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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자료는 교육용으로 쓰기 위해 올리는 자료로 상업적 목적은 없으며 선정된 사설의 정치적 성향은 블로그 운영성향과 무관합니다.



주요신문사설


​[서울신문]

1. 끝내 승복 않고 법적투쟁 시사한 박 전 대통령

파면된 박근혜 전 대통령이 어제 청와대에서 서울 강남구 삼성동 사저로 거처를 옮긴 뒤 자유한국당 민경욱 의원을 통해 헌재의 탄핵 선고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박 전 대통령은 “소명을 끝까지 마무리하지 못해 죄송하다”며 “모든 결과를 안고 가겠다. 진실은 밝혀질 것”이라고 했다.



선고 후 이틀간의 침묵을 깨고 밝힌 입장은 누가 보더라도 승복과는 거리가 멀다. 지지자들에게 헌재 결정에 대한 ‘불복’이라는 잘못된 신호를 주기에 충분하다. 반년 가까이 나라를 극심한 분열과 혼란에 빠뜨린 책임이 박 전 대통령에게 있다. 법치주의와 민주주의의 가치를 훼손할 생각이 없다면 헌재의 결정을 존중했어야 했다.

명시적 승복 선언은 지난 4년간 국정을 이끌었던 박 전 대통령의 마지막 책무이자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였다. 그러나 승복하기는커녕 법적인 투쟁을 예고했다. 이는 지지자들에게 암묵적으로 탄핵 불복 운동을 부추기는 것으로 비칠 수밖에 없다.



`박 전 대통령은 지난달 27일 헌재에 제출한 최후 변론서에서 “앞으로 어떠한 상황이 오든 소중한 우리 대한민국과 국민을 위해 갈라진 국민의 마음을 모아 지금의 혼란을 조속히 극복하는 일에 최선을 다해 가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이를 두고 청와대는 “이미 선고 승복 입장을 밝힌 상태”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이를 인정할 사람은 많지 않다. 최후 변론서 그 어디에도 승복이라는 표현은 들어 있지 않다. 헌재 선고 전 정상참작을 노린 진술이라고밖에 볼 수 없는 것이다.

박 전 대통령은 헌재의 전원 일치 파면 선고에 큰 충격을 받았을 것이다. 기각이나 각하를 기대했던 박 전 대통령은 선고 뒤 일부 참모들에게 탄핵 여부를 재확인했을 정도라고 한다. 그렇지만 박 전 대통령이 자신의 한 몸이 아니라 국가 장래를 조금이라도 생각했다면 이런 무책임한 태도를 보여서는 안 된다. 설령 헌재의 선고가 기대와 다르고 불만이 있다 하더라도 헌재의 결정을 존중해야 한다. 그것이 법치주의요, 민주주의다.

헌재의 선고에 불복하고 오히려 법적인 싸움을 하겠다고 한 박 전 대통령의 모습은 대립과 갈등을 키울 뿐이다. 친박 단체의 과격한 시위도 쉽게 누그러지지 않을 것이 분명하다. 이런 상황이 계속된다면 대한민국의 밝은 미래는 기대하기 어렵다. 악순환을 끊을 사람은 바로 박 전 대통령이며, 이는 명확한 승복 의사를 밝히는 데서 시작됨을 알고 실천했어야 했다. 박 전 대통령은 그렇게 강조했던 법치를 스스로 어기는 모순을 범하고 말았다.



2. 통합·적폐청산 함께하는 대선에 미래 있다

탄핵 정국이 끝나면서 본격적인 대선 레이스가 시작됐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은 이번 주 대선일을 공고한다. 5월 9일이 유력하다는 관측이 많다. 더불어민주당은 2차 선거인단 모집에 들어갔고, 자유한국당은 이달 말 대선 후보를 선출한다는 일정을 확정했다.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정의당 등도 저마다 대선 후보 선출을 위한 경선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야말로 대선 정국으로 급격하게 빨려 들어가는 형국이다.

대선 정국에 돌입하면서 우리 사회는 두 갈래의 에너지가 강렬하게 분출되고 있다. 국정 농단 사태에서 드러난 적폐를 청산하자는 주장과 탄핵 과정에서 확인된 대한민국의 분열을 통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그것이다. 적폐 청산과 국민 통합은 선후의 관계도, 적대적 관계도 아니다. 대한민국의 미래를 밝힐 두 기둥이며 동시에 진행할 수 있는 사안이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어제 기자회견을 갖고 적폐청산과 국민 통합에 앞장서겠다는 다짐한 것도 이런 맥락일 것이다.

최순실 국정 농단에서 드러난 대한민국의 적폐는 실로 참담했다. 재벌과 권력자 사이에서 이뤄진 음습한 뒷거래는 개발 독재 시절부터 우리 사회를 짓눌러 왔던 정경유착의 악습이다. 검찰과 국정원, 국세청 등 국가를 지탱하는 권력 기관들이 대통령 권력 사유화에 동원된 사실은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한다.



헌재의 탄핵 인용은 법 위에 누구도 군림할 수 없다는 민주주의 원칙을 확인한 만큼 법치주의에 입각해 분명한 처벌이 이뤄져야 한다는 의미다. 중장기적으로 우리 사회가 직면한 각종 불평등 구조는 법적·제도적 개선을 통해 개선돼야 한다.

분열과 갈등의 대한민국을 통합하는 일 또한 우리 앞에 놓인 중대한 과제다. 촛불과 태극기로 상징되는 작금의 분열상은 더 나은 대한민국을 향한 진통의 과정이다. 현재의 5당 체제가 대권에 집착해 당파와 정파의 이익에 골몰해 갈등을 유발시키는 것은 국가적 위기를 심화시킬 뿐이다. 무엇보다 대선 주자들은 정치공학적 접근으로 분열과 갈등을 조장해 반사이익을 얻으려는 발상 자체를 포기해야 한다.

우리는 지금 북한 핵·미사일 위협과 중국의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보복,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발호 등 외교·안보 위기에 직면해 있다. 국민 통합과 초당적 대처가 필요하다는 의미다. 대선 주자들이 인신공격과 흑색선전 등 갈등 유발적 전략으로 접근하지 말고 정교한 정책 중심적인 선거전을 통해 지도자로서의 역량을 보여 줘야 한다. 도덕성에 국한된 논쟁과 구호성 공약에서 벗어나 확실한 후보 검증이 필요한 이유다.



