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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자료는 교육용으로 쓰기 위해 올리는 자료로 상업적 목적은 없으며 선정된 사실의 정치적 성향은 블로그 운영성향과 무관합니다.

 

 

 

주요 신문사설


[이데일리]

1. 국정 역사교과서 벌써 폐기 수순인가

교육부의 국정 역사교과서 현장적용 방안은 줏대없는 교육정책의 현주소를 다시금 드러냈다는 점에서 적잖이 실망스럽다. 이준식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어제 국정교과서 전면 적용시기를 당초 예정했던 내년에서 내후년으로 1년 연기하되 기존 검정교과서와 혼용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희망하는 학교는 연구학교로 지정해 내년부터 새 교과서를 쓰게 한다는 구상도 내놨다. 한마디로 전면 폐기도 아니고, 그렇다고 전면 채택도 아닌 어정쩡한 절충이다.

국정교과서는 좌파 진영의 극렬 반대를 무릅쓰고 밀어붙인 박근혜 정부의 핵심 정책이다. 기존 검정교과서들이 좌편향 일색이어서 올바른 역사교육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누적된 데 따른 정권 차원의 불가피한 결정이었다. 자라나는 미래세대에 균형 잡힌 역사관과 올바른 국가관을 심어 주는 게 역사교육의 목적이라면 이념에 찌든 기존 교과서들에 대처할 새 교과서를 펴내는 것은 국가의 당연한 책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도 이제 와서 전면 시행을 연기한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정책추진 동력이 떨어진 터에 자칫 새 교과서의 생존 자체를 우려해야 할 형편이다. 더욱이 내후년이면 정권이 바뀐 뒤다. 지금도 어려운 것을 그때 가서 전면 시행하겠다는 것은 포기 선언이나 마찬가지다. 차라리 ‘올바른 역사교과서’라는 명칭을 쓰지 않았다면 덜 어색할 뻔했다.

다만 국·검정 혼용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학문의 다양성도 고려해야 하지만 강력한 반대가 존재하는 현실을 완전히 무시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진보성향 교육감들이 미리부터 국정교과서 신청을 취소하도록 일선 학교에 압력을 가하는 움직임이어서 걱정이다. 역사 교육을 획일화해선 안 된다는 주장이 허구임을 스스로 입증하는 꼴이다.

일부 사립학교 단체를 중심으로 국정교과서에 대한 긍정 평가가 나오긴 했으나 실제로 채택하는 학교가 얼마나 될지는 미지수다. 3년 전 교육부 검정을 통과한 교학사 교과서를 일부 학교가 채택하려 하자 우편향이라는 이유로 전화 및 온·오프라인 시위로 무차별 공격 끝에 채택을 무산시켰던 ‘교학사 파동’의 기억이 아직도 새롭다. 이제 선택은 학교와 담당 교사의 몫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좌편향이든, 우편향이든 일방적인 교육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사실이다.



2. 국민들의 노후 걸린 국민연금 운용 내막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지난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국민연금의 찬성 경위에 대해 본격 수사에 들어갔다. 문형표 국민연금공단 이사장과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수석이 어제 특검팀에 소환돼 조사를 받은 것이 그것이다. 삼성그룹에 대한 특혜 여부를 떠나 국민들의 노후를 책임지고 있는 국민연금이 섣불리 기업 이해관계에 끼어들었다면 보통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가 이 문제를 전문가 위원회에 넘기지 않고 자체 회의에서 처리했다는 사실부터가 의문이다. 홍완선 전 기금운용본부장이 그 무렵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면담했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문 이사장이 당시 보건복지부 장관으로서 여기에 압력을 행사하지 않았느냐는 게 특검팀의 관심이다. 합병 찬성에 대한 압력 대가로 연금공단 이사장을 맡게 됐다는 의혹도 제기된다.

기금운용본부가 정치적 여건에 따라 휘둘리고 있다는 점에서 이런 의혹이 제기되는 것은 당연하다. 독립성을 보장받지 못하고 있는 결과다. 회의 형식도 허술하다. 기금운용위원회가 해마다 평균 5회 안팎 열리고 있으나 식사를 하면서 2시간 남짓 안건을 논의한다는 것이니, 내실있는 결과가 나오기를 기대하기 어렵다. 현재 기금 규모가 550조원에 이른 국민연금 운용의 한심한 내막이다.

