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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자료는 교육용으로 쓰기 위해 올리는 자료로 상업적 목적은 없으며 선정된 사설의 정치적 성향은 블로그 운영성향과 무관합니다.
주요신문사설
[이데일리]
1. 특검의 마구잡이 재벌수사 우려한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어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함으로써 박근혜 대통령의 수뢰의혹 수사가 정점으로 치닫는 분위기다. 특검은 최순실이 주도한 미르·K스포츠재단과 관련해 이 부회장에 대해 뇌물공여 혐의로 구속영장 청구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다음주에는SK와 롯데 등 다른 재벌 총수들로 수사를 확대할 것이라는 얘기도 전해진다.
이 부회장이 피의자로 불려나온 것은 2008년 조준웅 특검팀의 에버랜드 전환사채 저가발행 사건 때에 이어 9년 만이다. 당시에는 불기소 처분으로 넘어갔으나 이번엔 법망을 빠져나가기가 어려워 보인다. 특검이 박 대통령의 혐의를 입증할 핵심 고리로 삼성과 이 부회장을 지목한 탓이다. 국민연금의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찬성과 삼성의 정유라씨 지원에 박 대통령이 직간접으로 연루됐다는 게 특검의 인식이다.
재벌총수들과의 뒷거래만 입증된다면 수사의 큰 성과로 치부되고 나아가 박 대통령 탄핵은 따 놓은 당상이므로 특검이 사활을 걸 만도 하다. 하지만 박 대통령을 어떻게든 엮어 넣으려는 ‘짜맞추기 수사’라는 재계와 법조계 일각의 지적에는 뭐라고 대꾸할 텐가. 특검은 박 대통령과 이 부회장의 첫 독대가 합병 일주일 후에 이뤄진 만큼 합병 대가 운운은 어불성설이라는 삼성의 주장을 뒤엎을 명백한 근거부터 내놔야 한다. 지분이 국민연금의 2배가 넘는 소액주주의 과반수와 증권사 상당수가 합병에 찬성한 데 대해서도 설명이 필요하다.
수사 방식에도 문제가 없지 않다. 죄가 있으면 마땅히 처벌해야 하지만 확정되지 않은 혐의를 언론에 흘리며 여론전을 펴는 것은 떳떳하지 못하다. 더구나 삼성이나 다른 대기업들이 ‘뇌물기업’으로 규정되면 미국과 유럽 등에서 거액의 징벌적 손해배상을 물어야 하고 신규계약 체결에도 막대한 지장을 받을 수밖에 없다.
피해는 이미 가시화됐다. 촌각을 다투는 재벌총수들이 한 달 넘도록 출국금지되는 바람에 ‘경제 유엔총회’로 불리는 다보스회의에도 가지 못하게 됐다. 특히 이 부회장의 경우 모처럼 얻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식 초대장도 무용지물이 되는 등 우리 기업들이 국제무대에서 왕따 신세로 변해가는 중이다. 특검이 후진적 수사 관행으로 세계 무대에서 한창 뻗어가는 우리 기업들의 발목을 잡는 자해행위나 해선 곤란하다.
2. 의정부 경전철 파산 누가 책임질 건가
수도권 첫 경전철인 의정부 경전철이 개통 4년 반 만에 파산 절차에 들어갔다. 사업자인 의정부경전철(주)은 그제 이사회를 열어 서울중앙지법에 파산신청서를 냈다. 2012년 7월 개통한 후 승객 수가 예상 수요에 못 미치면서 쌓인 적자가 2400억원에 이르는 데다 앞으로도 매년 수백억원의 손실이 불가피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의정부시는 새 사업자를 찾아 운행 중단은 막겠다지만 엉터리 수요 예측을 근거로 사업을 벌인 결과는 고스란히 시민 피해로 돌아오게 됐다.
총 6767억원을 들여 건설한 의정부 경전철의 당초 예상 이용객은 하루 평균 7만 9000명이었다. 그러나 개통 첫해 하루 평균 이용객은 1만여명으로 예상의 20%에도 못 미쳤다. 수도권 환승할인 도입 등으로 최근 3만 5800여명으로 늘긴 했지만 여전히 손익분기점의 30%선 수준이다. 해마다 300억원의 적자가 예상되는 상황이다. 파산선고가 내려질 경우 민간사업자 투자비 중 약 2500억원을 환급해야 한다. 한 번 잘못 끼운 단추 때문에 시민들이 져야 할 짐이 너무 크다.
문제는 의정부 경전철과 같은 부실 사업이 전국적으로 한둘이 아니라는 점이다. 용인 경전철도 올해 이용객이 적어 운임수익 80억원의 3배 가까운 230억원을 시에서 부담할 판이다. 김해 경전철도 수요예측 잘못으로 매년 400여억원을 세금으로 충당하고 있다. 853억원을 들인 인천의 월미은하레일은 고철이 돼버렸다. 경전철 10개 노선을 추진 중인 서울시도 오는 7월 개통 예정인 우이~신설선의 하루 이용객 수가 당초 예측한 13만명에 못 미칠 것으로 예상되는 등 벌써부터 차질이 우려된다.
사정이 이런데도 책임지는 사람은 하나 없다. 지자체장이나 정치인들은 재선을 위해 ‘묻지마’ 개발사업을 일단 벌여놓고 보자는 식이다. 재정에 구멍이 나도 임기를 마치면 그만이고 뒷감당은 애꿎은 시민들이 져야 한다. 악순환을 끊어야 한다. 단체장 해임이나 납세자 소송 등 사업 관련자들에게 실질적으로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강구해야 한다. 미국이나 일본처럼 지자체 파산제 도입도 검토할 만하다. 무리한 사업을 사전 통제할 방안을 마련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매일신문]
3. 반기문 전 총장, 대선 주자로서 혹독한 검증받아야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12일 귀국해 정치 행보를 시작했다. 대선 후보 지지율 1, 2위를 오르내리는 반 전 총장의 귀국은 본격적인 대선 정국의 막이 올랐음을 의미한다. 그의 행보에 대선 정국이 크게 요동치고 정치 지형도마저 바꿔 놓을 것이 분명하다. 그렇지만, 그의 앞길에는 ‘꽃길’만 펼쳐진 것이 아니다. 대선 후보로서 자신의 도덕성과 정책을 혹독하게 검증받아야 하는 ‘가시밭길’이 기다리고 있다.
