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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7월 14일 목요일 오늘의 주요 신문사설·칼럼

※이 자료는 교육용으로 쓰기 위해 올리는 자료로 상업적 목적은 없으며 선정된 사실의 정치적 성향은 블로그 운영성향과 무관합니다.

 

  

주요 신문사설


[이데일리]

1.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사드 설득 나서야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인 사드(THAAD) 배치 부지가 경북 성주군 성산리 일대로 결정됐다고 한다. 다른 지역보다 군사적 효용성이 큰 데다 민간인 밀집 주거지로부터 1.7㎞ 떨어진 400m 고지여서 전자파 유해성 논란을 피할 수 있다는 점이 감안된 것으로 전해진다. 후방지역이기 때문에 사드가 자국을 겨냥한 것이라고 반발하는 중국의 공세를 비켜갈 수 있는 여지도 고려됐을 것이다. 지역 주민들의 반대와 군사·외교적 측면을 두루 살핀 결정이라는 얘기다.

배치 지역이 결정됨으로써 정책적 혼란은 일단락된 셈이다. 하지만 성주 주민들이 즉각 범군민비상대책위원회를 발족하고 ‘절대 불가, 강력 저지’를 결의하는 등 반발은 그치지 않고 있다. “사드 전자파로 주민 생존권이 위협받는다”는 걱정을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그러나 레이더에서 100m 이상 떨어지면 인체에 해롭지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과학적 설명이다. 이를 외면하고 반대만 외치는 것은 지역 이기주의요 ‘님비 현상’일 뿐이다. 영남권 신공항을 서로 유치하려던 ‘핌피 현상’과 극명하게 대비된다.

북한 핵과 미사일 위협이 상존하는 상황에서 사드 배치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사드 배치 결정 이후 중국과 러시아 등 주변국들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이런 때에 국론이 갈라지고 배치 예정 지역 주민들까지 집단 반발에 나서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특히 갈등을 조정해야 할 정치권과 지자체 수장들이 단식 농성을 하는 등 되레 주민을 선동해 ‘안보 님비’를 부추기는 현실은 안타깝기만 하다. 국가 안보를 외면한 무책임한 행태가 아닐 수 없다.

무 엇보다 내부 결속이 중요한 시점이다. 정치권의 초당적 협력과 해당 지역민의 대승적 협조가 긴요하다. 분열과 갈등이 더 깊어지기 전에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국민에게 사드 배치의 불가피성과 결정 과정을 투명하게 밝힐 필요가 있다. ‘불임’, ‘방사선 참외’ 등 근거 없는 괴담을 과학적으로 설명해 불안감을 해소시키는 등 주민 설득에도 적극 나서야 한다. 제주 해군기지 건설 과정에서 나타났듯이 외부 세력이 반목을 조장해 경제·사회적 낭비가 극심했던 불상사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2. 주먹구구 추경 예산 편성을 우려한다

우 리 경제 여건이 추가경정예산에 기대지 않으면 안 될 만큼 어려워졌다고 한다. 경기가 잠깐 회복세로 돌아서는 듯하다가 상승국면을 미처 느끼지 못한 상황에서 회복세가 끝나 버렸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대로 간다면 올해 성장률이 2.5% 수준에 그칠 것이라는 게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솔직한 실토다. 추경 예산이 신속히 국회를 통과해 실물 부문에 투입돼야 한다는 얘기다.

경 제정책 수행에 추경 예산 투입이 당연시되기에 이른 자체가 심각하다. 박근혜 정부 들어 현오석·최경환 전 경제부총리 때도 마찬가지였다. ‘가지 않은 길’을 가겠다고 호기를 부리며 추경을 투입했으나 돌아온 것은 계속되는 경기 침체에 성장률 둔화에 불과했다. 그러는 사이 국가 부채와 함께 가계 빚도 큰 폭으로 늘어가는 추세다. 주어진 여건이 불리하기도 했지만 어정쩡한 정책에도 책임을 물을 수밖에 없다.

추경 예산을 거창하게 편성하고도 정작 집행 과정에서는 원칙도 없이 사용하는 행태부터가 문제다. 메르스와 가뭄 사태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11조원 이상의 추경을 편성했던 지난해의 사례도 예외가 아니다. 저소득층과 사회 초년병의 직업훈련 과정을 지원하는 취업성공패키지 프로그램이나 경기부양책으로 마련했던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에서도 예산이 제대로 쓰이지 않았다는 얘기다. 공연예술계를 지원한다는 취지에서 편성된 티켓구입지원 계획도 목표에 미달했다.

이 처럼 추경 예산은 물론 본예산조차 제대로 사용하지 못한 경우도 있었다니 추경 편성이 주먹구구로 이뤄졌다고밖에는 달리 생각하기 어렵다. 그러면서도 경기 부양을 위해서는 추경의 뒷받침이 필수적이라고 주장한다면 설득력이 떨어진다. 경기 활력의 돌파구가 마련되지 않는 원인을 추경에 돌리려는 핑계가 아니냐는 지적을 귀담아들을 필요가 있다.

더욱 우려되는 것은 올해 추진 중인 10조원 규모의 추경 예산에서도 비슷한 행태가 이어지지 않겠느냐 하는 점이다. 이렇게 여기저기 구멍이 뚫리게 된다면 추경 예산을 아무리 많이 편성하더라도 경기 활성화에 도움이 될 수 없다. 경기진작 차원을 떠나서도 국민의 세금을 가볍게 생각한다는 발상이 문제다. 지금 상황에서 추경 편성이 불가피한 것은 사실이지만 적어도 전시행정 차원의 항목 배정은 없기를 바란다.