진영의 논리에 국한되지 않고 국가 전체의 안위와 국민 복리가 우선돼야 한다. 19대 대선은 국민의 염원을 담아 대한민국의 미래를 밝히는 선거가 돼야 한다는 것이 모든 국민의 한결같은 바람이다.



[매일신문]

3. 박 전 대통령, 분열과 갈등을 해결하려는 모습 보여야

헌법재판소의 파면 결정 이후 사흘간 침묵을 지키던 박근혜 전 대통령이 4문장짜리 짧은 대국민 메시지를 내놨다. 민경욱 전 청와대 대변인이 전한 내용에 따르면 “시간은 걸리겠지만, 진실은 반드시 밝혀진다고 믿고 있다”고 했다. 박 전 대통령이 헌재 결정을 직접적으로 명시하지는 않았으나, 이를 부정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는 여지가 충분하다. 박 전 대통령이 헌재 결정에 명쾌하게 승복하는 모습을 기대하는 국민이 많았지만, 현재로선 그렇지 않은 것 같아 아쉬움을 준다.



짐작하건대, 박 전 대통령은 헌재 결정에 억울하고 참담한 심정일 것이다. 그동안 박 전 대통령이 ‘잘못이 없다’는 말을 여러 차례 해왔기에 헌재 결정을 부정하고픈 마음이 훨씬 더 클 것이다. 그렇더라도, 헌재 결정에 승복하고 새 출발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야말로 진정으로 국가와 국민을 위하는 길이다.



평범한 ‘자연인’이라면 거부하고 불복해도 괜찮겠지만, 책임 있는 정치인 혹은 전직 대통령이라면 그렇게 해선 안 된다. ‘공인’이라면 설령 부당해 보이는 법 절차라도 무시하거나, 거부해서는 안 된다.



며칠 전 태극기 집회에서 사망자 3명이 나온 것을 볼 때, 박 전 대통령의 승복 여부가 무척이나 중요하다. 항의 집회가 계속되는 만큼 어떤 불상사가 일어날지 알 수 없다. 더 이상의 갈등과 대립은 국가를 나락으로 떨어트릴지 모른다. 박 전 대통령이 분열과 대결을 해소하고 봉합하는 디딤돌을 놓는 것이 마지막 책무가 아닐까 싶다.



박 전 대통령은 2007년 한나라당 대선 경선 당시, 다소 억울하게 이명박 후보에게 졌지만 깨끗하게 승복했다. 다시 한 번 그런 당당한 모습을 보여야 한다. 그것이 박 전 대통령을 끝까지 지지한 사람들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일 것이다. 

 
야당도 명심할 것이 있다. 박 전 대통령에게 지나치게 승복을 강요하고 공격하는 자세는 보기에 좋지 않다. 짧은 메시지 하나만으로 무조건 욕하고 매도하는 것도 문제다. ‘승자’의 아량이나 관용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박 전 대통령을 심하게 몰아붙이는 것보다는, 스스로 승복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4. 경제 대혼란 막는데 국가 총력 모으자

탄핵 결정으로 정치 리스크가 크게 완화됐지만 한국 경제를 위협하는 대내외 압박 요인은 여전하다. 특히 정권 공백기가 길어지면서 그동안 정부가 추진해온 노동개혁 등 각종 정책은 동력을 잃었고 대내외 악재가 동시다발로 한국 경제를 짓누르고 있어 사실상 경제가 표류 중이라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이런 경제 리스크는 새 정부가 들어서고 정치적 혼란이 완전히 수습되어도 해소가 쉽지 않다는 점에서 당장 경제 살리기에 집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현대경제연구원이 12일 발표한 ‘탄핵 이후 한국 경제의 5대 리스크’ 보고서에도 위기 현실을 정확히 짚었다. 연구원은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EU 붕괴, 사드 관련 중국의 경제 보복, 가계 부채, 남북관계 경색 등을 5대 리스크로 지목했다. 어느 것 하나 해법 찾기가 쉽지 않은 문제다. 만약 정권 공백기를 이유로 이를 방관하거나 제대로 대처하지 못할 경우 한국 경제 신인도 하락은 물론 금융시장 불안 등 후폭풍이 크다는 점에서 만반의 대책을 세워야 한다.



무엇보다 압박 강도가 세지고 있는 중국의 사드 보복은 가장 큰 위협 요소다. 무역협회가 콘텐츠`관광`소비재 기업 597개를 대상으로 실시한 긴급 설문조사를 보면 사드 관련 경제 제재로 인해 ‘현재 부정적인 영향을 받고 있다’고 응답한 기업이 56.2%로 나타났다. ‘지금은 피해가 없으나 3개월 내 미칠 것’(32.9%)이라는 응답을 합하면 열에 아홉이 크고 작은 피해를 입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주 인상이 유력시되는 미국의 금리 변동도 큰 악재다. 미국이 올해 기준금리를 3차례 이상 올릴 경우 한`미 간 금리가 역전한다. 대규모 외국인 투자금의 이탈에다 1천300조원이 넘는 가계 부채에 초비상이 걸리고 내수 침체 등 파장이 엄청나다. 여기에다 한미 FTA 폐기가 현실화할 경우 대미 수출 손실액은 약 130억달러, 고용도 12만 명 이상 감소하는 등 큰 타격을 입게 된다.



만약 정부와 한국은행이 지금과 같은 강도로 각종 현안에 대응한다면 경제 위기를 헤쳐나가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최악의 경우까지 염두에 두고 경제 이슈에 집중하고 금융시장 혼란 등 대내외 악영향 차단에 전력을 쏟아야 한다.



[중앙일보]

5. ‘자연인 박근혜’ 검찰 수사 원칙대로 해야

박근혜 전 대통령은 헌법재판소의 파면 결정으로 ‘피의자’ 신분이 됐다. 특별검사팀은 ‘최순실 국정 농단 사건’에서 박 전 대통령을 뇌물수수·강요 등의 공모자로 입건했으나 현직 대통령의 불소추 특권 때문에 기소하지 못했다. 그런 특권이 박탈당하면서 ‘자연인 박근혜’에 대한 수사는 불가피해졌다. 하지만 전직 대통령에 대한 국민 정서와 정치적 파장을 두루 고려한 ‘현명한 수사’가 돼야 할 것이다.

