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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자료는 교육용으로 쓰기 위해 올리는 자료로 상업적 목적은 없으며 선정된 사실의 정치적 성향은 블로그 운영성향과 무관합니다.
주요 신문사설
[한국일보]
1. 새해 첫날부터 국민 분노 지수 높인 박 대통령
직무정지 상태인 박근혜 대통령이 새해 첫날인 1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출입기자단과 신년 인사회를 갖고 자신에 대한 혐의와 의혹들을 전면 부인했다. 박 대통령은 지난달 9일 국회 탄핵소추안 가결로 직무가 정지된 이후 입장 표명을 자제해왔다. 하지만 이날은 작심한 듯 모든 의혹을 하나도 인정하지 않고 조목조목 반박했다.
가장 중점적으로 해명한 것은 세월호 참사 당일 행적에 대해서다. “그날 일정이 없어서 관저에서 일을 챙기고 있었다”며 “정상적으로 계속 보고 받으면서 체크하고 있었다”고 했다. 사건 당시 대통령으로서 할 일을 다했다는데도 ‘밀회를 했다’ ‘굿을 했다’ 등의 온갖 소문이 돌더니 급기야‘성형 수술’ 의혹이 제기됐다며 기막혀 했다. 하지만 청와대는 의혹이 제기될 때마다 임기응변식 대응으로만 일관해 ‘7시간’은 여전히 안개 속이다. 촌각을 다투는 급박한 때 머리 손질에 귀중한 시간을 허비하고 상황을 제대로 파악 못했으면서도 대통령으로서 할 일 다 했다고 강변하는 것은 정말 염치없는 일이다.
박 대통령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을 둘러싼 뇌물죄 의혹, 최순실씨의 각종 이권개입에 대해서도 “공모나 누구 봐주기 위해 한 일은 손톱만큼도 없었다”고 부인했다. 미르ㆍK스포츠재단 관련 의혹 역시 문화융성이나 창조경제를 위한 정부 시책에 기업이 공감해 자발적으로 동참했다는 식으로 비켜갔다. “나를 완전히 엮은 것”이라고도 했다. 관련 혐의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수첩 메모 등 객관적 증거와 뚜렷한 정황 등으로 뒷받침되는 것을 무시한 억지다.
더욱 어처구니 없는 건 국정농단의 장본인으로 지목되어온 최순실씨에 대한 변명이다. 최씨를 “몇 십 년 된 지인”이라면서 “그렇다고 지인이 모든 것을 다 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지 않나”라고 했다. 그러나 지금까지 드러난 사실에 비춰 최씨는 결코 단순한 지인이 아니었다. 그가 국정을 좌지우지한 증거는 차고 넘친다. 국민들을 참담하고 분노하게 해 촛불을 들고 광장으로 몰려나오게 만든 것은 바로 최씨의 국정농단이었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린다고 해서 가려질 리 없다. 박 대통령은 반성하고 자숙하면서 특검의 수사와 헌재의 판단을 기다리는 게 옳다.
[중앙일보]
2. 국민 분노에 불지른 대통령 신년 간담회
박근혜 대통령의 1일 청와대 출입기자단과의 간담회는 여전히 민심과 동떨어진 대통령의 현실 인식을 보여줬다. 임기를 끝까지 채우고 싶다는 오기만 부렸다. 탄핵안 가결 이후 누그러질 조짐을 보여온 국민의 분노에 새해 벽두부터 기름을 부은 것이나 다름없다.
탄핵안 가결로 직무가 정지된 대통령이 불과 23일 만에 공개일정을 가진 것부터 부적절했다. 더욱 우려되는 건 박 대통령이 간담회에서 드러낸 상황 인식이다. 진정성 있는 반성은커녕 모든 의혹에 변명과 모르쇠로 일관했다. 사인(私人) 최순실과 한 몸이 돼 국정을 농단한 의혹에 대해 “최와 공모하거나 봐준 일은 손톱만큼도 없다”며 부인했다. 삼성 합병 지원 의혹에 대해선 “완전히 엮은 것”이라며 특검을 노골적으로 비난했다. 문형표 당시 보건복지부 장관과 안종범 당시 청와대 경제수석이 “청와대 지시로 한 일”이라 증언했는데도 무조건 아니라고 잡아뗀 것이다.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에도 “모르는 일”, 차은택씨의 인사개입 의혹엔 “누구와 친하다고 누구 봐줘야 되겠다고 한 적 없다”고 부인했다. 하지만 이를 뒷받침할 구체적인 증거나 정황은 제시하지 않았다.
박 대통령은 자신의 국정 농단 의혹을 파헤치기 위한 검찰·특검·국회·헌재의 출석요구에 단 한 번도 응하지 않았다. 그래 놓고 돌연 ‘3금(촬영·노트북·메모 금지)’을 조건으로 기자 간담회를 자청했다. 불리한 보도는 막고, 하고 싶은 말만 퍼지게 해 지지층을 결집시키려는 의도가 묻어난다. 나아가 특검과 헌재를 압박해 탄핵을 기각시키고, 임기를 채우겠다는 속내가 엿보인다면 과장일까.
박 대통령은 26년 만의 보수여당 분열에 대해 “말하기 적합하지 않은 것 같다”고 밝혔다. 자신의 실정으로 보수가 추락한 데 대한 책임론을 피하려고 말을 자른 듯하다. 세월호 7시간 동안 ‘관저에 외부인이 들어왔다’는 의혹에도 “기억을 더듬어보니”라는 표현을 쓰며 부인했다. 자신의 해명을 뒤집는 증언이 나올 가능성에 대비해 빠져나갈 구멍을 만든 느낌이다. 이런 식의 해명을 진정성 있다고 믿어주는 국민이 얼마나 되겠는가.
박 대통령의 인식이 이런 수준이니 새누리당 친박 지도부가 민심에 아랑곳없이 버티기로 일관하는 것도 당연해 보인다. 정우택 원내대표는 1일 인적 청산 범위에 대해 “언론에서 보도되듯 확대된 수준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본인도 책임이 없다고 할 수 없어 사회봉사를 10시간 하겠다”고 했다. 대통령의 국정 농단을 묵인·방조한 책임이 큰 여당의 지도자가 ‘봉사 10시간’으로 때우고 가겠다니 기가 막힐 따름이다. 인적 청산의 ‘범위’가 이렇게 ‘눈 가리고 아웅’ 식이라면 ‘리셋 코리아’의 주도권은 야권으로 넘어갈 수밖에 없다.
지금 박 대통령이 할 일은 기자들의 펜과 카메라를 뺏은 뒤 자기변호를 위한 간담회를 여는 것이 아니라, 하루라도 빨리 새누리당을 떠나 당과 국회가 개혁될 여건을 만들어주는 것이다. 그럴 때만이 국정 농단의 오점을 조금이나마 씻고 국민의 용서를 구할 여지가 생길 것이다.
