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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자료는 교육용으로 쓰기 위해 올리는 자료로 상업적 목적은 없으며 선정된 사실의 정치적 성향은 블로그 운영성향과 무관합니다.

 

 

 

주요 신문사설

[이데일리]

1. 400조 슈퍼예산 ‘밀실 심의’ 안 된다

국회의 내년도 정부 예산안 처리 시한(12월 2일)이 나흘 앞으로 다가왔다. 내년 예산은 400조7000억원으로 사상 최대 규모다. 어느 때보다 꼼꼼한 심의가 필요한 슈퍼예산이다. 하지만 ‘최순실 게이트’로 정국이 혼란스러운 와중에 ‘깜깜이’ 졸속심의로 흐르고 있는 양상이다. 법인세 인상, 누리과정 예산 등을 놓고 여야가 첨예하게 맞서고 있어 처리 시한이 지켜질 지도 불투명하다.

무엇보다 ‘밀실 심의’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각 상임위는 정부 예산에서 ‘최순실 게이트’ 관련 예산 4000억원을 포함 1조5000억원을 감액한 대신 4000여건의 사업에 40조원 규모를 증액 요청했다.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이처럼 막대한 증액 사업을 ‘효율성’을 이유로 비공개 회의에서 심사하기로 했다. 전체 예산의 10% 가량을 회의록도 남기지 않는 ‘깜깜이’ 심사로 결정하겠다는 얘기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달 ‘김영란법’ 시행으로 ‘쪽지 예산’은 부정청탁이라고 밝혔다. 여야는 이와 관련해 예산 심사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해 올해는 ‘쪽지 예산’이 없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하지만 결국 빈말이 돼버렸다. 증액 심사를 비공개로 하겠다는 것은 여야 간 지역구 예산 나눠 먹기 구태를 계속하겠다는 얘기가 아닌가. 후안무치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예산을 기한 내 처리할 지 여부도 미지수다. 법인세와 소득세 인상을 주장하는 야당과 이에 반대하는 여당 입장이 첨예하게 맞서 있다. 누리과정(만 3~5세 무상보육) 예산 갈등도 여전하다. 게다가 국회선진화법에 따라 정부안을 본회의에 자동 부의해도 야당이 부결시키면 그만이다. 야당이 탄핵안 표결을 이르면 내달 2일 진행하기로 한 점도 변수다. 두 사안이 맞물려 예산 처리 시한을 지키기 어려워질 수도 있다.

지금 나라는 안팎으로 위기다. 일자리를 창출해 경제 활력을 회복하는 일이 급하다. 경제·민생 관련 정책이 차질 없이 집행되도록 예산안을 제때 처리해야 한다. 늑장 처리하면 피해는 국민에게 돌아간다. 나랏돈을 쌈짓돈인 양 ‘뒷거래’로 빼먹는 일이 없도록 증액 심사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국회도 제 역할을 하지 못하면 언제든 촛불 민심이 심판대에 세울 것이라는 점을 명심하기 바란다.

2. '소비절벽' 벗어날 초당적 협력 나서야

국내 소비자심리가 7년 7개월만에 최악의 성적표를 내놓았다. 한국은행이 최근 발표한 ‘2016년 11월 소비자동향조사 결과’가 그 예다. 11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95.8로 10월 101.9보다 6.1포인트나 급락해 충격적이다. CCSI는 기준점 100을 웃돌면 향후 경기가 낙관적이고 100을 밑돌면 비관적이라는 뜻이다. 특히 11월 CCSI는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지난 2009년 4월 94.2를 기록한 이후 7년 7개월 만에 가장 낮아 경각심을 일깨우기에 충분하다.

한국 경제는 이미 수출과 투자 등이 침체국면에 빠진 중증 환자다. 수출과 투자가 좋지 않으면 내수라도 버텨줘야 하는데 최순실 국정농단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에 따른 불확실성으로 소비자심리마저 꽁꽁 얼어붙었다. 소비심리 위축과 이에 따른 고용 악화는 내수절벽으로 이어질 게 불을 보듯 뻔하다. 경제 양대 축의 하나인 수출이 부진의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상황에서 소비절벽이 더해지면 경기회복은 요원해질 수밖에 없다.

한국 경제가 바람 앞 등불 신세가 된 데에는 구조적인 저성장에 최순실 사태와 미국 차기 행정부 등장에 따른 국내 정치권의 리더십 부재가 주원인이다. 불경기에 대한 불안감으로 소비자들이 가뜩이나 지갑을 열지 않고 있는 가운데 최순실 사태가 촉발한 국정마비가 경기를 더욱 얼어붙게 만들었다. 여기에 트럼프 차기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미국 우선주의’에 토대를 둔 강력한 보호무역주의를 추진할 것으로 보여 수출에 절대적으로 의존하는 한국경제가 더욱 어려운 처지에 놓을 전망이다.

경제 상황이 이처럼 위중한 데 국내 정치권은 ‘촛불 시위’에만 매몰된 모습이다. 정치권은 최순실 사태에 대한 국민적 분노를 보여주는 촛불 시위의 역사적 의미를 평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한국 경제호(號)가 순항할 수 있는 로드맵을 내놔야 한다. 촛불 시위대 뒤에 서있지만 말고 후임 경제부총리 임명 등 시급한 현안을 처리해야 한다는 얘기다. 특히 국정의 한 축인 거야(巨野)는 현재 총체적인 국가 위기를 정략적으로 악용해서는 곤란하다. 대다수 국민들이 국가위기에 대한 야당의 태도를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는 점을 잊지 말기 바란다.

