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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자료는 교육용으로 쓰기 위해 올리는 자료로 상업적 목적은 없으며 선정된 사실의 정치적 성향은 블로그 운영성향과 무관합니다.
주요 신문사설
[이데일리]
1. 책임총리제 구현 의지가 중요하다
박근혜 대통령이 어제 참여정부 시절 청와대 정책실장을 지낸 김병준 국민대 교수를 신임 국무총리로 내정했다. 경제부총리도 임종룡 금융위원장으로 교체했다. 최근 ‘최순실 게이트’가 확대되면서 추진력을 잃고 표류하는 국정을 조속히 안정화시키겠다는 의지로 이해하고자 한다. 신임 총리를 중심으로 국정을 이끌어 나가도록 한다는 책임총리제를 구현하겠다는 것이다. 지금과 같은 국정공백 상태가 더 지속된다면 국가 전 분야에 걸쳐 혼란이 가중될 것으로 우려되던 터였다.
여야 정치권에서 거국중립내각 여부를 둘러싼 논쟁이 이어지는 가운데 총리를 전격 교체한 자체가 뜻밖의 결정이기도 하다. 지금 단계에서 난국을 수습하려면 야권의 협조가 필수적인데도 박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인사권을 행사했기 때문이다. 야권이 박 대통령에 대해 일제히 “사태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총리 내정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 거부를 선언하고 나선 배경이다. “독선적 대통령에게 절망을 느낀다”거나 “탄핵과 하야를 요구하는 촛불시위 유발 동기가 될 것”이라는 성토도 쏟아진다.
하지만 여야 정치권에서 논의되는 거국내각의 실현 가능성이 불투명하다는 게 가장 큰 문제다. 이론적으로는 얼마든지 타당하지만 당리당략에 따른 현실적인 한계가 뚜렷이 드러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측에서 먼저 거국내각의 필요성을 꺼냈다가 새누리당이 동의하고 나서는 상황에서 카드를 거둬 버린 것이 그것이다. 한시가 급한 처지에 무작정 논란으로 허송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결국 과거 야권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했던 김 교수를 책임총리로 내세워 정국을 수습하겠다는 게 박 대통령의 의지라 여겨진다.
그렇다고 신임 총리 내정자를 발표하는 과정에서 아쉬움이 없는 것은 아니다. 박 대통령이 직접 마이크를 잡고 책임총리의 역할과 발탁 배경을 국민들에게 솔직하게 밝혔다면 사정은 또 상당히 달라졌을지도 모른다. 박 대통령이 남은 임기 동안 외교·국방에만 관여할 것이며, 내치(內治)는 책임총리의 판단 아래 이뤄질 것이라고 하지만 그런 사실이 ‘청와대 관계자’의 보충설명을 통해 확인됐다는 것이 그렇게 탐탁지는 않다. 박 대통령이 일부러 장막 속에 숨어 있는 것처럼 비쳐서는 곤란하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국정 리더십의 공백으로 나라가 더 이상 흔들려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최순실씨의 국정농단 의혹과 관련한 검찰 수사는 계속 진행하면서도 정부 기능은 제대로 굴러가도록 해야 한다. 국가와 국민을 깊은 나락으로 빠트리는 헌정 중단 사태를 바라는 것이 아니라면 야권도 이쯤에서 방향타를 돌려 현실성 있는 타협책을 제시하기 바란다. 책임총리제 실시에 대한 박 대통령의 확고한 의지 표명이 그 전제조건이다. 성난 민심에 부응하는 최선의 선택임은 물론이다.
2. 신임 경제팀만큼은 중심을 잡아야
우리 경제가 난파 위기라고 한다. 생산·소비·투자 감소 등 ‘트리플 침체’ 속에 수출마저 부진하다. 가계부채 급증, 부동산 과열, 실업난에 밥상물가도 들썩이고 있다. 경제 상황이 2007년 외환위기 때보다 더 좋지 않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최순실 게이트’로 국정 동력이 사실상 마비되는 등 정부의 리스크 대응 시스템이 실종된 것이다.
지난달의 소비는 전월보다 4.5%, 산업생산은 0.8% 줄었다. 상승세이던 건설투자마저 감소세로 돌아섰다. 설상가상으로 10월 수출도 -3.2%로 두 달 연속 줄어들었다. 여기에 미르·K스포츠재단에 기부금을 낸 대기업들이 줄줄이 검찰에 소환될 예정이다.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부정적일 수밖에 없다.
경제의 시한폭탄인 가계부채는 지난 2분기 1257조원에서 내년 말 1500조원까지 불어날 것이라고 한다.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가 경기부양은커녕 가계부채 증가와 부동산 과열만 부추긴 꼴이다. 와중에 밥상물가도 비상이다. 최근 소주에 이어 맥주, 콜라값이 올랐다. 김장철을 앞두고 배추, 무 등 채소가격도 급등하고 있다. 라면, 도시가스도 오를 태세다. 서민들은 죽을 판이다.
그런데도 경제 컨트롤타워는 사실상 작동이 멈춰 섰다. 대우조선의 구조조정을 차기 정부로 떠넘긴 게 단적인 예다. 어제 경제사령탑으로 새로 발탁된 임종룡 내정자는 “확장적 경제정책으로 소비, 투자를 살피고 가계부채 관리 등 위험 요인들을 해소하겠다”고 다짐했다. 경제가 무너질지 모른다는 불안심리가 팽배한 상황에서 바람직한 대처다. 경제팀이라도 나름대로 중심을 잡고 경제 살리기에 진력해야 한다. 정치권은 경제정책에 딴지를 걸지 않는 게 도와주는 것이다.
[서울신문]
3. 핵심 인물 안종범 ‘최 게이트’ 진상 밝히라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비서관이 어제 검찰에 소환됐다.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을 설립하는 과정에서 전국경제인연합회에 모금을 직접 지시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인물이다. 그는 서울중앙지검 청사에 들어서면서 “최순실씨를 정말 모르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검찰에서 다 밝히겠다”고 했다. “두 재단 모금을 전경련에 지시한 게 맞느냐”는 물음에는 “침통한 심정이다.
