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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자료는 교육용으로 쓰기 위해 올리는 자료로 상업적 목적은 없으며 선정된 사실의 정치적 성향은 블로그 운영성향과 무관합니다.

 

 

 

주요 신문사설

[이데일리]

1. 부동산 투기 잡고 경기 살리는 묘수 없을까

국토교통부가 어제 과열된 부동산 시장을 진정시키기 위한 고강도 대책을 내놓았다. 서울·경기 등 수도권을 비롯해 전국적으로 이상 과열지역의 청약시장을 규제하겠다는 ‘주택시장 안정적 관리방안’이 그것이다. 집값이 폭등하는 지역에서 새로 분양하는 아파트 분양권은 전매가 전면 금지된다. 청약 과열이 빚어지는 지역에 나타나는 가수요를 차단하기 위해 청약제도를 대폭 강화한 것이다.

정부가 과열 조짐을 보이는 부동산 시장에 칼을 빼 든 것은 박수칠 만하다. 정부는 글로벌 금융위기로 위축된 주택시장을 되살리기 위해 분양가 상한제 폐지, 전매제한 완화, 재건축 연한 단축 등 부동산 활성화 카드를 잇따라 내놨다. 이에 힘입어 건설경기가 성장세를 이어갔지만 부동산 투기가 확산되는 문제점을 낳았다.

분양가 상한제 폐지로 최근 일부 지역의 재건축 아파트 가격이 3.3㎡당 평균 4000만원을 넘어선 게 대표적인 예다. 아파트 청약 경쟁률도 치솟는 양상이다. 부동산 시장이 청약통장 매매, 위장 전·출입 청약 등 온갖 불법의 온상으로 전락하는 이유다.

그러나 이번 조치가 부동산시장을 막다른 골목으로 몰고 가서는 곤란하다. 건설업이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5%대이며, 연관산업까지 포함한 고용창출 효과는 다른 어떤 산업보다 크다. 가뜩이나 해외 건설수주 급감으로 국내 주택시장 의존도가 커진 가운데 이번 조치로 청약시장이 과도하게 위축되는 것은 막아야 한다. 정부 대책이 성공하려면 정책의 모호함보다는 ‘맞춤형 족집게’ 대책이 필요하다. 자칫 부동산 시장을 죽이고 경기 불씨를 꺼트리는 미련한 결과를 초래해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

2. ‘김병준 체제’, 무조건 반대만 할 것은 아니다

김병준 국민대 교수가 어제 국무총리직을 수락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내정 발표 하루 만이다. 김 내정자는 회견에서 자신에 대한 비난을 잘 안다면서도 “국정 붕괴는 막아야겠다”는 일념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제의를 받아들였다고 밝혔다. 이보다 몇 시간 전에는 박 대통령이 한광옥 국민대통합위원장과 허원제 전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을 각각 대통령비서실장과 정무수석에 기용한다는 발표가 있었다.

지난달 25일 대(對)국민 사과와 30일 ‘문고리 3인방’을 포함한 일부 비서진 경질에 이은 이번 인사로 박 대통령의 셈법이 분명해졌다. 김대중·노무현 정부 시절 사람과 호남 출신을 앞세워 야권의 반발을 차단하고 ‘최순실 게이트’로 빚어진 총체적 난국을 정면 돌파하려는 것이다. 임종룡 경제부총리 내정자와 박승주 국민안전처 장관 내정자는 모두 전남 출신이고 한 비서실장은 전주가 고향이다. 김·박 내정자는 노무현 정부에서 각각 청와대 정책실장과 여성가족부 차관을 지냈고, 한 실장은 김대중 정부에 이어 비서실장을 재수하는 진기록을 세우게 됐다.

그러나 야당은 박 대통령을 맹비난하며 총리 내정 취소를 요구했고 여당 일각에서도 이에 동조하는 분위기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중대 결심을 할 수 있다”고 으름장을 놨고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와 박원순 서울시장 등은 즉각 하야를 촉구하고 나섰다. 하긴 넝쿨째 굴러들어온 기회를 이쯤에서 물릴 야권이 아니다. 전선을 확대해 여권을 최대한 궁지로 몰면서 가능하면 현 정국을 내년 대선까지 끌고 가려는 것이 권력놀음의 당연한 속성이다.

하지만 당리당략보다 국리민복을 앞세우는 게 수권 정당의 올바른 태도다. 국정 붕괴를 방치하거나 부추겼다간 외려 역풍을 맞기 십상이란 얘기다. 문 전 대표가 정권을 내놓으라고 윽박질렀다가 혼쭐난 게 바로 엊그제의 일이다. 총리 인선에 대해 국회와 사전 협의가 없었던 것은 아쉬운 대목이지만 그럴 수밖에 없었던 박 대통령 입장을 이해해야 한다는 견해도 만만치 않다. 아직 의혹만 난무할 뿐 혐의조차 확정되지 않았는데도 야당에서 박 대통령에 대해 ‘사교(邪敎)’, ‘교주’, ‘악마’ 등의 독설이 퍼부어지는 현실에서 영수회담이나 개각 협의가 제대로 이뤄지기를 기대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김 내정자는 경제와 사회 분야는 총리가 전담할 것이라며 국정교과서뿐만 아니라 재정,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문제 등에서도 의견을 내겠다고 못 박았다. 말하자면, 개헌에 앞서 이원집정부제를 실험하는 셈이다. 김 내정자는 정치권 및 시민사회와의 협조 관계도 다짐했다. 이 정도면 야당 측의 요구는 거의 수용됐다고 봐야 한다. 그런데도 야당이 반대를 위한 반대로 계속 몽니를 부리다간 정권 발목잡기란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김병준 체제’를 적극 실험해볼 필요가 있다.

