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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자료는 교육용으로 쓰기 위해 올리는 자료로 상업적 목적은 없으며 선정된 사실의 정치적 성향은 블로그 운영성향과 무관합니다.
주요 신문사설
[이데일리]
1. 반기문 총장의 무사 퇴임을 축하한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어제 열린 유엔총회에서 고별인사를 했다. “사무총장으로 일한 것은 내 평생의 영광이었다. 내 마음은 어렸을 때부터 그랬듯이 이곳 유엔과 함께 머물러 있을 것”이라는 게 그가 마지막 밝힌 소회다. 정해진 임기로는 오는 31일 퇴임하게 되지만 이날이 사실상 마지막 공식 자리였다. 포르투갈 출신으로 후임을 맡은 안토니오 구테헤스 제9대 사무총장 당선인도 곧바로 취임 선서를 했다고 한다.
이로써 반 총장은 그동안 10년간에 걸쳐 ‘세계 대통령’이라는 유엔 사무총장 직책을 무난히 수행하고 물러나게 됐다. 인류 문명이 최고도로 발전한 지금에 있어서도 지구촌 곳곳에 고통과 분쟁, 폭력과 착취가 만연하고 있다는 점에서 세계 평화를 이루기 위한 그의 행보가 눈길을 끌 수밖에 없었다. 한국인으로는 처음이었다는 점에서 우리 모두의 자랑이기도 하다.
물론 유엔 사무총장으로서 반 총장의 역할이 제한적이었다는 평가도 없지는 않다. 틀린 지적만은 아니다. 미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하는 강대국들 틈바구니에 끼어 조정 역할에 만족해야 했던 경우도 없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것은 국제기구로서 유엔이 직면한 한계 상황을 말해 줄 뿐이다. 반 총장 개인의 의지나 능력 부족에서 기인한 문제가 아니라는 얘기다.
우리가 특히 관심을 갖는 것은 반 총장의 추후 정치적 행보다. 그가 국내 정치에 참여하겠다는 의중을 이미 여러 차례 드러냈기 때문이다. 뉴욕 생활이 정리되는 대로 곧바로 귀국할 예정이라는 점에서도 반 총장이 현재 긴박하게 돌아가는 국내 사정에 조바심을 느끼는 것이 아닌가 짐작된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차기 대권 후보로 유력하게 꼽힌다는 점에서 충분히 이해할 만하다.
반 총장의 정치 참여 움직임에 대해 우려하는 시각도 없지 않지만 어디까지나 본인이 신중히 판단해서 결정할 일이다. 더구나 현 국면은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을 앞두고 매우 유동적인 상황이다. 정치권의 이합집산도 예상된다. 그가 이처럼 험난한 파도를 헤쳐갈 수 있을지 염려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다음 문제다. 지금은 그가 유엔 사무총장 직책을 무난히 수행한 데 대해 축하하고자 한다.
[매일신문]
2. 유일호 경제팀, 위기관리와 불안감 해소에 전력투구하라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은 12일 유일호 경제부총리에게 경제팀 운용의 모든 책임을 계속 맡기겠다고 밝혔다. 경제 리더십 공백이 없도록 서둘러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경제계와 정치권, 언론의 목소리를 수용한 것이다. 황 권한대행은 이날 국정 현안 관계장관회의에서 “유일호 부총리 중심의 현 경제팀이 경제를 책임지고, 각종 대내외 리스크 및 경제 현안에 선제적으로 대응해 달라”고 주문했다.
현재 한국 경제가 당면한 상황은 엄중하다 못해 가시밭길이다. 아무리 경제가 기초 체력과 시스템에 달렸다고는 하나 큰 위기가 닥치면 여러 돌발 변수가 있게 마련이다. 또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할 수 있을 것인지도 장담하기 어렵다. 미리 시장을 살피고 대비책을 강구하지 않는다면 펀더멘털도 시스템도 흔들릴 수밖에 없다. 더욱이 지금처럼 수출과 소비, 기업 투자 심리가 꽁꽁 얼어붙고 경제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는 경제팀의 물샐 틈 없는 상황 점검과 시의적절한 대응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대통령 탄핵 소추안 가결 이후 국내 주식시장과 외환시장이 큰 동요 없이 안정감을 보인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탄핵 정국으로 인해 두 달 가까이 개점휴업 상태였던 유일호 경제팀은 더 이상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 직면한 내우외환의 상황을 직시하고 이에 기민하게 대처하는 리더십을 보여야 한다. 당장 이번 주 미국의 금리 인상이 확실시되고 있고, 15일 우리도 금융통화위원회 회의가 열리는 등 상황이 긴박하다. 미국의 금리가 얼마만큼 오를지는 알 수 없지만 국내 자본시장에 미치는 영향 등을 충분히 검토하고 대응책을 세워야 한다.
경제 정책의 전권과 책임을 진 이상 유일호 경제팀은 심기일전해 쓸 수 있는 모든 카드를 동원해서라도 경제 위기 극복에 집중해야 한다. 지지부진한 구조개혁에서부터 단기 경기 부양책, 실업 대책 등 우리 경제를 옥죄고 있는 현안부터 면밀히 점검하고 해결책 마련에 적극 나서야 한다. 이는 경제팀만의 과제는 아니다. 국회도 힘을 보태야 한다. 계속 정부의 경제 개혁 행보에 발목을 잡는다면 국회와 정치권에 더 큰 책임이 돌아간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3. 사립학교재단 교사 채용 비리, 용납할 수 없는 범죄다
대구의 사립학교법인 K교육재단 이사장과 이사, 행정실장, 브로커 1명이 교사 채용 비리 등으로 검찰에 구속됐다. 이들은 재단 소속인 달서구의 한 여고와 중학교 교사 채용 시험에서 지원자 1인당 1천만원씩을 받고 필기시험 정보를 빼돌린 혐의다. 이번 범죄는 학생을 가르칠 교사 지원생을 대상으로 한데다 취업난으로 마음 졸이는 지원자들의 급박한 사정을 악용한 만큼 공분(公憤)을 사기에 충분하다.