위원으로 위촉됐으면서도 정작 회의에 관심이 없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한다. 당연직인 정부부처 차관급 위원들 중에서도 그동안 바쁘다는 핑계로 회의에 거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경우가 있는가 하면 다른 위원들 가운데서도 비전문가가 수두룩하다고 한다. 서로 관심이 모자란 상태에서 젓가락질을 하며 회의가 진행되곤 했으니, 기금운용위원회가 ‘거수기’ 역할에 그칠 수밖에 없었던 배경이다.

문제는 한순간의 판단 잘못으로 국민연금 기금이 순식간에 쪼그라들 가능성이 없지 않다는 사실이다. 현재 2177만명에 이르는 연금 가입자들의 노후 생계가 달린 문제다. 그렇지 않아도 우리 사회가 고령화단계에 접어들면서 이미 국민연금의 지속가능성이 의문시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도 주먹구구식 운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니 더욱 걱정이다. 국민연금이 결코 권력자들의 쌈짓돈이 아니라는 인식부터 새겨야 한다.



[서울신문]

3. ‘블랙리스트’ 다시는 발 못 붙이게 해야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청와대에서 작성했다는 이른바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의 일부를 확보해 수사하고 있다고 한다. 유진룡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장관직에서 물러나기 한 달 전쯤 블랙리스트를 봤다”고 존재를 확인하기도 했다. 유 전 장관은 인사 등의 문제로 김기춘 당시 청와대 비서실장과 지속적으로 갈등을 빚다 2014년 7월 면직된 인물이다.



그럼에도 김 전 실장이나 조윤선 문체부 장관 등은 부인으로만 일관했으니 ‘블랙리스트’의 실체가 드러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청와대 정무수석비서관실이 작성하고 문체부가 관리했다는 ‘블랙리스트’에는 그동안 소문처럼 박근혜 정부에 비판적인 것으로 분류된 문화예술인과 문화예술단체가 대거 포함됐다고 한다. 문명사회, 그것도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있을 수 없는 권력의 횡포가 드러났다는 점에서 참담하다.

표현의 자유는 민주 국가에서 어떤 가치보다도 앞선 기본권 중의 기본권이다. 더구나 문화예술 활동의 핵심 가치가 표현의 자유라는 것은 굳이 강조할 필요도 없다. 이념을 기준 삼아 국민을 반쪽으로 가르는 ‘블랙리스트’는 우리 사회 어떤 분야라도 용서할 수가 없다.



하물며 ‘문화융성’을 ‘4대 국정지표’의 하나로 내걸었던 박근혜 정부가 같은 시간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를 만들고 있었다는 사실은 이해가 불가능하다. 지원해야 할 문화예술인과 지원하지 말아야 할 문화예술인을 철저히 가리는 문화예술 정책은 결국 반쪽짜리 문화, 반쪽짜리 예술만 남긴다는 사실을 모르는지 묻고 싶다. 다양한 사고를 가로막는 문화예술 정책은 필연적으로 상상력 빈곤을 낳을 수밖에 없다. 빈 껍데기만 남을 문화예술 콘텐츠로 어떻게 창조경제 문화산업 강국이 될 수 있다는 뜻인지 답답한 일이다.

특검팀은 ‘블랙리스트’ 수사 과정에서 김기춘 전 실장의 자택과 문체부 조윤선 장관 및 정관주 전 차관의 집무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압수수색 영장에는 직권남용죄와 권리행사방해죄 등의 혐의가 적시됐다고 한다. 특검은 이들이 우리나라 문화예술을 피폐하게 하는 데 어떤 역할을 했는지 반드시 규명해야 한다. 1만명에 육박한다는 리스트의 실체를 모두 밝히는 것도 특검에게 주어진 소임이다. 한편으로 블랙리스트가 실제 문화예술 지원 정책에 어떻게 악용됐는지도 속속들이 조사하기 바란다.



