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러두기 : 이 자료는 교육용으로 쓰기 위해 편집한 것이며 상업적 목적은 일절 없습니다. 선정된 사설의 정치적 성향은 본인의 성향과는 무관함을 알려 드립니다. 사
설은 각 신문사의 정치적인 입장을 대변하기 때문에 글의 논거 자체를 찾아서 읽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비판적인 입장에서 상대방
논거의 문제점을 찾아보는 작업도 함께 해 본다면 당신은 한 쟁점에 대해 다각적인 사고를 형성할 수 있을 것입니다. * 오늘의 주요 이슈 ■ 중앙대 재단 이사장 박용성 두산중공업 회장의 막말과 사퇴 ■ 지중해 난민 참사 ■ 성완종 리스트 수사 ■ 이완구 국무총리 사의 표명 ■ 후임 총리는 누구? *오늘의 주요 신문사설&칼럼 ■ 중앙대 재단 이사장 박용성 두산중공업 회장의 막말과 사퇴 [한국일보 사설-20150422수] 대학이 비교육적 시장주의자에 맡겨지면
박용성 중앙대 재단이사장이 교수들에게 보낸 이메일 막말 파문으로 이사장직을 사퇴했다. 그는 “중앙대와 관련해 빚어진 사태에 대해
이사장으로서 책임을 통감한다”며 중앙대 관련 보직은 물론 두산중공업 회장, 대한체육회 명예회장 등 모든 직책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이번 사태는 박 이사장이 최근 학과제 전면 폐지를 골자로 한 구조조정에 반대하는 교수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제 목을 쳐달라고
목을 길게 뺐는데 안 쳐주면 예의가 아니다” “가장 피가 많이 나고 고통스러운 방법으로 내가 쳐줄 것”이라는 등의 시정잡배식
막말로 위협한 것이 직접 계기가 됐다. 그는 나아가 학교 비대위를 변기를 뜻하는 ‘Bidet委(비데위)’로 표현하는가 하면,
“그들을 꽃 가마에 태워 복귀시키고 편안한 노후를 보내게 해줄 생각은 눈곱만큼도 없다”는 등 노골적인 인사협박까지 서슴지 않았다.
중앙대는 최근 학과나 전공별로 신입생을 선발하는 방식을 단과대나 계열별 정원으로 바꾸는 구조개혁안을 정부에 제출했다. 박
이사장의 주도로 만든 이 개혁안에 교수와 학생 대부분이 “취업이 잘 되는 전공에 쏠림 현상이 심화, 기초학문 고사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반발하고 나섰다. 그렇지 않아도 중앙대는 2008년 박 이사장의 인수 이후 수 차례 일방적인 학과 구조조정으로 홍역을
치르면서 ‘기업식 구조조정’이니 ‘두산대’니 하는 비아냥을 들었다. 그는 “대학은 기업이 필요한 인재를 길러내는 직업교육소여야
한다”는 등 대학의 존재의의를 근본적으로 왜곡하는 발언으로 끊임없이 비판의 대상이 됐다.
급기야 이번 일로 그의 교육관이 나름 진지한 성찰이나 철학의 결과물이 아닌, 단지 교육자로서 최소한의 품격과 자질조차 못 갖춘
바탕에서 비롯된 것임을 여지없이 드러내 보였다. 최근에는 박범훈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과 얽힌 비리의 연결고리로도 의혹을 사고
있다. 중앙대를 둘러싼 수년 간의 진통은 전통 있는 대학조차 시대변화 반영수준을 넘어 아예 철학 없는 시장주의자에게 통째로
내맡겨질 경우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상징적 사례다. [한겨레신문 사설-20150422수] 재벌 기업인 박용성 중앙대 이사장의 폭언
중앙대 재단 이사장인 박용성 두산중공업 회장이 3월말 보직교수 등에게 보낸 전자우편에서 교육계 인사라고는 도저히 믿기지 않는
막말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학과제 폐지 등 대학 구조조정안에 반대하는 교수들을 가리켜 “그들이 제 목을 쳐달라고 목을 길게
뺐는데 안 쳐주면 예의가 아니다. 가장 피가 많이 나고 고통스러운 방법으로 내가 쳐줄 것”이라고 했다. 해당 교수들이 구성한
‘중앙대 비대위’를 변기를 연상케 하는 “Bidet위”라고 지칭한 것까지 보면 박 이사장의 유치한 지적 수준이 짐작되고도 남는다.
중앙대는 2월 학과제를 폐지하는 구조조정안을 내놔 학교 안팎으로부터 ‘인문학 등 순수학문을 고사시킨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에
아랑곳없이 구조조정안을 밀어붙이는 과정에서 저런 몰상식한 발언들이 나온 것이다. 하지만 중앙대 총장을 지낸 박범훈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비서관이 정부에 압력을 넣어 캠퍼스 통합 등 중앙대의 각종 이권을 챙겨준 의혹이 제기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중앙대
법인이 두산그룹 계열사에 건물 공사를 몰아주는 등 잇속 챙기기에 바빴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검찰은 중앙대를 압수수색하는 등 본격
수사에 착수했다. 궁지에 몰린 중앙대는 최근 대학 구조조정에 대한 반대 의견을 수용해 2016학년도 입시에서 수시모집은 학과별로,
정시모집은 단과대학별로 선발하는 선에서 절충을 봤다.
박 이사장은 21일 문제의 발언이 공개되자 이사장은 물론 두산중공업 회장, 대한체육회 명예회장 등 모든 직책에서 물러난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의 사퇴로 문제의 본질이 덮어질 수는 없다. 우선 대학과 기업의 일그러진 관계를 곱씹어봐야 한다. 산업 수요에
맞춘다는 논리로 진행되는 대학 구조조정은 기업의 편의라는 근시안적 목적에는 맞을지 몰라도 나라를 떠받치는 지적 기둥이 돼야 할
대학의 소명과는 정반대의 길이다. 기초학문 부실화는 국가 경쟁력도 떨어뜨린다. 더구나 기업이 대학 운영에 직접 뛰어들어 이윤
창출에만 매달렸다면 이는 국가의 공공재를 사적으로 편취한 행위나 다름없다. 철저한 수사와 단죄가 이뤄져야 한다. [경향신문 사설-20150422수] 박용성 중앙대 이사장 사퇴, 대학 정상화 계기 돼야
박용성 중앙대 재단이사장이 어제 이사장직 사퇴 의사를 밝혔다. 학과제 폐지 등 구조조정에 반대하는 중앙대 교수들에게 섬뜩한
막말을 한 사실이 경향신문 보도로 공개돼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지 하루 만이다. 박 이사장은 이 밖에 두산중공업 회장직과
대한체육회 명예회장 등 모든 직책도 내려놓겠다고 말했다. 박 이사장의 사퇴를 계기로 중앙대가 학문 자유의 전당이라는 본연의 모습을
되찾기 바란다.
박 이사장은 어제 자료를 내 “최근 중앙대와 관련해 빚어진 사태에 대해 이사장으로서 책임을 통감한다”며 사퇴 의사를 표명했다.
그러면서 “대학의 발전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 왔으나 이 과정에서 논란과 물의를 일으킨 점에 대해 학내 구성원에게 진심으로
사과한다”고 말했다. 그의 진심을 믿고 싶다. 그러나 그러기에는 그동안 중앙대의 정체성을 훼손시킨 과오가 크고 깊다. 이로 인한
교수와 학생 등의 자괴와 절망감은 쉽게 극복하기 어려울 듯하다.
2008년 중앙대를 인수한 박 이사장은 두산그룹의 비즈니스 운영체계를 그대로 도입하는 구조조정을 꾀했다. 효율성을 앞세워 대학에
5개 사업본부를 만든 뒤 교수들을 각 본부에서 일하는 ‘사원’처럼 만든 것이다. 이른바 ‘대학의 기업화’다. 이어 학과제 전면
폐지 방안을 내놓았다가 반발이 일자 학과제를 유지하되 모집단위를 광역화하는 수정안을 제시했다. 학과제 전면 폐지는 소위 ‘인기
없는’ 인문학을 축소하거나 폐지하려는 것이 숨은 목적이었다. 박 이사장은 이 과정에서 반발하는 교수들에 대해 “목을 쳐주겠다”며
협박하는 e메일을 총장과 보직교수들에게 보냈다. 검찰이 입수한 e메일에서 박 이사장은 “그들이 제 목을 쳐달라고 목을 길게 뺐는데
안 쳐주면 예의가 아니다”라는 등 막말을 퍼부은 것으로 드러났다. 대학의 재단이사장 발언이라고 믿을 수 없다.
박 이사장이 앞장선 대학의 기업화와 소유물화, 인문학 축소 시도는 비단 중앙대만이 아니라 오늘의 대학 사회 전체가 마주한
위협이다. 기업이 요구하고 정부가 지원하는 형태로 진행돼 온 대학의 일탈은 학문과 지식인의 양식에 대한 모독이다. 대학은 이제
교양과 지성의 영역으로 돌아가야 한다. 차제에 재단이사장이 경영권과 운영권 모두를 손에 쥐고 대학을 좌지우지하는 관행도 손질해야 할
것이다. 대학 경영은 재단이 하되 운영은 학내 구성원이 주도하는 방향의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 지중해 난민 참사 [중앙일보 사설-20150422수] 한 해 수천 명 죽는 지중해 난민 참사, 그대로 둘 것인가
세월호 참사 후 1년이 지나도록 사회적 갈등이 봉합되지 않는 상황에서 접하는 지중해 난민 참사 소식은 결코 먼 나라 얘기처럼
들리지 않는다. 대형 정기여객선이 300명 넘는 목숨과 함께 침몰하는 걸 눈뜨고 바라보기만 한 처지에 난민 실은 허술한
어선·뗏목이 뒤집혀 벌어진 사고에 왈가왈부할 자격이 있는지나 모르겠다. 하지만 그런 트라우마가 있기에 수만 리 떨어진 지중해가
통곡의 바다가 되고 있는 현실을 더욱더 나 몰라라 해서는 안 된다는 게 우리의 생각이다.
지중해에서는 지난 일주일 사이에 리비아에서 출발한 난민선 3척이 침몰해 1200여 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토록 희생자가 많은 건
그만큼 난민이 많기 때문이다. 지난 한 해 동안만 17만 명의 난민이 지중해를 건너 이탈리아에 도착했다. 도중에 숨진 사람만
3200명이다. 리비아에는 유럽으로 탈출하려는 난민이 최대 100만 명까지 대기 중이라는 얘기도 들린다. 대부분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가 발호하고 있는 시리아를 비롯해 내전과 폭정, 빈곤과 질병에 시달리는 중동·아프리카 출신들이다.
