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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자료는 교육용으로 쓰기 위해 올리는 자료로 상업적 목적은 없으며 선정된 사실의 정치적 성향은 블로그 운영성향과 무관합니다.
주요 신문사설
[이데일리]
1. 연세대조차 학사관리가 엉망이었다면
연세대의 체육특기생 학사 비리로 국내 사학(私學)의 엉터리 실태가 또 다시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현재 국정농단의 주역으로 재판 받는 최순실씨의 조카 장시호씨가 1998년 승마특기생으로 체육교육학과에 입학한 후 학사경고를 3번 받고도 무사히 졸업했다는 게 그것이다. ‘학점이 평균 1.75 미만이면 학사경고하고 학사경고 3회 이상은 제적한다’고 규정한 학칙이 한낱 휴지조각이었다는 얘기다.
교육부 감사 결과는 더 황당하다. 1996~2012년 기간에 연세대 체육특기자 685명 중 115명이 학사경고를 3회 이상 받고도 졸업했다. 6명 가운데 1명꼴로 특혜를 받았다면 학사 관리를 포기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경고를 10회나 받은 학생을 포함해 8회 이상이 11명에 이르며 5~7회 경고를 받은 경우도 36명이라니 장씨의 경우는 그야말로 새 발의 피인 셈이다. 재학생들이 “이러려고 연대생 됐나”며 허탈 속에 분노를 터뜨릴 만도 하다.
이미 이화여대도 최씨 딸 정유라씨의 입학 및 학사관리에 특혜를 준 사실이 들통나 최경희 총장이 물러난데다 관련 교수들이 무더기로 징계를 당했고 정씨는 입학 자체가 취소됐다. 연세대나 이화여대 같은 명문대학들이 이 정도라면 다른 대학들은 보나마나다.
하긴 체육특기자 제도에 대한 논란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실력이 월등하지 않더라도 돈이나 연줄이 있으면 뽑힌다는 것이고, 일단 뽑히기만 하면 백지 시험지를 내도 학점을 받을 정도로 학사관리가 엉망이라는 것이 공공연한 비밀이다. 이번 연세대의 사례로 명백히 증명된 셈이다.
교육부는 대학들에 대한 전수조사로 실태를 파악한 뒤에 연세대에 대한 징계 수위를 결정한다고 한다. 하지만 번번이 일이 터진 뒤에야 허둥대는 ‘뒷북 행정’을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이참에 체육특기자 제도를 근본적으로 손보는 게 바람직하다.
미국이나 일본처럼 학력과 출석률이 일정 기준에 미달하면 졸업장을 주지 않도록 못 박고, 입시비리를 원천 봉쇄할 별도의 관리기구 설립도 검토해야 한다. 아울러 물의가 끊이지 않는 예능계 대학과 의·치대 등의 허술한 입시와 학사관리에 대해서도 억울한 학생들이 생기지 않도록 실태 조사와 대책 수립을 서둘러야 한다.
2. 우병우 전 수석에게 휘둘린 ‘맹탕 청문회’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어제 청문회에 얼굴을 드러냈지만 그의 답변을 듣는 국민들은 오히려 답답한 심정이었다. 한동안 박근혜 대통령의 최측근이었으면서도 국정농단 사태를 초래한 책임에 대해 남의 일처럼 답변하는 모습에서 분노를 느껴야 했다. “송구하다”는 입장 표명이 없지 않았지만 원론적 차원의 유감 표명에 불과했다. 구체적인 내용을 추궁하는 의원들의 질문에 대해서는 자기변명뿐이었다.
우 전 수석은 국정농단의 핵심인물인 최순실씨와의 관계에서나 가족회사의 자금 유용 등에 대해 “모르겠다”거나 “아니다”라는 답변으로 일관했다. 의원들의 질문 공세에도 불구하고 별다른 표정의 변화 없이 또렷한 목소리로 답변을 이어간 것은 김기춘 전 비서실장의 경우와 비슷했다. 자신은 민정수석으로서 맡은 바 업무에 충실했다는 당당한 태도였다. 일부 의원들이 질문 도중 할 말을 잃고 한숨을 내쉰 심정을 이해할 만하다.
하지만 그토록 당당하고 잘못이 없었는데도 그동안 청문회 출석을 피하려고 교묘히 거처를 숨기며 피해 다녔는지에 대해서는 명확한 해명이 필요하다. “수십 명의 기자들이 찾아와 문을 두드리는 바람에 집에 있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밝혔으나 수긍하기 어렵다. 연일 자신의 행방을 수소문하는 기사가 언론을 장식하고 있었는데도 법적인 허점을 이용해 청문회 출석을 기피했다면 그 자체로 공인 자격에 미치지 못한다.
어쩌면 우 전 수석에 대한 의혹이 사실 이상으로 부풀려진 측면이 있을 수도 있다. 그러나 민정수석이라는 직책상 그에게 의혹의 눈길이 쏠린 것은 당연했다. 실제로 의혹을 살 만한 경우도 없지 않았다. 그런데도 여전히 아무런 잘못이 없다고 발뺌하는 그의 모습에서 어떻게든 책임지지 않으려는 우리 공직사회의 단면을 바라보게 된다. 대한민국이 안고 있는 치명적인 약점이기도 하다.