3. 올해도 핵 위협과 대남 선동에 골몰하는 김정은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연초부터 핵카드로 협박하고 나와 걱정이다. 김 위원장은 어제 육성으로 읽은 신년사에서 “지난해에 (북한이) 동방의 핵강국으로 솟구쳐 올랐다”며 핵보유국임을 기정사실화했다. 그는 “적들(한국과 미국)의 무분별한 침략과 전쟁도발 책동을 단호히 짓부시자” “핵무력을 중추로 하는 자위적 국방력과 선제공격 능력을 계속 강화해나갈 것”이라며 위협했다.
김 위원장의 올해 신년사는 예년보다 노골적이다. 그는 지난해 신년사에서는 ‘남북관계 개선도 적극 추진’이란 표현으로 우리를 안심시켰다가 닷새 만에 4차 핵실험을 기습적으로 실시했다. 일종의 기만책이었다. 북한은 지난해 5차 핵실험까지 강행해 이제 핵무기 실전배치를 목전에 두고 있다. 그러나 올해는 처음부터 강경하게 나왔다. 문제는 그의 정세 오판이다. 그릇된 자신감에 찬 김 위원장의 목소리가 올해 또다시 북한의 군사도발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김 위원장은 이번 신년사에서 미국에 대한 대결적 표현도 서슴지 않았다. 그는 미국을 타격 목표로 하는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 발사준비사업이 마감(완료) 단계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북한은 ICBM을 개발하면 미국과의 군축협상 카드로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앞으로 북한의 ICBM 시험 발사 때마다 ‘미국 최우선’을 모토로 하는 미 트럼프 행정부의 거센 저항에 부딪힐 게 틀림없다. 이런 점에서 김 위원장은 섣불리 위험을 자초하지 않도록 도발을 자제하고 핵을 포기하기 바란다.
북한의 신년사는 광화문에서 열린 ‘촛불집회’에 대한 시각에서도 시대착오적이다. 촛불집회가 새로운 민주정치를 요구하는 국민의 목소리인데도 김 위원장은 “반인민정책, 사대매국, 동족대결에 대한 분노의 폭발”이라고 왜곡했다. 그러면서 그는 “전 민족적 투쟁을 벌여야 한다”며 우리 국민을 선동하고 있다.
올해 김 위원장의 신년사는 공격적이며 심상치 않다. 우리 정치권과 군 당국은 대화 창구는 열어두되 핵을 앞세운 북한의 협박과 선동에 비상하게 대처하기 바란다.
[매일신문]
4. 세밑 한파 녹인 영천 10억원 장학금 익명 기부
경북 영천시가 지난 2002년부터 시작해 2020년까지 조성하기로 한 영천시장학금 200억원 목표를 지난해 달성했다. 매년 10억5천여만원씩 19년을 모으면 2020년까지 이뤄지지만 계획보다 3년 앞당겨 목표를 채웠다. 이번 일은 몰래 지난해 두 차례 8억원을 장학금으로 전달한 의(義)로운 한 남매 가족의 기부로 가능했다.
이번 기부는 세밑 한파를 녹이고 어두운 연말 정국에 빛난 촛불같이 밝고 아름다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기부 주인공인 조(曺) 씨 3남매는 지난 2015년 10월 장학기금 10억원을 기탁하기로 뜻을 모으고 지난해 4월 5억원을 전달하고 12월에 3억원을 맡겼다. 올 상반기에 나머지 2억원마저 내놓기로 했다. 영천의 단일 기부로는 최고지만 이들 남매는 이름조차 밝히지 말 것을 부탁했다고 한다.
이들의 조용한 기부도 관심이지만 얽힌 사연은 더욱 그렇다. 이들 기부에는 3남매 중 먼저 떠난 누나의 ‘사람이 태어나서 세상에 좋은 일 하고 가자’는 생전 결의와 함께 영천시의 고마움을 갚는 보은의 뜻이 서려 있어서다. 바로 400년 전, 임진왜란 때 유배에서 풀려나 의병을 모아 왜적 토벌에 나선 선조 조호익(曺好益)을 모신 도잠서원을 시에서 관리하며 보살핀 데 대한 감사의 정성을 담은 탓이다.
대가를 바라거나 널리 알리는 일이 흔한 요즘 보기 드문 기부가 아닐 수 없다. 게다가 공적 있는 옛 사람을 마땅히 관리하는 행정 당국에 보은까지 했으니 특별한 기부임이 틀림없다. 기탁자도 조상 이름으로 대신하면서 선조를 다시 드러냄과 함께 영천의 옛 인물 선양사업까지 빛냈으니 명분과 실리가 맞는 새로운 기부다. 남은 일은 3남매는 물론 수많은 기탁자의 뜻을 제대로 살린 장학금 운영이다. 이는 당국의 몫인 만큼 영천시는 되새겨야 한다.
5. 미래 전기차 도시 대구, 충전소 확보에 달렸다
대구시가 내년에 전기차 2천400대를 보급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이는 정부가 내년에 우리나라 전체에 공급하겠다는 전기차 1만4천 대 보급 목표의 17%에 이르는 규모다. 이를 위해 대구시는 새해 전기차 보조금을 전기승용차는 2천만원, 전기화물차는 2천200만원으로 올린다. 친환경 자동차는 세계적 추세인 만큼 대구를 친환경 전기차 도시의 이미지로 바꿔나간다는 전략은 긍정적이다.
세계 자동차 시장은 전기차, 수소전지차, 하이브리드카 등 친환경 자동차 중심으로 빠르게 변하고 있다. 특히 전기자동차에 대한 선호는 공급이 수요를 따르지 못할 정도로 폭발적이다. 유럽에서는 아예 가솔린 자동차를 금지하자는 논의가 시작됐을 정도로 전기차에 대한 선호도가 급증하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에 따르면 2015년 말 전 세계 전기자동차 보급 대수는 처음으로 100만 대를 넘어 126만 대를 기록했다. 전년 대비 2배 가까이 급증한 것이다. 올 들어 이런 추세는 더욱 강화됐을 것으로 분석된다.
그럼에도 우리나라에서 전기차는 충전소 부족, 오랜 충전 시간, 비싼 가격 등 상용화에 많은 걸림돌을 안고 있다. 대구시가 이런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야심찬 전기차 보급 계획이 공염불에 그칠 가능성이 커진다. 실제로 환경부는 올해 국내에 1만 대의 전기차 공급 목표를 세웠지만 12월 8일 현재 보급된 전기차는 4천622대에 불과해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그나마 지난해 2천821대에 대비해선 64% 증가한 것이다.
