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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7월 18일 월요일 오늘의 주요 신문사설·칼럼

※이 자료는 교육용으로 쓰기 위해 올리는 자료로 상업적 목적은 없으며 선정된 사실의 정치적 성향은 블로그 운영성향과 무관합니다.

 

  

주요 신문사설


[서울신문]

1. 폭력적인 불만 표출 사드 배치 해결책 아니다

황 교안 국무총리와 한민구 국방장관이 엊그제 경북 성주군청에서 사드 배치에 대한 협조를 구하다 주민들의 봉쇄로 6시간가량 발이 묶이는 불상사가 일어났다. 총리가 외부와 자유롭게 연락을 주고받는 등 국정 수행에는 큰 차질이 없었다고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이 아시아·유럽 정상회의 참석차 출국한 상황이어서 하마터면 안보 공백 상태를 초래할 뻔했다.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황 총리의 연설 도중 욕설과 고성이 이어졌고, 물병과 달걀, 소금 등이 날아들어 총리가 황급히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총리 일행이 탄 버스를 가로막는 등 폭력적인 불만 표출도 이어졌다. 총리와 국방장관의 발이 묶이는 일은 있을 수 없다. 의견을 표출하기 위해 폭력적인 수단을 동원하는 것은 법치국가에서 허용될 수 없는 일이다. 주민들은 자신들의 주장이 아무리 옳더라도 물리적인 방법을 동원하면 명분과 실리 모두를 잃을 수밖에 없다. 수사 당국은 사드 배치 반대 집회와는 상관없이 폭력 사태에 대한 진상을 규명해 법적 조치를 해야 할 것이다. 특히 외부 세력의 가담 여부도 조사할 필요가 있다.

사드 배치와 관련해 정부도 좀더 정교한 접근이 필요했었다. 성주 주민을 상대로 사전에 어떠한 설명도, 설득 작업도 하지 않았다. 사드 배치 지역을 발표한 뒤 주민들을 설득하겠다고 나선 것은 주민들을 무시하는 태도가 아닐 수 없다. 이런 와중에 어제는 성주에서 듣도 보지도 못한 보수단체 회원들이 사드배치 찬성 가두 행진을 벌였다니 어처구니가 없다. 이런 행동이야말로 불난 집에 부채질하는 꼴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누가 됐든 제3자가 개입하는 것은 갈등만 부추기고 문제 해결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정부는 지금부터라도 관련 전문가로 하여금 과학적인 증거를 토대로 진실되게 주민들을 설득해 나가야 한다. 10여년 전 서울시내 쓰레기 소각장에서 발암물질인 다이옥신이 문제가 됐을 때 서울시가 시설 보완과 실증을 토대로 주민들의 이해를 구한 사례를 참고해 볼 만하다.

정부는 괴담 수준인 주민들의 불안 심리를 잠재우기 위해 탄도미사일 탐지용 ‘그린파인 레이더’까지 공개했다. 레이더 최대 탐지거리가 900㎞로 사드 탐지거리 800㎞보다도 더 강력하다. 이어 한·미 양국은 성주에 배치될 사드와 동일한 미군 괌기지 사드 포대를 어제부터 언론에 공개했다. 사드의 안전 논란을 잠재우려는 목적에서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주민들을 설득하겠다는 것은 오산이다. 이와는 별도로 김항곤 성주 군수가 주민과 전문가로 구성된 검증단의 괌 사드 포대 방문 요구를 적극 수용할 필요가 있다. 검증단에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공개해 사드를 둘러싼 각종 괴담과 전자파의 유해성 논란을 종식시켰으면 하는 바람이다. 폭력적인 의견

2. 檢 뼈 깎는 성찰·쇄신 일깨운 진경준 구속

이 쯤 되면 검찰은 쥐구멍이라도 찾아 들어가는 게 맞다. ‘주식 대박’ 진경준 검사장이 어제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됐다. 현직 검사장이 구속되기는 대한민국 검찰 역사상 처음이다. 검사장이 어떤 자리인가. 수사권과 기소권을 거머쥔 검찰 조직 내부에서도 ‘꽃’이라 부르며 선망하는 자리다. 그런 막중한 권한과 임무를 부여받고서도 진 검사장은 완장을 차고 돈만 밝힌 장사꾼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대한민국의 검사가 어디까지 추락할 수 있는지, 속속 확인된 의혹들에 낯이 화끈거린다.

진 검사장은 칼자루를 쥔 자리에서 할 수 있는 부정이란 부정은 다 저질렀다. 친구인 넥슨 회장과 짬짜미해서 120억원대의 주식 시세차익을 챙긴 것도 모자라 내사하던 대기업을 봐주는 대가로 처남 회사에 130억원대 일감까지 몰아줬다. 검찰의 고위 공직자가 어떻게 기업한테서 고급 승용차를 공짜로 받아 타고 다녔는지, 비리를 덮어 주겠으니 내 가족 회사에 일감을 달라는 거래는 얼마나 철면피라야 가능한지 상상하기 어렵다. 권력을 개인 축재에 밥 먹듯 써먹은 사람이라면 과연 이 정도의 비리뿐이었을까 의심스럽다. 계속 수사가 필요한 이유다.

진 검사장의 구속 직후 김현웅 법무부 장관은 대국민 사과를 했다. 사과 정도로 넘길 일이라고 생각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입만 열면 거짓말이던 진 검사장의 비리가 이만큼이라도 확인된 것은 비난 여론에 떠밀려 특임검사가 임명된 덕분이다. 의혹이 제기되고도 석 달여나 개인 간 거래일 뿐이라며 팔짱 끼고 있었던 게 검찰과 법무부다.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어서 검찰총장은 끝까지 꿀 먹은 벙어리인 모양이다.

이 참담한 사건은 검찰 개혁이 얼마나 급한지 여러 말이 필요 없게 한다. 제2, 제3의 진경준이 검찰 조직 내부에 더는 없을 것이라고 믿는 사람은 없다. 검찰의 신뢰는 지금 더 떨어질 바닥도 없다. 법무부와 검찰은 있으나 마나 한 인사 검증 시스템부터 당장 대수술해야 한다. 청와대의 허술한 검증도 마찬가지다. 비리의 결정판인 인물을 꽃 보직에 앉혀 승승장구시킨 것은 내부의 심사 기능이 완전히 고장났다는 의미다. 진 검사장이 뇌물로 덩치를 키운 특혜성 수익 126억원도 십원 한 장 남기지 않고 추징하는 것이 옳다. 그런 선례를 남겨서라도 검찰은 조직 쇄신의 엄중한 풍토를 만들겠다는 의지를 보여야 한다.

3.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 국민 눈높이서 해야

국 회의원의 특권을 손보기 위한 국회의장 직속의 자문기구가 이번 주초 출범한다고 한다. 서영교 의원의 친인척 보좌진 채용으로 촉발된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를 구체화하기 위해서다. 자문기구는 정세균 국회의장과 여야 각 당이 추천한 외부 전문가로 구성한다는 원칙 아래 인선 작업이 마무리 단계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과거에도 특권 논란이 일 때마다 개선 움직임은 있었다. 19대에서도 불체포특권 남용을 막기 위한 ‘국회법 개정안’, 돈 받는 출판기념회를 금지하는 ‘공직선거법 개정안’, 회의 불참 시 수당을 지급하지 않는 수당 관련법 개정안 등을 발의했다. 그러나 여론이 식자 방치되다가 대부분 자동 폐기됐다. 이번에는 기구까지 설치해 특권 전반을 검토한다는 점에서 기대를 갖게 한다. 20대 국회 임기 초반이라 관련법 개정이 힘을 받을 가능성도 높다.

