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반응형


※이 자료는 교육용으로 쓰기 위해 올리는 자료로 상업적 목적은 없으며 선정된 사실의 정치적 성향은 블로그 운영성향과 무관합니다.

 
 
주요 신문사설


[중앙일보]

1. 부동산·임대업 ‘나홀로 호황’…머나먼 4차 산업혁명

통계청이 5년 만에 내놓은 ‘2015 경제총조사’를 보면 현 정부 출범 이후에도 우리나라 산업구조가 얼마나 더 허약해졌는지 알 수 있다. 지난해 부동산·임대업의 총매출은 5년 전에 비해 65.7% 늘어난 데 비해 미래 성장 동력이자 일자리의 보고인 제조업 매출은 16.9% 늘어나는 데 그쳤다. 증가 속도가 부동산·임대업의 4분의 1 정도에 불과하다. 경기부양책 등의 영향으로 2013년 이후 부동산 경기가 활발해지면서 아파트 등 주거용 건물의 개발 분양이 크게 늘어난 때문으로 보인다.

물론 부동산·임대업의 산업 내 비중은 매출로 보나, 고용 규모로 보나 여전히 제조업에 비해 훨씬 작다. 하지만 MB 정부에 이어 현 정부 들어서도 그 성장 속도가 제조업을 훨씬 웃돈다는 건 분명 불건전한 모습이 아닐 수 없다. 일부 부동산 보유 계층에 임대료 등 불로소득을 몰아줌으로써 경제 양극화를 심화시킨다. 생계형 창업에 내몰린 많은 자영업자들은 치솟는 점포 임대료 부담에 신음하고 있다.

더욱이 산업경기는 전반적으로 저조한 가운데 부동산만 유독 과열되는 건 위험하기까지 하다. 집이나 땅에 돈이 잠기면 그 다음 차례는 소비 위축과 내수 침체다. 부동산 버블도 걱정이다. 미국이 지난주 1년 만에 기준금리를 올린 데 이어 내년에도 서너 차례 더 올린다고 한다.



우리나라 금리도 따라서 올라 부동산 거품이 푹 꺼지기라도 한다면 1300조원에 달하는 가계부채발 금융위기를 맞을 수 있다. 부동산을 통한 경기 진작은 현 정부가 의도한 부양책도 한몫했다. 재당첨 제한에 이어 수도권 전매 제한을 폐지하고 주택담보대출비율(LTV), 총부채상환비율(DTI) 등 주요 규제 수단을 차례차례 내려놓았다.

제조업의 치열한 기술혁신과 시장개척, 서비스산업 고도화야말로 향후 일자리를 만들어 내고 한국 경제를 먹여살릴 원동력이다. 부동산과 임대업이 유독 활황을 구가하는 나라에서는 제4차 산업혁명이 싹틀 수 없다. 그렇지 않아도 장래 꿈이 뭐냐고 물으면 ‘임대업자’라며 “조물주 위에 건물주”라고 답하는 젊은이들이 늘고 있다.



2. 반기문의 대선 도전…한국 정치 바꿀 비전이 먼저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어제 대선 도전 의지를 분명하게 밝혔다. 그는 뉴욕 유엔본부에서 연 한국 특파원과의 기자간담회에서 “국민이 선정(善政)의 결핍에 대해 분노와 좌절을 느끼고 있다”며 “대한민국 발전에 도움이 된다면 제 한 몸 불사르겠다”고 말했다. 간담회에선 “한반도 긴장이 그 어느 때보다 이렇게 고조된 적은 없었다”며 자신이 바로 국가적 위기를 타개해 나갈 외교안보 적임자임을 부각시키기도 했다.

유엔 사무총장이 임기를 마치자마자 자국 대선에 도전하는 게 국제 관례에서 흔한 일은 아니다. 일각에선 이런 행동이 국제기구의 중립성을 훼손하는 일이란 비판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반 총장은 지금껏 외교 분야에서 다양한 경험을 쌓은 뒤 국제무대에서 독보적 위치에 올랐다. 그의 다양한 경험이 국가적 도움이 될 것이란 건 일단 수긍할 수 있는 얘기다. 국내 정책도 갈수록 국제 문제에 연동되는 추세에 있다.



그런 점에서 반 총장의 출마 의지를 비난하거나 반대할 이유는 없다. 그가 본격적인 정치활동을 시작하지 않았음에도 각종 여론조사에서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함께 양강구도를 형성하는 건 그의 경륜에 대한 기대 때문이다.

하지만 정치인 반기문이 국민의 마음을 얻고 한국 정치에 제대로 이바지하기 위해선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반 총장은 노무현 정부의 외교 수장을 거쳐 유엔 사무총장에 올랐지만 지금은 반대 진영의 대선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정체성이 혼란스럽다는 의문에 대해 그는 우선 답해야 한다. 혹여라도 그가 이른바 충청 대망론에 기대 지역 연합을 꾀하려 한다면 곤란한 일이다.



가뜩이나 우리 정치는 지역주의에 기반한 정치 분열로 신음하고 있다. 그는 이런 퇴행적 한국 정치를 극복할 비전부터 보여 줘야 한다. 유엔 사무총장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했는지를 포함해 여러 차원의 냉정하고 차분한 평가와 검증도 받아야 한다. 나라는 복합골절에 정치는 중병을 앓고 있다. 명성이 아닌 업적, 정치공학이 아닌 비전을 보여 주지 못한다면 자신에게도 나라에도 불행한 일이다.