미래 전기차 도시를 꿈꾼다면 걸림돌을 하나하나 제거해 나가야 한다. 가솔린 차량에 비해 비싼 가격은 보조금 지급으로 어느 정도 상쇄할 수 있다. 충전 시간 단축은 국가와 업체가 함께 풀어나가야 할 숙제다. 대구시가 스스로의 힘으로 해결해야 할 우선 과제는 충전소의 확대 보급이다. 일반 주유소는 곳곳에 널려 있지만 전기차 충전소는 찾기 어렵다. 시는 내년에 171기의 충전기를 확대한다지만 이 계획이 실현되더라도 충분하지 않다.
충전에 장시간이 소요되는데다 충전할 곳이 마땅찮으면 전기차는 계륵이 되기 쉽다. 전기차를 구입한 사람들이 충전할 곳이 마땅찮아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면 더 이상 확대 보급도 어렵다. 미래 전기자동차 선도 도시를 노리는 대구의 계획도 물거품이 될 수 있다. 대구시는 전기차 충전소 확보에 ‘미래 전기자동차 선도 도시’라는 대구시의 명운을 걸어야 한다.
[한국경제]
6. 경제적 자유가 죽고 있다…한국 위기의 본질이다
2017 정유년 새해가 밝았다. 새해 새 아침이지만 한가한 덕담이나, 무책임한 낙관론을 말할 수는 없다. 올 한 해 대한민국은 어떤 비전과 어떤 희망으로 재도약과 회생의 발판을 마련해낼 것인가. 미국과 일본은 벌써 희망의 노래를 부르고, 낙관론으로의 전환점을 돌고 있다.
그러나 한국은 그렇지 않다. 비관론의 소용돌이가 치고 있다. 광장의 한쪽을 채운 비판의 촛불도, 광장의 또 다른 쪽을 채우기 시작한 반론의 태극기도 절망과 위기감을 노래하기는 마찬가지다. 정치적 격돌이 국민을 분열시키는 가운데 경제 분야에서는 더욱 음습한 곰팡이처럼 비관론이 번져나가고 있다.
정치가 폭발하고 광장의 여론이 드높아질수록 법치와 경제적 자유는 필연적으로 죽어가고 있다. 이것이 우리 시대에 던져진 질문의 요체다. 자유민주의 헌법 정신에 부합하고 창의적 시장시스템을 존중하는 본질적 의미의 ‘경제할 자유’는 도처에서 심각한 도전을 받고 있다. 그게 우리가 새롭게 맞은 2017년 앞에 던져진 진정한 위기다.
19대에 이어 지난해 출범한 20대 국회가 제안·제정한 입법 대부분은 경제적 간섭과 사회주의적 입법으로 도배질돼 있는 것이 현실이다. 경제를 살리는 자유의 입법은 한 건도 찾아보기 어렵다고 할 정도다. 시장거래를 착취요 죄악으로 보는 경제민주화 관련 법안들,기업경영의 손발을 다 묶은 채 무방비로 한국 대표기업을 헤지펀드 먹잇감으로 내던지자는 공정거래법과 상법 개정안이 다 그렇다. 경제 문제를 넘어 개인의 일상사까지 법으로 일일이 규정하겠다는 김영란법도 그렇다. 법정까지 대중의 눈치를 살피는 반(反)자유주의적 기류는 이제 사법부에서도 만성적인 현상이 됐다.
정치권의 반시장적 좌경화 경쟁은 자유의 가치가 무너져 내리는 원인이면서 동시에 결과이기도 할 것이다. 자유경제원과 한경이 공동 분석한 소위 대선 주자들의 이념성향을 보면 이런 현상은 더욱 극명하다. 자천타천 16명의 후보 중 무려 12명이 좌파 또는 중도좌파다(본지 2016년 12월31일자 A6면 참조). 그나마 스스로 우파라고 외치는 4명도 결국 중도우파 정도로 매겨질 뿐 자유의 가치를 중시하는 정통 우파라고 볼 만한 인물은 없다. ‘사회적 경제’ ‘재벌개혁’ ‘증세’를 내세우며 새누리당에서 분당한 ‘개혁보수신당’조차 버젓이 보수라고 외치니 자유는 이미 잊혀지거나 사라진 것은 아닌지, 그것이 궁금할 따름이다.
이런 정치판에서 대한민국 사회의 성장과 발전에 대한 청사진을 기대하는 것은 연목구어의 헛된 망상처럼 돼버리고 말았다. 그것이 슬프게도 ‘2017년 한국 이데올로기’다. 우리는 이 사실을 차마 부인할 수 없다.
표만 되면 어떤 레토릭도 불사하는 것 또한 한국적 정치 전통이라 하겠지만, 최근의 좌편향은 그 정도가 심각하다. 10년째 국민소득 2만달러대의 늪에서 탈출해 4만~5만달러에 도달하려면 그에 맞는 정치·경제·사회·문화적 아비투스(habitus)가 절실하지만 한국 사회는 2만달러의 아비투스조차 받아들이지 못하는 상황이다. 국회와 거리의 대중은 서로 밀어주고 끌어주며 오히려 5000달러의 퇴행적 아비투스로 되돌아가려는 판이다.
‘최순실 국정 농단’의 결과는 단순히 국정의 중단이나 파행이 아니었다. 광장의 정치는 그것이 우익적인 것이든, 좌익적인 것이든 필연적으로 반자유주의적일 수밖에 없다. 2017년은 그런 집단적 광기와 격정을 억누르고 이성과 합리, 개인주의와 법치에 기반한 진정한 자유를 조금이라도 회복하느냐가 한국 민주주의의 시금석이 될 수밖에 없다. 법치가 아니라 광장을 민주주의라고 우기는 거리의 선동가들이 정치를 장악하는 한 미래는 절망적이다.
새해 아침이다. 자유를 향한 위대한 노정의 새 출발을 결심할 때다. 다가오는 대선도 자유냐, 반자유냐의 싸움이 될 것이다. 자유의 반대편에 있는 포퓰리즘은 그럴싸한 레토릭으로 전환기적 불안심리를 한껏 자극해갈 것이다. ‘포용 성장’도, ‘공정 경제’도, ‘빈부격차 완화’도 충분한 성장이 없이는 불가능하다.
그 어떤 나라도 가난의 질곡 속에서 민주주의와 사회발전과 균형성장을 달성하고 있는 나라는 단연코 없다. 그런 것은 환상이다. 후진적 농업사회는 결국 계급사회로 우리를 인도해갈 뿐이다. 충분히 성숙한 산업사회도 경제적 자유 없이는 불가능하다. 경제적 자유가 풍전등화로 벼랑 끝에 내몰린다는 것, 그것이 한국 위기의 본질이다. 자유를 향한 투쟁의 깃발을 올려야 할 때다.
[이데일리]
7. 이대로 주저앉을 수는 없다
시름과 격정 속에서 새해를 맞는다. 정유년(丁酉年)의 새 아침이다. 오늘의 태양이 어제나 그제와 다를 바 없건만 시간의 분절(分節)로 인한 새로운 출발선 위에 선 것이다. 각 개인과 가정, 기업에 있어서는 물론 국가적으로도 다시 한 해의 여정이 시작됐음을 의미한다.