걱 정스러운 것은 검토 대상이 많아 옥석 가리기가 제대로 될까 하는 점이다. 국회의원에게 부여된 각종 특권이 200여개에 달한다. 자칫 양적 성과에만 매달릴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자문기구는 먼저 그동안 폐해가 가장 심했거나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특권·특혜를 우선 검토해 개선할 필요가 있다. 특히 청탁을 가장 많이 받으면서도 선출직이란 이유로 김영란법 적용 대상에서 빠진 문제를 바로잡아야 한다. 공직자의 부정 청탁 금지를 위한 법을 대한민국 최고위 공직자인 국회의원이 거부하면 다른 공직자들에게 영이 서겠는가.

친인척의 보좌진 채용을 원천적으로 금지하는 법 규정도 꼭 마련돼야 한다. 지금처럼 정당별로 윤리 규정을 두는 방식으론 근본 처방이 될 수 없다. 회의에 불참하면서 수당을 꼬박꼬박 챙기는 행위, 의원 1인당 7명의 유급 보좌관을 두는 것도 과도한 측면이 있다. 회기 중 불체포 특권도 제한적으로만 허용해 ‘방탄국회’ 오명을 벗어야 한다. 면책특권은 제한할 경우 권력과 행정부 견제 역할이 위축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신중한 접근이 필요해 보인다.

외교통일위원회 의원들이 오는 30일 전후로 일제히 유럽과 남반구 순방에 나선다고 한다. 일부 의원은 브렉시트에 대해 공부하러 간다지만, 휴가철 외유에 대한 국민 시선이 싸늘하다. 특권을 내려놓겠다면서 여행 가방이나 싸는 의원들의 진정성이 의심받는 이유다. 이번에 의원 외유에 대한 국고 지원도 엄격히 제한할 필요가 있다. 특권 내려놓기는 국회의원에 대한 국민 신뢰와 직결된다. 국민 눈높이에서 특권을 내려놓아야 국민도 다시 믿음을 줄 것이다.

[이데일리]

4. 지방의회 의정비·보좌관 타령 어이없다

지 방의회의 염치없는 행태가 지나치다. 전국 시·도의회 의장단은 지난 달 의정활동비를 두 배 이상 올려달라고 요구했다. 이달 들어서는 광역의회에 유급 보좌관을 두도록 법을 고쳐달라며 입법로비를 벌이고 있다. 무보수 명예직으로 출발한 지방의원들이 겸직 가능한 유급제도 성에 안차 의정비 인상에 보좌관 타령을 하고 있는 것이다. 염불보다 젯밥만 챙기려는 꼴이다.

서울시의회 신임 의장단은 지난 주 정세균 국회의장과 여야 3당 원내대표를 만나 추미애 의원 등이 발의한 지방자치법 개정안 처리에 협조를 요청했다. 개정안은 광역의원 1명당 정책지원 전문 인력 1명을 두도록 하는 것이다. 명분은 광역단체를 효율적으로 감시·견제하고 의원의 전문성을 높이는 등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공감할 여지가 전혀 없지는 않다.

하지만 여론은 싸늘하다. 지방의원들의 자질과 도덕성이 못 미덥기 때문이다. 1년에 한 건의 조례도 발의하지 않는 의원이 수두룩하다. 의원직을 자신의 사업에 이용하거나 이권에 개입하는 등 각종 비리도 끊이지 않는다. 최근에는 의장 자리를 놓고 조폭사회에서나 있을 법한 ‘혈서 각서’ 파문까지 터졌다. 정책보좌관을 둔다고 뭐가 달라지겠는가. 가뜩이나 열악한 지방곳간만 더 축낼 뿐이다.

현재 광역의원 150만원, 기초의원 110만원인 활동비 상한을 각각 380만원, 285만원으로 올려달라는 것도 그렇다. 광역의원은 1인당 평균 의정비가 5672만원(수당 3872만원 활동비 1800만원)에 달한다. 그들 요구(연 4560만원)대로 올리면 일부 광역의원 의정비는 연 1억원이나 된다. 오랜 경기침체로 서민들 삶은 고달프기만 한데 일은 제대로 않으면서 ‘연봉 1억’을 챙기겠다니 몰염치가 따로 없다.

1991년 지방자치 부활 당시 지방의원은 무보수 명예직이었다. 2006년부터 유급제로 바뀌어 1인당 4000만∼6500만원의 의정비를 받고 있다. 겸직도 가능하다. 하지만 밥값을 제대로 하는 의원들은 손으로 꼽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지방의원이 유급 보좌관을 두도록 하는 나라도 거의 없다. 지방의원들은 초심으로 돌아가 의정비 인상과 유급 보좌관 요구를 철회하는 게 온당하다.

5. '소프트 타깃 테러'에 대비책 있나 

프 랑스 남부의 대표적 휴양지 니스에서 발생한 트럭 테러에 경악을 금치 못한다. 25톤 대형 트럭이 프랑스 대혁명이라는 역사적인 날에 축제에 참가한 이들을 향해 전속력으로 광란의 질주를 벌이며 총격을 가해 80여명이 사망하고 200여명이 부상당한 것은 충격적이지 않을 수 없다. 지난해말 파리에서 극단주의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 테러로 130여명이 희생된 데 이어 프랑스에서 또다시 대형 참사가 일어난 것이다. 니스 테러 배후가 분명히 밝혀지지 않은 가운데 IS는 이번 테러가 자신들 추종자의 소행이라고 주장해 공포감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

우 려스러운 대목은 최근 테러 양상이 갈수록 극악무도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테러 대상이 과거에는 주로 군사시설이나 정부기관 등 ‘하드 타깃’이었다면 최근에는 휴양지, 해변가, 식당 등을 찾는 민간인 등 ‘소프트 타깃’을 무차별 공격하고 있기 때문이다. 니스 테러도 축제를 즐기기 위해 산책하고 불꽃놀이를 관람했던 무고한 어린이와 시민들이 희생양이 된 것이다. 더욱이 대형 트럭이 돌진해 마치 볼링 핀을 치듯 사람을 쓸어간 것도 모자라 총까지 난사한 점은 천인공노할 만행이 아닐 수 없다. 세계가 한목소리로 규탄하는 것도 이같은 이유다.

니스테러는 더 이상 테러 안전지대가 없음을 재확인시킨 사건임에 틀림없다. 과거엔 중동과 유럽 특정 국가를 향했던 공격이 이제는 휴양지까지 확산되는 모습이다. 또한 대형 트럭의 돌진 공격은 과거 특정 목표물을 겨냥한 차량 자살폭탄 테러와 차원을 달리한다. 이제는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누구나 테러의 먹잇감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이는 사람이 있는 곳이면 테러 장소로 악용할 수 있는 IS의 폭력적 극단주의 무대가 더욱 넓혀질 것이라는 경종을 울리기에 충분하다.

한국도 더 이상 테러 안전지대가 아니다. 최근 IS가 공격 대상인 ‘십자군 동맹국가’에 한국을 포함시키지 않았는가. IS가 안전불감증에 빠진 한국을 겨냥해 해운대나 한강변 등에서 니스테러와 같은 일을 저지르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IS의 테러 활동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테러 대응 시스템을 총점검해 다양한 대비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중앙일보]

6. 터키 불발 쿠데타, 하루빨리 정세 안정 되찾아야

지 난 15일(현지시간) 터키에서 6시간짜리 불발 쿠데타가 일어나 260여 명이 숨지고 1400여 명이 다친 것은 참으로 불행하고 유감스러운 일이다. 이유야 어쨌든 민주적 절차로 선출된 정권을 무력으로 몰아내려는 것은 정당화되기 힘들다. 다수의 터키 국민이 쿠데타에 반대하며 몸으로 탱크를 막아내는 모습은 이번 군부의 행동이 민심을 얻지 못했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아무리 쿠데타로 근대화에 접어들었던 터키일망정 민의를 거스르는 행위는 결코 성공하기 어렵다는 걸 이 나라 군부는 깨닫기 바란다.