잘못한 부분은 책임지겠다”고 답했다. 하지만 그는 전날 “재단 설립 등은 박근혜 대통령의 지시를 받고 한 일”이라고 측근들에게 말했다고 한다. 자신도 제어하기 어려운 권력을 누리다 검찰 수사를 받게 된 마당에 만감이 교차하리라는 것은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 하지만 진실을 숨김 없이 털어놓아도 용서받기 어려운 판국에 혼자만 살겠다고 아리송한 자세로 일관하는 모습은 참고 봐주기 어렵다.
안 전 수석은 한때 ‘왕수석’으로 불렸다. 지난 대선 당시에는 박근혜 후보 캠프의 정책메시지본부장을 맡았고, 이후 청와대 경제수석에 이어 정책조정수석에 올랐다. ‘왕수석’이라는 호칭은 곧 그에 대한 대통령의 무한한 신임을 반영한다. 하지만 그가 대통령 수석비서관의 역할이 도대체 무엇인지 고민한 적이 없음은 분명하다. 조선시대조차 오늘날의 청와대 수석에 해당하는 승지는 왕에게 보고하기 적당치 않은 문서는 되돌리기 일쑤였고, 왕이 조정이나 지방에 옳지 않은 명령을 내렸을 때는 목숨을 걸고 다시 검토해 달라는 고언을 아끼지 않았다.
하지만 최씨가 정부 안팎에서 좌충우돌하며 분탕질 치는 동안 안 전 수석이 어떤 노력을 했다거나 충언이 있었다는 흔적은 보이지 않는다. 그는 청와대가 최씨에 휘둘려 냉정한 판단력을 유지하지 못했다는 것만으로도 국가를 흔들리게 한 배임의 책임을 면할 수 없다. 하물며 근본 없는 외부인의 하수인을 자임하며 사실상 시장통 상인들에게서 자릿세를 뜯어내는 역할을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음에랴.
검찰은 어제 최순실씨의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형법에 규정된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죄를 적용했다. ‘공무원이 직권을 남용해 사람에게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거나 사람의 권리행사를 방해하는 죄’다. 대기업으로부터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의 기금을 모은 과정을 ‘강요에 의한 출연’으로 판단한 것이다. 영장에는 최씨와 안 전 수석을 ‘공범’으로 명시했다고 한다. 안 전 수석은 더는 빠져나갈 데가 없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국민에게 속죄하겠다는 마음이 조금이라도 남아 있다면 진상을 밝히라.
4. 중국 어선 위협에 기관총 사격 합법적 대응이다
해경이 서해에서 불법 조업을 하던 중국 어선이 단속에 저항하자 기관총을 발사했다. 불법 조업 중인 중국 어선에 해경이 공용화기로 위협사격을 한 적은 있었다. 하지만 중국 어선을 정조준해 직접 발사한 것은 처음이다.
그제 중부해경 기동전단은 인천 소청도 해상에서 조업 중인 중국 어선 30여척을 발견했다. 대부분은 100t급 철선으로 2척이 나포된 뒤에도 나머지 어선들이 우리 경비함을 뒤쫓으며 위협했다. 잇따른 경고에도 불구하고 계속 따라붙자 물대포 발사에 이어 강경 대응을 한 것이다.
해경의 적극적인 대응은 지난달 중국 불법 어선에 강경 대응하기로 정부 방침을 바꾼 데 따른 조치였다. 지난달 초 서해상에서 해경 고속단정이 중국 어선의 공격으로 침몰하자 정부는 적극적 무기 활용 대책을 내놨다. 권총이나 소총 등 개인화기를 사용하는 데 그치지 않고 중국 어선이 저항하면 M60 기관총을 비롯해 함포 등 공용화기를 동원하겠다는 내용이었다. 상황에 따라 함정을 직접 충돌시키는 제압 방식까지도 감행하겠다고 경고했다.
이번 작전에는 해군 함정과 헬기도 동원됐다. 말로만 위협하고 넘어갈 줄 알았을 중국 어선들은 우리의 입체적 대응에 놀라 즉각 물러났다. 그동안의 수세적인 자세를 벗어나 불법 중국 어선에 본때를 보여 준 대응은 환영할 일이다. 안전수칙에 따른 합법적 대응이었던 만큼 중국 정부도 반발할 여지가 없다고 본다.
지금까지의 미온적 대처로는 무엇도 얻어진 게 없었다. 우리 해경이 번번이 최소한의 자위권조차 발동하지 않고 넘어가니 중국 어선들의 눈에 더 호락호락하게 비쳤을 뿐이다. 자칫 중국 선원이 목숨이라도 잃게 되면 외교 마찰이 생기지 않을까 지나치게 우려한 탓이다. 앞으로도 우리 해상에서의 공권력 침해 행위는 어떤 상황에서도 일관되게 엄중히 다스려져야 한다.
해경이 중국 불법 조업 어선을 나포하는 비율은 최근 5년 평균 0.07%에 불과하다. 무법천지로 휘젓고 다니는 중국 어선들의 현실을 생각한다면 앉아서 그저 당하고만 있었던 꼴이다. 이렇게 물렁물렁한 대처로는 중국 정부와 어선들이 생각을 고쳐 먹으려야 먹을 수가 없다. 폭력을 일삼으며 불법으로 저항하는 중국 어선들에 한 치의 관용을 베풀 까닭이 앞으로도 없다. 해양 주권은 누구도 아닌 우리 스스로 지켜 내야 하는 일이다.
