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자료는 교육용으로 쓰기 위해 올리는 자료로 상업적 목적은 없으며 선정된 사실의 정치적 성향은 블로그 운영성향과 무관합니다.
주요 신문사설
[세계일보]
1. 최재경 민정수석은 ‘검찰에서 손 떼겠다’ 선언해야
박근혜
대통령이 최재경 전 인천지검장을 청와대 민정수석에 임명한 것을 놓고 뒷말이 무성하다. 최 수석은 ‘특수통’ 검사로 굵직한 사건을
두루 경험해 검찰 중립성을 존중할 것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반면에 2007년 새누리당 이명박 대통령 후보의 ‘BBK
주가조작 의혹 사건’ 등에서 관련자들을 무혐의 처리했다는 이유로 ‘정치 검사’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검찰 간부 출신을 또다시
민정수석에 앉힌 것 자체가 부적절한 인사라는 말까지 나온다. 검찰을 입맛대로 통제해 상황을 무마하려는 시도라는 것이다.
야당은
국민이 원하는 인적쇄신과 거리가 멀다고 보고 최 수석 해임을 요구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는 어제 “박 대통령이
이명박 정권의 우병우 행세를 한 최 수석을 새로운 부역자로 임명, 분노한 민심 앞에 정치검찰 카드를 꺼내들었다”며 “검찰 수사권을
직접 휘두르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는 “최 수석은 법조계 신망이 두터워 그만 한 적임자가 없다는
것이 중론”이라고 반박했다.
정치검사는 권력의 눈치를 보면서 사실관계를 왜곡해 정권의 구미에 맞게 수사하는 검사를
말한다. 그러려면 권력 핵심과 교감하면서 정권이 원하는 바를 잘 읽어낼 줄 알아야 한다. 과거에 이런 정치검사가 적지 않았고,
이들 중 상당수가 출세 가도를 달린 것도 사실이다.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검찰은 과거와 절연하고 새롭게 태어나야 한다. 최
수석이 검찰 개혁에 기여해야 할 부분이 적지 않다. 민정수석은 검찰 등 사정기관의 정보와 인사를 좌지우지하는 자리다.
원칙주의자이자 ‘강골 검사’로 알려진 그에게 과거의 기개가 남아 있다면 불가능하지만은 않을 것이다.
최 수석은 비선
실세 최순실씨에 대한 검찰 수사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청와대·내각 개편을 앞두고 인사 검증 등 할 일이 산적해 있다. 대통령에게
민심을 가감없이 전하고 직언을 하는 직무도 충실히 수행해야 한다. 청와대를 비롯한 정부기관과 공공기관 등에 널리 퍼져 있는 최씨
의혹 연루자들을 가려내는 것은 시급한 과제다. 최 수석은 이런 문제들을 다루는 과정에서 오해받지 않도록 처신하면서 민정수석실을
바로 세워나가는 데 혼신의 힘을 쏟아야 한다. 최 수석의 어깨가 무겁다. 대통령의 정치적 운명과도 무관치 않다.
2. 의원들 윽박 질러가며 자리 연연하는 친박 지도부
새누리당 김무성 전 대표와 남경필 경기지사 등 대선주자 5명은 어제 긴급 회동을 갖고 “재창당의 길로 가야 한다”며 이정현 대표 등 친박 지도부의 총사퇴를 요구했다. 비박계 중진 의원 21명은 회의후 이 대표 사퇴를 설득키로 했다. 친박계도 속속 돌아서 지도부 사퇴론이 확산 중이다.
‘최순실
사태 진상규명과 국정 정상화를 위한 새누리당 국회의원 모임’ 참여자는 21명에서 25명으로 늘었다. 합류한 이진복·여상규 의원 등
4명은 범친박계로 분류된다. 친박 주류가 갈라지면서 ‘탈박 현상’이 가속화하는 것이다. 지도부 사퇴를 주장하는 이유는 자명하다.
“최순실 국정 농단을 막지 못한 책임이 있다”는 것과 “청와대를 견제하는 게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공감하는 국민이 대다수다.
이정현
대표는 그러나 “당 대표의 책임감이란 건 하루아침에 바뀌는 게 아니다”며 사퇴 거부 의사를 재확인했다. “사태 수습이
우선”이라는 것이다. 지금 사퇴론의 대세에 저항하는 건 이 대표와 조원진·이장우 최고위원 등 극소수 강성 친박계뿐이다. 지난
4·13 총선 공천에서 보듯이 패권주의를 앞세워 계파 이익을 챙기는 데 앞장선 장본인들이다.
이
대표는 “자리에 연연하지 않는다”고 했으나 비박계와 맞서 끝까지 당권을 지키겠다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지도부가 의원들을
회유·협박하며 의사 표현을 방해하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국정이 흔들리고 있는데도 당권에만 집착하는 것은 무책임하고 몰염치하다.
친박
세력은 지난 4년간 대통령에 기대 당·정·청 요직을 독식하며 단물만 빨아먹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패거리처럼 몰려다니며 대통령
주변을 에워싸고 제 잇속만 누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청와대 눈치만 살폈던 친박으로선 최순실 파문의 방조자란 소리를 들어도
당연한 처지다. 전여옥 전 의원은 이 대표 등이 최씨를 모른다고 한 데 대해 “거짓말”이라고 했다. “친박들이 최순실을 몰랐다는
것은 손바닥으로 하늘 가리기”라는 것이다.
이 대표와 친박계가 조금이라도 책임을 느낀다면 국민에게 석고대죄하고
‘폐족’ 선언과 함께 정치 전면에서 즉각 퇴장해야 한다. 지도부 사퇴는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다. 그래야 국정을 전면 쇄신해
성난 민심을 조금이나마 달랠 수 있다. 앞으로 여야 간에 국정 정상화를 위한 합의 등 할 일이 쌓여 있다. 새 국무총리 추천은
관건이다. 친박이 걸림돌이 돼선 안 된다. 친박 지도부가 사퇴를 거부해 국정 수습을 지연시킨다면 역사의 죄인이 되는 것이다.
