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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7월 11일 월요일 오늘의 주요 신문사설·칼럼

※이 자료는 교육용으로 쓰기 위해 올리는 자료로 상업적 목적은 없으며 선정된 사실의 정치적 성향은 블로그 운영성향과 무관합니다.

 

  

주요 신문사설


[이데일리]

1. 사드 배치 후폭풍에 빈틈 보여선 안된다

정부가 주한 미군부대에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인 사드(THAAD) 를 배치하기로 결정한 것은 군사 주권 차원에서 불가피한 선택이다. 갈수록 증대되고 있는 북한의 핵 및 미사일 위협에 맞서 국가와 국민의 안전과 생존을 지키기 위한 자위적 조치이기 때문이다. 정부의 이러한 결정을 두고 성급했다거나 절차가 불투명했다고 비판하는 주장들이 오히려 공허하고 무책임할 뿐이다.

주지하다시피 북한은 노동, 스커드, 무수단 등 다양한 중·단거리 미사일을 보유하고 있다. 남한 전역이 타격권에 포함돼 있음은 물론이다. 최근 들어서는 잠수함발사 탄도미사일(SLBM)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는 중이다. 김정은 체제가 들어선 이후 무기개발 움직임은 더욱 가속화하고 있다. 만약의 경우 북한의 미사일 도발을 가장 효과적으로 막을 수 있는 요격무기 체계가 사드다. 패트리엇 미사일과 함께 이중의 방어막을 이루게 된다.

문 제는 앞으로의 추진 과정이다. 그동안 논의로만 맴돌던 사드 배치가 기정사실화된 만큼 그에 따른 위험 부담과 반발도 함께 따를 것으로 우려된다. 그중에서도 중국과 러시아를 설득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특히 중국은 사드 배치 결정이 중국 안보에 심각한 위협이 된다며 극구 반발하고 있다. 사드 배치의 필요성과 불가피성에 대한 우리 입장을 이해시키는 데 외교력을 집중해야 할 것이다.

단 기적으로는 중국의 경제 보복 가능성에 대한 대응책도 마련해 놓을 필요가 있다. 우선 생각할 수 있는 보복 조치가 한국을 방문하는 자국 관광객의 규모를 제한하는 것이다. 그럴게 될 경우 우리 관광·숙박·유통업계가 심각한 타격을 피하기 어렵다. 우리 제품에 대한 중국 정부 차원의 차별적인 보호무역 조치도 강화될 가능성이 다분하다. 중국은 이미 삼성, LG 등 국내 배터리 제품을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한 바 있다.

사 드 배치가 거론되는 지역 주민들의 반발을 가라앉히는 과제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칠곡과 음성, 원주, 평택 등 후보지 주민들마다 벌써부터 대규모 반대집회를 열거나 계획 중에 있다. 부지가 최종 발표되면 반발 수위는 훨씬 높아질 것이다. 군 당국은 사드 레이더가 가동하더라도 민간인 지역에서 인체 유해성 논란이 일어나지 않도록 만반의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2. 홍기택 파문 ‘보이지 않는 손’ 누구인가

기어코 일이 어그러졌다.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은 그제 홍기택 씨가 맡고 있던 리스크담당 부총재(CRO) 자리를 국장급으로 강등하는 대신 재무담당 부총재(CFO)직을 신설하고 후보자를 공모했다. 그러나 지난달 CFO로 선임된 프랑스 출신 티에리 드 롱구에마 아시아개발은행(ADB) 부총재가 사실상 내정됐다고 하니, 공모 자체가 형식적인 셈이다. 후임 부총재를 다시 한국인이 맡을 수도 있을 것이라는 기대는 물거품이 됐다.

결국 홍 씨의 돌발행동 탓에 막대한 분담금을 내고도 부총재 자리를 날린 꼴이다. AIIB에 내는 한국 분담금은 37억달러(약 4조 3000억원)다. 중국, 인도, 러시아, 독일에 이어 5번째다. 새 부총재직을 가져갈 프랑스는 7번째다. 나라 위상에 흠집이 생긴데다 발언권 약화 등 향후 AIIB 활동 측면에서도 큰 손실이 아닐 수 없다.

일차적으로 홍 씨의 책임이 크다. 그는 한국을 대표해 맡은 부총재직을 정부와 협의도 없이 취임 4개월 만에 돌연 휴직했다. 유일호 경제부총리가 AIIB 총회에서 진리췬(金立群) 총재에게 휴직 사실을 들었다고 한다. 나라 망신을 자초한 무책임한 처사다. 최근 ‘서별관회의’를 언급하며 대우조선 지원결정 책임을 청와대 등에 떠넘길 때부터 유별났다.

애 초 그릇이 못되는 인물을 부총재로 지원한 정부 잘못이다. 그는 박근혜 정권 인수위에 참여한 덕분에 산업은행 회장이 된 ‘낙하산’이다. 산은 회장 때 대우조선의 대규모 분식회계 방조 의혹, 조선·해운업 구조조정 지연 등 부실관리 책임을 진 당사자이기도 하다. 그에게 정권 실세들이 퇴로를 열어주려 감사원 봐주기 감사에 국제기구 부총재 자리까지 밀어줬다는 뒷말이 무성하다.

그런데도 정부는 아직도 정신 못 차리고 “AIIB 중요 고위직에 한국인이 선임될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할 계획”이라고 한다. 한심한 작태다. 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홍 씨의 추천·지원 과정을 엄정히 따져 ‘보이지 않는 손’이 누구든 응분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 정부 차원의 진상조사는 물론 필요하다면 국회 청문회도 추진할 일이다. 대우조선 분식회계 묵인 의혹 등 산은 회장 당시의 책임도 당연히 밝혀내야 한다.

[서울신문]

3. ‘민중은 개·돼지’란 공직자의 이해 못할 가치관

교 육부 고위공무원의 막말 파문이 일파만파 커지고 있다. 나향욱 교육부 정책기획관은 최근 한 언론사 기자들과 만나 “민중은 개·돼지로 취급하면 된다”, “신분제를 공고화시켜야 한다”는 발언을 했다고 한다. 아무리 영화의 대사를 인용한 것이라도 해도 고위공직자의 발언이 이쯤 되면 충격적이다 못해 참담하기 그지없다. 교육부는 그를 대기발령 조치했다. 하지만 그런 식으로 덮을 일은 아니다. 공직자로서의 기본과 자질을 의심케 하는 위험천만한 가치관을 가진 그를 공직에서 물러나게 하는 것이 옳다.

고위 관료가 아무리 사석이라고 해도 “99%의 민중은 개·돼지로 보고 먹고살게만 해주면 된다”고 했다니 정신 나가지 않고는 도저히 할 수 없는 발언이다. 그는 은연중에 자신은 지배계급, 민중은 피지배계급으로 보는 계급론적 시각을 보였다. 더구나 “신분이 정해져 있으면 좋겠다”고까지 하며 속내를 드러냈다. 그의 발언은 ‘사회적 특수계급의 제도는 인정하지 않는다’는 헌법(제11조 )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발언임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그는 국민이 주인이 되어 국민을 위해 정치(행정)가 이루어지는 민주주의의 정신마저 짓밟은 것이나 다름없다.