난민 희생자가 늘면서 유럽연합(EU)은 리비아 내 밀반출조직 소탕을 위해 군사작전까지 벌이겠다고 나서고 있다. 밀입국 선박을
파괴해 지중해를 건널 수 없도록 하겠다는 것이지만 목숨을 건 난민들이 사라지지 않는 한 근본적인 대책이 되기 어렵다. 그렇다고
유럽의 소극적 대처만 탓할 상황도 못 된다. 그렇잖아도 경제난 속에서 반이민 정서에 편승한 극우세력들이 힘을 키워 골치를 앓고
있는 유럽이다.
유럽에만 난민 문제 해결을 책임 지워서는 참사가 반복될 수밖에 없다. 유엔을 비롯한 국제사회가 적극 나서야 한다. 지중해 순찰과
난민 구호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중동·아프리카 등의 ‘실패국가’들이 국가로서 제 기능을 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경제적 지원은
물론 정치·사회적 컨설팅 등 구조적으로 난민 발생을 막도록 국제사회의 지혜를 모아야 한다는 말이다. 국제사회의 주요한 일원인
우리도 적극 나서서 거들 수 있는 만큼 거들어야 한다. ■ 관련 칼럼 [한겨레신문 칼럼-유레카/김지석(논설위원)-20150422수] 우리의 바다
‘마레 노스트룸’이라는 보드게임이 있다. 라틴어로 ‘우리의 바다’라는 뜻이다. 게임의 주인공은 로마, 카르타고, 그리스,
이집트, 바빌로니아 등 고대 서양을 주름잡던 다섯 나라다. 이들 나라가 교역, 건설, 전쟁을 되풀이하면서 세력을 키워간다.
아르테미스 신전이나 율리우스 카이사르 등 4종류 이상의 불가사의나 영웅을 먼저 만들어내는 사람이 승리한다. ‘우
리의 바다’는 지중해다. 면적 250만㎢에 동서 길이 4000㎞에 이르는 지구촌 최대 내해다. 이 바다를 처음 마레
노스트룸(Mare Nostrum)이라고 부른 이들은 로마인이다. 실제로 전성기의 로마는 지중해를 둘러싼 유럽, 아프리카 북부,
중동 서부 지역을 모두 차지했다. 당시 이들에게 대서양은 마레 이그노툼(Mare Ignotum)이었다. ‘알 수 없는 바다’라는
뜻이다.
지중해는 중세 내내 ‘이슬람의 바다’였다. 이슬람 세력은 유럽 쪽 육지 일부를 제외하고 지중해 주변 지역 전체를 장악했다.
결국, 유럽 나라들은 ‘우리의 바다’를 되찾지 못한 채 서쪽으로 향해 대서양 시대를 열게 된다. 20세기에 ‘마레 노스트룸’을
국가 전략으로 내건 사람은 이탈리아의 파시즘 지도자 무솔리니다. 새 로마제국을 꿈꿨던 그의 시도는 불과 몇 해 만에 무참하게
실패한다.
2013년 10월 아프리카의 난민을 태우고 이탈리아로 향하던 배가 지중해에서 침몰해 360여명이 숨지는 참사가 일어난다. 그
직후 이탈리아는 유럽연합의 지원을 받아 해양 구조계획을 꾸린다. ‘마레 노스트룸’이라는 이름이 여기서 부활한다. 이 계획은 상당한
성과가 있었지만 오히려 그 때문에 더 많은 난민이 유럽행을 시도하게 한다는 비판을 받는다. 그래서 올해 초 대체된 게 저예산의
연안 경비계획인 트리톤이다. 트리톤은 로마 신화에서 넵투누스의 아들인 바다의 신 이름이다. 800명가량 숨진 18일의 난민선
참사를 보면, 지중해는 누군가의 ‘우리의 바다’가 아니라 냉담한 바다의 신이 지배하는 곳인 듯하다. [서울경제신문 칼럼-만파식적/임석훈(논설위원)-20150422수] 지중해 보트피플
지중해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게 낭만·정열이지 싶다. 풍광이 전 세계인이 한 번쯤 가보고 싶어하는 여행지로서 손색이 없기
때문일 게다. 연안국을 둘러보는 지중해 크루즈 여행은 그중에서도 백미다. 무엇보다 지중해는 아프리카·아시아·유럽의 3개 대륙에
둘러싸여 있어 여행객들이 다양한 문화를 접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지중해 서쪽은 지브롤터 해협으로 대서양과 통하고 동쪽은 수에즈 운하로 홍해·인도양과 연결된다. 북쪽은 다르다넬스·보스포루스
해협으로 흑해와 이어진다. 이런 지정학적 위치 탓에 중세 말까지 유럽 문명·교역의 중심 무대이자 기독교와 이슬람 세력 간
전쟁터였다. 오늘날에도 세계 주요 항로 중 하나로 꼽힌다.
언제나 낭만으로 충만할 것 같은 지중해가 요즘 '죽음의 바다'로 부각되고 있다. 분쟁과 가난을 피해 조국을 떠나는 아프리카
난민들 때문이다. 지난 10년간 자유를 찾아 배를 타고 지중해로 나선 보트피플이 수십만 명에 달한다고 한다. 1960~1970년대
패망한 베트남을 탈출하려는 난민을 보는 듯하다. 지난해에만 17만명이 유럽행을 택했고 도중에 3,000명이 불귀의 객이 되고
말았다.
리비아가 무정부 상태에 빠져들면서 지중해 난민은 더욱 늘어나는 추세다. 올 들어 이미 1,500명 이상이 수장됐다. 죽을 수도
있다는 걸 알면서도 위험한 도박에 나서는 이들이 지금도 줄을 서 있다. 리비아에서만 100만여명이 새로운 삶을 찾아 유럽행 배를
구하고 있을 정도다.
다행히 유럽연합(EU) 외무·내무장관들이 지난 20일 특별회의를 가진 데 이어 긴급 정상회의를 열어 대책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한다. 오는 5월 중 종합적인 난민대책을 발표한다니 기대해봄 직하다. 구조활동 강화, 유럽 재정착 돕기 프로젝트 등이 포함될
것으로 전해진다. 난민을 사지로 몰아넣는 위정자와 밀수조직은 용서할 수 없더라도 더 이상의 참사는 국제사회가 막아야 하지
않겠는가. ■ 성완종 리스트 수사 [중앙일보 사설-20150422수] 성완종 리스트 수사, 정권 실세 봐주기 안 된다
이완구 총리의 사의 표명으로 검찰 특별수사팀의 부담이 크게 줄어들게 됐다. 검찰의 입장에선 현직 총리에 대한 수사가 만만치
않았던 것은 사실이다. 검찰은 “2013년 4월 4일 충남 부여-청양 지역에 출마했던 이 총리의 캠프를 직접 찾아 3000만원을
전달했다”는 고(故) 성완종 회장의 주장을 뒷받침할 수 있는 증거를 충분히 확보하지 못했다. 언론 보도가 수사 상황을 앞서가면서
수사팀의 고심도 깊어지던 차였다. 수사 방법을 둘러싼 정치적 논란도 불거질 조짐을 보였다. 하지만 이 총리가 퇴진을 결심하면서
수사의 속도가 빨라질 전망이다.
검찰은 어제 성 전 회장의 측근이었던 전직 경남기업 임원을 소환 조사한 데 이어 추가 압수수색을 벌였다. 문무일 수사팀장은
“객관적인 자료를 신속하게 최대한 수집해 집중적으로 재현하고 복원하는 데 우선순위를 두고 있다”고 말했다. 경남기업 관계자들에
대한 조사는 수사의 첫 단추를 채우는 의미라는 것이다. 문 팀장은 또 “수사 방향과 일정에 대해서는 나름의 생각이 있다. 외부의
의견과는 무관하게 우리 일정대로 가겠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발언은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1박2일간의 일정으로 일본에
다녀온 것에 대한 비판 여론과도 무관치 않아 보인다. 하지만 “수사팀에 일체의 권한을 주라”며 수사팀에 힘을 실어줬던 시중의
여론이 김 전 실장의 석연치 않은 행동으로 싸늘해진 것도 사실이다.
검찰은 이번 사건을 통해 정치권 전반의 비리 의혹에 대해 수사를 확대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박근혜 대통령은 “검찰은 정치개혁
차원에서 확실히 수사해 모든 것을 명백히 밝혀내 달라”고 말했다. 황교안 법무장관도 “정치권에서 오가고 있는 불법 정치자금 전반에
대한 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밝혔다. 국민들은 이번 수사가 정치권의 낡은 관행을 깨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고 있다. 그러기
위해선 검찰부터 종래의 수사 관행을 깨야 한다. 현 정부 실세라는 이유로 머뭇거려선 안 된다. 통상의 수사 방법을 던져버려야
‘수사 난항’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경향신문 사설-20150422수] 성완종 리스트 수사, 벌써 ‘물타기’ 예고하나
황교안 법무부 장관이 ‘성완종 리스트’ 수사와 관련해 “특정인이 특정인을 찍은 것에 국한해 수사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불법
정치자금 전반에 대한 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밝혔다. 황 장관은 국회에서 서기호 정의당 의원이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메모에 기재된 8명을 우선 수사해야 한다”고 촉구하자 이같이 말했다. 메모에 등장하는 이완구 국무총리, 이병기 대통령 비서실장,
김기춘·허태열 전 비서실장, 홍문종 새누리당 의원, 홍준표 경남지사, 유정복 인천시장, 부산시장 외에 야당을 포함한 정치권 전체로
수사를 확대할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다. 8명에 대한 소환조사도 시작되기 전에 ‘수사 확대’를 거론한 것은 일의 선후에 맞지 않고
의도 역시 의심스럽다. 벌써부터 ‘물타기’를 하겠다는 건가.
황 장관 발언은 박근혜 대통령의 인식과도 맥을 같이한다. 박 대통령은 이 총리가 사의를 표명한 뒤 “검찰은 정치개혁 차원에서
확실히 수사해 모든 것을 명백히 밝혀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앞서 박 대통령은 지난달 17일 “이번에 총리께서 추진하는
부패청산은 어떤 것에도 흔들리지 마시고 국민과 나라 경제를 위해 사명감으로 해주시기를 바란다”고 밝힌 바 있다. 이 총리가
대국민담화를 통해 ‘부정부패 발본색원’을 다짐한 데 전폭적 지원 의사를 표명한 것이다. 하지만 부패를 발본색원하겠다던 주체가
발본색원의 대상으로 바뀌면서 대통령의 말도 함께 바뀌었다. ‘부패청산’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별안간 ‘정치개혁’이 등장했다. 정권
출범 이후 최악의 위기를 정치권 사정을 통해 돌파해보겠다는 속내가 비친다. 황 장관은 대통령 뜻을 미리 읽고 검찰에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셈이다.
