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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자료는 교육용으로 쓰기 위해 올리는 자료로 상업적 목적은 없으며 선정된 사실의 정치적 성향은 블로그 운영성향과 무관합니다.

 

 

 

주요 신문사설

[조선일보]

1. '朴 대통령 탄핵', 국정 공백 시간 줄일 지혜 모아야

더불어민주당은 21일 의원총회에서 박근혜 대통령 탄핵(彈劾)을 추진키로 공식 결정했다. 민주당은 헌법이 정한 법적 절차를 밟는 것이 국정 공백과 국론 분열을 최소화한다고 보고 탄핵을 결의했다고 밝혔다. 국민의당도 이날 탄핵을 당론으로 확정했다. 제1·2 야당이 이런 방침을 정함에 따라 '최순실 정국'은 '탄핵 정국'으로 넘어가게 됐다.

박 대통령은 미르·K스포츠 재단의 불법 설립 및 강제 모금, 기밀문서 유출 등을 공모한 혐의로 피의자가 됐다. 청와대가 최순실 민원 창구가 됐다는 얘기가 나오는 형편이다. 이런 상황에서 박 대통령이 퇴진을 거부하고 사실상 탄핵 심판을 요청한 만큼 탄핵은 불가피하게 됐다.

대통령 탄핵은 추미애 민주당 대표 말처럼 큰 국력 소모가 예상되는 절차다. 정부 회계 조작 혐의를 받은 호세프 브라질 대통령 탄핵 절차는 지난해 12월 시작돼 지난 10월에 끝났다. 브라질 대법원의 탄핵 무효 소송 기각으로 마무리될 때까지 10개월이 걸린 것이다. 이 기간에 브라질 경제 침체는 가속됐다. 브라질에 대한 외국의 평가는 모두 부정적이었고, 지금도 그 여파는 계속되고 있다.

미국에서 보호무역을 앞세운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가 차기 대통령에 당선되고, 북한의 핵 위협이 커지는 상황에서 우리가 '브라질의 길'을 갈 수는 없다. 그렇다면 박 대통령 탄핵 절차는 헌법과 법률에 따라 진행하되 최대한 신속하게 처리해야만 한다.

2004년 3월 노무현 대통령 탄핵 때는 탄핵소추안이 발의된 지 3일 만에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그러나 이번엔 국회 내 탄핵 찬성 의원 숫자가 당시보다 불확실하다. 야당에선 신중론도 적지 않아 자칫 시간이 늘어질 수도 있다. 국회는 아무리 늦어도 12월 전반기에는 국회 본회의에서 탄핵소추안을 표결해 가부간(可否間) 결론을 내려야 한다. 탄핵소추가 가결되면 헌법재판소가 심리에 착수한다. 헌재가 노 전 대통령 탄핵안에 대한 결정을 내리는 데 64일이 걸렸다. 헌재는 공정하고 신중한 심판이 되도록 하되 최대한 심리를 집중해 국정 공백을 최소화해야 한다.

우려되는 것은 야당의 움직임이다. 야당 일각에는 탄핵 절차가 지지부진해지고 국정 혼란이 이어져도 손해 볼 것이 없다는 판단도 있다고 한다. 이어질 대통령 선거에서 오히려 유리하다는 것이다. 국민이 이런 야당을 참는 데도 한계가 있다. 총리 추천을 거부해 탄핵안 가결 시 현 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이 될 수 있는 상황을 만든 것도 야당이다. 탄핵 절차마저 지지부진하게 만들면 국민의 염증은 야당으로도 향할 것이다.

아울러 정치권은 이 위기를 대한민국을 새롭게 바꾸는 기회로 삼는 논의도 시작해야 한다. 이토록 큰 희생을 치르고도 헌법 제도상 화근(禍根)을 고치지 못하고 또 그냥 넘길 수는 없다. 대통령과 측근들의 농간을 근본적으로 차단할 수 있도록 권력을 분산하고 여야 간 협치(協治)의 문을 열어주는 개헌은 의지만 있으면 탄핵 절차 진행 중에라도 추진할 수 있다.

2. '최순실'에 묻혀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는 400조 예산

사상 최대인 400조원 규모로 편성된 내년 예산안이 처리 법정 시한(12월 2일)을 불과 열흘 앞두고 있다. 최순실 게이트에 묻혀 아무도 쳐다보지 않는 가운데 국회 예결위에서 일사천리로 굴러가고 있다. 제대로 된 토론이나 검증 과정 없이 몇몇 예결위원 선에서 나라 살림이 결정되고 있는 것이다. 현재 상임위별 예비 심사는 대부분 마무리했고 예결위 소위가 가동돼 막판 감액과 증액을 논의하고 있다.

지금 국회의 예산안 심의는 이른바 '최순실 예산'을 깎는 일에 집중돼 있다고 한다. 교육문화체육관광위는 1748억원을 삭감하기로 했고, 이 가운데 예결위 소위는 문화창조융합벨트 예산 877억원을 최순실 관련으로 판단해 깎기로 했다. 뭉텅이로 깎은 '최순실 예산'을 챙겨가기 위해 지자체와 지역구 의원들의 물밑 경쟁이 치열하다고 한다. 게다가 국회 상임위에서 삭감한 예산은 1조원 정도인데 증액하자는 예산은 그 몇 배에 달한다. 국민과 언론 관심이 온통 최순실 사태에 쏠려 있는 틈에 여야는 누구의 감시도 받지 않은 채 예산 나눠 먹기 중이다.

중대한 문제인 법인세 인상은 한번 제대로 논의조차 되지 않은 채 어쩌면 졸속 처리될지도 모른다고 한다. 올해보다 5.3% 증액 편성된 복지 예산을 어떻게 조정할지도 관심에서 벗어나 있다. 국가의 방향을 좌우할 이슈이지만 누구도 신경 쓰지 않고 있다. 정부와 시·도 교육청 사이의 갈등 진원지였던 누리 예산에 대해서도 치열한 토론이 일어나지 않고 있다.