[이데일리]
3. ‘국정 농단’ 교수들의 대학 복귀 움직임
‘최순실
게이트’의 진상이 벗겨지면서 최씨가 주도하는 각종 사업에 앞장섰던 고위 공직자들이 차례로 물갈이되는 것은 불가피한 결과다.
세금으로 녹봉을 받으면서 국가와 국민을 위하기보다 권력 비선실세의 주문에 따라 움직였다는 사실만으로도 책임을 물어야 한다. 이런
공직자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한 국정이 제대로 돌아가기를 바랄 수도 없다.
문제는 대학교수 출신으로 공직에
들어왔다가 다시 대학으로 돌아가는 경우다. 본인들로서는 친정으로 복귀한다는 생각을 가질 수도 있다. 그러나 공직수행 중에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음에도 불구하고 당연한 권리처럼 대학 연구실로 복귀히도록 허용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공직 기간에 나름대로 국가를
위해 공헌하거나 다른 불가피한 사정으로 공직에서 사퇴하는 경우와는 구분돼야 한다.
이번 최씨의 국정농단 사태에
직간접으로 개입한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이나 김종 전 문체부 2차관이 그런 경우에 속한다. 안 전 수석은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 출신이며, 김 전 차관은 한양대 스포츠산업학과 교수 출신이다. 이 가운데 안 전 수석은 SNS에 벌써 ‘성균관대학교 교수’로 소속이 표기되고 있다. 본인이 학교로 돌아가겠다는 의사를 내비치고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이번 사태와 관련해 박근혜 대통령의 하야를 촉구하는 교수 및 대학생들의 성명 발표가 이어지는 가운데 그 심부름을 했던 장본인들이
태연히 대학으로 복귀하도록 허용하는 것은 곤란하다. 해당 대학마다 이들의 본분일탈 행위를 질타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음을
직시해야 한다. 최씨 딸 정유라씨의 입학·학점 특혜 의혹을 받는 이화여대 최경희 전 총장이나 이인성 의류학과 교수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대학 교수들이 정치권에 줄을 대려는 ‘폴리페서’의 폐해가 제기된 것은 이미 오래전부터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도 유력 예비주자 진영마다 교수들이 일찌감치 줄을 서는 모습이다. 이들이 학문적 전문성을 정치·행정에 접목시켜 사회발전에
도움을 주는 긍정적 측면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반대의 경우가 훨씬 더 많은 것이 현실이다. 관변 교수들이 개인 영달을
위해 국정을 농단하고도 대학에 발을 붙이는 경우는 막아야 한다.
4. 정국 주도권 다툼보다 수습책이 먼저다
검찰이
그제 출두한 최순실씨를 긴급 체포하고 국정 농단 사태에 대한 진상 규명에 본격 돌입했다. 여야 정치권이 특검 방식에 정식
합의하기 전까지는 수사는 어차피 검찰 몫이다. 검찰은 온 국민이 주시하고 있음을 명심하고 권력의 심장부까지 속속들이 파헤친다는
각오로 수사에 임해야 한다. 현직 검사장이 사상 처음으로 구속되고 전·현직 간부의 잇단 비리 연루로 땅에 떨어진 검찰의 체면을
되살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문제는 정치적인 수습이다. 여야의 셈법이 저마다 달라 수습책에 대한 합의점 찾기가
여간 어렵지 않아 보인다. 국난을 맞아 어떻게 돌파구를 찾느냐보다는 정국 주도권 싸움에만 열을 올린다. 염불보다는 잿밥에 마음이
쏠려 있는 탓이다. 특히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거국중립내각을 제안했다가 새누리당이 덜컥 수용하자 곧바로 말을 바꾼 것은
제1야당의 유력 대권 후보답지 못한 처사다. 특검안을 내놨다가 거둬들일 때와 똑같은 모양새다.
그제 정세균 국회의장이
주재했던 3당 원내대표회의는 불과 10분 만에 파행했다.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모든 제안을 전폭 수용했는데도 야당이
걷어찼다고 발끈하고 “하야·탄핵 정국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냐”며 자리를 박찼다. 그런데도 문 전 대표는 한술 더 떠 박근혜
대통령의 석고대죄와 내각 구성 및 정부운영 권한의 완전한 국회 이양을 요구하는 개인 성명을 냈다. 여소야대 정국이므로 사실상
정권을 야당에 넘기란 얘기다.
매일매일
새로운 의혹이 쏟아지고 있지만 이러한 의혹 가운데서는 사실이 아닌 것도 상당 부분 차지하는 것으로 확인된다. 의혹을 모두
기정사실로 단정하고 임기가 1년 4개월이나 남은 대통령을 ‘식물 대통령’으로 치부하는 것은 성급한 면이 없지 않다. 나아가 정권을
내놓으라는 주장도 이치에 맞지 않는다.
이런 맥락에서 국민의당이 박 대통령과 여야 3당 대표의 영수회담을 제안한
것은 그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 많은 국민이 헌정 중단을 원하지 않는다며 박 대통령 하야에 대한 반대의 뜻을 분명히 한 것은
제3당으로서 ‘캐스팅 보트’를 제대로 행사한 용기 있는 행동이다. 국정 붕괴 국면에서도 대권에 눈이 어두워 국가와 국민을 ‘나
몰라라’ 하는 태도보다는 대한민국을 살릴 대안을 내놓는 자세가 요긴한 때다.
