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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자료는 교육용으로 쓰기 위해 올리는 자료로 상업적 목적은 없으며 선정된 사설의 정치적 성향은 블로그 운영성향과 무관합니다.



주요신문사설


〔서울신문〕

1. 문 대통령, ‘인사·추경 정국’에 정치력 발휘를

7월 임시국회가 18일 끝난다. 국회는 파행에서 회복될 기미를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 문재인 정부 들어 처음으로 열린 6월 임시국회도 허송세월한 여야다. 어제도 정세균 국회의장과 4당 원내대표가 만났다. 국회 정상화 방안을 논의했으나 여야 대치는 한 치의 양보 없이 이어졌다. 일자리를 위한 추가경정예산안과 정부조직법, 민생 법안을 잔뜩 쌓아 두고 개점휴업 중인 국회다.

야 3당의 요구는 단순하다. 송영무 국방, 조대엽 노동부 장관 후보자는 부적격하니 자진 사퇴하거나, 청와대가 임명을 철회하라는 것이다. 야당의 요구가 새 정부의 발목을 잡거나, 흠집을 내려는 정치 공세만이라고는 보기 어렵다. 국방부 장관은 국방 개혁과 방산업체 비리 척결을 지휘해야 할 자리다. 그런데도 송 후보자는 방산업체와의 유착 의혹을 속 시원히 해소하지 않았다. 노동 관련법을 준수해야 할 조 후보자도 사외이사로 경영에 간여했던 회사가 임금 체불 등 근로기준법을 몇 차례 어겼다.

이런 흠결을 안고 장관직을 수행한다면 국정 운영에도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그런 후보자들을 굳이 임명하겠다고 대통령이 2차례나 국회에 인사청문보고서를 요청했다. 왜 그렇게 두 후보에 집착하는 것인지 의아하다. 문 대통령의 독일 방문 때에는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안철수·박지원 머리 자르기’ 발언이 있었다. 김상곤 교육부 장관 임명에 협력했던 잠재적인 우군 국민의당을 완전히 적으로 돌린 손발 안 맞는 여당이다.

6월 말의 한·미를 비롯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와 중국, 독일, 일본, 러시아 정상과의 정상회담을 무난히 마친 문 대통령이다. 정상외교를 복원하고, 외치(外治)에서 자신감을 보인 문 대통령은 이제 국내 정치에서 정치력을 발휘할 때다. 국회가 청문보고서의 송부 시한을 어제도 넘겼으니 강경화 외교부 장관처럼 문 대통령이 송·조 후보자를 임명해도 법적으로 문제는 없다. 그때 청와대가 강조한 것이 강 후보자에 대한 높은 지지 여론이었다. 하지만 두 후보자에 대한 일부 여론조사에서는 부적격 여론이 적격을 넘어서 ‘국민의 눈높이’와도 멀어졌다.

국민들은 딱 2개월 전인 취임 첫날, 국회를 찾아 야당 대표들과 협치를 약속한 문 대통령을 기억한다. 그때 대통령이 일일이 야 4당 대표들과 만나 악수를 하는 장면을 보고 앞으로 소통과 협력, 국민 대통합의 시대가 열릴 것이라 예감한 국민들이 많았다. 당시 문 대통령은 “앞으로 국회를 존중하고 국회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야당과도 소통하고 대화하면서 국정 동반자의 자세로 (국정 운영을) 하겠다”고 말했다.

여당이 어제 국회 예산결산특위에서 추경안을 단독으로 상정했다. 하지만 야당을 압박하는 이상의 뜻이 없는 단독 상정이다. 임시국회 폐회까지 8일 남았다. 국회 정상화와 협치를 위한 문 대통령의 결단이 필요하다.


〔조선일보〕

2. 38개월 심의 원전 건설, 사흘 만에 無근거·無대책 중단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은 최근 신고리 원전 5·6호기 공사 계약을 맺은 기업들에 공문을 보냈다. 공사 일시 중단에 대비해서 필요한 조치를 취해달라는 내용이다. 이에 시공 업체들은 공사 중단의 법적 근거, 조치를 해야 할 업무 종류, 공사 중단에 따른 피해 보상을 명확히 알려달라는 회신을 보냈다. 납득할 수 없다는 뜻이다. 권력이 시퍼런 정권 초반에 힘에 약한 기업들이 반발하는 것은 어쩔 수 없기 때문일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19일 고리 1호기 영구 정지 선포식에서 탈원전을 선언했다. 그러고는 지난달 27일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신고리 원전 5·6호기 공사를 일단 중단하고 시민 배심원단이 건설 여부를 결정토록 했다. 이틀 뒤 산업부가 공사 중단에 필요한 이행 조치를 내리라는 공문을 한수원에 보냈고, 한수원이 바로 다음 날 시공 업체에 공문을 보낸 것이다.

신고리 5·6호기는 원자력안전위원회가 38개월간 심의를 거쳐 작년 6월 최종 허가했다. 관련 기업이 600곳이나 되고, 현재 공정률이 28.8%에 이른다. 그런 원전 공사를 법적 근거와 최소한의 절차적 요건, 피해 보상책 등도 미흡한 채로 불과 사흘 만에 민간 기업에 중단하라고 일방적으로 통보한 것이다.

원전 건설 허가와 중단 조치는 국무총리 산하 원자력안전위원회를 통해 진행한다. 현행 원자력안전법에 따르면 안전 문제나 허가 절차상 문제가 있지 않은 한 시공 업체에 공사를 중단시키거나 취소할 법적 근거가 없다. 공사 중단의 법적 근거가 없다는 지적이 나오자 산자부는 에너지법상 한수원은 국가 에너지 시책에 적극 협력할 의무가 있다는 조항을 근거로 들어 "이번 공사 중단은 공익적 필요에 따른 것이므로 법에 저촉되지 않는다"고 했다. 공사 중단이란 극단적 조치를 '협력' 차원으로 본다는 것 자체가 말이 되지 않는다.

공사 일시 중단도 한수원 이사회를 거쳐야 하는데 지난 7일 열린 이사회에서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그런데도 정부는 공사 중단을 기정사실화했다. 법 규정을 아랑곳하지 않는 태도다. 공론화 기간 동안 공사를 일시 중단만 해도 1000억원 이상 손실이 발생한다. 신고리 5·6호기 건설을 포기할 경우에는 이미 집행된 공사비 1조6000억원과 기업들에 대한 보상비 1조원을 합쳐 2조6000억원 손실이 발생한다. 한수원 노조는 "원전 건설이 중단되면 결정에 참여한 이사진과 정부 관계자 전체를 배임 행위로 고소·고발하겠다"고 했다.