무엇보다 ‘블랙리스트’에 관여한 사람들에게는 강력한 처벌이 뒤따라야 한다. 앞으로 어떤 정부도 기본권 침해 범죄는 생각하지도 못할 만큼 준엄한 제재가 이루어지기 바란다.



[조선일보]

4. 野 햇볕론자들, 태영호 공사 증언 듣고 있나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 공사가 27일 망명 이후 첫 기자 간담회를 갖고 김정은 체제의 핵 위협을 끝내는 방안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그는 "김정은의 핵 개발을 포기시키는 것은 그 어떤 인센티브(대북 지원)의 질과 양에 관련된 것이 아니다"고 단언하고 "김정은 정권=핵무기이며, 김정은이 있는 한 절대 핵을 포기하지 않는다. 1조, 10조달러를 준다고 해도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 사회에는 태 전 공사처럼 북에서 살면서 체험하고 체득한 고위 인사 얘기도 믿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햇볕론자라고 하는 맹신자들이다. 북에 돈과 쌀을 주면 핵을 포기할 것이란 단선적 논리를 포기하지 않는다. 지역감정과 정치 논리까지 합쳐져 이제는 거의 무슨 종교처럼 굳어져 있다.


태 전 공사는 김정은이 한국에서 누가 집권하든 사람이 다 바뀌고 새 대북 정책을 시도할 것이란 계산을 하고 있다고 했다. 지금 김정은은 햇볕론자들이 돌아올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대북 제재를 무너뜨리고 핵 보유를 기정사실화하면서 다시 돈과 쌀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믿고 있을 것이다. 실제 지지율 1·2위를 다투는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는 "당선되면 미국보다 북한에 먼저 가겠다"고 했다. 개성공단은 다시 돌려 북에 달러가 들어가게 만들고 사드는 재검토한다고 했다. 국민의당도 크게 다르지 않은 입장이다.


햇볕론자들은 대북 제재는 효과가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태 전 공사는 "대북 제재가 북한 주민 심리를 바꾸고 김정은의 경제정책을 물거품으로 몰고 갔다"고 증언했다. 그는 북한 인권 문제를 제기한 것도 북의 외교를 심각하게 위축시켰으며 김정은이 겁내고 있다고도 증언했다. 햇볕론자들 주장의 허구성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태 전 공사는 북핵을 없애기 위해선 김정은 1인 체제를 붕괴시키는 것만이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고 했다. 그는 "외부 정보가 유입되는 날 북 체제는 물 먹은 나무처럼 허물어질 것"이라고 했다. 태 전 공사는 "북에서 저 때문에 피해를 볼 사람들 생각하면 가슴이 아프다"며 "그러나 방구석에 앉아서 눈물이나 흘리고 가슴 쥐어뜯는다고 달라질 것이 없었다"고 했다.


햇볕론자들은 태 전 공사의 이 증언도 무시하고 듣지 않을 것이다. 1997년 귀순한 황장엽 전 북한 노동당 비서는 북에 대한 환상을 깨는 데 전력을 다했다. 그러나 햇볕론자들이 득세하면서 좌절했다. "문제는 북한 인민들이 아니라 남한 사람들"이라는 말이 생전 그의 입에서 나왔다. 태 전 공사의 충정도 좌절할 수 있다. 정치와 정권의 오염으로부터 안보와 통일을 지켜야 하는 것은 결국 국민 뿐이다.


[세계일보]

5. 개혁보수신당에 보수의 미래 걸렸다

새누리당이 두 동강 났다. 김무성 전 대표, 유승민 의원 등 새누리당 비박계 의원 29명이 어제 새누리당을 뛰쳐나와 ‘개혁보수신당’(가칭) 창당을 선언했다. 내년 1월24일 창당을 목표로 하고 있다. 새누리당·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 3당 체제가 4당 체제로 재편하게 됐다.