이 아침, 조용히 옷깃을 여미고 심호흡으로 마음을 가다듬는다. 새해엔 과연 어떤 일들이 기다리고 있을지, 또 무사히 헤쳐나갈 수 있을지를 생각한다. 분노와 좌절로 얼룩졌던 지난 달력을 떼어내고 새해 달력을 거는 마음은 이렇듯 염려가 앞선다. 새해에 대한 기대와 희망이 왜 없으련만 국내외 여건이 그 어느 때보다 엄혹하기 때문이다.
우리 내부의 정치 일정을 떠올리기에도 숨이 벅찰 정도다.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국정농단 탄핵심리가 새해 벽두부터 시작되며, 그 결과에 따라 조기 대선도 치러야 한다. 국회의 개헌 논의도 대선 일정과 맞물려 상당한 파장을 불러올 게 틀림없다. 가히 대한민국의 명운이 달린 한 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무엇보다 다음 대통령만큼은 제대로 뽑아야 한다. 지금 눈앞에 벌어지는 국정 혼란이 잘못된 정치 리더십에서 비롯됐음을 분명히 기억할 필요가 있다. 비선실세를 동원해 기업과 공조직을 주무른 처사는 국정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와 희망을 여지없이 날려 버렸다. 이 기회에 국민 위에 전횡하는 제왕적 리더십을 근절하고 국민과 더불어 소통하고 호흡할 수 있는 민주적 리더십을 정립해야 할 것이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일반 유권자들의 시민의식이 크게 높아졌다는 점이다. 촛불을 들고 광장에 모여든 참가자들이 보여준 질서의식이 그것이다. 수많은 인파가 몰렸음에도 불구하고 평화적으로 시위를 끝냈다는 한 가지만으로도 과거의 혼란 양상과 뚜렷이 대비된다. 이처럼 성숙한 시민의식이 다가오는 대선에서는 물론 우리의 고질적인 정치 풍토를 바로잡는 토양이 되기를 기대한다.
당장 시급한 것은 경제를 살리고 민생을 안정시키는 문제다. 이미 경제가 장기 침체의 늪에 빠져들어 생산·소비·수출이 동반 위축되고 있다. 기업 투자도 주춤한 상태여서 청년 일자리 창출은 물론 전반적인 고용시장이 위협받는 상황에 처했다. 미국의 금리인상 움직임은 또 다른 불안 요인이다.
그런데도 탄핵 사태의 여파로 국정공백이 이어지고 있음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조류인플루엔자의 초동 대처에 실패함으로써 ‘계란 파동’이 확대되고 있는 게 대표적인 사례다. 정책을 추진하는 위아래 손발이 맞지 않는다는 얘기다. 정부가 새해 예산을 조속히 집행하는 방법으로 경기에 군불을 지피겠다고 하지만 과연 얼마나 효과를 낼 수 있을지 지레 걱정되는 것이 그런 때문이다.
대외적인 여건도 불확실성을 더해가는 중이다. 브렉시트 결정에 이어 미국 트럼프 정권의 등장으로 국제정세가 혼란을 겪고 있다. 사드 배치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등 국내 정세에 미칠 파장이 작지 않은데도 우리의 대응은 미온적이다. 조만간 북한이 추가 핵실험을 감행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이처럼 새해를 맞는 여건은 오히려 비관적 상황에 더 가깝다. 그렇다고 여기서 그대로 주저앉을 수는 없다. 눈보라 속에서도 보리싹이 돋아나듯이 스스로 새해의 희망을 싹틔워야 한다. 다시 신발끈을 동여매고 새벽길을 떠나는 비장한 각오를 다져야 할 것이다.
8. 새누리당, 인적쇄신 없이는 미래도 없다
새누리당이 신년 벽두부터 당내 쇄신을 둘러싼 심각한 내분에 휩싸였다. 구원투수로 등장한 인명진 비상대책위원장이 ‘친박계’를 겨냥해 꺼내든 인적청산 카드로 인해 분위기가 뒤숭숭하다고 한다. ‘비박계’의 집단 탈당으로 가라앉는 듯했던 갈등이 재연된 셈이다. 새누리당이 그동안 집권당으로서 보여줬던 일련의 무책임한 행태에 비춰 응분의 정상화 과정을 겪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인 비대위원장의 추진 방향이 전적으로 옳다. 새누리당이 다시 국민들의 지지를 얻으려면 신뢰를 회복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문제가 있는 사람들 스스로 거취를 표명하는 게 먼저다. 당과 정부에서 요직을 맡았으면서도 박근혜 대통령의 판단을 흐리게 한 사람들과 지난해 4·13총선 당시 분열을 조장함으로써 유권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던 당사자들에 대해 책임을 묻고 있는 것이다.
인 비대위원장이 구체적으로 이름을 거명하지는 않았지만 대상자가 어떤 사람들인지 짐작하기란 그리 어렵지 않다. 친박계 맏형 노릇을 해 온 서청원 의원과 경제부총리를 역임한 최경환 의원, 청와대 정무·홍보수석을 지낸 이정현 전 대표 등이 지목된다. 당사자들이 “굴러온 돌이 박힌 돌 빼내려는 것이냐”며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지만 자신들의 처신에 대해 먼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이 기회에 박 대통령의 탈당 문제에 대해서도 진지한 검토가 필요하다. 이미 탄핵추진 논의가 나돌 때 본인 스스로 결단했어야 할 문제다. 더구나 헌법재판소의 탄핵심리가 진행되는 상황인데다 탈당·분당으로 새누리당이 소수당으로 전락한 만큼 이제 집권당으로서의 의미도 퇴색한 마당이다. 아울러 이명박 전 대통령이 조만간 새누리당을 탈당키로 했다는 발표에 대해서도 충분히 이해한다.
우리 정치의 가장 큰 문제점은 국민을 위해서라기보다 정치인들 자신의 기득권을 위한 정치가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다. 지금 새누리당의 쇄신 논의가 내분에 부딪친 것도 그러한 풍토에서 비롯된다. 새누리당이 쇄신을 하든 말든 전적으로 내부 구성원들이 결정할 문제다. 하지만 인적청산 결과가 유권자의 눈높이에 미치지 못할 경우 다음 선거에서 더욱 처절한 절패감에 직면하게 될 것임을 명심하기 바란다.
9. 치졸하고 무례한 중국의 ‘사드 보복’
중국이 한국의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대한 보복을 한층 노골화하고 있다. 중국은 최근 한국의 3개 항공사가 신청한 1월 중 중국~한국행 8개 노선의 전세기 운항을 뚜렷한 이유 없이 불허했다. 우리 정부에 전세기 운항을 신청했던 중국 항공사들도 신청을 갑자기 철회했다고 한다. 1~2월은 국내 관광업계가 ‘중국 특수’를 누리는 춘제(春節·설) 기간이다. 중국 당국이 전세기 운항을 불허해 유커를 통제하는 방식으로 사드 흔들기에 나선 조치라고 간주할 수밖에 없다.