탈원전이란 새 정부 방침 그 자체도 경솔하지만 이를 실행에 옮기는 절차도 거의 막무가내 수준이다. 대통령 말 한마디에 법적 근거나 절차의 정당성도 미흡한 채로 수조원짜리 원전 공사를 중단하고, 계약 맺은 민간 기업에 막대한 피해를 주면서 이를 국민 세금으로 메워주는 게 과연 민주주의 국가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인가.


〔동아일보〕

3. 유턴 기업 달랑 2곳… ‘기업하기 좋은 나라’면 말려도 올 것

​해외 진출기업을 국내로 복귀하도록 혜택을 주는 유턴기업지원법이 시행 4년을 맞았지만 올해 돌아온 기업은 2곳에 그쳤다. 4년간 돌아온 기업 40곳도 대부분 중소기업이고 대기업은 지난해 6월 국내로 이전한 LG전자 멕시코 몬테레이 세탁기공장이 유일하다. 국내 복귀 후 7년 동안 법인세를 감면해주고 기업당 최대 60억 원 한도로 투자보조금을 지원하는데도 큰 효과가 없다는 얘기다. 

정부가 2013년 법까지 만들어 기업의 국내 유턴을 독려한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 독일 등 선진국에서 제조업 지원강화정책을 통해 해외투자기업을 유턴시키는 현장을 목도했기 때문이다. 미국은 버락 오바마 정부 당시 혁신을 통한 기업 육성정책을 편 덕에 2010년 16곳에 불과했던 유턴 기업이 2016년 300곳을 넘었다. 도널드 트럼프 정부는 이것도 부족하다며 법인세를 35%에서 15%로 내리는 방안을 추진하고, 1개의 규제를 만들 때 2개를 없애는 ‘원 인, 투 아웃(One in, Two out)’ 제도도 도입했다. 

한국에서 2016년 6월 기준 해외투자 국내 기업은 1만1953개사로 이 회사들이 현지에서 채용한 인력만 340만 명에 이른다. 이 중 20%만 국내로 유턴해도 현재 120만 명에 이르는 청년실업자 중 절반 이상에게 일자리가 생기는 셈이다. 실제로 유턴법 시행 초반에는 비교적 많은 수출기업이 한-유럽연합(EU),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발효 기대감을 업고 유턴했다.

그러나 지금은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아세안 국가들도 외국인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FTA를 확대하면서 FTA유인효과가 약해졌다. 이런 상황에서 지원 대상을 비수도권과 중소·중견기업으로 한정한 유턴법으로는 기업들의 복귀를 기대하기 어렵다. 해외사업장을 완전 청산해야만 유턴 혜택을 주도록 한 규정도 기업이 전 세계를 무대로 뛰는 현실을 모르는 것이다. 더구나 노동유연성을 떨어뜨리는 강성노조에 대한 부담을 감수하면서까지 국내로 유턴할 기업은 많지 않다.

기업들이 이전을 결정할 때 비용을 중시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다. 첨단 제조업 기반시설, 고부가가치 기술기업이 모인 클러스터에서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는 판단이 서야 생산시설을 옮긴다. GE 포드 보잉 등 미국 기업뿐 아니라 삼성전자 LG전자까지 미국으로 몰려가는 것은 세금 지원만이 아니라 대학부터 연구소까지 이어진 산업생태계에 이끌려서다. 스위스 국제경영대학원(IMD)이 평가한 한국의 투자매력도는 61개국 중 42위로 중국(25위)보다 낮다. 이 상태로는 기업과 일자리를 빼앗길 수밖에 없다. 규제프리존 특별법 제정으로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어야 기업도 돌아올 것이다.


〔중앙일보〕

4. 또 졸음운전 버스 참사 … 안전 대책 말뿐인가

​어이없는 졸음운전 참사가 또 발생했다. 공개된 블랙박스 영상은 ‘처참’ 그 자체였다. 엊그제 경부고속도로 상행선 양재나들목 부근을 달리던 광역급행버스는 앞서 가던 승용차를 그대로 들이받았다. 버스는 승용차를 깔고 달리다 멈춰섰다. 승용차는 종잇장처럼 찌그러졌고 그 안에 타고 있던 50대 부부가 숨졌다. 다른 차량 6대도 연쇄추돌사고를 일으켜 16명이 부상했다. 지난해 7월 42명의 사상자를 낸 영동고속도로 봉평터널 관광버스 사고의 판박이였다.

이번에 사고를 낸 운전자는 “피로가 누적돼 정신을 깜박 잃었다”고 시인했다. 사고 버스는 경기도 오산과 서울 사당동을 오가는 광역버스다. 운전자는 사고 전날 오전 5시 첫차를 시작으로 오후 9시5분 막차까지 15시간 정도를 운전하고 자정 무렵에 퇴근했다. 사고 당일에는 오전 7시15분 차를 몰기 위해 일찍 출근했다고 한다. 하루 18시간 가까이 장시간 노동을 하는 셈이다. 동료 운전자들은 1회 운행시간이 2시간을 넘으면 15분 휴식토록 한 규정도 지켜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고속도로 졸음운전은 치명적이다. 도로공사에 따르면 최근 5년간 2241건의 사고가 발생해 414명이 숨졌다. 치사율이 18.5%로 과속운전 사고의 2.4배에 이른다. 올 5월에도 영동고속도로 둔내터널에서 고속버스 졸음운전으로 4명이 사망했다. 국토교통부는 사고가 날 때마다 ‘특별점검’ 등 말로만 호들갑떨지 말고 실효성 있는 대책을 내놔야 한다. 대형 버스의 ‘디지털 운행 기록장치’를 점검하는 게 그 시작이다. 운전자의 ‘휴식권’ 보장 여부를 금방 알 수 있지 않는가. 당장 수도권 200개 광역버스 노선부터 점검하기 바란다. 더불어 대형 트럭·버스의 보조주행장치 보급 방안을 서두르고, 과속·난폭·음주·졸음 운전에 대한 단속도 강화해야 한다. 곧 휴가철이다. 고속도로의 비극이 더 이상 없어야 한다.


〔이데일리〕

5. 최저임금 1만원 속도조절을

내년도 시간당 최저임금을 책정하기 위한 최저임금위원회 논의가 겉돌고 있다. 법정시한은 이미 지났고 최종 결정시한(16일)도 닷새밖에 안 남았지만 타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급기야 PC방, 편의점 등 8개 업종의 차등적용 주장이 수용되지 않은 데 반발한 중소기업·소상공인 대표들이 회의에 불참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파행으로 치닫는 형국이다.

