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러두기 : 이 자료는 교육용으로 쓰기 위해 편집한 것이며 상업적 목적은 일절 없습니다. 선정된 사설의 정치적 성향은 본인의 성향과는 무관함을 알려 드립니다. 사 설은 각 신문사의 정치적인 입장을 대변하기 때문에 글의 논거 자체를 찾아서 읽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비판적인 입장에서 상대방 논거의 문제점을 찾아보는 작업도 함께 해 본다면 당신은 한 쟁점에 대해 다각적인 사고를 형성할 수 있을 것입니다.
* 오늘의 주요 이슈
■ 성완종 리스트 수사 ■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과 금융당국의 비리 ■ 세월호 참사 1주년 ■ 노동시장 구조개혁 ■ 이완구 총리 국정운영 차질 |
*오늘의 주요 신문사설&칼럼
■ 성완종 리스트 수사
[중앙일보 사설-20150420월] 성완종 리스트 수사, 루머에 현혹되지 말아야
‘성 완종 리스트’는 정치지형을 바꿀 좋은 재료다. 고비용-저효율의 정치시스템을 확 바꾸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정치권과 재계의 부패 연결고리를 끊는다는 근사한 명분도 갖고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사건의 실체적 진실부터 모두 밝혀져야 한다. 검찰도 수사의 투명성을 보여줘야 한다. 리스트에 그만큼 무서운 폭발력이 잠재돼 있기 때문이다. 국민들이 “수사팀에 전권(全權)을 주라”고 요구하는 이유다.
하지만 수사 여건은 만만치 않다. 정치권과 SNS 등에서 횡행하는 여러 종류의 성완종 리스트가 국민들을 헷갈리게 하고 있다. 그 진원지는 정치권과 그 주변으로 보인다. 여당은 여당대로, 야당은 야당대로 정략적으로 사건을 해석하고 있다. 덩달아 ‘찌라시’ 수준의 분석과 전망이 그럴듯하게 확대 재생산되고 있다. 성 전 회장의 메모 속 8명 외에 또 다른 유력 정치인들의 비리 의혹 소문도 그중 하나다.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에 대한 과거 수사도 거론되고 있다. 당시 축적됐던 친노(親盧) 정치인들의 비리 의혹에 대한 수사가 재개될 것이란 소문이다.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이 박연차 게이트를 수사했던 과거까지 엮어 밑도 끝도 없는 얘기가 춤을 추고 있다.
이런 루머의 사실 여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검찰의 수사 절차를 고려할 때 진실과 거리가 있어 보인다. 성 전 회장의 55자 메모가 공개되고 이틀이 지나 구성된 문무일 수사팀은 지난주 경남기업 등을 압수수색했다. 수사팀은 이번주부터 성 전 회장 측근들을 소환해 로비 리스트를 입증하기 위한 수사를 벌일 방침이다. 이완구 총리와 홍준표 경남지사 등의 주변인들에 대한 소환 조사도 시작될 전망이다.
돌이켜 보면 대형 스캔들 수사 때마다 수많은 살생부(殺生簿)가 관행적으로 떠돌아다녔다. 하지만 실체가 드러난 적은 없었다. 오히려 검찰 수사에 혼선만 줬을 뿐이다. 수사팀은 확인되지 않은 리스트에 현혹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우선 8명에 대한 수사에 집중해 줄 것을 촉구한다. 수사 과정에서 추가로 드러나는 다른 사람들의 범법행위는 그 이후 수사해도 늦지 않다.
[서울신문 사설-20150420월] ‘성완종 파문’에서 드러난 정치자금법의 허점
‘성 완종 사건’으로 정치자금의 투명성 강화가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성 전 경남기업 회장이 여야 정치인들에게 ‘제3자 동원’ 또는 ‘후원금 쪼개기’ 방식으로 정치자금을 줬다는 정황이 드러나면서 법적 허점을 제도적으로 보완해야 한다는 여론이 일고 있는 것이다. 특히 여야 실세 권력들에게 편법 정치자금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는 고액 정치후원금 가운데 상당 부분이 인적사항을 기재하지 않거나 부실 기재하는 사례가 심심치 않게 나타나고 있다.
성 전 회장이 다양한 방법을 통해 여야 정치인들에게 후원금을 전달한 의혹이 제기됐지만 지난 2004년부터 2014년까지 10년간 국회의원들의 고액 후원자 명단에서 ‘성완종’, ‘경남기업’, ‘대아건설’ 등으로 후원이 이뤄진 경우는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 현행법상 1회 30만원, 연간 300만원을 초과하는 고액 후원금을 제공하더라도 주소, 주민번호, 직업 등 인적사항을 기재하지 않거나 부실 기재한 경우 제재 규정은 전혀 없다. 일례로 경남기업 임원들이 국회의원들에게 후원금을 건네면서 직업란에 ‘회사원’, ‘고향 후배’ 등으로 기재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현행 제도로는 이런 행위를 제재할 방법이 없기 때문에 투명성 확보 차원에서 후원 기부자의 인적사항을 보다 명확하게 기재할 필요가 있다.
정 치 후원 및 기부제도를 엄격히 하게 되면 정치참여 통로가 제한될 수도 있다는 지적도 나오지만 현행 ‘미흡한 투명성’이 검은돈 전달 수단으로 악용되고 정치 부패의 온상이 되는 현상은 반드시 막아야 한다는 것이 국민의 시각이다. 이런 맥락에서 정치후원을 광범위하게 인정하되 그 내용(후원자, 액수, 사용처)을 상시 공개하는 방안도 설득력이 있다. 미국이나 선진국의 경우 모든 정치인과 고위공직자가 받은 자금 내용을 낱낱이 공개하도록 돼 있다. 액수가 크든 작든 모든 내용을 인터넷 등을 통해 공개해 유권자들이 직접 판단하도록 하기 위함이다.
정 치자금의 투명성은 치밀하게 확보돼야 한다. 예외 없이 모든 내용을 관계기관에 보고하고 공개하는 것이 원칙이다. 유권자들이 그 적절성을 판단하고 다음 선거에 참고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대의 민주주의의 성패는 정치자금의 투명성에 달렸고 최종적으로 선거를 통해 심판을 내리는 유권자에게 달린 것이다. 이번에도 입법권을 쥐고 있는 국회의원들이 자신들에게 불리한 정치자금법 개정 자체를 외면할 가능성이 크다. 결국 국민이 나서서 제2의 성완종 파문을 막는 방법을 찾을 수밖에 없다.
■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과 금융당국의 비리
[중앙일보 사설-20150420월] 성완종이 부른다고 날름 달려간 금융당국 관계자
성 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은 2012년 국회의원에 당선된 후 의원직을 잃은 지난해 6월까지 정무위원회에서 활동했다. 정무위는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을 피감 기관으로 두고 있어 금융권에 미치는 영향력이 막강하다. 당시 주식백지신탁위원회는 성 전 회장이 보유한 경남기업 주식이 직무 연관성이 있기 때문에 정무위에서 활동하려면 지분을 매각하거나 백지신탁하라고 결정했다. 하지만 성 전 회장은 이에 불복, 행정소송을 내고 버티면서 정무위원직을 유지했다. 당시에도 그가 왜 그렇게까지 정무위원직에 집착하는지 의구심을 가진 이들이 많았다.
성 전 회장의 과거 행적이 드러나면서 의문도 풀리고 있다. 덩달아 한심한 금융당국의 행태도 낱낱이 드러나고 있다. 성 전 회장은 정무위원 시절 금융당국과 채권단을 상대로 경남기업에 대한 특혜와 무리한 지원을 끊임없이 요구했다. 당시 경남기업은 이미 자기자본을 많이 까먹은 상태였다. 2013년엔 순손실이 3395억원에 달했다. 그런데도 신한은행 등에서 900억원을 추가대출 받았다. 2013년 10월 워크아웃에 들어간 뒤에도 모두 6300억원을 지원받았다.
그뿐만이 아니다. 워크아웃 기업엔 당연히 따라야 할 대주주 주식의 지분축소(감자)도 없었다. 심지어는 성 전 회장에게 기업 회생 후 주식을 먼저 살 수 있도록 하는 우선매수청구권까지 쥐어줬다. 이렇게 해서 금융권이 빌려준 돈이 모두 1조3000억원이다. 국책은행인 수출입은행이 5270억원으로 가장 많다. 결국 이 돈은 국민 세금으로 메워야 하게 생겼다. 그런데도 금융당국은 꿀 먹은 벙어리처럼 가만있었다. 아니 되레 적극적으로 경남기업을 비호·지원한 흔적까지 남겼다.
상식을 깨는 이런 일들이 어떻게 가능했을까. 정무위원직이 열쇠였다. 성 전 회장은 경남기업의 3차 워크아웃을 앞두고 신제윤 금융위원장, 최수현 금융감독원장을 각각 만났다. 당시 워크아웃 담당 국장이던 김진수 금감원 전 부원장보는 아예 국회 의원회관 자신의 방으로 불렀다. 무슨 얘기, 무슨 민원을 할지 뻔히 예상되는 상황에서 부른다고 날름 달려간 인사들은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 그런데도 해당 인사들은 하나같이 “국회 정무위원이 만나자는데 어떻게 거절하느냐”며 “외압을 받아 특혜를 준 것은 없다”고 해명하고 있다고 한다. 누가 그 말을 믿겠는가.
당장 금융당국은 경남기업 워크아웃 전 과정에 대해 철저히 재조사해야 한다. 손실이 뻔한 대출을 해준 은행 관계자들은 누구인지, 누구의 청탁을 받았는지 낱낱이 밝혀 처벌해야 한다. 금융당국도 책임을 피할 수 없다. 감사원은 이미 지난 2월 경남기업 부당지원 의혹이 있다며 관련 보고서를 검찰에 제출했다. 검찰은 금융당국 외압설에 대해서도 철저히 수사하기 바란다.
무엇보다 국회가 대오각성해야 한다. 새누리당 지도부는 직무 연관성이 문제가 됐는데도 성 전 회장을 정무위에 배정했다. 그가 사익을 추구하고 부당 압력을 행사하도록 눈감아 준 셈이다. 이번 기회에 국회는 국회의원이 자신의 사적 이익과 관련된 법안·예산·상임위에는 아예 간여할 수 없도록 차단하는 방안부터 마련하라.
