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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자료는 교육용으로 쓰기 위해 올리는 자료로 상업적 목적은 없으며 선정된 사실의 정치적 성향은 블로그 운영성향과 무관합니다.
주요 신문사설
[이데일리]
1. 치솟는 생활물가 깊어지는 서민 시름
오랜 경기침체로 실질소득은 뒷걸음질인데 생활물가는 치솟고 있어 서민들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 정국의 와중에 맥주, 라면, 빵, 콜라, 과자 등 서민이 즐겨 찾는 식품 가격이 줄줄이 올랐다. 여기에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여파로 ‘계란 대란’이 겹치고 작황부진으로 당근, 양배추 등 채소가격도 뛰었다. 설상가상으로 도시가스, 시내버스, 상·하수도 등 공공요금도 들썩이고 있다.
하이트진로는 27일부터 맥주 출고가격을 평균 6.3% 올린다. 오비맥주는 이미 지난달에 평균 6% 인상했다. 농심은 20일부터 18개 라면의 권장소비자가격을 평균 5.5% 올렸다. 파리바게뜨는 이달 초 빵값을 평균 6.6% 인상했고 스낵류 등 과자값도 지난 7월부터 많게는 11.4% 올랐다.
AI 확산에 계란값도 천정부지다. 1판(30알) 가격이 7000원선으로 불과 2주 사이 17%나 뛰었다. 당근, 양배추, 무 등 월동채소가격도 작황부진으로 1년 전보다 평균 20% 올랐다. 서민을 울리는 것은 ‘장바구니 물가’ 뿐만이 아니다. 내년 1월부터 도시가스 난방 요금과 서울, 부산, 대구 등 지자체 시내버스, 상·하수도 등 공공요금도 인상될 것이라고 한다. 국제유가와 원화 환율 상승으로 수입 물가도 오를 전망이다.
통계청의 가계동향에 따르면 3분기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444만5000원으로 1년 전보다 0.7% 증가했다. 하지만 물가 상승률을 감안한 실질소득은 되레 0.1% 줄었다. 미국 기준금리 인상 영향으로 국내 시중 금리는 오름세다. 가계부채 이자 부담이 커지면 생활고는 더 심해질 수밖에 없다. 구조조정으로 실업대란이 우려되는 데다 내년 경제도 어렵다고 한다. 이래저래 서민들은 죽을 판이다.
탄핵 정국 혼란 속에 정부 관리가 느슨해진 틈을 타 ‘서민 물가’를 올리는 행태를 그냥 놔둬선 안 된다. 정부는 잇단 인상 행렬에 가격 담합은 없었는지, 유통과정에서 매점매석 행위는 없는지 등을 철저히 조사해 생활물가 고삐를 잡아야 한다. 공공요금도 관련 기관 및 지자체와 협의해 인상을 최대한 자제하도록 해야 한다. 설령 요금을 올리더라도 시기와 폭을 조절해 서민 부담을 줄이는 방안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2. 국가재정 멍드는데 '추경'만 바라봐서야
중앙·지방정부와 비금융공기업 빚을 더한 공공부문 부채가 사상 최초로 1000조원을 돌파해 국가재정 상황에 빨간 불이 켜졌다. 기획재정부 자료에 따르면 공공부문 부채는 지난해 말 1003조5000억원을 넘어 전년보다 무려 46조2000억원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가계빚이 1300조원으로 눈덩이처럼 불어나 가뜩이나 안 좋은 우리 경제를 짓누르고 있는 가운데 공공부채마저 급증해 국가, 공기업, 가계를 가릴 것 없이 모든 경제주체가 빚더미 위에 올라앉은 모습이다.
그러나 부채 급증에 대한 정부 인식은 안이하기 짝이 없다. 공공부채 증가 속도가 둔화했고 국내총생산(GDP) 대비 공공부채 비율이 64.5%에서 64.4%로 감소해 재정건전성이 양호하다는 게 정부측 설명이다. 그러나 실질 경제성장률에 물가상승률을 반영한 경상 성장률이 3%대였지만 공공부문 부채는 경상 성장률보다 3배나 빠른 속도로 늘어난 그냥 지나치기엔 문제가 심각하다.
문제는 나랏빚이 더 늘어날 것이라는 점이다. 정부와 여당인 새누리당이 추가경정 예산안을 내년 2월까지 편성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한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재정적자를 감수하고라도 대규모 추경 예산안을 짜겠다는 얘기다. 그러나 대통령 탄핵 등 정국이 어수선한 가운데 정치권이 추경 카드를 다시 만지작거리는 것은 이해하기 쉽지 않다. 경기가 어려운 것과 추경을 편성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추경이 왜 필요하고 법률상 추경 편성 요건에 해당하는지 등에 대한 진지한 고민 없이 나랏돈부터 풀자는 생각은 다소 무책임한 처사다.
만일 정부가 대통령 선거가 있는 내년에 선심성 사업을 펼칠 생각이라면 이는 미래세대에 부담만 주고 나랏빚만 늘리는 꼴이 된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등 나라 안팎의 경제여건이 녹록치 않은 가운데 정부가 재정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할 경우 우리 경제는 더욱 어려운 처지에 놓이게 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지금 필요한 조치는 나랏돈만 풀기 보다는 내수와 수출을 살리고 일자리를 더 늘려 경제 주체들이 빚을 갚아 나갈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경제 체질을 개선하기 위해 고강도의 구조개혁과 구조조정도 함께 펼쳐나가야 한다는 얘기다.