협상에 진전이 없는 것은 노사의 입장차가 너무 크기 때문이다. 노동계는 1만원(54.6%), 경영계는 6625원(2.4%) 인상을 제시했다. 노동계는 문재인 대통령의 ‘3년 내 1만원’ 공약을 당장 내년부터 시행하자고 주장한다. 문제는 중소기업과 영세자영업자들이 감당할 수 있느냐다. 지난해 폐업한 자영업자가 84만명으로, 현 시급 수준으로도 유지가 어려운 영세업자들이 수두룩하다. 1만원으로 오르면 상황은 더 악화할 것이 뻔하다.

게다가 급격한 인상이 근로자들에게 꼭 좋은 일만도 아니다. 미국 시애틀의 경우 작년 최저임금이 시간당 11달러에서 13달러로 인상된 후 저임 근로자의 노동시간이 줄어들면서 월소득이 되레 6.6% 낮아졌다. 미주리주는 최근 높은 임금이 일자리를 위협한다며 최저임금을 10달러에서 7.7달러로 깎았다. 우리도 몇 년 전 최저임금 인상 때 아파트 경비원 무더기 해고사태를 겪은 바 있다.

근로자들의 ‘인간다운 삶’을 위해 최저임금은 올려야 한다. 하지만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 이용섭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은 “노동자가 도를 넘는 요구를 관철해 기업이 어려움에 처하게 되면 최대 피해자는 근로자가 될 것”이라고 했다. 맞는 말이다. 노동계는 보다 현실적 대안을 내놓길 바란다. 작년(7.3%)보다 낮은 찔끔 인상안을 제시한 경영계도 각성해야 함은 물론이다.



〔세계일보〕

6. 국정원 개혁의 중요성 입증한 SNS 장악 보고서

국가정보원이 2012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여론 장악 문건을 작성해 청와대에 보고한 사실이 드러났다. 세계일보 취재에 따르면 국정원은 2011년 11월 ‘SNS 선거 영향력 진단 및 고려사항’이라는 제목의 A4 5장짜리 보고서를 작성해 청와대에 보고했다. 보고서는 “좌파 절대 우위인 트위터의 빈틈을 파고들어 SNS 인프라를 구축하고, 좌파 점유율이 양호한 페이스북을 집중 공략해 여론 주도권을 확보해야 한다”면서 SNS 여론 장악 방안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박근혜정부 초기 정치적 논란이 된 ‘국정원 댓글 사건’의 기획안이라고 봐도 무방할 것 같다.

이 보고서는 국정원 댓글 사건이 청와대 묵인 아래 이뤄졌을 가능성을 뒷받침한다. 지금까지 검찰 수사와 법원 재판 과정에서 국정원이 과잉 충성심에서 독자적으로 저지른 사건으로 정리돼 왔다. 하지만 국정원 직원이 매일 새벽 밀봉된 문서들을 청와대 연풍문 경찰관에게 맡기면 청와대 정무수석실 행정관이 이를 수령해 분류한 뒤 정무수석에게 보고했다고 한다. 당시 정무수석을 지낸 인사는 “옛날 일을 왜 이제 와서 묻느냐”고 했다는데, 옛날 일로 치부할 사안이 아니다. 국정원에서 문건이 어떤 경위로 작성됐고, 청와대 어느 선까지 보고됐는지 철저히 조사할 필요가 있다. 검찰은 이런 사실을 인지하고도 수사를 하지 않고 덮어버렸다. 검찰의 은폐 부분도 마땅히 규명해야 한다.

국정원은 정보기관으로서 본연의 역할보다 정권의 시녀 노릇을 해왔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정권 교체기마다 개혁을 다짐했으나 번번이 공염불에 그쳤다. SNS장악 문건에서 보듯 정치 관여 금지 의무를 내팽개친 채 선거 여론 조작에 나서는 것도 서슴지 않았다.

국정원은 지난달 국내 정보 담당관 제도를 폐지하고 국정원개혁발전위원회를 발족해 정치 개입 사건의 진상을 밝히고 쇄신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무엇보다 국정원을 권력 유지의 수단으로 활용하지 않겠다는 권력자의 의지가 중요하다. 간첩이나 산업스파이를 색출하기 위한 정보의 중요성은 날로 커지고 있다. 국정원 개혁의 목표는 국가의 안보능력을 높이는 것이 돼야 한다. 이번에도 개혁이 공염불에 그친다면 국민 혈세로 국정원을 더 이상 존속시킬 이유가 없다.


〔매일신문〕

7. 추 대표와 국민의당, 싸움질 그만하고 현안 해결에 나서라

국회가 돌아가는 꼴을 보면 답답하고 한심하다. ‘문준용 제보 조작 사건’을 둘러싸고 여야가 소모적인 싸움질만 벌이고 있으니 정말 가관이다. 국가 현안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건만, 만사 제쳐놓고 ‘나는 옳고, 너는 그르다’며 치고받고 있으니 철없는 어린아이보다 나을 것이 없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제보 조작 사건’과 관련해 연일 국민의당을 몰아붙이고 있다. 추 대표는 ‘머리 자르기’ ‘미필적 고의’ 발언으로 국민의당 지도부의 공모론을 제기했고, 10일에는 박지원 전 대표의 개입설까지 쏟아냈다. 국민의당을 ‘완전히 박살내려는 의도’인 듯하다.



추 대표의 행동이 지지 기반이 겹치는 국민의당을 와해시켜 흡수`통합하기 위한 전략의 일환인지, 단순하게 개인적인 공명심 때문인지 알 수 없지만, 여야 관계를 파행으로 몰고 가는 요인인 것만은 분명하다. 추 대표가 국민의당을 흡수하려는 차원에서 이런 일을 벌였다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개인적인 정의감 내지 공적 세우기 차원이라면 집권 여당의 대표로서는 자격 상실이다. 집권 여당의 대표라면 꼬인 정국을 풀고 여야 간 협상을 우선시하는 것이 당연하지 않겠는가.



추 대표의 발언에 대응하는 국민의당의 태도도 어이없기는 마찬가지다. 추 대표가 ‘머리 자르기’ 발언을 하자, 추 대표 사퇴와 국회 보이콧 등을 선언했고, 추 대표가 ‘박지원 전 대표 책임론’을 제기하자, 문재인 대통령 아들 준용 씨의 ‘특혜 채용 의혹’과 ‘제보 조작 파문’에 대한 동시 특검을 결의했다. 자숙해도 모자랄 판에 공세를 취하니 뻔뻔함의 극치다. 아무리 궁지에 몰려 있더라도,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이 있는데 이를 구분하지 못하면 당 대접을 받기 어려운 것은 어디에서나 마찬가지다.