현행 청문회 제도가 지닌 문제점에 대해서도 근본적인 개선이 필요하다. 이번에도 어제까지 모두 5차례의 청문회가 열렸지만 국정농단 의혹 규명은 부족했다. 핵심인물인 최씨조차 출석을 거부한 탓이다. 더욱이 국정조사특위 의원들 사이에 위증교사 의혹까지 불거져 특검에 수사가 의뢰된 마당이다. 이런 식의 ‘맹탕 청문회’라면 열지 않는 게 낫다. 설령 구치소를 찾아가 최씨의 증언을 직접 듣는다고 해도 달라질 게 없을 것이다.
[서울신문]
3. 국정 과도기 공직범죄·복지부동, 엄단해야
‘최순실 국정 농단 사건’으로 촉발된 국정 혼란기에 공직자들의 범죄와 비리가 독버섯처럼 번지고 있다. 최근 한 외교관의 추태뿐만이 아니다. 공직자들이 뇌물수수와 직권남용, 흉기 난동, 폭력, 음주운전 등 갖가지 범죄를 저질러 구속 기소되거나 수사를 받고 있는 실정이다.
지방자지단체장부터 수습 공무원에 이르기까지 지위고하를 막론한다. 지금은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으로 나라가 흔들리고 있다. 그럴수록 공직사회가 중심을 잡아야 하는데 실상은 그 반대라니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은 어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정 현안 장관회의에서 전 칠레 주재 외교관의 미성년자 성추행 사건과 관련해 “각 부처 장·차관들은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공직 기강을 철저하게 확립해 달라”고 강조했다. 그만큼 지금 공직사회의 일탈이 심각하다는 얘기다. 실제로 국정 혼란을 틈타 공무원들의 비리가 전국에서 기승을 부리고 있다.
김승환 전북교육감은 최근 한 직원의 승진을 위해 부당하게 압력을 행사한 사실이 감사원 감사에서 드러나 검찰에 고발됐다. 김모 광주시장 전 비서관은 광주시 납품 계약 과정에서 업체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경북 성주군 공무원 20명은 군의원들과 대낮에 7시간 넘게 술판을 벌였다. 강원도 춘천시청 한 수습 공무원은 출근 첫날 회식 자리에서 상사로부터 폭행을 당했다며 난동을 부렸다.
사실 공무원들의 이런 비리 행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하지만 그 어느 때보다 엄중한 시기에 발생한 공직자들의 비리와 부정부패이기에 예사롭게 지나쳐서는 안 된다. ‘김영란법’으로 바짝 긴장하던 공직사회가 이제 조였던 나사가 풀린 듯 점차 느슨해지고 있는 것도 마찬가지다.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으로 공직사회가 전반적으로 무너져 버린 것은 아닌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최근 전국적으로 번진 AI가 ‘계란 대란’으로 이어진 것도 공직 기강의 해이가 빚은 인재(人災)라 할 수 있다. 더구나 지금 라면 등 각종 생필품 가격이 상승하고, 일부 지자체의 공공요금 인상 가능성까지 제기되는 등 서민들의 삶이 더욱 팍팍해지고 있다. 민생 챙기기로 불안해하는 민심을 다독거려야 할 공직자들이 오히려 각종 비리나 복지부동으로 국민의 염장이나 질러서야 되겠는가.
지금 정치권은 계파 싸움을 벌이며 개헌 타령을 하며 국민의 생활과는 아무런 관계 없는 권력 다툼에 열중하고 있다. 국민이 기댈 곳은 정부밖에 없다. 국가적 위기의 극복을 위해 관가가 투철한 소명의식으로 재무장하지 않으면 자칫 나라가 휘청할 수 있다. 비리로 적발된 공무원에게 무관용의 원칙을 적용해 일벌백계로 다스려 국정 공백과 정책의 표류를 막아야 하는 이유다. 그 중심에 황 대행이 있다. 황 대행은 이번이 마지막 공직이라는 각오로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하길 바란다.
4. 막 오른 4당 체제, 대결 아닌 협력의 정치로
새누리당의 비박계 의원 33명이 집단 탈당을 선언했다. 이들은 오는 27일 탈당계를 내고 이른바 비박 신당 창당에 나설 것이라고 한다. 새로운 보수 정당의 창당은 기존 보수 정당의 분열을 의미하는 동시에 정치 구도의 4당 체제 재편을 뜻한다. 보수 정당 분열의 직접적 이유가 박근혜 대통령이 공범으로 지목된 ‘최순실 게이트’라는 것은 굳이 언급할 필요도 없다. ‘박 대통령 탄핵안’을 헌법재판소가 심의하고 있는 마당에 친·비박계가 정치적 소신을 같이하기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노릇이었다.
게다가 지금은 국정 운영을 정상화해 민생 경제의 활력을 되찾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새누리당의 분당(分黨)은 정치와 경제의 조기 원상 회복을 가로막던 정치적 불확실성 한 가지가 해소되는 부수 효과도 없지 않다. 3당 체제에서의 불안이 4당 체제에서는 지속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눈앞에 닥친 4당 체제에 정치권은 내년 대통령 선거에서의 유불리(有不利)를 셈하며 각기 다른 평가를 내놓고 있다. 하지만 새누리당 분당으로 보수 진영과 진보 진영의 이합집산이 어떻게 이뤄질 것인가를 먼저 왈가왈부하는 것은 정도(正道)가 아니다. 국민의 대표를 자처하는 정치인이라면 지금은 피폐할 대로 피폐해진 민생 대책을 먼저 생각해야 할 때다. 그럴수록 4당 체제에 적극적인 환영의 뜻을 밝힌 박지원 국민의당 원내대표의 설명에는 한번 귀 기울여 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박 원내대표는 “의회에서도 거대 정당이 지배하는 시대는 지났다”면서 “오히려 4당 체제는 협상과 대화, 국회 본연의 정치를 찾아서 협치 시대를 열어 갈 수도 있다”고 했다. ‘국회 본연의 정치’나 ‘협치’의 궁극적 목적은 당연히 민생이어야 할 것이다.