검찰 특별수사본부는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조사 시기와 강도를 저울질하고 있다고 한다. 대선 정국에 돌입한 상황에서 소환 시점은 매우 민감하다. 바로 며칠 전까지 대통령이던 사람을 잡범 취급하듯 무리하게 강제 수사를 한다면 동정 여론만 불러올 수 있다. 그렇다고 뚜렷한 이유도 없이 수사를 지연시킬 경우 불필요한 오해를 낳을 수 있다.



박 전 대통령은 어제 "시간이 걸리더라도 진실은 반드시 밝혀질 것”이라며 여전히 혐의를 부정했다. 사실상 헌재 결정을 수용치 않은 것이다. 하지만 국민들은 헌재가 지적했듯이 박 전 대통령이 “지속적이고 반복적으로” “최순실씨의 국정 개입을 허용하고 미르·K스포츠재단을 통해 사익 추구를 도운 중대한 범죄 행위” 등에 대해 여전히 궁금해한다. 불행한 사태가 초래된 과정과 경위를 밝혀야 할 의무가 검찰에게는 있다.

박 전 대통령이 검찰 수사에 자발적으로 응하는 것이 최선이다. 수사 당국도 강제소환이나 불응 시 체포 등 수사권 발동에는 그 당위성 등 세심한 검토가 필요하다. 검찰은 중립적 입장에 서서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와 여론, 정치 일정 등을 감안하면서도 법의 원칙대로 실체적 진실을 규명해야 할 것이다.



6. 황교안, 하루빨리 거취표명 안 하면 반칙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파면되면서 정국은 조기 대선 체제로 전환됐다. 대통령 궐위 때부터 60일 이내에 보선을 치러야 한다는 헌법 규정에 따라 늦어도 5월 9일까지는 새 대통령을 선출해야 한다. 엊그제 김용덕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은 대국민 담화에서 “짧은 기간이지만 자유과 공정이 조화되는 준법선거를 실현하겠다”며 “공직자는 어떤 선거 개입 논란도 일어나지 않도록 엄정 중립의 자세를 확고히 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 대목에서 우리는 대통령권한대행인 황교안 국무총리의 거취 문제를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지금까지 황 대행이 탄핵 정국에서 정부의 연속성을 유지해 왔다면 이제부터는 대선 정국을 관리해야 한다.

비유컨대 운동경기의 심판이 된 셈인데 그가 아직도 선수로 뛸지 여부가 결정되지 않았다면 자유롭고 공정한 게임은 불가능하다고 봐야 한다. 황 대행은 정부의 최고 의사결정자로서 일거수일투족이 대선에 영향을 주는 위치에 올랐다. 당장 이번 주 황 대행은 선거 날짜를 확정, 발표해야 하는데 그 행위조차 의심을 받을 수 있다.

지금은 선거법의 규율을 받는 사전선거운동 기간이다. 행여 황 대행이 마음속으로 출마 의욕을 감춰 두고 선거와 관련된 의사결정을 한다면 나중에라도 선거법 위반 논란에 휩싸일 수 있다. 예를 들어 5월 9일이 선거일로 결정되고, 황 대행이 보궐선거 시 공직자 사퇴시한(투표일 30일 전)에 맞춰 4월 9~10일께 갑자기 후보로 나서게 되면 선거판은 대혼란에 빠지게 될 것이다.

황 대행은 선거 여론조사에서 보수 주자 가운데 줄곧 1위를 차지함으로써 어느새 대선판의 핵심 변수가 됐다. 박근혜 파면으로 목표를 잃은 탄핵 반대 그룹의 집회에서 “황교안을 무슨 수를 써서라도 후보로 내세워야 한다”는 얘기가 많이 나온다. 대통령 파면에 이어 권한대행까지 출마를 위해 직을 관둔다면 보통 일이 아니다.



만약 황 대행이 꼭 대선에 뛰어들겠다면 오늘내일 사이 입장을 표명해야 한다. 출마면 출마, 불출마면 불출마를 분명히 밝혀 정국의 불확실성을 확실히 거둬내야 한다. 아무리 늦어도 이번 주 선거일 발표 때까지 거취를 분명히 하지 않으면 반칙 행위를 하는 것과 같다.



[이데일리]

7. 경제 되살리지 못하면 모든 게 허사다

헌법재판소의 박근혜 대통령 파면 결정으로 그동안의 불확실성이 어느 정도 걷힌 듯하다. 그렇다고 해서 곧바로 안정을 회복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대한민국호의 앞날은 여전히 가시밭이다. 당장 분열과 갈등을 치유하고 국민 통합을 이루는 일이 급선무다. 5월 대선도 중요하고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 사드 배치를 둘러싼 외교·안보 갈등을 푸는 일도 녹록지 않다. 무엇보다 안팎으로 사면초가에 몰린 경제를 다시 일으켜 세우는 것이 국가적 과제다.

더욱이 중국의 사드 보복은 전방위로 격화하고 있다. 유통매장에서 생산시설로, 롯데뿐 아니라 다른 기업들로 규제가 확대되는 중이다. 심지어 어린 학생들에게까지 한국상품 불매 지침을 내렸다고 한다. 와중에 미국 트럼프 행정부도 통상압력을 노골화하고 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부정적 평가와 삼성·LG에 대한 불공정 무역 경고에 이어 현대중공업 대형 변압기에 61%의 반덤핑 관세기 확정됐다.

내부 사정도 여의치 않다. 가뜩이나 부진하던 경제는 탄핵정국 동안 극심한 외풍에 시달리며 뒷걸음질 쳤다. 국회 청문회와 잇단 검찰·특검의 조사 등으로 대기업의 투자와 고용은 꽁꽁 얼어붙었다.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해 시중을 떠도는 단기 부동자금이 무려 1000조원을 넘었을 정도다. 산업구조조정으로 인한 실업대란도 걱정거리다.