현재의 정치 환경은 반 총장에게는 아주 유리한 국면이다. 새누리당에서 바른정당이 분당해 4당 체제가 열리면서 보수와 진보의 틀이 흐릿해졌고, 촛불 민심과 탄핵 정국으로 새로운 리더십과 사회 변화에 대한 욕구가 그 어느 때보다 높다.
새누리당과 바른정당은 반 전 총장 영입에 사활을 걸고 있고, 국민의당 역시 전국 정당의 면모를 갖추기 위해 영입에 적극적이다. 충청권 국회의원들과 ‘정치 낭인’으로 떠돌던 MB(이명박)계 인사들이 그에게 달려가고 있다. 그에게는 너무나 우호적인 정치 환경이 마련돼 있다고 하지만, 스스로 자신의 능력을 입증하는 일이 더 중요하다.
그는 ‘완성된’ 정치인이 아니다. 평생 외교관 생활을 한 만큼 정치철학과 정책은 불분명하고, 알려진 것이 거의 없다. 측근들이 전하길, ‘외교 안보는 보수, 경제 사회는 중도 성향’이라고 한다. 국민이 궁금해하는 부분은 외형적인 모습이 아니라, 구체적인 철학과 이념이다. 그는 하루빨리 국가와 사회 현안에 대한 생각과 비전을 밝히고 국민의 동의를 구해야 할 것이다.
자신을 둘러싼 두 가지 의혹도 해명해야 한다. 박연차 전 태광실업회장으로부터 23만달러를 수수했다는 의혹과 미국에서 뇌물죄로 기소된 동생과 조카와의 관계를 솔직하게 털어놔야 한다. 그는 이를 부정했지만, 그것으로는 부족하다. 뇌물과 친인척 문제는 대통령 후보의 자격 유무를 판단할 근거가 되므로 완벽한 검증이 필요하다.
그는 귀국길에 밝힌 대로 ‘포용적 리더십, 우리 사회의 통합과 안정’을 이룰 수 있는 인물인지 입증해야 하는 과제를 갖고 있다. 그의 성패는 박근혜 대통령 이후의 새로운 시대를 열어갈 자질이 있는지에 달렸다.
4. 예천농협 하나로마트 부지 매입 의혹, 검찰은 철저히 규명하라
현재 인구가 4천 명밖에 안 되는데 농협 대형마트 2개 건립이 추진되는 곳이 있다. 안동`예천 경북도청신도시가 바로 그곳이다. 부지 매입 과정에서도 불법 의혹이 불거져 경찰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곳이다.
예천농협은 지난해 5월 말 도청신도시 특화상업용지 3필지를 94억원에 사들였다. 예천농협은 여기에 150억원을 더 들여 하나로마트 및 금융점포 입점을 추진하고 있다. 문제는 이 장소에서 1㎞도 안 떨어진 곳에 서안동농협이 파머스마켓과 금융점포 입점을 추진하고 있다는 점이다.
도청신도시는 10만 인구의 자족도시라는 계획 아래 조성됐지만 현재 상주인구는 4천 명에 불과하다. 앞으로 인구가 점차 늘어날 것으로 전망은 되지만, 미국의 금리 인상과 부동산 시장 침체 등의 여파로 인구의 대거 유입은 기대하기 어려운 형편이다.
더구나 예천농협이 사들인 땅은 대로를 통한 주차장 진`출입이 여의치 않은 등 설계상의 핸디캡마저 안고 있다. 부지 매입 후 예천농협은 예천군과 경북도에 진입로 확보를 위한 설계 변경을 수차례 요구했지만 어렵다는 답변을 받았다. 결국 예천농협 하나로마트가 개장하더라도 신도시 내 고객들은 주차장 이용 등이 편리한 서안동농협 파머스마켓으로 몰릴 것이고, 예천농협은 무리한 하나로마트 건립으로 많은 적자 부담을 안을 가능성이 높다.
사정이 이런데도 예천농협이 250억원 가까운 돈을 투자해 대형마트를 지으려 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농협 직원이 시세보다 비싸게 낙찰받은 이 땅을 예천농협이 왜 사줬는지, 이 과정에서 조합 임원의 연루가 있었는지 규명돼야 할 것도 많다. 예천농협 하나로마트 부지 불법 매입 의혹을 수사한 예천경찰서는 업무상 배임 혐의 등으로 사건 관련자를 검찰에 곧 송치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제 공은 검찰로 넘어갈 전망이다. 최근 서울에서도 예천농협과 비슷한 사건이 벌어진 바 있는데 검찰이 무혐의 처분을 내리자 대검찰청이 재수사를 지시하는 등 해프닝이 있었다. 예천농협 사건에서 유사한 일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검찰의 엄중한 수사와 기소를 주문한다.
[동아일보]
5. 미르·K스포츠, 해체커녕 매달 운영비 2억씩 쓴다니
지난해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드러난 단초를 제공했던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이 아직도 해체되지 않고 매달 2억 원에 가까운 운영비를 쓰고 있다. 작년 9월 말 국회 국정감사에서 사실상 사망선고를 받아 사업이 중단됐는데도 사무실 임차료와 급여 등을 꼬박꼬박 지출한다. 직원들은 검찰에 압수당한 휴대전화를 다시 구입했고 심지어 커피 값까지 법인카드로 내고 있다고 한다.
두 재단 설립의 ‘거간꾼’ 역할을 한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작년 9월 청와대 개입을 부인하며 두 재단을 해산해 750억 원 규모의 문화체육재단을 세우겠다고 했다. 그러나 검찰 수사가 본격화되자 손을 뗐다.
그사이 대기업에서 뜯어낸 두 재단의 출연금 774억 원에서 남은 돈 750억 원은 평균 연봉이 9000만 원이 넘는 미르 직원들과 7000만 원에 가까운 K스포츠 직원들의 지원금이 돼버렸다.