이번 비리로 사립학교 교사 채용 과정의 제도상 보완의 필요성이 드러났다. 공립학교는 교사 선발의 공정성을 위해 시`도 교육청이 주관하는 임용고시로 선발하지만 사립학교는 자체적으로 뽑을 수 있다. 물론 사립학교 가운데 엄정한 교사 선발을 위해 교육청에 위탁도 하지만 이번 재단처럼 그렇게 하지 않아도 되는 탓에 비리가 발생한 셈이다. 이번 불법행위는 사립학교 자율성 보장을 위한 제도 허점을 악용해 개인의 욕심을 채우는 수단으로 삼은 경우다.
이들 범죄로 교육청의 소홀한 관리감독 문제도 그대로 노출됐다. 이 재단은 2010년에도 신규 교사 채용 범죄로 교육청의 징계를 받았다. 교사 채용과 관련해 허위 서류로 비리를 저지른 재단이었다. 게다가 2010년 당시 재단 이사장은 4년 동안 앨범 업체로부터 1천200만원을 받은 혐의도 드러났다. 친인척인 두 이사장이 맡은 재단의 비리 재연은 결국 교육청의 엉성한 관리감독의 결과로 볼 수밖에 없다.
잘못된 방법으로 뽑힌 교사는 학생들을 떳떳이 가르칠 수 없다. 이는 교사 스스로는 물론 학생과 학교, 학부모 모두에게 불행한 일이다. 따라서 교육 당국은 현행 제도의 허점을 메울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 아울러 비리 재단에 대한 불이익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학교와 학생이 아닌 개인 주머니를 채우려 버젓이 범죄를 저지르는 재단에 아무런 일도 없던 것처럼 재정 지원 같은 혜택을 줄 수는 없다.
특히 수사 당국은 비리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 낱낱이 밝히고 범죄인을 엄정하게 처벌해야 한다. 교육 당국도 이 같은 사립학교 교사 채용 비리가 더 없는지 살펴야 한다. 다시는 이런 채용 비리가 교육계에 더 이상 발붙이지 못하는 풍토 조성을 위해서라도 더욱 그렇다.
[서울신문]
4. 한국 외교 시험대에 올린 트럼프의 ‘친러반중’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최근 보여 주고 있는 외교적 행보를 한마디로 요약하면 친(親)러반(反)중이라고 할 수 있다. 러시아에는 전에 없이 친밀감을 표시하는 반면 중국과는 어느 때보다 대립각을 세우는 모습을 애써 보여 준다. 트럼프가 냉전시대 세계를 반분(半分)하기도 했던 ‘위험한 국가’와 손을 잡으려는 것은 말할 것도 없이 주요 2개국(G2)의 한 축으로 부상한 ‘새로운 위협’을 견제하려는 의도일 것이다.
트럼프가 미국 정상으로는 37년 만에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과 통화하는가 하면 중국의 반발에는 “우리가 왜 ‘하나의 중국’ 정책에 얽매여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직격탄을 날린 것도 의도적이라고 봐야 한다. 이렇듯 트럼프 대통령 시대를 앞두고 기존 외교의 공식은 효용을 잃었다고 해도 좋다. 사안마다 어려운 선택을 해야 하는 한국 외교도 새로운 시험대에 올랐다.
트럼프 당선자가 ‘외교판 흔들기’는 초대 국무장관으로 친(親)러시아적 성향의 렉스 틸러슨 엑손모빌 최고경영자를 낙점하면서 정점에 이르렀다. ‘틸러슨 국무장관’이 현실화된다면 그 자체로 중국은 ‘미국의 시험’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우리에게 닥칠 더 큰 문제는 ‘친러반중’ 색채가 짙은 미국의 ‘사업가 외교’가 한반도 정책에도 그대로 적용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트럼프는 “북한이 핵무기를 갖고 있고, 문제를 풀 수 있는 중국은 전혀 도와주지 않는다”고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대만에 친밀감을 표시한 트럼프의 제스처 역시 ‘하나의 중국’과 ‘북한 핵’ 문제를 중국과 ‘빅딜’하겠다는 의사표시일 수도 있다. 한반도 문제 해법을 두고 당사자인 남북한이 배제된 가운데 주변국이 ‘거래’하는 상황이 오지 말라는 법이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우선주의’에 따라 사드의 한반도 배치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면서도 방위비 부담 요구는 우리 인내심을 시험하는 단계로 발전시킬 가능성이 크다. 사드 배치를 반대하는 중국은 한국에 대한 경제적 보복을 다각화할 것이다. 그들이 유엔 안보리의 북한 석탄 수입 제한 결의를 따르는 것은 잠정 조치일 뿐이다. 미국 외교의 지렛대 역할을 할 러시아에 대한 외교적 비중도 높여 갈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대통령 권한대행 시대에 강력한 리더십은 기대하기 어렵다. 그럴수록 정부는 역량을 한데 모아 트럼프 시대를 대비해야 한다. 우리 외교의 감춰졌던 잠재력이 분출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
5. 계층 사다리 끊어진 사회, 희망 말할 수 있나
꿈이 없는 세상은 지옥이나 다름없다. 꿈을 꺾는 것이 큰 죄악인 이유다. 우리 사회에 ‘금수저·흙수저론’이 난무하고 ‘돈도 실력’이란 말이 당연한 것처럼 회자되는 것은 그만큼 부의 세습이 만연한 탓이다. 노력이 핏줄을 넘어설 수 없는 닫힌 사회라는 방증이다.