4당 체제에서는 ‘협력의 정치’를 모색할 수밖에 없다. 새누리당이 목소리를 내기 어려워지는 것은 물론 더불어민주당의 121석도 원내 제1당으로는 결코 충분치 않다. 더구나 새누리당에서는 1차 탈당에 이어 많으면 30명 안팎의 2차 탈당마저 이야기되고 있다.
새누리당을 제외한 3당이 뜻을 모으면 국회선진화법을 돌파하는 것은 물론 개헌마저 가능하다는 뜻이다. 이념 간극이 넓지 않을 비박 신당과 국민의당의 새로운 협력도 가시화될 수 있을 것이다. 구시대적 대결 구도는 3당 체제의 종식과 함께 막을 내려야 한다. 정치권은 4당 체제의 출범과 함께 국민을 먼저 생각하는 상생의 정치 구도를 펼쳐 보이기 바란다.
[조선일보]
5. 백악관 무역委長은 FTA 반대론자, 中은 또 사드 보복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이 국가무역위원회(NTC)를 백악관에 신설키로 하고 위원장에 반(反)중국 강경론자인 피터 나바로 캘리포니아주립대 교수를 내정했다. 나바로 내정자는 '중국 위협론'을 주장하는 보호무역 매파(派)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해서도 "실패한 협상"이라며 재협상해야 한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중국은 물론 한국까지 겨냥한 트럼프 행정부의 통상 공세가 현실화되기 시작했다.
미국만이 아니다. 중국 국영기업 하나가 한국 기업과 맺은 투자 계약을 일방적으로 해지하면서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를 이유로 들고나왔다. 중국은 그동안 '한한령(限韓令·한류 규제)' 등의 비공식 보복 조치를 취해왔지만 사드 문제를 공개적으로 언급한 것은 처음이다.
지금 우리는 세계의 양대 강대국이 자국 이익을 위해 서슴지 않고 통상의 칼날을 휘두르는 현실과 마주하고 있다. 1960년대 '수출 입국(立國)'을 내걸고 개방 무역 노선을 달려온 이래 이렇게 어려운 통상 환경에 처한 적이 없다.
그런데도 통상 위기에 대처할 우리 내부 역량은 역대 최악이다. 국정 리더십 공백이 언제 끝날지 알 수 없으며 사드나 미·중 관계 등 대외 이슈에서 내분을 겪고 있다. 통상 담당 조직은 산업통상자원부의 일개 부서로 쪼그라들었고, 담당 공무원들은 전문성 부족과 무사안일주의에 빠져 있다.
그래도 미·중에 통상·외교 교섭단을 보내 오해부터 풀어야 한다. 트럼프 진영은 한·미 FTA가 미국에 손해라고 오해하고 있다. 한·미 간 자유무역은 누구에게도 일방적이지 않다. 설사 일부 불균형이 있어도 과도기일 뿐이다. 중국은 무역 보복으로 한국의 안보·군사 정책을 바꿀 수 있다는 오해를 갖고 있다.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사드는 북핵을 막기 위한 궁여지책으로서 경제보다 위에 있는 생존의 문제다. 중국 지도부의 인식을 바꾸는 데 외교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다음 대통령은 통상 문제를 국정 과제의 맨 위 순위에 올릴 필요가 있다. 환경이 너무나 급변하고 있다. 새 통상 전략을 수립하고 이를 전략적으로 집행할 조직을 만들어야 한다. 통상과 외교에서 나라의 크기는 중요하기는 해도 전부는 아니다. 싱가포르·네덜란드 같은 소국(小國)도 고도의 국가 전략을 통해 통상·외교 강국이 될 수 있었다. 관건은 정밀한 전략을 만들고 일관되게 실천하는 국가 의지다.
6. 안철수의 2018년 개헌 국민투표 제안도 주목한다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가 "개헌은 대선 공약으로 내걸어 2018년 지방선거에서 국민투표를 하는 것이 실행 가능한 합리적 방안"이라고 말했다. 이재명 성남시장과 박원순 서울시장은 앞서 아예 2020년 21대 총선 때까지로 다음 대통령 임기를 단축해서라도 개헌을 해야 한다고 했다. 비박(非朴)계 신당도 개헌에 적극적이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도 개헌 입장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제 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를 제외한 거의 모든 여야 정당과 정파가 개헌으로 국가 틀을 시급히 바꿔야 한다는 입장인 것이다.
여러 여론조사에서 국민들 60~70%가량이 개헌에 찬성한다. 최순실 사태로 시대착오적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국민이 절감했기 때문일 것이다. 이대로는 더 이상 안 된다는 확신까지 퍼지고 있다. 국민과 정치권이 모두 개헌에 찬성하는 지금이야말로 1987년 이후 30년 만에 찾아온 개헌 기회다.