[서울신문]
3. 한반도 비핵화 위협하는 미·러의 핵 경쟁
미국과 러시아의 지도자들이 경쟁적으로 핵무기 강화 의지를 밝히고 있어 파장이 크다. 핵무기 확산을 억제해 세계 평화와 안전을 담보해야 한다는 국제적 공감대에 정면으로 역행하는 것이다. 파장이 만만치 않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자는 “미국은 세계가 핵무기에 대한 분별력을 갖게 되는 시점까지는 핵 능력을 큰 폭으로 강화하고 확장해야 한다”고 했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역시 최근 국방 관련 연설에서 “전략 핵무기 부대의 전투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두 지도자의 발언은 핵 정책을 둘러싸고 미국과 러시아의 기싸움 성격도 있지만 핵무기 확산을 억제해 세계 평화와 안전을 확보하려는 그간의 국제적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것이라 걱정이 크다. 전 세계 핵무기의 90%를 보유한 두 나라의 핵 증강 정책이 현실화될 경우 전 지구적인 핵 경쟁 현상은 걷잡을 수 없게 된다.
최근 ‘하나의 중국’ 원칙을 둘러싼 미·중 간 힘겨루기가 진행되면서 중국은 항공모함을 서해에 이어 서태평양까지 진출시키며 무력시위에 나서고 있다. 남중국해를 비롯해 곳곳에서 충돌하고 있는 미국과 중국 간 대결의 에너지가 높아지는 형국에서 핵무기 강화론은 중국을 자극할 소지가 다분하다. 중국이 세력 균형을 이유로 핵무기와 대륙간 탄도미사일 개발에 나설 경우 사태는 꼬이게 된다. 북핵 위협에 노출된 한국과 일본 역시 핵무장을 강요하는 국내적 압박에 직면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한반도는 물론 동북아 전체가 냉전시대보다 훨씬 참혹한 핵 군비경쟁에 휩싸일 수 있다는 의미다.
더 큰 우려는 미국과 러시아의 핵 경쟁은 핵 능력 고도화에 나선 북한에 숨통을 열어 주면서 자칫 면죄부를 줄 수도 있다는 점이다. 미국과 러시아가 핵 경쟁에 나선 상황에서 북핵 문제 해결 의지는 후순위로 밀릴 수밖에 없고 미국의 대중 포위전략에 맞서 북한을 전략적 자산으로 여기는 중국 역시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의지가 약해질 것이 뻔하다. 그 때문에 핵무기 개발과 확대를 규제하기 위한 국제적 노력에 역행하는, 미국과 러시아의 핵무기 강화론은 분명히 잘못된 것이다. 한국을 비롯해 전 세계가 결연하게 반대해야 하는 이유다.
우리는 기존 질서를 뒤흔드는 외교·안보 환경에 직면해 있다. 한·미 동맹과 4강 외교에 안주해 온 우리에게 작금의 국제정세는 분명히 위기다. 더 창의적인 시각에서 새로운 국제환경에 맞는 국익 극대화 전략이 시급하다.
4. 최순실 일가 불법 재산 환수법 통과시켜야
최순실씨 일가의 재산을 환수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은 가운데 특검이 최씨의 해외 재산 추적에 나섰다. 최씨 국정농단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특별검사팀은 지난주 최씨 일가의 국내외 재산 형성 과정을 추적하기 위해 별도 전담팀을 발족했다고 밝혔다.
재산추적팀은 최씨와 박근혜 대통령 사이의 금전거래 내역은 물론 독일에 은닉한 것으로 추정되는 해외 재산 조성 과정 등에 대해 수사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과는 별도로 독일 헤센주 검찰도 최씨 관련 회사의 돈세탁 의혹을 추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씨의 재산 규모와 재산 형성 과정은 여전히 베일에 가려져 있다. 최씨 일가의 재산이 급격히 늘어난 것은 최씨의 아버지 최태민씨가 구국봉사단 총재로 박 대통령과 자주 접촉하던 1970년대 중·후반부터로 알려졌다.
특히 1990년대 박 대통령이 육영재단 이사장으로 있던 시절 재단 자금을 빼돌렸을 것이라는 혐의도 받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1979년 10·26 이후 박정희 전 대통령 관저에 있던 현재 가치 2000억~3000억원 규모의 재산을 박 대통령이 최태민에게 넘겼고, 그 돈이 종잣돈이 됐을 것으로 추정하기도 한다. 최씨 일가의 재산 규모는 알려진 몇 천억원이 아니라 최고 10조원이라는 설까지 나오고 있다.
특검은 먼저 최씨 일가의 차명 재산을 포함한 모든 재산을 파악하고 재산 형성 과정을 낱낱이 밝혀야 한다. 최씨가 적법한 절차를 밟지 않고 국내 재산을 해외로 빼돌렸다면 이는 몰수나 추징도 가능하다. 해외로 빼돌린 자금이 국내에 신고된 적이 없다면 탈세 혐의도 적용할 수 있다. 국내 재산이 공직자나 공익재단 등을 통해 형성한 것이라면 배임이나 횡령 혐의를 적용할 수 있다. 하지만 재산 형성 시기가 오래전이라면 특별법을 제정하지 않으면 추징은 불가능하다. 이에 따라 새누리당 출신 심재철 국회 부의장이 최근 최순실 특별법을 발의했다.
이에 앞서 국민의당은 ‘민주헌정침해행위자의 부정축적재산 환수에 관한 특별법’ 제정안을 국회에 제출하는 등 특별법 제정 움직임이 본격적으로 일고 있다. 박 대통령의 재산과 최씨 일가의 재산을 구분해 내는 일도 중요하다.
현재까지 드러난 정황에 비추어 박 대통령은 자신의 모든 금전 관리를 최씨에게 맡겼을 가능성이 크다. 재산을 관리하는 과정에서 부정이 개입했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최씨가 대통령의 옷이나 가방을 살 때도, 미용시술비를 지불할 때도 한꺼번에 수천만원을 현금으로 결제하는 등 주로 현금을 사용했다고 한다. 이는 자금 출처와 사용처를 숨겨야만 하는 특별한 사정이 있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뇌물을 받았거나 부정한 방법으로 모은 재산은 반드시 추징해야 한다. 전두환추징법처럼 적용할 법이 없다면 제정을 해서라도 단죄해야 국정 농단의 악순환을 끊을 수 있을 것이다.
