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5월 11일 수요일 오늘의 주요 신문사설·칼럼
※이 자료는 교육용으로 쓰기 위해 올리는 자료로 상업적 목적은 없으며 선정된 사실의 정치적 성향은 블로그 운영성향과 무관합니다.
주요 신문사설
[이데일리]
1. ‘노동당 위원장’ 김정은이 가야할 길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조선노동당 위원장 등극은 김일성, 김정일에 이은 3대 세습 체제의 완성을 의미한다. 북한이 지난 6일 제7차 당대회를 개막하면서 ‘최고 수위(首位)’로 포장했던 당위원장은 김일성이 1949년 북조선노동당과 남조선노동당을 조선노동당으로 통합하면서 스스로 썼던 감투다.
이로써 복장과 말투, 걸음새 등에서 할아버지를 흉내 내는 김정은의 ‘김일성 따라 하기’가 절정에 이른 느낌이다. 두말할 것도 없이 부족한 정통성과 권위를 ‘김일성 향수’로 메우려는 속셈이다. 당 산하에 여러 위원회가 있는 상황에서 뜬금없이 당위원장이란 칭호를 택한 것은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총비서의 직책 승계를 피하면서 이들과 동급 반열에 올랐음을 은근히 내비친 의도로 읽힌다.
아버지 김정일은 한 번도 열지 않았던 당대회를 36년 만에 소집한 것도 ‘김정은 시대’의 본격 개막을 대내외에 선포하려는 뜻이었다. 비서국 폐지와 정무국 신설 등의 조직개편과 함께 심복들을 요직에 앉힌 것을 보면 목적은 거의 달성한 듯하다. 그러나 핵심은 호칭이나 조직이 아니라 대남 전략이다. 김 위원장은 당대회 내내 핵무장을 강조하면서 세계의 비핵화에 기여하겠다며 자기모순을 드러냈고 노동신문은 어제 ‘경제와 핵 병진’을 당규약에 명문화했다고 전했다.
국제사회의 반응은 싸늘하기만 하다. 정부는 김 위원장의 대남 대화 제스처를 선전 공세로 일축하고 북핵 강행에 대한 강력한 제재를 다짐했다. 미국과 일본은 비핵화 약속 이행을 촉구했고, 중국은 한술 더 떠 “한반도 비핵화라는 시대 조류에 맞추라”며 북한을 압박하고 유엔안보리의 대북 결의 준수를 관련국들에 주문했다.
김 위원장은 이제 선택해야 한다. 남북 공존과 공영을 통해 통일에 기여한 민족의 영웅으로 거듭날 것인가, 아니면 ‘핵 불장난’으로 할아버지가 저지른 천추의 한을 되풀이한 민족의 역적으로 기억될 것인가가 애오라지 그의 판단에 달렸다. 이런 맥락에서 핵을 포기하고 번영의 길을 택한 이란은 그에게 더없이 훌륭한 교범이다. 이럴 때일수록 우리 사회가 단단히 뭉쳐야 한다. 행여나 남남 갈등으로 그의 오판을 부추기는 한심한 작태가 재연돼선 결코 안 된다.
2. '명품 헬기' 수리온에서 드러난 결함
국내 기술로 처음 개발된 수리온(KUH-1) 기동헬기에서 결함이 발견됐다고 한다. 기체 골격에 균열이 발생하거나 조종석 앞 윈드실드 유리에 금이 가는 현상이 일어나 군 당국이 조사에 착수했다는 것이다. 시험용 시제기와 군부대에 납품된 양산기 등 모두 7대에서 이러한 결함이 발견됐다니 간단히 넘길 일은 아니다.