이번 주 결정될 미국 금리인상도 악재다. 우리도 금리 인상압박을 받아 1300조원의 가계부채가 경제에 뇌관으로 작용할 수 있다. 상환부담이 커지면서 소비심리가 위축될 가능성도 있다. 금리차로 인한 외화유출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이미 지난 6일 기준 1조 1240억원의 채권형 펀드자금이 순유출됐다. 신흥국 경기 위축으로 수출도 타격을 받을 수 있다.

‘대통령 부재’의 위기 상황이다. 황교안 권한대행과 유일호 경제팀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차기 정부 출범 전까지 정치권과의 협치로 공정한 대선 관리, 안보위기 해소는 물론 적극적 대내외 리스크 관리로 민생을 돌보고 경제를 살리는 일에 매진해야 한다. 정치권도 대선 정국에서 득표 요인만을 노려 정파적 이익만을 앞세우다간 나라가 결딴날 수 있음을 명심하길 바란다.



8. 대선 후보들, 예비내각 명단 밝혀야

이제 우리는 다음 대통령을 뽑아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이 헌법재판소의 탄핵 결정으로 파면됐다는 초유의 사태에 비춰서도 다시는 그런 불상사가 없도록 진정으로 나라와 국민을 위하는 지도자를 선출해야 한다. 과거 역대 대통령마다 결정적인 흠결을 남긴 채 국민들의 박수를 받기보다는 손가락질을 받으며 청와대를 떠나야 했다는 사실도 헌정사가 지금 우리에게 가르쳐주는 엄정한 교훈이다.

더욱이 이번 선거는 시간적 여유도 그리 충분하지 않다. 최고 리더십 공백을 하루빨리 메워야 하기 때문이다. 대통령 파면에 따라 60일 안에 선거가 치러지도록 돼있는 것이 그것이다. 대통령에 당선되면 인수위원회를 통한 권력인수 절차도 없이 그날부터 대통령 직책을 수행해야 할 만큼 절차가 촉박하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금주 안에 선거일을 공고할 예정이지만 지금으로써는 5월 9일이 유력하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가장 큰 문제는 후보들에 대한 검증 작업이다. 여야 각 정당이 탄핵을 기정사실화한 상황에서 벌써부터 자기 당의 후보선출 작업을 진행해 왔지만 검증 작업은 아무래도 미진할 수밖에 없다. 탄핵 정국의 와중에서 광장에 뛰쳐나가 걸러지지 않은 원색적인 발언으로 인기를 얻은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경제를 살리겠다며 결국 국가 재정을 털어먹는 식의 유치한 포퓰리즘 공약도 경계할 필요가 있다.

더욱 중요한 것은 국정공백 현상을 하루라도 앞당겨 해소해야 한다는 점이다. 그러려면 각 후보들이 선거 공약에 국무총리를 포함한 예비내각 명단도 포함시켜 함께 발표하는 것이 마땅하다. 선거가 끝나고 난 다음 내각을 꾸린다면 그만큼 국정 혼란이 가중되기 마련이다. 이렇게 예비내각 진용을 발표하는 과정에서 해당 후보의 정부조직 개편 의중도 저절로 드러날 수 있을 것이다.

아직 선거 날짜가 확정되지 않았더라도 선거운동은 이미 시작된 것이나 마찬가지다. 여야 정당마다 적어도 내달 초까지 후보를 결정한다는 계획 아래 절차에 돌입한 상황이다. 하지만 그 이후의 선택과 책임은 전적으로 유권자들의 몫이다. 선거가 끝나자마자 “올바른 선택을 하지 못해 후회된다”는 푸념이 이번에도 되풀이돼서는 곤란하다. 후보들의 감언이설에 속아 넘어가지 않도록 두눈을 부릅뜨고 선거에 임해야 할 것이다. 그것이 국가의 주인 된 도리다.



[매일경제]

​9. 헌재가 일깨워준 기업 경영자유와 재산권의 가치

우리 헌법의 중대한 가치와 지향점을 온 국민이 되돌아본 날이었다. 10일 이정미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대통령 탄핵심판 결정문을 또박또박 읽어내려갈 때 '대한민국 주권이 국민에게 있다'는 헌법 정신은 그 어느 때보다 큰 메아리로 울려퍼졌다. 이번 헌법재판소 판결은 비록 대통령이라 할지라도 법 위에 있을 수 없다는 사실을 확인해줬고 이를 발판 삼아 우리는 새로운 법치의 역사를 열어야 한다.

이 편 저 편으로 갈라진 사회를 하나로 통합하고 굳건한 국가 안보 토대 위에서 경제 살리기와 일자리 창출에 매진해야 한다. 박근혜정부가 잠재성장률 4%, 고용률 70%, 1인당 국민소득 4만달러 달성을 약속하며 내세웠던 '4·7·4 공약'은 이미 실패로 결론났다. 글로벌 경제전쟁은 첨예해지고 있는데 그 첨병에 서야 할 대기업들은 몇 달 동안 청문회, 검찰 수사에 불려다니며 반기업 정서에 시달리고 있다. 이 혼돈을 수습하려면 하루빨리 우리 경제의 지향점과 기업·정부 역할을 재정립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헌법재판소는 10일 대한민국이 지향하는 경제질서의 중대 원칙들을 재확인했다. 헌재는 결정문에서 '박 전 대통령이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 최서원(최순실) 이권개입에 도움을 준 행위는 기업 재산권을 침해하고 기업경영 자유를 침해한 것'이라고 적시했다. '모든 국민의 재산권을 보장한다'는 헌법 23조 1항과 '대한민국 경제질서는 개인·기업의 자유와 창의를 기본으로 한다'는 헌법 119조 1항의 정신을 일깨운 것이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으로 차기 대통령 선거가 급류를 타면서 경제민주화와 재벌개혁 구호는 갈수록 커져가고 있다. 그에 비례해 기업을 옥죄는 규제 법안들은 산더미처럼 쌓여가고 기업을 질타·매도하는 정서도 커지고 있으니 걱정스러운 일이다. 그사이 '국가는 균형 있는 국민경제의 성장과 안정, 적정한 소득의 분배를 유지하고, 시장의 지배와 경제력 남용을 방지하며…'로 표현되는 헌법 119조 2항의 경제 민주화 조항은 수시로 인용된다.