여론은 추 대표와 국민의당을 동시에 비판하는 분위기다. 추 대표는 집권 여당의 대표로서 국정 운영의 책임감이 결여돼 있고, 국민의당은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지 않는 후안무치의 전형이라는 지적이다. 개인적인 공명심이나 당리당략을 앞세운 싸움질은 당장 멈추는 것이 옳다. ‘제보 조작 사건’ 수사는 검찰에 맡겨두고 여야는 장관 인선, 추경안 등 현안 해결에 머리를 맞대는 것이 우선이다.



〔매일경제〕

8. 신고리 5·6호기 공사 잠정중단, 시공사 손실 누가 메울건가

신고리 원전 5·6호기 공사 잠정 중단 방침에 삼성물산·두산중공업 등 시공업체들이 법적 근거, 피해보전 방안 등 문제를 제기하며 반발하고 나섰다. 사업 규모 총 8조6000억원에 공정률이 28.8%에 달하는 공사를 합리적인 이유 없이 중단하라고 하니 시공업체들이 반발하는 것은 당연하다. 5·6호기 공사 중단은 지난달 27일 문재인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계속 건설 여부를 공론화에 부치자고 하면서 전격 결정됐다. 후속 조치로 산업통상자원부가 한수원을 거쳐 업체에 공사 중단 협조 요청을 했다.



하지만 사업 중단 절차와 이유를 놓고 산업계가 시끌벅적하다. 원자력 학계와 업계에서는 원전 건설 허가와 중단 권한을 가진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아닌 산업부가 나선 것은 위법 소지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산업부는 어제 "에너지법 4조는 에너지 공급자인 한수원이 국가에너지 시책에 적극 협력할 포괄적인 의무가 규정되어 있다"며 위법이 아니라고 해명했지만 궁색하기 이를 데 없다.정부는 공론화위원회에서 시민배심원단을 선출해 공사 재개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구상인데 절차적 하자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더 크다. 오죽했으면 417명의 에너지 관련 교수들이 탈원전 계획을 '제왕적 조치'라며 비판하겠는가.

문제는 5·6호기 건설이 중단될 경우 발생할 손실을 어떻게 메울 것인가다. 정부는 보상비를 포함해 매몰비용을 2조6000억원으로 추산하지만, 야당은 최대 12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보고 있다. 3개월 중단만으로도 임금 등 1000억원의 손실이 예상되니 혈세를 쏟아부어야 한다. 특히 시공업체들이 한수원과 맺은 계약에는 공사 중단에 대한 피해보상 내용이 포함돼 있지 않아 법적 다툼 소지도 크다. 한수원은 이르면 오늘 신고리 5·6호기 공사 일시 중단을 결정하는 이사회를 열 예정인데 한수원 노조는 이사회가 일시 중단을 결정하면 참석자 전원을 배임 혐의로 고소하겠다고 공언하고 있어 한수원은 진퇴양난의 상황에 빠져 있다.

정부의 탈원전 선언이 산업계에 던진 혼란과 파장은 어마어마하다. 세계 정상의 원전기술 수출에 경고등이 켜졌을 뿐 아니라 전기료 인상 부담 때문에 해외 이전을 고민하는 기업들도 적지 않다. 절차대로 추진된 국가사업이 정권이 바뀌었다고 해서 이렇게 급격하게 바뀌는 것은 좋지 않은 선례다. 탈원전은 졸속으로 밀어붙일 문제가 아니다.


〔해럴드경제〕

9. 外治 호평속 더 꼬인 內治, 文대통령이 나서야 풀려

​문재인 대통령이 독일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일정을 모두 마치고 10일 귀국했다. 지난달 말 한미정상회담을 위한 미국 방문과 이번 G20회의까지 열흘 넘게 이어진 강행군이었지만 대체로 무리없이 소화해 냈다. 성과도 적지않다. 대북문제에 대한 주도권을 상당부분 확보했고, 한미일 3국 북핵 공동성명은 야당인 자유한국당에서도 긍정적으로 평가할 정도다. 주춤하던 문 대통령 지지율이 다시 80%를 넘어선 것이 외교무대에서의 성과를 잘 대변한다.

하지만 성공적 평가를 받고 있는 외치(外治)와 달리 그 사이 내치(內治)는 실타래가 꼬일대로 꼬인 상태다. 우선 새 정부가 출범한지 두 달이 넘도록 내각 구성이 마무리되지 않고 있다. 문 대통령은 송영무 국방부 장관 및 조대엽 노동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보고서를 귀국일까지 다시 보내달라고 출국 전 요청했지만 야3당은 요지부동이다. 그나마 김상곤 교육부 장관 임명에 협조했던 국민의당이 추미애 민주당 대표의 ‘머리자르기’ 발언 파문으로 정부와 여당과 날카로운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그렇다고 강경화 외교부 장관처럼 다시 임명을 강행하기도 부담스러울 것이다. 문 대통령의 고민이 더 깊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추가경정예산과 정부조직법 개정안 등도 실마리가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추경은 상정은 고사하고 예결위 논의조차 마치지 못했다. 정부 조직법에 대한 논의도 지지부진이다. 정세균 국회의장이 여야 4당 원내대표와 이날 만나 돌파구를 모색해 봤지만 별무소득인 듯하다. 정치권뿐이 아니다. 내년도 최저 임금을 결정하는 최저임금위원회도 영세 소상공인들이 회의를 보이콧 하고 있다. 정부의 신고리 원전 5,6호기 공사 일시 중단 방침에 공사업체들이 법적 근거를 따지며 반발의 강도를 높이고 있다. 모두가 문 대통령 공약사항을 무리하게 추진하다 벌어지고 있는 일들이다. 

결국 꼬인 정국의 실타래를 풀려면 문 대통령이 직접 나서는 수밖에는 없다. 문 대통령은 취임하면서 협치(協治)를 입버릇처럼 말해왔다. 하지만 그 동안 이렇다할 협치의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 대통령이라고 모든 것을 마음먹은대로 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설령 공약을 했던 사안이라도 현실에 맞지 않으면 내려놓는 마음 가짐이 필요하다. 조금은 더 여유와 배려의 자세로 국정에 임하라는 것이다. 특히 야당과는 낮은 자세로 만나고 협조를 요구할 필요가 있다. 지지율이 고공행진 중이라지만 추락 역시 한 순간이다.