내년에 국민의 삶과 국가 정책에 영향을 미치게 될 400조 규모 나라 살림이 사실상 몇몇 국회의원 손에 방치된 것이다. 게이트와 탄핵이 아무리 중요하다고 해도 예산안을 이렇게 다뤄선 안 된다. 국정이 큰일이다.

3. 새누리당 전체가 심판대에 올랐다

이제 사실상 시작된 박근혜 대통령 탄핵 정국에서 새누리당은 국민의 주목을 받을 수밖에 없다. 탄핵소추안 가결을 위해서는 국회 재적 의원 300명의 3분의 2(200명) 찬성이 필요하다. 야 3당과 야 성향 무소속 6명을 합쳐 171명 전원이 찬성표를 던진다 해도 새누리당 의원 129명 중 29명 이상이 찬성하지 않으면 부결된다. 이 때문에 야당도 새누리당 동향을 봐가며 통과 가능성이 가장 높은 시점을 택해 탄핵안을 발의하겠다고 했다.

새누리당 입장에선 탄핵안이 통과되면 친박·비박 간 갈등이 심각해질 것이고, 반대로 부결되면 지금보다 더한 민심의 역풍을 맞을 것이다. 어느 길로 가도 험난하다. 두말할 필요 없이 박 대통령과 친박 책임이다. 오만·독선에 빠져 보수 진영을 사분오열시킨 데다 알고 보니 자신들 내부에선 국민이 혀를 찰 국정 농락이 벌어지고 있었다. 결국 헌정 사상 처음으로 현직 대통령이 범죄의 공범으로 지목됐다. 보수 명맥을 잇는 정당이 뿌리를 뽑힐지도 모를 위기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친박들은 이런 상황에서도 당내 비판 세력을 향해 온갖 험담을 퍼붓고 있다. 21일 한 친박 최고위원은 전(前) 당대표에게 "나가라"고 했고, 새로 임명된 사무총장은 새누리당 소속 경기도지사에게 "탈당해주면 생큐"라고 비아냥댔다. 탈당을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패륜아' '누구 덕에 지금까지' 같은 공격을 했다. 이렇게 민심과 동떨어진 행태를 보이다 여기까지 추락해놓고도 아직도 현실을 모르는 게 박 대통령과 친박이다. 아마도 이런 당이라도 장악하고 있는 게 낫다는 계산일 것이다. 국가나 보수 정당의 미래 따위엔 관심도 없다.

대통령 탄핵은 국회의원들의 수많은 표결 중 가장 중대한 선택이라 할 수 있다. 새누리당 의원 모두 곤혹스러운 처지일 것이라 짐작된다. 의원 개개인이 가(可)든 부(否)든 각자의 양심을 걸고 법 상식과 함께 보수 정당의 장래까지 종합적으로 판단해 결단하는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데일리]

4. 중산층 무너지는 소리 들리지 않는가

중산층이 무너지고 있다. 저소득층과 자산 하위층 가구를 포함한 취약계층이 10가구 중 4가구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계층 이동의 사다리도 사라지고 있다. 오랜 경기 침체로 일자리와 소득은 줄어드는데 치솟는 전·월셋값, 늘어나는 가계대출 부담, 임금격차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중산층 70% 복원’이라는 정부의 공약이 무색할 따름이다.

경기연구원이 어제 발표한 ‘소득·자산기반 중산층 측정 연구’ 보고서에는 중산층 약화의 실상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13년 기준 연간 소득과 자산을 합한 중산층 기준은 1236만∼3709만원으로 조사됐다. 결코 많은 금액이 아니지만 이러한 중산층 가구가 전체의 20.4%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의 취약한 경제 구조를 반영한다. 하위층은 37.7%를 차지했다.

통계청이 지난 3월 발표한 ‘2011~2014년 가계금융·복지 조사’도 중산층 붕괴를 잘 보여준다. 소득수준이 상위 20∼40%로 분류되는 중산층에서 3년 새 소득분위가 하락한 비율이 33.8%에 달했다. 반면 소득분위가 상승한 가구는 22.4%에 그쳤다. 중산층의 계층 하락이 상승보다 11.4%포인트나 더 많았다. 계층 이동의 사다리가 사라졌다는 얘기다.

오랜 경기 침체와 구조조정의 영향으로 실직자가 늘고 소득이 감소한 탓이 크다. 여기에 전·월셋값이 대폭 상승함으로써 일반 가정에서는 저축은 엄두도 내지 못하는 처지다. 저금리 탓에 오히려 가계대출이 증가하는 추세다. 영세 자영업자들도 이익을 내기 어려운 구조가 돼버렸다. 이러한 여러 사회·경제적 여건이 중산층 기반을 약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셈이다.

중산층은 우리 경제의 허리 역할을 하는 버팀목이다. 정부는 중산층 붕괴를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된다. 중산층을 확대하는 길은 양질의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 우선이다. 가처분 소득을 늘려 빚도 갚고 소비도 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취약계층을 위한 사회안전망 확충도 중요하다. 가계부채 연착륙, 주택시장 안정, 임금격차 해소 방안 등을 깊이 고민해야 한다. 정국이 혼란스럽더라도 경제는 살아 움직이게 해야 할 것이다.

5. 탄핵에 있어 ‘거국내각 총리’는 다음 문제다

권이 검찰 수사결과에 따라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 방침을 정하고도 ‘국회추천 총리’ 문제와 관련해 혼선을 빚고 있다. 탄핵 발의에 앞서 황교안 총리를 먼저 교체해야 하지 않느냐는 논란이다. 지금 상태에서 탄핵이 실현될 경우 후임 대통령을 선출할 때까지 황 총리가 ‘권한대행’을 맡는 사태를 피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야권 스스로 총리교체 카드를 걷어찬 상황에서 자기 한계만 드러내는 모양새다.