윈드실드는 헬기가 이륙하는 과정에서 돌가루가 튀는 등 외부 충격이 반복됨에 따라 금이 간 것으로 확인됐지만 기체의 균열은 아직 정확한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다는 게 방위사업청의 잠정적인 조사 결과다. 더구나 윈드실드 결함은 초기 시험 때부터 지속적으로 발견됐는데도 군 당국이 이를 공개하지 않고 은폐해 왔다는 의혹도 제기된다. 비행 안전에 결정적인 영향을 줄 만한 결함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헬기 개발에 1조 3000억원의 혈세가 들어갔음을 똑바로 인식해야 한다. 대당 가격만 해도 185억원에 이른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개발한 이 헬기는 2013년부터 실전 배치가 시작되어 현재 40여대가 군에 납품되어 운용되고 있다. 공중 작전을 수행하는 헬기의 특성상 사소한 기체 결함에도 작전 차질은 물론 자칫 인명 피해까지 초래하기 마련이라는 점에서 조속한 원인 규명과 보완 작업이 필요하다. 그래야만 국산 ‘명품 헬기’라는 긍지를 지킬 수가 있다.
우려되는 것은 헬기 설계에 구조적인 결함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가능성이다. 그런 경우가 아니기를 바라지만 군 당국은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조사를 진행해야 한다. 설계가 잘못됐다면 당연히 고쳐야 할 것이다. 우리가 수리온 개발 성공으로 세계 11번째 헬기 개발국으로 기록됐다고 해서 결함에 대해서조차 쉬쉬할 일은 아니다.
문제는 수리온 헬기의 경우만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막대한 개발비가 투입된 수상함 구조함인 통영함을 비롯해 대(對)전차 현궁 미사일, 복합형 K-11 소총 등 다른 국산개발 무기에서도 결함이 드러난 바 있다. 개발과정의 금품 비리나 검증 부실이 주된 이유였다. 이번 수리온 결함 발견을 계기로 군 배치 무기에 대한 성능 및 안전성 검사를 더욱 강화할 필요가 있다. 혹시 다른 무기에 대해서도 결함이 은폐되고 있는지 검증이 요구된다.
[서울신문]
3. 마약 못잖은 스마트폰 중독, 특단 대책 세워야
인터넷과 스마트폰 오·남용이 위험 수위를 넘고 있다. 여성가족부가 어제 발표한 초등학교 4학년, 중학교 1학년, 고등학교 1학년 등 학령 전환기 학생 148만여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16년 인터넷·스마트폰 이용 습관 진단조사’에 따르면 인터넷·스마트폰 중독 위험군에 속한 학생이 무려 20만명이나 됐다. ‘중독 위험사용자군’은 인터넷·스마트폰을 지나치게 사용해 일상생활에서 장애를 겪거나 금단 현상을 보여 전문기관의 도움이 필요한 학생을 말한다. 지난해에 비해 초등학교 4학년의 스마트폰 중독 위험군 숫자가 증가해 중독의 저연령화 현상도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실제 우리나라 국민 가운데 인터넷이나 스마트폰 게임 중독 위험군은 200만명 이상인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초고속 인터넷 가입자가 2000만명을 넘고, 스마트폰 가입자는 4000만명 이상으로 중독자 수는 증가 추세에 있다. 특단의 대책을 세우지 않고서는 우리나라가 인터넷·스마트폰 중독 국가로 불릴 날이 머지않았다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정부는 청소년들의 게임 시간을 줄이기 위해 2011년부터 셧다운제를, 2012년부터는 아이템 현금 거래를 금지하고 있다. 그러나 부모의 주민등록번호를 도용하는 등 제도상 허점이 많아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정부는 최근 들어 치료에 역점을 두고 있다. 여성가족부는 전국 220여개 청소년상담복지센터를 통해 중독 위험군으로 확인된 20만여명의 청소년들에게 상담·치료, 기숙형 치유 특화 프로그램 등 맞춤형 서비스를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더 늦기 전에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게임산업 육성도 중요하지만 우리 사회의 미래를 이끌고 갈 청소년들의 정신 건강이 더 중요한 까닭이다.