동서양의 가교인 터키는 작금의 세계 정세 속에서 전후 어느 때보다 중대한 역할을 맡고 있다. 미국 등 서방세계와 손잡고 이슬람국가(IS) 등 이슬람 테러단체 소탕의 전초기지로 활약하고 있다. 이와 함께 시리아 등 중동 분쟁지역에서 밀려오는 난민들을 소화해 냄으로써 유럽의 짐을 결정적으로 덜어주고 있다. 이런 나라가 혼란에 빠진다면 가뜩이나 불안한 세계 정세가 더욱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이번에 위기를 넘긴 에르도안 정권은 세계 평화를 위해서라도 하루빨리 안정을 찾아야 한다.

걱정스러운 대목은 쿠데타 후유증이다. 에르도안 정권은 6000명 이상의 쿠데타 관련자를 체포한 뒤 혹독한 숙청을 벼르고 있다.

레 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 자신이 “(쿠데타 관련자들은) 반역에 대한 혹독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공언했다. 터키에서 진작 폐지된 사형제 부활까지 논의될 모양이다. 분노한 터키 군중마저 쿠데타 가담 군인들을 무자비하게 폭행하고 있다는 점으로 보아 자칫 피바람이 불 위험이 짙다. 피는 피를 부르는 법이다. 이번 쿠데타가 터키의 헌정 질서를 무시한 행동이라 할지라도 법치주의에서 벗어난 감정적 보복이 돼서는 안 된다.

특히 에르도안 대통령도 장기집권과 언론 탄압, 편중 인사 등 쿠데타의 명분을 줄 만한 과오를 적잖게 저질렀다는 게 국제사회의 평가임을 명심해야 한다. 그런 만큼 이번 불발 쿠데타가 정적 제거의 기회로 악용돼서는 안 된다.

이번 쿠데타를 계기로 우리가 주목해야 할 또 다른 대목은 교민 및 관광객 등의 안전 문제다. 갈수록 악화하는 국제적 갈등 탓에 각종 테러와 소요 사태가 하루 평균 4.7건씩 발생한다고 한다.

이 처럼 불안한 국제 정세에도 웬만한 해외 명소치고 한국 관광객이 북적대지 않는 곳이 없다. 인기 여행지로 부상한 터키의 경우도 지난해 22만 명이 넘는 한국 관광객이 찾았다고 한다. 이번 쿠데타 때도 110명의 한국 관광객이 터키 공항에서 발이 묶이기도 했다. 며칠 전 일어난 프랑스 니스 테러 때도 60여 명의 한국 관광객 등이 한때 연락 두절되기도 했었다.

관광객뿐 아니다. 터키에는 64개 국내 업체가 진출해 있으며 4000여 명의 교민이 살고 있다. 이렇듯 우리 국민이 세계 곳곳에 진출해 있는 터라 당국은 교민 및 해외 관광객들의 신변 안전에 만전에 만전을 기할 일이다.

7. 간신히 봉합된 최저임금…이제 결정 방식 바꿔야 한다

최 저임금위원회가 16일 내년도 최저임금을 올해보다 7.3% 인상된 시급 6470원으로 의결했다. 노동계 인사로 구성된 근로자위원이 빠진 상태에서다. 사용자위원 중 소상공인 대표 2명도 표결에 불참했다. 노사 모두 불참한 가운데 의결 정족수만 겨우 채워 결정했다는 얘기다. 심지어 최종 수정안을 내고 그 안대로 표결을 진행한 사용자 측조차 반발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의결이 되자마자 성명을 내고 “경제불황기에 고율 인상이 이어져 영세·중소기업의 부담을 한층 가중시킨다”고 했다. 앞에서 찬성표를 던지고 뒤에서 고함을 지르는 격이다.

이래서야 최저임금의 법적 지위가 존중받을 수 없다. 가뜩이나 최저임금을 지키지 않는 곳이 많아 골머리를 앓는 판이다. 한데 노동계와 경영계 중 누구도 동의하지 않는 ‘수량적 민주주의’에 근거해 결정된 최저임금이 시장에서 온전하게 통할 리 없다.

그동안 최저임금위원회는 노사의 교섭장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노사는 회의 때마다 자기주장만 펴고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았다. 최저임금위원회는 조정이나 중재 기능은커녕 협상장을 제공하고 27명의 위원에게 20만원의 회의비만 꼬박꼬박 지불했을 뿐 국가 임금정책을 결정하는 기구로서 제대로 된 역할을 하지 못했다.

이 정도 상황이면 최저임금을 정하는 방식을 바꿔야 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의 권고처럼 업종별로 최저임금을 다르게 하고 노사 합의에 의한 방식보다 경제지표와 소득분배 상황 등을 살펴 최저임금을 정하는 게 맞다. 특히 최저임금 액수에 얽매일 게 아니라 근로장려세제와 같은 세제 개혁으로 저소득층의 소득을 보전해주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최 저임금위원회가 앞으로 할 일은 제도 개선을 위한 연구에 힘을 써야 한다. 어쩌면 차관급 기구로서의 지위를 털어내는 결단을 고려해야 할 필요도 있다. 의견을 수렴하고 최적의 분배 정책을 조언하는 정책분과 정도가 딱 어울릴 수 있다. 그게 협상을 빌미로 한 갈등의 진원지로 전락한 최저임금위원회가 살 길인지도 모른다.

[매일경제]

8. 토지거래 절벽 부른 `양도세 폭탄` 반드시 재개정하라

국 회가 지난해 말 세법을 개정하면서 과도한 의욕을 부린 탓에 올해 들어 토지 거래가 얼어붙어 버렸다. 직접 거주·경작하지 않는 비사업용 토지가 양도소득세 폭탄을 맞으면서 땅 주인들이 거래를 기피해 올해 1분기 토지 거래량이 지난해 4분기에 비해 18.8%나 줄어든 것이다. 울산시는 300실 규모 일본계 비즈니스호텔 투자를 2년 동안 공들여 유치했다가 무산될 위기를 맞기도 했다. 갑자기 늘어난 양도소득세에 놀라 땅 주인이 토지 매각을 거부하고 나선 탓이다.

정부는 땅 투기를 막기 위해 2007년부터 비사업용 토지에 대해 60%에 달하는 양도소득세 중과세를 적용해왔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자 2009년부터 이 제도를 유예하고 지난해까지 사업용 토지와 마찬가지로 양도세율 6~38%를 적용하다가 올해 다시 중과세 제도를 부활했다. 비사업용 토지에 대한 양도소득세율이 16~48%로 높아지게 된 것이다.

당초 정부는 세법 개정안에 토지 취득 시점을 기준으로 3~10년 이상 보유자에게는 양도차익 10~30%를 차감해주는 특별공제 혜택을 담으려 했다. 상속·증여 등으로 비사업용 토지를 보유해온 사람들도 양도소득세가 갑자기 높아지면 땅 매각을 기피할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국회를 통과하는 과정에서 과거 토지 보유 기간은 5년이든 10년이든 전혀 인정하지 않고 앞으로 3년 이상 보유하는 때에만 양도소득세를 공제해주는 것으로 내용이 바뀌어 버렸다. 양도소득세 장기보유 공제를 2018년 말 이후에만 받을 수 있게 되자 토지 주인들이 걱정했던 대로 거래를 기피했고 정부에는 민원이 쏟아졌다.

