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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2월 15일 월요일 오늘의 주요 신문사설·칼럼

※이 자료는 교육용으로 쓰기 위해 올리는 자료로 상업적 목적은 없으며 선정된 사설의 정치적 성향은 블로그 운영성향과 무관합니다.

주요 신문사설

[동아일보]

1.100원짜리 주사기 다시 쓰는 병의원 문 닫아야 한다

일회용 주사기를 재사용해 환자들에게 C형 간염을 퍼뜨린 서울 양천구 다나의원 같은 사례가 충북 제천과 강원 원주에서도 적발됐다. 제천의 양의원은 주삿바늘을 바꿔 사용한 사실이 드러났고, 원주의 한양정형외과의원에서는 C형 간염 항체 양성자가 115명이나 나와 주사기 재사용이 확실시된다. 3개월 전 개당 100원도 안 되는 주사기를 다시 써 C형 간염 환자를 집단 발생시킨 다나의원 사례가 전국적 현상이었음이 확인된 것이다.

정부는 병의원 종사자 및 환자들의 공익 신고와 C형 간염의 3군 감염병 지정으로 일회용 재사용을 막겠다고 대책을 밝혔지만 미봉책에 불과하다. C형 간염은 간경변이나 간암으로 악화될 수 있다. 작년에도 정부는 다나의원 사태 이후 의료법을 개정해 일회용 주사기 재사용 때 형사처벌 규정을 신설하겠다고 했으나 아직 진척이 없다. 이번엔 처벌 대상도 ‘중대한 위해가 발생한 경우’로 좁혀 놓아 꼼수라는 지적이 나온다. 의료법에 면허취소 근거를 두는 계획도 의사들 반발로 지지부진하다. 이러니 의사 출신 장관과 본부장이 이끄는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 그리고 총선을 앞둔 국회가 의료법 개정을 할 수 있겠느냐는 의구심이 생길 수밖에 없다.

원주보건소가 작년 11월 추가 민원을 받고서야 4년간 한양정형외과의원에서 자가혈 주사시술(PRP·일명 ‘피주사’)을 받은 927명을 전수 분석한 과정에도 의혹의 눈길이 쏠린다. 7개월 전 간염 발병 민원을 받았을 때는 인과관계를 알기 어렵다며 덮어뒀고 그 사이 이 의원은 자진 폐업했다. 보건당국은 뒤늦게 두 의원에서 10년간 진료를 받은 최대 5만3000여 명을 전수 조사하겠다고 했다. 정부는 의료계보다 국민 보건이 더 우선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2.박 대통령, 대북정책 실패부터 사과하고 협조 구해야

박근혜 대통령이 북한의 4차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와 관련해 내일 오전 국회에서 정치권의 초당적 협조와 국민의 단합을 당부하는 연설을 한다. 대통령이 시정연설을 하는 경우는 있지만 ‘대통령은 국회에 출석하여 발언하거나 서한으로 의견을 표시할 수 있다’는 헌법 81조에 따라 국회 연설을 먼저 요청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이번 연설에서 대통령은 미증유(未曾有)의 복합적인 안보 위기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 육성으로 직접 대내외에 천명해야 한다.

박 대통령은 북이 핵실험을 한 지난달 6일 “동북아의 안보 지형을 뒤흔들고 북한 핵 문제의 성격도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달 7일 북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 때는 “용납할 수 없는 도발 행위를 감행했다”며 정치권에 정쟁 중단과 테러방지법 통과를 요청했다. 그 뒤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배치와 개성공단 가동 중단을 놓고 남남(南南) 갈등이 커지는 조짐이다. 

이번 연설이 설득력을 얻으려면 현 정부의 외교안보 정책 실패부터 진솔하게 인정할 필요가 있다. 박 대통령의 ‘통일대박론’과 친중 외교 노선은 북의 도발로 완전히 헛물을 켰음이 드러났다. 남북 관계는 대치 상태로 되돌아가 물리적 충돌이 우려되고, 중국은 북의 핵과 미사일보다는 오히려 한국의 사드 배치에 펄펄 뛰는 기막힌 일이 벌어지고 있다. 그런데도 국정을 책임진 그 누구도 사과하지 않으니 정부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는 것이다. 대통령이 더 이상 한반도 신뢰프로세스 등 비현실적인 비전에 미련을 갖지 않겠다고 선언하고 파탄 난 현실에 대한 냉정한 자성 위에서 남은 임기 중 외교안보 정책을 어떻게 전환할 것인지 밝혔으면 한다.

미국 일본 등과 추진하는 다자 제재 및 양자 제재의 궁극적 목표가 과연 무엇인지도 궁금하다. 박 대통령이 “통일은 북한 핵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책”이라고 여러 차례 밝힌 대로 차제에 통일과 김정은 정권의 교체(레짐 체인지)까지 내다보고 대북 압박을 하는 것인가. 북이 핵을 포기하기 전엔 다시는 대화를 하지 않을 것인가. 중국과의 관계는 이제 어떻게 설정할 것인가. 박 대통령은 격랑을 만난 한국호의 선장으로서 국민의 물음에 답해야 한다. 대한민국이 대통령과 국민이 하나가 돼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지, 적전 분열과 자중지란으로 무너질지 이제 박 대통령의 설득에 달렸다.

3.북핵 개발에 퍼준 개성공단 달러, 野 추궁할 자격 있는가

홍용표 통일부 장관이 어제 개성공단 임금의 70%가 북한 김정은의 통치자금을 관리하는 노동당 서기실과 39호실로 상납되고, 이 자금은 핵·미사일 개발 등에 쓰이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밝혔다. 정부가 개성공단 임금이 북핵 개발 자금으로 전용됐다는 구체적 경로와 규모를 밝힌 것은 처음이다. 

그렇다면 왜 정부는 지금까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느냐는 의문이 나오는 것도 당연하다. 홍 장관은 “개성공단의 의미와 효과가 있었기에 국제사회도 이를 인정해 여러 차례 핵실험 과정에서도 운영해 왔다”고 했다. 2010년 북에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을 당하고도 개성공단을 유지한 데는 2000년 김대중 정부 ‘햇볕정책’의 성과로 착수해 남북경협의 상징으로 자리매김한 개성공단에 대한 ‘정치적 판단’이 작용했을 것이다.

