질 등 영양을 골고루 충분히 고려해 최소한 ‘1식 3찬’ 이상의 균형 잡힌 식단을 마련한 뒤 위생적인 조리를 통해 아이들에게 제공돼야 한다. 과거 새벽부터 정성스럽게 자식들의 도시락을 준비하던 우리 어머니들의 애틋한 심정까지는 아니더라도 이제 학교가 그 역할을 맡은 만큼 부모들이 믿을 수 있게끔은 해 줘야 하는 것 아닌가. 해당 학교에서는 급식을 거부하고 도시락을 싸 주는 학부모들까지 있다니 그만큼 학교와 교육 당국을 믿지 못한다는 얘기다. 부실 급식은 이번에 문제 된 학교만의 일도 아니다. 잊을 만하면 어김없이 튀어나온다.
현재 중학교까지는 무상으로, 고등학교는 급식비를 받고 급식을 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지만 대략 초등학생은 1인당 한 끼 3000여원, 중학생은 1인당 4000여원 정도의 급식비가 책정된다고 한다. 충분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그렇다고 주먹밥보다 못한 부실 급식을 해야 할 만큼 금액이 적다고는 생각할 수 없다. 책정된 급식비가 중간에서 줄줄 새지 않고서야 어떻게 단무지 조각의 부실 덩어리 급식이 이뤄질 수 있겠는가. 부실 급식 문제가 빈발하는데도 그때마다 어물쩍 넘어가는 교육 당국의 무책임한 행태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교육 당국은 부실하고 비위생적인 불량 급식 문제가 재발하지 않도록 차제에 학교급식 전반에 대한 획기적 개선책을 마련해야만 한다.
4. ‘셀프 대관식’ 김정은 도발 망상 키우진 않을까
북한 김정은이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라는 직책을 버리고 ‘국무위원회 위원장’이라는 새 직위에 올랐다. 그제 최고인민위원회에서 기존 최고 권력기관이었던 국방위를 국무위원회로 확대 개편하면서 모자를 바꿔 쓴 것이다. 지난 5월 노동당 대회에서는 당 제1위원장이란 명칭 대신 당 위원장이란 감투를 썼던 그다. 김정은이 3대 세습체제의 완결을 대내외에 선포한 셈이다. 하지만 북한의 정상 국가화를 뜻하지 않는다는 게 문제다. 외려 무소불위의 권력을 장악한 그가 앞으로 개혁과 개방에 소극적으로 나올 개연성이 짙어졌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그렇다면 북한 주민들의 삶에도, 평화통일로 가야 할 남북 관계에도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졌다고 봐야 할 것이다.
이제 김정은이 확고한 1인 체제를 구축한 것은 분명해 보인다. 그가 김일성의 직책인 주석직과 김정일의 국방위원장직을 ‘영구결번’으로 남겨 놓고 새 감투를 잇달아 쓴 배경이 뭐겠나. 선대의 후광에서 벗어나 그의 시대가 열렸음을 과시하려는 의도다. ‘노동당 위원장’ 직으로 당을 틀어쥔 뒤에 국무위원장이란 간판 아래 경제·외교와 국방·통일 등 국정 전반을 완전히 장악했음을 각인시킨 셈이다. 그제 조선중앙TV에 비친 최고인민회의 주석단에서 조는 그의 모습은 상징적이다. 지난해 회의석상에서 졸았다는 이유로 현영철 전 인민무력부장을 처형한 그였다. 북 권부에서 그에게 ‘직언’할 인사가 더는 없다는 얘기다.
그러나 그의 당·정·군 친정체제 구축이 북한 주민들에게 축복일 수는 없다. 최근 열린 북한 경제 세미나에서 한 전문가는 “북한 경제는 성장하면서 붕괴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암시장인 장마당이 성장하면서 주민들이 생계를 꾸려 가고 있지만, 배급 체계가 와해한 지 오래라고 한다. 이처럼 무너진 경제를 다시 세우려면 북한은 핵 개발을 포기하고 외부 세계에 도움의 손길을 내밀어야 한다. 하지만 김정은 체제는 거꾸로 가고 있다. 북 외무성은 어제 “핵 억제력 강화 조치를 연속적으로 취해 나가겠다”며 핵·경제 병진노선 사수 입장을 천명했다.
국무위원회라는 유일 독재용 기구가 있다고 중장기적으로 세습체제가 공고화될 것인가. ‘인민 생활’의 획기적 향상이 없는 한 전망은 어두울 수밖에 없다. 박봉주 북한 총리는 최고인민회의에서 구체적 생산 목표도 없는, 공허한 ‘국가경제발전 5개년 계획’을 발표해 한계를 자인했다. 북한 정권은 ‘개혁 울렁증’이나 개방을 거부하는 ‘자폐증’에서 벗어나지 않으면 미래가 없음을 알아야 한다.