일단 청와대는 ‘국회추천 총리’에 대해 유보적인 태도로 돌아섰다. “상황에 변화가 있기 때문에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 어제 정연국 대변인이 언급한 청와대 입장이다. 야권이 박 대통령 퇴진을 전제로 추천하는 총리 제의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뜻이다. 하야·퇴진·임기단축 등의 전제조건 없이 국회가 총리를 추천하면 총리에게 실질적 권한을 주고 국정을 운영하겠다는 당초 제안을 거둬들인 셈이다.

정국의 주도권을 쥔 야권 내부에서도 이에 대해 적잖은 견해 차이가 존재한다. 더불어민주당은 탄핵 추진을 당론으로 채택하고도 황 총리에 대한 거부감을 숨기지 않는다. 황 총리가 공안검사 출신으로 현 정부에서 법무장관을 지내며 통합진보당 해산을 이끌어냈고, 총리 취임 이후에도 야권에 단호한 입장을 보였기 때문이다. 국민의당은 탄핵 추진과 함께 질서있는 수습을 내세워 거국내각 총리를 선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어떤 경우가 됐든 박 대통령이 후속 조치를 취할 가능성이 희박한 처지에서 총리 교체 논의는 사실상 물거품으로 그칠 공산이 커졌다. 박 대통령이 ‘김병준 책임총리’ 카드에 이어 ‘국회추천 총리’를 제의했을 때 야권이 일거에 거부했기 때문이다. 만약 야권이 박 대통령의 제의를 받아들임으로써 정국이 수습됐다면 촛불민심이 지금처럼 확대되지 못했을지도 모르겠다.

야권이 탄핵을 밀어붙이기로 작정했다면 총리인선 문제는 다음으로 돌려도 된다. 여당인 새누리당에서도 비주류를 중심으로 탄핵을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꼭 거국내각을 구성할 필요가 있다면 ‘김병준 카드’를 되살리는 방안도 없지 않다. 총리인선 문제로 탄핵이라는 쟁점이 흐려져서는 정국 혼란만 이어질 뿐이다. 박 대통령이 검찰 수사결과를 부인하고 국정을 재개한 상황에서 탄핵 추진만이 유일한 해법이다.

[서울신문]

6. 조류독감 더 확산되기 전에 선제적 대응을

겨울철 불청객인 조류인플루엔자(AI)가 빠르게 번지고 있다. 지난 16일 충북 음성군의 오리농장과 전남 해남군의 산란계(알 낳는 닭) 농장에서 처음 발생한 AI가 서해안과 중부 내륙지방으로 확산되는 양상이다. 경기도 양주·포천에서도 의심 신고가 접수돼 수도권도 안심할 수 없다.

지난달 28일 충남 천안 풍세면 하천 주변의 야생 조류 배설물에서 검출된 만큼 철새의 이동 경로에 따라 광범위하게 퍼질 가능성이 크다. 더욱이 H5N6형 AI는 국내에서 처음 발견된 고병원성이다. 기존에 국내에서 나타난 H5N1형보다 인체 감염 위험은 낮지만 중국에서는 2014년 이후 15명이 감염돼 6명이 사망하기도 했다. 다른 국가에서는 사망 사례가 보고되지 않았지만 방역 당국은 결코 긴장을 늦출 수 없다.

AI가 서해안에서 확산되는 이유는 전남 순천만·영암호, 충남 천수만, 충북 미호천 등 철새 도래지가 밀집돼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AI 감염에 취약한 오리 농가의 경우 충남북, 전남북에 전체의 90%가 집중 분포돼 있다. 인위적으로 대처하기엔 역부족이다. 철새를 막을 수 없듯 AI의 유입도 차단할 수 없다. 결과적으로 농가의 피해는 벌써 하루가 다르게 불어나고 있다. 충북에서는 어제 당시 의심 농가 주변 500m 이내 닭과 오리 31만여 마리를 살처분했다. 전남도 그제까지 오리 3만 3200마리를 땅에 묻었다. 정성을 다해 기른 닭과 오리를 산 채로 묻어야 하는 농장 주인의 마음은 안타깝지만 더 큰 피해를 막기 위해 불가피한 조치다.

AI는 사실상 해마다 발생하는 탓에 겨울철 재해다. 철새가 옮기는 탓에 완벽한 AI 예방은 불가능하다. 더욱이 AI는 바이러스 유형이 144개로 구제역 7개보다 휠씬 많을뿐더러 백신 가격도 비싸 접종도 어렵다. 실질적인 대책인 선제적 방역을 통해 피해를 최소화하는 데 역점을 둘 수밖에 없다.

특히 가금류 사육 농가의 선제적 방역이 요구된다. 외부인의 출입을 규제하고, 축사 안팎을 철저하게 소독해야 한다. 방역수칙 준수는 귀찮고 힘들더라도 예방의 첫 단계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방역 당국 역시 거점 소독시설 설치, 가금류 관련 종사자·차량에 대한 한시적 이동제한 등 지금껏 쌓아 온 AI 대응 노하우를 총동원해 방역 관리에 전념해야 함은 물론이다. 빈틈없는 초동 방역만이 피해 규모를 최대한 줄일 수 있다.

7. 靑, ‘책임총리 국회 추천’ 약속 지켜야

청와대가 박근혜 대통령이 제안한 ‘국회 추천 국무총리’에 ‘딴 얘기’를 하고 나섰다. 정연국 대변인이 어제 “야당은 대통령이 제안한 것과 다른 뜻으로 요구하고 있다”면서 “조건이 좀 달라졌으니까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야권 대선 주자들이 전날 회동해 대통령 퇴진 운동과 탄핵 추진을 병행하기로 결의한 데 따른 반발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야권 대선 주자들은 ‘비상시국 타개를 위한 입장’ 8개 항의 하나로 “국정 공백 최소화를 위해 국회 주도의 총리 선출 및 과도내각 구성”을 요청했다. 그렇다 하더라도 박 대통령이 스스로 내놓은 ‘국회 추천 총리’ 카드를 뒤집어야 할 사유가 되지는 않는다.