이에 대해 “언제부터 이 같은 상납 사실을 파악했는지 분명하게 설명해야 한다”며 증거를 대라고 나선 더불어민주당은 과연 그럴 자격이 있는지 자문해야 한다. 노무현 정부 때인 2007년 미국 에드 로이스 공화당 하원의원은 “개성공단 제품이 북한의 노예노동에 의해 만들어지고 북한 체제에 수백만 달러의 현금을 제공한다”고 지적했다. 지난 주말 미국 의회가 통과시킨 첫 대북제재 법안을 주도했던 로이스 하원 외교위원장이 바로 그 사람이다. 그해 미국 의회조사국은 “개성공단 이익이 핵무장을 추진 중인 북한 정권에 들어가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는 보고서를 내놨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서 개성공단 제품이 한국산으로 인정되지 않은 것도 이 때문인데 더민주당이 “언제부터 알았느냐”고 따질 자격이 있는가. 

북측 노동자에게 달러가 직접 지불되지 않는 데 대해서도 2006년 통일부는 “임금직불은 개성공업지구 노동규정(제32조)에도 명시돼 있지만 북측에서 (달러)환전소 미설치 등의 이유로 미루고 있다”고 국회에서 답변한 적도 있다. 달러가 북한당국으로 간다는 것을 안다는 얘기다. 더민주당은 자신들이 집권했던 김대중 노무현 정부 시절 ‘대북 퍼주기’로 북의 체제 존속과 핵·미사일 개발을 도운 일부터 자성해야 옳다.

개성공단은 북한 주민들에게 시장경제와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우월성을 가르치는 데 기여한 측면이 있다. 2009년 당시 이명박 대통령도 유로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지난 10년간 막대한 돈을 지원했으나 핵무장하는 데 이용되었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고 말했다. 과거 정부나 현 정부나 개성공단의 달러가 김정은 정권에 흘러들어 간다는 점을 알고도 모른 척한 데는 개성공단이 남북관계에 기여할 수 있다는 실낱같은 희망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번 더민주당 지적대로 개성공단 유지는 ‘핵·미사일 개발에 기여할 가능성이 있는 현금 제공 금지’를 규정한 유엔 안보리 결의안 2094호 위반 소지가 있다. 유엔 안보리에서 강력한 대북 제재가 논의되는 마당에 북한 김정은 정권에 달러를 퍼주는 개성공단 가동을 계속할 순 없는 일이다.

[이데일리]

4.선거구 획정 오늘은 끝장을 내라

정의화 국회의장이 오늘 여야 대표와 만나 선거구 획정을 위한 ‘마지막 담판’을 벌인다고 한다. ‘4.13 총선’은 채 두 달도 남지 않았다. 그럼에도 여야는 선거구 공백의 무법상태를 50일 가까이 방치하고 있다. 이는 무책임한 행태가 아닐 수 없다. 오늘도 결론이 나지 않을 경우 정 의장은 직권으로 여야 합의를 토대로 한 대안을 획정위에 넘겨 논란을 매듭지어야 한다. 

선거구 획정은 더 이상 늦출 수 없다. 24일 시작하는 재외선거인 명부 작성을 감안할 때 늦어도 19일까지 처리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자칫 총선을 연기해야 하는 최악의 상황이 생길 수도 있다. 그런데도 새누리당은 쟁점 법안과 선거구 연계 처리를, 더불어민주당은 쟁점법안은 놔둔 채 선거구 우선 처리를 주장하며 맞서고 있다. 정파 이익만 생각하는 한심한 작태다. 

여당이 선거구 획정을 다른 법안과 연계하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그렇다고 노동개혁 관련 법안과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북한인권법, 테러방지법 등 경제와 안보 관련 법안 처리를 미루며 선거구 우선 처리를 주장하는 야당 태도도 온당치 않다. 여야는 지역구 253석, 비례대표 47석의 큰 틀에 합의한 만큼 대화와 타협으로 선거구 공백 사태를 하루빨리 끝내기 바란다. 

우리는 지금 경제와 안보의 동시위기에 처해 있다. 북한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개성공단 폐쇄 등으로 남북관계는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경제도 사면초가다. 중국 경기 둔화, 저유가, 일본 마이너스 금리 역풍으로 금융시장 혼란이 심상치 않다. 유럽과 미국, 일본에 이어 우리 증시도 연이틀 폭락하는 등 충격파에 휩싸였다. 안으로는 내수와 수출이 흔들리고 있다. 빈사지경이라 해도 무리가 아니다. 

이런 마당에 정치권이 제 잇속 챙기려 싸움질이나 하고 있으니 분통 터질 일이다. 국민의 바람은 경제를 살려 민생을 돌보고 안보에 한 목소리를 내라는 것이다. 2월 임시국회는 총선 전 사실상 마지막 국회다. 서둘러 선거구 획정을 마무리 짓고 경제와 민생, 안보 관련 법안을 처리하기 바란다. 그렇지 않으면 성난 민심이 총선에서 엄중 심판할 것이다.

[서울신문]

5.안보·민생 초당적 협력 필요한 마지막 임시국회

북한의 4차 핵실험 및 장거리 미사일 발사와 개성공단 폐쇄 사태, 그리고 세계 증시 폭락 등 안보와 경제 상황이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위기 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쓰나미처럼 한꺼번에 몰아치고 있는 이 같은 ‘복합위기’는 온 국민이 일치단결할 때에만 슬기롭게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지금 우리 상황은 어떤가. 단합된 목소리는커녕 ‘이게 옳네’ ‘저게 맞네’ 하며 사분오열하고 있으니 답답하기 이를 데 없다. 국회가 특히 문제다. 안보·경제위기 경고등이 켜졌는데도 정쟁만 일삼고 있다. 국가적 위기도 서슴없이 총선에 이용하는 행태가 놀랍다.

오늘부터 시작되는 2월 임시국회에서는 달라진 모습을 보여야 한다. 4·13 총선 전 열리는 사실상의 마지막 국회다. 19대 국회의 ‘결산국회’라고도 할 수 있다. 막중한 책임감을 갖고 그동안 다하지 못한 국회 본연의 의무를 성실하게 이행해야만 할 것이다. 게다가 지금은 국가적 위기상황이다. 여야는 초당적 협력을 통해 안보의 기반을 뒷받침하고, 민생을 보듬어 줄 의무가 있다. 설 연휴 기간 각자 지역구로 돌아가 민심의 따가운 채찍질을 받고 왔으니 더이상 책임을 팽개치는 어리석은 행태는 보여 주지 않을 것이라고 애써 믿고 싶다.

