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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자료는 교육용으로 쓰기 위해 올리는 자료로 상업적 목적은 없으며 선정된 사실의 정치적 성향은 블로그 운영성향과 무관합니다.
주요 신문사설
[서울신문]
1. 노사 모두 피해 본 72일간의 철도 파업
철도노조 파업이 72일 만에야 마무리됐다. 철도 사상 최장기 기록 끝에 노조가 일단 파업 종료에 합의한 결과다. 노조원들의 현장 복귀로 철도 운행 차질에 따른 시민 불편은 없겠으나 불씨는 여전히 남아 있다. 파업의 최대 쟁점이었던 성과연봉제 시행 문제는 결국 노사 간 합의되지 않아 법원 판단에 맡겨진 상황이다.
이번 파업은 최순실 게이트에 가려 주목을 받지 못했다. 파업 내막에 관심 있는 시민들에게서도 동의를 얻지 못했다. 노조 파업의 핵심 이유는 성과연봉제 도입 반대였다. 성과연봉제는 이미 민간 기업들에서는 한참 뿌리를 내리고 있는 임금 제도다. 노조는 철도 현장에 성과주의가 팽배하면 이기적인 실적 올리기에 급급해 결국 시민 안전에 피해가 돌아갈 것이라는 주장을 내세운다. 타당한 측면이 없지 않은 논리지만 전반적인 국민 시선은 곱지 않다.
다수의 민간 일터에서도 그런 논리를 앞세운다면 업무 경쟁이 불가피한 성과연봉제를 어디서 선뜻 받아들이겠는가. 더군다나 코레일 임직원의 평균 연봉은 7000만원대다. 지난해 임금근로자 평균 연봉이 3281만원이었으니 두 배나 더 많다. 평범한 국민의 눈에는 ‘신의 직장’ 공기업에서나 나올 수 있는 배부른 투정일 뿐인 것이다.
파업으로 코레일이 입은 손실은 989억원쯤 된다. 무노동 무임금 원칙에 따라 노조원들도 일인당 평균 1200만원이 넘는 임금을 손해 보게 됐다. 부수적 산업 피해도 이만저만 아니다. 당장 시멘트 운송에 차질이 빚어져 700억원 이상 규모의 손실이 났다. 명분도 실리도 확보하지 못한 파업이라는 비판이 쏟아질 만하다. 실제로 7000여명의 내부 인력이 파업을 했는데도 열차 운행에서 결정적인 문제는 드러나지 않았다. 그동안 코레일의 운영 체계가 얼마나 방만했는지를 스스로 보여 주고만 결과다.
정치권도 반성할 몫이 크다. 정부와 여당은 최순실 사태를 빌미로 파업 해결에 손을 놓다시피 했다. 야당은 성과연봉제 도입 과정의 불법성 등을 꼽아 가며 노조 편들기에 바빴다. 무엇보다 국민 다수의 일반적 정서를 먼저 살폈다면 있을 수 없는 무책임한 처사들이다. 잊을 만하면 터지는 철도 파업에 국민은 염증이 난다. 정부는 코레일 경영 효율화 방안을 진지하게 고민해 내놓아야 할 것이다. 코레일의 구멍 난 살림살이를 언제까지 혈세로 막아 줄 수는 없는 노릇이다.
2. 수렁에 빠진 경제, 컨트롤타워부터 세워야
경기가 급속히 가라앉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그제 발표한 경제전망보고서에 따르면 올 4분기의 경제성장률이 0.0%에 머물 것이라고 한다. 마이너스 성장의 여지도 있다고 했다. 내년도 성장률도 지난 5월 2.7% 전망에서 2.4%로 크게 내려 잡았다. 그나마도 최순실 게이트로 인한 정치 혼란 여파를 고려하지 않은 수치다. 대통령 탄핵과 조기 대선 등 정치적 혼란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우리 경제가 얼마나 더 나빠질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KDI는 4분기 들어 급랭한 경기가 내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수출 회복이 어렵고 민간 소비와 설비투자 증가율이 매우 낮을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정치적 혼란이 심할 경우 소비와 생산, 설비투자가 위축되면서 성장률이 추가로 0.4% 포인트 추락할 위험이 있다고도 했다. 글로벌 환경이 나아질 기미도 안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이 출범하면 보호무역주의가 거세지고, 그로 인한 교역 위축이 불가피하다. 남북 관계 단절, 사드 배치에 따른 중국의 보복 움직임 등 악재만 가득하다. 특단의 대책을 세우지 않는 한 경제 하강이 가팔라질 것이다.
우선 경제 정책을 이끌어 갈 컨트롤타워 회복이 시급하다. 최순실 게이트 본격화 이후 유일호 경제부총리는 물론 후임자로 지명된 임종룡 금융위원장도 제 역할을 못 하고 있다. 나라 살림이 한 달 이상 두뇌 없는 로봇처럼 갈팡질팡하면서 경제만 수렁으로 빠져들고 있는 것이다. 9일 국회에서 박근혜 대통령 탄핵안 의결이 예정돼 있다. 가결되든 부결되든 국회는 경제부총리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 최순실 사태 이후 관료들은 새로운 정책을 내놓는 데 극히 소극적이라고 한다. 관료들을 다잡아 대책을 세우고, 강력하게 실천하려면 컨트롤타워 회복이 절실하다.
경기 급락을 늦출 처방도 하루바삐 마련해야 한다. KDI는 정부와 한국은행에 전방위적이고 적극적인 대응을 주문했다. 추가경정예산 편성 등 재정 지출 확대 방안과 기준금리 인하를 권고했다. 적극적으로 검토해 볼 만하다. 상황이 위급한 만큼 정부와 한은이 민간 부문 위축을 풀어 줘야 한다.
다만 총부채상환비율(DTI) 강화 등을 통해 부동산 시장으로의 돈 쏠림 등 부작용은 줄일 필요가 있다. 저소득층을 중심으로 소득이 많이 감소해 소비 위축으로 이어지고 있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재정지출 확대를 통해 저소득층을 위한 사회안전망을 강화해야 하는 이유다. 무엇보다 정치권이 위기의 심각성을 인식해 탄핵 이후 혼란을 최소화하는 데 모든 힘을 쏟아야 할 것이다.