[서울신문]

3. AI 전국 확산, 철새 탓만 할 텐가

조류인플루엔자(AI)가 영남과 제주도를 제외한 전국으로 급속하게 확산되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국정이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AI까지 발생하면서 행정력이 제대로 미치지 못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이번 AI 바이러스는 종전의 국내 발병 바이러스보다 더 악성으로 폐사율이 높고 전염성도 강한 데다 빠르게 전파된다는 특성이 있어 더욱 그렇다. 정부 당국은 더 철저한 차단 대책을 세워 국민 불안을 잠재워야 한다.

AI 발생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거의 매년 발생하다시피 하는데 왜 제때, 제대로 대응을 못 하는지 한심하기만 하다. 정부 입장에서는 철새들이 옮기는 AI를 어찌하겠느냐고 반문할지 모르겠으나 다른 나라라고 철새가 이동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가까운 일본만 해도 AI의 확산으로 골머리를 앓는다는 얘기를 들어보지 못했다. 그 이유는 철새 이동 경로 추적 등 사전에 AI 방지대책에 만전을 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 정부는 일 터질 때만 난리법석을 피우고 꼼꼼하게 향후 대비책에 대한 정책 입안에는 소홀하다. 지금까지의 사례 분석을 바탕으로 한 AI 대응 노하우나 제대로 있는지 의문이다. 이번에도 초동 대처를 제대로 못 해 화(禍)를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의 ‘뒷북 대응’은 농림축산식품부가 AI가 전국으로 확산되고 나서야 부랴부랴 24일 가축방역심의회를 열어 위기 경보 단계를 ‘주의’에서 ‘경계’로 올린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전국 가금류 농장과 도축장 등에 이동중지명령을 내린 것도 26일이다. 한 달 전쯤 충청도에서 철새 배설물에서 AI 병원균이 처음 검출된 이후 정부가 손을 쓴 것도 2주일이 지난 뒤였다.

AI 확산을 막아야 하는 이유는 경제적 손실 비용이 크기 때문이다. 농가의 피해는 물론 지자체의 살처분 매물비용, 정부의 보상비용 등에다 축산물에 대한 소비급감 등 2차 피해까지 따진다면 그 비용은 더 커진다. 벌써 가금류 수출에 빨간불이 켜졌다는 소리가 들린다.

이번에 확인된 AI 바이러스는 H5N6 고병원성으로 과거 중국에서는 인체감염을 발생시켜 사망에까지 이르게 했다는 바이러스와 동일한 유형이어서 국민 역시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백신이 없으니 소독약만 뿌려대는 식으로는 방역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더이상 막대한 피해가 초래되지 않도록 전방위 대응 태세에 나서야 한다.

4. 국정 역사교과서, 학교에 선택권을 주자

서울행정법원의 역사교과서 집필 기준 공개 판결에 따라 지난 25일 공개된 역사교과서 편찬 기준에 따르면 ‘대한민국 수립과정’을 설명하면서 대한민국이 3·1운동과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정신과 법통을 계승한다고 표현하도록 했다. 아울러 고등학교 한국사편찬기준에 8·15 광복 이후 전개된 ‘대한민국 수립과정’을 파악하도록 하는 기준도 제시됐다.

이를 고려하면 ‘대한민국 정부수립과정’을 ‘대한민국 수립과정’으로 기술함으로써 1948년 8월 15일이 대한민국 수립이 완성된 날, 이른바 건국절이라는 해석을 가능하게 하고 있다. 이러한 방식의 역사 해석과 기술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여기서 문제가 되는 것은 국정 교과서가 갖는 권위에 통일된 역사 해석을 심어 줘 역사를 왜곡시킬 여지가 크다는 점이다.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반대하는 학자들의 논리도 다르지 않다. 이들은 역사교과서에 기술된 내용보다는 국정이라는 권위를 가진 교과서를 통해 통일된 역사 해석을 가르치는 것에 반대하고 있다. 헌법 31조 4항은 교육의 자주성, 전문성, 정치적 중립성 등을 규정하고 있다. 교육이 행정기관과 정치권력에 의해 침해받아서는 안 된다는 점을 강조한다. 나아가 역사 교육의 목적은 단편적인 역사적 지식을 심어 주는 것이 아니라 올바른 역사관을 심어 주는 데 있다. 찬양 또는 반대 일변도의 역사관이 아니라 다양하고, 비판적인 해석이 수반돼야 올바른 역사관이 형성될 수 있다.

최근 한국교총 등 보수 단체에서도 국정화에 반대하고 나섰다. 전국 102개 대학 역사·역사교육 관련 교수 561명도 반대 성명을 냈다. 20대 국회 들어 교과서 국정화에 반대하는 법안만 8개나 상정됐다. 청와대와 역사교육정상화추진단은 국정이란 이유로 반대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볼멘소리를 하고 있지만 사실상 정부 주도의 국정 역사교과서 일원화 방침은 무산될 위기에 놓였다.

광범위한 반대 여론을 고려해 교육부는 역사교과서 현장본을 공개한 뒤 내년 3월부터 일선 학교에 적용하는 방안과 시범학교에 지정해 일부 적용하는 방안, 검정 교과서와 혼용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등 후퇴하는 모습이다. 새 학기부터 일선 학교에 적용하거나 시범 실시하는 방안은 혼란만 키울 뿐 바람직하지 않다. 시행을 유보하거나 국정과 검정 교과서를 학교에서 선택하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하기 바란다. 학교에 선택권을 주는 것은 교과서를 쓰도록 강요하지 않고 일단 보고 판단해 보라는 뜻에서 절충적인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동아일보]

5. ‘쿠바혁명’ 카스트로 죽음 앞에서 김정은이 깨달아야 할 것

쿠바 공산 혁명의 지도자인 피델 카스트로 전 국가평의회 의장이 25일 90세를 일기로 사망했다. 그는 1959년 1월 풀헨시오 바티스타의 친미 독재정권을 무너뜨린 뒤 2008년 공식 직위에서 물러날 때까지 49년간 권좌에 있었다. 동료인 체 게바라와 함께 중남미 좌파 혁명과 ‘반미’운동을 이끈 그가 타계하면서 냉전시대 사회주의권의 주역들은 이제 거의 모두 사라졌다.

