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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자료는 교육용으로 쓰기 위해 올리는 자료로 상업적 목적은 없으며 선정된 사실의 정치적 성향은 블로그 운영성향과 무관합니다.

 

 

 

주요 신문사설


[이데일리]

1. 공무원 봉급 인상에 서민들은 심란하다

정부가 공무원들의 내년 봉급을 평균 3.5% 올린다는 소식이다. 공직사회의 사기 진작과 물가 인상 등을 감안한 조치라는 게 인사혁신처의 발표다. 이런 내용의 ‘공무원 보수규정’ 개정안이 어제 정식 입법예고된 만큼 특별한 일이 없는 한 국무회의를 거쳐 내년 1월부터 곧바로 시행될 전망이다.

그러나 이러한 움직임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눈길은 그리 편안하지가 않다. 무엇보다 요즘과 같은 경기 침체기에 3.5% 인상은 지나치다. 그 기준이 되는 물가 인상률만 따져봐도 공무원들이 봉급 책정에 있어 우대를 받고 있다는 생각을 감출 수 없다. 공무원 봉급이 2015년부터 연속 3년간 3%대의 인상률을 유지하게 되지만 기껏 1%대에 그치고 있는 물가 인상률에 비해서는 월등한 수준이다.

현행 공무원들의 봉급 체계가 일반 직장에 비해 불리한 것도 아니다. 대기업에 비해서는 부족한 측면이 없지 않다고 해도 웬만한 중소기업과는 거의 엇비슷한 수준이다. 게다가 신분도 안정돼 있다. 걸핏하면 구조조정에 의해 길거리로 내몰리는 직장인들 신세에 비해 공직사회는 ‘지상 낙원’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채용 급수를 가리지 않고 갈수록 치솟는 공직시험 경쟁률이 그것을 말해준다.

세금을 내는 일반 국민들의 생활이 갈수록 팍팍해지고 있다는 사실도 감안할 필요가 있다. 영세 상인들은 은행 이자나 임대료조차 물지 못해 죽을 맛이다. 크리스마스 경기는 물론 연말 경기도 이미 꺾여 버린 실정이다. 내년이라고 형편이 더 나아질 조짐이 아니다. 공무원들의 사기 진작을 위해 봉급을 올린다는 조치가 서민들에게는 상대적인 신세 한탄과 푸념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사실을 분명히 깨달아야 한다. 공무원 봉급 인상률은 정부 산하단체 봉급 체계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도 면밀한 검토가 요구된다.

더욱이 지금은 탄핵 정국이다. 나라가 온통 어수선한 상황에서 공무원들 봉급을 우선적으로 올리는 것이 적절한지는 재고돼야 한다. 그렇다고 사병 봉급이나 경찰·소방직을 포함해 위험직무를 수행하는 공무원들의 봉급 인상까지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어려운 처지에서도 묵묵히 본분을 다하는 공직자들에 대해서는 마땅한 보상이 따라야 할 것이다.


2. 대선 후보들의 혹독한 검증 필요하지만

내년의 조기 대선 참여를 공식화한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의 불법자금 수수설로 대선주자들에 대한 본격적인 검증 국면에 돌입했다. 반 총장은 2005년 외교부장관 공관 만찬 때와 2007년 총장 취임 직후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에게서 각각 20만 달러, 3만 달러를 받은 의혹에 휩싸였다.

반 총장 측은 이에 대해 “완전히 근거 없는 허위”라며 해당 내용을 폭로한 언론사에 사과와 기사 취소를 요구하겠다고 밝혔다. 박 회장 역시 “말도 안 되는 기사”라고 부인했고 공관 만찬 참석자들도 자금 수수 개연성을 일축했다. 박 회장은 노무현 정부 시절 대통령 일가를 비롯한 정관계 인사들에게 돈을 뿌렸다가 결국 노 대통령의 자살로까지 이어진 ‘박연차 게이트’의 주역으로, 당시 검찰 수사 책임자는 “나는 모르는 일”이라며 말을 아꼈다.

이로써 정치권은 반 총장에 대한 비난과 ‘네거티브 공세’라는 비호가 엇갈리며 상호 검증 국면에 휘말리는 분위기다. 탄핵 정국으로 논란이 주춤해지긴 했으나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2007년 유엔 북한인권결의안 표결 때 북한의 사전 결재를 받아 기권했다는 송민순 전 외교부장관의 증언이 큰 부담이고, 이재명 성남시장도 가족 간 이전투구가 복병으로 떠오르고 있다.


조기 대선이 확실시되는 만큼 후보들에 대한 검증을 더 이상 미루기는 어렵다. 유력 후보일수록 철저한 검증이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 더욱이 지난 대선 때 ‘최태민 의혹’을 둘러싼 박근혜 후보의 검증이 제대로 이뤄졌다면 지금과 같은 탄핵 사태는 막을 수 있었으리란 아쉬움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다만 검증을 빙자한 치고 빠지기 식 정치공작은 철저히 응징해야 한다. 정치공작이 판치는 한 공정하고 엄정한 후보 검증과 올곧은 지도자 선출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과거 민주당은 이른바 ‘병풍(兵風)’ 의혹과 ‘이회창 후보 20만 달러 수수설’ 등의 흑색선전으로 대선에서 톡톡히 재미를 본 전력이 없지 않다. 법원이 발설자에 대해 뒤늦게 유죄 판결을 내렸지만 선거 결과를 뒤집지는 못했고 주모자로 처벌됐다가 정권의 ‘보은 사면’으로 풀려나 국회의원으로 복귀한 뒤 아직도 현역으로 활동하는 인사도 있다. 혹독한 후보 검증을 보장하면서도 사악한 정치공작꾼은 정치권에서 영구 추방할 수 있는 제도적 방안이 절실하다.