[동아일보]
5. 임종룡 후보자, ‘폭탄돌리기’로 경제위기 미봉 말아야
새 경제부총리에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지명됐다. 올 1월 취임한 친박(친박근혜) 유일호 경제부총리가 경제 위기 극복의 리더십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자 열 달 만에 경제 수장을 바꾼 것이다. 임 후보자는 “국민 신뢰를 바탕으로 경제 위험 요인에 대응하겠다”고 다짐했다. 정부에 대한 신뢰가 바닥인 데다 ‘최순실 리스크’에 공포지수로 불리는 한국형 변동성지수(VKOSPI)마저 17.25로 전일 대비 16.63% 치솟은 상황이어서 ‘대응’으로 충분할지 걱정스럽다.
임 후보자는 ‘준비된 경제부총리’ 소리를 들을 만큼 경력이 화려하고 업무 능력도 인정받는다. 전남 보성 출신으로 여소야대(與小野大) 구도에서 지역 안배를 한 인사라는 말도 나온다. 그러나 그는 조선·해운 구조조정의 책임자이면서도 정교한 컨틴전시플랜 없이 8월 한진해운을 덜컥 법정관리 처리해 물류대란을 일으켰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않다. 수많은 친박 낙하산이 금융권을 망치는 현실에 눈감았던 그가 기득권 세력의 저항에 맞서 과감한 구조조정을 마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지금은 곪아 터지기 직전인 한국 경제를 대증요법으로 관리하는 데 그쳐선 안 되는 상황이다. 임 후보자는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대통령경제금융비서관으로 ‘구조조정 전문가’라는 별칭을 얻었지만 실제로는 미봉책으로 덮어 병을 키웠다. 조선·해운업의 부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난 데는 그의 책임도 무겁다. 최근엔 산업 재편 없이 ‘조선 빅3’ 체제를 그대로 유지해 차기 정부로 폭탄을 넘기는 방안까지 내놨다.
새 경제팀의 과제로 임 후보자는 부채 리스크 관리와 확장적 정책기조 유지를 꼽고 있다. 만일 1200조 원을 넘어선 가계부채를 박근혜 정부 임기 중 터지지 않도록 관리하면서 인위적 경기부양책으로 내년 대통령선거까지만 넘기겠다는 취지라면 국민에게 죄를 짓는 일이 될 것이다. 작금의 상황이 노동개혁 실패와 대통령 측근 비리, 한보 사태 끝에 ‘국제통화기금(IMF) 위기’를 맞은 1997년 같다는 말이 나돌고 있다. 임 후보자는 욕을 먹더라도 나라를 구하겠다는 절박한 애국심으로 꼭 해야 할 일들을 해내야 한다.
6. 최순실 국정농단의 배경, 대통령 조사 안할 수 있겠나
검찰이 어제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 실세 최순실 씨에 대해 직권남용 공범과 사기미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최 씨가 안종범 전 대통령정책조정수석비서관과 공모해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 자금 774억 원을 기업들에서 뜯어냈고, 개인 회사 더블루케이로 K스포츠재단 기금에서 용역·사업비 명목으로 7억 원을 빼가려 했다는 혐의다. 그러나 최 씨의 국정 농단 관련 수사는 제자리걸음이어서 검찰이 과연 국민적 의혹을 풀어줄 수 있을지 의문이다.
‘최순실 게이트’의 핵심은 대통령 권력을 업고 일개 사인(私人)인 최 씨가 국정과 인사에 개입하고 세금을 사적(私的)으로 유용한 것은 물론이고 사학(私學)의 학칙까지 바꾸는 등 무소불위의 전횡을 자행했다는 점이다. 정권마다 측근 비리가 빠지지 않았지만 최 씨처럼 권력자의 조력 아래 조폭을 방불케 하는 전방위 갑질을 한 일은 없었다. 대한민국 전체가 ‘열심히 노력할 필요 없다’는 자포자기에 빠질 만큼, 최 씨는 1987년 민주화 이후 어렵게 일궈온 민주주의 가치체계를 무너뜨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평창 동계올림픽 조직위원회가 작년 12월 개·폐막식 공사업체를 선정한 뒤 더블루케이가 스위스 건설회사를 끌어들여 공사를 가로채려 한 새로운 의혹도 제기됐다. 삼성이 지난해 최 씨 모녀가 소유한 독일 스포츠컨설팅회사 코레스포츠에 280만 유로(약 35억 원)를 직접 건네 컨설팅 계약을 맺은 사실도 새로 드러났다. 최 씨가 대체 어디까지 나라와 기업을 도륙했는지 헤아리기 어려울 지경이다.
검찰은 삼성까지 움직인 최 씨의 배경인 박 대통령 수사에는 입을 다물고 있다. 정권의 눈치를 보느라 최 씨 수사에 비겁했던 검찰이지만 그래도 정권 말이면 사필귀정(事必歸正)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 박 대통령이 지난달 20일 제시한 ‘재단 자금 유용 등 불법 행위’ 가이드라인에서 수사가 마무리된다면 국민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세계일보]
7. 이 난국에 계파 싸움 날 새우는 새누리 집권당 맞나
최순실 파문 수습책을 논의하기 위해 어제 열린 새누리당 최고·중진연석회의가 난장판이 됐다. 이정현 대표와 비박계 정병국 의원은 감정 섞인 언쟁을 벌였다. 이 대표는 정 의원의 사퇴 요구에 “무슨 내가 도둑질이나 해먹은 것처럼 오해할 수 있게 말하는데, 적절치 않다”고 발끈했다. 비박계는 대통령 사죄와 수사 자청 등을 주문했으나 친박계는 이 대표 엄호에만 열 올렸다.
회의는 중간에 개각 소식이 전해지자 흐지부지 끝났다. 허탈한 참석자들은 “백날 떠들어봐야 소용없다”며 자리를 떴다. 친박 지도부도 사전에 개각 사실을 몰랐던 눈치였다. 사태 수습 능력과 의지가 없는 데다 청와대의 외면까지 받는 게 여당 처지다. 한심하기 짝이 없다.