[서울신문]

3. 檢, 가습기 사태 정부 책임도 분명히 가려야

가 습기 살균제 참사의 책임이 관련 기업들에만 있다고 보는 사람은 지금 거의 없을 것이다. 눈앞의 이익을 앞세워 생명을 경시한 악덕 기업의 부도덕성이야 눈곱만큼도 동정할 여지가 없다. 그와 동시에 철저히 책임이 가려져야 하는 쪽은 다름 아닌 정부다. 정부와 관련 책임자가 누구인지 한창 진행 중인 검찰 수사를 국민이 눈을 부릅뜨고 지켜보고 있는 까닭이다.

그런 사정인데 검찰이 정부 책임을 제대로 따져보기도 전에 한 발 빼는 자세를 보이고 있다니 걱정스럽다. 검찰은 관련 부처 공무원들을 소환해 조사하는 중이다. 정부 책임을 따지는 수사 범위는 가습기 살균제가 출시된 1996년부터 20년간이다. 검찰은 대부분 혐의를 입증하기가 쉽지 않은 데다 그마저도 법리상 직무유기죄 정도만 적용할 수 있어 실질적인 처벌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검찰이 지레 앓는 소리를 내지 않아도 수사의 어려움을 짐작할 수는 있다. 가습기 사태는 정권이 몇 번이나 바뀌면서 진행된 해묵은 사건이다. 결정적 고비마다 정부 당국과 관계자들이 어떤 실수와 오판을 했으며 책임을 방기했는지 규명하는 작업이 쉬울 리 없다. 그렇다고 공무원 형사처벌 불가론부터 앞세우며 소극적인 수사를 한다면 그 결과를 누가 납득하고 신뢰하겠는가.

가뜩이나 늑장 수사로 정부만큼이나 검찰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중대 사건이다. 치명적 유해물질이 15년이나 시중에 버젓이 유통되면서 인명 피해가 속출했는데도 정부나 검찰이나 움직이지 않은 것은 마찬가지다. 상식적으로 납득되지 않는 일들이 한둘 아니다. 환경부는 가습기 살균제의 주요 성분인 폴리헥사메틸렌구아디닌(PHMG)을 유독물이 아니라고 고시했다가 15년이 지난 2012년에야 유해물질로 지정했다. 피해가 줄을 잇는데도 아무 조치 없이 미적댄 것도 도무지 석연치 않은 일이다. 직무태만인지, 기업 유착이 있었는지 반드시 가려야 한다.

지 금이라도 검찰은 수사 의지를 곧추 세워야 한다. 적극적인 수사 의지가 전제돼야 진실에 한 치라도 더 가까이 갈 수 있을 것이다. 검찰은 애초에 정부를 수사 대상에 넣지도 않으려다 국회가 국정조사를 결정하자 태도를 바꿨다. 국정조사 면피용으로 대충 넘길 생각은 접어야 한다. 가습기 살균제에 안전마크까지 붙여준 정부의 행위는 과실치사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는 목소리도 높다.

4. 남중국해 충돌, 패권주의는 찬성할 수 없다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을 둘러싼 중국과 미국의 힘겨루기 양상이 한층 격화되고 있다. 네덜란드 헤이그의 상설중재재판소(PCA) 가 그제 중국이 남중국해 영유권 주장의 근거로 삼았던 ‘남해구단선’(南海九段線)에 대해 국제법적 근거가 없다고 판결하면서부터다. 중재재판소는 중국의 인공섬 건설도 불법이라고 못 박았다. 중국의 완패다.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은 “남중국해 도서는 중국의 영토”라면서 “중재 판결의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며 불복 입장을 분명히 했다. ‘항행의 자유’를 내세워 해군과 공군 전력을 분쟁 해역에 투입해온 미국 측도 “국가 이익이 걸려 있는 만큼 눈감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강대강의 형국이다. 이번 판결에 따라 남중국해 일대의 제해권을 차지하려는 미·중 간 갈등이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든 만큼 새로운 접근과 함께 해법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분쟁의 핵심은 남중국해 전체 해역의 90%를 포괄하는 U자 형태의 남해구단선에 대한 합법성 여부였다. 중국은 1953년 구단선을 지도에 표시한 뒤 선 안에 있는 섬·암초·산호초와 해역을 자국의 영토와 관할로 규정했다. 영유권을 위해 역사적 권원(權原)까지 내세웠다. 판결은 바로 2013년 1월 필리핀이 중국을 상대로 분쟁 소송을 제기한 결과다. 남해구단선의 합법성은 부인된 데다 9개의 해양 지형물도 섬이 아닌 암초·간조노출지로 판정됐다. 중국이 국제적 비난을 무릅쓰고 건설한 인공섬은 법적 지위는커녕 환경 파괴 행위라는 판단까지 받았다. 인공섬을 기점으로 한 12해리·배타적경제수역(EEZ) 200해리 주장도 헛된 일이 됐다. 국력이 약한 동남아 국가들을 힘으로 밀어붙인 중국으로서는 굴욕이자 충격이 아닐 수 없다.

이 번 판결이 아시아의 안보 지형에 미치는 영향은 상당할 수밖에 없다. 미·중 관계의 변화도 불가피하다. 해양 강국을 꾀하던 중국은 제동이 걸린 반면 아시아로의 회귀 정책을 펴는 미국은 ‘항행의 자유’의 명분을 얻었다. 미국의 중국 저지인 셈이다. 미국은 석유를 비롯한 전략물자의 수송로이자 군사작전의 요충지인 남중국해를 중국의 영향권 아래 들어가는 것을 팔짱을 끼고만 있을 수 없었다. 중국의 판결에 대한 강력한 반발은 이해할 수도 있지만 군사력을 동원한 무력시위는 옳지 않다. 국제 질서를 깡그리 무시한 패권주의나 다름없어서다. 미국의 물리적 맞대응도 바람직하지 않다. 양국의 대승적 자세가 필요하다.