[서울신문 사설-20150420월] 경남기업에 거액 날린 금융권 책임도 가려야
‘성 완종 리스트’가 정치권을 강타하고 있으나 수사당국이 간과해선 안 될 대목은 따로 있다고 본다. 금융권을 상대로 한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로비와 그 과정에서의 불·탈법이다. 성 전 회장이 정치권과의 연줄 쌓기에 공을 들인 주된 배경도 따지고 보면 결국 자신의 기업 활동에 유리한 환경을 구축하기 위함이었다고 할 것이다. 다시 말해 그의 주된 로비 목표는 정치권이 아니라 금융권이었으며, 따라서 적지 않은 불법 로비가 금융권을 상대로 펼쳐졌을 것으로 보는 게 순리일 것이다.
법 정관리에 들어간 경남기업의 채무는 무려 1조 3000억원에 이른다. 수출입은행이 5207억원으로 가장 많고 신한은행(1761억원), 산업은행(600억원), 농협은행(522억원), 국민은행(421억원), 우리은행(356억원)이 뒤를 잇는다. 법정관리 기업의 채권원금 회수율이 대개 20% 안팎인 점을 고려하면 이들 은행은 무려 1조원 정도를 떼일 상황이다. 국민 세금이나 은행 고객들의 지갑으로 메워야 할 돈이 1조원에 이르는 셈인 것이다. 경남기업과 이들 금융사 간 거래의 적실 여부를 철저히 따져야 함은 물론 그 과정에서 어떤 불·탈법이 벌어졌는지 낱낱이 파헤쳐 민·형사 책임을 물어야 마땅한 일이다.
성 전 회장이 남긴 이른바 ‘성완종 비망록’엔 비리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져 있다. 특히 성 전 회장이 19대 국회의원에 당선돼 정무위원으로 활동을 시작한 2012년부터 경남기업이 3차 워크아웃에 들어간 2013년 10월을 전후로 집중적인 금융권 로비가 펼쳐졌던 것으로 파악된다. 이 기간 그가 만났다고 비망록에 기록된 금융권 수장만 해도 수두룩하다. 최수현 당시 금융감독원장, 김진수(당시 담당 국장) 전 금감원 부원장보, 김용환 당시 수출입은행장, 임종룡(당시 NH농협지주 회장) 금융위원장, 이팔성 당시 우리은행지주 회장 등이 대표적이다. 금융권에서 흘러나오는 증언들은 당시 성 전 회장이 국회 정무위원의 지위를 이용해 무담보 대출을 요구하거나 워크아웃 대상에서 빼달라는 압력을 무차별적으로 가했다는 것 등이다.
그 의 전방위 로비는 실제로 납득하기 어려운 특혜로 이어졌다. 이미 자본잠식 상태나 다름없는 경남기업에 신한은행은 3차 워크아웃 직전 900억원을 대출해 줬다. 워크아웃 과정에서도 채권단은 1000억원을 출자 전환하면서 주식을 할인 없이 액면가(5000원)에 받았을 뿐 아니라 무상감자(주식 소각)를 하지 않았는데도 경영이 정상화할 경우 성 전 회장이 주식을 우선적으로 살 수 있는 우선매수청구권을 줬다. 심지어 지난해 2월에는 채권단이 6300억원을 경남기업에 지원하기로 하는 내용의 경영정상화 계획 이행 약정을 체결하기도 했다. 하나같이 ‘든든한 배경’ 없이는 성립하기 어려운 일들이다. 실제로 지난해 1월 신한은행의 경남기업 실사 과정에서 금감원 고위 관계자가 성 전 회장의 의견을 긍정적으로 반영하라고 요구한 정황이 감사원 감사를 통해 드러나기도 했다.
‘성완종 사건’의 본질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 정치권에 대한 그의 금품 로비 너머로 자행된 불·탈법 금융거래의 추한 민낯과 관치금융의 적폐를 직시해야 한다.
■ 세월호 참사 1주년
[한겨레신문 사설-20150420월] 우선순위 실종된 ‘대통령 외교’
세 월호 참사 1주기인 16일, 최장기인 9박12일간의 콜롬비아·페루·칠레·브라질 4개국 순방에 나선 박근혜 대통령이 한창 정상외교를 하는 중이다. 대통령이 비행기로 거의 하루를 날아가야 도착하는 남미까지 방문해 국익을 위해 헌신하겠다는 뜻을 폄하할 생각은 없으나 그 일정이 우리가 당면하고 있는 외교 우선순위에 맞는 것인지는 심각하게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세 월호 참사 1주기와 성완종 파문의 와중이라는 국내정치적 요인을 간과한 무신경한 방문일정이라는 비난은 차치하더라도, 지금 우리나라를 둘러싼 외교 환경이 대통령이 열흘 이상이나 남미에서 시간을 보낼 정도로 한가한지 의문이 많다. 우선 대통령의 남미 순방이, 그와 겹치는 기간인 19~23일 인도네시아에서 열리는 아시아·아프리카회의(반둥회의) 60돌 기념행사보다 얼마나 어떻게 중요한지 모르겠다. 반둥회의는 미국과 옛 소련의 진영에 가담하길 거부했던 아시아·아프리카의 개발도상국들이 모여 한목소리를 내고자 했던 비동맹회의의 모태로, 국제사회에 큰 족적을 남긴 바 있다. 이번 기념행사에 중국의 시진핑 주석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 북한의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의장이 참석하는 것만 봐도 그 비중과 의미를 알 수 있다. 더구나 아베 총리는 여기서 역사인식과 관련한 연설을 할 예정이라고 하는데, 우린 외교의 문외한이라고 할 수 있는 황우여 교육부총리를 특사로 파견한다니 너무 긴장감이 없어 보인다.
또 지금은 아베 총리의 4월말 미국 방문을 앞두고 미국 주도로 한-미-일 삼각동맹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한 시기다. 16~17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에서는 한-미-일 외교차관 회담과 3국 국방부 차관보급이 참가한 3자 안보토의(DTT)가 잇달아 열렸다. 주로 미-일 동맹의 강화 흐름에 우리를 어떻게 끌어들이느냐를 주제로 한 성격의 모임이라 할 수 있다.
남미야 엎질러진 물이 됐지만, 중요하고 골치 아픈 문제는 피하고 쉽고 빛날 일만 골라 하는 정상외교론 국익을 지킬 수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중앙일보 사설-20150420월] 세월호 추모와 폭력시위는 구분해야 한다
우 리는 왜 슬픈 ‘세월호 1주기’를 희생자에 대한 경건한 추모와 애도의 정으로 보내지 못하는가. 대한민국 국민의 수준과 실력은 정말 이 정도밖에 안 되는가. 세월호 1주기인 16일부터 주말로 이어진 추모집회는 결국 폭력시위로 변질됐다. 지난 주말 서울 광화문광장에 모였던 8000여 명(경찰청 집계)은 추모를 넘어 시위에 가담해 ‘박근혜 퇴진’ 구호를 외치고, 일부 시위대는 경찰버스를 부수고 태극기를 불태우기도 했으며, 경찰은 캡사이신과 물대포로 대응하는 등 전형적 폭력시위 양상으로 번졌다. 이 과정에서 세월호 희생자의 어머니가 갈비뼈가 부러지는 부상을 입었고, 의경과 시위대의 부상자도 속출했으며, 100여 명이 경찰에 연행됐다.
우리는 추모집회를 폭력시위로 끌고 간 데에는 외부 세력의 개입이 있었음에 주목한다. 이날 시위를 이끈 세월호 참사 국민대책회의와 4·16연대의 주도 세력 중엔 2008년 광우병 시위를 이끌었거나 일부 좌파 단체 인사가 상당수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연행된 100여 명 중 80여 명이 유족이 아닌 일반인이거나 외부 단체 소속이라고 밝혔다. 전문 시위꾼들이 세월호 유족들의 비극을 사회갈등 유발과 반정부 투쟁의 수단으로 이용하는 ‘비인도적 행태’를 더 이상 두고 봐선 안 된다.
물론 세월호 희생자 가족들이 상처를 치유받기는커녕 여전히 분노할 수밖에 없는 상황은 이해한다. 정부를 포함한 우리 사회가 반성하고 고쳐야 할 부분은 차고 넘친다. 하지만 이를 빌미로 희생자 가족들을 반정부 폭력시위로 끌어들여 일반 시민들과 이간질하는 불순한 세력까지 용납할 수는 없다. 추모와 시위는 분명히 구분돼야 한다. 희생자 가족들도 대통령이 “가능한 한 이른 시일 안에 선체 인양에 나서고, 세월호특별법 시행령에 대해서도 유족들과 조율해 고치라”고 한 만큼 이젠 대화와 타협을 통해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한다. 희생자 가족들이 사회갈등을 부추기는 전문 시위꾼들에게 이용당하는 것을 안타깝게 바라보며 우려하는 시민이 많다. 이젠 갈등이 아닌 치유의 길을 찾아야 한다.
■ 노동시장 구조개혁
[한국일보 사설-20150420월] 정부ㆍ노동계, 치킨게임 대신 대화 나서라
노 동시장 구조개혁을 둘러싸고 정부와 노동계가 정면 충돌할 조짐이다. 민주노총이 24일부터 총파업을 하기로 결의했고, 한국노총도 내달 전국 3,000여 단위노조 찬반 투표를 거쳐 늦어도 6월 초에는 총파업에 돌입할 태세다. 정부는 검찰 등을 동원해 불법파업으로 피해를 빚은 개별 사업장 노조와 민주노총 지도부를 업무방해죄로 형사처벌하고 핵심 주동자는 구속하겠다는 방침이다.
지 난해 말 시작된 노동개혁 논의는 지난 8일 한국노총이 자신들이 제시한 ‘5대 수용불가 항목’에 대한 정부ㆍ경영자측 철회 요구를 이유로 노동시장구조개혁특위 불참과 노사정 대타협 결렬을 선언, 막을 내렸다. 이후 김대환 노사정위원장이 청와대에 사퇴서를 내는 등의 파행이 잇따랐다. 그 동안의 논의에서 노동시간 단축이나 통상임금 법제화 등 몇 가지 현안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의견 접근이 이뤄졌지만, 노동계는 이마저 부인하고 있다. 급작스럽게 터진 ‘성완종 리스트’파문과 ‘세월호 참사 1주기’로 정부가 수세에 몰리고, 당ㆍ정ㆍ청 정책협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당초 계획했던 정부의 독자 개혁안 추진도 당분간 어려운 실정이다.
