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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자료는 교육용으로 쓰기 위해 올리는 자료로 상업적 목적은 없으며 선정된 사실의 정치적 성향은 블로그 운영성향과 무관합니다.


주요 신문사설

[이데일리]

1. 무너지는 자영업자 생존대책 시급하다

소규모 자영업자들이 속절없이 무너지고 있다. 10명 중 7명이 창업 5년을 버티지 못했다. 특히 음식업의 경우 1년 만에 절반 가까이 문을 닫는 추세다. 퇴직 세대와 청년들이 특별한 기술 없이 너도나도 치킨집 등 먹는장사에 뛰어들어 경쟁이 심화된 데다 내수부진까지 겹쳐 무더기로 폐업한 것이다. 설상가상 김영란법 한파로 자영업 위기는 더 깊어질 공산이 크다.

중소기업청의 ‘소상공인 생존율’ 자료에 따르면 2008년 창업한 소상공인 중 2013년까지 5년을 버틴 비율은 29.0%에 불과했다. 특히 음식·숙박업 생존율은 1년 만에 절반 수준인 55.6%로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5년차에는 17.7%로 급락했다. 10명이 창업했어도 2명밖에 살아남지 못했다는 얘기다. 금융·보험업이나 예술·스포츠·여가업도 5년차 생존율이 각각 13.9%, 14.3%로 낮았다.

자영업자들이 너무 많은 것부터가 문제다. 2014년 기준 한국의 자영업 비율은 26.8%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15.4%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다. 자영업자 비중이 늘어날수록 생존경쟁이 치열해지기 마련이다. 일자리를 찾기 어려운 실직자와 청년들이 떠밀리듯 창업 전선으로 나설 수밖에 없는 척박한 고용 현실 탓이 크다. 경기 불황은 엎친 데 덮친 격이었다.

자영업자의 위기는 우리 경제에 큰 부담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8월 말 현재 은행권의 개인사업자 대출은 253조 8000억원으로 1년 전보다 24조원이나 늘었다. 2금융권 등을 합하면 대출 규모는 이보다 더 많을 것이다. 문제는 폐업을 하거나 폐업 위기에 처한 자영업자들이 대출금을 갚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자영업자 대출이 가계부채와 함께 우리 경제에 뇌관이 될 우려가 크다는 얘기다.

생계형 자영업자의 생존율을 높일 특단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유망업종을 개발하고 창업 컨설팅, 폐업자의 전직 알선과 직업훈련 등 체계적인 지원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자영업 비중의 축소 방안도 필요하다. 무엇보다 내수를 진작시키고 양질의 일자리를 늘리는 게 중요하다. 예비 창업자들도 무작정 창업을 지양하고 철저한 준비로 실패 확률을 줄여야 함은 물론이다.

2. ‘코리아 세일 페스타’를 축제 삼아야

국내 최대의 쇼핑·관광축제인 ‘코리아 세일 페스타’가 오늘 시작돼 내달 31일까지 펼쳐진다. 부진한 내수를 살려 경기를 활성화한다는 취지에서 정부와 관련업계가 서로 손잡고 마련한 행사다. 백화점과 대형 마트를 포함한 참여업체들은 행사 기간 중 다양한 기획전과 할인판매 및 문화공연 이벤트로 고객 유치에 총력전을 펼치게 된다.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등 대형 제조업체와 서비스업체, 그리고 전통시장들도 행사에 참여할 것이라고 한다.

행사 기간이 유커(遊客)들이 몰리는 중국 국경절 연휴와 겹쳐 있다는 점에서 행사의 효과를 더욱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중국 건국일인 10월 1일부터 7일까지 이어지는 연휴 기간 동안 25만명 이상의 중국 관광객이 한국을 찾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국내적으로도 개천절 연휴에 가을철 행락 시즌이 이 기간 중에 끼어 있다.

그렇다고 기대만 걸기에는 현실적으로 미흡한 여건이 너무 눈에 띈다. 우선은 참여업체들의 얄팍한 상술이 걱정이다. 최대 80%까지 할인 판매한다고 내세우면서도 실제로는 가격을 높이는 수법으로 할인율을 눈속임하거나 재고 상품 위주로 진열대를 채울 가능성도 없지 않다. 인기 상품을 내놓는다고 하면서도 손님을 끌 정도의 미끼 상품에 그칠 수도 있다. 만약 그런 식이라면 아무리 거창한 구호를 내걸었어도 내실을 기하기 어렵다.

정부의 정책적인 지원이 제대로 이뤄질 수 있을지도 장담하기 어렵다. 이번 행사를 계기로 외국인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하는 부가세 즉시환급 서비스를 전국 대형마트로 확대키로 했다지만 자칫 세부적으로 차질을 빚지 않을까 우려된다. 더욱이 이번 행사가 할인판매에 그치지 않고 관광 분야까지 포함하는 만큼 여행객들의 교통 및 숙박에 이르기까지 관련 당국의 세심한 배려가 따라야만 한다.