새누리당 분당은 사필귀정이다. 친박계가 주인 노릇을 하고 있는 친박당은 국민 신뢰를 잃은 지 오래다. 비박계 대거 탈당에도 개헌 저지선 101석에 2석 모자란 99석으로 원내 제2당의 지위를 지키고 있지만 앞날을 장담하기 어렵다. 전국당의 면모를 잃고 ‘TK·충청당’으로 쪼그라들었다. 의원 99명 가운데 서울은 2명, 수도권은 17명뿐이다. 그나마 대선정국과 맞물려 정계 개편과 보수 재편의 소용돌이가 몰아치면 존립을 낙관할 수 없다.

개혁보수신당은 창당 선언문을 통해 “진정한 보수의 구심점이 되겠다”고 했다. “새누리당을 허문 자리에 따뜻한 공동체를 실현할 진정한 보수정당의 새로운 집을 짓겠다”며 법치주의 실천, 시장경제 발전, 안보와 국정·민생의 안정을 약속했다. 신당에 대한 기대가 크지만 호의적인 시선만 있는 것은 아니다. 야당에서도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새누리당의 ‘위성정당’에 불과한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는 따위의 반응이 쏟아졌다. 신당 대열에 동참하기로 했던 새누리당 의원 6명도 눈치를 보고 있다. 나경원 의원은 “보수의 정통성을 유지하면서 개혁을 담아가는 방향을 좀 더 지켜보겠다”고 했다. 신당의 정체성에 그만큼 많은 물음표가 남아 있다는 뜻이다.

그렇다고 신당이 의기소침할 필요는 없다. 의원 숫자가 중요한 것은 아니다. 의구심은 씻어내면 된다. 신당이 가겠다는 진짜 보수의 새 길은 가보지 않은 길이다. 비박계에게도 박근혜정부의 헌정 유린과 국정농단에 대한 책임은 있다. 참회의 자세로 보수 가치를 바로 세워 국민에게 희망을 주는 정치를 하면 된다. 특정인 중심의 사당화를 경계하고 인맥 중심의 정치, 지역주의 정치를 추방하는 데 앞장서야 한다. 보수 정당의 정통성을 인정받으려면 진짜 보수의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사상 첫 보수의 분당은 보수에게 위기이자 기회이다. 새누리당 구원투수로 나선 인명진 비상대책위원장 내정자는 “법적, 도의적, 정치적 책임을 묻겠다”며 친박 청산 의지를 밝혔다. 정우택 원내대표는 “혁명 수준의 변화와 혁신을 해나갈 것”이라고 했다. 개혁보수신당과 새누리당의 ‘보수 적통’ 경쟁이 건강한 보수를 정립시키고 정치 수준을 끌어올리기를 기대한다.


[중앙일보]

6. 미진하나마 주목할 아베의 진주만 방문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26일(현지시간)부터 이틀간 하와이 진주만을 방문하는 것은 미·일 동맹의 굳건함을 과시하기 위함이다. 진주만은 태평양전쟁이 시작된 미·일 모두에게 역사적인 곳이다. 이번 진주만행이 지난 5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히로시마 원폭기념관 방문에 대한 답방 성격이긴 하나 미·일 밀월관계를 만방에 보여주려는 강한 의지가 작용한 게 틀림없다.

사실 진주만을 찾은 일 총리는 아베가 처음은 아니다. 1951년 요시다 시게루(吉田茂)를 시작으로 하토야마 이치로(鳩山一郞), 기시 노부스케(岸信介) 전 총리가 이곳을 방문했다. 하지만 아베는 27일 오후(한국시간 28일 오전) 침몰 함정 위에 세워진 애리조나기념관을 찾는다. 현직 총리로서는 처음이다. 기념관 밑에는 1100여 명의 미군이 아직도 영면하고 있어 이곳은 미국인에겐 무척이나 신성한 장소다. 이런 곳에 일본 총리가 방문한다는 것은 국내 강경 우파의 목소리를 감안한다면 아베로서도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그럼에도 그가 정치적 부담을 각오하고 이곳을 찾은 것은 세계 전략 차원이다. 무엇보다 미·일 동맹의 토대를 흔들겠다는 도널드 트럼프 차기 대통령을 의식한 행동이 분명하다. 비록 지난 미 대선에서 민주당 후보였던 힐러리 클린턴을 지지했지만 일단 트럼프가 이기자 아베는 즉각 뉴욕으로 날아가 누구보다 빨리 그를 만났다. 이 같은 아베의 기민성을 우리 정치인들도 새겨 봐야 한다.