특 히 이번 총파업은 18년 만에 처음으로 양대 노총이 함께할 가능성이 커서 경제에 짙은그늘을 드리울 전망이다. 전국공무원노조와 전국교직원노조도 공무원연금개혁에 반대하는 차원에서 파업에 동참한다고 한다. 안 그래도 비틀거리는 경제에 커다란 짐을 얹는 것과 다를 바 없다.
그 동안의 논의에서는 정부와 노동계 모두 대화를 하겠다는 자세와 노력이 부족했다. 일차적 책임은 정부에 있다. 근로기준법의 핵심영역을 개혁하겠다는 거창한 목표에 걸맞은 협상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노동계 반발을 감안한 적절한 대안도 없었다. 물론 노동계도 ‘5대 수용 불가 사항’을 지나치게 고집한 측면이 있다. 조직의 이익에 과다하게 집착해서야 이해가 다른 상대와의 접점 마련은 불가능하다. 한편으로 재계도 뚜렷한 양보 자세를 보이지 못했다. 국회가 숨어서 아예 모습을 보이지 않은 것도 지우기 힘든 오점이다.
노 동시장 개혁은 하루아침에 이룰 수 없다. 또한 특위의 활동시한은 9월까지다. 노동계도 파업이 최선의 선택이 아님을 알고 있을 것이고, 정부가 현장지도 등을 통해 노동계 약점을 파고 들면서 주동자 구속수사 운운하는 것도 부자연스럽다. 양측 모두 이렇게 힘으로 맞서다가는 결국 공동 파국을 부를 뿐이다. 양측이 즉각 현재의 치킨게임에서 발을 빼야 할 이유다. 문제 해결의 방법은 역시 대화와 협상뿐이다. 노사정이 다시 협상 테이블로 나와 얼굴을 맞대길 촉구한다.
[한국경제신문 사설-20150420월] 기업도 아닌 정부가 왜 '해고 기준' 만지작거리나
정 부의 노동개혁 방향과 내용이 영 엉뚱하게 돌아가고 있다. ‘성과 낮은 근로자에 대한 해고 기준’이 노·사·정 안건에 포함된 것도 문제였는데 아예 정부가 구체 내용을 정하겠다는 것이다. 지난 주말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은 소위 일반해고의 명확한 기준을 6월까지 내놓겠다고 밝혔다. 그는 “일부 사업장에서 합리적인 원칙이나 기준 없이 희망퇴직을 내세운 구조조정을 하거나 징계해고 형식을 빌린 일반해고가 빈발하고 있다”며 “불필요한 노사갈등을 막기 위해 기준을 명확히 하려는 것”이라고 부연설명까지 했다.
이 장관의 발상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취업이나 해고는 기업의 자율에 속하는 사항이어서 정부가 기준을 놓고 왈가왈부할 일이 아니다. 통상임금 논란도 그렇게 시작됐다. 정부가 통상임금 기준이라는 것을 굳이 만들어 결과적으로 산업계에 그렇게 큰 충격을 주더니 이제는 해고 조건에까지 끼어들어 작동하지도 않을 기준을 만든다는 것이다. 정부가 일반 해고기준이란 걸 만든다고 법원이 이를 존중해줄 것도 아니다. 해고는 고용과 마찬가지로 기업이 사정에 따라 할 일일 뿐 정부가 그 기준을 정할 수는 없다. 그것은 정부가 고용의 기준을 정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애 초부터 노사의 자율적인 계약에 맡기면 그만인 일이다. 해고기준이라는 것을 세워 놓으면 지금도 연간 1만3000건에 달하는 해고소송이 그로 인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무소불능의 노조 파워, 정규직·비정규직 격차 등 노동계의 불균형, 경직된 고용시스템이 노동개혁의 대상이다. 노동시장에 맡겨두는 것이 노동개혁이다. 그런 일을 정부가 시시콜콜 관여하고 자세한 규정을 세우면서 관치 노동시장을 만들어온 것이 지금까지 문제의 핵심이었다. 그것을 개혁하자는 것인데, 여기에 다시 해고 가이드라인을 만들겠다고 한다. 한 번 기준을 만들어 놓으면 선거 때마다 그 기준을 놓고 포퓰리즘이 극성을 부릴 것이고 그렇게 되면 해고 자체가 점차 무력화하고 만다. 정부는 대체 생각이 있기는 한 것인가.
■ 이완구 총리 국정운영 차질
[한겨레신문 사설-20150420월] ‘이완구 덫’에 걸린 국정, 마냥 방치할 셈인가
국 무총리 자리에 대한 이완구씨의 집착과 여권의 무대책이 대통령 부재와 맞물리면서, 우려했던 대로 국정 공백과 국회 마비의 상황으로 달려가는 느낌이다. 청와대와 정부, 새누리당은 19일 오후 당정청 협의회를 열어 주요 현안을 논의했다. 그러나 김무성 당대표와 이완구 총리, 이병기 청와대 비서실장이 참석한 회의는 아니다. ‘성완종 리스트’ 파문 이후 고위급 협의를 하지 않기로 했다고 하지만, 대통령이 해외순방 중인 상황에서 당정청의 책임자가 얼굴을 맞대는 게 이상할 정도로 지금 상황은 정상이 아니다.
그 래서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 주재로 실무협의를 했지만, 이런 상태에서 국정 논의가 제대로 될 리 없다. 논의 주제인 공무원연금 개혁이나 노동시장 구조개편 문제 모두 사회적 합의가 중요한 사안들이다. 그런데 국무총리는 권위와 신뢰를 잃고 새누리당 역시 이런 총리를 큰 정치적 부담으로 여기는 상황에서 누가 국정 현안을 책임지고 이끌어 나가려 하겠는가. 박근혜 대통령이 귀국할 때까지 열번 백번 당정청 협의를 해도 주요 국정 현안의 진전을 기대하긴 어려울 것이다.
국 회 역시 다르지 않다. 가까스로 활동기간을 연장한 자원외교 국정조사특위는 ‘성완종 리스트’ 파문의 직격탄을 맞았고, 국회 상임위 활동 역시 현 정국의 무게에 눌려 버린 상태다. 여기에 새정치민주연합은 이완구 총리 해임건의안을 제출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과 거 야당이 국무총리 해임건의안을 제출한 적이 여러 번 있지만 대부분 표결까지 가지 않았고, 표결까지 가더라도 모두 부결됐다. 그래서 야당의 행동을 단순한 정치공세로 보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이완구 총리 해임건의안 문제는 여당인 새누리당 내부에서도 상당수 의원이 공감을 표시한다는 점에서 과거와는 상황이 본질적으로 다르다. 새누리당 지도부 역시 속으론 총리 사퇴가 불가피하다는 점을 인정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대통령과 총리의 체면을 생각해 ‘박근혜 대통령 귀국 때까지는 현 상태를 유지하자’고 하는 게 과연 국민을 위한 선택인지 깊이 고민해야 한다.
지 금의 국정 혼란과 혼선을 끝낼 책임은 우선 이완구 총리 자신에게 있다. 해임건의안 표결로 더 큰 혼란이 오기 전에 스스로 물러나는 게 최선이다. 여당인 새누리당은 ‘대통령 부재’를 탓하지 말고 하루빨리 국정을 정상화할 수 있는 길이 무엇인지 생각해야 한다. 이미 민심은 기울었다. ‘시한부 총리의 덫’에 걸려 행정부에 이어 국회까지 파행시킬 수는 없지 않은가.
[경향신문 사설-20150420월] 이완구 총리의 4·19 기념사를 듣는 불편함
이 완구 국무총리가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으로부터 3000만원의 불법 자금을 받았다는 믿을 만한 증언이 있었고 불법 자금 수수 현장을 목격했다는 여러 사람의 목격담도 나왔다. 검찰은 그의 계좌를 추적 중이고, 야당은 물론 여당 일각에서도 그의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거듭 강조하지만 이런 현실에서 그가 내각의 지휘자로서 또한 부패 척결의 사령탑으로서 도덕적, 정치적 권위를 행사하기는 어렵다. 박근혜 대통령이 부패 척결을 주요 국정과제로 제시했고, 이 총리 역시 자기 최우선 임무를 부패 척결로 천명한 조건에서는 더 말할 나위가 없다.
이 총리는 총리로서 대통령을 보좌하며, 행정에 관하여 대통령의 명을 받아 행정 각부를 통할하기 위해 필요한 도덕적 정당성, 정치적 권위를 지니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도 그는 거듭 “국정이 흔들림 없이 가야 한다. 국정을 챙기겠다”면서 총리직 고수 의사를 표시했다. 그는 자신이 총리 자리를 하루라도 더 지키고 있는 것이 얼마나 이상한 일인지 잘 모르고 있는 것 같다. 정당성을 상실한 내각의 지휘자는 아무런 역할도 할 수 없다는 사실은 어제 그가 4·19혁명 유공자와 유가족들이 참석한 4·19혁명 기념식에서 정부를 대표해 기념사를 했을 때도 확인할 수 있었다.
그 는 기념사에서 “부정과 불의에 맞선” 민주 영령과 “자유롭고 정의로운 나라”를 거론했다. 그때 그의 얼굴을 들여다보게 된다. “국가의 품격” “세계 속에서 당당한 선진사회”를 말할 때는 이중성, 모순이란 단어가 떠오른다. 그런데 지난해 4·19혁명 기념사의 한 문장이 이번 기념사에는 빠졌다. “정부는 비리와 부정부패를 뿌리 뽑는 전면적인 개혁을 추진하고 있습니다”라는 대목이다. 최근 정부가 부패 척결 의지를 더욱 강조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의아한 일이다. 아마 이 총리가 자신의 처지를 의식한 결과였을 것이다. 설사 그걸 의식하지 않고 ‘당당하게’ 부패 척결을 주장했다 해도 의아하기는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그가 부패 척결을 주장해도, 주장하지 않아도 어색하다.