한국은 남중국해 분쟁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미·중 간의 대립인 탓이다. 한·미 동맹을 굳건히 해야 하지만 중국과의 관계도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다. 중국과는 북핵과 관련된 협조가 더 확고해야 할 상황에서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결정으로 마찰을 빚고 있다. 또 기회가 있을 때마다 독도를 국제 분쟁 지역으로 몰아가려는 일본의 망동도 어느 때보다 경계하지 않을 수 없다. 한국 정부는 고민이 깊을수록 국제법의 원칙에 입각해 신중하게 대처해 나가야 한다. 국익이 우선이지만 패권주의에는 찬성할 수 없다. 정부가 남중국해 분쟁 판결과 관련해 내놓은 ‘평화로운 해결’이라는 입장도 이해할 수 있다. 한국 정부의 현명한 외교적 노력이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동아일보]

5. ‘소수 아닌 모두를 위한 경제’ 내건 英보수당 여성총리

영국 집권 보수당의 테리사 메이 내무장관이 13일(현지 시간) 영국의 76대 총리에 취임했다. 신임 메이 총리는 취임을 앞두고 “국민이 유럽연합(EU)을 이탈하는 브렉시트(Brexit)에 찬성한 만큼 총리로서 EU를 떠난다는 것을 분명히 할 것”이라고 천명했다. 브렉시트 투표 전까지는 ‘EU 잔류파’였지만 이제는 브렉시트 현실을 인정하면서 변화를 원하는 자국민의 요구를 수용하는 실용적 기회주의(pragmatic opportunism) 노선을 보인 것이다.

‘철 의 여인’ 마거릿 대처 이후 26년 만에 여성으로서 총리 자리에 오른 메이는 강경 보수주의자로 통하지만 ‘작은 정부와 큰 시장’에 집착하지 않는다. ‘정부는 지역별 전략산업을 지원하고 기업은 고용을 창출한다’는 상생의 경제를 주장한다. 최근 들어선 “소수 특권층이 아니라 모든 사람을 위한 경제”를 강조하고 “완전히 노동자 편에 설 것”이라는 발언으로 기업의 책임을 강조하고 있다. 근로자 이사제를 도입하고 주주들이 경영자의 연봉을 결정하는 정책으로 사회 통합을 추진하려는 정책이 대처 식 신자유주의 경제와 어긋나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변화하는 현실을 인정하고 유연하게 적응해 성과를 낸다는 점이다. 그가 6년 동안의 내무장관 재직 중 경찰 예산을 대폭 삭감하고도 범죄 발생률을 줄이는 성과를 낸 것도 효율을 중시하는 유연성 덕분이었다.

이 같은 보수의 ‘진화’는 빠르게 변해야 권력을 유지할 수 있다는 과거의 교훈에서 나왔다. 대중이 원하는 것이라면 노동당 정책도 받아들이는 보수당의 DNA가 브렉시트라는 위기 국면에서 정책으로 구현되는 것이다. 그렇게 국민의 요구에 부응하는 것이 처칠, 대처, 메이저 등 보수당 총리들의 전통이기도 하다.

영 국 보수당의 행보가 반드시 정답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새누리당의 행보는 보수도, 진보도, 중도도 아닌 회색지대에서 눈치만 보는 격이어서 한숨만 나온다. 시장경제 수호라는 고유 가치를 정책화하지도 못하면서 어설픈 경제민주화 논리로 야당 흉내만 낼 뿐 국민의 목소리에는 귀를 닫고 있다. 국민의 변화 요구에 따라 당의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기는커녕 계파 다툼에 골몰하는 새누리당은 영국 보수당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

6. 배부른 현대차-현대중 노조 때문에 노동개혁 시급한 것

현 대자동차와 현대중공업 노조가 임금협상과 관련해 연대파업 카드를 들고 나왔다. 현대차는 기본급 7.2% 인상, 전년도 순이익 30% 성과급 지급, 일반 연구직 조합원의 승진거부권을 요구한다. 2년간 5조 원의 적자를 기록한 현대중 노조는 기본급 5.09% 인상, 성과급 250% 보장, 우수 조합원 100명 이상 해외연수를 요구하고 있다. 통념과 어긋난 승진거부권을 요구하거나 구조조정에 들어간 회사를 상대로 해외연수까지 보내 달라는 것을 보면 철밥통 노조 이기주의의 끝이 어디인지 궁금하다.

현대차 노조는 13일, 현대중 노조는 13∼15일 파업 찬반투표에 들어갔다. 역대 투표를 보면 가결이 확실시된다. 현대차는 5년, 현대중은 3년 연속 파업에 23년 만의 동반 파업이라는 치욕적 기록이 나올 판이다.

어 제 발표된 6월 청년실업률이 10.3%로 두 달 만에 두 자릿수로 올라섰다. 올 들어 청년실업률은 전년 같은 달 기준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며 6개월 연속 상승세다. 청년들은 일자리가 없어 좌절하고 있는데, 대기업 노조들이 자기들 잇속만 챙기느라 혈안이 됐다는 비판을 들어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는 최근 “정규직 보호를 완화하는 노동시장 개혁은 장기적으로 생산성을 높이고 경제성장에 기여한다”는 ‘2016 고용전망’을 발표했다. 특히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격차가 심한 한국 같은 나라일수록 노동개혁을 추진하면 고용이 오히려 늘어난다는 연구 결과다. 비정규직 비율이 25%였던 스페인에서는 정규직 중심의 고용시장 개혁을 단행한 결과 신규 고용에서 정규직 고용이 3.1%포인트 증가했다.

현대차-현대중 같은 정규직의 보호를 완화하는 노동개혁을 해야 청년고용도 늘어날 수 있다. 비정규직과 정규직, 중소기업과 대기업의 격차와 소득불평등이 성장잠재력을 갉아먹고 사회통합까지 저해하고 있다. 지금 한국 경제가 사면초가의 위기라는 사실, 왜 귀족노조의 눈에만 보이지 않는가.