5. ‘국민 눈높이’로 의원 보좌관 채용 개혁해야
젊은 세대의 취업을 늘리는 것은 이 시대가 당면한 최대의 과제다. 청년 취업률을 끌어올리지 못한다면 우리 사회는 미래가 없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고용 절벽이 결혼 기피를 낳고, 다시 세계 최저 수준의 출산율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우리는 이미 경험하고 있지 않은가. 게다가 우리의 노령화 속도는 세계 최고 수준을 달리고 있다. 취업 인구가 노령 인구를 경제적으로 감당하지 못하는 단계가 되면 그렇지 않아도 부실한 복지는 아예 파산 단계로 접어들 수밖에 없다. 그런 만큼 우리 사회 구성원이라면 누구라도 취업률을 끌어올리는 데 힘을 보태야 할 책임과 의무가 있다. 누구도 ‘남의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데 유독 마이동풍(馬耳東風)인 사람들이 있다. 한마디로 ‘쇠 귀에 경 읽기’다. 청년 취업을 비롯한 우리 사회 당면 과제를 앞장서서 해결해도 시원치 않을 국회의원들이다. 아무런 잘못도 저지르지 않았는데 이 사자성어에 등장한 말이나 소에게 오히려 미안할 뿐이다. 많은 취업 희망자들은 입사지원서를 낸 뒤 면접시험을 치를 기회만 잡아도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결국 낙방의 고배를 마셔도 ‘내가 모자란 탓’이라며 신발끈을 고쳐 매곤 한다. 아무리 취업의 문이 좁아도 기회가 균등하게 주어지면 참을 수 있다. 하지만 아예 기회조차 특권을 가진 누군가에 의해 봉쇄된다면 얘기는 근본적으로 달라질 수밖에 없다.
이것이 국회의원이 주도하는 ‘채용 비리’에 내포된 문제의 핵심이라고 본다. ‘가족 채용’이 대표하는 의원들의 ‘일자리 갑질’이 심각한 반발을 부르고 있는 것은 이 때문이다. 단순히 의원이 가족 한 사람을 보좌관으로 채용한 것이 문제가 아니다. 국민 전체에 주어져야 할 취업 기회 자체가 국회의원에 의해 원천적으로 봉쇄된 것을 참을 수 없다. 그런 사람을 ‘국민의 대변자’라고 얼마 전 바로 내 손으로 뽑았다니 허탈하기 이를 데 없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서영교 의원에서 시작된 ‘채용 비리’ 논란은 새누리당 박인숙 의원과 더민주 안호영 의원으로도 번졌다. 이들의 구체적인 ‘일자리 갑질’ 행태는 다시 거론하고 싶지도 않다. 결국 더민주는 어제 서 의원에 대한 중징계를 결정했다. 제명이나 당원 자격 정지가 될 것이라고 한다. 서 의원에게는 보좌진에게 후원금을 받은 혐의도 추가됐다. 더민주 당무감사원장은 “질책이 많다. 국민이 말씀하는 것을 겸허히 받아들여야 한다”고 이유를 밝혔다. 국민이 분노하는 진짜 이유는 아직도 모르는 듯하다. 그저 여론에 밀린 정치적 결정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정치권은 뒤늦은 대책을 경쟁적으로 내놓고 있다. 새누리당은 ‘8촌 이내 친인척 보좌진 채용 금지법’을 제정하겠다며 나섰다. 더민주는 의원들에게 서한을 보내 보좌진의 친인척 채용과 차명 채용, 근무 없는 봉급 수령과 월급 쪼개기 등 금지 사항을 전했다. 여야 교섭단체 3당이 공동으로 방지 대책을 마련하자는 제안도 나왔다. 한결같이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처신’을 강조하고 있다. 당연한 일이다. 다만 8촌까지 범위를 정한 것은 너무 과하다. 4~5촌만 해도 충분하다. 정치권은 국민과 눈높이를 맞추는 것은 물론 국민의 가슴 깊은 곳 아픔까지도 헤아렸으면 한다.
[동아일보]
6. 7500억 조선업 특별고용지원, 1년 뒤엔 어쩔 텐가
정부가 어제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빅3’를 제외한 7900개 조선 관련 업체를 특별고용지원업종으로 지정했다. 특별고용지원업종제도는 대규모 해고에 대비하기 위해 고용노동부 고시로 지난해 말 도입된 뒤 이번에 처음 적용되는 것이다. 경영난에 빠진 기업이 유휴 인력을 해고하는 대신 휴업이나 휴직을 시키면 정부가 주는 고용유지지원금 한도를 하루 4만3000원에서 6만 원으로 증액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고용보험료의 240%를 지급하는 중소기업 훈련비 지원 한도도 300%로 인상된다. 이달부터 내년 6월까지 1년 동안 총 7500억 원의 재정이 투입되는 파격적 지원책이다.
특별고용지원업종제도가 당장 일자리를 잃는 충격을 줄이는 쿠션 역할은 할 수 있다. 문제는 1년 뒤 휴업 또는 휴직을 끝낼 때면 조선업 경기가 되살아나 복직을 할 수 있느냐는 점이다. 독일 정부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기업이 고용을 유지하도록 휴업수당을 지원한 데는 경기가 되살아나면 경쟁력 있는 독일 산업계에 숙련 인력이 꼭 필요하다는 믿음이 있어서였다. 한국의 수주 점유율은 2011년 40.2%에서 올해 5.4%로 폭락했다. 경쟁력을 상실한 산업에 세금 퍼주어 명목상의 고용을 유지하는 것은 모르핀 처방일 뿐이다.
