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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자료는 교육용으로 쓰기 위해 올리는 자료로 상업적 목적은 없으며 선정된 사설의 정치적 성향은 블로그 운영성향과 무관합니다.


주요신문사설


〔이데일리〕

1. 기어코 미국까지 겨냥하려는 북한의 속셈

북한이 어제 국방과학원 특별보도를 통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에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이에 앞서 북한은 평안북도 구성시 일대에서 탄도미사일 1발을 발사했으며, 이 미사일은 930여㎞를 날아가 동해상 일본 배타적경제수역(EEZ)에 떨어진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미사일 도발은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한·미 정상회담이 끝난 지 사흘 만에, 그리고 G20 정상회담 개최를 목전에 두고 이뤄졌다는 점에서ICBM 개발을 기정사실화하려는 북한 지도부의 복합적인 의도를 짐작케 한다.

이번 미사일은 비행거리가 1000㎞에 미치지 못하지만 비행 고도가 2300㎞ 이상으로 분석된다는 점으로 미뤄 북한 주장대로 ICBM 개발에 성공했을 가능성을 뒷받침한다. 정상 각도로 발사됐다면 8000㎞ 이상의 목표물까지 날아갈 수 있을 것이라는 얘기다. 미국 본토까지 겨냥할 수 있는 수준이다. 북한 핵·미사일 위협이 갈수록 현실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동시에 핵폐기 협상이 더욱 어려워질 것임을 예고한다. 새 정부 들어 중점적으로 추진되는 남북대화 노력에도 걸림돌로 작용하게 될 것이 분명하다.

이처럼 북한 김정은 정권이 핵·미사일 개발에 매달릴수록 국제사회에서 스스로 고립을 자초할 뿐이다. 결국 정권 안정에도 도움이 되지 못할 것임은 물론이다. 이런 식이라면 남북관계에 있어 대화를 앞세워 운전대를 잡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구상에도 차질이 빚어질 수밖에 없다. 문 대통령은 이날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체회의를 주재하는 자리에서 “핵과 미사일 개발에 집착하는 북한 정권의 무모함이 다시 한 번 드러났다”며 북한의 도발을 강력 규탄했다.

바람직한 해법은 유엔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치밀한 공조 대응이다. 오는 7일부터 독일 함부르크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담을 통해 현실적인 제재 방안이 도출되기를 바란다. 걱정되는 것은 북한을 은근히 감싸고도는 중국의 태도다. 미국 정부가 이미 중국 단둥은행에 대한 제재에 착수했으나 효과는 미지수다. 우리와는 사드 문제도 걸려 있다. 문 대통령으로서는 한·미 정상회담에 이어 다자간 정상회담 무대에 첫 데뷔하는 것인 만큼 북핵 문제에 있어서도 주도적인 해결책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서울신문〕

2. 개혁 이끌 ‘경제 컨트롤타워’는 경제부총리로

문재인 정부의 경제팀 진용이 완성됐다. 경제 관료와 교수, 정치인이 골고루 포진한 모양새이나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반장식 청와대 일자리수석, 최종구 금융위원장 후보자, 홍남기 국무조정실장 등 4명만 빼고 11명이 대선 캠프와 민주당 출신이다. 문 대통령의 경제 철학을 공유하는 캠프 출신 교수들의 기획력에 관료의 추진력이 조화를 이룬다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벌써 개혁 성향의 교수들이 다수 포진한 청와대와 내각 간 불협화음을 우려하는 시각도 적지 않다.

이 같은 우려는 청와대의 경제팀 면면을 보면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다. 재벌개혁을 주장해 온 진보 성향의 개혁론자인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과 문 정부의 성장 담론인 ‘국민성장론’을 입안한 김현철 경제보좌관 이외에 J노믹스의 핵심인 소득주도성장론의 이론적 주창자인 홍장표 부경대 경제학부 교수가 그제 경제수석에 임명됐다. 모두 문 대통령의 의중을 꿰뚫고 있는 인물들로 이들의 발언권이 너무 강해지면 ‘책임 부총리’, ‘책임 장관’ 공약이 무색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서 지난달 21일 김 경제부총리와 장 정책실장,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정부서울청사에서 만나 경제정책 컨트롤타워는 경제부총리라고 못박았다. 경제부총리와 정책실장 간 역할 분담에 대한 세간의 우려를 불식시키려는 자리였는데, 이번 후속 경제팀 인선은 오히려 이 같은 우려를 키웠다. 어느 정부에서든 초대 내각에서 청와대의 영향력은 강할 수밖에 없다. 향후 5년의 경제정책 방향을 정하고 밑그림을 그리는 역할을 주도적으로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발언권이 너무 강해지면 경제수장인 부총리의 운신 폭이 좁아질 수 있다.

김 부총리가 지난달 15일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에서 “충분히 논의하고 토론하되 조율 끝에 결정된 메시지는 부총리를 통해 나갈 것”이라고 밝힌 것처럼 논의 과정에서는 모두가 활발하게 의견을 개진하되 결정된 뒤에는 경제부총리에게 힘을 실어 줘 한목소리를 내야 경제정책이 탄력을 받을 수 있다. 물론 혼선도 줄일 수 있다.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 정부는 어제 김 부총리 주재로 청문회를 통과한 장관들과 두 번째 경제 현안 간담회를 열었다. 김 부총리는 이달 중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재정전략회의를 거쳐 새 정부의 경제정책 방향을 발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새 정부 경제팀의 팀플레이를 기대해 본다.


〔조선일보〕

3. 새 검찰총장은 靑과의 전화선 끊겠다 각오해야

문재인 대통령이 4일 문무일 부산고검장을 새 검찰총장 후보로 내정했다. 문 내정자는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치면 검찰총장에 임명된다. 현 정부는 검찰을 개혁 대상 1호로 지목했고 상당수 국민도 공감하고 있다.



검찰을 바라보는 국민 시선은 싸늘하다. 지난해 주식 뇌물 사건, 한 해 100억대 수임 사건 등을 거치면서 검사들이 돈을 얼마나 밝히는지 드러났다. 전관(前官) 변호사가 100억대 돈을 벌기까지 그걸 도왔을 현직 검사들 문제는 거론도 안 됐다. 급기야 최순실 사건으로 검찰에 소환된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기립해 선 검사 앞에서 팔짱 끼고 웃는 사진이 공개됐다.