[세계일보]

3. AI 창궐하는데 원론적 대책만 되풀이되고 있으니

최상목 기획재정부 1차관이 어제 ‘시도 경제협의회’를 주재한 자리에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에 대한 총력 대응을 주문했다. “각 지자체가 차량 소독·이동 통제 등 필요한 조치에 대해 농가들의 협조를 유도해달라”고도 했다. AI 사태에 대처하려면 농장 단위 1차 방역이 중요하다는 점은 두말할 것도 없다. 어제 원론적 주문이 나온 것도 그래서였을 것이다. 그럼에도 혀를 차게 된다. 늑장대응으로 화를 키운 뒤 한가하게 뒷북을 치는 감이 없지 않아서다.

AI는 무섭게 번지고 있다. 어제는 AI 청정 지역이던 충청 내륙권마저 뚫렸다는 비보가 전해졌다. 2003년 12월 고병원성 AI가 국내 처음 발생한 이래 줄곧 무사했던 충북 옥천 지역의 산란계 농장에서 AI 양성반응이 나와 닭 10만마리가 살처분 대상에 오른 것이다. 앞서 음성군에선 동물복지농장 피해가 발생했다. 서울대공원에서도 사상 처음 양성반응이 나와 천연기념물인 원앙이 살처분됐다.



AI 상황은 이미 최악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최근 ‘역대 최고 속도의 AI 확산과 경제적 피해’ 보고서에서 직간접 기회손실 비용이 최대 1조4920억원에 이를 것으로 봤지만 더 극심한 피해를 감수하게 될지도 모른다.

정부 당국은 책임을 면할 길이 없다. 올해 AI 의심신고가 첫 접수된 것은 지난달 16일이지만 범정부 차원의 관계장관회의는 한참 뒤늦게 열렸고 위기경보가 최고 단계인 ‘심각’으로 격상된 것은 AI가 전국 곳곳으로 번진 지난 16일이다. 한달 동안 수수방관을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본은 달랐다. 첫 AI 확진 판정이 나오자 당일에 즉각 총리 관저에 AI 연락실을 설치했고 이튿날 관계장관회의를 열어 범정부 차원의 대책을 강구했다. 하늘과 땅 차이였다. 국내에선 이미 닭·오리 2000만마리 이상이 살처분됐으나 일본에선 그 규모가 100만마리 조금 넘는 선에 그치고 있다. 한·일 양국의 대응력의 차이가 피해 차이를 부른 것이다.

AI는 전대미문의 괴물이 아니다. 정부 당국과 학계가 AI 전모를 파악한 것은 아니지만 기본적 사항은 숙지하고 있다. 철새가 날아오고, 추위가 일찍 오고, 초겨울 비가 오면 AI 피해가 쉽게 확산된다는 것 정도는 잘 아는 것이다. 그런데도 국가적 대응은 한심한 수준이다. 더욱이 자기 직을 걸고 AI에 맞서는 공직자도 잘 보이지 않는다. 이 나라가 어쩌다 이렇게 됐는지 모르겠다.



[동아일보]

4. 보수신당 선언한 비박, 친박·친문 아니면 ‘진짜 보수’인가

김무성 유승민 의원 등 새누리당 비박(비박근혜) 의원 31명이 어제 ‘27일 탈당’을 선언하고 ‘보수신당’(가칭) 창당 방침을 밝혔다. 동참 의사를 밝힌 3명을 포함한 34명의 비박 의원들은 탈당결의문에서 “친박(친박근혜)·친문(친문재인) 패권 정치를 청산하는 새로운 정치의 중심을 만듦으로써 진짜 보수 정치의 대선 승리를 위한 역할을 하겠다”고 다짐했다.

1987년 민주화 이후 4당 체제에서 1990년 산업화세력과 민주화세력의 3당 합당으로 탄생한 오늘날의 새누리당은 26년간 보수우파 진영을 대표해온 한국의 주류세력이었다. 새누리당은 강령에서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그리고 법치주의라는 대한민국의 정체성과 보수적 가치’를 천명했으나 ‘끊임없는 자기혁신과 희생 그리고 책임정신’을 보여주지 못했다. 4년 전 51.6%의 지지로 당선된 새누리당의 박 대통령이 오만과 무능, 불통 정치에 이어 탄핵 소추라는 ‘정치적 파면’까지 받았으니 보수 성향의 국민 입장에선 개탄할 노릇이다. 

그런데도 새누리당의 주류인 친박계는 박 대통령과 함께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기는커녕 비상대책위원장조차 비주류에 내주지 않는 패권주의를 고집했다. 유승민 의원이 “새누리당 안에서는 따뜻한 보수, 정의로운 보수로의 개혁과 혁명을 통한 정치혁명이 불가능하다는 결론에 도달했다”고 밝혔을 정도다. 이제 헌정사상 처음 비박 의원들이 집단 탈당해 분당(分黨)함으로써 보수세력은 내년 조기 대선을 앞두고 나락으로 떨어지는 위기를 맞거나, 아니면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낼 수도 있는 기로에 섰다. 

지금의 사태는 진보와 보수의 대결에서 보수가 패했기 때문도 아니고, 같은 보수세력 내에서 노선 갈등의 결과로 초래된 일도 아니다. 박 대통령은 정당 민주주의를 외면하고 당청관계를 군신(君臣)관계로 왜곡시켰고, 친박은 대통령의 권력을 등에 업고 새누리당을 박근혜 사당(私黨)으로 만들어서다. 비박이 기득권을 내려놓고 국민과 함께하지 못한다면 당권 때문에 보수 분열을 가져왔다는 비판을 받을 수도 있다.

비박의 보수신당은 앞으로 법치(法治)를 중시하는 공화주의를 핵심 가치로 삼겠다고 밝혔다. 기존의 새누리당도 분당을 계기로 치열한 개혁에 나서기 바란다. 그제 “대한민국 발전을 위해 제 한 몸 불사르겠다”며 사실상 대선 출마를 선언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내년 1월 중순 귀국하면 유력 대선 주자들을 중심으로 정계 개편의 소용돌이가 휘몰아칠 것이다.