한 가지 우려되는 것은 이런 행사의 효과가 반짝 수준에 그치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할인행사를 내걸고야 눈길을 끌게 됨으로써 평소에는 오히려 고객들의 관심을 놓칠 수 있다는 얘기다. 결국 경기를 떠받치기 위해 할인행사를 수시로 열어야 한다면 이로 인한 부정적인 이미지도 감안해야 한다. ‘코리아 세일페스타’를 국내의 대표적인 축제로 키워가는 한편으로 유통·제조·서비스업 전반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방안 마련에도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노컷뉴스]

3. '사드 제3부지' 이르면 오늘 발표

늦어도 이번주 내 발표 가능성…"미룰수록 갈등 깊어져"

사드를 배치할 제3부지가 이르면 29일 발표될 전망이다.  정부 당국자는 "사드 제3부지 발표는 미루면 미룰수록 갈등의 골만 깊어진다는게 정부의 판단"이라며 "정부는 이르면 29일, 늦어도 이번주 안에 발표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국방부는 당초 후보지였던 경북 성주군 성산포대 외에 성주군내 제3후보지에 대한 실사와 평가를 거쳐 최근 제3부지를 확정하고 발표 시기를 저울질해왔다. 우리 정부는 이번주 들어 미국 정부와 사드 제3부지 선정과 발표 시기 등에 대한 최종 의견 조율을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대니얼 러셀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담당 차관보는 27일(현지시간) 미국 하원 외교위원회 소위원회에 출석해 "북한의 미사일 시험 속도가 빨라지는 점을 감안하면 (사드)배치 속도를 가속할 의사가 있고, 가능한 빨리라고 말할 수 있다"고 말해 사드 배치 작업을 더 이상 늦추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러셀 차관보는 또 "이것(사드)은 정치적 결정이 아닌 (한국의) 국토방어라는 관점에서 이뤄진 결정으로, 억지력과 방어력은 우리(미국)의 전반적인 대북한 전략의 핵심"이라며 사드 배치 결정을 철회할 의사가 없음을 재확인했다. 사드 배치 제3부지는 경북 성주군 초전면 롯데골프장으로 확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골프장은 사드 배치 6개 평가 기준에서 다른 후보지를 제치고 가장 높은 점수를 획득한 것으로 전해졌다.

6개 평가 기준은 사드체계의 작전운용과 주민·장비·비행안전, 기반시설·체계운용, 경계·보안, 공사 소요 및 비용, 배치 준비 기간 등이다. 다른 후보지였던 성주군 금수면 염속봉산과 수륜면 까치산은 앞선 국방부 평가에서 부적합 판정을 받은 바 있다. 그러나 제3부지가 발표되더라도 배치작업이 순탄하게 진행될지는 미지수다.

우선 골프장과 인접한 김천 주민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박보생 김천시장과 배낙호 김천시의회 의장은 27일부터 사드 배치 계획 철회를 요구하며 단식투쟁에 들어가는 등 투쟁의 강도를 높이고 있다.

야권의 반발과 골프장 소유주인 롯데 측과의 부지 매입 협상 등도 사드의 기한내 배치를 위해 정부가 넘어야 할 산이다.

[서울신문]

4. 돈에 눈먼 마사회

한국마사회가 화상경마장(장외발매소) 설치에 찬성하는 집회 참석자들에게 ‘카드깡’을 통해 현금을 지급했다고 한다. 마사회 직원이 카드로 식비를 초과 지불한 뒤 참석자들이 1인당 10만원씩 식당에서 받아 가게 했다는 것이다. 아무리 화상경마장 수입이 짭짤하기로서니 최소한의 공기업 윤리마저 팽개친 불법 행태가 참으로 놀랍다.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에 따르면 마사회는 지난 2013년 용산 화상경마장 설치를 추진했다. 하지만 지역주민들이 거세게 반대하자 찬성 여론을 조장하기 위해 조직적으로 불법을 저질렀다. 용역업체 파견자를 미화원으로 위장취업시켜 찬성 집회에 동원하고, 법인카드로 카드깡을 해 집회 참석자들에게 일당을 지급했다. 또 수십억원의 복지기금을 미끼로 노인단체를 동원해 구청이 행정소송을 포기하도록 종용하기도 했다.

마사회가 이처럼 화상경마장 설치에 매달리는 것은 수익이 워낙 크기 때문이다. 지난해 총매출액 7조 7322억원 중 70%에 가까운 5조 3070억원이 화상경마장에서 나왔다. 실제 경마가 진행되는 과천·부산·제주 경마장 수입의 곱절을 넘는다. 매출로만 보면 본말이 뒤바뀐 셈이다. 마사회는 지난해 2400억여원의 당기순이익을 냈다. 직원들의 평균연봉은 8700만원에 이른다.

우리나라 전체 공공기관의 평균연봉보다 2000만원이나 많다. 그 때문에 마사회는 화상경마장을 하나라도 더 짓기 위해 곳곳에서 주민들과 마찰을 일으켜 왔다. 용산 말고도 최근 경기 이천과 서울 강남 지역에 화상경마장을 설치하려다 주민들의 반대와 행정소송 패소로 실패했다.

마사회 홈페이지엔 ‘국민의 복지증진과 여가선용을 도모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지금의 화상경마장이 과연 이런 취지에 부합하는지 묻고 싶다. 외려 사행성을 조장해 멀쩡한 사람들을 도박에 끌어들여 삶을 망가뜨리는 게 현실이다. 게다가 화상경마장이 학교 인근에까지 들어서면서 학부모들이 몹시 불안해하고 있다.

부는 화상경마장 설립 요건을 크게 강화할 필요가 있다. 학교와의 거리, 주민들과의 갈등 방지 노력, 지방자치단체의 동의 등 기존 심의기준을 더 엄격히 해야 한다. 마사회도 이젠 여가선용과 말 산업 진흥이라는 설립목적에 충실해야 한다. 더이상 돈벌이에 연연하지 말고 공기업으로서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다.

5. 김영란법 안착하려면 내부고발 보호해야

오랜 산통을 거쳐 김영란법(부정 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 어제 시행됐다. 청탁과 연줄에 얽매인 우리 사회의 묵은 체질을 바꿔 줄 낯선 법에 국민은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내놓고 있다. 낯선 제도는 당장은 거치적거리고 불편하게 마련이다. 그래도 조금씩 익숙해지면 머지않아 대한민국 사회의 토양이 몰라보게 바뀔 것으로 많은 이들이 낙관하고 있다. 국가 청렴도가 높아져 대외적 신뢰도 또한 크게 높아질 것으로 점쳐진다.