개헌은 속성상 여건이 무르익었을 때 신속하게 하지 않으면 아예 없던 일이 되기 쉽다. 지금까지 여러 대통령이 개헌 공약을 했다가 권력을 잡고 나면 그 단맛에 취해 모른 척했다. 집권 여당도 누릴 만큼 누리다 힘이 떨어질 때쯤 국면 전환용으로 개헌 카드를 던지곤 했다. 지금은 대통령이 국회에서 탄핵된 상태다. 개헌을 악용할 최고 권력이 없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다시 주어지지 않을 개헌 적기라 할 수 있다. 할 수만 있다면 지금 개헌을 하고 새 대통령을 뽑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그러나 개헌 저지 의석(100석)을 쥔 민주당(121석) 주류가 반대하고 있다. 이들이 입장을 바꾸지 않으면 개헌을 추진할 수는 있어도 성사시키기는 어렵다. 헌법재판소의 탄핵 결정 시기 등 정치 일정상의 불투명성도 장애 요소다. 분권형 권력 구조라는 큰 방향의 공감대는 있지만 구체적 내용에 대한 합의를 이루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당장 개헌하는 것이 어렵다면 차선책으로 대선 주자들이 개헌 시기를 구체적으로 못박아 공약하도록 한 뒤 집권 후 도저히 번복할 수 없도록 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2018년 6월 치러질 지방선거는 재·보궐선거를 제외하고는 다음 대선 후 열리는 첫 전국 단위 선거다. 오는 1월부터 열리는 국회 개헌특위에서 만든 개헌안을 지방선거와 동시에 국민투표에 부치는 것은 무리 없는 합리적 방안으로 보인다. 다만 대통령과 여당이 또 약속을 지키지 않을 경우 탄핵에 버금갈 타격을 각오해야 하는 강제 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너 죽고 나 살자'식 무한 투쟁 정치는 이제 여기서 끝나야 한다.
[동아일보]
7. ‘주폭’에 대처 못한 대한항공, 테러범이면 어쩔 뻔했나
20일 베트남 하노이를 출발해 인천공항으로 오던 대한항공 여객기에서 술에 취한 30대 승객이 옆자리 승객과 여자 승무원들을 폭행하는 난동을 부렸다. 이 사건은 유명한 미국 팝스타 리처드 막스가 페이스북을 통해 소개하면서 비로소 알려졌다. 막스는 “혼란스럽고 위험한 상황이었는데도 여성 승무원들이 이 사이코를 어떻게 제지해야 하는지 전혀 알지도 못했고 교육도 받지 않았다”며 “나와 다른 승객들이 나서 제압했다”고 말했다. 나라 망신이 따로 없다.
여자 승무원들과 출장을 마치고 귀국하기 위해 탑승한 대한항공 남자 정비사 등이 난동 승객을 결박해 최종 제압하기까지는 한 시간이나 걸렸다. 대한항공 측은 “여승무원들이 테이저건 발사 준비를 하는 등 규정대로 적절히 대처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현장사진 분석 결과 테이저건은 아예 쏠 수도 없는 상태여서 ‘거짓 해명’ 논란에 휩싸였다.
기내 술주정을 ‘준(準)테러’로 간주하는 미국 항공사는 이 정도 난동은 대부분 5분 이내에 진압한다. 그러나 대한항공 기내에는 조종사를 빼곤 남자 승무원이 한 명도 탑승하지 않았다. 항공보안요원 탑승을 의무화한 미국처럼 우리도 보안요원 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
대한항공 조현아 전 부사장의 이른바 ‘땅콩 회항’ 사건을 계기로 올 1월부터 기내 소란행위에 대한 처벌이 강화됐으나 벌금이 500만 원에서 1000만 원으로 늘었을 뿐이다. 외국에 비하면 여전히 솜방망이 수준이다. 올 4월 부산에서 괌으로 가던 대한항공 여객기에서 술에 취해 행패를 부리던 40대 한국인 치과의사는 미국에서 징역 3년형을 받았다. 경찰은 이번 난동 승객에 대해 “술에 취해 조사가 어렵다”는 이유로 일단 불구속 입건한 뒤 귀가 조치했다. 대형 참사로 이어질 수 있는 기내 폭력과 난동은 무관용 원칙으로 엄벌해야 한다.
[매일경제]
8. SK하이닉스의 2조원대 투자 다른 기업도 따라했으면
SK하이닉스가 어제 충북 청주에 첨단 반도체 공장을 짓기 위해 2019년까지 2조20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8월 제시한 46조원 규모의 중·장기 로드맵에 따라 청주공장을 증설하는 것인데 글로벌 경기침체와 불확실성으로 기업들이 투자를 꺼리는 상황에서 나온 것이라 의미가 있다.
무엇보다 비슷한 시기에 9500억원을 투자하는 중국 우시 공장의 2배가 넘는 금액이라는 점에서 내수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SK하이닉스는 2012년 SK그룹에 편입된 이후 매년 3조~6조원대 투자를 이어오고 있는데 이는 낸드플래시 등 첨단 메모리 반도체 수요 급증에 대응하는 차원을 넘어 무섭게 추격하는 중국 후발 업체를 따돌리기 위해서도 필요하다.
문제는 SK하이닉스같이 꾸준히 국내 투자를 하는 기업이 많지 않다는 점이다. 산업은행이 3550개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올해 설비투자는 지난해보다 0.8% 감소한 179조4000억원에 그쳤다. 연초에는 182조원 이상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잡았지만 실제 실행된 투자액은 이에 미치지 못했던 것이다.
