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반응형



※이 자료는 교육용으로 쓰기 위해 올리는 자료로 상업적 목적은 없으며 선정된 사설의 정치적 성향은 블로그 운영성향과 무관합니다.




주요신문사설


[이데일리]

1. 반기문, 친인척 단속 선언부터 해라

유력 대권주자로 꼽히는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유엔 임기를 마치고 오늘 귀국한다. 이미 귀국에 앞서 캠프를 차리고 대선 출전을 위한 사전 준비활동을 마친 것으로 전해진다. 보좌진 진영의 윤곽도 일부 드러났다. 그를 영입하려는 여야 정당의 움직임도 덩달아 빨라지고 있다. 이제 조기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이 본격적으로 선거운동에 돌입하는 분위기다.

아쉬운 것은 그가 ‘세계 대통령’을 지냈다고 하면서도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한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화려한 경력 위주로 유권자들을 설득하려는 것인지 아직 분명하지 않다. 내일 국립현충원 참배에 이어 광주 5·18묘지와 대구 서문시장, 진도 팽목항, 봉하마을 등을 방문한다는 일정도 예상했던 범위를 벗어나지 못한다. 이념과 지역을 아우르겠다는 ‘국민통합’ 메시지로는 너무 평범하다.



가장 중요한 경제 공약의 밑그림이 아직 그려지지 않았다는 점도 미덥지 못하기는 마찬가지다. 측근들이 ‘따뜻한 시장경제’를 불쑥 내세웠다가 슬며시 꼬리를 내린 마당이다. 대기업 개혁을 강도 높게 추진하고 부자 증세를 검토하겠다는 얘기가 캠프 주변에서 나돌고 있지만 오히려 포퓰리즘에 영합하려는 것이 아닌가 여겨진다. 전체적인 국가이익 증진에서 벗어나는 공약이라면 하등 쓸모가 없다는 사실을 명백히 깨달아야 한다.

더구나 이러한 정책 공약보다는 친인척들의 이권개입을 분명히 막겠다는 약속이 먼저 필요한 처지가 됐다. 동생인 반기상씨와 조카인 반주현씨가 뇌물증여 혐의로 미국 맨해튼 연방법원에 기소됐다는 사실을 국민들은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이들 부자가 경남기업이 베트남에 소유한 부동산을 매각하려는 과정에서 반 전 총장의 직위를 이용했다는 의혹도 제기되는 중이다.

반 전 총장이 일찌감치 집안 식구들에게 대외활동의 신중한 처신을 당부했다는 점은 그나마 다행이다. 막내동생 반기호씨가 지난해 보성파워텍 부회장 자리에서 물러난 것이 그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지금 눈앞에 벌어지는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가 그것을 말해준다. 반 전 총장 자신도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 23만 달러를 받았다는 의혹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가 앞으로 선거운동 과정에서 어떠한 행보를 보여줄 것인지 주시하고자 한다.



2. 외국기업 횡포에 불매운동도 못하나

영국 버버리 회사가 최근 한국 시장에서 일부 제품값을 평균 9% 내렸다. 그러나 원화 대비 파운드화 폭락치(17%)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다. 반면 홍콩에서는 이미 지난해 9월 홍콩달러 대비 하락분(9.7%)을 넘어서는 수준인 10~15% 인하했다. 외국에서는 재빨리 통화가치 하락분보다 큰 폭으로 인하했으면서 국내에서는 뒤늦게 그것도 ‘찔끔’ 내린 것이다. 한국 소비자를 ‘봉’으로 여기지 않으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러한 횡포에 은근히 분통이 터진다.

한국 소비자를 ‘호갱’으로 보는 외국 기업은 버버리만이 아니다. 폴크스바겐은 배출가스 조작으로 지난해 미국 소비자들에게 약 17조원의 배상금을 지급하기로 했으면서도 국내에서는 아직까지 뚜렷한 보상 방안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이케아도 지난해 ‘서랍장 사망사고’가 발생하자 미국, 캐나다 등에서 즉각 관련제품의 판매를 중단했지만 한국에서는 미적거리다 3개월이 지나서야 중지했다.

한국에서 폐 손상 가습기 살균제 판매로 200명이 넘는 사망자를 내고도 15년 만인 지난해야 피해자들에게 공식 사과한 옥시도 마찬가지다. 비자카드도 새해 들어 한국·중국·일본 가운데 한국 소비자의 해외이용 수수료만 1.0%에서 1.1%로 올렸다. 이밖에 샤넬·구치·루이비통 등 이른바 명품 브랜드의 국내 가격이 외국보다 훨씬 비싸다는 건 얘깃거리도 아니다.



유독 한국에서만 갑질을 해대는 외국 기업도 못됐지만 국내 소비자들의 잘못도 크다. 값이 비싸도 무조건 수입 명품만 찾는 그릇된 소비의식이 문제다. 뭉텅이로 바가지를 쓰거나 늑장 리콜로 무시를 당해도 판매량이 줄기는커녕 자꾸 늘어난다니 호갱을 자처하는 꼴이다. 당국의 허술한 소비자 보호정책과 돈벌이에만 급급해 해외 유명 브랜드 유치에 혈안이 된 백화점·면세점 등의 한심한 행태도 한 원인이다.

소비자들이 각성해야 한다. 유명 브랜드에 맹종할 게 아니라 차별시정 요구, 집단 불매운동 등으로 오만한 기업을 퇴출시켜야 한다. 정부도 유명 브랜드 유통에 있어 폭리나 담합 등 불공정 거래행위가 없는지 정기적으로 조사해 부조리를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 외국 회사들에 대해서도 ‘소비자가 왕’이라는 사실을 보여줘야 한다.