[서울신문]

3. 김 총리 인준 국회 설득 박 대통령 몫이다

김병준 국무총리 후보자가 어제 기자간담회에서 “국무총리가 되면 헌법이 규정한 총리로서의 권한을 100% 행사하겠다”고 밝혔다. 김 후보자는 박근혜 대통령과 만난 자리에서 경제·사회 정책을 맡겨 달라고 했고, 이에 대해 박 대통령이 동의했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그는 “개각을 포함해 모든 것을 국회 및 여야 정당과 협의할 것”이라면서 “상설적인 협의기구, 협의 채널을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외치’, 자신은 ‘내치’에 전념할 것이며 책임총리로서 국회 및 여야와 협의해 사실상의 거국중립내각을 구성하겠다는 약속을 공개적으로 천명한 셈이다.

“국정이 붕괴되는 상황을 그대로 보고 있기 힘들었다”며 총리 제안 수용 배경을 밝힌 김 후보자는 학자 출신답게 시종 논리정연하게 자신의 구상 등을 설명했으며 일부 대목에서는 감정이 복받친 듯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야 3당이 박 대통령의 일방적 개각 발표에 대해 “국면 전환용 불통 인사”라며 인사청문회 보이콧을 선언한 상황에서 야권, 더 나아가 국민을 설득하기 위해 후보자가 직접 저간의 과정과 국정 운영 구상 등을 밝힌 것으로 볼 수 있다. 문제는 이 같은 김 후보자의 설득 노력에도 불구하고 야 3당의 인준 거부 입장이 요지부동이라는 점이다.

야권은 박 대통령의 국정 수습 태도를 문제 삼고 있다. 엄중한 국정 마비 사태에도 불구하고 박 대통령이 여전히 소통하지 않으면서 전격적인 인사 국면으로 위기를 모면하려 한다는 것이다. 야 3당은 어제 박 대통령이 새 비서실장으로 한광옥 국민대통합위원장을 임명한 데 대해서도 “하루도 지나지 않아 또 불통 인사를 단행했다”며 맹비난하고 있다. 불구덩이에 기름을 부은 격이다. 일방적인 총리 지명 이후 대통령 하야를 요구하는 국민 함성은 더욱 커지고 있는 것 아닌가. 게다가 국회 동의를 얻지 못하면 총리 내정은 없던 일이 된다.

김 후보자는 “야당의 이해를 구하는 수밖에 없고, 받아 주지 않는다면 두말없이 수용하겠다”고 했지만 그의 노력만으로 야 3당을 설득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분권에 대한 박 대통령의 진의 여부도 김 후보자의 설명만으로는 확실하게 알 수 없다. 결국 박 대통령이 직접 밝히는 길밖에는 없다. 국민적 지탄을 받고 있는 데다 검찰 수사를 받을 수도 있는 상황에서 박 대통령의 심정이 얼마나 참담할지는 미뤄 짐작할 수 있다. 그렇지만 국정의 불은 한순간도 꺼져선 안 되는 것이다. 이제라도 박 대통령이 직접 권한이양 등의 진정성을 밝히고, 국회의 협조를 구하길 바란다.

4. 박 대통령 자진해서 최순실 의혹 조사받아야

최순실씨 국정 농단 파문과 관련해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검찰의 직접 조사 필요성이 점차 커지고 있다. 청와대 개입을 부인했던 이승철 전국경제인연합회 상근부회장이 검찰에서 미르·K재단 모금에 대해 ‘안종범 전 경제기획수석 지시로 모금에 나섰다’고 밝혔다. 그제 긴급 체포된 안 전 수석 역시 “미르·K재단의 모금 상황을 박 대통령에게 수시로 보고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했다. 청와대 관계자들에 대한 압수수색 과정에서 박 대통령이 대기업 회장들과 독대한 사실도 확인됐다고 한다. 악화일로다.

박 대통령과 최씨의 연결 고리가 한층 더 드러나자 ‘소추 대상이 아니다’라는 검찰의 기존 입장에서도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김현웅 법무부 장관은 어제 국회에서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해 박 대통령에게 필요한 경우 “수사를 자청하라”고 건의하겠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검찰이 청구한 최씨의 구속영장에도 ‘최씨가 안 전 수석을 앞세워 기금을 내도록 강요했다’고 적시돼 있다.

안 전 수석의 직속 상관인 박 대통령이 재단 형성에 어느 정도까지 관여했는지, 또 최씨의 청탁에 의한 것인지를 규명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박 대통령이 최순실씨 국정 농단에 직간접으로 연루된 만큼 실체적 진실이 밝혀지지 않는 한 국민적 의혹은 결코 해소되지 않는다. 야당은 물론 여당의 중진 의원들과 김병준 총리 후보자까지 대통령의 검찰 수사 필요성을 지적할 정도로 사태는 심각하다.

박 대통령이 사태의 엄중함을 인식하고 오늘 오전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기로 했다. 지난달 25일 최씨의 파문과 관련해 처음 사과한 이후 두 번째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조치다. 박 대통령은 필요하다면 검찰 조사도 받겠다는 의지도 밝힐 예정이라고 한다. 검찰 조사가 이뤄질 경우 사안이 과거의 권력 게이트보다 훨씬 심각한 까닭에 직접 조사가 이뤄지는 게 마땅하다.