기업들이 투자를 축소하는 이유는 최근 3년 연속 2%대 저성장 기조를 이어가고 있는 데다 수출 둔화와 내수 불황이 개선될 조짐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조선과 철강 등 주요 산업의 구조조정과 가계부채 증가, 정치적 불안 등 악재가 많아 내년에도 올해 이상으로 투자를 늘리기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규제프리존법 등 기업 투자를 유도하는 정부 정책들은 탄핵 정국에 추진 동력을 잃었고 국회에서는 투자를 가로막는 반기업적 법안이 쏟아지고 있다. 미국과 일본, 유럽 각국이 투자 유치를 위해 법인세율을 낮추고 규제를 과감하게 풀고 있는 추세와 정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이다.
정세가 불안하더라도 정부와 국회는 기업 투자 활성화를 통해 저성장의 늪에서 탈출하는 데 힘을 모아야 한다. 노동시장의 고질적 고비용 구조를 개혁하고 기업 활동을 제한하는 각종 규제를 완화하거나 없애야 한다. 국내에 투자하는 기업에 대한 인센티브도 강화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SK하이닉스같이 국내에 투자하려는 기업이 많아질 것이다.
[중앙일보]
9. 일본처럼 비정규직 살리려면 노동개혁이 우선이다
일본 정부가 비정규직의 처우개선을 위한 행정지침 을 마련했다. 현재 정규직 대비 60%인 비정규직의 임금을 80%로 끌어올리는 게 골자다. 정규직과 같은 일을 하고, 업무평가가 같다면 임금과 복지수준을 동일하게 책정하는 방식을 통해서다. 일본 정부가 이런 조치를 취한 이유는 간단하다. 비정규직의 근로의욕을 높여 생산성을 끌어올리고, 그들의 호주머니를 두둑하게 해서 소비를 촉진하기 위해서다. 경제의 활력을 높이려면 고용시장의 이중구조부터 해소해야 한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한국이라고 다르지 않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격차를 없애야 한다는 목소리는 오래전부터 나왔다. 심지어 2013년 2월 비정규직 차별금지를 담은 법을 만들었다. 지침으로 시행하는 일본보다 한 발 앞선 선제조치를 취했다. 그런데도 격차는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연공서열에 따라 임금을 지급하는 호봉제 때문이다. 1~2년 단기 근무를 하는 비정규직은 호봉제의 틀에 갇혀 아무리 일을 해도 임금이 오르지 않는다. 그런데 정규직은 성과나 직무, 역할과 상관없이 해만 바뀌면 임금이 오른다. 출발이 같아도 몇 년 뒤면 격차가 벌어지고, 이걸 좁힐 수 있는 길이 없다. 이래서야 법을 아무리 잘 만들어도 무용지물이다.
문제는 임금체계를 바꾸면 정규직 중심의 노조에 불리하다는 것이다. 2000년대 초반부터 ‘동일노동 동일임금’을 강하게 주장하던 노동계가 최근 들어 그 목소리를 낮추고 있는 이유도 이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결국 정규직 노조의 솔선수범이 필요하다.
정치권도 비정규직 차별금지법이 실효를 거둘 수 있도록 노동시장의 토양을 정비해야 한다. 일본보다 뒤처져서야 되겠는가. 임금체계 개편이나 근로시간 단축, 비정규직 퇴직금 지급과 같은 노동시장 구조개혁에 당장 나서야 한다. 이는 정치적 구호나 흥정의 대상으로 삼을 사안이 아니다. 640만 명에 달하는 비정규직의 눈물을 닦고, 한국 경제의 활력을 꾀하는 출발점으로 인식해야 한다.
[경향신문]
10. 청년을 77만원 세대로 전락시키는 불평등 사회
국내 노동시장에서 비정규직·아르바이트·단시간 일자리 등은 청년층으로 채워진 지 오래다. 낮은 임금, 낮은 고용의 질, 낮은 삶의 질 등은 청년층을 지칭하는 사회적 용어가 돼 버렸다. 소득양극화와 취업난, 주거난에 시달리는 청년층은 ‘N포 세대’를 넘어 ‘부모세대보다 가난한 첫 세대’가 될 것이란 암울한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통계청이 지난 21일 내놓은 ‘가계금융·복지조사 결과’에는 청년세대가 ‘헬조선’ ‘이생망(이번 생은 망했다)’을 외칠 수밖에 없는 현실이 고스란히 반영돼 있다. 지난해 30세 미만 저소득 청년 가구(하위 20%)의 한 달 소득은 80만7000원으로 집계됐다. 취업난으로 안정적인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고 저임금 비정규직으로 내몰린 탓이다. 한때 저소득 청년층을 일컫던 ‘88만원 세대’가 ‘77만원 세대’로 대체될 시점이 머지않은 것이다.
청년 가구의 소득불평등도 심화돼 최상위 20%와 최하위 20%의 연평균 소득 격차는 9.56배에 달했다. 가계빚도 2년 새 900만원 넘게 늘었다. 더욱 심각한 것은 20대 청년층 2명 중 1명꼴로 ‘계층 이동의 사다리’가 끊겼다고 체념하고 있다는 점이다.