재취업을 위한 직업훈련이 확실하면 또 모른다. 실업급여 수령 기간 내 취업하는 경우는 10명 중 3명도 안 된다. 박근혜 정부가 자부하는 취업 성공 패키지도 직업훈련을 받은 업종에 취업하는 경우는 34%에 불과했다. 조리사 교육을 많이 받지만 취업은 사무직에 하는 식으로는 혈세만 아깝다. 내년 6월 말 지원이 끊기면 어디 가서 무슨 일을 하란 말인가.
정부는 대형 3사의 경우 수주 물량이 많아서 고용 유지 여력이 있다는 분석에 따라 이번 지원에서 제외했다. 그렇다면 대형 3사 노조가 ‘파업을 안 할 경우’라고 해도 향후 지원 대상에 넣어 국민 부담만 늘릴 이유가 없다. 그제 “정부가 낙관적인 전망을 갖고 임기가 끝날 때까지 (조선 및 해운업을) 연명시키려는 인상을 준다”고 한 유승민 새누리당 의원의 지적을 아프게 새겨야 할 것이다.
스웨덴 남부 항구 도시 말뫼는 2002년 코쿰스 조선소 크레인을 현대중공업에 단돈 1달러에 팔아 ‘말뫼의 눈물’을 흘려야 했다. 그러나 친환경 뉴타운 건설과 식품산업 육성으로 되살아났다. 복합건설업인 조선업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숙련된 기술인력에다 이종(異種) 산업을 융합해 4차 산업으로 키우는 발상의 일대 전환이 필요하다. 정부가 경쟁력 있는 조선사만 살리고 ‘포스트 조선업’으로 무엇을 키울지 고민하는 대신 1년만 넘길 궁리를 하고 있는 것이 답답하다.
[중앙일보]
7. 아이들 볼모로 한 무상보육 싸움 끝내라
어린이집과 야당의 반발을 샀던 맞춤형 보육이 오늘부터 전국적으로 시행된다. 어린이집을 이용하는 0~2세 75만 명이 대상이다. 맞벌이 가구는 하루 12시간의 종일반을, 그렇지 않은 가구는 하루 6시간의 맞춤반을 이용하는 제도다. 2012년 3월 도입할 때 맞벌이와 외벌이에 상관없이 온종일 돌봐주던 것을 선별적으로 바꾸는 것이다.
정진엽 보건복지부 장관은 어제 “저출산 극복을 위한 일·가정 양립 확대를 위해 맞춤형 보육을 보완했다”고 밝혔다. 핵심은 종일반 기준 완화와 수입 보장이다. 종일반 이용 다자녀 기준을 3자녀에서 2자녀로 완화해 외벌이 가정에도 개방한다는 것이다. 또 20% 삭감설로 어린이집의 집단 반발을 샀던 맞춤반 기본 보육료는 깎지 않기로 했다. 오히려 지난해보다 6% 인상해 보육 교사들의 처우 개선에 활용토록 한다는 계획이다. 수입이 줄어든다며 툭 하면 집단 휴업 엄포를 일삼는 어린이집 눈치를 보며 후퇴한 것이다.
어린이집 반응은 단체별로 다르지만 일단 혼란은 수습되는 양상이다. 하지만 또 다른 시한폭탄이 기다리고 있다. 앞서 벌어진 누리과정(만 3~5세 130만 명 무상보육)을 둘러싼 정부와 각 지방교육청 간의 예산 ‘핑퐁’이 해결되지 않아서다. 정부가 책임지라며 예산 편성을 거부한 일부 지역에선 어린이집이 또 가세해 2차 대란이 우려되고 있다. 아이들을 볼모로 한 이런 반목을 추방하지 못하면 결코 초저출산국(출산율 1.3명 이하)의 늪에서 빠져나오기 어렵다. 실상이 그렇다. 올 1~4월 신생아 수가 14만7900명으로 역대 최저를 찍었고, 내년부터는 14세 이하 인구가 65세 이상보다 적어진다. 인구절벽이 코앞인 것이다.
저출산을 극복하려면 안심 보육이 가장 중요하다. 박근혜 대통령도 엊그제 인천의 사업 현장을 찾아 “출산·육아·보육으로 인한 여성들의 경력단절이 절대 있어선 안 된다”고 보육망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런데 연간 10조원을 쏟아붓고도 제대로 작동되지 않는다. 잇속만 챙기려는 어린이집과 표만 곁눈질하는 정치권, 원칙 없이 휘둘리는 정부 3자의 공동 책임이다.
무엇보다 어린이집에 대한 근본 대책이 시급하다. 2012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이 ‘무상 시리즈’를 쏟아내 돈벌이에 나선 어린이집이 급증했다. 전국적으로 4만1551곳이 있는데 이 중 국공립은 6.6%(2749곳)에 불과하다. 동네 ‘빅 마우스’인 원장들에게 정치권이 부화뇌동하고 압도적인 숫자에 정부가 휘둘리는 이유다. 지금 엄마들의 분노와 불신은 임계점에 있다. 원장들부터 자성하고 신뢰 회복에 나서기를 바란다. 정부는 무상보육의 관리와 재정 주체를 명확히 하고, 국공립 확충 대책을 서둘러야 한다. 특히 어린이집의 집단행동을 엄단하고 보육 질이 부실한 곳은 퇴출시켜야 한다. 정치권의 책임은 더 막중하다. 지난해 말 여야 합의로 예산까지 통과시킨 맞춤형 보육을 야당이 뒷다리 잡아 일을 키운 게 아닌가. 말로만 초당적 협력을 외치지 말고 행동으로 보여라.