[한겨레]

3. 도마 위에 오른 국정농단의 ‘또다른 주범’ 김기춘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26일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 자택 등을 압수수색했다. ‘문화계 블랙리스트’ 작성 및 문체부 실·국장 6명 해임 과정에서 직권남용 혐의 등을 수사하려는 것이라지만, 규명해야 할 의혹은 이것만이 아니다.

김 전 실장이 직권남용의 책임을 모면하기는 힘들어 보인다. 그는 2014년 10월 당시 문체부 1차관에게 “1급 실·국장 6명으로부터 일괄 사표를 받으라”고 지시한 혐의를 받고 있다. 관계자의 증언이 엄연한데도 그는 국회 청문회에서 “자르라고 한 적 없다”고 주장했다. 뻔한 거짓말이다. 그런 일이 벌어지기 석 달 전인 그해 7월4일 김 전 실장이 ‘주요 부처 실·국장 동향파악-충성심 확인’을 지시했음을 보여주는 메모가 김영한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업무수첩에서 발견됐다



 그 직후 문체부 실·국장 성향 조사가 시작됐다고 한다. 이어 실·국장들이 일괄 사표를 냈고 3명이 실제로 해임됐다. 그 뒤 문체부에선 문화계 블랙리스트가 나돌고 최순실·차은택씨 등의 이권 챙기기와 국정농단이 아무런 제지 없이 벌어졌다. 김 전 실장은 그런 일이 가능하도록 사전 정지 작업을 한 셈이다. 그 자체로 직권남용일뿐더러 최씨 등의 국정농단을 지원·방조한 범죄행위다.

김 전 실장의 혐의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그는 최씨와 함께 국정농단의 한 축으로 의심된다. 김영한 전 민정수석의 업무수첩을 보면, 김 전 실장은 검찰·법원 등 공직사회는 물론 언론과 시민사회까지 전방위로 감시하라고 독려하고 지휘했다. 곧 ‘사찰’과 ‘불법 통제’의 주범이다.

검찰에 대한 간섭과 수사방해 의혹이 대표적이다. 그가 김진태 당시 검찰총장과 매일같이 전화 통화를 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런 김 전 총장이 최순실씨의 전남편 정윤회씨의 국정농단 의혹이 터진 2014년 말, 정씨 집을 압수수색 대상에서 제외하라고 수사팀에 지시했다고 한다.



당시 청와대가 국정농단 대신 문건 유출로 수사 초점을 바꿨다는 의혹은 이미 파다한 터다. 정씨에 대한 본격 수사를 접은 검찰의 결정이 김 전 실장의 지시에서 비롯됐다면, 이는 이번 같은 국정농단 사태를 진작에 규명하고 멈춰 세울 기회였던 검찰 수사를 결정적으로 방해한 것이다. 엄정한 조사와 처벌이 따라야 한다.

김 전 실장은 법의 허점과 수사의 맹점을 누구보다 잘 아는 인물이다. 이번에는 그가 그런 ‘기술’을 동원해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특검의 주도면밀한 수사가 있어야 할 것이다.



[서울신문]

4. 보수신당 앞에 놓인 새로운 보수의 길

이른바 비박(非朴)으로 이루어진 가칭 개혁보수신당 창당추진위원회가 오늘 새누리당 탈당을 선언하고 국회 교섭단체로 등록할 것이라고 한다. 새누리당을 탈당하고 보수신당 창당에 참여할 의원은 일단 30명 안팎이 될 것으로 알려졌다. 새누리당,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으로 꾸려졌던 3당 체제가 막을 내리고 보수신당이 가세한 4당 체제가 본격 출범하는 것이다.



개혁보수신당의 창당은 분명히 보수 정치세력의 분열을 의미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보수진영 내부에서조차 신당 창당이 불가피하다는 목소리가 작지 않은 것은 친박(親朴)이 주도하는 새누리당의 현실적 한계 때문이다.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를 부른 결정적 책임을 박근혜 대통령과 나눠 져야 할 친박 새누리당이 차기 대통령선거에서 스스로 권력을 재창출할 가능성은 전무(全無)하다. 그런 점에서 보수신당의 창당은 보수진영의 위기이자 기회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신당이 표방하는 ‘개혁보수’는 우리 정치사에서는 그리 익숙하지 않은 개념이다. 최근의 각종 선거에서 보수진영은 새로운 정치적 비전을 제시해 지지층의 외연을 넓히기보다는 이념공세로 ‘집안표’ 단속에 급급했다. 이런 선거 전략은 진보도 다르지 않아 양 진영이 국민의 절반을 무 자르듯 갈라놓은 이념의 양극화는 사회 발전의 가장 큰 저해요소로 떠오르기도 했다. ‘개혁보수’라는 개념 역시 새누리당 탈당파가 현재의 곤경에서 벗어나 활로를 찾으려는 정치적 제스처에서 비롯됐을 수도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상대를 인정치 않는 기존의 ‘완고한 보수’에서 벗어나 진보 진영에서도 이해할 수 있는 ‘상식이 통하는 보수’를 지향하는 것이라면 의미는 결코 작지 않다. 그런 점에서 보수신당의 목표는 무너진 보수세력을 다시 끌어모아 보수의 가치를 되살리는 데 그쳐선 안 된다. 이념이 다른 사람들도 끌어안는 ‘통합의 정치’를 고민해야 한다.

개혁보수신당은 내년 1월 귀국하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을 대선 후보로 영입하는 것이 최대 희망사항인 듯하다. 하지만 마음이 바쁠수록 ‘대선용 급조 정당’의 이미지만 짙어진다는 사실을 신당 추진 세력은 깨닫지 않으면 안 된다. 급할수록 돌아가야 한다는 말은 신당에도 해당한다.