[매일신문]
5. 검, 진상 규명 위해서라면 대통령에 대한 수사도 마다 않아야
최순실
의혹과 관련해 검찰 수사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검찰이 오늘 최 씨의 구속영장을 청구하고,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도
소환한다. 이들이 법의 심판을 받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검찰이 국가위기 상황을 몰고 온 이번 사태의
진상을 정확히 밝히고, 최순실과 그 패거리를 어떤 수준에서 처벌하느냐다.
뒤늦게나마 검찰이 과거 대검 중수부에 버금가는 수사 인력을 동원해 수사에 진력하는 것은 만시지탄이긴 하나, 마지막 남은 희망이다. 이미 국민들의 신뢰를 잃은 상황에서 검찰의 수사는 자신을 살리고 국가를 살리는 일이다.
그러니
검찰은 수사에 앞서 미리 선을 그어선 안 될 일이다. 진상을 규명하는 데 필요하다면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수사도 마다해선 안
된다. 국민들은 최 씨와 그 패거리들이 어떻게 대통령의 눈과 귀를 가렸는지를 알고 싶어한다. 또 대통령은 이를 알아채지 못했는지,
잘못 알았는지, 아니면 알면서도 방조했는지 낱낱이 밝혀 알려주기를 원한다. 청와대 문서 사전 열람 및 수정 의혹은 박 대통령의
지시 내지 방조 아래 이뤄졌다는 의혹이 드리우고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 및 모금 의혹도 마찬가지다.
김현웅
법무부장관이나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이 대통령 수사에 대해 덜컥 부정적인 입장부터 밝히고 나선 것은 스스로 수사에 가이드라인을 그은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래서는 경악한 국민 여론을 잠재울 수 없다. 진상 규명을 위해 필요하다면 대통령도 조사해야 하고, 대통령
또한 이에 협조해야 한다.
1998년 당시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은 소위 ‘지퍼 게이트’와 관련해 4시간 동안 특별검사 조사를 받았고 법정에서 증언도 했다. 한국과 미국은 법 체계가 다르다고 하지만, 미국은 할 수 있는 데 우리는 무조건 못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분명한 선례를 남겨야 이런 비극은 두 번 다시 되풀이되지 않는다. 국민은 실체적 진실을 알고 싶어 한다.
6. ‘생산 절벽’ 지역 제조업, 위기 이겨낼 방안 찾자
장기
불황의 여파로 지역 제조업이 위기를 맞고 있다. 섬유`금속`기계 등 주력 뿌리산업이 최근 몇 년 새 매출이 급감하는 등 생산
가뭄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매출이 반 토막 난 업체도 수두룩하다. 업체마다 인건비 걱정에다 공장 가동에 따른
전기요금마저 부담을 느낄 정도라면 하루하루를 겨우 버티는 상황이라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올 들어 한진해운
사태에다 현대차 파업, 삼성 갤럭시노트7 단종 등 여러 돌발 사태는 지역 제조업을 생산 절벽으로 몰아넣었다. 매출 급감은 당장
일자리 난을 심화시키고 가계소득과 소비 감소, 나아가 경기 위축으로 연결된다는 점에서 대구시의 비상한 대책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현재 대구시는 청년고용 촉진과 기업 설비`운영`투자자금 긴급 수혈과 같은 경기 활성화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분기별로 지원하던 정책 자금을 수시로 지원하고 있는 것만 봐도 지역 제조업 위기와 시의 고민을 짐작할 수 있다.
성장
둔화 등 국내외 경제 여건상 지금의 위기를 극적으로 반전시킬 해법은 사실상 없다. 이럴 때일수록 기업의 기초 체력이 더 떨어지지
않도록 관련 정책을 찾고 적극 현장에 접목하는 리더십만이 위기를 이겨내는 유일한 열쇠다. 지역 중소기업의 애로점인 자금 문제나
고용, 신기술 개발 등 필요한 대책을 면밀히 살피고 힘닿는 데까지 지원해 어려운 시기를 넘겨야 한다.
이런 위기
상황에서 국내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인 ‘쿠팡’이 대구국가산업단지에 대규모 물류센터 건립 계획을 확정한 것은 그나마 반가운
소식이다. 투자 규모가 1천억원에 이르는 대구물류센터가 2018년 3월 본격 가동되면 1천500여 개의 일자리가 새로 생긴다.
역외기업 유치 사상 최대 규모다. 대구시는 기반산업인 제조업은 물론 물류`유통 등 서비스 산업의 발전 등 연관 과제를 하나씩
차근히 풀어나간다는 각오로 경제 위기 극복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서울신문]
7. 친박 폐족 후 혁신해야 새누리 살아남는다
‘최순실
게이트’란 전대미문의 폭풍에 휘말린 새누리당의 친박계가 해체 위기를 맞고 있다. 여당 내 막강 계파로 지난 10여년간 위세를
떨쳐 왔지만 대통령 비선 실세의 국정 농단을 비호한 세력으로 낙인찍히면서 버티기가 힘든 상황이다. 청와대에선 이미 친박 핵심
참모들이 모두 물러난 가운데 최경환·서청원 의원 등 당내 친박계 핵심 인사들마저 숨을 죽인 채 납작 업드려 있다. 비박계는 물론
친박계 일부 의원들까지 이정현 대표 등 친박계 지도부의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 딱한 것은 당 지도부가 “난국을 수습하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버티고 있다는 점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비선에 둘러싸여 국정을 펴는 동안 집권 여당은 맹목적으로
대통령을 옹호하고 비선 실세를 비호했다. 최씨가 관여한 미르·K스포츠재단, 최씨의 딸인 정유라씨의 이화여대 입학 및 학사 관리
특혜 의혹을 규명하기 위한 청문회 증인 채택을 결사적으로 막았다. 청와대 안종범 전 정책조정수석 등 최씨의 국정 농단 공범들이
청문회에 나와 뻔한 거짓말을 해도 모른 척 넘어갔다. 그 중심에서 골수 친박계 의원들이 앞장섰음은 물론이다.