여당이든 야당이든, 친박근혜계이든 친이명박계이든, 불법행위를 저지른 혐의가 있다면 마땅히 수사해야 한다. 다만 수사는 법과
원칙, 사실과 증거에 따라 하는 것이다. 금품을 공여했다는 증언을 확보하고도 공소시효부터 따지던 검찰이 갑자기 ‘불법 정치자금
전반’을 수사하겠다면 어느 누가 납득하겠는가. 정치적 의도가 개입된 수사가 어떠한 결말을 낳는지는 성 전 회장의 비극적 죽음이
이미 보여주지 않았는가. 그럼에도 정권이 또다시 검찰 수사를 왜곡시키려 한다면 시민이 좌시하지 않을 것이다. 특별수사팀은
좌고우면하지 말고 오직 사실을 캐겠다는 일념으로 철저하고 공정하게 수사하기 바란다. [서울신문 사설-20150422수] 속속 드러나는 성완종 커넥션 또 뭐가 남았나
‘성완종 리스트’ 의혹이 갈수록 혼미한 양상을 띠고 있다.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목숨을 끊기 전 이른바 ‘메모 리스트’에
적힌 여권 핵심 8명 중 일부 인사와 무수한 전화 착발신이 오간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 특별수사팀이 최근 1년간 성 회장의
휴대전화 통화 기록을 분석한 결과 성 회장과 이병기 대통령비서실장 간의 착발신 기록은 140여 차례나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과의 착발신 기록도 40여회나 됐다. 이들 착발신 기록 중 실제로 연결된 횟수가 얼마나 되는지는 정확히
확인되지 않고 있지만 알려진 것으로도 ‘성완종 커넥션’의 짙은 그림자를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1년 동안 착발신이 140여회라면 이틀여 만에 한 번꼴로 통화를 시도한 셈이다. 절박한 말들이 오고 갔음은 굳이 확인하지 않아도
넉넉히 알 수 있다. 이와 관련해 이 실장은 “전화가 왔는데 받는 게 당연하지 내가 피할 일이 있느냐”고 했다. 그러면서
“친하지 않은 분”이라고도 했다. 이 국면에서 친하고 친하지 않고가 중요한 게 아니다. 누가 봐도 그들의 관계에 합리적인 의심을
가질 만하다. 성 전 회장이 그동안 기업과 정치권력을 오가며 ‘정경유착형’ 경영 행태를 보여 온 점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이
실장에 대한 검찰의 강도 높은 수사는 불가피하다고 본다.
이완구 국무총리가 그제 사의를 표명하면서 검찰 수사는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검찰은 “리스트 거명자에 수사를 국한하지
않겠다”는 방침이지만 비리 커넥션의 실체가 속속 드러나면서 수사의 향방은 더욱 가늠하기 어려워지고 있다. ‘성완종 게이트’는
단순한 개인 비리 사건이 아니다. 정권의 도덕성과 정당성이 걸린 총체적 부정부패 케이스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당 일각에서도
주장하듯 성완종 리스트에 이름이 올라 있는 이 실장이 직무를 수행하는 것은 온당치 않다. 그가 현직에 있는 한 검찰의 독립된
수사를 기대하는 것은 나무에 올라가 물고기를 구하는 것만큼이나 어려운 노릇이다. 비상한 시기에는 비상한 대책이 필요하다. 이
실장은 사퇴를 심각하게 고려하기 바란다. 이 실장의 사퇴는 정권에는 부담이 될지 모르지만 역사에 대한 책임을 진다는 측면에서는
피해 갈 수 없는 일이다. 정치권 불법 정치자금 전반에 대한 검토는 성완종 리스트에 직접 연관된 이들부터 철저히 다스리고 난 후에
해도 늦지 않다. 검찰은 보다 원칙과 기본에 충실한 수사로 한 점 의혹도 남기지 말아야 할 것이다. 어떤 성역도 없는 수사임을
말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 줘야 한다. ■ 이완구 국무총리 사의 표명 [한국일보 사설-20150422수] 李 사퇴, 국가기능 정상화와 본격수사 계기로 거짓말은 더 이상 통하기 어렵다 일방적 정치공세도 지속 불가능해 검찰은 수사력 흩뜨리지 말아야
이완구 국무총리가 마침내 사의를 밝혔다. 박근혜 대통령은 27일 귀국하는 대로 사의를 수용, 새 총리 인선에 나설 전망이다.
국회 임명동의 과정에서 도덕성 논란을 말끔히 지우지 못했던 이 총리가 정치자금 비리 의혹으로 역대 최단기인 63일 만에 총리직을
떠나게 된 것은 많은 것을 일깨운다.
첫째가 정직한 정치의 중요성이다. 정치인의 어지간한 거짓말은 눈 감고 넘어가 주던 과거와 달리 지금은 작은 것까지 꼬치꼬치
따져서 납득해야만 국민이 의심을 푸는 시대다. 아울러 정보통신의 발달로 수사 당국의 확인에 앞서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관련
증거와 정보를 확인해 발신하는 시대이기도 하다. 그런데도 이 총리는 ‘성완종 리스트’에 따른 의혹에 안이하게 대응, 이튿날이면
거짓으로 밝혀질 어정쩡한 해명에 기댔다. 그런 태도는 국민의 의심을 더욱 자극, 최종 의혹인 ‘불법 정치자금 수수’에 대한 확신만
심었다. 작은 거짓말은 큰 거짓말로 이어지게 마련이고, 그것만으로도 이미 치명적 결격 사유임을 정치권은 똑똑히 자각해야 한다.
둘째로, 아무리 정치적 파장이 큰 사건도 일방적 정치공세의 수단으로 삼기 힘들 정도로 국민의 정치감각이 날카로워졌다. 이 총리의
전격적 사의 표명은 여당 지도부의 자세 변화가 직접적 계기였다. 여당은 한동안 박 대통령이 귀국하는 27일 이후로 이 총리의
진퇴 문제 결정을 미루고자 했다. 그러나 야당의 해임건의안 발의 움직임이 본격화하자 4ㆍ29 재보선에 미칠 영향에 신경이 곤두서기
시작했다. 초ㆍ재선 의원 모임인 ‘아침소리’에 이어 당 지도부도 ‘귀국 전 사의 표명이 불가피하다’는 판단으로 기울었다. 이런
뜻이 김무성 대표와 이병기 대통령 비서실장을 거쳐 박 대통령에 전해졌다. “흔들림 없이 국정을 챙기겠다”던 이 총리가 20일 오후
5시에 총리공관으로 퇴근하는 순간 사퇴는 확정된 셈이다.
여당의 변화는 여론의 요구 때문이다. 이 총리가 자진사퇴 요구를 거부하자 잠시 박 대통령의 결단에 기대를 걸었던 여론은 박
대통령 출국 이후 ‘즉각적 사의 표명’요구로 방향을 틀었다. 해임건의안을 발의해 이 문제를 4ㆍ29 직전까지 끌고 나가려는 야당의
심산에 비추어 4월 임시국회가 부실을 털고 정상화할 가능성이 희박했다. 정치자금 비리 규명과는 동떨어진 정치공방을 더 이상
이어가기보다 비리 수사는 검찰에 맡기고 국회는 민생현안 심의 등 본래의 역할로 되돌아가야 한다는 여론이 무성해졌다. 이는 여당의
정치적 손익 계산에도 들어맞았다.
이런 여론에 비추어 앞으로 정치권과 검찰의 할 일 또한 자명하다. 우선 청와대는 총리 인선을 둘러싼 혼선이 재연하지 않도록
치밀한 자체 검증을 거친 신중한 인선에 나서야 한다. 책임총리에 대한 국민 기대가 식은 만큼 높은 도덕성과 덕망을 핵심 잣대로
삼되, 정파와 인맥에 집착하지 않아야 한다. 정치권은 비리 의혹의 규명은 검찰에 맡기고, 즉각 정책 공방과 민생법안 심의로
되돌아가야 한다. 검찰도 이미 비리 의혹이 짙어진 이 총리와 홍준표 경남 지사에 대한 압축적 수사에 우선 집중해야지, 법률적
책임을 묻기 어려운 성 전 경남기업 회장의 ‘특별사면 문제’등으로 함부로 수사력을 흩뜨려서는 안 된다. [한겨레신문 사설-20150422수] 이완구 사퇴, 진실규명의 시작일 뿐
이완구 국무총리가 20일 밤 박근혜 대통령에게 사의를 전했다. 박 대통령은 해외순방에서 귀국하는 대로 사표를 수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식물 총리’의 볼썽사나운 처신을 둘러싸고 나라가 시끄러웠는데 늦었지만 다행이다. 그러나 이 총리 사퇴로 문제가 끝난 건
아니다.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남긴 리스트에 대한 검찰 수사는 이제야 막이 올랐다. 이 총리 사의는 진실 규명을 위한
시작일 뿐이다.
이완구 총리의 진퇴 문제가 이처럼 확대되면서 국정의 걸림돌로 작용한 데엔 이 총리 개인의 처신뿐 아니라 박근혜 대통령의 잘못된
대응 탓이 적지 않다. 박 대통령은 해외순방을 떠나기 전에 이 총리를 경질했어야 했다. 출국 당일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와 이 총리
거취를 논의하고도 아무런 조처를 취하지 않은 박 대통령의 어정쩡한 선택이 국정 혼선과 갈등을 가중시켰던 셈이다. 민심의 흐름을
정확히 읽고 순응하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청와대와 여권이 깨달았길 바란다.
이 총리의 사의 표명으로 검찰 행보는 한결 가벼워졌다. 대통령이 없는 상태에서 국무총리를 수사해야 하는 어려움이나, 사상
처음으로 현직 총리를 소환조사해야 하는 부담이 사라졌다. 이젠 검찰 스스로 말했듯이 “수사 논리와 원칙에 따라” 좌고우면하지 말고
철저하게 수사하면 된다. 청와대나 정치권 눈치를 보거나 압력에 휘둘리는 일이 있어선 안 된다. 그런 점에서 최근 청와대와
법무부가 수사 방향에 일종의 가이드라인을 주는 것 아니냐고 생각하는 많은 국민의 우려를 검찰은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박 대통령은 이 총리 사의 표명 보고를 받고 “검찰은 정치개혁 차원에서 확실히 수사해 모든 것을 명백히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국회에서 “(리스트에 오른) 8명이 출발점이지만 불법 정치자금 전반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답변했다.
보수언론들은 이를 ‘여야 구별 없는 고강도 사정’을 예고한 걸로 해석한다. 새누리당 의원들은 좀더 노골적으로 “야당 대선자금도
수사하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사건의 본질이 무엇인지를 따져보면 ‘여야 가리지 않는 수사’를 지금 얘기하는 것은 옥석을 제대로
가리기보다 물타기를 하자는 것과 같다.