국민의 분노가 들끓는 것은 당연하다. 교육계와 네티즌 등은 “나향욱 자신이 개·돼지만도 못한 인간”, “신분제, 차별 교육에 대한 생각을 뼛속 깊이 가진 사람이 교육정책을 담당하는 것은 분노할 일”이라고 맹비난했다. 야당이 어제 일제히 논평을 내고 “막말로 국민을 모독한 그는 더이상 공무원 자격이 없다”며 즉각 파면할 것을 촉구한 것도 놀랄 일이 아니다.

국민이 우매해서 공무원들에게 나랏일을 맡긴 것이 아니다. 국민을 대신해 일하도록 권한을 위임한 것이다. 그것도 모르고 국민을 깔본다면 더이상 공직에 있으면 안 된다. 더구나 교육부는 신분 등의 차별 없이 누구나 교육을 받도록 해 건강한 시민을 키워 내는 곳이다. 요즘 ‘수저계급론’이 나오는 등 부의 불평등이 심각하다. 교육의 균등한 기회 제공을 통해 계층 이동의 사다리를 놔 줘야 하는 교육부의 책무가 더 막중해질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그렇기에 교육부의 고위 인사가 ‘신분제 공고화’ 등과 같은 망언을 쏟아 낸 것은 한 개인의 일탈로만 치부할 수 없는 중차대한 문제다. 이번 기회에 공직 적격 심사를 다시 해 공직 부적격자들을 반드시 걸러 내야 한다.

4. ‘광복절 특사’ 경제인·정치인 신중해야

박 근혜 대통령이 8·15 광복절을 계기로 특별사면을 단행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박 대통령은 지난주 금요일 청와대로 새누리당 의원 126명을 초청해 오찬을 함께 한 자리에서 정진석 원내대표의 ‘광복절 특사(特赦)’ 건의를 받고 긍정적인 입장을 밝혔다고 한다. 정 원내대표가 “국민 화합과 사회 활력을 높이기 위해 8·15 광복절 때 전(全) 분야에서 규모 있는 수준의 특사를 검토해 주시면 좋겠다”고 하자 박 대통령은 “좋은 생각”이라고 답했다는 것이다. 정 원내대표는 특별히 정치인·경제인에 대한 특사가 필요하다는 취지에서 건의했다고 밝혔다.

특별사면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고, 그 대상자 또한 주변의 다양한 건의에도 불구하고 오롯이 대통령만이 결정할 수 있다. 그럼에도 사면은 사법적 절차의 모든 과정과 결과를 무효화시켜 사법체계와 법치주의의 근간을 흔들 수 있다는 점에서 합당한 명분을 갖춰야 함은 물론 엄격한 기준하에 시행돼야 한다. 사면 대상자 또한 국민이 납득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 점에 비춰 본다면 이번 광복절 특사가 단행될 경우 정치인과 경제인을 대상자에 포함하는 문제는 섣불리 결정할 일이 아니다. 신중하게 판단하는 게 마땅하다.

박 대통령도 지금까지 정치인과 경제인 사면을 자제해 왔다. 박 대통령은 취임 후 지금까지 단 두 차례 특사를 단행했다. 2014년 1월 설을 맞아 서민·생계형 사범 5925명을 처음으로 특별사면했다. 정치인, 공직자, 경제인 등은 아예 제외했다. 두 번째인 지난해 8·15 ‘광복 70주년 특사’ 때는 총 6527명을 사면했는데 이때도 정치인과 공직자는 배제했고, 경제인도 죄질을 따져 대기업 인사 등 14명만 제한적으로 포함시켰다. 그럼에도 일각에서는 “대기업 중대 범죄에 대해 사면권 행사를 엄격하게 제한하겠다”는 공약을 깬 것이라는 비판이 제기된 바 있다.

엄청난 비리와 불법을 저질러 처벌받았던 정치인과 경제인들이 사면이라는 ‘면죄부’를 받아들고 일상으로 복귀하는 모습에 우리는 너무도 익숙해져 있다. 역대 대통령 모두 경제 살리기, 정치적 갈등 해소, 국민통합 등의 명분을 내세워 그들에게 사면의 은전을 내렸지만 국민의 뇌리에는 ‘유전무죄, 유권무죄’ 인식만 강하게 남아 있다. 박 대통령이 전임 대통령들에 비해 엄격하게 사면권을 제한해 온 것도 이런 비정상을 바로잡겠다는 의지에서 비롯됐을 것이다. 정치인과 경제인 등 권력이나 부를 가진 이들에 대한 사면은 오히려 국민통합에 역행할 뿐이다.

[동아일보]

5. 참의원도 개헌세력 압승, ‘전쟁할 수 있는 일본’으로 가나

일 본 참의원 의원 242명의 절반인 121명을 새로 뽑는 어제 참의원 선거에서 아베 신조 총리가 이끄는 자민당 등 개헌 찬성 정당들이 압승했다. 오늘 새벽 끝난 개표에서 연립여당인 자민당과 공명당, 개헌찬성 2개 야당 등 ‘개헌 4당’이 비(非)교체 의석을 포함해 161석을 차지했다. 개헌을 지지하는 무소속 의원 4명을 합하면 165석으로 전체 참의원 의석의 3분의 2(162석)를 넘었다. 개헌에 반대하는 민진당 공산당 사민당 생활당은 개헌 저지선을 확보하기 위해 단일후보를 세웠지만 대안세력으로서의 믿음을 주지 못해 참패했다.

양원제 의회인 일본에서 개헌은 중의원과 참의원에서 각각 재적 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거쳐 발의해 국민투표에 부친 뒤 유권자 과반의 찬성을 얻어야 한다. 중의원은 자민당과 공명당 의석만 합해도 이미 3분의 2를 넘는다. 이번 참의원 선거에서 개헌파들이 3분의 2를 돌파하면서 1946년 현행 일본 헌법이 만들어진지 70년 만에 개헌세력이 중·참의원 모두 개헌발의가 가능한 절대다수 의석을 확보했다. 일본 국민 사이에 개헌 거부감이 적지 않지만 자민당 등 보수 세력의 숙원인 개헌으로 가는 중대한 걸림돌이 사라지는 것은 분명하다.

아베 총리는 올해 3월 임기 중 개헌 문제를 완수하고 싶다고 했다. 총리 취임 전에도 “현행 헌법은 일본이 점령당한 시기에 점령군 손으로 만들어졌다”며 개헌을 위한 국민운동을 펼치고 싶다는 뜻을 피력했다. 개헌 4당은 평화헌법으로 불리는 헌법 9조를 개정해 전쟁을 할 수 있는 ‘보통국가’로 일본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한다. 아베 총리는 이번 선거에서 민감한 사안인 개헌 문제를 피하고 아베노믹스 지지를 호소하는 데 집중했지만 앞으로 참의원 선거 승리를 기폭제로 개헌을 향해 고삐를 당길 가능성이 높다.