청년 가구의 경제난은 출산율 하락과 맞물리면서 성장 잠재력을 떨어뜨릴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도 정부는 실효성 있는 청년고용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뒷짐만 지고 있다. 박근혜 정부의 고용률 70% 정책은 시간제 일자리를 늘리는 것으로 변질됐다. 청년고용할당제는 공공기관에서 민간기업으로 확대되지 않아 ‘반쪽 대책’에 그쳤다. 내년 최저임금을 고작 7.3% 오른 시급 6470원으로 결정한 정부는 미취업 청년들에게 최장 6개월간 일정액을 지급하는 서울시와 성남시의 청년수당·배당 사업의 발목을 잡기도 했다. 무능한 정부가 보인 옹졸함의 극치다.
일본 정부는 지난 20일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기본급·상여금·수당 차별을 없애는 내용의 가이드라인을 내놨다. 일본 정부는 비정규직 임금을 정규직의 80% 수준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라고 한다. 비정규직의 저임금 문제를 해결해 경제성장의 동력으로 삼으려는 일본 정부의 노력이 부러울 따름이다. 청년세대가 꿈을 잃고, 절망의 나락으로 떨어진 나라의 미래는 기대할 게 없다. 청년세대가 광장에서 촛불을 든 것은 불평등한 사회를 바꿔보려는 간절함 때문이란 것을 정부와 정치권은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주요 신문칼럼
1. [매일신문][야고부] 독감(毒感)
과학자들은 ‘인플루엔자’를 역사상 가장 지독한 감염병으로 꼽는다. 1차 세계대전으로 죽은 사람이 대략 1천500만 명인 데 비해 1918~1920년에 유행한 ‘스페인 독감’(인플루엔자 A형 H1N1)으로 전 세계에서 약 5천만 명이 사망했다. 유럽 인구 4분의 1을 죽음으로 몰아넣은 1346~1352년 페스트 창궐이나 천연두도 가공할 감염병이지만 14세기와 20세기 인구 차이를 감안해도 인플루엔자의 위력을 짐작할 수 있다.
A형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1918년 3월 미국 시카고에서 처음 나타났다. 미국에서만 55만 명, 인도는 1천250만 명이 희생됐다. 흔히 ‘무오년(戊午年) 독감’으로 불린 이 독감에 우리도 740만여 명이 감염돼 14만여 명이 죽었다. 인플루엔자 A형의 창궐로 전 세계 인구의 약 3~6%가 목숨을 잃었다. 포화에 휩싸인 유럽에 독감까지 겹치자 참전국들은 서둘러 전쟁을 끝냈다. 결국 대포가 바이러스에 투항한 셈이다.
스페인 독감 사망자가 이렇게 많은 이유는 조류 독감 바이러스 유전자가 섞인 변종 바이러스에 취약했기 때문이다. 감기 증상을 보이다가 폐렴으로 발전해 2~3일 만에 죽는 경우도 많았다고 한다. 감염자 상당수가 손 쓸 새도 없이 사망한 것이다. 독감 예방 접종이 시작된 것도 스페인 독감이 남긴 교훈이다.
올겨울 독감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조류인플루엔자(AI)로 비상이 걸린 가운데 A형 독감 바이러스까지 급속도로 번지자 병의원마다 독감 백신 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보도다. 지난주 전국 초중고교 독감 의심 환자 수는 1천 명당 152.2명으로 2주 전보다 4배 가까이 늘어 역대 최고치다. 대구경북에서도 학생 1만6천여 명이 독감에 걸리면서 각급 학교가 조기 방학을 서두르고 있다.
감기와 독감은 전혀 별개의 질환이다. 원인부터 다르다. 대개 가볍게 앓고 지나가는 감기는 원인 바이러스가 워낙 많아 예방 백신을 만들 수도 없다. 하지만 홍역이나 콜레라, 인
플루엔자 등 ‘대중성 질병’(crowd disease)은 면역력이 떨어지는 65세 이상 노인과 6~12개월 유아에게는 치명적일 수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 전체를 공포에 몰아넣었던 메르스로 인한 최종 사망자 수는 38명이었다. 반면 매년 독감으로 인한 사망자는 최대 2천 명이 넘는 수치다. 메르스 사망자의 50배가 넘는다. 독감을 그저 독한 감기로 생각하면 큰코다친다고 의사들이 경고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2. [매일신문][매일춘추] 감각적인 인간
내 친구 K는 다른 사람과 같은 방에서 잠자는 일이 없다. 자기 귀 때문이다. 함께 자는 사람의 코골이가 문제인 것도 아니고, 또 이를 가는 소리 때문도 아니다. 그는 옆 사람의 숨소리 때문에 잠자리에 들기가 어렵다고 하소연한다. 쥐의 귀를 가졌다고나 할까? 이런 그를 주위에서는 별나다고 한다. 다른 친구 P도 있다. 그는 귀가 아니라 유난히 발달한 눈썰미 때문에 주변 사람들로부터 찬사도 받으면서 별나다는 말도 함께 듣는다.
두 친구는 좀 극단적인 사례에 들 것이다. 하지만 사람마다 감각 기관의 발달 정도는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그런데 감각이 좀 예민한 사람들에 대해 우리는 그저 별나다고 할 뿐이다. 실은 대부분의 예술가는 이런 차별화된 감각 기능 덕분에 그들의 재능을 도드라지게 드러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나는 이런 별난 사람들을 좋은 친구라고 생각한다. 그들이 나의 아둔한 감각을 보충해주기 때문이다.
