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8월 9일 화요일 오늘의 주요 신문사설·칼럼
※이 자료는 교육용으로 쓰기 위해 올리는 자료로 상업적 목적은 없으며 선정된 사실의 정치적 성향은 블로그 운영성향과 무관합니다.
주요 신문사설
[서울신문]
1. 에너지 빈곤층 위한 폭염 대책 시급하다
전국이 보름 넘게 찜통이다. 입추가 지났는데도 연일 폭염주의보가 이어지고 있다. 기상청에 따르면 서울의 경우 지난달 22일 이후 단 이틀만 빼고는 매일 밤 열대야 현상이 나타났다. 1973년 이후 열대야 발생 일수는 두 번째로 많은 해로 기록된다. 밤잠을 설치게 하는 기록적인 더위에 시민 건강에도 전례 없는 비상이 걸렸다. 열사병, 열탈진 등 온열병 환자 수는 두 달 남짓 동안 1000명을 넘었다. 이 가운데 10명은 목숨을 잃었다. 이쯤 되면 손 놓고 기록만 세고 있을 단순 폭염이 아닌 것이다.
이런 이상 고온 속에 하루를 일년보다 더 힘겹게 넘겨야 하는 이들은 에너지 빈곤층이다. 에너지 빈곤층은 소득의 10% 이상을 냉난방비로 써야 하는 계층으로 전국에 약 150만 가구가 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서울만 해도 이들은 전체 가구의 10%를 웃돈다. 이들의 60%는 10평도 안 되는 좁은 집에 살고 있으며, 80%는 선풍기에만 의존해야 한다고 한다. 더 큰 문제는 이런 가구의 대부분이 70세 이상 노인이라는 것이다. 빈곤층 독거 노인이나 거동이 불편한 장애인 등 취약 계층에게는 폭염이 재난이나 마찬가지다. 실제로 폭염은 태풍이나 홍수보다 인명 피해를 더 많이 내는 기상재해로 분류된다. 한국기상학회는 최고 기온이 35도를 넘는 날에는 60대 이상의 사망자 비율이 68%까지 늘어난다고 경고한다.
지방자치단체들은 경로당이나 복지관, 주민센터 등을 무더위 쉼터로 지정해 운영하고 있다. 취약 계층을 챙기는 작업은 서둘러야 마땅할 서민지원 정책이다. 자칫 그런 배려조차 받지 못하고 방치된 쪽방촌이나 달동네의 빈곤층은 없는지 더욱 세심히 살펴야 한다. 거동이 불편해 온종일 집안에만 머물면서도 전기요금이 겁나 선풍기조차 마음 놓고 틀지 못하는 이들이 많다니 걱정이다.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한반도의 여름철 폭염은 앞으로도 더 심각해질 전망이다. 여름과 겨울이 길어지고 봄과 가을이 짧아지는 아열대성 기후로의 변화를 해마다 피부로 실감하고 있다. 폭염 대비책을 지자체에만 맡겨 둘 일이 아니라 이제는 정부 차원에서도 고민해야 한다. 정부가 빈곤층을 대상으로 시행하는 에너지 바우처 제도부터 손질돼야 한다. 겨울철 난방연료 지원으로만 국한하지 말고 당장 내년부터라도 여름철 냉방비 지원으로 범위를 확대할 일이다.
2. 지친 국민에게 희망 안겨 준 리우의 태극전사들
제31회 리우 올림픽에서 전해지는 낭보가 소나기처럼 열대야를 순식간에 날려 버리고 있다. 한국과 12시간의 시차가 나는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리는 스포츠 제전에서의 승전보는 얽히고설킨 국내외 문제에 힘겨운 국민 모두에게 청량제나 다름없다. 침체된 경기에 지치고, 사드 배치를 둘러싼 국제 관계에 혼란스런 상황에서 갈고 닦은 기량을 한껏 펼치는 선수들의 도전에 위안을 삼고, 희망을 키우고 있는 것이다. 그렇기에 메달을 목에 건 선수들의 환한 미소에 함께 웃고, 땀의 결실을 못다 이룬 선수들의 아쉬움을 달래며 계속되는 경기에서의 선전을 기원하고 있다. 한국 선수들에게 패한 다른 나라 선수들의 집념에도 격려를 아끼지 않고 있다.
여자양궁 한국 대표팀의 장혜진·기보배·최미선이 그제 단체전 결승에서 러시아를 꺾고 금메달을 땄다. 1988년 서울올림픽에서 여자양궁 단체전이 처음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이래 여덟 번째다. 올림픽 8연패의 위업은 전 종목 통틀어 세 번째다. 결승전 동안 불어닥친 강풍도 태극 낭자들의 투혼에는 미풍에 지나지 않았다. 3세트 마지막 주자인 최미선의 활이 바람을 타고 표적 10점에 꽂힘에 따라 승리를 결정지었다. 한국 남자양궁은 여자양궁에 하루 앞서 미국과의 단체전에서 8년 만에 금메달을 다시 차지하는 쾌거를 이뤘다. 참으로 장하고 멋지다.
리우에서 한밤중에, 새벽에 한국 선수들이 보여 주는 감동은 양궁만이 아니다. 축구 대표팀의 두 번째 경기였던 독일과의 승부는 치열한 공방 끝에 3대3 무승부로 끝났다. 후반 추가 시간의 프리킥 골을 허용한 것이 못내 아쉽지만 독일팀의 골망을 세 차례나 통쾌하게 흔들었다. 1승1무로 8강이 눈앞이다. 여자 유도 48㎏급에서 은메달을 딴 정보경의 경기는 153㎝ ‘작은 거인’의 반란이었다. 한국 여자 유도가 20년 만에 은메달을 거머쥔 것이다. 이 때문에 정보경이 무릎을 끓고 엎드려 한참 눈물을 흘릴 때도, “져서 많이 슬프다”며 도복으로 눈물을 훔칠 때도 “20년 만에 일냈다”며 함께 눈물짓고 위로할 수 있었다.
사격 황제 진종오, 마린보이 박태환, 미녀 검객 신아람, 유도 60㎏ 김원진 등은 예상 밖으로 부진하긴 했지만 ‘최선을 다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래서 자랑스럽다. 경기는 초반전에 불과하다. 양궁, 배드민턴, 여자골프, 태권도, 레슬링, 유도, 사격 등은 한국의 강세 종목이다. 더위를 조금이나마 식힐 상쾌한 승전보를 기대하며 태극전사들의 아름다운 도전에 힘찬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3. 中, 본말전도 ‘사드 언론플레이’ 중단해야
박근혜 대통령이 어제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야권 일각의 ‘사드 반대론’에 직접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 박 대통령은 일부 정치인들이 북한의 주장과 같은 맥락의 황당한 주장을 하거나 중국의 입장에 동조하면서 사드 배치에 반대한다고 지적한 뒤 “여야를 막론하고 이런 때일수록 하나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국가 안보와 관련된 문제에 대해서는 초당적으로 협력하는 것이 국민을 대신해 권한을 위임받은 정치의 기본적인 책무”라고 밝혔다. 중국 관영 매체들의 도를 넘은 사드 배치 비난 공세에 빌미를 주고 있는 ‘남남갈등’의 위험성을 지적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깊은 우려 속에 중국 방문을 강행한 더불어민주당 초선 의원 6명은 “사드 배치에 대한 찬반 입장을 밝히지 않겠다”고 했지만 중국 관영 매체들이 어떻게 이들의 방중 활동을 왜곡할지 걱정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특히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의 자매지인 환구시보가 이들의 방중과 관련된 우리 내부의 잡음을 아전인수식으로 해석해 1면에 왜곡 보도한 전력에 비춰 보면 방중 자체를 이슈화할 가능성이 크다. 모쪼록 방중 의원들은 ‘대한민국 국회의원’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고 국익을 먼저 생각하면서 언행에 신중을 기해야만 할 것이다.