[중앙일보]

7. 검사직을 비즈니스 수단으로 쓴 주식 대박 검사장

진 경준 검사장이 자수서를 검찰에 제출했다. 지난 3월 말 공직자 재산 공개에서 ‘주식 대박’ 의혹이 불거진 뒤 거짓 해명과 침묵 사이를 오갔던 그가 검찰 수사가 확대되자 일부 사실관계를 시인하고 나선 것이다. 과연 이것이 공직자, 특히 ‘검찰의 꽃’이라는 검사장에게 걸맞은 행태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이금로 특임검사팀은 어제 “진 검사장이 변호인을 통해 자수서 형식의 자료를 제출했으며 그 내용을 검토 중에 있다”고 말했다. 해당 문건에는 그간 불거진 의혹에 대한 해명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2005년 넥슨 비상장 주식 1만 주를 매입할 당시 넥슨에서 4억여원을 빌린 사실과 함께 넥슨의 법인 리스 차량을 처남 명의로 제공받았다는 의혹도 일부 시인하는 내용이라고 한다. 하지만 2006년 주식을 10억여원에 되팔고 다시 넥슨재팬 유상증자에 참여한 과정에 특혜가 없었다고 하는 등 대가성과 업무 관련성을 부인하는 취지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진 검사장의 자수서 제출은 결국 상황을 또다시 모면하려는 의도로 읽힌다. 특임검사팀 수사가 120억원대의 주식 대박 의혹을 넘어 처가(妻家) 명의 청소용역 업체 운영, 차명계좌 등으로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되자 수사의 칼끝을 피해보려는 것 아니냐는 얘기다. 검찰은 어제 김정주 넥슨 창업주를 소환한 데 이어 오늘 진 검사장을 피의자로 조사할 예정이다. 앞서 진 검사장은 주식 매입 자금에 대해 “개인 돈”이라고 했다가 정부 공직자윤리위 조사에선 “처가에서 빌린 돈”이라고 말을 바꿨다. 지난달 초 넥슨이 주식 매입 자금을 대줬다고 인정한 뒤에도 그는 계속 묵묵부답이었다. 뒤늦은 자수서로 형사처벌을 피할 돌파구를 찾으려는 그의 모습에서 정의를 추구하는 검사의 진정성은 찾아보기 어렵다.

의혹들이 사실이라면 진 검사장은 검사직을 비즈니스 수단으로 활용한 것 아닌가. 검찰은 허울뿐인 자수서에 수사 강도를 낮춰선 안 된다. 시민들은 “떳떳하지 않게 자기 앞가림만 하려는 사람이 어떻게 수사를 했고, 어떻게 검사장까지 올라갔느냐”고 묻고 있다. 검찰은 관련 의혹들을 하나도 빠짐없이 철저히 수사하고 그 결과를 국민 앞에 내놓아야 한다.

[매일경제]

8. 메르스 대비하랬더니 내시경 구입에 쓴 추경 예산

지 난해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후 급하게 마련된 추가경정예산(추경)을 지원받은 병원들이 감염병 대비와 무관한 엉뚱한 곳에 돈을 썼다니 한심하기 짝이 없다. 메르스 연관사업을 제쳐놓고 평소 구비해야 하는 제세동기를 사거나 내시경 장비 등을 마련하는 데 탕진했다는 것이다. 메르스 대비용으로 총 500억원가량이 투입됐는데 이렇게 부적절하게 혈세를 써버린 것은 물론 아직까지 정산보고서조차 제출하지 않은 병원이 있다니 더 심각하다.

국회예산정책처가 내놓은 2015회계연도 결산자료를 보면 추경을 통해 수십억 원에서 수천억 원까지 추가로 예산을 투입했지만 제대로 운영되지 않은 사업이 수두룩했다. 추가로 늘린 추경예산을 한 푼도 사용하지 않은 경우도 있고 기존의 본예산조차 다 쓰지 않았는데 추경으로 돈을 더 지원하기도 했다. 고용노동부의 취업성공패키지 지원사업에는 본예산 2746억원에다 추경으로 628억원을 증액해 3374억원까지 불어났으나 실제 집행된 예산은 본예산보다 적은 2562억원에 그쳤다. 본예산도 전부 집행하기 버거웠는데 추경을 한다며 억지로 끼워 넣어 불용액만 늘린 주먹구구식 편성의 민낯을 보여준 것이다.

지난해 메르스와 가뭄 등으로 침체된 경기를 살리겠다며 국민 혈세로 11조원 넘게 추경을 편성했지만 편성과 집행 과정 곳곳에 숭숭 뚫려 있는 구멍을 보니 걱정스럽다. 올해에도 구조조정과 일자리 창출 등의 명목으로 10조원 규모의 추경안을 국회에 제출할 예정인데 다시 졸속 편성으로 세금 낭비를 반복할까봐서다. 이번에는 추경 결정 시점이 늦은 만큼 이달 내 추경안을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어서 우려가 더 클 수밖에 없다. 민간 부문에서의 역할이 제한적일 때 정부의 재정 조기 집행과 추경 같은 적극적인 재정 운용이 경기 활성화에 긍정적 기여를 할 수 있도록 꼭 필요한 부분에 추경을 편성해 효과를 극대화해야 할 것이다.

9. 금리 내렸지만 투자는 안 늘고 가계빚만 늘었다니

지 난달 은행권 가계대출은 6조6000억원 늘어 잔액이 667조5000억원을 기록하는 등 증가세가 멈추지 않고 있다. 주택담보대출은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에도 불구하고 지난달 4조8000억원 증가해 잔액이 사상 처음 500조원을 넘어섰다. 반면 6월 은행의 기업대출은 1조2000억원 줄어 감소세로 전환됐다. 중소기업 대출은 1조7000억원 늘었지만 전달에 비해 증가 폭이 둔화된 것이고, 대기업 대출은 2조9000억원 감소했다.