얼마 전 일이다. K를 데리고 무용 공연에 갔다. 공연이 강조하는 것은 음악과 소리라서 귀가 예민한 그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작품 속에서 특별한 언어를 갖지 않은 소리를 출연자가 표현할 때 나는 잘 알아듣지 못한다. 그런데 K는 그 소리를 놓치지 않고 들은 다음 일일이 해석해 내게 설명을 해 준다.
몇 년 전 P와 함께 관람한 공연에서도 마찬가지였다. P는 공연 내내 출연자들의 몸동작을 보며, 가령 곡선 위주로 표현하는 출연진과 직선 위주로 표현하는 출연진을 구분해 그들이 보여주는 세세한 동작들을 분석해줬다. 더 나아가 그들이 어떤 감정을 표현하는지 해석해줬다. 게다가 내 전공이라고 늘 자부심을 가져 온 의상 색깔과 질감에 대해서도 ‘매의 눈’으로 느낌과 의미를 분석해냈다.
최근에서야 나는 무용복을 디자인하고 재단을 할 때 시각 및 청각적 느낌을 어떻게 살릴지 고민한다. 참 재미있는 작업이다. 그러면서 언제부터인가 조지훈의 시 ‘승무’의 느낌은 물론, 김광균의 시 ‘설야’의 ‘머언 곳에 여인의 옷 벗는 소리’라는 시구의 느낌도 채취한다.
내가 만약 K나 P처럼 예민해진다면 오히려 생활을 하는 데 불편해하지는 않을까 하는 상상을 해 보기도 한다. 그러나 내 고객들을 위해 보다 나은 무용복을 만들 수만 있다면, 그런 불편은 감수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한다. 그러면서 혼자 있는 시간이면 눈을 감고, 천의 종류에 따라 어떤 청각적 느낌을 낼 수 있는지 생각하며, 손으로 직접 천을 비벼보기도 한다.
이런 ‘감각적인 인간’, 확실히 매력적이다. 만약 숨소리를 음악으로 들려주고 또 들을 수 있다면, 사랑이 싹틀 수도 있지 않을까?
3. [서울신문][길섶에서] 동묘 벼룩시장/박홍환 논설위원
처음엔 무슨 대단한 보물찾기를 하거나 길에 뿌려진 임자 없는 돈을 경쟁적으로 줍기라도 하는 줄 알았다. 사람들이 머리를 처박고 무엇인가를 찾는 모습이 흡사 그러했다. 서울 동묘 담벼락 밑에서 비라도 오지 않는 한 매일같이 펼쳐지는 풍경이다. 수북하게 쌓아 놓은 헌 옷더미 속에서 취향대로 골라 한 장에 단돈 1000원. 옷가지들이 헤쳐질 때마다 묵은 먼지가 폴폴 인다.
동묘 벼룩시장에서는 삶의 무게가 고스란히 느껴진다.
번쩍이는 네온사인도, 화려한 간판도 없이 남루한 좌판들뿐이지만 오후만 되면 어김없이 사람들이 꾸역꾸역 모여든다. 세월의 흔적이 역력한 손때와 먼지의 속 사연을 들춰내며 ‘득템’을 기대하는 이들이다. 어느 여인이 ‘폼나게’ 입었을 티셔츠는 구겨진 채 나뒹굴고 있다. 뒷굽이 반쯤 닳아 버린 구두는 어느 집 가장의 딱딱해진 발바닥을 감쌌을 것이다. 찌그러진 양은 냄비는 뚜껑조차 사라졌다.
온 국민이 7년 이상 입고도 남을 재고 의류가 창고마다 가득 차 있으니 이만한 ‘풍요의 시대’가 또 있을까 싶다. 그런데도 동묘 벼룩시장은 어제처럼 오늘도 인산인해다. 지갑은 너무 가볍고, 그래서 삶은 더욱 무겁다.
4. [세계일보][이태형의우주여행] ‘베들레헴의 별’ 정말 있었을까
1년 중 어린이들이 가장 기다리는 날 중 하루가 바로 성탄절일 것이다. 나이가 들어 산타의 존재를 믿지 않는 사람도 밝고 정의로운 세상을 기대하며 예수가 탄생한 성탄절을 기념한다.
예수의 탄생과 관련돼 가장 잘 알려진 것 중 하나가 바로 ‘베들레헴의 별’이다. 사실 ‘베들레헴의 별’이 실제로 존재했는지, 아니면 종교적인 상징물로 만들어졌는지는 정확하게 알 수 없다. 하지만 예수의 탄생 시기를 추정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단서 중의 하나가 베들레헴의 별이기 때문에 오랜 세월 동안 사람들은 이 별을 찾아내려고 노력했다.
‘베들레헴의 별’은 평소에 볼 수 없는 매우 특별하고 밝은 별일 것이라는 게 많은 사람들의 의견이다. 가장 가능성이 높은 것이 행성들이 모이는 현상이다. 최초로 이런 주장을 펼친 사람은 17세기 독일의 천문학자 요하네스 케플러였다. 그는 BC 7세기에 목성과 토성이 달 지름 두 배 정도로 가까이 접근한 현상을 ‘베들레헴의 별’이라고 주장했다. 현대의 천문학자들은 대부분 여기에 동의하지 않는다. 목성과 토성의 접근은 약 12년에 한 번씩 나타나는 일반적인 현상이기 때문이다.