개천에서 용이 나던 자수성가의 신화가 사라지면서 사회가 역동성을 잃어 가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우리나라가 처음으로 1인당 국내총생산(GDP) 1만 달러를 돌파했던 1994년에는 국민 10명 중 6명이 자신의 세대에서 계층 이동을 이룰 수 있다고 자신했다. 그로부터 21년이 지난 뒤 ‘하면 된다’는 그런 믿음을 가진 사람은 3분의1 토막이 나 버렸다.
통계청이 내놓은 ‘한국의 사회동향 2016’ 보고서는 계층 사다리가 끊어진 우리 사회의 일그러진 단면을 적나라하게 보여 주고 있다는 점에서 충격적이다. 때마침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한국 부모의 학력과 소득이 학생 성적에 미치는 영향력이 갈수록 커지면서 미국, 일본과 달리 평생 노력해도 사회·경제적 지위가 상승할 수 없게 됐다고 지적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1994년에 ‘노력하면 지위가 높아질 수 있다’는 응답은 60%로 절반을 웃돌았지만 지난해에는 22%로 곤두박질쳤다.
반면 ‘노력해도 지위를 높이기 어렵다’는 사람은 5%에서 57%로 10배 이상 뛰었다. 특히 3040세대는 10명 중 7명이 계층 이동에 비관적이었다. 자식 세대에서 계층 이동이 성공할 가능성에 1999년 41%가 긍정적인 답변을 했던 것이 지난해에는 31%로 추락했다. 1999년 11%에 불과했던 비관적 응답은 지난해 51%로 급증했다.
아무리 노력해 봤자 계층 상승이 어렵다는 생각은 국가·사회에 대한 불만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심각하다. 더욱이 젊은층의 비관론이 확산되는 것은 계층 간 이동성 저하가 출산·육아 등의 재생산을 위협할 수 있어 우려스럽다. 빈부격차가 있더라도 계층 이동 가능성만 있다면 불평등은 노력의 동기가 될 수 있겠지만, 현재 상황은 ‘격차사회’를 넘어 ‘격차고정’이 현실화할 위험성을 경고하는 것이라는 전문가 지적을 새겨들어야 한다.
끊어진 계층 이동의 사다리를 보완해 신분 고착화가 국가적 위기로 번질 가능성을 차단해야 한다. 부의 불평등이 기회 불평등으로, 기회 불평등이 부의 불평등을 낳는 악순환을 끊는 것은 우선 교육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을 없애는 것에서부터 출발해야 할 것이다. 미래는 자신의 꿈이 아름답다고 믿는 사람들의 것이어야 한다.
[조선일보]
6. 검사가 업자에 4억 주식 받고도 無罪라면
서울중앙지법은 13일 진경준 전 검사장의 넥슨 주식 뇌물수수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진 전 검사장은 2005년 넥슨 김정주 창업주로부터 4억2500만원을 받아 넥슨 주식을 산 뒤 검사장 승진 직후인 지난해 팔아 126억원을 챙겼다. 재판부는 그러나 직무 관련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며 이 부분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다만 다른 혐의를 인정해 징역 4년을 선고했다. 판결이 확정되면 126억원은 추징 대상에서 제외된다.
무죄 판결의 1차적 책임은 직무 관련성을 제대로 밝혀내지 못한 검찰에 있다. 그러나 법원 역시 형식 논리에 치우쳤다는 느낌이다. 김정주씨는 애초 주식 대금을 무이자로 빌려줬다가 나중에 돌려받고는 다시 진 전 검사장 가족 명의 계좌로 돈을 송금해줬다. 선의로 준 돈이라면 굳이 이런 과정을 거칠 이유가 없다. 진 전 검사장은 더구나 처음엔 "투자 목적으로 샀다"거나 "돈을 빌렸다가 갚았다"고 하는 등 여러 차례 거짓말을 했다. 떳떳하지 않았다는 의미다.
9월부터 시행된 부정청탁금지법은 공직자는 직무 관련성이 없더라도 같은 사람에게서 연간 300만원 이상을 받으면 3년 이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 벌금을 매기도록 규정하고 있다. 넥슨과 진 전 검사장 사이 주식 거래는 청탁금지법이 만들어지기 훨씬 전의 일이어서 이 법을 적용할 수는 없다.
그러나 검찰 간부면 관할 구역이나 부서에 상관없이 전국의 검찰, 경찰 등 사정기관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형사사건 피의자가 될 가능성이 없다고 할 수 없는 사업가가 검사에게 상당액의 금품을 건넸다면 바라는 게 있었다고 보는 게 상식일 것이다. 검찰은 2002년부터 2015년까지 김정주씨와 넥슨 관련 20여 건의 사건이 검찰·금감원에 계류돼 있었다고 밝혔다.
김씨가 주식을 줄 당시 넥슨은 한 해 수백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는 우량 기업이었다. 비상장 주식이어서 보통 사람은 돈이 있어도 구할 수가 없는 주식이었다. 법원은 그런 주식을 검찰 간부에게 줘 대박을 터뜨리게 해준 것을 단순한 우정의 증표로 봤다. 만약 청탁금지법 없는 상황에서 공직자와 업자들이 법원의 이 기준대로 행동한다면 나라가 어떻게 될까.
[동아일보]
7. 경제는 엉망인데 세수(稅收)만 사상 최대 규모라니
올해 국세 징수 규모가 사상 최대인 240조 원대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1∼10월 국세 수입은 215조7000억 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23조2000억 원 늘었다. 10개월 동안의 세수가 작년 전체 세수(215조9000억 원)와 맞먹는 수준이다. 2012년부터 3년 연속 세수 펑크를 내던 나라 가계부가 지난해 2조 원대 흑자를 낸 데 이어 올해는 흑자 규모가 10조 원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이다.