치부가 이렇게 드러나도 검찰 조직 내부에선 자성(自省)의 목소리 한마디 흘러나오지 않았다. 법원행정처가 학술 행사를 축소시키려 했다는 이유로 법원이 요동치고 있는 것과는 달라도 너무 다르다. 상명하복(上命下服) 분위기가 검찰 조직의 언로(言路)를 막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봐야 한다. 권력이 검찰총장만 쥐고 흔들면 얼마든지 하명(下命) 수사를 시킬 수 있었던 것도 그런 조직 문화 때문이다. 새 검찰총장은 잘못된 지시에 이의(異議)를 제기하는 것이 용인되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

지난해 최순실 사건 수사 과정에서 청와대 민정수석이 검찰 고위층과 하루에도 몇 번씩 통화하곤 했던 사실이 드러났다. 검찰청법은 구체적 사건에 대해선 법무부 장관이 검찰총장을 통해서만 지휘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민정수석의 수사 개입 자체가 불법이다. 새 총장은 청와대 전화는 아예 받지 않겠다는 각오를 해야 한다. 청와대와 필요한 소통은 꼭 문서로 해 근거를 남기는 관행을 만들 필요도 있다.



〔동아일보〕

4. 문무일 후보, 檢 개혁 최종목표는 ‘정치적 중립’이어야

문무일 부산고검장이 어제 새 검찰총장 후보자로 임명 제청됐다. 이금로 법무부 차관은 공석인 법무부 장관을 대신해 4명의 총장 후보군 중 광주 출신의 문 고검장을 문재인 대통령에게 제청했다. 문 대통령은 국회 인사청문절차를 거쳐 검찰총장을 임명한다. 문 후보자는 제청된 직후 “검찰 개혁을 요구하는 국민의 뜻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으며 국민에게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검찰 개혁을 해나가겠다”고 밝혔다.

우리나라 검찰은 직접수사권, 수사지휘권, 기소권, 공소유지권, 형집행권을 독점하고 있다. 막강한 권한에 비해 견제 장치는 부족하다. 이런 비대칭이 역대 정권에서 정권의 입맛에 맞추는 자의적인 수사로 나타나고 특히 박근혜 정권에서는 탄핵을 몰고 온 최순실 게이트를 예방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지금은 검찰이 집단이기주의로 비칠 수 있는 행동을 자제하고 과감히 권한을 내려놓아야 할 시간이다.

문 대통령은 검찰 권한을 줄이기 위해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신설과 검경 수사권 조정을 대선 공약으로 내세웠다. 두 사안은 입법 사안으로 국회가 주도할 일이다. 그러나 검찰 권한을 축소하는 과정에서 검찰의 반발이 있을 수 있는 만큼 검찰을 대표하는 검찰총장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개혁의 성패가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문 후보자가 수장을 맡게 될 검찰 조직은 그 어느 때보다 뒤숭숭하다. 문 대통령이 취임하자마자 김수남 검찰총장이 옷을 벗었다.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 부재 상황에서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과 안태근 법무부 검찰국장이 ‘돈 봉투 만찬’ 사건으로 물러나고 그 여파로 이창재 법무부 차관과 김주현 대검차장이 사퇴했다. 법무부는 지난달 ‘부적정한 사건 처리’를 이유로 윤갑근 당시 대구고검장 등 검사장급 이상 고위간부 4명을 좌천시키는 인사를 단행했다. 모두가 납득하는 사유는 아니다. 문 후보자는 검찰총장 부재 상황에서 이뤄진 각종 인사에 대해 조직의 합의를 최대한 이끌어내고 그 합의에 기초한 후속 인사로 동요하는 검찰 조직을 다독여 개혁의 동력을 이끌어 낼 필요가 있다. 

검찰 개혁은 궁극적으로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다. 개혁은 이뤄져야 하지만 그 결과가 ‘국민의 검찰’이 아니라 ‘문재인 검찰’로 귀결된다면 말짱 도루묵이다. 문 후보자는 검찰 개혁에 대한 기대에 부응하는 한편 정권의 검찰이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불식시키는 길이 살아있는 권력의 눈치를 보지 않는 공정한 수사밖에 없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


〔중앙일보〕

5. “대화하자”는 문 대통령에 미사일 발사로 답한 김정은

한·미 정상회담에서 북한과 대화하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에게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은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로 응답했다. 북한은 어제 오전 평안북도 방현기지에서 동해로 ICBM 미사일을 발사했다. 북한 발표에 따르면 이 미사일은 고도 2802㎞까지 치솟아 933㎞를 비행했다. 미사일은 일본 홋카이도와 러시아 사이의 해상에 떨어졌다. 일본 열도를 넘기지 않고 최대 거리로 쏜 것이다.

문 대통령 취임 두 달 만에 북한이 여섯 번째 발사한 미사일이지만 그동안 발사한 미사일과는 차원이 다르다. 판도를 뒤집는 일종의 ‘게임 체인저’다. 대북정책을 완전히 다시 짜야 할 판국이다. 문 대통령도 이날NSC를 개최해 “이번 미사일이 ICBM급일 가능성에도 염두에 두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캐머런 전 영국 총리 접견 자리에서 “북한이 레드 라인을 넘으면 우리(한·미)가 어떻게 대응할지 모른다”며 “북한은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너지 말라”고 경고했다.

어제 오후 북한의 ‘특별 중대보도’를 보면 북한의 핵과 미사일을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음을 말해 준다. 북한은 국방과학원 명의로 조선중앙TV를 통해 “대륙간탄도탄로케트(ICBM) 화성-14형 시험발사를 성공적으로 진행했다”고 보도했다. 국제사회를 위협할 수 있는ICBM을 발사했다고 스스로 밝혀 국제적인 고립을 자초하고 있다. 더구나 북한은 미국의 독립기념일을 반나절 앞둔 시점에서 미사일을 쏘았다. 미국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북한이 ICBM을 시험 발사하면 선제타격하겠다고 강조해 온 터다.