헌법재판소는 10일 우리 헌법이 재산권과 기업경영 자유라는 가치를 경제민주화에 앞서 우선적으로 보장하고 있는 사실을 다시 한번 일깨웠다. 우리 경제를 성장시켜온 원동력인 이 소중한 가치들이 정치권 구호에 밀려 희석돼서는 안될 일이다. 

우리 사회에 뿌리박혀 있던 오랜 정경유착 관행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민낯을 드러냈다. 헌재가 밝힌 것처럼 '박 전 대통령으로부터 출연 요구를 받은 기업으로서는 이를 수용하지 않을 수 없는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고 볼 것인지 아니면 특별검사 판단처럼 뇌물로 볼 것인지는 앞으로 법원이 판단할 문제다. 

중요한 것은 기업의 후원·기부 과정이 투명해지도록 기업과 정부의 관계를 투명하게 재정립해야 하는 일이다. 우리 경제 잠재성장률은 지난해 2%대로 떨어지고 고용률도 66%에 머물러 당초 박근혜정부가 약속한 모습과 거리가 멀다. 여기에 미국의 보호무역주의가 거세지고 사드 배치에 대한 중국의 보복이 거칠어지고 있으니 하루도 머뭇거릴 여유가 없다.



경제 동력을 되살리기 위한 비상한 결단과 발상 전환이 필요한 때이다. 기업들은 뭇매를 맞으면서도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삼성과 SK 등은 10억원 이상 기부금을 내야 할 때 이사회 의결을 거치도록 하는 등 투명한 의사절차를 만들어 가고 있다. 정작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기 위해 환골탈태해야 할 곳은 정치권과 정부다. 기



업을 정치권의 화수분으로 생각하고 언제든지 간섭·압박할 수 있는 대상으로 생각한다면 우리 경제의 미래는 없다. 모든 국민이 경제적 자유와 재산권을 보장받는 가운데 기업가정신을 불태울 수 있도록 헌법 정신을 바로세워야 성장동력은 되살아날 것이다.



10. 안보·경제 격랑속 두달, 황대행은 위기관리 철저히 하라

헌정사상 첫 대통령 파면으로 대한민국은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을 걷게 됐다. 대통령 궐위로부터 60일 이내에 선거를 치러야 하는 공직선거법에 따라 두 달간의 대통령 공백 사태는 불가피하다. 그 기간 동안 대한민국호(號)는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운행해야 한다. 결코 짧지 않은 시간이다. 

황 권한대행은 국회의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이후 권한대행을 맡아 국정을 운영해 왔지만 대통령 궐위라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한 만큼 보다 강력한 리더십으로 국정시스템이 정상적으로 가동되도록 해야 한다. 차기 대통령의 임기가 공약을 가다듬을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구성도 없이 바로 개시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황 권한대행의 '60일 과도정부'의 역할은 너무도 중요하다.



황 권한대행의 직무범위가 '현상 유지'에 그쳐야 한다는 의견도 많지만 차기 정부가 직면할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자기 목소리를 내면서 위기관리를 철저히 해야할 것이다.

대한민국을 떠받치는 두 축인 안보와 경제는 지금 위중한 상황이다. 북한은 김정남 독살에 이어 탄도미사일 발사 등 도발의 수위를 높이고 있고, 중국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배치에 반발해 보복에 나서는 등 동북아 정세는 격랑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북한에 대한 미국 내 경각심이 커지면서 대북 선제타격론, 전술핵 배치 등 초강경 옵션까지 거론되고 있는 상황이다.



미·중·일 3국이 북핵 등 한반도 문제 해결에 한국을 배제하는 '코리아 패싱(Korea passing)'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황 권한대행은 헌재의 박 전 대통령 파면 직후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열고 "북한 도발 시 확실히 응징할 수 있도록 만반의 대비 태세를 갖춰주기 바란다"고 지시했는데 굳건한 한미 연합 방위태세 구축에 가장 역점을 둬야 한다. 황 권한대행은 사드 배치에 있어 미국과의 합의를 이행하면서 중·일과의 관계 악화를 막는 묘수를 찾아야 한다.

안보 이상으로 중요한 경제 상황도 녹록지 않다. 탄핵정국이라는 정치 불확실성으로 경제는 위기로 치닫고 있다. 2%대의 저성장 기조, 소비 둔화, 1300조원에 달하는 가계부채 등 악재가 한둘이 아니다. 대외 경제 환경은 더 좋지 않다. 보호무역주의를 내세운 미국의 통상압력이 노골화되고 있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미국의 한국 환율조작국 지정, 대우조선해양의 회사채 만기 등을 근거로 한 '4월 위기설'도 지난달부터 퍼지고 있다.



무엇보다 경제 불씨가 꺼지지 않도록 할 컨트롤타워가 절실하게 요구된다. 노무현 대통령 탄핵안 가결 당일 이헌재 당시 경제부총리는 한강 다리를 여섯 번이나 건너며 국제 신용평가사 등 시장을 안심시킨 것으로 유명하다. 유일호 경제부총리가 중심이 돼 위기를 헤쳐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황 권한대행의 대선출마론이 끊이지 않고 제기되고 있는 게 사실이다. 여권 대선주자 중 지지율이 높지만 황 대행의 본분은 비상 상황에 처한 국가를 안정화시키고 조기 대선의 심판 역할을 충실히 이행하는 것이다. 위기의 2개월간 국정혼란 수습에 만전을 기하는 것이 국민이 황 대행에게 바라는 것일 것이다.





주요신문칼럼



1. [매경이코노미][최영옥의 백 투 더 클래식] 힐러리 한​

‘한(Hahn)’이라는 이름 때문에 그를 한국계로 알고 있는 이들이 있다. 그러나 그는 버지니아에서 태어난 독일계 미국인 연주자다. 사라 장, 율리아 피셔와 함께 21세기를 대표하는 여성 바이올리니스트 3인방 중 한 사람이다. 3살 때 메릴랜드 볼티모어에 위치한 피바디 음악원의 스즈키 프로그램을 통해 처음 바이올린을 시작했다.