카스트로는 2008년 2월 행정부 수반인 국가평의회 의장직을 동생인 라울에게 물려줄 때까지 당과 군, 입법부와 행정부의 모든 최고위직을 차지했다. 그는 무상교육과 무상의료 등에서 나름의 성취를 이뤘다고 하나 바티스타 정권의 공직자 500명을 처형한 것을 비롯해 가혹한 인권탄압을 자행해 수많은 쿠바인들이 자유를 찾아 탈출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차기 대통령이 “피델 카스트로의 유산은 총살형과 절도, 상상할 수 없는 고통, 가난 그리고 인권의 부정이었다”고 혹평했을 정도다. 카스트로가 생전에 “역사가 나를 무죄로 하리라”라고 주장했지만 후대가 어떤 평가를 내릴지는 미지수다.

카스트로는 1986년 평양을 찾아 김일성에게서 소총 10만 정과 탄약을 무상으로 받은 일도 있을 만큼 북한과 가까웠다. 김정은도 쿠바에 즉각 조전을 보냈다. 하지만 카스트로는 김일성처럼 3대 세습정권을 수립하지도 않았고 개인 우상화도 없었다. 1990년대엔 외국인 직접투자 확대, 국영기업 분권화, 자영업 부활 등 제한적 개방 조치도 단행했다. 미국의 봉쇄에 따른 경제위기의 고통을 최고지도자와 엘리트, 주민들이 분담했다. 북에서 ‘고난의 행군’ 시절 특권층만 살아남고 주민들이 아사(餓死)로 내몰린 것과 대비된다.

미국과 쿠바는 2014년 12월 오랜 적대를 청산하고 국교 정상화를 선언했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올해 3월 쿠바를 방문해 88년 만의 양국 정상회담을 열었다. 카스트로의 타계로 쿠바에선 경제 분야를 중심으로 개혁·개방에 더욱 힘이 실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한국과 쿠바의 수교 교섭도 속도를 낼 것이다. 대부분의 사회주의 국가들이 시장경제를 접목하며 열린 체제를 지향하는 마당에 북이 과연 언제까지 퇴행적 체제를 고집할 수 있을지, 만년엔 현실을 깨달았던 카스트로의 죽음 앞에서 김정은이 고민해야 할 대목이다.

6. 차은택 변호인이 지목한 김기춘, 검찰은 소환하라

검찰은 어제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 실세 최순실 씨를 등에 업고 ‘문화계 황태자’로 군림하며 이권을 챙긴 차은택 전 창조경제추진단장을 강요미수 등 혐의로 기소했다. 이날 차 씨의 변호인인 김종민 변호사는 차 씨가 최 씨 지시로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을 만난 적이 있다고 밝혔다.

또 차 씨가 최 씨와 함께 우병우 전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의 장모인 김장자 삼남개발 회장과 골프를 친 의혹도 사실이라고 했다. 김 전 실장은 그동안 최 씨도, 차 씨도 모른다고 극구 부인했고 우 전 수석과 최 씨, 차 씨의 관계도 불명확했는데 김 변호사의 증언으로 이들의 연결고리가 분명하게 드러난 셈이다.

김 전 실장은 박근혜 정권 탄생에 기여한 원로 7인회의 멤버이면서 2013년 8월부터 2015년 2월까지 박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했다. 김 전 실장이 청와대를 떠나면서 자신의 대리인 격으로 놔둔 사람이 우 전 수석이다. 최 씨의 국정 농단은 1차적으로 민정수석의 관할이고 2차적으로 민정수석의 상관인 비서실장의 관할이다. 검찰은 이미 두 사람에게 증거를 인멸할 너무 많은 시간을 줬다. 지금이라도 수사를 서둘러 두 사람이 최 씨의 국정 농단을 어떻게 방치했는지 밝혀야 한다.

박 대통령은 1주일 전 기소된 최 씨와 안종범 전 정책조정수석비서관의 강요 직권남용 등의 혐의에 공모자로 등장한 데 이어 이번 차 씨의 기소에서도 다시 공모자로 등장했다. 차 씨가 최 씨와 함께 플레이그라운드라는 광고회사를 세워 KT로부터 광고를 끌어오는 과정에 공모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검찰은 포스코 계열 광고회사인 포레카를 강탈하려다 실패한 혐의에 대해서는 공모관계를 적용하지 않았다. 도덕적으로 비난의 여지가 강한 강탈 미수 혐의에 대해서만 공모관계 적용을 하지 않아 봐주기 아니냐는 의혹이 인다.

내일은 검찰이 박 대통령에게 대면조사에 응하라고 재차 요청한 마감시한이다. 공권력의 상징인 대통령이 검찰 수사 결과를 부인하고 조사도 받지 않는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박 대통령은 국회가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도록 탄핵소추안 상정 전에 검찰 수사를 받아야 한다.

[세계일보]

7.  면세점 규제 없애고 시장에 맡기는 근본 처방 필요하다

면세점 산업이 온통 아우성이다. 적자를 유발하는 업황 악화와 면세점 특혜 의혹을 겨냥한 검찰 수사로 인해 안팎에서 숨이 막히는 것이다. 지난해 특허권을 발급받아 매장을 연 업체도, 올해 말 특허권을 확보해 시장에 진입하려고 준비하던 업체도 두루 그렇다. 기본환경 개선을 위해 특허기간을 현행 5년에서 10년으로 다시 늘리기로 한 당국의 관세법 개정 또한 국회에서 발목이 잡혀 전도가 불투명하다.