그 의 기념사가 의미 없는 말의 잔치처럼 느껴지는 건 표현이 진부해서라기보다 기념사의 내용과 기념사를 하는 주체 간의 부조화 때문이다. 누구를 가르치는 듯한 그의 말을 듣는 일은 여간 불편한 일이 아니다. 박 대통령은 언제까지 시민에게 이런 불편함을 강요하려 하는가.
■ 그 밖의 주요 신문사설
[한국일보 사설-20150420월] 고금리 대부업체도 금리인하에 동참해야
안 심전환대출에서 소외된 2금융권 주택담보대출자들을 위해 정부의 정책 모기지 대출이 전면 개편된다. 골자는 시행 부처별로 지원대상, 금리, 한도 등이 제 각각인 정책 모기지대출상품을 통합하고 지원 문턱을 낮춰 2금융권 고금리 대출자들의 ‘갈아타기’를 지원한다는 것이다. 어제 나온 당정의 계획대로 정책모기지 대출 개편이 이루어지면 2월말 현재 시중은행 가계대출액의 절반 정도인 2금융권 가계대출 약 227조원 중 상당액이 금리인하 혜택을 받게 된다. 문제는 2금융권 대책에서도 빠질 대부업체 채무 등이다.
안 심전환대출은 대출자들에게 1% 포인트 내외의 금리를 경감해주되, 고정금리 전환, 원금ㆍ이자 균등상환 등의 조건을 통해 은행의 대출자산 부실화 위험을 낮췄다. 대출자와 은행 모두 ‘윈윈(win-win)’하는 구조였던 셈이다. 정책모기지 대출 개편을 통한 2금융권 대출자 ‘갈아타기’ 지원 역시 디딤돌 대출과 공유형 모기지, 보금자리론, 적격대출 등을 통합하면서 금리를 낮추고 지원대상을 넓혀 2금융권 고금리 대출자를 수용하되, 고정금리 전환 및 원금 상환 조건 강화 등을 덧붙이는 방향이다.
새 로운 정책모기지 대출의 금리는 신용도 등을 반영해 안심전환대출(연 2.63~2.65%)보다는 높게 설정될 가능성이 크다. 그래도 연 15%를 넘은 저축은행 가계대출보다는 훨씬 낮다. 이로써 저금리에 따른 가계부채 부담 경감혜택은 은 은행권에 이어 2금융권 고금리 대출자로까지 확대된다. 하지만 이번 대책 추진에도 불구하고 대부업 채무 등 금융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은 여전히 사각지대로 남아 추가 대책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된다.
전 체 가계부채 대비 대부업체 채무의 비중은 매우 낮다. 지난 3월말 현재 대출 총액 약 11조원에 이용자수는 255만명 정도다. 1인당 채무 규모도 평균 400만원 내외다. 하지만 모든 대부업체들이 개인 신용도조차 구분하지 않고 거의 모든 대출자들에게 법정 상한선인 연 34.9%의 최고금리를 적용하고 있어 문제다. 금감원은 최근 대부업체 조달금리가 연 4~5%까지 낮아진 점 등을 들어 금리인하를 종용하고 있지만 대부업체들은 미상환 위험 등을 감안한 원가금리가 30.6%에 달한다며 버티고 있다.
물 론 대부업 대출 자산의 부실화 위험이나, 금리인하 시 대출심사 강화 등에 따라 잠재 대출자들이 사채시장으로 몰리는 부작용 등은 감안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그걸 핑계로 대부업체들이 부당한 착취적 고금리를 고수한다면 대출이자 법정 상한을 낮추는 등의 조치를 통해서라도 시장 왜곡을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
[한국일보 사설-20150420월] 정책의 융통성이 요구되는 개성공단 문제
개 성공단에서 일하는 북한 근로자의 3월분 급여 지급 시한이 오늘이다. 그런데도 최저임금 인상을 둘러싼 남북 사이의 이견이 봉합되지 못했고, 조기 타협 전망도 어둡다. 이에 따라 입주기업들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해 애를 태우고 있다. 북측의 일방적 임금인상 요구를 수용하지 말라는 정부 지침에 따르자니 북한의 보복조치가 두렵고, 그렇다고 정부의 행정조치를 무릅써가며 북측 요구에 따르기도 어렵다.
이 번 갈등은 북측의 일방적 결정에서 비롯했다. 지난해 11월 북측은 개성공단 노동규정 가운데 13개 항목을 일방적으로 개정했다. 지난 2월 말 이 중 2개항을 적용해 3월부터 북측 근로자 월 최저임금을 70.35달러에서 74달러로 5.18% 인상한다고 일방적으로 발표했다. 정부는 일방적 제도변경은 개성공단 운영원칙에 어긋난다며 개성공단 남북공동위원회를 통한 문제해결을 타진했다. 임금인상 요구 폭이 너무 커서 입주기업의 채산성을 해칠 것이라는 순경제적 이유보다는 원칙을 해쳐서는 안 된다는 이유가 컸다. 북측의 일방적 발표를 용인할 경우 북측이 다시 남북협의 없는 일방적 제도변경에 나설 것이란 우려 때문이었다.
북측은 한동안 최저임금 인상은 ‘주권사항’이라는 이유를 들어 협의 자체를 거부하다가 지난 7일에 이어 18일 두 차례 남북 협의에 응했지만, 양측 각각의 입장 차이가 워낙 커서 교섭이 결렬됐다.
발 등에 불이 떨어진 것은 입주기업들이다. 정부는 입주기업과의 철저한 연대만이 북측의‘원칙 깨기’ 시도에 맞설 수 있는 수단이라며 우선은 종전 최저임금을 기준으로 3월 급여를 지급하도록 입주기업에 통보했다. 대부분의 입주기업이 이런 지침에 따를 것으로 보이나 일부 기업의 북측 요구 수용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 북측은 이미 종전 기준의 급여는 수령을 거부하는 동시에 월 15%의 연체료를 부과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은 바 있다. 나아가 태업이나 잔업ㆍ야근 거부, 근로자 철수 등으로 입주기업을 압박할 경우 심각한 생산차질을 빚어질 수 있다.
이 유야 어떻든, 입주기업의 현재적 고통은 지켜보기 딱하다. 또 과거에 비추어 북측에 단숨에 100%의 원칙을 확인시킬 수 있다는 기대는 애초에 무리다. 일부 원칙을 상징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면, 신뢰의 점진적 축적을 위해서라도 적극적으로 타협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그런 융통성과 유연함이야말로 남측이 자랑 삼을 만한 체제 우월성의 핵심이다. 정부가 적극적으로 융통성을 발휘하길 거듭 촉구하는 이유다.
[한겨레신문 사설-20150420월] 구조엔 무능, 진압엔 잔인한 정권
세 월호 참사 1주기를 맞아 시민들의 추모 행사가 잇따르는 가운데 경찰이 작심이라도 한 듯 초강경 태도로 평화적인 집회·행진을 진압하고 있다. 참사 당시 국민의 생명을 구하는 데는 그토록 부실했던 정부가 유가족을 비롯한 시민들의 슬픔을 짓밟고 진상규명을 위한 정당한 목소리를 탄압하는 데는 가공할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16 일 1주기 추모행사 때 경찰이 차벽을 쌓아 광화문광장을 원천봉쇄하고 시민들에게 최루액을 쏘는 등 과도하게 대응했고 이 과정에서 유가족 한 명은 갈비뼈가 부러지는 부상까지 당했다. 경찰은 18일 세월호 1주년 범국민대회 때도 차량 470여대와 경찰력 1만3700여명을 동원해 경복궁과 광화문광장, 세종로 네거리 등을 겹겹이 차단했다. 강경 대응에 항의하는 유가족 등 100여명을 연행하고 물대포와 최루액을 난사했다. 어느 대학생은 머리채를 잡힌 채 끌려갔다고 한다. 민주화 이전의 시절을 연상케 하는 암울한 풍경이다.
경 찰은 도로 점거로 인한 교통 불편과 경찰관 폭행 등 폭력행위를 들어 강경진압의 불가피성을 강변한다. 하지만 지난 주말을 비롯해 마라톤대회 등 각종 행사로 서울시내 교통이 통제되는 것은 다반사다. 국가적 참사를 애도하고 철저한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것은 민주국가에서 다른 어떤 행사보다 더 보호받아야 할 표현의 자유 영역에 속한다. 또 경찰이 애초 무리한 대응을 하지 않았다면 대치·충돌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더구나 차벽을 쌓아 집회와 통행을 원천봉쇄하는 것은 헌법재판소 결정에 따라 명백한 위헌이다. 경찰의 구차한 설명은 변명을 위한 변명에 지나지 않는다.
세 계적인 인권단체인 국제앰네스티도 한국 경찰의 행태는 “유가족들에 대한 모욕적 처사이며, 표현의 자유 및 집회·시위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평화적인 집회 참가자들을 해산하기 위해 최루액을 살포한 것은 국제기준 위반”이라고 밝혔다. 세월호 1주기를 지켜보는 국제사회가 이런 상황을 어떻게 평가할지 생각하면 창피하기 그지없다. 대통령이 아무리 열심히 외국 순방을 다닌들 무엇하나. 국가적 참사를 애도하려 모인 시민들을 경찰이 폭력으로 진압하는 장면 하나로 우리나라의 국격은 단번에 추락하고 마는 것이다.
경 찰의 이해할 수 없는 강경한 태도는 그동안 박근혜 정부가 세월호 참사에 대처해온 태도와 연결지어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정부가 진정성 있게 진상규명 노력을 해왔다면 이런 상황 자체가 벌어지지 않았다. 1주기가 되도록 특별조사위원회조차 출범하지 못하도록 훼방 놓고 선체 인양에도 손 놓고 있다가 막상 거대한 비판과 저항에 직면하자 무리하게 시민들의 입을 틀어막게 된 셈이다. 이런 맥락을 고려하면 경찰의 무리수는 정권 핵심부의 지침이나 암묵적 승인 속에 이뤄졌을 것이라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 강경진압 발상의 근원지를 밝히고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다.