중국 관영 매체들의 몰지각한 보도 행태에 대한 지적도 빠트릴 수 없다. 중국 언론들은 우리의 사드 배치 결정 직후부터 사설, 기사, 기고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해 비난의 십자포화를 쏟아붓고 있다. 특히 우리 내부의 ‘사드 반대론’ 등 입맛에 맞는 글과 인터뷰만 골라 게재하면서 우리의 분열을 조장하거나 자기들의 반대 논리를 정당화해 왔다. 점증하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자위권 차원에서 사드를 배치할 수밖에 없는 우리 입장은 안중에도 없다. 사드 배치를 초래한 북한의 도발에 대해서도 침묵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직접 입장을 표명하기 껄끄러운 강경한 목소리를 내고자 할 때 종종 관영 매체를 이용해 ‘언론플레이’를 해 왔다. 2010년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 직후 우리 군이 서해상에서 대규모 해상 사격훈련을 실시하자 환구시보는 “지금까지 좋은 말로 한국을 타일러 왔는데 한국이 제멋대로 행동하고 있다”며 “중국이 한국을 손봐 줘야 한다”는 오만방자한 사설을 게재한 바 있다. 당시에도 북한의 도발에 대해서는 일언반구 비판하지 않았다. 역시 본말이 전도된 ‘언론플레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이처럼 본질을 무시한 중국의 행태는 소아병(小兒病)적인 자국이기주의에서 비롯됐다. 하지만 중국이 간과하는 것이 있다. 사드 배치 등을 비난하면서 북한의 도발을 외면하는 사이 오히려 이나다 도모미 신임 일본 방위상의 언급처럼 일본의 핵무장 등 더 큰 화근(禍根)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무턱대고 북한을 감쌀 일이 아니다. 중국은 문제의 본질을 정확히 파악해야만 한다.
[동아일보]
4. 日王 퇴위로 아베의 군국주의 개헌에 제동 걸리나
아키히토 일왕(日王)이 어제 국민에게 보내는 비디오 영상메시지를 통해 “차츰 진행되는 신체의 쇠약을 생각할 때 몸과 마음을 다해 상징으로서의 책무를 수행하는 것이 어려워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물러날 뜻을 전했다. 일왕이 살아 있는 동안 퇴위 의사를 밝히고 양위하는 것은 에도시대 후반기인 1817년 이후 약 200년 만에 처음이다.
올해 83세인 아키히토 일왕이 지난해 공식 행사에서 순서를 헷갈리는 등 건강 이상 증세를 보인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국사를 하면서 일본 헌법하에 상징으로 자리매김한 천황의 바람직한 위상이 어때야 할지를 날마다 생각해왔다”는 대목을 보면 또 다른 메시지를 읽을 수 있다. 일왕이 조기 퇴임 의사를 밝힘으로써 아베 신조 총리가 추진 중인 개헌에 제동을 거는 것이다. 일왕이 세상을 떠난 뒤에만 후임자가 즉위할 수 있도록 한 현행 왕실전범(典範)의 개정 작업에 들어가면 개헌은 아베 총리 임기 내 어려워질 공산이 크다.
일본 헌법 1조는 ‘일왕을 일본국의 상징이자 일본 국민통합의 상징’으로 규정하고, 9조에서 ‘전쟁 포기’를 명시하고 있다. 아키히토 일왕은 2013년 12월 팔순 기자회견에서 “평화와 민주주의를 지켜야 할 소중한 것으로 삼아 일본국 헌법을 만들었다”며 ‘전쟁할 수 있는 나라’로의 개헌에 반대한다는 뜻을 분명히 한 바 있다. 그러나 개헌안은 일왕을 ‘국가의 원수(元首)’로 명문화하는 등 정치성을 부여하고 교전권(交戰權)을 명시해 평화헌법을 무력화할 태세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아베 내각이 일왕을 중심으로 하는 과거 국가 총동원체제로 돌아가려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다.
아키히토 일왕은 1989년 즉위 이후 일본사회 일각에서 과거 침략전쟁의 역사를 부정하는 풍조에 우려를 표명해왔다. 1990년에는 당시 노태우 대통령에게 “우리나라(일본)로 말미암은 불행한 시기에 귀국이 고통을 맛본 걸 생각하면 가슴 아프고 통석(痛惜)의 염(念)을 금할 길 없다”고 밝혔다. 일왕가(家)의 핏속에 백제인의 피가 흐르고 있다는 것을 공개적으로 말할 만큼 한국에 대한 깊은 관심과 애정을 감추지 않았던 아키히토 일왕이다.
아베 총리는 일왕의 메시지를 진심으로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과도한 우경화로 과거 군국주의 일본의 침략을 받았던 주변국들을 자극하는 일은 삼가야 할 것이다.
[이데일리]
5. 의료진도 자꾸 감염되는 '결핵 후진국'
환자를 돌봐야 하는 의료진의 결핵 감염 사례가 자꾸 나타나 걱정이다. 이번에는 고려대 안산병원 신생아 중환자실에서 근무하는 간호사가 결핵 감염 증세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직 확진 판정은 아니라지만 앞서 삼성서울병원과 이대목동병원 간호사의 결핵 감염에 이어진 세 번째 사례다. 보건당국의 결핵 관리에 구멍이 뚫렸다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다. 이러다간 오히려 병원에서 병을 얻는 게 아니냐는 자조섞인 목소리가 나올 법도 하다.
특히 이번 사례가 드러난 3곳의 감염자가 모두 소아환자 담당 간호사라는 사실부터가 문제다. 면역력이 떨어지는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감염이 확산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지난 3월 대구 계명대 동산병원 소아청소년과 의사가 결핵에 감염돼 어린이 등 20여명에게 세균을 옮긴 것이 대표적인 사례라 하겠다. 결핵은 감염자의 기침이나 재채기에 의해 전염되는 것이 보통이다. 공기 중에 떠돌던 결핵균이 호흡기를 통해 체내에 침투함으로써 전염된다.