관세청은 여전히 내달 중 신규 사업자를 선정하겠다는 입장이다. 청사진대로라면 면세점은 서울에 4개가, 부산과 강원에 각각 1개가 추가 허용돼 전국 시내 면세점은 기존 21개에서 27개로 늘어난다. 그럼에도 순항을 내다보기는 어렵다. 그 무엇보다 추가 선정 반대 목소리가 높다. 여론 동향이 워낙 심상치 않은 것이다. 면세점 산업이 ‘최순실 태풍’에 휘말린 까닭이다.

검찰은 지난주 기획재정부, 관세청 등 주무부처를 압수수색했다. SK·롯데 그룹 수사도 속도가 붙고 있다. SK·롯데는 지난해 11월 면세점 재승인 심사에서 탈락한 뒤 시장 재진입을 노리던 과거의 기존업체다. 박근혜 대통령은 올해 2∼3월 두 기업 회장과 비공개 개별 면담을 했고, 그 직후 최순실씨를 배후에 둔 K스포츠재단이 두 기업에 추가 지원금을 요청했다. 기획재정부는 그 와중에 면세점 승인 요건을 완화하는 정책 방안을 내놓았고 관세청은 4월 서울 시내 면세점 4개의 신규 설치 방침을 발표했다. 두 기업의 K스포츠재단 지원이 성사됐든 불발됐든 유착 의혹은 끝까지 파헤칠 수밖에 없다.

국내 면세점의 지난해 매출액은 10조원에 육박한다. 면세점은 일자리와 수익을 낳는 세계 1위 위상의 효자 산업인 것이다. 검찰 수사와 별개로 이 산업을 어찌 지킬지도 고민해야 한다. 10년으로 특허기간을 늘리는 것 등은 응급처방에 지나지 않는다. 정부가 시한부 특허권을 움켜쥐고 갑질을 계속하는 한 기존 제도를 어찌 손질해도 부패·비리의 고리는 끊어질 수 없다.

‘정부의 실패’를 초래하는 후진적 구조를 이대로 둬서는 안 된다. 최소한의 자격 요건만 갖추면 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등록제로 제도적 근간을 바꿔야 한다.

8. ‘질서 있는 국정 수습’ 위한 원로들 고언 외면 말라

대통령 하야·거국내각 촉구 대비책 없는 탄핵은 무책임 얼굴 맞대 지혜 모아보길

전직 국회의장과 국무총리 등 정·관계 원로들이 박근혜 대통령의 하야를 촉구했다. 이들은 어제 모임을 갖고 ‘당면 국가 위기 타개를 위한 각계 원로들의 제언’이라는 형식으로 공동 합의문을 발표해 “대선과 정치일정, 시국수습을 감안해 적어도 2017년 4월까지는 하야해야 한다”고 했다. 국회는 거국중립내각을 구성할 국무총리를 하루빨리 추천하고, 대통령은 새 총리에게 국정 전반을 맡겨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현 국가적 정치위기의 중대한 요인이 제왕적 대통령제에 있다며 개헌도 촉구했다.

원로들의 제안이 새로운 내용은 아니다. 최순실 국정농단 파문이 불거진 뒤 국정혼란 수습 방안으로 제시됐던 방안들을 두루 포함하고 있다. 그러나 박근혜 대통령과 여야 간 입장 차이와 이해관계가 얽혀 새 총리 국회 추천, 거국중립내각 구성이 사실상 물 건너간 상태다. 야권과 여당 비박계가 대통령 탄핵에 속도를 내면서 ‘질서 있는 국정 수습’은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

‘탄핵 시계’가 빨라지고 있는 상황에서 원로들의 고언이 여야의 마음을 바꿔놓을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렵다. 나라를 걱정하는 원로들의 충정이 진작에 전달됐으면 하는 아쉬움도 남는다. 하지만 탄핵 성사 여부를 떠나 탄핵 과정에서, 그리고 헌재 결정 이후 예상되는 정국 혼란은 불을 보듯 뻔한 것은 부인할 수 없다. 지금의 위기는 전적으로 박 대통령이 책임져야 하지만 국정농단에 대한 법적 책임은 물론 정치적 책임마저 회피하려 하면서 사태를 악화시키고 있다. 야당도 탄핵 이후의 국정수습책도 마련하지 않은 채 탄핵만 밀어붙이는 것은 무책임한 태도다.

박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는 주말 촛불집회가 한 달째 이어지고 있다. 그제 열린 5차 촛불집회는 전국에서 190만명(주최 측 추산)이 모여 사상 최대 규모 기록을 갈아치웠다. 이번 주에는 국회에서 대통령 탄핵 소추, 국정조사, 특별검사 후보 추천 등이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진다. 이럴 때일수록 대통령과 정치권은 중심을 잡고 위기를 수습할 책무가 있다.

대통령과 여야는 국정이 벼랑 끝에 몰려 있는데도 얼굴 한 번 맞대지 않은 채 제 갈 길만 재촉하고 있다. 민심의 광장에서 보여주고 있는 평화시위와 성숙한 시민의식은 대통령의 거취만 요구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새로운 대한민국을 건설하기 위한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주문도 담겨 있다. 아직 시간은 남아 있다. 대통령과 여야가 허심탄회한 자리를 갖고 난국 수습의 지혜를 모아볼 필요가 있다. 그래도 안 되면 그때 가서 최종 결정해도 늦지 않다. 정치권은 이제라도 민심을 제대로 읽고 올바른 선택을 하길 바란다.