인허가권이 있는 문화체육관광부는 작년 12월에야 비용 최소화 방안을 받아 점검하고 있다. 전경련은 해체 위기에 놓여 있어서 그렇다고 쳐도 이렇게 일 처리를 하는 문체부는 직무유기를 하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
검찰은 최순실 씨를 기소하면서 박근혜 대통령이 두 재단의 설립과 작명, 이사진 구성, 자금 모금까지 일일이 챙겼다고 밝혔다. 두 재단의 실질적 소유주인 박 대통령의 지침이 없어서 문체부가 별다른 조치를 내리지 못하는 것인가.
문체부는 미르 승인 때 담당 공무원을 서울로 보내 ‘초고속 출장 서비스’까지 마다하지 않았다. 그런 문체부가 재판과 특검 수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기다린다는 것은 국민 분노는 안중에 없는 게 아니냐는 비판을 받아 마땅하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어제 미르·K스포츠 해산 촉구 기자회견을 열어 문체부의 방관자적인 태도를 규탄했다. 이대로 놓아두면 경실련의 우려대로 곶감 빼먹듯이 돈이 새나갈 수 있다. K스포츠 이사장은 이사회 해임 결의에도 버티면서 직원들과 싸우는 지경이다. 문체부는 지체 없이 두 재단을 해산하고 남은 출연금을 국고에 귀속시키는 조치를 단행해야 한다.
6. ‘글로벌 리스크’가 된 양극화, 포퓰리즘으론 해결 못한다
향후 10년간 세계의 성장 발전을 결정지을 가장 중요한 트렌드로 ‘경제적 격차 증가’가 꼽혔다. 세계경제포럼(WEF)이 17일 연차총회(다보스포럼) 개막을 앞두고 정치 경제와 사회 등 각계 전문가 745명을 대상으로 조사, 발표한 ‘2017 글로벌 리스크 보고서’에서다. 2위는 기후변화이지만 3위는 사회 양극화다. 경제적, 사회적 불평등의 심화가 국수주의와 보호주의 같은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으로 이어지면서 세계적으로 공동 대처해야 할 위협 요인이 된 것이다.
글로벌 리스크로 떠오른 불평등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다보스포럼이 ‘소통과 책임의 리더십’을 올해의 주제로 삼은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지난해 주제였던 4차 산업혁명은 세계화와 함께 증폭돼 테크놀로지와 교육, 수입 등에서 뒤처지는 사람들을 낳았다. 이들의 불만과 분노에 영합하는 포퓰리즘 정치로 지난해 영국의 브렉시트(유럽연합 탈퇴)가 결정됐고, 미국에선 도널드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됐다. 올해도 4월 프랑스 대선, 9월 독일 총선에서 포퓰리즘 정치가 기승을 부릴 가능성이 작지 않다.
경제적, 사회적 양극화 문제는 우리에게도 강 건너 불이 아니다. 국회입법조사처가 세계 상위 소득 데이터베이스와 국제통화기금(IMF) 자료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2012년 기준 한국의 상위 10% 소득집중도는 44.9%였다. 아시아 주요 국가 중 가장 높고 전 세계 주요국 중 미국(47.8%) 다음이다. 소통과 책임의 리더십으로 불평등과 양극화의 문제를 풀지 못하면 한국의 민주주의와 번영도 흔들릴 우려가 크다.
탄핵 정국에 조기 대선이 가시화되면서 주요 대선 주자들의 포퓰리즘적 공약이 난무하는 것이 걱정스럽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그제 반값 등록금 실현과 서울대 폐지 등을 계층 간 격차를 해소할 교육 공약으로 제시했다. 반값 등록금 실현에 필요한 예산만 적어도 5000억 원이 들지만 “충분히 가능하다”는 말뿐 구체적 재원 마련 방안은 없다.
[매일경제]
7. 기업 규제가 이롭다는 국민 인식의 위험성
국민 대다수가 공익을 위해 기업을 규제하는 게 이롭다는 조사 결과는 충격적이다. 매일경제와 서울대 폴랩 한규섭 교수 연구팀이 리얼미터에 의뢰해 만 19세 이상 남녀 105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기업 규제가 필요하다고 응답한 사람이 10명 중 7명이 넘었다.
기업들이 너무 많은 이윤을 챙기고 있다고 답한 사람도 79.8%에 달했으니 우리 사회에 반기업 정서가 얼마나 팽배해 있는지 짐작할 수 있다. 대한상의도 지난 3일 전문가 50인을 대상으로 비슷한 설문을 했는데 84.6%가 올해도 기업을 바라보는 사회의 시각이 우호적이지 않을 것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기업을 규제해야 한다는 인식이 우세한 배경에는 검찰이 '최순실 게이트'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정경유착 의혹이 불거졌기 때문일 것이다. 이번 사태를 보면서 기업들이 공정하고 투명하게 경영하지 않고 여전히 편법과 탈법을 일삼고 있다는 여론이 확산됐을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 잊을 만하면 터지는 대기업 갑질 사건과 대선 주자들의 재벌개혁 공약까지 반기업 정서를 촉발하는 요인은 한둘이 아니다.
문제는 기업 규제 여론이 경영 활동을 위축시킬 뿐만 아니라 경제 성장과 일자리 창출에도 부정적이라는 점이다. 한국은행은 오늘 올해 첫 금융통화위원회를 열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새로 발표할 예정인데 지난해 10월에 제시한 2.8%보다 낮출 수도 있다고 한다. 수출이 다소 회복됐다지만 성장을 견인할 정도는 아니고 내수는 개선될 조짐이 전혀 없기 때문이다.
국내 주요 연구기관은 이미 올해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2%대 초중반으로 내려잡았다. 지난해 연평균 실업자 수가 외환위기 이후 처음으로 100만명을 돌파하는 등 고용 사정도 악화되는 추세다.