한편 아베 총리는 진주만 방문에서도 제2차 세계대전을 일으킨 데 대한 사죄나 반성의 말은 하지 않는다고 한다. 이는 한국과 중국 등 일본의 침략으로 엄청난 피해를 본 아시아 국가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미국에만 화해의 제스처를 보내면 눈앞의 국익만 좇는 속 좁은 행보라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 아베 총리는 지난 25일 미국과 일본의 역사학자 50여 명이 발표한 공개 질문서에 대답부터 해야 할 것이다. 이들은 “일본이 공격했던 장소는 진주만뿐만이 아니다”며 “한반도와 중국, 아시아 각국의 2차 대전 희생자도 위령해야 하지 않는가”라고 물었다.


[매일경제]

7. 신문 3개법 제·개정안 언론자유 침해소지 크다

언론 자유를 침해하고 광고 유치 등을 제약하는 신문 관련 3개법 제·개정안이 잇따라 국회에 제출돼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부기관 및 공공법인 등의 광고시행에 관한 법률 제정안, 신문 등의 진흥에 관한 법률 개정안,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그것으로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 법안심사소위에 계류 중이다. 이들 법안에는 독소조항이 대거 담겨 언론활동을 위축시킬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노웅래 의원이 7월 대표발의한 정부광고법 제정안의 취지는 현행 정부기관 등의 광고 시행근거가 법률이 아닌 국무총리 훈령이고, 광고업무를 한국언론재단에서 대행하면서 일부 매체에 광고가 편중되고 있어 이를 바로잡겠다는 것이다. 법안은 △정부광고시행 심의위원회 신설 및 국회의장이 3인 추천 △위원회가 정부광고의 매체별·지역별 배분 원칙 수립 △광고 배정 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 유가 판매부수, 구독·광고수입 신고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하지만 "일부 매체에 정부 광고가 편중 집행됐다"는 전제부터 사실과 다르다. 발행·유가부수 상위 20개사의 2013년, 2014년 광고실적을 보면 전체 시장점유율에 비해 정부 광고 점유율은 낮게 나타났다. 국회의장이 심의위원 3인을 추천하는 것은 정치적 개입이 우려되고 매체에 경영 자료를 요구한 것도 영업권 침해다. 또한 나눠먹기식 광고 배분은 유사 언론의 난립을 부채질할 수 있다. 

신문법 개정안(7월 노웅래 의원 발의)은 인터넷 신문의 정의 규정 중 대통령령에 위임한 '독자적 기사 생산과 지속적인 발행' 등을 삭제하려는 게 핵심이다. 현재 인터넷신문의 자체 생산 비율은 30%밖에 안되는데 아예 요건을 없애는 것은 사이비 인터넷 언론의 난립을 부를 수 있다. 언론중재법 개정안(10월 곽상도 의원 발의)은 개인이 인격권을 침해받았을 때 언론중재위원회의 판단에 따라 원본 기사의 수정·보완·삭제 등을 할 수 있도록 해 언론의 자유, 알권리 침해 소지가 크다.


한국신문협회 등 3개 단체는 "사실인 기사까지 수정·삭제하도록 하는 것은 수용할 수 없다"며 개정안의 폐기를 촉구했다. 민주정치에서 언론 자유는 필수불가결한 것인데 이를 옥죄는 법안들이 쏟아지는 것은 시대에 역행하는 것이다.


[서울경제]

8. 미군사령부 마비시킬 北 사이버능력, 우리 대응책은

북한의 사이버전 능력이 하와이의 미군 태평양사령부 지휘통제소를 무력화시킬 수 있는 수준에 도달했다고 한다. 미국 국방부가 최근 북한의 사이버전 능력을 모의실험해보고 내린 결론이다. 방위사업청 산하 국방품질연구원이 ‘국방과학기술조사서’를 통해 소개한 북한의 사이버전 전력은 이처럼 예상을 뛰어넘는 수준이다. 조사서에 따르면 북한의 전력은 태평양사령부 지휘통제소를 마비시키고 미국 본토의 전력망에 피해를 줄 만큼 발전했다. 미국 사이버 전문가들마저 ‘상당히 우려할 만하다’고 평했을 정도다. 