반 총장 영입은 현실화될 수도 있고, 되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특정 후보 영입이 목표인 정당의 앞날이 밝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지금은 ‘개혁보수’의 비전을 정립하고 국민의 신뢰를 쌓는 데 전력투구해야 할 때다. 선거보다 미래를 먼저 말하는 개혁보수신당의 모습을 보고 싶다.



[조선일보]

5. 이제 내놓고 '세월호 잠수함 충돌' 주장하나

한 네티즌이 제기한 '세월호의 잠수함 충돌 침몰설'에 대해 26일 국방부가 직접 해명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이 네티즌은 모 대학교수와 함께 분석했다며 잠수함과의 충돌로 침몰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잠수함 200만m 무사고 세계신기록을 세우기 위해 해군이 숨긴 것이라는 추정도 내놨다.



한 방송국이 25일 이 네티즌이 그와 같은 주장을 담아서 만든 다큐멘터리의 요약본과 인터뷰를 방영했다. 세월호 사고 당시에도 나왔던 괴담이 또 등장한 것이다. 결국 국방부가 "사고 해역의 평균 수심은 37m로 잠항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니었고 인근 해역에서 잠수함 작전이나 훈련이 없었다"고 밝혀야 했다. 어이없고 한심한 일이다.



세월호는 배수량 6835t에 1000t이 넘는 화물이 실렸다. 이런 세월호가 7000~1만t급 미 핵잠수함과 충돌할 경우 잠수함도 커다란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그에 앞서 1만t급 잠수함이 수심 30여m에서 기동한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 우리 해군의 1200~1800t급 잠수함과 충돌했다면 잠수함은 견디지도 못했을 것이다. 잠수함이 침몰을 면했다 해도 대대적 정비가 불가피했을 것이다. 게다가 수십 명의 승조원과 해군 관계자들 수백 명의 입을 영원히 다 막아야 한다. 정말 이것이 가능하다고 믿는가.



그래도 이 근거 없는 얘기가 버젓이 횡행한다. 상당한 시청률을 기록했고 인터넷에서 화제가 됐다. 물론 정부에 대한 불신이 큰 탓이지만 그렇다고 해도 너무 심하다. 한·미 FTA, 광우병, 천안함 등 자해적 괴담이 때만 되면 등장해 세상을 어지럽힌다. 사드 레이더도 사람을 망칠 정도라더니 언제부턴지 쑥 들어갔다. 시민들이 용납하지 않아야 괴담을 막을 수 있다.



6. 결혼 5년 이하 부부 3분의 1이 아이 없다니

통계청이 최근 5년 이내에 결혼한 초혼 부부 117만9000쌍을 조사했더니 자녀를 출산하지 않은 부부가 세 쌍 중 한 쌍(35.5%)으로 조사됐다. 이 가운데 결혼 3~5년 지나서도 자녀를 출산하지 않은 경우가 다섯 쌍 중 한 쌍(19.3%)이나 되는 것으로 집계됐다. 초혼 부부의 평균 출생아 수는 혼인 4년 차에 들어서도 1.10명에 불과했다. 결혼 자체를 기피하는 데다 결혼해서도 아이 낳기를 꺼리거나 한 자녀만 갖는 추세가 통계로도 드러난다.



정부가 지난 2006년부터 10년간 저출산 대책에 81조원을 쏟아붓고도 출산율은 더 떨어졌다. 이제 인구 절벽은 코앞에 닥쳤다. 생산가능인구(15~64세)가 올해 정점을 찍고 내년부터 줄어든다. 정부는 올 초 '제3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 계획'을 내고 저출산에 21조원을 투자해 올해 신생아 수를 44만5000명으로 늘리겠다고 했는데 첫해부터 허언이 됐다.



저출산 추세는 쉽게 되돌리기도 힘들다. 한 해 80만명씩 태어났던 세대가 부모가 되면서 1년에 신생아가 40여만명씩 태어났다. 한 해 60만명대로 태어난 1983년 이후 출생 세대가 지금 결혼 연령에 접어들었고 이들이 아이를 하나씩만 낳으면 조만간 신생아 수는 30만명대로 쪼그라든다.



이번 신혼부부 통계를 보면 주택 소유 여부보다 맞벌이 여부가 출산에 미치는 영향이 컸다. 맞벌이 부부 중 자녀가 있는 비중은 57.9%로, 외벌이 부부(70.1%)보다 훨씬 낮았다. 그만큼 대한민국에서 맞벌이 가정이 아이 낳아 키우기가 힘들다는 뜻이다. 최근 결혼한 젊은 층은 맞벌이 비중도 높아 두 쌍 중 한 쌍꼴로 맞벌이였다.



정부의 저출산 대책도 이 젊은이들 현실에 맞게 전면 재검토해서 바꿔야 한다. 무엇보다 일과 가정 양립이 가능한 근로 환경을 정착하는 것이 시급하다. 취업, 사교육, 집 장만 문제 해결 등 아이 낳는 기반 환경 조성도 말할 것이 없다. 각종 저출산 대책은 세 자녀 가정에 혜택 주는 식으로 짜여 있다. 이 역시 둘째 자녀부터 각종 세제 혜택과 인센티브를 주는 방향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



[동아일보]

7. 모바일게임 톱10에 못 낀 한국… 게임강국 위태롭다

미국 시장조사기관 슈퍼데이터의 ‘2016년 디지털게임 리뷰’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모바일게임 톱10에 한국 업체의 게임은 하나도 포함되지 않았다.