일본의 개헌은 국내 문제이면서도 제국주의 일본의 아시아 침략 역사와 맞물려 한국 중국의 경계심을 부를 소지가 크다. 특히 북한의 핵무기 및 장거리 미사일 위협을 발등의 불로 여기는 한미일(韓美日) 3국과 북한에 우호적인 중국 러시아 간 갈등 국면에서 일본의 개헌 논의가 본격화하면 우리가 곤혹스러운 처지에 직면할 수 있다. 아베 정권은 참의원 선거 결과에 고무돼 개헌을 무리하게 밀어붙이면 동북아에 심각한 갈등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6. 서비스경제, 선택과 집중이 필요

정 부는 최근 서비스경제 발전전략을 발표했다. 우리 고용의 70%를 차지하는 서비스산업을 발전시켜 일자리를 창출하고, 경쟁력을 제고시켜 경제 활력을 높이려는 것이다. 그러나 서비스산업 발전전략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보완돼야 할 점 또한 많다.

먼 저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서비스산업의 범위는 넓다. 농림수산업과 제조업 그리고 건설업을 제외한 나머지 모든 업종이 서비스업이다. 음식료, 숙박, 운수, 의료, 관광, 유통, 교육, 금융, 문화콘텐츠, 정보통신 그리고 과학기술 연구개발이 포함된다. 서비스업의 고용 비중이 70%에 달하는 것도 업종 수가 많기 때문이다. 이 중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고용비중이 28%인 음식료, 숙박 그리고 운수업이며 의료와 교육이 각각 7%를 차지하고 있고 과학기술 연구개발이 차지하는 비중은 4%에 불과하다.

따라서 정책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광범위한 서비스업 전체보다는 특정 부분을 선택해서 집중적으로 지원하고 육성할 필요가 있다. 특히 내수와 고용을 늘리기 위해 음식료나 관광업을 육성하는 것과 신산업인 정보통신업을 육성하는 것은 구분되어야 한다. 이번 정책은 신산업에 초점을 두고 있지만 관광, 의료 등도 포함해 그 범위가 지나치게 넓다. 신산업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서는 정보통신과 과학기술 분야의 연구개발에 집중해 지원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내수 부양에만 치중하기보다는 수출산업 지원을 병행하는 전략도 필요하다. 서비스업은 내수 업종이 대부분이다. 서비스업의 고용 비중이 70%라는 수치 때문에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는 내수 부양이 중요하다고 한다. 그러나 일자리가 창출되는 음식료, 숙박, 운수 및 관광업은 대부분 소비 업종이며 소비를 하기 위해서는 소득이 있어야 한다. 미국과 달리 우리나라는 부존자원이 빈약한 소규모 국가다. 내수 위주의 성장전략으로는 저성장 국면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수출에 의해서만 성장률을 높이고 소득을 늘릴 수 있다.

지금처럼 수출이 늘어나지 않는 상황에서 내수를 부양하면 결국 소득 없이 소비만 늘어 부채가 증가하게 된다. 따라서 수출 증대를 통해 소득을 창출한 뒤 소비를 늘려 내수를 부양시켜야 한다. 이러한 내수 부양이 기업 투자로 연결되면서 일자리가 창출되는 선순환경제로 우리 경제가 들어가게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내수를 위해 서비스업만 지나치게 육성하는 전략보다는 수출산업을 병행 육성하는 성장전략을 구사해야 한다.

서비스업과 제조업의 융합 발전전략도 중요하다. 우리 경제는 조선, 철강 등 주력 산업의 중국 이전으로 이를 대체할 고부가가치 신산업이 필요하다. 신산업이나 고부가가치 산업은 모두 서비스업과 제조업이 융합돼 있다. 따라서 서비스업만 강조하고 제조업을 사양 산업으로 취급하는 것은 옳지 않다. 정보통신 같은 서비스업 육성을 통해 제조업의 고부가가치화를 동시에 추진해야 한다. 그 외에도 디지털과 아날로그로 지원부처가 분리돼 있는 정부의 서비스산업 지원체계도 정비할 필요가 있다.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구분이 없어지는 지금 과거의 지원체계로는 서비스산업을 발전시킬 수 없기 때문이다.

서비스산업 발전을 통해 국부 유출을 막고 경제 활력을 제고시키려는 정책방향은 바람직하다. 그러나 우리 경제가 저성장과 부채 증가의 늪에 빠진 것은 지나치게 내수 위주, 그리고 서비스 위주 성장전략을 추진한 것과도 연관이 있다. 서비스산업 발전정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우선순위를 신산업 육성에 두고 수출과 제조업을 함께 중요시하는 전략을 사용해야 한다. 이렇게 해서 우리 경제를 부채 증가와 저성장의 늪에서 빠져나오게 해야 한다.

[중앙일보]

7. 개헌 열쇠 쥐게 된 아베의 폭주를 우려한다

일 본이 언제든지 전쟁을 일으킬 수 있는 보통국가로 바꿔놓으려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야망이 한층 현실에 다가서게 됐다. 10일 참의원 선거에서 일본 자민당과 공명당을 비롯한 개헌 지지 4개 당이 개헌에 필요한 3분의 2 의석에 근접한 표를 얻은 것으로 출구조사 결과 나타났다. 재정확대·금융완화·구조개혁이란 세 개의 화살을 통해 일본을 만성적인 디플레이션에서 탈출시키겠다는 아베노믹스가 일본 국민에게 먹혀들면서 야당은 전혀 힘을 쓰지 못했다. 아베노믹스는 3년을 넘기면서 효과가 반감되고 있는 게 사실이다. 최근 브렉시트 등으로 엔화값이 치솟으면서 수출기업마저 힘을 못 쓰고 있다. 하지만 일본 유권자들로선 아베노믹스 외에 다른 대안이 없다는 게 문제다.

여기에다 중국이 세력을 확대하고 북한의 핵 위협까지 가중되고 있어 일본 유권자에겐 아베의 노선을 배척할 이유가 없는 셈이다. 야당이 헌법 개정을 반대하고 아베노믹스의 무용론을 주장하고 있지만 일본 국민이 귀담아 듣지 않는 이유다. 이런 국민적 정서는 투표율에 고스란히 반영돼 이번 투표율은 역대 참의원 선거 사상 최저를 기록했다. 인구고령화에 따른 ‘실버 민주주의’ 폐해를 완화하기 위해 선거권을 처음으로 18세 이상으로 2년이나 낮추었지만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다.

아베는 개헌에 필요한 열쇠를 모두 쥐게 됐다. 중의원에서는 이미 3분의 2 의석을 넘어섰고, 참의원에서도 무소속 의원 등을 영입해 개헌에 필요한 의석을 다져 나갈 기반을 마련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이번 참의원 선거 압승으로 아베는 장기 집권의 길을 열게 됐다. 엔화값을 떨어뜨려 수출을 촉진하는 아베노믹스도 계속 이어 나갈 수 있게 됐다.