[조선일보]
5. '北 대선 前 6·7차 핵실험', 누가 어떻게 대처하나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 공사의 국회 증언에 따르면, 지난 5월 김정은은 파키스탄·인도 식으로 핵 보유국 지위를 인정받은 뒤 대화를 재개해 문제를 풀 것이라고 말했다 한다. 이를 위해 한국 대통령선거 전에 6·7차 핵실험을 할 테니 준비하라는 공문을 해외 공관에 보냈다고도 한다. 김정은이 핵전략을 내년 한국 대선에 맞추고 있다는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으로 대선이 내년 상반기로 앞당겨질 경우, 북한의 추가 핵 도발이 앞으로 수개월 내에 벌어질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런데 이런 북을 억제해야 할 국제사회에서 예기치 못한 이상 징후가 겹쳐 일어나고 있다. 지난주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전략 핵무기 부대의 전투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하자,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이 즉각 "핵 능력을 큰 폭으로 강화하고 확장해야 한다"고 맞받았다. 전 세계가 두 지도자의 발언에 놀라자 측근들이 진화에 나섰지만 그 파장은 결코 무시할 수 없다. 미·러도 가입한 핵확산금지조약(NPT)은 핵 보유를 인정받은 5개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도 핵을 줄이는 노력을 하도록 했다. 미·러 두 나라의 '핵 능력 고도화'는 이런 시대 흐름에 역행하는 것으로 NPT 정신을 근본적으로 훼손하는 것이다.
미·러 핵 경쟁 재연이라는 난데없는 사태가 벌어지면 북의 핵 도발에 대한 국제사회의 억제가 이완될 수밖에 없다. 당장 북핵을 제재하는 기반이 됐던 NPT 체제의 실효성과 정당성에 의문이 제기될 가능성이 있다. 핵 보유국 지위를 노리는 김정은에게 날개를 달아줄지도 모른다. 미·러의 이런 입장은 중국을 자극함으로써 핵 도미노 상황이 발생해 북핵은 후순위로 밀려날 수 있다. 이 와중에 중국이 북을 전략적으로 필요한 자산으로 보는 입장을 더 강화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만에 하나 김정은이 원하는 대로 북이 인도·파키스탄처럼 사실상 핵 보유국으로 인정받게 되면 미·북 간 평화협정과 한·미 동맹 종료 논의 대두 등 한반도 정세는 격변 속으로 들어가게 된다. 그 지각 변동 속에서 대한민국은 종속 변수를 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북이 우리 대선을 핵 도발의 기회로 삼으려는 것은 그때가 우리의 취약 시기이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정상적 선거가 아닐 가능성까지 높다. 북이 내년 초 잇달아 6·7차 핵실험을 감행한 후 전격적으로 핵 모라토리엄(동결)을 선언하며 미국과 협상에 나설 경우엔 어떻게 할 것인가. 사실상 정부 공백 상태에서 미증유의 외교·안보 재난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일단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중심으로 청와대 국가안보실·국정원·외교부·국방부가 사명감을 갖고 최선을 다하는 수밖에 없다. 관가(官街)마저 나태에 빠져 있다고 하지만 이 외교·안보 부처들만큼은 예외가 돼야 한다.
6. 이러다 평창올림픽 국제 망신·재앙 된다
개막을 1년 2개월 앞둔 평창 동계올림픽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최순실씨 주변 인물들이 올림픽을 표적으로 삼아 이권을 노린 정황이 드러나면서 국민적 관심과 지지가 싸늘하게 식고 있다. 1년밖에 남지 않은 올림픽이 화제조차 되지 않고 있다. 얼마 전 열린 일부 비인기 종목의 테스트 이벤트 입장권 예매율은 20%도 안 됐다고 한다.
정부와 기업의 관심도 크게 떨어져 있다. 조직위원장은 대통령 눈 밖에 나 갑자기 경질됐다. 주무 부서인 문화체육관광부는 최씨 사건 늪에 빠져 있고 이 사건에 덴 여러 기업도 후원 계약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고 한다. 올림픽 운영 예산 2조8000억원 중 4000억원은 어떻게 마련할지 계획조차 못 세웠다고 한다. 심지어 올림픽 운영비 관리와 입장권 판매 업무를 담당할 주거래은행도 아직 찾지 못하고 있다.
몇 달 후면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 개막식 시나리오를 제출해야 하는데 현장을 지휘할 총연출자는 공석이다. 문화·환경 올림픽을 외치고 있지만 그에 걸맞은 변변한 콘텐츠 하나 없다. 이대로 가다가는 최악 올림픽의 오명을 쓰고 국제 망신을 사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온다.
경기장 사후 활용 계획도 갈팡질팡하고 있다. 애초 강릉스피드스케이팅장(건설비 1264억원)과 강릉하키센터(1064억원)는 막대한 건설비가 들지만 사후 효용성이 적어 올림픽이 끝나면 철거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올해 초 돌연 존치하는 것으로 입장이 바뀌었다. 최씨 조카 장시호 구상이란 말이 파다했는데 이제는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른다. 올림픽 이후 해마다 수십억원 적자가 쌓일 것이라고 한다. 평창올림픽 개최는 되돌릴 수 없다. 그러나 이대로 가면 재앙이 될 수 있다.