“새누리당
안의 박근혜 최순실 호위병도 척결하라”고 목소리를 높이는 야당에 마땅히 반박할 말도 찾기 어려운 처지다. 게다가 이정현 대표는 박
대통령의 ‘복심’으로 불리며 현 정부 출범 초기 청와대 홍보수석으로 일했다. 대통령 최측근으로서 최씨의 농단을 막지 못한 책임이
크다.
국정을 어지럽힌 최씨와 그 측근들이 속속 소환되면서 의혹들이 하나씩 사실로 밝혀지고 있다. 진보와 보수를
가리지 않고 모든 언론이 이들의 국정 농단 실체 취재에 나서면서 하루가 멀다 하고 새로운 사실들이 드러나는 상황이다. 박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역대 최하위를 지나 한 자릿수를 바라보고 있다. 친박계 의원들의 탈박(脫朴) 현상이 도미노처럼 번지고 있다.
난파선에서의 탈출을 연상케 한다. 이정현 대표와 서청원·최경환·윤상현 의원 등 핵심 인사 몇 명만 남고 친박계 자체가 소멸 단계에
이를 것이라는 분석까지 나온다.
이 대표 등 친박계 지도부의 버티기는 당의 존속만 위태롭게 할 뿐이다. 국정 동력을
잃은 청와대와 함께 당의 생명까지 다하겠다는 것인지 묻고 싶다. 새누리당은 여전히 원내 1당이다. 대통령이 힘을 잃었다고 당을
포기할 수는 없다. 국민의 믿음을 되찾으려면 뼈를 깎는 노력으로 재창당 수준의 혁신을 해야 한다. 혁신의 출발점이 친박계 지도부의
퇴진, 친박계 폐족이 돼야 함은 물론이다.
8. 압력 행사해 공정위 제재받은 의사·약사단체
의사·약사단체가
각각 의료기기 제조 업체, 제약 업체에 압력을 행사해 한의약계와 거래하지 못하도록 했다가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총 12억여원의
과징금을 최근 부과받은 적이 있다. 그 이후 한·양 의학계의 대립이 소송전으로 비화돼 결과가 주목되고 있다.
한의사들이
의료기기를 사용하는 문제를 둘러싼 한의와 양의의 대립은 10여년째 계속되고 있다. 이 문제에 대한 의사협회 등의 격렬한 반대가
이어지자 정부는 지난해 규제 완화 차원에서 해결하겠다고 본격적으로 나서 공청회도 열긴 했다. 그러나 지금껏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헌법재판소와 법원의 판결도 엇갈리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공정위가 사실상 한의약계도 의료기기와 일반의약품을 취급할 수
있다는 결정을 내린 것이다.
결론적으로 의사들만이 의료기기를 쓸 권리가 있다는 데는 동의하지 못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한의원을 이용하는 수요자들의 생각이다. 한방은 전통적으로 진맥 등의 수단으로 병을 진단해 왔지만 정확성을 보장할 수 없는 게 사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방을 이용하는 환자의 입장에서는 엑스레이, 컴퓨터단층촬영(CT), 자기공명영상(MRI)
등 현대의 첨단 의료기기로 진단을 받으면 훨씬 정확하게 질병의 원인을 알 수 있고 그에 맞는 처방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할
것이다. 여론조사를 보면 적어도 65% 이상의 국민이 한의사의 의료기기 사용을 지지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말하자면
의료 소비자 편에서 보면 한의사의 의료기기 사용은 편익을 높여 주는 것이다.
물론 의료기기가 양방을 염두에 두고
개발된 것은 맞지만 개발자들이 의사들에 국한해 사용할 수 있다고 제한한 것도 아닐 것이다. 이런 점을 종합해 볼 때 의사들이
내세우는 이유는 궁색하다고 할 수 있다. 한약국 또한 법에 정한 자격만 갖추고 있다면 일반의약품을 취급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소비자의 선택권을 넓혀 주는 것이다. 의사나 약사단체들이 반발하는 것은 일종의 직역이기주의이고 밥그릇 지키기라고 할 수밖에 없다.
양의와
한의의 해묵은 갈등을 종식하려면 정부가 나서는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의료계의 반발과 압력에 보건복지부도 선뜻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속히 전문가와 의료 소비자들이 참여하는 논의 기구를 만들어 이 문제에 대한 공론화를 이어 가기 바란다.
[매일경제]
9. 약탈적 준조세 막을 법적 장치 필요하다
최순실 게이트를 수사 중인 검찰이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에 기부금을 출연한 기업들을 조사하고 있다. 지난달 30일에는 롯데그룹, 31일에는 SK그룹 임원들이 검찰에 불려가 참고인으로 조사를 받았다. 두 재단에 기부금을 출연한 기업은 50여 개에 이른다. 그러니 앞으로도 얼마나 많은 기업인들이 검찰에 들락날락해야 할지 모를 일이다.
기업들은
불과 몇 주 사이 미르·K스포츠재단에 800억원 가까운 돈을 내놓았다. 검찰 조사 과정에서 '강요에 의한 출연'이었다는 진술이
나오고 있으니 책임 소재를 가려 그에 상응한 법적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다. 이번 일을 계기로 정치권력에 의한 약탈적 준조세를
막을 법적 장치가 시급하다.
전두환정부 시절 일해재단을 비롯해 정치권력이 기업 자금을 끌어모은 사례는 한두 번이
아니다. 박근혜정부 출범 이후에도 각종 재단·펀드·센터에서 2200억원에 이르는 기부금과 출연금을 끌어모았다. 전국 곳곳에서 운영
중인 창조경제혁신센터 지원금 7000억여 원까지 포함하면 이 금액은 더욱 늘어난다. 기업은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돈을 내고
문제가 발생하면 법률적 책임까지 떠안아야 한다며 울상이지만 국민들의 시각은 곱지 않다.