이제 우리 정부도 일본의 우경화에 대한 본격적인 대응을 고민해야 한다. 일본의 의도를 정확히 파악하고 선제적으로 대처하는 한편 일본과의 교류 또한 소홀히 해선 안 될 것이다. 일본의 우경화 흐름을 경계하되 민간과 경제 교류가 지속돼야 일본을 설득할 계기도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외교든 경제든 그런 토대가 있어야 아베의 질주를 막을 수 있다.

[매일경제]

8. 마이너스 금리 확산, 글로벌 은행 위기 올 수 있다

글 로벌 금융시장에서 마이너스 금리가 확산되고 있다. 세계적인 유동성 홍수 탓에 여윳돈을 빌려주는 쪽이 이자를 받는 게 아니라 되레 보관료를 물어야 하는 비정상이 심화되고 있는 것이다. 지난주에는 덴마크와 네덜란드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이 마이너스로 떨어졌다. 독일 국채는 15년물, 일본 국채는 20년물까지 마이너스 수익률을 보이고 있다. 심지어 50년 만기 스위스 국채 수익률도 마이너스로 떨어졌다. 반세기 후 원금에도 못 미치는 돈을 돌려받는 조건에도 기꺼이 돈을 묻어두려는 이들이 많다는 뜻이다.

브렉시트로 글로벌 투자자들의 안전자산 선호가 더욱 강해지면서 이제 전 세계 국채 물량의 3분의 1인 13조달러(1경5000조원)어치가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마이너스 금리가 확산되면 각국 중앙은행의 양적완화(QE) 정책은 헛돌게 된다. 유럽중앙은행(ECB) 은 매달 600억유로어치의 유로존 국채를 사들이며 유동성을 공급하는데 이 지역 국채의 31%는 금리가 너무 낮아 아예 매입 대상에서 제외될 정도다. 일본 중앙은행은 브렉시트에 따른 엔고를 저지하려 더욱 극단적인 양적완화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가뜩이나 수익성 악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글로벌 은행들은 각국 정책금리와 실세금리가 마이너스로 떨어지면서 직격탄을 맞고 있다. 로열뱅크오브스코틀랜드(RBS) 나 크레디트스위스, 도이체방크, 바클레이스 같은 유럽계 은행들의 주식 시가총액이 올해 들어 반 토막이 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그럴수록 은행들은 더욱 몸을 사리게 되고 이는 세계 금융시장에 급격한 신용경색을 불러올 수 있다.

글로벌 금융시장의 동맥경화는 우리에게도 엄청난 충격을 줄 것이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안전자산을 좇아 한국 시장에서 발을 빼고 우리 은행과 기업들이 해외에서 돈을 빌리기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이 경우 부실 기업 구조조정으로 건전성이 떨어진 국내 은행들도 심각한 어려움에 직면할 수 있다. 지금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이나 외화유동성 비율이 양호한 수준이라고 안심할 게 아니라 과연 심각한 스트레스 상황에서도 잘 버틸 수 있을지 엄격한 잣대로 검증해봐야 할 때다.

9. AIIB 대주주 한국이 핵심그룹에서 밀려나서야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이 홍기택 부총재가 맡고 있었던 최고위험책임자(CRO) 보직을 국장급으로 강등하고 후임자 공개모집에 들어가면서 한국 몫이었던 부총재 자리는 사실상 날아가게 됐다. 홍 부총재의 돌발적인 휴직은 결국 국제 망신은 물론 국익에 막대한 피해를 초래하게 된 것이다.

AIIB는 국장급이던 최고재무책임자(CFO) 자리를 부총재로 격상시켰지만 ADB 부총재인 프랑스인 티에리 드 롱게마르가 선임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어 우리 몫이 될 가능성은 극히 희박하다고 한다. 정부는 홍 부총재 후임에 한국인이 인선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지만 AIIB의 직급 조정에 손도 써보지 못하고 부총재직을 다른 나라에 뺏기게 됐다.

이제 한국인이 실제 도전할 수 있는 보직은 국장급 세 자리뿐이다. AIIB의 핵심 멤버로서 4조3000억원의 분담금을 내기로 한 한국이 어렵게 따낸 부총재 자리를 이렇게 허망하게 잃게 된다면 참으로 통탄할 노릇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왜 이런 기막힌 일이 벌어졌는지 아무런 해명도 하지 않고 있다.

홍 부총재는 돌연 휴직 후 연락을 끊고 잠적해 있다고 한다.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른 것은 낙하산 인사가 빚은 참사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홍 부총재는 박근혜 정권 인수위원을 지낸 후 산업은행 회장에 올랐던 대표적인 낙하산 인사다. 그는 재임 시절 대우조선의 부실을 걸러내지 못하고 4조2000억원을 신규 지원한 데 대한 책임론이 불거지자 그 책임을 청와대와 금융당국에 떠넘기는 듯한 말을 해 물의를 일으켰다. 그 후 AIIB 부총재로 추천한 정부와 충분한 사전 조율도 없이 돌연 휴직을 감행해 사태를 최악으로 만들고 말았다. 정부는 이번 사태의 진상을 철저히 조사해 책임 소재를 반드시 가려야 한다.

AIIB에 대한 한국 지분은 중국, 인도, 러시아, 독일에 이어 다섯 번째로 많다. 이렇게 막대한 자금을 지원하고도 부총재직 상실로 의사결정에 대한 영향력이 크게 줄어들게 된 것은 실로 개탄스럽다. 하지만 정부는 손을 놓고 있을 게 아니라 AIIB를 끊임없이 설득해 우리 몫을 되찾아야 한다. 또한 핵심 의사결정에서 밀려나지 않도록 모든 방법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세계일보]

10. 사드 외교전 중차대한 시기에 남남갈등이라니

한·미 정부가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공식 발표한 지 하루 만인 그제 북한은 동해상에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을 쏘아 올렸다. 미국이 최근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을 인권침해 혐의로 제재 대상에 올린 데 이어 사드의 한반도 배치를 확정한 데 대한 무력 시위로 해석된다. 북한이 국제사회의 제재에도 이처럼 릴레이 ’미사일 쇼’를 벌이는 행태야말로 사드 배치 명분을 뒷받침하는 것이다.

사 드 배치 결정은 우려했던 대로 중국·러시아 정부의 반발, 북한의 무력 시위 등 동북아 안보불안 지수를 높이고 있다. 중국 내에서는 외교적 대응뿐 아니라 경제 제재를 검토해야 한다는 ‘반한’ 여론몰이마저 벌어지고 있다. 대북 미사일 억지 차원이라는 우리 정부 해명에도 중국 등을 겨냥한 미국의 미사일방어(MD) 체계 편입으로 간주하는 탓이다. 미·중 군사적 이해 충돌이라는 점에서 내일 예정된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에 대한 상설중재재판소의 판결 결과도 사드 이후 외교전을 복잡하게 만들 공산이 크다. 곳곳에서 미·중 간 힘겨루기가 벌어지면 우리 외교의 입지는 협소해질 수밖에 없다.