[세계일보]
7. 개혁 간판 밑의 포퓰리즘 경쟁 경계한다
여야가 어제 성탄절을 맞아 달콤한 말(감언)들을 쏟아냈다. 새누리당 김성원 대변인은 “정치권이 국민을 위한 희망의 산타가 될 수 있기를 고대한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기동민 원내대변인은 “새롭고 정의로운 나라를 건설하라는 광장의 주문”을 말했다. 새해가 눈앞이다. 앞으로 대선 기류는 더 거세지고, 감언 경쟁은 더 치열해질 것이다.
어제 화두는 성탄절이었지만 요즘 상시적인 화두는 ‘개혁’이다. 개혁을 앞세운 정치권의 감언 경쟁도 불을 뿜는다. 민주당은 최근 1월부터 검찰·재벌 개혁 드라이브를 걸어 2월 국회 때 관련 법안을 처리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새누리당 분당과 함께 원내 1당에 올라서고 대선 기호 1번도 되는 민주당부터 개혁 깃발을 흔들며 흥행에 나서는 것이다. 비박계는 새 당명을 아예 ‘개혁보수신당’(가칭)으로 정했다. 대선 잠룡들 또한 각종 개혁 간판을 내걸고 있다.
고인 물은 썩는다. 국가 사회도 그렇다. 물을 잘 흐르게, 썩지 않게 하는 개혁에 반대할 사람은 없다. 하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포퓰리즘 경쟁인 사례가 수두룩하다. 명(名)과 실(實)이 다른 것이다. 민주당이 얼마 전 내놓은 ‘촛불시민혁명 12대 입법·정책과제’도 예외인지 의문이다. 기업 출연금으로 기금 1조원을 조성해 농어민을 지원한다는 법안 등에 대해선 당 내부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쏟아진다. 누가 봐도 바람직한 제안이라면 이렇게 될 까닭이 없다. 지나가는 소가 웃을 ‘무늬만 개혁’ 사례가 너무도 많다.
근래 자주 거론되는 ‘기본소득제’도 같은 범주다. 이 제도는 혁명적이다. 소득 수준과 근로 여부에 관계없이 모든 국민에게 일정액을 지급하는 새 분배체계를 뜻하기 때문이다. 기존 조세·복지 시스템을 전면 재조정하지 않고서는 도입할 길도 없다. 범사회적인 중장기 논의를 요하는 사안인 것이다. 그런데도 경솔하게 거론하는 경향이 있다. 만약 차기 대선가도에 기본소득제가 본격 등장하고, 유권자 주목까지 받는다면 차기 선거는 포퓰리즘 광풍으로 뒤덮일 수밖에 없다. 기본소득제만이 아니라 다른 ‘퍼주기 공약’들도 앞다퉈 나올 것이다. 이래서는 안 된다. 기본소득제 찬성론자들은 적어도 차기 대선 전에는 자중할 필요가 있다.
개혁을 말하기는 쉽다. 지상낙원을 말하는 것도 어렵지 않다. 문제는 공허한 약속이 국가와 민생을 지켜주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지옥으로 가는 길은 선의로 포장돼 있다’는 경구를 거듭 되새겨야 한다.
[중앙일보]
8. 너무 빠른 원화 값 하락, 위기관리 허점 없어야
원화가치 하락세가 심상치 않다. 지난 주말 달러당 1203원까지 떨어져 심리적 저지선인 1200원이 무너졌다. 지난 3월 이후 9개월 만의 최저치다. 하락 속도 역시 심상치 않다. 지난 14일부터 8거래일 새 36원이나 떨어졌다. 트럼프 당선과 미국 금리 인상에 따른 달러 강세 여파다.
다행히 원화가치 하락의 영향은 아직 제한적이다. 11월 증권·채권 시장에서 3조원 가까이 빠져나갔던 외국인 투자자금은 미국 금리 인상 이후 오히려 순증세로 돌아섰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도 이달 기준금리를 동결하며 “풍부한 외환유동성과 외환보유액 등으로 대외 건전성이 양호해 당장 급격한 자본 유출을 우려할 상황은 아니다”고 진단했다.
하지만 방심은 금물이다. 환율은 소규모 개방경제인 한국 경제의 체력을 상징한다. 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모두 외환시장을 통해 파장이 증폭됐다. 더구나 달러 강세는 이제 시작일 뿐이다. 미국 기준금리는 내년에 많게는 세 차례까지 인상될 전망이다.
트럼프 당선 이후 자국 우선주의와 보호무역 움직임도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이는 원화가치 하락 압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당장 국내외 증권사들은 내년 4분기 달러당 원화 값이 1300원까지 떨어질 것으로 내다본다. 채권 금리는 이미 임계점에 근접했다. 이달 들어 미국 10년 및 5년물 국채 금리가 한국보다 높아졌다. 시장에선 미국이 한 차례만 더 금리를 올려도 ‘외국인 자금 엑소더스’가 벌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빈틈 없는 위기 관리가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생산·소비·투자가 모두 얼어붙은 가운데 탄핵으로 국가 리더십에도 공백이 생겼다. 원화 값·유가와 같은 변수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 악영향이 커지고 전체 경제의 안정성이 흔들릴 수 있다. 최근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와 피치 같은 국제신용평가사들은 “한국의 국가 신용등급을 조정할 계획이 없다”면서도 “정치적 불확실성이 경제에 부정적”이라고 지적했다. 그 불확실성을 최소화할 책임이 정부와 여야 정치권 모두에게 있다.
[매일경제]
9. 黃대행, CEO 비어있는 공공기관 인사하는게 맞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조만간 신임 기업은행장을 임명할 예정이라고 한다. 금융위원회가 지난 23일 권선주 현 행장의 후임으로 김도진 기업은행 부행장을 기업은행장으로 임명제청한 데 따른 것이다. 국책 은행장은 대통령이 임명하는 자리이니 황 권한대행이 임명권을 행사하는 게 당연하다. 하지만 야당이 황 권한대행의 인사권 행사에 또 반발하고 나서 논란이 예상된다.