국가 재정의 실제 적자나 흑자가 과도하게 늘어나는 것은 어느 쪽이나 바람직하지 않다. 세수가 많이 모자라면 재정건전성이 추락하는 반면 세수가 예상보다 크게 넘치면 경기부양에 쓸 수 있는 돈을 미처 쓰지 못해 성장률을 높일 수 있는 기회를 놓치게 된다. 애초 정부가 올해 세수를 실제와 가까운 수준으로 전망했더라면 추가경정예산 규모를 11조 원보다 더 늘려 민생대책 재원으로 활용할 수 있었을 것이다.
정부는 세수 증가 원인으로 비과세 감면 정비, 지하경제 양성화, 블랙프라이데이 행사 같은 내수 진작책을 들고 있다. 좋은 정책의 효과 덕분에 세수가 늘었다는 자화자찬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담배소비세 인상이나 부동산 거래 증대에 따른 양도소득세 확대의 영향도 적지 않다. 수출 부진으로 수출기업에 돌려줘야 할 부가가치세 환급액이 줄면서 부가세 수입이 예상외로 불어나기도 했다. 사실상의 증세와 자산 거품, 불황형 흑자가 복합된 것이 ‘세수 풍년’의 실체다. 하지만 당국자 누구도 이런 속사정을 솔직하게 설명하지 않으니 경기침체 국면에서 세금만 늘어나는 이상현상에 대한 국민의 의구심만 커지고 있는 것이다.
세수가 늘면서 내년 초 추경을 편성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국책연구기관을 중심으로 나오고 있다. 물론 재정은 급락하는 경기를 떠받칠 최후의 버팀목이다. 그러나 세수 전망 하나 제대로 못하면서 그때그때 명분에 따라 추경을 편성한다면 나라 가계부는 누더기로 전락할 것이다.
[세계일보]
8. 미·중 갈등 동북아 격랑 이는데 한국 외교는 사분오열
미·중 갈등으로 동북아 정세에 격랑이 일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하나의 중국’ 원칙 폐기 가능성을 내비쳤다. ‘하나의 중국’ 원칙은 중국과 대만 등을 모두 중국 영토로 보고 중국만 합법정부로 인정하는 것으로, 미·중 관계의 근간을 이뤄왔다.
트럼프는 “중국과 협상하는 과정에서 무역 같은 다른 문제를 다루지 않는다면 왜 우리가 ‘하나의 중국’ 정책에 얽매여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중국 정부는 ‘하나의 중국’ 원칙을 “중국의 핵심 이익에 관한 문제”라고 규정하면서 엄중한 우려를 표시했다. 왕이 외교부장은 “‘하나의 중국’ 원칙을 파손하려고 시도하고 중국의 핵심 이익을 훼손한다면 돌을 들어 제 발등을 찍는 격”이라고 했다.
트럼프가 취임 후 대중 협상을 유리하게 이끌려는 전략의 일환으로 볼 수 있지만, 미·중 사이에 낀 한국 입장에서는 외교의 균형점을 찾기가 어려워질 것은 분명하다. 샌드위치 신세가 돼 미·중 가운데 한쪽을 선택하라는 압박에 직면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당장 대북 제재나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등 한반도 관련 현안에 불똥이 튈 수 있다. 한·미·일 6자회담 수석대표들이 어제 서울에서 만나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와 3국 독자제재의 이행을 위한 공조체제 강화에 합의했다. 문제는 대북 제재의 열쇠를 쥔 중국이다. 트럼프는 “북한과 관련해 핵무기 문제가 있고, 중국은 그 문제를 풀 수 있지만, 그들은 전혀 우리를 돕지 않고 있다”며 ‘하나의 중국’ 원칙을 북핵 문제와 연계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취임 후 미국이 북한과 거래하는 제3국 기업·기관을 제재하는 세컨더리 보이콧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을 낳는다. 이럴 경우 중국은 대북 제재에서 발을 빼면서 한국에 사드 배치 포기를 종용할 수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어제 사드 배치를 차기 정부로 넘겨야 한다고 거들었다. 한목소리를 내도 어려운 판에 외교 전선이 사분오열된 형국이다.
탄핵 정국에 정상외교 공백 상태다. 외교안보 정책은 컨트롤타워가 불분명한 가운데 방향을 잡지 못하고 표류하는 조짐마저 보인다. 주변 4강에 트럼프 등 강력한 외교안보 정책을 표방하는 ‘스트롱맨’들이 포진해 우리 외교가 설 자리는 더 좁아지고 있다. 이대로는 곤란하다. 새로운 외교안보 환경에 유연한 자세로 적극 대처해야 한다. 트럼프의 대통령 취임식이 한 달여 앞으로 다가왔다. 서둘러 대책을 세워야 한다.
[한국일보]
9. 1200만 마리 살처분, AI 근본 대책 없나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확산 속도가 심상찮다. 13일 0시 현재 AI 확산으로 살처분된 가금류가 1,200만마리를 넘었다. 올해 3분기 기준 전국 사육 가금류는 총 1억5,504만마리로 지난달 16일 AI 의심신고 접수 이후 한 달도 안 돼 8% 가까이가 사라진 것이다. AI 피해가 가장 컸던 2014년 100여일에 걸쳐 1,400만마리가 살처분된 것을 감안하면, 역대 최대 피해로 기록될 가능성이 크다. 총 62건의 AI 의심 신고 중 45건이 고병원성 AI(H5N6형)로 확진됐다. H5N6형 AI 바이러스는 전파속도가 빠르고 폐사율이 높다. 중국에서는 인체감염으로 최소 6명이 목숨을 잃었다.
AI의 급속한 확산은 국정 공백이 장기화, 정부가 선제적 대응은 물론이고 후속 조치에도 부실했던 탓이다. 특히 방역 당국이 매뉴얼을 지키지 않은 데다 늑장 대응으로 방역망이 뚫렸다. 국민안전처 감찰에서 적발된 사례를 보면 AI 발생 이후 군청 내 방역대책본부를 문서상으로만 설치하고 운영하지 않은 지자체도 있었다. 또 AI 발생지 반경 3㎞ 안에 거점소독시설을 설치하지 않거나, 차량 운행이 뜸한 야간에 근무가 소홀한 사례도 적발됐다.