[서울신문]

3. 日 정치인 도 넘는 망언 자제해야

일본 정치인의 연이은 막말식 발언이 국민의 분노를 사고 있다. 최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부산 소녀상 설치와 관련해 염치없는 발언을 하더니 이번에는 아소 다로 부총리 겸 재무상이 나섰다. 그는 지난 10일 각의(국무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한·일 통화 스와프 협상과 관련해 “약속이 지켜지지 않는다면 빌려준 돈도 돌려받지 못할 것”이라며 “스와프 따위도 지켜지지 않을지 모른다는 이야기가 된다”고 말했다.

아소 부총리의 발언은 대한민국이 빌린 돈도 갚지 않는 신용 없는 국가라고 지칭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이는 국가의 존엄을 무시한 모욕적 언사다. 국교를 맺은 이웃 나라에 대해 일국의 정치인이자 각료로서 해서는 안 될 발언이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재무상을 겸하고 있는 아소 부총리가 통화 스와프의 개념조차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통화 스와프는 외환 위기 등 비상시에 상대국에 자국 통화를 맡기고 상대국 통화나 달러를 받도록 하는 계약으로 상호 외환 유동성을 확보하는 것이 목적이다. 국가 간에 돈을 빌려주고 받는 차관과는 개념이 다름에도 아소 부총리는 ‘빌려준 돈도 돌려받지 못할 것’이라는 몰상식적 발언을 한 것이다.

아베 정권의 2인자인 아소 부총리의 상식 이하 행동과 발언은 어제오늘의 이야기는 아니다. 그는 2013년 4월 태평양 전쟁 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해 당시 우리 정부가 항의 표시로 윤병세 외교부 장관의 방일을 취소시켰다. 그해 6월엔 도쿄대 강연에서 일제의 창씨개명에 대해 “조선인들이 ‘성씨를 달라’고 한 것이 시발이었다”고 후안무치한 주장도 폈다.

외교부 대응도 문제다. 최근 일본 정부의 뻔뻔하고 강압적인 조치에 외교부는 대변인 명의로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한·일 관계를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는 원론적 논평만 했다. 이번에도 고작 “부적절한 발언으로서 책임 있는 정치인이라면 발언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정도의 반박만 했다. 한·일 관계를 고려했다고는 하지만 우리의 국익을 훼손하고 국제사회에서 대한민국의 위상을 추락시키는 잇단 도발에 대한 대응으로서는 너무도 안이한 저자세다.

일본이 한국과의 지속적인 발전을 원한다면 일제가 저지른 만행에 대해 진정한 사과를 하는 것이 순서다. 지금처럼 국민의 감정을 격앙시키는 망언은 결코 양국 화해와 협력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4. 생활 화학제품 유해성 상시 감독하라

환경부가 인체에 피해를 줄 수 있는 정도의 화학물질이 들어간 생활 화학제품을 전량 회수하기로 했다. 지난해 가습기 살균제 파동에 따라 탈취제, 방충제 등 시중의 화학제품 2만 3388개를 전수조사한 결과다. 18개 회수 품목에는 유한킴벌리, 홈플러스 등의 방향제와 스프레이 세정 제품도 포함됐다. 모두 부엌, 욕실, 차량 등 일상생활 속에서 광범하게 쓰이는 친숙한 제품들이다.

만시지탄이더라도 환경부의 전수조사는 재발 방지 차원에서 의미 있는 조치다. 전수조사 대상 가운데 위해 우려 제품으로 분류된 제품의 79%에서 살생물질이 발견됐다. 세정제, 방향제, 탈취제에서 특히 살생물질이 많았다. 이런 유해 제품들을 생활공간에 방치했다니 아찔하다.

살생물질 자체가 당장 인체에 치명적인 것은 물론 아니다. 하지만 살생물질이 일정 수준 이상 함유된 제품을 지속적으로 사용하면 심각한 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가 이어진다.



국내 시장에서 쓰이는 화학물질은 4만 4000여종에 이른다. 해마다 새롭게 등장하는 것도 400여종이 넘는다. 그런데도 우리나라의 화학물질 관리 수준은 걸음마 단계다. 화학물질 등록 및 평가 등에 관한 법률(화평법)이 재작년부터 시행에 들어갔으나 제 구실을 못 하는 현실이다. 법제화 과정에서부터 관련 업체들의 반발로 누더기법이 됐으니 손봐야 할 구멍이 많다.

정부의 엉터리 관리와 불량 기업들의 소비자 농단에 우리는 너무나 큰 대가를 이미 치렀다. 가습기 살균제가 문제 된 이후 환경부가 집계한 사망자만도 113명이다. 정부와 검찰의 늑장 대응으로 가장 많은 피해자를 낸 옥시의 존 리 전 대표는 지난주 무죄 판결을 받아 죗값조차 치르지 않고 빠져나갔다. 결국 억울하게 가족을 잃은 피해자만 피눈물을 흘렸을 뿐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가습기 살균제처럼 인명 피해를 낸 제조사에는 손해액의 3배까지 물리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악덕 업체도 문제지만 빤히 허점을 보면서도 관리감독에 눈감은 정부 당국의 책임도 크다. 이번 전수조사를 계기로 수십년 동안 사실상 방치했던 생활 화학제품의 관리에 고삐를 죄어야 한다. 당장 업체들이 제품의 모든 성분을 구체적으로 의무 공개하도록 법안을 다듬어야 한다. 허술한 관리로 소비자만 눈먼 장님으로 피멍 들이는 일은 다시는 용납받지 못할 것이다.



5. 반기문 입국으로 막 오른 대선 레이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오늘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한다. 반 전 총장의 입국으로 19대 대통령을 뽑는 대권 레이스의 본격적인 막이 올랐다고 할 수 있다. 반 전 총장은 각종 여론조사에서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함께 양강 구도를 형성해 온 유력한 대선 예비주자다.