황 권한대행은 지난 16일 한국마사회장에 이양호 전 농촌진흥청장을 임명하면서 첫 인사권을 행사했는데 이때도 야권은 "대통령 행세를 한다"며 강하게 질타했다. 하지만 지난 9일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되면서 황 총리가 권한대행이 된 이상 대통령 역할을 하는 것은 이상할 게 없다. 야당이 '대통령 코스프레' 운운하며 황 권한대행의 행보에 사사건건 트집을 잡는 것이 되레 이상하다. 특히 임기 중인 공공기관장을 갈아치운 게 아니라 공석이 된 CEO 자리를 채우는 인사를 한 것은 국정 공백 최소화를 위해 필요한 조치다.
현재 CEO 임기가 끝났거나 만료를 앞둔 공공기관은 한국도로공사, 한국무역공사 등 20여 곳에 달한다. 기관장의 공백이 장기화될 경우 조직의 기강 해이, 사업 차질 등 부작용이 속출할 수밖에 없다. 황 권한대행은 "공공기관장 인사는 반드시 필요한 경우 법령 등의 정해진 절차에 따라 공정하게 실시하도록 하겠다"고 했는데 탄핵 정국의 느슨해진 공공기관 직원들의 기강을 잡기 위해서라도 밀고 나가야 한다. 2004년 고건 대통령 권한대행도 감사원 감사위원 등 차관급 4명, 한국수출보험공사 사장을 비롯해 공공기관장 4명의 인사를 단행했다.
야권은 국회와의 협치, 낙하산 투입 우려 등을 들며 인사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결정 까지 무작정 공공기관 기관장 인사를 미루는 것은 국정 혼란을 방치하는 것과 같다. 야당은 황 권한대행이 산적한 국정 현안에서 손을 떼고 아무것도 하지 않기를 바라는 것인가.
최근 황 권한대행을 국회 대정부질문에 출석하라고 압박해놓고 막말을 쏟아부은 국회의원들이다. 황 권한대행에게 협치를 요구하면서도 여야 지도부의 갈등으로 '여야정협의체'조차 구성하지 못하고 있는 게 지금의 국회다. 그러면서 황 권한대행의 국정수행에 딴지를 거는 것은 실로 무책임하다.
[경향신문]
10. 여론 지배하는 네이버, 그 네이버를 통제하는 권력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가 지난 19일 네이버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해 놀라운 사실을 공개했다. “네이버가 정부의 요구에 의해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실검)를 제외할 수 있다는 지침을 가지고 있다”고 발표한 것이다. 그동안 ‘실검 조작’ 논란이 끊이지 않았고 그때마다 네이버는 실검 순위를 인위적으로 조정하지 않는다고 말해왔다.
네이버는 국내 최대의 검색 업체인 동시에 사실상 최대의 언론기관이다. 유·무선시장 조사기관인 코리안클릭에 따르면 지난 6월 현재 네이버의 검색 점유율은 74.4%에 달한다. 절대적인 점유율을 가진 ‘공룡 포털’이다. 뉴스 인터넷기사의 이용자 점유율도 55.4%에 이른다. 시민 다수가 네이버로 검색을 하고 뉴스를 소비하고 있는 것이다. 네이버는 단순 기사 전달자를 넘어 편집, 배포라는 언론의 기능을 하는 셈이다. 그렇다면 절대적인 영향력에 걸맞은 객관성과 공정성이 담보돼야 한다. 그러나 시민들이 보는 기사의 묶음이나 편집을 어떤 기준으로 하는지 밝힌 적이 없다.
인터넷 자율기구의 실검 관련 발표는 이 같은 네이버의 문제점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네이버는 올 1~5월에만 1408개를 임의로 실검에서 제외했다고 한다. 특정한 집단의 요구에 따른 실검 제외가 있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네이버는 ‘법령에 의거해 사법·행정기관의 요청이 있을 경우 제외할 수 있다’는 규정을 근거로 외부간섭을 정당화했다. 네이버 측은 “자율기구와 함께 규정을 만들었고 아직 한번도 당국의 요청으로 제외한 적은 없다”고 말한다.
하지만 믿기지 않는다. ‘자동완성’ ‘연관’ 검색어도 하루에 수천건씩 제외한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네이버는 숫자로만 발표된 ‘실검에서 제외한 키워드’와 ‘제외 사유’를 밝혀야 한다. 그리고 차제에 실검 폐지도 검토해야 한다. 실검 내용은 연예인의 신변잡기가 대부분이다. 사소하고 찰나적인 것들로 도배된 실검을 통해 무엇을 얻는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바야흐로 새로운 민주주의가 실험되고 있다. 온라인이나 모바일에서 실시간으로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토론을 통해 정책으로 입안되는 시대가 오고 있다. 이 같은 디지털 민주주의 시대에 온라인의 뉴스와 검색어를 포털의 자의적 해석으로 재단하거나 정부의 입김에 의해 누락하는 행위는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결과가 될 수 있다. 공론의 장을 지키지 않으면 민주주의도 없다.
주요 신문칼럼
1. [매일신문][매일춘추] 뿌리내리고 싶어라
더워서 울었다. 더위가 내 집을 부순 것도 아니고, 더위가 내 밥벌이를 망친 것도 아닌데, 더워서 울었다. 오로지 덥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서럽게 울다니, 태어나서 처음이었다. 2012년 초가을에 내려와 멋모르고 건너뛰었다가, 이듬해 5월부터 맞이하게 된 대구의 여름은 그만큼 혹독했다. 나는 한참 동안 진심으로 후회했다. '괜히 내려왔어!'라고.