더욱 심각한 사실은 우리나라의 결핵 발생률이 1996년 OECD에 가입한 이래 회원국 중 줄곧 1위를 차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2014년의 경우 인구 10만명당 감염자가 86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12명)에 비해 무려 7배에 이르는 수준이다. ‘결핵 후진국’이라는 오명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다. 세계 10대 경제대국을 자부하는 입장에서 낯 뜨거운 성적표가 아닐 수 없다.
우리가 결핵 후진국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데는 허술한 방역대책에 근본 원인이 있다. 한때 결핵 감염자가 줄어들게 되면서 보건소가 담당해 오던 환자 관리업무가 1989년 민간에 넘겨졌지만 2000년대 들면서 환자가 다시 늘어났다. 잠깐 방심한 탓에 관리가 부실해진 결과다. 이에 정부는 2025년까지 결핵 발생률을 OECD 평균 이하로 줄이겠다는 목표를 세웠지만 정책이 헛돌고 있는 상황이다.
지금부터라도 결핵을 확실하게 관리하겠다는 다짐이 필요하다. 그 첫 번째로 의료진의 결핵 감염 확산부터 막아야 한다. 특히 신생아나 소아, 노약자 등을 담당하는 의료진은 특별관리를 해야 한다. 병원이 결핵을 옮기는 경우만큼은 막아야 할 것이다.
6. ‘낙하산 인사’ 유혹 떨쳐버리지 못하나
역대 정부가 공공기관 및 산하기관 낙하산 인사 관행을 없애겠다고 굳게 약속했지만 달라진 것은 거의 없다. 오히려 갈수록 더 심해지는 느낌이다. 박근혜 정부 들어서도 마찬가지다. 최근 사례로는 대우건설의 경우가 대표적으로 꼽힌다. 내부 공모를 통해 최종면접까지 진행된 사장선임 절차가 돌연 백지화되고 재공모 절차를 밟은 끝에 박창민 전 현대산업개발 사장이 단독 후보로 추천됐다. 대주주인 산업은행을 통해 외부 압력이 들어왔을 것이라는 소문이 파다하다.
현재 재공모 절차에 들어간 한국수자원공사 사장이나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 이사장 자리도 마찬가지가 될 것으로 주변에서는 의혹의 눈길로 바라보고 있다. 특히 수자원공사의 경우 전임 최계운 사장이 임기를 6개월 남기고 사임하면서 외압설이 제기되기도 했다. 결국 정권 실세가 뒤를 돌봐주는 인물이 낙점될 것이라는 추측이다. 지난 총선에서 떨어지거나 공천 받지 못한 여권 인사들도 공공기관 자리를 노리고 있다.
문제는 낙하산 인사가 이 정도에서 그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농어촌공사와 마사회, 도로공사, 무역보험공사, 자산관리공사 등 대규모 공공기관 기관장들의 임기가 연달아 끝나가기 때문이다. 기관장을 포함해 감사, 비상임이사 등을 포함하면 그 자리가 100개도 훨씬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최근 한국증권금융 감사에 내정된 것으로 알려진 조인근 전 청와대 연설기록비서관의 경우도 경력과는 무관하다는 점에서 눈총을 받고 있다.
공공기관장 선임 절차가 형식적으로는 정해진 기준에 따라 진행되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투명성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점이 문제다. 평가 항목과 점수를 바깥에 공개하지 않기 때문에 각 후보들이 어떤 항목에서 어떻게 평가를 받았는지 알 수가 없다. 선임 절차가 공정하게 진행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 외부 입김에 의해 최종 후보자가 결정된다는 게 공공연한 비밀이다.
무능한 사람이 정치적 영향력을 앞세워 자리를 차지할 경우 조직을 거덜내게 된다는 점을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조직 관리보다는 자신을 뒷바라지해 준 사람에 더 신경을 써야 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권력에 의해 임명된 기관장들이 각종 경영 비리에 연관됐던 사실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공공기관의 자율적인 발전을 기대한다면 낙하산 인사 관행을 끊어야만 한다.
[매일경제]
7. 속도 내는 美보호무역 미리 대비하는 수밖에
미국 상무부가 국내 철강업체들에 때린 고율의 반덤핑 관세 폭탄을 보면 거세지는 신(新)보호무역주의 바람이 코앞에 다가와 있음을 실감케 한다. 지난 5일 부과된 조치는 열연강판 수출 1위인 포스코에 반덤핑관세율 3.9%, 상계관세율 57% 등 총 61%, 현대제철에는 반덤핑 9.5%, 상계 3.9% 등 13.4%의 관세 부과다.
상무부의 결정에 대한 미국국제무역위원회(USITC)의 최종 판정이 남아 있기는 하지만 이 정도의 관세폭탄을 맞으면 해당 제품 수출은 사실상 끝나는 셈이다. 지난달 한국산 냉연강판에도 최대 65%의 관세 부과 판정을 내렸는데 열연강판은 냉연강판 등 다른 제품에 비해 수출 비중이 훨씬 큰 점을 감안하면 이번 조치는 한층 심각하다고 봐야 한다.
올해 상반기에 벌써 미국은 한국산 제품에 철강·금속 18건, 전기전자 2건, 섬유 1건 등 모두 21건의 수입규제를 취했다. 우리 업체의 북미 세탁기 점유율이 올라가자 미국 1위 업체인 월풀의 문제제기 형식을 빌려 중국산 삼성전자와 LG전자 가정용 세탁기에 대해 각각 반덤핑 예비관세를 부과하기도 했다. 반덤핑관세와 상계관세는 값싼 수입품으로부터 자국의 제품을 보호하기 위해 매기는 관세다. 양국 간 자유무역협정(FTA) 체결로 무관세 시대를 열어놓고도 내놓고 보호주의로 빠져드는 것이니 공개적인 불공정무역과 다름이 없다.
미국은 경기 침체 때나 정권 교체기에는 강도 높은 보호무역 정책 기조를 되풀이해 왔다. 2001년 조지 부시 행정부가 출범한 직후 한국산 철강제품 등에 발동한 긴급수입제한조치(세이프가드)가 대표적이다. 오는 11월 치를 대선에서도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와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 간에 신보호무역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한·미 FTA를 포함한 양자 간 FTA뿐 아니라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같은 다자무역협정에 대한 비판도 거세다. 우리 정부는 미국 측의 공세를 업체들 간의 싸움이라며 손 놓고 있어서는 안 될 것이다. 최후의 수단으로는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등 법적 조치까지 강구해야겠지만 국내 기업 피해가 커지기 전에 양국 정부 간 채널을 총동원해 사전에 풀어나가야 한다.
[매일신문]
8. 교통지옥 뻔한 동대구환승센터, 대책 없는 대구시
사상 최대 규모의 백화점`종합버스터미널이 들어서는 동대구복합환승센터가 올해 말 완공된다. 축구장 40개와 맞먹는 연면적 29만㎡에 지하 7층 지상 9층의 환승센터가 문을 열면 하루 3만 대 이상의 교통량이 늘어난다. 출퇴근 시간이면 가뜩이나 막히는 인근 도로는 교통지옥으로 변할 것이 뻔하다. 대구시가 교통 대책의 일환으로 추진한 동대구역 고가교 확장 공사마저 계속 미뤄져 더욱 걱정스럽다.