유엔이라는 세계 무대에서 활동했던 그는 단 한번도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겠다고 말한 적이 없는데도 대선 주자 지지율 조사에서는 결코 빼놓지 않는, 한국의 대통령 선거 역사상 유례가 없는 장외의 대선 예비후보였다. 그의 입국은 전직 외교관, 전직 유엔 사무총장이 아닌 정치의 장으로 진입한 정치인 반기문의 출발이기도 하다.

반 전 총장이 최근 몇 년간의 지지율 조사에서 1, 2위를 기록한 것은 아시아 최초의 유엔 사무총장이란 점도 적지 않게 작용했겠지만, 새 정치를 원하는 국민의 희망과 갈구가 담겨 있는 결과로 봐야 할 것이다. 하지만 지지율은 지지율일 뿐이다. 장내로 들어온 정치 초보 반기문씨 앞에는 그가 대통령직에 걸맞은 역량을 갖추고 있는지를 확인하는 가혹한 검증과 함께 숫자에 불과했던 지지율을 실존하는 지지자로 만들어 가야 하는 지난한 작업이 기다리고 있다.

대변인의 발표에 따르면 반 전 총장은 국립현충원 방문을 시작으로 ‘국민통합’의 메시지를 던지며 지방을 순회할 것이라고 한다. 대통령을 하겠다는 사람이라면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 23만 달러를 받았다는 의혹에 대한 해명을 귀국 일성으로 삼겠다는데, 그에 못지않게 시급한 사안이 있다.



반 전 총장도 잘 알다시피 한국은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 당선자, 중국의 시진핑 국가주석, 일본의 아베 총리의 강경외교라는 사면초가에 빠져 있다. 주변국이 흔드는 대로 흔들리는 초비상 상황이다. 2년의 외교장관을 포함한 36년의 외교관, 10년의 유엔 총장 경력에 걸맞게 그의 전공인 외교 현안에 대한 소신부터 밝힐 필요가 있고 국민은 듣고 싶어 한다.



특히 2015년 12월 28일의 한·일 위안부 합의에 대해 대선 예비주자 중 유일하게 ‘환영’을 표한 만큼 국익을 위한 소신이 무엇인지 분명하게 천명해야 한다. 지난해 3월 그는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한·일 정부의 노력을 환영한 것일 뿐 합의 내용 자체를 환영한 것은 아니었다”고 했다는데, 표를 의식해 애매모호한 말을 반복해서는 안 될 것이다. 단 한번도 입장을 밝혀 본 적이 없는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문제도 마찬가지다.

반 전 총장 주변에는 그의 대통령 가능성을 보고 몰려든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그 자체가 나쁜 일은 아니지만 나중에 발목을 잡을 화근이 되지 않도록 잘 정리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를 끌어낸 촛불 민심이 요구하는 새로운 체제의 확고한 비전을 빠른 시일 안에 국민에게 제시하는 일이다. 이는 모든 대선 예비주자에게도 해당하는 주문이다.



[동아일보]

6. ​실업자 100만 명… 美오바마가 완전고용 이룬 비결

지난해 실업자가 사상 처음으로 100만 명을 넘어섰다. 청년층(15∼29세) 실업률은 9.8%로 역대 최고치이고, 연간 취업자 증가 폭은 30만 명대 밑으로 내려가면서 2009년 금융위기 이후 수준으로 악화했다. 통계청이 어제 발표한 ‘2016년 12월 및 연간 고용동향’에 나타난 고용시장의 암울한 현실이다. 

불황과 실업률 증가의 원인으로 정부는 걸핏하면 글로벌 경기 침체 같은 대외 리스크를 꼽는다. 하지만 세계은행이 10일 발표한 세계경제전망 보고서를 보면 올해 경제성장률 예상치가 2.7%로 지난해 성장률 2.3%를 웃돈다. 세계 교역량도 신흥국가들의 경제 회복에 따라 지난해 2.6% 증가에 이어 올해는 3.6%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세계경제는 우리나라처럼 불황에 허덕이지 않는다는 얘기다.

미국발(發)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1월 취임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8년간 어떻게 경제를 살려놓고 20일 퇴임하는지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1930년대 대공황 이래 최악의 침체로 10% 가까이 치솟은 실업률을 그는 지난해 말 완전고용 수준인 4.7%로 낮추는 데 성공했다. 최근 6년간 민간 부문에서 늘어난 일자리가 무려 1560만 개다. 

오바마는 취임하자마자 7872억 달러(약 942조 원)의 재정을 투입하는 ‘미국의 회복과 재투자법안(ARRA)’에 서명해 인프라 건설, 직업훈련과 친환경에너지 개발 등에 힘썼다. 야당인 공화당은 재정적자가 늘어난다며 돈을 풀어 경기를 살리는 통화정책에 반대했지만 오바마는 뚝심 있게 밀어붙였다. 의회를 설득하는 데도 팔을 걷어붙였다. 퇴출 위기에 몰린 자동차 산업은 구제금융을 투입해 살려냈고, 금융위기의 진원지인 월가에 대해선 규제의 칼을 빼들었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 역시 오바마 정책을 뒷받침하기 위해 효율적으로 움직였다. 결국 투자와 일자리가 늘어나면서 세수(稅收)는 증가하고 재정적자가 줄어드는 두 마리 토끼가 잡힌 것이다. 이 덕분에 오바마 대통령은 10일(현지 시간) 고별연설에서 “여러분이 변화였다”라고 외칠 수 있었다.