사실 많은 국민들은 19대 국회에 대한 기대감을 거둔 지 오래다. 지난 4년간 도대체 무슨 일을 하고 세비를 받아 갔는지 뚜렷하게 각인된 성과가 없다. 특히 지난해 정기국회 폐회 직후부터 지금까지 임시국회를 잇따라 소집해 국회 문을 열었지만 허송세월만 했다. 이번에도 또다시 국회 문을 여는 데만 그친다면 국민들은 결코 좌시하지 않고, 총선에서 분명하게 그 책임을 물을 것이다. 유권자의 심판이 무서워서가 아니라 19대 국회의 유종의 미를 거두는 차원에서도 여야는 비상한 각오로 이번 임시국회에 임해야만 한다. 처리해야 할 과제 또한 산적해 있다.

남북 간의 긴장이 극도로 고조된 상황에서 안보에 대한 초당적 협력은 필수적이다. 우리가 한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분열돼 있는데 국제사회에 대북 제재 공조를 요청한다면 어느 누가 응할 것인가. 박근혜 대통령이 내일 초당적 협력과 국민단합을 요청하는 국회연설 방침을 세운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시의적절하다. 국가수반인 대통령과 입법 책임자인 여야가 합심해 국민의 불안과 동요를 막고 위기를 극복하는 모습을 보여 주길 바란다. 차제에 테러방지법 처리 등을 통해 안보 문제에 대한 우리의 단합된 의지를 안팎에 과시해 주길 간곡히 촉구한다.

민생 문제에 대한 초당적 협력도 주문하지 않을 수 없다. 시시각각 다가오는 경제 위기를 더이상 외면해서는 안 된다. 서비스산업발전법과 노동개혁 4법 처리를 계속 미뤄 우리 경제가 좌초한다면 민생이 천 길 낭떠러지로 추락할 수밖에 없다는 것은 자명하다. 요동치고 일그러진 시장의 혼란이 가중되기 전에 쟁점 법안의 처리를 서둘러 위기에 대비해야만 한다. 선거구 획정 또한 이번에야말로 반드시 마쳐야 한다. 19일과 23일 두 차례 열기로 한 본회의에서 여야가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초당적 협력을 통해 쟁점 법안 등을 처리하길 기대한다.

[중앙일보]

6.19대 국회가 ‘최악’ 오명을 조금이라도 씻어내려면

이번 주는 19대 국회가 ‘역대 최악의 국회’란 오명을 조금이라도 씻어 낼 수 있는 사실상 마지막 기회다. 4·13 총선 전 마지막 국회인 2월 임시국회가 본격 가동돼 노동개혁법안과 서비스산업발전법 등 쟁점 법안들을 처리할 수 있는 무대가 주어지기 때문이다. 여야는 지난 1월 국회에서 쟁점 법안들을 놓고 한 치 양보 없이 정쟁을 이어간 끝에 원샷법 하나만을 처리하고 넘어갔다. 여야가 2월 국회에서마저 같은 행태를 반복하며 흘려보낸다면 국민은 국가적 현안과 민생을 팽개친 책임을 물어 총선에서 준엄한 심판을 내릴 것이다.

지금은 나라가 안팎으로 비상한 위기에 처한 상황이다.

북한의 4차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 개성공단 폐쇄로 한반도를 둘러싼 긴장은 그 어느 때보다 높아져 있다. 무역으로 먹고사는 나라가 14개월째 수출이 줄며 월간 수출 집계가 개시된 1970년 이래 최장기 마이너스 행진을 이어가는 등 경제에도 빨간불이 켜진 지 오래다. 총선이 코앞에 닥쳤다지만 그럴수록 표 계산에 앞서 민생을 최우선해 법안을 처리하는 용단이 절실하다.

무엇보다 급한 것은 시한이 열흘도 남지 않은 선거구 획정이다. 재외선거인 명부 작성이 개시되는 24일 이전에 선거구 획정을 마무리하지 않으면 명부 작성기간을 단축하거나 총선 일정 자체를 연기해야 하는 최악의 상황을 맞게 된다. 국회는 이미 정치 신인들의 선거운동에 제약을 초래한 혐의로 제소당한 상태다. 게다가 선거구 공백상태에선 여야가 추진하는 ‘상향식 공천’도 불가능하다. 선거구가 미정인 가운데 치러진 당내 경선은 효력이 없다는 게 선거관리위원회의 유권해석이기 때문이다. 여야도 이를 의식해 19일과 23일 본회의를 열기로 합의했다. 마감시한 직전까지 시간을 끌다가 졸속으로 선거구를 획정했던 전례를 되풀이 말고 가급적 19일까지 획정을 마치기 바란다. 지역구 253석, 비례대표 47석이란 대원칙에 여야가 공감대를 이룬 만큼 쟁점 법안 처리와 연계시키는 꼼수를 버리고 속히 획정을 매듭지을 필요가 있다.

노동개혁법안을 비롯한 쟁점 법안들도 해결이 어렵지만은 않다. 노동개혁 4개 법안 중 파견제법을 뺀 3개 법안은 대체적인 합의가 이뤄져 있다. 테러방지법과 북한인권법도 상당 부분 접점을 찾은 상태다. 여야는 이번 주 내내 기획재정위·환경노동위 등 관련 상임위들을 풀가동하고 원내대표들끼리 수시로 회동해 최종 타협안을 끌어내기 바란다.

‘2월의 대타협’이 성사되려면 박근혜 대통령도 할 일이 있다.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안철수·천정배 국민의당 대표를 청와대로 초청해 개성공단 폐쇄에 관해 초당적 협조를 구하고, 쟁점 법안에 대한 대승적 처리를 호소하는 것이다. 야당 대표들의 말에 귀를 기울여 불통 논란을 잠재워야 한다.

7.국립대 11곳 총장 공석…교육부 길들이기 지나치다

오는 19일 경북대를 졸업하는 학생들은 총장 이름으로 된 졸업장을 받지 못한다. 대신 총장 직무대리(부총장) 직인이 찍힌 졸업장을 들고 캠퍼스를 나서야 한다. 2014년 9월 이후 18개월째 총장이 공석이어서 생긴 일이다.