무엇보다 큰 문제는 북한의 사이버전 전술이 목표 시스템에 은밀하고 지속적인 공격을 가하는 형태로 갈수록 지능화·고도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북한은 6,000명에 이르는 사이버전사를 이용해 첨단 악성코드를 통한 기밀정보 수집은 물론 악성코드 분석을 못하도록 코드 가상화 기법까지 적용하고 있다. 이에 비하면 우리의 사이버전 대응능력은 허술하기 짝이 없다. 북한의 사이버 테러에 무방비 상태로 번번이 뚫리고 있는 판이다.

이달 초에도 국군 사이버사령부 서버가 해킹당해 내부 전용회선인 국방망(網)이 악성코드에 감염되고 군사기밀이 유출되는 믿기지 않는 일이 일어났다. 해킹 주체가 북한일 가능성이 큰데도 군은 어떤 군사기밀이 유출됐는지를 한동안 파악조차 못했다. 이런 일이 벌어질 때마다 군과 정부는 사이버전 전력 강화를 강조하지만 피부에 와 닿는 변화가 없다. 컨트롤타워 부재 운운하기 일쑤다. 이런 상태인데 북한과의 사이버전쟁에서 이기기를 기대하는 것은 힘들다. 

북한에 완패당하지 않으려면 이제는 실천해야 한다. 마침 사이버 안보정책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국가사이버안보위원회 설치를 담은 법안이 27일 국무회의에서 의결됐다. 사이버전을 지휘할 중심축이 생겼으니 북한을 압도할 수 있는 전력 구축에 나서야 할 때다.


9. 관광 수요 고민 없이 공급과잉 부추긴 호텔특별법

서울 시내에 우후죽순으로 지어진 호텔들이 애물단지로 전락할 처지에 놓였다. 서울경제신문 27일자 보도에 따르면 2012년 7월부터 시행된 ‘관광숙박시설 확충을 위한 특별법’에 따라 용적률 인센티브를 받고도 착공하지 못한 서울 시내 호텔은 물론 일반 호텔마저도 대거 매물로 쏟아지고 있다. 정부의 당근책에 돈이 된다 싶어 경쟁적으로 호텔 건설에 나섰지만 공급과잉과 대체 숙박시설 증가로 수익률 맞추기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는 탓이다. 앞으로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문제 등으로 관광객마저 줄어들 경우 큰 타격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서울 시내 호텔 수는 9월 말 기준으로 329개, 객실 수는 4만5,551실로 2011년 말에 비해 두 배가량 늘어났다. 특히 특별법 시행 이후 용적률 인센티브를 받은 호텔이 서울 시내 126개, 2만5,822실에 이른다. 대부분 특별법 혜택을 겨냥해 호텔 건설에 나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셈이다.

문제는 한국을 찾는 관광객이 그만큼 급격히 늘어나기도 어려울 뿐 아니라 게스트하우스나 숙박 공유 서비스인 ‘에어비앤비’ 등 새로운 숙박 형태가 잇따라 생겨나고 있다는 점이다. 올해 외국인 관광객이 1,700만명을 넘어 사상 최대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는데도 호텔 수요가 크게 늘지 않는 이유다. 관광호텔과 모텔 등 숙박시설에 대한 문화체육관광부의 조사에서도 20만원대 이상 고가와 6만원대 미만이 초과 공급된 것으로 나타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숙박 수요에 대한 이런 미스 매치는 정부의 주먹구구식 수요관리 체계에서 비롯됐다고밖에 볼 수 없다. 더구나 특별법까지 마련했으면서도 정작 관광호텔은 문체부에서, 모텔과 분양형 호텔은 보건복지부에서 관리하면서 전체 호텔 공급 현황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니 한심할 따름이다. 이제부터라도 정확한 수요예측과 엄격한 관리로 그 폐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대책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한국경제]