달러를 한껏 찍어낼 수 있는 미국을 한국과 곧이곧대로 비교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한국 정부가 오바마 정부처럼 경기 회복을 위해 최선을 다했는지 의문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시대엔 국내 일자리를 미국에 갖다 바쳐야 할지도 모른다. 그런데도 조기 대선 같은 정치 이슈에 일자리 정책과 법안이 밀리면서 일자리 죽이는 포퓰리즘 공약이 슬슬 나온다. 국가 지도자가 될 사람이라면 미국 경제를 살려놓은 오바마의 리더십에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



7. 금의환향 반기문, 친인척 뇌물 의혹 분명히 해명해야

유력한 대권주자인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10년간의 사무총장 생활을 마치고 오늘 귀국한다. 그러나 반 전 총장의 금의환향은 미국 뉴욕 연방법원에 동생과 조카가 뇌물 혐의로 기소됐다는 뉴스가 어제 보도되면서 상당 부분 빛이 바랬다. 동생 반기상 씨 부자가 2014년 베트남에 있는 경남기업 소유의 72층짜리 주상복합건물을 중동의 한 국부펀드에 팔기 위해 그 나라 관리에게 50만 달러(약 6억 원)의 뇌물을 건네려 했다는 것이다.

대통령이 측근과 공모한 비리 혐의로 탄핵 절차를 밟는 중에 유엔 사무총장의 친동생까지 국제적인 뇌물 스캔들에 휘말렸으니 보통 나라망신이 아니다. 경남기업은 고 성완종 씨가 회장으로 있던 기업이고, 성 회장은 충청포럼 회장을 맡아 반기문을 중심으로 ‘충청 대망론’을 띄웠던 사람이다. 반기상 씨가 한때 경남기업 고문을 맡은 것도 반 전 총장과 무관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반 전 총장 측은 귀국길 공항에서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의 23만 달러 수수 의혹에 대해 직접 해명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반기상 씨 부자의 비리에 대해선 반기문 측 이도운 대변인이 어제 “반 전 총장은 전혀 아는 바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어물쩍 넘어가서는 곤란하다. 23만 달러 수수가 사실이 아니라면 반 전 총장은 해명이 아니라 명예훼손 고소를 해서 진상을 밝혀야 한다. 친동생 부자의 뇌물 의혹과 관련해서는 반 전 총장 자신이 어디까지 알았으며 왜 막지 못했는지 분명히 해명해야 할 것이다.

유엔 사무총장으로서의 10년 경험은 한국인의 자긍심을 높였지만 대통령의 자질과 유엔 사무총장의 자질은 다르다. 반 전 총장은 때 묻지 않은 ‘정치 신인’이란 강점도 있지만 외교 관료로서 양지바른 곳만 골라 밟아왔다는 소리도 듣는다. 캠프에도 과거 역대 정부에 몸담았던 기득권 세력이 적지 않다.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소추로 인해 대통령에 대한 국민의 눈높이가 높아졌고 검증의 잣대는 엄격해졌다. 이런 엄중한 상황에서 귀국하는 반 전 총장은 국민 통합이라는 막연한 슬로건이나 반문(반문재인) 정서에 기댈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의 경쟁력을 보여야 한다. 안팎으로 심각한 위기에 봉착한 대한민국호(號)를 위한 분명한 철학과 비전을 내놓지 않으면 ‘반기문 거품’은 붕괴할 수도 있다.



8. 무죄 나온 국민의당 리베이트 수사 ‘우병우 기획’이었나

​국민의당 박선숙 김수민 의원이 작년 4·13총선 홍보비를 리베이트로 돌려받아 정치자금법 등을 위반한 혐의로 기소된 사건에서 어제 1심 무죄 판결을 받았다. 이들은 김 의원이 대표로 있던 브랜드호텔의 광고 전문가들로 꾸려진 태스크포스를 만들고 이를 통해 인쇄업체 비컴과 TV 광고 대행업체 세미콜론으로부터 2억1000여만 원의 리베이트를 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법원은 “혐의를 자백한 비컴 대표의 진술에 일관성이 없고, 브랜드호텔과 비컴·세미콜론 간 계약이 허위임이 입증되지 않았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국민의당은 작년 총선에서 38석을 얻어 제3당으로 급부상했지만 두 달 만에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고발로 리베이트 의혹이 불거지고 7월 두 의원이 기소되면서 정당 지지도 등에서 큰 타격을 입었다. 부패 범죄는 기소만 되면 책임을 진다는 당헌 규정에 따라 국민의당의 간판이었던 안철수 공동대표가 천정배 공동대표와 함께 대표직에서 사퇴했다. 1심이긴 하지만 국민의당 관계자들이 모두 무죄 선고를 받음으로써 검찰이 무리한 수사를 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검찰 수사는 편파적이기까지 했다. 검찰은 국민의당을 상대로는 속전속결로 수사를 진행해 한 달도 안 돼 관련자를 처음 구속한 것과 달리 선관위가 지난해 7월 고발한 새누리당 조동원 전 홍보기획본부장의 비슷한 의혹에 대해서는 수사를 미적거리다 지난해 12월에야 겨우 기소했다. 조 전 본부장은 선거용 TV 광고 동영상 계약을 맺으면서 4200만 원 상당의 인터넷용 홍보 동영상 36편을 무상 제공받은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국민의당은 리베이트 형식으로 돌려받고 새누리당은 무상으로 제공받았지만 본질은 같다. 

안 전 대표는 법원의 무죄 판결 이후 “정권 차원의 안철수 죽이기란 것이 증명된 판결이라고 본다”며 우병우 전 민정수석의 개입 의혹을 제기했다. 상급심에서 1심 판결이 뒤집히지 않는 한 수사의 정치적 의도에 대한 의혹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그렇지 않아도 검찰의 중립성을 보는 눈이 곱지 않은 상황이다. 정당을 상대로 한 검찰의 수사는 더욱 공정해야 옳다.
 