이번 사건의 핵심은 한 기업인이 정권 실세들에게 불법 정치자금을 제공했지만 배신당했다고 느끼자 그 사실을 폭로하고 자살한
것이다. 성 전 회장이 자살하기 전 거의 매일 만났던 진경 스님은 <동아일보> 인터뷰에서 “성 전 회장이 2007년
한나라당 경선을 자기가 낸 경비로 치렀다고 했다. … 2012년 대선 때도 돈과 몸, 조직까지 다 바쳐 당선시켰는데 이럴 수
있느냐고 성토했다”고 말했다. 그래서 성 전 회장은 이완구, 홍준표, 김기춘 등 8명의 리스트를 작성했고, 죽기 직전 좀더 자세한
내용을 언론사에 털어놨다. 그의 말을 뒷받침하는 정황들은 속속 드러나고 있다. 그렇다면 검찰 수사는 우선 이 리스트에 오른
8명에 집중해야 옳다.
물론 수사 과정에서 새로운 혐의가 포착되면 당연히 수사해야 한다. 하지만 그건 그때 가서 하면 될 일이지 벌써 “여야 모두가
수사 대상”이라는 식으로 미리 떠들 필요가 없다. 검찰은 누구의 지침에 따른다는 인상을 주는 수사를 해선 절대 안 된다. 8명이
아니라 80명을 수사한다 해도 국민이 고개를 저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 [서울신문 사설-20150422수] 이완구 총리 사의… 엄정한 수사만 남았다
이완구 국무총리가 ‘성완종 리스트’ 파문 논란으로 결국 사퇴했다. 중남미를 방문 중인 박근혜 대통령도 “매우 안타깝고 총리의
고뇌를 느낀다”며 사의를 받아들였다. 오는 27일 박 대통령 귀국 즉시 사표가 수리될 것으로 보인다. 이 총리는 취임 63일 만에
물러나게 돼 최단명 총리라는 불명예 퇴진을 하게 됐다. 이 총리는 사태 초기 “돈 받은 증거가 나오면 목숨을 내놓겠다”는
극단적인 표현까지 써 가면서 배수진을 쳤지만, 결국 싸늘해진 민심을 이기지 못했다.
이 총리의 사퇴는 자업자득의 성격이 강하다. 현직 총리가 부패 스캔들의 한가운데 놓인 것 자체가 헌정 사상 초유의 사태인 데다
그의 잦은 말 바꾸기로 거짓말 논란에 휩싸여 스스로 국민적 신뢰를 잃었다. 이 총리는 성완종 리스트가 공개된 직후 “가까운 사이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지만 지난 1년간 23번이나 만나고 두 사람의 휴대전화에 217차례의 착·발신 기록이 남을 정도로 빈번한
교류가 이뤄진 것이 확인됐다. 성 전 회장이 ‘비타 500’ 박스에 3000만원의 현금을 전달했다는 의혹에 대해 부인으로
일관하다가 이 총리의 운전기사가 “두 사람이 그날 단독 회동을 했다”는 증언을 하면서 백기 투항을 한 것이다.
이 총리의 사퇴 과정은 도덕성과 정직성이 결여된 공직자에 대해 국민이 어떤 심판을 내리는지를 똑똑하게 보여 준 사례다. “대통령
귀국 때까지만 기다려 달라”고 설득하던 여당도 등을 돌릴 정도로 민심 이반이 심했다. 이 총리의 사퇴로 현 정권의 인사 난맥상이
다시 한번 재연된 점도 반드시 짚고 넘어갈 대목이다. 수첩 인사로 표현되는 좁은 인재 풀 가동과 청와대의 부실한 사전 검증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는 시각이다. 대통령 외유 중에 총리 사퇴라는 초유의 사태에 직면해 국정 공백의 우려도 크다. 후임자를
물색하고 국회 인사청문회까지 거치면 아무리 빨라야 5월 말에나 새로운 총리가 업무를 시작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총리가 자진 사퇴
결단을 내림으로써 국정 정상화를 앞당기는 계기도 될 수 있다. 두 명의 부총리를 중심으로 청와대 및 당 지도부와 협력하고
야권과도 소통에 나선다면 국정 공백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다. 자원외교 비리 조사나 노동시장 구조 개편, 공무원연금 개혁 등
중대한 국정 사안에 차질이 빚어져서는 안 될 일이다.
성완종 리스트를 수사하고 있는 검찰의 책임 또한 막중하다. 박 대통령도 “검찰은 정치개혁 차원에서 확실히 수사해 모든 것을
명백히 밝혀내 주기 바란다”고 밝힌 바 있다. 헌정 사상 초유의 현직 국무총리 소환이라는 부담을 던 만큼 초대형 권력비리의 진실
규명은 이제부터 시작으로 볼 수 있다. 국민은 엄정하고 빠른 수사로 한 점 의혹도 남기지 않기를 기대하고 있지만 검찰이 아무런
제약 없이 수사에 임하게 될 것인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이 총리의 사의 표명 역시 청와대와의 교감에 따라 이뤄진 만큼 이 총리에
대한 수사 역시 하문(下問) 수사로 전락할 개연성은 남아 있다. 이번 기회에 정치 검찰이라는 오명을 벗고 대한민국 검찰로서
당당하게 거듭나려면 그야말로 어느 누구에게도 성역이 없는 수사가 돼야 한다. ■ 함께 읽으면 좋은 사설 [경향신문 사설-20150422수] ‘이완구 사태’에 박 대통령은 책임감 못 느끼나
‘성완종 리스트’ 의혹의 중심에 있던 이완구 국무총리가 결국 사의를 표명했다. 중남미를 순방 중인 박근혜 대통령은 사의를
수용하고 27일 귀국하는 대로 처리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써 총리의 거취를 둘러싼 정국의 혼란은 일단 정리될 계기를
마련했다. 하지만 국정의 표류는 피할 수 없게 됐다. 당장에 대통령의 국내 부재중에 대통령 역할을 대행하는 이 총리가 물러나면서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총리 대행으로 어제 국무회의를 주재하는 헌정사상 초유의 일이 벌어졌다. 모두가 총리의 사퇴 문제를 매듭짓지
않은 채 출국한 대통령의 안일한 대응이 자초한 결과다. 공무원연금 개혁 등 각종 개혁을 추진해야 할 상황에서 장기간 ‘총리 공백’
사태로 국정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이 총리의 사퇴는 사필귀정이다. 이 총리는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한 의혹으로 ‘수사 대상 1호’가
된 순간부터 정상적으로 총리직을 수행할 수 없게 됐다. 게다가 의혹을 해명하는 과정에서 거듭된 말 바꾸기와 거짓말로 일관해
국민의 신뢰를 잃었다. 검찰 수사 결과 지난 1년 동안 이 총리와 성 전 회장 사이에 휴대전화 착·발신이 217차례나 있었던
사실이 밝혀지고, 이 총리가 증거인멸 시도까지 벌인 게 드러나자 여당조차 그를 포기할 수밖에 없었을 터이다. 이 총리의 사퇴는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현직 총리를 수사하는 걸림돌이 제거된 만큼 검찰은 ‘성완종 리스트’에 대해 성역을 두지 않고 엄정한 수사를
통해 진실을 밝혀내야 한다.
박근혜 정부 들어 3명의 총리 후보자가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낙마한 데 이어 이 총리도 ‘역대 최단명 총리’라는 오명을 남기고
사퇴했다. “총리 하나 제대로 내세우지 못하는 정부”라는 소리를 들어도 싸다. 응당 인사권자인 박 대통령에게 최종 책임이 있다.
한데 박 대통령은 이 총리의 사의 표명 보고를 받은 뒤 “매우 안타깝고 총리의 고뇌를 느낀다”고 했다. 여전히 남 일 얘기하듯
안타까움이나 피력하는 태도에 아연하지 않을 수 없다. 부정부패에 연루된 총리의 사의에 ‘고뇌’ 운운하는 박 대통령에게서 일말의
책임감이나 반성도 찾아볼 수 없다. 전·현직 비서실장을 비롯해 자신의 주변 인물들이 대거 ‘성완종 리스트’에 연루돼 나라를
소용돌이치게 한 것만으로도 먼저 국민에게 송구스러워하며 고개를 숙여야 마땅하다. 비리 의혹으로 총리가 재임 2개월여 만에
사퇴하고, 이로 인한 국정 난맥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허탈과 불안은 이루 말할 수 없다. 대통령이 먼저 살펴야 할 것은 피의자
신분이 된 총리의 심기가 아니라 이 난국을 걱정하는 국민들의 심정이다. ■ 후임 총리는 누구? [중앙일보 사설-20150422수] 후임 총리, 내편 네편 따지지 말고 최선의 인물 찾아야
어제 열린 국무회의에선 행정부 내 서열 3위인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사회봉을 잡았다. 박근혜 대통령이 중남미 순방으로 자리를 비운
데다 사퇴 압박을 받아 오던 이완구 국무총리가 사의를 표명하는 바람에 어수선한 정부 모습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박 대통령은 어제
두 번째 방문지인 페루에서 “이 일로 국정이 흔들리지 않고 국론분열과 경제살리기의 발목을 잡지 않도록 내각과 비서실은 철저히
업무에 임해 주기 바란다”고 주문했다. 국정 수행이 차질 없게 이뤄지려면 신속한 후임 총리 지명으로 공백과 누수를 최소화해야
한다. 가능하다면 박 대통령의 귀국(27일) 이전이라도 후임자를 발표한다는 각오로 인선 작업에 속도를 내야 할 것이다. 그래야
‘성완종 리스트’ 파문으로 흐트러진 기강을 바로잡고 경제살리기와 공무원 연금 개혁·노동 개혁을 추진할 동력을 이어갈 수 있다.
문제는 누구를 시키느냐에 달렸다. 후임 총리 인선에서 가장 우선적으로 고려돼야 할 덕목은 도덕성이다. 따지고 보면 이 총리가 사건
발생 12일 만에 물러날 수밖에 없었던 것은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으로부터 3000만원을 받았느냐는 실체적·법리적 문제보다는
정직성의 결여가 결정타였다. 이 총리는 하루도 지나지 않아 드러날 거짓말을 밥먹듯 하다가 국민의 신뢰를 송두리째 잃었다. 이를
지적하는 의원 질의에 “충청도 말투가 원래 그렇다”는 상식 이하의 변명을 늘어놓아 총리로서의 품격과 권위도 지키지 못했다.