친박계 맏형이라는 서청원 의원은 지난달 31일 비박 중진들에게 “이 대표에게 물러나라는 건 전쟁하자는 것”이라며 “전쟁하자. 너희는 김무성 당 대표를 만들려는 것 아니냐”는 취지로 말했다고 한다. 지난달 29일과 31일 친박계 핵심 의원들 모임에선 ‘최순실 구속은 불가피하지만 우리가 정국 구심점 역할을 잃어선 안 된다’는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표와 서 의원, 최경환·홍문종·조원진·이장우 의원 등 강성 친박이 참석했다. 국민은 안중에 없고 전쟁까지 불사하며 당권을 챙기려는 친박계의 권력욕에 말문이 막힌다. 서 의원은 물론 실세 노릇을 하던 최 의원도 어제 회의에 나타나지 않았다.
의원 50여명이 지도부 사퇴를 촉구하기 위해 요구한 의원총회가 내일 열린다. 친박이 버티면 계파 간 전면전을 피할 수 없다. 비박계는 의총 결과에 따라 연판장 돌리기 등 후속조치에 나설 계획이다. 내전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크다. 예방책은 나와 있다. 친박이 물러나는 것이다. 최순실 파문을 방조한 건 도둑질보다 더 큰 잘못이라는 게 여론이다.
국정 공백의 폐해는 날로 깊어지고 있다. 안보·경제 쌍끌이 위기에다 야권이 대통령 하야를 본격 거론해 국민 불안은 가중될 터다. 이럴 때일수록 집권당 역할과 책임이 중요하지만 계파 싸움에 골몰하느라 기둥이 뽑히고 서까래가 무너져 내려 폐허 꼴을 면치 못할 것 같다.
[매일경제]
8. 대통령이 국민앞에 직접 나서라
박근혜 대통령이 2일 전격적으로 '책임총리'를 지명하면서 정면 돌파를 시도했지만 오히려 정국은 더 큰 혼란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오기·불통 정치를 비판하는 목소리는 가라앉지 않고 야권에선 '대통령 하야' 메시지까지 던지고 있다. 실로 엄중한 국면이다. 박 대통령은 신임 국무총리에 노무현 전 대통령 시절 청와대 정책실장을 지낸 김병준 카드를 꺼내들었다. 김병준 후보자를 책임총리로 규정하고 국민이 가장 불안해 하는 경제와 재난 대처 분야 사령탑을 교체해 국정 안정을 도모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
개각에 대한 반응은 참담한 수준이다.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정의당 등 야3당은 이번 개각을 인정할 수 없다며 즉각 인사청문회 거부 방침을 정하고 임명 철회를 요구했다. 총리 인준안이 여소야대 국회를 통과할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이 개각안을 그대로 밀고나갈 것인지, 철회해야 할 것인지 고민해야 할 정도로 정국 불안정은 더 커졌다.
심지어 유력한 야당 지도자들이 이제 대통령 하야를 거론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앞으로 정치적 해법을 찾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판단되면 저도 중대한 결심을 할 수밖에 없다"고 비판 수위를 높였다. 문 전 대표는 "지금 국민의 압도적 민심은 박 대통령이 즉각 하야·퇴진해야 된다는 것으로, 저는 그 민심을 잘 알고 있고 그 민심에 공감한다"고 말했다.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는 "더 이상 박근혜 대통령은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즉각 물러나라"고 요구했다.
국정 공백을 막기 위해 정부 인적 쇄신이 필요하다는 사실은 누구나 공감해 왔다. 거국내각이나 책임총리를 놓고 갑론을박해 온 이유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개각을 발표한 과정에 대한 반발이 이 모든 필요성을 집어삼켜버렸다.
박 대통령은 개각에 앞서 최순실 게이트에 대해 진정한 사과를 했어야 했다. 진실 규명을 위한 방안도 내놓아야 했다. 미르재단·K스포츠재단을 둘러싼 의혹과 관련해 전국경제인연합회 관계자도 이제 강제 모금 사실을 실토하기 시작했다. 실제 모금에 나섰던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은 "대통령 지시를 받고 한 것"이라고 했다. 국민에게 대통령이 직접 설명하지 않고서는 의혹을 규명할 수 없는 상황이다. "나도 수사받을 각오가 돼 있다"면서 대통령이 야당이 주장하는 특별검사를 받아들여야 한다.
총리 임명도 더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야 했다. '책임총리 김병준'에게 내치를 맡기고 박 대통령은 외치를 담당하겠다고 설명하지만 전례가 없는 실험이다. 어떤 권한을 어떻게 부여할지 제대로 아는 사람이 없으니 대통령이 직접 설명해야 한다. 국민은 최순실 게이트로 드러난 국정시스템 붕괴에 대해 분노하고 실망하고 있다. 공직자들은 자괴감에 빠져 있다. 박 대통령은 이제라도 국민 앞에 나서 과연 책임총리가 망가진 국정시스템을 복원할 수 있는 방안인지 아닌지 설명해야 한다. 국민을 설득시키지 못한다면 다른 방안이라도 모색해야 한다.
박 대통령은 개각 과정에서 야당은 물론이고 여당과도 상의하지 않았다. 일방통행식으로 결정했다. 또 다른 비선이 작동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제기될 지경이다. 그러다보니 "거국내각으로 포장해 계속 대통령 권한을 행사하겠다는 꼼수"라는 비난이나 오기·불통 정치라는 비판이 계속된다.
박 대통령은 이제라도 야당 대표들과도 만나 소통하고 협조를 구해야 한다. 여소야대 국회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박 대통령 지지율이 바닥까지 떨어진 냉엄한 현실도 받아들여야 한다. 90여 개 대학으로 시국선언이 확산되고 전국에서 촛불시위가 벌어지는 사실도 바로 봐야 한다. 지금은 청와대 스스로 김병준 후보자를 책임총리로 규정하고 대통령 권한을 대폭 넘겨주겠다고 나설 정도로 비상한 시국이다. 그렇다면 비상한 태도로 야당과 소통해야 한다.