AI 확산에 따라 달걀값은 오르고 육계 가격은 떨어지는 등 소비자와 생산자 모두 피해를 보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12일 기준 달걀(특란) 30개 평균 소매가격은 5,954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의 5,221원보다 14%가량 높게 형성됐고, 일부 대형마트에서는 1인당 한판으로 판매량을 제한할 정도다. 반면 육계 가격은 20% 가까이 떨어졌다.
정부와 지자체는 AI 추가 확산을 막는 데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일본의 경우 AI가 확진되자 아베 신조 총리가 직접 나섰고, 방역지시 다음날 새벽부터 공무원들이 현장에 출동해 방역작업에 돌입했다. 또 연례행사가 되다시피 한 AI 발생을 사전에 예방적으로 대응할 방안이 없는지도 살펴봐야 할 때가 됐다. 반복되는 철새 탓, 살처분과 주변 소독, 차량 이동제한 조치 등이 정부 대책의 전부여서는 안 될 일이다.
아시아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AI 감시체계 구축도 서둘러야 한다. 사육환경개선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넓고 쾌적한 축사 등으로 가금류의 면역력을 높이는 작업에 나서야 한다. 냉난방이 겸비된 항구적 거점 방역초소 건립과 난방비, 설치비 지원 등 방역 현장의 요구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 당장 AI의 불길을 끄는 것만큼 시급한 민생대책이 없다.
[서울경제]
10. 글로벌 주택시장에 통화긴축 경고음 심상치 않다
글로벌 주택시장에 경고음이 울리고 있다. 미국 등 각국 중앙은행들이 통화 긴축에 들어서면 초저금리를 등에 업고 고공행진을 하던 주택시장도 빠른 속도로 붕괴할 수 있다는 우려다. 11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상 행보가 빨라질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되면서 모기지대출 금리도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30년 만기 모기지 고정금리 평균치가 4.13%로 2년래 최고치다. 최근 한달 새 0.59%포인트나 뛰었다. 내년에 모기지 금리가 5%대로 치솟으면서 주택 수요가 급감하는 ‘레이트록(ratelock)’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진단이다.
이런 추세는 14일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올리면 더욱 뚜렷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로서는 금리 인상이 거의 확실하고 인상폭과 다음 인상시기가 언제냐가 관건이라는 분위기다. 미국뿐이 아니다. 유럽과 일본도 자산 매입을 점차 줄이며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으로 방향을 틀고 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경기부양을 위해 각국이 펼쳤던 돈 풀기 정책이 8년 만에 종언을 고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것도 그래서다.
통화 긴축은 주택시장에 직격탄이 될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금리가 오르면 대출로 집을 마련한 수요자들은 당장 가계빚 위험에 직면하게 된다. 대출을 통한 주택 수요가 급감하면서 거래절벽 현상까지 나타날 수 있다. 영국 일간지 인디펜던트가 금리 인상으로 초래될 주택시장 불황을 ‘대규모 주택 충격(great housing crash)’이라고 표현하며 내년에 이런 충격이 올 수 있다고 경고하고 나설 정도다.
국내 주택시장은 그렇지 않아도 예상보다 강한 규제로 과열 진정을 넘어 경착륙 분위기까지 감지되는 상황이다. 이미 시장에서는 아파트 할인분양, 중도금 무이자까지 등장했다. 이런 판국에 통화 긴축까지 이뤄지면 주택시장 침체는 물론이고 원리금 상환 부담에 따른 가계부채 부실화 위험도 커지게 된다. 돈의 힘으로 밀어 올린 주택시장 호황이 끝나면서 나타날 충격에 지금부터라도 대비해야 한다.
주요 신문칼럼
1. [동아일보][직장인을 위한 김호의 ‘생존의 방식’] 하루키의 조언
49위. 스웨덴 글로벌 리서치 기업인 유니버섬이 세계 57개국 젊은 직장인 20만 명의 행복지수를 조사한 결과로 나온 우리 순위다. 싱가포르(17위), 중국(27위), 필리핀(34위), 태국(40위), 베트남(41위), 인도네시아(45위), 말레이시아(46위), 일본(47위) 등이 한국보다 높았고, 조사 대상 아시아 국가 중 우리보다 행복하지 못한 나라는 인도 한 군데뿐이라니 우리는 정말 힘겹게 직장생활을 하고 있다.
12월. 올해 마지막 달이다. 연말이 가기 전에 나의 직업에 대해 생각해 보는 것은 어떨까. 최근 읽은 무라카미 하루키의 ‘직업으로서의 소설가’는 소설가에 대한 이야기라기보다는 직업 일반론에 대한 이야기로 다가왔다. 만약 그가 직장인에게 직업에 대해 조언을 해준다면 어떤 이야기를 할까.
첫째, 직업을 갖는다는 것은 내게 주어진 기회가 무엇인지를 인식하는 것이다. 하루키가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것은 자신이 “어떤 특별한 힘에 의해 소설을 쓸 기회를 부여받은 것”이라고 한다. 어느 직장, 부서, 직책이 아니라 나는 어떤 일(직업)을 하는 사람인가. 직장과 직업을 분리해서 생각해 보는 것은 요즘처럼 직장이 나를 보호할 수 없는 시대에 더 큰 의미를 갖는다. 직장이 조직이라면 직업은 내가 쌓아가는 전문성과 관련되며, 확실한 직업을 가질수록 직장에서 더 오래 생존하고 직장을 떠나서도 생존 가능성이 높아진다.