이 럴 때일수록 내부 결속이 중요한데 사드 배치 지역 선정을 앞두고 지역 이기주의가 극성을 부린다. 국가안보는 어떻든 ‘우리 지역은 안 된다’는 님비 현상이 횡행하는 건 극히 유감스런 일이다. 후보지로 꼽히는 경북 칠곡에선 그제 3000여명의 주민이 배치 반대 집회에 참여했다. 삭발 시위도 등장했다. 충북 음성은 오늘 ‘사드 배치 반대 범군민결의대회’를 연다. 후보지로 거론되는 지방자치단체장은 물론 지역 국회의원들이 ‘절대 불가’ 여론몰이에 나서고, 진보단체들까지 가세하면서 국론분열 양상을 빚고 있다.

북 한 핵·미사일 위협이 상존하는 상황에서 사드 배치는 불가피한 선택이다. 국익 차원에서 결정한 일인 만큼 배치 지역도 북 미사일 방어와 우리 군사적 이익 확보에 가장 효과적인 곳으로 정하는 게 마땅하다. 기준은 투명하고 정치적 고려는 배제돼야 한다. 해당 주민들을 설득하고 근거 없는 ‘사드 괴담’에 대응하는 정부의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

분 단 상황에서 지역 이익이 국가적 이익보다 앞설 수는 없다. 주변국과 외교적 거래로 절충할 수 있는 사안도 아니다. 외교적 역량을 총동원해 중국 등 주변국의 이해를 끌어내고 내부 갈등을 최소화할 책임은 정부에 있다. 대통령이 결단한 이상 국민을 설득하는 리더십도 보여야 한다. 지역 사회의 대승적 협력 또한 요구된다.



주요 신문칼럼


1. [이데일리][목멱칼럼]"아버님 댁에 소화기 놓아드리세요"

주 택은 인간의 기본적인 생활공간으로, 다른 어느 곳보다도 안전해야 한다. 화재를 비롯한 각종 사고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고 사고 발생 시에는 신속히 대피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가장 안전해야 할 주택이 ‘우리 집은 괜찮을 것’이라는 막연한 생각과 기본적인 소방시설의 미비로 한순간에 잿더미로 변하고 인명과 재산피해를 입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아 파트의 경우에는 오래전부터 소방시설 설치를 의무화하고 소방안전에 대해 자격을 갖춘 소방안전관리자를 두어 안전관리를 수행하도록 해온 반면, 일반주택은 소방시설 설치가 의무화되어 있지 않았다. 그 결과 국가화재통계에 따르면 최근 3년간 발생한 전체 화재의 25%, 화재사망자의 60%가 주택에서 발생하였으며, 주택화재 사망자의 84%가 단독주택 같은 일반주택에서 발생하고 있다.

화 재가 발생한 경우 골든타임을 기점으로 화염은 급속도로 확산되고, 다량의 유독가스가 발생하여 질식의 위험도 높아진다. 주택에서 많은 인명피해가 발생하는 이유는 화재의 대부분이 잠자는 시간대에 발생하여 화재를 빨리 인지하지 못하거나, 인지하더라도 초기에 불을 끌 수 있는 소화기조차 없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화 재로 인한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주택에 소방시설 설치가 반드시 필요하다. 미국(1977년), 영국(1991년), 일본(2004년) 같은 나라의 경우에는 주택용 소방시설 설치를 의무화한 이후 화재로 인한 사망자가 대폭 줄어들어 그 효과가 입증된 바 있다.

프 랑스의 경우에는 설치 의무화는 물론, 주거 임대시 임대인과 임차인 간의 주거상태 확인서에 단독경보형감지기가 작동한다는 사실을 확인해서 명기토록 하였다, 또한 주거 점유자(세입자 또는 실소유주)는 주거점유기간 동안 설치된 단독경보형감지기의 정상작동을 주기적으로 확인하고 점유기간 중 소방시설이 고장나면 교체토록 의무화하고 있다.

우 리나라도 주택화재로 인한 인명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하여 ‘화재예방, 소방시설 설치·유지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을 개정하여 신축이나 증축하는 주택은 2012년부터, 기존 일반주택은 2017년 2월 4일까지 주택용 소방시설(단독경보형감지기·소화기) 을 설치토록 의무화하였다.

정 부와 지자체는 재정지원과 기업의 사회공헌활동을 연계하여 기초생활수급가구 등 73만여 가구에 주택용 소방시설을 보급하였다. 아울러 화재 없는 안전마을 조성사업 등을 통하여 쪽방촌을 비롯한 화재취약지역 21만여 가구에도 소방시설을 설치하였다.

단독경보형감지기와 소화기 설치로 인한 효과가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지난 5월 3일 전북 군산에서는 독거노인이 음식물을 가스 불에 올려놓고 깜박 잠든 사이 단독경보형감지기가 울려 신속히 대피하여 피해를 예방할 수 있었다.

하 지만 법령 개정과 정부 지원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주택용 소방시설 설치 비율은 낮은 실정이다. 그래서 국민안전처는 올해 하반기부터 매월 전 직원들의 자율적인 모금을 통해 취약계층에 주택용 소방시설 설치를 지원하고, 기업의 사회공헌활동과 연계하여 소방시설 무상보급을 확대할 계획이다. 또한 주택용 소방시설의 구매와 설치를 지원하기 위해 전국 모든 소방서에 원스톱지원센터를 운영 중이다.

주 택 화재로 인한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국민의 참여와 협조가 무엇보다 절실하다. 화재 초기에 소방차 한 대의 효과가 있는 소화기와 잠든 시간에 알람 역할을 하는 단독경보형감지기가 국민의 행복한 보금자리를 지키는‘가정 안전의 파수꾼’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겠다.


2. [동아일보][이슈&트렌드]‘위로’를 팝니다

3 년째 유통 분야 기업을 출입하며 기업 관계자들로부터 꾸준히 들어온 말이 있다. 바로 “요즘 장사가 안 돼요”다. 하지만 언제나 예외는 있듯 경기를 타지 않고 “요즘 잘나간다”고 말하는 것이 세가지 있다. 화장품, 여행, 편의점 업계다.

화장품이 잘나가는 데는 한류 덕이 크다. 전형적인 내수산업이던 화장품은 중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에 진출하면서 최근 몇 년 새 수출액이 급증했다. 중국인 관광객들이 한국에 와서 사가야 하는 필수품목으로 통할 정도로 인기가 높다.

반 면 패키지 여행사를 비롯해 항공권 예매, 숙박예약 업체 등은 해외로 나가는 내국인이 늘면서 호황을 맞고 있다. 지난해 기준으로 매년 해외로 나가는 우리 국민은 1900만 명을 넘어섰다. 1, 2위를 다투는 여행사들은 달력이 한 장 넘어갈 때마다 경쟁하듯 전달에 비해 상승한 실적 자료를 배포한다.

편 의점은 어떤가. 편의점업은 철저히 내수시장을 기반으로 크고 있다. 1980년대 처음 국내에 도입된 편의점은 어느 때보다 몸집이 커졌다. 올해 말까지 상위 3개 업체의 전국 점포 수를 합치면 3만 개가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전국 소도시의 골목골목까지 편의점들이 자리를 잡고 있다.