지난달 9일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결정이 기업의 활발한 투자를 유발하기보다는 가계 빚만 늘린 꼴이니 답답할 노릇이다. 기업들은 금리 인하에도 불구하고 불확실한 글로벌 경기, 수요부진 등에 짓눌려 과감한 투자를 미루고 여유자금을 그냥 쌓아두고 있어 걱정이 아닐 수 없다.

기업 투자 부진 장기화는 대량 실업과 가계소득 감소로 이어지고 성장 잠재력을 떨어뜨릴 게 뻔하다. 전반적인 수요 침체에 따른 기업들의 투자심리 위축은 이해하지만 신사업에 대한 활발한 투자 없이 돈을 은행에 쌓아 놓고 있어서야 어떻게 지금과 같은 경기 부진을 타개해나갈 수 있겠는가.

이렇게 경기 전망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저금리에 올라탄 부동산 투자가 급증하면서 가계부채가 크게 늘고 있는 것은 우려가 된다. 올해 상반기에 불어난 은행권 가계대출 28조4000억원 중 주택담보대출은 23조8000억원에 달한다.

정 부가 7월부터 분양가 9억원 이상 아파트 중도금 집단대출을 규제했지만 풍선 효과로 다른 수도권 아파트 청약 경쟁률이 치솟고 있어 주택담보대출 증가세는 쉽게 멈추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가계의 원리금 상환 부담은 소비 감소로 이어져 경제 활력을 떨어뜨리는 악순환의 고리를 만들 수 있다. 향후 금리가 상승할 경우 가계부채는 한국 경제의 뇌관으로 작용할 수 있는 만큼 이대로 방치해선 곤란하다. 특히 저소득층의 가계 부채는 부실화 가능성이 커 경제에 치명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정부가 좀 더 치밀한 가계부채 대책을 세워야 할 때다.

[세계일보]

10. 도 넘은 공직기강 해이 일벌백계로 다스려야

황 교안 국무총리가 어제 중앙행정기관 감사관 회의를 소집해 공직기강 확립을 강조했다. 황 총리는 “앞으로 공직기강 해이 사례가 또다시 발생하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엄중하게 문책하겠다”고 했다. “공직자 한 사람 한 사람이 정부를 대표한다는 책임감으로 처신을 바르게 하고 말 한마디, 행동 하나에도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도 했다. 총리가 감사관 회의에 직접 참석해 공직기강을 언급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고 한다.

어제 회의는 교육정책 실무를 총괄하는 나향욱 교육부 정책기획관의 발언 파장을 수습하기 위한 후속조치로 마련됐다. 나 기획관은 최근 한 언론사 기자들과의 만남에서 “99%의 민중은 개돼지로 보고 먹고살게만 해주면 된다. 신분제를 공고화시켜야 한다”는 막말을 일삼았다. 공직자의 자질과 직분을 망각한 망언이다.

무개념 공직자의 일탈 현상은 몇몇 공무원만의 문제가 아니다. 근자에 불거진 사건만 해도 셀 수 없을 지경이다. 미래창조과학부의 한 사무관은 외국 출장에 동행한 부하 직원에게 자녀의 학교 숙제를 대신 시킨 사실이 드러났다. 부산에선 학교전담경찰관 2명이 여고생과 성관계를 맺는 일까지 벌어졌다. 자의적인 휴직으로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부총재직을 날려버린 홍기택 부총재의 행동은 국제 망신감으로 손색이 없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한·미 양국의 사드(THAAD) 배치 방침을 발표하던 8일 오후 백화점 쇼핑으로 구설에 올랐다. 윗물이 이런 정도이니 아랫물의 기강을 더 말해 무엇하겠는가.

공 공개혁은 박근혜정부가 추진하는 4대 개혁의 첫 단추다. 그런데도 개혁의 바로미터인 공직기강부터가 여전히 엉망이다. 공직기강은 총리가 몇 번 호통을 친다고 해서 나아지지 않는다. 공무원들이 눈치나 살피면서 일을 하지 않는다는 얘기가 파다하다. 정부는 갑질·막말·복지부동하는 공직자들을 일벌백계해야 한다. 회초리를 제대로 들지 않으면 박 대통령의 레임덕 현상은 빨라질 수밖에 없다.

주요 신문칼럼


1. [서울신문][씨줄날줄] 이준 열사와 상설중재재판소/강동형 논설위원

‘네 덜란드 헤이그’와 떼려야 뗄 수 없는 사람은 이준 열사다. 그는 1907년 7월 제2회 만국평화회의에 고종 황제의 명을 받고 이상설·이위종과 함께 네덜란드 헤이그에 도착했다. 그는 회의에 참석해 1905년 을사늑약의 부당성을 알리려 했으나 뜻을 이루지 못하고 이곳에서 불귀의 객이 됐다. 그는 일본 대표인 가토 다카아키가 고종 황제의 친임장이 위조됐다며 퇴장을 요구했고, 영국이 가세하는 바람에 회의 참석이 좌절됐다. 그는 이때 ‘선혈(鮮血)의 호소’라는 연설문을 낭독하며 억울함을 토로했다. 헤이그에 묻혀 있던 그 유해는 1963년 고국의 품에 안겼다. 그의 죽음에 대해 과거에는 항의의 표시로 할복 자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최근에는 분통함이 원인이 된 악성종양으로 호텔방에서 쓸쓸히 숨을 거뒀다는 게 정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상설중재재판소(PCA) 는 이 열사가 뜻을 이루지 못한 바로 그 회의에서 창설된 기구다. 1899년 열린 제1회 만국평화 회의에서 ‘국제 분쟁의 특정한 처리 방법을 위한 조약’이 체결되었고, 이 조약은 다시 2차 만국평화회의에서 ‘국제 분쟁의 평화적 처리 방법을 위한 조약’으로 수정돼 오늘에 이르고 있다. PCA는 유엔기구인 국제사법재판소(ICJ)가 설립되면서 그 역할과 기능이 축소됐다. 그러나 국가 간의 분쟁만을 다루는 ICJ와 달리 국가와 개인 간의 분쟁도 처리한다. 이 재판소의 한계는 판결 결과를 지키지 않아도 이를 강제할 수단이 없다는 점이다. PCAICJ가 나란히 입주해 있는 건물을 ‘평화 궁전’(Peace Palace) 이라고 부른다. 평화 궁전은 당시 국제평화재단을 설립한 미국의 철강재벌 앤드루 카네기의 지원으로 건립됐다. 건물 주변에 전 세계 197개국에서 보내온 돌을 전시한 공원이 조성돼 있고, 평화의 상징인 비둘기와 평화의 불꽃 등 평화를 주제로 한 각종 조형물을 설치해 관광 명소로 인기가 높다고 한다.