둘째, 지속적으로 결과물을 만들어 내야 한다. 하루키는 소설 한 편을 쓰는 것은 상대적으로 어렵지 않지만 지속적으로 써내는 것은 매우 어렵고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고 한다. 나는 내 분야에서 어떤 결과물을 지속적으로 만들어 내고 있는가. 하루키는 결과물을 만들어 내지 않고서는 견디기 힘든 내적 충동과 강한 인내력이 있어야 결과물을 지속적으로 만들어 낼 수 있다고 말하면서 자신이 그런 자격이 있는지 알 수 있는 방법은 직접 뛰어들어 해보는 수밖에 없다고 한다.
내가 어떤 일을 하는 사람인지 인식하는 것과 그 분야에서 결과물을 지속적으로 만들어 내는 것은 자기만의 직업을 만들어 나가는 가장 중요한 두 가지 축이다. 예를 들어, 단순히 팀장이라는 직책으로서 자신을 인식하는 것과 팀원들을 새로운 리더로 만들어 내는 사람으로 자신을 인식하는 것은 매우 다른 결과를 가져온다.
셋째, 자기만의 학교를 가져야 한다. 하루키에게는 학교 수업이 아니라 독서 행위가 가장 중요한 학교였다. 나만의 학교에서 커리큘럼은 마음대로 짤 수 있었고, 그 과정에서 하루키는 많은 것을 배웠다. 직장인에게도 독서는 자기만의 학교가 될 수 있다. 자신이 좋아하는 저자를 찾아 읽고, 인터넷을 검색하면 그들의 강연 동영상도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다. 혹은 자기 분야의 전문가들과 만나며 그들과의 대화 속에서 자기만의 학교를 만들어 갈 수 있다.
만약, 지금 다니는 직장이 자신이 하고 싶어 하는 일(직업)과는 상관이 없을 때 어떻게 해야 할까. 하루키는 입장권이 무엇일지를 생각해 보고 이를 가지려고 시도하라고 말한다. 그에게는 한 문예지의 신인상이 문학의 세계로 나가는 입장권이었다. 직장인들에게는 관련 경험이 입장권인 경우가 많다. 지인 중 한 사람은 비서로 직장 생활을 시작했지만, 인사 분야에서 직업을 만들고 싶었다. 그는 비서 경력을 모두 인정받지 못했지만 과감하게 한 중소기업 인사부로 옮겼고, 경력을 쌓아 이제 더 나은 다른 직장에서 자기만의 결과물을 만들어 낼 궁리를 하고 있다.
이 책에서 가장 마음에 와 닿았던 표현은 ‘시간을 내 편으로 만든다’는 것이었다. ‘시간이 좀 더 있었다면, 더 좋은 결과물을 만들었을 텐데…’라는 생각은 시간을 적으로 만드는 것이다. 하루키는 자신의 어떤 작품도 시간이 있었다면 더 잘 썼을 텐데라고 생각되는 것은 없으며, 잘못 쓴 것이 있다면, 그것은 시간보다 작가로서 역량의 문제라고 말한다. 시간을 신중하게 대할 때 시간은 내 편이 될 수 있다고 조언한다. 2016년 12월. 나는 시간을 내 편으로 만들고 있는가? 힘든 직장생활 중에도 내 직업이, 결과물이, 나만의 학교가 무엇인지 돌아보는 것은 시간을 내 편으로 만드는 좋은 방법이다.
2. [연합뉴스][윤고은의 참새방앗간] 강모연도, 강동주도 울린 '수저론'
강모연과 강동주는 실력이 좋은 의사다. 하지만 이들은 몸담고 있는 대형 병원에서 출세하기가 어렵다. '금수저'가 아니고, 든든한 '뒷배'가 없기 때문이다. 강모연은 '태양의 후예'에서 송혜교가 연기한 외과의고, 강동주는 현재 '낭만닥터 김사부'에서 유연석이 연기하고 있는 외과의다. 언젠가부터 의사를 내세운 드라마에서도 우리 사회를 좀먹고 있는 계급론, 수저론이 스며들고 있다.
과거 의학드라마는 공부 잘해서 의사가 된 주인공들의 천재성을 강조하거나, 의사라는 직업의 숭고함을 조명하는 데 집중했다. 하지만 요즘은 다르다. 최고로 선망하는 직업이자, 부와 명예를 두 손에 거머쥘 수 있을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아 왔던 의사가 돼서도 '타고난 계급'으로 인해 차별받고 상처받는 의사들의 모습이 심심치 않게 그려진다.
강모연과 강동주는 실력에서는 동급 최고다. 하지만 강모연은 교수 심사에서 번번이 '줄'이 없어 떨어지다가 급기야는 실력이 형편없는 이사장 딸에게까지 밀리자 눈물을 쏟아낸다.
강동주 역시 결정적인 순간에는 자신보다 못한 병원장 아들에게 밀리더니 성공확률이 극히 낮았던 VIP의 수술 집도의로 낙점돼 수술을 하다가 VIP가 사망하자 '희생양'이 돼 지방병원으로 좌천됐다. 드라마는 언제나 현실보다 한발 늦다. 드라마 속 의사의 모습이 이럴진대, '보통사람'들은 오죽할까. 12일 통계청이 펴낸 '한국의 사회동향 2016'에 따르면 한국 사회에서 계층 이동의 사다리는 무너졌다는 비관론이 득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개천에서 용이 나는 것은 옛날이야기라는 것이다.
'응답하라 1988'에서는 안 그랬다. 이때만 해도 공부만 잘하면 흙수저라도 얼마든지 성공할 수 있었다고 드라마는 돌아봤다. 고경표가 연기한 성선우는 전형적인 '흙수저'다. 하지만 그는 열심히 공부를 해 의대에 입학했고, 의사가 됐다. 성선우의 노력형 직진에 '흙수저'라서 안된다는 체념은 없었다.