8. 김정은 시대 권력 구조 완성 … 우리의 숙제
북한이 엊그제 최고인민회의에서 사회주의 헌법을 개정, “국가 주권의 최고정책적 지도기관”인 국무위원회를 신설하고 김정은을 국무위원장으로 추대함으로써 김정은 시대의 권력 구조를 완성했다. 지난 5월 노동당대회에서 노동당 위원장으로 추대된 데 이어 김정은이 당과 국가기구를 아우르는 명실상부한 1인 체제를 확고히 다진 것이다.
국무위원회는 기존 최고권력기구였던 국방위원회를 확대 개편한 것으로, 군을 대표하는 황병서 총정치국장, 당을 대표하는 최용해 당중앙위원회 부위원장, 내각을 대표하는 박봉주 총리가 부위원장으로 모두 참여하고 있다. 연이은 핵과 미사일 실험을 통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군사뿐 아니라 경제와 대남·대외 정책 등을 모두 직접 챙기겠다는 김정은의 의도를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특히 분야별로 임명된 8명의 국무위원 가운데 외교 분야에만 2명(이수용·이용호)을 포진시킨 것은 북한이 스스로 핵 보유국임을 기정사실화하고 국제사회를 향한 외교 공세를 강화하겠다는 포석이 아닐 수 없다.
이와 관련해 주목되는 점은 기존 당중앙위원회 통일전선부의 외곽 조직에 불과했던 조국평화통일위원회를 정식 국가기구로 승격한 것이다. 북한 역시 이에 의미를 부여해 어제자 노동신문 7면에 통단 톱기사로 보도하며 “통일 번영의 휘황한 미래를 열어 나가기 위한 성스러운 투쟁을 강력하게 조직, 전개해 나가기 위하여”라고 해설하고 있다.
이는 북한이 이미 연석회의나 민족적 대화합을 거론하며 내세우고 있는 대남 평화·대화 공세를 더욱 강화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북한의 전통적 통일전선 전략 차원의 유화 전략일지라도 이로 인해 우리 사회 내부에서 “비핵화 없이는 대화 없다”는 정부의 입장을 계속 유지하는 게 과연 적절한가에 대한 논란이 커질 가능성도 있다. 정부가 무조건 거부가 아닌 좀 더 치밀한 논리를 개발해 대응할 필요가 있는 이유다. 또한 지금 같은 경직된 태도를 넘어 핵과 당국 대화, 남북 경협·교류 등을 분리해 대응하는 보다 공세적인 전략적 접근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9. 한·미 FTA 흔드는 트럼프의 무책임한 선동
미국 공화당의 사실상 대선후보인 도널드 트럼프가 지난달 28일(현지시간) 무역정책 공약을 통해 보호주의 노선을 공식화했다. 트럼프는 펜실베이니아주 모네센에서 한 연설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등 민주당 정부가 추진한 무역정책들을 실패로 규정하고, 대통령에 당선되면 이를 바로잡기 위한 7대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외교정책에 이어 무역정책에서도 신(新)고립주의 노선을 천명한 것이다.
특히 그는 한·미 FTA를 정조준해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밀어붙인 한·미 FTA의 여파로 대한(對韓) 무역적자가 두 배로 늘고, 미국 내 일자리 10만 개가 사라졌다”고 주장했다. 자신이 대통령이 되면 재협상을 통해 한·미 FTA를 대폭 손질하거나 철폐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2012년 3월 한·미 FTA가 발효된 이후 미국의 대한 무역적자가 크게 늘어난 것은 사실이다. 2012년 152억 달러에서 지난해 258억 달러로 확대됐다. 하지만 무역수지는 환율, 경기, 수요, 비교우위 등 복합적 요인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 이를 무시하고FTA 탓이라고 몰아붙이는 것은 대선후보의 자질을 의심케 하는 단순무식한 발상이다.
그의 주장이 터무니 없다는 것은 어제 미 상무부 산하 무역위원회(ITC)가 발표한 보고서에서도 입증된다. 무역으로 인한 산업 피해를 평가하는 독립기구인 ITC는 ‘무역협정의 경제적 영향’이란 보고서에서 지금까지 한·미 FTA가 미국에 48억~53억 달러의 수출증대 효과를 가져왔고, 특히 지난해에는 158억 달러의 상품수지 개선 효과를 발휘했다고 밝혔다. 한·미 FTA가 없었다면 지난해 미국의 대한 무역적자 폭은 416억 달러로 훨씬 더 커졌을 것이란 의미다.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엉터리 정보로 민심을 왜곡하는 포퓰리즘이 어떤 참담한 결과를 초래하는지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인 브렉시트는 생생히 보여주고 있다. 표를 얻을 목적으로 양국의 이익에 기여하고 있는 한·미 FTA에 애꿎은 화살을 날리는 트럼프의 무책임한 선동을 미국인들은 냉정하게 표로 심판해야 할 것이다.