최순실씨 국정 농단은 ‘헌법 파괴’라는 본질적 문제와 맞닿아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국민들은 대한민국 헌법이 규정한 국가 통치 시스템 자체가 붕괴됐다고 인식하고 있다. 민심이 들끓는 이유다. 국민 10명 중 7명이 박 대통령도 검찰 수사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여론조사 결과도 쏟아지고 있다. 갈수록 박 대통령의 하야·퇴진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그럼에도 박 대통령이 내놓은 인사 수습책들은 민심을 달래고 수습하기는커녕 불통의 이미지만 고착시키고 있는 형국이다.

헌법에 따라 대통령은 임기 중 형사 소추를 받지 않지만 대통령의 범죄 정황이 구체적으로 드러나면 참고인 자격으로 조사할 수 있다는 게 헌법학자들의 해석이다. 박 대통령은 조사를 받아야 할 불가피한 상황에서 먼저 자청하는 것이 국민에 대한 도리다. 여론에 밀려 수사를 받는 것보다 박 대통령이 하루빨리 결단을 내려 민심을 수용하는 것이 대한민국이 처한 위기를 수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세계일보]

5. 검찰 53개 대기업 수사, 이참에 정경유착 고리 끊어야

검찰이 미르·K스포츠재단에 기금을 출연한 19개 그룹 53개 기업을 대상으로 전수조사를 벌이고 있다. 최순실씨는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을 앞세워 대기업들이 총 774억원의 기금을 내도록 강요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룹당 적게는 수억원, 많게는 200억원 이상을 냈다. 검찰은 최씨와 안 전 수석을 ‘대기업 강제 모금’의 공범 관계로 보고 있다. 한국을 대표하는 대기업 관계자들이 무더기로 검찰에 불려올 처지가 됐다.

검찰의 대기업 줄소환은 2003년부터 이듬해 봄까지 이어진 대선자금 수사 이후 12년 만의 일이다. 단기간에 서둘러 모금한 데 비추어 한류 확산과 체육인재 육성이라는 재단 설립 취지에 공감해 사회공헌활동의 일환으로 기금을 낸 기업은 극소수일 것이다. 모금을 주도한 전경련 이승철 부회장도 처음엔 ‘기업의 자발적 모금’이라고 했다가 검찰 조사에선 ‘안 전 수석 지시에 따른 것’이라고 말을 바꿨다고 한다.

이 돈만 문제 되는 게 아니다. 삼성은 승마선수 육성을 명분으로 최씨의 독일 내 회사 비덱스포츠에 35억원을 건넸는데, 돈은 최씨 딸 정유라씨의 말을 사는 데 쓰인 것으로 알려졌다. 뿐만 아니라 K스포츠재단 회의록에 따르면 지난 2월 당시 경제수석이던 안 전 수석이 지켜보는 가운데 재단 측이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과 70억원 추가 지원 문제를 논의했으나 부영이 ‘세무조사 무마’ 조건을 내걸어 무산됐다고 한다.

은밀히 돈과 특혜를 주고받으려 했다니 기가 찰 노릇이다. 정치권 관련 금품수수 사건이 터질 때마다 기업들은 강압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응했다고 하지만, 일정한 대가를 챙기려는 경우도 적지 않다.

정권이 이런저런 명분으로 기업에서 돈을 거둬들이고 기업은 이권이나 특혜를 반대급부로 챙기는 것을 정경유착이라고 한다. 우리 경제를 뿌리부터 썩게 해 국가 경쟁력을 갉아먹는 요인이다. 이참에 정경유착의 고리를 반드시 끊어야 한다. 정부와 기업 모두 과거 행태를 반성하고, 약탈적 준조세를 근본적으로 막을 수 있는 강력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게 시급한 과제다.

[매일경제]

6. 오늘 발효 파리기후협정 이제 우리 현실이다

파리기후협정이 오늘부터 정식 발효되며 온실가스 감축 등 환경 문제가 발등에 불이 됐다. 지난해 12월 파리에서 열린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에서 196개국이 참여해 체결된 파리기후협정은 2020년 만료되는 교토의정서를 대체하는 새 기후변화협약이다. 미국과 중국에 이어 인도, 유럽연합(EU), 캐나다, 인도네시아 등 주요 국가들이 비준하며 발효 조건을 충족시켰다.

지구 평균 온도 상승폭을 2도 이하로 유지하기 위해 2021년부터 의무적으로 온실가스 감축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 주요 내용인데, 선진국뿐만 아니라 개발도상국들이 대거 참여해 구속력이 클 것으로 보인다.

온실가스 배출국 세계 10위권 안에 있는 우리나라는 오는 7일 모로코 마라케시에서 열리는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를 앞두고 어제 국회 본회의를 열어 비준안을 처리했다. 하지만 2030년까지 온실가스를 배출전망치(BAU) 대비 37% 줄이겠다는 목표만 있을 뿐 구체적 로드맵이 없어 서둘러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파리협정을 근거로 수출기업들에 대한 환경 규제와 무역장벽이 강화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탄소배출 국제 표준에 미달하는 제품은 높은 환경세를 부담하거나 최악의 경우 글로벌 시장에서 퇴출될 수 있다. 수출 비중이 높은 한국 기업들에는 심각한 위험 요인이다. 저탄소·친환경 제품은 생산 원가를 높여 가격경쟁력과 수익성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도 작용하니 미리 대비책을 세우지 않으면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

파리협정이 발효에 들어간 만큼 우리 기업들은 생산 공정과 제품을 설계할 때부터 탄소 배출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저탄소 핵심 기술 개발에 힘써야 한다. 정부도 산업계에만 맡겨놓을 것이 아니라 탄소세와 배출권거래제 등을 재정비하고 선진국이 주도하는 기후변화 관련 국제 표준에도 소외되지 않도록 적극 참여해야 한다. 태양광과 풍력 같은 신재생에너지와 에너지저장시스템(ESS) 등 새 기후변화 체제에서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신산업 육성 정책도 중요하다. 이제 파리기후협정은 먼 나라 일이 아니다. 지금부터 철저하게 대비해야 위기를 기회로 만들 수 있다.