박 대통령은 지난 8일 회동 자체를 원치 않던 정세균 국회의장을 찾아가 “국회에서 여야 합의로 총리에 좋은 분을 추천해 주신다면 그분을 총리로 임명해 실질적으로 내각을 통할해 나가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국회 추천 총리 카드’란 한마디로 박 대통령이 김병준 전 청와대 정책실장을 국회와 상의 없이 총리로 내정하자 반발이 거세진 데 따른 국면 전환용 대국민 약속이었다. 그럼에도 박 대통령이 대국민 담화에서 약속한 ‘검찰 조사’에 이어 ‘국회 추천 총리’까지 거부하겠다는 것은 유감스러운 일이다.

박 대통령이 ‘국회 추천 총리’를 약속할 당시나 지금이나 사실상의 국정 중단 상태라는 현실은 조금도 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검찰이 박 대통령을 ‘최순실과 공모한 피의자’로 규정한 이후 국정은 더더욱 혼돈으로 빠져들고 있다. 그럴수록 ‘최순실 게이트’에 책임이 없지 않은 데다 김병준 총리 내정 당시 사표를 제출하기도 했던 황교안 총리는 대안이 아니다. 국내외적으로 불확실성이 커져 가는 상황에서 대한민국은 지금 완벽한 리더십 부재 상황이다. 설상가상 오늘 열리는 국무회의는 유일호 경제부총리가 주재하는 웃지 못할 일이 벌어질 것이라고 한다. 후임이 내정된 상황에서 그의 마음은 떠난 지 오래일 것이다.

박 대통령은 대국민 담화에서 “지금 우리 안보가 매우 큰 위기에 직면해 있고 경제도 어렵다”면서 “국내외 여러 현안이 산적한 만큼 국정은 한시라도 중단돼선 안 된다”고 했다. 더불어 “더 큰 국정 혼란과 공백 상태를 막기 위해 정부는 본연의 기능을 하루속히 회복해야 한다”고도 했다. 말은 맞는 말이다. 그럴수록 국회가 추천한 총리를 임명해 강력한 추진력을 부여하는 것 이외에 정부가 기능을 회복하는 방법은 없다. 수명이 다한 황 총리 체제를 장기화하는 것은 국민에 대한 도리가 아니다.

[매일신문]

8. 사드에 맞서 ‘한류 금지령’ 꺼낸 중국, 현명한 판단인가

중국 정부가 한국 드라마`영화`예능 프로그램의 자국 내 방영과 대규모 아이돌 공연, 한국 연예인의 광고 출연을 전면 금지하는 지침을 내렸다. 중국 당국이 이 같은 한류 규제를 공식화하면서 중국 내 방송사와 연예기획사, 광고업계 등은 긴급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이 정부 차원에서 사실상의 ‘한류 금지령’으로 한류 밀어내기를 노골화한다면 앞으로 양국 문화교류와 관련 상품 수출 등 한류에 큰 타격이 예상된다.

이른바 ‘한한령’(限韓令)으로 불리는 이 조치는 우리의 사드 배치 결정에 대한 중국 정부의 노골적인 보복 조치로 읽힌다. 그동안 중국이 사드 배치에 반발해 “한국에 대한 보복 수단이 많다”고 여러 차례 언급한 것도 이 같은 의심을 뒷받침한다. 무역 보복이나 경제 교류 제한 등 충격파가 큰 분야를 건드리는 대신 중국 내 일각의 혐(嫌)한류 목소리에 편승해 ‘한류 제한’이라는 카드를 꺼내 든 것이다.

중국 당국이 한류 금지령을 통해 자국 업계를 압박하고 관련 규제를 지속적으로 강화할 경우 영화`드라마 등 한류 콘텐츠의 유통과 공동투자, 연예인 진출 및 교류는 직접적인 타격을 받게 된다. 또 한류 상품으로 각광받아온 화장품`패션`캐릭터 상품 등 소비재와 중국인의 한국 관광 등에 미치는 부정적인 효과가 전방위적으로 확산될 것은 뻔하다. 중국 당국이 한국 기업과 브랜드, 광고 모델 등 한국을 나타내는 모든 요소를 방송에 노출하거나 내보낼 수 없도록 지시한 것도 압박 수위가 어느 정도인지를 짐작게 한다.

문제는 이런 일방적인 조치에 대해 우리 정부가 어떻게 적절히 대응하고 슬기롭게 문제를 풀어가느냐다. 당장 국내 관련 업계에 미칠 파장을 면밀히 점검하되 의연하게 대처할 필요가 있다. 나아가 동남아`중동 등 다른 지역`국가와의 문화교류를 다변화하고, 관련 문화상품의 수출을 활성화시켜 한한령의 후유증을 최소화하는 후속 대책을 서둘러야 한다. 외교적으로 풀어야 할 민감한 사안을 민간 문화교류와 협력에까지 무분별하게 확대시킨 중국 당국의 조치가 결코 현명한 판단이 아님을 직시하게끔 대안과 원칙을 바로 세우는 것이 가장 시급한 일이다.

[동아일보]

9. 트럼프發 ‘뉴내셔널리즘’에 노출된 한국의 취약계층

페루 리마에서 19, 20일(현지 시간)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의에서 21개 회원국 정상들이 보호무역주의를 배격하고 자유무역을 수호하자는 공동 성명을 채택했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후 급물살을 타고 있는 민족주의와 고립주의에 제동을 걸겠다는 취지다.