결국 정부는 2016 세법 개정안에서 비사업용 토지와 관련해 '장기보유 특별공제' 조항을 다시 손보기로 했다고 한다. 토지 취득 이후 3년 이상 장기보유자에게는 기간별로 양도차익 10~30%를 공제해서 거래를 활성화하자는 내용이다. 국회에서 과한 욕심을 부려 공제 조항을 수정한 탓에 토지거래 절벽이라는 시장 혼란만 불렀음을 직시하기 바란다. 경제활동에서 시간은 곧 돈이다. 비사업용 토지 중과세 원칙은 유지하되 부동산 거래 절벽을 막기 위해 국회는 반드시 세법을 재개정해야 한다.

9. 최저임금 올려도 264만명이나 적용 못 받는 현실

내 년 최저임금이 7.3% 오른 6470원으로 지난 16일 새벽 진통 끝에 결정됐다. 최저임금위원회는 여러 산출 근거를 제시했지만 경영계와 노동계를 만족시키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노동계는 최소 두 자릿수 인상을 기대했던 터라 즉각 반발했고, 동결을 주장했던 경영계와 영세 소상공인들도 불만을 토로하고 있어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최저임금 인상보다 더 주목해야 할 대목은 최저임금도 받지 못하는 근로자가 264만명에 육박한다는 사실이다.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이 발표한 '비정규직 규모와 실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3월 기준으로 최저임금을 못 받는 근로자가 한 해 전에 비해 30만명 이상 늘어난 263만7000명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전체 근로자 1923만2000명의 13.7%, 즉 7명 중 1명이 최저임금조차 못 받는 노동시장의 척박한 현실을 보여준다.

더 심각한 점은 최저임금 미달 대상이 비정규직과 대학생에게 몰려 있다는 것이다. 경기침체와 주요 산업의 구조조정, 청년실업과도 무관하지 않다. 일할 곳이 크게 줄다 보니 사회적 약자인 비정규직과 대학생들이 가장 큰 피해를 보는 것이다. 25세 이하 청년들 중에서도 대학 재학생과 휴학생은 10명 중 4명꼴로 최저임금조차 받지 못하니 안타깝다.

이런 사태는 사업자의 비양심적인 행태가 1차 원인이지만 정부의 감독 소홀 탓도 크다. 처벌 규정 자체는 엄격한 편이다. 현행법에 따르면 최저임금을 지급하지 않은 사업주에 대해서는 3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 최저임금을 근로자에게 알리지 않은 사업주도 100만원 이하 과태료가 부과된다.

문제는 위반했어도 실제 처벌받는 사업자가 극히 드물다는 것이다. 2011년부터 2015년까지 고용부가 적발한 3만2997건의 최저임금법 위반 사업자 중에 불과 0.2%만 제재를 받았다니 한심한 노릇이다. 정부는 최저임금 위반 사업자를 적극적으로 적발하는 등 관리 감독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 경영계도 비양심 사업자가 생기지 않도록 자정 분위기를 조성하고, 노동계 역시 최저임금 사각지대가 생기지 않도록 철저하게 감시할 필요가 있다.

[매일신문]

10. 권력 구조 개편에 쏠린 개헌론, 속셈이 의심스럽다

정 치권이 제헌절을 맞아 ‘개헌론’을 쏟아냈다. 20대 국회 개원식에서 “개헌은 누군가 반드시 해야 할 일”이라며 개헌론에 불을 댕긴 정세균 국회의장은 이날 “2018년 제헌절 이전에 새 헌법을 공포할 수 있어야 한다”며 구체적 로드맵까지 제시했다. 그러나 개헌 방향에 대해서는 중구난방이다. 4년 중임제와 내각제는 물론 ‘한국형 협치 대통령제’, ‘대통령 직선 내각제’ 등 듣도 보도 못한 권력 구조까지 거론된다.

이 런 주장들의 공통 인식은 현행 헌법이 제정된 지 30년이 지나 시대 변화를 수용하지 못한다는 ‘87년 체제 및 5년 단임제 한계론’과 ‘제왕적 대통령 권력 제한론’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정치권을 위한 정치권의 주장일 뿐이다. 우선 현행 헌법이 시대적 한계에 봉착했다는 주장은 구체적 근거가 없다. 시대적 한계라는 주장이 경제 활력 저하를 얘기하는 듯한데 그 원인은 헌법이 아니라 신성장 동력 발굴 실패 등 경제 자체에 있다.

5 년 단임제 한계론 역시 그럴듯한 얘기일 뿐이다. 레임덕은 대통령제의 속성이다. 4년 중임제라고 레임덕에서 예외일 수 없다. 그리고 레임덕은 정치권이 대통령에게 잘 협조하면 시기를 늦추고 정도를 약화시킬 수 있다. 하지만, 정권이 바뀔 때마다 여야는 위치를 바꿔 가며 대통령의 발목을 잡는 데 매진해 왔다. 그렇게 레임덕이 걱정이라면 국회가 나서서 대통령에게 협조하면 될 일이다.

‘제 왕적 대통령론’도 현실과는 동떨어진 주장이다. 현재 ‘제왕’은 대통령이 아니라 국회이다. 대통령은 국회의 협조나 승인 없이는 아무것도 못한다. 서비스산업발전법이 4년이 넘도록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있는 사실은 이를 잘 보여준다. 결국 분권형 대통령제나 내각제 주장은 대통령의 권력을 떼 국회로 가져오겠다는 소리나 다름없다.

정 치권의 개헌론은 권력 구조 개편에만 쏠려 있다. 이는 야당으로서는 정권을 잡는 데, 여당의 입장에서는 정권을 유지하는 데 유리하다는 계산 때문일 것이란 의심을 사기에 충분하다. 국민은 개헌에 큰 관심이 없다. 헌법 때문에 모든 것이 잘 안 돌아간다는 것은 정치권의 주장일 뿐이다. 지금은 개헌 논의로 에너지를 소모할 때가 아니다.



주요 신문칼럼


1. [머니투데이]커피 보리와 천사 다방과 어디야 다방

나 는 '커피 보리'에 앉아 있다. '커피 보리'는 읍내의 작은 카페다. 읍내라지만 변두리 골목 안에 숨은 빈티지 커피숍. 그래도 커피 맛은 아주 좋다. 나는 이 가게의 단골이다. 때로는 며칠씩 '출근부'를 찍는다. 그러니까 여기는 내 아지트다. 나는 여기서 책 읽는 걸 좋아한다. 카페에서 책을 읽으면 이상하게 잘 읽힌다. 그래서 어려운 책은 일부러 카페로 들고 간다.

사실 읍내에 내 아지트는 두 곳이 더 있다. 하나는 천사 다방(엔제리너스). 번화가에 자리한 가장 좋고 비싼 커피숍이다. 또 하나는 어디야 다방(이디야). 버스터미널 옆에 있는 가장 싸고 북적이는 커피숍이다.

나 는 세 곳의 아지트를 내 나름의 기준에 따라 애용한다. 예컨대 한두 시간이 나면 '어디야', 두세 시간이 나면 '보리', 서너 시간이 나면 '천사'로 간다. 한 시간 쯤 짬이 나는 데 '어디야' 말고 다른 데로 가기엔 본전 생각이 난다. 서너 시간 죽칠 작정인데 '보리'로 가면 어쩐지 눈치 보인다. 이럴 땐 커피 값이 비싸지만 익명성이 보장되는 '천사'가 낫다.