[매일경제]
10. 불합리한 건보료 부과체계 개편 하루가 급하다
더불어민주당이 어제 건강보험료 공청회를 열고 소득 중심의 건보료 부과 개편안을 발표했다. 현행 제도가 불공정하고 불합리하다는 지적이 많았던 터라 국민적 관심이 높았다. 더불어민주당은 가입자 종합소득을 객관적으로 평가한 뒤 직장과 지역 구분 없이 동일한 기준에 따라 보험료를 부과하는 방안을 제시했는데 진지한 검토가 필요하다.
건보료 제도의 가장 큰 문제는 직장과 지역 가입자가 전혀 다른 기준에 따라 보험료를 부담한다는 것이다. 직장 가입자는 종합소득이 연간 7200만원을 넘지 않으면 임금 소득만을 기준으로 건보료를 내고, 지역 가입자는 주택과 자동차 등 보유 재산을 근거로 건보료를 책정한다. 그러다 보니 퇴직이나 실직으로 직장을 나온 뒤 소득이 줄었는데도 보험료가 2~3배 뛰어 '건보료 폭탄'을 맞는 가입자가 한둘이 아니다. 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직장을 나온 지역 가입자 10명 중 6명은 건보료가 올랐고, 늘어난 부담액도 평균 3배에 육박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직장 가입자의 피부양자로 등재하면 보험료를 면제해 주는 제도 역시 형평성 문제가 제기된다. 김종대 전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은 퇴임 직전인 2014년 "생활고로 동반자살을 했던 '송파 세 모녀'는 전월세가 재산으로 간주돼 월 5만원 넘게 건보료를 냈지만 나는 연간 수천만 원의 연금 소득이 있는데도 직장 가입자인 아내의 피부양자로 등록하면 보험료를 한 푼도 안 낸다"며 제도의 맹점을 지적한 바 있다. 건강보험 피부양자가 지난해 6월 기준으로 2000만명이 넘어섰고, 퇴직 후 보험료를 덜 내려고 위장 취업해 적발된 사람이 최근 5년간 8600여 명에 달했다고 하니 어떤 식으로든 손을 봐야 한다.
건보료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공감대는 이미 형성돼 있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등 야당뿐만 아니라 정부와 여당도 개편의 필요성에는 동의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1월 제도 개선 방안을 발표하려 했으나 고소득자들이 거세게 반발하자 백지화했는데 이제 더 이상 미뤄서는 안 된다. 충분한 논의와 여론 수렴 과정이 필요하겠지만 모두를 만족시킬 수 없는 사안이니만큼 시한을 정해놓고 과감하게 밀어붙여야 한다.
주요 신문칼럼
1. [동아일보][@뉴스룸/이세형]아프리카의 ‘한국 워너비’들
‘헬조선’ 안에서는 이해하기 어려울 것이다. 밖에선 한국을 부러워하고 따라하려는 나라들이 적지 않다. 특히 아프리카 개발도상국들 사이에 ‘한국 워너비(Wannabe·닮고 싶어 하는) 현상’은 뚜렷하다.
이 나라들은 경제·산업은 물론이고 건강보험, 환경오염 물질 관리, 교통인프라 구축 등 보건과 환경 분야에서도 한국을 벤치마킹하고 싶어 한다. 자국의 미래를 책임질 엘리트 공무원을 한국에서 교육받게 하려는 나라도 많다. 이들에게 일제강점기와 6·25전쟁을 이겨내고 민주화와 경제 성장을 이뤄낸 한국은 롤모델인 동시에 지식과 노하우를 알려줄 수 있는 족집게 과외 교사나 다름없다.
지난달 박근혜 대통령의 아프리카 방문을 계기로 닻을 올린 ‘코리아 에이드(Korea Aid)’도 개도국과 국제기구들의 적잖은 관심을 받고 있다. 코리아 에이드는 한국의 사실상 첫 번째 아프리카 공적개발원조(ODA)사업이다.
기자는 박 대통령의 아프리카 순방(에티오피아 우간다 케냐) 직전 에티오피아와 우간다를 다녀왔다. 세계은행이 주도하는 한국형 녹색 ODA 현장을 취재하기 위해서였다. 코리아 에이드에 대한 현지 공무원과 국제기구 관계자들의 의견도 들을 수 있었다.
낙후지역을 찾아가 보건(이동검진 차량), 음식(푸드 트럭), 문화(문화·영상트럭) 서비스를 제공하는 코리아 에이드의 방향에 대해선 신선한 시도라는 평가가 많았다. 이동검진 차량을 통해 여성 건강, 특히 소녀들의 건강을 관리할 것이란 계획에도 후한 점수를 줬다.
하지만 차량을 이용해 낙후지역을 돌아다니는 ODA는 효과가 제한적인 보여주기식 이벤트에 가깝다는 느낌이 들었다. 제조업 육성에 적극적인 에티오피아의 공무원들과 국제기구 관계자들은 “우리는 과학기술에 관심이 많다”고 했다. 과학기술 관련 내용이 코리아 에이드에 포함되지 않은 게 아쉽다는 얘기였다.