대구시건설본부는 동대구역고가교(동대구역네거리~파티마삼거리) 확장 공사의 준공 예정일을 올 연말에서 내년 10월 말로 연기했다. 이유는 고가교 상판 공사를 열차가 다니지 않는 새벽 시간대에만 할 수 있는 데다, 공사 승인권을 가진 한국철도공사가 제대로 협조를 하지 않기 때문이다. 또 경부고속철 대구 도심 통과 구간의 개통이 늦어지면서 고가교 확장 공사도 연쇄적으로 미뤄질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이 공사는 기존의 왕복 6차로(48m)를 왕복 10차로(126m)로 확장해 환승센터로 인한 주변 교통 혼잡을 완화하기 위한 핵심 대책의 일환이었다. 공사 지연으로 인해 올 연말 환승센터 준공 이후 10개월 이상 교통 혼잡이 더해져 시민 불편이 엄청나게 클 것으로 보인다.
대구시는 지연 이유를 한국철도공사의 비협조와 경부고속철도 대구 도심 통과 구간 공사의 지연 탓으로 돌리고 있지만, 대구시의 책임이 훨씬 더 크다. 신세계가 환승센터를 착공한 지 2년 6개월이나 지났는데, 이제 와서 고가교 확장 공사가 늦어진다고 하니 설득력이 떨어지는 핑계일 뿐이다. 만시지탄(晩時之歎)이긴 하지만, 교통 대책을 전혀 세우지 않은 채 환승센터를 유치했다는 자체가 우스운 일이다.
주말`휴일이 되면 중구의 현대백화점 대구점으로 인해 달구벌대로 전체가 교통 체증에 빠진다. 환승센터의 신세계백화점 영업 면적이 현대백화점의 2배에 달하고 고속`시외버스의 진출입으로 인한 혼잡까지 고려하면 너무나 끔찍한 교통지옥도가 펼쳐질 것이다. 대구시는 하루라도 빨리 고가교 확장 공사를 마무리 짓고 교통 혼잡을 피하기 위한 대책을 점검해야 할 것이다. 환승센터가 재앙 덩어리 취급을 받지 않으려면 완벽한 교통 대책이 필요할 것이다.
9. 투자 유치한다며 개인 사업에 혈세 퍼준 울릉군
울릉군이 기업 투자 유치를 명목으로 특정 리조트 운영업자에게 수억원의 사업 보조금 특혜를 준 것도 모자라 산림 무단 훼손, 허위 공문서 작성 등 수차례 법을 어긴 것으로 드러났다. 최근 정부나 지자체의 각종 보조금을 몰래 빼먹는 비리가 도처에서 적발되고 강력한 조치가 뒤따르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 울릉군의 경우처럼 공무원이 앞장서서 거액의 보조금 특혜를 주면서 위법 행위도 서슴지 않은 것은 보기 드문 사례다.
울릉군은 2013년 이 사업을 처음 진행하면서 리조트 마당에 블록을 까는 데 4억2천여만원, 성인봉 계곡물을 리조트에 공급하기 위한 간이 상수도 시설 공사비로 3억5천여만원을 지원하는 등 모두 7억8천여만원의 도비`군비 예산을 지원했다. 게다가 관계 당국의 사업 계획 변경 승인도 받지 않고 사업 구역과 내용을 임의로 변경해 공사를 강행했다.
감사원은 2014년 이런 비위 의혹에 대해 감사를 벌여 울릉군의 부적절한 사업 진행과 위법 사실을 확인했다. 행정자치부는 후속 조치로 해당 사업비만큼 10억원의 지방교부세 삭감을 통보했다. 결국 울릉군의 잘못으로 군민이 큰 손해를 입은 것이다. 더욱이 울릉군은 이 과정에서 앞뒤가 맞지 않는 소명 자료를 행자부에 보내 비위를 숨기려 했다는 의심까지 받고 있다.
특정 개인의 사업에 혈세를 퍼주고 공무원이 법을 어기면서까지 사업 편의를 봐준 것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일이다. 아무리 투자 유치를 통한 지역 발전이 중요한 과제라 해도 이는 상식에 어긋난다. 지역 발전에 도움이 된다면 지방세 감면 등 적정 수준의 지원은 용인하는 추세다. 하지만 혈세로 특정인의 배를 불리거나 공무원 신분을 망각한 채 법을 어기면서까지 뒷배를 봐줬다면 이는 차원이 다른 문제다.
이 같은 특혜에 대해 울릉군 주민들은 “울릉군 공무원이 무슨 약점을 잡혔거나 뒷거래가 있는 게 아니냐”는 의심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울릉군은 혈세 낭비도 모자라 위법 행위마저 감수하고 사업을 강행한 이유가 무엇인지 숨김없이 공개해야 한다. 사법 당국도 리조트 사업 과정에서 관`민 유착 등 비리는 없는지 조사해 전모를 낱낱이 밝혀야 한다.
[조선일보]
10. 朴 대통령과 與野 새 지도부가 안보를 위해 해야 할 일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사드) 배치를 반대하는 더불어민주당 초선 의원 6명이 8일 중국 베이징을 방문했다. 외교 경험이 없는 그들이 만날 현지 인사들은 중국 정부의 입장을 그대로 주장하는 관변(官邊) 학자들이다. 언행에 신중하겠다고 했지만 중국에 이용될 가능성이 있다. 더민주당은 '사대(事大) 외교' 논란에도 이들의 방중을 막지 않았다. 전날과 어제, 청와대와 박근혜 대통령이 이들의 방중(訪中)을 비판하자 오히려 출국 의원들을 옹호하는 의원들이 더 늘었다. 전형적인 한국형 정쟁(政爭)이다.
더민주당의 8·27 전당대회에 출마한 당대표 후보 세 명도 모두 사드 반대론자이다. 이들은 대여 관계에서도 강경론을 펴고 있다. 전제 조건을 달긴 했지만 '대통령 탄핵' 얘기를 꺼낸 후보까지 있었다. 후보들 간 선명성 경쟁으로 사드 문제가 정부에 대한 반감과 뒤섞이는 양상이다. 이번 전당대회에서 누가 새 대표로 선출되든 더민주가 사드 반대로 급격히 쏠릴 소지가 크다. 사드 당론 채택을 미뤄온 현 김종인 대표에 대한 불만도 이미 새 나오기 시작했다.