만국평화회의의 산물로 탄생한 ‘PCA의 판결’이 평화를 가져오기는커녕 갈등을 증폭시키는 것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PCA가 그제 “중국의 남중국해 영유권 주장은 역사적·법적 근거가 없다”고 판결하자 중국은 판결 내용을 무시하며 무력시위를 벌이고 있다. 예견됐던 일이지만 국제사회에서 힘이 곧 정의라는 현실을 접하는 것 같아 씁쓸하다. 이 지역에서 패권 다툼을 하고 있는 미·중의 무력 충돌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중국이 영해라고 그어 놓은 9개의 선을 지도상에서 살펴보면 너무 과해 실소가 나올 정도다. 그러나 중국은 실효지배를 하고 있고 강대국인 반면 PCA에 제소한 필리핀은 힘이 없다. 미국이 뒤를 받치고 있지만 애처로워 보인다. PCA가 제 역할을 할 그런 날은 올 것 같지 않다. 우리가 이준 열사의 분통함을 다시 겪지 않으려면 PCA 판결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2. [서울신문][세종로의 아침] 위작의 메커니즘과 과학적 진실/함혜리 선임기자 겸 논설위원

살다 보면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참 많은데 또 한가지가 추가됐다. 한국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거장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붙는 이우환 화백이 경찰이 압수한 그림 13점에 대해 “모두 내가 그린 것 맞다”고 말한 것이다.

국 과수의 과학 감정, 미술 감정 전문기관의 안목 감정 결과 위작으로 판명났고 체포된 위조범이 범행을 시인한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그는 “그림의 주인인 작가 자신에게 의견을 묻지도 않고 자격 없는 사람들이 위작 판단을 내렸다”며 울분을 토했다. 심지어 경찰이 자신을 회유하려 했다는 발언까지 서슴없이 했다.

경찰이 압수한 그림들이 이 화백이 그린 1970년대 후반의 그림들과 다르다는 것, 그러니까 위조범들이 그린 뒤 여러 가지 방법을 동원해 40년 전 그림처럼 보이도록 만들었다는 증거는 여러 가지 있다. 굳이 수억원짜리 장비를 들이대지 않더라도 육안으로 쉽게 가짜임이 드러나는 것들이었다고 경찰 감정에 참여했던 복수의 감정위원들은 전한다.

이 화백은 이런 모든 증거들을 부정하려 하고 있다. 나아가 국가기관의 권위와 과학적 판단 자체를 무시하려 들고 있다. 이런 행동에는 분명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본다. 경찰도 “다른 이유가 있지 않은가 의심스럽게 보고 있다”며 배경을 조사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 화백의 ‘진품 주장’을 사주하는 사람들로 가장 먼저 지목되는 것이 이 화백과 오랫동안 함께 일해 온 대형 화랑들이다. 미술시장의 구도를 놓고 보면 위조 조직과는 별개로 이 화백 작품을 거래하는 몇몇 대형 화랑과 이들이 소유한 옥션, 컬렉터들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얽혀 있음을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2007~2008 년 반짝 경기 이후 미술시장이 수년째 불황으로 허덕이는 상황에서 한국의 추상회화 운동인 ‘단색화’는 화랑가에는 구세주나 다름없었다. 대형 화랑들은 국내 시장이 좁다며 해외에까지 나가 전시회를 열었고, 국내외 경매에서 거래를 부추기면서 단색화 작가들의 작품 가격이 가파르게 상승했다. 이우환 위작을 만든 위조범들에게는 멋지게 한탕 할 찬스가 온 것이다. 작가는 “내가 본 그림 중에 위작은 없다”고 거들고, 화랑이 요구하면 확인서도 써주었다. 화랑은 작품에 사인도 대신하고, 겹치는 일련번호를 매기기도 했다.

이런 그림을 컬렉터들에게 팔고, 컬렉터들은 대형화랑이 소유한 옥션에 그림을 다시 내다 판다. 컬렉터는 차익을 챙기고 옥션은 수수료를 챙긴다. 누구도 밑지는 장사가 아닌 돈 놓고 돈 먹기 게임이 진행되는 동안 위작은 진품으로 둔갑한다.

미 술계에서는 시장 위축을 우려하며 위작 관련 법제를 강화해야 하고, 지금이라도 위작을 걸러낼 검증시스템을 공고히 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인다. 그러나 이보다 더 시급한 것이 있다. 돈이나 권력보다 과학적 진실을 존중하는 사회분위기를 만드는 것이다. 이 화백이 과학적 증거 앞에서 위작임을 순순히 인정한 뒤 “피해를 입은 사람들에게는 충분한 보상을, 위조범들에게는 엄한 처벌을 바란다”고 말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2016년 6월 29일, 이 화백은 예술가로서의 양심을 지킬 수 있는 마지막 찬스를 놓쳐버렸다.


3. [동아일보][이광표의 근대를 걷는다]공세리 성당과 이명래 고약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성당으로 불리는 곳, ‘태극기 휘날리며’ ‘사랑과 야망’ ‘아내가 돌아왔다’ 등 70여 편의 영화와 드라마를 촬영한 곳.