그때의 성선우가 2016년 현재 어떤 의사의 모습인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그가 '금수저' 의사들에게 치였을 것 같지는 않다. 적어도 1988년에 출발한 청춘에게는 노력과 땀의 대가가 공정하고 공평했음을 어렵지 않게 현실에서 확인해왔기 때문이다.
지금 드라마계에서 판타지가 득세하는 이유도 이러한 계급론과 무관하지 않다. 흙수저 청춘의 파란만장한 성공기를 그린 드라마는 1980~90년대까지만 해도 드라마의 인기 소재였지만, 이제는 현실성도 없고, 그렇다고 더이상 희망을 주지도 못하기 때문이다.
그 자리를 외계인, 인어, 도깨비, 초능력자들이 채우고 있다. 물론, 판타지의 세계는 언제봐도 재미있다. 그게 현실 체념에 따른 것이라는 게 쓰라릴 뿐이다.
3. [매일신문][매일춘추] 이야기에 대한 이야기
우동불고기 포장마차나 공구가 북성로의 모든 것은 아니다. 100년 가까이 오래된 건축물들은 한때 ‘적산가옥’이라 불리었지만, 현재는 ‘근대건축물’로 불리며 고유한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그리고 비어 있던 건물들을 고쳐 들어와 사는 이들은 그곳에 나름의 이름을 붙이고, 나름의 이야기를 만들어가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이곳에는 이야기가 충분하지 않은, 낯선 영역이 존재한다. 뒷골목 공업사의 기술자들에 관한 이야기이다.
이들의 평균 나이는 60, 70대, 기술 경력은 최소 30년이 넘는다. 일생을 무언가 ‘만드는 일’에 전념해 온 그들은 삶의 질곡만큼이나 끝없는 이야기를 지니고 있다. 먹고살기 어려워 어릴 적 집을 떠나 맞기도 하며 어깨너머로 기술을 익혔다. 눈대중이 곧 손의 감각으로 배였고, 뭐든 뜯어보고 만져가며 익힌 기술은 'FM'은 아니지만 어떤 상황에도 기지를 발휘할 수 있는 유연함을 지니고 있다. 한때 ‘북성로에 가면 탱크도 만든다’는 시대를 만들었던 기술자들은 여전히 북성로를 지키고 있다.
이들을 처음 불렀던 명칭은 ‘사장님’이었다. 저마다 작은 공업소를 하나씩 가진 그들은 크게 여유롭지는 않지만, 누구 눈치 볼 것 없이 자기 결정권을 지닌 ‘사장님’들이었다. 이후 그들과의 만남을 거듭하면서,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가며 그들을 해석할 또 다른 단어들이 생겨났다.
예를 들면 인류학자 레비스트로스가 아프리카 원주민들을 관찰하면서 제시한 인물상 '브리꼴레르'다. 보잘것없는 재료와 도구들로 자신에게 필요한 집이나 물건을 만들어내는 손재주꾼을 일컫는다. 북성로의 기술자들 역시 어디선가 버려지고 못 쓰게 된 물건들을 해체하고 작동 원리를 익히고 그것을 변주하는 과정을 통해 발동기, 자동차, 양수기 등 각종 물건을 만들어냈다. 그래서 여전히 많은 이들은 북성로를 ‘가면 뭐든 해결되는 곳’으로 기억하고 있다.
이러한 이야기는 요즘 세상이 필요로 하는 어떤 혁신의 실마리가 될 수 있다. 낯선 이들을 이해할 언어를 익히고, 그들을 해석할 언어를 찾는 과정에서, 누군가의 이야기를 듣고 다시 말하기 과정을 반복하면서 우리에게 남는 것은 무엇일까? 이미 일어난 일, 그 사실들에는 변함이 없다.
하지만 물음의 층위를 바꿔 어떤 이야기가 더 마음에 드는지 생각해 본다면, 그리고 그 이야기들이 우리의 현실에 범람해 뭔가 영향력을 끼치게 된다면, 그 또한 혁신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살아내기 위해’ 지내온 북성로 기술자들의 과거를 더 나은 이야기로 만드는 것, 이는 해석학적 물음과 연결해서 사유하게 한다는 점에서 좋은 것이라 생각한다.
우리가 살아갈 수도 있었을 몇 가지 삶 중에서 하나를 선택하게 되니까 말이다.
4. [서울신문][In&Out] 우리 마음 속의 개 두 마리/이순우 저축은행중앙회장
미국의 유명 작가이자 철학자인 칼릴 지브란은 20세기에 가장 많이 팔린 책으로 알려진 ‘예언자’에서 “우리가 저지르는 가장 나쁜 잘못은 다른 사람의 잘못에 대해 선입견을 품는 것이다”라고 일갈한다.
이는 저축은행의 위상과 현실에서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역사에 남을 굵직한 사건들이 많았던 2016년 달력도 마지막 장밖에 남지 않은 지금, 저축은행은 지난 잘못을 바로잡고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조용하지만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우선 서민들을 위해 중금리 대출상품을 제공하는 것은 물론 주변 이웃돕기 행사를 하고 있다. 학생들을 대상으로 금융교육도 시행한다. 매달 노인복지관을 찾아 배식봉사를 하며 사회와 더 소통하고 서민금융회사로서, 그리고 사회구성원으로서 책임을 다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과거에 영업 정지된 저축은행으로 인해 받았던 상처와 부정적인 기억의 잔재는 견실하게 내일을 준비하는 저축은행들에 여전히 무거운 멍에를 지우고 있다. 이전의 잘못에 대한 현존하는 또 다른 선입견인 셈이다.