[이데일리]
3. 청와대를 거쳐간 ‘법률 미꾸라지’들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은 역시 노련했다. 엊그제 진행된 ‘최순실 청문회’에서 의원들이 돌아가며 다그쳤어도 “최씨에 대해 사전에 몰랐다”는 답변뿐이었다. 아무리 증거가 될 만한 근거를 제시했어도 “기억이 안 난다”며 피해갔다. 다른 증인들과는 달리 목소리조차 분명했고 의원들의 눈길을 피하지도 않았다. 검찰총장과 법무장관, 3선 의원을 지내며 권력의 가도를 달려온 관록이 무색하지 않다.
그러나 결국 진실 앞에서는 허물어지고 말았다. ‘정윤회 문건’에 적힌 최씨 이름을 들이대자 그제서야 “착각을 했다”며 진술을 바꿨다. 이 한마디 실토가 나오기 전의 답변들이 모두 거짓이었음을 스스로 드러낸 것이다. 그러면서도 “저도 이제 나이가 들어서”라며 변명을 잊지 않았다. 그렇다면 “최씨와 접촉은 없었다”는 그의 주장을 과연 어디까지 사실로 받아들여야 할지도 모르겠다.
세월호 참사 당시 박근혜 대통령의 행적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였다. 박 대통령이 태반주사를 맞은 사실도 알지 못했다는 것이다. 비서실장이라는 직책상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얘기다, 국정농단 사태로 나라가 온통 혼란에 직면했고, 박 대통령이 탄핵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가장 가까이 보좌했던 책임자로서의 진정성도 엿볼 수 없었다. 책임을 모면하겠다는 것으로밖에 여겨지지 않는다.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은 국민을 더욱 곤혹스럽게 만들었다. 아예 청문회에 나오지 않는 방법을 택했기 때문이다. 집에 들어가지 않으면서까지 국회에서 송달된 등기우편과 동행명령장을 뿌리쳤다. 본인이 직접 받지 않으면 효력이 없다는 법률적 맹점을 악용한 것이다. 그가 박 대통령을 보필하며 엄정한 공권력 집행에 앞장섰던 당사자라는 점에서 차마 생각하기 어려운 일이다.
더욱이 김 전 비서실장이나 우 전 수석이 주목을 받는 것은 둘 다 법조인 출신이라는 점 때문이다. 그동안 역대 정권을 거치며 나름대로 인재라고 평가받는 사람들이 청와대에 들어가 대통령을 보좌해 왔지만 그중에서 법조인들이 다수를 차지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법률 조문을 이용해 책임을 교묘히 회피하려는 모습은 실망스럽기만 하다. ‘법률 미꾸라지’가 더 이상 나오지 않기를 바란다.
[매일신문]
4. 전국 최하위 경북 청렴도, 자정력 상실의 결과다
전국 17개 시`도 광역자치단체 가운데 경북도의 청렴도 평가가 지난해 17위에 이어 올해도 16위를 기록했다. 국민권익위원회가 7일 발표한 ‘2016년 공공기관 청렴도 측정 결과’에서 드러난 성적표다. 2년 연속 전국 최하위 수준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제자리걸음만 한 꼴이다. 공교롭게도 민선 도지사 3선 연임에 성공한 김관용 지사의 임기 첫해부터 잇따라 계속 낮은 청렴도를 이어가고 있는 셈이다.
국민권익위원회의 분석 결과, 경북도는 업무 경험이 있는 국민에 의한 평가인 외부청렴도는 10위, 전문가 등에 의한 정책고객평가는 5위로 나타났다. 반면 소속 직원을 대상으로 한 조사인 내부청렴도에서는 17위로 전국 꼴찌였다. 외부 시각과 달리 조직 사정에 밝은 공직자 스스로 내린 평가인 만큼 경북 공직사회 내부의 청렴도는 형편없음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겉 다르고 속 다르다는 뜻이다. 말하자면 겉과 달리 실제로 속은 곪았다는 해석과 다름없다.
경북도의 밑바닥 청렴도 평가와 내부청렴도 꼴찌는 어쩌면 당연한 결과다. 지난 2일 이뤄진 경북도 공무원의 예천 땅 투기 의혹 징계가 좋은 증거다. 징계 대상자 13명 중 정직 이상 중징계는 아예 없다. 감봉 3명, 견책 2명, 징계에도 들지 않는 ‘불문 경고’ 8명으로 끝났다. 당초 외친 엄정 처리는 제 식구 감싸기와 솜방망이 징계로 마무리됐다. 공직의 사적 이익 추구와 같은 불법조차 이런 지경이니 스스로 내린 내부청렴도 17위는 마땅하다.
경북도의 청렴도는 2013년 15위, 2014년 6위로 널뛰기하다 연속 추락했다. 경북 공직사회의 청렴 인식이 뿌리내리지 못했음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올해는 소위 부정청탁방지법의 시행이 예고됐음에도 낮은 평가를 받았으니 경북 공직자의 청렴 의지가 얼마나 약하고 자정력(自淨力)을 잃었는지를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김 지사의 경북 도정에서 청렴이 차지하는 비중이 그리 크지 않다는 방증이다.
청렴은 지사의 의지와 실천에 달렸다. 감사라도 제대로 하고 분명한 징계만 이뤄져도 청렴은 이룰 수 있다. 현재 무늬뿐인 개방형 감사관 제도의 확실한 정착도 필요하다. 독립적 감사 기능이 보장되면 금상첨화다.
[중앙일보]
5. 심판의 날, 오직 국민만 보라
역사적 심판의 날이다. 오후 국회는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표결한다. 47일째 나라는 광장의 촛불과 의회, 대통령이란 ‘3중 권력’의 리더십 부재를 맞고 있다. 대통령의 내년 4월 퇴진, 6월 대선이란 정치적 대안이 거부된 사이 혼란과 정략의 수렁에서 공동체의 운명과 미래는 허우적댔다.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는 오늘 대통령 탄핵이라는 그나마 유일했던 법적 해결의 전기를 맞게 됐다. 그간의 혼돈을 씻어낼 계기로 삼자.