책 들고 읍내 다방을 돌고 도는 나! 그것이 좁은 시골 바닥에서 뒷소문이 나 졸지에 나는 '홍 반장'이 됐다. 나처럼 읍내 다방을 애용하며 수다를 즐기는 젊은 아줌마들이 쑥덕거린 얘기가 한 바퀴 돌아서 나에게 왔다. "저 꽁지머리 아저씨는 완전 홍 반장이야. 가는 데마다 있어." 영화 주인공 <홍 반장>의 오지랖이 넓긴 넓은가 보다. 이 외진 동네에까지 분신을 두었으니.

카페에서 책 읽기. 이것이 나의 호사여서 다행이다. 더 비싼 호사라면 감당 못할 뻔 했다. 벌이를 내려놓았으니 하고 싶은 일이라고 마음대로 다할 순 없다. 하고픈 일마다 돈이 많이 든다면 얼마나 속상할까. 얼마나 골치 아플까.

내 가 원하는 일이 읽고 쓰고 걷는 한 세트로 간추려져서 좋다. 이 일은 돈이 별로 들지 않는다. 경제적이다. 책은 주로 빌리거나 헌 책을 사서 읽는다. 커피 값은 나만의 호사로 친다. 이 일은 또한 시간과 장소에 자유롭다. 전천후다. 언제 어디서든 읽다가 쓰고 싶으면 쓰고, 쓰다가 걷고 싶으면 걷고, 걷다가 읽고 싶으면 읽는다. 셋은 한 통속이다. 하나처럼 사이가 좋다. 서로 어긋나거나 충돌하지 않는다.

여행을 가도 헷갈리지 않는다. 집에서는 읽고 쓰다가 걷는다. 여행할 때는 걷다가 읽고 쓴다. 쿵쿵작 쿵작작! 강약이 바뀌지만 박자는 똑 같다. 한 나절 낯선 길을 걷다가 마주친 작은 카페. 그곳 또한 나의 아지트다. 세상 구석구석에 숨겨둔 나의 안가다. 그곳에서 다리를 쉬고 한 잔의 커피를 마실 때, 창밖의 풍경을 바라볼 때, 책장을 넘길 때, 무언가 끄적일 때 그것은 또 얼마나 행복한가. 때로 돌아다니고 싶어 여행을 간 건지, 이름 모를 카페에 앉고 싶어 여행을 간 건지 헷갈리곤 한다. 읽고 쓰고 걷기는 이렇게 하나로 섞여 내 삶을 이룬다. 내 삶을 채운다. 그러면 충분한 것 아닌가.


2. [동아일보][이슈&뷰스]여름휴가, 국내에서 보내자

한낮 기온이 연일 높아지면서 여름휴가 생각이 많아진다. 그런데 세계 경기 부진과 수출 주력 산업의 경쟁력 약화로 우리 경제가 활력을 잃어가면서 내수 침체가 지속되고 소상공인들의 어려움은 가중되고 있다.

정 부는 소비 진작과 내수 활성화를 위해 각종 처방전을 내놓고 있다. 그중 하나가 여름휴가를 국내에서 보내자는 방안이다. 국내 휴가는 국내 소비를 진작시키고 이를 통해 경제의 긍정적 시너지 효과를 만들어 낼 수 있어 휴가를 즐기는 사람도 행복하지만 관련 서비스와 재화를 제공하는 측도 행복해진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에 따르면 해외 여행객의 10%만 국내 여행으로 돌릴 경우 4조2000억 원 이상의 내수 진작 효과, 5만 개 이상의 일자리 창출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소기업중앙회를 비롯한 경제 단체들과 동아일보, 채널A가 ‘여름휴가는 국내에서’ 캠페인을 추진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아직까지 올해 여름 휴가지를 결정하지 못한 분들에게 국내로 떠나볼 것을 추천한다.

국내 휴가가 가져다주는 매력은 오감(五感)으로 경험할 수 있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 했던가. 따끈한 오곡밥과 구수한 청국장찌개, 고소하게 구운 굴비, 형형색색 다채로운 맛의 산나물로 이루어진 여름휴가의 만찬은 생각만 해도 몸이 건강해지는 기분이다. 이렇듯 몸과 마음을 재충전하게 해주는 신토불이 토종 밥상은 국외에서는 즐기기 어려운 행복이다.

전국 곳곳에 숨어 있는 맛집 체험은 새로운 즐거움이다. 강원도 산골 속 허름한 한옥의 할머니표 메밀막국수나 제주도 해녀가 당일 물질하여 잡은 신선한 해산물로 조리한 찜요리는 맛의 신세계를 선사한다.

지 쳐 있는 마음까지 따뜻하게 안아주는 우리나라 특유의 푸근한 자연환경도 매력적이다. 장성 편백나무숲길이나 거제 바람의 언덕을 천천히 거닐다 보면 온몸이 치유되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각종 스트레스로 눌려 왔던 어깨는 편안해지고 무거웠던 머리는 가벼워진다. 신선하고 깨끗한 공기는 가슴속까지 시원하게 뚫어주고 눈을 맑게 해준다. 진정한 휴식이다.

삼면이 바다이고 전 국토의 70%가 산으로 둘러 싸여 있는 우리나라는 먹거리, 볼거리, 즐길 거리가 풍부하다. 특히, 각 지방에서는 여름휴가 기간에 맞춰 수많은 축제가 열린다. 머드축제, 빛축제, 꽃축제 등 각종 콘셉트의 행사에는 눈, 코, 입 등 전신으로 체험할 수 있는 이벤트로 가득하다. 사랑하는 가족 또는 연인과 함께하는 매 순간은 가슴속 앨범으로 남아 평생의 선물로 가져가기 충분하다. 각 행사에는 지역의 오랜 역사와 특색이 녹아 있어, 행사 참여를 통해 선조들의 옛 숨결을 느끼고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뿌듯함과 자랑스러움도 얻어갈 수 있다.

휴가는 치료제이자 회복제이며 동시에 예방약이라는 말이 있다. 빗대어 표현하면, 국내 휴가는 쉼표 없이 숨 가쁘게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잠시 일상에서 벗어나 심신의 찌든 때를 말끔히 씻어내고 생활의 활력소를 불어넣는 치료제이다. 동시에 소비 진작을 통한 내수 활성의 회복제이자 사회 구성원의 행복과 우리 경제의 건강을 유지하는 예방약이다. 올해 여름에는 종합비타민 같은 국내 휴가로 사랑하는 가족, 친지, 친구와 함께 보내는 것은 어떨까. 소중한 추억도 남기고 순도 높은 힐링도 경험해보길 바란다.


3. [매경이코노미][신병주의 ‘왕으로 산다는 것’] (36) 순조의 즉위와 세도정치 시작…농민 분노에 ‘홍경래의 난’ 발발 정권 위기

1800 년 6월 조선 후기 개혁정치를 이끌던 정조가 투병 끝에 승하했다. 강력한 카리스마로 조선 중흥을 이끌던 정조의 죽음은 조선 정국에 파란을 몰고 왔다. 정조 승하 후 왕위는 11세의 순조(1790~1834년, 재위 1800~1834년)가 이어받았다. 순조의 즉위는 영·정조 시대의 강력한 왕권이 사라지고 왕실의 외척이 권력을 독점하는 세도정치의 시작이 됐다.