저축은행의 예금보험요율은 은행에 비해 5배에 달한다. 금융투자나 보험 등 다른 금융업권에 비해서도 2배가 훨씬 넘는 예금보험요율을 적용받고 있다. 현재 저축은행은 자본 확충, 건전경영 노력 등을 통해 건전성을 유지하고 있으나, 과거에 발생한 보험기금 부족분 충당을 위해 현재 영업 중인 저축은행에 예금보험료를 과도하게 전가하면 건전경영이 저해될 수도 있다. 과거 산 자들에게 망자(亡者)의 멍에까지 지웠던 것처럼, 일부의 잘못으로 업계 전체가 이런 큰 부담을 계속 감당해야 하는 게 정말 적절한 것인지 의구심이 일지 않을 수 없다.
내년부터는 저축은행 대출자산에 대한 건전성 분류 기준과 충당금 적립비율도 강화된다. 지난해 겨우 적자의 늪을 벗어나 흑자를 기록하기 시작했지만, 아직 상처가 완전히 아물지 않은 우리 저축은행업계가 과연 이 멍에를 잘 감당해 나갈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선다.
이뿐이 아니다. 저축은행에서 신용대출을 이용하는 고객들은 신용등급 하락이라는 이중고를 겪어야 한다. 신용등급이 심하게는 3등급까지 하락하기도 한다. 상호금융이나 캐피탈회사에서 대출받을 경우 약 1등급 하락하는 것에 비해 하락 폭이 매우 크다. 이에 대한 고객들의 항의와 민원은 고스란히 저축은행 임직원들의 몫이다.
이러한 부당한 신용평가체계 탓에 한 번 저축은행을 이용한 서민이 시중은행을 이용할 수 있는 길은 더욱 요원해진다. 이로 인해 서민금융을 담당한다는 자부심으로 금융의 기본에 충실하고자 하는 임직원들의 자괴감은 날로 깊어만 간다. 어려운 경제 사정으로 저축은행 이용이 불가피한 서민고객에게 신용등급 하락이라는 고통까지 안겨 주는 현재의 신용평가체계가 너무 안타깝다.
이제 저축은행에 대한 선입견에서 우리 사회가 조금이나마 자유로워졌으면 하는 바람이다.선입견과 관련한 이야기가 하나 있다.
“사람들에게는 누구나 자기 나이만큼 키워 온 개 두 마리가 있다. 그 개의 이름은 ‘편견’과 ‘선입견’이다. 우리는 그렇게 개들이 머릿속에 울타리 쳐버린 세상을 살아간다. 이를 극복하는 방법은 바로 ‘백문(百聞)이 불여일견(不如一見)’을 키우는 것이다.” 백 번 듣는 것이 한 번 보는 것보다 못하다는 뜻으로 직접 경험해야 확실히 알 수 있다는 말이다. 저축은행에 대한 고객들의 두터운 신뢰를 기대하기에는 아직 시간이 이른지도 모른다.
하지만 저축은행이 경제의 한 축을 담당하는 서민금융회사로서, 그리고 사회구성원으로서의 책임을 다하고자 노력하고 변화하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편견이나 선입견이 있는 것은 아닌지 조금이라도 의구심이 든다면 ‘백문이 불여일견’을 키워 보길 권한다. 저축은행은 그리 멀지 않다.
5. [한국일보][기억할 오늘] 문타다르 알자이디
이라크 국영TV ‘알바그다디아(Al-Baghdadia)’ 기자 문타다르 알자이디(Muntadhar al-Zaidi, 1979~)가 2008년 12월 14일 기자회견장의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에게 신발을 던졌다. 그는 먼저 한 짝을 던지며 “이건 이라크 시민들의 작별 키스다, 개자식아(You Dog)”라고 고함쳤고, 나머지 한 짝을 던지며 “이건 과부들과 고아들, 모든 살해당한 이라크 인들을 위해서다”라고 소리쳤다. 이슬람 문화에서 신발을 던지는 건 큰 모욕이라고 한다.
알자이디는 금세 경호원들에게 제압당했고, 그 와중에 백악관 대변인 다나 페리노(Dana Perino)가 마이크에 얼굴을 부딪쳐 눈에 멍이 들었다. 회견장에서 끌려나가는 동안에도 그는 “개자식”이라며 아쉬운 듯 부시를 찾았다.
조연이긴 했지만 부시도 대단했다. 소동이 진정된 뒤 몇몇 이라크 기자들이 대신 사과하자 부시는 “이라크 국민을 대표해서 해준 사과에 감사한다. 나는 괜찮다. 사실을 알고 싶으실 테니 말하는데, 그가 던진 신발은 10 사이즈였다”고 말했다.
바그다드 외곽 사드르(Sadr City)에서 태어난 알자이디는 이라크전 미군의 무차별 공습을 겪으며 성장했고, 바그대드대학서 언론학을 전공한 뒤 2005년 기자가 됐다. 등교길 이라크 소녀가 미 주둔군에 의해 살해된 사건 보도 등을 통해 그는 초년부터 꽤 유명한 기자였다고 한다.
알자이디는 20007년 11월 16일 출근길에 괴한들에게 납치 당해 구타와 고문을 당했다. 이라크 언론인 단체와 국경없는기자회 등이 즉각 성명을 냈고, 그는 사흘째인 18일 새벽 풀려났다. 그는 이듬해 1월에도 미군에 의해 강제 연행됐고, 집을 수색 당했다. 그는 미국에 비우호적인 기자였고, 시아파 교도였다.
신발 사건으로 그는 아랍사회의 큰 존경을 받았고, 신발은 반미 시위의 상징이 됐다. 그의 구두를 거액에 사겠다고 제안한 이도 있었다. 미국과 이라크 당국은 그의 신발을 폐기했다. 2009년 3월 3년 형을 선고 받은 그는 항소심에서 1년으로 감형됐고, 9개월 뒤인 9월 가석방돼 방송사로 복귀했다. 석방 직후 기자회견에서 그는 복지재단을 설립해 고아원과 아동 병원을 만드는 게 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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