중국의 ‘사드 반대’ 압박은 전방위로 이뤄지고 있다. 한국이 사드 배치를 결정한 지난해 7월 이후 덤핑규제 강화 등 한국 기업 및 제품에 대한 압박은 날로 커지고 있다. 한류를 제한하는 한한령(限韓令)에다 롯데그룹의 중국내 매장과 공장에 대한 세무조사 등 직접 제재도 가하고 있다. 중국 정부가 지난달 자국 여행사들에 대해 한국행 여행객 수를 20% 줄이라는 구두 지침을 내린 데 이은 이번 전세기 불허 조치는 그 연장선이라는 데 의심의 여지가 없다. 한국의 안보문제를 민간교류와 경제를 무기로 보복하는 치졸한 행태다.
더 나아가 외교적 결례도 서슴지 않는 게 중국이다. 중국 천하이(陳海) 외교부 아주국 부국장이 지난주 우리 정부와 협의 없이 방한해 여야 정치인들과 중국 진출 대기업 관계자들을 만나 ‘사드 배치 반대’ 메시지를 전달한 것이 그것이다. 우리 정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일방적으로 입국해서는 국론 분열을 획책하고 다닌 것이다. 김장수 주중 대사의 중국의 한국 여행 제한, 한류 제한조치 등과 관련한 면담 요청에는 한 달 넘게 답이 없는 상태다. 한국을 깔보지 않고서는 있을 수 없는 외교적 무례요 오만이다.
사드 배치는 북한 핵 위협에 노출돼 있는 한국의 안보를 위한 자위 조치다. 중국이 현재 남중국해 영유권이나 대만 관련 문제를 ‘핵심 이익’이라고 주장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외교 현안을 민간 교류나 경제 제재를 통해 보복하려는 움직임은 옳지 않다. 더구나 경제 교류는 상호이익을 위한 것이다. 한국 기업과 한국 제품에 대한 압박과 제재는 중국 기업에도 결코 득이 되지 않는다. 대국으로 대접받으려면 대국답게 처신하는 것이 마땅하다. 중국은 치졸하고 무례한 사드 보복 조치를 당장 중지하기 바란다.
[연합뉴스]
10. 1천만 명 넘긴 '촛불'과 법치주의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로 불이 붙은 '촛불집회' 참가 인원이 구랍 31일 10차 집회로 1천만 명을 넘어섰다. 서울 808만, 지방 195만 등 연인원 1천3만여 명이 촛불을 들었다고 이 집회를 조직해온 '박근혜정권퇴진 비상국민행동' 측이 밝혔다. 대한민국 역사상 단일 사안을 놓고 벌어진 최대 규모의 연속집회라고 한다. 지금의 헌법체제를 만들어낸 1987년 6월 민주항쟁 때 연인원이 적게는 300만 명, 많게는 500만 명이었다고 한다. 이번 촛불집회의 열기가 어느 정도였는지 충분히 짐작하고도 남는다.
최순실 씨 등 박근혜 대통령 주변 사람들의 국정 농단에 분노한 촛불은 두 달 남짓한 기간에 엄청난 변화를 일으켰다. 수많은 촛불로 모아진 열기 속에서 국회의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되고 박 대통령의 권한이 정지됐으며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 체제가 들어섰다.
국정 농단의 중심에 있는 최순실 씨는 물론 청와대의 안종범 전 정책조정수석과 정호성 전 부속비서관, 광고감독 차은택 씨 등 조력자들이 줄줄이 쇠고랑을 찼다. 최 씨에 대한 의혹 등을 수사 중인 박영수 특별검사팀도 전례 없는 기개와 속도로 주목받고 있다. 특검팀은 여러 의혹이 쏠려 있는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 자택을 전격 압수수색하는 등 출발부터 과거 특검과 다른 모습을 보였다.
서울의 광화문 광장 등 전국 주요 도심에서 벌어진 촛불집회는 폭력과 충돌을 극도로 자제했다는 점에서 집회 문화의 새 지평을 열었다. "시민들이 망가진 민주주의를 대규모 집회로 바로잡았다"(AP통신)와 유사한 외국 언론의 호평도 이어졌다. 특히 서울 광화문 광장에는 많을 때 170만 명(주최측 추산)이 모였으나 걱정할 만한 물리적 충돌은 한 건도 없었다. 처음 몇 차례 집회에서 과격한 일부 참가자들이 어린 의경들에게 폭력을 쓰려 하는 장면이 TV화면에 비치기도 했다. 하지만 다수의 평화적 참가자들이 즉각 제동을 걸어 불미스러운 충돌 상황까지 가지 않았다.
오히려 집회 횟수가 늘어나면서 분노의 기운이 점차 줄어들고 집회를 즐기려는 분위기가 고조됐다. 특히 7차부터 10차까지는 폭죽이 등장할 정도로 축제장 분위기가 연출됐다고 한다. 매주 집회 현장에서 록콘서트 등 대규모 공연이 이어지고 '만두노총' '한국곰국학회' 같은 유쾌한 풍자도 속속 등장했다. 평화적인 일반 참가자들이 늘면서 어린 자녀의 손을 잡고 집회장소에 나온 부모들도 적잖게 눈에 띄었다. 이런 시민들에게 촛불집회는 더이상 위험하게 느껴지지 않는 민주주의 교육현장이었다. 법원이 헌정사상 처음으로 청와대 100m 앞까지 대규모 시위대 접근을 허용한 것도 '평화를 중시하는 성숙한 시민의식'을 확신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걱정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보수·진보 양 진영이 집회 규모로 세를 과시하면서 보혁 갈등이 급격히 고조될 조짐을 보인다. 특히 서울을 중심으로 보수 단체들의 '맞불 집회'가 커지고 있다. 구랍 31일에는 서울 중구 대한문 앞에 주최 측 추산 72만여 명(최대운집 시 경찰추산 2만5천명) 모였다. 아직 진보 진영이 주도하는 광화문 집회(주최 측 100만. 경찰 6만5천)에는 미치지 못하나 일방적으로 밀리던 초중반과는 판이하다. 만에 하나라도 물리적 충돌이 생기지 않도록 양측 모두 최대한 자제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헌법재판소 앞에서 집회를 벌이는 것은 보수든 진보든 모두 지양해야 한다.
헌재는 이제 막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의 본격적인 심리 절차에 착수했다. 헌재를 겨냥한 시위는 어떤 형태로든 재판부를 압박할 수 있다. 이번 촛불집회는 민주주의 후퇴에 대한 분노에서 시작됐다. 그렇게 소중히 여기는 민주주주 수호의 최후 보루가 '법치주의'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주요 신문칼럼
1. [매일신문][민송기의 우리말 이야기] 좋은 대학
수시 합격자 발표가 지난주로 끝나고 지금 정시 원서 접수가 한창이다. 학생이나 학부모들은 자신의 수능 점수로 조금이라도 더 ‘좋은’ 대학을 가기 위해 원서 접수 상황을 보면서 눈치를 보는데, 요즘은 점수가 많이 남더라도 자기가 생각하는 ‘좋은’ 대학을 가려고 하는 것도 하나의 흐름으로 정착되고 있다.