순조는 정조와 수빈 박씨 사이에서 1790년 6월 창경궁 집복헌(集福軒)에서 태어났다. 이름은 공(玜), 호는 순재(純齋)다. 정조는 왕비인 효의왕후와의 사이에서 후사를 보지 못했다. 의빈 성씨에게 문효세자(1782~1786년)를 얻었으나, 문효세자는 5세 나이로 요절했다. 순조는 1800년 1월 효의왕후의 양자로 들어가 세자로 책봉됐다. 그해 6월 정조가 승하하자 11살의 나이로 창덕궁 인정문에서 즉위식을 올리고 왕위에 올랐다. 조선 전기에 단종 12세, 성종 13세, 명종이 12세에 왕위에 오른 사례가 있었지만, 조선 후기엔 숙종이 14세에 즉위한 것을 제외하면 이례적으로 어린 나이에 왕이 됐다.

19세기 세도정치가 시작된 원인을 어린 왕이 즉위한 것에서 찾기도 한다. 그러나 이전과 달리 19세기에만 유독 세도정치가 극성이었던 까닭은 무엇일까? 세력 있는 외척 가문이 정치 권력을 독점하고 17·18세기에 행해졌던 붕당 간 견제와 균형이 무너졌기 때문이다. 특히 왕실과의 정략적인 혼인은 외척 세력에게 한층 더 큰 날개를 달아줬다. 성종이나 숙종은 신하의 보필을 잘 받고 왕으로서 뛰어난 역량을 발휘했기에 왕권이 외척의 힘에 결코 휘둘리지 않았다.

순조가 어린 나이로 즉위하자 관례대로 당시 왕실의 최고 어른인 정순왕후가 수렴청정을 하게 됐다. 1759년 15세에 영조의 계비로 들어왔던 정순왕후는 증손자인 순조가 즉위하면서 46세의 나이로 정치 전면에 나서게 됐다. 정조 재위 기간 동안 큰 존재감이 없었던 정순왕후는 본격적으로 정치 일선에 등장했다. 정순왕후의 수렴청정 후 정조 친위부대인 장용영이 혁파되고 개혁정치의 중심기관인 규장각이 축소된 것은 이런 정치적 변화를 알리는 계기가 됐다.

노 론 벽파를 두둔했던 정순왕후는 1801년 신유박해라는 천주교 탄압을 주도했다. 천주교가 당시 사회에 미치는 악영향을 차단하려는 목적도 있었지만, 천주교 신자 대부분이 남인인 것도 박해의 큰 원인이었다. 신유박해로 이가환, 이승훈, 권철신 등 300여명의 신도와 청나라 신부가 처형됐다. 정약용은 겨우 처형을 면한 채 전라도 강진으로 귀양을 갔다. 외가 근처인 강진에 귀양을 간 것은 정약용이 지금까지도 최고의 실학자로 기억될 수 있는 주요한 계기가 된다. 순조 초반에 전개된 정순왕후의 천주교 탄압은 결과적으로 위대한 실학자 정약용을 만들어준 셈이다.

순조 즉위 초반에는 정순왕후로 대표된 경주 김씨의 외척 세력이 권력의 중심에 있었다. 1804년 순조가 15세가 되면서 정순왕후는 수렴청정을 거뒀다. 이후 1805년 정순왕후가 승하하자, 안동 김씨가 권력을 잡았다. 안동 김씨는 순조의 왕비인 순원왕후를 배출한 집안으로 순조 초반 최대 실세가 됐다. 어리고 허약한 왕을 대신해 정치를 해준다는 명분으로 외척 중심의 세도정치를 펼친 것. 순조는 정조를 도왔던 노론 시파 안동 김씨 김조순의 딸을 아내로 맞이하면서 안동 김씨 가문의 도움을 받게 된다. 안동 김씨는 병자호란 때 순절한 김상용과 척화파의 대표자인 김상헌 이후 17~18세기 수많은 재상을 배출한 명문대가로 성장했는데, 순조 즉위는 안동 김씨의 권력에 날개를 달아주는 격이었다.

세 도정치는 원래 ‘도를 회복시킨다’는 의미의 ‘세도(世道)정치’로 쓰였다. 하지만 정조 즉위 후 홍국영이 정조의 측근으로 지나치게 권력을 행사하면서, ‘세도(勢道)정치’라는 부정적인 의미로 쓰이기 시작했다. 순조 즉위와 함께 세도정치는 19세기 외척과 소수 가문에 의해 독점되는 정치 형태를 뜻하는 용어가 됐다.

세도정치는 안동 김씨 외에도 남양 홍씨, 풍양 조씨, 여흥 민씨, 대구 서씨, 반남 박씨 등 명문 양반 가문이 혈연적으로 깊은 연결을 맺으면서 정권에 참여해 서울 양반의 연합정권과 같은 성격도 띠게 된다. 왕은 허수아비와 같은 존재로 전락했다. 순조 이후에도 헌종(재위 1834~1849년)과 철종(재위 1849~1863년)은 권력을 제대로 행사하지 못했다. 안동 김씨나 풍양 조씨 등 외척 가문은 대왕대비나 왕대비를 권력의 기반으로 삼아 확고한 권력을 유지할 수 있었다. 왕이 정상적으로 국정을 운영하지 못하고 정치가 소수 외척 가문을 중심으로 형성되면서 조선왕조는 점차 몰락의 길로 들어선다.

19세기 세도정치가 전개되면서 가장 고통을 받게 된 계층은 가난한 농민들이었다. 세도정치는 권력의 독점을 가져왔고 수령직까지 매관매직 대상이 됐다. 수령과 아전들은 세금을 더욱 혹독하게 거뒀고 전정(田政·토지에 대한 세금), 군정(軍政·군역), 환곡(還穀·봄에 곡식을 빌리고 이자를 쳐서 추수에 갚음)의 폐단은 극에 달했다. 농민들은 고향을 버리고 유민이 돼 떠돌아다니거나, 산속에 숨어 살며 화전민이 되기도 했다. 농한기에는 광산에 모여 임노동에 종사했다. 국경 밖으로 넘어가 간도나 연해주에 이주한 농민도 적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발생한 사건이 바로 홍경래의 난이다. 홍경래는 우군칙, 김사용, 이희저, 김창시 등과 함께 봉기의 횃불을 높이 올렸다. 세도정치가 기승을 부리면서 농민들 삶이 곪을 대로 곪은 시절, 홍경래는 서북지방의 대상인과 향임층(지역 향반), 무사, 유랑 농민, 노비 등을 규합했다. ‘서북지방 지역 차별 타파’와 ‘나이 어린 임금 아래에서 권세가 있는 간신배가 국권을 농단하니 백성의 삶이 거의 죽음에 임박했다’는 점을 내세우며 반란을 일으켰다. 홍경래는 어린 왕 순조가 제대로 권력을 행사하지 못하면서 세도정치가 심화되는 상황이 반란의 동기임을 분명히 밝혔다.

1811년 12월 18일 저녁, 홍경래는 평서대원수의 직함으로 가산의 다복동에서 하늘에 제사를 지내고 다음과 같은 격문을 낭독하며 출정식을 올렸다.

“무 릇 관서지방은 단군조선의 터전으로 예부터 문물이 빛나고 임진·병자의 전란을 극복하는 데 큰 공을 세운 인물이 난 자랑스러운 곳이다. 그런데도 조정에서는 이 땅을 천시하니 어찌 억울하고 원통하지 아니한가? 현재 왕의 나이가 어려 김조순, 박종경 등 권신의 무리가 국권을 농단해 정치는 어지럽고 백성은 도탄에 빠져서 헤어날 길을 모르고 있다. (중략) 각 군현의 수령들은 동요하지 말고 성문을 활짝 열어 우리 군대를 맞으라. 만약 어리석게도 항거하는 자가 있으면 철기 5000으로 밟아 무찔러 남기지 않으리라.”