반면 일본 믹시의 몬스터 스트라이크는 13억 달러(약 1조5625억 원)의 매출로 세계 1위를 차지했고 핀란드 업체의 게임이 2, 3위였다. 미국 인그레스가 일본 닌텐도와 손잡고 7월 출시해 전 세계에 스마트폰 증강현실(AR) 열풍을 일으킨 포켓몬고는 반년도 안 돼 7억8800만 달러의 매출을 올려 6위를 기록했다. 중국의 모바일 게임 판매액도 7위와 10위에 올랐다.

올해 세계 전체 게임산업 매출액 910억 달러 가운데 모바일게임은 406억 달러로 PC게임(358억 달러)을 처음 앞질렀다. 한국도 PC게임 분야에서는 넥슨의 던전앤파이터와 스마일게이트의 크로스파이스가 각각 2, 3위를 기록했다. 게임시장 규모에서 한국은 미국 일본 중국에 이어 세계 4위다. 그러나 급성장하는 모바일게임 분야에서는 명함도 내밀지 못하는 실정이다.



정부가 게임산업의 문화 콘텐츠와 산업적 가치를 감안하지 않고 강제적 셧다운제(2011년)와 선택적 셧다운제(2012년) 같은 각종 규제 정책을 쏟아내면서 산업 전반이 위축된 결과다. 게임업체들이 모바일게임으로의 전환 흐름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탓도 있다. 2005년 게임을 ‘전자 헤로인’으로 규정했던 중국이 게임시장의 중요성과 규제 실효성의 한계에 눈떠 2010년 자율적 규제로 정책을 변경한 것과 대조적이다.

문화체육관광부는 포켓몬고 열풍이 분 올 7월 청소년보호법을 일부 개정해 강제적 셧다운제를 완화하겠다고 밝혔다. 게임산업의 국제경쟁력 회복과 경제성장 촉진, 일자리 창출을 위해 과도한 게임산업 규제는 풀어야 한다.



[세계일보]

8. 한반도 안보질서 지각변동 감당할 준비 돼 있나

한반도 주변 정세가 심상치 않다. 중국 항공모함 랴오닝호 전단이 23일 서해에서 첫 항모전단 실전훈련을 벌인 데 이어 24일 처음으로 서태평양에 진입해 원양훈련을 실시했다. 한·미·일 등을 겨냥한 무력시위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자의 친대만 행보와 한·미의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한반도 배치 결정에 대한 경고로 풀이된다. 미국은 태평양 제해권에 대한 도전으로 간주한다. 중국은 최근 영유권 분쟁 수역인 남중국해에서 미 해군 수중 드론을 나포했다가 돌려줬고 남중국해 인공섬에 최대 500기가량의 최신예 대공미사일 배치를 추진하고 있다.

미국과 러시아 간에는 핵 갈등 조짐이 불거지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2일 “전략 핵무기부대의 전투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하자, 트럼프는 “미국은 세계가 핵무기에 관한 분별력을 가질 때까지 핵 능력을 강화하고 확장해야 한다”고 맞받아쳤다. 미·러 간에 핵무기 경쟁이 재연되면서 새로운 냉전이 시작되는 게 아니냐는 분석을 낳는다. 중국 관영매체 환구시보는 “중국도 머뭇거려서는 안 된다”며 핵전력 강화를 촉구하고 나섰다. 예사롭지 않은 일이다. 

북한은 이런 상황을 이용해 핵 보유국 지위를 굳히려 하고 있다. 통일부는 어제 내놓은 ‘2016년 북한 정세 평가 및 2017년 전망’ 보고서에서 북한이 핵·미사일 고도화를 추진하면서 내년에 핵탄두 모형 탑재 미사일 시험발사 등 전략적 도발에 나설 것이라고 내다봤다. 앞서 태영호 전 주영 북한 공사는 국회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북한이 내년에 추가 핵실험에 나설 준비를 하고 있다고 증언했다. 북한이 사실상 핵 보유국이 되면 한반도 정세는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게 된다. 핵 도미노 현상이 벌어질 수도 있다. 북한 핵개발을 막지 못하면 동북아 평화는 막을 내리는 것이다.

내년 1월 트럼프가 미 대통령에 취임하면 한반도 주변 4강이 모두 강성 지도자들로 채워진다. 한반도와 그 주변에서 언제든 ‘강대강’ 대립 구도가 형성될 수 있다. 북핵 문제와 맞물리면 우리 정부는 외교안보의 고차 방정식을 풀어야 하는 상황으로 몰린다. 한반도 주변 안보질서의 지각변동은 이미 시작됐다. 국정농단 사태로 들어선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가 한반도 주변 안보환경 변화를 예의주시하면서 돌발사태에 대응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대한민국의 미래를 책임지겠다는 대선 주자들이라면 흔들리는 예측불허의 안보지형에 맞설 전략을 준비해야 한다.

[매일신문]

9. 울진 군 활주로 이전 폐쇄, 주민 안전 위한 일이다

서울 공군회관에서는 지난주 울진군 죽변면 주민들의 민원 문제를 다루기 위한 모임이 열렸다. 이날 자리는 국민권익위원회의 주재로 울진에 신설되는 신한울 원전 1~4호기와 가까운 곳에서 1978년부터 운영되는 죽변비상활주로의 이전·폐쇄 관련 민원의 조정을 위해 마련됐다. 국방부와 공군 등 관련 부처·기관들이 협의체 구성을 골자로 하는 조정서 서명으로 원만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 다행이다.



두 시설은 나라와 국민을 위해 모두 필요하고 중요한 시설이다. 40년 가까이 운영 중인 비상활주로 시설은 적의 공격으로 인한 공군기지 활주로 파손에 대비해 길이 2.8㎞, 폭 47.5m 규모로 설치한 군사시설이다. 국가 안보상 필요한 군사시설이다. 신한울 원전 역시 국가산업 발전과 국민 생활을 위해 없어서는 안 되는 에너지 시설이다. 두 시설은 그만큼 필요한 국가 시설이나 다름없다.