높은 도덕성과 함께 요구되는 자질은 개혁성이다. 박근혜 정부 집권 3년차를 뒤흔든 ‘성완종 리스트’ 스캔들은 더 이상 무시하고
넘어갈 수 없는 적폐가 쌓여 있음을 보여주었다. 시대의 흐름과 민심의 변화를 읽고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인물이 필요하다. 그러려면
과거를 따지지 말고 진영을 무시하는 새로운 인사의 기준이 필요하다. 대통령의 입맛에 맞는 인사가 아니라 국민의 눈높이에 맞춘,
국민이 원하는 인물을 찾아서 과감하게 기용해야 하는 것이다. 필요하다면 야당에도 총리후보자 천거를 요청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가 “여야 합의의 정치를 하자”고 했고 새정치민주연합도 여기에 호응하지 않았는가. ‘수첩’을 덮고 야당도
인정할 만한 인재를 구한다면 도덕성과 개혁성을 갖춘 인물은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
일각에선 후임 총리 인선을 놓고 “대통령의 국정 철학을 잘 이해한다”는 이유를 들어 친박계 현역 의원들의 이름을 거론하고 있다.
이는 “우리끼리 뭉쳐서 잘해보겠다”는 식의, 절대로 해선 안 될 인사다. 다시 한번 패가망신의 길로 가는 지름길이다. 진영을
초월해 최선의 인물을 기용하고, 상당한 권한을 준다면 박근혜 정부가 위기를 돌파하고, 집권 후반기 국정운영도 원활해질 수 있다.
이제는 더 이상 실패할 여유가 없다. 박근혜 대통령이 마음을 비우고 후임 총리 인선에 임해 주기 바란다. [서울경제신문 사설-20150422수] 후임총리 인선 서둘러 국정공백 최소화해야
'성완종 리스트' 의혹으로 여론과 정치권 등으로부터 전방위적 퇴진 압박을 받아온 이완구 국무총리가 20일 자정 결국 사의를
표명했다. 중남미 4개국을 순방 중인 박근혜 대통령은 이 총리의 사의 표명에 대해 "국론분열과 경제 살리기의 발목을 잡지 않도록
내각과 비서실은 철저히 업무에 임해주기 바란다"며 현지에서 사실상 수용 의사를 밝혔다.
이 총리 낙마의 직접적 원인인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으로부터의 2013년 4월 재보선 당시 금품 수수 여부는 추후 검찰
수사에서 밝혀지겠지만 우리가 우려하는 것은 국정 2인자인 총리직 부재에 따른 국정표류다. 당장 21일 국무회의는 최경환 경제부총리
주재로 열렸으나 모두발언, 부처별 현안 보고 등 통상적인 절차를 생략한 채 20분 만에 끝났다. 박 대통령이 27일 귀국한 뒤
후임 총리 인선을 서둘러도 국회 인사청문회 등 일정을 고려하면 최소 한 달 가까운 국정공백이 불가피해지는 셈이다. 박 대통령이
집권 이후 보여준 지나치게 신중한 인사 스타일을 감안한다면 이 기간은 더욱 늘어날 수 있다.
박근혜 정부 출범 직전 초대 총리로 지명된 김용준 후보자의 사퇴와 지난해 세월호 사고 이후 빚어진 안대희·문창극 후보의 연쇄
낙마까지 고려하면 후임 총리 인선에 대한 박 대통령의 고민이 클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경제 살리기기에 국정 동력을 집중해야
할 현시점에서는 차기 총리에 대한 심사숙고 못지않게 인사의 속도 또한 중요하다.
후임 총리는 경제 살리기를 위한 공무원연금 개혁 등 4대 구조개혁을 마무리해야 하며 이 총리가 꺼내놓은 '부패와의 전면전'까지
완수해야 하는 이중삼중의 책무를 안고 있다. 개혁 총리가 되기 위해서는 누구보다 도덕성에 문제가 없어야 하며 부패에서도 자유로워야
함을 이 전 총리의 사례가 '반면교사'처럼 가르쳐주고 있다. 이번 기회를 통해 깨끗한 정치를 위한 개혁도 가속화해야 함은
물론이다. [한국경제신문 사설-20150422수] 오죽하면 정홍원 전총리 출국금지설 농담까지 나오겠나
이완구 국무총리가 결국 사의를 밝혔다. 중남미 순방 중인 박근혜 대통령도 반나절만에 사의를 받아들였다. 현직 총리로서 검찰에
소환당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기 위해서인지, 아니면 성완종 뇌물 파문에 관련돼 있는 건지는 차차 밝혀질 일이다. 총리 한 명 뽑기가
이리 어렵고, 그 자리를 지키는 것도 이렇게 힘들다는 사실을 재확인한 것이 허탈할 뿐이다.
이 총리 사퇴로 인한 국정공백을 우려하는 보도가 많지만 이 정부 들어 국정공백은 오히려 총리를 선임하는 과정 자체가 초래한
경우가 훨씬 많았다. 정홍원 전 총리를 빼고는 김용준, 안대희, 문창극 후보자 등 세 사람이 모두 낙마했다. 특히 문창극 후보자는
KBS가 그의 강연 동영상을 악의적으로 편집해 왜곡 보도함으로써 억울하게 희생된 사례다. 그 과정에서 그는 청문회까지 가겠다며
의지를 보였지만 오히려 청와대가 머뭇거리자 스스로 사퇴하고 말았다. 그래서 청문회 통과가 쉬운 현직 의원 카드로 선택된 사람이 이
총리다. 우여곡절 끝에 임명됐던 그도 결국 63일 만에 물러나게 된 것이다. 이 정부 들어 반복된 총리 인준 파문과 정치공방,
그리고 이 총리 사퇴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에서 국민은 크게 실망했다. 오죽하면 정홍원 전 총리를 일단 출국금지시켜 놓고 다시 총리
자리를 맡겨야 한다는 농담까지 나돌고 있을까.
능력있는 사람을 찾기가 쉽지 않지만 더 큰 문제는 인사청문회에 있다. 새파란 정치 초년생들이 고함을 지르고, 그 자신 전과자인
의원들까지 나서서 멀쩡한 사람을 난도질하는 풍토에서 누가 총리, 장관을 하겠다고 나오겠는가. 애국심에 호소해 맡아달라기에는
다운계약서, 위장전입, 논문표절, 부동산 투기 등 ‘과거의 관행’에서 자유로운 사람이 적은 것도 현실이다. 이래저래 대한민국은
인재난이다. 대통령제의 장점이 능력 있는 인사를 골라 쓸 수 있다는 것인데, 그 장점이 인사청문회 때문에 전혀 발휘되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또 홍역을 치러가며 국무총리를 다시 뽑아야 한다고 생각하니, 나라가 정말 걱정된다. ■ 그 밖의 주요 신문사설 [한국일보 사설-20150422수] 검찰ㆍ국회, 자원외교 비리규명도 고삐 조여야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자살과 뒤이은 금품수수 파문으로 자원외교 비리 수사가 뒷전으로 밀려나 있다. 중요 피의자의 죽음으로
연결고리가 사라지면서 검찰 수사가 난관에 부닥쳤다. 돌연 불거진 정권 실세들에 대한 비리 폭로 규명이 검찰로서는 더 화급한
과제이기도 할 것이다. 국민과 정치권의 관심도 온통 정치 스캔들에 쏠려있는 판국이다. 더불어 국회 차원의 진상규명을 위한 자원외교
국정조사 특위도 개점휴업 상태다. 자칫 자원외교 전반에 걸친 비리 의혹 규명이 흐지부지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올만하다.
돌이켜보면 정부의 부정부패 사정의 핵심은 자원외교 비리 수사였다. 그러나 성 전 회장의 자살이라는 돌발변수로 암초를 만났다.
검찰의 무리한 수사방식과 정권의 정략적 의도를 둘러싼 논란은 사건의 본질을 흐리게 했다. 하지만 이런 부작용과 흠결에도 불구하고
자원외교 비리 수사는 결코 소홀히 할 수 없는 ‘부정부패의 암 덩어리’다. 감사원이 이달 초 밝힌 자원외교 감사결과는 그 이유를
분명히 보여준다. 이명박 정부의 간판 사업인 자원외교 사업에 공기업들이 이미 투자했거나 앞으로 더 투자해야 하는 돈을 합치면 모두
66조원에 육박한다. 이 돈을 회수할 수 있을지조차 알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게 감사원의 설명이다. 국가 재정에 막대한 손실을
끼친 경위와 정책결정권자들의 책임을 낱낱이 따져 물어야 마땅하다.
경남기업 비리는 이명박 정부 자원외교 비리 전체를 놓고 볼 때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성 전 회장이 없더라도 진상을 파헤칠 수
있는 길은 여러 갈래다. 에너지 공기업들에 대한 감사원 감사결과는 수사의 기초자료로 삼기에 충분하다. 문제는 수사당국의 의지다.
현재‘성완종 리스트’ 파문은 특별수사팀이, 자원외교 비리 수사는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에서 맡고 있다. 따라서 자원외교 수사팀은
어떤 정치적 소용돌이에도 흔들리지 않고 수사에 매진해야 한다. 오로지 비리를 뿌리뽑겠다는 일념으로 임해야 한다.
국회 자원외교 국조 특위의 공전은 실망스럽기 짝이 없다. 본격 활동을 시작한 지 석 달이 지나도록 아무런 성과를 내지 못한 데
이어 청문회에 설 증인 채택조차 합의하지 못하고 있다. ‘성완종 리스트’를 핑계로 국회에 주어진 최소한의 역할을 방기하는 셈이다.
그나마 내달 2일까지로 기한까지 연장했음에도 빈손으로 활동을 마친 공산이 크다. 해외자원개발 투자부실은 재발 방지 차원에서라도
철저히 규명돼야 한다. 한 푼이 아쉬운 국가 재정을 물쓰듯 하는 행태가 다시는 되풀이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검찰과 국회는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해야 한다. [한겨레신문 사설-20150422수] ‘노동자는 노예’라는 노동 공무원의 인식
부당노동행위를 감시하는 근로감독관의 입에서 노동자를 노예에 빗댄 어처구니없는 발언이 튀어나왔다. 부산지방고용노동청 소속 한
근로감독관은 밀린 임금을 해결해달라며 찾아온 경남 김해지역 인터넷 설치기사 8명에게 “사실은 요새 노예란 말이 없어 그렇지 노예적
성질이 근로자성에 다분히 있어요”라고 말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이 감독관은 특히 “현재의 노동법도 옛날 노예의 어떤 부분을
개선했을 뿐이지, 사실 이게 돈 주고 사는 거야”라며 노동법을 그 근거인 양 들먹이기도 했다.
근로감독관이란 근로기준법 및 기타 노동관계법령에 따라 사업현장의 노동행위를 감독하고, 법을 위반한 사업주에 대해 사법경찰관의
직무를 담당하는 국가공무원이다. 이런 엄중한 책무를 맡은 공무원이 억울한 사정에 처한 노동자들의 호소를 묵살하고 모욕적인 언행을
했다는 사실은 충격적이다.