북한이 이번에 발사한 화성-14형은 지난달 시험 발사한 화성-12형을 개량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컴퓨터 모의분석을 통해 이 미사일의 사거리를 8000㎞로 평가했다. 사거리 5500㎞부터 ICBM으로 분류하는 기준으로 본다면 이 미사일은 낮은 수준(Low Range)의ICBM에 속한다. 미국 알래스카와 하와이까지 닿는다. 이런 북한의 미사일 개발 속도를 보면 미국 서부 해안(1만㎞)과 뉴욕이 있는 동부 지역(1만3000㎞)까지 닿는 핵탄두 장착 ICBM 개발은 시간문제다. 특히 이번처럼 ICBM을 과감하게 발사한 북한의 행태로는 6차 핵실험도 강행할 가능성이 있다.

이제 북한은 금지선인 이른바 ‘레드 라인(RedLine)’을 넘고 있다. 되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너가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은 북한에 대한 ‘최대의 압박과 관여’에서 한발 더 나아가 트럼프 대통령의 말대로 군사적 제재단계로 진입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허버트 맥매스터 미국 국가안보보좌관은 지난달 28일 “트럼프 대통령은 누구도 취하길 원하지 않는 군사적 옵션을 포함해 다양한 옵션을 준비할 것을 지시했다”고 말한 바 있다.

이제 문재인 정부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한 판단과 대북정책을 새롭게 점검해야 한다. 지난 1일 워싱턴에서 가진 한·미 정상회담에서 한국이 남북대화의 주도권을 갖겠다는 문 대통령의 제안도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내년 평창 동계올림픽의 남북 단일팀 구성 제안도 재검토해야 할 것이다. 정부는 한·미 동맹을 기반으로 북한의 위협에 기민하게 대처하고 소원해진 중국과의 공조체제 복원에 집중해야 할 시점이다.


〔매일신문〕

6. 한강 물고기와 새가 떼로 죽어도 환경부는 불구경일까

안동댐 상류인 안동시 도산면 동부리 선착장 일대에는 지난 2일에 이어 3일에도 붕어와 잉어 등 죽은 채 떠오른 물고기 수백 마리가 발견됐다. 최근 비가 내린 뒤 어른 손바닥 크기만한 죽은 물고기들이 개펄을 따라 줄지어 늘어섰고 벌써 부패한 탓에 악취까지 내뿜었다. 올 들어 낙동강 상류의 와룡면 오천리 일대에 잇따라 나타난 왜가리와 백로 무리의 의문의 떼죽음에 이은 물고기 떼들의 죽음 행렬이다. 심상찮은 자연의 경고가 아닐 수 없다.



문제의 심각성은 환경단체와 주민들이 계속 떼죽음하는 새들과 물고기를 임시로 수거해 처리하고 있지만 이런 의문의 떼죽음 행렬이 언제 멈출지 아무도 모른다는 사실이다. 계속되는 의문스러운 새와 물고기의 죽음에 대한 원인 조사가 이뤄져야 마땅하지만 환경단체나 주민들의 호소에 무슨 까닭인지 환경 당국이 귀를 막고 수수방관하고 있기 때문이다. 제대로 된 죽음의 원인 규명조차 없다. 그러는 사이 애꿎은 동물만 죽음으로 항변을 되풀이하는 꼴이다.



환경단체와 주민들은 낙동강 최상류 석포제련소의 중금속 배출에 따른 토양과 낙동강 오염에 대해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게다가 2015년 환경부의 낙동강 상류 어류 체내 중금속 농도조사에서 카드뮴 등이 수산물 섭취 기준보다 10배 이상 검출됐다. 또한 2016년 일본 교수팀의 조사 결과, 안동댐 주변의 심각한 중금속과 독극물이 확인됐다. 2010년에는 석포면~안동 도산면 90㎞ 구간 175곳에서 1만5천t쯤의 광물찌꺼기 퇴적물을 확인하기까지 했던 터였다.



이번 떼죽음에 대한 할 일은 간단하다. 당국이 원인 조사에 나서고, 있는 그대로 밝히고 걸맞은 대책을 세우면 된다. 지금처럼 정부가 손을 놓고 있는 것은 나라의 외딴곳에서 일어나는 ‘하찮은 민원’으로 치부한 탓이라고 단정할 수밖에 없다. 과연 이렇게 자연이 던지는 죽음의 경고가 만약 서울 한강 주변에서 일어나도 10년 가까이 불구경하며 두었겠는가. 당국이 마냥 외면하면 낙동강을 식수원으로 하는 1천300만 명을 책임진 지자체라도 관심 갖고 나서야 한다. 이는 생명에 관한 일이다. 자연의 경고는 흔히 사람을 향하게 마련이다. 대구경북이 더욱 그냥 있을 수만은 없는 까닭이다.



〔매일경제〕

7. 면세점 허가제 뿌리째 흔들리는 소리 정부는 듣고 있나

한화 갤러리아가 중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보복 이후 관광객 감소를 견디지 못하고 제주공항 면세점 사업에서 철수하기로 했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불렸던 면세점 사업을 자발적으로 포기하는 업체가 나온 것은 충격적이다. 유커 급감으로 임대료를 감당하기 힘들어지자 2년이나 일찍 특허를 반납하기로 한 것이다. 현재 공항면세점 22곳은 모두 적자 상태다. 공항면세점들은 임대료 인하를 요구하고 있는데 상황이 개선되지 않을 경우 손을 떼는 업체들이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는 공항면세점만의 문제가 아니다. 시내면세점도 사정이 다르지 않다. 중국의 사드 보복이 장기화하면서 대부분 업체들이 매출 부진으로 집단 고사 위기에 처해 있다. 심지어 올해 12월 개장 예정인 현대백화점과 신세계 강남면세점이 개장을 연기해 달라고 요청할 정도다. 동화면세점의 경우는 함께 운영해 온 호텔신라와 롯데관광개발이 서로 '네가 가져가라'고 싸우는 형국이다.

면세점 경영난의 최대 원인은 중국 정부의 한한령으로 올해 들어 유커 방한이 전년 대비 34%(100만명) 줄어든 것이다. 전체 매출 중 중국인 비중이 60%를 차지하니 유커에만 과도하게 의존해 온 우리로서는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 하지만 보다 근본적인 원인은 과잉공급 우려에도 시내면세점 특허를 단기간에 대거 허가해준 정부의 정책 실패 탓이다. 국내 면세점 수는 2011년 32곳에서 지난해 50곳으로 늘었다. 서울 시내면세점은 2015년 6개에서 2년 만에 13개로 두 배 이상 늘었다. 물론 리스크를 고려하지 않고 장밋빛 전망만 보고 무리하게 사업에 뛰어든 기업 탓도 크다. 