그러나 문제는 울진에 1988년 첫 한울원전 1호 시설이 들어서면서부터 생겼다. 원전이 없던 시절 만들어진 활주로가 주변에 원전 시설이 건설되면서 안전 문제의 장애물로 부각됐다. 특히 기존 원전과 달리 활주로에서 불과 3㎞쯤 떨어진 곳에서 공사가 완공 단계인 신한울원전 1호기를 비롯, 현재 공사 중이거나 계속 건립될 2~4호기는 활주로 관련 사고 시 심각한 안전 문제를 갖고 있어서 더욱 그렇다.



주민 불안은 커질 수밖에 없다. 민원으로 2013년 이뤄진 항국항공대학교 항공우주정책연구소의 ‘죽변비상활주로 이전타당성 연구용역’ 결과도 안전을 문제로 삼았다. 용역 결과, 규정에 따르면 ‘원전 주변 8㎞ 이내에 군사비행장을 설치할 수 없도록 돼 있는’ 등의 이유로 ‘비상활주로와 원전의 상호 공존은 사실상 불가능한 것’으로 나왔다. 두 시설은 처음부터 함께 할 수 없는 시설이라는 판단인 셈이다.



물론 잘못은 원전 쪽이 크다. 첫 원전 건립 때 없던 관련 규정이 뒷날 마련됐음에도 활주로 감안 등 충분한 검토를 하지 않았음이 분명해서다. 그럼에도 주민 안전 등 대승적 차원에서 이뤄진 이날 협의체 구성 합의는 잘한 일이다. 안전이 먼저인 만큼 이제는 원만한 폐쇄와 이전까지 협의체 구성원의 협조와 인내가 필요할 때다.



10. 언제까지 방폐장·원전 지원금을 ‘눈먼 돈’처럼 낭비할 건가

경주시가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시설(방폐장) 유치에 따른 특별지원금 3천억원을 소모성 주민지원사업에 다 써버렸다. 방폐장 설치에 따른 보상금 형태의 돈인 만큼 소진한 것 자체로는 문제가 되지 않지만, 지금까지 써온 용처를 살펴보면 한숨이 나온다.

  
특별지원금은 지금까지 경주 각 가정에 주거용 전기요금 2천500원, TV수신료 2천500원 등을 지원하는 데 쓰였다. 그러다가 지금은 특별지원금 원금을 다 써버린데다 방폐장 반입 수수료까지 줄어들어 내년 2월부터 전기요금과 TV수신료 지원을 중단하기로 했다. 지자체가 특별지원금을 시민들에게 큰 선심을 쓰듯 마구 뿌리다가 그것마저 재원 부족으로 더는 못 줄 형편이 된 것이다.



전기요금과 TV수신료 지원은 저소득 가정에는 경제적으로 보탬이 되겠지만, 상당수 가정에서는 혜택을 받았다고 느끼지도 못하는 사업이다. 그 돈을 지역 발전이나 미래 먹거리 사업에 투자할 생각은 없고, 소모성·일회성 사업에 쏟아부었다고 하니 한심하기 짝이 없다. 가장 큰 원인은 지자체장과 의회가 특별지원금을 정부에서 주는 ‘눈먼 돈’처럼 여기기 때문이다. 이런 큰돈을 미래 투자개념의 사업에 쓰기보다는 눈앞의 이익과 편의에 따라 낭비한 것이 현실이다. 

  
비슷한 성격의 원전 특별지원금도 마찬가지다. 경주·울진 등 원전 보유 지자체는 매년 수백억원에서 수천억원의 특별지원금을 받고 있지만, 민원 해결, 주민복지사업 등에 쓰고 있을 뿐, 일자리 창출과 미래산업 등을 위해서는 투자할 생각도, 계획도 없다. 방폐장과 원전이 있으면 계속 돈이 나올 텐데 미래는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식이다. 이 때문에 지원금 횡령, 주민 자생력 결핍, 지자체장 선거용 논란 등의 각종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



경주의 방폐장 특별지원금은 다 써버렸고, 더는 어찌할 수 없는 문제다. 이제라도 여타의 특별지원금에 대해서는 효율적인 사업이나 미래 발전을 담보할 수 있는 곳에 쓰일 수 있도록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세상이 바뀌고 있는 만큼 특별지원금이 언제까지 계속될지도 장담할 수 없는 일이다. 지금처럼 ‘갈라먹기’나 일회성 사업에 소진해서는 미래가 없다.





주요 신문칼럼



1. [매일신문][권영민의 에세이 산책] 산타라는 알리바이

철학자 자크 데리다는 ‘선물’은 불가능하다고 한다. 선물이 ‘선물’로 주어지려면 어떤 상호적 관계나 교환, 부채 의식 등이 존재해서는 안 되는데 어떤 선물도 무의미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만약 다른 사람이 내가 그에게 주었던 것을 나에게 다시 돌려주거나 내게 고마움을 느끼거나, 혹은 반드시 돌려줘야 한다고 생각하면 나와 그 사람 사이에는 선물이 오고 간 것이 아니라 단지 선물로 포장된 ‘거래’나 ‘뇌물’이 오갔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선물이 진정한 선물이 되기 위해서는 일방적이어야 한다. 진정한 선물이 되려면 선물을 받는 쪽에서뿐만 아니라 선물을 주는 쪽에서 선물을 주었다는 사실까지도 망각해야 하는 것이다.