선진국을 중심으로 각국이 특정 이념과 상관없이 자국 이익을 극대화하는 보호무역주의로 돌아선 지 오래다. 지난해 기준 주요 20개국(G20)의 외국인 직접투자 금액은 금융위기 직전보다 40% 감소했고, 국가 간 은행대출은 최근 2년 동안 2조6000억 달러가량 줄었다. 겉으로 자유무역을 강조하면서 속으로는 자국의 일자리와 국내총생산 증대에 효과가 큰 내수에 전력투구한 결과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마지막 해외 순방의 종착역 페루에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의 중요성을 강조했지만 트럼프 당선인이 ‘최악의 협정’이라고 비난해 실현 가능성은 뚝 떨어졌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처음으로 주요 2개국(G2)과 신흥국이 동시다발적으로 국수주의로 몰려가고 있다. 자국의 이익을 키우기 위해서라면 다른 나라의 이익은 줄어도 상관없다는 사고가 지배하는 세상에서 경제협력은 공허한 정치 구호에 그칠 뿐이다. 영국 이코노미스트지 최신호는 세계를 지금보다 더한 위험에 빠뜨릴 수 있는 ‘뉴내셔널리즘’이라고 우려했다. 무역을 통한 파이가 줄면 빈곤층의 생활고가 심해지고 빈부 격차는 더 벌어지는 파국을 맞을 수밖에 없다는 경고다.

한국은 저소득층과 자산 하위층 가구를 합친 ‘경제적 취약 계층’이 전체 가구의 40%에 이른다. 미국의 트럼프 열풍과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를 초래한 소외 계층의 박탈감이 우리 사회에서도 언제 폭발할지 모른다. 박근혜 대통령을 대신해 APEC 회의에 참석한 황교안 총리는 ‘자유무역 찬가’만 공허하게 외쳤을 뿐 주최국인 페루 대통령 말고는 정상회담 한 번 못했다. 이것이 지금 한국이 처한 엄중한 현실이다.

[매일경제]

10. 벤처·창업 지원예산 최순실 불똥 튀게 해선 안 된다

창조경제혁신센터 등 벤처·창업 지원 예산이 최순실 게이트로 대폭 삭감될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대기업 성장이 둔화되는 상황에서 벤처·창업마저 위축되면 우리 경제를 견인할 동력이 떨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국회와 미래창조과학부에 따르면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예산소위는 미래창조과학부가 제출한 472억원 규모 창조경제혁신센터 예산안 중 상당액을 삭감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와 경기도 등 지방자치단체들도 최순실 게이트를 이유로 지원 예산을 크게 줄일 것으로 예상돼 혁신센터 입주 벤처기업들은 타격을 받을 위기에 처했다. 현재 전국 17개 시도에 18개가 설립된 창조경제혁신센터는 정부와 지자체가 대부분의 예산을 지원하고 있는 만큼 이 예산이 끊기거나 축소되면 벤처·창업 육성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어렵게 된다.

국회 예산심의에서 일부 야당 의원은 창조경제혁신센터가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이 있다며 예산을 전액 삭감해야 한다고 주장했는데 자칫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꼴이 될까 걱정스럽다. 최순실 측근인 차은택이 창조경제추진단장을 맡는 바람에 혁신센터를 비롯한 박근혜정부의 창조경제 정책이 순수성을 의심받고 있는 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경제 성장의 한 축인 벤처기업 육성을 소홀히 할 수는 없다.

미래부에 따르면 창조경제혁신센터 출범에 힘입어 1441개의 벤처기업이 설립됐고 1783개의 일자리가 창출됐다. 주목할 점은 수많은 청년이 각 지역 혁신센터를 기반으로 창업의 꿈을 펼치고 있다는 사실이다. 아직 초기 단계라 크게 성공한 벤처는 눈에 띄지 않지만 시간이 지나면 구글이나 페이스북 같은 세계적 기업이 나오지 말라는 법도 없다.

창조경제혁신센터는 설립 취지가 나쁘지 않고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두고 있는 만큼 이참에 실질적인 벤처·창업의 요람이 될 수 있도록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 정부와 대기업 지원에만 의지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기업 스스로 혁신 기술과 제품으로 경쟁력을 키울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창조경제혁신센터를 포함해 가시적 성과를 내는 벤처·창업 정책들이 최순실 불똥으로 중단되지 않도록 국회는 냉정한 자세로 예산심의에 임해주길 바란다.

주요 신문칼럼

1. [아시아경제][여성칼럼] 나에 대해서만큼은 ‘무조건' 사랑을

“당신을 향한 나의 사랑은 무조건 무조건이야~ 당신을 향한 나의 사랑은 특급사랑이야~”

이 노래 들어보신 적 있으시죠? 어르신들이 좋아하는 트로트곡, 박상철의 ‘무조건’입니다. 리듬이 신나기도 하지만 저는 이 구절이 바로 진리라고 생각해요. 진짜 사랑은 ‘무조건’적인 사랑이니까요.

사랑 때문에 아팠던 적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13개월동안 22개국을 돌아다니면서 108개의 러브스토리를 수집하게 되었지요. 그런데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사랑의 두 가지 방식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와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래서’ 사랑에 빠집니다. 그 사람이 매력적이고, 나에게 잘해주고, 내가 원하는 삶을 함께 만들어나갈 수 있을 것 같고 … 누구나 장단점이 있지만 그때는 장점만 눈에 들어옵니다. 그래서 사랑을 하고 결혼도 하고 아기도 낳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흐르면서 그 사람의 단점이 눈에 들어오고 장점이었던 부분들이 달라지기도 합니다. 그 사람이 더이상 매력적이지 않고, 내게 잘해주지도 않고, 현실은 이상과 다릅니다. ‘그래서’ 화가 나고 그 사람이 미워집니다. 결국 ‘그래서’ 헤어집니다.

반대로 사랑을 지속시키는 사람들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하는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들 역시 처음에는 ‘그래서’ 사랑에 빠졌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더 커진 상대방의 단점에도 ‘불구하고’ 이를 비난하기보다는 그 사람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려 하고 아무리 작은 장점이라도 열심히 찾아내서 칭찬해 줍니다. 이들에게 사랑이란 ‘빠지는’ 행위가 아닌 ‘하는’ 능동적 행위입니다.