에티오피아는 한국의 과학기술 육성 노하우를 배우는 데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이 나라 이공계 최고 명문대인 아다마과학기술대(ASTU)와 아디스아바바과학기술원(AAiT)의 총장이 모두 한국인이다. 두 대학은 공공연히 ‘아프리카의 KAIST’를 표방한다. 우간다에서 만난 공무원들은 “인하대 아태물류학과는 얼마나 인기가 있느냐”며 학과 이름까지 알고 있었다. 한국의 과거와 현재의 경제정책과 과학기술 성장 과정을 잘 아는 원로 교수들이 도움을 주었으면 좋겠다는 사람들도 있었다.
한국의 ODA는 북미, 유럽, 중국에 비해 규모가 작고 역사도 짧다. 한정된 자원으로 효과를 내려면 세밀한 전략이 필요하다. 앞으로 진행될 코리아 에이드 사업에선 수혜국들이 무엇에 목말라 하는지 정확히 파악한 다음에 이들의 갈증을 해소해 줘야 한다. 코리아 에이드란 브랜드에 대한 인지도가 높아지고 ‘한국 워너비’도 더욱 많아지는 길이다.
2. [중앙일보][취재일기] 불량급식 면피에 급급한 대전교육청
“아이들이 늘 배고프다고 해서 매번 혼을 냈는데 급식 때문이라는 말을 듣고 하늘이 무너지는 줄 알았죠.” “급식 맛이 없다고 하면 엄마가 주는 것보다 좋다며 타일러 학교에 보내기도 했는데….”
30일 대전 봉산초등학교 학부모 모임인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올라온 글이다. 배가 아프거나 배가 고프다고 호소하는 아이들에게 꾀병이라고, 밥 좀 그만 먹으라고 꾸중했던 부모들이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는 내용도 있었다. 친환경 급식이라고 믿었던 학부모들은 식단을 보고 어이가 없어 화를 내지도 못했다. 1년 넘게 이런 급식을 먹은 아이에게 미안해서였다.
학부모들이 공개한 식단을 보면 불어터진 우동에 단무지 한 쪽, 수박 한 조각이 전부였다. 어떤 날은 두부부침 한 개와 깍두기 2개가 반찬으로 나왔다.
급식실의 위생상태는 더 엉망이었다. 식탁과 배식대에서 기준치를 수십 배나 초과하는 세균이 검출됐다. 배가 아프거나 장염에 걸린 아이들이 속출하는 것도 이 때문이었다. 그런데도 학교 측은 “집에서 먹은 것 때문”이라며 학부모에게 잘못을 돌렸다. 한 1학년 학부모는 “입학 4개월 만에 장염으로 네 번 결석, 세 번 조퇴했다. 너무 아파서 양호실에 갔다는 아들이 거짓말하는 것으로 알았다”고 울먹였다.
맛없는 급식을 먹으면서 아이들은 인격모독도 당해야 했다. 먹고 싶지 않아도 먹어야 했고 더 먹으려면 “주는 대로 먹어”라는 핀잔만 들었다. 수박 한 조각이 더 먹고 싶었던 1학년 아이는 담임교사의 손을 붙잡고 가서야 겨우 한 개를 더 얻어먹을 수 있었다.
학부모들은 지난해 4월부터 이런 문제를 알고 학교 측에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관리·감독기관인 대전시교육청과 대전서부교육지원청, 해당 학교는 “우리가 해결할 사안이 아니다”며 1년 넘도록 책임을 떠넘겼다. 교육 당국이 책임 회피에 급급한 동안 피해는 고스란히 아이들에게 돌아갔다. 봉산초 교장과 교사들도 급식 관리가 부실한 사실을 인정했다. 왜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할 말이 없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뒤늦게나마 대전시교육청은 봉산초를 특별감사하기로 했다. 교육청을 믿을 수 없다는 학부모의 요청을 받아들여 이번 감사에 학부모 대표가 참관한다. 봉산초의 급식 문제는 단순히 실태 파악에 그쳐서는 안 된다. 식재료 구매 내역, 수입·지출 현황, 아이들에 대한 인격모독 등을 샅샅이 조사해야 한다.
학생들이 양질의 급식을 먹도록 근본적인 대책을 제시해야 한다. 어른들의 잘못으로 아이들이 피해를 보는 일은 더 이상 없어야 한다.
3. [한국일보][조은의 길 위의 이야기] 매듭이 풀릴 때
같은 골목에 사는 한 노인과 나는 처음부터 잘 지내지 못했다. 나보다 조금 늦게 이사 온 그는 낡은 오토바이를 늘 우리 집 대문 앞에 세워 공회전시키곤 했는데, 그게 사단이 되었다. 온 집안이 매연으로 매캐하던 어느 날, 나는 오토바이를 좀 옮겨달라고 부탁해야만 했다. 그는 ‘감히 내게!’ 하는 거친 태도를 보였는데, 그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그의 노여움은 복리의 이자처럼 불어났다. 가끔 찾아오는 동네의 작은 개를 위해 우리 대문 앞에 놓아두는 작은 물그릇까지도 그는 그냥 보지 못하고 깨거나 밟아버렸다. 그런 사람과 같은 골목에 살며 하루에도 몇 번씩 마주치는 괴로움은 한마디로 ‘리얼’했다. 이삼 층 높이로 있는 앞집의 기와가 골목으로 쏟아진 위험천만했던 지난 봄날. 아무것도 모르고 그 아래를 지나다니는 그를 계속 모른 척할 수 없었다. 조심하라는 말을 하기 위해 내가 불러 세웠을 때, 그는 땡감을 씹은 표정으로 거만하게 돌아섰다. 그걸 보는 내 기분도 떫었다. 나는 애써 태연하게 기와를 가리키며 조심할 것을 당부했다.