국정에 행여라도 공백이 생기면 불행해지는 것은 국민이다. 김병준 총리 카드가 발표되자 더불어민주당은 장외투쟁을 저울질하고 있다. 국민의 분노에 편승해 야당이 정치적 이득을 챙기려고 한다면 무책임한 일이다. 박 대통령과 야당 대표들이 하루라도 빨리 대화의 장에서 국정공백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매일신문]
9. 호텔수성 시설 배짱 증축, 중단하고 대책부터 마련하라
호텔수성이 컨벤션센터 등 부대시설 증축에 따른 주변 일대의 심각한 교통대란 우려에도 별다른 대책 마련도 없이 공사를 벌이지만 수성구청은 손을 놓고 있다. 피해는 고스란히 주민과 시민 몫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게다가 수성구청 건축심의위원회가 호텔 부대시설 증축으로 일어날 교통 문제 해결을 위해 대구시에 주변 도로 확장을 요청키로 결정해 특혜 의혹까지 낳고 있다.
호텔의 증축 인가로 공사는 지난해 시작됐지만 마땅한 교통 대책은 없다. 올 5월 제출된 교통영향평가 최종보고서는 내년 12월 컨벤션 개장 이후 토요일 기준 교통 발생량은 최대 5천 대에 이르고 주변도로 혼잡 시간대(오후 6~7시) 진출입 차량도 350~400대로 예상했다. 이런 상황이 현실이 되면 심각한 교통난은 불을 보듯 뻔하다. 이번 증축 공사의 선결 과제는 교통 대책임이 분명해졌다.
그러나 심의위원회가 제시한 교통난 해결책은 의문이다. 먼저 호텔로 하여금 20억원을 들여 호텔수성네거리~불교한방병원네거리 275m 구간만 2차로에서 4차로로 넓히도록 했다. 그러나 도로를 확장해도 주변 도로의 교통난 해결은 어렵다. 호텔수성네거리~수성못오거리, 불교한방병원네거리~지범로 등 2곳의 도로가 2차로인 탓이다. 또 호텔수성네거리~두산오거리 편도 2차로 역시 이미 교통 정체가 극심하다. 일대 교통 병목 현상도 자명하다.
또 다른 의문은 심의위가 호텔 부담의 도로 확장을 뺀 두 곳의 2차로를 4차로로 넓히는 몫을 시에 떠넘긴 점이다. 하지만 이 2곳의 도로 확장 계획은 아예 없거나 사업비 부족으로 사업 추진조차 힘든 실정이다. 아울러 호텔이 맡은 도로 확장도 부대시설 완공 시점인 2017년 12월까지 가능할지 알 수 없다. 즉 도로 교통 대책은 그야말로 서류상의 일일뿐이다. 호텔을 위한 엉터리 교통 대책의 증거다.
이번 일은 호텔의 배짱 공사에 수성구청이 들러리 선 꼴이다. 호텔수성과 수성구청은 짬짜미 의혹을 자초하고 있다. 호텔 이해를 위해 인근 주민과 시민을 볼모로 삼는 모습이다. 교통 대책 없는 공사를 그냥 둘 수 없다. 행정 당국은 이제부터라도 앞뒤 바뀐 행정을 바로잡아야 한다.
10. 국정 공백에도 대구공항 이전은 차질없이 진행돼야
대구공항 통합이전사업이 최순실 사태로 차질을 빚지 않을까 하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지난 7월 박근혜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시작된 공항 이전사업은 국정 혼란으로 추진 동력을 잃고 좌초하는 것이 아니냐는 불안감이 적지 않다. 거기다 ‘민항 존치, 군사공항만 이전’을 주장하는 이들까지 목소리를 높이면서 다소 혼란스러운 상황이다.
대통령의 자리가 위태롭고 국정 공백이 빚어진다지만, 공항 이전은 정상적으로 추진돼야 마땅하다. 대구공항 이전은 정치적인 문제와는 상관없이 대구`경북에 반드시 필요한 사업이다. 다시 강조하지만, 대구공항 이전은 주민 숙원 해결과 대구 미래 발전을 위해서는 꼭 성공시켜야 한다.
대구시와 경북도, 국방부, 국토교통부가 서로 협력하며 한 발짝씩 나아가고 있는 때에 일부에서 이전 불가능론, 무용론 등을 설파하는 것은 패배주의적 사고나 다름없다. 모처럼만에 맞은 호기를 활용하지 않으면 향후 더 이상의 기회는 없을지 모른다. 아직까지 군공항이전특별법의 ‘기부 대 양여’ 방식에 대해 회의를 갖고 있는 이들도 적지 않다. K2 부지를 팔아 이전 부지 비용을 대는 방식은 많은 문제점을 갖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법률적으로 대구시가 수용하고 감당할 수밖에 없다.
각계에서 제기되는 목소리에 대처하는 대구시의 자세도 문제다. K2 이전의 당위성과 ‘기부 대 양여’ 방식 등에 대한 홍보가 부족했고 ‘민항 존치’ 주장 등에 대한 해명도 거의 없었다. K2 이전터 개발계획에도 문제가 많다. 주거 용지는 과다하고 산업 용지는 태부족하니, 시민들은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과연 이 정도 계획으로 대구시의 미래 발전을 담보할 수 있을지 걱정스럽다. 대구시가 좀 더 전향적인 자세를 보이지 않는다면 자칫 ‘사공이 많아 배가 산으로 가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이런저런 논란이 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대구공항 이전사업이 정상적으로 진행돼야 한다는 점이다. 올해 말까지 예정된 이전 후보지 선정 작업도 차질없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 아무리 어려운 환경이라고 하지만, 대구시민이 단합하면 못 이룰 것은 없다.
주요 신문칼럼
1. [이데일리][목멱칼럼] '히포크라테스 선서' 를 잊었는가
불법의료행위로 인한 고발건수가 최근 몇년 새 급증해 의료계 전반에 대한 사회적 불신이 커지고 있다. 이에 의료인의 한 사람으로써 부끄럽기도 하고 또 한편으로는 분노가 치민다. 의무와 책임을 다하며 묵묵히 환자들을 돌보고 있는 대다수 의사들 얼굴에 먹칠을 하는 일부 양심불량 의료인과 의사 행사까지 하는 비의료인들은 윤리와 책임을 강조하는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내팽겨쳤다.