김영란법은 그러나 넘어야 할 산이 여전히 많다. 우여곡절 끝에 시행됐지만 출발선에서 새로 받아 든 숙제는 여러 가지다. 부패 척결의 법 취지를 십분 살리기 위해 그중에서도 가장 절실히 돌아볼 과제는 내부고발자 보호 문제다. 내부 고발을 활성화하는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관건이다. 그러지 않고서는 요란하게 변죽만 울린 법으로 주저앉을 수도 있다.

최근 잇따라 사회적 충격을 던지고 있는 법조계의 스폰서 관행만 봐도 그렇다. 외부의 접근이 쉽지 않은 영역의 부정부패는 내부 고발이 전제되지 않고서는 형체조차 더듬기 어렵다. 폐쇄적인 조직일수록 밀실 청탁의 유혹과 폐해는 더 클 수밖에 없다.

김영란법에는 부정부패 신고자에게 보상금과 포상금을 지급하는 규정이 포함돼 있다. 김영란법 위반 사건에서 국고로 환수되는 돈이 있을 경우 신고자는 최대 20억원까지 받을 수 있다. 포상금은 최대 2억원까지 지급된다. 이런 두둑한 보상금을 노린 이른바 ‘란파라치’ 육성 학원들까지 성업 중이라고 한다. 하지만 그들의 활약에 부패척결의 기반이 다져질 것이라고는 기대하지 않는다.

정부기관과 기업 등의 고질 부패가 뿌리 뽑히지 않는 이유는 간명하다. 공익 내부고발자를 백안시하는 인식과 턱없이 미흡한 보호 대책 탓이다. 공익신고자보호법이 마련돼 있지만 실제로 내부고발자들이 보호받은 사례는 드물다. 보호는커녕 고발 이후 심각한 정신적 피해로 온전한 삶을 살지 못하는 이가 많다. 내부 공익신고자의 60%가 직장에서 파면이나 해임을 당했다는 통계도 있다.

내부고발을 배신행위로 여기는 인식부터 바꿔야 한다. 주변 부조리를 눈감아 주는 것이 더이상 미덕일 수 없다는 인식을 함께 다져야 한다. 누구도 예외가 아닌 우리 모두의 몫이다. 아울러 실질적인 보호 장치가 뒷받침돼야 한다. 기존의 공익신고자보호법은 신고자들에게 든든한 울타리가 돼 주지 못했다. 구석구석 되돌아보고 정부 차원에서 보완책을 강구할 일이다.

[동아일보]

6. 국회의장이 국감 정상화 가로막을 텐가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해임건의안 처리에 항의해 단식 중인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가 어제 소속 의원들에게 국정감사에 복귀할 것을 당부했으나 2시간여 만에 없던 일이 됐다. 이 대표는 ‘정세균 사퇴 관철을 위한 새누리당 규탄 결의대회’ 도중 불쑥 “내일부터 국감에 임해 달라”고 말했다. 당황한 정진석 원내대표를 비롯한 지도부는 긴급 의원총회를 소집해 표결로 국감 복귀를 무산시켰다. 오히려 의원들이 번갈아 이 대표와 동반 단식을 벌이기로 해 출구가 안 보이는 상황이 됐다.

‘모기 보고 칼 빼기’ 식의 단식에 돌입한 이 대표가 지도부와의 상의도 없이 ‘국감 복귀’를 선언한 것은 전략 부재를 드러낸 것이다. 그럼에도 이 대표의 국감 복귀 선언에는 일말의 충정이 있다. 국회가 행정부를 감시할 주요 기회를 방기하는 것은 삼권분립에 어긋난다. 당내에서 정 의장에 대한 사퇴 촉구와 국감 정상화를 분리해 투 트랙으로 가자는 유화론이 힘을 얻어가는 것도 이 때문이다.

새누리당에서 어설프게나마 국감 복귀의 속내를 드러낸 만큼 공은 정 의장에게로 넘어갔다. 정 의장은 어제 “만약 의장이 헌법과 국회법을 어기면 응분의 책임을 져야 하지만 지금까지 직무를 수행하면서 헌법과 국회법을 어긴 적이 없다”며 새누리당의 사퇴 요구를 일축했다. 사퇴 요구가 무리하다는 데 토를 달 사람은 없다. 그렇다 하더라도 정 의장의 사과와 이 대표의 단식 철회를 동시에 하자는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의 중재안까지 거부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정 의장이 김 장관 해임건의안을 표결에 부치기 전 차수 변경 등의 과정에서 원내대표들과의 협의 절차를 생략한 것은 검찰에 고발할 사안까지는 아니라 하더라도 문제가 있는 것은 틀림없다. 또 김 장관 해임건의안 철회를 위해서는 새누리당의 반대급부가 있어야지 ‘맨입’으로는 안 된다는, 정치적 중립 의무를 위반한 말까지 한 사실도 드러났다. 정 의장은 정기국회 개회사에서도 정파적 발언으로 국회를 파행시키지 않았던가. ‘맨입 발언’만으로 사과할 충분한 이유가 있다.

한국의 국회의장은 다수당의 리더를 겸하는 미국 하원 의장과 달리 중립적 조정자로서의 역할을 요구받고 있다. 그런 국회의장이 국회의 교착 상태를 풀려고 노력하지는 못할망정 ‘강(强) 대 강 대결’의 당사자가 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정 의장이 이번에는 사과와 함께 재발 방지까지 약속해야 한다. 그것은 국감 정상화는 물론이고 20대 국회 순항을 위해 국회의장이 해야 할 최소한의 의무다.