1991년 불과 12살의 나이에 볼티모어 심포니 오케스트라와의 협연을 통해 데뷔한 후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 클리블랜드 오케스트라, 뉴욕 필하모닉과의 협연을 통해 연주 활동을 했다. 1995년 독일에서 로린 마젤이 지휘하는 바이에른 라디오 심포니 오케스트라와의 협연을 통해 국제무대에 데뷔했다. 이후 지금까지 세계 40여개 국가에서 한 해 100차례 이상의 콘서트를 열고 있는 정상급 바이올리니스트다.

힐러리 한은 특히 바흐 음악에 있어서 특별한 연주자로 꼽힌다. 17세던 1997년 바흐로 데뷔 앨범을 냈고, 이를 통해 그래미·그라모폰상 등을 휩쓸었다. 10대 바이올리니스트에게는 자칫 무거울 수 있는 것이 바흐의 음악. 하지만 이에 대해 그는 “오히려 바흐가 편안했다”고 술회한 바 있다. 데뷔 음반으로 ‘바흐’를 들고나온 연주자답게 그녀의 연주는 ‘한 치의 오차도 없는, 냉철하고 빈틈없는 음악’이라는 평을 받았다. 

대체로 풍부한 표정의 타 연주자들과 다르게 무대에 선 힐러리 한은 표정의 변화가 별로 없는 ‘얼음같이 차갑게 냉정함’으로 유명하다. 덕분에 ‘얼음공주’라는 별명도 갖고 있다. 마치 영화에서 튀어나온 것 같은 인형 같은 뛰어난 미모의 소유자면서도 무표정 연주가 인상적이다. 

협연 무대에서 독주자로 서는 연주자들은 대개 지휘자와의 호흡을 중요시한다. 때로는 지휘자의 사인에, 때로는 연주자의 호흡에 맞추며 서로 간의 소통을 면밀히 이어가는데, 힐러리 한은 종종 다른 모습을 보인다. 연주 중 그녀가 단호하게 표정을 지으며 활을 내딛거나, 깐깐한 표정으로 지휘자를 쳐다보면 지휘자가 따라와주는 느낌을 줄 때가 적지 않다. 힐러리 한의 힘이다. 음악의 해석에 있어서 틀림없다는 자신감에서 비롯된 모습일까나.

연주 전 작곡가에게 직접 연락해 곡 해석에 대한 의견을 나누거나 다른 연주자를 인터뷰하는 것도 그녀의 남다름이다. 세계 각지 연주 여행을 다니며 느낀 것을 담아 에세이 ‘바이 힐러리(ByHilary)’를 쓰고 있고, 현지 소식과 음악에 대한 단상을 본인의 홈페이지(hilaryhahn.com)에 연재하기도 한다. 모두 그녀의 왕성한 탐구심과 풍부한 아이디어를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그리하여 이 ‘얼음공주’는 성숙한 지성과 세련된 감성, 천부적 재능, 거기에 미모까지 겸비한 이 시대 완벽한 바이올리니스트의 표본이 됐다. 그리고 매번 ‘완벽한 연주’를 펼쳐 보인다. 가히 얼음공주다운 위엄이다. 하지만 연주가 만족스럽게 끝나면 더할 나위 없이 아름답게 활짝 웃는 바이올리니스트. 이때 그녀는 활짝 핀, 빛나는 미소의 비르투오소가 된다.



2. [매경이코노미][Health] 후두염의 증상과 예방법

3월. 큰 일교차와 미세먼지 탓에 호흡기 질환에 노출되기 쉬운 때다. 감기 외에도 이맘때 주의해야 할 질환이 ‘후두염’이다. 후두염은 염증이 생겨 후두가 빨갛게 부어오르면서 아픔을 느끼는 병이다. 후두는 우리가 코와 입으로 공기를 들이마시면 그 속의 이물질을 걸러내주는 역할을 하는 부위다(이미지 참고).

후두염은 봄이 시작되는 3월, 환자가 급증하는 경향이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15년 기준 3월 한 달간 만성 후두염 환자는 6만3851명으로 같은 해 7월보다 2배 정도 높은 수치를 보였다. 급성 후두염 역시 3월에 50만7558명으로 7월보다 2배 이상 많았다. 평소에는 문제가 없던 후두에 왜 갑자기 염증이 생기고 병으로 이어지는 걸까. 기온 차에 우리 몸의 면역력이 떨어지면, 공기 중에 있는 세균이나 바이러스가 후두에 침입해 문제를 일으키기 쉬워지는 것이라고 보면 된다.

후두염은 콧물, 코막힘 같은 일반적인 감기 증상을 보이기보다는, 목소리가 쉰다는 점이 특징이다. 

김하균 고대안암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후두 부분에 성대가 가까이 있기 때문에, 이곳에 생긴 염증이 목소리를 변하게 만든다. 기침을 많이 하고 침을 삼킬 때 목구멍이 아프고 이물감이 느껴질 수 있다. 증상이 심해지면 기도가 좁아져 환자들은 숨 쉬기 어려운 증상을 호소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성인에게 나타나는 감염성 후두염 중에선 바이러스성 후두염이 가장 많다. 김하균 교수는 “가장 흔히 진단되는 바이러스는 리노바이러스(rhinovirus)다. 실내 습도가 부족한 곳에 오래 있으면 후두염에 걸리기 쉽다. 소리를 많이 지르거나 말을 많이 해야 하는 환경과도 관련이 있으며 흡연 역시 악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

감염성 후두염 중 호흡 곤란을 나타내는 ‘급성 후두개염’도 있다. 김 교수는 “급성 후두개염이 발생하면 기도가 막힐 수 있어 위험하다. 18~40세 사이 연령대에서 많이 나타나며 여성보다 남성에게 2배 이상 더 흔하게 나타난다. 헤모필루스(Haemophilus) 인플루엔자라는 박테리아가 가장 흔한 원인균”이라고 말했다.

급성 후두염은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 1~2주일 내에 완치가 된다. 그러나 후두염을 가볍게 생각하고 적절한 치료를 받지 않으면 만성 후두염으로 악화될 수 있다. 만성 후두염으로 성대 내 염증이 심해지면 성대 궤양이나 성대 물혹 등이 생길 수 있다.