특히 논란이 되는 대목이 이른바 섀도닥터(유령 의사)다. 성형업계에 따르면 ‘유령수술’ 문제가 최근 지속적으로 제기했던 문제다. 유령수술은 환자에게 전신마취제를 투여해 의식을 잃게 한 후 처음 진료한 의사가 아닌 다른 의사나 간호사, 심지어 간호조무사 등이 환자 몰래 진행하는 수술을 뜻한다. 이는 법원 판례에서도 ‘유령수술’에 대한 정의와 불법을 명시하는 등 명백한 불법 행위다. 이에 따라 유령수술을 하루빨리 없어져야 할 암적인 존재다.
또한 병·의원 수술실은 엄격하고 신성하며 청결하게 유지해야 할 의무가 있다. 그러나 수술실의 은폐성과 의식이 없는 마취환자를 악용해 수술실에서 음식을 먹고 사진을 찍거나 수술 보형물로 장난을 치는 백태가 끊이지 않는 것은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수술실은 환자의 소중한 생명과 직결된 엄숙한 곳이다.
의료계 불법행위 가운데 오염된 약품을 무분별하게 쓰는 행태도 개탄스러운 일이다.
환자에게 오염된 약을 투여해 의사와 간호사가 불구속 입건된 사건도 있었다. 이들은 일주일 전 휴지통에 버린 프로포폴을 찾아 환자에게 주사한 것이다.
프로포폴은 성형수술이나 수면내시경 검사 때 마취제로 사용하는 약물이다. 이 약물은 부패하기 쉬워 냉장 보관해야 하며 개봉 후 쓰고 남은 양은 반드시 폐기해야 한다. 그러나 문제의 의사와 간호사는 수술 당시 병원에 프로포폴 재고물량이 없었고 간호사는 휴지통에 버린 프로포폴을 찾아 환자에게 투약했다.
의료계 불법행위에는 이미 사용한 주사기를 다시 사용해 환자에게 C형간염을 전파한 사례도 있어 경악을 금치 못한다.
비(非)의료인이 병원이나 의원을 개설하는 ‘사무장 병원’도 논란의 중심에 있다.
의료법 제33조 2항에 따르면 의사가 아닌 자는 의료기관을 개설할 수 없도록 돼있다. 그러나 대규모 자금을 가진 비(非)의료인이 병원을 세우고 의사들을 고용하는 불법기관이 곳곳에 있다. 이러한 경우 수술 결과에 환자가 항의해도 대표자가 책임질 수 없는 경우가 많고 수술에 문제를 일으킨 의사는 떠나면 그만이다. 잘못된 수술로 피해를 본 환자의 고통은 누가 책임질 것인가.
지금까지 보도된 각종 의료 비리는 어쩌면 ‘빙산의 일각’일수도 있다. 우리가 알게 모르게 행해지는 비윤리적 의료행위와 병·의원이 아닌 곳에서 이뤄지는 불법 시술이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비윤리적 불법 의료행위는 사람의 생명과 인간의 존엄성을 무시한 것이다. 불법 의료행위는 또 스스로 의료인이기를 포기한 이들만이 행할 수 있는 명백한 범죄행위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
이제 우리 사회에서도 생명을 다루는 의사의 인성교육을 대폭 강화해야 하는 시점이 됐다. 미국과 같은 선진국에서도 의사의 윤리 문제를 심각하게 여기고 의과대학에서 이미 인성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우리의 현실은 미국보다 더 절실하다. 의료인은 이러한 인성교육을 바탕으로 도덕적 의무와 사회적 책임을 발휘해 환자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환자나 국민들로부터 참된 의료인으로 존중을 받을 것이다.
의료인의 수술실 환자 인권침해 행태에 대해 의료계가 단호하고 신속한 자정노력을 펼쳐야 한다. 이를 위해 의료계 스스로 윤리의식을 함양하고 전반적인 의료시스템을 개선하려는 의지가 뒷받침돼야 할 것이다.
2. [매일신문][매일춘추] 비주얼(格)
대학교 3학년 딸이 요즘 말이 없다. 사춘기 증상은 아닐 테고, 말 못할 고민이 있는가보다.
‘딸 바보’인 집사람은 이유를 아는 눈치인데 말을 안 하고 있다. 얼핏 주고받는 얘기를 정리해 보니 졸업, 취업을 앞두고 아마 성형수술 문제로 고민하고 있는 듯한데, 괜히 원죄(?)를 가진 나에게 불똥이 튈까 봐 아는 척도 못하고 있다.
그러고 보니 지난번에 집사람이 머리 염색을 해주면서 뜬금없이 “당신 눈썹 문신을 하면 얼굴이 선명해 보여 더 젊어 보일 텐데”라고 한 적이 있다. 그땐 ‘이제 좀 늙었다고 미운 게 하나씩 보이나’하고 약간 섭섭했었는데, 그 뒤 인터넷에서 시술 가격도 검색해 보는 등 은근히 고민했던 기억이 난다.
얼마 전 지인과 식사를 하려고 한 횟집에 갔다. 좋은 걸 대접하고 싶은 마음에 스쿠버가 직접 바다에서 잡아온 것만 판다는 곳을 수소문해서 찾아갔다. 소문대로 싱싱함은 기본이요, 깊은 곳에서 잡은 것이다 보니 크기며 비주얼이 이제껏 보던 횟집 음식이 아니었다. 음식은 입으로만 먹는 것이 아니라 눈으로도 먹는다는 것을 실감했다.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했던가? 사람이나 음식이나 비주얼의 힘은 무섭다. 특히 우리는 남과의 관계에서 체면치레를 위해 유난히 비주얼에 신경 쓴다.