[경향신문 사설-20150420월] 세월호 민심, ‘근혜 산성’으로 덮을 수 없다
‘세 월호 참사 범국민대회’가 열린 18일 서울 도심의 풍경은 참담했다. 광화문 바로 앞에서 노숙농성 중이던 세월호 유가족 중 일부가 경찰에 연행됐다. 고립된 유가족을 만나러 광화문 쪽으로 향하던 시민들은 물대포와 최루액 세례를 받았다. 앞서 경찰은 병력 1만3700여명과 차벽 트럭 18대, 차량 470여대를 동원해 겹겹이 저지선을 쳤다. 그럼에도 행진 시도가 계속되자 유가족 20명을 포함해 100명을 연행했다. 경찰은 과잉진압 논란에도 불구하고 “불법 시위 주동자와 극렬 행위자들을 추적해 전원 사법처리할 것”이라고 했다. 경찰에 묻는다. 헌법재판소가 위헌으로 판단한 차벽을 세운 것은 합법인가. 자식을 잃은 어미에게 물대포를 쏘고, 고등학생과 환자까지 붙잡아간 것도 합법인가. 공권력은 헌법을 경시하고 시민을 겁박하라고 주어진 게 아니다.
이 명박 정부는 2008년 촛불집회 때 시민들이 청와대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컨테이너 박스를 쌓아 저지선을 만들었다. 이른바 ‘명박 산성’이다. 이는 정권과 시민 사이 소통 단절의 상징물로 부각됐다. 2009년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했을 때는 경찰이 서울광장 주변에 버스 수십대를 붙여 차벽을 설치했다. 헌재는 2011년 “시민의 통행을 원천적으로 막은 것은 행동 자유권을 침해해 위헌”이라는 결정을 내렸다. 최근 세월호 1주기 집회를 계기로 재등장한 차벽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근혜 산성’으로 불리고 있다. 실제 경찰은 차벽 설치 이유를 묻자 “집회 참가자들의 목적이 BH(청와대)에 진출해 인간띠를 하려는 것이었다” “청와대 쪽으로 집단 진출하려는 상황이었다” 등의 답을 내놓았다. 헌법을 지키는 일보다 대통령 심기 경호에 치중했음을 스스로 털어놓은 셈이다. 정작 대통령은 청와대를 비운 채 지구 반대편에 가 있으니 기막힌 아이러니 아닌가.
국 제앰네스티는 “세월호 참사 후 1년이 지나면서 한국 정부가 표현의 자유와 집회·시위의 자유를 무시하려 하고 있다”며 “세월호 유가족은 체포나 위협의 공포 없이 의견을 자유롭게 개진할 수 있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국제 인권단체의 입까지 빌리지 않더라도, 지난 16일 세월호 1주기 추모제와 18일 범국민대회에서 경찰이 보인 행태는 폭력적이고 반인권적이다. 이는 박근혜 정권의 ‘강력함’이 아니라 ‘취약성’을 증거한다. 역대 정권에서도 도덕성과 정당성을 상실하면 공권력에 의존하지 않았던가. 세월호 참사와 ‘성완종 리스트’ 파문으로 통치기반을 사실상 잃어가고 있는 현 정권도 ‘근혜 산성’ 외에는 기댈 곳이 없는 모양이다. 그러나 폭력과 강압의 결말 또한 우리는 알고 있다. 시민을 이기는 권력은 없다.
[경향신문 사설-20150420월] 장애인의 날 지정 25년, 부끄러운 장애인 복지 현실
매 년 장애인의 날을 전후해 장애인 체험 행사가 벌어진다. 휠체어 타고 이동하기나 눈에 안대를 하고 횡단보도 건너가기 등이다. 기껏 5분 안팎의 체험이지만 사회 곳곳에 비장애인은 생각지도 못하는 장애가 엄청나다는 것을 아는 데 충분하다.
예 컨대 휠체어를 타면 젖먹이에게도 장애가 안되는 불과 5㎝ 높이의 턱이 도저히 넘을 수 없는 절벽이 된다. 이런 턱은 관리가 제대로 안된 보도블록길이나 길과 길이 연결되는 곳마다 숨어 있다. 지하도나 경사로는 자칫하면 대형 사고를 낳는 위험지대다. 시각장애인의 횡단보도 건너가기도 안전사고 위험이 도처에 도사리고 있다. 장애인이 한국에서 살아가려면 비장애인이 겪지 않는 차별과 불이익, 고통을 추가로 감수해야 한다.
정 부가 1991년 장애인의 날을 지정한 것은 장애인에 대한 국민의 이해를 깊게 하고 장애인의 재활 의욕을 높이기 위해서였다. 그로부터 20여년이 지났지만 한국은 아직도 장애인이 사람답게 살 수 있는 나라가 되었다고 말하기 어렵다. 그사이 장애인의 일부 삶의 지표는 다소 나아졌다. 그러나 장애인의 불편과 차별이 여전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정말로 나아졌다고 할 수 없다. 장애인의 날 정부와 사회는 1회성 ‘보여주기 행사’를 하지만 나머지 364일은 그들의 존재와 고통을 잊고 있는 건 아닌지 묻고 싶다.
한 국보건사회연구원이 어제 발표한 ‘2014 장애인 실태조사’ 결과는 장애인의 삶이 점점 힘들어지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조사 결과 전체 장애인 중 혼자 사는 사람은 24%가 넘었다. 9년 전인 2005년 조사 때의 11%에 비하면 10년 새 2배 이상으로 늘었다. 장애인의 일상 및 사회생활 시 반드시 도움의 손길이 필요하다는 점을 생각하면 장애인 1인 가구 증가는 장애인들의 삶의 질 하락을 의미한다. 노인 장애인 인구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것도 마찬가지 맥락이다.
한 국의 장애인구는 국민 100명 중 6명꼴이다. 그러나 장애인을 위한 정책과 사회 제도는 그들의 인구적 비중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장애인의 일상생활 자립과 사회 복귀는 무엇보다 당사자에게 중요하고, 국가와 사회의 건강한 발전을 위해 필요하다. 장애인 복지는 한 국가의 복지 수준을 가늠하는 주요 기준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장애인의 인권과 이동권, 소득, 취업, 의료 보장을 위한 보다 각별한 노력을 정부와 사회에 주문한다.
[서울신문 사설-20150420월] 청년실업으로 20만명 몰린 9급 공무원 시험
전 국 17개 시·도에서 그제 치러진 9급 국가공무원 시험에 19만 987명이 몰려 52대1의 경쟁률을 나타냈다. 교육행정직은 10명을 뽑는 데 무려 7343명이 지원했다. 사상 처음으로 응시자가 20만명을 넘어섰던 2년 전보다는 다소 줄었지만 9급 공무원시험 응시자는 여전히 20만명에 육박한다. 국가가 주관하는 단일시험으로는, 60만여명이 응시하는 대학수학능력시험에 이어 최대 규모다.
‘관 (官)피아’ 척결 분위기가 여전하고 공무원연금 개혁이 추진되고는 있지만 공무원에 대한 인기는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민간 기업의 고용안정성이 떨어진다는 것을 목도한 뒤부터 공무원의 인기는 더욱 높아졌다. 특별한 잘못이 없으면 정년이 보장되는 데다 업무 강도도 민간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약하고 임금도 민간기업에 비해 크게 떨어지지 않는다는 판단에서다. ‘갑’(甲)의 역할을 해온 관료에 대한 오랜 선망이 있기 때문에 젊은 세대들도 9급 공무원이 되는 게 민간기업에 들어가는 것 못지않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2009년부터 공무원시험에 나이 제한이 없어지면서 20대 젊은 층뿐 아니라 40·50대 중장년도 9급 공무원 시험에 대거 도전하고 있다.
‘인 문계 출신 90%는 논다’는 ‘인구론’이라는 신조어가 나올 정도로 청년실업이 심각한 것도 9급 공무원 시험의 이상과열 현상을 불러왔다. 대졸 실업자 수는 지난달 사상 처음으로 50만명을 넘어섰다. 3년 전만 해도 30만명대 수준이었던 게 해마다 가파르게 치솟고 있다. 올해 1분기 20대 대졸자의 실업률은 9.5%로 역대 최고였다. 기업이 일자리를 충분히 제공하지 못하고 있는 것도 ‘대졸 공시족(公試族)’의 급증을 불러왔다.
직 업선택은 개인의 몫이지만 젊은이들이 상대적으로 창의력을 더 발휘할 수 있는 민간기업보다 안정적인 ‘철밥통’만 노리는 것은 도전의식이 결여된 일이다. 대학졸업장이 없어도 할 수 있는 일에까지 굳이 대졸자들이 대거 몰릴 필요가 있나. 경제성장의 불씨를 살리고 국가의 부(富)를 창출하려면 유능한 젊은 인재가 민간기업에 더 많이 진출해야 한다. 정부는 이런 젊은이들의 눈높이에 걸맞은 양질의 일자리를 마련해 줘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경제가 살아나면서 기업투자와 일자리가 함께 늘어나는 선순환이 이뤄져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한국경제신문 사설-20150420월] 지난 중기중앙회장 선거에서 무슨 일이 있었나
지 난 2월 중소기업중앙회장 선거에서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졌던 것인가. 서울남부지검 형사6부는 중소기업중앙회장 선거에서 박성택 회장(당시 후보)에 대한 지지를 부탁하며 금품을 뿌린 혐의로 중앙회 부회장 맹모씨를 구속했다고 발표했다. 본란은 이미 정치판을 방불케 했던 지난 중앙회장 선거가 심각한 후유증을 낳을 것이라는 우려를 밝힌 바 있다. 결국 그 우려가 현실이 되고 말았다. 검찰의 수사 결과에 따라서는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나는 건가. 우리는 중소기업중앙회장 선거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는 데 주목한다. 이번 선거만 해도 8명의 예비후보가 나왔다. 문제는 이런 선거 과열이 급격히 증가하는 정부의 중소기업 지원예산과 결코 무관하지 않다는 점이다. 우리나라 중소기업 지원정책은 무려 500가지가 넘는다.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중소기업 정책금융 비중(2009년 기준)만 해도 6%에 육박해 OECD 최고 수준이다. 소위 중소기업을 지원한다는 ‘공짜돈’들이 그만큼 넘쳐난다는 얘기다.