바 다에 인접한 충남 내포(內浦) 땅 아산에 가면 공세리 성당이 있다. 내포는 한국 천주교의 요람. 이에 걸맞게 공세리 성당의 역사도 19세기 말로 거슬러 올라간다. 1890년 공세리에 공소(신부가 상주하기 전 단계의 소규모 천주교회)가 생겼고 1895년 프랑스인 에밀리오 드비즈(한국명 성일론) 신부가 부임했다. 그는 1897년 한옥 성당을 신축했고 이어 1922년 직접 설계해 지금의 공세리 성당을 지었다.

고딕과 로마네스크 양식이 혼합된 공세리 성당은 우아하면서 단정하다. 그런데 언뜻 보면 근대기에 지어진 다른 성당과 그 모습이 비슷하다. 그럼, 이 성당이 가장 아름다운 성당으로 꼽히는 이유는 뭘까. 건물의 외관도 외관이지만, 가장 매력적인 것은 주변 경관과의 조화다. 수령 350여 년의 느티나무를 비롯해 건물 주변엔 고목이 여럿이다. 그 고목과 서양식 건축물의 조화가 압권이다. 성당 마당엔 순교자 32위의 넋을 기리는 공간도 있다. 순교의 흔적이 찾는 이를 숙연하게 한다.

이 성당엔 빼놓을 수 없는 일화가 있다. 1900년 전후, 아산 지역엔 종기로 고생하는 사람이 많았다. 그 모습을 안타까워한 드비즈 신부는 나름대로의 의약 지식을 활용해 종기 퇴치 약을 만들어 마을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었다. 신통하게 종기는 곧 나았고 화제가 되었다. 당시 공세리 성당에서 심부름을 하던 10대 소년 이명래가 있었다. 소년은 드비즈 신부로부터 열심히 고약 조제법과 치료법을 배웠다. 그러다 1906년 종기를 치료하는 고약을 만들 수 있게 되었고 이에 힘입어 아산에 ‘명래한의원’을 개업했다. 한 시대를 풍미한 ‘이명래 고약’은 공세리 성당에서 그렇게 탄생했다.

성당 한쪽엔 박물관도 있다. 사제관 건물을 박물관으로 바꾼 것이다. 박물관엔 성당과 순교의 역사, 성당 건축 과정, 이명래 고약 등에 관한 자료를 전시하고 있다. 이곳에서 촬영한 영화 드라마 가운데 대표작의 관련 영상도 볼 수 있어 흥미롭다.

공세리 성당은 언제 가도 아름답다. 뜨거운 여름 태양에 빛나는 붉은 벽돌도 좋고 건물 외벽에 드리운 고목의 그림자도 좋다.


4. [동아일보][이승재 기자의 무비홀릭]보기 힘들다, 볼 수 있다, 매우 보여진다

영 화 대사 한 줄이 한국사회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어차피 대중들은 개돼지들입니다. 적당히 짖어대다가 알아서 조용해질 겁니다”라는, 영화 ‘내부자들’ 속 권력자 백윤식의 대사 말이다. 이 말은 알고 보면 관객의 공분(公憤)을 자아내기 위한 영화적 장치라고 볼 수 있다. 이 대사를 듣고 ‘아하! 난 개돼지에 절대로 속하지 않아. 나는 상위 1%니까. 하하하’라며 기분 좋아할 관객은 세상에 별로 없을 것이므로. 공분이란 최대 다수의 최대 공감을 이끌어내는 강력한 정서인 것이다.

그런데 ‘내부자들’의 명대사는 따로 있다. 백윤식이 “어떠어떠하다고 보기 힘들다, 볼 수 있다, 매우 보여진다…. 같은 말이어도 누구에게 쓰느냐에 따라 달라진다”고 말하는 대목이다. 힘 가진 자는 무슨 극악무도한 짓을 하더라도 대부분 ‘나쁘다고 보기 힘들다’고 표현되지만, 힘없는 자는 웬만하면 ‘나쁘다고 볼 수 있다’, 심지어는 ‘나쁘다고 매우 보여진다’로 치부된다는 얘기다.

이 번에 지탄을 받게 된 고위관료는 이런 논리가 거꾸로 적용된 경우다. 일도양단하자면 한국사회에서 그는 ‘힘 있는 자’로 분류되기에, 힘없는 다수의 입장에서 볼 때 그는 ‘나쁘다고 보기 힘든’ 게 아니라 외려 ‘나쁘다고 볼 수 있는’ 것을 넘어 ‘나쁘다고 매우 보여지는’ 것이다. 이처럼 대중의 공분은 북핵보다 무섭다.

올해 상반기 국내 개봉 영화들에서도 폐부를 찌르는 명대사들을 찾아볼 수 있다. 세계 금융위기를 초래한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다룬 영화 ‘라스트 홈’엔 집을 잃고 쫓겨나는 사람들의 등에 칼을 꽂는 서슬 퍼런 대사가 나온다. “이 나라는 패자를 구해주지 않아. 오직 승자들을 위해 세워졌지. 승자의, 승자를 위한, 승자에 의한 나라이니까.” “100명 중 단 한 명만 방주에 올라타는 거야. 나머지는 물 밑으로 가라앉는 거지.” 그렇다. 공분을 자아내기 딱 좋은 ‘상위 1%론(論)’인 것이다. 할리우드도 한국처럼 공분이 돈이 되는 시장인가 보다.

미 국 여성 사업가의 성공 실화를 옮긴, 제니퍼 로런스 주연의 영화 ‘조이’에도 간담이 서늘해지는 대사가 등장한다. “착각하지 마. 세상은 당신에게 빚이 없어.” 아, 동정 없는 세상은 결코 패자에게 손길을 내밀지 않는다는 냉정한 진실을 이처럼 천연덕스럽게 속삭이는 대사가 또 있을까.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에 나오는 대사 “말은 제대로 하자. 넌 노력하지 않아. 단지 징징대는 거야”보다 몇 곱절 더 싸늘하고 잔인하다.