게임업계의 반대에 부딪혀 무산된 쿨링오프제를 우선적으로 도입할 것을 제안하는 전문가들의 주장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쿨링오프제는 2시간 이상 게임을 하면 게임이 종료되는 제도다. 10분 후 1회에 한해 재접속할 수 있다. 아울러 학교 주변이나 주택가에 무분별하게 자리잡은 PC방에 대해서도 회원제 도입 등 규제가 있어야 할 것이다. 초등학생 스마트폰 중독은 부모의 관심이 중요하다. 학교나 가정에서 스마트폰에 대한 바른 사용을 지속적으로 교육하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
4. 세습 완결하고 67년 전으로 돌아간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7차 당대회가 3대 세습과 김정은 1인 유일 체제를 확립하면서 막을 내렸다. 36년 만에 열린 7차 당대회는 노동당 위원장이 당의 최고 직책으로 당을 대표하고 영도한다는 점을 당 규약에 추가 명시한 뒤 김정은 노동당 제1국방위원장을 노동당 위원장으로 추대했다. 김 제1위원장은 당 위원장을 포함해 중앙군사위원장 등 무려 9개의 감투를 쓰면서 당·정·군 권력을 장악하며 최고 통치자로 등극했다. ‘당 위원장’이란 이름은 67년 전인 1949년 할아버지인 김일성이 사용했던 직책으로 굳이 이를 끄집어낸 것은 김정은이 김일성 향수를 이용해 권력을 공고화하겠다는 의미다. 이번 당대회가 ‘김정은 대관식’이라고 부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1인 독재 체제를 공식화한 7차 당대회는 여러 가지 의미가 담겨 있다. 눈에 띄는 것은 북한 권력 구도의 변화다. 북한은 원래 당이 국가보다 우위에 자리하고 있으며 당 규약은 헌법을 뛰어넘는 최고 규범이다. 김정은이 노동당 위원장으로 추대된 것은 부친 김정일의 선군(先軍) 정치와 차별화해 당을 중심으로 통치하겠다는 의지를 공표한 것이다. 2011년 12월 김정일 사망 이후 장성택 등 핵심 간부들을 대규모 숙청한 김정은이 이제 자신의 말 한마디로 국가 전체를 움직일 수 있는 친정체제를 구축한 것이다.
당 인사에서 대대적인 세대 교체는 없었지만 상당 규모의 승진을 통해 노·장·청 조화를 꾀한 것도 특징이다. 당 핵심인 상무위원을 5명으로 늘린 것이나 정치국 위원과 정치국 후보위원의 수를 늘린 것도 이런 맥락이다. 선군 정치로 권력을 지탱해 온 아버지의 그늘에서도 확실히 벗어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우려스러운 것은 김정은 정권이 이번 당대회를 통해 ‘경제·핵 병진노선’을 공식 채택하면서 핵무기의 소형화·다종화 실현 의지를 밝힌 점이다. 유엔의 대북 제재에도 불구하고 핵실험 및 미사일 개발을 계속하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국제사회에서의 대결 구도를 한층 강화한 것이다. 북한의 핵보유국 선언은 전통적 우방인 중국과 러시아마저 혀를 찰 정도로 국제적 고립을 자초한 것이다. 한반도와 동북아 정세는 한층 격화될 것이고 북한 주민들의 고통이 가중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김정은 개인 우상화도 심상치 않다. 뚜렷한 치적도 없이 권력을 잡은 그로서 김일성·김정일 수준으로 권위를 끌어올리기 위해 비상식적인 우상화 작업을 지속적으로 할 수밖에 없다. 어제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노동당 제7차 대회 경축 군중대회가 이를 반증한다. 검은색 인민복 차림의 김정은 제1위원장을 향해 10만여명의 평양 시민들이 열광적인 찬사를 보내는 모습은 섬뜩할 정도였다.
북한의 고립이 심화되고 김정은에 대한 우상화가 광기를 더해 가겠지만 분명한 것은 우리가 상대해야 하는 것은 한층 권력 기반이 공고화된 김정은 정권이라는 점이다. 현재로선 북한의 무모한 핵 도발을 막기 위해 국제사회와의 세밀한 공조로 대북 제재를 강화해야 하지만, 종잡을 수 없는 북한의 평화공세나 체제 급변에도 언제든지 신속하게 대처할 수 있도록 면밀한 대응책을 수립해야 한다.