하지만 그 더위만 제외하면 대구의 날씨는 대체적으로 밋밋하기 그지없다. 비는 드물고 천둥은 멀리 있으며 벼락은 흐릿하다. 그나마 최근 들어 흰 눈이 좀 무거워졌다고들 하는데, 그게 무거운 거라면 경기도에서 난 벌써 깔려 죽었다. 격동적인 날씨를 선호하는 나로서는 안타까운 일이다.
날씨로 인한 자극이 약하다는 것은 재해에서 비켜나 있다는 뜻으로도 해석이 가능하겠다. 실제로 대구가 천재지변이나 자연재해로 고생했다는 소식은 웬만해선 듣기 어렵다. 그래서일까, 사람으로 인한 사건사고가 많은 것은? 한마디로 대구는 자연에서 멀어진 대신 사람과 지나치게 가까워진 도시로 보인다. 밖을 경계할 일이 없으면 모든 시선과 관심이 안으로 향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현상이니 말이다. 하여 대구가 뉴스나 검색어에 오르내리기라도 하는 날이면, 나는 대구 사람들이 서로에게 품고 있는 냉정한 치열함이 버거워진다.
그런 대구에 살기 시작한 지 이제 4년하고도 넉 달째다. 그리고 난 여전히 대구에 뿌리를 내리지 못한 상태다. 발목을 잡아주는 것이 없으니 당연히 힘도 없어서, 별거 아닌 것 같은 바람에도 사정없이 휘청거린다.
프랑스 작가 장 폴 뒤부아의 책 '프랑스적인 삶'에 보면 나무에 대한 서사가 퍽 구체적으로 읊어져 있다.
'첫 바람에 넘어질 준비가 되어 있는 낙관적인 나무들이 있었다. 척박한 땅에서 힘겹게 자라는데 익숙한 근엄한 나무들도 있었다. 죽은 자의 왕국인 땅속 깊이까지 뿌리를 내린 견고한 성처럼 흔들리지 않는 나무도 있었다. 기름진 땅의 산물인 풍족한 나무는 초록빛으로 넘쳐났고 그 풍요한 모피를 펼쳤다. 이 세상에는 아주 드물지만, 날씬한 몸매에 항상 꼭대기가 하늘을 향해 있는 몽상가 같은 나무도 있었다.
오래된 의혹으로 둥글게 감고 있는 옹이가 많은 나무, 뒤틀린 나무, 위태로운 나무가 있었다. 알파벳 소문자 'i'처럼 곧고 조금은 건방지고 묘하게 거만한 귀족적인 나무도 있었다. 나뭇가지로 아낌없이 그늘을 만들어주는 너그러운 나무도 있었다. 쉬지 않고 땅을 붙들어 놓고 일하느라 바쁜, 줄지어 선 옹색한 나무도 있었다.'
과연 나는 어떤 나무인 건가. 나무라고 할 수는 있는 건가. 아, 뿌리내리고 싶다.
2. [서울신문][길섶에서] 희망의 끈/오일만 논설위원
최근 친구에게 들은 슬픈 사연이다. 원하는 대학에 가지 못한 지인의 아들이 우울증에 빠져 극단적 선택을 했다고 한다. ‘공부하라’고 질책했던 그 부모 역시 죄책감에 삶의 희망이 꺾였다고 한다. 5년 전인가, 한 중학생이 부산의 고층 아파트에서 뛰어내려 꽃 같은 삶을 마감한 사건이 오버랩됐다. “성적 때문에 비인간적 대우를 받는 이 세상을 떠난다”는 그 학생의 절규에 가슴이 미어졌던 기억이 새롭다.
성적 지상주의가 판치는 공간에서 극소수를 제외하곤 아마도 대부분 상처를 받기 마련이다. 어렵사리 대학에 들어가도 암울한 미래에 절망하고 좌절의 고통 속에서 신음한다. 아무리 열심히 공부하고 일해도 도무지 희망의 출구가 없다. 뭔가 근본적으로 잘못된 사회다.
우리 기성세대는 ‘아픈 것이 청춘’이라고 청년을 위로한다. ‘그래도 인생은 살 만한 것’이라고 설득해도 그들이 직면한 현실은 너무도 암담하다. 희망의 끈을 놓지 말라는 단순한 위로 대신, 좌절에서 벗어날 ‘희망의 사다리’를 내려주는 것이 순서다. 희망의 끈과 사다리를 구체적으로 연결해 주는 것, 이것이 못난 기성세대가 해야 할 일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3. [매일신문][기고] 젊은 그대 ‘달성’
한 해를 마감하는 송년. 누구나 저마다의 회한이 있고, 저마다의 환희가 있을 터이다. 그 회한과 환희 속에 저마다의 살맛들이 있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98세까지 장수했던 수필가이자 영문학자였던 피천득 선생도 ‘송년’이라는 글에서 “지금 생각해보면 인생은 40부터도 아니요 40까지도 아니다. 어느 나이고 다 살만하다”고 했다. 하필 40을 내세운 것이 무척 의미심장하다. 마흔에 생각이 헛갈리지 않는다는 공자의 ‘불혹’을 염두에 둔 글귀랄까.
불혹에 이르려면 서른의 ‘이립’을 반드시 거쳐야 한다. 서른. 삶의 튼실한 궤적을 그리기에 더없이 좋은 나이다. 용기 있고 활기차고 직감하기에 좋은 세대다. 달성군 화원읍이 외가인 영원한 가객 김광석도 “…머물러 있는 청춘인 줄 알았는데…”라며 ‘서른 즈음에’서 아쉬운 듯하면서도 “내가 떠나보낸 것도 아닌데, 내가 떠나온 것도 아닌데…” 하고는 서른 청춘의 이미지를 가슴 꽉 차게 에이듯 쟁쟁하게 노래 불렀다. 그런 서른이다.