야당이 사드를 정치적으로 접근한다면 그만큼 안보·국방의 논리가 고려될 공간이 좁아지는 것이다. 지금도 사드를 반대하는 더민주당 의원들은 중국과의 관계 악화만 강조할 뿐 군사적 대안은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사드 문제는 쉽게 끝날 것 같지 않다. 중국은 내부적으로 남중국해 장악 시도가 국제법상 불법으로 결정된 문제를 수습해야 하는 상황이다. 민주 국가였으면 정권이 흔들렸을 사안이다. 중국은 지금 국내 불만 여론의 불길을 나라 밖으로 돌리려 부심하고 있고 때마침 사드가 그 대상이 돼 있다. 우리 국내에서도 야권 전체에서 사드 문제로 현 정권을 흔들 수 있다고 판단하는 세력이 커지고 있다.
이미 야권의 유력 대선주자 중에는 사드 반대 의사를 밝힌 사람도 있다. 우리 정치권은 선거에 유리하다고 판단되면 사드 정쟁이 아니라 그 이상 무슨 짓도 마다하지 않을 것이다. 경북 성주 주민들의 집값, 참외값 반발도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중국은 내년 말 사드가 배치되더라도 한국의 정권 교체 뒤 사드를 철수시킬 수 있다는 생각까지 할지 모른다. 심각한 일이다.
사드는 기왕에 있는 국내 미사일 기지에 버스 한 대보다 작은 레이더와 요격 미사일을 배치해 북한의 탄도 미사일 공격에 대비하는 무기체제이다. 이것이 마치 엄청나게 거창한 시설이 오는 것처럼 부풀려져 있다. 순전히 북핵 미사일을 막자는 방어적 조치에 국론이 분열될 경우 득(得)을 보는 것은 국제 제재로 사면초가에 몰린 북한과, 미국에 대한 불신으로 우리 측 설명은 들으려고도 하지 않는 중국밖에 없다.
어제 박 대통령은 "아무리 국내 정치적으로 정부에 반대한다 하더라도 안보에는 여야가 따로 없다"며 초당적 협력을 요청했다. 사드 배치를 공식화한 지 한 달 만에 나온 언급이다. 그간 박 대통령이나 정부는 야당을 설득하기 위해 특별히 노력한 것이 없다.
새누리당은 오늘, 더민주는 27일 새 지도부를 선출한다. 대통령이 여야의 새 지도부를 만나 안보를 놓고 허심탄회하게 대화하기 바란다. 야당을 설득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만나라는 게 아니다. 생각이 달라도 서로의 입장을 명확히 안다는 것은 반드시 필요하다. 사실 우리 앞엔 사드보다 훨씬 더 크고 중요한 문제들이 놓여 있다. 미 대선으로 촉발된 보호무역 바람,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장기 불황과 기업 구조조정 등 정치권이 머리를 맞대고 풀어야 할 현안이 한둘이 아니다. 이 마당에 국민이 정말 바라는 것이 무엇일지 대통령과 정치권 모두가 숙고했으면 한다.
주요 신문칼럼
1. [연합뉴스]<이희용의 글로벌시대> 독도에서 떠올린 반크의 꿈
1998년 빌딩 청소를 하며 야간대학에 다니던 가난한 대학생이 인터넷 활용수업 과제로 외국인과 교류하는 홈페이지를 만들고 세계 여러 대학의 동아시아 관련학과 1천여 곳에 편지를 띄웠다. 한국을 알고 싶은 외국인들에게 한국 친구들을 소개해주겠다는 내용이었다. 이 가운데 10분의 1가량 되는 100여 곳에서 답장이 왔다. 이들과 대화하며 한국에 관한 궁금증을 풀어주려다 주요 사이트에 잘못된 내용이 많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
그는 1999년 1월 1일 한국을 알리는 전용 사이트를 만들고 주요 사이트를 운영하는 기관에 편지를 보내기 시작했다. '다케시마' 대신 '독도'로 표기해야 한다거나 '일본해'에 '동해'를 병기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는 단순한 두 나라의 다툼이 아니라 제국주의 침략 과정에서 왜곡된 과거사를 바로잡는 일이라는 설명도 곁들였다. 2000년 세계적 명성의 잡지와 방송 채널을 소유한 내셔널지오그래픽에서 '동해'를 병기하겠다고 응답해왔다. 그때부터 자신감을 얻었고 함께하는 회원도 부쩍 늘어났다. 그 대학생의 이름은 박기태(42)였고, 그 펜팔 사이트가 'Voluntary Agency Network of Korea'의 머리글자를 딴 '반크'(VANK)의 모태였다.
반크는 '사이버 외교사절단'이라고 불린다. 사이버 공간을 무대로 한국을 올바로 알리는 민간외교관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기 때문이다. 박기태 단장이 반크를 결성했을 당시 세계지도에서 동해를 병기한 비율은 3%에 지나지 않았으나 이제는 30%에 이른다. 반크 회원들의 노력에 힘입어 엔사이클로피디아 등 주요 백과사전 사이트는 고조선을 누락한 채 고구려를 한국 최초의 국가라고 소개했다가 정정했고, 미국 중앙정보국(CIA) 월드 팩트북은 대한민국이 1천 년간 독립국가였다고 기술한 대목을 '수천 년에 달하는 오랜 독립 역사를 지닌 한국'으로 고쳤다. 영국 국립중앙도서관과 호주 머큐리인쇄박물관은 구텐베르크에 앞서 한국이 금속활자를 발명했으며 직지심체요절이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금속활자본이라는 사실을 명기했다.
반크의 활동 영역은 한국 관련 오류를 바로잡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13만 명의 반크 회원은 한복이나 김치 등을 전 세계에 널리 알리는가 하면, 한반도 통일이 가져올 미래를 펼쳐 보이며 설득에 나서기도 하고, 유엔이 지구촌 문제 해결을 위해 정한 지속가능개발목표(SDGs)의 달성을 위해서도 팔을 걷어붙이고 있다.
일각에서는 반크를 두고 국수주의 단체라거나 지나치게 민족주의를 앞세운다는 등의 비판을 제기하기도 한다. 독도 영유권, 동해 표기, 일본군위안부 문제 등에 매달리고 '21세기 신(新)헤이그 특사단'이라는 이름으로 홍보사절단을 파견하다 보니 반일단체로 알려져 있기도 하다. 심지어 일부 일본인은 사이버 테러단체라고도 부른다. 특정 사이트에 집단으로 '이메일 폭탄'을 보내 압박하거나 해외 대학 도서관의 장서에 'Dokdo'나 'East Sea'라고 적힌 수정 스티커를 마구 붙이는 일이 일어나다 보니 반크가 배후로 의심을 사는 일도 있었다.
박 단장은 "도서관 장서를 훼손하는 행위 등은 같은 한국인으로서 이해되는 측면은 있으나 오히려 한국인의 이미지를 떨어뜨리는 일"이라며 "우리는 논리적으로 설득하고 그에 필요한 자료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정정을 유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반크의 목표는 일본에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잘못된 과거사를 바로잡고 진정한 한일 동반자 관계를 구축해 동북아 평화시대를 열어가는 것이며, 우리의 활동이 국수주의적으로 흐르지 않도록 전 세계 외국인들과 우정을 나누는 데 힘쓰고 있다"고 역설했다. 실제로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이 일어났을 때 반크 회원들은 희생자를 추모하고 이재민을 돕는 캠페인을 전개하며 성금 모금에 나서기도 했다.