여기서 따옴표를 친 ‘좋은’은 같은 말이지만 의미는 미세한 차이가 있다. 앞의 ‘좋다’는 대상이 다른 것과 비교해서 수준이 높거나 가치가 있는 경우를 뜻하는 것이다. 이때 대학의 좋고 나쁨의 기준은 입시 기관들에서 내놓는 배치표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다른 사람의 눈을 많이 의식하는 학부모나 자신의 진로에 대해서 깊이 생각해 본 적이 없는 학생들은 서연고 서성한 중경외시 이런 주문처럼 외우는 대학 서열을 대학의 좋고 나쁨의 기준으로 생각한다. 학벌주의가 우리 사회를 불공정하게 만드는 원인 중 하나임에도 불구하고 내세울 것이 학벌밖에 없는 사람들은 그런 비교에 집착을 한다.
이에 비해 뒤의 ‘좋다’는 대상의 성질이나 내용 따위가 보통 이상의 수준이어서 만족할 만한 경우를 뜻하는 것이다. 이때 대학의 좋고 나쁨의 기준은 직접 대학에 가서 교수들의 수업을 듣고, 다른 학생들과 교류하고 생활하면서 자기가 스스로 느끼는 것이다. 그래서 남들이 지잡대라고 비하해도 대학 공부를 재미있어하고, 열심히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좋은 대학은 자기가 있는 대학이 된다.
올해 구미에 있는 4년제 대학 입시 설명회에 갔더니 학교 홍보물에 우리 학교 출신 학생이 있었다. 이 학생은 고등학교 시절 아주 착실하고 나름 열심히 하는데도 성적이 잘 안 나와서 고민을 많이 했었다. 그렇지만 대학에서 열심히 공부해서 남들이 부러워하는 직장에, 명문대에 진학한 친구들보다도 먼저 취직해서인지 인물도 아주 훤해 보였다. 이 학생이 군대 가기 전 학교에 왔을 때 이야기가 전공 공부도 재미있고, 교수님들도 잘해 주셔서 아주 만족한다고 그랬었다. 이 학생에게 ‘좋은 대학’의 기준은 자기 자신에게 있는 것이었기 때문에 (남들과 비교해서나 자기 스스로 느끼기에나) ‘좋은’ 결과로 이어질 수 있었다.
물론 위의 학생의 예는 특수한 경우고, 확률적으로 보면 남들이 보기에 ‘좋은 대학’이 학생들이 느끼기에 ‘좋은 대학’일 가능성이 높은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그것은 대학에서 잘 가르쳐서라기보다는 학생들의 자존감이 높은 데서 생기는 영향이 크다. 고착화된 대학 서열이 없는 상태에서 교육력으로만 승부한다면 ‘좋은 대학’에 대한 순위는 지금과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지금 우리나라에서 배치표의 상위권에 있는 대학은 너무 쉽고 안일한 방법으로 ‘좋은 대학’의 이름을 얻고 있다.
2. [매일신문][매일춘추] 함께 가야 멀리 간다
군주민수(君舟民水). 전국의 교수들이 선택한 2016년을 가리키는 사자성어다. “백성은 물, 임금은 배이니, 강물의 힘으로 배를 뜨게 하지만 강물이 화가 나면 배를 뒤집을 수도 있다”는 뜻이다. 이렇게 광화문 광장을 비롯해 전국 각지 촛불집회의 열기로 뜨거웠던 2016년을 보내며 더욱 달아오른 새해를 맞고 있다. 아이에서 노인까지 수백만 명이 결집한 촛불집회는 평화적 연대를 통한 시민의 힘을 보여주고 있다. 한마음으로 서로 손을 잡아주자 모르쇠로 정치판을 뒤덮은 제로섬(zero-sum)의 모략을 넘어 나의 이득이 너에게도 이득이 되는 플러스섬(Plus-sum)의 협력과 공존이 자리를 밝혔다.
인문학 연구공동체 ‘수유너머’가 그러했듯이 책을 통해 서로 손을 잡아준 이들이 있으니 ‘출판연구 동행325’다. 지난해에는 전국에서 7천여 명이 모이는 ‘책 그리고 인문학’ 전국 책축제에 시민 부스를 열었다. 잃어버린 나를 찾아 방황하던 그들이 처음으로 글을 쓰고, 여기까지 오게 한 원동력은 무엇일까?
책 한 권 만들고 싶다는 소박한 꿈으로 17명이 모여 만든 ‘따로 또 같이’를 시작으로 벌써 7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아무것도 못 써요” 하던 사람들이 책을 쓰고 등단을 하고 출판사를 차리기도 했고, 그 미미한 출발이 40여 권이 넘는 책 출판으로 이어졌다.
과거를 돌아보면 매순간이 소중하고 그립다. 하지만 멋지게 성공한 사람들보다 더 오래 기억에 남는 것은 아리고 아린 손가락들이다. 초등학교 4학년이 공부의 전부인, 아내의 암 투병에 눈물짓는, 언제나 낮은 곳으로 눈길을 돌리다 뇌경색을 맞은, 세 번의 낙상사고를 당한, 매번 부정적인 생각이 앞서는 초보 작가들이지만 누구의 아픔보다 덜하지 않은 아픔으로 책을 썼다.
죽기 전에 내 책 한 권 써보기를 꿈꾸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아이템이 있어도 정작 한 줄도 못 쓰는 경우가 허다하다. 무엇이 문제일까? 가장 큰 걸림돌은 스스로 자신의 발목을 잡는 자존감이다. 걱정과 불안이 클수록 완벽하고자 하는 욕망은 더욱 커지고, 알을 깨고 나와 다른 세상을 볼 수 없게 한다.
사람들은 재능 없는 일에 섣불리 도전하지 않는다. 무엇에 도전하든, 이미 그 재능이 흐르고 있다. 멀리 가려거든 손잡고 함께 가라. 천천히 가든 빠르게 가든 속도는 중요하지 않다. 함께 가야 멀리 간다. 서로가 서로에게 든든한 지원군이 되어 함께 걸어가겠다는 믿음을 주는 것, 그것이 서로의 불안을 잠재우고 그 믿음이 다시 부메랑이 되어 각자의 믿음을 일깨운다.
‘혼자만의 꿈도 함께라면 현실이 된다.’