〔경향신문〕

10. 북핵 문제를 중국에 미루는 트럼프, 왜 직접 나서지 않나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북한에 한층 강화된 압박과 감내 못할 제재를 가해 북한의 비핵화를 유도하기로 했다. 독일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 정상회의에 참가 중인 한·미·일 3국 정상은 어제 만찬회동에서 대북공조 원칙을 재확인하면서 이같이 의견을 모았다. 군사적 옵션 대신 평화적인 북핵 해법에 공감했다. 3국 정상은 또 중국의 적극적인 역할을 주문했다.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도발로 한반도 정세가 위중해진 지금 3국 정상의 대북공조 확인은 의미가 있다. 더 이상의 북한 도발을 억제하고 ‘올바른 선택’을 하도록 압박하는 효과가 있다. 군사적 긴장이 조성되는 상황에서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 방안도 반드시 지켜야 할 중요한 원칙이다. 하지만 지나치게 중국에 의존하는 태도는 반드시 짚어야 할 문제다. 물론 대북 영향력을 가진 중국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또한 대북 제재에 대한 중국의 태도가 국제사회의 기대에 못 미친 것도 사실이다. 그렇더라도 북핵 문제의 해결 책임을 중국에만 떠미는 것은 명분도 없고 현실적이지도 않다. 오히려 미국의 미온적인 태도가 더 근본적인 문제다.

북핵 문제는 기본적으로 북한과 미국 간 적대 관계의 산물이다. 그럼에도 ‘최대의 압박과 관여’ 정책을 표방한 트럼프 행정부는 압박만 할 뿐 관여정책을 펴지 않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ICBM 발사가 미국에 중대 위협이라고 규정하면서도 내놓은 해결책이 중국의 역할 강화다. 어제 만찬회동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의 대북 제재 동참을 끌어내기 위해 대중국 압박을 강화하자고 주장했다. 미국은 중국과 러시아가 제시한 한·미 연합군사훈련과 북핵·미사일 시험발사 동시 중단을 의미하는 ‘동결 대 동결’ 방안도 거부했다. 북핵 문제의 책임이 가장 큰 미국이 대안은 내지 않으면서 현실적 접근법을 묵살하는 것은 주객이 전도된 꼴이다.

미국의 이 같은 태도는 중국의 반발을 초래해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공조 대열을 흩뜨리지 않을지 우려된다. 실제로 중국과 러시아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 결의안 채택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러다가 북핵 문제가 한·미·일 대 중·러 대결로 비화되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 없다. 미국은 북핵 문제의 최고 책임국가이자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나라다. 중국에 책임을 미루는 소극적 태도를 버리고 미국이 직접 나서야 한다. 북한 핵보유가 눈앞에 다가온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은 북·미 대화다. 북·미 적대 관계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담대한 구상과 제안을 내놓고 북한과 담판을 지어야 한다.



​​​​​​​​주요신문칼럼


〔머니투데이〕

1. 숫자놀음…'지지율 80%와 의석수 107석'

청와대는 매일 지지율을 챙긴다. 민감하고 예민하다. 일희일비하지 않는다며 태연한 척 해도 마음이 그렇지 않다. 여론 동향을 시시각각 분석한다. 여론을 숫자로 확인하는 게 지지율이다. 사실 민주주의 속성이 ‘숫자 놀음’이다. 선거나 다수결의 원칙 등이 그렇다. 다수의 지지만큼 좋은 명분도 없다. 

지지율은 국정 운영의 출발점이자 동력이다. 문재인 정부의 초반 행보는 여기 기댄다. ‘촛불 민심’을 강조하는 것은 ‘높은 지지율’을 믿는다는 선언이다. 실제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은 80%를 웃돈다. 지난 7일 발표한 한국갤럽 기준 문 대통령 지지율은 83%로 여당 지지율(50%)보다 훨씬 높다. 정권 초라는 특수성을 고려해도 기대 이상의 고공 행진이다. 역대 대통령 지지율 고점을 비교해보면 김영삼 전 대통령(83%), 김대중 전 대통령(71%), 노무현 전 대통령(60%), 박근혜 전 대통령(60%), 노태우 전 대통령(57%), 이명박 전 대통령(52%)순이었다. 

지지율이 마냥 높을 수는 없다. 언젠가는 꺾이게 돼 있다. 아무리 맛있는 요리도 질리기 마련이다. 그래도 지키려하는, 지키고 싶은 선이 있다. 전문가들은 흔히 밥자리에 빗댄다. 70%대 지지율을 보자. 4명이 한 밥상에 앉았는데 반대나 비판의 목소리가 없는 수준이다. 모두 찬성하거나 아예 입을 열지 않는 ‘샤이(shy)’ 한명이 존재하는 정도의 지지율이다. 

60%대도 비슷하다. 3명이 술잔을 기울 때 과반이 지지의 목소리를 내는 숫자다. 다른 한명이 반박하더라도 두 사람이 협공을 가한다. 이성과 감성으로 몰아붙인다. 반대로 30%는 마지노선이다. 3명의 술자리에서 협공을 당할 수밖에 없다. 어떤 설명도 먹히지 않는다. 반등의 기회도 잡기 힘들다. 이게 이어지면 25%선이 뚫린다. 4명이 앉은 테이블에서 지지 목소리가 사라지는 상황이다. 지지율도 관성의 법칙을 갖는다. 

문 대통령의 숫자 80%는 현재 밥자리, 술자리의 여론을 뜻한다. 그 사이 문 대통령의 또다른 숫자 41.08%(대선 득표율)는 잊혀진다. 집권 여당의 숫자는 50%다. 추미애 민주당 대표, 우원식 원내대표의 숫자이기도 하다. 국민의당을 향한 추 대표의 강한 발언, 한국당을 겨냥한 우 원내대표의 압박 등은 이 숫자의 힘이다. 반면 야당의 숫자는 ‘100%-여당(50%)=50%’가 아닌 ‘100%-문재인(80%)’에 가깝다. 

국민의당 숫자를 보자. 1년여전 치러진 총선 때 국민의당이 얻은 비례대표 득표율은 26%였다. 민주당보다도 1%포인트 앞섰다. 의석수에 비해 발언에 힘이 실렸던 이유다. 반면 지금은 4%다. 추 대표의 강한 발언이 이어져도 국민의당을 향한 동정여론조차 생기지 않는다. 제1야당의 숫자는 10%다. 보수정당 지지율로는 최저 수준이다. 