반크 활동의 중심에는 독도가 있다. 반크는 온 국민이 한마음으로 뜻을 모아 독도의 진실을 제대로 알리는 것이야말로 한일 간의 과거사 논쟁을 해결하고 남북통일의 길로 나아가는 디딤돌이라고 여기고 있다. 독도 우표나 엽서를 발행하고 청소년들을 디지털 독도 외교대사와 글로벌 독도 홍보대사로 양성해온 것도 그러한 노력의 하나이다. 2009년부터는 경상북도와 함께 해마다 우수 회원을 초청해 독도 탐방 캠프를 열고 있다.
지난 4일 독도평화호를 타고 독도에 도착해 동도의 구석구석을 둘러본 반크 회원들은 감격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맨눈으로 보는 독도는 사진으로 대할 때보다 훨씬 아름다웠고, 발을 내딛는 감촉도 평소와 달리 정겹게 느껴졌다는 소감을 앞다투어 털어놓았다. '한국령'(韓國領)이라고 적힌 표석이나 동도 정상에 새겨진 태극기 그림과 마주할 때는 가슴이 벅차올랐다고 입을 모았다.
이날 독도의 풍경은 무척 평화로웠다. 쾌청한 하늘 아래 바람은 고요하고 물결도 잔잔해 바다 밑이 훤하게 들여다보였다. 독도의 주인이나 다름없는 괭이갈매기는 한가롭게 날갯짓을 하고, 사람 말고는 이곳에 사는 유일한 포유류라는 삽살개 '수호'와 '천사'도 더위를 피해 그늘에서 낮잠을 즐기고 있었다. 소총으로 무장한 경비대원이나 사방을 향해 설치된 각종 무기가 오히려 어색해 보일 지경이었다.
그러나 독도를 둘러싼 주변 정세는 전혀 평화롭지 못하다. 아베 신조 총리의 집권 이후 노골적으로 과거 회귀 본능을 드러내는 일본은 최근 방위백서를 통해 12년 연속 "독도는 일본 땅"이라며 억지를 부렸다. 중국은 남중국해 섬들의 영유권을 놓고 주변국들과 갈등을 빚는데 이어 한반도 사드 배치 결정에 거세게 반발하며 한국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한때 지켜주지 못한 대한민국의 최동단 영토 독도에 또다시 아픔을 주지 않으려면, 그리고 최소한 반크 청소년들의 초롱초롱한 눈망울에 부끄럽지 않기 위해서라도 우리 모두 정신을 바짝 차리고 지혜를 모아야 한다.
2. [매일신문][세계의 창]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다
서울대 사회복지연구소와 한 국제구호단체가 최근에 발표한 바에 따르면 세계 12개국의 만 8`10`12세 아동의 행복감에 대한 연구 조사 결과 한국 어린이들이 모든 연령대에서 가장 낮게 나타났고, 특히 중학교 1학년에 해당하는 12세에서 행복감이 급격히 떨어졌다고 한다. 중학생들은 가족과의 좋은 관계를 행복의 주요 조건으로 꼽았지만, 공부 때문에 가족과 함께 보내는 시간이 줄고, 부모님은 학업에 대해서만 궁금해하면서 대화가 줄고 사이가 나빠진 사례도 나왔다.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이러한 현상을 과연 ‘교육열’이라는 이름으로 포장할 수 있는 것인지 근본적인 의문을 갖게 된다.
오래전 경상북도에서 ‘창의적이고 정직한 인간’을 교육 구호로 내걸고 각급 학교마다 정문에 현수막까지 내다 건 적이 있다. 시의적절하고 제대로 된 표어였다. 딸아이가 다니던 모 고등학교도 예외가 아니었다. 그런데 그 당시에 모인 수백 명의 학부모와 교장, 교감 선생님이 합의한 것은 “외부에는 적당히 둘러대고 우리끼리는 영어, 수학 수업을 더 많이 하자”였고, 무슨 수업료 영수증은 이중으로 발행한다는 것이었다. 한마디로 다 같이 조작해서 우리 자식들 대학에 많이 합격시키자는 것이었다.
필자가 고등학교에 다니던 40년여 년 전에도 음악, 미술, 체육 시간 대신 국`영`수 과목을 변칙 편성하는 이중 시간표가 만연했고, 담임 선생님은 장학사가 오면 원래 시간표대로 수업한다고 답하라는 지침을 하달하였다. 이런 해묵은 조작과 거짓말은 하도 만연되어서 모든 것이 ‘교육열’이라는 말로 미화되고 칭찬받는다. 예전보다 많이 나아졌지만, 아직도 학생들의 적성과 취향보다는 일류 학교 합격자 수를 늘리는 진학지도가 교육이라는 이름으로 행해지고 있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입시 성적이 좋으면 명문학교라 불러주고 언론은 그 결과만을 갖고 학교 서열을 매기고 경쟁을 부추긴다.
이러다 보니 전교 1등을 놓쳤다고 2등 한 학생이 아파트 옥상에서 뛰어내려 자살한 비극적 사건도 있었다. 모두가 우러러보는 대학에서 재학 중에 사법시험에 합격한 사람이 검사가 되어 세상 떠들썩한 부정을 저질러 감옥에 간 최근의 사례를 무슨 특별한 예외적인 일이라고 치부할 수 있을까? 공부만 잘하면, 성적만 좋으면 모범생이라고 상장을 주는 일을 아직도 하고 있지 않은가? 대학도 자의건 타의건 서열화되고, 정부의 재정지원 사업 선정 순위에 들기 위해 안간힘을 쓰지 않으면 안 되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 교육을 잘하기 위해서인데 그것을 위한 행정업무에 힘을 쏟아야 하는 일도 다반사다.
미국에서는 교육 현장은 말할 것도 없고 모든 분야에서 거짓말을 가장 큰 죄로 치고, 제도적으로도 거짓말에 대해 엄청난 불이익을 안긴다. 다인종, 다문화 국가인 거대 미국을 지탱하는 힘이라고 본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여러 공식석상에서 한국의 교육을 예로 들면서 미국도 이를 본받자고 한 적이 있다. 세계 최강대국의 대통령이 한 말이니 일부 지당한 면이 있긴 하다.
그러나 과연 그가 우리 사회에서 ‘교육’이라는 이름으로 저지르는 수많은 비교육적 처사를 알고나 있는지 모르겠다. 매사 순위를 매기고, 1등만을 지향하는 이런 것은 이제 선진국으로 발돋움하는 우리 사회에서 지양할 때가 되지 않았나? 모든 분야에서 평가의 잣대로 서열 매겨서 상주고 벌주는 일이 업무 성과의 극대화를 기여하기도 하지만, 반대로 ‘이웃사촌의 정’이 유별난 한국인 공동체에 끼치는 악영향도 무시할 수가 없다.