후두염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실내 습도를 조절해주고 성대를 부드럽게 안정시켜주며, 수분을 충분히 섭취하는 것이 필요하다. 후두염에 걸렸다면 소염제를, 고열 증상을 보이는 등 다른 세균 감염의 증상이 있다면 항생제를 처방받는다. 

급성 후두개염처럼 증상이 심한 후두염은 산소 공급 치료법과 함께 항생제나 스테로이드를 처방받기도 한다. 호흡 곤란이 심하다면 기관절개술이나 기관삽관 등의 응급처치가 필요할 수도 있다.

“후두염에 걸렸다면 후두에 최대한 자극을 주지 않아야 빨리 낫는다. 먼지를 없애 실내 공기를 깨끗이 만들어주고, 가습기를 이용해 공기가 건조해지지 않게 만들어야 한다. 병을 옮길 위험이 있으므로 되도록 공공장소를 피하는 것을 권한다. 또 후두에 자극을 줄 수 있는 맵고 짠 음식은 삼가는 것이 좋다. 또 미세먼지가 심한 날에는 되도록 야외 활동을 삼가고 외출이 불가피하다면 반드시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 김 교수의 조언이다.



3. [아시아경제][초동여담] 그가 없는 봄

낡았지만 마당이 있는 주택에 몇 해 전 둥지를 틀었다. 서울의 끄트머리 동네, 아파트 개발의 바람 속에서도 존치된 한가로운 마을이다. 쥐뿔도 없으면서 ‘마당 있는 집’이라는 로망을 안고 사는 걸 한탄스러워 하다가 운 좋게 값싼 전셋집을 구한 것이다. 

매일 풀밭과 나무를 보며 사니까 주말이 돼도 굳이 공원이나 야외에 가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았다. 오히려 ‘도시’를 찾아가곤 한다. 계절의 변화는 오롯이 스며든다. 마당의 눈이 녹고 누르스름한 자취가 드러나는가 싶다가 햇살이 따사로워짐에 따라 서둘러 풀들이 피어오른다. 

개나리가 피고 마침내 목련이 팝콘처럼 봉오리를 터뜨리면 숨이 턱턱 막히는 것 같다가 또 어떨 때는 아득한 안온함에 젖기도 한다. 목련은 우아함의 극치이며 아름다움은 찰나여서 더 고고하다는 걸 제 몸 바쳐 입증해내곤 한다. 목련이 피어 있는 동안은 왠지 조마조마하다. 마치 짧은 청춘의 불안한 찬란함을 보는 듯 하다. 

철쭉이 피면 이제 느긋하게 봄내음을 즐기면 된다. 과장하지 않고 익숙한 아름다움으로 오래 머물러 줘서 고맙다. 

이제는 횟수가 줄었지만 이사 온 첫 해에는 툭 하면 숯불을 피웠다. 손님이 찾아오거나, 혹 반찬이 마땅치 않다고 해도 그저 “불 피우자”고 했다. 고기는 프라이팬이 아니라 석쇠에 올려지는 게 상례가 됐다. 물론 요즘은 좀 뜸해지긴 했다. 

마당 한 켠에선 나름 텃밭 시늉을 내보려 했다. 무지하고 게으른 주인이지만 상추나 깻잎은 심어놓으면 알아서 잘 자라는 편이었다. 그러다 지난해에는 몸에 좋다는 양배추를 심으려 모종을 사러 갔다. 봄철 모종 가게는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욕심만 많아서 두 판, 그러니까 50여개의 모종을 심었다. 

설마 엉뚱한 모종을 줬으리라고야 생각지도 못했다. 그런데 심어놓고 한참을 기다려도 당최 저게 양배추 꼴이 될 성 싶지가 않았다. 결국 케일 모종으로 밝혀졌다! 쓴 맛의 케일을 먹는 일은 가끔이었다. 우리 가족보다 벌레들이 더 많이 먹어치웠다. 모종 가게에 대한 원망만큼이나 스스로 무안했다. 와이프는 비웃었다. 

올해는 요긴한 모종을 정확히 따져서 심고 정성을 들여 가꿔볼 요량이다. 원하는 것을 심었다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전혀 다른 작물이 올라오는 황당함을 적잖은 국민들도 느꼈을 것 같다. 일단 뿌리째 뽑아내고, 다시 잘 보고 심어야 하겠다. 엉뚱한 뿌리는 철저히 없애야 다시 엉망이 되지 않을게다. 이 나라는 시행착오를 거쳐 다시 성숙의 길을 갈 것으로 믿는다. 이 봄이, 전혀 다른 봄이 되길 바란다. 예감은 나쁘지 않다.



4. [매일신문][매일춘추] 어떻게 죽을 것인가

성공이 곧 행복이며 이를 위해 앞만 보고 달려가는 것이 진리라고 믿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좋아하는 일만 하며 사는 법’ ‘너무 바쁘다면 잘못 살고 있는 것이다’와 같은 책들이 일 중독에 빠져 있는 사람들에게 경종을 울리고 있다.



백세 시대에 길어야 삼사십 년 소용될 일만 보고 살다 보면 문득 거대한 벽 앞에 멈춰 서는 순간이 온다. 그리고 질문한다. ‘나는 잘산 것인가, 나는 어떻게 죽을 것인가.’



자녀교육 전문가 가나모리 우라코는 “자식에게 남길 최고의 재산은 내 부모가 정말로 행복하고 즐거운 삶을 살았다고 느끼게 하는 것”이라 말한다. ‘나는 죽을 때까지 재미있게 살고 싶다’의 저자 이근후는 교수이자 정신과 전문의였으나 현재는 일곱 가지 병을 갖고도 재미있게 살고 있다.



노년에는 주변의 도움에 익숙해질 것과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오늘을 귀하게 사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또한 ‘지금 아는 것을 그때 알았더라면…’ 하고 후회하는 사람들에게 젊음의 무지(無知)가 오히려 불확실한 미래를 개척하는 용기가 된다고 인생 선행 학습을 시킨다.



소설책 몇 권으로도 다 풀지 못하는 인생을 살아왔다고 한탄하는 사람들은 많은데 책 한 권을 실제로 쓰는 사람은 많지 않다. 대구 중구 도심재생재단에서는 ‘생애사열전 100선 사업’을 2012년부터 해오고 있다. 이미 78권의 책이 출간되었고 올해 참여자를 모집하고 있다.