[중앙일보]

9. ‘광고 몰아주기 공범’ 박 대통령, 검찰 조사 피해선 안 돼

근혜 대통령이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과 최순실씨, 차은택씨 등과 함께 ‘KT 광고 몰아주기’의 공범으로 적시됐다. 미르·K스포츠재단 모금, 청와대 문건 유출 혐의에 이어 기업 광고 수주에까지 대통령이 개입한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이에 따라 박 대통령에 대한 조사 필요성은 더욱 커지게 됐다.

어제 검찰 발표에 따르면 박 대통령은 최씨와 차씨, 안 전 수석과 공모해 KT 회장에게 압력을 넣어 최씨·차씨의 광고회사가 KT에서 광고 7건을 수주하도록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앞서 차씨 지인들이 KT 임원으로 가도록 한 과정에도 대통령 지시가 있었다고 검찰은 말했다. 한마디로 박 대통령이 기업 활동에 대해 깨알 같은 지시를 내려 최씨와 차씨를 도왔다는 얘기다. 최씨가 ‘비선실세’로, 차씨가 ‘문화계 황태자’로 군림하도록 대통령이 얼마나 세세한 부분까지 뒷받침했는지 보여주는 것 아닌가.

이러한 비호 아래 최씨 등은 포스코 계열 광고사의 지분을 빼앗기 위해 인수자로 결정된 회사 대표에게 “막말로 묻어 버리라는 얘기도 나온다” “세무조사 등을 통해 없애 버리겠다”고 압박했다고 한다.

공갈과 다름없는 범죄의 ‘공범’이란 혐의에 대해 박 대통령은 설명해야 할 의무가 있다. 오는 29일까지 대면조사를 받으라는 검찰 요청에 더 이상 침묵해선 안 된다. 대통령이 계속 불소추 특권과 피의자 방어권 뒤에 숨어 있는 건 상황만 악화시킬 것이다. 어제는 차은택씨 변호인이 “차씨가 2014년 6~7월 최씨 지시로 당시 김기춘 대통령비서실장 공관에서 김 실장과 정성근 문체부 장관 내정자, 김종 문체부 차관 등과 만났다”고 말했다. 이 모든 일의 진상은 누구의 입을 통해서든 밝혀지게 돼 있다.

검찰 수사가 “사상누각”이라면 박 대통령은 그 근거와 이유를 국민 앞에 제시해야 한다. 대통령과 청와대만 “사실이 아니다”며 적법한 사법 절차를 외면한 채 버티고 있는 건 오히려 그 자신의 군색함만 더할 뿐이다. 이제라도 검찰 조사에 정정당당하게 응하는 게 그나마 남은 명예를 지키는 길이다.

[매일신문]

10. 비관적인 내년 경제 전망, 지역 위기 대응력은 문제 없나

내년 국내 경기가 올해보다 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쏟아지고 있다. 이 같은 비관적인 전망의 근거는 국정 불안에 따른 소비·투자 심리 위축과 미국 트럼프 체제 출범 등 경제 불확실성 변수가 더욱 커진 때문이다. 이런 불안 요인들이 한국 경제와 지역 경기 회복세에 걸림돌로 작용할 경우 내년 2%의 성장률도 힘들 수 있다는 예상마저 나오고 있다.

당초 한국은행은 2016년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3.0%로 잡았다. 하지만 소비·수출 부진이 계속되자 지난 4월 2.8%로 0.2%포인트 낮췄고, 브렉시트가 결정된 7월에는 2.7%로 또다시 낮췄다. 그러나 최근 국정 혼란을 고려하면 이마저도 장담하기 어렵게 됐다. 어렵사리 2% 중반대 성장률을 지키더라도 2014년 이후 3년 연속 2%대 성장률을 기록한다는 점에서 현 상황을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산업연구원은 27일 ‘2017년 경제`산업 전망’ 보고서에서 내년에 세계 경제 성장세가 다소 높아지고 유가 상승으로 수출 부진이 다소 완화되겠지만 국내 건설 투자가 둔화할 것으로 예상돼 2.5% 성장에 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25일 대구상공회의소에서 열린 ‘2016년도 하반기 경제동향 보고회’에서도 내년에 지역 경제가 고전을 면치 못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올 하반기 대구 경제는 제조업 생산이 전국 평균치를 웃돌면서 그나마 버텼지만 주택`건설 업종의 하락세와 통상 마찰·환율 불안 등 대외 요인이 커 내년 지역 경기에 큰 악재가 될 것이라고 상의는 전망했다.

미국의 수입 규제로 우리 수출품의 활로가 막히고 환율 감시 강화로 원화 가치 상승이 장기화한다면 섬유와 철강금속·자동차 업종 등 지역 주력 업종의 채산성은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 기업 생산·투자 부진이 가계소득과 고용에 바로 영향을 미쳐 경기가 더욱 얼어붙는다면 내년 지역 경제는 최대 위기를 피할 수 없게 된다.

문제는 지역 사회의 위기 대응력이다. 어려운 때일수록 지역 기업과 지자체, 지원기관이 긴밀히 협력해 난관을 하나씩 헤쳐나가야 한다. 지자체는 기업의 애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지역 신성장 동력 산업이 차질없이 진행되도록 모든 정책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주요 신문칼럼

1. [이데일리][목멱칼럼] 한국경제 '러너스 하이' 머지않아

경제를 스포츠에 비유하면 장거리 육상경기인 마라톤과 비슷하다. 마라톤이 42.195km를 달리는 종목인만큼 마치 100m 달리기처럼 단기적인 성과에 집착해서는 안된다. 오히려 긴 안목으로 접근해야 하고 초반에 다소 부진해도 역전할 수 있는 기회가 얼마든지 있다.