개인주의가 뿌리내린 서양식 평가제도를 우리는 너무 급속히, 그리고 너무 쉽게 적용하려다 보니 곳곳에서 부작용이 일고 있다. 지금 브라질에서 올림픽 경기가 한창이다. 국가대표로 출전한 우리 선수들은 다 최고의 기량을 가진 사람들이다. 은메달, 동메달도 세계 2, 3위인 굉장한 성과다. 괜히 그들이 죄를 지은 것처럼 해서는 안 될 일이다. 올림픽 참가 선수뿐 아니라 1등 지상주의가 상존할수록 우리 사회에 행복하지 않은 아이들만 길러질 뿐이다. 최근 몇몇 대학에서 성적 장학생을 줄이고 공동체 기여 및 참여 장학금을 주는 제도를 도입한 것도 ‘교육과 행복’의 정비례를 위해 좋은 착안이라 본다.
3. [매일신문][기고] 태극기 사랑, 나라 사랑의 길
지난 7월 17일 제헌절 날 풍경은 많이 아쉬웠다. 대구 시내 중심가에는 높은 빌딩이 많은데, 건물에 태극기를 내건 곳은 달랑 4, 5곳이 전부였다. 태극기는 어디로 갔을까. 태극기로 대변되는 나라 사랑은 어디로 갔을까.
어린 시절 자주 불렀던 노래가 있다.
태극기가 바람에 펄럭입니다. 하늘 높이 아름답게 펄럭입니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나풀거리며 행진 놀이하던 때가 눈에 선한데, 이제는 그런 날들은 언감생심이다. 88세 노인이 된 나라도 손에 태극기를 들고 아파트촌 노인들을 불러 모아 소꿉장난이라도 해볼까.
평소 늘 느끼던 일이지만 요즘은 아파트와 단독주택을 불문하고 국가기념일에 태극기를 게양한 집을 찾아보기 힘들다. 생활이 풍요롭고 자유로워진 까닭에 서로가 서로를 아끼고 도와야 한다는 생각, 나라 사랑, 이웃 사랑이 식어버린 탓일 게다. 그러나 그럴수록 허리띠 졸라매고, 근검절약하고, 나라 사랑하며 지내온 날들을 생각해야 하는 것 아닐까.
조금 잘살게 되었다고 나라와 이웃은 뒷전이고, 각자가 자기 목소리만 내세우는 모습이 참으로 아쉽다. 그런 모습을 볼 때마다 삼시 세 끼 죽으로 겨우 연명하던 가난의 시절, 주린 국민의 배를 채우고, 우리도 한번 잘살아 보자고, 해진 허리띠에 낡은 구두를 신고, 밀짚모자 쓰시고, 논에 들어가 농부들과 함께 모심기를 하고, 막걸리를 드시던 그 어른의 모습이 떠오른다.
그 뜻을 이어받아 우리가 허리띠를 졸라매고, 열심히 일해온 덕분에 이제는 마음껏 자유를 누리고, 배불리 먹으며 살고 있다. 우리 후손들뿐만 아니라 이제는 동남아, 아니 세계로 우리나라의 발전 모델을 확산시키고 있다.
이처럼 우리가 잘살게 된 것은 이웃과 나라를 사랑하고, 똘똘 뭉쳐 함께 해보자는 굳건한 의지가 있었기 때문이다. 조금 잘살게 되었다고 이웃과 나라 사랑하는 마음을 잊는다면 언제 다시 가난과 질곡의 세월로 떨어질지 모른다.
국민들께 호소드린다. 이제부터라도 모두가 나라 사랑하는 마음으로 국경일에는 반드시 국기를 게양하자. 이제 며칠이 지나면 8`15 광복절이다. 그날에는 아파트고 단독주택이고 한 집도 빠짐없이 태극기를 달자. 북한에서는 남남갈등을 일으키려고 온갖 책동을 주저하지 않는데, 그 장단에 놀아나지 말고, 마음 단단히 잡자.
우리나라는 지정학적 위치로 볼 때 일본과 중국, 러시아에 끼여 운신이 자유롭지 못하지만, 그래도 그들에게 뒤지지 않고 우뚝 서서 세계 강국들과 대등하게 정치외교를 펼치고 있으니 자랑스럽다.
북한은 핵무기를 개발해서 우리를 위협하고 있고, 우리 정부는 그것을 막기 위해 사드를 배치하려고 한다. 그러나 아쉽게도 우리 내부에서는 찬성과 반대가 극렬하게 대립하고 있다. 이런 것들이 바로 북한이 노리는 남남갈등일 것이다. 참으로 걱정스러운 일이다. 하루빨리 정치권과 국민이 뜻을 모아 논란을 마무리하고, 국민의 마음을 안정시켜야 한다. 이것은 여야의 문제, 정쟁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의 운명, 국민의 생명과 관련된 문제다.
우리 국민들은 국가의 번영과 국민 생활의 안정, 즉 평화 자유 민주를 갈망할 뿐이다. 다가오는 광복절에는 집집마다 태극기를 달아 온 나라 안에 태극기가 휘날리도록 하자. 그래서 북한이 아무리 남남갈등을 조장해도 우리는 결코 분열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자. 그래서 이 아름답고 풍요로운 대한민국을 후세 만대에 물려주도록 하자.
광복절은 우리 민족이 다시 태어난 날이다. 이번 광복절에는 모두 한마음 한뜻이 되어 한 집도 빠짐없이 대문마다, 창문마다 태극기가 휘날리기를 간절히 기원한다.
4. [동아일보][공주형의 생각하는 미술관]어머니, 나의 어머니
‘검정색과 회색의 배치―화가의 어머니’는 제임스 애벗 맥닐 휘슬러(1834∼1903)의 대표작입니다. 그림 속 화가의 어머니는 절제되고, 명예로운 삶을 추구했습니다. 하지만 화가는 달랐습니다. 아름다운 여성과 호화로운 식기가 있는 삶을 탐했지요.
21세 화가는 홀로 프랑스로 미술 공부를 떠났습니다. 이후 어머니와의 재회는 더 큰 자유를 찾아 정착한 영국에서 이루어졌습니다. 미국에서 발발한 시민전쟁을 피해 어머니가 아들집에 왔거든요. 아들은 어머니의 재등장에 긴장했습니다. 그럼에도 어머니 심기를 거스르지 않으려 노력했지요. 친구들에게 어머니 성품을 알렸고, 실내 장식도 검소하게 바꾸었어요.
훗날 미국 최초 어머니의 날 기념우표를 장식할 그림은 이 시기에 탄생했습니다. 1871년 가을, 청교도였던 어머니를 모델로 자유분방한 아들이 붓을 들었습니다. 그림 속 67세 노모는 지금까지 미술 속 어머니들처럼 미소가 자애롭지도, 눈길이 인자하지도 않습니다. 평소 모습 그대로 책임감과 도덕성으로 무장한 모습이었지요. 여기에 일본에 관한 화가의 관심도 엿보입니다. 그림 속 어머니는 기모노 천이 드리우고, 다다미가 깔린 방 안에 미동조차 없이 앉아 있습니다.