이 런 현실에서 중소기업중앙회장의 영향력이 어떠할지는 짐작하고도 남을 일이다. 특히 지난 선거는 그런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었다. 무슨 대통령 선거인 줄 알았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권력과 예산 지원 없이는 불가능한 온갖 특혜성 공약이 난무했다. 각종 이권성 사업을 중소기업중앙회로 이관하겠다는 공약, 단체수의계약을 부활하겠다는 약속, 대형마트로 하여금 동반성장기금을 출연토록 하겠다는 각오, 대통령 직속 위원회 신설 등이 바로 그런 사례였다.
‘보 호’와 ‘특혜’ 속에 자원배분이 정상적으로 이뤄질 리 없다. 정부의 ‘눈먼 돈’이나 뜯어먹자는 중소기업이 많아지면 땀 흘리며 열심히 일하는 대다수 중소기업은 좌절을 느낄 수밖에 없다. 오죽하면 김기문 전 회장조차 “중소기업 정책에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고 고백했겠나. 중소기업중앙회장 선거에서 부정부패가 터지는 것에는 그럴 만한 까닭이 있다.
[한국경제신문 사설-20150420월] 가계대출 걱정 없다는 최 부총리의 발언 믿어도 되나
주 요 20개국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회의 참석차 미국을 방문 중인 최경환 부총리가 “가계대출이 증가하고 있지만 크게 위험하지는 않다”고 말했다는 보도다. 지난 주말 워싱턴특파원들과 만나 “가계부채는 총량도 봐야 하지만 상환능력이 더 중요하다. 지금 총량은 늘고 있지만 부동산 가격이 회복되고 있어 큰 문제는 없다”는 요지로 발언했다는 것이다.
최 부총리는 “미국이 금리를 올리더라도 한국이 꼭 올릴 필요는 없다”고도 말했다고 한다. 지난 1년간 미국의 금리인상 예고에도 불구, 순자본 유입이 있었던 만큼 미국의 정책변화에도 자본유출 우려가 크지는 않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저금리를 지속하는 방법으로 지금의 가격변수들을 적절한 수위에서 유지할 수 있고 또 그렇게 할 것이라고 읽히는 대목이다. 과연 그렇게 낙관적으로만 봐도 좋을까.
지 난해 말 1089조원을 기록한 가계부채는 올 들어 말 그대로 폭증세다. 지난 3월 한 달만으로도 은행권 가계대출은 4조6000억원이나 늘었다. 1월(1조4000억원) 2월(3조7000억원)에 이어 매달 급증하고 있다. 2013년 3월(5000억원), 2014년 3월(3000억원)과 비교하면 10배에 달한다. 한국의 가계부채가 위험수위에 있음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보통 GDP의 75%를 가계부채의 임계수준으로 보는데 이미 73%로 위험수준에 육박하고 있다.
가 계대출 급증은 정부가 부추긴 결과다. LTV(담보인정비율), DTI(총부채상환비율) 규제완화와 기준금리 인하가 촉발했음은 물론이다. ‘부동산 및 증시 부양→자산 가격 상승→부채 증가’의 전형적 거품 사이클을 정부가 부추기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사태에서 보듯이 자산가격은 언제 어떤 방향으로 치달을지 모른다. 해외자금 역시 작은 충격으로 순식간에 빠져나갈 수 있는 만큼 언제까지 저금리를 유지할 수도 없다. 담보가치 급락, 금리 급등으로 인한 가계부채 대란이 상상 속의 시나리오만은 아니다. 가계대출이 걱정 없다는 최 부총리의 말이 걱정인 것도 그래서다. 최 부총리는 정치로 돌아가면 그만이지만 국민경제는 시기를 정해놓고 있지 않다.
[서울경제신문 사설-20150420월] 공무원연금법 등 4월 국회 처리는 대국민 약속이다
4·29 재보궐선거와 '성완종 리스트' 파문 속에 4월 국회가 이번주 공무원연금개혁법 등 법안 심의를 본격화한다. 애초 재보선 일정에 따른 정치공방으로 임시국회 자체를 여는 것에 부정적인 여론이 있었으나 시급한 개혁·민생법안 처리를 위해 여야 합의로 소집된 4월 국회다. 그러나 성완종 리스트 사건이 현안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이며 제대로 된 법안 심의는커녕 화급을 다투는 법안마저 줄줄이 표류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가 뜩이나 시간이 지날수록 동력을 상실하고 있는 공무원연금개혁법안이 대표적이다. 지난달 사회적 합의 불발에 이어 국회 공무원연금개혁 특별위원회 법안심사소위는 이번주 연금개혁 실무기구 안을 토대로 활동을 개시할 방침이지만 뚜렷한 진척을 보이지 못하는 실정이다. 가뜩이나 공무원단체 등에 편향돼 있는 새정치민주연합 등 야권이 연금개혁에 미온적으로 나설 공산이 크다. 이대로라면 여야가 합의한 5월6일 처리시한을 지키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봉 급생활자들의 5월 급여 때 환급해주기로 미리 발표한 연말정산 보완책을 담은 소득세법 개정안도 방치될 위기에 있다. 여기다 4월 국회 우선 처리를 여야가 합의한 일명 크라우드펀딩법과 무상 보육지원을 위한 지방재정법, 주거복지기본법, 생활임금법(최저임금법) 등에 대해서는 벌써부터 사문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국회 처리가 이미 여러 차례 좌절된 서비스산업발전법과 관광진흥법 등 경제살리기 법안 등은 이번에도 무산될 가능성이 크다.
재 보선이 혼전 양상으로 치달으면서 '프레임 전쟁'을 펼치고 있는 정치권의 행태를 볼수록 이 같은 불길한 전망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커지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 앞서 지난주 대정부질문도 시급한 현안 질의보다 이완구 총리의 금품수수 여부 추궁 및 성토와 이를 방어하는 공방만 거듭했을 뿐이다. 성완종 사건은 검찰이 수사를 하고 있는 사안이다. 정치권은 국민에게 약속한 4월 국회 본연의 임무를 다하기 바란다.
[서울경제신문 사설-20150420월] 재정확대에서 구조개혁으로 방점 옮긴 IMF
글 로벌 경제가 재정확대와 통화완화 정책만으로 더 이상의 추가적 성장세를 이끌어내지 못하자 국제통화기금(IMF)이 한발 더 나아가 구조개혁과 인프라 투자로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하자는 안을 내놓았다. IMF의 최고자문기구인 국제통화금융위원회(IMFC)는 18일 미국 워싱턴DC에서 회의를 마치고 이런 내용의 공동선언문을 발표했다. 인프라 투자 확대를 통해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는 한편 구조개혁으로는 성장세를 지속할 수 있는 '에너지'를 보강하자는 것이 선언문에 담겨진 의도다. IMFC는 188개 회원국을 대표하는 24개국으로 구성되며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번 회의에 초청국 자격으로 참석했다.
어 떤 경제정책들도 제대로 약발이 먹히지 않는 최근의 글로벌 경제 현상에 대해서는 세계적 석학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얼마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전 의장인 벤 버냉키와 재무부 장관을 지낸 로런스 서머스가 침체 원인으로 과잉저축 및 구조적 장기침체 가설을 내세우며 논쟁을 벌인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하지만 정책의 시의성 여부를 떠나 경제성장에서 혁신과 구조개혁, 인프라 투자 확대 등은 교과서적 처방이라 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IMF가 오랜만에 이들 처방에 방점을 찍은 것은 반가운 현상임에 틀림없다. 이 같은 처방전은 한국의 정책 선택에서도 결코 빼놓을 수 없는 대목이다.
지 금 한국 경제가 처한 상황은 지속적 재정확대 정책에도 불구하고 제로에 가까운 물가상승률과 저성장에 빠져들면서 심지어 디플레이션을 우려해야 할 정도다. 현상이 답답할수록 과감한 구조개혁에서 해답을 찾아야 한다. 특히 국내 자원의 효율적 배분을 가로막거나 신규 고용을 저해하는 노동 및 공공 부문의 개혁은 시급을 요하는 실정이다. 정부는 재정 탓만 할 게 아니다. 이런 규제들을 제대로 풀지 못하는 한 기업 투자 확대 역시 연목구어일 수밖에 없다. 시장경제의 흐름을 막지 않는 것이야말로 정부가 할 일이 아닌가.
[서울경제신문 사설-2015020월] 현대-기아차 노조 수입차 앞에서 자기네끼리 다투나
대 기업 정규직 노조의 탐욕과 이기주의로 소비자들의 비판을 받고 있는 현대·기아차그룹 내 현대차 노조와 기아차 노조가 이제는 볼썽사나운 감정싸움까지 벌이고 있다. 무엇이 회사의 위기이고 위기극복에 노조가 어떻게 나서야 하는지에 관한 고민은 눈을 씻고도 찾아보기 어렵다. 이번에는 차량 출입 문제가 노조 간 신경전의 대상이다. 기아차 노조가 자사 공장에 현대차 출입을 제한하는 조치를 실시하자 현대차 노조도 운영위원회를 열어 기아차 등 타사 차량이 공장에 출입하지 못하도록 결의했다고 한다.
그 야말로 목불인견이다. 현대차 노조와 기아차 노조는 툭하면 자신들의 일감 지키기에 목을 매면서 공장과 생산라인, 정규직과 비정규직끼리 치열한 밥그릇 싸움을 벌여왔다. 인기 모델을 생산하는 조립라인은 일손이 부족해 주문이 밀려 있는데도 바로 옆의 공장에서는 일감이 없어 빈둥빈둥 노는 일이 빈번하다. 공장별 생산물량을 결정할 때 각 공장마다 배치된 노조 대표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데 집행부에서 조합원을 보호한다며 유연한 근무방식을 받아들이지 않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현대차 전주공장의 개발인력 410명을 남양연구소로 옮기려고 했지만 노조에서 임금협상 카드로 들고 나오는 바람에 연구소 통합작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회사 경영이야 어떻게 되든 당장 눈앞의 내 몫만 더 챙기면 된다는 식이다.