지금 면세점 산업의 위기는 여러 이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이지만 허가제의 폐해가 그대로 드러난 것으로 봐야 한다. 관세청이 정교한 시장 예측 없이 특허를 남발한 것이 혼란을 부추긴 것이다. 우리는 시내면세점 사업을 등록제로 바꿔 경쟁력 있는 사업자가 자율 경쟁을 펼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고속 성장을 거듭해온 면세점 산업이 위기에 직면한 만큼 정부는 면세점 정책을 다시 짜야 한다. 무엇보다도 관치에서 벗어나 경쟁을 촉진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한겨레〕

8. 대화 노력에 찬물 끼얹는 북의 무모한 미사일 발사  

북한이 4일 오전 시험발사한 미사일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북한 국방과학원은 이번 대륙간탄도로켓 ‘화성-14’ 형의 정점고도는 2802㎞, 비행거리는 933㎞라고 했다. 반면, 미군 태평양사령부는 이번 미사일이 중거리탄도미사일(IRBM)이며, 미국 본토에는 위협이 되지 않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했다. 대륙간탄도미사일의 사정거리가 대략 5500㎞ 이상이라는 점에서 미 태평양사령부의 판단이 크게 틀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북한이 미 본토를 겨냥한 미사일 개발을 꾸준히 지속하고 있음이 다시 한번 확인됨에 따라, 미국의 대북 대응은 더욱 긴장을 불러일으킬 게 분명하다.

북한은 ‘주권국가의 미사일 개발을 왜 다른 나라가 간섭하느냐’고 하겠지만, 북한의 목적이 무언지 분명히 아는데, 국제사회가 이를 가만히 두고만 볼 순 없는 노릇이다. 문재인 정부는 한-미 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의 ‘압박’ 국면을 ‘대화 병행’ 기조로 유도하는 등 북한에 대한 전향적 자세를 보이려 애쓰고 있다. 그런데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이런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는 격이다. 실로 안타깝다. 바깥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르거나, 전혀 상관없다는 투다.

미사일 발사 직후, 당장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과 일본이 이것을 더 견뎌야 한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 중국이 북한을 더 압박해 이 말도 안 되는 상황을 끝내야 한다”며 대북제재 강화를 촉구했다. 문 대통령도 이날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서 “유엔 안보리 차원의 조치 및 국제사회의 단호한 대응이 이뤄지도록 하라”고 지시했다. 이런 상황에선 문재인 정부도 국제사회에 북한에 대한 ‘대화’ 필요성을 설득하기가 점점 힘들어진다. 또 이번 정상회담에서 확인받은 ‘한반도 문제의 한국 주도’ 원칙까지 흔들릴 수 있다.

북한은 지금이라도 핵과 미사일이 북한을 보호한다는 잘못된 생각에서 벗어나 비핵화 결단을 내려야 할 것이다. 또한 문재인 정부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도 불구하고, 이번 독일 방문 및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애초 진행하려던 북한 문제에 대한 ‘대화 병행’ 기조 등 기존 입장이 흔들리지는 않도록 해야 한다. 때로는 인내하며 돌파구를 모색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문재인 정부가 당면한 대북정책의 숙명이다. 평창겨울올림픽 남북 단일팀 구성도, 대북 민간교류를 정치·군사적 상황과 분리한다는 원칙에 따라 미사일 발사와 관계없이 계속 추진하기 바란다.


〔세계일보〕

9. ‘정치 검찰’ 벗을 마지막 기회란 각오로 개혁 나서야

문무일 부산고검장이 새 정부 첫 검찰총장 후보로 지명됐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어제 “문 후보자가 부정부패 척결이라는 국민의 요구에 부응할 적임자라고 판단했다”며 지명 배경을 밝혔다. 문 후보자는 ‘성완종 리스트’ 사건 특별수사팀장을 맡아 정권 변화와 무관하게 대형 비리사건을 엄정하게 처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는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임명된다면 검찰 개혁을 외치는 비법조인 출신의 박상기 법무부 장관 후보자, 조국 민정수석과 호흡을 맞춰 검찰 개혁과 조직 안정을 도모해야 한다.

문재인정부 들어 검찰 개혁은 뜨거운 화두다. 박근혜정부 때 검찰의 사정 권력이 제대로 작동했더라면 비선실세들이 국정을 농단하는 사태로까지 번지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이 사건이 처음 언론에 보도되자 검찰은 국정농단 사건을 한낱 문건 유출로 변질시키는 등 정권 비호에만 급급했다. 새 정부 들어서도 ‘돈봉투 사건’으로 불신을 키웠다. 국정농단 사건을 수사한 검사들이 법무부 인사들과 술판을 벌여 개혁 대상임을 자초한 것이다.

검찰 개혁이 성공하려면 스스로의 자정 노력이 전제돼야 한다. 그런 점에서 문 후보자의 어깨가 무겁다. 사정의 칼은 양날의 검이다. 검찰은 자신에게 주어진 칼을 국민을 위해 사용해야 한다. 만약 권력의 입맛에 따라 사용한다면 칼날은 결국 검찰 자신에게로 향할 것이다. 지금 검찰이 맞고 있는 위기 역시 사정의 칼날을 권력의 눈치를 보면서 사용한 것에서 비롯됐다고 할 수 있다. 그것이야말로 새 정부가 개혁하고자 하는 적폐 중의 적폐다.

검찰의 중립성은 검찰 노력만으로 이뤄지지 않는다. 대통령의 의지가 중요하다는 뜻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후보 때 “검찰을 정권의 도구로 활용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청와대가 검찰 권력을 장악하려는 유혹을 버리지 않으면 검찰의 정치적 중립은 먼 나라 얘기가 될 수밖에 없다. 청와대와 문 후보자는 ‘정치 검찰’의 오명을 벗을 마지막 기회라는 자세로 개혁에 임해야 한다.