7. 부동산시장 이미 식어가는데 과열 대책 너무 나갔다

정부가 부동산 규제 칼을 빼들었다. 어제 발표된 '11·3 주택시장 안정적 관리 방안'은 서울 강남 4구(강남·서초·송파·강동)와 경기 과천의 분양권 전매금지 등 과열 양상을 빚은 지역의 투기 수요를 차단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단타를 노린 투기세력을 근절하고 분양시장을 실수요자 중심으로 재편하겠다고 방향을 잡은 것은 옳다.

하지만 만시지탄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저금리로 인해 부동산으로 돈이 몰릴 수밖에 없는 상황인 데다 이미 올해 상반기 떴다방이 몰리는 등 분양 시장이 투기판으로 변질됐는데도 정부는 이렇다 할 조치를 내놓지 않았다. '8·25 가계부채 관리 방안'에라도 수요 억제 조치를 담았다면 그 후 청약 경쟁률이 300대1, 500대1을 넘는 단지가 속출하는 일도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문제는 대책이 늦어지면서 시장 상황이 많이 바뀌었는데 정부가 너무 강력한 카드를 꺼내들었다는 점이다. 규제 강도가 예상보다 세다. 강남 4구는 분양권 전매를 입주 때까지 아예 막아버렸다. 또한 서울 25개구를 비롯해 경기, 부산, 세종시 등 전국 37개 시·구를 '청약 조정대상지역'으로 선정해 1순위 청약 자격 제한, 재당첨 제한 등 규제를 강화하기로 한 것은 과열 진앙지 강남만 정밀 타격할 것이라는 예상을 뛰어넘은 것이다.

국토부가 과열 지역을 상시 점검하고 불법 행위를 단속해 시장에 투기억제 의지를 보여주지 못한 것이 아쉽다. 부동산은 심리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규제완화 일변도 노선을 걸어온 부동산 정책의 물줄기가 바뀐 것만으로도 시장은 위축될 수 있다. 부동산 대책 발표를 앞두고 이미 서울 강남 4구 아파트 상승폭은 4주째 축소되고 있다. 금융권의 대출 옥죄기가 시작됐고 향후 2년간 입주 예정 물량은 76만가구에 달하면서 시장에는 관망세가 확산되고 있다. 입주 시점에 집이 넘쳐나는 공급대란설마저 퍼지고 있다.

고강도 대책이 자칫 시장을 냉각시킬까 걱정이다. 건설 투자가 전체 경제 성장의 51%를 차지하는 상황에서 건설·부동산 경기의 급격한 침체는 경제에 큰 충격이 될 수 있다. 정부는 대책 후 6개월 정도 상황을 지켜보고 정책 강도를 조정하겠다고 했는데 냉온탕을 반복하지 말고 상시적으로 시장을 관리하고 미세 조정을 해나가기 바란다.

8. 朴대통령이 野대표 만나 김병준 혼란 조기 수습하라

민간인 최순실의 국정 개입 파문으로 온 나라가 소용돌이 속에 빠져 있는 가운데 박근혜 대통령의 국무총리와 대통령비서실장 인선으로 정국이 오히려 꼬여 가고 있어 답답하다. 청와대는 국정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인적 쇄신을 앞당겼다는 설명이지만 야당은 성난 민심을 무시한 일방통행식 지명이라며 즉각 철회하라고 맞받아치고 있기 때문이다. 그제 김병준 국민대 교수에 대한 국무총리 지명에 이어 어제 한광옥 국민대통합위원장의 대통령비서실장 지명에 대해서도 야당은 불통 인사와 꼼수 정치라는 표현을 써가며 강력히 반발했다.

김병준 국무총리 후보자는 지명을 받은 지 이틀 만인 어제 공식 기자간담회에서 "국정 상황 붕괴를 그대로 보고 있기 힘들었다"고 말했다. 한광옥 비서실장도 인선 발표 후 "대단히 엄중한 시기로 신뢰 회복과 민의 반영이 가장 중요하다"고 밝혔다. 김 총리 후보자와 한 비서실장이 이구동성으로 최순실 사태가 초래한 국정 공백을 보고만 있을 수 없어 박 대통령의 지명을 수용했다고 설명한 대목에 주목한다.

야3당이 김 총리와 함께 지명된 임종룡 경제부총리까지 싸잡아 인사청문회를 거부하기로 결정해버렸는데 대내외 급박한 경제 상황을 감안해 경제 컨트롤타워만큼은 비워 두지 말아야 한다는 목소리를 경청해야 한다고 본다. 정치적 논란 대상인 국무총리 후보자의 인준 청문회는 거부한다 해도 경제부총리 인선은 따로 보라는 것이다.

박 대통령이 내놓은 김병준 카드는 총리를 사실상 내치 대통령으로 세우고 자신은 2선으로 물러나 외교안보 등 외치에 전념하겠다는 구상이라고 한다. 하지만 야당 측과 미리 협의하지 않아 국면 전환용 불통 인사라고 야당에서 반발하고 있으니 지금이라도 직접 나서 야당 대표들을 불러모아 터놓고 설명해야 한다.