다만 경제가 마라톤과 다른 것은 완주거리나 결승점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는 경제발전을 위해 과거에서부터 이어 달려왔으며 앞으로도 끝나지 않은 장거리 여정을 감수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도 ‘경제 마라톤’이라는 글로벌 무대에서 국가대표 선수로 참여하고 있다. 한국은 그동안 뛰어난 레이스를 펼쳐왔다. 특히 승부를 걸어야 하는 중대 지점마다 한국은 치고 나오는 저력을 발휘해왔다. 그 노력의 결과로 한국이 이제 선두권 반열에 올라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앞서나가던 국가들은 ‘한강의 기적’을 일궈낸 한국을 쳐다보며 놀라워하는 모습이다. 뒤따라오던 후발주자들은 한국을 본보기로 삼았다. 이는 대한민국 국민과 기업 그리고 정부가 열심히 뛴 결과 아니겠는가.

그런데 그동안 잘 달려온 한국이 최근 주춤하는 모습이다. 이제껏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수출·소비·인구 절벽과 맞닥뜨렸기 때문이다. 한국 수출은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으며 주력 산업은 하나 둘 쓰러지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인구는 줄어들고 경기는 좀처럼 살아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힘들게 달려온 만큼 깊은 한숨을 내쉰다. 앞에 놓인 절벽을 뛰어넘지 못하면 한국경제는 깊이를 가늠할 수 없는 어둠속으로 떨어질 수도 있다. 경제 마라톤에서 페이스를 잃는 순간 선두로 나서기는 어렵다. 이웃 나라 일본이 그랬고 결국 그들은 ‘잃어버린 20년’이라는 길고 어두운 터널을 걸어야 했다.

한국도 이제 해법을 찾기 위해 서두르고 있다. 그런데 답을 찾기가 쉽지 않다. 누구도 선뜻 해답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각종 무리수나 악수가 나오고 있지만 이를 수용할 수 밖에 없는 ‘뉴노멀’ 시대를 맞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이 어떤 나라인가. 포기란 있을 수 없다. 목표는 완주다. 물론 이에 따른 전 방위적인 고통이 뒤따른다. 눈앞에 닥친 장애물과 사양산업, 선두권을 놓치면 안 된다는 강박관념 등이 좀처럼 사라지지 않고 있다. 그렇다고 포기할 수는 없지 않는가. 지금껏 기적을 일궈냈듯이 이제 마라톤 결승점을 눈 앞에 두고 있는 순간이다.

마라토너는 대개 35km 구간에서 극한의 고통을 느낀다. 이 때문에 많은 마라토너들이 질주를 포기하는 곳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를 악물고 달리면 어느 순간 고통이 사라지고 희열을 느끼는 순간이 찾아온다. 이를 ‘러너스 하이’(Runner’s High)라고 부른다. 극한의 고통을 이겨내고 느끼는 희열감은 막판 질주를 도와주는 원동력이자 다음 마라톤을 기대하게 만드는 힘이 된다.

한국 경제도 지금 러너스 하이 구간을 달리고 있다. 이 고통을 이겨내면 희열에 빠져드는 순간이 오기 마련이다. 그러나 만일 힘들다고 여기에서 포기한다면 지금까지 일궈낸 성과는 모두 물거품이 되버린다. 이로 인해 한국의 경제 마라톤은 지루하고 고통스럽기만 할 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고통을 감내하며 뛰고 또 뛰어야 한다. 그것이 현재 어려운 질주를 마무리할 수 있는 길이며 다음 마라톤을 이어갈 후세를 위한 용기의 결정체다.

영국 청교도혁명의 주인공 올리버 크롬웰은 이렇게 말했다. ‘성공은 높은 점프도 긴 점프도 아니다. 성공은 마라톤 발걸음들이다.’ 6.25의 비극과 온갖 역경을 이겨낸 한국이 선진국으로 진입하기 위해서는 지나치게 높고 긴 점프를 할 필요는 없다. 지루한 마라톤이지만 묵묵히 발걸음을 옮기다보면 성공은 따라오게 마련이다. 포기하지 않는 불굴의 도전정신과 창의적인 개척정신이 더욱 절실한 시점이다.

2. [매일신문][민송기의 우리말 이야기] 수능 국어 12번에 ‘꽂히다’

올해 수능에는 전 영역을 통틀어 660여 건의 이의 신청이 있었는데, 그중 약 200건이 한 문제에 대한 것이었다.(복수정답으로 인정된 한국사 14번 문제는 오류가 너무 명확해서인지 의외로 이의 신청이 적었다.) 그 문제는 바로 국어 문법에 관한 12번 문제다. 이 문제는 국어 음절의 끝소리 규칙에 대해 묻는 것이었는데, 대부분의 이의 신청이 ‘꽂힌’에도 음절의 끝소리 규칙이 적용된다는 것이었다.

우리말에서 ‘낫, 낮, 낯, 낱, 낳, 났’을 발음해 보면 전부 [낟]으로 발음이 된다. 이처럼 종성에서는 마찰음(ㅅ, ㅎ), 파찰음(ㅈ), 거센소리(ㅋ, ㅌ, ㅍ, ㅊ), 된소리(ㄲ, ㄸ, ㅃ, ㅉ)는 발음이 되지 않고, ‘ㄱ, ㄴ, ㄷ, ㄹ, ㅁ, ㅂ, ㅇ’만 발음된다는 것이 음절의 끝소리 규칙이다. 그런데 종성 뒤에 모음으로 시작하는 조사나 어미와 같은 문법 형태소가 올 때는 ‘낫으로[나스로]’, ‘낮에[나제]’, ‘낯이[나치]’, ‘났어[나써]’와 같이 종성의 소리가 연음이 되기 때문에 원래의 형태를 살려서 표기를 하는 것이다.(받침 글자를 어떻게 써야 할지 헷갈릴 때는 초성이 모음인 조사나 어미를 붙여서 발음해 보면 된다.)