해와 달을 빼고 밤하늘에서 가장 밝게 빛나는 천체가 바로 금성이다. 금성의 밝기는 1등성이라고 불리는 가장 밝은 별보다도 무려 100배 이상 밝다. 그다음으로 밝은 천체는 목성이다. 목성도 1등성보다 10배 이상 밝다. 결국 금성과 목성이 같이 나란히 보인다면 그것만큼 더 화려하고 멋진 장관도 없을 것이다. 필자가 생각하는 가장 그럴듯한 ‘베들레헴의 별’ 후보도 바로 이 현상이다. BC 1년 6월 17일 저녁에 그런 일이 있었다. 이날 금성과 목성은 달 지름보다 가까이 접근했다. 그리고 그 두 행성이 보이는 위치는 바로 서쪽 하늘이었다. 동방 박사들이 페르시아 지역에서 두 행성이 모이는 것을 보고 출발했다면 당연히 서쪽으로 가야 했을 것이다.
가장 그럴듯한 현상이 목성과 금성의 만남이지만, 이 현상이 맞다고 해도 결국 시간이 지나면서 두 별은 서로 멀어졌고, 결국 동방 박사가 따라 간 별은 더 밝은 금성일 수밖에 없다. 물론 이 경우에도 예루살렘에 도착한 후 그보다 남쪽으로 7㎞나 떨어진 베들레헴까지는 금성이 인도할 수 없다. 하지만 동방 박사들은 천문학에 조예가 깊은 전문가들이었다. 그해 가을 두 행성은 다시 새벽하늘에서 만나게 되고, 그 이후 목성은 새벽녘 남쪽 하늘에서 볼 수 있었다. 예루살렘에서 베들레헴까지 목성을 따라 갔다면 충분히 가능한 이야기이다.
이외에 ‘베들레헴의 별’이 헬리혜성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물론 아주 밝은 혜성이 나타났다면 무척 장관이었고, 눈에 띄었을 것이다. 하지만 당시만 해도 혜성은 천체가 아니라 단순한 대기 현상으로 알려져 있었다. 또한 혜성의 등장은 매우 불길한 징조로 여겨졌기에 혜성을 예수의 탄생 징조로 보지는 않았을 것이다.
지금 와서 예수의 탄생을 알렸던 ‘베들레헴의 별’이 어느 별이었는지를 정확히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올 성탄절 저녁에는 서쪽 하늘에서 가장 밝게 빛나는 금성을 볼 수 있다. 세상을 밝히는 ‘베들레헴의 별’이 다시 뜨길 기대하는 마음으로 금성을 찾아보면 어떨까?
5. [한국일보][기억할 오늘] 일제 전범 사형
도쿄 전범재판이라 불리는 극동국제군사재판의 A급 전범으로 사형을 선고 받은 7명 교수형이 1948년 12월 23일 오전 0시 1분부터 34분간 도쿄 스가모(현 히가시이케부쿠로) 형무소에서 집행됐다.
도조 히데키(東條英機ㆍ당시 64세). 관동군 참모장을 지낸 일본 육군 대장으로 전시 내각 총리와 외무 문부 상공 군수대신을 겸직하며 진주만 공습 등 전쟁 전반을 지휘했다. “살아 포로가 되는 치욕을 당하지 말라”는 전진훈(戰陣訓)을 만들었던 그는 패전 직후 권총 자살을 시도했지만 실패, 병원에서 체포됐다.
도이하라 겐지(土肥原 賢二ㆍ65세). 중국 베이징 텐진 등지서 특무기관장을 역임하며 주로 정보ㆍ공작 업무를 맡았고, 만주사변의 원인이 된 펑텐(奉天)사건을 배후 조종했다. ‘만주의 로렌스’라는 별명으로 불린 육군 대장으로 싱가포르 제7방면군 사령관도 지냈다.
히로타 고키(廣田 弘毅ㆍ70세). 교수형을 선고 받은 유일한 문관. 도쿄제국대학 법학부를 나와 외무대신과 총리를 지낸 일본 귀족(남작)이다.
이타가키 세이시로(板垣 征四郞ㆍ63). 육군 대장. 관동군 참모장으로 만주사변을 주도했다. 조선군 사령관을 맡기도 했다.
기무라 헤이타로(木村兵太郞ㆍ60세). 육군 대장으로 만주 사령관 버마방면군 사령관 등을 역임했다. 버마 철도를 건설하며 주민 수십 만 명을 학살, ‘버마의 도살자’라 불렸다. 말년에는 육군장관을 지냈다.
마쓰이 이와네(松井 石根ㆍ70세). 상하이 파견군 사령관 하얼빈 특무기관장을 지낸 육군 대장. 난징 공격은 주도했으나 난징대학살 당시 와병 중이었고 이후 실상을 전해 듣고 황군의 불명예라며 부하를 꾸짖었다지만, 그가 책임자였다.
무토 아키라(武藤 章ㆍ56세). 유일하게 중장 계급으로 사형을 선고 받았다. 이와네 휘하의 부참모장으로 난징대학살을 실질적으로 지휘했다. 44년 필리핀 제14방면군 참모장으로 있다가 종전을 맞아 필리핀에서 압송되었다.
미군은 전범들의 시체를 화장, 유골을 도쿄만에 버렸지만 한 변호사가 그 일부를 빼돌려 인근 사찰에 맡겨 매장했다고 알려져 있다. 일본은 1978년 처형된 전범 7명과 옥사한 7명을 야스쿠니 신사에 합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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