7. 공공노조의 막장 투쟁이 한국 경쟁력 갉아먹는다

23일 금융노조에 이어 26일 현대자동차, 27일 철도·지하철 노조가 총파업에 돌입하더니 28일엔 서울대병원에 이어 보훈병원, 근로복지공단 직영병원 등 보건의료노조까지 가세했다.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은 오늘 18만 명이 참여하는 전국 총파업 집회를 연다고 한다. 대체인력이 투입되고 있어 언제 어디서 무슨 사고가 터질지 조마조마하다. 파업이 길어질수록 병원·교통·물류 대란이 불을 보듯 뻔하다. 세금으로 월급 받으며 공공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람들이 국민을 볼모로 파업하는 것은 도덕성의 마비다. 

소득 상위 10%에 속하는 금융노조와 현대차 노조는 물론이고 철도 지하철 병원 노조원들도 정년이 보장된 철밥통이다. 청년들이 가장 취업하기를 원하는 ‘신의 직장’에 다니면서 성과연봉제 반대를 명분으로 파업하는 것은 국민의 눈에 배부른 투정으로 비칠 뿐이다.

이들은 공공 부문의 특성상 성과를 매겨 임금을 차별하는 것은 무리라고 주장하지만 이미 공공기관 경영평가에 따라 성과급 보너스를 받고 있다. 우리처럼 연공서열제 임금제였던 일본은 1990년대 경제침체를 겪으면서 성과급, 역할급으로 바꿨다. 독일은 직무급에 성과급을 조화시키는 것이 기본이다. 그런데도 연공서열식 임금을 고수하겠다는 것은 무슨 배짱인가. 

이들 강경 귀족 노조가 주도하는 경직된 노동시장이 국가경쟁력을 떨어뜨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제 세계경제포럼(WEF) 보고서는 3년 연속 한국을 138개국 중 26위로 평가했다. 물가 저축률 재정수지 같은 기초체력은 세계 톱 클래스급으로 자랑할 만한데 노동과 금융 분야 효율성 저하가 전체 성적을 끌어내렸다.

인프라, 거시경제는 상위 수준이지만 노사 간 협력은 138개국 중 135위, 고용 및 해고 관행은 113위로 세계 최하위 수준이다. 10% 부자 노동자들이 생산성 증가율보다 임금을 많이 받기 때문에 90% 노동자들에게 돌아갈 몫이 줄어들고 청년들이 취업을 못하는 것이다.

8. 사람 잡는 악성소비자 갑질 횡포 뿌리 뽑을 때 됐다

이제 우리 사회는 ‘고객 우선주의’ ‘손님이 왕’이라는 기존 인식을 버리고, 서비스업 종사자와 고객 간 ‘상호 존중 문화’를 다시 정립해야 한다. 갑질 횡포가 수그러들 조짐이 보이지 않아서다.

광주의 한 아파트에선 입주민이 자정이 넘은 시각에 큰 소리로 휴대전화 통화를 하던 중 경비원이 “목소리를 낮춰 달라”고 요구하자 담뱃불로 경비원의 얼굴을 지지는 사건이 일어났다. 경비원은 입주 매뉴얼대로 늦은 밤 입주민의 소음 피해를 방지하기 위한 적절한 업무를 수행하다 봉변을 당한 것이다.

그런가 하면 5년간 154차례에 걸쳐 보험사 콜센터 상담원 13명을 괴롭힌 ‘악마의 고객’이 경찰의 조사를 받고 있다. 그는 몇 천원대의 보험금이 즉시 지급되지 않는다며 길게는 세 시간씩 욕설을 퍼붓고, 수만원 상당의 모바일 상품권을 요구해 일부 상담원은 자기 돈으로 사서 보내 주기도 했다.

서비스업 종사자를 폭행하고 모욕하는 등 갑질 횡포를 부리는 악성 소비자 문제는 수년째 사회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고객 갑질로 인해 여성 감정노동자의 절반 이상이 우울증을 경험했고 세 사람 가운데 한 사람이 자살 충동을 느꼈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겠다며 최근엔 금융권 감정노동자 보호를 위한 ‘감정노동자 보호법’이 시행됐고, 각 지방자치단체도 조례를 만들고 있다. 이철성 경찰청장이 취임사에서 갑질 횡포에 적극 대응하겠다고 밝힌 이래 각 지방경찰청에서도 최근 특별단속팀을 만들었다. 이런 움직임을 환영한다. 더욱 단호한 공권력의 대처도 필요하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민간 차원의 노력이다. 금융권 감정노동자 보호법이 시행되고 있지만 현장에선 이런 법이 있는지조차 모르는 경우가 태반이다. 여전히 기업 차원에서 소비자 우선주의를 강요하는 경우도 많은 것으로 나타난다. 각 기업이 단호하게 악성소비자에 대한 대응태세를 만들어 대외적으로 알리고 고발 조치도 해야 한다. 민관이 힘을 합쳐 인간 존엄성을 훼손하는 갑질 횡포만은 뿌리 뽑아야 한다.