사면초가인 우리 경제를 살리려면 정부 역할도 중요하지만 결국 기업들이 투자와 고용을 늘리는 수밖에 없다. 이를 위해서는 규제를 과감하게 풀어야 하는데 국민 인식은 반대 쪽으로 가고 있으니 큰일이다. 글로벌 시장에서 치열하게 경쟁해야 하는 기업들이 여론의 눈치를 보고 각종 규제로 손발이 묶인다면 우리 경제는 위기 극복은커녕 더 큰 수렁으로 빠질 수 있다는 경각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일부 대선 주자는 이미 지난해 6월 스위스가 국민투표에 부쳤다가 부결된 기본소득제까지 주장하고 있다. 클라우스 슈바프 다보스포럼 회장은 “리더십은 특권 위에 만들어지는 게 아니라 신뢰를 얻기 위한 진지한 노력 위에서 만들어진다”고 했다. 한국 정치권에서는 누가 이런 노력을 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8. 특검 소환 이재용, 한국에서 기업한다는 것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12일 이재용 삼성그룹 부회장을 뇌물공여 피의자 혐의로 소환해 밤늦게까지 조사했다. 특검팀은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때 국민연금 지지를 얻어내기 위해 삼성이 비선실세 최순실 측에 수백억 원을 지원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삼성은 당시 지원이 대통령과 최씨의 압박에 따라 어쩔 수 없이 이뤄졌으며 반대급부를 받거나 요구하지 않았고 따라서 스스로를 공갈 강요의 피해자라고 주장한다. 삼성의 지원이 대가성을 전제로 한 뇌물인지 여부는 참·거짓의 문제가 아니라 법률적 판단의 영역이며 최종적으로는 법원이 결정할 일이다.
다만 이번 사태 전개를 바라보며 한국에서 기업하는 사람들의 '숙명'을 한 번쯤 생각하게 된다. 주요 그룹들은 K스포츠재단과 미르재단에 수십억 원 이상 출연금을 냈다. 특검에 앞서 검찰이 먼지 털듯 조사했지만 정권에 특별한 민원이 있어 출연금을 낸 혐의를 포착하지 못했다.
박근혜정부 이전에도 정권 역점사업이라는 것은 존재했고 그때도 기업들은 이런저런 후원을 강요받았다. 그러나 정부 후원에 대한 반대급부로 무언가 얻어냈다는 기업을 들어본 적이 없다. 기업들이 정부 요구에 응하는 것은 무엇을 바라서가 아니라 눈 밖에 나는 것이 두렵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정치권력은 기업의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다. 멀게는 국제그룹이 5공 정권 눈 밖에 나 망했고 외환위기 와중에 대우그룹이 문닫는 과정에서도 정권에 밉보인 것이 원인으로 작용했다는 말이 있었다. 특정 정권 때 흥했던 건설사가 정권이 바뀐 후 망가진 사례는 한두 건이 아니다. 정권 실세의 요청에 '노'라고 말할 수 있는 한국 기업이 과연 있을까.
삼성 같은 대기업은 일 년 열두 달 현안이 없는 날이 없다. 눈 밖에 나지 않기 위해 낸 후원금을 그때그때 현안과 결부시켜 '뇌물'로 규정하는 것은 마음먹으면 크게 어려운 일도 아니다. 그러나 그것이 과연 공정한가. 기업활동 최대의 적은 불확실성이다. 한국은 정권이 기세등등할 때는 각종 준조세로 기업의 팔을 비틀고, 정권 말기가 되면 이를 정경유착으로 몰아 기업을 욕보이는 사회다. 그래서 '한국에서 기업하는 것은 정신 나간 짓'이란 얘기가 나온다.
[세계일보]
9. 이재용 부회장 피의자 소환, 정경유착 끊는 계기 돼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어제 특검 포토라인에 섰다. 최순실 일가에 뇌물을 공여한 혐의와 관련한 피의자 신분이다. 이 부회장은 “국민께 정말 송구스럽고 죄송하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 수사는 박근혜 대통령을 제3자 뇌물 공여나 뇌물 수수 혐의로 조사하기 위한 준비 단계로 해석된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삼성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과정에서 국민연금의 지지를 얻는 대가로 최씨 일가에 현금 지원을 결정하고 실행한 것으로 보고 있다. 2015년 이뤄진 양사의 합병은 오너 일가의 삼성전자에 대한 지배력 강화가 목적이라는 분석이 유력하게 돌았다.
삼성전자가 코레스포츠에 말 구입비 등으로 78억원,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16억여원을 지원한 것은 최씨의 영향력 행사에 따른 대가성 뇌물로 간주한다. 특검은 삼성이 미르·K스포츠재단에 출연한 204억원도 수사 대상이라고 했다.
삼성은 억울함을 호소한다. 공갈·협박의 피해자이지 뇌물죄의 공범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대통령과 최씨의 압박에 의한 것일 뿐 어떤 금전적 이득도 바라지 않았다는 것이다. 대가성이 있는 뇌물이었다면 현금 흐름이 모두 드러나도록 최씨 측에 영수증까지 요구했겠느냐고 반문한다. 삼성물산 합병과 로비 부분도 선후 관계가 맞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국민연금의 합병 찬성은 2015년 7월10일이고 박 대통령과 이 부회장의 독대가 이뤄진 건 보름 뒤인 7월 25일이다.
대가성 여부는 삼성과 특검 간에 주장이 첨예하게 엇갈린다. 만에 하나라도 사회 분위기에 편승해 예단을 갖고 수사해선 안 된다. 특검이 박 대통령을 뇌물죄로 처벌하기 위해 어떤 프레임을 갖고 수사를 벌인다는 일각의 우려를 흘려들어선 안 된다. 철저한 증거에 입각해 단죄가 이뤄져야 한다.
세계 일류 기업인 삼성그룹의 수장이 피의자로 소환되는 것은 국가적으로도 큰 손실이다. 이런 일이 재발되지 않도록 정경유착의 고리를 확실히 끊어야 한다. 그러자면 기업 범죄에 대한 단호한 처벌과 함께 기업 스스로의 노력이 필요하다. 더 무거운 책임을 져야 하는 쪽은 정치권이다. 권력이 갑이라면 기업은 을이다. 갑이 휘두르는 공권력의 칼날에 끝까지 맞설 수 있는 기업이 과연 얼마나 되겠는가.
최순실 국정농단과 같은 사태가 다시는 일어나지 않게 하려면 대선 주자들부터 권력으로 기업을 농단하지 않겠다고 선언해야 한다. 이 부회장의 소환은 본인은 물론 우리 정치권에도 반성의 기회가 돼야 한다.