건강상의 문제로 어머니가 미국으로 돌아간 후 화가는 자유를 되찾았습니다. 해방감을 만끽하느라 안부조차 묻지 않았지요. 그리고 2년 뒤 어머니의 부고가 전해졌습니다. 그토록 벗어나려 발버둥 쳤던 어머니의 죽음이 화가를 혼란에 빠뜨렸습니다. 모처럼 어머니와 의기투합해 완성한 그림 판매를 보류할 만큼 죄책감에 시달렸지요. 화가에게 어머니는 부담스러운 존재인 동시에 부정할 수 없는 생명의 근원이었지요.
노숙인 인문학 종료 후 전시를 하기로 했습니다. 수업 중 여러 차례 그린 자화상을 선보이기로 했지요. 마지막 시간, 40대 수강생이 지금껏 그려왔던 자화상에 머리 모양과 옷 색깔만 바꾼 그림을 제출했습니다. 태어나서 한 번도 본 적 없는 어머니랍니다. 자신의 모습에 곱슬머리를 붙여보고, 여자 옷도 입혀보며 어머니를 상상해 왔답니다.
자화상 대신 어머니 초상화를 전시해도 괜찮은지 물었습니다. 원망과 그리움의 존재, 어머니를 그렇게라도 불러보고 싶었겠지요. “왜 안 되겠느냐”고 답하며 화가의 그림이 떠올랐습니다. ‘누구든 어머니는 멋지게 그릴 것이다.’ 하지만 그림에 쏟아진 세상의 찬사에 겸손하게 화답했던 화가에 대한 말은 차마 전하지 못했습니다.
5. [동아일보][림펜스의 한국 블로그]휴가철 베스트셀러에 숨겨진 이야기
여름 휴가철이라 책 얘기를 하고 싶다. 출판사에서 일하다 보면 독자 반응이 예상과 다르게 나오는 경우를 흔히 경험한다. 그럴 때 출판사 대부분은 실망하면서도 그럴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인정한다.
다른 나라에 비해 해외 문학을 적극적으로, 많이 내는 편인 한국 출판사들은 외서를 기획할 때 여러 가지 면을 고려하겠지만 가능한 한 많은 독자들한테 책을 소개하는 게 목적이면 해외 트렌드에 신경 쓸 수밖에 없다. 나도 규칙적으로 미국 프랑스 독일 등 대표 서양 출판 시장의 베스트셀러 리스트를 검토한다. 물론 책에 대한 반응이 나라마다 상당히 다를 수 있다. 그래서 만일 해외 베스트셀러들만 계약하려고 하는 출판사가 있다면 결국 망할 확률이 높다고 생각한다.
그런데도 어느 나라의 문학과 책 시장을 조사할 때 그 나라에서 어떤 도서가 잘 나가는지, 어떤 책이 화제가 되는지 고려하는 게 중요할 것 같다. 어느 도서가 한국에서 먹힐지는 미리 알 수 없다. 예를 들어 프랑스에서 작품마다 수십만 부씩 팔리는 인기 작가들은 거의 모두 조만간 한국에 소개되는데 한국어판도 잘 나간다고 말할 수 있는 작가가 별로 없다. 마크 레비, 프레드 바르가스, 다비드 포앙키노스, 미셸 뷔시 등은 한국에서 반응이 밋밋하지만 프랑스에서는 인기를 끌었다. 그런 상황에 직면하는 작가들이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반면 희한하게도 자기 나라에서는 별로 주목을 못 받았는데도 번역판이 잘 나가는 외서가 드물지 않다. 예를 들어 최근에 열린책들이 출간한 소설 ‘모든 일이 드래건플라이 헌책방에서 시작되었다’(셸리 킹 지음·이경아 옮김)는 미국에서 나오기도 전에 10개국의 편집자들한테 마음에 들어 널리 계약되었다. 나중에 미국판이 나온 후 미국에서는 별로 주목받지 못해 출판사가 좀 걱정했었는데 오히려 한국에서는 반응이 괜찮은 편이다.
누구나 말하는 ‘국제 베스트셀러’도 당연히 있다. 세계적으로 소개되었으며 거의 모든 나라에서 베스트셀러가 된 책 말이다. ‘반지의 제왕’ ‘장미의 이름’ ‘해리 포터’ ‘다빈치 코드’ ‘밀레니엄’ 등 누구나 들은 적이 있는 책이 그런 부류다. 2010년대 대표적으로 국제 베스트셀러로 성공한 책의 저자로는 요나스 요나손, 프레드릭 배크만 등이 있다.
밀리언셀러의 발행인한테 물어보면 “이 정도 판매될 줄 알았다”고 대답하지 않는다. 책마다 독자 반응에 대한 예감이 있는데 예측은 하기 어렵다. 이런 점을 감안할 때 출판사에 책을 10권, 20권, 30권 맡겨봐야 그중에 하나가 베스트셀러가 될 기회가 생긴다. 운이 좋지 않으면 100권 출판해 봐야 소용없다.
잘 팔리는 책만 출간하는 출판사는 없다. 물론 의욕이 넘치는 출판인이 어느 타이틀의 책을 베스트셀러로 만들어 낼 자신이 있다면 그만큼 투자해서 온갖 마케팅을 통해 책을 주목받게 할 수 있는 경우가 있지만 홍보비가 장난이 아니고 결과를 장담할 수 없다. 위험한 장사다.
그래서 베스트셀러란 게 참 기이한 것 같다. 도서는 대중한테 관심이나 호감을 일으킬 만한 요소들이 워낙 많은 특별한 제품이다. 그중에 조절할 수 없는 요소가 꽤 있다. 그래서 베스트셀러는 절대 합리적이지 않은 현상이다. 출판사 사람들에게는 괴로운 사실이지만 베스트셀러를 만들기 위해 정해진 공식이 있었으면 재미가 없을 것이다.
어떻게 보면 그 같은 불합리성은 독자에게 좋은 일이다. 성공적으로 출판하는 과정이 정밀과학이 아니기에 출판계는 열정과 독창력을 갖추려고 한다. 번역가, 편집자, 디자이너, 제작자 등 각자 자기 나름대로 늘 최선을 다해서 가능한 한 질이 높은 책을 내도록 노력해야 독자로부터 사랑을 받을 자격이 있다.
책을 만드는 과정에 참가한 사람들이 모두 최선을 다했다면 독자들로부터 반응이 없어도 결국 좋은 책을 만든 보람만은 남는다. 그런 경우 출판인들은 아까운 책이 많아도 후회할 게 없다. 무더운 여름 많은 책을 펴낸 출판계 사람들은 마음을 졸이지만 독자들은 그만큼 넓은 독서 선택 폭을 갖고 더 재미난 휴가를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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