10. 부업을 허용하는 일본의 새로운 취업규칙에 주목한다

일본이 정규 사원의 부업이나 겸업을 ‘원칙 허용’키로 하고 이를 골자로 한 ‘모범 취업규칙’을 연내 개정한다는 보도다. ‘모범 취업규칙’은 강제성은 없지만 중소기업 대부분이 이를 그대로 취업규칙으로 쓰고 있어 파급력이 크다. 부업·겸업 허용은 경제활동인구가 급감하고 있는 일본이 짜낸 고육책이다.

일본의 생산가능인구는 1995년 8700만여명으로 정점을 찍은 후 줄어들어 2013년에는 32년 만에 8000만명 아래로 떨어졌고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여력이 되는 근로자들이 주된 직장 말고 다른 회사에서도 일한다면 사회 전체적으로 노동력 부족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희망자도 많다. 일본 중소기업청 조사에 따르면 부업 희망자가 전체 취업자의 5.7%인 370만명에 이른다. 그러나 ‘종신고용’ ‘평생직장’의 상징이던 일본의 새로운 선택이라는 점에서는 적잖은 충격이다. 일본의 ‘회사인간’들이 이제 다른 직장에도 다니고 집안 부업도 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부업이나 겸업은 여전히 낯선 풍경이다. 미국이나 유럽은 재직자가 벤처창업을 원할 때 겸직을 예외적으로 인정하는 경우가 늘고 있는 정도다. 중국은 한 직장 급여만으로는 생계를 해결할 수 없어 겸업이나 부업을 하는 직장인이 실제 많지만 법으로 허용하지는 않고 있다. 우리나라에선 부업·겸업이 논의조차 된 적이 없다. 구직자는 넘치는 반면 일자리가 여전히 부족해서다.

일본은 노동력 부족을 타개하기 위해 여러가지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주부나 장애인들이 재택근무를 할 수 있도록 ‘텔레워크’ 제도도 도입하기로 했고 현재 64세까지인 생산가능인구 연령을 69세까지 늘리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그중 가장 먼저 실현되는 부업·겸업 허용은 노동시장 유연화의 사례요, 시장 변화의 반영이다. 지금이야 일본도 취업규칙을 만들어 제시하고 있지만 노동시장의 변화가 더 빨라지면 회사와 근로자 간 개별 계약을 최우선으로 삼는 관행이 늘어날 것이다. 노동개혁이란 판만 거창하게 깔아놓고 한 발짝도 못 나간 우리 현실에선 먼 나라 얘기일 뿐이다.



주요 신문칼럼


1. [매일신문][매일춘추] 새벽의 시간

새벽 다섯 시, 누군가에는 이르고 누군가에게는 늦은 시간이다. 어릴 적 부모님이 새벽기도를 나서며 문을 ‘삐걱’ 열던, 그 소리에 어렴풋이 깨어 보면 시곗바늘이 향해 있곤 하던 그 시간. 어른이 된 아이는 그 시간에 새벽기도를 가기 위해 깨어나지는 못하고, 반대로 밤샘으로 그 시간까지 깨어 있는 일이 종종 있다.



밤샘을 하다 보면 보통은 새벽 두세 시가 고비인데 아무래도 밖에 나가기 애매한 시간이라 그냥 해가 뜰 때까지 기다리곤 한다. 문을 걸어 잠근 박물관 2층 테라스에서 밖을 내다보면, 길고양이들이 담벼락과 지붕 위를 유유히 활보하며 다니는 모습이 보이기도 하고, 폐지를 가득 실은 리어카를 고물상에 옮겨놓는 넝마주이들의 모습이 보이기도 한다. 분명 어딘가에 있었을 텐데, 낮 동안은 눈에 띄지 않던 이들이 존재감을 발한다.



새벽은 그런 시간이다. 낮과 밤의 동선이 교차하면서 우리가 미처 인식하지 못한 차원이 슬며시 열리는 듯한. 무언가 다가오면서, 지나간 것이 희석되는, 그래서 어제인지 오늘인지 헷갈리는 미로 같은 시간. 거기서 우리를 이끄는 유일한 지표는 꾸준하고 정확한 어떤 일상의 약속들이다. 예를 들면 새벽시장 같은.