음절의 끝소리 규칙이 적용되는 때는 ‘한낮[한낟]’처럼 뒤에 오는 말이 없을 때, ‘낮고[낟꼬]’처럼 뒤에 자음이 올 때, ‘맛없다[마덥따]’처럼 실질 형태소가 연결될 때이다. ‘꽂힌’의 경우 뒤에 자음이 오기 때문에 음절의 끝소리 현상이 일어나 [꼳힌]이 되고, ㄷ이 ㅎ과 축약되어 [꼬틴]이 된 뒤, 구개음화가 일어나 [꼬친]으로 발음이 되므로 ‘음절의 끝소리 규칙이 일어난다는 것이 이의 신청의 주된 내용이었다. 논란이 확산된 이유는 국립국어원 온라인 가나다에서 사람들의 질문에 그렇게 답변을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표준 발음법 12항에는 ‘ㄱ, ㄷ, ㅂ, ㅈ’와 ‘ㅎ’이 축약되어 거센소리가 되는 것에 대해 규정하고 있으며, 이 규정의 용례로 문제의 ‘꽂힌’과 같은 사례인 ‘잊히다[이치다]’가 있다. 이 예가 아니더라도 뒤에 접사 ‘-히-’가 올 때 음절의 끝소리 규칙이 일어나는지는 겹받침이 있는 음절을 통해서 추론해 볼 수도 있다. 겹받침이 있는 경우는 음절의 끝소리 규칙이 적용되는 경우에는 ‘밟다’가 [밥따]로 발음되는 것처럼 자음 하나가 탈락한다. ‘밟히다’의 경우 음절의 끝소리 규칙이 먼저 일어난다면 [밥히다]가 된 뒤 [바피다]로 소리 나야 한다.

그러나 자음 하나가 탈락하지 않고 [발피다]로 소리 나는 것을 볼 때, 음절의 끝소리 규칙이 적용되지 않고 바로 축약이 된다고 할 수 있다. 어떤 사람은 ‘목젖혹’이 [목젇혹]이 된 후 [목저톡]이 되는 것을 들어 ‘ㅎ’ 앞에서도 음절의 끝소리 규칙이 일어난다고 하지만 ‘혹’은 실질 형태소이기 때문에 적절한 예가 아니다. 쓰는 건 쉽지만 법칙을 찾고 해석하는 일은 어려운 것이 우리말이다.

3. [매일신문][매일춘추] 지극히 인간적인 질투

마음에겐 자신만의 이유가 있다. 지극히 본능적이고 충동적인 것이 거의 무의식에 가깝고, 완전히 독자적이고 개별적이어서 아주 고집스러우며, 따라서 이성이나 상식 등 합리적인 사고로는 풀이할 수 없는 그런 이유들 말이다. 때로는 그 이유들이 마음을 들쑤셔 사람을 말도 안 되는 상황으로 밀어뜨리기도 하는데, 가장 훌륭한 예가 바로 질투다. 셰익스피어의 오셀로를 보면 질투 때문에 제 아내를 죽이는 사내가 나온다.

프랑스의 철학자 리트레는 질투를 이렇게 정의했다. ‘사랑에서 시작되어, 사랑하는 이가 다른 사람을 더 좋아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에 야기되는 감정’이라고 말이다. 물론 이성은 최선을 다해 타이른다. 사랑의 굳건함과 신실함을 믿으라고 말이다.

하지만 감정은 결코 부탁이나 명령을 받아주는 법이 없다. 해서 어떤 감정 하나만 집중해서 키우기도 하고, 강력해진 그 감정으로 자신과 일치하지 않는 부분은 차단해 버리며, 대립하는 사실은 아예 접근마저도 허락하지 않는다. 오로지 그 감정 하나만 남겨둔다. 그래서 질투는 무럭무럭 자라, 결국 온갖 부정적인 열매들을 주렁주렁 매달기 시작한다. 그 중의 하나가 ‘배신’이다. 뒤통수를 맞을지도 모른다는 공포를 옵션으로 매단.

뒤통수뼈는 머리의 뒤쪽 아랫부분을 감싸는 뼈다. 돌출된 그 부분을 단단한 물체로 가격하면 뇌진탕을 일으키게 되는데, 뇌진탕은 뇌가 놀랐다고 하는 대수롭지 않은 수준부터 뇌출혈을 동반하는 고약한 정도까지 그 증세에 차이가 있다. 하지만 종종 사망에 이르기도 한다는 점에서 뒤통수를 때리는 행위란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해도 무방하다.

자신의 행위로 인해 어떤 범죄적인 결과가 발생할 가능성을 충분히 인식, 예견하였음에도 그 행위를 인정하고 용납하는 것을 미필적 고의라 하지 않는가. 그러니 배신을 일컬어 뒤통수를 때린다고 한 비유는 지당하다. 문자조차도 처음부터 그렇게 만들어져 있다. 배반할 배(北)와 몸 육(肉)이 섞인 ‘배’(背)에는 엄연히 ‘죽다’의 뜻도 들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질투는 드러내놓고 해결하기엔 너무도 ‘쪽팔리는’ 문제다. 프랑스의 또 다른 철학자 롤랑 바르트도 이렇게 거들었다. ‘당신이 질투한다면 네 번 괴로워하는 셈이다. 질투하기 때문에 괴로워하며, 질투한다는 사실로 자신을 비난하느라 괴로워하며, 당신의 질투가 그 사람을 아프게 할까 봐 괴로워하며, 통속적인 것의 노예가 된 자신에 대해 괴로워한다. 즉 당신 자신이 배타적인, 공격적인, 미치광이 같은, 상투적인 사람이라는 데 대해 괴로워하는 것이다’라고. 똑똑한 양반 같으니. 아무튼, 그래서 나도 가끔 괴롭다.