지금 보수세력이나 보수를 자처하는 국민이 걱정하는 것은 진정한 보수의 가치마저 탄핵사태에 휩쓸려 도매금으로 매도되고 있다는 점이다. 비박이 새로운 보수의 비전과 이를 실천할 능력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진짜 보수’를 들먹이거나 보수신당의 깃발을 들 자격도 없을 것이다.



[조선일보]

​5. 3년 임기 정부가 개헌해 국가 틀 바꾸자는 제안

박원순 서울시장이 21일 개헌을 위한 차기 대통령 임기 단축에 대해 "3년으로 조정하는 것도 얼마든지 고려할 수 있다"고 했다. 그 전날에는 이재명 성남시장이 "국민적 합의를 거친 개헌안이 도출되면 2020년쯤으로 제한되는 차기 대통령 임기 단축을 받아들이겠다"고 했다. 임기 단축이란 다음 국회의원 총선거와 분권형 대통령 선거를 맞추자는 제안이다. 두 사람은 민주당 내 주요 대선 주자들이다. 그런 그들이 탄핵소추 이후 임기 단축 개헌에 동의했다.



개헌을 둘러싼 정치권 지형의 윤곽이 이제 거의 드러났다.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를 제외한 거의 모든 사람이 개헌을 시급한 국가 현안으로 인식하고 있다. 이번 대선 전에 개헌을 해야 하고 그것이 어렵다면 다음 대통령 임기 중에 국가 제도의 틀을 바꾸도록 못 박자는 쪽으로 논의가 모아지는 것 같다.



그제 김종인 전 민주당 대표의 임기 단축 개헌 제안에 박·이 시장이 동의했고 국민의당에서도 김동철 비상대책위원장을 비롯해 동조하는 사람이 많다. 여권의 대선 주자들도 그것을 공약으로 내걸 가능성이 있다. 안철수 의원도 개헌 논의 시작에 찬성했다.



임기 단축 개헌을 전제로 다음 정부가 출범한다면 그 정부는 과도기적 성격을 띠게 될 것이다. 3년이지만 헌법을 포함한 국가시스템 전반을 개조해 대한민국 도약의 발판을 마련한 정부로 남을 수도 있다.



궁극적으로 그것은 내년 대선에서 국민이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달렸다. 국민의 선택을 받으려면 개헌 논의를 권력 쟁투가 아닌 국가의 절박한 현안으로서 논의해야 한다. 나라 운영을 여야 협치(協治)로 바꿔 죽기 살기 정치 싸움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러기 위해 지금은 그냥 흘려보내서는 안 되는 호기(好機)다. 내년 1월 30년 만에 가동되는 국회 개헌 특위를 주목한다.



6. 소득보다 2.7배 빠른 빚 증가, 무대책인가

올해 들어 가계부채 증가율이 소득 증가율에 비해 2.7배나 높아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통계청과 금융감독원, 한국은행이 그제 발표한 ‘2016년 가계금융 복지조사’에 따르면 올해 들어 가구소득은 2.4% 증가한 반면 가계부채는 소득 증가율의 약 2.7배인 6.4% 증가했다. 2015년에는 가구소득 증가율이 2.4%, 가계부채 증가율 3.4%로 가계부채가 소득증가율을 조금 앞섰다. 2014년에는 가구소득 증가율 4%, 가계부채 증가율이 3.3%로 오히려 소득이 가계부채 증가율보다 높았다.

특히 2013년에는 가계부채 증가율이 전년 대비 7.5%로 최고치를 기록했다. 그러나 소득 증가율도 5.8%로 차이는 1.3배에 그쳤다. 올해 가계부채 증가율과 소득 증가율의 차이가 얼마나 큰지 짐작할 수 있다. 부채 증가의 가장 큰 원인은 주택 구입 등 부동산 투자인 것으로 분석됐다.



전체 가계부채 중 부동산 구입을 목적으로 한 대출은 2014년 50.6%, 지난해 51%로 부채 총액의 절반을 넘고 있다. 여기에 부채 가운데 26.9%가 임대 보증금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가계부채의 80%가량이 부동산과 관련이 있다. 전세가와 매매가의 차이가 없는 것도 부동산 관련 대출 증가에 한몫한 것으로 보고 있다.

가계부채에서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직업이 없거나 일정한 소득이 없는 기타 직업군에 속한 가구주의 가계 부채 증가율이 11.9%로 가장 높다는 점이다. 이들이 지고 있는 부채의 절반은 임대보증금이다. 금리 인상이 현실화될 경우 부채 상환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특히 가처분소득 대비 원리금 상환비율(DSR)이 2011년 17.2%에서 26.6%로 증가했다. 가처분 소득 중 26.6%를 원리금 상환에 사용한다는 얘기다.

따라서 금융 부채를 가진 가구의 70.1%가 원리금 상환을 부담스럽게 여기고, 74.5%는 원리금 부담 때문에 저축, 투자, 지출을 줄이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금리 인상 등 상황이 조금만 악화돼도 경제에 큰 위기를 부를 수 있다.

취약 계층의 대부분은 영세 자영업자와 고령층 가구들이다. 이들이 지출을 억제하는 것 외에 소득을 늘려 가계부채를 줄이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미국이 기준금리를 인상하고 추가 인상을 예고하고 있다. 우리도 금리 인상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내몰릴 수 있다. 비상시를 대비해 철저한 대비책을 준비해야 할 것이다.