이런 상황에 놓인 국립대가 전국 41곳 중 11곳이나 된다. 경북대·공주대·한국방송통신대는 교육부가 총장 후보자를 특별한 설명 없이 퇴짜를 놓는 바람에 2년 가까이 파행을 겪고 있다. 세 대학 후보자는 교육부 장관을 상대로 사유를 밝히라며 행정소송 중이다. 강릉원주대·강원대·경상대·부산대·전주교대·진주교대·충남대·한국해양대 등 8곳도 교육부가 임명을 보류하는 등의 여파로 직무대리 상태다.

사태가 이 지경이 된 데는 교육부의 과도한 대학 길들이기 탓이 크다. 국립대 총장은 장·차관급 예우를 받는다. 대학이 후보자를 교육부에 추천하면 교육부가 대통령에게 임용 제청해 대통령이 임명한다. 그간은 직선이 대세였는데 공약 남발 등 부작용이 심해지자 교육부가 재정 지원을 미끼로 간선 전환을 밀어붙였다. 직·간선을 모두 인정한 교육공무원법도 다음달까지 간선제로 개정한다. 그런데 교육부는 직선이든 간선이든 입맛에 맞지 않는 인물이 올라오면 퇴짜를 놓거나 제청을 미룬다. 부산대는 지난해 8월 간선 반대 교수의 투신을 계기로 직선으로 후보를 뽑았지만 여태껏 임명하지 않고 있다. 공주대는 간선 후보가 ‘총장임용 제청 거부 처분’ 행정소송 1, 2심에서 모두 승소했는데도 교육부가 대법원 판결을 받아보겠다며 버티고 있다.

총장 공석으로 인한 피해는 심각하다. 경쟁력 강화를 위한 비전 수립은커녕 땜질식 운영으로 ‘식물 대학’ 신세가 되고 있다. 교육부는 언제까지 대학 길들이기를 즐길 셈인가. 후보자의 이념 성향이나 품위유지 규정 위배, 개인 비위 등 항간의 설(說)을 명확히 밝히고 신속히 파행 운영을 바로잡아야 한다. 국립대 총장은 공인인 만큼 사생활 보호를 이유로 밝힐 수 없다는 교육부의 변명은 궁색하다. 행여 청와대 눈치만 보는 것이라면 국민 세금으로 운영하는 대학을 망치고 있는 것이다. 총장 공석 사태를 조속히 해결하기 바란다.

[매일경제]

8.세계경제 흔드는 마이너스금리 역풍 잘 대처해야

유럽에 이어 일본중앙은행에서 잇따라 채택한 마이너스 금리가 세계 경제를 예기치 못한 공포로 몰아가면서 불안감이 더욱 커지고 있다. 국제금융시장에서는 은행주 폭락을 시작으로 역효과가 바로 나타났다. 일본은행의 마이너스 금리가 발표된 지난달 29일 이후 대표 은행인 미쓰비시도쿄UFJ금융그룹의 주가는 26.7% 하락했다. 크레디트스위스(CS) 주가는 올 들어 43% 급락해 27년 만에 최저치까지 떨어졌다. 지난해 4분기 대규모 적자 후 나락으로 떨어진 도이체방크의 주가는 올 초 대비 40% 폭락했다. 유럽 은행 가운데 제2의 리먼브러더스가 나와 유럽발 금융위기가 오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중앙은행들은 당초 시중은행의 예치금에 마이너스 금리를 적용해 은행의 대출을 독려함으로써 시중 유동성을 늘리고 디플레이션 늪에서 탈출해 보겠다는 의도였다.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은행의 실적 악화와 부실 증가를 낳아 오히려 대출을 위축시키고 곧바로 실물경제 둔화로 이어져 의도와는 정반대로 디플레이션을 확대하는 악순환에 빠질 공산이 커졌다. 마이너스 금리 적용은 안전자산 선호를 높이는 바람에 오히려 엔화 강세를 불렀는가 하면 이젠 금이나 현금으로 몰리게 하는 블랙홀 자체가 돼버렸다. 

글로벌 금융시장이 마이너스 금리 공포에 빠진 것은 각국 중앙은행에 대한 신뢰 상실 때문이다. 과거 금융위기 때는 중앙은행의 적극적인 처방을 통해 극복할 수 있었지만 이번에는 오히려 불확실성을 키워 시장 변동성을 높이는 주범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말 금리 인상으로 방향을 선회했던 미국까지 재닛 옐런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의 마이너스 금리 가능성에 대한 모호한 발언으로 시장에 혼란을 가중시켰다. 우리도 오는 16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 결정을 앞두고 있다. 이주열 총재는 시장과의 소통을 수차례 강조했는데 금융시장의 의견이 분분하니 고민스러울 것이다. 특정한 방향을 미리 주문할 수는 없지만 국제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을 감안해 시장의 기대와 전혀 맞지 않는 비정상적인 통화정책만은 피해주기 바란다.

9.선거구 획정도 못하고 총선 제때 치를수 있을까

20대 총선이 두 달도 채 남지 않았는데 선거구 획정도 못 해 과연 선거가 제대로 치러질 수 있을지 걱정이다. 해외 주재원과 유학생 등 재외 선거인들이 참정권을 행사하기 위한 신고 및 등록이 지난 13일 마감되고 오는 24일부터는 명부 작성을 시작해야 하는데 그때까지도 선거구 획정안이 합의되지 않는다면 재외선거부터 혼선이 불가피하다. 

재외 선거인 명부를 작성하려면 유권자와 선거구를 서로 맞춰야 한다. 선거구가 획정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기존 선거구에 따라 명부를 입력하고 획정 후 변경된 선거구로 바꿔야 하는 절차가 필요하다. 19대 총선 때에 비해 국외 부재자·재외선거 신고자가 27.1%나 증가해 업무가 많아질 텐데 과중한 업무 부담에 따른 예상하지 못한 실수가 일어날 가능성도 높아진다. 일부 정치 신인들은 벌써부터 총선 후 선거 무효소송까지 제기하겠다는 태세다. 

상황이 이렇게 긴박한데도 여야는 선거구 획정과 쟁점 법안을 놓고 논쟁만 벌이고 있으니 한심한 노릇이다. 새누리당은 노동개혁 4개 법안과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등 쟁점 법안에 더 중점을 두고 있는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선거구 획정을 우선 처리하고 쟁점 법안을 논의하자는 입장을 고집하는 바람에 비정상적인 사태가 이어지고 있다. 여기에 개성공단 폐쇄 등 외교안보 문제를 놓고도 당리당략에 따라 갑론을박하면서 선거구 획정은 뒷전이 되고 말았다. 