9. 첨단기술 해외 유출 피해 年 50조, 대책 시급하다

최근 5년간 국내 산업기술을 해외로 빼돌리다 적발된 건수는 239건에 달한다고 한다. 새누리당 정우택 의원실에 따르면 2011년 해외기술 유출은 46건에서 2015년 51건으로 매년 증가 추세다. 정밀기계, 전기전자 등 첨단기술이 줄줄 새나가고 있는 데다 보안시설이 취약한 중소기업의 기술 유출은 전체의 64%나 된다고 하니 여간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국내 기업의 첨단기술이 세계 각국의 표적이 된 지는 오래됐지만 최근 들어 중국, 대만 등이 금전적 보상을 미끼로 기술 인력이나 협력업체 직원들을 통해 기술을 빼내가려는 시도가 더 잦아지고 있다. 2014년에는 현대·기아차의 신차 설계도면이 통째로 중국으로 넘어갔고, 올해 현대중공업의 엔진 부품 설계도면을 밀매한 일당이 붙잡히기도 했다. 최근 삼성전자 현직 임원이 반도체 핵심 기술이 담긴 서류를 갖고 나오려다 보안업체 직원에게 적발돼 구속된 사건도 벌어졌다.

전자, 기계, 철강, 석유화학 등 수출 주력 산업에서 중국과의 격차가 급속히 좁혀지고 있는 상황에서 핵심 기술까지 중국 손에 넘어갈 경우 피해는 상상하기 힘들다. 특히 '반도체 굴기'를 선언한 중국이 기술 확보를 위해 국내 기업 퇴직·현직 임원 스카우트에 나서고 있어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산업기술의 해외 유출로 인한 피해 예상액이 연평균 50조원에 달한다고 하니 가볍게 넘길 문제가 아니다. 최근 5년간 내부 인력에 의한 유출이 80%를 차지하는 만큼 기업들이 자체 보안을 강화하는 것이 급선무다. 정부도 100억원 수준에 불과한 기술보호 예산을 확대해 범정부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기술 유출 적발 시 처벌 강도가 약한 것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입증 책임의 어려움 때문이라지만 2014년 기술유출 사범에 대한 무죄율은 14.6%로 그해 일반사건 무죄율(3%)보다 높았다. 유출 범죄의 법적 형량이나 양형도 선진국들에 비해 약하다. 미국, 일본 등이 기술 유출을 막기 위해 처벌을 강화하고 민관 협력으로 기술보호를 강화하고 있는 것을 주시해야 한다. 기술 유출을 막으려면 기업들의 내부 단속과 더불어 대법원의 양형 기준 상향 조정 등 처벌 강화가 필요하다.

10. 소방통로 확보 위한 강제 규정 한층 강화해야

서울 쌍문동에서 지난 24일 발생한 아파트 화재 때 3명의 사망자를 낸 건 소방차가 현장에 접근하지 못해 불 끌 시점을 놓친 이유 때문이라니 어처구니없다. 소방차는 5분 만에 출동해 도착했지만 길을 막은 주차 차량 때문에 시간을 낭비해 골든타임을 놓쳤고 결국 인명 피해를 키웠다는 것이다.

국민안전처가 제출한 국감 자료를 보면 전국 17개 시도 소방차의 화재현장 5분 이내 도착률은 2013~2015년 3년간 평균 60%에 머물고 있다. 다세대주택들이 밀집한 도심 주택가의 경우 갓길 주차차량 때문에 통행 폭이 좁아져 물을 실은 펌프차가 진입하지 못하는 상황이 비일비재했다. 보도와 차도를 구분하지 않고 쓰는 주택가 생활도로는 대부분 9m 미만이고 펌프차나 고가사다리차 통행에는 4m 이상을 확보해야 하니 갓길 주차차량이 있으면 통행이 어려워진다.

아파트도 지하주차장 없는 노후 단지에서는 비슷하다. 서울소방재난본부에 따르면 서울 시내 지하주차장이 없는 아파트는 493곳이다. 이 중 68곳(13.8%)에서는 소방차 통행에 지장이 있다. 101곳(20.5%)은 소방차전용구획선도 그려지지 않았다. 아파트 단지 내 소방차전용구획선은 권고사항일 뿐이어서 마련하지 않아도 제재할 수 없고 심지어 전용구획에 주차를 해도 과태료 같은 처벌을 받지 않는 게 현행 규정이다.

정부는 지난달 소방기본법 개정안을 마련해 소방차에 길을 내주지 않는 운전자에게 2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키로 하는 등 소방차 진입과 운행을 원활하게 하기 위한 규정을 강화했다. 미국에서는 화재 진압 때 길가 소화전 옆이나 소방차 출동로에 주차된 차를 파손하거나 견인해 옮기더라도 소방당국에 책임을 묻지 않는다. 소화전 옆에 주차할 경우 평소에 엄격하게 단속해 과태료를 부과한다.


아파트든 다세대주택이든 주택단지 내 불법 주차차량이 소방차 진입을 방해해 화재 피해를 키우는 우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관련 처벌 규정을 한층 강화해야 한다. 하지만 기본적인 주차공간도 확보하지 못하면서 단속만 강화하면 반발을 부를 것이니 공공 주차공간 확보 등 대안 마련도 병행해야 한다.

주요 신문칼럼


1. [이데일리][목멱칼럼] 장애가 장애되지 않은 강원래

“자동차 좀 봐주세요. 어떤 차종이 좋을까요. 제가 결정장애가 있어서요.”

포털사이트 검색창에 ‘결정장애’라고 입력하면 선택의 기로에 빠진 이들이 의견을 달라고 올린 글들이 꽤 많이 보인다. ‘결정장애’라는 단어는 국어사전에 없는 말이다. ‘결정장애’는 영국의 대문호 셰익스피어의 희곡 ‘햄릿’에서 “사느냐 죽느냐 그것이 문제로다”(To be or not to be. That is the question)라고 말했던 데서 착안한 ‘햄릿증후군’에 가깝다.