야당에 대통령의 일부 권한 내려놓기와 책임총리제를 통해 국정 공백을 막자는 점을 진정성 있게 호소하고 궁극적으로는 국민의 동의를 끌어내는 것이다. 그것이 김병준 인선으로 생긴 혼란을 정리하는 길이다. 일각에서는 박 대통령 하야를 요구하고 있지만 헌정 중단과 조기 대선은 섣부르고 경솔하게 꺼낼 문제가 아니다. 어떤 방식으로든 국정 공백을 막는 것이 현재의 정국에서 반드시 지켜져야 할 기본 원칙이다.

[매일신문]

9. 일벌백계로 다스려야 할 경북도 공무원의 땅 투기

경북도청 공무원 30여 명이 특혜성 수의계약을 통해 도청 신도시 인근에서 땅 투기를 한 의혹이 사실로 확인됐다. 경북도 특별감사 결과 이들은 신도시 인근 땅을 매입하는 과정에서 갖은 특혜를 받았고, 불법을 저질렀다. 공직에서 얻을 수 있는 정보를 독점적으로 이용해 제 잇속을 챙기려 한 것이다. 불법행위를 감시하고 예방해야 할 공무원들이 앞장서 불법을 저질렀다면 엄벌해 마땅하다.

감사 결과는 예상했던 대로였다. 공직자로서 얻은 정보와 공무가 개인적인 치부를 위해 아낌없이 활용됐다. 문제가 된 ‘송곡지구 마을정비조합’ 설립부터 인가, 토지 획득까지 온통 불법이었다. 도시계획 공무원을 포함해 짬짜미로 조합을 꾸리고선 토지 소유권도 확보하지 않은 상태에서 ‘농식품부 신규마을사업 공모 신청’을 위해 법을 어겨가며 서둘러 조합을 인가했다.

마을사업 공모 신청 마감 기일이 임박했기 때문이었다. 경북도는 이를 알면서도 ‘우수 사업’ 의견을 제출해 공모사업 선정에 일조했다. 공유재산은 생활환경정비사업을 위해 마을 주민에게만 수의계약으로 팔 수 있지만 예천군은 마을 주민이 아닌 조합에 수의계약으로 매각했다. 수의계약 규정을 어긴 불법인 셈이다.

경북도 특별감사팀이 공무원에 의한 땅 투기 의혹을 낱낱이 밝혀낸 것은 평가할만하다. 과거 자체 감사가 불법 행위자에 대한 면죄부를 주기 위한 면피용 감사, 수박 겉핥기식 감사라는 지적을 받았던 데 비해 진일보한 것이기 때문이다. 감사가 신속하게 진행됐고 그 결과가 공개됐다는 점은 유사 사례의 재발을 경계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하지만 이 사건은 아직 진행형이다. 경북도는 이달 중 땅 투기 의혹에 연루된 공무원을 엄중징계하겠다는 방침을 밝혔지만 결과는 지켜봐야 한다. 더욱이 감사 결과 조합 설립부터 인가, 토지 획득 과정이 법을 어겨가며 진행된 사실을 확인하고도 사법 당국에 고발 등 징계 외 별다른 조치를 취하고 있지 않다. 드러난 공직 비리는 일벌백계로 다스려야 한다.

10. 정부는 물가 안정에 모든 수단 동원하라

9월 이후 두 달 연속 농수축산물을 중심으로 생활 물가가 크게 오르고 전체 물가 오름세도 계속 가팔라지는 상황이다. 주류`음료 업체들이 앞다퉈 맥주`탄산음료 가격을 인상했거나 올릴 예정이어서 가공식품 물가까지 들썩이고 있다. 동절기 수요가 급증하는 시기와 맞물려 도시가스 요금도 이달부터 평균 6.1% 올랐고, 지하철`버스 등 대중교통 요금 인상까지 앞두고 있어 가계 부담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대구시는 최근 ‘대중교통 요금조정 계획’을 세우고 12월 초 인상을 목표로 물밑 작업에 들어갔다. 150원가량 인상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시는 조만간 공청회를 열고, 요금 인상안에 대한 시민 의견을 모은다는 계획이다. 생활 물가에다 서민의 발인 지하철`버스 요금까지 오른다면 가계 부담 증가는 피할 수 없다.

통계청이 발표한 ‘10월 소비자물가 동향’을 보면 10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지난해 같은 달과 비교해 1.3% 올랐다. 이 같은 상승률은 올해 2월(1.3%) 이후 8개월 만에 최고 수준이다. 9월(1.2%)과 10월 두 달 연속 1%대 상승률을 보였다. 게다가 김장철을 앞두고 배추`무 등 김장 채소 가격이 2배 넘게 뛰어 생활 물가 상승률은 2014년 7월(1.4%) 이후 2년 3개월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그만큼 서민들의 물가 불안감과 경계심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계속된 수출과 소비 부진으로 불황의 골이 깊어지면서 일자리 난과 가계소득 감소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여기에 물가까지 계속 오른다면 서민 살림살이는 더욱 팍팍해질 수밖에 없다. 특히 생활과 밀접한 농수축산물 가격이 1년 전과 비교해 8.1%나 뛰어오른 점, 생활 물가가 전체 물가에 미치는 영향 등을 감안할 때 물가 안정 대책이 시급하다.

정부는 공산품 가격 인상을 최대한 자제하도록 유도하고, 농수축산물 비축 물량 집중 공급을 통한 수급 조절과 서민 물가 안정책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 어려운 때일수록 모든 정책을 동원해 서민 생활을 안정시키는 것이 정부와 지자체가 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이다.

주요 신문칼럼

1. [매일신문][매일춘추] 만 시간을 열 배는 보내고도

15년 전쯤이었다. 존경하는 노스님께 법복을 지어 드린 적이 있다. 정성 들여 광목을 염색하고 한 땀 한 땀 옷을 만들어 드렸다. 그런데 스님은 그 옷을 한 번도 입지 않으셨다.