10 년간 준비 끝에 일으킨 거사인 만큼 초기 반란군 위세는 대단했다. 처음 다복동에서 1000여명의 병력으로 군사를 일으킨 홍경래는 평안도 백성의 호응을 얻어 순식간에 청천강 이북의 9개 읍을 점령하는 전과를 올렸다. 하지만 이내 전열을 가다듬은 관군의 반격에 가로막혔다. 홍경래 일당은 박천의 송림전투에서 관군과 접전을 벌였으나, 완강한 관군의 저항에 밀려 수백 명의 희생자를 남기고 정주성으로 퇴각했다. 전황은 반군에게 점차 불리해졌다. 반군 수뇌부들은 최후 거점인 정주성에 들어가 2000여명의 농민군과 함께 마지막 저항에 나섰다. 그럼에도 관군의 거센 공격에 1812년 4월 19일 정주성은 함락됐다. 거병한 지 4개월 만의 일이었다. 홍경래는 남문 부근에서 전사했다. 당시 관군에 체포된 자는 총 2893명으로 이 중 10세 이하 어린이를 뺀 1917명이 즉시 처형됐다. 장장 4개월간 평안도 일대를 휩쓸었던 농민 봉기의 열풍은 이날 정주성 위로 타오르는 시체의 검은 연기와 함께 하늘 속으로 사라졌다.

홍경래의 난은 세도정치 척결과 지역 차별 철폐를 명분으로 반란을 일으켰지만 세도정권의 벽을 넘지 못하고 막을 내렸다. 장기간 준비한 반란이었지만 충분한 물자가 준비돼 있지 않았고 지방 차별 타파라는 명분이 전국적인 호소력을 갖지 못하면서 평안도 지역에 한정된 농민전쟁으로 끝나고 말았다. 한편으로 홍경래의 난은 19세기 조선 사회를 저항의 시대로 열어나가는 원동력을 제공했다는 점에서 역사적 의미가 있다.

반란은 진압됐지만, 홍경래의 난에 대한 후유증은 컸다. 순조는 세도정치에서 파생되는 정치, 사회, 경제적 모순을 해결할 수 있는 정치적 역량을 보이지 못했다. 건강이 좋지 않아 왕이 정치에 관심을 두지 않은 것도 큰 원인이었다. “경연을 여는 날이 적어 책 한 권도 끝을 맺을 기약이 없다”는 영의정 김재찬의 지적은 이런 상황을 잘 보여준다. 왕은 정치 의욕을 잃고, 농민 부담은 더욱 가속화되면서 19세기 조선 사회는 점차 위기에 빠지게 된다.


4. [머니투데이][기고]'팝콘 브레인'을 경계하며

누 구나 어릴 적 아빠의 퇴근을 기다린 기억이 있을 것이다. 엄마 손을 잡고 아빠를 기다리면서 상상의 나래를 펼치곤 했다. 오늘은 혹시 통닭을 사들고 오시지는 않을까. 장난감 선물을 갖고 오시지는 않을까. 정작 아빠보다는 아빠 손에 들린 무언가에 더 관심이 갔다.
그런데 요즘 아이들은 놀랍게도 아빠도, 선물도 아닌 스마트폰을 갖고 놀기 위해 아빠의 이른 퇴근을 기다린다는 말이 있다. 유아기부터 스마트폰에 친숙해진 우리 아이들은 이제 인형이나 장난감 등과 같은 고전적인 놀잇감에는 관심이 없다. 초등학교도 입학하기 이전부터 스마트폰을 달라고 떼를 쓰는 아이들도 적지 않다고 한다.

엄마들은 아이들이 칭얼대거나 다른 일로 바쁠 때 자기도 모르게 아이들에게 스마트폰을 쥐어준다. 가족 외식을 하거나 운전을 할 때도 스마트폰, 혹은 태블릿PC가 없으면 자녀를 통제하기 어려운 부모들도 많다. 한 술 더 떠 아이들 스스로 스마트폰 사용법을 깨우치고 잘 사용하는 것을 보면서 내 아이가 천재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하는 것 같다.

그 러나 이렇게 스마트폰을 일찍부터 접하기 시작한 아이들은 신기한 장난감에 깊이 빠져들어 스마트폰을 빼앗으면 소리를 지르고, 떼를 쓰기도 한다. 그리고 이런 상태가 지속되면 급기야 타인의 말에는 관심을 보이지 않으면서 현실에 무감각해지는 소위 ‘팝콘 브레인’(popcorn brain) 증후군에 걸릴 가능성도 낮지 않다.

미 국 워싱턴대학의 데이비드 레비 교수가 처음 언급한 ‘팝콘 브레인’은 스마트폰과 같은 디지털 기기를 지나치게 많이 사용하거나 여러 기기로 멀티태스킹(다중작업)을 반복하는 것이 원인이 된다고 한다. 이 증후군은 단순하고 평범한 일상생활에 흥미를 잃고 현실에 무감각해지면서 자극적이고 단편적인 것에만 반응하는 증상을 동반한다. 마치 팝콘이 튀면서 부풀어 오르듯 즉각적으로 반응하는 것을 비유한 것.

이들은 다른 사람들의 감정, 또는 느리고 섬세한 자극에는 무감각해진다. 주의력이 떨어지는 것 역시 스마트폰을 장기간 이용하는 사람들 가운데 상당수가 겪는 부작용이다. 이에 레비 교수는 팝콘 브레인 증상을 보이는 사람들의 뇌는 상당히 강력한 수준이 아니면 자극에 반응하지 않는다고 경고했다.

스마트폰이 삶에 주는 긍정적인 영향이 크지만 이를 잘못 이용하면 부작용까지 우려해야 하는 상황이다. 특히 태어날 때부터 디지털 기기에 노출되고, 스마트 환경이 오히려 익숙하기까지 한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들에게 보다 능동적인 스마트폰 이용자로서 올바른 이용습관을 갖도록 도와야 한다. 어른들이 만든 세상이니 어른들이 대안도 제시해야 한다. 아이들에게만 뭐라 할 일이 아니다. 스마트폰을 단순히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스마트폰 이용을 절제할 줄 아는 습관을 만들어줘야 한다. 아이들의 생활환경에도 변화가 필요하다.

이에 방송통신위원회는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인 아이들을 위해 △유아 대상 바른인터넷 윤리교실 △초등학생 대상 한국인터넷드림학교 △교원 대상 원격·집합연수 △인터넷 리터러시(식별 및 기록, 판독 능력) 교육 등 참여형 체험활동을 통한 인터넷 윤리교육 프로그램을 적극 펼치고 있다.

특히 이번 여름방학부터는 ‘밥상머리 인터넷 윤리교육’을 시작한다. 온 가족이 스마트폰을 올바로 이용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마련된 이 프로젝트는 부모와 자녀가 함께 인터넷이나 스마트폰의 과도한 이용시간을 줄일 수 있도록 돕겠다는 취지에서다. 자녀들이 스스로 ‘밥상머리 실천노트’(가칭)를 쓰도록 함으로써 부모들이 아이의 스마트폰 이용행태를 살펴보고,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도록 유도할 생각이다.

이 밖에도 전국민 공모 창작동요제인 ‘인터넷드림 창작동요제’, 학교 현장 교원 대상 ‘우수 교안 공모전’ 등 다양한 참여형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우리의 노력들이 분명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

우 리 아이들을 인터넷윤리와 책임의식이 투철한 디지털 사회의 훌륭한 주역으로 성장시키는 것은 어른들의 몫이다. 우리 아이들이 ‘펑’ 하고 부풀어 올랐다 꺼지는 ‘팝콘’이 아니라, 한여름 뙤얕볕과 폭풍우를 견디며 단단히 여무는 옥수수 알갱이처럼 건장하게 자라나길 바란다.