그러자 누런빛을 띤 그의 눈이 왕귤처럼 커졌다. 그리고 오늘 아침, 그가 우리 집 대문을 두드렸다. 그의 손에는 막 화단에서 따온 풋고추 몇 개가 들려 있었다. 무농약, 친환경 재배, 육질 등등의 단어를 입에 올리는 그의 체구는 평소처럼 거대해 보이지 않았다. 말투도 믿기 힘들 만큼 부드러웠다.
4. [연합뉴스]<최재석의 동행> 긴 병에 효자 없다
아픈 부모를 지켜보는 자식의 마음은 다 같을 것이다. 대신 아파줄 수도 없으니 더 가슴 아프고 안타깝다. 병상에 누운 노모는 연신 고통을 호소했다. 하지만 손을 꼭 잡아주는 것밖에 할 수 있는 게 없으니 답답할 뿐이다. 구순을 넘긴 어머니가 낙상으로 한 달째 입원 중이다. 좀체 기력을 회복하지 못한다. 차라리 안 보면 나으려나. 주말에 어머니를 보고 오면 한 며칠은 영 일이 손에 안 잡힌다. 대학병원에서는 오래 입원을 못 한다고 한다. 상처가 아물고 원기를 되찾아 퇴원하더라도 당장 어디로 모셔야 할지 걱정이 앞선다. 6남매가 이 문제로 갈등이나 불화를 겪지 않으란 법도 없다.
어머니 바로 아래 이모도 몇 년째 요양병원에 있다. 입원하기 전 어머니는 집에 가지 못하고 오랫동안 병원에 있는 당신 동생을 무척 안타까워했다. 속속들이 모르지만 이모를 집에 모실 수 없는 나름대로 가족의 사정이 있을 것이라 짐작한다. 거동이 어려운 환자를 집에서 하루 이틀도 아니고 계속 수발하는 게 보통 힘든 게 아니다. 오죽하면 '긴 병에 효자 없다'는 말까지 나왔으랴. 막상 우리 가족에게도 이 문제가 닥쳤다.
통계청 자료를 보면 2014년 기준 우리나라 남녀 평균수명은 82.4세, 건강수명은 65.4세다. 건강수명은 일생 중 질병이나 부상으로 고통받는 때를 제외한 기간을 말한다. 평균수명과 건강수명의 차이가 클수록 그만큼 노인 환자가 증가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65세 이상 노인 인구의 진료비 증가 속도는 가파르다. 2014년에는 전체 건강보험 진료비의 36.3%를 차지했다는 건강보험공단 통계가 있다. 2060년에는 노인 의료비가 최대 337조 원까지 늘어 올해 국가 예산 규모(386조 원)에 육박할 것이라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세브란스병원 김창오 노년내과 교수가 건강보험공단을 인용한 자료에 따르면 2014년 90대 이상 수술 환자는 1만4천200명에 달한다. 2004년의 4.1배로 늘었다고 한다. 병원에서도 의료기술이 발달해 나이가 많아도 환자가 정정하면 수술을 권한다. 100세가 넘은 환자가 수술받은 사례도 심심찮게 보고된다.
문제는 갈수록 늘어나는 노인 환자를 누가 돌보느냐다. 노인 간병 문제는 어느 가정에나 닥칠 수 있다. 핵가족화와 여성의 경제활동 증대 등으로 노인장기 요양 문제를 개인이나 가정에 전적으로 맡기기 어려운 세상이다. 설령 사정이 되는 집이 있다 해도 중병환자 간병을 배우자의 '도리'나 자식의 '효심'에만 의존하는 것은 너무 가혹한 일이다. 우리나라에도 2008년 7월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가 도입됐다. 혼자서는 일상생활이 곤란한 65세 이상 노인은 물론, 치매와 뇌혈관성 질환 및 파킨슨병 등 노인성 질환을 앓는 65세 미만도 대상이 된다. 요양 등급에 따라 재가급여, 시설급여, 특별현금급여 등으로 서비스가 나뉜다. 노인 환자 문제를 비로소 국가, 사회적 책무로 인식한 결과다.
이런 제도에는 여전히 사각지대가 있다. 일부 노인요양시설에서 자행되는 학대와 관련된 언론 보도가 나올 때마다 가족들은 불안과 자책감에 시달린다. 그렇다고 환자를 당장 집에 모실 수도 없다. 거동이 불편한 노인이 집에서 혼자 지내다 변을 당하는 일도 끊이지 않는다. 최근의 일이다. 지난 23일 오후 8시께 강원도 횡성군에 사는 '부모님이 전화를 받지 않아 걱정된다'는 A(43) 씨의 신고가 112에 접수됐다. 경찰이 A 씨의 부모가 사는 연립주택에 가보니 A 씨의 어머니(76)는 천장을 바라본 채 숨져 있었고, 그 옆에 아버지(77)는 말을 전혀 하지 못한 채 겨우 눈만 뜨고 있었다. A 씨의 어머니는 저혈압 등 지병이 있었고 아버지는 혼자 거동이 힘든 상태였다고 한다. 더욱이 A 씨가 이달 14일부터 나흘간 부모와 함께 지내다 상경한 직후 벌어진 변고라니 자식의 마음이 어떠했겠는가.