5. 국책은행 성과연봉제 반대할 명분 없다
정부가 추진하는 공공기관 성과연봉제에 노동계가 크게 반발하고 있다고 한다. 민간 부문에서는 이미 오래전에 뿌리내린 제도다. 공공기관이라고 반대할 이유는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다. 우리 사회에 일반화된 제도를 놓고 아직도 논란을 벌이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당혹스럽다. 도대체 정부가 공공기관의 생산성 향상에 얼마나 무관심했기에 이제 와서 이런 일이 벌어지는지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럼에도 어제오늘의 양상을 보면 정부는 여전히 노동계에 휘둘리고 있는 것 같다. 해운·조선 분야의 뼈를 깎는 구조조정에 나서야 하는 정부다. 구조조정의 주체가 돼야 할 금융 공공기관의 성과연봉제마저 돌파하지 못하는 정부에 국민은 불안을 느낄 수밖에 없다.
박근혜 대통령은 어제도 “각 부처는 120개 공공기관 모두가 성과연봉제를 도입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독려해 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민간 부문의 구조조정이 논의되고 있는 상황에서 공공기관의 정상화는 더 미룰 수 없는 과제”라고도 했다. 떨어질 대로 떨어진 공공기관의 경쟁력에 대한 국민의 우려와 생산성 향상에 대한 기대를 그대로 담고 있다 해도 좋다. 하지만 노동계는 합리적인 요구에 호응하기는커녕 오히려 ‘총파업’을 거론하며 맞서고 있다.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은 1차 천막 농성에 이어 6월 18일 5만명 이상 참여하는 ‘노동자 대회’를 열고 9월에는 20만명이 총파업에 나설 것이라고 압박했다.
공공기관은 ‘신의 직장’이 된 지 오래다. 대부분 일반 기업보다 나은 대우에 퇴출 걱정 없이 정년을 보장받는다. 정부안은 최고 성과자와 최저 성과자의 임금 인상률 격차가 최고 3%에 불과하다고 한다. 이런 정도의 임금 격차로 일 잘하는 사람에게 격려가 될 수 있을지 의심스러울 지경이다. 그런데도 공기업들은 정부와 노조의 눈치만 살피고 있다. 성과연봉제를 도입하지 않았을 때 받는 페널티를 감수하겠다는 기관마저 있다니 한심스럽기만 하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어제 금융 공공기관장 간담회에서 구조조정의 주체가 돼야 하는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을 거론하며 “두 기관의 경영에 대한 국민의 실망이 큰 만큼 조속히 성과주의 문제를 정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융기관 노조에도 “무엇이 기관과 조합원을 위한 것인지 현명히 판단해 달라”고 당부했다. 하지만 임 위원장이 이 자리에서 금융공공기관에 제시했다는 ‘당근과 채찍’은 지금처럼 엄중한 경제 상황에서는 한가하게만 들린다. 정부와 공기업 노조 모두 정신을 차려야 한다.
[중앙일보]
6. 여야 청와대 회동, 협치 틀 만들어 내길
박근혜 대통령과 3당 원내지도부가 13일 청와대에서 만난다. 4·13 총선 이후 한 달 만이다. 수뇌 회담은 아니지만 내부 체제 정비가 마무리되지 않은 정치권 사정을 고려하면 대통령과 여야 원내대표진 회동은 최고 지휘부 만남이고, 오히려 늦은 감이 있다. 대한민국은 지금 경제와 안보의 중첩 위기로 한숨이 깊어 가는 상황이다. 노동개혁을 비롯한 4대 구조개혁 법안 처리 외에도 기업 구조조정과 재원 마련, 20대 국회 원 구성 협상 등의 힘든 과제가 산더미다. 해답을 만들어 내려면 일단 만나 소통하고 타협해야 하니 새 정치를 위한 새 만남은 굵직한 현안을 털어낼 첫걸음이다. 회동 자체의 의미가 크다.
하지만 회동을 앞둔 국민 여론은 걱정의 목소리가 더 많다.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유사한 형태의 청와대 회동에서 각자 자기 말만 쏟아낸 뒤 뒤돌아서면 상호 비난에 몰두한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한쪽에선 대통령의 소통 부재, 다른 쪽에선 야권의 편협성을 맹비난하다 ‘왜 만났는지 모르겠다’는 뒷말까지 남겼다. 게다가 그런 만남 자체가 많지도 않았다. 박 대통령은 대선 때 국가지도자연석회의 같은 초당적 국정협의체 구축을 공약했고 틈날 때마다 소통의 정치를 강조했다. 그럼에도 집권 3년이 넘도록 여야 간 대화 단절은 계속됐고 이렇다 할 대화 채널도 없었다. 그러면서도 국회 비난을 거른 적은 없었다. 그렇게 해서 생긴 이미지가 ‘불통 대통령’이고 그 결과가 여당 참패로 만들어진 여소야대 정국이다.