‘결정장애’라는 말에는 결정하지 못하는 현상에 공연히 ‘장애’라는 단어가 붙어 있다. 일종의 장애를 비하하는 표현이다. 장애는 ‘다름’일 뿐 ‘무능’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결정장애’라는 표현에는 능력이 없다는 함의가 담겨있다. 이는 장애를 하찮게 대하는 우리 사회 의식을 엿볼 수 있는 대목임에 틀림없다.

물론 장애가 실제로 불편함을 주는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장애인들은 장애 자체보다 장애인을 대하는 사회의 따가운 시선이 더 불편하다. 인기 댄스그룹 ‘클론’의 강원래가 만든 단편영화 ‘엘리베이터’는 그런 불편함을 입 밖으로 꺼내 발화하는 작품이다.

‘엘리베이터’는 ‘한류 원조’로 잘 나가다 한 순간에 하반신 마비 장애인이 된 강원래가 휠체어를 끌고 세상을 다닐 때 느꼈던 시선에 대한 생각을 솔직담백하게 담고 있다. 그는 일상생활 중 장애로 말미암아 겪었던 여러 가지 에피소드를 30분 분량의 영상에 담았다. 이 사회 장애인에 대한 편견, 장애인이 가진 피해의식, 그런 주제를 엘리베이터에서 벌어지는 일로 세 가지 에피소드로 구성됐다.

사람들 시선이 불편해 검은 모자와 검은색 마스크를 쓰고 다니기도 했던 그가 시나리오를 직접 쓰고 연출을 하고 연기까지 도맡았다. 이에 따라 그는 장애인 인권 영화제에서 기립박수까지 받아냈다. 물론 장애인이기 이전에 유명인이라 갖는 ‘프리미엄’은 분명히 있을 것이다. 그러나 영화를 촬영하기까지 강원래가 준비한 과정은 분명히 만만치 않았다.

강원래는 장애인으로 구성된 ‘꿍따리유랑단’을 꾸려 소외계층을 위해 각종 위문 공연 활동을 해 왔다. 그는 사고를 당한 지 15년이 지난 뒤 소위 ‘왕따’나 ‘일진’ 등 학교폭력을 소재로 말썽꾸러기들에게 희망을 주는 공연을 직접 만들고 싶다는 꿈을 갖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그는 직접 대학원에 진학해 연출을 배우고 싶었지만 88학번으로 미대를 다니다 중퇴한 그였다.

결국 그는 25년만에 대학교에 편입해 11학번으로 늦깍이 대학생이 돼 연출을 공부했다. 꿈을 이루기 위해 긴 시간을 쏟은 그의 첫 연출작은 자신의 이야기인 장애인 이야기다. 강원래는 25일 서울 혜화동에서 영화 시연회를 갖고 부족한 영화라고 겸손해했지만 분명히 감격에 겨운 마음이었을 것이다.

평소 강원래 모습을 보면 사실 영화 연출의 꿈을 이루는 것이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다. KBS 3라디오 ‘강원래의 노래선물’ 장수DJ인데다 강릉에서 클론댄스학원을 운영하며 하루 24시간이 바쁘다. 무엇보다 7전8기로 시험관을 시도해 아이를 기적적으로 낳아 기르고 있다. 그는 사고 이전에는 더욱 바빴지만 행복한 줄 모르고 쫓기듯 살았다. 그러나 그는 지금 사람들과 더불어 꿈을 이야기할 수 있으니 “장애가 대박이었다”고 말한다.

장애를 ‘극복’했다는 식의 또 다른 성공 신화가 아니라 장애와 더불어 자연스럽게 살아가며 자신과 가족에 충실하며 하고 싶은 일들을 해 나갈 뿐이다. 그에게 장애는 ‘장애’가 되지 않는다. 이쯤되면 무엇이 장애인지 헛갈릴 정도다. 쉽게 ‘결정장애’라고 말하는 비장애인의 ‘장애’부터 벗어던져야 하지 않을까.

2. [매일신문][야고부]100대의 피아노

‘악기의 제왕’이라는 피아노가 ‘바다’ 혹은 ‘강(江)’과 어떤 연관성이 있을까? 얼핏 뜬구름 잡는 얘기인 것 같지만, 우리 주위를 둘러보면 의외로 피아노와 바다`강이 친숙한 사례를 제법 찾을 수 있다.

전봉건 시인의 ‘피아노’(1980년)를 읽어보자. ‘피아노에 앉은/ 여자의 두 손에는/ 끊임없이/ 열 마리씩/ 스무 마리씩/ 신선한 물고기가/ 튀는 빛의 꼬리를 물고/ 쏟아진다.’ 시인은 여성 피아니스트의 손끝에서 흘러나오는 선율을 물고기의 신나는 유영으로 표현했다.

다음 연을 보자. ‘나는 바다로 가서/ 가장 신나는 시퍼런/ 파도의 칼날 하나를/ 집어들었다.’ 음악 속에 몰입한 시인은 물고기가 뛰어노는 바다 속에서 선율의 파도가 되어 함께 뛰어놀았다. 피아노가 주는 절절한 감동을 물고기와 파도를 통해 형상화한 것이다.

이 시를 읽을 때마다 떠오르는 영화가 있다. 제인 캠피온 감독의 ‘피아노’(1993년)에는 ‘바다’와 ‘파도’를 배경으로 피아노 치는 여자가 등장한다. 여주인공 에이미(홀리 헌터 분)가 고적한 바닷가에서 피아노를 연주하는 장면은 영화사의 명장면 가운데 하나다. 에이미가 너무나 행복한 얼굴로 피아노를 치면 그 뒤로 하얀 파도가 부서지고, 딸은 모래밭에서 춤추며 뛰어놀고, 이웃집 남자는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주위를 어슬렁거린다. 아름답고도 경이로운 장면이다. 피아노가 갖고 있는 위엄 있고 엄숙한 이미지가 자연의 원초적이고 낭만적인 분위기와 절묘하게 대비되면서 환상적인 아름다움을 만들어낸 것이다.