탄핵소추안을 발의한 의회는 최순실·차은택·김종 등 국정을 어지럽힌 ‘보이지 않는 손’이 모두 박 대통령이라는 굵고 강건한 팔뚝에 매달려 움직였다고 봤다. 대통령이 비선실세 최순실을 국정·인사에 개입하게 해 사익을 추구하도록 권력을 남용했다고 적시했다. 사기업에 금품을 강요해 시장경제질서를 어겼으며, 이는 곧 ‘뇌물’이라고 했다. ‘세월호 7시간’ 역시 국민 생명을 못 지킨 직무유기로 포함됐다. 헌법의 정치적 수호자인 대통령이 “민주공화국의 헌법과 법률을 광범위하고 중대하게 위반했다”고 주창했다.
헌정사의 오점은 물론이고 박 대통령에게 나라를 맡겼던 선량한 시민들이 ‘신뢰의 횡령’에 느낀 배신감과 공허함은 가장 아픈 상처다. 심판은 이제 의원 300명의 몫이 됐다.
세상 번뇌만큼의 24개 기둥이 하나의 돔을 지탱하는 여의도의 심판장으로 향할 의원들에게 요구한다. 모든 정파적 손익 계산이나 개인적 이해를 버리고 표결해 달라. 당신의 선택이 국민에게 인정받을 수 있는 최소한의 양심이자 예의다. 박 대통령과 오래 얽힌 여당의 사사롭고 때묻은 연줄, 정치 생명 연장, 야권의 차기 집권 탐욕. 이 익숙한 적폐와 오염 역시 이날 함께 탄핵되어야 마땅하다. 오로지 국민만 보라.
절차의 정당성도 중요하다. 당의 표 단속이나 가부 여부 파악 등의 치졸함은 죄악이다. 탄핵 과정의 과오로 혼란의 역풍이 커지는 후유증은 막아야 한다. 심판하는 정당과 의원들 역시 박 대통령과 함께 역사의 심판대에 오른 것이다.
국민을 주인으로, 함께 잘 살아보자는 민주공화정의 가치는 71년간 숱한 좌절과 부활을 거듭해 왔다. 이승만 초대 대통령의 하야, 박정희 대통령의 유신, 12·12 쿠데타와 신군부의 강압 등. 6·29 선언 이후 직선제 너머 성장을 못해 온 민주주의는 지금 누란의 위기를 맞았다. 피땀으로 보듬어 온 공동체의 정체성이 최순실과 그를 방치한 박 대통령에 의해 얼마나 훼손, 유린됐는지가 심판의 굵은 잣대다. 이를 복구시키겠다는 역사적 소명을 갖고 표결에 임해 달라.
가결 땐 모든 직무가 정지될 박 대통령 역시 자신의 말대로 담담하게 결과를 수용하라. 특검 조사도 충실히 임해야 한다. 중요한 고비이지만 이날 탄핵소추 표결로 모든 게 끝나는 건 아니다. 최장 6개월인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까지 국정과 민생의 안정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탄핵소추 이후라도 박 대통령의 ‘질서 있는 4월 퇴진’은 여전히 검토해 봐야 할 살아 있는 카드다. 엄청난 후폭풍과 촛불 쓰나미를 몰고 올 탄핵 부결을 맞더라도 박 대통령이 남은 임기를 다 채운다는 건 국민 정서와 맞지 않는 일일 것이다. 야당은 부결 시 의원 총사퇴를 결의해 국회 해산 사태를 예고하고 있다.
소추안 통과 시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게 될 황교안 총리의 거취도 재논의가 필요하다. 국정 동력을 위해선 여야가 거국내각을 새로 세우는 방안도 고려해 봐야 한다. 놓인 일들이 너무 다급하다. 헌재 역시 내년 초 재판관 2명 사퇴 등의 불안정성을 헤아려 신속한 결정의 지혜를 발휘해 달라. 모두의 애국심과 나라 생각이 더욱 간절해진 날이 밝았다.
[동아일보]
6. 막 오른 SRT-KTX 경쟁… 철도노조 ‘갑질’ 막 내렸다
서울 강남구 수서역을 기점으로 하는 수서고속철도(SRT)가 어제 개통식을 거쳐 오늘 오전 5시부터 정식 운행을 시작했다. 코레일(한국철도공사)이 운행하는 고속철도 KTX 외에 117년 철도 역사상 처음으로 경쟁체제가 도입된 것이다.
서울 강남권과 경기 동남부 지역 주민들은 서울역이나 용산역까지 가지 않고도 고속철도를 이용할 수 있게 됐다. SRT 운행회사인 ㈜SR는 기본요금도 KTX보다 평균 10%, 최대 15%까지 요금을 낮췄고, 좌석 공간도 넓히는 등 서비스에도 신경을 썼다.
철도 독점체제에 안주하던 코레일은 재빨리 KTX마일리지 제도를 부활하고 경부·호남축 KTX의 서울역과 용산역 혼합 정차, 광명역 셔틀버스 운행 등의 대책을 내놓았다. 역대 최장인 72일간 이어진 코레일 철도노조의 파업도 7일 사실상 막을 내렸다. 장기 파업에 따른 동력(動力) 상실의 영향이 컸지만 경쟁체제 도입에 따른 위기감도 한몫했을 것이다.
파업으로 코레일은 1000억 원, 참가자들은 무노동 무임금 원칙에 따라 1인당 평균 1200만 원 정도의 임금 손실을 봤다. 성과연봉제 도입 반대 등을 내건 철도노조의 무리한 파업으로 노사 모두 피해를 본 셈이다. 1988년 이후 철도노조가 지금까지 벌인 총 12차례의 파업은 대부분 법적 요건을 충분히 갖추지 못했다.