3. [매경이코노미][HEALTH] 부정맥의 증상과 치료…이유없이 심장 ‘두근’대면 빨리 약물처방
추운 날씨에 돌연사의 원인이 되기도 하는 부정맥. 부정맥은 심장 박동이 정상을 벗어나 너무 느리거나 빠르거나 혹은 불규칙한 상태를 이르는 질환이다. 일반적으로 1분에 60번에서 100번 정도 뛰어야 정상 맥박으로 본다. 빠르게 달릴 때에는 그보다 훨씬 빨리 뛸 수 있고, 또 수면 상태에선 훨씬 느려질 수 있다. 하지만 부정맥 환자들은 가만히 있는 상태인데도 심장이 두근거리는 증상을 호소한다.
정보영 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 교수는 “자다가 심장이 두근대서 깼다거나 계단을 내려가다 살짝만 헛디뎌도 심장이 쿵쾅거린다는 환자도 있다. 반대로 맥박이 느리게 뛰어 답답하고 어지러움을 호소하기도 한다. 달리기를 하면 맥박수가 올라가야 정상인데 그렇지 않아서 답답함을 느낄 수 있다. 부정맥이 와서 실신 또는 급사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부정맥 종류 중 가장 흔한 것은 ‘심방세동’이다. 심방세동은 심장 위쪽 부분을 뜻하는 심방에서 부정맥이 오면서 심장이 부르르 떨리는 것. 심방세동 환자 중에선 초기에는 증상을 느끼지만 일정 기간이 지나면 증상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다 모르고 방치했다 뇌졸중으로 이어질 위험이 크다.
드물게 ‘심실세동’이 생기는 환자도 있는데 심실세동은 심장 아랫부분인 심실에 부정맥 증상이 온 것이다. 심실세동은 부정맥 중에서도 특히나 치명적인 것으로 꼽힌다. 심실세동이 오면 급사할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부정맥은 너무 덥거나 추울 때 발생 가능성이 증가하며 또 낮보다는 아침 시간, 특히 자고 일어났을 때 생기는 경우가 많다. 주로 고령일수록, 또 고혈압을 앓는다면 부정맥이 발생할 가능성이 커진다. 정보영 교수는 “심실세동 환자들은 새벽에 증상이 나타나는 일이 많으며, 급사할 가능성이 높다. 아침에 자고 일어나면 몸속 교감신경이 활성화돼 부정맥이 오기 쉬운 상황이 된다. 부정맥은 기온으로 인한 혈관 수축이나 교감신경과 관련이 깊다”고 설명했다.
부정맥은 왜 생기는 것일까. 부정맥은 심장 속 수많은 심근 세포를 타고 흐르는 전기 자극이 갑자기 비정상적으로 흐르면서 발생한다. 정 교수는 “심장은 자율신경계의 분포상 1분에 60~100번 정도 뛰도록 만들어져 있다. 신경계에 이상이 생기거나 혹은 심장 내에 어떤 문제가 생기면 부정맥이 나타난다. 갑자기 심장 일부가 막혀 전기가 흐르지 못하면 속도가 느려지고, 그때 전기가 회오리를 쳐 비정상적인 박동이 생겨날 수 있다”고 말했다.
부정맥 치료는 초기 약할 때는 약물치료를, 약물로 개선되지 않을 때는 전기충격치료를 하게 된다. 그래도 재발하거나 악화되면 고주파도관절제술을 하게 된다. 고주파도관절제술은 심장에 가느다란 관을 넣은 후 고주파를 이용해 문제가 되는 세포를 지져 없애는 방법이다.
“부정맥 치료를 위해 약을 먹기 시작하면 평생 먹어야 한다고 잘못 생각하는 이들이 많다. 부정맥 진단을 정확히 받은 후 약물치료를 시작하면, 이후 뇌졸중 등 위험한 합병증을 사전에 예방할 수 있다. 질환 초기에는 대부분 후유증 없이 치료가 가능하다. 부정맥 예방을 위해 고혈압이나 당뇨병을 잘 조절하고 평소 잘 관리하면서 악화되기 전에 사전에 치료할 것을 권한다.”
4. [매경이코노미][최영옥의 백 투 더 클래식] 정명훈 일본서 뉴스타트하는 한국의 거장
2017년 정유년(丁酉年)이다. 클래식 음악계는 2017년에도 여러 어려움이 예상되지만 그나마 방한할 스타 연주자와 연주팀이 예정돼 있어 위안이 된다. 2018년 베를린 필을 사임하는 사이먼 래틀이 마지막으로 베를린 필을 끌고 내한한다. 또 래틀의 뒤를 이을 키릴 페트렌코가 바이에른 슈타츠오퍼 오케스트라와 한국을 찾는다.
이외에도 거장 지휘자들의 내한은 계속 이어진다. 다니엘 하딩, 엘리아후 인발, 필립 헤레베헤, 리카르도 무티, 발레리 게르기예프를 2017년에 만날 수 있다. 아쉬운 것은 이 거장들의 행렬 속에 정명훈이 없다는 것이다. 이제는 서울시향을 떠난 정명훈은 2016년 9월 도쿄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명예음악감독(honorary music director)이 됐다.
1911년 나고야에서 창단한 도쿄 필은 일본에서 가장 오랜 전통을 자랑하는 오케스트라다. 명예음악감독은 오케스트라에 공적을 남긴 지휘자에게 부여하는 영예로운 직책. 도쿄 필 역사상 명예음악감독은 정명훈이 처음이다. 정명훈과 도쿄 필의 인연은 2001년 도쿄 필의 특별고문으로 취임하면서부터 시작됐다. 정명훈이 지휘봉을 잡으면서 도쿄 필은 일본 교향악계의 상징이었던 NHK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인기를 뛰어넘었다. ‘일본 지휘의 자존심’으로 불리는 오자와 세이지의 인기를 뛰어넘는다는 평가를 받았을 정도.
당초 도쿄 필은 2016년을 끝으로 서울시향 예술감독을 사임한 정명훈을 음악감독으로 초빙하려 했다. 하지만 정명훈이 “너무나 큰 책임이 따르는 음악감독은 맡고 싶지 않다”고 거절해 명예음악감독으로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직함상으로는 명예직이지만 현재 예술감독·상임지휘자가 없는 이 오케스트라의 사정상 정명훈은 도쿄 필 실질적인 최고 사령탑이다.
문제는 서울시향 사태 후 그를 붙잡은 것이 도쿄 필이었다는 점. 한편으론 어쩔 수 없이 그런 선택을 한 정명훈의 마음이 읽혀지기도 하고.
탱고의 거장 아스토르 피아졸라가 이쯤에서 떠오르는 건 그래서일까? 그는 오늘날 조국 아르헨티나의 탱고 음악을 전 세계가 사랑하는 음악으로 올려놨다는 평가를 받는다. 정작 조국은 그가 펼치는 탱고를 그리 반가워하지 않았다. 결국 피아졸라는 조국을 떠나 먼 이국땅을 떠돌며 조국을 그리워하며 살았다.