[서울신문]

​7. 국가 정의 세워야 할 특검의 무거운 책무

국정 농단 사건 수사를 맡은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국민의 지대한 관심 속에 어제 현판식을 갖고 본격 수사에 돌입했다. 헌법재판소의 박근혜 대통령 탄핵 심판을 앞두고 탄핵 찬반 세력이 격돌하는 등 국가적 현실은 여간 심각하지 않다.



게다가 박 대통령은 미르·K스포츠재단 강제모금 등의 의혹에 대해 최순실씨, 안종범 전 정책기획수석, 정호성 전 부속비서관과의 공모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최씨와 안 전 수석도 마찬가지다. 이제 특검밖에 남지 않았다. 성역 없는 수사를 통해 국정 농단 세력의 죄상을 낱낱이 밝혀 내길 국민은 고대하고 있다.

특검은 어제 국민연금공단 등에 대한 동시다발적인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또 최씨 딸 정유라씨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독일에 체류 중인 정씨 송환을 서두르고 있다. 이번 수사 최대 관건인 박 대통령의 뇌물죄 입증을 위한 첫 단추를 꿰기 시작한 것이다. 국민연금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찬성하는 대가로 삼성이 최씨 측을 특혜 지원했고, 이런 ‘거래’를 박 대통령이 관여했다면 제3자 뇌물죄를 적용할 수 있다. 정씨 강제 수사는 최씨를 압박하는 카드로도 보인다. 검찰 수사 때 무산된 박 대통령 직접 조사는 특검 수사의 하이라이트가 될 것이다.

이번 국정 농단 사태에서 국민의 분노는 비단 박 대통령과 최씨 등에게만 빗발치지 않았다. 박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보필했으면서도 눈곱만큼의 책임 의식도 없이 변명과 부인으로만 일관하면서 법망을 교묘하게 빠져나간 김기춘 전 비서실장과 우병우 전 민정수석의 정의롭지 못한 행태에 국민은 분개했다. 이들은 ‘정윤회 문건’ 사건의 축소·은폐나 사법부 사찰, 최씨와의 유착 의혹 등을 받고 있다. 특검은 어떠한 선입견과 편견 없이 이들을 철저히 수사해 그 누구라도 죄가 있다면 벌을 받아야 한다는 당연한 진리를 확인시켜 주길 바란다.

특검의 수사 기간은 70일, 연장하면 100일이다. 특검 입장에서는 짧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현재의 국가적 혼란을 조속히 마무리 짓기 위해서라도 수사 속도를 높일 필요가 있다. 검찰 수사와 국회 국정조사에도 불구하고 대통령 탄핵은 찬반 양론으로 갈리고 있지 않은가. 특검이 이 혼란에 종지부를 찍어야 한다. 박 특검은 “국민의 뜻을 잘 읽고 법과 원칙에 따라서 어느 한쪽에 치우침 없이 올바른 수사를 하겠다”고 다짐했다. 특검은 국가 정의를 바로 세운다는 무거운 역사적 책무를 명심하고 진실만을 밝혀내는 데 모든 힘을 쏟아야 할 것이다.



8. 발등의 불이 된 노인 빈곤, 정부 팔 걷어붙이고 나서야

우리나라의 6가구 중 1가구는 ‘빈곤층’에 속한다. 노인 가구라면 이 비중이 절반 수준까지 높아진다. 통계청 등이 전국 2만 가구를 대상으로 조사해 내놓은 결과다. 빈곤층이란 중위소득의 50%(지난해 연간 1천188만원) 미만인 가구다. 월평균 100만원 이하 소득으로 살아가야 하는 가구가 그만큼 많다는 뜻이다. 노인 빈곤 문제가 선진국 문턱을 넘으려는 대한민국의 발목을 붙들고 있는 셈이다.



65세 이상 노인층의 빈곤율은 처분가능소득 기준 46.9%에 이른다. 66세 이상 은퇴 연령층을 기준으로 하면 이 비율은 48.1%까지 치솟는다. 은퇴 후 1년도 안 돼 빈곤층으로 전락하는 가구가 적지 않다. 가구주가 은퇴하지 않은 집을 대상으로 노후 준비 상황을 물었더니 ‘잘 돼 있지 않다’(37.3%)거나 ‘전혀 돼 있지 않다’(19.3%)는 응답이 56.6%에 이르렀다. ‘아주 잘 돼 있다’(1.3%)거나 ‘잘 돼 있다’(7.5%)는 응답은 8.8%에 그쳤다. 실제 가구주들은 노후 대비도 하기 전에 은퇴 전선으로 내몰리고 있다.



노후를 대비하지 못한 가구주들은 은퇴를 늦춰 일하기를 원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못하다. 가구주들은 66.9세를 은퇴 연령으로 예상했는데 실제 은퇴는 평균 61.9세에 이뤄지고 있다. 5년이란 갭이 생긴다. 그렇다 보니 이들 가구는 만성적인 생활비 부족을 호소하고 있다. 가구주가 은퇴한 가구의 경우 생활비 부족을 호소하는 가구가 60.5%에 달해 3가구 중 2가구꼴이다. 노후 대비는 꿈도 꾸지 못하고 살았는데 가구주가 퇴직으로 내몰리다 보니 은퇴는 곧 빈곤층 전락으로 연결된다.



청년 일자리 못지않게 노인 빈곤 문제 해결이 발등의 불이다. 정부의 다양한 정책적 대안 마련이 요구된다. 실제 우리나라의 노인 빈곤율은 OECD 34개국 평균 13%의 4배에 이르고, 이웃 일본 19%의 2.5배에 이른다. 은퇴 후 빈곤하게 살아야 하는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선진국 문턱을 넘을 수 없다. 은퇴 연령을 가구주들의 희망에 맞춰 늦추고 노년층의 실질임금도 보장해 주는 등 정부 노력이 절실하다. 이 모든 것이 현재 65세로 된 노인 기준을 늦추는 문제와 맞물려 돌아가야 한다.