대구에서도 피아노와 자연이 어우러져 아름다움을 연출하는 행사가 있다. 10월 1`2일 화원동산 사문진 나루터에서 열리는 ‘달성 100대 피아노 콘서트’가 그것이다. 올해로 5회째를 맞지만, 이 축제를 볼 때마다 기획자의 탁월한 안목에 감탄한다. 이 축제는 1900년 미국인 선교사가 사문진 나루터를 통해 아내에게 줄 한국 최초의 피아노를 들여왔다는, 단순한 팩트 하나에서 출발했다. 피아노 100대를 동원하는 파격적인 발상과 수준 높은 프로그램으로 큰 인기를 얻었으니 ‘스토리텔링은 이런 것이다’는 평가를 받을 만하다.

올해도 어김없이 피아노 100대와 피아니스트 100명이 출연한다. 피아니스트들이 2박 3일 동안 합숙하며 연습했다고 하니 더욱 흥미롭다. 낙동강변에서 듣는 피아노 선율이 어떤 낭만을 자아낼지 궁금해진다.


3. [매일신문][매일춘추] 오키프와 스티글리츠

“마침내 여자도 그림을 그릴 줄 알게 되었군!”

남자는 감탄했다.

그는 혼자 중얼거리며 여인의 그림들을 자신의 화랑에 걸어 놓았다. 평론가와 컬렉터들의 사전 조율 없이 무명 화가의 전시회를 여는 것은 모험이다.

그림이 팔리지 않으면 화랑주는 경제적 손실을 떠안아야 하고, 비평가들의 신랄한 붓끝에 찔린 화가는 다시 캔버스 앞에 앉기 어렵게 된다. 이 사실을 안 여인은 작품을 떼 달라고 애원했지만 막무가내였다.

전시 작품의 주인공은 조지아 오키프.

그녀는 시골학교 신출내기 미술 선생이었다. 당시 그녀의 이름을 아는 평론가나 컬렉터는 없었다. 반면 화랑주는 뉴욕의 거리 풍경을 흑백 스냅으로 찍은 ‘종착역’과 ‘겨울, 5번가’ 등으로 유명세를 떨치던 사진작가 알프레드 스티글리츠. 그는 황홀한 색상과 예리한 선으로 자연과 사물을 묘사하는 오키프의 그림에 감동하고 반해버렸다.

“내 스튜디오로 오세요…. 당신을 미국 최고의 화가로 만들어주겠소.”

20대 무명 화가 오키프와 50대 거장 스티글리츠의 만남은 이후 애정의 떨림과 망설임, 내밀한 욕정과 질투, 쓰라린 배신과 파국의 파노라마로 전개된다.

먼저 시골 처녀는 카메라 앞에 발가벗었다. 사진작가는 화가의 온몸 구석구석을 렌즈를 통해 탐사한다. 이 사진들이 스튜디오를 나서자 관객들은 열광했다. 덩달아 에로틱한 오키프의 그림도 호평과 인기를 얻는다.

인간의 로맨스는 언제나 기승전결이 전개되는 법. 영감을 주고받는 부부 예술가들에게도 이쯤에 균열이 생긴다.

소유욕이 강하고 자아가 셌던 스티글리츠가 오키프보다 18세나 어린 도로시 노먼에게 연정을 품기 시작한 것이다. 사진을 찍는 순간마다 마치 처음처럼 사랑한다고 공언했던 스티글리츠의 배신에 오키프는 심장이 부서지는 고통을 겪는다.

영화배우로 더 잘 알려진 밥 발라반 감독이 스케치한 영화 ‘조지아 오키프’는 지금까지 묘사한 줄거리를 생생한 동영상으로 옮긴 최근작이다.

특히 오키프 역을 맡은 조안 앨런과 스티클리츠를 쏙 빼닮은 제레미 아이언스의 연기는 관객들에게 쓰라린 황홀경을 선사한다. 아울러 남편이자 애인의 배신에 과연 화해의 가능성은 있는지…, 그 혼란스러움도!

잃는 것이 있으면 얻는 것도 있는 것이 삶의 이치다. 영화의 후반부, 오키프는 뉴멕시코의 황량한 사막으로 떠나 누드 사진 속의 관능적이고 무기력한 역할을 벗어던지고 화가의 정체성을 확립한다.

밥 발리반의 ‘오키프’는 20세기 미국 미술계의 가장 독창적인 예술가로 평가받는 조지아 오키프의 지독한 로맨스를 담담하게 그려낸 수작이다.


4. [한국일보][기억할 오늘] 타이레놀 사건

1982년 9월 29일, 미국 일리노이 주 시카고 시의 12세 소녀가 갑자기 숨졌다. 같은 날 오후 애덤 제이너스라는 27세 남성이 쓰러져 병원에 실려간 뒤 숨을 거뒀고, 그 소식을 듣고 달려온 동생 부부 역시 목숨을 잃는다. 사인은 시안화칼륨(Potassium Cyanideㆍ청산가리) 중독. 그들 모두 타이레놀을 복용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그 하루 동안 일리노이 주에서 7명이 희생됐다.

언론 속보로 희생자는 더 늘지 않았다. 다만 피해자가 더, 많이 있다는 괴담이 삽시간에 퍼져 미국 전역이 타이레놀 공포에 휩싸였다. 경찰과 언론사, 타이레놀 본사인 존슨앤존슨사와 자회사 맥네일 컨슈머 프로덕츠(MCP)에는 항의ㆍ문의 전화가 쇄도했고, 유사 신고도 폭주했다. 진통제 시장의 리딩 브랜드 타이레놀의 미국 내 시장 점유율은 약 35%에서 단숨에 6%대로 급락했다.