하지만 이들 야당은 다른 숫자를 본다. 국민의당은 40석(의석비율 13.4%)을 여전히 부여잡는다. 자유한국당은 107석(35.8%)이 자신의 숫자다. 선거를 통해 얻은 소중한 결과지만 현실과 괴리가 엄연히 존재한다. 홍준표 한국당 대표와 정우택 한국당 원내대표간 미묘한 입장차도 여기서 비롯된다. 홍 대표는 당의 지지율을 높이는 게 급선무다. 대선 때 자신이 받은 지지율(24%)에도 못 미치는 당을 이끄는 대표의 현실 인식이다. 지금은 여당이나 대통령에게 반대할 최소한의 수준도 안 된다고 판단하는 듯 하다. 

정 원내대표는 문재인의 80%, 민주당의 50%는 허울뿐이라고 본다. 그는 '120석(민주당) VS 107석(한국당)' , 또는 '120석(여당) 대 173석(야당)'만 강조한다. 결국 문 대통령은 80%의 숫자를, 야당은 자신들의 의석수에 무게를 싣는 분위기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과 여당은 ‘협조’를, 야당은 ‘협치’를 외친다. “소신껏 해라” “양보해라” 등 상충된 제언 속 듣고 싶은 것만 인용한다.  정답은 없다. 부여잡은 그 숫자를 믿는 만큼 책임지면 된다. 다만 숫자는 변한다. 자신의 숫자만 맹신하는 쪽이 더 많은 것을 잃는다는 교훈을 너무 쉽게 잊는다.


〔서울신문〕

2. [황인숙의 해방촌에서] 여름의 향기

‘모나코’에서 ‘95년 봄’까지 10곡이 수록된 장 프랑수아 모리스 시디를 반복해 듣고 있다. 내 방향으로 하나, 야옹이 방향으로 하나 선풍기 두 대가 더운 공기와 더운 노래를 휘저으며 돌아간다. 야옹이 한 놈은 내가 볼륨을 너무 높여 틀었나, 뭐가 또 못마땅한지 한 시간 전에 팩 자리를 떠 구석 방 옷장 위에 올라가 버렸다. 거기 엄청 더울 텐데 내가 가책받게 하려고 자학하는 건가. 이상한 놈이다. 이상한 놈이 하나 더 있으니, 지금 집 앞에서 나를 기다릴 테다.


제 구역도 아닌 우리 집을 어떻게 알았는지 보름 전부터 대낮에도 진을 치고 있는 삼색 고양이다. 가만 보니 새끼를 낳은 모양인데, 금방 먹어도 돌아서면 배가 고프기는 할 테다. 내가 좀 늦게 나가면 화를 내면서 밥을 재촉하는 게 마치 내 손자라도 낳은 양 유세가 다락이다. 말 나온 김에 잠깐 나갔다 와야겠다. 옷도 꿰입어야 하는데…. ‘아, 귀찮아!’라고 생각해서 미안, 삼색아!

덥다, 더워. 다섯 층 아래를 내려간 김에 2리터들이 생수 6개를 사들고 왔더니 땀이 줄줄 쏟아진다. 삼색이가 이번엔 순하게 울면서 나를 맞았다. 너무 더워서 기운이 없나 보다. 젖이 늘어져 있고, 눈 밑에 눈곱이 까맣게 말라 붙어 있다. 눈께로 손을 뻗으니 고개를 젖혀 피한다. 물휴지라도 있었으면 다짜고짜 닦아 줬으련만. 얘가 2개월령 남짓에 나타난 게 2년 전이니 이제 두 살이 넘었다. 진작 키울 사람을 찾아주거나 중성화를 시켰으면 좋았을걸. 언제 새끼를 가질지 몰라 조마조마했는데 이번이 첫 배다.



체구가 유난히 작고 소년 같은 데가 있어서 어쩌면 수놈일지 모른다고 생각했었다. 삼색 고양이는 대개 암컷이다. 수컷일 경우 염색체상 생식이 불가능한데, 아주 드물어서 일본에서는 수컷 삼색 고양이가 복고양이를 상징하며 1000만원을 호가한다나. 암놈이건 수놈이건 일본에서 태어나지 하필 이 나라에서 태어났누…. 나갔다 오니 옷장에 올라가 있던 야옹이도 선풍기 앞에서 몸을 쭉 뻗고 있다. 잘했군, 잘했어. 흐뭇한 내 마음 아랑곳없이 그 이상한 놈이 도로 구석방에 들어가 버린다.



야옹이가 더위 먹으면 나만 손해니 창고에 넣어둔 선풍기를 꺼내 들고 쫓아 들어갈 수밖에. 올여름에 선풍기 한 대가 새로 생겨 세 대가 됐는데, 우리 집에 두 대면 충분하리라 생각해서 남는 것을 없앨 참이었거늘. 이래서 애 있는 집이랑 고양이 있는 집에 살림살이가 구질구질 느는가보다. 내 좁은 집에 시디플레이어가 두 대다. 원래는 한 대였는데 동네 중고물품 가게에 근사한 게 진열돼 있어 건져 왔다. 요즘은 음악을 스마트폰이나 컴퓨터로 듣기 때문에 음향기기들이 많이 버려진다고 한다.



내 원래 시디플레이어는 라디오 전파가 잘 안 잡혀서 아쉽던 차였는데, 새로 발견한 시디플레이어는 라디오도 잘 잡히고 소리가 어찌나 중후하던지 별 불만 없이 들었던 전의 소리가 어쩐지 2% 부족했던 듯 여겨졌다. 구매품에 대해 이후 두말 않는 조건으로 거저다시피 한 가격에 시디플레이어를 가져오면서 그 무게만큼이나 묵직한 희열로 가슴이 벅찼었다. 그런데 잘 작동하던 시디플레이어가 며칠 뒤 첫 곡만 들려주고 먹통이 돼 버린 것이다.



다른 기능은 멀쩡하면서 말이다. 할 수 없이 라디오나 카세트테이프로만 음악을 들었는데, 여름이 깊어 가니 도저히 참을 수 없어서 창고에 두었던 시디플레이어를 꺼내 엑스시디플레이와 현시디플레이어 두 대를 나란히 놓았다.벌써 몇 바퀴째인지 모르게 막 ‘모나코’를 마치고 ‘나의 젊음’으로 넘어가는 내 기특한 엑스시디플레이어. 사실 진작 누구에게라도 주려고 했는데 두 사람한테 거절당했다. 얼마나 다행인가. 아니었으면 어찌 내 여름 음악인 ‘보니 엠’과 ‘장 프랑수아 모리스’를 원도 한도 없이 돌리고 돌리며 들을 텐가.