9. 지역균형발전 촉매제 될 상주~영덕 고속도로 개통

상주~영덕 고속도로가 착공 7년 만인 23일 개통된다. 왕복 4차로, 총연장 107.6㎞의 상주~영덕 고속도로 건설에는 모두 2조7천500억원의 막대한 공사비가 들어갔다. 그동안 상주에서 영덕까지 3시간 이상 걸렸지만 고속도로 개통으로 1시간이면 충분히 오갈 수 있게 됐다. 특히 충남 당진에서 대전과 세종, 상주, 영덕을 잇는 300㎞의 동서4축 고속도로가 완성됐다는 점에서 지역 간 소통에도 기폭제가 될 전망이다.



무엇보다 고속도로 개통으로 영덕과 영양, 청송 등 경북 동북부 지역 접근성이 크게 나아졌다. 특히 영덕에서 수도권으로 이동하려면 반나절가량 걸렸지만 이번 개통으로 3시간이면 가능해져 주민 불편을 덜게 됐고 교통오지의 이미지도 바뀌게 됐다. 모두 5개 시군(나들목 7곳)이 빠르게 연결되면서 지역균형발전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접근성이 좋아졌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지역 발전이 저절로 보장된 것은 아니다. 지역 발전은 지자체를 중심으로 주민의 자발적인 노력 여하에 달려 있어서다. 고속도로 개통은 지역 발전의 기초를 놓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지만 앞으로 개통 효과를 높이기 위한 과제 또한 적지 않다.



경북도는 상주~영덕 고속도로 개통으로 얻게 될 편익비용을 연간 947억원으로 추산했다. 이는 단순 추정치일 뿐 경북도와 각 시군의 노력에 따라 그 시너지 효과가 더 커지기도 하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이는 고속도로 개통에 따른 경제적 파급 효과를 극대화해 지역 발전을 앞당겨야 한다는 뜻이다. 당장 경북 동북부 지역의 뛰어난 자연환경과 문화유적을 관광`레저 활성화로 연결시킬 전략 마련 등 후속 대책이 절실하다. 줄어든 물류비용만큼 지역 특산물 등 농축산업 경쟁력을 한층 높여나가는 전략도 시급하다. 

  
각 시군은 긴밀한 협력을 통해 지역 특성에 맞는 사업을 발굴하고 빠른 시간 내 이를 구체화해야 한다. 잘 정비된 인프라 효과를 최대한 살려 지역 발전과 주민 소득 증대로 이어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고속도로 개통의 사회`경제적 편익을 모든 주민이 골고루 누릴 수 있도록 아이디어와 다각도의 노력을 집중할 것을 주문한다.



[매일경제]

10. 농어촌상생기금 전면 백지화가 정답이다

​농어촌상생기금 조성을 놓고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이 20일 "정부 예산으로 출연하는 것이 옳다면 그렇게 수정할 용의가 있다"고 물러섰다. 민주당은 19일 발표한 '촛불시민혁명 입법·정책 과제'에서 농어촌상생기금 조성을 위한 법률처리를 약속했다. 기업 등의 자금으로 1조원 규모 기금을 조성하도록 하는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에 따른 농어업인 지원 특별법'이 국회에 계류 중인데 이 법안을 통과시키겠다는 것이다. 기업에 이처럼 자금 출연을 강요하면 미르·K스포츠재단과 다를 게 무엇이냐는 비난이 거세지자 정부 예산을 사용할 수 있다며 물러섰는데 궁색하다. 

농어촌상생기금은 지난해 12월 국회에서 한중 FTA를 비준할 때 야당 찬성을 끌어내기 위해 여야정이 졸속으로 합의한 것이다. 애초에는 FTA 체결로 발생하는 기업들의 이익을 모든 산업 분야에서 나눠 갖자는 무역이득공유제가 제시됐다. 그러나 FTA로 인한 이익과 피해금액을 계산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지적에 따라 농어촌상생기금으로 대체됐다. 기업에서 자발적인 성금 형식으로 10년 동안 1조원을 걷어서 FTA로 피해를 본 농어민을 지원하자는 것인데 재계는 처음부터 반발했다.



정치권이 제멋대로 민간 부문의 모금을 강요하는 형식이기 때문이다. 20일 한중 FTA 발효 1년을 맞았지만 과연 기업들이 이익을 보고 있는지도 의문이다. 올 들어 11월까지 대중 수출은 FTA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오히려 10.9% 감소했다. 이런 마당에 사용처도 농어촌 자녀장학사업, 의료·문화지원사업, 주거생활 개선사업 등으로 두루뭉술한 기금을 만들자고 하니 어이없을 노릇이다. 

2017년 농림축산식품부 예산은 14조5000억원에 이른다. 이 중에는 농가 보조금 6조3094억원, 융자금 2조9056억원 외에 쌀변동직불금 1조4900억원도 책정돼 있다. 이미 농어민 지원금이 연간 10조원을 넘어서는데 여기에 또다시 정부 예산으로 별도 기금을 만들자고 한다. 진정 농촌을 위한다면 방만한 정부 보조사업부터 효율화해야 한다. 정치권이 졸속 합의한 결과 사용처도 불명확한 농어촌상생기금은 백지화하는 것이 정답이다.





주요 신문칼럼



1. [매일신문][매일춘추] 실과 바늘

송년 모임을 하다 보면 그동안 잊고 지낸 친구들을 볼 때가 있다. 지난주 고등학교 동기 모임에서 학창 시절 둘도 없이 지낸 친구를 20여 년 만에 만났다. 고향에서 서로 이웃집에 살면서 항상 실과 바늘처럼 붙어다닌 친구였다. 그 친구가 가정형편 때문에 대학 진학을 못하면서 서로 간의 만남은 줄어들었다.