[세계일보]

9. 오바마 대통령의 고별 연설이 부러운 이유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퇴임을 열흘 앞둔 어제 심금을 울리는 고별연설을 했다. 그는 시카고의 대형 컨벤션센터 매코믹 플레이스에서 변화를 위한 단합과 참여를 강조하며 민주주의를 향한 희망의 메시지를 전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우리는 우리의 시간에, 우리의 손으로 차이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믿음을 재확인했다”고 말했다. “변화는 보통 사람들이 참여하고, 그것을 요구하기 위해 함께 뭉칠 때 일어난다”고도 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연설 도중 여러 차례 기립박수를 받았고 일부 참석자들은 눈물을 흘렸다. 참석자들이 계속해서 박수를 치고 연호하는 바람에 행사가 늦어지기까지 했다. 지지자들은 “4년 더” “아이 러브 유” 등을 외치며 아쉬움을 달랬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지율이 임기 내내 40%대를 유지할 정도로 높은 지지를 받았다. 최근 여론조사에서도 지지율이 55%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자의 지지율 37%보다 높았다.

미국 국민이 오바마 대통령에게 뜨거운 박수를 보내는 것은 단순히 8년간 국가에 봉사한 노고를 격려하는 차원이 아니다. 국가 지도자로서 품위를 잃지 않고 최선을 다한 데 대한 찬사이자 존경의 표시다. 오바마 대통령이 여러 실패에도 불구하고 성공한 대통령으로 남을 수 있었던 것은 국민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인 소통의 리더십, 탈권위적인 모습 덕분이다. 의회를 장악한 공화당 의원들을 찾아다니며 토론하고 설득하는 소통과 포용의 정치는 깊은 인상을 남겼다.

오바마 대통령의 아름다운 퇴장은 비선 실세의 국정농단 사태로 대통령이 탄핵 위기에 몰린 한국의 정치 상황과 대비된다. 대통령이 환호를 받으며 등장했다가 야유를 받으며 퇴장하는 비극을 되풀이하는 후진 정치를 되돌아보게 된다. 국가 권력의 사유화와 민주주의 후퇴에 절망했던 광장의 민심은 이제 새로운 변화와 개혁을 염원하고 있다.


조만간 치러질 대선은 우리가 맞게 될 미래의 향방을 결정하게 된다. 그러나 정치권에는 국민 염원에 찬물을 끼얹는 독선의 그림자가 어른거리고, 갈등과 분열을 부추기는 세력이 기웃거리고 있다. 정치 지도자들이 초심을 잃으면 비운의 종말은 피할 수 없다. 

오바마 대통령은 어제 “그래, 우리는 할 수 있다(Yes, we can)”는 말로 연설을 마쳤다. 그의 연설은 우리의 다짐이 돼야 한다. 정치권과 국민이 함께 노력하면 우리도 할 수 있다.


10. 잇단 일본 망언, 한·미·일 공조 깨기로 작정했나

일본 정치인들이 우리 국격을 해치는 발언을 앞다퉈 쏟아내고 있다. 아소 다로 부총리는 그제 한·일 통화스와프를 거론하면서 “약속이 지켜지지 않는다면 빌려준 돈도 돌려받지 못할 것”이라며 “스와프 따위도 지켜지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이야기가 된다”고 했다. 집권 자민당 서열 2위인 니카이 도시히로 간사장도 지난주 “한국은 협상하거나 논의하는 데 귀찮은 나라”라고 폄하했다. 국가 간의 품위를 벗어난 막말이 아닐 수 없다. 

우리 정부는 2015년 12월 한·일 위안부 합의, 지난해 11월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체결 등 한·일관계 개선에 각별한 노력을 기울였다. 그럼에도 최근 부산 일본 총영사관 앞 소녀상 설치에 대해 일본이 치졸한 보복에 나섰다. 시민단체의 소녀상 설치는 정부와 무관한데도 주한 일본대사를 일시 귀국시키고 한·일 통화스와프 협상을 중단했다.

한반도 주변의 안보 상황은 여간 심각하지 않다. 어제 국방부가 ‘2016 국방백서’에서 추정한 북한 플루토늄 보유량은 기존보다 10㎏ 증가한 50여㎏이다. 10개 안팎의 핵무기를 만들 수 있는 양이다. 북한 노동신문은 “앞으로도 국방력 강화를 위한 경이적인 사변들이 다계단으로, 연발적으로 펼쳐질 것”이라며 전략적 도발을 예고했다.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를 위한 비밀 작업이 지금도 착착 진행되는 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일 안보 협력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방미 중인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차기 미 행정부의 마이클 플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내정자와 만나 북핵 불용 원칙과 한·미 동맹 강화 의지를 재확인했다. 일본 정치인들의 정제되지 않은 발언은 한·미·일 안보 공조에 금이 가게 하는 짓이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그제 “상황 악화를 가져올 수 있는 언행은 자제하는 것이 한·일관계의 미래지향적 발전을 위해서 바람직하다”고 밝힌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우리 외교부는 어제 아소 부총리 발언에 대해 “부적절한 발언으로서 유감스럽다”며 “책임 있는 정치인이라면 발언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했다. 일본 정치인들이 깊이 유념할 말이다. 일본은 위안부 문제를 엉뚱한 곳으로 확산시키는 행동을 자제해야 한다. 한·미·일 대북 공조의 근간을 해치는 발언은 양국의 미래를 위해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주요신문칼럼


1. [매일신문][매일춘추] 작은 것이 좋다

우리 속담에 ‘작은 고추가 맵다’는 말이 있다. 작은 몸집에 비해 야무지고 당찬 사람을 일컫는다. 이어령은 1982년, 작은 것을 잘 만들고 작은 것에 애착을 보여 왔던 일본 사람들을 축소 지향으로 해석했다. 독일의 경제학자 슈마허는 이보다 앞선 1973년에 작은 것이 아름답다고 선언했다. 그는 작은 것을 단순한 크기의 축소가 아니라, 사회철학, 생태학 관점에서 들여다보았다. 무한성장의 자본주의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이어령식 축소와는 또 다른 차원의 작은 것 예찬이다.