서울시향 문제로 한참 시끄러울 때 정명훈은 기자들 앞에서 ‘트로이메라이’를 연주했다. 하지만 ‘음악밖에 모른다’는 마에스트로와 ‘음악 외의 것’을 알고 싶어 하는 기자들 사이에서 ‘트로이메라이’의 선율은 먼지처럼 흩어져버렸다.
아시아가 배출한 2인의 마에스트로, 정명훈과 오자와 세이지. 세이지의 조국 일본에서도 정명훈은 일본의 지휘자보다 더 큰 사랑을 받고 있다. 정명훈을 그의 조국 한국은 언제쯤 불러줄 수 있을까. 그가 도쿄 필보다는 한국의 오케스트라, 일본 음악계 발전보다는 한국 음악 발전에 더 집중했으면 하는 마음을 갖는 건 하릴없는 욕심일까? 음악평론가인 필자로서는 새해 첫머리 가장 먼저 생각하는 염원이다. 그가 지휘하는 말러와 베토벤, 헝가리 무곡을 자주 한국 무대에서 만나기를 고대하며.
5. [경향신문][산책자] 가난한 마음
몇 년 전 경북 청도 운문사에서 하룻밤을 지낸 적이 있다. 비구니 절로 유명한 운문사이지만 여러 칸의 객방이 따로 있어서 가끔은 남자 손님도 재워준다. 절 사진을 찍느라 거기 오래 묵고 있는 작가를 만나러 갔던 건데, 그는 앉은뱅이책상과 조그만 반닫이 하나가 있는 방에서 조촐한 생활을 즐기고 있었다. 아무런 장식도 기물도 없이 텅 빈 그 방은 얼마나 고졸하던지!
그 겨울밤 우리는 둘이 누우면 꽉 차는 방에서 창호 두 짝을 통해 쏟아지는 별을 보며 자연과 인간과 세상살이를 밤새 이야기했다. 그 뒤로 절에 갈 때마다 나는 대웅전, 극락전 같은 웅장한 공간보다 ‘요사채’라 부르는 승방을 기웃거리곤 한다. 대개는 나 같은 잡인들이 얼씬 못하게 닫혀 있지만 텅 빈 수도의 공간을 훔쳐보는 건 남모를 즐거움이다.
베를린 유대인박물관에 가면 ‘홀로코스트 타워’라는 공간이 있다. 차디찬 콘크리트 벽과 캄캄한 어둠에 갇혀 있는 그 방은 방형(方形)이 아닌 날카로운 예각으로 모서리를 만들어 공간에 들어선 사람을 몸서리치게 한다. 나는 일부러 그 공간에 오래 머물러 보았다. 뾰족하게 이어진 천장에서 희미하게 들어오는 빛이 전부인 공간은 참혹했고, 마치 실존의 극한에 선 듯한 체험을 할 수 있었다. 인간의 날 것 같은 삶과 죽음의 의미를 되새길 수 있는 공간이었다.
화려한 대웅전보다 담백고졸한 승방을 더 좋아한다고 했지만, 같은 이유로 나는 절보다 서원이 좋다. 무소유를 말하는 사찰이 우습게도 금칠한 불상과 화려한 기물들로 사람들의 복락을 비는 데 몰두하는 반면, 서원은 유교의 오랜 청빈 사상을 구현하듯 결벽하고 단정한 공간들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이다.
서원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안동에 꼭 가볼 일이다. 지난여름 나는 안동에 갔다가 전에는 놓쳤던 경험을 몇 가지 얻고 돌아왔다. 유명한 도산서원, 병산서원, 하회마을보다 퇴계 선생의 자취들만을 따라가 본 덕분이다. 퇴계 선생은 50세 되던 해에 풍기군수를 사직하고 안동의 한미한 냇가로 물러나 계상서당을 연다. 두 칸의 코딱지만 한 공간인데, 1000원짜리 지폐에서도 이 서당을 볼 수 있다. 여기서 유성룡, 김성일 등 20여 명의 제자들을 가르쳤다니 선생의 앎은 공간의 크기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었던 모양이다. 젊은 율곡은 오래도록 흠모하던 퇴계를 만나러 계상서당에 찾아와 시를 바친다.
“시냇물은 수사(洙泗)에서 갈라져 나왔고/ 봉우리는 무이(武夷)처럼 드높도다/ 제가 바라는 것은 도를 묻는 일이오니/ 반나절 헛되이 보낸다 생각지 마소서.” ‘수’와 ‘사’는 주자가 살던 복건성의 물 이름이고 ‘무이’는 산 이름이니, 퇴계의 거소가 공자와 주자의 학문을 잇기에 부족함이 없다는 칭송이었다.
그러나 퇴계도 계상서당이 비좁은 것을 안타까워한 제자들의 성화에 못 이겨 말년에는 도산으로 서당을 옮긴다. 우리는 도산서원의 위용에 찬탄을 보내지만 사실 서원의 정수는 초입에 자리한 도산서당에 있다. 겨우 세 칸짜리 초옥인데도 선생은 서당을 새로 지은 후 걸핏하면 건물이 너무 넓다 불평을 했단다. 여기서 100여 명의 제자가 늘 배웠다니 공간의 쓰임이 놀랍다. 퇴계가 허용했던 것은 이 공간뿐이고 서원의 나머지 웅장한 건물은 후대에 지은 것들이다. 그렇게 안동은 점점 예법과 격식만을 좇는 공리공담의 중심지가 되어 간다.
아무것도 가진 게 없는 환경과 단 몇 평의 공간에서도 우리는 생각의 깊이와 자유를 누릴 수 있다. 아쉬울 게 없이 갖춰진 궁궐, 관저, 저택은 사람을 가두고 생각까지 가두는 법이다. 퇴계의 서당은 바깥의 자연과 세상에 바로 이어져 있었다. 수용소의 유대인은 아마도 차디찬 콘크리트에 갇혀 있었을지언정 그의 영혼만큼은 새처럼 자유롭게 바깥을 날았을 것이다.
파리의 화려한 ‘파사주’를 물신적 소비가 들끓는 공간으로 명민하게 관찰했던 발터 벤야민은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경험 속의 가난이 빈자에게 무슨 작용을 하는가? 그것은 그로 하여금 처음부터 시작하도록, 새로운 출발을 하도록, 조그만 시도를 공들여 하도록, 조금을 가지고 시작해 더 크게 키우도록 만든다.”
가난은 결핍이 아니라 오히려 가능성이라는 얘기다. 성서 역시 “마음이 가난한 자에게 복이 있다”고 가르치고 있거니와 그것은 가난한 마음이야말로 우리 존재에 부족한 무엇인가를 찾고 갈구하는 바탕이 되기 때문이다.
2017년 새해에는 서로의 행운과 복을 빌어주되 그것이 더 많은 소유와 소비에 대한 갈망이 아니기를 빈다. 모두들 생각과 마음의 성장을 이루는 한 해가 되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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