지금 그 친구는 서울과 천안에 큰 혼수예물 사업장을 두 곳이나 운영하고 있다. 제법 돈도 모았다. 그동안 동기 모임에 나오지 않았는데 나이가 점점 들다 보니 뒤를 돌아보게 된 모양이다. 요즘 같이 일과 사람에 치이며 바쁘게 살아야 하는 세상에서 오랜만에 만난 옛 친구들은 오아시스 같다. 20여 년 만에 만나도 어제 본 듯한 친구가 있다는 것이 아주 고맙다.



누구에게나 학창시절이나 사회생활을 하면서 만난 단짝이 있다. 옛 기록에도 김유신과 김춘추라는 대표적인 실과 바늘 이야기가 있다. 두 사람은 출신 성분은 다르지만 백제, 고구려와의 전쟁에서 힘을 합쳐 신라를 삼국통일로 이끄는 데 중심 역할을 했다.



하지만 현실을 보면 실과 바늘 관계가 늘 좋은 결말만 겪는 것은 아니다.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처럼 너무 심하게 엉켜버린 경우도 많고, 김건모의 ‘잘못된 만남’이라는 노래처럼 ‘차라리 모르는 게 더 좋았을 텐데’ 하는 사이도 있다.



얼마 전 전 국민이 분노한 법원 판결이 있었다. 진경준 전 검사장과 넥슨 창업주 김정주 대표 간의 잘못된 우정 이야기인데, 둘 사이의 주식 거래로 진경준 전 검사장이 126억원 주식 대박을 올린 데 대해, 법원이 친한 친구 사이에 주고받은 돈거래라서 직무 연관성이 없다며 뇌물죄 혐의의 경우 무죄를 선고했기 때문이다.



실과 바늘 사이로 위장해 서로 잇속을 차리려는 의도가 뻔히 보이는데도 국민의 법 감정을 무시한 결론에 많은 사람들이 ‘나에게는 왜 저런 친구가 없느냐’며 농담 삼아 비아냥거린 기억이 난다. 아무리 친한 실과 바늘 사이에도 지켜야 할 규칙이 있다. 바늘이 너무 빨리 가면 실이 끊어지고 바늘이 너무 느리면 실은 엉키고 만다.



그런데 정말 고마운 데도 잊고 살아온 실과 바늘 사이가 있다. 바로 가정을 지키기 위해 묵묵히 자기 할 일에 최선을 다하는 부부 사이다. 고향에서 학교에서 만난 오래된 친구 사이도 좋고, 사회에서 만난 단짝도 좋다. 다들 연말이라 외부 모임이 많겠지만 오늘만큼은 집에 가는 길에 꽃 한 송이를 사서 들고 가자. 결혼 초기에는 눈물 고개, 아이들을 키우면서 아리랑 고개를 이겨내고, 이제 살만하니 내리막 고개를 함께 가야 하는 진짜 실과 바늘 같은 반쪽에게 향기 나는 사람이 되어보자.



2. [서울신문][서동철 칼럼] 백제 문화 복원 조급증 떨쳐야

지금 경주와 부여에서는 신라와 백제 시대 당시를 재현하려는 작업이 한창이다. 굳이 설명할 필요도 없겠지만,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대표적 역사 도시들이다. 역사 복원이 목적이라고 해도 발굴조사는 시간을 두고 조심스럽게 해야 한다. 하지만 두 곳에서는 역사가 아닌 건조물 복원에 초점을 맞춘 ‘초스피드’ 발굴이 이루어지고 있다. 하루라도 빨리 전성기 모습을 되살려 관광자원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얽매여 있다. 경주도 문제지만, 부여는 더 문제다.

경주시는 지난 5월 문화재위원회에 ‘신라왕경 핵심유적 복원·정비사업 종합기본계획’을 보고했다. 하지만 문화재위는 “역사유적지구 건물 복원 계획에 문제가 많다”며 접수를 거부했다. 근거 없이 복원이 이루어진다면 ‘상상 속의 신라’를 재현하는 것일 뿐 진정성을 갖기 어렵다는 것이다.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것을 계기로 복원에 나선다지만 오히려 이 때문에 세계문화유산 목록의 ‘삭제 1순위 후보’에 오를 수도 있다는 우려였다.

복원·정비 계획은 월성의 성벽, 문지, 건물지를 복원하고, 동궁과 월지의 서쪽 건물군과 황룡사의 강당 및 승방을 되살리는 것이 핵심이다. 월정교 복원을 마무리하고 첨성대 전시관을 세우며 대릉원을 정비한다는 내용도 있다. 계획이 퇴짜를 맞았음에도 해당 지역에서는 복원·정비를 전제로 성급한 발굴조사가 한창이다. 이미 상당 부분 복원된 월정교가 벌써부터 ‘경주의 흉물’로 떠오르고 있는 것은 문화재위원회가 우려한 그대로다.

경주를 비롯한 경북은 박근혜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이나 다름없다. 대통령이 지대한 관심을 가졌으니 정부, 경북도, 경주시는 신라문화권 발굴 및 복원·정비에 천문학적 예산을 책정해 놓았다. 하지만 학계와 언론의 감시가 뒤따르면서 정비·복원에 상당 부분 ‘속도 조절’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럴수록 경주보다 훨씬 더 조급하게 정비 계획이 추진되고 있는 백제문화권이 걱정이다.