화 장품이야 한류 열풍을 타고 활황을 맞았다 치자. 여행과 편의점에 대한 국내 수요가 왜 이렇게 늘어나는지 궁금해졌다. 업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해 보면 그 배경에 숨겨진 공통적 키워드가 하나 있다. 바로 ‘1인 가구’다. 1인 가구의 소비 생활에 편의점과 여행이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면서 성장의 기폭제로 작용했다는 것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한국의 1인 가구 비중은 전체 가구의 27.2%. 인구로 따지면 약 500만 명에 이른다. 이들 중 대다수는 학업과 직장 때문에 타지 생활을 하는 20, 30대일 가능성이 크다. 혼자 사는 고달픔과 자유로움이 공존하는 이들에게 편의점과 여행은 어떤 의미일까.

싱 글족들에게 편의점은 단골 밥집 같은 존재다. 매 끼니를 직접 만들어 먹기 힘든 이들에게 편의점은 엄마가 차려준 것 같은 식사를 24시간 대령한다. 최근 편의점들이 쌈밥, 김치찌개, 장어 등 최고 1만 원짜리 고급 도시락을 앞다퉈 내놓는 것도 이들을 겨냥한 것이다. 따뜻한 엄마의 밥상까지는 아니더라도 굶지 않고 밥과 반찬을 챙겨 먹을 수 있다는 안도감을 준다.

딸 린 가족이 없으니 혼자 훌쩍 여행을 떠나버리기도 쉽다. 여행 한 번에 몇 달간 저축한 수백만 원이 깨지더라도 “일단 떠나고 보자”는 사람이 많아졌다. 아등바등 모아도 어차피 내 집 마련이 어려울 바에야 즐기며 살자는 의미에서다.

언 뜻 보면 편의점에서 밥을 먹고, 해외여행을 떠나는 것은 별개의 행위처럼 보인다. 하지만 내면을 들여다보면 전혀 다를 듯한 이 소비 행태에서 찾을 수 있는 묘한 공통 정서가 있다. 두 업종은 ‘위로’를 팔고 있었다. 편의점이 먹고사는 사소한 ‘일상의 위로’를 제공한다면 여행은 빡빡한 일상을 뒤로하고 잠깐 쉬어 가도 좋다는 ‘특별한 위로’를 준다.

연 애, 내 집 마련, 꿈 등을 포기해 ‘N포 세대’라 불리는 이들이 기꺼이 지갑을 여는 게 위로에 목말라서라고 생각하니 안타깝다. 모두가 나 혼자 잘살겠다며 상대방을 배려하지 않는 시대. 토닥토닥 등을 두드리며 “너는 잘살고 있어”라고 위로해주는 사람이 그립다. 서로에게 “너희들은 충분히 잘하고 있다”고 응원해주면 어떨까.


3. [매경이코노미][신동민 셰프의 푸드오디세이] 세계 3대 수프, 타이의 ‘똠얌꿍’…독특한 향에 호불호 강해도 매력적인 맛

타 이(태국)는 자연경관이 아름다운 데다가 물가가 저렴해 여행객의 마음을 사로잡는 나라다. 볼거리, 즐길거리가 무궁무진하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사랑받는 것은 타이의 음식이 아닌가 싶다. 필자가 요리사라서가 아니라 실제로 타이 음식은 일본 음식이나 중국 음식 못지않게 세계적으로 각광받고 있다. 타이 요리가 주목받는 이유는 우선 그 복잡미묘한 맛과 함께 웰빙 음식이라는 점이다. 거기에 타이 정부가 집요하게 추진하고 있는 ‘타이 키친 투 더 월드’라는 캠페인도 한몫한다. 풍부한 음식문화와 독특하면서도 보편적인 맛을 지닌 타이 음식은 한두 번 먹어보면 금세 매료되는 맛의 비밀을 갖고 있다.

동 남아시아 중앙에 자리 잡아 여러 문화의 영향을 받은 타이는 음식에서도 중국, 인도 등 인근 나라들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기본적인 맛은 비슷하지만 지리적으로 나라 안에서도 크게 네 개의 식문화권으로 나뉜다. 치앙마이를 중심으로 한 북부는 소금으로 음식의 간을 하는 특징이 있으며, 라오 문화권인 동북부는 북부와 함께 찹쌀을 주식으로 하며 코코넛밀크를 거의 사용하지 않고 민물고기로 담근 젓갈로 음식 맛을 낸다. 방콕을 중심으로 한 중앙부는 코코넛밀크와 고추, 민트 등을 사용한 걸쭉한 요리가 많고 중국식도 선호한다. 조미료는 생선을 소금에 절여 우려낸 즙인 남플라(Nampla)를 많이 사용한다. 한편 남부 요리는 향신료를 많이 사용하는 인도 요리에 가깝다.

풍부한 해산물과 열대과일, 다양한 허브와 향신료는 타이 음식을 복합적인 맛의 건강식으로 발전시켰다. ㅤ


똠 얌꿍은 타이 음식의 대표 메뉴다. 똠얌꿍의 ‘똠’은 끓이다, ‘얌’은 무치다, 마지막으로 ‘꿍’은 새우를 뜻한다. 프랑스의 부야베스, 중국의 샥스핀 수프와 함께 세계 3대 수프로 꼽히는 똠얌꿍은 새우에 향신료와 소스를 넣고 끓인 일종의 새우 수프다. 주로 닭육수에 새우와 레몬그라스, 양송이, 라임, 고수, 방울토마토, 태국 칠리소스 등을 넣어 요리한다. 매콤하면서도 시고, 달콤하면서도 쓴 타이 음식의 온갖 풍미를 한 그릇 속에 고스란히 담고 있는데 특히 짧고 강하게 피어오르는 매운맛이 일품이다. 강렬하게 휘몰아치는 매운맛이라고 할까. 우리의 고추장처럼 달콤하며 묵직하게 오래가는 매운맛과는 다르다. 또한 강렬한 향신료인 박하, 고수(코리엔더) 등을 넣어 향기가 강하며, 코코넛밀크를 더해 새콤한 맛이 난다. 국물의 매운맛과 함께 전해지는 시큼한 맛이 우리나라 사람에게는 익숙하지 않은 탓인지 호불호가 강하다.

레 몬그라스, 카피르라임 잎, 갈랑갈과 매운 타이고추, 피시소스 등의 재료가 어우러져 만들어내는 야릇한 맛의 똠얌꿍. 여기에 마지막 방점을 찍는 것은 현지인들이 팍치라고 부르는 고수다. 고수의 독특한 향을 싫어하는 사람도 많고, 주문할 때 그것을 빼달라는 외국인도 많지만 한번 맛을 들이면 결코 멀리할 수 없는 묘한 매력이 있는 향신 채소다.

똠 얌꿍의 재료들은 맛도 독특하지만 건강에 좋다는 사실 때문에 사람들에게 더욱 인기를 끌고 있다. 예를 들면 레몬그라스는 배속의 가스를 배출하게 도와주고, 이뇨작용을 돕는다. 라임과 고추는 기침과 감기를 낫게 하는 데 효능이 있다고 한다.