철도 파업의 반복은 파업 참가자의 경제적 손실을 노조가 보전해주고 파업 불참자를 소외시키는 잘못된 노조 문화 탓도 크다. 소비자 혜택을 늘리고 구태의연한 철도노조의 ‘갑질’을 막 내리게 하려면 SRT 같은 철도의 경쟁체제를 더 과감하게 확산시켜야 한다.
[세계일보]
7. 말 바꾸고 꼭꼭 숨고, 국민 우롱하는 김기춘 우병우
비선실세 최순실씨 이름조차 모른다고 우겨온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끝내 말을 바꿨다. 그제 국회 최순실 게이트 국정조사특위 2차 청문회 내내 최씨를 알지도 않고 만나지도 않았고 통화도 안 했다는 ‘3무’ 입장을 견지하다 관련 자료를 들이밀자 번복한 것이다. 40년 공직생활을 부끄럽지 않게 했다는 그의 발언을 어느 누구도 이제 믿기 어렵게 되었다. 12시간의 청문회에서 20차례 이상 ‘부끄럽고 죄송하다’고 했으나 이마저도 말뿐이었음이 드러난 셈이다.
김 전 실장은 청문회에서 최씨를 언제 알았느냐는 질문에 “이번에 태블릿PC가 발견되고 알았다”고 주장했다. “조응천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이 갖고 온 (정윤회씨의 국정농단) 보고서에도 최순실은 없었다”고도 했다. 하지만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첫 문장에 최씨 이름이 나오는 문건을 제시하자 “착각을 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가 박근혜 캠프 법률자문위원장이던 2007년 최씨 이름이 거론된 후보검증 청문회 영상이 공개되자 “죄송하다. 저도 이제 나이가 들어서”라며 “이제 최씨의 이름을 못 들었다고는 할 수 없겠다”고 했다. 증거가 제시될 때마다 한 발짝씩 물러서는 태도로 무책임하기 짝이 없다.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국회 농락 행위도 가관이다. 청문회에 불출석한 우 전 수석에 대한 동행명령장을 집행하기 위해 국회 조사관들이 자택과 장모집, 충북 제천의 친척 농가, 처가의 골프장까지 뒤졌으나 허탕이었다. 지난달 27일부터 사흘간 출석요구서를 전달하기 위해 자택을 찾았을 때 이미 그는 오리무중이었다. 출석요구서를 직접 받지 않기 위해 잠적한 것 아니냐는 의심을 사고 있다. 본인이 요구서를 직접 받지 않으면 청문회 불출석으로 처벌받지 않는다. ‘법률 미꾸라지’라는 비아냥이 괜히 나오는 게 아니다.
박근혜정부에서 최고 권력을 누린 이들이 모르쇠로, 알량한 법률지식으로 국회를 농락한 데 대한 국민 분노가 들끓고 있다. 청문회 관련 TV 뉴스를 자녀와 함께 보기가 창피하다는 부모들이 많다. 두 사람은 비선실세의 국정농단을 방치한 책임을 피할 수 없다. 이미 검찰 수사과정에서 각각 직권남용과 직무유기 피의자로 입건된 상태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두 사람의 잘못을 낱낱이 밝혀 책임을 엄히 물어야 할 것이다.
[매일경제]
8. 러·일 정상 회동 급변하는 동북아 정세에 손 놓은 한국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오는 15~16일 만나 논의할 안건을 확정했다고 일본 공영방송 NHK가 보도했다. 15일엔 아베의 선거구인 야마구치현에서 정상회담을 하고 양국 간 영유권 분쟁지역인 북방영토(쿠릴 열도 4개섬) 문제를 논의한 뒤 16일엔 도쿄에서 기업 관계자를 배석시켜 경제협력 방안을 다룬다.
양측은 북방영토에서 공동 경제활동을 허용하는 데 의견을 모았다는데 기업의 합작 투자와 일반인의 자유로운 왕래를 포함한다는 것이다. 러시아가 먼저 북방영토 개발을 제의했을 때 일본이 자국의 법적 테두리를 침해할 수밖에 없다며 신중한 태도를 취해 주춤해졌으나 정상 간에 합의할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고 한다.
아베와 푸틴은 지난달 페루 리마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때도 정상회담을 했는데 그 이틀 후 러시아가 쿠릴섬 2곳에 신형 미사일을 배치하면서 위기를 맞았다. 하지만 북방영토 문제 해결과 개발 방안을 내년 3월 총리 연임을 위한 지렛대로 삼으려는 아베의 적극적인 의지가 돌파구를 찾은 듯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탈퇴 선언이나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노골적인 일본 견제 등 불리한 여건에 아랑곳하지 않은 채 아베의 광폭 외교 행보는 거침없이 펼쳐지고 있다.
트럼프의 등장에다 장기 집권 길을 튼 아베, 대국굴기를 감추지 않는 시진핑과 강대국 경쟁 대열에 다시 뛰어든 푸틴 등 한반도 주변 4강의 행보로 동북아 정세는 어느 때보다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지정학자들은 120년 전 제국주의 열강들의 패권 다툼 때와 비슷한 국제정치 파도가 다시 몰아치는 형국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최순실 게이트로 탄핵을 앞두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의 처지와 망연자실 손 놓은 채 끌려다니는 무기력한 외교안보팀은 대한민국 외교의 참담한 현실을 고스란히 투영하고 있으니 답답하다. 이달 중순 열려야 할 한·중·일 정상회의도 사실상 무산되는 분위기다. 동북아 지형 재편은 우리에게 엄청난 충격과 변화로 다가올 것이다. 강대국 패권 경쟁에 끌려다니지 않고 독자적인 입지를 확보할 수 있는 지혜로운 외교전략이 절실하다.