최근 회자하는 인구절벽이란 용어처럼 우리도 2031년부터 총인구가 줄어들 것으로 예측된다. 올해는 우리나라가 유사 이래 처음으로 15~64세의 일할 수 있는 생산가능인구가 감소하는 해이다. 일할 사람이 줄어든다는 것은 경쟁력의 관점에서 보면 지구촌 사람과의 경쟁에서 점점 더 이기기 어렵다는 것을 의미한다.  


2015년 통계를 보면 우리나라 1인 가구 수는 전체의 27.2%로 2인 가구 수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혼자 사는 가구가 늘어나니 1회 소비량은 점점 더 줄어든다. 일례로 같은 해 8월부터 도매시장에서 15㎏ 사과 상자가 사라졌다. 핵가족화로 1회 과실 소비량이 감소한 때문이다. 도매시장에서는 10㎏ 사과 상자로 대체됐지만, 동네 가게에서는 이미 1~2㎏ 소포장 거래가 관행이다.  


1인 가구가 대세가 되는 시대를 맞아 소비자는 회당 점점 더 적은 양을 구매한다. 생산자는 이에 맞춰 더 작은 상품을 만든다. 작은 것이 더 큰 경쟁력을 가지는 시대, 작은 것을 새롭게 평가해야 한다. 


기계가 아닌 사람이 중심이 될 때 작은 것은 더 큰 우위를 가진다. 과거에는 소비자가 기계의 방식에 맞춰졌다. 앞으로는 기계가 소비자의 취향을 이해해야 한다. 3D 프린팅은 맞춤형 상품을 만드는 기술이다. 나를 위한 단 하나의 상품을 만드는 인간형 기술이 주류가 될 수 있다.  


10㎏ 상자도 클지 모른다. 1㎏ 이하의 더 작은 상자가 필요할 수도 있다. 비싼 석유를 태워 먼 거리를 이동해온 대량의 농산물에는 수많은 탄소 발자국이 들어 있다. 이웃이 전해주는 작은 상자에 담긴 농산물에는 따뜻한 정이 담겨 있다. 작은 상품이 믿음이 가는 이유이다. 나는 작은 것이 좋다.


2. [서울신문][문화마당] 새해 결심을 했다

이상하게 연말이 되면 나 자신도 이해하지 못할 괴상한 용기가 솟구쳐 (평소보다 더) 막살게 된다. 올해도 여지없이 모든 계획들이 망해 버렸다는 비애감 때문일까. 아니면 곧 리셋 버튼을 누르고 새 삶을 시작할 수 있다는 안도감 때문일까. 아무튼 이번 연말도 다 끝장났으니 될 대로 되라며 망연자실하고도 희망찬 기분으로 마구 폭주했다.


그러다 별안간 새해가 당도했다. 갑자기 꿈에서 깨어나듯 눈을 뜨니 2017년이었다. 아아. 왜 새날은 늘 느닷없이 닥쳐오는 걸까. 피할 수 없이. 사람 당황스럽게.그러므로 새해 첫날 내가 제일 먼저 하는 일은 흥청망청 보냈던 부끄러운 12월을 반성하는 것이다.


그런데 또 이상한 점은 광기와 자기 파괴로 얼룩진 지난 연말을 마음 깊이 애도하다 보면 또 어디선가 알 수 없는 이상한 용기가 생겨난다는 거다. 신나게 놀았으니 이젠 죽도록 달려 보자는 각오와 함께 새로운 출발을 향한 놀라운 열정에 휩싸인다. 삶에 대한 무한한 긍정이 솟아오른다.


그렇다. 나는 바로 이 순간을 위해, 그토록 부지런히, 온 정성을 다해 마구잡이로 살았던 것이다(웃기시네. 애초에 작정하고 엉망진창으로 만들지 않았다면, 이렇게 전투적으로 수습할 일도 없었을 걸).

여하간 새해다. 그리고 올해도 새해 첫날 나만의 새해맞이 연례 축하의식을 거행했다(가지가지 한다). 특별할 건 없다. 그저 정갈히 목욕재계를 하고, 집안 청소를 한 뒤, 광화문을 산책하면서 나에게 줄 선물을 하나 산다. 밤이 되면 좋아하는 영화를 한 편 보고, 차분히 책상 앞에 앉아 원대한 새해 계획들을 한가득 적고서 음미한다. 올해는 다를 것이다. 나도 달라질 것이다. 가슴이 뛴다. 이제 진짜 삶이 시작되는 거야! 다시는 지독한 운명(?)에 함부로 나를 내던지지 않겠어!


마음이 한껏 고양되고, 의식은 절정에 이른다. 드디어 대망의 피날레. 나는 떨리는 손으로 컴퓨터를 켠다. 그리고 인터넷에 올라온 새해 별자리 운세를 모두 뒤져 정독한다. 나라별, 점술가별, 또 번역자별로. 아하! 올해는 여행이 좋단 말이지? 보자, 사랑의 순풍이 불어오는 때는….