각종
정책에서 불이익을 받을까 봐 보험 성격으로 마지못해 돈을 내놓는 사례도 많겠지만 때로는 정책적 특혜를 노리고 돈을 갖다 바치는
사례도 있을 것이다. 어떤 경우든 정경유착이라는 고리를 통해 국가경쟁력을 갉아먹기는 마찬가지다. 이런 약탈적 준조세를 막으려면
김영란법처럼 준조세를 청탁·강요하는 사람들을 형사처벌하는 '준조세 청탁 금지법'이라도 만들어야 할 판이다.
국가
사회적으로 예산 이외의 재원이 필요해 기업으로부터 자금을 거둬야 할 필요가 있을 때는 법을 만들어 투명하게 징수해야 정상이다.
정부나 지자체가 공익사업을 할 때 자금을 거둘 수 있도록 부담금제도를 만들어 놓은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다만 걱정스러운 것은
농어촌 상생기금처럼 국회가 산업계 의견은 듣지 않고 일방적으로 'FTA 체결에 따른 농어업인 지원에 관한 특별법'을 개정해 10년간 1조원을 조성하는 등 기업의 부담을 초래하는 법률을 남발한다는 점이다.
[경향신문]
10. 국정교과서, 한·일 정보협정 즉각 중단해야 한다
박근혜
정권이 중·고교 역사교과서 국정화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을 강행하고 있다. 박근혜·최순실 국정 문란 사태로 시민의 관심이
분산된 사이 시민의 지지를 상실한 정부가 문제의 정책을 일사천리로 밀어붙이고 있는 것이다. 시민들의 반대가 여전하고, 강행할 경우
재앙적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 사안임에도 아랑곳없다는 태도이다.
교육부는 오는 28일 인터넷에 ‘e북’ 형태로
중·고교 국정 역사교과서 현장검토본을 공개할 예정이다. 이어 연말까지 현장 의견을 수렴한 뒤 내년 1월 최종본을 확정, 3월부터
전국 6000여개 중·고교에 배포할 계획이다. 이 계획대로라면 학생들은 내년부터 시대착오적 국정교과서로 역사를 공부할 수밖에 없게
된다. 역사교과서 국정화는 역사교육의 다양성을 말살하는 것은 물론 친일파와 박정희 정권 미화를 통해 미래 세대의 역사 인식을
왜곡하는 위험한 정책이다. 시민사회도 최근 국정화 반대 시국선언 등 반대 움직임을 본격화하고 있다.
그럼에도 박
대통령이 국정화를 강행하는 것은 최씨 입김이 작용한 결과일 가능성이 있다. 박 대통령이 국정화 의지를 처음 피력한 지난 2013년
6월은 최씨가 대통령 연설과 업무에 전방위적으로 개입하던 시기다. 박 대통령은 “바르게 역사를 배우지 못하면 혼이 비정상이 될
수밖에 없다”면서 최씨와의 관련성을 의심케 하는 주술적 발언도 한 바 있다.
일본의 제안으로 추진 중인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와 함께 중국과 러시아를 자극해 동북아 신냉전 체제를 부추길 수 있는, 민감한
쟁점이다. 군사대국화를 꿈꾸는 일본의 야욕을 한국 정부가 나서서 도와주는 꼴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의 정치적 혼란을 틈타 밀린
숙제를 해결하려는 일본의 의도에 정부가 말릴 이유도 없다. 박 대통령의 ‘드레스덴 선언’ 등 외교·안보 정책에 개입한 흔적이
드러난 바 있는 최씨가 이 협정에도 간여했다는 의혹을 낳고 있다.
이 때문에 비선 실세 최씨의 국정농단이 남긴 후유증을 하루빨리 해소해야 한다는 요구가 높다. 그의 개입으로 왜곡된 정책을 재검토하는 차원에서도 강행하면 안된다. 박근혜 정부는 이미 시민의 신뢰를 잃었다. 민감한 현안을 밀어붙여 또다시 국정혼란을 일으켜서는 안된다. 역사교과서 국정화와 군사정보보호협정 추진을 즉각 중단하기 바란다.
주요 신문칼럼
1. [이데일리][목멱칼럼] '시진핑 핵심(核心) 시대'가 주는 교훈
시진핑(習近平)
집권 1기를 정리하고 내년 말 개최 예정인 제19차 공산당대표대회 전초전 성격을 띤 공산당 제18기 중앙위원회 6차
전체회의(18기 6중전회·중앙위원회 전체회의)가 폐막됐다. 중앙위원회는 중국 공산당 당장(黨章)에 의해 5년에 한번 열리는 당
전국대표대회 폐회 기간 중 전체 중국공산당을 대표하기 때문에 중앙위원회 회의는 늘 중국 정치의 중심에 있다. 중앙위원회 수장인 당
총서기는 군(軍) 통수권자가 되며 중국 헌법상 최고 권력기구 ‘전국인민대표대회’를 통해 국가원수인 국가주석으로 선출되는 막강한
권력이다.
이번 18기 6중전회는 전면적인 엄정한 당 관리(從嚴治黨), 당내 정치생활에 관한 준칙과 당내 감독조례를
개정 통과시켰다. 일반적으로 기존 6중전회가 문화 분야 등 비교적 정치 색채가 옅은 주제였던데 반해 이번 주제는 강력한 정치적
메시지를 띠고 있다. 2012년 시작된 시진핑 체제는 6중전회를 통해 기존 반(反)부패 투쟁을 지속해 정치사회적 안정을
도모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했으며 예상대로 ‘시진핑 핵심(核心)’ 호칭을 부활시켰다.