9. 3~5차 국조 청문회에선 국회의 품격 보여줘라
지난 6~7일 열린 '최순실 게이트' 국정조사 1·2차 청문회는 별 성과 없이 끝났다. 여야 특위위원들이 증인들을 집중 추궁했으나 새로운 진실을 밝혀내기보다는 엇갈린 증인 진술로 의혹만 증폭됐다. '알맹이 빠진 청문회'가 된 것은 핵심 증인들의 불출석, 모르쇠로 일관한 증인들의 불성실한 답변이 큰 원인이지만 국회의원들의 준비 부족도 한몫했다. 치밀한 논리로 증인들을 몰아붙여 진실을 파헤쳤던 '5공 청문회 스타' 같은 의원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대기업 총수들의 나이와 직책을 묻는가 하면 "며느리의 국적이 어디냐"는 뜬금없는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김한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이미 합병이 끝난 SK C&C와 SK에 대해 "합병이 무산됐죠?"라는 틀린 질문을 해 망신을 당하기도 했다. 기업총수에게 면박을 주거나 호통을 치는 구태도 되풀이됐다. 안민석 민주당 의원은 나이가 지긋한 9명의 총수에게 "전경련 해체에 반대하시는 분들 손들어 보라"고 주문해 보는 이들을 불편하게 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는 "자꾸 머리 굴리지 마세요" "빨리 경영권 넘기고 물러나라" "직원들한테 탄핵받는다" 등 모욕적인 발언이 쏟아졌다.
박범계 민주당 의원은 최태원 SK그룹 회장에게 "구치소가 멀지 않다", 김경진 국민의당 의원은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에게 "당신께서는 죽어서 천당 가기 쉽지 않으실 것 같습니다"라며 인신공격을 퍼부었다.
국회의 국정조사는 '최순실 게이트' 의혹 당사자들을 국민 앞에 세워 진상을 밝혀내기 위한 것이지 의원들의 쇼맨십 과시의 장이 아니다. 수준 이하의 막말과 호통은 국민의 답답함을 풀어주기보다는 국회의 권위만 떨어뜨릴 뿐이다. 국민이 원하는 것은 철저한 준비와 증인이 꼼짝 못할 송곳질의, 논리적인 추궁으로 실체적 진실에 좀 더 가까이 접근하라는 것이다.
국회는 오는 14·15·19일 3·4·5차 청문회를 개최하기로 했는데 이번에도 증인들을 대거 불러놓고 이미 보도된 내용만 확인하는 맥 빠진 청문회에 그친다면 국민은 크게 실망할 것이다. 의원들은 남은 청문회에서 더 분발하고 실력과 품위로 진상 규명에 집중하기 바란다.
[한국일보]
10. 중국 당국의 한류 콘텐츠 금지령, 졸렬한 보복 중단해야
중국에서 한국 연예인의 광고출연 등을 금지하는 ‘한류금지령’이 중국 당국의 지시에 의한 것으로 드러났다. 중국의 방송사와 동영상플랫폼 업체들은 지난달 중순 미디어를 관장하는 정부기관인 국가신문출판광전총국으로부터 한류 콘텐츠 방영을 금지하는 ‘한한령(限韓令)’을 구두로 지시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 업체들이 자사 계열사 등에 내린 공문에는 “모든 방송국이 (당국의) 통보를 받았다. 모든 한국 연예인과 관련된 광고, 한국상품 광고의 방송을 금지한다. 크고 작은 각종 스크린으로부터 한국인 얼굴을 모두 막는다”는 내용이 적혀 있다. 지금까지 중국 당국은 한류 제한에 직접 개입하지 않았다고 주장해 왔으나 거짓임이 드러난 것이다.
중국이 한류뿐 아니라 한국기업과 한국제품의 수출통관 등에 불합리한 유ㆍ무형의 압박과 제재를 가하고 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중국 내 롯데그룹 매장과 공장들이 전례 없는 세무조사, 소방안전ㆍ위생 조사 등을 집중적으로 받았는가 하면 중국에 인지도가 높은 한국산 제품에 대한 비관세 장벽, 반덤핑 규제도 강화하고 있다. 한국행 단체관광객을 규제하고 있다는 말까지 나온다. 중국 관광객이 북적이던 서울 명동과 동대문은 지난달부터 중국인 손님이 급감해 점포 문을 닫아야 할 정도라고 한다.
중국의 이런 터무니없는 조치는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배치에 대한 보복이라는 데 의심의 여지가 없다. 롯데에 대한 전방위 조사도 롯데 소유의 경북 성주 골프장을 사드 부지로 제공한 것과 관련됐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중국 업체들은 지난달 체결된 한일 군사비밀정보보호협정(GSOMIA)으로 한한령이 더 강화됐다고 말한다.
중국 당국의 사드에 대한 불만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당국 간 외교 경로를 통해 논의해야 할 사안을 민간분야에 대한 보복으로 압박하는 것은 공정한 자유무역과 시장질서를 흐리는 처사다. 자신들에게 도움 안 되는 졸렬한 행동일 뿐이다. 세계 최대시장이자 G2 국가임을 자임하는 나라가 자의적 보복을 서슴지 않는다면 누가 신뢰할 수 있겠는가. 중국은 당장 비열한 행동을 멈춰야 한다.
주요 신문칼럼
1. [아시아경제][허진석의 몸으로 쓰는 이야기]아테네 학당
로마에 있는 시스티나 성당은 1481년에 완공되었다. 관광객들에게 인기 있는 장소다. 가톨릭 신자라면 이곳에서 새 교황을 뽑는 추기경들의 비밀회의(콘클라베)가 열린다는 사실을 잘 알 것이다. 흰 연기와 검은 연기에 대해서도. 그러나 그들도 시스티나 성당에 가면 미켈란젤로 부오나로티가 그린 벽화 '최후의 심판'과 천장화 '천지창조'를 보지 않고 떠나지는 않을 것이다.
미켈란젤로는 천지창조를 1512년에 완성했다. 그가 이 그림을 그릴 때, 바티칸 사도 궁전의 다른 방에서 젊은 천재 한 사람이 역사에 남을 대작에 혼을 쏟고 있었다. 청년의 이름은 라파엘로 산치오 다 우르비노(Raffaello Sanzio da Urbino), 그림을 그리기 시작할 때 나이는 스물다섯 살이었다. 온화한 성격에 의지는 굳고 눈빛은 꿈을 꾸는 듯했다. 그가 그린 그림은 '아테네 학당'이다.