가족(부모, 자녀, 배우자, 배우자의 부모)이 질병, 사고, 노령으로 인해 돌봄이 필요할 경우에 사용할 수 있는 '가족 돌봄휴직제도'라는 게 있다. 연 90일을 사용할 수 있으며 한번 사용 때 최소 30일 이상을 사용해야 한다. 다만 사업주가 이 휴직을 허용하지 않을 수 있는 사유를 별도로 규정하고 있다. 예를 들어 가족 돌봄휴직이 정상적인 사업 운영에 중대한 지장을 초래하고, 이를 사업주가 증명하는 경우는 휴직이 안 된다. 허용 여부에 대한 사업주의 재량권이 너무 크다. 실제로도 이런 휴직을 했다는 직장인을 주위에서 찾기는 쉽지 않다.
우리보다 앞서 노인 문제가 닥친 일본 정부는 간병휴직 요건을 완화하는 추세다. 내년부터 조부모나 형제 간병을 위한 휴직의 요건인 동거 및 부양의무를 없애기로 했다. 현재 간병휴직은 자녀나 부모, 배우자 이외에도 조부모와 형제를 위한 경우도 인정되는데, 조부모와 형제는 함께 살며 부양하고 있어야 한다는 조건이 있었다. 노인 환자 문제에 국가와 사회가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때다.
5. [서울신문][기고] 안전은 산소와 같다/이영순 안전보건공단 이사장
‘진짜 사나이’라는 TV 프로그램이 있다. 이 프로그램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단골 메뉴가 있다. 화생방 훈련이다. 출연자들은 훈련 과정에서 호흡 곤란과 따가움 등으로 고통받는다. 화생방 훈련을 통해 느낄 수 있는 것 중 하나가 공기의 소중함이다.
우리가 숨 쉬는 공기는 주로 질소와 산소로 구성돼 있다. 이 중 산소가 약 21%를 차지한다. 산소가 거의 없는 공간에서는 순간적으로 실신하게 되고, 5분 이내 사망에 이를 수 있다.
여름철 특별히 산소가 부족한 공간이 있다. 맨홀이나 정화조 같은 밀폐된 작업 공간이다. 이들 밀폐 공간은 여름철이 되면 기온 상승에 따라 미생물 번식이 늘고, 장마나 집중호우로 철재 시설물이 산화하면서 산소 결핍 장소가 된다.
불활성 가스로 채워 놓은 설비도 주의가 필요한 공간이다. 반도체 설비 같은 곳은 질소와 같은 불활성 가스를 채워 놓는다. 제품 보호를 위해 외부 공기 유입을 차단하기 위해서다. 이러한 장소에 호흡용 보호장비 없이 들어가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안타깝게도 최근 질식 사고가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경북 고령의 제지 공장에서는 근로자 1명이 탱크 안에서 청소를 하던 중 유해 가스에 중독돼 쓰러졌다. 이를 본 동료 근로자 2명이 쓰러진 근로자를 구하러 아무런 장비 없이 탱크 안으로 들어갔다가 역시 쓰러졌다. 이 사고로 2명이 목숨을 잃고 1명이 중태에 빠졌다. 경기도 용인에서는 지하 맨홀에서 유량 측정 작업을 하던 근로자 2명이 유독 가스에 질식했다.
산업재해 통계에 따르면 지난 5년간 일터에서 92명이 질식 재해로 인해 사망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마다 20명 가까이가 소중한 생명을 잃은 셈이다.
안전보건공단에서는 질식재해 위험 경보를 발령하고 작업 현장 매뉴얼 보급, 산소농도 측정기와 공기호흡기 등의 안전장비도 무상으로 대여한다. 하지만 사고를 예방하려면 무엇보다도 현장에서 일하는 사업주나 협력업체 그리고 작업 근로자가 위험 정보를 서로 공유해야 한다. 공유된 정보를 바탕으로 안전대책을 마련하고 안전수칙대로 작업해야 사고를 막을 수 있다.
불볕더위와 높은 불쾌지수로 몸과 마음의 긴장이 늦춰지기 쉬운 7월이다. 7월 첫째 주 월요일은 산업안전보건의 날이고, 7월 첫째 주는 산업안전보건 강조 주간이다. 범국민적으로 산업재해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안전의 중요성을 확산시키기 위해 정부가 정했다. 올해로 49회째를 맞는 산업안전보건 강조 주간 행사가 오는 4일부터 5일간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다. ‘함께하는 안전보건 행복한 대한민국’이라는 주제로 기념식과 전시회, 안전보건의 최신 동향과 신기술을 살펴볼 수 있는 세미나, 발표대회, 사회 저명 인사의 안전특강, 안전연극 등 다채로운 행사가 마련된다.
산소가 인간의 삶을 유지하기 위한 필수 요소인 것처럼 안전은 행복한 삶을 위한 기본 조건이다. 7월 산업안전보건 강조 주간이 일터와 우리 사회에 신선한 안전보건 바람을 불어넣는 기회가 되길 희망한다. 안전한 일터, 건강한 근로자, 행복한 대한민국을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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