10. 박상기에 ‘향응 제공’ 제자 청문회 세워 진실 밝혀라

박상기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연세대 법무대학원장 시절, 제자로부터 호텔과 룸 가라오케 등에서 향응성 접대를 받은 의혹이 불거졌다. 12년 전에 연세대 법무대학원 석사 과정을 마친 만학의 김모(당시 60세)씨가 박사 과정에 입학하기 위해 중국 베이징의 룸 가라오케와 국내 호텔 등에서 술·식사를 접대하고 박 후보자가 관여하던 ‘중국법 연구 중심’이라는 학술모임에 1000만원의 기부금을 냈다는 게 사건의 핵심이다.

이런 내용은 최종 불합격 통지를 받은 김씨의 진정으로 2006년 초 교육인적자원부가 연세대에 진상조사를 지시하면서 불거졌다. 당시 “향응이 일부 있었다”는 진상조사 결과를 보고받은 교육부가 박 후보자 등에게 엄중 경고하고 대학 측에 교직원 재교육을 요구한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그럼에도 이제 와서 “이 일로 징계나 일신상의 불이익을 받은 일이 전혀 없다” “룸 가라오케에 간 것은 맞으나 부적절한 향응을 제공받거나 요구한 적이 없다”는 대답만 되풀이하는 박 후보자 측의 대응은 매우 안이하다.특히 베이징 접대 건과 관련해 김씨가 낸 진정서에는 “학자들로서는 요구하리라고 생각지도 못한 온갖 향응을 요구하여 최종적이고 결정적인 향응과 접대를 해줄 수밖에 없었다”고 적혀 있었다고 한다. 당시 여종업원들이 동석했다니 사실이라면 기가 막힐 일이다. 우리는 법 집행을 하는 법무부 장관은 다른 장관에 비해 더 엄격한 도덕성이 요구된다고 여러 차례 밝혀 왔다.



‘몰래 허위 혼인신고’로 낙마한 안경환 전 법무부 장관 후보자 때와 마찬가지로 박 후보자가 향응 접대를 받은 사실을 청와대 검증팀이 모르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의구심마저 든다. 공은 이제 국회로 넘어왔다. 사건 당사자인 김씨를 국회 인사 청문회장에 세워 향응 접대의 진상을 낱낱이 밝히기를 기대한다.
 

주요신문칼럼


〔주간경향〕

1. 같이 살자

지난 12월 31일 저녁, 한 해를 보내는 칼바람 속에 광화문광장은 촛불로 뜨겁게 타오르고 있었다. 박근혜 즉각 퇴진과 조기 탄핵을 부르짖는 ‘송박영신’ 제10차 범국민대회가 열리고 있었다. 그날은 서울만 80만이 모여 연인원 1000만을 돌파하는 날이기도 해서, 모인 시민들은 실질적인 승리를 확인하는 날이기도 했다. 그러나 한편으론 헛헛했다. 박근혜가 퇴진하면 뭐가 달라지는 건데? 박근혜가 탄핵되면 우리 삶이 어떻게 변하지? 알 수 없는 찜찜함이 환호와 박수의 뒷자리에서 그림자처럼 일렁이고 있었다.

2부 문화제의 초청가수로 나온 솔가와 이란이 등장할 때도 그냥 무덤덤했다. 그러나 기타 하나씩을 메고 나와 <같이 살자>라는 노래를 차분히 부르면서, 자신도 모르게 그 노래 속으로 빠져들어갔다. 바로 이것이로구나. 궁극적으로 우리가 원하는 게, 바로 이렇게 같이 잘 사는 사회를 만들자는 것이구나.

바람과 물을 따라/ 여기에 모인 우리/ 볶아먹고 비벼 먹고/ 무쳐먹고 지져먹고
방귀 뽕 트림 꺽/ 걱정 없이 같이 살자
두물머리 지렁이/ 강정의 고래들/ 밀양의 할매들/ 영덕의 대게도
방귀 뽕 트림 꺽/ 걱정 없이 같이 살자
같이 산다는 건/ 날 덜어내고/ 너를 채우는 일
같이 산다는 건/ 내 우주 너의 우주/ 만나는 일
같이 살자 같이 살자꾸나/ 같이 살자 같이 살자꾸나

박근혜는 파면당하고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했다. 든든하고 멋있었다. 그는 가장 먼저 인천국제공항으로 달려가 거기서 근무하는 다양한 형태의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함께 ‘비정규직 제로시대’를 선언했다. 함께 참석한 청소용역 노동자들은 눈물을 훔치기에 여념이 없었다. 이제는 화장실 구석에서 점심밥을 먹지 않아도 되겠구나, 생각했을 것이다.

내년의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최저임금위원회가 결정 시한을 얼마 남겨놓지 않고 우여곡절 끝에 열렸다. 시급으로 결정되는 최저임금은 우리나라 500만 저임금 노동자의 생계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것이기에 생존권 차원에서 논의돼야 하며,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 경제정책에서도 중요하게 다루어져야 한다. 그래서 노동자 위원들이 주장하는 내용과 과정의 투명성을 위해 모든 회의의 전면 공개나 상대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중소·영세 사업자를 위한 대책도 함께 논의하자는 것은 꼭 필요한 일이라 생각된다. 문재인 대통령도 약속한 시급 1만원을 어떻게 관철시킬 것인가에 대해 진지하게 머리를 맞대야 한다.

정부 주도의 일자리위원회도 마찬가지다. 이 대화가 진정한 의미의 ‘사회적 대화’가 되기 위해서는 정부가 제안하고 주도는 하지만 참여 부문이나 단체, 개인의 자주성이 보장돼야 한다. 누구도 소외되거나 들러리가 되어선 안 된다. 보여주기식 성과 중심으로 급하게 서두르는 건 더더욱 안 된다. 18년 만에 다시 머리를 맞댄 노·사·정을 비롯한 이해당사자 집단의 대표들이 진지한 대화를 통해 새로운 ‘사회적 합의’를 반드시 이루어내도록 우리 모두 함께해야 한다. 그것이야말로 차별을 줄이고 같이 잘 사는 사회를 만드는 촛불시민혁명의 길이다.


〔머니투데이〕

2. 취업과 창업 사이

“올해 청년창업에 대한 정부 지원 규모가 커질 거 같아요. ‘물 들어올 때 노 저으라’는 말처럼 저도 40세 되기 전에 창업해볼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얼마 전 만난 벤처투자업계 30대 취재원은 “요즘 창업하기 좋은 상황이 되고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최근 정부의 창업지원정책 방향이나 분위기를 보면 기대감이 커진다는 것이었다. 