10. 정치 역량 시험대에 선 대선주자 반기문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어제 귀국했다. 그는 기자회견에서 “부의 양극화, 이념·지역·세대 간 갈등을 끝내야 한다”고 밝혔다. “유엔 사무총장으로 겪은 여러 경험과 식견 가지고 젊은이의 보다 밝은 미래를 위해 길잡이 노릇을 하겠다”고도 했다. 대권 도전에 대한 자신의 의지를 공개적으로 밝힌 것이다.
반 전 총장은 그동안 유엔 사무총장 직을 충실히 수행해 대한민국 국격을 높이는 데 기여했다. 국민의 박수를 받을 만하다. 하지만 그의 신분은 ‘평민 반기문’이 아니라 ‘대선주자 반기문’이다. 대선 행보를 공식화한 만큼 혹독한 검증을 받아야 한다는 뜻이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수위를 다투고 있는 그는 지금까지 제대로 된 검증을 받아본 적이 없다. 2004년 외교부 장관에 임명됐을 당시 국회 인사청문회 대상이 아니었고, 유엔 사무총장이 된 뒤엔 10년 동안 한국을 떠나 있었다.
우선 그를 둘러싼 뇌물수수 의혹이다. 반 전 총장은 어제 회견에서 ‘박연차 23만달러 수수설’과 관련해 “공직자로서 양심에 부끄러운 일 없다”고 부인했다. 자신의 동생인 반기상씨 부자가 미국 뉴욕 연방법원에 뇌물 혐의로 기소된 데 대해선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런 소극적인 자세로 의혹이 말끔히 해소될 것으로 기대하긴 어렵다. 반 전 총장은 자신의 혐의를 일축하면서도 검찰 고발과 같은 적극적인 노력은 하지 않았다. 국민이 납득할 수준의 조치와 설명이 뒤따라야 한다.
반 전 총장은 국민 대통합에 강한 의욕을 보였다. 대통령 탄핵 사태로 국론이 분열되고 있는 현실을 고려한 것으로 비쳐진다. 그러나 국민 화합은 구호로만 이뤄지는 게 아니다. 진정성 있는 실천이 담보돼야 한다. 반 전 총장이 출신지인 충청권 표심에 과도하게 의존한다면 또 다른 지역주의를 초래하는 결과가 되고 만다. 반 전 총장 스스로 깊이 유념할 대목이다.
반 전 총장은 “정권 교체가 아닌 정치 교체를 이뤄야 할 때”라고 역설했다. 앞으로 어떻게 정치 교체를 이룰지 분명한 비전을 국민에게 보여줘야 한다. 지금 경제는 나락으로 추락하고,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와 위안부 문제로 주변국과의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팍팍한 민생과 일촉즉발의 안보 불안을 덜어줄 구체적인 방책을 제시해야 한다. 꿈과 희망을 안겨주기를 바라는 국민의 여망에 답해야 한다.
주요신문칼럼
1. [세계일보][양경미의영화인사이드] 일본애니 저력 ‘너의 이름은’
애니메이션 영화의 매력은 무생물에 생명을 불어넣고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것을 창조해내는 것이다. 관객의 인기를 얻었던 애니메이션을 보면 영상으로 담기 힘든 장면을 구현해내고 현실에서 불가능한 일을 가능케 만든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너의 이름은’은 애니메이션의 매력을 충분히 느낄 수 있는 영화다.
‘너의 이름은’은 지난 4일 개봉한 이래 박스오피스 1위를 꾸준히 유지하며 단기간에 관객 수 130만 명을 훌쩍 넘겼다. 애니메이션은 미취학 아동용이라는 인식을 깨고 성인관객들에게도 사랑을 받고 있다.
영화는 꿈속에서 몸이 뒤바뀐 도시 소년 다키와 시골 소녀 미쓰하가 만들어가는 기적과 사랑에 관해 이야기한다. 서로의 몸이 뒤바뀐다는 설정은 새로울 것이 없지만 영화는 아름다운 영상미로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신카이 감독은 전작인 ‘초속 5센티미터’와 ‘언어의 정원’을 통해 국내 관객들에게 이름을 알렸다.
그의 작품을 보면 아름답고 서정적이며 사실적이다. 실사영화가 아닌 애니메이션의 경우 영상의 사실성이 배제된다면 관객들은 영화에 몰입할 수 없다. 신카이 감독은 사실적인 영상을 만들기 위해 배경이 되는 장소를 헌팅한 후 이를 영상으로 구현해낸다. 실제 장소인 시마노마치역 앞 육교, 도코모 요요기 빌딩, 스가신사 인근, 신주쿠 경찰서 뒤편 교차로 등을 싱크로율 100%로 표현해 냈다.
정교하고 세밀한 영상은 창조된 영상임을 상쇄시킨다. 이러한 방식은 일본 애니메이션의 거장 미야자키 하야오가 영상을 만들어내는 것과 동일하다.
스토리 구조도 젊은 성인층을 공략한다. 청춘로맨스로 젊은 사람들의 감수성을 자극하고 있으며 명장면마다 레드윔프스(Radwimps)의 OST가 흘러나와 분위기를 잡는다. 후반부엔 동일본 대지진을 삽입해 현실성을 높였다. 관객들은 지난날 겪은 여러 참사를 떠올리게 된다. 신카이 감독은 애잔한 정서를 넘어 사회적 메시지를 담아내며 국경을 초월한 감동을 전달했다. 그리고 위로와 희망의 메시지도 잊지 않는다.
재패니메이션의 저력을 보여준다. 시청각과 스토리가 결합돼 하나의 사실적인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애니메이션은 가장 기본적인 작업이면서 어느 하나라도 균형을 잃는다면 외면받기 쉬운 장르다. 애니메이션 영화는 실사영화에 비해 시간과 비용이 많이 소요돼 제작자들이 선호하는 장르는 아니다. 또한 실사 영화같이 다양한 장르와 스타 배우가 부재하는 핸디캡을 태생적으로 지닌다. 감독은 이러한 핸디캡을 모두 극복하고 있다. 신카이 감독의 등장으로 일본 애니메이션은 더욱 번창할 전망이다.