오늘부터 양당 교섭단체 대표 연설을 시작으로 임시국회가 가동된다. 정의화 국회의장은 여야 지도부를 불러 선거구 획정안을 합의하기 위한 마지막 조정을 시도할 것이라고 한다. 일정이 빠듯하기는 하지만 극적 합의를 이끌어낸다면 23일 본회의에서 선거구 획정안을 처리할 수 있다. 

국민의당은 지난달 이미 총선 연기론을 들고나오기까지 했다. 여야는 총선을 두 달도 남기지 않은 시점에서 이번에도 선거구 획정에 실패한다면 총선 연기라는 초유의 사태가 올 수도 있다는 절박감을 갖고 오직 국민을 위해 결단을 내려야 한다.

10.대북제재 비상국면 국민 단합이 최우선이다

북한의 4차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에 대한 강력한 제재로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국내 정치권에 4월 총선을 둘러싼 '북풍' 이해득실론이 제기되는 현실은 유감이다. 개성공단 가동 중단,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여부 등을 놓고 서로 다른 의견이 제시될 수는 있지만 의혹 제기식 발언이 터져나와선 안 될 일이다. 

북한의 반복된 도발에 종지부를 찍기 위해서는 우리의 단호하고 냉정한 의지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개성공단 폐쇄와 관련해 매일경제신문이 20·30대 의견을 물어본 결과 북한 책임이라는 응답이 80%에 이를 정도다. 연령 구분 없이 강력한 대북 제재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다는 뜻이다. 한·미·일도 긴밀한 협력을 과시하고 있는 이때에 국내 정치권만 총선 유불리를 따지며 국론을 분열시킨다면 참으로 부끄러워해야 할 행태다. 

박근혜 대통령이 이런 논란과 걱정에 대해 직접 메시지를 내놓는 일은 대단히 중요하다. 지난 10일 개성공단 가동 중단부터 대북 정책 발표는 통일부가 맡아서 진행해 왔다. 그런데 개성공단 가동 중단은 박근혜정부의 대북 정책기조인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를 근본적으로 바꿔놓을 만한 조치다. 또 사드 배치 문제는 우리나라 최대 경제 교역 대상국인 중국과 외교적 갈등을 부를 수도 있는 사안이다. 

박 대통령이 16일 국회에서 이런 현안들과 관련해 연설하기로 한 것은 바람직한 방향이다. 박 대통령이 직접 개성공단 가동 중단 원인과 앞으로의 대응방향을 설명하고 북핵 사태를 풀어나갈 큰 그림을 국민들에게 제시한다면 국민들의 불안을 덜어내고 국론을 하나로 묶는 데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지금은 궁지에 몰린 북한이 추가 도발에 나설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국제사회에 테러가 빈발하는 속에서도 여야 정치권은 테러방지법 하나 처리하지 못했다. 그런 무능한 정치권이 대북 문제를 정략적으로 이용하려 한다면 역풍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경제와 민생문제에서 차별화된 해법으로 경쟁하되 안보문제에선 일치단결된 모습을 보여야 한다.

주요 신문칼럼


1.[매경이코노미][최영옥의 백 투 더 클래식] 차이콥스키 ‘바이올린 협주곡 D장조’…아련한 슬픔과 매혹적인 서정성

‘패왕별희(覇王別姬, 1993년)’로 유명한 천 카이거(Kaige Chen, 1952년~) 감독의 2002년 영화 ‘투게더(Together)’. 뛰어난 재능을 보이는 어린 아들의 바이올린 공부를 위해 베이징으로 무작정 상경한 가난한 촌부 리우청은 아들 샤오천의 성공을 위해 온갖 고생을 다하고, 결국 소원대로 아들은 성공의 문턱에 오른다. 이제 기쁘게 성공의 열매를 맛볼 일만 있을 것 같지만 아버지는 아들의 더 나은 미래를 위해 기꺼이 아들 곁을 떠난다. 그런 아버지를 위해 아들은 화려한 데뷔 무대를 버리고, 베이징역으로 달려가 귀향하는 아버지에게 보은(報恩)의 연주를 펼친다. 당시 중국 대륙을 눈물로 적셨다고 하는 장면이다. 

샤오천이 베이징역에서 연주한 곡은 차이콥스키가 남긴 유일한 바이올린 협주곡인 ‘바이올린 협주곡 1번’이다. 바이올리니스트라면 반드시 레퍼토리에 넣어야 할 곡이며 베토벤, 브람스, 멘델스존의 것과 함께 ‘4대 바이올린 협주곡’으로 불리는 명곡이다. 강렬한 러시아적 색채 덕분에 유럽 작곡가에게서는 발견할 수 없는 슬라브 특유의 독특한 서정성과 아련한 슬픔의 미학이 매혹적이면서도 강렬한 작품이다. 

이 곡은 1878년 동성애자였던 차이콥스키가 결혼생활에 실패하고 심한 우울증 증세에 빠져 이탈리아와 스위스 등에서 요양생활을 하던 시기에 작곡됐다. 그래서인지 음악은 우울하면서도 강렬한 비상(飛上)으로 요동치고, 기교는 더할 나위 없이 화려하다. 연주자로서는 대단히 난곡(難曲)인 셈이다. 그가 헌정했던 당대의 거장 레오폴드 아우어는 “기교적으로 봐서 도저히 연주가 불가능하다”며 초연을 거부했다. 

크게 실망한 차이콥스키는 이 곡을 3년 동안이나 발표하지 않고 묻어뒀는데, 아돌프 브로드스키라는 러시아의 바이올리니스트가 이 곡을 칭찬하면서 발표할 것을 적극 권해 다시 발표한다. 1881년 12월, 빈 필하모닉과 한스 리히터의 지휘 아래 브로드스키의 연주로 초연됐다. 하지만 ‘싸구려 보드카 냄새가 나는 작품’이라는 세간의 혹평에 또다시 절망한다. 

그럼에도 이 곡의 가치를 굳게 믿었던 브로드스키는 유럽 각지에서 이 곡을 계속 연주해 결국 청중의 인기를 얻는 데 성공한다. 첫 헌정자였던 아우어도 이 곡의 가치를 인정하고 자신의 레퍼토리로 연주함으로써 대성공을 거뒀다. 

생전에 차이콥스키는 외로웠겠지만 그의 바이올린 협주곡은 오늘도 화려하게 빛난다. 베이징역의 샤오천이 눈물 속에 연주한 선율이 그랬다. 강렬하게 타오르는 ‘진한 보드카’ 같은 선율이 있어 오늘날 우리는 행복하다. 