그에게는 외국어인 영어와 모국어인 프랑스어를 두 가지 무르익은 열대 과일처럼 뒤섞으며 사랑을 노래하는 장 프랑수아 모리스의 목소리에 여름의 향기 물씬하다. 흥, 누구는 지중해 바닷가 섭씨 28도의 나무 그늘 아래서 달콤한 권태로 느즈러지고, 누구는 후끈 지열과 함께 피어 오르는 아스팔트 단내 속을 총총 걷는구나. 하긴 이 또한 여름의 향기 일레라.


〔조선일보〕

3. [김철중의 생로병사] 병원만 다니기엔 너무 아까운 老年

A씨는 77세 여성이다. 평생 미혼으로 살면서 40년 넘게 공직 생활을 했다. 퇴임 후 연금으로 그 나름대로 여유 있는 노후 생활을 하고 있다. A씨는 화려한 싱글의 원조였다. 뭐든 자신 있고, 독립적이었다. 일을 그만두고 몇 년간은 직장 생활로 맺어진 인맥도 있고, 이런저런 모임도 많아 바쁘게 살았다. 그러다 70대로 들어서면서 건강 문제가 조금씩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그녀의 생활은 180도 달라졌다. 쾌활, 낙천은 사라지고, 부정과 불안이 생활을 지배했다.

여기저기 증상이 생길 때마다 이 병원 저 병원 순례가 시작됐다. 배가 이유 없이 더부룩하고 쿡쿡 아프다, 기침이 자꾸 나온다, 혀가 다 갈라졌다, 눈이 시리다 등 다양한 호소가 쏟아졌다. 특별한 이상은 없는데, 검사만 자꾸 늘어났다. 사소한 신체 문제도 죄다 질병으로 여기며 '의사 의존형' 사람이 됐다. 평생 병원 신세 안 질 것 같던 씩씩함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이를 사회학 용어로 '메디컬리제이션(medicalization)'이라고 한다. 모든 증상을 치료 대상이라 생각하며 환자로 살아가는 것이다. 초기 고령 사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현상이다. 우리 사회가 지금 그 시기에 와 있다. 이는 난생처음 늙어 보는 불안감에서 비롯된다. 신체 고령화를 모르기 때문이고, 노화와 질병을 배울 기회가 없었던 까닭이다.

나이 들면 횡격막과 호흡에 쓰는 근육이 약해진다. 폐포와 폐 안의 모세혈관도 준다. 가만히 있어도 예전보다 산소가 적게 들어와 평소보다 과격하게 움직이면 숨이 찰 수 있다. 이건 질병이 아니다. 체내 산소량에 적응하면서 운동량을 꾸준히 늘리면 숨찬 증세는 좋아진다. 같은 이유로 기침도 약해진다. 미세 먼지 많은 날 기침이 자주 나온다는 호소는 되레 청신호다. 기침은 폐에 들어온 세균이나 이물질을 밖으로 나가게 하는 청소 효과를 내는데, 그런 날 기침이 있다는 것은 호흡 근육이 제대로 살아 있다는 의미다. 만성적 기침이 아니라면 병원을 찾을 이유는 없다.


고령에 위장은 더디게 움직인다. 탄성도 줄어서 음식이 조금 많이 들어오면 금세 부대낀다. 담즙 생산이 줄어 과거에 먹던 대로 기름진 고기를 먹으면 소화가 안 된다. 우유를 흡수하는 젖당 분해 효소도 덜 생산돼 과한 유제품으로 속이 거북하거나 가스가 찰 수 있다. 대장은 더 느리게 움직여서 변 덩어리를 만들어주는 식이섬유 섭취가 줄면 변비가 오기 쉽다. 이런 것은 고령 친화적 생활 습관으로 해결할 수 있다.

고령화 패턴을 알면 서로 편할 수 있다. 청력 감소가 그렇다. 나이 들수록 고음(高音)을 듣기 어려워진다. 노인성 난청일 때는 단어가 잘 안 들려 말하는 사람이 중얼거리는 것으로 오인하는데, 특히 모음보다 자음을 잘 못 듣는다. 자음은 단어를 식별하는 주된 소리인데, ㅋ·ㅌ·ㅍ·ㅊ 등 자음 대부분이 고음이다. 그래서 어르신들에게는 큰 소리로 말하기보다 자음을 또렷이 발음하는 것이 대화 소통에 도움이 된다. 청력이 많이 떨어진 부모에게 거실에서 "테레비 켤까요?" 하고 말하는 것보다 "에레비 결까요?" 말하면 입 모양과 모음을 듣고 더 잘 알아들을 수 있다. 대개 톤이 높은 딸보다 저음인 아들 말을 더 잘 알아듣는다. 물론 나중에는 저음도 듣기 어려워진다. 고령자는 귀지가 쌓여 청력을 방해하는 경향이 있고, 굵은 털이 귀 안에서 자랄 수 있다는 점도 알아두면 좋다.

노화 현상을 모르면 노년의 건강을 망칠 수도 있다. 나이 들면 음식을 삼킬 때마다 인후가 기도 뚜껑을 닫는 조화로움이 둔해진다. 노인들이 자주 사레들리는 이유다. 게다가 노년의 골 감소증은 어느 정도는 숙명인데, 목뼈에 골다공증이 오면 머리가 앞으로 점차 숙는다. 이는 기도를 덮는 인후를 압박한다. 사레들리기 쉬운 상태에서 아무 생각 없이 기름 바른 인절미나 조랑 떡, 한입에 쏙 들어가는 젤리 등을 드시게 하다간 사달 나기 십상이다.

무심코 건넨 건강 보조 약물이 몸을 그르칠 수 있다. 고령에는 간(肝) 세포 수가 줄고, 간으로 흐르는 피가 줄어든다. 화학 공정 역할을 하는 간 효소의 효율성도 떨어진다. 그 결과 약물 대사가 늘어지고, 체내 잔존량이 늘어나 약화(藥禍)가 일어날 수 있다. 어르신에게 섣부른 약 선물은 위험한 행동이다.

인생 마무리 시기를 병원만 돌아다니며 지낼 수는 없다. 인생 마지막인 죽음 장소마저 병원에 의존하지 않는가. 메디컬리제이션에서 벗어나 독립적이고 주체적인 삶을 만들어가야 한다. 그러려면 병을 보는 지식과 삶을 아는 지혜가 필요하다. 요즘 고등학교 의무교육을 말하는데, 고령 사회를 맞아 노년 교육 의무화가 더 시급하지 싶다.