달성이 젊어졌다. 올해 달성군민의 평균연령이 38.6세로 30대 후반이다. 대구시민의 평균연령 41세보다 무려 2.4세나 젊다는 통계다. 젊은 도시의 이미지가 확 풍긴다. 사관생도의 걸음걸이에 버금갈 만큼 활기찬 달성군의 평균연령치다. 이런 젊음에 다들 놀라고 있다. 물체가 구부러지면 그 그림자도 구부러지는 법, ‘형왕영곡’(形枉影曲). 원인과 결과는 늘 일치한다는 열자의 말이다.
달성의 젊음도 그렇게 된 원인과 결과가 뚜렷하다. 경제와 산업을 뒷받침하는 대구테크노폴리스 등 첨단과학단지의 상승세에다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속속 들어서면서 정주 여건이 확연히 개선되고 있기 때문이다. 꾸준한 인구 유입으로 군 단위 기초 지방자치단체로는 인구 전국 1위 자리에 오를 날도 머잖다. 이미 23만 명을 향해 하루가 멀다 않고 불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대구도시철도 1호선 화원 구간도 연장됐다. 대구테크노폴리스로도 개통돼 현풍 쪽의 교통 접근성이 엄청 수월해졌다. 사통팔달의 교통망에다 단단한 기반시설 확충으로 살기 좋은 도시로서의 위상이 젊은이들을 부르고 있는 셈이다. 여기에 자연환경이 주는 매력을 더한다. 아파트값이 저렴하고 장학재단 등 교육 환경까지 튼튼하다. 이만하면 아이들 많이 낳아 올곧게 키우기에 더없이 좋은 도시라고 할 수 있다.
요즘 달성군은 어딜 가나 아이들과 함께 나들이하는 젊은 부부들이 많다. 특히 연령대가 낮은 유가면과 다사읍은 평균이 30대 초`중반이고 논공`화원읍은 30대 후반. 덩달아 밝고 맑은 아이들 소리가 도시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떠오르고 있다.
당연히 문화관광이 빠질 리 없다. 비슬산 대견사와 낙동강 사문진 주막촌에 이어 대구의 새로운 관광명승지로 떠오른 송해공원에는 주말이면 힐링을 겸한 나들이객들로 북적인다. 이를 위해 군민들은 공직자들과 한마음으로 뛴다. 올 한 해도 지자체 생산성 대상에서 대통령상을 수상하는 등 16개의 큼직한 상을 수상했다.
이 모두 젊은 달성의 열정 아니고는 불가능하다는 생각을 해본다. 또한 군민으로서의 자긍심이 있기에 ‘젊은 도시`젊은 가치’가 더욱 빛을 발하는 게 아닌가 싶다.
강정 디아크와 군립도서관은 물론 역사와 전통이 숨 쉬는 도동서원, 마비정 벽화마을, 육신사 등에도 젊은 군민들의 열정은 녹아 있고, 살피고, 보듬느라 여념이 없다. ‘현혹’으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카네티는 “한 사람 한 사람 모두 세계의 중심, 세계가 이런 중심들로 가득 차 있어 세계는 귀중한 것”이라고 했듯이 지금 달성군이 귀중해진 것은 젊음이 달성의 중심에 우뚝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4. [서울신문][나태주 풀꽃 편지] 딸에게
딸아, 예전엔 그래도 가끔 너에게 편지글을 썼는데 요즘엔 통 그러지 못했구나. 실상 글이란 것은 읽어야 할 특정한 상대방이 있다 해도 우선은 글을 쓰는 사람 자신을 위해서 쓰는 것이다. 글을 쓰면서 스스로 마음을 정리하거나(내려놓거나) 다잡거나(결심하거나) 그러기 위해서 쓴다. 그러니까 글의 일차적 효용이 글 쓰는 자신에게 있고 가장 우선적인 수혜자가 자신이란 것이지. 그렇다. 나는 나 자신을 위해서 이 글을 쓴다.
딸아. 아주 오래전 네가 우리에게로 왔을 때 우리 집은 매우 가난했고 우리 가족의 삶은 곤궁했다. 그렇지만 너는 어려서부터 예뻤고 영특했으며 부모의 말을 잘 들었고 학교생활도 잘했고 공부 또한 다른 애들한테 뒤지지 않게 잘했다. 그래서 너는 엄마와 아빠의 기쁨의 원천이었고 자랑의 일번 항목이었다. 마음속으로 ‘우리 딸!’ 그런 다짐 같은 생각을 늘 놓지 않고 살았을 것이다.
엄마는 그러한 너를 생각하거나 바라볼 때마다 마음이 간질간질하다고 표현하곤 했단다. 그건 아빠한테도 마찬가지지. 네가 있어서 나는 세상의 그 어떤 예쁜 여자를 보아도 마음이 설레지 않았단다. 그래, 나에게도 예쁜 딸이 있다. 그런 생각을 하면 살아가기 힘든 날에도 용기가 생겼고 가슴이 펴졌고 다리에 힘이 주어졌지. 정말로 나에게 네가 없었다면 세상은 얼마나 썰렁하고 적막하고 답답한 것이었을까. 너로 하여 나의 세상은 무채색의 세상에서 유채색의 세상으로 바뀐 것이다. 실상은 딸도 이 세상 이성의 한 사람. 그러나 딸은 보통 이성과는 또 다른 이성이라고 볼 수 있고 이성 너머의 이성이라고 볼 수 있지. 바라만 보고 생각만 해도 좋은 이성.
딸아. 너를 생각하기만 하면 가슴속에 끝없이 흐르는 어떠한 미지의 강물을 느끼곤 했었지. 한 번도 가 보지 않은 나라의 하늘을 꿈꾸었고 그 하늘의 별이며 구름을 또한 내 것으로 할 수 있었지. 이것은 살아 있는 목숨의 축복. 딸을 통해서 아버지 된 사람들은 진정한 부성의 의미를 깨닫는다고 본다. 이 얼마나 고마운 일이겠느냐.