미 연방수사국(FBI)는 범인을 찾지 못했다. 사건 직후 제약사에 100만달러를 요구한 범인 등 여러 용의자를 수사했지만 독극물 투입 혐의를 입증하지는 못했다. 조사는 아직 공식적으로는 진행 중이다.

그 사건은 범죄학에서보다 마케팅 및 기업 위기관리 사례로 더 많이 언급된다. J&J사는 즉각 전담 팀을 꾸려 시중 제품을 전량 회수했고 위험성을 적극적으로 알렸다. 경찰 및 FBI 수사와 언론 취재 협조는 물론이고 직원들을 최대한 배치해 소비자들의 항의ㆍ문의 전화에 일일이 답했다. 회수된 타이레놀 약 800만 정을 전수 조사해 시카고 지역에서 수거된 75정이 오염됐다는 사실을 알린 것도 J&J사였다. 회사는 약 10억 달러의 피해를 입었다.

J&J사와 MCP의 법적 책임이 없다는 사실은 수사 결과 금세 확인됐다. 하지만 J&J사는 전담팀을 그대로 유지하며 제품 안전성 제고와 소비자 신뢰 회복책 마련에 골몰했다. 사건 6주 뒤 J&J사 CEO 제임스 버크는 공식 기자회견을 열어 밝혀진 사건 전모를 공개하고, 이물질 투입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한 ‘3중 캡슐’ 등 새로운 포장을 선뵀다. 지금의 질긴 타이레놀 캡슐 포장이 그렇게 탄생했다.


타이레놀을 직접 폐기한 소비자, 복용하기 찜찜한 소비자는 전화로 요청만 하면 새 포장 타이레놀과 함께 할인쿠폰을 배송했다. 타이레놀 소비는 6개월 만에 예년 수준을 회복했다. 그리고 J&J사는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신뢰와 명예를 얻었다.


5. [중앙일보][비즈 칼럼] 창업 꿈꾸나요? 창조경제타운 노크하세요

여성창업자 A씨는 3년전 밤길에서 스스로를 보호할 수 없을까 고민하다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냈다. 첨단 정보통신기술(ICT) 기술을 활용해 위급 상황에서 지문인식 원터치로 사이렌 울림기능, SOS 즉각 전송기능, 수만볼트 전기충격 발생기능이 동시에 작동되는 스마트폰 케이스를 구상했다. 창업을 결심한 뒤 창조경제타운과 창조경제혁신센터의 지원을 받아 연말에 신제품을 출시하고, 연 백억원대 이상 매출을 예상하고 있다.

창업은 비단 A씨 만의 시도가 아니다. 4차 산업혁명의 파고에 대비하기 위해 세계 각국은 ‘창의와 혁신’을 내세우며 치열하게 창업전쟁(startup war)중이다. 한국도 ‘창조경제’의 기치 아래 경제 성장과 좋은 일자리 창출을 위해 노력해 오고 있으며, 창업은 그 중 가장 핵심적인 요소다.

창조 경제는 어려운 개념이 아니다. “창의성과 아이디어에 과학기술과 ICT를 융합해 신기술·신산업·신시장을 만들어 냄으로써 새 일자리, 새 부가가치를 창출하자는 것”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창업-성장-회수-재도전’의 선순환 창업생태계 구축에 총력을 기울여 왔다. 그 결과 A씨 같은 사례가 속속 나타나며 제2의 벤처 창업붐을 이루고 있다.

정부가 공을 들여 구축해 온 창업을 위한 O2O시스템, 즉 온라인 창조경제타운과 오프라인 창조경제혁신센터는 창업을 꿈꾸는 젊은이들에게 필수 방문코스가 됐다. 30일이면 창조경제타운(www.creativekorea.or.kr) 사이트 오픈 3년을 맞는다. 타운은 국민 누구나 아이디어를 제안하면 전문 멘토의 도움을 받아 창업 구상을 도와주는 플랫폼이다.


뒷좌석에 탄 손님이 조수석 머리 받침대에 시야가 가려 불편해 하는 것을 보고 ‘지능형 헤드레스트’를 개발한 택시 운전기사 B씨, 별도의 충전기 없이도 스마트기기 충전 케이블을 배터리에 직접 꽂아 충전할 수 있는 ‘몬스터 배터리’를 개발한 C씨 등은 일상에서 얻은 작은 아이디어를 타운에 제안해 멘토링, 사업화 지원 등을 거쳐 제품 양산 단계까지 이르렀다. 누적 방문이 350만명을 넘어 섰고 제안 아이디어만 3만7000여건, 기술권리화 등 사업화과정 지원도 1만1000건이 넘는다.

이런 지원이 온라인상에서만 그치는 것이 아니다. 타운에서 시작된 작은 아이디어가 정부가 2014년 전국 17곳에 만든 창조경제혁신센터까지 연결돼 금융, 법률, 특허, 고용 등 원스톱서비스 지원은 물론 보육공간 제공, 시제품 제작, 유통판매, 글로벌 진출에 이르기까지 창업 전주기 지원이 이루어지고 있다.

지난 추석 전날 서울혁신센터를 방문해 “고향 안가냐”는 질문을 던지니 “창업에 명절이 있냐?”고 반문했던 젊은 창업자의 대답이 귓전에 선하다. 내일의 창업을 위해 매일 하얗게 밤새는 젊은이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그리고 더 많은 청년들이 취업 전쟁터에만 매몰되지 말고 무궁무진한 창업 전쟁터에도 눈을 돌려 적극 도전해 보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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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늙은최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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