라파엘로는 교황 율리우스 2세의 주문을 받아 교황의 개인 서재인 '서명의 방'에 이 그림을 그렸다. 서명의 방은 네 벽면을 각각 철학, 신학, 법, 예술을 주제로 한 벽화로 장식했다. 아테네 학당은 철학을 상징하는 그림이다. 라파엘로는 철학자 쉰네 명을 그려 넣었다. 고대 철학자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어디까지나 상상의 산물이다. 소크라테스가 죽을 때 아리스토텔레스는 태어나지도 않았는데 그림 속에 함께 있다.
대학자들 가운데 중심인물은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다. 그림 한복판에 있다. 플라톤은 왼쪽 옆구리에 '티마이오스(우주에 대한 그의 대화편)'를 끼고 오른손 검지로 하늘을 가리킨다. 아리스토텔레스는 '니코마스 윤리학'이란 책을 들고 오른손바닥을 땅으로 향했다. 플라톤은 이상에 대해, 아리스토텔레스는 현실에 대해 말하고 있다. 라파엘로는 플라톤을 레오나드로 다 빈치의 모습으로, 아리스토텔레스를 미켈란젤로의 모습으로 그렸다고 한다.
쉰네 명 가운데 한 사람을 뽑아 현재로 날아오는 타임머신에 태운다면 누구를 선택하겠는가? 나라면 그림 속에 등장하는 유일한 여성, 히파티아를 선택하겠다. 뛰어난 철학자이자 수학자로서 지성과 미모를 겸비한 4세기 알렉산드리아의 수전 손택. 그러나 정신이 제대로 박힌 사람이라면 길게 고민할 것도 없이 플라톤의 이름을 적지 않을까. 그의 철학은 현대에 이르러도 낡지 않으며, 외계인을 상대로 토론을 해도 새로울 것이다.
우민(愚民) 정치를 경계하고 철인(哲人) 정치를 권한 플라톤은 광장에서 촛불이 일렁거리는 2016년 12월의 대한민국을 바라보며 어떤 진단과 처방을 내릴까. "저 개와 돼지들에게 당장 물대포를 직사하라"고 일갈할까. 내기를 해도 좋다. 플라톤의 정신이 맑다면, 그러니까 양주를 과음하거나 향정신성 약물을 사용하지 않았다면 절대 그럴 리 없다. 저 촛불의 이성과 용기를 발견할 테니. 어쩌면 촛불을 들고 광장에 뛰어들지 모른다.
플라톤. 철학자 중의 철학자. 2400년 전 아테네에서 우주를 내다본 그의 원래 이름은 아리스토클레스다. 플라톤은 소시적에 레슬링을 했는데 어찌나 어깨가 넓었는지 그를 가르친 코치가 '어깨가 넓은 사람'이라는 뜻으로 플라톤이라는 별명을 지어 주었다고 한다.
2. [매일신문][매일춘추] 창조와 모방
모든 예술 장르에서 때때로 볼 수 있는 볼썽사나운 모습이 표절 논란이다.
수개월 전 문학계를 뜨겁게 달군 작가 신경숙의 표절 논란도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일본 군국주의를 선봉에 서서 외치던 미시마 유키오의 작품 일부를 거의 그대로 베낀 부분을 두고 벌어진 논란은 가히 역대급이었다.
성경 말씀처럼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이 있으랴’라고 외친다면 할 말이 없지만, 누가 봐도 표절인 것을 우기는 모습은 무용계와 패션계도 예외는 아니다.
얼마 전의 일이다. 꽤 신선한 연출로 찬사를 받은 어떤 무용 작품에 대해 한 후배가 몇 년 전 유럽에서 본 어떤 공연과 너무 닮았다고 표절 의혹을 제기했다. 그의 설명을 들으니 나는 그 작품을 보지는 않았지만, 동의할 수밖에 없었다.
이 같은 경우를 접할 때마다 드는 생각이 있다. 어디까지 표절로 봐야 하는 걸까? 참 헷갈리는 대목이다.
특히 너무도 천연덕스럽게 자기는 표절 원작으로 거론되는 작품을 보지 않았다고 시치미를 떼며 완강히 표절을 부인하는 사람들을 볼 때면 솔직히 한 대 쥐어박고 싶지만, 그렇다면 나는 표절에서 자유로운지 반문해 볼 때 찝찝한 것도 부인 못 할 일이다.
디자인을 하다 보면 콱 막히는 순간이 온다. 그럴 때 내가 취하는 태도가 몇 가지 있다. 모든 생각을 비우고 멍을 때리거나 술을 마시고 대책 없이 수다를 떨거나, 그래도 안 되면 디자인 관련 잡지를 뒤적이거나 쇼핑을 하며, 새로 선보인 옷들을 살핀다.
이러한 태도를 통해서 내가 해야 할 디자인을 가능하면 잊으려 한다. 다른 일을 하면서 내 머리 스스로 일할 수 있도록 내버려둔다고 할까. 그런데 그러고 나서 다시 작업에 들어갈 때, 나는 무의식적(?)인 표절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까? 솔직히 나 역시 자신은 없다.
그래서 나는 우리 예술계도 학계의 논문에서 활용하는 각주라도 만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어떤 부분은 어떤 작품에서 차용했다는 사실을 밝히는 풍토 조성이 필요하지 않을까? 그렇게 되면 얼굴 두꺼운 사람이 이기는 풍토는 없어지고 스스로도 떳떳하지 않을까를 날마다 생각한다.
또한 표절을 하는 것과 아이디어를 얻는 것은 엄연히 다르다는 것을 예술인들 스스로 깨달을 필요가 있다. 단어 하나 다르지 않게 다른 작품의 대사를 베껴 쓰거나, 기존 디자인에 색상만 바꿔 제작한 의상을 무대에 올려놓고도 표절하지 않았다고 천연덕스럽게 말하는 것은 범죄라는 것쯤은 알아야 하는 것 아닌가?