한국 애니메이션의 동화 기술력은 세계 시장에서도 인정받는다. 그러나 미흡한 스토리 개발 탓에 미국과 일본의 하청 수준에 머물렀다. 한국 애니메이션이 영상미와 사실성 그리고 스토리구조를 개선한다면 재패니메이션처럼 캐릭터를 판매하는 등 성장산업으로 성공할 수 있다. 흥행돌풍을 몰고 온 ‘너의 이름은’은 침체를 겪고 있는 우리 애니메이션에 많은 시사점을 준다
2. [조선일보][일사일언] 시장통 극장의 추억
서울 상암동 영상자료원 1층에는 코끼리만 한 영사기가 있다.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다가 영사기에 눈이 갔다. 대구의 '코리아' 극장에서 쓰던 영사기라고 박혀 있었다. 전율이 일었다. 코리아 극장은 어린 시절을 함께한 공간이다.
추억은 흙바닥에 긴 예배당 의자가 놓여 있던 장면에서 시작한다. 가끔 쥐가 들락거려 또래 여자애들은 비명을 질렀고, 사내놈들은 슬그머니 바닥에 쉬를 했다. 세월의 변화에 따라 시멘트로 바닥을 바르고 접이 의자로 바꾸었으나 여전히 변두리 삼류 극장이었다. 필름이 끊어지면 동네 형들은 휘파람을 휘리릭 불며 오히려 신바람이 났다. '총천연색' 영화가 등장한 초기에는 반은 흑백으로 반은 컬러로 찍은 영화도 보였다. 광복군이 말을 달려 일본군을 무찌르면 박수를 치고 발을 굴렀다. 영화는 그렇게 보는 걸로 알았다.
도시 변두리 방직공장 옆 배추밭을 지나 시장통에 있던 극장이었다. 동네 구멍가게 아주머니 손에 매달려 단골 관객이 되었다. 구멍가게 벽에 영화 포스터를 붙이게 하는 대신 초대권을 받았지 싶다. 미성년자 입장불가 영화도 아주머니 등에 업혀 들어갔다. 신영균, 황해, 박노식, 독고성, 허장강. 이들 '마초 배우' 중 실제로 누가 더 싸움을 잘하는지를 두고 동네 아이들과 꽤 다퉜다.
이제는 필름으로 영화를 찍지 않는다. 어느 감독은 N.G.가 날 때마다 스태프들을 집합시켜 "대한민국은 필름을 생산하지 않는다"고 복창을 명하더란다. 삽시간에 디지털 촬영으로 환경이 달라지면서 현상소가 모조리 문을 닫았다. 끝까지 버티던 영화진흥위원회 현상소도 고객이 말랐다.
영상자료원의 복원작업에도 '현상'이 필요하다. 영사기와 함께 박물관행이 될 뻔했던 현상설비와 인력을 영상자료원이 맡았다. 필름 촬영을 고집하는 외골수가 나타나 판을 뒤집을지도 모르니 비빌 언덕은 남겨두어야 했다.
필름 '현상'이라는 사소한 주제를 두고도 세상은 그렇게 손발을 맞춘다. 공공영역이 놀고만 있다고 우긴다면 많이 빗나갔다. 그런데, 구멍가게 그 아주머니는 지금 어디서 무얼 하실까?
3. [연합뉴스][김길원의 헬스노트] 반려동물이 주는 슬픔 '펫 로스 증후군'
- 결혼 전에 키우던 강아지를 결혼해서도 데려와 키웠어요. 20대 후반부터 10년 넘게 키우던 강아지라 동생 같기도 하고 자식 같기도 했어요. 결혼 후 아이가 생기다 보니 강아지에게 좀 신경을 덜 쓸 때도 있었는데 나중에는 아이가 더 좋아하더라고요. 둘이 죽고 못 살 정도였어요. 그런데 강아지를 먼저 보내고 나니 생각보다 힘들어요. 사람이 죽은 것도 아닌 데 내가 왜 이러나 싶기도 하고…. 차라리 아이처럼 강아지 살려내라고 조르고 엉엉 울면 편해질 것 같은데 어른이 돼서 그럴 수도 없잖아요. 아이 키우느라 강아지한테 신경을 못 써준 게 정말 미안하고, 못 해준 것만 생각나요.
- 우연히 유기견 센터에서 강아지를 데려와 키우기 시작했는데 이제는 제 유일한 친구이자 가족이에요. 집에 돌아오면 유일하게 저를 반겨주죠. 저는 부모님이 어렸을 때 이혼해서 할머니 손에 자랐어요. 할머니도 자주 아프곤 해서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았는데 어렸을 때를 기억하면 항상 외롭고 혼자 있는 게 두려웠어요. 이제는 혼자 지내는 게 많이 익숙해졌다고 생각했는데, 어느 순간부터 이 아이 없이는 못 살 것 같아요. 그런데 얼마 전부터 시름시름 앓더니 많이 아프네요. 병원에서 얼마 안 남았다고 하더라고요. 이 아이가 죽고 나면 저는 어떻게 살죠? 저 혼자 남겨지는 게 너무나 두렵고 무서워요.
앞선 사례처럼 요즘 '펫 로스(Pet Loss) 증후군'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가족처럼 사랑했던 반려동물이 죽은 후 상실감과 우울감이 생겼다는 게 주요 증상이다.
이런 증상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반려동물을 좀 더 잘 돌보지 못했다는 죄책감, 반려동물의 죽음 자체에 대한 부정, 죽음의 원인(질병 또는 사고)에 대한 분노·슬픔에서 비롯된 우울증 등이 뒤섞여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이미 우리나라는 다섯 집 가운데 한 집꼴로 개나 고양이를 기를 정도로 반려동물이 개개인의 삶에 미치는 영향이 커지고 있다.
농림축산검역본부가 2015년 기준으로 발표한 '반려동물 사육·관리 현황' 조사 결과를 보면 반려동물을 둔 가정은 2012년의 17.9%보다 약 4% 포인트 높아진 21.8%에 달했다. 추세대로 라면 반려동물 사육 가정의 비율이 지금쯤 네 집 가운데 한 집꼴로 높아졌을 것이라는 추측이 가능하다. 반려동물의 죽음에서 비롯되는 아픔과 상실감을 겪는 사람도 그만큼 늘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반려동물이 죽으면 그 주인은 평균적으로 10개월 정도 슬픔을 경험하며, 1년 정도 지속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심한 경우 우울증과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는 물론 자살까지 생각한다는 보고도 있다.