크리스마스에 산타라는 알리바이가 필요한 것 역시 이런 이유 때문이다. 산타는 아빠의 선물을 뇌물로 전락시키지 않기 위해 등장시키는 것이다. 아이들이 부모가 아니라 ‘산타’가 선물을 준다고 믿는 이상 ‘크리스마스 선물’은 실패하지 않는다. 아이들은 자신이 자는 사이에 다녀가는 산타에게 아무리 선물에 대해 보답을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다. 산타가 선사한다고 믿는 크리스마스 선물은 채무 상환의 의무가 없는 완전한 선물이다.



‘울면 안 돼! 누가 착한 애인지 나쁜 애인지 모든 것을 알고 계신대!’라며 부르는 캐럴은 크리스마스 선물이 담고 있는 진실과는 동떨어져 있다. 울어도 된다. 착하지 않아도 된다. 크리스마스 선물은 대가 없이 주어지는 대문자의 ‘선물’이니까. 나는 아이에게 이렇게 말했다. “산타 할아버지는 우리에게 보이지 않아. TV나 어린이집에서 본 산타는 산타를 흉내 낸 것이지 진짜 산타는 아냐. 산타는 이번에도 선물을 주셨지만 그 이유는 아빠도 몰라.”



선물을 받았기 때문에 공부를 잘해야 하고, 밥을 먹었으니 일을 해야 하고, 울지 않은 착한 아이이기 때문에 선물을 받을 수 있는 세계에는 행복이 없다. 돈을 받고 특혜를 주고, 청탁을 위해 명품가방을 건네는 것 뒤에는 호의를 가장한 지배욕이 웅크리고 있다. ‘대가 없는 선물’, 선물을 뇌물이 아니라 ‘선물’로 주겠다는 의지는 지배의 의지가 아니라 사랑의 의지다. 그것이 신이 인간으로 태어난 사건을 기념하는 크리스마스 정신일 것이다.



내가 크리스마스를 기다렸던 이유는 단지 선물에 대한 기대가 아니라 분위기 때문이었다. 어릴 적 크리스마스 선물은 이 세상이 나를 따뜻하게 맞이해주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징표였고 나는 그 온기가 좋았다. 크리스마스는 지났지만 지금이라도 뚜렷한 목적 없이, 예상되는 시간과 장소까지도 벗어난 선물을 누군가에게 해보면 어떨까? 그 선물이 이 세계를 우리 모두에게 조금은 더 따뜻하고, 우호적인 공간이 되도록 만드는 것일지도 모른다.



2. [머니투데이][우보세] AI와 계란 대란, 그리고 상생의 의미

최근 점심에 지인을 만나 낙지볶음을 먹었다. 그런데 평상시엔 거들떠보지도 않던 계란말이가 눈에 들어왔다. 한 접시에 5000원. 주위를 보니 대부분 낙지볶음과 계란말이를 함께 시켜 식사를 하고 있었다. 이날 각 테이블에 놓인 계란말이 접시는 평소보다 많았다.



계란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아 예전 같으면 그냥 넘어갔겠지만 계란이 귀하다는 뉴스를 접한 터라 괜히 계란말이가 더 먹고 싶어졌다. 그날따라 계란말이는 더 맛있었다. 반면 계란말이 주문을 받는 가게 주인의 얼굴엔 수심이 가득했다.

산란계(알 낳는 닭) 농가를 중심으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확산되면서 살처분 가금류가 2600만마리를 넘어섰다. 무엇보다 계란 수급 문제와 직결되는 산란계는 전체 사육 대비 26.9%에 해당하는 1879만 마리가 도살됐다.

그나마 생산된 계란마저 AI여파로 지역간 이동이 어려워지면서 계란 공급량은 평소 대비 60~70% 수준으로 급감했다. 이로 인해 계란 가격은 '금값' 수준으로 치솟았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계란 한 판(30알) 가격은 지난 23일 기준 전달(5420원) 대비 31.4% 오른 평균 7124원을 기록했다.

계란 대란이 발생하자 도매상들조차 계란을 구하는데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도매상들은 그나마 어렵게 구한 계란을 영세자영업자 대신 구매력이 큰 대형마트를 중심으로 공급하는 상황이다.

이들 대형마트들은 계란을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판매한다. 하지만 계란 품귀 현상에 가장 큰 어려움을 겪는 곳은 동네빵집 등 영세자영업자들이다. 사실 일반 가정에서는 (지금과 같은 대란이 벌어진 상황이라면) 굳이 당분간 계란을 먹지 않아도 된다. 계란을 대체할 치즈, 버터, 우유 등을 소비하면 그만이다.

반면 동네 빵집, 토스트가게 등 영세자영업자들은 계란 수급에 생계를 걸고 있다. 이들은 천정부지로 치솟는 계란값은 차치하고, 아예 계란을 구하지 못해 일손을 놓고 있다.

서울시 고위 관계자를 만난 자리에서도 계란 얘기가 나왔다. 그는 "계란 수급 상황 점검을 위해 서울에 있는 400여개 도매상 중 일부를 방문했다"며 "계란을 공급해 달라는 자영업자들의 전화가 빗발쳤지만 공급할 계란이 없는 상황이었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는 "지자체나 중앙 정부가 직접 나서 계란을 자영업자에게 강제 할당하면 좋겠지만 이는 불가능하다"며 "대형마트가 확보한 계란의 일정 부분을 자영업자에게 판매하면 어떨까"라고 제안했다.

듣는 순간 무릎을 쳤다. 이런 비상 상황이라면 대형마트가 확보한 물량의 절반(?) 정도를 누구보다 계란이 절실한 영세자영업자에게 우선 할당 판매하는 게 상생의 의미에 가장 잘 부합하는 것이 아닐까.