이미 우리는 기준선을 잘 알고 있다. 어디까지가 표절인지를. 물론 표절은 개인의 양심이 많이 좌우하는 행위인 것도 사실이다. 결국 양심이 작동하지 않는 사람들 때문에 늘 사달이 난다.
3. [매일신문][기고] 해외직구, 꼼꼼히 따져보자
외국 인터넷 사이트에서 물품을 직접 구매하는 ‘해외직구’로 건강식품을 구입하는 국내 소비자들이 크게 늘었다, 관세청에 따르면 건강식품의 전자상거래 수입 통관 건수는 2012년 135만4천 건에서 지난해 260만5천 건으로 2배 가까이 증가했다. 이는 인터넷 사용에 익숙하고 건강에 관심이 있는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해외직구로 건강식품을 구매하는 사례가 증가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당분간 이런 흐름은 이어질 것이다.
하지만 해외 인터넷 사이트에서 판매되는 제품에서 유해물질이 검출됐다는 소식이 끊이지 않고 들리고 있다. 2016년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가 해외 인터넷 사이트에서 다이어트, 성기능개선, 근육강화에 효과가 있다는 제품 1천215건을 검사한 결과, 128개 제품에서 식품에 사용할 수 없는 유해물질이 검출됐다. 특히 동물용 의약품으로 사용되는 요힘빈(Yohimbine) 등 치명적인 부작용이 우려되는 성분도 함유된 것으로 확인됐다. 건강을 위해 구입한 건강식품이 오히려 몸에 치명적인 해를 끼칠 수 있다는 점에서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이 때문에 해외직구로 건강식품을 구입할 때는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식약처에서는 관세청, 방송통신심의위원회와 협업해 위해식품이 국내로 반입되지 못하도록 통관 검색을 강화하고 있다. 유해물질이 포함된 제품을 판매하는 인터넷 사이트의 접속을 지속적으로 차단하고 있지만 완전히 막는 것은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직접 피해의 당사자가 될 수 있는 소비자도 구매하고자 하는 해외직구 제품에 대해 반드시 한 번 더 따져봐야 한다.
해외직구로 식품을 구입할 때 참고하면 좋은 몇 가지 팁을 안내하니 활용하길 바란다.
우선, 구입하고자 하는 제품이 위해식품인지를 확인해야 한다. 식약처에서는 해외 위해정보, 검사결과 부적합 제품 등의 정보를 모아서 식품안전정보포털(www.foodsafetykorea.go.kr)에 ‘해외직구 주의 정보방’을 구축하고 있다. 이를 통해 해외사이트에서 해당 제품을 구입하기 전에 미리 제품을 검색해 보면 도움이 될 것이다. 소비자의 건강과 안전을 위해 잊지 말고 반드시 실천해야 할 정보다.
또 광고에 현혹되어 제품을 구매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식품이나 건강기능식품은 의약품이 아니므로 고혈압, 관절염 등 질병의 치료나 예방에 효과가 없다. 그럼에도, 마치 효과가 있는 것처럼 광고하는 것 자체가 불법이므로 광고에 속지 말아야 한다. 특히 근육강화나 다이어트에 효과가 있다고 광고하는 제품은 의약품 성분 등 유해물질이 들어 있을 가능성이 크니 구매를 자제하는 것이 좋다.
해외직구에 부담을 느낀다면 ‘인터넷 구매대행자’를 통해 제품을 구입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식약처에 ‘수입 식품 등 인터넷 구매대행업’ 영업등록을 한 구매대행자는 국내 반입하는 식품 등을 식약처에 신고하고 있다. 따라서 식약처에 등록된 구매대행자를 통해 제품을 구매하는 것이 해외직구보다는 안전하다.
크리스마스, 연말연시, 블랙프라이데이 등을 앞두고 선물용 건강식품의 해외직구가 많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가격, 제품 다양성 등 여러 가지 이유로 해외직구를 이용하는 사례가 많다. 하지만 건강을 생각한다면 정식으로 수입통관되어 국내에 유통 중인 제품을 구입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해외직구로 구입한 건강식품으로 인해 건강을 해치는 일이 없도록 구매요령을 꼼꼼히 따져보고 제품을 구입하시길 바란다.
4. [한국일보][기억할 오늘] 국제 반부패의날
오늘(12월 9일)은 국제 반부패의 날(International Anti-Corruption Day)이다. 국제투명성기구가 제안하고 한국을 포함한 유엔 회원국 90여 개 국이 서명한 ‘유엔 반부패 협약(UNCNC)’에 따라 2003년 10월 유엔총회가 이 날을 제정했다.
취지는 자명하다. 부패, 특히 정부 부패가 사회 안전과 안정 성장, 인권 보호 및 신장에 가장 심한 해악을 끼치므로 이를 근절하자는 것이다. 협약은 각 정부가 반부패기구를 만들어 선거 및 정치자금의 투명성을 확보하고, 뇌물과 횡령 자금세탁 등을 불법화하고, 부패 지원 및 수사방해 행위를 범죄로 다를 것을 규정하고 있다. 협약은 특히, 정치 지도자가 수탈한 국가 자산을 차기 정부가 환수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주된 타깃은 멕시코 등 공직자들이 결탁한 마약관련 범죄가 만연한 나라였지만, 협약이 겨냥하는 것은 포괄적인 부패다. 현재 이 협약 비준국은 세계 150여 개국에 이른다.
박근혜 대통령도 수십 차례 부패 척결을 강조했다. 2015년 4월 중남미 순방을 앞두고 갓 신설한 국민안전처 브리핑에서도 그는 ‘세월호’ 참사를 언급하며 “국민의 혈세를 낭비하고 국가 재정을 어렵게 하는, 쌓이고 쌓인 적폐나 부정부패를 뿌리 뽑지 않고는 경제 살리기 노력도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며 “부정부패의 책임이 있는 사람은 누구도 용납하지 않을 것이고, 국민도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은 했다.