필 자는 13년 전 서울에 있는 타이 요리 전문식당에서 처음으로 똠얌꿍을 맛봤다. 세계 3대 수프로 유명하며 너무 맛있다는 말을 많이 듣던 터라 기대가 컸다. 허름하면서도 편안하고 타이 분위기가 물씬 나는 식당에서 타이를 느끼며 음식이 나오기만을 기다렸다. 기다리던 똠얌꿍 수프가 나왔고 배도 고프고 맛도 궁금해서 재빨리 숟가락으로 수프를 한술 들이켰다. 그런데 살짝 얼굴이 찡그려졌다. 첫맛은 시큼하면서 새우와 해산물의 감칠맛이 이어지면서 동시에 매운맛이 느껴졌다. 그리고 고수의 향이 더해지는 것이다. 당시 내가 느낀 똠얌꿍 수프의 맛은 마치 국물에 화장품을 살짝 탄 것 같았다.

지 금까지 그런 맛의 수프는 처음이라 혼란스러웠다. 그리고 기대를 너무 해서 그런지 아쉬운 건 어쩔 수가 없었다. 정말 이 수프가 세계인이 사랑하는 수프인가라는 의문점을 가지며 집으로 돌아갔던 기억이 난다. 그때 고수도 좋아하지 않는 채소라 더 맛있게 먹지 못했을 것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우스운 추억이지만 그만큼 타이의 문화와 맛을 정말 몰랐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 후 고수를 일부러 꾸역꾸역 먹었다. 요리사들은 특별히 싫어하는 식재료가 있으면 안 된다. 음식을 만들 때 자기가 싫어하는 재료는 잘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가능한 모든 식재료를 즐길 줄 알아야 한다. 그런 노력으로 10년 전에 그토록 싫어하던 고수는 이제 오히려 더 추가해서 먹을 정도로 좋아하게 됐다.

필 자가 해외에 가는 목적은 여행도 좋지만 그보다는 그 나라의 문화와 국민들의 입맛, 식재료, 음식을 즐기려는 이유가 더 크다. 타이도 마찬가지다. 한국에서 타이 요리를 먹었을 때 정말 이게 타이의 맛인지 아니면 한국인의 입맛에 맞춰 나온 퓨전 음식인지 혼동되기 때문에 타이 곳곳을 다녀보면서 여러 가지 음식들의 맛을 보았다.

▶한국에서 타이 음식 먹고 싶을 때마다 ‘스파이스마켓’ 찾아

그중에서도 똠얌꿍은 갈 때마다 꼭 시키는 메뉴다. 식당에 가서 제일 먼저 시켜먹는 음식이 국물 음식인데 국물 요리만 맛보면 이 집이 음식을 잘하는 집인지 못하는 집인지 바로 알 수가 있다.

필 자가 제일 좋아하는 타이 식당은 푸껫의 맛집으로 매우 유명한 ‘넘버6’다. 이 식당은 신선한 재료, 살짝 간간하지만 조화로운 맛, 저렴한 가격으로 인기를 끈다. 고급이지만 그리 맛이 훌륭하지 않은 집이 많아 실망하던 중 ‘넘버6’에서 음식 맛을 본 후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찾은 듯 행복했다. 그래서 이틀 동안 ‘넘버6’의 메뉴를 거의 다 먹어봤다. 그 집의 다양한 메뉴들이 다 맛있었다. 요리사는 어쩔 수 없나 보다. 그때 필자 때문에 배불러 죽을 뻔했던 와이프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해주고 싶다.

한 국에 와서 타이 음식이 생각날 때마다 가는 단골 식당이 있다. 이태원에 있는 ‘스파이스마켓’이다. 깊은 골목 안에 예쁜 테라스가 있는 집으로 분위기가 깔끔하다. 무엇보다 음식 맛이 좋고 요리의 기본기가 튼튼해 보인다. 이 집에선 팟타이, 쏨땀, 똠얌꿍 등 타이 본토의 맛을 잘 살린 음식들을 내놓는다.

똠얌꿍뿐 아니라 쏨땀 등 타이 음식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좋아하는 매운맛에 신맛이 조화롭게 섞여 있다. 요즘처럼 더운 계절, 매콤새콤 타이 음식으로 지친 입맛을 되찾아보는 건 어떨까.


4. [이데일리][데스크칼럼] 러시안룰렛, 걸리면 죽는다?

박 수근(1914∼1965) 화백의 ‘빨래터’가 위작논란에 휩싸인 것은 2007년 12월. 그해 5월 서울옥션에서 45억 2000만원에 낙찰되며 한국 미술품 경매사상 최고가를 경신한 직후였다. 불씨는 잡지 ‘아트레이드’의 류병학 주간이 붙였다. 2008년 1월 창간호에서 ‘대한민국 최고가 그림이 짝퉁?’이란 글로 시비를 건 거다. 서울옥션은 즉각 반박했다. “비전문가의 주관적인 견해”라고 몰아붙인 뒤 “전문위원은 물론 유족까지 감정을 거쳤다”고 열을 올렸다. 그러곤 부리나케 감정위원 20명을 다시 소집했다. 1명을 제외한 19명이 ‘진품’ 결론을 내렸는데 그러자 류 주간이 다시 나섰다. “그때 그 인물이 내린 감정결과를 믿으란 말이냐.” 결국 서울옥션은 류 주간을 상대로 30억원 손해배상소송까지 냈다.

미 술계는 혼란에 빠졌다. ‘대국민사기극’ ‘공신력 상실’ ‘경매사의 투명성’ ‘추락한 순수미술’ 등을 키워드로 빼낸 긴 탄식이 이어졌다. “어쩌다 이 지경이 됐을까.” 결국 2년여에 걸친 지루한 소송 끝에 2009년 대법원이 종지부를 찍었다. “진작으로 추정되지만 위작 의혹을 제기한 건 정당한 언론활동에 해당한다.”

이 후 10여년을 맞는 2016년. 미술계는 박수근 당시와 별반 다를 게 없는 미궁에 또 빠졌다. 언론이 퍼나르는 헤드라인까지 거의 같다. ‘미스터리’ ‘미술계 타격 불가피’ ‘해법은 거래관행’ 등. 그새 경매시장은 계속 열렸고 ‘빨래터’를 누른 최고가 미술품이 네 점이나 더 나왔건만 ‘어쩌다 이 지경’은 여전히 진행 중, 아니 더 복잡해졌다. 위작논란 미술품이 더 많아졌으니까.

25 년을 묵힌 천경자 화백의 ‘미인도’를 선두주자로 몇년 전부터 스멀스멀 삐져나온 이우환 화백의 ‘선으로부터’ ‘점으로부터’ 등 13점이 중심에 섰다. 지난달 경매에 출품했다가 ‘위작이 의심된다’며 하루 전날 출품에서 빠지는 초유의 사태를 겪은 천 화백의 ‘기행스케치: 화문집’도 뜨거운 감자가 될 모양이다. 한 평론가는 ‘짜깁기한 위작’이라고까지 주장했다. 더욱 황망한 건 작가의 주장과 대척점에 선 ‘진실게임’이다. 최근 이 화백은 경찰이 ‘위작’으로 감정을 끝낸 13점에 “내 작품 틀림없다”며 어깃장을 놨다. 한술 더 떠 “4점만 위작으로 하자고 회유했다”며 경찰에 선전포고까지 날렸다. 이에 질세라 경찰은 이 화백의 작품 위조혐의로 화가 이모 씨를 구속한 상태.