하지만 영화에는 삶의 의욕을 뿌리째 꺾어놓는 나쁜 대사들만 있는 것은 아니다. 위로와 희망을 주는 대사도 많다.

영 국 최초 스키 국가대표 선수의 도전 실화를 옮긴 감동적인 영화 ‘독수리 에디’에는 노력을 멈추지 않는 ‘꼴등’ 선수 에디에게 세계 1위가 건네는 철학적인 대사가 나온다. “너와 나는 한 시와 열한 시 같아. 나머지 시간들보다 서로와 더욱 가깝지. 이기고 지는 건 중요하지 않아. 우리는 영혼을 자유롭게 하기 위해 점프를 하지.” 얼마나 멋진 은유인가! 12시라는 최고의 자리를 이미 맛본 자신(1시)만큼이나 12시를 향해 달려가는 에디(11시)의 삶도 소중한 평가를 받아야 한다는 뜻이니 말이다.

멜로물에 정통한 곽재용 감독이 뜻밖에 내놓은 스릴러 ‘시간이탈자’에도 사고뭉치 제자에게 스승이 건네는 명대사가 등장한다. 역시 기가 막히게 아름다운 은유다.

“선 생님, 저 양아치 맞거든요? 이제 그만 저를 포기하시라고요.”(제자) “허∼. 나침반 바늘이 움직이는 동안은 방향을 알 수 없는 법이지.”(스승) “예?”(제자) “네가 길을 잃어서 나침반을 꺼냈다고 생각해 봐. 그럼 방향을 찾으려고 나침반 바늘이 마구 움직이겠지? 그동안 너는 눈금을 읽을 수 있을까?”(스승) “당연히 없죠. 근데, 그게 저랑 무슨 상관인데요?”(제자) “넌 지금 방향을 찾고 있는 거야, 인마! 네 나침반 바늘이 아직 움직이고 있는데, 남의 말이나 듣고 내가 널 판단해서야 쓰겠냐? 나침반 바늘이 움직이는 동안 난 너에 대한 판단을 보류하기로 했다.”(스승) “그게 언제까지 움직일 줄 알고….”(제자) “교사의 본분은 가르치는 게 아니야. 기다려 주는 거지.”(스승)

아, 상대의 나침반 바늘이 움직이는 동안 기다려 주는 아량과 배려가 이 세상엔 이미 멸종되어 버린 것은 아닐까. 나를 믿고 기다려 주는 단 한 명만 세상에 있어도 제법 살맛이 날 터인데. 영화 ‘계춘할망’에서 할머니가 손녀에게 건네는 대사로 이번 칼럼을 마감할까 한다.

“세상살이가 아무리 힘들고 지쳐도 온전한 내 편만 있으면 살아지는 게 인생이야. 내가 네 편 해줄 테니 너는 네 원대로 살거라.”


5. [동아일보][열린 시선/문태학]어르신 운전자의 안전운전을 위한 제언

같 은 속도로 나란히 달리던 두 차가 앞서가던 화물차가 떨어뜨린 적재물을 동시에 발견했다. 두 차의 운전자 모두 전방 주시를 철저히 했지만 한 대는 교통사고를 피했고 다른 차는 화물을 들이받았다. 유일하게 다른 점은 운전자의 나이였다. 사고를 피한 차의 운전자는 33세, 사고가 난 차의 운전자는 75세의 어르신 운전자였다.

위험을 인지하고 브레이크를 밟기까지 걸리는 반응시간은 성별 연령 컨디션 주의력 및 위험 예측의 정도 등 여러 가지 상황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 하지만 주로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지연된다. 30대 운전자의 반응시간은 0.7초였지만 70대 운전자는 1.2초가 걸렸다. 그만큼 정지거리가 길어지면서 적재물을 들이받을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사고 사례에서 보았듯이 다른 조건이 같더라도 어르신 운전자는 청장년층 운전자에 비해 교통사고 확률이 높아진다. 최근 5년 동안 발생한 교통사고 통계(경찰청 자료)를 보면 운전자의 연령이 61세 이상일 경우 사망률이 높아지기 시작하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65세 이상일 때 사망률은 60세 이하의 1.5배 수준이고 71세 이상은 2배 이상이다. 같은 기간 어르신 운전자가 일으킨 교통사고 점유율 역시 전체 교통사고 발생건수 대비 6.1%(2011년)에서 9.9%(2015년)로 증가하는 추세다.

어르신 운전자들에게 운전을 하지 말라는 것이 절대로 아니다. 제도적 보완과 개인의 노력이 합쳐지면 어르신 운전자 교통사고를 크게 줄일 수 있다는 말이다. 먼저 고령자로 하여금 운전면허를 반납하도록 하는 법적 장치 또는 자발적 문화 형성이 필요하다. 최근 동아일보 기획기사처럼 대한노인회가 적성검사 기간 단축이나 점진적 인지능력 검사의 의무화 방안에 긍정적인 마음을 갖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어르신 운전자는 본인의 신체 및 정신적인 상태가 운전 기능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 어르신 운전자는 노화에 따른 감속운전 및 차간거리 확보 등의 운전행동 변화를 실천해야 한다.

도 로교통공단에서는 65세 이상 어르신 운전자의 교통안전과 보험료 절약을 위해 노인운전자 교육과정을 무료로 운영하고 있다. 3시간 교육을 이수하고 교육 중에 실시하는 인지지각 검사를 통과한 어르신 운전자는 2년간 자동차 보험료를 5% 할인받을 수 있다. 이 같은 제도를 적극 활용하면 어르신 운전자들의 교통사고를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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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늙은최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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