국제투명성기구는 1995년부터 매년 국가별 부패지수(CPI)를 발표하고 있다. 세계은행 등 7개 국제기구가 평가한 국가별 공직자 부패 정도를 100점(혹은 10점) 만점으로 지수화한 것으로 숫자가 높을수록 부패가 덜한 나라라는 의미다.
한국은 줄곧 40점 대에 머물다가 2005년 비로소 50점이 됐고, 2008년 최고점인 56점을 기록한 이래 55~56점 대를 유지해왔다. 2015년 90점 대의 덴마크, 핀란드가 각각 1, 2위를 차지했고, 일본은 75점으로 홍콩에 이은 19위, 한국은 리투아니아 슬로베니아에 이어 37위였다. 투명성기구의 부패지수는 내년 1월에도 발표될 것이다.
5. [서울신문][열린세상] 진실은 유물에 있다/강인욱 경희대 사학과 교수
흔히 고고학이라면 전시실의 찬란한 황금을 떠올리지만, 정작 대부분의 고고학자는 땅속에서 산산조각 난 토기 조각을 닦고 맞추는 데 대부분의 시간을 보낸다. 박물관 전시실에서 쉽게 지나치기 쉬운 토기들이지만, 그들이 전시되기 전에는 그 위치를 일일이 기록하고 연구실로 가져온 후에 흙을 제거하고 조각을 맞추어서 다시 예전의 그릇으로 복원한 끈기 있는 고고학자의 노력이 숨어 있다.
고고학의 목적은 보물이 아니라 다양한 시간과 공간 속에서 살았던 사람들의 모습을 밝히는 데 있다. 유물 조각 하나하나가 모여서 그릇이 맞추어지면 고고학자들은 다시 그 유물들을 모아서 시대와 지역에 따라 과거의 문화가 어떻게 변천됐는지를 연구한다. 이렇듯 사소하게 보이는 유물들이 모여 거대한 과거의 모습을 완성한다.
찬란한 황금 유물도 예외는 아니다. 지금 국립경주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적인 황금 보물인 아프가니스탄 황금유물전에는 틸랴테페에서 발굴된 금관을 비롯해 유물 2000여점이 전시되고 있다.
이 유물들을 온전히 꺼내서 우리 품으로 가져온 고고학자들의 노고가 숨어 있다. 틸랴테페를 발굴한 러시아 고고학자 빅토르 사리아니디(1929~2013)는 평생을 중앙아시아의 모랫바람을 견디며 실크로드의 유적을 발굴한 고고학자였다. 그는 틸랴테페에서 조로아스터교(배화교)의 유적을 발굴하다 우연히 황금의 무덤을 발굴하는 행운을 맛보았다. 하지만 중앙아시아에서 겨울을 지내 본 사람들이라면 그 차디찬 모랫바람을 견디며 수천 점의 금 부스러기를 발굴하고 정리하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알 것이다.
게다가 황금 유물은 대부분 얇게 금박을 입히거나 자잘한 알갱이를 붙인 것들이어서 붓질을 조금만 세게 해도 바스러지기 십상이다. 그는 혼신의 힘을 다해 황금 부스러기 하나도 빠짐없이 고스란히 발굴해 냈고 일일이 복원했다. 더욱이 사리아니디는 자기가 발견한 황금 유물 자료를 전 세계에 알리고 어떠한 조건도 없이 그 유물을 모두 아프가니스탄에 주고 왔다. 이집트의 미라나 트로이의 황금 유물 같은 위대한 발굴품이 서양으로 반출된 것과는 너무나 대조적이다. 그럼에도 탈레반 시절에 유물이 사라지자 서방의 사람들은 사리아니디가 훔쳐 갔다며 억울한 누명을 씌웠건만 그는 불평 한마디 없었다.
그리고 2003년에 카불의 지하 창고에서 틸랴테페의 유물이 다시 발견되자 사리아니디는 70대 중반의 노구를 이끌고 직접 아프가니스탄으로 가서 유물을 감정하고 자신의 모든 자료와 사진들을 조건 없이 아프가니스탄 관계자들에게 모두 주고 떠나갔다. 그는 생전에 언론에서 틸랴테페에 대해 인터뷰를 요청하면 ‘그런 상황이라면 어떤 고고학자라도 한 점이라도 잃지 않으려고 최선을 다했을 것’이라며 손사래를 칠 뿐이었다.
한국에서도 40년 전 신안 앞바다의 침몰선이 발견됐을 적에 국내에서는 제대로 잠수를 해서 유물을 발굴할 사람이 없었다. 당시 급히 파견된 해군 해난구조대의 잠수 장교들은 자신의 몸을 아끼지 않고 파란 물속으로 뛰어들었다. 수중 발굴에 대한 지식은 거의 없었지만 오로지 유물에 대한 열정으로 수천 번을 잠수한 그들 덕에 신안의 유물들은 우리의 품에 돌아왔다.
사실 돌아보면 고고학뿐이겠는가. 유물 속에 숨어 있는 보이지 않는 고고학자들의 노력처럼 우리 사회도 보이지 않게 움직이는 사람들에 의해 움직인다. 매주 토요일 수백만 개의 촛불이 모여서 하나의 목소리를 내는 광경을 보면 마치 땅속에 묻혀 있던 수많은 토기 조각들이 복원돼 하나의 거대한 역사를 보여 주는 과정처럼 느껴졌다. 촛불 시위에서 평범한 사람들의 감동적인 연설과 촌철살인의 문구들을 보면서 진정한 역사의 원동력은 우리 모두에게 있음을 다시 느낄 수 있었다. 흔히 과거에는 소수의 왕과 귀족들이 노예를 거느리며 살았을 것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200만년 인간의 역사에서 그런 시절은 기껏해야 5000년도 안 된다. 인류의 역사는 소수의 권력자가 아니라 각각의 개인이 유기적으로 모여서 지혜를 모았기에 가능했다. 유물들 하나하나가 모여서 역사를 이루듯이 거대한 국민의 함성이 진정한 역사를 만들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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