일흔을 훌쩍 넘기고 생애사 ‘배우며 나누며’를 쓴 최상순은 “좀 더 이른 나이에 생애사를 써봤더라면 부족한 점을 보충하여 남은 삶을 더 보람 있게 살 수 있었을 것”이라며 아쉬워한다. 인생의 황혼기를 정리하고 ‘어떻게 죽을 것인가’의 답을 찾으려고 생애사나 자서전 쓰기를 시작했던 분들이 오히려 ‘어떻게 살 것인가’의 답을 얻는 경우가 종종 있다.



중학생과 대학생들에게 미래 상상자서전을 쓰게 한 적이 있었다. 자서전과는 너무 어울리지 않는 나이에 무슨 자서전이냐 반문할 수도 있겠으나, 미래 일기 쓰기처럼 미래 자서전 쓰기는 막연한 꿈에 구체적인 모습을 그려주는 역할을 한다. 자신이 살고 싶은 미래를 상상하고, 그를 위해 거쳐야 할 과정들을 구상하고 무릎이 꺾이는 순간들도 내다보며 만든 자서전은 장난처럼 시작하지만, 결코 장난일 수 없다. 자



서전을 쓴 후 자신의 길을 찾아 늦깎이 학생이 되고, 공무원이 되고, 작가의 꿈을 이뤄가고, 드라마PD가 되어 찾아온 그들을 보면서 구체적으로 꿈을 꾸면 이루어진다는 진리와 또 한 번 만난다.



어떻게 죽고 싶은가. 그 모습을 구체적으로 적어보라. 그러면 어떻게 살 것인가의 해답이 그 안에 담겨 있다.



5. [서울신문][백승종의 역사 산책] 성호 이익의 소박한 밥상

“올해 여름(1756년 영조 32)은 집집이 백성들이 굶주림을 면치 못해 그저 죽지 않고 살아남은 것이 다행이라고 말들 합니다. 이웃까지 구제할 여력이 어디 있겠습니까. 경전 말씀에 윗사람이 고아를 돌봐주면 백성들도 서로 저버리지 않는다고 하였지요. 지금의 형편을 감안하면 윗사람이 남의 어린아이를 잘 보살펴 주면 백성들도 자애로운 마음을 가질 것이라고나 할지요.”(‘성호전집’ 제26권)



실학자 성호 이익이 제자에게 보낸 편지의 한 구절이다. 수신자는 안정복, 그는 ‘동사강목’으로 후세에 유명해진 선비였다. 그런데 아마도 스승은 유교 경전의 틈새로 파고들 뜻이 있었던 모양이었다. 편지는 다음과 같이 이어진다.

“자애로운 마음이 격려를 통해 일어나기란 어렵습니다.” “사람들을 구제하기란 성인에게도 어려운 일이었지요. 가난한 사람들이 어찌 실천에 옮길 수 있겠는지요. 성인의 말씀은 뜻이 깊어 무궁한 의미가 담겨 있지 않은가 거듭 생각해 봅니다.” 이익은 경전에 실린 주장이라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를 늘 주저했다.

18세기 조선에는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이 많았다. 가난에 시달리는 선비들도 많았다. 하지만 그들조차 ‘봉제사’(奉祭祀·제사모심)와 ‘접빈객’(接賓客·손님대접)을 소홀히 하지 못했다. 특히 주자가 주를 단 ‘가례’의 내용이라면 토씨 하나도 놓치지 않았다.

하지만 실학자 이익은 철저한 고증 작업을 통해 ‘가례’의 신화에 맞섰다. 그는 다름 아닌 주자의 저서를 샅샅이 뒤져 자신의 견해를 뒷받침하는 구절을 찾아냈다. 주자 역시 ‘가례’에 나열된 15가지의 제수를 낭비로 여겼다. 주자의 말은 이랬다. “(제수는) 집안의 경제적인 형편에 따라야 한다. 한 그릇의 국과 한 그릇의 밥이라도 정성을 다할 수 있다.”(‘주자어류’) 주자의 본의까지 확인한 마당이라 이익의 생각에 날개가 달린 셈이었다. “상례나 제례같이 큰일(大事)이라도 반드시 규모를 줄이고 절약에 힘써야 합니다.”

이익은 사랑하는 제자 안정복에게 속생각을 자세히 말했다. “‘가례’에 명시된 예법은 벼슬이 없는 사람(庶人)이 반드시 지켜야 할 예법이 아닙니다.” 사실 이익은 사당에다 4대 조상의 신주를 모시는 일도 공자에게는 낯선 풍습임을 확인한 바였다. 또 한식과 추석 등 4명절의 제사며 무덤제사(墓祭)도 훗날에 만들어진 전통임을 깨달았다.

그리하여 그는 자신의 확신을 제자에게 알렸다. “군자는 인의(仁義)를 소중히 여기고 재화를 천시합니다. 하나 재화가 없어서 망하기도 합니다. 하물며 보통 사람들이야 어떠하겠습니까. ‘가례’를 보완할 때는 이런 뜻을 기억해야겠지요.”

조선의 법전 ‘경국대전’을 살펴보면 사대부의 제례는 간소했다. 국가가 사대부 집안을 위해 토지를 지급한 적도 없었다. 또 벼슬 높은 사대부 가문이라도 재산 규모는 차이가 심했다. 그런 점에서 국가가 제례의 규모를 성대하게 정하지 않은 것은 옳은 일이었다. 이러한 법의 취지를 이익은 십분 이해했다.

제사 지낼 물건도 아끼는 마당에 자신의 밥상을 풍성하게 차릴까. 이익은 절약을 고집했다. “나의 식사는 밥과 국, 고기 한 접시, 채소 한 접시로 국한한다. 형편이 나쁘면 더 줄여야 맞다. 만일 잘살게 된다 해도 더 늘릴 수는 없다. 내 자손들은 대대로 이 법을 따르기 바란다.”(‘성호사설’ 제11권) 오늘따라 마침 풍성하게 차려진 저녁 밥상을 받아 놓고 이익의 뜻을 잠시 헤아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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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늙은최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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