3. [서울신문][씨줄날줄] 키친 캐비닛/박홍기 논설위원

귤화위지(橘化爲枳)라는 중국 고사성어가 있다. 회수(淮水) 남쪽의 귤을 회수 북쪽으로 옮겨 심으면 탱자로 변한다는 말이다. 기후와 풍토에 따라 과일의 맛도 달라지듯 인간의 성질도 주위 환경에 따라 바뀐다는 의미로 쓰이고 있다. 정치적 행위 역시 예외가 아니다. 최순실 국정농단과 관련해 최근 ‘키친 캐비닛’(kitchen cabinet)이라는 생소한 정치적 용어가 입길에 오르내리고 있다.


키친 캐비닛은 본디 ‘대통령의 식사에 초청받을 정도로 가까운 지인이나 친구들로 대통령에게 격의 없이 여론을 전하는 통로’다. 사적 이해나 정치적 관계에 얽혀 있지 않은 ‘비공식 자문단’이다. 미국 제7대 앤드루 잭슨 대통령(재임 1829~37)으로부터 비롯됐다.


잭슨 대통령은 존 캘훈 부통령과 마틴 밴 뷰런 국무장관의 갈등으로 내각이 힘을 못 쓰자 비공식적인 측근과 자문단에 의지했다. 민병대 지휘관 시절 병참 장교와 조카도 들어 있지만 브레인 트러스트(brain trust)라고 할 수 있는 분야별 전문가들이 대부분이었다. 대중 정치에 적잖이 기여했다. 하지만 잭슨 대통령과 마찰을 빚던 쪽에서는 이를 ‘키친 캐비닛’이라고 비아냥거렸다. 키친 캐비닛의 시작이다.

미국 대통령에게 키친 캐비닛은 자연스러운 정치적 활동이다. 제40대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1981~89)은 캘리포니아 주지사 출마를 종용하고 대통령 당선까지 도운 막역한 지인들을 비공식 라인으로 뒀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2009년 11월 공개적으로 키친 캐비닛의 회원 100여명을 위촉했다. 명단 중에는 한국계 이홍범 헌팅턴 커리어대학장, 방송인 오프라 윈프리 등 저명인사에서부터 은퇴한 수학교사 등 평범한 시민까지 포함돼 있었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지층을 결집하는 차원에서 ‘키친 캐비닛 명예회원’이라는 증서까지 수여했다.

국내에서는 노무현 대통령 때 키친 캐비닛이 ‘식사정치’에 비유돼 잠깐 회자된 적이 있다. 노 대통령은 2004년 1월 신년 기자회견에서 정치인과 원로들을 자주 청와대로 초대해 저녁식사를 하는 것을 두고 ‘식사정치’라는 비판이 나오자 잭슨 대통령을 예로 들었다. “보통 사람(common man)이라는 별명이 붙은 잭슨이 대통령이 된 뒤에 새로 생긴 버릇이 식당에서 각료들과 국정을 논의했다 해서 키친 캐비닛이라고 이름 붙여졌다”며 식사정치의 부정적인 뉘앙스를 부인하고 대중민주주의의 일환임을 역설했다.

국회의 탄핵소추안 통과로 직무가 정지된 박근혜 대통령이 최근 헌법재판소에 제출한 탄핵심판 답변서에서 ‘최순실씨를 키친 캐비닛’이라고 표현했다. 국정을 대통령인 양 주무른 비선 실세인 최씨를 키친 키비닛으로 규정한 것이다. 가당치도 않은 말을 억지로 끌어다 자기주장을 펴는 견강부회(牽强附會)이다. 키친 캐비닛의 왜곡이 아닐 수 없다.


4. [서울신문][이은경의 유레카] 과학기술 유물 보전에 힘써야

박물관에서는 우리나라 문화 유적과 유물을 만날 수 있는데 과학관에서는 서양 과학기술 유물의 복제품밖에 볼 수 없는 경우가 많다. 왜 그럴까.

역사와 문화는 국가별로 다르지만 과학기술은 어디서나 똑같기 때문일까. 아니면 우리나라는 서구의 과학기술을 뒤늦게 따라가느라 이거다 하고 내세울 유적이나 유물이 별로 없어서일까.

둘 다 정답이 아니다. 우리나라의 과학기술 성과에 대한 관심과 연구가 부족하고, 그렇기 때문에 전시 가능한 유물이 어디에 얼마나 있는지조차 잘 모르고 있는 것이 가장 큰 이유다.

우리나라는 가치 있는 유형, 무형의 유산들을 보존하기 위해 문화재 제도를 운영 중이다. 우선 유적이나 유물을 일정한 평가 기준에 따라 국보, 보물, 사적 등으로 등록하고 관리하는 지정 문화재 제도가 있다. 지정 문화재의 대부분은 전통 시대의 유산이다. 또 일제강점기 이후의 유산들 중 생성된 지 50년이 지났고 보존 가치가 있는 대상을 위해서는 등록 문화재 제도가 있다.


최근 우리 문화에 관심이 높아지고 답사와 탐방 문화가 성숙하며 외국인 관광객이 증가하는 등 요인들 덕분에 문화재는 한국의 역사, 문화, 과학기술에 대한 이해를 넓히는 매개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근현대 과학기술의 성과는 주로 등록 문화재 제도와 관련돼 있다. 2016년 8월 기준으로 등록 문화재는 672종이다. 개항 이후의 건축구조물이 절대 다수이고 자동차, 철도, 통신 분야 유물과 여러 분야의 문헌자료, 영상자료 등이 일부 포함되어 있다.