부여군은 ‘구드래 역사마을’ 조성 사업을 벌이고 있다. 부여읍 쌍북리에 백제 전성기의 거주지를 중심으로 하는 일종의 ‘테마파크’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한옥마을과 상점거리를 재현하고 컨벤션센터 기능을 하는 건물도 지으려 한다. 구드래는 잘 알려진 것처럼 부소산 아래 금강변 나루터다. 역사 마을 부지는 백제 왕성인 사비성과 금강 나루를 잇는 통로에 해당한다. 해양국가 성격이 짙었던 백제였으니 구드래는 대형 범선이 접안하는 국제 항구 기능을 했을 가능성이 크다.

구드래 건너편에는 왕흥사터가 있다. ‘삼국유사’에 ‘물가에 자리 잡아 꽃과 나무들이 빼어나고 고와서 춘하추동 아름다움을 갖추었다. 왕은 언제나 배를 타고 강을 건너 그 장엄하고 화려한 것을 즐겼다’고 했다. 백제왕은 절에 갈 때마다 구드래를 이용했을 것이다. 역사 마을 부지는 왕의 통로이자 외국 사신의 통로였다.

역사 마을 부지는 조선시대 이후 일제강점기까지 일종의 난개발이 이루어지면서 집들이 무질서하게 들어서 있었다. 따라서 부여군이 일대 토지를 사들이고 주민을 이주시킨 것은 잘한 일이다. 하지만 구드래의 역사와 관련이 있을 가능성이 100%인 유적의 성격도 제대로 규명하지 않은 채 역사 마을 복원을 계획한 것은 ‘조급증’ 말고는 설명이 되지 않는다.

부여군은 역사 마을의 ‘마스터 플랜’을 먼저 세워 놓고 뒤늦게 발굴 허가를 받으려 분주하기만 하다. 어떤 유적이 나올지도 알 수 없는데, 집 지을 자리부터 정해 놓았다는 뜻이다. 세계유산에 등재된 도시라면 있어선 안 될 일이다. 하지만 정작 항구 시설이 있었을 금강변에 대한 발굴조사 계획은 아예 세우지도 않았다. 이래선 구드래 역사의 복원이 불가능하다.

부여군은 구드래 역사를 복원하기 위한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발굴조사 계획부터 세워야 한다. 당연히 금강변 항구 시설에 대한 정밀 발굴조사도 계획에 넣어야 한다. 더불어 우리 국민의 문화 수준이 하늘만큼 높아진 마당에 ‘관광자원’을 말하지 말라. 진정성 없는 백제마을보다는 백제 역사를 복원하기 위한 발굴 현장에 훨씬 많은 탐방객이 몰려들 것이다.



3. [조선일보][만물상] 老人의 기준

​일흔 넘은 할아버지가 삼시 세끼를 집에서 드신다. 부아가 돋은 할머니가 "경로당 가서 점심도 하고 친구와 어울리라"고 하자 할아버지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왜 싫으냐"는 물음에 할아버지의 대답. "경로당 가면 형들이 심부름시켜!" 작년 라디오에서 이런 사연을 들었다.



웃자고 소개한 이야기지만 고령 사회의 단면이 반영돼 있다. 정부의 노인 실태 조사를 보면 우리 어르신들이 스스로 노인으로 여기는 나이는 일흔 즈음이다. 일흔 중반을 넘겨야 '형들 눈치 안 보고' 경로당을 드나든다고 한다. 사실 요즘 60대를 노인이라고 부르면 누구든 받아들이지 않은 것같다.



우리나라에서 노인의 법적 기준은 만 예순다섯이다. 세계보건기구(WHO)도 이 나이부터 고령자로 삼는다. 국제 기준엔 맞지만 고령 사회의 현실과는 동떨어져 있다. 기준을 올리면 될 듯한데 간단치 않다. 기초연금, 경로우대처럼 고령자 혜택이 시작되는 시점이 늦춰지는 문제가 있다. 국민연금 받는 나이도 따라 올라갈 수 있다. 4년 전 실제로 정부가 노인 연령 기준을 끌어올리는 방안을 '중장기 대책'으로 내놓았다가 혼이 났다. "국가적 저항에 직면할 것"이라고 한 단체도 있었다.



소폭이지만 노인 기준을 올리는 데 성공한 나라는 미국이다. 벌써 30여년 전 연금 수급 나이를 단계적으로 끌어올리기 시작했다. 지금 쉰 이하는 67세가 넘어야 연금을 받는다. 65세 이상 미국인 가운데 요양원에서 생활하는 사람은 4%에 불과하다고 한다. 85세 이상도 10%다. 그만큼 미국 노인들이 건강하고 남의 도움 없이도 살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기준을 더 끌어올리자는 목소리도 있다. 물론 미국은 경로(敬老) 의식이 상대적으로 느슨해 이런 변화가 우리보다 어렵지 않다.



이번엔 일본 정부가 도전장을 내미는 듯하다. 노인 기준을 65세에서 70세로 올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그제 일본 언론이 보도했다. 10년 전 일본 정부가 이 문제를 살짝 건드린 일이 있다. 75세를 기준으로 '전기(前期) 고령자'와 '후기 고령자'로 나눠 의료 혜택을 차별화했다. 그 후 노인들이 등을 돌려 정권이 바뀌었다. 아베 총리의 지지율이 높다더니 다시 한번 '뜨거운 감자'에 손을 대보려는 모양이다.



사실 일본은 착실하게 토대를 만들어 왔다. 직장의 정년을 예순에서 예순다섯으로 끌어올린 게 3년 전이다. 그 나이를 넘겨 퇴직한 사람을 기업이 다시 고용하면 보조금도 지급한다. 어떤 이는 "노인이라는 말부터 없애야 한다"고 했다. 의식과 토대부터 먼저 바꾸는 것이다.