영화 ‘투게더’에서는 세상이 아무리 변해도 바뀔 수 없는 것을 보여준다. 자식을 위해 내가 걸어왔던 가난이나 패배를 물려주지 않으려 발버둥 치는 부모의 모습은 한국이나 중국이나 다를 바 없다. 하지만 현실의 우리가 그렇듯, 부모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자식에겐 그런 부모가 때론 속물처럼 비춰지기도 한다. 그것이 부모가 자식에게 주는 최선의 가치라는 것을 불행하게도 자식들은 많은 시간이 지난 후에야 깨닫는다. 구정을 맞아 이 곡을 통해 다시 한 번 부모와 자식의 관계를 생각해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2.[매경이코노미][고재윤의 ‘스토리가 있는 와인’] (6) 설 선물로 좋은 닥터 리폴트 아우스레제 2009…‘우아한 단맛’ 한식과의 궁합도 Good~

민족 최고의 명절 설날이다. 해마다 설날이면 가족이나 친구, 연인, 지인 등 감사의 마음을 전할 사람들에게 어떤 선물을 준비해야 할지 고민하게 되는데, 와인을 선물하는 이도 늘어나는 추세다. 설날에 가족 친지와 함께 마실 수 있는 와인을 선물하는 것은 매우 뜻깊다. 그런데 와인 선물을 잘못 골라 낭패를 보는 경우도 있어 안타까울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명절 선물용 와인 고르는 팁을 몇 가지 전하고자 한다. 

우선 장기 숙성용 와인은 피하는 게 좋다. 평소 신세를 많이 진 분들에게 그랑 크뤼(프랑스의 보르도와 부르고뉴 지역 최상의 와이너리에서 생산된 최고급 와인) 레드 와인과 화이트 와인을 세트로 선물하는 경우가 적잖다. 하지만 이런 와인은 와인셀러(Wine Cellar)에 보관해 오랫동안 숙성시키고 마셔야 제맛이 난다. 때문에 두고두고 기억에 남는 선물이 될 수는 있지만, 명절에 바로 마시기엔 적절치 않다. 

온 가족이 다 같이 마셔야 하므로 개성이 너무 강한 와인도 피하자. 부모님을 비롯한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와인이 좋다. 찾아보면 와인 애호가부터 와인 초보자까지 다양한 층에서 사랑받는 와인이 많다. 프랑스의 소테른 귀부(貴腐)와인, 헝가리 토카이 와인, 캐나다 아이스와인, 독일 아이스바인 등이 대표적인 예다.

귀부와인이란 이름 그대로 ‘귀하게 부패한’ 포도로 만든 와인을 뜻한다. 보통 와인은 알이 꽉 찬 포도로 만든다면, 귀부와인은 수분이 빠져 쭈글쭈글하게 오그라든 포도로 만든다. ‘보트리티스 시네레아(Botrytis cinerea·잿빛곰팡이균)’라는 곰팡이가 포도알의 수분을 빼앗아갔기 때문이다. 수분이 빠진 포도알은 당분만 남아 꿀처럼 단맛이 나게 된다. 이런 포도알을 골라서 만든 와인이 바로 귀부와인이다. 프랑스 소테른의 샤토 디켐 와인과 헝가리 토카이 와인 등이 대표적인 귀부와인으로 꼽힌다.

단맛이 강한 와인이라면 아이스와인을 빼놓을 수 없다. 독일에서 시작된 아이스바인(영어권에선 아이스와인)은 가을에 포도를 수확하는 일반 와인과 달리, 수확 시기에 아주 건강한 포도를 남겨뒀다가 영하 7도까지 내려가는 추운 겨울에 수확해서 만든다. 포도알의 수분은 얼지만 그 안의 농축물은 움츠러들 뿐 얼지 않아 단맛이 강해진다. 날씨가 추운 캐나다도 리슬링보다 더 냉해에 강한 ‘비달’ 포도 품종을 이용, 아이스와인을 만든다. 독일 아이스바인이 고급형이라면, 캐나다 아이스와인은 보급형이라 할 만하다.

단 가격이 다소 고가여서 부담스러울 수는 있다. 필자는 닥터 리폴트 아우스레제(Auslese) 2009년산 와인을 추천한다. 아우스레제는 독일의 최고 와인 등급인 QmP등급 중 하나로, 적절한 단맛이 우아함을 선사하는 클래식 스타일의 화이트 와인이다. 독일 모젤 지방의 위르지거 뷔르트가르텐 지역 부티크 와이너리에서 ‘리슬링의 대가’ 닥터 에노 리포트가 직접 생산해 품질을 인정받았다. 세계적인 와인평론가 로버트 파커가 92점이란 높은 점수를 주기도 했다. 

모젤 지방 특유의 붉은 점판암 토양에서 자란, 수령이 오래된 포도나무에서 손수확한 리슬링 포도를 사용해 세련된 산도, 풍부한 미네랄의 강렬한 풍미와 복합적인 느낌의 숙성된 맛이 일품이다. 

미묘한 긴장감과 함께 잘 익은 열대 과일향이 풍부하고 망고, 살구, 복숭아, 키위, 라임, 민트의 은은한 향이 어우러진다. 상큼한 듯 달콤한 허브향은 적절한 단맛과 조화를 이루고 입안에 오랫동안 여운을 남긴다. 

독일 리슬링 와인은 국내에선 ‘마주앙 와인’으로 잘 알려져 있으며 많은 사랑을 받은 포도품종이다. 드라이 와인부터 스위트 와인까지 천의 얼굴을 가진 화이트 와인으로 한식과도 환상적인 조화를 자랑한다. 드라이 와인은 생선회, 약간 스위트한 화이트 와인은 불고기, 너비아니, 갈비찜에 잘 어울린다. 한과, 구운 떡가래와 꿀, 케이크, 단맛이 나는 생과일과의 궁합도 좋다. 

가격은 10만~12만원 정도. 가격 대비 가치를 충분히 보상받을 만하다.