그렇다면 왜 어떤 사람들은 ‘그래서’ 사랑을 하고 어떤 사람들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을 하는 걸까요? 저는 우리 스스로를 얼마나 사랑하느냐에 따라 타인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진다고 생각합니다.

만약 우리 마음 속 스스로에 대한 사랑을 담아둔 일종의 ‘사랑탱크’가 있다고 치면 이 탱크가 바닥을 치고 있는 사람은 타인의 사랑을 얻어 탱크를 채우려고 합니다. 연인이나 배우자, 가족에게 사랑을 갈구하고 타인의 인정과 관심을 받으려고 부단한 노력을 합니다. 그들이 원하는 사람이 되기 위해 애를 쓰고, 그들의 부당한 요구를 거부하지 못하고 감정적으로 휘둘리도 합니다. 아프거나 힘든 상황을 털어놓으며 동정을 구하려고도 하죠. 하지만 그들이 알아주지 않으면 허탈하고 화가 납니다.

반대로 내 마음속 사랑탱크가 꽉 채워져 있는 사람은 어떨까요? 혼자 있어도 행복하고 남들과 함께 있어도 행복합니다. 타인의 말 한마디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마음이 평온한 상태를 유지합니다. 남들에게 넘쳐나는 사랑을 나눠주지만 그들이 보답하지 않아도, 고마워하지 않아도 상관없습니다. 이미 내 마음이 충만하기 때문이죠.

그렇다면 이 사랑탱크를 어떻게 하면 채울 수 있을까요? 간단합니다. 바로 나를 ‘무조건’ 사랑하는 겁니다. 소위 자존감이 낮은 사람은 나와의 관계에 있어서도 조건부 사랑을 해요. 즉 스스로에게도 조건을 들이대며 조건이 충족되면 ‘그래서’ 사랑하고 그렇지 못하면 ‘그래서’ 사랑을 뺏습니다. 내가 공부를 잘하고, 좋은 대학에 가고, 좋은 직장에 가고, 돈을 많이 벌고, 외모가 수려하면 스스로에 대해 자부심을 갖지만 뭐 하나라도 빠지면 스스로를 못났다고 생각합니다. 어제는 서류탈락을 했으니 나는 20점짜리 존재이고, 오늘은 대기업에 합격했으니 100점짜리 존재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만원짜리 지폐가 진흙탕에 떨어진다고 천원이 되는거 아니고 반대로 보석함에 담아뒀다고 백만원 되는 거 아니에요.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나는 같은 사람이고 ‘나’라는 사람의 본질은 변하지 않습니다. 때로는 실패하고, 때로는 아프고, 때로는 원하는대로 인생이 풀리지 않기도 하지만 아무리 바닥을 쳐도 나는 여전히 존귀한 사람입니다. 내가 어떠한 상태에 있든 내가 나를 ‘있는 그대로’ 아껴주고 사랑해줄 때 우리는 빛이 납니다. 인생이 충만해집니다. 마음이 단단해집니다. 타인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사랑할 수 있습니다. 무조건 사랑이 특급 사랑입니다.

2. [매일신문][양희창의 에세이 산책] 몰라도 너무 모른다

“촛불 시위에 강남 아줌마들도 나온다면서? 답답한 게 없는 분들이 왜 그랬지? 평생 안 해본 일 체험 삼아 나온 건가.” “상위 1%의 자존심이 무너진 거죠. 말 사 줄 돈은 있지만 그렇게 선발 과정을 확 잡아 고쳐서 대학에 쑥 들어가진 못하잖아요. 누군 밤마다 주차 전쟁 해가며 아이들 학원에서 데려오는데 가만히 앉아서 특혜를 누리니까 분노가 치민 거죠.”

“그래. 지난번 청소년 시국선언 때 보니까 한 대구 학생이 자기도 배후 세력이 있어서 나왔대. 바로 자기 엄마라고, 하루 열두 시간 뼈 빠지게 일해도 가난을 면치 못하는 아픈 엄마가 가만있으라고 하는 악당들에게 맞서게 한 배후 세력이라고. 왜 이렇게 분노하는지 그들은 알까?”

“분노가 우울과 겹쳐서 더 힘든 거 같아요. 술 먹을 시간이 어디 있냐고, 삼각 김밥으로 때우며 알바하랴 공부하랴 정신없이 살아가던 한 여대생이 넋을 놓고 이젠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다며, 이런 세상에서 살고 싶지 않다며 술잔 기울이며 참담해하는 모습을 보니까,” “영세 기업 하는 분하고 만났는데 권력이 저렇게 대기업에 법인세를 걷지 않고 몰래 기부금을 받으니까 자기들이 너무 힘들다고, 툭하면 세무조사 나와서 벌금 매긴다고, 세금은 거둬야 하니까 서민들만 쥐어짜는 거야.” “도대체 이렇게 나라를 엉망진창으로 만들어 한없이 절망하게 만드는 자들이 누구죠? 한두 사람이 아닌 것 같아요,”

“국가와 시장이 결탁하여 실컷 말아 먹은 지는 오래되었잖아. 명박산성으로도 끄떡없었고 어떤 부정부패를 저질러도 시간이 지나가면 잊히리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 거야. 그들은 우리들을 발가락 때만도 여기지 않으니까 왜 이렇게 시민들이 분노하는지, 우울해하고 좌절하는지 절대로 모를 거야. 오히려 과민 반응하는 거 아니냐고 억울해할걸. 4대 강보다 훨씬 적게 해 먹었는데 왜들 이러는지 모르겠다고.”