4. [동아일보][횡설수설/정성희] 청소년이 선호하는 이공계

청소년의 장래희망은 그해 일어난 이벤트와 미디어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1999년 드라마 ‘카이스트’와 ‘허준’이 방영되고 그해 카이스트와 한의대의 입시경쟁률이 급등했다. ‘슈퍼스타K’와 같은 오디션 프로그램이 인기를 끈 해에는 실용음악과 경쟁률이 수백 대 1로 치솟았다. 아이돌 그룹이 TV를 점령한 시대이다 보니 가수에 대한 학생들의 선망도 여전하다. 

교사는 몇 년째 초중고교 학생들의 희망직업 1위를 굳건히 지키고 있는 직업이다. 2001년 관련 조사가 시작된 이래 한 번도 1위를 내어 준 적이 없다. 학생들이 근접거리에서 지켜볼 수 있는 역할모델이고 직업 안정성이 높고 사회적으로 존중받는 직업이기 때문이다. 한국의 현직 교사들이 ‘교사가 된 것을 후회한다’는 비율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가장 높은 것과는 대비된다. 직업 안정성에 비해 보수나 사회적 지위가 높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2016년 초중고교생 희망직업 조사에서 이공계 연구원이 3개나 등장해 흥미롭다. ‘생명·자연과학자 및 연구원’ ‘정보시스템 및 보안전문가’ ‘기계공학 기술자 및 연구원’이 처음으로 10위권에 진입했다. ‘문송합니다(문과라 죄송합니다)’란 유행어가 등장할 정도로 진학에도 취업에도 이공계가 유리하다는 인식이 반영된 결과라고 하겠다. 이공계 직업 선호에는 인공지능(AI)과 가상현실(VR) 열풍을 몰고 온 알파고와 포켓몬고 충격, 시험 대신 다양한 진로를 탐색하는 자유학기제 영향도 있을 것이다. 

AI 사물인터넷 유전자가위 3D프린터 등으로 상징되는 4차 산업혁명이 의사나 법조인 등 전통적으로 선호하는 일자리를 위협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이런 흐름에 앞서 나가자는 생각이 청소년들에게 확산되는 것 같다. ‘쿡방(요리 방송)’의 영향으로 요리사 선호도가 높아지고 가수 등 재능이 필요한 직업에 대한 막연한 선호는 하락했다. 외환위기로 이공계 출신 인력이 구조조정의 칼바람을 맞으면서 이공계 기피가 만연했는데 알파고가 이공계 부활의 방아쇠를 당긴 것 같아 반갑다.



5. [한국일보][기억할 오늘] 콜로의 60살 생일

미국 오하이오주 델라웨어 카운티 ‘콜럼버스 동물원ㆍ수족관’의 서부롤랜드 고릴라 ‘콜로(Colo)’가 오늘 만 60살 생일을 맞았다. 콜로는 동물원에서 태어난 최초의 고릴라이자 확인된 최고령 고릴라다. ‘콜로’는 고향 ‘Columbus, Ohio’를 합성한 이름이다. 

콜로는 1956년 12월 22일 동물원 암컷 밀리 크리스티나와 수컷 배런 마콤보 사이에서 태어났다. 나자마자 부모에게 버림받았지만, 인공시설에서 태어난 첫 고릴라인 만큼 동물원의 각별한 보살핌 속에 성장했을 것이다. 사육사는 옷까지 맞춰 입혀가며 그를 길렀다고 한다. 

만 2살이던 59년, 아프리카에서 건너온 19개월 수컷 ‘봉고’를 첫 배필로 맞아 68년 2월 첫 새끼(암컷 ‘에미’)를 낳은 이래 69년과 71년 두 수컷을 낳았고, 새끼들이 또 번식에 잇달아 성공, 79년 4월 콜로는 할머니가 됐다. 동물원 설명으로 콜로는 2015년 말 현재 16마리의 손자와 10마리의 증손자, 3마리의 고손자를 두고 있다. 

고릴라 암컷의 평균 수명은 37년이라 알려져 있다. 콜로의 장수는 그 자체로도 기록적이어서, 그는 2008년 달라스 동물원의 55살 고릴라 제니(Jenny)가 숨진 이래 최고령 기록을 이어오고 있다. 동물원 측은 매년 생일 때마다 친한 고릴라들을 초대, 콜로가 가장 좋아한다는 토마토와 귤 선물과 특별 주문 케이크 등으로 성대한 잔치를 마련해주고 있다. “현재 콜로는 관절염을 제외하면 특별한 질병이 없으며 건강상태는 환상적일 정도”라고 지난 해 이맘때 동물원 측은 밝혔다. 

영장류 가운데 가장 큰 몸집을 지닌 고릴라는 아프리카 중부 콩고와 르완다, 콩고민주공화국 밀림지대에 주로 서식하며 크게 동부 고릴라와 서부 고릴라로 나뉜다. 고릴라는 지역에 따라 사정은 좀 다르지만 내전과 벌채, 자원 개발, 밀렵 등으로 인해 개체수가 급감하고 있다. 국제야생동물보존협회(WCS)는 지난 4월 보고서에서 콩고민주공화국의 동부저지대고릴라의 개체수가 20년 사이 77%나 감소해 3,800여 마리 밖에 남지 않았다고 밝히기도 했다. 

동물원의 기능 중에는 멸종 위기종의 보호ㆍ번식도 있다. 콜럼버스동물원 콜로는 그런 순기능을 극적으로 홍보할 수 있는 간판 스타이기도 할 것이다. 물론 그는 태어나 단 한 순간도 밀림을 경험하지 못했다.
반응형
LIST
Posted by 늙은최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