과학기술 관련 등록 문화재로는 대한제국 시절 경인철도 레일, 일제강점기에 발행된 과학잡지 ‘과학조선’, 1호 국산 항공기 ‘부활’, 공병우 세벌식 타자기, 국산 금성 라디오 A501, 최초의 연구용 원자로 등이 있다.

그러나 등록 문화재에서 과학기술 유물의 비율은 절대적으로 낮다. 현재 등록된 것만이 근현대 과학기술 주요 성과의 전부일 리가 없는 것은 확실하다. 결국 많은 과학기술 유물이 이미 소실되었거나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 채 방치되어 있다는 이야기가 된다.

우리나라의 과학기술은 선진국을 추격하던 시기를 지나 대등하게 경쟁하거나 일부 앞서 나가기 시작했다. 지금이야말로 그 기반이 되었던 원로 과학기술자들의 성과를 오롯이 보여주는 유물을 수집, 관리, 보전하는 작업을 시작해야 할 때다. 과학기술자의 세대 교체, 시설물과 연구 장비의 노후화, 전통적인 연구 영역의 쇠퇴 등 과학기술 환경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 당장 관심을 기울이지 않으면 소실되거나 폐기될 가능성이 높다.

과학기술 유물에 관심을 갖고 보전하려는 데는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우리나라 과학기술의 역사를 연구할 기본 사료가 되기 때문이다. 기록과 자료, 유물이 없이는 역사 연구 자체가 매우 어렵다.

둘째 사람들은 실물과 진품이 가진 힘, 즉 아우라를 통해 과학기술에 매력을 느끼고 관심을 갖게 된다. 왓슨·크릭의 DNA 이중 나선은 대중에 가장 익숙한 과학용어 중 하나다. 그 내용을 정확하게 이해하는지 여부와 상관없이 말이다. 런던 과학박물관에는 금속판 조각을 철사로 엮어 만든 이중 나선 모형이 전시되고 있다. 투박한 그 구조물이 바로 왓슨과 크릭이 DNA 분자구조를 파악하느라 끙끙대면서 직접 금속판을 자르고 깎아서 끼워 맞춘 바로 그 모형이라는 설명을 읽고 나면 관람객들은 ‘아하’ 하고 감탄한다. 그리고 이 모형 너머의 현대 생명과학의 세계로 이끌려 들어간다.

공병우 타자기와 한글 1.0 패키지는 한글의 기계화와 새로운 인쇄 문화로, 이호왕의 현미경과 논문은 바이러스 과학과 백신 연구로 우리를 흥미롭게 인도해 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아직 역사가 짧은 분야의 과학기술 유물은 몇 십년 뒤의 미래의 과학으로 우리를 데려갈 출발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5. [한국일보][기억할 오늘] 스페인 민주화

1978년 12월 27일 스페인이 국왕 위에 헌법을 둔 입헌군주국이 됐다. 1936~39년 스페인내전과 프란시스코 프랑코(1892~1975)의 군사독재로부터 40여 년 만에 벗어난 거였다. 그 심란한 역사를 큰 잡음과 희생 없이 민주주의의 궤도로 전환한 정치의 중심에 전 국왕 후안 카를로스 1세(1938~)가 있었다. 

16세기 대항해시대를 이끈 주역도 “태양이 지지 않는 제국의 제왕” 펠리페 2세 등 스페인 왕실과 가톨릭 교회였다. 왕실 군대와 교회는 아프리카와 중ㆍ남미를 휘어잡던 시절 이래 내전과 독재의 스페인 정치를 떠받친 물리력과 물질적ㆍ정신적 기둥이었다.


프랑코가 등장한 것은 1930년대 제1공화정 시기. 스페인 육사를 나와 32세에 장군이 된 그는 36년 총선거에서 좌파 인민전선파가 승리하자 쿠데타를 일으켰다. 3년 여의 스페인 내전에서 승리한 그는 유일 정당 팔랑헤(Falange, 49년 민족해방당으로 개칭)당의 당수이자, 총독(국가원수 겸 수상)으로 이후 38년간 독재했다.


2차 대전 초기 추축국의 일원으로 연합국에 맞서다가 43년 독일이 수세에 몰리자 재빨리 중립노선으로 발을 뺌으로써 종전 후 자신의 권력을 유지할 수 있었다. 물론 스페인은 국제적으로 고립됐다. 냉전 덕에 10년 뒤인 55년,유엔 가입을 승인 받았지만, 스페인은 20세기 유럽의 마지막 파시스트 국가라는 오명을 견뎌야 했다. 

69년 프랑코가 31세의 왕족 후안 카를로스 1세를 후계자로 낙점한 것은 권력의 정통성을 강화하고 정적을 견제하기 위해서였다. 카를로스 1세는 프랑코 사후 국왕에 즉위, 더디지만 확고한 민주화 정책을 단행했다. 그는 군부와 교회 중심의 극우 프랑코주의자들과 좌파 반군, 특히 바스크ㆍ카탈루냐의 분리독립파의 틈바구니에서 아돌포 수아레스 내각을 앞세워 정치개혁 입법을 단행했고 민주주의 선거를 통해 양원제 의회를 출범시켰다. 정치범 사면, 비밀경찰 해산, 군부 견제, 노조 합법화…, 그리고 헌법 제정. 81년 프랑코파 군부가 의회를 점거한 채 구체제 복원을 요구하는 쿠데타를 시도했지만, 그들을 설득해 무혈 진압한 것도 카를로스 1세였다. 

뮌헨 올림픽 요트 국가대표 선수로 출전할 만큼 활동적이던 그는 말년의 코끼리 사냥과 호화 여행, 자녀의 공금횡령 등으로 여론이 악화하자 2014년 6월 전격 퇴위, 아들 펠리페 6세에게 왕권을 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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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늙은최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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