취재원만의 생각이 아니다. 머니투데이와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최근 실시한 창업 관련 설문조사에 따르면 30대 응답자 62%가 ‘창업을 고려해봤다’고 답했다. 또 이중 과반수는 창업하기 좋은 시기를 ‘30대’라고 응답했다. 20대는 어떨까. 창업에 대한 생각은 30대보다 많았지만 창업 시기는 20대가 아닌 30대라는 응답이 더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무작정 창업하기보다 취업으로 지식과 경험을 쌓으면서 창업자금을 모으는 것이 낫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학교에서도 창업보다 대기업 또는 공무원 취업을 선호하는 게 현실이다.

미국이나 중국은 다르다. 취업난이 심각한 건 마찬가지지만 청년창업에 대한 생각이나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미국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엑셀러레이터(창업보육·투자기관)에서 일한 핀테크(금융기술)업체 CEO(최고경영자)는 “미국에선 똑같은 아이템으로 창업해도 20대가 하면 더 좋게 보는 경우가 많다”며 “특히 기성세대가 모르는 혁신적 아이디어를 높게 평가한다”고 말했다.

최근 우리나라를 방문한 한 중국인 CEO는 창업에 대한 중국과 한국의 사회적 인식 차이로 인해 20년 후 양국의 격차가 엄청나게 벌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금 중국에선 20대들이 CEO를 꿈꾸고 실제 창업을 많이 하는데 이들은 40대에 글로벌 기업을 경영하고 있을 것”이라며 “20대에 취업 준비를 하고 40대에 치킨집이나 프랜차이즈 장사를 하는 한국인과의 격차는 엄청날 것”이라고 했다. 

실제로 에어비앤비, 우버, 샤오미, DSC, 제네피트 등 세계적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스타트업)의 사례가 국내에선 좀처럼 나오지 않는다. ‘김기사’를 개발해 626억원 규모의 M&A(인수·합병)를 성사시킨 박종환 카카오 이사는 최근 ‘기보벤처포럼’에서 2년째 자신이 벤처기업 성공사례로 소개되는 것을 안타까워했다. 그는 “김기사‘의 성공사례를 뛰어넘는 스타기업이 나오지 않는 것도, 벤처 창업을 위한 국내 환경이 여전히 척박한 것도 모두 안타까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4차 산업혁명이란 격변기를 맞아 우리나라도 청년들이 공무원시험 준비를 위해 노량진 학원으로 달려가는 대신 CEO를 꿈꾸며 벤처창업에 나서도록 건강한 벤처생태계를 만들어야 할 때다. 이는 정부가 단순히 마중물(창업자금)만 공급한다고 될 일이 아니다. 청년들이 창업을 두려워하는 이유에 귀 기울이고 정부와 업계가 함께 해법을 찾아야 할 것이다.

또 하나, '김기사'를 개발한 록앤올처럼 초기 직원들과 성과를 나누고 싶어하는 스타트업 CEO들의 성공사례가 잇따라 나오길 기대해본다. 이들이 성공해 실제 '대박'을 터뜨리는 직원들이 많아야 벤처생태계가 선순환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일보〕

3. 문화예술계 최저시급은요?

얼마 전 인기 예능프로그램 ‘알쓸신잡’을 볼 때였다. 책과 친밀할 수밖에 없는 유시민 작가와 황교익 음식평론가, 정재승 카이스트 교수가 암울한 출판 현실에 대해 이런저런 말을 주고 받았다. 사람들이 책을 안 읽으니 출판계가 어렵고, 글 쓰는 이들이 생계를 꾸리기 쉽지 않다는 말이 주된 내용이었다. 전국 공공도서관(2015년 기준 978개)에서 공공기금으로 양서 한 권씩을 구입해도 출판산업에 큰 도움을 줄 것이라는 말은 넓은 공감대를 형성했다. 각자의 지적 저수지를 보유한 아재들의 구수한 수다에 슬쩍 미소 짓다가 문득 서늘한 기운을 느꼈다.

국내에는 좋은 책들을 정부가 구입해 공공도서관에 비치하는 사업이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는 세종도서 사업이라는 이름으로 올해만도 140억원을 쓴다. 어떤 책을 구입할지는 공모와 심사를 거쳐 정해진다. 지난 정부가 작성 운용한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는 세종도서 사업에서도 ‘엄격히’ 적용됐다. 정부에 비판적인 작가나, 정부의 심기를 거스르는 책을 낸 출판사들은 석연치 않은 이유로 세종도서 선정에서 탈락했다. 지식산업의 기초가 될 출판업계가 어이없이 쓰러지지 않게, 빼어난 작가들이 돈의 굴레 속에서 재능과 열정을 소진하지 않게 하기 위해 쓰여질 돈이 정권의 비판 세력 길들이기 도구로 악용된 셈이다.

문화예술인에게도 생계유지는 어찌할 수 없는 삶의 명제다. 그들의 최저생계에 조금이라도 도움을 주고, 창작열을 더욱 지필 연료로 쓰라고 지원해주는 공공기금이 정치적으로 이용됐다는 점에서 블랙리스트는 악랄하고도 악랄하다.새 정부가 들어서고, 문체부 장관이 새로 임명돼 블랙리스트를 철저히 조사하고 재발방지책을 마련하겠다고 공언했다. 비정상의 정상화가 이뤄진다고 하나 문화예술계의 ‘먹고사니즘’은 여전히 간단치 않다. 최저시급 1만원 인상 논쟁이 사회를 뜨겁게 하고 있으나 문화예술계에서는 남 일이나 다름없다.

노동착취 현장으로 종종 보도되는 영화계는 그나마 살만하다. 2011년 표준근로계약서가 도입된 뒤 임금 수준과 노동 여건이 많이 나아졌다. 상업영화 50% 가량이 표준근로계약서로 스태프를 채용한다. 아무리 스태프 막내라도 최저시급(올해 기준 6,470원)을 보장 받을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 최저시급이 1만원까지 올라가면 제작비가 상승하고 영화관람료 인상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지만 스태프들은 훨씬 일할 맛이 날 것이라고 말한다.