지 금 현대차그룹은 안팎으로 위기에 처해 있다. 내수시장 점유율만 해도 수입차의 기세에 밀려 67% 밑으로 떨어졌다. 다급한 회사 측이 실적부진 직원들에게 경고장을 보내지만 마이동풍이라고 한다. 현대차가 수입차 공세에 힘없이 무너지는 것도 바로 노조의 이런 행태에 염증을 느낀 소비자들이 고개를 돌리고 있기 때문이다. 자기네들의 적은 그룹 내 상대방 차량이 아니라 외국에서 쏟아져 들어오는 차들인지도 모르고 있다.
■ 오늘의 주요 칼럼 읽기
[한겨레신문 칼럼-2030 잠금해제/조원광(수유너머N 회원)-20150420월] 급식 논쟁을 보며: 우리는 하나인가?
불 평등과 관련된 자료를 살피다보면 마음이 아플 때가 있다. 특히 불평등과 폭력 지표의 관계를 볼 때 그러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을 대상으로, “지난 한 해 동안 폭행을 당하거나 강도를 당한 적이 있습니까?”라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한 비율과 불평등 지표인 지니계수의 관계를 보면, 양의 상관관계가 확인된다. 더 충격적인 것은 학생들 사이의 괴롭힘 역시 이와 비슷한 관계를 보인다는 점이다. 최근 괴롭힘을 당한 적이 있다고 보고한 학생의 비율 역시 지니계수가 높은 국가일수록 높게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 불평등할수록 서로에 대한 증오를 표출하고 있는 형국이다.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것일까? 정치학자인 로트스테인과 어슬래너는 “모두가 모두를 위해”(all for all)라는 제목의 논문에서 불평등이 공동체 의식과 상호신뢰에 악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함으로써, 이에 대한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 불평등은 사람들이 한 집단에 소속된 운명 공동체라는 인식을 떨어트린다. 당연히 신뢰가 약해질 수밖에 없다. 나와 상관없는 삶을 사는 사람을 어떻게 믿겠는가? 상호신뢰가 낮고 공동체 의식이 약화된 사람들 사이에서 더 많은 폭력이 일어나는 것은 안타깝지만 자연스러운 일이다. 나아가 저자들은, 분리를 자극하는 정책이라면 심지어 그것이 복지 정책이라 해도 상호신뢰를 떨어트릴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이들이 스웨덴과 미국의 사례를 연구한 바에 따르면, 이른바 선별복지는 상호신뢰를 약화시킨다.
요 즘 힘드실 것 같은 한 도지사님을 포함하여, 여러 어른들이 학교가 모든 학생들에게 공평하게 급식을 제공하는 것에 불만이 많은 듯하다. 그 불만이 나쁜 마음에서 온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공짜 좋아하는 아이로 키울 셈이냐!’라는 말에는, 자칫 학생들이 누군가가 자신의 문제를 해결해줄 것이라 여기는 의존적인 사람이 되지 않을까 하는 염려가 담겨 있다고 믿는다. 하지만 그것처럼 쓸데없는 걱정도 없다. 한국 사회는 그 점에서 아주 확실한 메시지를 학생들에게 지속적으로 보내고 있기 때문이다. 스스로 스펙 관리를 하지 않으면 취업할 수 없다고, 그 상황은 누구도 책임져주지 않는다고 말한다. 고용이 되었다 해도 여러 안전장치가 사라질 수 있으니 알아서 자기 가치를 높여야 한다고 말한다. 노후는 각자 알아서 챙겨야 하며, 자기 몸 자기가 잘 돌보지 않으면 심지어 죽음을 맞을 수도 있다고 말한다. 덕분에 학생들은 믿을 것은 자기 자신뿐이라는 확고한 인식을 가지게 되었다. 밥 한 끼 함께 먹는다고 이런 절박한 인식이 갑자기 여유롭고 국가 의존적인 인식으로 바뀌겠는가?
걱 정해야 할 것은 ‘공짜를 사랑하는 마음’이 아니라, 불평등한 세상에서 원자화되어버린 마음과 거기서 돋아나는 증오와 폭력이다. 공동체 의식은커녕 모두가 경쟁 상대라고 사람들을 몰아붙이는 상황에서, 증오범죄의 싹이 조금씩 돋아나는 것은 필연적인 일일지도 모른다. 일베가 자신보다 조금이라도 더 많은 혜택을 받는 것 같은 집단을 향해 ‘무임승차자’라 욕을 해대고, 정말 상상하기조차 힘든 방식으로 세월호 유족분들에게 상처를 주는 것이 과연 이와 무관할까? 만약 ‘어른’이라는 존재가 있다면, 그가 해야 할 일은 이 각박한 세상에 그래도 우리는 서로 기대어 살아가는 공동체라고 말하는 것이다. 부디 학교에서만이라도 그런 공동체 정신이 실현되기를 바란다.
[중앙일보 칼럼-분수대/주철환(아주대 교수·문화콘텐츠학)-20150420월] 사랑이 지나가면
‘사 랑이 이만큼 다가왔다고 느끼는 순간 봄날은 간다’. 오래전 영화 포스터(유지태·이영애 주연의 ‘봄날은 간다’)에서 읽은 문구다. 동영상 사이트에서 마지막 장면을 다시 본다. “(여) 우리 헤어지자. (남) 내가 잘할게. (여) 헤어져. (남) 너 나 사랑하니? (남 침묵 후) 어떻게 사랑이 변하니? (남 힘없이) 헤어지자.” 마음을 바꾼 걸까, 말을 바꾼 걸까, 아니면 사랑하기에 헤어져 주는 걸까. 애초부터 서로 원하는 게 달랐던 건 아닐까.
한국에서 동일한 제목으로 가장 많이 만들어진 대중가요는 ‘사랑’도 아니고 ‘이별’도 아니다. ‘가요무대’에서 발표한 정답은 ‘짝사랑’이다. 최근에 나온 ‘짝사랑’만 해도 2개나 된다. “그대의 표정이 너무 차가와서 나의 말은 닿기도 전에 얼어붙네.”(10㎝가 부른 ‘짝사랑’) “꽤 오래된 것만 같아 널 몰래 좋아했던 나.”(산들이 부른 ‘짝사랑’)
“그런 가수도 있어?” 유행과 멀어졌다고 비감에 젖기엔 이르다. 세대별 맞춤 짝사랑이 즐비하니까. “아아 으악새 슬피 우니 가을인가요 지나친 그 세월이 나를 울립니다.”(고복수가 부른 ‘짝사랑’) “왜 그런지 가슴이 두근거려요 그녀만 보면 그이만 보면.”(바블껌이 부른 ‘짝사랑’) “마주치는 눈빛이 무엇을 말하는지 난 아직 몰라 난 정말 몰라.”(주현미가 부른 ‘짝사랑’)
혼자 앓다가 저절로 치유되는 짝사랑도 흔하다. 돈도 절약되고 문학적 상상력은 증대된다. 상처로 남는 짝사랑이 문제다. 사랑이라 믿었는데 상대는 사랑이 아니라고 확인해 준다. 그것도 여러 사람 앞에서. 이루지 못한 짝사랑은 허공을 떠돈다. 그 배신감은 생사의 경계를 허물기도 한다.
대한민국을 흔드는 리스트 파문을 보며 나는 짝사랑의 대상이 부르면 어울릴 가사를 찾아냈다. 이문세가 부르고 아이유도 리메이크했던 불후의 명곡 ‘사랑이 지나가면’. “그 사람 나를 보아도 나는 그 사람을 몰라요. (중략) 그대 나를 알아도 나는 기억을 못 합니다.”
『새벽빛』이라는 자서전을 낸 기업인은 새벽빛 속에서 누군가를 찾아 헤맸다. 그 장면은 고스란히 폐쇄회로TV(CCTV)에 남았다. 그리고 ‘손잡을’ 사람이라 여겼던 마지막 희망의 리스트는 마침내 ‘손볼’ 사람 명단이 적힌 원망의 리스트로 바뀌었다. 그렇게 속절없이 사랑은 지나갔다. 이제 교훈을 말할 차례다. 그는 혼동했다. 사랑은 사업이 아니었다. 가짜는 있어도 공짜는 없었다.
[경향신문 칼럼-여적/이기환(논설위원)-20150420월] 신어와 말장난
‘시 크(chic)하다’라는 표현이 있다. 국립국어원이 2004년 펴낸 <신어(新語)> 자료집은 ‘멋있고 세련되다’는 뜻의 신어라고 소개했다. 그러고 보니 ‘젠틀하다’ ‘스마트하다’라는 말은 들어봤어도 ‘시크하다’는 그리 오래전의 표현은 아닌 것 같다. 그런데 틀렸다. ‘시크하다’는 자그마치 84년 전에 등장한 신어였으니까.
“ ‘쉬-크’라는 신어는 멋쟁이 하이칼라를 뜻한다. 외형만이 아니라 시대정신을 이해하는 빈틈없는 근대인이다. 내면이 빈약한 모던보이, 모던걸에 반해 쉬크보이, 쉬크걸은 훌륭한 신사숙녀이다.”(동아일보 1931년 4월13일).
사 실 신어는 단순히 새롭게 생긴 말이나 뜻이 아니다. 당시 신문은 영화배우인 해리 크로스비의 언급을 인용, “신어는 낡은 어휘에서 도망나온 배암(뱀)이며, 거인(사전)의 어깨 위에 앉아 거인보다 멀리 미래를 보는 난쟁이”라 했다. 예컨대 1960년대 등장한 ‘저자세(低姿勢)’라는 신어를 보자. 1963년 대통령선거에 나선 허정 후보는 “일본에 가서 ‘고멘구다사이(미안합니다)’ 하는 저자세가 민족정기냐”고 한·일회담에 임하는 정부의 자세를 공격했다. 신어 ‘저자세’는 ‘한일 저자세 외교 반대 범국민투위’가 결성된 이후 지금까지 폭넓게 쓰이는 단어가 됐다. 부패사회의 단면을 보여주는 ‘부정축재’와 ‘선심공세’도 오래된 단어가 아니라 1960년대에 등장한 신어들이었다.