실상 딸은 누구나 아빠 된 사람에게는 현실이 아니고 하나의 환상이며 동경 같은 존재. 이제 너도 자랄 만큼 자라 성인이 되고 좋은 사람 만나 아내가 되고 이미 엄마가 된 지 오래구나. 공부 또한 하고 싶은 만큼 하여 대학에서 학생을 가르치는 선생이 되었구나. 그만큼 세월이 흐른 것인데 흐른 세월 뒤에 감사한 마음과 다행스러운 마음이 겹치는구나.
아빠 또한 시 쓰는 사람으로서 모국어로 수없이 많은 시를 썼고 아주 많은 책을 냈으니 여한이 없는 인생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나이도 이제는 예부터 드문 나이라는 70을 넘겼으니 세상에 남을 날이 많지 않음을 느낀다. 언젠가 몸과 마음의 끈을 놓으면 이 세상을 떠나는 사람이 될 것이다. 생자필멸이라 했으니 그것은 누구도 피할 수 없는 일.
비록 그날이 온다 해도 딸아. 너무 슬퍼하지 말고 힘들어하지 마라. 아빠 대신 아빠가 남긴 시들이 세상에 살아남아 숨 쉴 것이며 네가 있으니 또 너를 통해 아빠는 여전히 세상에 살아 있는 사람이 될 것이다. 부모와 자식이 무엇이겠느냐? 자식은 부모의 몸과 마음의 일부를 이어받아 부모 대신 계속해서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자식이란다.
그렇지만 살아가다가 정말로 힘든 날이 있거나 숨이 막힐 것 같은 날이 있거든 하늘을 올려다보기 바란다. 거기 바람으로 흰 구름으로 달이나 별빛으로 아빠가 너를 내려다보고 있을 것이다. 그때 아빠를 가슴으로 맞아 생각해 주기 바란다. 길을 가다가 만나는 새소리 하나, 길가에 피어 있는 풀꽃 한 송이 속에도 아빠의 마음은 살아 있을 것이다.
인생은 누구에게나 힘들고 고달픈 것. 고난의 날들. 그러기에 서로 위로가 필요하다. 도움이 필요하다. 아무리 힘든 날이라도 나보다 더 힘든 사람이 있다고 생각하거나 내 곁에 누군가 함께 가는 사람이 있다고 생각하면 조금쯤 그 힘겨움과 고달픔은 가벼워질 것이다. 딸아, 어떠한 순간에도 네 곁에 아빠가 있고 엄마가 있다는 것을 잊지 마라. 딸아. 고달픈 인생길, 끝까지 우리 함께 견디자.
5. [한국일보][기억할 오늘] 박싱데이(Boxing Day)
영국 등 영연방 국가들은 크리스마스 다음날을 ‘박싱 데이(Boxing Day)’라 부른다. 특히 영국과 아일랜드에서는 이날이 공휴일이어서 주말이 겹칠 경우 다음 월요일을 쉰다. 물론 근래에는 미국과 거의 전 유럽이 ‘박싱 데이’라는 말을 쓴다. 연말 빅세일이 절정에 이르는 날이다.
유래는 확실치 않지만, 빅토리아 시대의 교회들이 이날만큼은 헌금함을 교회 바깥에 두고 교구민이 넣은 돈을 교구의 가난한 이들에게 나눠준 데서 유래했다는 설이 있다. 더 설득력이 있는 건, 귀족들이 크리스마스 파티 뒤치다꺼리에 지친 하인들에게 휴가를 주는 관습에서 비롯됐다는 설이다. 파티의 남은 음식을 상자에 담아 각자 집에 가서 가족들과 나눠먹게 했다는 것. 음식 외에 선물이나 보너스가 담기기도 했다고 한다. 더 오래 전 봉건시대의 농노들이 이날 영주의 성으로 몰려가 옷이나 곡물 등 선물을 받곤 했는데, 그건 시혜가 아니라 일종의 의무여서 선물의 질과 양에 따라 영주에 대한 평가가 갈리곤 했다는 이야기도 했다.
상인들이 크리스마스 다음날 버려진 선물 상자들을 수거해가는 전통에서 유래했다는 설도 있다. 아일랜드의 경우 소년들(렌보이, Wren Boy)이 얼굴을 분장하고 호랑가시나무 가지와 헌금함을 들고 각 가정을 돌며 기부를 받기도 했다. 그 전통은 지금도 남아 있다.
가톨릭 전통의 영향이겠지만 이날은 말의 수호성인 성스테파노의 날이기도 해서, 말과 사냥개를 동원한 여우사냥 축제가 벌어지기도 했다. 2004년 여우사냥이 법으로 금지되면서 얼음수영 등 다양한 형태의 스포츠 행사와 음악회 같은 문화행사가 열리는데, 대부분 자선모금 행사다. 크리스마스가 가족과 가까운 이웃들끼리 뭔가를 나누는 날이라면 박싱 데이는, 유래가 뭐든 그 취지는 마음을 더 널리 전파하는 날이었다. 그 전통이 제국주의에 섞여 영연방 국가로 먼저 확산됐다.
근년의 박싱 데이는, 블랙프라이데이나 사이버먼데이처럼, 제조ㆍ유통 기업들의 재고 떨이 세일로 더 떠들썩하다. 영국 일간지 텔레그래프는 최근 기사에서 이 날을 ‘소비주의의 축제일’이라고 썼다. 통상 1월 신년 세일을 벌이던 백화점 등이 할인 행사의 기점을 박싱 데이로 잡아 크리스마스 재고를 대폭 할인해 판매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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