4. [한국일보][기억할 오늘] 윌리엄 블레이크

18세기 영국의 시인 화가 윌리엄 블레이크의 작품 중에는 신비주의적 이미지가 짙게 밴 것들이 많다고들 한다. 그는 이성을 중시하면서도 초월적 직관을 언어화하고자 했고, 초상화나 풍경화가 추구하는 외관의 재현보다 상상력으로 증폭된 초현실적 내면의 세계, 언어 이전의 상징 세계와 원초적 신화적 체험의 세계를 강렬한 색과 과장된 형태로 즐겨 표현하곤 했다. 예술사는 그를 낭만주의를 연 선구자 중 한 명으로 꼽는다.

런던에서 태어난 그는 정규 교육을 받지 않고 거의 독학으로 시와 그림을 익힌 것으로 알려져 있다. 15세 무렵 한 판각화가의 제자가 돼 미술적 기법들을 배웠고, 1783년 친구의 도움으로 첫 시집(습작시집)을 출간했다. 어려서부터 천사와 대화를 나누고 손으로 하늘을 만졌다는 등 신비 체험의 일화도 많다.

그는 예술적 모티브를 성경과 중세 기독교 미술의 단편들에서 곧잘 채용했지만, 요한계시록이나 욥기 등 신비주의적 색채가 강한 것들에 특히 끌렸고, 비록 신앙인이긴 했지만 교회 중심의 종교에는 비판적이었다고 알려져 있다. 시화집 ‘천국과 지옥의 결혼’ ‘경험의 노래’, 단테의 신곡에 삽화 형식으로 그린 100여 점의 그림이 유명하다. 요한계시록에 등장하는 악의 화신 ‘붉은 용(red dragon)을 모티브로 그린 ‘위대한 붉은 용과 빛의 여인’속 붉은 용의 형상은 영국 드라마 ‘한니발’의 악인 프랜시스 달라하이드의 등 문신으로 차용되기도 했다.

“친구를 용서하는 것보다 적을 용서하는 게 더 쉽다(It is easier to forgive an enemy than to forgive a friend)”는 구절은 1908년 그의 장시 ‘예루살렘’의 등장한다. 인간의 심성이 집단 내부의 이견에 자주 사나워지고, 멀리 있는 명백한 악보다 가까이 있는 희미한 위선에 더 가혹해지곤 한다는 통찰을 그는 저렇게 표현했을 듯하다. 그것은 흔히 ‘친구’라는 말이 상징하는 바, 어떤 대의를 공유하는 무리 안에서, 그들이 추구하는 가치보다 추구하는 과정 자체, 그것의 선명성과 무결함을 더 무겁게 여기는 데서 비롯되는 악덕일지 모른다. 거기서 비롯된 실망들이 신비적 초월의 연료가 되기도 했을 것이다.

거듭 새롭게 조명되곤 하는 천재적 예술가 블레이크가 1757년 11월 28일 태어났다.

5. [동아일보][횡설수설/고미석] 여대생의 인맥 관리

한국인들은 유별나게 경조사를 챙긴다. 동방예의지국의 후손답게 남다른 예의와 배려심 때문이기도 하지만 원만한 인맥 관리를 위해 반드시 해야 할 일이라 믿기 때문이다. 동서를 막론하고 인적 네트워크는 소중한 직업적 자산이다. 200개국에서 4억 명 넘는 이용자를 가진 소셜네트워크서비스 링크트인이 이를 증명한다.

올 6월 마이크로소프트가 262억 달러에 인수한 링크트인은 비즈니즈에 특화한 인맥 관리 사이트다. 천문학적 급여를 받는 최고경영자부터 말단 직원까지 학력 경력 등 프로필을 등록해 자신을 알리는 플랫폼으로 활용하고 있다. 기업의 채용 담당자와 헤드헌터에게도 유용한 도구다. ‘세계 최강 인명사전’으로 통하는 링크트인에 구인정보를 올리고 인재 검색도 한다.

서울시여성능력개발원이 어제 발표한 여대생(500명) 설문조사에 따르면 서울에 사는 여대생 10명 중 3명은 취업의 가장 큰 장애물을 ‘인맥’이라고 답했다. 생애 첫 취업을 준비하는 여성들이 ‘인맥’을 최대 문제로 언급한 이유가 궁금하다. 부정 청탁을 금지한 김영란법이 시행되고 있지만 여전히 연줄이 취업의 좁은 문을 뚫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보는 걸까. 지난달 취업포털 인크루트에서 회원 774명에게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대부분 취준생들은 ‘금수저 친구’가 취업이 잘된다고 믿었는데, 그 이유로 ‘인맥이 좋아서’(36%)를 가장 많이 선택했다.

인맥은 가족, 친구처럼 단단히 맺어진 관계를 뜻하는 ‘결속적 사회자본’과 가벼운 관계들로 이뤄진 ‘연결적 사회자본’으로 나뉜다. 취업 전문가들은 연결적 사회자본을 만들어 이를 결속적 사회자본으로 바꾸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한다. 인턴십 등을 통해 원하는 분야에 새 인맥을 만들고 이를 활용해 정식 취업에 성공하는 발판으로 삼으라는 얘기다. 부모의 인맥에 기댈 생각보다 나만의 경쟁력을 만드는 것, 다른 이들에게 필요한 사람이 되는 것이 먼저다. 대통령 후광을 업은 최순실 차은택, 뒤이어 이들과 연결된 인맥들이 줄줄이 쇠고랑을 차고 있다. 인맥에 너무 연연할 일도 아니라는 시대의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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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늙은최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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