글 값은 처참하다. 배우자와 아이를 둔 한 작가가 수치를 제시하며 프리랜서로 사는 힘겨운 삶을 토로한 적이 있다. 한달 300만원은 벌어야 하는데, 글만 써서는 쉽지 않은 일이라고 했다. 원고료는 보통 200자 원고지 1장당 1만원. 주말 포함해 하루에 원고지 10장 분량은 꾸준히 써야 300만원을 벌 수 있다. 그나마 일감이 끊기지 않아야 가능한 액수다. 연극계는 말해 무엇하랴. 연극배우는 시급 개념조차 없다. ‘월급 30만원 연봉 360만원’이라는 슬픈 우스개가 나오는 이유다.

‘좋아서 택한 일인데, 볼멘소리 꼭 할 필요가 있냐’고 반문할 수 있다. 엉뚱하게도 유명 배우나 가수 등에게 비난의 화살을 날릴 수도 있다. 스타들의 탐욕 때문에 스태프들에게 돌아갈 돈이 적어진다는 주장은 본질을 벗어난다. 할리우드 스타 앤젤리나 졸리는 ‘말레피센트’(2014) 출연료로 2,000만달러를 받았다. ‘말레피센트’의 추정 제작비는 1억8,000만달러. 제작비의 9분의 1가량이 졸리 지갑에 들어간 셈이다. 그렇다고 할리우드 스태프들이 저임금에 시달리지는 않는다(해외시장 규모 등 몇몇 변수가 있다).

이 참에 문화예술계에도 최저시급의 적극적인 적용을 검토해 보면 어떨까. 언제까지 열정 지상주의만 내세워 숱한 재능을 갉아먹어야 하나. 노동에는 정당한 대가가 따라야 한다. 기본적인 경제 원칙이 무시된다면 문화산업 육성이라는 구호는 공허하기만 하다.


〔서울신문〕

4. 태양의 후예와 가치 동맹/김영목 전 코이카 이사장

금번 한·미 정상회담에서는 양국 간 다양한 현안 중에서도 유독 동맹 문제가 크게 부각됐다.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로 안보 현안이 시급한 과제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번 방미로 한국이 미국의 핵심 맹방(盟邦)임을 확인하고 또 상호 호혜적 동반자로 한국의 역할과 기여에 대한 미국 조야의 이해와 지지를 높이는 데 성과를 거뒀다.

이번 정상회담에 대한 언론 보도를 보면서 일년 전 종영된 드라마 ‘태양의 후예’가 새삼 떠오르는 것은 왜일까? 한국에는 여러 우방국이 있지만 미국은 유일한 동맹국으로 다양한 레벨의 동맹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우리의 시급한 현안이 북한의 위협을 해소하고 한반도 안정을 꾀하는 것이지만 한?미동맹이 좀더 안정적이고 양국 국민의 지지를 받으면서 더욱 긍정적인 역할을 해 나가기 위해서는 ‘가치 지향적 동맹’으로 발전해 나가야 한다는 제안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한?미동맹은 단순한 정치적 동맹이 아니라 세계적으로 몇 안 되는 조약에 의한 동맹이다. 미국이 조약상 의무를 갖고 동맹을 유지하는 나라는 많지 않다. 미국 일각에서 계속 주한미군 철수와 미국의 대한(對韓) 방위 공약을 축소하자는 의견이 꾸준히 있지만 한·미동맹은 상호방위 조약에 기초하고 있다.

임의로, 일시적 분위기로 바꿀 수 있는 성격의 약속이 아니다. 전쟁으로 철저히 파괴되고 극도로 가난했던 한국이 민주주의 모범 국가이자 선진국으로 세계 무대에 우뚝 서게 된 데 한?미동맹이 큰 기여를 했다는 자부심이 큰 이유 중 하나다. 동맹에 대한 대중적 지지는 동맹국에 대한 전반적 인식에서 크게 영향을 받는다고 할 수 있다. 즉 한국이 그간 성취한 정치, 문화, 경제, 기술 모든 분야에서의 성과가 미국뿐 아니라 세계 무대에서 널리 알려지고 있기에 가능한 것이라고 본다.

박세리, 김연아, 박인비, 유소연, 추신수, 싸이, 방탄소년단 등이 모두 한?미동맹에 기여하고 있는 것이다. 가치 동맹이라 함은 자유와 민주주의라는 기본 가치 그리고 평화와 인권 등 그간 범세계적으로 합의된 보편적 가치를 확대하고 구현하기 위해 협력하는 동맹이라는 뜻으로 읽힌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큰 번영의 모멘텀도 있지만 동시에 도처에서 테러, 내란, 전쟁이 계속되고 있고 이로 인한 난민은 약 1억명이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태양의 후예는 정정이 불안한 중동 어느 개발도상국에 파견된 우리 군 요원들과 의료 봉사를 하는 용감하고 진지한 의료진의 활약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물론 유시진 대위(송중기 분)의 용감무쌍한 활약 뒤에는 미국과 미군도 살짝 비쳐진다. 그간 우리 젊은이들과 전문가들은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팔레스타인 등 전쟁 지역과 요르단 등 난민이 넘쳐나는 나라에서 재건과 개발 협력사업을 해 오고 있다. 한국전에 참전했거나 평화봉사단으로 한국을 도왔던 사람들에게는 전 세계에 나가 다른 나라를 돕고 있는 한국이 정말 신기할 정도로 대견해 보일 수 있다.

한·미 정부는 동맹의 범위를 기존의 군사동맹에서 국제 개발 협력으로까지 발전시키고자 합의한 바 있다. 그럼에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국방비를 늘리기 위해 원조 예산을 삭감해 우방국들의 비판을 초래하고 있다.더구나 전쟁과 분란이 있는 곳에 회복과 치유를 위한 투자는 필수적이다. 평화·안보와 경제·사회 개발은 동전의 양면이다. 그간 한국은 급속히 개발원조 규모를 늘려 왔지만 아직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일인당 소득 대비 평균의 절반밖에 되지 않는다.

우리의 평화와 안보가 절박한 만큼 다른 나라의 고통을 완화하는 데도 인색하지 말아야 한다. 특히 북한이라는 난제를 지고 있는 우리는 전쟁의 위협뿐 아니라 대규모 난민이라는 잠재적 과제도 대처해야 하며 경제사회 재건이라는 또 다른 숨겨진 숙제도 안고 있다. 남이 나를 돕기를 원하면 내가 먼저 남을 도와야 한다는 건 당연한 이치다. 한?미동맹이 전쟁을 억지하는 굳건한 안보동맹과 함께 세계 평화와 재건, 인도적 문제 해결, 보편적 가치 구현에 손을 더 잡는 모범의 가치 동맹으로 더욱 성숙되기를 기대해 본다.