중국공산당의 영도체제는 제1대
지도자 마오쩌둥(毛澤東), 2대 덩샤오핑(鄧小平), 3대 장쩌민(江澤民) 등 ‘최고지도자가 핵심이 되는 집단지도체제’다.
덩샤오핑은 지나친 권력 집중과 개인숭배로 야기된 ‘마오식 리더십’에 종지부를 찍기 위해 정치국 상무위원들이 분야별로 권력을
행사하는 분관(分管)정치를 구현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러나
제4대 후진타오(胡錦濤) 총서기는 ‘핵심’이라는 호칭을 받지 못하고 ‘집단지도체제 중심’으로 불려 정치국 상무위원들의 대표성만
강조됐다. 이는 장쩌민이 퇴임 후 막후 영향력을 발휘하기 위해 후진타오의 권력 독점을 용인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시진핑은 다시 중국최고지도자를 상징하는 핵심이라는 칭호를 부활시켰다. 다만 중국 정치에서 권력(power)은 제도를 통해 확보할 수 있지만 권위 (charisma)는 다른 문제다. 덩샤오핑은 당 총서기나 중국 국가주석은 물론 국무원 총리를 맡은 적이 없다. 그러나 그는 중국공산당 제2대 지도부를 이끄는 핵심이었다. 중국 정치 권위체제의 한 단면인 셈이다.
후진타오에
이어 공산당 권력을 승계한 시진핑의 정치 환경은 복잡했다. 나눠진 정치 세력은 중국 정치권력을 분점하고 있었고 구심력이 상실된
정치시스템이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시진핑은 강력한 리더십 구축을 추진했으며 그 방법으로 대두된 것이 바로 반부패 운동이다. 이번
회의는 ‘반부패의 제도화’를 통해 시진핑식 통치체계를 완성하려는 시도다. 또한 향후 지도체제 인선과 관련해 ‘핵심’지위의 부활은
시진핑의 정치적 승리로도 볼 수 있다.
그러나 ‘핵심’지위의 부활이 ‘시진핑 1인 체제의 완벽한 수립’과
동의어는 될 수 없다. 기본적으로 핵심이라는 말은 어떤 집단과 세력의 중심이라는 뜻으로 일정한 기존 체제 유지가 전제가 되며 특정
권력을 대표하는 말이 아니기 때문이다. 물론 핵심 지위는 단순한 리더를 넘어 일종의 ‘권위’를 확보해 상대 세력은 힘이 약화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스스로 잡을 수 있는 권력과 남이 세워줘야하는 권위는 다르다. 1935년 준의회의에서 공산당
최고 실권자가 된 이후 지금까지도 ‘영원한 영수(領袖), 영원한 주석(主席)’으로 불리는 마오쩌둥과 ‘마오식 사회주의 폐단’을
극복하기 위한 개혁개방을 추진하며 오늘날 세계적인 국가 중국을 만든 개혁개방의 설계사 덩샤오핑의 족적이 현대 중국 권위의
기준이다.
공산당 최고지도자는 원래 당의 핵심이다. 이제 시진핑은 개혁개방의 폐해를 극복하는 새로운 개혁의
설계자이면서 집행자로써 본격적인 발걸음을 시작하는 것이다. ‘핵심’의 부활은 권력이 아니라 권위의 문제이며 국민을 설득할 수 있는
내용이 뒤따라야 생명력을 갖는다.
2. [매일신문][매일춘추] 단절과 도약
오늘도
하늘 높이 올라가는 고층 아파트들이 보인다. 언젠가부터 이른 아침을 깨우는 건 새소리가 아니라 아파트를 짓는 거대한 크레인이
내는 둔탁한 굉음이다. ‘집짓기’란 공동체의 풍경에 기여하는 어떤 요소인 동시에 거주에 대한 근원적인 유토피아적 욕망을 푸는
행위라건만, 우리네 세계를 이루는 동상이몽의 과정은 거의 획일화된 풍경 속에 녹아들고 있는 것 같다. 우리가 가진 도시에 대한
태도, 건축에 대한 태도는 결국 우리 삶에 대한 태도와 닿아있기에, 매일 아침 맞는 풍경이 썩 유쾌하지가 않다.
한
시대의 도시는 계획가, 건축가, 정치가의 바람과 역량으로만 이루어지는 게 아니다. 그 시대를 살아가는 보통사람들의 꿈, 권력,
그리고 물질력이 혼융된, 시대를 표상하는 것들로 조밀하게 구현된다. 대구만 해도 그렇다. 전쟁 폐허를 극복하며 한국은 유례없이
빠른 근대화를 이룩했고, 대구도 공간 속에 그 과정을 담고 표현하고 있다. 한국의 근대화는 공간의 근대화 그 자체이며, 그
완성본은 도시 공간 위에 그려진 건축이었다. 앞다퉈 불하받은 시내의 적산가옥에서부터 ‘달동네’ 같은 건축가 없는 건축까지 물질적
결핍 속에서 덧대고 구현해냈다.
이후 생존의 시기를 지나 국가 주도의 성장과 개발 시기를 거치면서, 도시 공간에는
다양한 건조물이 대량으로 만들어졌다. 복제하듯 찍어낸 공간 속에서는 꿈과 욕망 또한 획일화되었다. 먹고살기에 급급하던 도시민들의
보금자리는 ‘근대도시계획’이라는 국가의 방식 속에서 강한 자본주의적 코드를 달고 고층 아파트로 교체되어 갔다. 최근 들어
‘근대건축물’이라는 이름으로 남루했던 과거의 도시 공간들을 재조명하고 있지만, 여전히 그 장소에는 꿈과 내러티브보다는 자본주의적
논리와 욕망이 강하게 작용한다. 도시는 여전히 토목이 지배한다.