〔동아일보〕

4. [노지현의 뉴스룸]정규직화, 그 후 5년

공교로운 일일지 모르지만 대선 일주일쯤 전인 5월 초 각종 여론조사가 문재인 후보의 당선 가능성이 높다는 결과를 낼 무렵 주요 중앙부처 공무원들이 서울시를 찾았다. 당시 문 후보 노동 및 일자리 공약의 핵심이 서울시 관련 정책과 겹치는 만큼 미리 내용과 자료를 검토해 보기 위해서라는 추측이 돌았다. 중앙부처가 지방자치단체의 정책을 ‘배우러’ 오는 일은 아주 드물다.

문재인 후보가 결국 당선됐다. 당시 공약으로 내세운 공공일자리 부문 늘리기도 현실화되고 있다.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는 6일 코레일, 한국마사회를 비롯한 33개 공공기관 간부를 소집해 ‘새 정부의 일자리 정책과 공공기관의 역할’이란 주제로 간담회를 열었다. 정부는 앞으로 공공기관이 자체 비정규직을 얼마나 정규직화해 나가는지 점검할 것이다.

현 정부의 벤치마킹 대상인 서울시는 2012년 3월 ‘서울시 공공부문 비정규직 고용 개선 대책’을 발표하고 서울시 본청과 사업소, 투자·출연기관 소속 비정규직 8000여 명에 대한 정규직화를 추진했다. 또 서울교통공사 서울주택도시공사 등 투자·출연기관 11곳의 무기 계약직 2435명을 전원 정규직화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지난 5년 동안 약 1만 명이 정규직으로 전환된 것이다.

2006년 이른바 비정규직법이 국회를 통과한 뒤로 비정규직 문제는 10년 넘게 사회문제로 부각됐다. 따라서 서울시의 ‘5년의 실험’은 정책 자료로서 중요한 의미가 있다.우선 외주업체가 중간에서 수수료로 받던 돈을 근로자가 일부 갖고 가게 됐다. 서울시 분석 결과에 따르면 외주업체에 일을 넘겼을 때의 중개 비용이 근로자에게 나눠지면서 서울시가 부담한 추가 예산은 없었다. 또 비정규직이 무기 계약직으로 전환돼 임금이 평균적으로 올랐다. 신분에 불안을 느끼던 근로자가 좀 더 일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생각하지 못한 갈등이 생길 수도 있다. 무기 계약직으로 전환된 사람들은 과거보다는 처우가 좋아졌다고 느끼지만 여전히 ‘불평등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한다. 정규직 직원과의 임금 및 인사에서 차이를 느낄 때 더욱 그렇다고 한다. 특히 정규직과 비슷한 업무를 하는 사람일수록 이런 불만의 강도가 더 큰 경우도 생긴다고 한다. 정규직도, 비정규직도 아닌 ‘중(中)규직’이라고 자조적으로 말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렇다고 처우와 보상을 다 동등하게 해주기도 어렵다. 지방고시를 치고 들어온 정규직 공무원들의 불만도 만만치 않아서다. 이들에게선 ‘직렬이 같더라도 들어온 방식이 다른데 무분별한 정규직화는 역차별 아니냐’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자원은 한정돼 있다 보니 결국 자기 몫을 빼앗긴다고 생각하는 기존 ‘내부자들’을 어떻게 달래느냐가 문제인 셈이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에서 기간제 교사나 학교급식 노동자 같은 비정규직 근로자를 위해 앞장서는 데 반대하는 조합원들이 생기는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매년 정규직 전환을 해도 비정규직은 계속 나올 수밖에 없는 구조도 고민이다. 업무를 외주하는 것 자체를 막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결국 ‘쟤는 왜 정규직으로 전환해 주고 나는 해주지 않느냐’는 불만은 항상 나올 수밖에 없다.“직군과 업무 내용에 맞춰 정규직화를 해야 한다.” “정규직화는 시작일 뿐 조직 통합 후 임금과 인사 제도 개편까지 헤쳐 나가야 할 길이 험하다.” 5년 먼저 ‘비정상의 정상화’를 경험해 본 서울시 공무원들의 조심스러운 제언이다.


〔중앙일보〕

​5. [분수대] 외제차 트집

“부부 모두 대형 외제차를 타고 있다. 중소기업 근로자 연봉의 서너 배가 넘는 고가의 외제차를 몰고 다니는 것이 문재인 정부의 국정철학과 맞나.” 지난 9일 곽대훈 자유한국당 의원이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후보자에게 제기한 ‘자질론’이다. 엉뚱하고 뜬금없다. 우선 외제차 타는 게 대수롭지 않아졌다. 지난해 한국에서 팔린 외제차만 22만여 대다. 전체 자동차 등록대수의 15%에 가깝다.



​BMW나 아우디는 ‘강남 쏘나타’로 불린다. 그런데 외제차 탄다고 타박하다니 번지수를 한참 벗어났다. 더구나 백 후보자는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되려는 사람이다. 철강과 더불어 자동차 무역역조를 문제 삼는 트럼프의 미국과 상대해야 한다. 장관이 돼도 일부러 외제차를 타야 할지 모른다. 김대중 대통령 시절 때도 미국의 압박이 심했다. 그래서 당시 김영호 산자부 장관과 한덕수 통상교섭본부장은 일부러 외제차를 관용차로 썼다.

청문회 때 한국당의 외제차 타령은 또 있었다. 지난 4일 유영민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후보자 청문회 때다. 이은권 한국당 의원이 “BMW와 벤츠 등 외제차를 두 대 가지고 있는데 어떤 연유에서 외제차를 타게 됐는가”고 물었다. 비난하는 말투였다. 유 후보자는 금세 “국민정서에 맞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송구스럽다”고 사과했다. 그런데 뒤에 나온 강효상 한국당 의원이 유 후보자가 사과한다고 타박했다. ‘요즘 세상에 외제차 타는 게 대수냐’는 취지였다. 그는 “미래부 장관이 외제차를 탄다고 국회에서 사과했다는 건 정말 글로벌 마인드가 안 돼 있는 창피한 수준이고 해외 토픽감”이라고 비판했다. 백번 맞는 말이다.

현대·기아차의 올해 글로벌 판매 목표는 825만 대다. 이 중 내수 판매는 100만 대 남짓이다. 나머지 700만 대는 외국에 판다. 한국의 자동차산업은 이미 유치산업 단계를 훌쩍 벗어나 글로벌 메이커와 경쟁하고 있다. 그런데 이런 나라 장관 청문회에서 아직도 ‘왜 국산차를 타지 않느냐’는 힐난이 나온다. 글로벌 마인드도 없고 소비자 권리에 대한 의식도 없다. 그것도 시장경제와 자유무역을 옹호한다는 한국당 소속 의원들의 발언들이다. 보수의 미래가 1970년대식 ‘국산품 애용’에 달려 있는 건지 한번쯤 되새겨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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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늙은최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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