나라는 사람이 이렇다. 이토록 분열적이다. 새 파이팅을 위해 남은 힘을 모두 탕진해 버리고, 계획을 만 가지쯤 세운 뒤 세상 진지하게 운세를 확인한다(심지어 나를 위해 샀던 새해 선물은 양자물리학 책이다). 어른이 되면 나든, 삶이든, 뭐든 분명하고 명확하게 보일 줄 알았는데, 웬걸, 더 모호해지고, 점점 혼란스러워진다. 갈수록 더 모르겠다.

그런데 이런 창피한 역사를 정면으로 마주하다 보니 난생처음 좀 다른 생각이 든다. 늘 그렇게 살아왔다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럭저럭 무탈하게, 또 가끔은 즐겁게 잘 지내 왔다면, 앞으로 계속 그렇게 살아도 괜찮은 것 아닐까 하는. 나이가 들면서 생긴 여유인지, 자포자기의 심정인지 잘 모르겠지만, 그래도 조금 안심이 된다. 그리고 이런 생각도 든다. 애초에 삶 자체가 불균질하고 모순투성이니까 나도 그런 삶을 닮아 가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어쨌든 그런 이유로 나도 인생도 더 궁금해지고, 더 기대가 되는 건 사실이니깐.

그래서 다시 새해 결심을 했다. 올해는 딱 한 가지 목표에만 집중하기로 마음먹었다. 또다시 소용돌이 같은 삶을 마주하겠지만, 진심을 다해 용감하게 돌파하기로. 두려움 없이 뭐든 저질러 보기로. 다시 두근거린다. 또 은근히 기대되는 마음을 감출 수 없다. 어쩌면 이미 달성 중인지도 모르겠다. 이런 지나치게 솔직하고 쓸데없이 용감한 글을 쓰고 앉아 있으니.


3. [중앙일보][새미 라샤드의 비정상의 눈] 소중한 이웃과 함께하는 새해

지난달 TV를 시청하다 우연히 전통음식을 만드는 시골 할머니를 보게 됐다. 소금이 떨어지자 촬영을 진행하던 PD가 “어떻게 하실 거냐”고 물었다. 그러자 할머니는 당연하다는 듯 “괜찮아. 옆집에 가서 빌려 오면 돼”라며 옆집으로 향했다. 마침 옆집 사람이 밭에 일하러 나가고 없자 할머니는 아무렇지도 않게 그 집 문을 열고 들어가 소금을 찾아 나왔다.

이 장면을 보면서 어렸을 적 시골 할아버지 댁에서 살던 때가 떠올랐다. 내 할머니나 이모는 흔하게 이웃집 물건을 빌려 썼다. 이웃집의 또래 친구들이 접시에 맛있는 음식을 담아 와서는 “엄마가 오늘 이걸 만들었는데 너네 집에도 갖다주래”라며 전하는 일도 잦았다. 하지만 도시로 이사한 뒤로 이런 장면이 점차 추억이 되다가 나중엔 기억에도 희미해져 버렸다. 그랬던 것이 한국 TV에서 비슷한 장면을 다시 보게 된 것이다.

왜 이리 됐을까? 현대 한국인이 가장 선호하는 거주 형태가 아파트라는 데서 답을 찾을 수 있겠다. 아파트는 시설이 좋고 편리해 특히 신혼부부에게 알맞은 주거 형태인 듯하다. 문제는 같은 아파트에 사는 주민끼리 서로 모르고 지내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점이다. 한국처럼 이집트에서도 이웃에 대한 정이 많이 사라지고 있다. 과거 통신 수단이 별로 발달하지 않았던 시절에는 사람들이 직접 만나서 대화하고 일을 처리해야 했기 때문에 그렇게 가까웠을까. 아니면 옛날 사람들이 현대인들보다 정이 더 많아서 그랬을까. 그랬다면 그 원인은 무엇일까.


이슬람 문화권에선 이웃에 대한 가르침이 매우 엄격하다. 하나만 언급하면 “이웃 사람이 배고프다는 사실을 알면서 배부른 상태로 잠든 자는 진정한 무슬림(이슬람 신자)이 되지 못한다”는 말이 있다. 도움이 필요한 이웃 사람을 외면하고 나만의 행복을 추구하는 것은 옳지 않은 행동이라고 가르치는 것이다. 이슬람뿐 아니라 다른 종교·신앙에서도 이웃에게 잘해 주라는 가르침이 당연히 있다.

이웃은 상식적으로만 생각해도 사람에게 중요한 존재다. 내게 행복한 일이 있을 때 함께해 주고, 슬픈 일이 있을 때 위로해 주는 사람이 이웃이다. 친구도 마찬가지 존재다. 어떤 문화권이든 인간은 혼자 살 수 없는 존재다. 그럼에도 현대인들은 이웃과 친구의 가치와 의미를 제대로 알지 못하게 된 것 같다. 어린이들에게 이웃을 소중하게 여기고 친구를 많이 사귀는 방법을 가르칠 때다. 새해는 이웃과 더 친해지는 한 해로 만들면 어떨까.


4. [서울신문][씨줄날줄] 메릴 스트립의 개념 발언

오드리 헵번이 나온 ‘로마의 휴일’은 1954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무려 10개 부문 후보에 올라 최종 각본상을 받았다. 트로피는 각본을 쓴 이완 맥렐런 헌터가 받았다. 하지만 진짜 시나리오를 쓴 작가는 헌터의 친구인 달턴 트럼보였다.


1940년대 미국을 강타한 반공산주의 매카시즘의 광풍은 할리우드도 예외가 아니었다. 공산주의자로 찍혀 ‘블랙리스트’에 오른 트럼보는 스타 작가에서 생계를 걱정하는 처지가 됐다. 본명으로 글을 쓸 수 없었기에 그는 11개의 가명으로 글을 썼다. 어둠의 시절에도 재능은 빛을 발해 그는 가명으로 쓴 ‘로마의 휴일’, ‘브레이브 원’으로 아카데미 각본상을 두 차례나 받았다. 그의 수상으로 표현의 자유를 위협하던 할리우드의 매카시즘에 균열이 생겼다. 그의 일대기를 담은 영화 ‘트럼보’는 정치적 신념을 근거로 예술가를 억압하던 매카시즘 속에서도 꿋꿋하게 버티던 예술가들이 그려진다.