3.[한국일보]이민자의 나라 캐나다를 묶은 '단풍잎 국기'

‘디지털 스토리텔러’라는 직업을 가진 로만 마스(Roman Mars)는 2015년 3월 깃발디자인을 주제로 한 TED 강연에서 좋은 깃발 디자인의 5가지 요소를 이렇게 소개했다. 단순할 것, 의미 있는 상징을 쓸 것, 두세 가지 기본 색만 쓸 것, 글이나 문장(紋章)은 피할 것, 차별적일 것(Be Distinctive). 강연에서 그는 미국 여러 도시의 깃발들을 대조하며 잘 디자인된 깃발이 무엇이고 왜 중요한지 들려주며, 좋은 깃발의 사례로 캐나다 국기를 보여주었다. 2월 15일은 캐나다 국기 ‘단풍잎 깃발(Maple LeafFlag)’이 제정된 날이다. 

캐나다는 17세기 이래로 프랑스와 영국의 긴 식민 통치를 겪었고, 두 나라 이민자들은 모피 무역 시절서부터 정치ㆍ문화적 갈등을 겪어왔다. 영국으로부터 주권을 회복한 1차대전 뒤 캐나다는 영국 여왕이 국왕인 입헌군주국이 됐지만, 프랑스계의 요구를 수용해 영어와 더불어 불어를 국어(공식언어)로 쓰고 있다. 

국기는 17세기 내내 프랑스 대륙군의 문장이 담긴 깃발(현 퀘벡주 깃발)이 사용됐고, 18세기부터는 영연방기를 이리저리 변형해 써왔다. 1925년과 46년 두 차례 국기 제정작업을 진행했지만 사실상 성과 없이 중단됐다. 의회를 사로잡을 만한 작품이 없었다는 게 표면적인 이유지만, 양분된 이민자 그룹의 마음을 하나로 사로잡을 만한 상징을 찾지 못한 까닭이 컸을 것이다. 

지금의 국기는 연방 출범 100주년(67년)을 앞두고 레스터 피어슨(Lester Pearson) 총리 정부가 46년 공모에 출품된 2,600여 개 작품 가운데 선택한 거였다. 영국 왕실 상징색인 적ㆍ백 바탕을 압도하는 단 한 장의 붉은 단풍잎. 그들은 정치 민족 사상 이념을 넘어 자신들이 새로 택한 조국 캐나다의 아름다움을, 단풍 숲의 장관을 국가의 깃발에 새겼다. 대서양 건너 대륙에 첫 발을 디딘 그들의 조상들을 한눈에 압도한 것도 아마 캐나다 동부 단풍의 붉은 빛이었을 것이다. 엘리자베스 2세 캐나다(영국) 여왕은 1965년 2월 15일 단풍잎 국기를 승인했다. 

사실 캐나다 국민들은 정부와 의회가 깃발을 정하기 훨씬 전부터 단풍잎을 자신들의 상징으로 써왔다. 1904년 미국 세인트루이스 하계 올림픽 캐나다 올림픽 대표선수단의 마크도 단풍잎이었다. 그 상징으로 그들은, 로만 마스가 좋은 깃발의 기능이라고 말한 것처럼, 자긍심으로 하나가 될 수 있었을 것이다. 좋은 깃발은 그렇게, 누가 시키지 않아도 저절로 나부낀다.


4.[동아일보][특파원 칼럼/구자룡]홍콩시위 왜 더 과격해지나

1997년 7월 1일 0시 홍콩이 영국 식민지에서 중국으로 반환됐다. 반환식을 전후해 현지에서 만난 많은 사람들은 홍콩의 미래에 대한 걱정으로 가득 차 있었다. 

아시아에서 가장 민주주의가 앞선 곳으로 평가받던 홍콩이 공산당 국가의 일부분이 되는 것 아닌가 하는 막연한 불안과 두려움이 곳곳에서 느껴졌다. 일부 주민들은 “홍콩에서 사람과 자본이 썰물처럼 빠져나가는 것 아닌가요”라고 되묻기도 했다. 

하지만 홍콩 반환 뒤 일부 시민들이 영국이나 캐나다 등으로 이주하긴 했지만 우려했던 ‘엑소더스’는 일어나지 않았다. 중영(中英) 양국이 마련한 ‘홍콩기본법’에 따라 50년간은 일국양제(一國兩制·한 나라 두 체제)가 보장되고 군사와 외교를 제외한 분야에서는 고도의 자치를 인정하는 ‘항인항치(港人港治·홍콩인이 홍콩을 다스린다)’에 대한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홍콩 반환 직후 태국 밧화 폭락을 시작으로 아시아에 휘몰아친 ‘아시아 금융위기’를 홍콩이 이겨내는 데에도 중국 대륙은 도움이 됐다. 2004년에는 중국과 홍콩 간에 자유무역협정(FTA) 격인 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CEPA)이 체결돼 홍콩 경제 발전에 기여했다.

반환 이후에도 해마다 홍콩 섬 빅토리아 공원에선 최대 수만 명 이상이 모여 1989년 6월 4일 톈안먼 사태 희생자를 추모하는 촛불 시위가 열렸다. ‘홍콩의 집회=평화적 촛불 시위’라는 인식은 시위대나 경찰이나 마찬가지였다. 경찰과 투석전까지 벌이며 격렬하게 충돌하는 1980년대 한국의 시위 모습은 홍콩 시민들에게 낯선 것이었다.

그러던 홍콩에서 8일 중화권 최대 명절인 춘제(설날)에 폭동이 발생했다. 이날 시위는 경찰이 어묵 등을 파는 전통 노점상을 단속하자 이에 항의하는 과정에서 폭력 사태로 번졌다. ‘본토민주전선’ ‘열혈공민’ 등의 단체가 주도해 오후 10시부터 다음 날 오전 7시까지 철야로 경찰과 육탄전을 벌였다. 죽창과 가스통, 마스크 투구 등으로 무장한 시위대의 공격에 맞서 경찰이 공중에 권총 실탄 2발을 발사한 뒤 시위대에 총을 겨누면서 논란이 되기도 했다.

이번 시위는 행정장관 직선을 둘러싸고 2014년 하반기에 벌어진 ‘우산혁명’ 때와는 너무 달랐다. 특수경찰까지 동원돼 진압해야 했던 시위 현장의 물리적 충돌의 격렬함보다 더 큰 차이는 주장하는 내용이다. 