하지만 반려동물의 수명이 사람보다 상대적으로 짧다는 점을 고려하면 살아가는 동안 반려동물의 죽음은 인정해야 할 현실이다. 이런 현실을 부정하지 않고 미리 대비한다면 반려동물의 죽음이 불러오는 상실감과 우울감도 어느 정도 극복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물론 아직 우리나라 사회가 반려동물의 죽음으로 인한 고통, 상실감에 따른 감정적 어려움을 겪는 사람에 대해 충분히 지지를 보내지 못하는 경향은 차츰 개선돼야 할 부분이다.
반려동물이 죽은 후 생길 수 있는 상실감과 우울감 등의 증상을 극복하는 요령을 삼성서울병원 삼성사회정신건강연구소 전문가들의 도움말로 알아본다.
가까운 사람들을 만나 자신이 겪고 있는 슬픔을 충분히 표현하라
사랑하는 반려동물의 죽음도 소중한 사람을 잃을 때처럼 충분한 애도 기간이 필요하다. 아내, 남편, 가족, 가까운 친구들에게 반려동물의 죽음으로 인한 슬픔과 어려움, 죄책감 등을 털어놓고 지지와 위로를 받는 게 좋다.
경제적 여건이 된다면 장례식을 간소히 치르고 묘도 만들어주면 좋다
소중한 사람이 세상을 떠났을 때 장례식을 치르고 그것을 기념하는 게 남겨진 사람들에게 많은 위로가 되는 것처럼 반려동물 역시 장례식, 묘소 등을 통해 애도하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다.
다른 반려동물을 바로 입양하기보다 애도 기간을 가져라
반려동물을 떠나보낸 뒤 또 다른 반려동물을 입양하는 게 어떨 때는 도움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새로운 반려동물을 받아들일 마음의 준비가 안 된 경우에는 소홀히 대하거나 슬픔으로 방치할 수도 있다. 또 상실감과 슬픔을 극복하기 위해 충동적인 결정으로 반려동물을 입양하는 것은 좋지 않다.
자녀에게 반려동물의 죽음에 대해 솔직하게 이야기하라
아이들이 너무 슬퍼할 것 같다거나 이해하지 못한다는 생각으로 반려동물의 죽음을 숨기거나 다른 방식으로 표현하는 경우가 많지만, 이는 바람직하지 않다. 되레 죽음에 대한 개념이 확고하지 않은 어린 자녀들은 반려동물의 죽음이 자신의 탓이라고 느끼거나 심한 공포감 등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솔직하게 자녀에게 반려동물의 죽음의 원인과 죽음에 관해 설명해주고, 그로 인한 감정과 생각들을 부모가 함께 공유해야 한다. 장례식을 함께 준비하고 치르는 것도 도움이 된다.
반려동물에 대한 슬픔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도 있다는 걸 인정하라
어떤 사람에게는 동물이 무섭기도 하고 한 번도 함께 지낸 적이 없을 수도 있다. 또 동물에게서 깊은 감정을 느끼지 못했을 수 있다. 그것은 사람마다 다른 것이고 경험에 따라서도 다를 수 있다. 따라서 그 사람의 이야기를 비난으로 받아들인다거나 반대로 그 사람을 비난해서도 안 된다.
4. [매일신문][기고] 신라사 연구와 금석문
‘신라사대계’ 30권이 발간되었다. 정확한 이름은 ‘신라 천 년의 역사와 문화’이다. 총서 22권, 자료집 8권이며, 5년 동안 힘을 기울여 완성하였다. 여기에 요약본 개설서 2권이 공간될 예정이고, 이를 중국어, 일본어, 영어로 번역하면 모두 38권이 된다. 동원된 필자만 136명이니 신라사를 연구하는 어지간한 학자들은 망라했다고 하겠다.
아마 이처럼 방대한 작업은 앞으로 50년 아니 100년 안에는 다시 할 수 없을 것 같다. 전공 분야에 맞게 필자를 위촉하는 것도 어렵거니와 서술 체제의 통일, 내용의 중복 방지, 이설의 조정, 쉬운 글쓰기 등 너무 많은 힘이 들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2016년 12월 8일 경주에서 경상북도가 발간을 선포한 신라사대계는 해방 후 70년간의 연구성과를 녹여낸 ‘쉽게 풀어쓴 21세기 새 신라사’라 불러도 좋을 것이다.
신라사대계를 간행할 만큼 신라사 연구를 촉발시킨 것은 무엇이었을까. 대학이 늘어나면서 많은 학자들이 배출되고 깊이 있는 연구가 이루어진 데에 일차적인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그렇지만 연구의 심화를 가져온 계기는 무엇보다 새로운 금석문의 발견이 아닐까 생각한다. 삼국사기나 삼국유사, 중국과 일본의 한국 관련 문헌자료도 연구의 심화에 기여했다.
그러나 우리가 알고 있는 대부분 사서는 2차 사료들이다. 신라 당시에서 수백 년 또는 1천 년 이상의 세월이 지나 후대인의 인식과 생각이 많이 반영된 자료였던 것이다. 그런 점에서 해방 후 신라의 영역이었던 수도 경주와 그 주변 경상도 일대에서 이른 시기의 신라 금석문이 많이 발견된 점은 특기할 만하다.
주요한 것만 손꼽아 보아도 포항 중성리신라비, 포항 냉수리신라비, 울진 봉평리신라비, 영천 청제비, 경주 명활산성작성비, 대구 무술오작비, 울주 천전리서석, 단양 적성비 등을 열거할 수 있다. 대상 시기는 6세기 초반이 많아, 신라에서 가장 오래된 살아 있는 사료였던 것이다. 이들 금석문은 그 이전에 발견된 경주 남산신성비 제1비, 창녕 진흥왕 척경비, 황초령`마운령`북한산의 진흥왕 순수비 등과 함께 신라사 연구의 주요 사료였다.
이들 자료들을 통해 문헌자료만으로는 알 수 없는 사실들을 새로 밝히거나 수정`보완할 수 있었다. 신라의 대외적 팽창 과정은 물론, 신라 6부의 운용, 갈문왕의 실체, 왕실 및 근시조직, 지증왕이 즉위 후 바로 왕을 칭할 수 없었다는 사실 등을 알게 되었다.