“고통이 분노가 되고 저항이 거대한 물결이 되어 새로운 시민사회를 만드는 기회가 되었으면, 야당도 하는 거 보니까 못 믿겠고 시민들이 주도하는 데 따라 정치지형도 바뀌었으면 좋겠어요. 이참에 한두 사람 물러나는 게 답이 아니라 신시민사회를 만들어야 할 것 같아요.” “니들이 그렇게 마음먹으면 될 거야. 꼭 되어야 하고. 근데 분노와 우울, 절망의 상처를 특히 심하게 겪고 있는 이들을 위해 할 수 있는 게 없을까?”

“꺼지지 않는 촛불을 보면서 스스로 치유할 거라 봐요. 분노의 촛불이 활활 타오르는 정의의 횃불이 되고 평화의 들불이 되면 용기를 얻을 거예요.” “그렇게 얘기하니까 민주화 운동하던 청년이 되살아나는 거 같아. 어째 좀 젊어진 거 같지 않냐?”

3. [매일신문][기고] 안전한 겨울을 나기 위한 제안

온 산야가 곱게 물들고 풍요로운 가을 정취를 만끽하며 상쾌한 공기를 음미하는 것도 이제 막바지로 치닫고 있다. 조금만 지나면 어느덧 계절이 교차하면서 화기 취급이 늘어나는 본격적인 겨울철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계절 변화를 사람들은 기온이나 계절만이 갖는 색깔로 표현하곤 한다. 하지만 소방 공무원들에게는 이맘때가 일 년 중에서 각종 재난 출동이 가장 많고 바쁜 시기이기 때문에 소방차 색깔만큼 붉은빛으로 머릿속에 오버랩 된다.

따라서 전국 소방서에서는 매년 겨울 문턱으로 들어서는 11월을 ‘불조심 강조의 달’로 정하고 범국민적 예방활동 강화와 안전의식을 높이기 위한 활동을 대대적으로 펼친다. 또 11월 9일을 ‘소방의 날’로 정해 119 희생봉사 정신을 기리고 각종 재난현장에서 신속한 화재진압`구조`구급활동을 통해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기 위한 결의를 다지기도 한다. 경상북도 소방본부 역시 도민이 편안하고 안전한 겨울나기를 할 수 있도록 24시간 긴장의 끈을 늦추지 않는다.

지난해 경북에 발생한 화재 현황을 살펴보면 모두 3천68건이 발생했다. 인명 피해는 131명, 재산 피해는 176억7천만원이었다. 이 중에서 1천29건이 겨울철에 발생해 전체 건수의 33.5%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날씨가 추워지면 불을 가까이하게 되고, 화재도 빈번해지기 마련이다. 그래서 더욱더 화재에 대한 경각심을 갖고 꺼진 불도 다시 보는 안전의식의 실천과 생활화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런데 요즘 도민 안전을 위협하는 재난은 화재뿐만 아니라 교통, 산악사고 등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특히 겨울철에는 기후 영향으로 더욱 집중적으로 발생하는 양상을 보인다. 대부분 사소한 부주의나 무관심으로 인해 치명적인 피해를 입고 때로는 생명을 잃기도 한다. 겨울철 안전의식이 비단 불조심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생활 전반에 체화되어야 함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안전한 겨울나기를 위해 꼭 알아두어야 할 안전수칙을 제안하고자 한다.

먼저 전체 화재의 약 40%가 주택에서 발생한다. 가장 안전한 것 같은 가정이 자칫하면 가장 위험한 곳으로 바뀔 수 있는 계절이 바로 겨울이다. 주택에는 소화기와 단독경보형 감지기를 설치하고 화기를 취급할 때 항상 안전을 염두에 둬야 한다. 전기시설은 반드시 규격전선 사용하고, 인화성 물질 취급에도 주의해야 한다. 다중이용시설을 관리하는 사람의 경우 비상구 피난`방화시설 유지관리에 빈틈이 없어야 하고 화재예방순찰도 게을리하지 않아야 한다.

전통시장 상인들은 소방통로에 상품을 진열하는 것과 같은, 비상시 시민의 대피를 방해하는 요인들을 미리 제거해야 한다. 또한 쪽방, 주거용 비닐하우스 등 안전사각지대는 소방서의 예방순찰도 중요하지만, 거주자들의 소방안전의식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주민들은 소화기 사용요령과 대피로를 반드시 숙지해야 한다.

화재는 발생 초기에 진화하면 피해를 크게 줄일 수 있다. 하지만 5분이 지나면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번져 많은 인명과 재산피해를 끼친다. 화재 초기 소화기 한 대는 소방차 한 대와 같은 효력을 낸다. 소화기 한 대가 우리 집 소방서인 셈이다.

경북소방본부는 이달부터 내년 2월 말까지 4개월간 ‘겨울철 소방안전 대책기간’으로 정해 ‘대형화재 제로화’ 목표 아래 전 행정력을 동원, 한발 앞선 현장 밀착형 행정을 추진할 계획이다. 하지만 소방 공무원만의 노력으로는 화재를 예방하고 도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데 한계가 있다. 각종 안전수칙을 스스로 실천하고 생활화해, 도민 모두가 행복한 삶을 영위해 나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4. [한국일보][기억할 오늘] 대처 퇴진

마거릿 대처(Margaret H. Thatcher, 1925~2013)가 1990년 11월 22일 총리직 사퇴를 선언했다. 보수당 당수를 뽑는 1차 투표에서 과반수 획득에 실패한 뒤 당 중진들의 권고로 2차 투표를 포기한 직후였다. 1979년 5월 취임한 이래 일주일 뒤 공식 퇴임하기까지 11년 209일의 최장 총리를 지낸, 15년 당수의 끝이 그러했다. 그는 1940년 이래 반세기 영국사에서 “총선 패배나 건강상의 이유와 무관하게 (사실상)강제로 퇴진 당한 유일한 수상”이기도 했다.(‘영국 노동당사’ 고세훈)

정치인 대처의 말년은 험했다. 경제는 다시 심각한 불황으로 치달았다. 인플레, 실업률, 국민총생산 등 지표가 추락했고, 빈부격차와 의료ㆍ복지 후퇴 등으로 민심의 반발은 극에 달했다. ‘대처리즘’의 총체적 실패였다.