왜 그러시는지 이유를 알고 싶었지만 도통 물어보지 못하다가, 궁금함을 도저히 참지 못해 조심스레 절에 계신 공양주 보살님께 여쭤봤다. 모른다고 했다. 결국 절의 신도 모임 회장님에게 물어봤다. 회장님이 다시 스님께 여쭤봤고, 돌아온 대답은 ‘불편해서 안 입는다’는 것이었다. 눈물이 핑 돌았다. 그리고 머릿속에 뭔가 스쳐 지나갔다. 화들짝 놀랐다. 옷 재단을 하면서 스스로 요령이라고 지칭했던 잔꾀가, 혹여 스님이 옷을 입지 않게 만든 원인은 아닐까.

법복 제작에는 원단 16마가 필요했다. 실제 재단에는 15마가 필요한데, 염색을 하면 1마 정도 원단이 줄어들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실수로 15마만 염색했다.

결국 필요한 원단이 모자란 상황이 됐고, 잔꾀를 부려 승복 바지 폭을 5㎝쯤 줄여 재단을 했다. 승복 바지 폭이 원래 넓으니 좀 줄이더라도 스님께서 별 차이를 못 느끼실 거라고 생각하며 부린 잔꾀였다. 늘 같은 옷을 입는 사람에게는 그런 사소한 차이가 엄청난 불편을 줄 수 있다는 생각을 못했던 것이다.

어느 날, 스님을 마주했다. 스님께서는 “섭섭하나? 니 옷 몇 년 지어 봤노? 30년도 안 해놓고”라고 하셨다. 이후 나는 그런 잔꾀를 부리지 않는다. 지인들에게는 우스갯소리로 “그때 그 부끄러움 때문에 천은 절대로 아끼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때 스님께서 말씀하셨던 ‘30년’이라는 시간은 내게 영원히 오지 않을 것 같았다. 그러다 어느덧 30년이라는 시간을 옷 만드는 일로 보냈다.

하지만 옷 만드는 일에 자신이 있느냐는 질문 앞에서는 할 말이 없다. 내가 만든 옷이 잘 만든 옷인가 하는 자문을 하면 늘 자신이 없다. 어느 순간부터 ‘그저 열심히만 만들자’ 하는 생각으로 위안을 삼을 뿐이다.

‘1만 시간의 법칙’이라는 게 있다. 1만 시간은 하루에 10시간씩 일하면 만 3년도 걸리지 않는 시간이다. 그렇다면 나는 1만 시간의 10배인 30년은 옷 만드는 일로 보냈는데. 물론 꾀부리지 않고 적어도 성실하게는 일했다고 자부하지만, 이상한 일이다. 스님 말씀대로라면, 30년이 지난 이즈음 옷이 보여야 하는데, 옷은 고사하고 나는 사람도 제대로 보지를 못한다.

며칠 전이었다. 한 남자 대학생에게 무용 대회 출전용 옷을 만들어줬다. 부잣집 귀공자 같은 인상이었다. 그런데 학생이 옷을 찾아갈 때 내게 한 말, “선생님, 사실은 이 옷 맞추려고 막노동을 했어요. 그래서 저한테는 이 옷이 아주 소중해요.” 좀 더 정성껏 만들어 줄 걸 하는 생각이 들었고, 그때 먹먹했던 가슴이 아직도 아프다.

2. [한국일보][기억할 오늘] 워커 에번스

사진작가 겸 기자 워커 에번스(Walker Evans)는 기록 매체로서의 사진의 예술성을 개척한 작가 중 한 명으로 꼽힌다. 그는 회화의 미학에 최대한 근접함으로써 사진의 예술성을 획득하려던 경향과 거리를 두면서 회화가 넘보기 힘든 사진만의 기능, 즉 명료한 직설의 미학으로 사진의 독자적 예술성을 구현하고자 했다.

에번스가 사진작가로 데뷔한 것은 20대 중반이었다. 프랑스 문학에 심취해 작가를 꿈꾸며 파리에서 유학했던 그가 돌연 사진을 택하게 된 경위는, 친분이 있던 몇몇 예술가들의 권유가 있었다고는 하는데, 썩 석연치 않다. 그가 보기에 전후 1920년대의 세계가 그가 좋아하던 작가들- 고띠에르, 플로베르, 보들레르, 발레리 등등-처럼 문장으로 쫓아 가기에는 너무 다급해 보였을지 모른다. 에번스의 초기 인물과 풍경의 머그샷 같은 사진들은, 수전 손택의 표현을 빌어 말하자면, 그가 해석에 반대한 다큐멘터리 작가였음을 말해준다.

그를 유명하게 한 1930년대 미국 농업안정국(FSA, Farm Security Administration) 프로젝트는 역설적으로 그로 하여금 사진과 예술에 대한 고민을 가장 격렬하게 하게 한 계기였다. 루스벨트 정부는 공황기 뉴딜정책의 선전 방편으로 사진을 택했고, 일군의 사진 작가를 남부 농촌지역에 파견했다. 그들은 뉴딜정책의 절박성을 호소할 수 있는 가난의 참경, 또 정책의 성과를 알릴 수 있는 부활과 재생의 드라마를 원했다.

지난 5월 서울 옥인동 ‘갤러리 룩스’에서 열린 ‘폐기된 사진의 귀환: FSA 펀치 사진전’이 보여주듯, FSA의 작업은 철저한 ‘선택의 권력’이 개입된 작업이었다. 저 프로젝트를 지휘한 경제학자 로이 스트라이커는 27만여 점의 사진 중 의도에 맞지 않는 사진 10만여 점 원판에 구멍을 뚫어 폐기했고, 그 일부를 전시한 게 저 사진전이었다.