5. [연합뉴스]<김종현의 풍진세상> 역사는 드라마가 아니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배치를 놓고 나라가 흔들리고 있다. 한쪽에서는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기 위해 결단을 내렸다는데 다른 쪽에서는 국가를 해치는 일을 했다고 아우성이다.

나 라 밖에서는 미국과 중국의 남중국해 패권 싸움이 세계의 갈등으로 비화하는 모습이다. 상설중재재판소가 중국의 남중국해 영유권 주장을 부정하는 판결을 하자 필리핀과 베트남의 후견인격인 미국은 재판 결과를 인정하라며 중국을 압박하고 있다.

문제는 우리나라의 처지다. 사드는 중국의 반발을 고려해 후방인 경북 성주에 배치하기로 했다. 감시 범위가 중국이 아닌 북한이라는 걸 정부는 어필한다. 배치 자체는 동맹인 미국, 입지는 전략적동반자인 중국의 눈치를 본 결정이다.

남 중국해 문제에서도 미국과 중국은 서로 자국 편에 서라고 우리나라를 압박하고 있다. 이 때문에 정부는 어느 편도 들 수 없는 딜레마에 빠졌다. 미국은 해방 이후 줄곧 우리나라를 지켜준 맹방이자 세계 유일의 초강대국이다. 중국은 6ㆍ25 때 대군을 투입해 한국의 북진통일을 저지한 북한의 혈맹이지만 우리 수출의 26%를 점하고 있는 새로운 목숨줄이자 글로벌 패권을 꿈꾸는 세계 두 번째 강대국이다.

현재의 패권과 미래의 패권(아직은 불투명하지만)은 반드시 충돌하게 돼 있다. 그렇게 되면 우리는 미국과 중국 가운데 어느 편에 서야 할지 선택해야 한다. 양다리를 걸치는 건 평화시에나 가능하다. 큰 고래가 싸울 때는 중립도 불가능하다. 그래서 두 눈 똑똑히 뜨고 어느 쪽이 센지를 지켜봐야 한다. 강한 쪽에 붙어야 목숨을 부지할 수 있다. 우리 역사가 그랬다. 우리 땅을 인도양이나 아프리카 해역쯤으로 들어 옮길 재주가 없는 한 이 건 세월이 흘러도 변치 않을 지정학적 숙명이다.

14 세기 말 중원에서 원나라와 명나라의 세력 교체(조선건국), 16세기 말엽 명나라와 일본의 동아시아 패권 다툼(임진왜란), 17세기 초반 명나라를 밀어낸 청나라의 대륙쟁탈(병자호란), 19세기 후반 청나라와 일본의 한반도 지배권 전쟁(조선 멸망) 등 600여 년간 우리의 운명을 가른 강대국의 쟁투는 4차례 있었다.

이 가운데 지배층이 제대로 시류를 읽고 대처한 건 원명 교체기 뿐이다. 그것도 내부 갈등을 관리하지 못하고 결국은 쿠데타로 고려에서 조선으로 왕조를 바꿨다.


나머지 3차례는 조선이 전쟁터가 되거나 정벌을 당해 국토는 황폐화하고, 백성은 어육이 되거나 굶주려야했다. 이들 비극은 TV 사극에서 하도 많이 봐 국민이 스토리를 뚜르르 꿰고 있다. 우리나라처럼 역사드라마가 넘쳐나는 곳은 없을 것이다. 그런데도 우리나라처럼 역사에서 배우지 못하는 국민도 없다니 아이러니다.

역 사적 비극의 공통점은 국가가 힘(경제력과 군사력)이 없고, 명분에 매몰됐다는 점이다. 임금과 신하가 패를 갈라 밤낮없이 권력투쟁을 하고 있었다는 점도 추가돼야 한다. 하지만 역시 가장 큰 비극적 결함은 시세의 흐름을 읽지 못한 지도층의 썩은 눈이었다.

청 나라와 친교 해야 할 때 오랑캐와는 상종할 수 없다며 망하는 명나라를 섬기고, 일본의 동향을 면밀하게 주시하며 대책을 세워야 할 때 근본 없는 왜놈들이라고 무시했다. 사람답게 살고 싶다고 동학이라는 이름으로 백성이 들고일어나자 청나라군과 일본군을 불러들였다.

그 렇다면 지금 우리나라에 가장 중요한 건 지역 혹은 글로벌 패권의 향방을 예측해 미리 대비하는 능력이다. 일단 그것만 제대로 하면 대책 없이 나라가 결딴날 일은 없다. 물론 지금은 평화기이므로 한쪽으로 올인할 게 아니라 주변 열강과 두루두루 친하게 지내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하지만 이런 낭만시대가 오래갈 것 같지는 않다. 지구상 곳곳에서 일어나는 미국과 중국의 대립 첨예화는 우리에게 한쪽으로 줄을 설 것을 강요한다. 요즘은 좀 잠잠하지만, 중국의 GDP가 일본을 제치고 세계 2위로 올라선 2010년 전후로 중국이 얼마 안 가 미국을 누르고 패권국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봇물을 이뤘다. 최근엔 중국이 이번 세기에 미국의 벽을 넘기는 어렵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운명을 함께할 나라를 선택할 때 중요한 것은 어떤 상황에서도 국가의 안위, 명분이 아닌 실리를 중시해야 한다는 점이다.

고래들의 패권 전쟁에 휘둘리는 가련한 운명이 되지 않으려면 힘을 길러야 한다. 대하사극 『정도전』에서 정도전은 말한다. "국제관계에서 미사여구를 다 제외하고 남는 단 한 글자는 힘(力)이다." 열강 사이에서 힘의 균형추를 흔들 수 있는 수준이어야 스스로 운명을 결정할 수 있다. 어느 나라도 한국을 마음대로 집어삼킬 수 없다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을 정도의 힘이 필요하다.

그러니까 지금 우리 정치권과 국민은 사드니 신공항이니 개헌이니를 놓고 다투느라 진을 뺄 여유가 없다. 일자리를 창출할 수 없을 정도로 내공이 바닥을 드러낸 나라의 힘을 어떻게 하면 단기간에 극대화할 수 있느냐를 갖고 피 터지게 싸워야 한다. 북한은 경제 대신 핵을 택했다. 핵만 안고 있으면 어떤 나라도 쉽게 넘볼 수 없다고 자신하는 듯 보인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디에 국력을 쏟아 미래를 도모해야 하는가. 그걸 화두로 잡고 답을 내야 한다. 그 게 주변 열강의 눈치를 보지 않고 나랏일을 줏대 있게 결정할 수 있는 길이다. 주변 강국이 으름장 한 번 놓으면 냉정하게 대응하지 못하고 어찌할 줄 몰라하며 서인과 동인, 주화파와 척화파, 훈구와 사림, 진보와 보수가 갈라져 싸움질하다 세월 다 보내는 자해적 바보짓을 언제까지 되풀이해야 하나.

임진왜란 7년간 백성은 절반으로 줄고 20만 명이 일본으로 끌려갔다. 병자호란 때는 임금이 적장에게 세 번 무릎 꿇고 아홉 번 머리를 조아리는 것도 모자라 청나라에 50만 명의 백성을 노예로 바쳤다. 대한제국의 종말로 백성은 36년간 종살이를 하고, 해방 후에는 나라가 둘로 갈라서야 했다. 역사는 소설이나 드라마가 아니다.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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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늙은최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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