대처는 흔히 영국병이라 불리는 70년대의 저성장ㆍ고복지를 극복하고, 노동당의 사민적 합의와는 또 다른 보수당 특유의 온정주의적 복지정책의 틀을 깨고 자유시장 자본주의로 경제 부흥을 이루고자 했다. 정부 퇴각과 시장의 전진. 그의 방식과 속도는 과격하고 급진적이었다. 조세 감축과 공공지출 삭감, 국영기업 민영화와 탈규제. 예컨대 그는 재임 중 소득세 최고율을 83%에서 40%로 43%나 낮췄는데, 같은 기간 OECD 평균(68%→50%)은 18% 감소했다. 반면 간접세인 부가가치세는 두 배로 높였고, 국민보험료도 대폭 상향 조정했다. 대처리즘의 재정 공백을 메워준 건 북해 유전과 국유자산 매각 자금이었지만, 그건 화수분이 아니었다.

정부 역할의 축소는 통화정책(통화량과 이자율정책) 의존도를 높였고, 대처는 유럽의 정치ㆍ금융 통합에 거리를 둘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의 고집스런 통화주의는 인플레와 실업률을 잡지 못했다. 그의 고집이 영국의 고립이 심화할 것이라는 위기의식 속에 그의 핵심 각료들조차 하나 둘 곁을 떠나갔고, 그 끝이 퇴진 요구였다.

근년의 브렉시트와 테리사 메이의 총리 취임으로 대처의 반EU 노선이 새롭게 주목 받는 모양이다. 대처리즘에 가장 반발했던 영국 노동계급이 브렉시트를 지지한 주력층이라는 사실이 아이러니다.

5. [서울신문][이상욱의 암 연구 속으로] 당뇨병 약으로 암을 막을 수 있을까

암세포가 정상 세포보다 당(糖)을 잘 흡수한다는 것은 암환자에게는 이미 상식이나 다름없다. 암세포가 흡수한 당이 암을 악화시킨다고 생각해 일부 환자는 탄수화물로 만들어진 음식을 입에 대는 것조차 두려워한다. 그렇다면 암환자가 당을 전혀 섭취하지 않는다고 해서 과연 암을 이겨 낼 수 있을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아니오’다.

암세포의 포도당 섭취율이 높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실제로 암환자의 탄수화물 섭취를 완전히 차단했을 때 암 조직의 성장이 멈추거나 암세포의 대사활동이 완전히 정지되는 것은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암환자는 고기도 먹지 않고 지방도 거의 섭취하지 않는데, 만약 탄수화물까지 안 먹는다면 아마 채소밖에 먹을 것이 없을 것이다. 따라서 의학계는 암환자의 당 섭취를 제한하는 것보다 어떻게 당을 조절할 것인지에 초점을 맞추고 연구해야 할 것이다.

최근 들어 많은 암 연구자가 ‘메트포민’이라는 당뇨병 약에 관심을 갖고 효과에 대해 집중적으로 연구하고 있다. 메트포민은 당뇨병 환자의 혈당을 조절하는 약이다. 이 약을 장기간 암환자에게 투여했을 때 암 발생률이 유의미하게 감소하거나 암 재발률이 줄어 생존 기간이 연장된다는 임상 연구 결과가 속속 나오고 있다.

최근 일본의 한 연구팀은 당뇨병이 없는 환자가 내시경 용종절제술을 받은 뒤 메트포민을 꾸준히 복용할 경우 용종 발생이 억제된다는 임상 연구 결과를 종양학 전문지인 ‘란셋 온콜로지’에 발표하기도 했다. 미국의 한 연구팀도 암 발생 위험이 정상인에 비해 높다고 알려진 당뇨병 환자가 메트포민을 꾸준히 복용할 경우 암으로 사망할 확률이 일반인과 비슷해진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메트포민을 복용해 적절하게 혈당을 조절하는 것이 암 환자에게도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 몸 안에서 혈당이 상승하면 인슐린이 자동으로 분비돼 세포 안으로 포도당을 운반해 혈당을 낮춘다. 그런데 우리 몸이 인슐린을 분비하려면 ‘인슐린 유사성장 인자’(IGF)라는 물질이 필요하다. 이처럼 IGF는 인체에서 꼭 필요한 물질이지만, 한편으로는 암세포 증식을 자극하는 효과도 있기 때문에 항시 과도하게 분비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메트포민을 복용하면 인슐린의 효율을 높여 IGF의 분비를 줄일 수 있기 때문에 암환자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런데 메트포민이라는 약의 가격이 너무 싸고 독점적으로 팔 수도 없기 때문에 제약회사에서는 그다지 크게 관심을 갖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다.

전 세계 의·과학자가 암 정복에 한 걸음 다가가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지만 이런 인류의 과제를 해결하기 위한 연구에도 시장경제 논리를 적용할 수밖에 없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암을 연구하는 의·과학자가 순수하게 의학적 호기심과 암 치료 성적을 위해서만 연구를 할 수 없는 이유다.

미국에서는 유방암이나 전립선암 환자의 수가 많기 때문에 다른 종양보다 투입되는 연구비가 많다. 이렇게 연구비가 많이 투입된 암의 치료 성적을 향상시킬 가능성이 더 높고, 연구도 상대적으로 활발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국가 차원에서 단순히 약값과 의료비만 관리하면서 환자의 진료비 부담을 줄일 것이 아니라 메트포민처럼 진입 장벽이 없고 저가의 약이라도 국민 건강에 도움이 된다면 적극적으로 연구할 수 있도록 권장해야 한다. 아울러 이런 연구를 하는 연구자를 전폭적으로 지원해 실제 임상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제도를 보완하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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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늙은최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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