우산혁명은 홍콩기본법에 보장된 대로 자치를 인정해 행정장관 선출을 완전한 직선으로 하고 여기에 중국도 개입하지 말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 시위를 주도한 ‘본토민주전선’의 리더 에드워드 렁(25·홍콩대 철학과)은 “중국의 재식민지화를 막기 위해 홍콩 시민이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열혈공민’의 웡모 대표(36) 역시 “홍콩 민주주의와 문화, 시스템을 파괴하려는 중국에 맞서 투쟁할 것”이라며 “대만처럼 독립적이 되는 것도 한 해결책”이라고 밝혔다. 본토민주전선의 주장 중에는 ‘반공(反共)주의’도 있다. 자치 보장 요구를 넘어선 주장이다. 공산당 집권하의 중국으로서는 용납될 수 없는 일이다.

홍콩기본법이 보장하는 시한이 다가올수록 ‘중국화 색채’는 짙어질 수밖에 없다. 아직 30년가량이 남았지만 이번 시위는 홍콩 반환 직후 가졌던 정체성과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시한이 다가올수록 커지는 것을 보여준다. 반(反)체제 서적 판매와 관련된 인물 5명이 어느 날 증발하듯 사라져 중국 내륙에서 조사를 받고 있는 현실에 대한 좌절감도 느껴진다. 시위가 폭력적이라며 처벌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이고 표피적인 대응이다. 홍콩인들에게 미래에 대한 믿음을 줘야 한다.


5.[서울신문][열린세상] 금수저 흙수저, 그리고 영화 속의 현실/강미은 숙명여대 미디어학부 교수

설 명절 기간 중에 재미있는 사진 한 장이 카톡으로 떠돌아다녔다. 정몽준 전 의원과 안철수 대표가 같이 만난 사진이다. 사진 속의 정 전 의원이 말풍선으로 “나는 금수저인데 너는?” 하고 묻는다. 안 대표가 말풍선으로 대답한다. “난 그냥 철수져….” 정 전 의원이 보면 기분이 안 좋을지 모르지만, 네티즌들이 그냥 웃자고 만든 사진이다.


금수저 흙수저가 얼마나 세간에 회자됐으면 네티즌들이 이런 사진까지 만들어 냈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금수저 흙수저 논란의 핵심은 ‘정의롭지 못한 사회’다. 핏줄과 커넥션이 개인의 능력에 앞서는 사회에 대한 좌절감이 만들어 낸 신조어다. 금수저 위에 다이아몬드 수저, 흙수저 밑에 일회용 수저까지 나왔다.

요즘은 금수저, 흙수저에 관련된 영화도 인기다. ‘검사외전’은 개봉 이틀 만에 관객 100만명을 돌파했다. 인기몰이를 했던 ‘암살’을 넘어선 기록이란다. ‘검사외전’은 지난해 이병헌 주연의 ‘내부자들’, 황정민과 유아인 주연의 ‘베테랑’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다. 그것은 바로 정의가 무너진 우리 사회에 대해 통렬한 비판과 풍자를 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인기몰이를 하는 영화들 중에는 판사, 검사, 변호사 등 법조계를 풍자하고 조롱하는 소재가 많다. 젊은 층은 ‘금수저, 흙수저’를 논하며 좌절감을 표현하고 있다. 가진 자들끼리의 견고한 커넥션 속에서 약자는 더 소외감을 느낀다. 영화 속에서 정의가 무너진 사회를 강타하는 주인공의 활약상에 천만 관객은 환호한다. 이 지점에서 영화는 현실감 있게 다가오기 때문에 인기몰이를 한다.

‘검사외전’도 특권층의 커넥션을 중심으로 스토리가 전개된다. 철새 도래지를 개발해 돈을 벌려는 자본가, 이에 반대하는 환경단체와 주민들, 이를 진압하려는 경찰이 등장한다. 그리고 이 시위의 합법적 진압을 위해 폭력 조직이 동원된다. 이들은 환경단체 회원이 돼 경찰을 폭행하고, 여론의 방향이 바뀐다. 이 모든 이야기의 위에는 검찰 상층부와 집권당 정치인의 거대한 커넥션이 있다. 기득권 세력의 ‘검은 커넥션’은 이 영화의 핵심이다. 정의롭지만 폭력적인 주인공 검사 황정민은 이 검은 커넥션을 고발하려고 고군분투한다. 하지만 그는 도리어 이 검은 커넥션이, 권력층이 제거해야 할 대상이 돼 감옥에 간다.

영화 속에서 강동원은 뜻밖의 매력적인 캐릭터로 등장한다. 사기꾼이지만 귀엽다. 하지만 무엇보다 그의 캐릭터를 매력적으로 만드는 건 거대한 복수극 속에서 그가 지니는 방관자적인 태도다. 주인공 검사를 돕지만, 사회 정의 같은 거창한 목적 따위는 그에게 중요하지 않다. 그저 죽지 않기 위해서 뛰는 것이다. 인간적인 정을 끊지 못해서이기도 하다. 그 캐릭터는 서민의 캐릭터다. 거대 담론보다는 눈앞의 삶 속에서 살아남기에도 버거운 서민들의 상황이다.

이 영화의 마지막에는 소름끼치는 장면이 나온다. 모든 악행의 근원인 죄인이 자신의 모든 죄가 밝혀지고 난 후에 이렇게 외친다. “이는 야당이 나를 죽이려는 음모야.” 어디서 많이 겪어 본 기시감마저 느껴진다.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정치인의 모습이다.

흥행 돌풍 중인 영화 ‘검사외전’은 독과점 논란에도 휩싸였다. 절대적인 스크린 숫자로만 보면 독과점이 의심되지만, 독과점 비난을 퍼붓기엔 이 영화의 좌석 점유율이 매우 높다. 시원찮은 영화로는 스크린을 아무리 많이 잡는다고 해도 관객이 오지는 않는다. 관객은 1만원 가까운 입장료를 내버렸다고 생각할 때 더 분노한다. ‘검사외전’은 우리 사회의 분노 코드를 건드린다. 관객들은 속시원한 카타르시스를 맛보기 위해 영화관을 찾는 것이다.

수저 계급론은 사회 계층 간 격차가 심해지고, 계층 간 이동의 사다리가 무너지면서 나타난 갈등이다. 갈등과 불만의 근원은 “우리 사회가 공정하지 못하다”는 인식일 것이다. 예전에는 계층 이동의 사다리가 교육이었다. 가난한 집안에서도 죽어라 공부하면 개천의 용이 될 수 있었다. 사회의 커넥션이 견고해질수록 개천에서 용이 될 기회는 줄어든다. 계층 이동의 사다리를 열어 놓고 기득권층이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할 때라야 수저 논란이 잦아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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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늙은최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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