이번 사건은 결코 개인의 ‘일탈행위’라고 가벼이 보아넘길 일이 아니다. 노동문제를 바라보는 정부의 삐뚤어진 인식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노사정 대타협 실패의 책임을 전적으로 노동계에만 덮어씌우려는 정부의 최근 행태에서 이런 의심이 굳어진다.
이달 초 노사정 대타협이 무산된 뒤 정부는 노동시장 구조개편 논의를 재개하기 위한 새 틀을 짜려는 노력보다는 ‘쉬운 해고’ 쪽에
초점을 맞추고 밀어붙이기식 독자 행보에만 매달리고 있다.
특히 예산권을 쥔 기획재정부가 노사정 대타협 실패를 핑계로 국공립 보육시설을 30%로 확대하는 기존 합의사항마저 느닷없이 뒤집는
건, 애초 노사정 대화에 나선 정부의 진정성을 의심하게 만들기에 충분하다. 정부가 ‘해고 및 취업규칙 요건 가이드라인’에
막판까지 집착한 것도 주무부서인 고용노동부보다는 기재부의 입김 때문이라는 얘기가 많았다. 정부는 처음부터 노사관계의 무게중심을
사쪽으로 쏠리도록 하는 데만 관심을 둔 게 아니냐는 의혹을 잠재우지 못하는 한 노사정 대타협은 요원하다. [서울신문 사설-20150422수] 北, 개성공단 임금으로 남남갈등 유발 말라
정부의 자제 지침에도 불구하고 개성공단 입주 기업 3곳이 3월분 임금지급 시한인 지난 20일 북한에 임금을 지급했다고 한다.
앞서 북한은 일방적으로 개성공단 최저임금을 기존의 70.35달러에서 74달러로 인상한 뒤 우리 기업들에 인상된 임금을 지급하라고
통보했으며, 우리 측이 수용할 수 없다고 하자 “그럼 일단 기존 기준대로 임금을 지급하되 차액분에 대해서는 연체료 지불을 약속하는
담보서를 제출하라”고 다그쳤다. 입주 기업 3곳은 북한 측 요구대로 담보서를 제출하고 임금을 납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담보서
제출은 물론 임금 지급도 당분간 자제해 달라는 정부 지침을 정면으로 어긴 것이다. 정부는 해당 기업들을 상대로 행정적·법적 조치를
취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기업들이 처한 상황은 천차만별일 수밖에 없기 때문에 개별 기업들의 경영적 판단을 탓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해당 기업들은 북한 측
요구를 수용하지 않았을 경우 닥칠 수 있는 경영위기를 우려했을 것이다. 다만, 우리는 북한이 이 같은 기업들의 현실을 악용해
우리 기업들과 정부 간의 갈등을 유발할 목적으로 임금 인상 문제를 제기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떨쳐 낼 수 없다. 실제 일부
기업들이 정부 지침을 어겼고, 정부는 해당 기업들을 제재할 움직임이어서 개성공단 임금을 둘러싼 ‘남남갈등’은 현실화되고 있다.
그런 점에서 일부 기업들의 지침 이탈은 북한의 의도에 휘말렸다고도 볼 수 있다.
정당한 노동의 대가인 임금은 적절하게 책정돼 근로자들에게 제대로 지급돼야 한다. 생산성이 높은 기업은 많은 임금을 지급하고,
낮은 기업은 그에 합당하게 지급되는 것이 정답이다. 처해 있는 상황 등이 다른 기업들이 일률적으로 똑같은 임금을 지급할 수는
없다. 그것은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기본 원칙이기도 하다. 하지만 개성공단 상황은 어떤가. 북한은 이번에 일방적으로 최저임금 기준을
인상하고, 그대로 따를 것을 통보했다. 인프라를 깔고, 전기와 용수 등을 공급해 개성공단을 유지하고 있는 우리 당국과는 일언반구
협의도 없었다.
개성공단은 현재의 단절된 남북 관계 속에서 한 가닥 남아 있는 남북 간 소통의 핫라인이다. 북한이 진정 남북 관계의 진전을
원한다면 개성공단 임금 문제로 남남갈등을 유발해선 안 된다. 이제라도 북한은 진정성 있게 개성공단 임금 인상과 관련한 협의의 장에
나서야 한다. [한국경제신문 사설-20150422수] 일본경제의 부활, 한국만 모르고 있지는 않은지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가 일본 경기회복과 물가상승에 강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미국을 방문 중인 그는 “저물가 극복을 위해
일본 경제는 꾸준히 전진하고 있다”며 “자산매입 정책 덕분에 인플레가 목표치인 2%에 도달할 것이라는 인식이 일본 내에서
커졌다”고 말했다. 그는 “국제유가가 완만한 상승세를 보인다면 내년 초까지 목표를 달성할 것이란 자신감이 있다”며 “그 결과
시장금리가 올라가기 시작한다면 금융시장은 놀라게 될 것”이라고도 했다.
그가 자신감을 보인 것은 아베노믹스 3년째를 맞아 곳곳에서 경제부활 조짐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상장기업의 2014회계연도
경상이익 증가율은 3%로 과거 최고치였던 2008년 수준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실적 호조로 도요타 파나소닉 등 대표 기업들이
잇달아 임금인상 계획을 발표했다. 2월 가계지출은 전월비 0.8% 증가세로 돌아섰고 2월 무역적자는 1431억엔으로 20개월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닛케이225지수는 이달 초 15년 만에 장중 20,000선을 돌파하기도 했다. 미국의 올해 성장전망치를
3.1%로 떨어뜨린 IMF가 일본의 올해 경제성장률을 당초보다 0.4%포인트 높은 1%로 상향조정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일본 경제 동향이 한국에 매우 중요함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지리적으로 가까울 뿐 아니라 여전히 3대 교역국이라는 점에서
그렇다. 하지만 세계가 일본 경제 부활에 주목해도 유독 한국만 큰 관심이 없다. 과거사 문제 등 민감한 정치적 이슈들이 가로막고
있는 탓일 것이다. 그러나 지금 같은 상태는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양국 경제교류는 축소일로다. 올 1분기 한·일 간 교역액은 184억4700만달러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13.9% 줄었다. 연간
교역액도 2011년 1080억달러를 기록한 뒤 3년 연속 감소했다. 환율 영향 등도 있지만 관계 악화가 중국 등지로 수출입
다변화를 더 부추긴 측면도 없지 않을 것이다. 반면 미·일 간에는 밀월이 지속되고 있다. 아베 총리의 미 상·하원 합동연설도
그렇고 양국 주도로 조만간 타결될 TPP 협상도 마찬가지다. 세계가 일본의 부활과 복권을 이야기하는데 혹시 한국만 외면하고 있는 건
아닐까. [한국경제신문 사설-20150422수] KTX 효과 보는 광주…길이 뚫리면 경제도 산다
광주광역시의 부동산 시장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는 소식이다. 호남선 KTX 개통에 따른 투자수요가 가세하면서 아파트
매매·전세가 상승률이 올 들어 전국 17개 광역시·도 가운데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한다. 올해 광주에서 공급된 5개 아파트 모두
1순위 마감에 웃돈까지 붙었다고 할 정도다. 1시간30여분 만에 서울까지 갈 수 있는 KTX로 수도권 투자자들까지 광주 부동산에
관심을 갖게 됐다.
KTX가 광주에 몰고온 변화는 이제 시작이다. 지역경제 전반에 상당한 파급효과가 기대된다. 올해로 11년째를 맞은 KTX가 전국
곳곳에 관광 등 새로운 발전 기회를 가져온 것만 봐도 그렇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KTX가 수도권으로의 부의 유출을 가속화한다며
여전히 부정적 시각을 버리지 않고 있다. 이른바 ‘빨대 효과’를 들먹이며 수도권으로의 당일쇼핑 등으로 지역상권이 직격탄을 맞을
것이라는 우려다. 하지만 새로운 길이 뚫리고 인적·물적 교류가 잦아지면서 지역 경제가 쇠퇴한 경우는 없었다.
경부고속도로만 해도 그렇다. 당시 쌀이 모자라는데 농지에 고속도로를 깐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모두들 반대했다. 김대중 씨 등
내로라하는 야당 정치인은 물론이고 지식인, 언론인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고속도로는 한국 경제의 모든 걸 실어나르며 고속성장을
가져왔다. 고속도로를 따라 들어선 중화학공업, 산업단지는 한국 경제 지도를 확 바꿔놓았다. 그러자 당시 고속도로 반대론자들은 말을
바꿔 다른 트집을 잡기 시작했다. 고속도로에서 제외된 지역의 낙후를 문제삼으며 지역차별론을 들고나온 것이다.
자유무역이 국가경제를 키우듯이 국내에서도 지역 간 인적·물적 교류가 자유로울 때 지역경제가 발전할 수 있다. 지금은 KTX가
바로 그런 역할을 하고 있다. 전국이 KTX로 반나절 생활권이 된 마당이다. 수도권·지방 타령은 이제 그만할 때도 됐다. 오히려
그럴 시간에 각 지역이 어떻게 하면 KTX를 발판으로 전국을, 세계를 자신의 무대로 삼을지 그걸 연구해야 하지 않겠나. [서울경제신문 사설-20150422수] '가구 공룡' 공세도 버텨낸 한샘 해법 눈에 띈다
지난해 말 세계 최대 가구업체인 이케아가 한국 시장에 진출한다고 하자 국내 가구업계는 온통 망하게 됐다며 아우성을 쳤다.
이케아가 진출하는 나라마다 토종업체를 쑥대밭으로 만든다는 걱정이었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결과는 딴판이었다. 국내 1위
가구업체인 한샘은 오히려 1·4분기에 사상 최대의 매출과 순이익을 달성하는 성과를 올렸다. 증권가에서는 한샘의 성장성과
시장지배력이 뛰어나다며 앞다퉈 목표주가를 높이는 등 호평을 아끼지 않고 있다.
한샘은 남들처럼 걱정만 늘어놓기보다 10년 전부터 이케아 침공에 대비해 철저한 준비를 해왔다. 이케아의 저렴한 가격에 맞서기
위해 생산라인을 뜯어고쳐 이케아와 같거나 더 낮은 가격으로 제품을 만들고 해외 납품업체를 발굴하는 등 원가 경쟁력을 꾸준히
높여왔다. 전국에 대형매장을 개설하고 생활용품으로 사업영역을 확대하는 등 수익 다변화에도 주력했다. 한샘의 이 같은 혁신활동은
가구업계 전반의 경쟁력 향상과 패러다임 변화까지 이끌어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외국사의 진출이 국내 산업의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역설적인 현상이 빚어진 셈이다.