그런 점에서 13일 만남은 박 대통령 임기 후반의 정국을 가늠할 시금석이다. 박 대통령과 여야가 실질적으로 소통하는 새 정치문화를 만들어 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중요한 건 만들어 내야 한다는 것이다. 집권 여당인 새누리당은 19대 국회에서 과반 넘는 의석을 갖고도 별 힘을 쓰지 못했다. 그런데 20대 국회는 3당 체제에다 야당이 제1당이다. 3당 모두 지분과 발언권을 갖지만 어느 당의 영향력도 절대적일 수 없다. 국회가 제대로 돌아가려면 협치가 필수다. 당연히 국회의 태도와 진지함은 달라져야 한다. 그게 4·13 총선 민의다. 특히 총선에서 ‘문제는 경제’란 구호를 앞세워 승리한 야당은 구호에만 그칠 게 아니라 실천을 해야 한다.
똑같은 이유로 국정 최고책임자인 박 대통령도 기존의 국정 운영 스타일을 바꿔야 한다. 집권당을 더 이상 거수기로 간주해선 안 되고 야당에 대해서도 발목을 잡는 적대세력이란 시각에서 벗어나야 한다. 사실 박 대통령에겐 다른 선택도 없다. ‘총선 민의는 국회 심판’이란 식의 인식과 입장을 고수하면 끊임없는 마찰과 충돌, 국정 대혼란이 불가피하다. 박 대통령은 3당 대표와의 회동을 정례화하고 여야정 정책협의체 구성을 긍정 검토하겠다고 했다. 옳은 방향이다. 다만 만나서 자기 말만 하고 상대방 의견을 조금도 수용하지 않겠다는 식이라면 백년하청이다. 이번에만은 협치 틀을 만들어 내야 한다.
7. 생활화학제품은 전체 성분 공개를 의무화하라
최근 가습기 살균제 사망 사건의 충격으로 사용 중이거나 구입하려는 생활화학제품의 성분을 확인해 인터넷 등에서 유해성·안전성 관련 정보를 직접 알아보려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 자녀를 둔 부모를 비롯한 소비자들의 적극적인 안전 지킴이 행동은 사회적으로 고무할 사안이다.
하지만 소비자들의 적극적인 활동은 생산업체의 기초정보 표기를 의무화하지 않은 법 때문에 막혀 있다. 현행 ‘품질경영 및 공산품 안전관리법’은 생활화학제품의 종류·성분·독성·중량·용량 등을 표시토록 하고 있지만 모든 성분을 공개하도록 의무화하지는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더불어민주당의 김영주(영등포갑) 의원 등은 2013년 11월 개정안을 발의했다. 여기에는 생활화학제품 가운데 유해물질 함유 가능성이 있는 세정제·합성세제 등 산업통상자원부령으로 정하는 제품은 제조·수입 업자가 모든 성분을 표시하도록 의무화하는 내용을 담았다. 정보 공개를 강화해 국민 안전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내용이다.
문제는 개정안이 3년째 국회에서 잠자고 있다는 사실이다. 개정안은 2013년 12월 산자위 전체회의에 상정돼 법안소위에 회부됐지만 거의 2년이 다 된 지난해 11월에야 상정된 데다 그나마 그 이후 추가 심의가 이뤄지지 않았다. 무성의하게 방치된 것이다.
법을 바꿔 생활화학제품의 모든 성분 정보 공개를 의무화하는 것은 어렵지도, 큰 비용이 들지도 않는다. 특히 지금처럼 가습기 세정제 때문에 불안해하고 있는 소비자들에게 실질적 도움을 줄 수 있다. 업체에도 지나친 불안을 해소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유해성분을 숨기지 못하도록 방지하는 효과도 있다.