전통적으로 할리우드에는 민주당 후원자들이 많다. 톰 행크스, 조지 클루니, 스칼릿 조핸슨, 휴 잭맨 등 빅스타들이 지난 미국 대선에서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를 지지하고 후원금을 냈다. 로버트 드니로는 지난해 10월 “트럼프를 개, 돼지, 사기꾼, 협잡꾼”이라며 “국가적으로 창피한 인물로 그의 얼굴에 주먹을 날리고 싶다”고 말해 논란을 일기도 했다.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받은 메릴 스트립은 지난해 7월 필라델피아에서 열린 민주당 전당대회 행사에서 힐러리의 찬조 연설에 나설 정도로 골수 민주당 지지자다. 그가 최근 골든 글로브 시상식에서 공로상을 받은 뒤 “무례는 무례를 낳고 폭력은 폭력을 낳는다. 권력을 가진 사람이 자신의 지위를 다른 사람을 향한 공격에 이용하면 우리는 모든 걸 잃게 된다”고 도널드 트럼프 당선자가 장애인 기자를 조롱한 것을 비판했다. 또 “할리우드는 이방인과 외국인으로 가득하다”며 “그들을 추방하면 그건 예술이 될 수 없다”며 트럼프의 반이민자 정책도 비난했다. 동료 배우들은 기립 박수로 화답했다.

그러자 트럼프는 자신의 트위터에 “할리우드에서 가장 과대평가된 여배우들 가운데 한 명인 메릴 스트립은 나를 모른다”며 “그녀는 힐러리 아첨꾼”이라고 맞섰다. 취임을 막 앞둔 위세 등등한 트럼프를 대놓고 비판하는 할리우드 배우의 개념 발언이 부럽다. 대통령 당선자라는 사람이 한술 더 떠 배우를 향해 직접 날 선 공격을 하는 일 역시 품격이 떨어지긴 하나 어떤 측면에서는 자유롭게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며 대중과 소통하는 측면에서는 그리 비난만 할 일은 아니지 싶다.

배우 송강호씨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젊은 변호사 시절을 그린 ‘변호인’ 출연 후 몇 년간 작품 섭외 제안이 뚝 끊겼었다고 한다. 혹여나 스트립이 송강호의 길을 밟지는 않을까 걱정된다면? 이것도 박근혜 정부의 블랙리스트의 트라우마인가.


5. [한국일보][기억할 오늘] 해티 캐러웨이

1923년 미국 최초로 주 하원의원ㆍ대변인 미니 크레이그를 소개한 적 있지만, 1920년 수정헌법 19조로 여성 참정권이 보장된 뒤로도 여성의 의회 진출은 극히 예외적인 ‘사건’이었다. 의원인 남편이 임기 중 사망하는 등 직을 유지할 수 없게 될 경우, 보궐선거에 배우자(대부분 아내)를 후보로 내세우던 관행은, 차별 현실의 역설적 반영이었다. 그들에게 기대된 건 동정표로 당선돼 얼마 안 남은 임기 동안 충실한 거수기로서 기능해달라는 거였다.



미국 최초의 ‘정식’ 여성 상원의원 해티 캐러웨이(Hattie O. Wyatt Caraway, 1878~1950)는 그 관행을 깨부순 첫 정치인이었다. 그는 아칸소 주 상원의원이던 남편이 숨지자 보궐선거(32년 1월 12일)에 출마해 몇 달 일한 뒤 그 해 5월 차기 총선 출마를 선언했다. “여성이라고 다른 누군가가 마련해 주고 앉혀 주는 자리에만 앉을 수 있던 시대는 이제 끝났다.” 그의 당찬 선언에 루이지애나 출신의 자유주의 정치인 휴이 롱(Huey Long)이 화답했고, 그의 지지와 선거 지원 등에 힘입어 캐러웨이는 11월 당선했다. 


테네시주의 한 상인 가정에서 태어난 그는 딕슨노멀 칼리지를 나와 교사로 일하다 1902년 대학서 만난 타데우스 캐러웨이(Thaddeus Caraway)와 결혼했다. 법률가였던 남편이 법률사무소를 운영하다 1912년 하원의원이 되고 21년 상원의원에 당선돼 정치적 야심을 펼쳐가는 동안, 해티는 세 아이를 키우며 살림과 가족 목화농장을 돌봤다. 


엉겁결에 시작한 정치였지만, 그는 적성과 재능이 있었다. 의원 시절 그의 별명은 ‘조용한 해티(Silent Hattie)’였다고 한다. 설은 엇갈리지만, 조용하기만 하지는 않았기 때문에 저렇게 불렸을 가능성이 높다. 그는 루즈벨트의 뉴딜 정책에 적극 호응하는 한편 여러 여성 선출직 장벽을 낮추는 데 열성적으로 앞장섰고, 스스로도 43년 최초 상원 상임위(Committee on Enrollde Bills) 의장을 맡기도 했다. 그는 남부 민주당 의원으로서 ‘(흑인)반 린치법’ 등 인종 이슈에선 백인 편에 서서 반대했다. 그는 두 차례 연임하며 14년간 상원의원을 지냈고, 44년 낙선 후 루스벨트-트루먼 정부의 고용보장위원회 등에서 50년 초까지 일한 뒤 그 해 말 별세했다.
반응형
LIST
Posted by 늙은최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