한샘의 해법은 기득권에 사로잡혀 개방이라면 손사래를 치는 다른 내수업계에도 일침을 놓고 있다. 정부는 경제 활성화를 위해 의료와
금융 등 서비스 산업 개방을 추진하고 있지만 관련업계의 반발에 부딪혀 십수년째 걸음마도 못 떼고 있다. 당장 제주 경제자유구역에
투자개방형 외국병원을 허용한다고 하자 의료계는 파업까지 불사하겠다고 나서는 판국이다. 국내에서 관련법조차 마련되지 못한 원격의료
기술은 중남미에서 러브콜을 받고 있다. 글로벌 경쟁시대에 우물 안 개구리는 설 땅이 없다. 개방과 경쟁을 통해 서비스 산업
전반의 경쟁력을 높여야만 양질의 서비스가 가능해지고 새로운 성장의 활력도 만들어질 수 있다. [서울경제신문 사설-20150422수] 정부 정책에도 역행하는 은행의 체크카드 홀대
신용카드 대신 체크카드 이용 고객을 홀대하는 시중은행의 관행이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다. 21일자 서울경제신문 보도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주택담보대출 때 신용카드 이용자에게는 0.3%포인트의 우대금리를 주는 반면 체크카드 이용자에게는 0.1%포인트만
제공해 차이가 0.2%포인트에 달한다. 우리은행과 신한은행 역시 0.1%포인트나 차이가 있다. 신용대출에서도 차별 관행은
여전하다. 이들 은행은 신용카드와 체크카드 이용자에 대한 우대금리에 같은 차이를 두고 있다. 우리은행은 예금상품에도 차이를 둬
'행복나눔적금'의 경우 신용카드 이용자에게만 0.3%포인트의 우대금리를 준다.
이들이 체크카드 이용자를 홀대하는 것은 수익성 때문이다. 신용카드는 이용자가 쓸 때마다 꼬박꼬박 결제금액의 2%를 가맹점
수수료로 받지만 체크카드는 수수료가 절반에 불과하다. 체크카드는 연회비도 받지 못하고 무엇보다 짭짤한 카드론 수익을 챙길 수
없다. 문제는 눈앞의 이익만 중시하는 은행의 이 같은 행동이 고객을 빚에 둔감하도록 만든다는 점이다. 주택담보대출의 경우
0.1%의 금리차에 수십만원이 왔다 갔다 하니 신용카드를 만들지 않을 고객이 어디 있겠는가. 고객은 은행에 돈을 넣어놓고 있는
만큼만 체크카드로 쓰고 싶어도 은행이 자꾸 신용카드를 쓰라고 부추기니 결국 빚을 조장하는 셈이다.
가계빚은 어느덧 1,000조원을 훌쩍 넘어섰다. 정부는 그동안 가계빚이 우리 경제의 뇌관이 될 것을 우려해 신용카드 사용을
줄이고자 신용카드 소득공제율을 낮추고 체크카드 공제율은 높이는 등 가계빚 축소 노력을 기울여왔다. 은행의 상술은 이런 정부
정책방향과도 크게 어긋난다. 정부는 그동안 "체크카드와 신용카드 서비스를 차별하면 카드업 인가를 거둬들이겠다"며 국민에게 개선을
약속한 바 있다. 그런데도 금융업계는 소비자 혜택이나 정부 정책을 외면한 채 자신들의 계산법에만 빠져 있다. ■ 오늘의 주요 칼럼 읽기 ■ 지중해 난민 참사 [한겨레신문 칼럼-유레카/김지석(논설위원)-20150422수] 우리의 바다
‘마레 노스트룸’이라는 보드게임이 있다. 라틴어로 ‘우리의 바다’라는 뜻이다. 게임의 주인공은 로마, 카르타고, 그리스,
이집트, 바빌로니아 등 고대 서양을 주름잡던 다섯 나라다. 이들 나라가 교역, 건설, 전쟁을 되풀이하면서 세력을 키워간다.
아르테미스 신전이나 율리우스 카이사르 등 4종류 이상의 불가사의나 영웅을 먼저 만들어내는 사람이 승리한다. ‘우
리의 바다’는 지중해다. 면적 250만㎢에 동서 길이 4000㎞에 이르는 지구촌 최대 내해다. 이 바다를 처음 마레
노스트룸(Mare Nostrum)이라고 부른 이들은 로마인이다. 실제로 전성기의 로마는 지중해를 둘러싼 유럽, 아프리카 북부,
중동 서부 지역을 모두 차지했다. 당시 이들에게 대서양은 마레 이그노툼(Mare Ignotum)이었다. ‘알 수 없는 바다’라는
뜻이다.
지중해는 중세 내내 ‘이슬람의 바다’였다. 이슬람 세력은 유럽 쪽 육지 일부를 제외하고 지중해 주변 지역 전체를 장악했다.
결국, 유럽 나라들은 ‘우리의 바다’를 되찾지 못한 채 서쪽으로 향해 대서양 시대를 열게 된다. 20세기에 ‘마레 노스트룸’을
국가 전략으로 내건 사람은 이탈리아의 파시즘 지도자 무솔리니다. 새 로마제국을 꿈꿨던 그의 시도는 불과 몇 해 만에 무참하게
실패한다.
2013년 10월 아프리카의 난민을 태우고 이탈리아로 향하던 배가 지중해에서 침몰해 360여명이 숨지는 참사가 일어난다. 그
직후 이탈리아는 유럽연합의 지원을 받아 해양 구조계획을 꾸린다. ‘마레 노스트룸’이라는 이름이 여기서 부활한다. 이 계획은 상당한
성과가 있었지만 오히려 그 때문에 더 많은 난민이 유럽행을 시도하게 한다는 비판을 받는다. 그래서 올해 초 대체된 게 저예산의
연안 경비계획인 트리톤이다. 트리톤은 로마 신화에서 넵투누스의 아들인 바다의 신 이름이다. 800명가량 숨진 18일의 난민선
참사를 보면, 지중해는 누군가의 ‘우리의 바다’가 아니라 냉담한 바다의 신이 지배하는 곳인 듯하다. [서울경제신문 칼럼-만파식적/임석훈(논설위원)-20150422수] 지중해 보트피플
지중해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게 낭만·정열이지 싶다. 풍광이 전 세계인이 한 번쯤 가보고 싶어하는 여행지로서 손색이 없기
때문일 게다. 연안국을 둘러보는 지중해 크루즈 여행은 그중에서도 백미다. 무엇보다 지중해는 아프리카·아시아·유럽의 3개 대륙에
둘러싸여 있어 여행객들이 다양한 문화를 접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지중해 서쪽은 지브롤터 해협으로 대서양과 통하고 동쪽은 수에즈 운하로 홍해·인도양과 연결된다. 북쪽은 다르다넬스·보스포루스
해협으로 흑해와 이어진다. 이런 지정학적 위치 탓에 중세 말까지 유럽 문명·교역의 중심 무대이자 기독교와 이슬람 세력 간
전쟁터였다. 오늘날에도 세계 주요 항로 중 하나로 꼽힌다.
언제나 낭만으로 충만할 것 같은 지중해가 요즘 '죽음의 바다'로 부각되고 있다. 분쟁과 가난을 피해 조국을 떠나는 아프리카
난민들 때문이다. 지난 10년간 자유를 찾아 배를 타고 지중해로 나선 보트피플이 수십만 명에 달한다고 한다. 1960~1970년대
패망한 베트남을 탈출하려는 난민을 보는 듯하다. 지난해에만 17만명이 유럽행을 택했고 도중에 3,000명이 불귀의 객이 되고
말았다.
리비아가 무정부 상태에 빠져들면서 지중해 난민은 더욱 늘어나는 추세다. 올 들어 이미 1,500명 이상이 수장됐다. 죽을 수도
있다는 걸 알면서도 위험한 도박에 나서는 이들이 지금도 줄을 서 있다. 리비아에서만 100만여명이 새로운 삶을 찾아 유럽행 배를
구하고 있을 정도다.
다행히 유럽연합(EU) 외무·내무장관들이 지난 20일 특별회의를 가진 데 이어 긴급 정상회의를 열어 대책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한다. 오는 5월 중 종합적인 난민대책을 발표한다니 기대해봄 직하다. 구조활동 강화, 유럽 재정착 돕기 프로젝트 등이 포함될
것으로 전해진다. 난민을 사지로 몰아넣는 위정자와 밀수조직은 용서할 수 없더라도 더 이상의 참사는 국제사회가 막아야 하지
않겠는가. ■ 그 밖의 칼럼 읽기 [중앙일보 칼럼-분수대/이영희(문화스포츠부문 기자)-20150422수] 당신 취향인 건 압니다만
세상이 바뀐 걸까, 내가 ‘꼰대’가 된 걸까. 잠시 고민했다. 요즘 장안의 화제인 가수 박진영의 노래 ‘어머님이 누구니’ 뮤직
비디오를 본 후다. 영상 속에서 남자는 헬스클럽 러닝머신에서 운동하는 여자의 몸매를 샅샅이 훑다 묻는다. “넌 허리가 몇이니?”
“24요.” “힙은?” “34요.” 그리고 노래는 “허리는 너무 가는데 힙이 커 맞는 바지를 찾기 너무 힘든” 멋진 뒤태를 가진
여자에 대한 상찬으로 이어진다. 화면에는 여성의 힙이 계속 클로즈업. 보는 순간 불쾌함이 먼저였는데, 사람들은 재밌단다. 자신의
욕망을 솔직하게 드러내는 걸 주특기로 삼아온 박진영다운 노래란다.
하긴 무뎌질 때도 됐다. 여자는 예뻐야 하고, 이런저런 여자가 바로 예쁜 여자라고 안내하는 예시는 널리고 널렸다. 지하철역에
커다랗게 붙어 있는 성형 후 얼굴 광고판을 보며 여자들이 속삭인다. “저건 너무 인공적이지 않니? 자연스럽게 고쳐야지.”
TV에서는 눈에 띄는 외모가 아닌 여자들에게 “열심히 살아야 할 얼굴”이라 대놓고 놀리고, 예쁘지 않으면 무시당해 마땅하다는
내용의 코미디가 인기를 끈다. 발끈하면 ‘쿨하지 못한’ 사람이 된다. 세상은 원래 이런 곳이야. 몰랐어? 억울하면 노력해.
박진영의 노래는 거기에 ‘허리와 엉덩이의 비율이 유별난’ 여자가 섹시하더라는 또 하나의 ‘기준’을 더한 것뿐이다.