또 각종 유적 발굴이 성행하면서 절터, 석탑, 산성, 고분 등지에서 많은 문자자료가 출토되었다. 이들 자료들은 새로운 정보들을 제공해주는 한편, 과제도 많이 남겨 주었다. 바야흐로 신라사 연구는 후대에 편찬된 2차 자료보다는 당대의 사람들이 남긴 1차 자료를 이용하여 연구하는 방향의 일대 전환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새로 떠오르고 있는 목간 자료도 빼놓을 수 없다. 한국 고대 목간은 대략 600점 정도가 알려져 있다. 이 가운데 월지, 월성해자, 황남동, 경주박물관 부지 등 경주에서 발견된 것이 100여 점, 함안 성산산성에서 발견된 것이 308점, 그리고 울산, 창녕, 김해 등에서도 몇 점이 발견되었다. 함안 성산산성 목간에서는 낙동강 상류와 중류 지역에서 낙동강을 이용하여 쌀, 보리, 피 등의 곡식을 함안의 성산산성으로 운반한 사실이 밝혀졌다.
경상도는 신라 금석문의 보고다. 경상북도에서 신라사대계를 발행하기로 한 데는 그곳이 신라의 옛터라는 점을 우선 고려하였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38권이라는 거질로 꾸밀 수 있었던 데는 가치 있는 새로운 금석문의 출현이 뒷받침되었던 것이다. 역사란 사실을 중시하는 학문이며, 재해석의 학문이다. 시대가 바뀌고 새로운 자료가 추가되면 종래의 해석을 다시 음미하고 새로 써야 한다. 신라사대계를 ‘쉽게 풀어쓴 21세기 새 신라사’라고 부르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5. [세계일보][정여울의문학기행] 영혼의 옆구리를 만져보는 시간
흙수저와 금수저의 날카로운 구분에 설움을 느끼는 사람이 부쩍 많아진 요즘이다. 갑을관계의 감정노동에 지친 이들이 돈보다는 마음의 평화에 의미를 부여하는 일도 잦아졌다. 재벌 자제들의 갑질 논란으로 세상이 시끄러운 요즘, 사실 주변을 둘러보면 완전한 갑도 완전한 을도 없는 것 같다.
번쩍이는 금수저를 물고 태어나지 못한 보통 사람들은 때로는 을도 되고 때로는 갑도 된다. 고용주의 눈치를 볼 땐 영락없는 ‘을’이지만, 물건을 살 때나 다양한 서비스를 받을 때는 ‘갑’ 행세를 하는 이들도 있다. 상사 앞에서는 꼼짝 못하면서, 서비스 직종에 종사하는 사람들에게 대뜸 반말부터 던지는 이들도 있다. ‘갑의 자리’에 있을 때조차도 얼마나 타인을 배려하고 존중하는가, 바로 그것이 한 사람의 진짜 인간성을 판가름하는 기준이 아닐까.
김장호의 시 ‘나는 을이다’를 읽으며, 어쩌면 ‘을의 마음’으로 살아가는 것이 세상을 더욱 넓고 깊게 바라보는 길이 아닐까 하는 생각에 잠겨 본다.
“나는 을(乙)이다. 항상 부탁하며 살아가는/(…)/당신은 넘볼 수 없는 성체의 성주/당신 앞에 서면 한없이 낮아진다네/나를 사준다는 보장은 없지만/당신 눈도장 찍느라 하루해가 모자라네/(…)/그래도 한밤중에 목말라 자리끼를 찾다가/내 영혼의 옆구리를 한 번 만져본다네.”
항상 누군가에게 부탁을 하며 살아가다 보면, 때로는 자존심도 구겨 넣고, 자존감도 숨겨두고, ‘나’라는 주어보다는 ‘여러분’을 위한 삶에 집중하게 된다. 한밤중에 목이 말라 자리끼를 찾다가 문득 내 영혼의 옆구리를 만져보는 시간. 그때가 바로 갑도 을도 아닌 나, 진정한 나 자신의 민얼굴을 만나는 시간이 아닐까.
김희정 시인의 ‘아들아, 딸아, 아빠는 말이야’에는 이 땅에서 아버지가 짊어져야 하는 삶의 무게가 가슴 시린 문장으로 그려져 있다.
“아들아, 딸아 아빠는 말이야/너희들이 태어나고, 제일 먼저/그림자를 버렸단다/사람들은 아빠보고 유령이라 말하지만/너희들이 아빠라고 불러줄 때마다/살아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단다/다음으로 버린 것은 남자라는 단어야/폼 잡았던 남자라는 옷 벗어 던지고/너희들이 달아 준 이름/아빠를 달고 세상을 향해 걷고 또 걷는단다/(…)/
다음은 지갑을 닫았단다/멋진 폼으로 친구들 앞에서/지갑을 열었던 날이 있었지/네가 태어났던 날이야/그날을 끝으로/먼저 지갑을 꺼내 본 적이 없단다/망설이다 망설이다, 버린 것이 자존심이야/너무나 버리기가 힘들어/마음 한 구석에 숨겨놓았지/(…)/지갑이 없다고 수군거려도/배알이 없다는 말로/심장에 비수를 꽂아도/나는 너희들의 아빠니까, 괜찮아/아빠니까 말이야.”
‘저 사람은 지갑이 없다’고 수군거려도, ‘배알도 없다’는 말로 심장에 비수를 꽂아도, ‘나는 괜찮다’고 느끼는 아빠의 마음. 그것이 오늘도 힘겹게 을의 자리에서 하루를 견딘 부모의 마음일 것이다. 그리하여 진짜 불행한 사람은 돈이 없는 사람이 아니라 지켜야 할 사람, 사랑할 사람, ‘아무리 힘들어도 언제나 내 편’인 사람이 없는 이들이 아닐까. 아무리 세상이 우리를 구석진 을의 자리로 밀어붙이더라도, ‘아들아, 딸아, 아빠는 말이야’라고 기나긴 이야기를 시작할 수 있는 애틋한 사람들이 있다면, 우리는 더 이상 을도 흙수저도 아닌, ‘행복한 사람들’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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