훗날 에번스는 “나는 예술가가 인간의 삶의 조건을 직접적으로 개선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그것을 드러내는 데 관심이 있을 뿐이다"라고 말했다. 이런저런 소송에 걸려 20여 년 뒤에나 세상에 공개된 그의 뉴욕지하철 ‘몰카’작업은 피사체의 가면(자기검열)조차 회피하기 위한 시도였을 것이다.

그가 빼어난 포토다큐 작가라면, 그것은 그가 다큐의 한계에 대한 고민을 끝내 포기하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1903년 11월 4일 워커 에번스가 태어났다.

3. [서울신문][길섶에서] 모과 예찬/임창용 논설위원

점심 후 덕수궁에 갔다가 ‘횡재’를 했다. 대한문을 지나 만난 모과나무 두 그루에 샛노란 모과가 주렁주렁 달려 있다. 어른 주먹만 한 모과들이 어찌나 많이 달렸는지. 거무튀튀한 나뭇가지와 대비되어 황금빛을 띠는 열매가 보석 같다. 하나, 둘, 셋…. 나무 아래서 고개를 쳐들고 모과를 세어 보다가 목이 아파 결국 포기하고 만다.

두 그루 합치면 수백 개는 족히 될 듯하다. 젊었을 적부터 덕수궁에 많이 갔지만 모과는 처음 만난다. 계절이 맞지 않았을까. 아니면 감성이 부족해 눈에 띄지 않았을까.

모과는 향이 넘치지 않으면서 오래간다. 그리 진하지 않으면서도 멀리 퍼진다. 울퉁불퉁 못생겼지만 정감이 있다. 아내가 가끔 모과차를 낸다. 택배로 구입한 모과를 얇게 저며 재 놓았다가 끓여 준다. 모과의 독특한 신맛이 거북스럽지 않다. 은근하고 그윽한 향이 코끝을 맴돌 때의 느낌은 언제나 반갑다.

‘자주 마셔야지’ 다짐하면서도 잊어버렸다가 아내가 차를 내주면 다시 같은 생각을 한다. 수시로 보지는 못해도 만날 때마다 반가운 오래된 친구 같다고나 할까. 나이들수록 속 깊고 은근한 친구가 그립다. 모과가 다 지기 전에 덕수궁에 한번 더 가봐야겠다.

4. [머니투데이][기고]동심이 선포하는 아인세, 이제 어른들이 답할 때

음악에는 힘이 있다. 그 장르가 기악이냐 성악이냐를 불문하고, 클래식이든 가요든 국악 장단의 휘몰이든 진양조든 그 자체가 메시지다. 음악은 각양각색의 마음을 하나로 묶고 강퍅함을 부드럽게 녹이는 놀라운 힘이 있다.

신기한 것은 작곡가의 다양한 감성과 만나면서 이 세상의 그 많은 곡들이 끝도 없이 ‘창조’되고 ‘탄생’한다는 것이다. 음계는 보통 ‘도레미파솔라시(7음계)’ 또는 ‘도레미솔라(5음계, 궁상각치우)’가 쓰인다. 이 음계들이 어떤 작곡가·작사가를 만나느냐에 따라 색깔이 달라지고, 울림이 달라지고, 인간의 본성에 그리고 마음에 닿아 메시지를 전할 수 있다. 제한된 음계로 끝도 없이 새로운 음악이 탄생할 수 있다는 것이 놀라울 따름이다.

노래는 음계와 메시지가 만나면서 비로소 예술로 승화된다. 동요는 동심을 담은 노래다. 아이들의 정서와 음색을 최대한 살리게끔 창작된 아이들의 노래다. 아이들의 마음과 닮은 ‘아름다운 인터넷 세상(아인세)’을 이 동요에 담아보면 어떤 모양이 될까? 노래로 꿈꾸고 노래로 전달하는 아름다운 인터넷 세상은 과연 어떤 색깔일까?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달 26일 ‘노래로 꿈꾸는 아름다운 인터넷 세상’을 만들어 나가자는 취지로 범국민이 참여하는 ‘2016 인터넷드림 창작 동요제’를 개최했다. 이 행사는 올해 처음 진행됐음에도 작곡·작사가 선생님들과 어린 친구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열정으로 풍성한 결실을 맺었다. 짧은 공모기간이지만 우수한 작품이 많이 출품돼 그 열기에 놀랐다. 본선 경연 당일 리허설을 위해 꼭두새벽부터 어둠을 뚫고 한걸음에 달려온 어린 학생들과 지도 선생님들의 정성에 숙연함마저 들었다.

“톡톡 궁금해서 두드렸더니, 톡톡 많은 정보들 / 톡톡 진짜 궁금해 톡톡 악플은 싫어요 / 듣기 좋은 꽃노래도 두 번 세 번 들으면 싫다는 어른말씀인데 (아픈 이야기들 싫어요) / 선플 악플 너와 내가 행복해질 아름다운 이야기 / 선플 희망의 말 누군가에게 힘이 되는 말 / 톡톡 선플” (창작부문 대상작 ‘선플 톡톡’, 초등학교 연합 설렘중창단)

“우리에게 참 좋은 인터넷 세상 / 아름답게 만드는 인터넷 세상 / 모두 함께 만나는 인터넷 세상 / 우리 함께 지켜요 인터넷 예절 / 상처 주고 아픔 주는 말 사이버폭력은 No! 위험하니깐 / 희망 주고 꿈을 주는 말 선플달기 칭찬 Yes! 용기 주니깐 / 행복하게 만나요 인터넷 세상 마음으로 함께 해요 스마트폰 세상 / 행복하게 만나요 인터넷 세상 마음으로 함께 해요 스마트폰 세상”(노랫말부문 특별상 ‘참 좋은 세상’, 대구용호초등학교 아인세 합창단)

‘창작 부문’ 대상작과 ‘노랫말 부문’ 특별상이 가사다. 작은 입을 열어 앳된 몸짓과 고사리 손으로 아름다운 인터넷 세상을 노래하는 아이들의 그 맑은 목소리가 아직도 귓가에 생생하다.