도시 공간은 물리적 건축물들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권력관계와 욕망이 투사되고 투쟁하는 장들로 구성된다. 그래서 우리가 살아가는 공간들은 정치와 무관하지 않고, 그
공간을 살아가는 이들의 감성과도 닿아있다. 현재의 도시 공간을 직시함에 있어 늘 생각해봐야 할 것은 실재와 환영의 구분이며,
신화가 벗겨진 현실과 그것을 감당할만한 우리의 모습이 준비되어 있는 가이다.
우리는
충분히 근대화되었다고 생각했고 발전하였으며, 이제는 되돌아볼 시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때맞춰 터진 경제 위기와 부동산에 대한
괴팍스러운 집착, 그리고 유체 이탈한 대통령에 이르기까지, 우리에겐 지체되고 왜곡된 시간들이 머물고 있다.
흔히
이어져 있고 흐른다고 생각하지만, 시간은 순간들로 무수히 나뉘는, 정체와 반복과 도약을 통해 분절되는 것인지도 모른다. 대물림해야
할 유산이 있는가 하면, 과감하게 벗어나고 폐기하며 종지부를 찍어야 할 과거도 있듯이, 이제는 단절과 도약이 필요한 때이다.
일단은 나부터 그래야겠지만.
3. [서울신문][고전으로 여는 아침] 전사 소크라테스의 교훈/박경귀 국민대통합위원회 국민통합기획단장
전쟁에서 승패는 병가지상사(兵家之常事)이다. 상황이 급변하는 전쟁터에서 승리든 패배든 수시로 일어날 수 있다는 의미다. 그런데 승기를 잡은 병사들은 사기충천하여 승리의 여세를 몰아가기 쉽지만, 패하여 후퇴하는 병사들은 두려움에 휩싸여 한순간에 오합지졸이 되고 무참히 살상당하기 십상이다. 따라서 승리의 전과를 극대화시키고 패배의 피해는 최소화하도록 통제할 수 있는 사람은 분명 훌륭한 병사요 명장일 것이다.
패주하는 군대의 피해를 최소화한 모범적인 병사의 사례가 하나 있다. 고대 아테네의 현인 소크라테스(BC
470~399)가 그 주인공이다. 아니 병사 이야기에 왜 생뚱맞게 철학자 소크라테스가 등장하느냐구요? 아테네의 자유시민은 누구나
18세부터 60세까지 병역의 의무를 졌다. 의무복무기간이 무려 42년이나 된다. 당연히 소크라테스도 전쟁이 나면 징집되어
중무장보병으로 나섰다. 그가 40대 후반까지 출전한 기록이 세 번이나 남아 있을 정도다.
소크라테스는 용맹한 전사였다. 여러 번 출전하여 생존할 수 있었던 것도 그 때문이었다. 기원전 424년 아테네 군은 북서쪽 델리온에서 벌어진 보이오티아인들과의 전투에서 참패를 당했다. 플라톤(BC 427~347)이 지은 대화편 ‘향연’에서 알키비아데스(BC 450~404)는 그 당시 참전했던 소크라테스의 행적을 증언하고 있다.
델리온
전투에서 아테네 군사들은 뿔뿔이 흩어져 후퇴했다. 그 과정에서 무수히 많은 병사들이 보이오티아 군에게 살상되었다. 그 상황에서도
소크라테스는 당당하게 후퇴했다. “아군과 적군을 똑같이 침착하게 응시하며 그리고 누가 자기를 공격하기라도 하면 만만찮은 저항에
부딪힐 것임을 멀리 떨어져 있는 자에게도 분명히 하며.” 그는 함께 후퇴하던 장군 라케스보다 훨씬 침착했다고 한다.
패배의
아수라장에서 소크라테스는 침착하고 당당하게 후퇴함으로써 자신은 물론 여러 병사들의 생명을 구할 수 있었다. “싸움터에서 적군은
대개 그렇게 처신하는 사람들은 공격하지 않고 허둥지둥 달아나는 자들을 뒤쫓는 법이니까” 말이다. 소크라테스는 공황 상태에 빠진
병사들 사이에서 감히 범접할 수 없는 침착함과 완강한 대결의지를 보여줌으로써 추격하는 적의 공격을 미연에 막아 낼 수 있었다.
알키비아데스는 “옛날 사람이든 지금 사람이든 이분과 비슷한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칭송했다.
어디 공포에 사로잡힌
패전의 현장뿐이겠는가. 어떤 조직이나 개인이 예기치 않은 엄청난 과오나 실패를 저질러 공황에 빠졌을 때, 누군가 냉철한 판단과
신속한 수습을 주도한다면 그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고 자신과 조직을 구할 방도를 마련할 수 있을 듯싶다. 전사 소크라테스가
우리에게 주는 교훈이다.
4. [동아일보][@뉴스룸/노지현]생리대는 몰래 줘라
2000년대
초 한 유명 패밀리 레스토랑이 놀라운 서비스를 시작했다. 여성 화장실에 생리대 7, 8개가 담긴 작은 바구니를 놓아둔 것이다.
공중화장실에서 볼 수 있는 자판기 생리대와는 달리 무료였다. 예정일보다 빨리 생리가 시작됐을 때 급하게 생리대를 구하기 어려운
경우가 있다. 식당이야 생리대 구매 비용을 추가로 써야 했지만 여성 고객들은 ‘시대를 앞서간 서비스’라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얼마
전 ‘깔창 생리대’ 논란을 계기로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생리대 지원에 나서는 모습을 보면서 복지의 방식이 많이 달라졌음을
느꼈다. 여성 청소년들이 돈 때문에 생리대를 사지 못해 휴지 뭉치나 신발 깔창을 속옷 안에 넣어 대용품으로 쓴다는 이야기가
인터넷에 퍼지면서 공론화된 것이다. 꼭 신발 깔창이나 휴지를 쓰지는 않더라도 여자라면 누구나 생리대 빈부격차를 알고 있다. 돈이
없으면 생리대를 자주 교환할 수 없어 위생 문제도 생긴다.