3·15 부정선거 당시 경찰국장·시장·군수로 재직한 자는 자동해임시킨다는 내용을 담은 공무원처리요강(1960년 9월)은 유명한 ‘자동케이스’라는 신어로 거듭났다. 한·일회담 반대시위를 벌이던 여대생이 자신을 밀어붙이던 경찰에게 ‘징그러운 손을 대지 말라’고 울부짖었다. 이후 ‘징그러운’은 ‘보기 싫은 것’의 대명사가 됐다. ‘구악·신악’ ‘왕년에…’ ‘기관원’ ‘하극상’ ‘불도저’ ‘소비는 미덕’ ‘빈익빈 부익부’ ‘바캉스’ 등도 불과 50여년 전에 만들어진 신어임을 아는 이가 많지 않다. 그렇다면 예전의 신어는 말줄임과 말장난이 난무하는 요즘의 신어와 비교할 때 신랄한 풍자와 생명력을 갖췄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아, 그때도 요즘과 같은 신어는 있었다. ‘아더매치’가 대표적이다. 아니꼽고 더럽고 매스껍고 치사하다는 것의 줄임말이다.
[서울신문 칼럼-씨줄날줄/구본영(논설위원)-20150420월] 랜드마크의 저주
도 시의 랜드마크(상징적 건조물)가 될 만한 초고층 빌딩을 세우는 일. 도시계획가나 시장을 비롯한 지역 정치인들에게는 뿌리치기 어려운 유혹일 게다. 도시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국내외 소비층과 관광객을 끌어들일 동인이 될 수 있다는 기대 때문이다.
그 러나 우리네 지자체장이나 건설업체들이 간과해서 안 될 대목이 있다. 기념비적 건물을 세우겠다는 욕망이 때로는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한다는 사실이 그것이다. 최첨단 기술력으로 건립한 초고층 빌딩이 이따금 경기 불황을 부른다면 말이다. 1930년대 미국 대공황, 1970년대 오일쇼크, 1990년대 아시아 금융위기는 모두 하늘을 찌를 듯한 고층 빌딩 건축붐 이후 들이닥쳤다고 한다. 이른바 ‘마천루의 저주’(skyscraper curse)란 속설이다.
70 층 이상 초고층 빌딩의 경제성에 대해서 전문가들도 회의적으로 보는 경우가 많다. 천문학적인 비용이 들지만 짓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려 경기 변동에 대응하기가 어려운 탓이다. 호황기에 시공했다가 분양 시점에 경기가 식어 버리면 건축주들에게는 애물단지가 되고 만다는 얘기다. 하지만 경기 변동은 예측이 어렵다는 게 문제다. 오죽하면 경제·금융 사이트 마켓워치가 연초부터 활황세였던 미국 증시가 이제 조정 국면임을 설명하면서 ‘경제 타락 지수’(economics vice index)란 개념까지 원용했겠나. 마켓워치는 이 지수가 지난달 100을 밑돌았다면서, 섹스 산업의 위축은 ‘방어 투자할 때’임을 뜻한다고 보도했다. 여윳돈이 생기면 도박·매춘·음주 등 쾌락을 위한 지출도 늘게 마련인데 그 반대 국면이란 함의다.
경 남기업이 베트남 하노이에 건립한 랜드마크72 빌딩이 성완종 전 회장의 발목을 잡은 건가. 총 15억 달러를 쏟아부어 2012년에 지은 이 건물은 350m로 베트남에서 가장 높다. 72층 복합빌딩 1개 동과 48층 주상복합 2개 동을 포함해 연면적은 60만 8946㎡로 세계 최대다. 하지만 이 빌딩의 얼굴 격인 호텔 개관이 늦어지고 있는 데다 경남기업의 워크아웃이 장기화하면서 입점한 백화점마저 장사가 안된다는 이유로 철수했단다. 경남기업은 이 빌딩을 팔아 회생자금을 조달할 계획이었으나 성 전 회장이 자원개발 비리 혐의로 수사를 받자 카타르 투자청은 인수협상을 중단했다.
이 런 막다른 골목에서 성 전 회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비극을 선택했는지는 모르겠다. 다만 이쯤 되면 ‘랜드마크의 저주’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그렇다면 경기 변동을 예측하지 못하고 무리한 투자를 끌어들인 성 전 회장의 경영 책임은 일단 제쳐 놓자. 혹여 그에게 제대로 된 조언은커녕 무리한 은행 대출을 알선했던 인사들이 있다면 책임을 물어야 한다. 랜드마크72에서 여럿이, 혹은 부부 동반으로 향응을 받기도 했던 여야 정치권 인사들도 양심의 가책을 느껴야 함은 말할 나위도 없다.
[한국경제신문 칼럼-천자칼럼/고두현(논설위원)-20150420월] 곡우 단비
‘이 비 그치면/ 내 마음 강나루 긴 언덕에/ 서러운 풀빛이 짙어오것다.// 푸르른 보리밭 길/ 맑은 하늘에/ 종달새만 무에라고 지껄이것다.// 이 비 그치면/ 시새워 벙글어질 고운 꽃밭 속/ 처녀애들 짝하여 새로이 서고// 임 앞에 타오르는/ 향연과 같이/ 땅에선 또 아지랭이 타오르것다.’
60 년 전 현대문학에 처음 발표된 이수복 시 ‘봄비’ 다. 봄의 마지막 절기 곡우(穀雨·4월20일)에 내리는 비는 백곡을 기름지게 하는 단비다. 예부터 모든 곡식이 잠을 깨는 곡우에 비가 내려야 논에 못자리를 할 수 있다고 했다. 못자리가 잘 돼야 가을에 수확이 많을 것은 당연하다. ‘곡우에 가물면 땅이 석 자가 마른다’는 말도 그래서 나왔다.
땅 에서 만물이 피어나는 것처럼 물에서도 생기가 넘쳐난다. ‘강나루 긴 언덕’ 옆에서 민물고깃배와 낚시꾼들은 신바람이 난다. 서해 칠산 앞바다와 연평도 일대에는 알배기 참조기가 떼를 지어 몰려온다. 이 무렵 산란 직전에 잡은 조기를 ‘곡우사리 조기’ ‘오사리 조기’라 해서 최상품으로 친다. 이것을 해풍에 말린 게 곧 임금님 수라상에 올린다는 ‘곡우사리 굴비’ ‘오가재비 굴비’다.
이 때쯤에는 나무에도 수액(樹液)이 넘쳐난다. 고로쇠나무가 많은 지리산에서는 곡우 때 약수제까지 지낸다. 자작나무·박달나무·다래나무 수액도 인기다. 위장병 치료에다 남자에게 좋다는 고로쇠물은 경칩부터 나지만 이뇨작용에다 여자에게 더 좋다는 거자수액(자작나무)은 곡우 때가 절정이다.
곡 우 전에 딴 우전차(雨前茶)도 마찬가지다. 맨 먼저 딴 찻잎이라 해서 첫물차라고도 하는데, 맛이 좋고 향이 은은하며 생산량은 적어 값이 비싸다. 곡우가 지나면 순이 잎으로 변해 맛이 줄어들기에 그렇다고 한다. 하지만 다성(茶聖) 초의선사는 ‘(중국 다서(茶書)에) 곡우 5일 전이 가장 좋다고 돼 있으나 우리나라에서 곡우 전후는 너무 빠르고 입하 전후가 적당하다’고 했다. 절기와 생육이 중국과 다른 것을 일깨우는 말이다.
곡 우에는 산꽃들이 흐드러지게 피어난다. 청명에 피기 시작한 들꽃이 산으로 번지는 모양새다. 일렁이는 강물 사이로 버들가지 푸르고 온갖 꽃 비단 장막에 푸른 숲이 아롱거리는 절기. 때맞춰 곡우 앞두고 내리는 단비에 온 땅이 촉촉하다. 이 비 아니었으면 들꽃과 산꽃 사이에 수천수만의 빛깔이 있다는 것을 몰랐을 것이다. 꽃잎 뒤태를 슬며시 들추며 딴청 피우는 빗소리 때문에 서러운 풀빛이 짙어오는 것도 모를 뻔했다.
[서울경제신문 칼럼-만파식적/온종훈(논설위원)-20150420월] 무라카미 하루키
무 라카미 하루키는 1989년 '상실의 시대(원제 노르웨이의 숲)'가 국내 출간된 후 26년 동안 줄곧 사랑받아온 일본 작가다. 이 책은 원제목으로 재출간됐을 뿐 아니라 세 권의 '1Q84'는 국내에서만 200만권이 넘게 팔릴 정도로 인기가 높다. 작가는 1990년대 중반 우리 '신세대' 문화의 아이콘으로까지 부상했으며 이 때문에 2000년대 초반 휴대폰 TV 광고에는 "노르웨이의 숲에 가보셨나요"라는 문구가 등장하기도 했다.
현 대인의 지극히 사적이고 개인적인 영역을 다루는 그의 소설은 국내에서 첫 출간 당시부터 '포스트 모던' 논쟁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그래서 국내에서 비슷한 분위기의 작품을 쓴 사람들이 '무라키미류(流)'로 분류되기도 하고 일부 작품은 표절 논란까지 일어나는 등 항상 화제가 뒤따랐다. 일본 현지뿐만 아니라 국내 평단에서도 평가가 냉탕과 온탕을 오가지만 무라카미의 작품은 아시아는 물론 유럽과 미주에서 폭넓은 독자층을 확보하며 노벨상 후보로까지 거론되고 있다.
그 런 무라카미가 최근 교도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역사 문제에 대한)사죄는 부끄러운 것이 아니다"라며 "이제 됐다고 할 때까지 사죄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베 신조 총리 등 현 일본 위정자들의 독선적 경향에 일침을 가한 것이다. 지난해에도 마이니치신문 인터뷰에서 "일본인은 가해자라는 생각이 점점 희박해지고 있다"며 쓴소리를 했다. 한중일 동아시아 3국이 역사 문제로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한 원인을 가해자인 일본의 문제로 정확히 통찰한 것이다.
다 른 영역이지만 '로마인 이야기'로 한국에서 유명한 이가 시오노 나나미다. 시오노는 지난해 잡지 기고에서 네덜란드 여성을 종군 위안부로 동원한 것에 대해 "이야기가 퍼지면 큰일"이라며 한국인 위안부와 관련해 강제 연행은 없었다는 식의 망언을 했다. 무라카미와 시오노의 이 차이가 종전 70년을 맞는 오늘의 일본 사회가 당면하고 있고 미래를 위해 극복해야 할 분열적 역사 인식의 단면을 보여주는 대표적 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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