국회는 임시국회를 열어서라도 생활화학제품에 대한 국민의 정보 갈증을 풀 수 있는 법률 개정안을 이른 시일 안에 통과시켜야 한다. 이에 맞춰 정부는 정보 공개를 포함한 생활화학물질 안전 전반의 업그레이드를 위한 종합대책을 마련하고 국민이 ‘오케이’ 할 때까지 추진해야 한다. 생활화학물질 전반의 안전 태세를 재점검하고 수준을 높이라는 것은 가습기 살균제 사건에 성난 국민의 명령이다.
[매일경제]
8. 부산영화제 개최 합의 '일시적 봉합' 안되려면
파행으로 치닫던 부산국제영화제를 둘러싼 갈등이 극적으로 봉합됐다. 부산시와 영화제 집행위원회가 9일 김동호 명예집행위원장을 새 조직위원장으로 위촉하기로 하면서 1년8개월을 끌어온 갈등이 일단락됐다.
세월호 구조문제를 다룬 다큐 영화 '다이빙 벨' 상영으로 촉발된 부산영화제 갈등 사태는 영화인들의 집단 보이콧 선언으로 이어지면서 좌초위기까지 치달았다. 개막을 불과 5개월 남겨놓은 상황에서 김동호라는 구원투수로 해결의 실마리를 마련한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부산시와 영화제 집행위는 '조직위원장은 부산시장이 당연직으로 맡는다'는 조항을 삭제하고 올해에 한해 부산시장과 집행위원장이 공동 위촉할 수 있도록 정관을 원포인트 개정하기로 했다. 정관의 전면적인 개정은 내년 2월 부산영화제 정기총회 때까지 마무리하기로 했다.
촉박한 행사 일정에 쫓겨 일단 합의를 이루긴 했지만 세부사항에서 의견 일치를 보지 못해 정관 개정을 미뤄둔 것이기에 갈등의 불씨가 완전히 꺼졌다고 볼 수 없다.
갈등의 핵심은 영화제의 독립성과 책임성의 충돌이다. 외부 간섭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주장하는 영화계와 공익적 관점에서 행정적 책임을 강조하는 부산시는 첨예하게 대립해왔다.
영화인들의 표현의 자율성이 존중돼야 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부산시가 전체 예산의 절반인 60억원을 지원하는 만큼 책임성과 예산의 투명성도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다. 영화제가 정치적 논쟁의 장으로 변질돼서도 안 된다. 이번 합의가 올해 영화제를 열기 위한 '일시적 봉합'이라는 비난을 받지 않으려면 독립성과 책임성 간 균형점을 찾기 위해 양측이 한 발씩 양보해야 한다. 원만하게 정관을 개정하려면 영화계뿐 아니라 부산시와도 소통이 잘되는 김 위원장의 역할이 중요하다.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는 75개국 302편의 영화를 상영했고, 관객도 23만명에 이르는 등 명실상부한 국제영화제로 발돋움했다. 척박한 토양에서 20년간 일군 기적을 부산시와 영화계의 갈등으로 공중에 날려버려서는 안 된다. 이번 사태를 성장통으로 삼아 세계적인 명품 영화제로 거듭날 수 있도록 하라.
9. 북한 36년 만에 黨대회, 국제 웃음거리 전락했을 뿐
북한이 36년 만에 개최한 노동당 제7차 대회는 그들이 무엇을 의도했든 국제적 웃음거리로 전락하고 만 행사였다. 북한은 6일부터 나흘간 진행된 이 대회에서 핵·경제 병진노선을 노동당 규약에 포함시켰는데 이는 국제사회의 핵무기 제재에 도전하는 것으로 그들의 고립만 가중시킬 뿐이다.
김정은을 노동당 위원장에 추대하고 노동당을 '김일성·김정일주의 당',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조선노동당의 영원한 수반'이라고 표현하는 문구도 규약에 새로 넣었다.
김일성·김정일·김정은 3대에 걸친 세습정치를 찬양하면서 김정은에게는 9개의 감투를 몰아줄 정도로 우상화를 강화했는데 그야말로 시대착오적이다. 김정은이 당 중앙위원회 보고를 끝마쳤을 때에는 전체 참석자가 기립해서 '만세'를 12번이나 외쳤다는데 몇백 년 전 왕조시대로 돌아간 느낌이다.