이러한 아이들의 노래가 인터넷 세상에서 실현되려면 어른들의 역할이 중요하다. 사실상 연령 제한이 없는 인터넷 세상에서 어른들의 무책임한 표현 하나하나가 여과없이 어린 아이들에게 전달된다. 순수한 아이들은 외부 환경에 더 쉽게 영향을 받는다. 마치 거울처럼 어른들의 모습을 그대로 학습하고, 따라하기도 한다.

지난 5월 한국정보화진흥원에 따르면 청소년 인터넷·스마트폰 중독위험군 비율은 각각 13.1%, 31.6%로 성인의 두배에 달한다. 학업과 진로 고민으로 스트레스는 높고, 이렇다 할 놀이문화가 없는 상황에서 아이들이 인터넷·스마트폰에서 위로를 받고 있는 것. 아이들이 인터넷을 바람직하게 이용하기 위해서는 가정에서의 인터넷 이용 교육은 물론 자녀들과의 오프라인 소통이 우선돼야 한다. 지난 26일 아이들은 한목소리로 ‘아름다운 인터넷 세상’을 노래했다. 이제는 어른들이 답가를 불러줘야 할 때다.

5. [서울신문][기고] 전기차로 달려 본 미세먼지 현장/조경규 환경부 장관

지난 3월 황사와 함께 불어닥친 미세먼지가 연일 고농도를 기록하면서 우리 사회가 미세먼지 이슈로 뜨거웠다. 시민들은 ‘미세먼지 대책을 촉구합니다’라는 온라인 카페를 만들어 정부에 대책을 요구했고 정부는 경유차 저공해화, 전기차 보급, 에너지 상대 가격 조정, 노후 석탄발전소 폐지 등 미세먼지 특별대책을 발표했다. 특별대책이 발표된 이후 주무 장관으로서 현장의 변화를 체험하기 위해 최근 세종청사에서 전기차를 타고 대전의 중부권 대기오염 집중측정소를 시작으로 홍성 전기차 충전시설, 충남 보령의 화력발전소를 차례로 둘러봤다.

첫 방문지인 대전 중부권 대기오염 집중측정소는 백령도·제주 등과 더불어 전국에 6개인 국가 직영 집중측정소 가운데 하나다. 연구원이 상주하며 미세먼지의 실시간 성분을 분석해 지역 대기질 특성 파악과 고농도 오염원에 대한 원인 규명 업무를 맡고 있다. 미세먼지에 포함된 1·2차 생성물, 특히 유해 중금속 등을 과학적으로 분석해 지방자치단체 측정망 관리와 국가의 대기정책 지원에 기여할 수 있도록 발전시켜야 한다.

서해안고속도로 하행선 홍성휴게소에는 전기차 충전소가 설치돼 있다. 세종에서 대전을 경유해 홍성휴게소까지 가다 보니 출발할 때 190㎞였던 전기차 주행 가능 거리가 30㎞가 채 안 남아 자꾸 계기판을 확인하게 됐다. 직접 충전해 보니 급속충전기이지만 30분 정도가 걸렸고, 충전시 회원카드와 신용카드를 함께 입력해야 하는 불편을 느꼈다. 신용카드만으로 결제한다면 더 편리하겠다는 생각이 들어 올 11월로 예정된 결제 시스템 개선을 앞당기도록 주문했다.

전기차와 충전시설은 ‘닭과 달걀’의 관계다. 충전시설 이용이 당장은 저조하더라도 전기차 보급을 앞당기려면 더 적극적인 충전시설 설치가 필요하다. 미세먼지 특별대책에서는 2020년까지 전기차 25만대를 보급할 계획인데, 이를 위해 현재 1472곳인 전기차 충전소를 주유소의 25% 수준인 3100개까지 확대해 전국을 전기차로 운행하는 데 불편함이 없도록 설계했다.

마지막 방문지는 우리나라 발전 용량의 5.3%를 분담하는 충남 보령 화력발전소였다. 전력 생산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와 온실가스는 국민 건강과 지구촌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해결해야 할 난제다. 보령화력은 30년 이상 된 발전기 2기의 폐지와 함께 20년 이상 된 4기의 대대적인 성능 개선 공사 등을 계획하고 있다. 이산화탄소 포집·이용·저장시설(CCUS)을 둘러보면서 앞으로 대규모 상용화를 위한 기술 개발을 더욱 서둘러야겠다고 생각했다.

지난 9월 세계보건기구(WHO) 보고서에 따르면 지구촌 인구의 92%가 초미세먼지(PM2.5) 권고 기준 초과 지역에 살고, 대기오염으로 인한 조기 사망자가 연간 650만명에 이른다. 미세먼지 특별대책의 이행 상황을 주기적으로 점검하고 평가해 향후 10년 내 유럽 주요 도시의 대기질 수준으로 개선할 것이다.

깨끗하고 맑은 공기는 더이상 공짜가 아니다. 정부와 국민, 그리고 산업계 모두가 동참하고 자신의 몫을 부담할 때 미세먼지 걱정 없는 건강하고 푸른 하늘을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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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늙은최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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