한 회사에서 제복과 사복을 번갈아 입고 근무 태도를 조사했는데, 제복을 입었을 때 더 친절하고 성실하다는 결론을 얻었다.
제복을 입으면 밖으로 나타나는 비주얼 때문에 가능한 모범적인 태도를 지키려고 한다. 예를 들면 신라문화원의 ‘추억의 경주 수학여행 프로그램’에 참가한 분들은 50, 60대 이상이고 사회적으로 자리를 잡으신 분들이지만, 교복만 입으면 그때 그 시절로 돌아간 듯 모자를 삐딱하게 쓰고 행동도 개구쟁이처럼 군다.
얼마 전 야외공연 리허설을 위해 편안한 복장으로 무대 위에 올라갔더니, 주최 측에서 “아저씨 앰프를 이쪽으로 옮겨주세요”라고 해서 머쓱했던 적이 있다. 밖으로 보이는 비주얼에 따라 사람들의 행동과 태도가 달라지는 것이 이해가 되면서도 신기하다.
‘폼생폼사’란 말이 있다. 예전엔 나와 무관한 얘기려니 하고 애써 무시했지만, 어느덧 50대로 들어서니 그렇게 살아보는 것도 재미있는 인생일 것 같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비주얼은 외모, 사회적 지위, 대형차, 명품 가방 같은 것들이 아니라 바로 내면에서 우러나는 인성적 비주얼일 것이다.
지금 중추가절(仲秋佳節)이다. 더 늦기 전에 마음의 풍년을 위해 좋은 책도 읽고 단풍 든 산으로 떠나 사색도 즐겨보자. 각자 맡은 일에 내공을 쌓아 잘 생겼다는 말보다는 멋있고 깊이가 있는 사람이라는 말을 듣도록 비주얼을 가꾸어 보자.
그나저나 최근 보고 듣기 민망한 일로 나라가 시끄러워져 걱정이다. 이것도 국격(國格) 비주얼인데 말이다.
3. [서울신문][말빛 발견] 고소한 호떡이 오랑캐 떡?/이경우 어문팀장
고소하고 달콤한 맛. 거기에 갓 구운 호떡은 따끈함까지 더한다. 그리 계절을 타는 건 아니지만 아무래도 호떡은 추울 때 더 와 닿는다. 만들기도 간편해서 대표적인 길거리 음식이 됐다. 재료도 많이 필요하지 않다. 밀가루나 찹쌀가루, 설탕, 소금, 이스트 따위면 족하다. 설탕으로 소를 넣고 프라이팬에 둥글넓적하게 구워 내면 된다.
호떡은 모양도 그렇고 재료도 전통적인 떡과는 다르다. 익히는 방식도 다르다. 전통 떡은 찌지만, 호떡은 굽는다. 부르는 이름에도 구별이 있다. 재료를 달리해도 전통 떡은 ‘떡’이라 부르지만, 호떡은 호떡일 뿐이다. 이유가 있다. 우리 고유의 떡이 아니었다.
호떡은 화교들이 들어오면서 전해졌다. 1882년 임오군란 때 청나라 군인들과 같이 들어온 상인들이 만들어 팔기 시작한 데서 유래한다. 그래서 이름에도 중국에서 들어왔다는 의미가 새겨져 있다. ‘호떡’의 ‘호’에 그런 뜻이 들어 있다. 이 ‘호’는 본래 ‘오랑캐’라는 의미를 지닌 말이다. 다른 말들에 붙으면서 ‘중국에서 들여온’이라는 뜻으로도 쓰인다. 조선시대 청나라가 침입한 난리인 ‘병자호란’의 ‘호’는 ‘오랑캐’겠다.
‘오랑캐’ 혹은 ‘중국에서 들여온’이라는 뜻이 붙어 있는 말은 호떡 이외에도 많이 있다. ‘호주머니나 호밀, 호콩, 호감자 따위의 ‘호’도 같은 뜻이다.
호떡도 기원은 중국이 아닌 모양이다. 중앙아시아에서 중국으로 건너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당나라 현종 때 양귀비도 호떡을 무척 즐겼다고 전한다.
4. [서울신문][김석동의 한끼 식사 행복] 찬 바람의 계절이 권하는 칼국수
밀가루가 귀하던 시절, 밀 수확기인 여름 즈음에나 맛볼 수 있었던 칼국수는 귀한 별미 요리였다. 그러나 이제는 어느 집에서나 언제든지 쉽게 요리해 먹을 수 있는 식단으로 자리잡았다. 먼저 밀가루를 반죽해 도마 위에서 방망이로 얇게 민 다음 칼로 가늘게 썰어서 면을 만든다. 그리고 사골, 멸치, 닭, 해물 등으로 국물을 내고 감자, 애호박 등을 넣어 끓이면 완성이다. 입맛이 별로 없을 때나 메뉴가 떠오르지 않을 때 언제 선택해도 후회가 없는 음식이 칼국수다.
칼국수를 잘한다고 입소문이 난 식당들은 일일이 셀 수 없을 정도다. 그런 유명한 집들이 동네 곳곳에 자리잡고 있어 구태여 소개하는 것이 큰 의미가 없을 수도 있으나 그래도 발걸음이 잦아지는 집들이 있다.
먼저 강북지역이다. 성북동 한성대입구역 인근에 ‘국시집’이 있다. ‘대통령 칼국수집’이라 불리기도 하는, 유명 인사들이 많이 다니던 집이다. 깔끔한 사골 국물에 부드러운 면이 나오는 안동식 칼국수다. 혜화동 로터리에서 성북동 방향으로 가다 오른편 골목으로 빠지면 혜화동 ‘손칼국수’가 있다. 간판이 작아 찾기 어렵지만, 칼국수 하면 빠지지 않는 집이다. 푹 끓인 사골 국물과 부드러운 면발, 양지머리 고기, 호박이 잘 어우러져 나온다.