행 태야 못 미덥지만 이 화백만 몰아세울 순 없다. 사실 우린 이미 비슷한 빚이 있지 않나. ‘내 작품이 아니다’란 천 화백에게 ‘당신 작품이 맞다’고 우기며 그의 붓까지 꺾어버렸다. 이 화백의 경우는 정반대라지만 ‘누구 거짓말이 더 센가’ 같은 블랙코미디 한편을 다시 제작할 형국이다.

잘 그린 그림을 보면 따라하고 싶은 건 인간의 원초적 욕구에 가깝다. 문제는 거기서 멈추질 못하는 것이다. 시장을 기웃거리면 안 되는데 그 유혹을 세상이 허용하는 거다. 개인이 자제를 못 하면 시스템이 나서야 하는데 그것도 없다. 이제라도 단초를 마련하자고 지난주엔 정부가 주도한 세미나가 열렸다. 선진국의 사례나 들어보자는 자리였는데 열기가 뜨거웠던 모양이다. ‘어쩌다 이 지경’에 대한 공감대가 적잖은 것이다. 남은 것은 실행력. 이쯤에서 논란을 끝내려면 기술이든 법이든 뭐든 만들어내야 한다.

언 제부턴가 ‘러시안룰렛’을 지켜보는 듯한 착각도 든다. ‘미인도’를 둘러싼 국립현대미술관과 천 화백 유족, ‘선·점으로부터 13점’을 사이에 둔 이 화백과 경찰, 그 틈에 끼여 있는 경매회사, 감정사 등이 방아쇠를 당길 수도 멈출 수도 없는 위기에 몰린 상황. 하지만 다들 알고 있지 않나. 이 게임에서 모두가 살아남을 순 없다.


5. [서울신문][나태주 풀꽃 편지] 시인의 자리

인 간은 이성도 있고 감성도 있는 존재다. 이성은 무엇인가를 알고 기억하고 따지고 분석하고 종합하는 마음의 능력이다. 학교 교육이나 사회생활에서 가장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 요소이고, 또 개인의 능력을 평가할 때도 이 분야를 중심으로 삼는다. 그래서 아예 인간의 능력이나 가능성의 척도를 이성적인 요소로만 국한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정작 우리가 세상을 살아가는 데는 이성적인 요소보다는 감성적인 요소가 더 중요하게 작용을 한다. 행복이나 불행도 감성적인 요소나 조건들이 만들어 내는 하나의 무지개에 불과하다. 인간의 마음속에 있는 시비의 마음은 이성적인 마음에서 비롯되는 마음이고 호오(好惡)의 마음은 감성적인 마음에서 출발하는 마음이다. 시비와 호오, 그 가운데 보다 강력한 마음은 호오의 마음이다. 일단 시비의 마음은 한 번으로 결판이 난다. 그러나 호오의 마음은 절대로 한 번으로 결판이 나지 않는다. 그만큼 뿌리가 깊고 수정이 잘 되지 않는 마음이라 하겠다. 우리 삶을 이끌고 가고 멀리까지 안내하는 마음도 바로 이 호오의 마음, 즉 감성의 마음이다.

문 학 작품 가운데서도 시는 오로지 감성의 마음에 의지하는 예술품이다. 그러므로 시는 사람의 마음을 울려 준다. 아니, 그래야만 한다. 울려 준다는 것은 감동을 말한다. 감동, 임팩트, 그것은 시가 가져야 할 가장 중요한 자질이요 요건이다. 감동을 하게 되면 엔도르핀보다도 강력한 다이돌핀이라는 호르몬이 우리 몸에서 나온다고 그런다. 이 호르몬이 우리를 기쁘게 하고 만족을 느끼게 하여 끝내는 행복감에 이르도록 한다고 그런다. 그렇다면 시를 읽고 시를 사랑하는 일은 우리 인간이 행복해지는 지름길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인 간은 어디까지나 즐거움을 좇는 성향이 강하고 이로움을 추구하는 마음이 강하다. 아무리 미사여구로 포장한다 해도 인간은 어쩔 수 없이 이기적인 존재이고 이로움을 추구하는 본성을 지녔다. 왜 우리가 시를 좋아하고 시를 읽는가? 시를 읽고 좋아해서 아무런 이득도 되지 않는다면 아무도 시를 좋아하지 않을 것이고 시를 읽지도 않을 것이다.

역 시 시도 읽어서 이로움이 있어야 하겠다. 무슨 이로움인가? 현실적이고 물질적인 이로움이 아니다. 그것은 마음의 이로움, 정신의 이로움이다. 마음의 기쁨이요 만족이다. 한발 더 나간다면 힘겨운 삶에 대한 위로와 응원이다. 그래, 당신 마음을 내가 알아. 당신은 결코 혼자가 아니야. 당신은 그 힘든 마음이나 어려움에서 헤어나야만 해. 그래, 당신은 충분히 행복해지고 아름다워지고 칭찬받을 자격이 있고 그럴 만한 이유가 있어. 내가 그것을 보장하고 내가 그것을 응원할 거야.

만 약 시가 이런 암시를 준다면 누구도 시를 읽지 않을 사람은 없을 것이다. 시를 좋아하고 시를 원하는 사람들은 모두가 이런 필요와 소망으로 시를 가까이하는 것이다. 오늘날 사람들은 의외로 사는 일이 힘들고 지친다고 한다. 우울하고 불행하다고 호소한다. 의기소침하고 소외감, 열등감에 빠져 있다고 말한다. 이런 사람들에게 무엇이 위로가 되겠고 무엇이 응원이 되겠는가.

밥 이나 옷이나 그런 현실적인 것들만으로는 많이 부족하다. 마음을 다치고 마음이 힘든 데에는 마음의 치료가 있어야 한다. 마음을 다스려 주고 마음을 쓰다듬어 주고 마음을 밝게 해 주는 그 어떤 것이 있어야 한다. 이런 때 가장 적절하게 동원돼야 할 것은 시다. 최근 중학생이나 초등학생들까지도 열정적으로 시를 좋아하고 시를 사랑하는 모습을 보면서 시가 바로 우리들의 정신적인 어려움을 해결해 주는 묘약이란 것을 새삼 깨닫곤 한다. 마음의 파이팅. 그 뒤에 시가 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쉽게 수긍이 가지 않겠지만 오늘날 세상은 또다시 시의 세기다. 사람들이 그만큼 시를 읽고 싶어 하고 가까이하고 싶어한다. 왠가? 시를 통해 위로받고 싶어 하고 마음의 안정을 찾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시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어디선가 이런 문장을 읽은 기억이 있다. ‘예술이 가난을 건져 주지는 못하지만 위로를 해줄 수는 있다.’ 시인의 자리, 시의 자리도 바로 그 자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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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늙은최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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