〔조선일보〕

5. 후쿠시마의 눈(雪)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가 폭발했을 때 후쿠시마에 있었다. 원전에서 40~50㎞ 떨어진 곳이었다. 지진 피해 현장을 오가느라 신경을 쓰지 못했다. 무엇보다 유일한 정보원인 일본 라디오 뉴스가 어찌나 침착한지 심각성이 피부에 와 닿지 않았다. 덜컥 겁을 집어먹은 건 나흘 뒤 인터넷이 가능한 숙소에서 한국 뉴스 사이트에 접속했을 때였다. 후쿠시마 위험도가 체르노빌과 같았다. 원전 폭발 순간을 담은 동영상이 무시무시했다. 내가 지옥불 곁에 있다는 걸 그때 실감했다.

회사에 철수를 통보하고 일행을 차에 태워 피난길에 올랐다. 3월 중순이었는데 함박눈이 쏟아졌다. 낙진이 바람을 타고 도쿄로 향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행선지를 정반대 니가타로 정했다. 실수였다. 소설 설국(雪國)의 무대 부근에서 폭설에 길이 막혔다. 어쩔 수 없이 도쿄로 방향을 바꿨다. 길바닥에서 우왕좌왕한 한나절 동안 우리가 가장 무서워한 건 눈이었다. 하얀 눈이 방사능 낙진처럼 느껴졌다. 그때 맞은 눈의 끔찍한 감촉이 지금도 남아 있다. 폭발한 원전은 함박눈의 감촉까지 바꿔놓았다.

몇 개월 후 후쿠시마에 다시 갔다. 그날은 비가 내렸다. 후쿠시마 시내엔 인적이 드물었다. 폭발한 원전을 중심으로 반경 20㎞ 지역은 사람이 살 수 없는 금단(禁斷)의 땅으로 변했다. 모든 길이 경찰 바리케이드로 막혔다. 차를 몰고 경계에 접근하는 동안 길거리에서 수많은 빈집을 봤다. 20㎞ 경계 밖도 사람 사는 곳이 아니었다. 떠날 수 있는 자는 떠났고 떠날 수 없는 자만 남았다. 마을 공동체는 파괴됐다. 방사능에 사람이 죽지 않았다고 다가 아니다. 시골 마을 원전 몇 기(基)가 전라남도만 한 후쿠시마 전체에 영원한 상처를 남겼다.

일본은 원전 대국이다. 사고 이전 일본 발전의 30%를 원전이 담당했다. 지금 우리와 비슷한 비중이다. 일본은 얼마 후 모든 원전 가동을 멈췄다. 안전성을 확보해야 돌리겠다고 했다. 또 2030년까지 원자력발전 자체를 없애겠다고 했다. 당시 집권 민주당은 물론 고이즈미 전 총리 같은 야당 거물도 '탈(脫)원전'에 찬성했다. 거대한 운동이었다. 지식인의 새로운 이념이었다. 극단적이지만 지진을 안고 살면서 원전 사고까지 경험한 나라로선 당연해 보였다. 국민 의지도 대단했다.

에너지를 바꾸는 건 개인의 삶과 경제구조를 바꾸는 것이다. 일본이 이 실험에 성공했다는 것을 작년 여름 도쿄에서 알았다. 대지진이 일어난 2011년부터 일본은 정부 차원에서 절전 운동을 펼쳤다. 국민은 더운 여름, 어두운 밤에 익숙해지기 위해 생활 방식을 바꿨다. 기업은 전기를 많이 쓰는 제조업 공장을 해외로 옮겼다. 순응적인 국민성 때문만은 아니다. 20~30% 올라간 전기료를 당해낼 수 없었다. 이렇게 일본은 에너지 과소비형 삶과 경제 체질을 바꿨다. 전력 소비가 가장 많은 8월을 기준으로 6년 동안 14% 이상 줄였다고 한다. 작년 여름 대지진 이후 처음으로 정부가 국민에게 '절전 요청'을 하지 않았다. 원전이 거의 돌아가지 않던 상황이었다. 실천으로 사실상 '탈원전'에 성공한 것이다.

다른 흐름도 있었다. '공포'를 '과학'으로 극복하는 노력이다. 아무리 절전을 실천해도 이념만으로 나라를 운영할 수 없다. 정권이 바뀐 뒤 일본 정부는 "저렴하고 안정적인 에너지를 공급할 책임이 정부에 있다"고 했다. 원전 재가동을 추진하면서 전문가들을 모아 세계에서 가장 엄격한 '신(新)규제 기준'을 만들었다. 기준을 넘어서는 원전은 재가동하겠다고 했다. 다시 공포가 일본을 휩쓸었다. 원전 인근 주민들이 집단으로 가동 중단 소송을 잇달아 제기했다.

일본 법원은 이런 논란을 하나 둘 정리하고 있다. 작년 4월 후쿠오카법원은 원자력 전문가들이 책정한 합리적 기준을 최대한 존중해야 한다고 했다. 주민들이 제기하는 극단적인 위험 상황은 사회 통념과 거리가 멀다고 선을 그었다. 올 3월 오사카법원은 전문가가 책정한 기준을 부정하려면 거꾸로 부정하는 쪽이 왜 전문가의 기준이 불합리한지 입증하라고 했다. 고도의 전문 지식이 필요한 분야에선 전문가의 과학적 판단에 의존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판결로 지금 일본에선 5기의 원전이 가동되고 있다. 앞으로 20기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히로시마를 겪은 일본이 원전을 시작한 이유는 무엇일까. 후쿠시마를 겪은 일본이 원전을 재가동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에너지 자립, 일본형 경제 발전, 환경…. 종착점엔 국가 안보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런 목표를 향해 갈 때 원전보다 합리적인 선택은 없는 것이다. 요즘 한국을 생각하면서 6년 전 일본에서 경험한 공포와 그 공포를 과학으로 극복해 가는 일본을 다시 떠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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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늙은최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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