종로 2가 낙원상가 인근 골목길에는 1965년에 개업한 ‘찬양집’이 있다. 바지락을 많이 넣은 해물칼국수로 면, 국물, 김치 모두 무한리필이다. 혼자 가서 먹는 자리도 있고, 식당 안에 자리가 없을 때는 골목길에도 상을 차려 준다. 종로 5가 광장시장 좌판에 자리잡은 ‘강원도 손칼국수’는 대를 이어오는 집이다. 주인아주머니가 직접 반죽해 그 자리에서 면을 썰어 끓인다. 진한 멸치국물에 푸짐한 시장칼국수를 맛보기 위해 손님이 끊이지 않는다. 장보러 온 사람들과 부딪치며 옛 향수를 맛볼 수 있다.
을지로 3가 인근에서 1968년 시작한 ‘사랑방 칼국수’는 충무로 대표 칼국수집이다. 찌그러진 양푼냄비에 담긴 약간 풀어진 면에 김, 파, 고춧가루를 대충 얹어 놓은 것 같지만 보기만 해도 침이 넘어가는 훌륭한 비주얼과 맛을 자랑한다. 그 맛과 분위기에 푹 빠져 주인아주머니가 선물한 오래된 냄비가 지금도 내 서재 한쪽에 있을 정도로 자주 다녔다.
연희동 우체국 근처에는 1988년 문을 연 걸쭉한 사골 국물을 자랑하는 ‘연희동칼국수’가 있고, 중림동 약현성당 인근에서 같은 해 개업한 ‘원조 닭한마리 칼국수’는 시원하고 깔끔한 육수, 즉석 만두로 명성을 날리고 있다.
강남에도 이름난 칼국수집들이 여럿 있다. 방배동 카페골목에 자리잡은 ‘일미칼국수’는 1973년 이수역 부근에서 개업해 이곳으로 이전했다. 콩가루를 조금 섞은 손칼국수는 면발이 가늘고 부드럽다. 밀가루 음식이 안 맞는다는 사람도 이 집 면은 괜찮다고 한다. 다진 소고기, 계란지단, 김 등 고명이 화려하다. 서초동 양재역 부근 ‘산동칼국수’는 전남 구례 산동 출신 임병주 사장이 이름을 걸고 직접 면을 밀어 만든다. 바지락 칼국수와 김치가 잘 어울리는 맛집이다.
양재동 구룡사 앞에는 콩가루를 섞는 안동식 국시로 서울 사람들 입맛을 바꿔놓은 ‘소호정’이 있다. 1985년 압구정동 시절부터 다니던 집인데 가늘고 부드러운 면발에 한우 살코기로 우려낸 육수가 일품이다. 함께 나오는 깻잎, 부추도 맛을 돋우는데 무조건 리필이다.
찬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따끈한 칼국수가 발길을 끄는 계절이 또 돌아왔다.
5. [동아일보][이광표의 근대를 걷는다]‘뿌리깊은나무’와 잡지의 재발견
1976년 3월 한 월간지가 세상에 나왔다. 표지 제호는 훈민정음 글자체였고, 쌀을 담고 있는 농부의 거친 손이 표지사진으로 실렸다. 강렬하면서도 깔끔한 디자인은 보는 이의 눈길을 확 잡아끌었다. 한글만으로도, 가로쓰기만으로도, 우리의 전통과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만으로도, 이렇게 멋진 잡지를 만들 수 있구나. 사람들은 놀랐다.
‘뿌리깊은나무’. 발행인은 한창기(1936∼1997)였다. 서울대 법대를 나온 그는 전공을 버리고 영어판 브리태니커 백과사전 세일즈맨으로 일했다. 백과사전 팔아 번 돈으로 이 잡지를 만들었다.
그는 창간사에 이렇게 적었다. ‘뿌리깊은나무는 우리 문화의 바탕이 토박이 문화라고 믿습니다. 또 이 토박이 문화가 역사에서 얕잡힌 숨은 가치를 펼치어, 우리의 살갗에 맞닿지 않은 고급 문화의 그늘에서 시들지도 않고 이 시대를 휩쓰는 대중문화에 치이지도 않으면서, 변화가 주는 진보와 조화롭게 만나야만 우리 문화가 더 싱싱하게 뻗는다고 생각합니다.’
근대화 산업화의 구호가 무성하던 1970년대, 한창기는 오래된 것들, 사라져가는 것들을 기억하고자 했다. 브리태니커 판소리회를 결성해 100차례에 걸쳐 판소리 감상회를 개최한 것도, 목수 뱃사공 화전민 부보상 등 민중의 삶을 기록한 것도, 녹차와 찻그릇을 보급한 것도, 팔도 시장을 누비며 문화재를 열심히 수집한 것도 모두 이즈음부터였다.
그 마음과 정성이 고스란히 배어 있는 잡지가 ‘뿌리깊은나무’다. 이 잡지는 상업문화가 득세하기 시작하던 시대에 전통의 아름다움을 만날 수 있게 해주었다. 근대화 산업화의 물결 속에서 우리가 얼마나 많은 것을 놓치고 살아왔는지, 성찰의 기회를 만들어 주었다. 한글로 잡지를 만들고 편집디자인의 새 역사를 썼다는 점에서 우리 잡지문화사의 일대 혁명으로 꼽히기도 한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뿌리깊은나무’는 1980년 8월 신군부에 의해 강제로 폐간되었다. 한창기는 1984년 11월 그 후속격으로 월간지 ‘샘이깊은물’을 창간했다.
최근 서울 성북구의 한 작은 갤러리에서 흥미로운 전시가 열렸다. 전시 제목은 ‘1976년의 봄과 1984년의 가을’. ‘뿌리깊은나무’와 ‘샘이깊은물’의 전권(全卷)을 선보이는 자리였다. 전남 순천시 낙안읍성 옆에는 순천시립 뿌리깊은나무 박물관이 있다. 한창기가 수집한 문화재를 소장 전시하는 공간이다. 이곳에 가면 ‘뿌리깊은나무’ ‘샘이깊은물’을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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