또 10일에는 평양 김일성광장에 10만여 명이 운집해 김정은을 향해 만세를 외쳤다지만 그럴수록 그들 체제의 경직성과 초조감을 드러내는 신호로 이해될 뿐이다.
북한은 이번 당대회를 진행하는 방식에서도 국제사회를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다. 외신 기자 130여 명을 평양으로 초청해놓고도 무엇이 두려웠는지 행사 현장 근처에는 얼씬도 못하게 했다. 언제, 무슨 행사를, 어떻게 진행하는지 외부세계에서는 예상할 수 없는 깜깜이 진행의 연속이었다.
급기야 영국 BBC방송 기자를 불경스러운 보도를 했다는 이유로 추방해 북한 사회의 폐쇄성·경직성만 국제사회에 다시 한번 확인시켜주는 꼴이 되고 말았다.
북한이 수십 년 전과 조금도 변화되지 않은 정치행태를 그대로 답습하자 우리 사회 내에서도 여야를 불문하고 북한에 대한 일치된 비판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김정은이 핵보유국을 선언한 데 대해 중국에서도 루캉 외교부 대변인이 "시대조류에 부합하는 노력을 하도록 희망한다"며 거리를 뒀다.
이번 당대회가 국제사회 기준에서 보면 얼마나 우스꽝스럽고 모순적인 모습으로 비치는지 북한이 하루빨리 깨닫기를 바란다
[매일신문]
10. 경북 대표 도서관 건립, 접근성과 효율성부터 고민해야
경북도가 9일 안동`예천 도청 신도시에 경북 대표 도서관 건립 추진 계획을 밝혔다. 도청 신도시 문화시설 3지구 내 연면적 8천707㎡ 부지에 지하 1층 지상 4층 규모로 348억8천만원을 투입해 오는 2018년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러나 경북도의 이 같은 계획과 관련, 벌써 경북도의회 일각에서 문제를 제기하고, 접근성과 효율성 문제를 둘러싼 논란이 나와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경북도의 이런 도서관 건립 추진은 오는 2027년 기준 10만 명의 주민이 살아갈 신도시를 염두에 둔 일임이 틀림없다. 도서관 완공 후 10년 뒤 미래를 내다보고 추진하겠다는 원대한 계획에서다. 그런 만큼 120만 권 장서 보존 서고 등 기본적인 도서관 기능에다 첨단 기술을 적용하고 복합 문화 공간 기능까지 갖추는 밑그림을 그리고 있다. 경북도 측이 “도청 신도시의 랜드마크로 자리매김할 것”이라 장담하는 까닭도 바로 여기에 있다. 한마디로 명실상부한 경북의 얼굴 격인 대표 도서관으로 만들겠다는 속내이다.
경북도의 큰 속뜻은 그 나름 이해할 수 있다. 그렇지만 여전한 논란거리를 제쳐 둘 수는 없다. 이미 주변 예천과 안동에만도 5곳의 공공도서관이 있다. 경북도 전체 공공도서관은 모두 62곳으로 서울과 경기도 다음으로 많다. 기존 인근 시설의 적극적인 활용 대신 350억짜리 도서관을 또 짓는 데 대해 효율성을 문제 삼는 이유다. 게다가 상주하는 도청 직원과 일부 신도청 방문객 외는 접근성마저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 적은 이용객으로 적정 수요를 채우지 못할 우려도 있다. 건립에 앞서 사전 수요 조사가 이뤄져야 할 부분이다.
따라서 도서관 건립은 굳이 서둘러야 할 필요성이 크지 않은 사업임이 분명하다. 효율성과 접근성 같은 소홀히 할 수 없는 논란거리부터 짚어봐야 함이 마땅하다. 물론 경북도로서는 텅 빈 현재 신도시에 다양한 관련 인프라를 갖춰 하루빨리 10만 명 자족 도시로 만들겠다는 의도는 당연하다. 인구를 끌어들일 각종 시설이 많을수록 신도시 정주 여건은 나아질 것이 분명해서다. 그렇더라도 무턱대고 짓는 일이 능사는 아니다. 자칫 문제를 더 나쁘게 할 뿐이다. 보다 신중한 도서관 건립 추진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