사생활 문제가 공론화되면서 발 빠르게 움직인 것은
지자체들이다. 서울시는 7월부터 각 자치구의 신청을 받아 9월 9200명에게 생리대 5개월 분량을 발송했다. 감수성이 예민한
아이들의 마음을 고려해 택배 포장에는 서울시나 업체 이름을 크게 넣지 않았다. 일반 택배처럼 포장하되 안에는 꼭 알아두어야 할
건강지식이나 성교육 자료도 넣었다. 남몰래 고민하거나 궁금해할 부분을 상담할 수 있도록 길을 튼 것이다. 부모들 반응도 좋았다. 세
명의 딸을 둔 한 아버지는 “이런 부분까지는 신경을 못 썼는데 고맙다”며 감사전화를 걸었다고 한다.
하지만
중앙정부가 제동을 걸면서 잡음도 나왔다. 새로운 사회복지사업인 만큼 중앙정부와 논의해야 한다는 것이다. 당시 청년수당 문제로
보건복지부와 서울시가 한창 싸울 때였다. 이후 중앙정부가 국회 추경예산 30억 원을 내려보내며 서울시는 전체 필요 예산의
30%를, 나머지 지자체들은 50%를 보조받게 됐다. 하지만 내년도 정부예산안에는 편성되지 않아 생리대 지원 사업을 계속할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 양쪽의 갈등으로 생리대 지급을 멈춘다면 아이들의 실망감이 커질 것이다. 일부 자치구들은 “생리대 지원 사업은
큰돈이 필요하지 않기 때문에 자체적인 예산으로도 지급할 수 있다”고 말한다. 결국 의지의 문제란 것이다.
우려되는
점은 예산만이 아니다. 복지부의 지원 방식은 지자체의 택배 발송과 달리 보건소를 방문해 받아야 한다. 집으로 오는 택배에
‘지원물품’이라는 표시만 붙어 있어도 신경이 쓰일 게 뻔한데 직접 보건소에 와서 생리대를 받아 가라고 하는 건 그야말로 행정
편의주의다. 생리대는 쌀자루가 아니다. 아이들의 마음까지 헤아리는 배려가 필요하다.
5. [세계일보][변환철의법률이야기] 전자상거래와 소비자 보호
전자상거래는 전통적인 상거래에 비해 많은 장점을 가지고 있다. 예를 들면 구매자는 전자적 수단을 이용해 시간과 공간의 제약 없이 구매상품에 대한 여러 정보를 취득해 효율적인 구매를 할 수 있다. 판매자는 물리적인 판매 공간이 필요하지 않으므로 시설비와 임대료 등을 절약할 수 있어 상대적으로 저렴한 비용으로 재화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장점에도 전자상거래는 불특정 다수의 비대면(非對面) 거래이기 때문에 소비자 보호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이러한 점을 고려해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이 제정돼 시행되고 있다.
이
법 17조에 의하면, 통신판매업자와 재화 등의 구매에 관한 계약을 체결한 소비자는 ①항, 계약 내용에 관한 서면을 받은 날부터
7일. 다만 그 서면을 받은 때보다 재화 등의 공급이 늦게 이루어진 경우에는 재화 등을 공급받거나 재화 등의 공급이 시작된 날부터
7일 ②항, 계약내용에 관한 서면을 받지 아니한 경우, 통신판매업자의 주소 등이 적혀 있지 아니한 서면을 받은 경우 또는
통신판매업자의 주소 변경 등의 사유로 ①항의 기간에 청약철회 등을 할 수 없는 경우에는 통신판매업자의 주소를 안 날 또는 알 수
있었던 날부터 7일 ③항, 청약철회 등에 대한 방해 행위가 있는 경우 그 방해 행위가 종료한 날부터 7일 이내에 해당 계약에 관한
청약철회 등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제35조는 “청약철회, 청약철회 효과, 손해배상청구금액 제한 등의 규정을 위반한 약정으로 소비자에게 불리한 것은 효력이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최근
위 법률을 적용한 판결이 나왔다. A씨는 2015년 3월 한 온라인 쇼핑사이트에서 중국남방항공의 항공권을 구입하고 다음날 대금
156만원을 결제했다. 그러나 그 다음날 A씨의 아내가 임신 6주 진단을 받자 A씨는 갑상선기능저하증을 앓는 아내가 유산할까봐
온라인 쇼핑사이트를 통해 항공권 이용이 불가능함을 알리고 156만원의 환급을 요청했다. 그러나 항공사 측이 “회사 약관에서 정한
환불 사유나 시점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환불을 거절하자 A씨는 소송을 냈다.
법원은 “A씨는 통신판매업자인 온라인
쇼핑사이트에서 항공권을 구매한 시점으로부터 전자상거래법 제17조 ①항에서 정한 기간 내에 항공권 계약에 관한 청약의 의사표시를
적법하게 철회했다”고 판단하면서, “설령 중국남방항공 측 주장과 같이 A씨가 대금 반환을 요구한 사정과 시점이 약관규정에서 정한
환불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전자상거래법 제35조에 따라 소비자인 A씨에게 불리한 계약 내용과 약관규정은 무효로 볼
것이어서 이를 근거로 A씨의 청구를 거절할 수는 없다. 따라서 중국남방항공은 온라인 쇼핑사이트와 연대해 A씨에 대해 전자상거래법에
따라 항공권 대금의 환급의무를 부담한다”며 “A씨에게 항공권 대금인 156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전자거래가 활성화돼 유사한 분쟁이 많이 생겨나고 있는 즈음에서 법원이 전자상거래법을 적용해 소비자에게 불리한 항공사의 환불 약관은 무효라고 판단하고 그 대금전액을 환불케 한 것은 눈여겨볼 만한 판결이라고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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