그런데 정말 다들 아무렇지 않은가. 홍대 앞을 오가는 젊은 여성들을 보며 “신기하게 요즘 20대들은 다리가 다들 예쁘더라” 한
적이 있다. 대학원생 후배가 답했다. “언니 요즘 대학생들은 얼굴 성형보다 다리 성형에 더 관심이 많아요. 얼굴보다 몸매인
시대잖아.” 한국이 인구 대비 성형수술 건수 1위라는 건 이미 세계적으로 유명한 사실. 여대생 5명 중의 하나는 ‘취업을 위해
성형수술을 받을 의향이 있다’고 말한다. 세상이 그것을 원하니, 그 기준에 나를 맞춰야 한다는 강박. 거식증과 우울증에
시달리면서도 “외모 얘기는 그만 좀 하자”고 말하지 못한다. ‘어머님이 누구니’의 가사처럼 “엄마에게 받은 타고난” 미녀가 아닌
자신을 탓할 뿐이다.
웃자고 만든 노래에 정색한다 욕을 먹겠지만 말하고 싶다. 그의 취향이 “뒤에서 바라보면 미치겠는” 여자인 것은 알겠는데, TV로
라디오로까지 그걸 반복해 들어야 하는 건 불편하다. 이 노래를 흥얼거리던 그녀들이 줄자로 자신의 허리와 엉덩이 사이즈를 재며
‘24/34’가 아니라 실망하는 모습이 눈에 보이는 것 같아서다. [경향신문 칼럼-여적/김석종(논설위원)-20150422수] 단성사
1907년 서울 종로에 문을 연 단성사는 그대로 한국 영화의 역사였다. 1919년 한국 최초의 영화 <의리적 구토>가
이곳에서 상영됐다. 1926년에는 나운규의 <아리랑>이 개봉돼 장안을 들끓게 했다. 1935년에는 한국 최초의
발성영화인 <춘향전>이 상영됐다. 영화·연극·음악·무용 발표회와 권투 등 스포츠행사도 이곳에서 열렸다. 1932년 당대
최고의 가수 이애리수가 ‘황성옛터’를 처음 부른 곳이 단성사였다. 당시 울음을 터뜨리는 관객들 때문에 일본 순사들이 호루라기를
불며 공연을 중단시켰다고 한다.
광복 이후 1990년대까지는 개봉관 시대였다. 서울 종로와 을지로, 퇴계로 주변에 자리한
단성사·대한·서울·피카디리·국도·중앙·명보·스카라·국제극장이 서울 시내 10대 개봉관(1번관)으로 불렸다. 개봉관에서 상영이 끝난
영화들은 계림·화양·대지·서대문극장 등 재개봉관(2번관)으로 갔다. 변두리의 재재개봉관(3번관)에서는 한 번에 두 편의 영화를
‘동시상영’했다.
당시 종로3가 단성사는 개봉관 중에서도 인기 최고였다. 외국 대작들이 주로 상영됐다. 외국 배우들의 팬 사인회도 단성사가
단골이었다. <겨울 여자>(1977년·58만5000명), <장군의 아들>(1990년·67만9000명),
그리고 한국영화사상 처음으로 100만 관객을 돌파한 <서편제>(1993년) 등 화제작들도 단성사에서 개봉됐다. 당시 이
영화를 보려는 관객들이 종로4가 쪽으로 길게 줄을 섰던 기억이 난다. 암표가 정상 가격의 2~3배에 팔리기도 했다.
1990년대 중반 멀티플렉스 영화관이 등장하면서 개봉관 시대는 끝났다. 극장 앞에 세워졌던 ‘매진사례’ 표지판, 손으로 그린
영화 간판 등도 아련한 추억이 됐다. 단성사 역시 몰락의 길을 걸었다. 새 건물을 지어 멀티플렉스로 변신을 시도하다가
부도처리됐다. 최근 단성사 건물을 인수한 새 주인은 이곳을 영화와 관계없는 오피스 건물로 사용할 계획이라고 한다. 이로써 단성사
영화관의 역사는 108년 만에 완전히 끝났다. 한국 최고(最古)의 영화관이 흔적없이 사라지는 모습이 안타깝다. 새 건물에 옛
영화관 시절을 추억할 수 있는 작은 공간이라도 마련됐으면 한다. [서울신문 칼럼-씨줄날줄/문소영(논설위원)-20150422수] 국기 모독죄
세월호 참사 1주년 추모 행사에서 한 20대 젊은이가 종이 태극기를 불태우는 사진이 언론에 공개됐다. “대한민국을 상징하는
태극기를 어떻게 불태울 수 있느냐”며 깜짝 놀란 사람도 있었고, ‘국가 모독죄’로 처벌하자는 주장도 나왔다. 경찰은 태극기를 태운
문제의 20대 남성을 검거하고자 신원 파악에 나섰다. 이날 추모 행사 참가자들도 이 청년을 찾는데, 돌발적인 태극기 소각 탓에
세월호 추모 행사가 과격·폭력·불법시위로 낙인찍히는 만큼 혹여 프락치가 아니냐는 의심을 한다. 조만간 이 청년이 누구인지 밝혀질
것이다. 형법 제105조는 ‘대한민국을 모욕할 목적으로 국기 또는 국장을 손상, 제거 또는 오욕한 자’를 ‘국기 모독죄’로
처벌하는 조항이다. 그러니 그 청년은 실정법 위반으로 처벌받을 수 있다.
‘국가 모독죄’라는 것도 한때 있었다. 1975년 신설될 때부터 논란이 된 형법 104조의2인데 6·10 민주화 운동 이후
1988년 12월 31일 삭제됐다. 1979년 9월 김영삼 신민당 총재의 뉴욕타임스 인터뷰를 두고 당시 여당인 공화당 의원들이
국가 모독죄를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던 전형적인 ‘야당 탄압용’이었다.
미국 연방대법원은 국기를 태운 죄에 대해 ‘정치적 의사 표현’이라며 무죄 판결을 내린 바 있다. 그레고리 존슨은 1984년 미국
텍사스주 댈러스 공화당 전당대회장 앞에서 성조기를 불태웠다. 존슨은 국제청년당 당원으로, 레이건 정부의 외교정책에 항의를 표시한
것이다. 텍사스 주법 성조기 보호법 위반으로 기소된 그는 유죄 선고를 받았다. 그러나 1989년 6월 연방대법원은 5대4로
무죄를 선언했다. 다수의견을 낸 윌리엄 브레넌 대법원 판사는 “언론 자유의 참된 기능은 청중들로부터 불안과 불만을 야기하는 표현,
청중들을 자극하는 표현을 과감히 허용하는 것”이라며 “미국인들이 성스럽게 여기는 성조기에 대한 모욕적인 표현조차도 허용돼야
한다”고 판시했다. 따라서 성조기의 신성함을 지키고자 정치적 의사의 표현으로서 성조기를 소각하는 행위를 형사처벌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1989년 제정한 국기보호법은 위헌이 됐고, 이후 성조기 소각 금지 헌법수정안은 미국 상원을 통과하지 못하고 있다.
검찰은 태극기를 소각한 청년이 ‘대한민국을 모욕할 목적’이었는지, 아니면 ‘현 정부를 비판할 목적’이었는지를 밝혀 법대로
처벌하기 바란다. 또한 공권력의 정당성이라는 차원에서 세월호 추모 행사에서 보여 준 경찰의 위헌성도 반드시 짚어 봐야 한다.
헌법은 국민 기본권으로 집회와 결사의 자유를 보장한다. 그래서 전면적이고 극단적인 ‘차벽 봉쇄’를 2011년 6월 헌법재판소가
위헌이라고 결정했다. 그런데 경찰은 16일과 18일 차량 470여대를 동원해 ‘레고랜드’ 같은 거대한 차벽을 세웠다. 헌정주의를
무시하는 경찰도 법대로 처벌받아야 하지 않을까. [한국경제신문 칼럼-천자칼럼/고두현(논설위원)-20150422수] 중림동 사람들
조선시대 정승을 지낸 김재찬이 어느 날 식음을 전폐하고 끙끙댔다. 어머니 윤씨가 이유를 묻자 청나라가 은 5000냥을 보내라는데
마련할 길이 없어 걱정이라고 했다. 윤씨는 약현(藥峴)의 옛집으로 그를 데려가 부엌 바닥을 파 보라고 했다. 그 속에서 은이
가득 든 독 세 개가 나왔다. 윤씨는 옛날 집을 수리하다 은독이 나오자 뜻하지 않은 횡재는 이롭지 못하다며 다시 묻어두었다고
말했다. 그 은으로 근심을 덜자 왕은 윤씨를 ‘정승부인’이 아니라 ‘부인정승’으로 예우했다.
이 얘기에 나오는 약현이 서울 중림동이다. 김재찬의 아버지 김욱도 영의정을 지냈기에 부자(父子)정승 마을로 불렸다.
‘용재총화’의 저자이자 성종 때 대제학을 지낸 성현도 이곳에 살았다. 그의 호를 딴 ‘허백당’터가 남아 있다. 대동여지도를 만든
김정호도 여기에 살았다. 약현성당 앞에 그의 기념비가 있다.
중림동은 약초가게가 많아 약밭고개(약현)로 불린 약전중동(藥典中洞)과 한림동(翰林洞)의 글자를 하나씩 따 붙인 것이다. 한림동은
선조 때 명신 이정엄·정형·정겸 삼형제가 모두 글을 잘해 한림(翰林) 벼슬을 지냈다 해서 생긴 이름이다. 공덕동으로 넘어가는
만리재는 세종 때 부제학을 지낸 최만리가 살았던 곳이어서 그렇게 불렸다.
대한제국 때 이완용이 살던 집은 지금의 중림동주민센터 자리에 있었다. 1907년 고종 퇴위 때 반일단체 동우회(同友會) 회원들의
습격으로 불타버렸지만, 이 집에서 그는 10리가 넘는 삼청동의 양아버지 집까지 하루도 빠지지 않고 문안인사를 다녔다고 한다.
인근의 양정고보 자리에는 손기정공원이 있다. 손 선수가 베를린올림픽 우승 뒤 히틀러에게서 받아온 월계수 나무도 자라고 있다.
시라소니 이후 맨손싸움의 1인자로 꼽힌 조창조 등 숱한 ‘주먹신화’가 탄생한 곳도 이곳 중림동 시장이다.
철길 옆 서소문 공원은 천주교 성지다. 신유박해 때 정약용의 셋째형이자 이승훈의 처남인 정약종이 순교했고, 기해박해 때 정약종의
아들 정하상 등 수많은 교인들이 참수를 당한 곳이다. 그 자리를 내려다보는 언덕에 약현성당이 있다. 한국 최초의 영세자 이승훈이
살던 집터도 성당에서 가깝다.
오랜 영욕의 세월만큼이나 이곳에서 나고 자란 인물들의 사연도 갖가지다. 그 숱한 이야기가 모여 지금의 역사를 이뤘다.
중림시장에는 오늘도 새벽 장꾼들이 몰려든다. 그 왁자한 시장통의 한가운데로 한국경제신문 기자들이 총총거리며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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