달성공원 앞, 과거에 ‘삼공오번지’라 불리던 복개도로 위로 두어 시간 동안 펼쳐지는 장에 가 본 적이 있는지? 새벽 5시, 각종 먹거리와 막걸리까지 준비된 테이블에서 누군가는 막일을 나가기 전 이른 아침을 먹기도 하고, 바닥에 펼쳐놓은 채소바구니 사이를 오가며 누군가는 하루의 찬거리를 저렴한 가격에 구입하기도 한다. 그리고 어디서 나타났나 싶은 풍선 실은 리어카가 길 한가운데로 지나가기도 한다.



누구보다도 빨리 아침을 시작하는 이곳의 사람들을 보노라면, 어쩐지 시간의 구분이 명료해지는 느낌이 든다. 반쯤 잠에 취해 좀비 상태로, 아무렇지 않게 다른 사람들 사이에 섞여 장을 봐 집에 오기도 한다. 깻잎 1천원어치, 오이 2천원어치. 뭐라도 해 먹으리라 다짐하며 사 놓은 야채들은 물론 냉장고 밖 구경도 못한 채 세상과 하직하기 일쑤지만, 부지런한 사람들 대열에 올라탄 느낌이 들어 시장 구경은 그 자체로 즐겁다.



이렇게 새벽을 담고 귀가를 하면 피곤하지만, 무척이나 풍족한 느낌이 든다. 미로를 헤매다 출구를 찾은 것 같은 느낌이 들어 안도감이 들면서도, 그 미로에 언제라도 다시 들어갈 수 있을 것 같아 설레기도 한다. 이렇게 새벽에 대한 낭만적 감상과 현실적 감각 사이를 오가면서 양가적 감정을 느끼는 것이 어쩐지 이중적인 것 같다가도, 이게 나라는 인간의 모습인가 싶기도 하다.



그만큼 새벽은 모든 게 용인되는 시간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모호한 시간이자, 기도의 시간이며, 잠의 시간이고, 시작과 끝의 시간인 새벽. 우리는 아직 이 새벽에 대해 충분히 사유할 시간을 갖지 못했다.


2. [서울신문][박형주 세상 속 수학] 가상과 실물이 만나다

이 엄중한 때, 세계사에서도 흔치 않은 격랑의 와중에서도 언론사마다 송년 특집이나 신년 특집에서 앞다투어 4차 산업혁명과 교육 및 일자리 문제를 다루는 중이다. 어쨌든 우리는 먹고살아야 하고 미래를 내다보고 준비해야 하지 않는가. 산업의 급격한 변화 양상에 대한 국민적 관심은 분명하고, 4차 산업혁명이 가져올 변화와 일자리 문제에 대한 진지한 담론은 형성되고 있다.

증기기관이나 전기의 도입이라는 기술적 혁신은 노동생산성의 획기적 증대로 이어지며 1차 및 2차 산업혁명이라고 부르는 거대한 변화를 낳았다. 컴퓨터와 인터넷이 만들어 낸 가상 세계의 혁신은 인간의 삶의 방식과 일자리의 양상을 크게 바꾸어 디지털 혁명 또는 3차 산업혁명이라고 불린다. 여기에 몇 번의 빙하기를 겪은 인공지능기술이 마침내 혁신에 성공하며 가상 세계는 새로운 수준으로 올라섰다.

이런 가상 세계가 로봇이나 자동차 같은 실물 세계와 연결되자 이전에 인류가 경험해 보지 못한 수준의 생산성 증대가 일어나는 중이다. 가상 세계와 실물 세계의 결합이라는 이 추세는 이제는 4차 산업혁명이라고 불린다. 과격한 수준의 일자리 변화를 동반할 것으로 예측돼 우려도 크지만, 그래서 준비해야 하는 것이리라.

이러한 결합 과정에서 나타나는 문제 중에는 수학적 방식으로 해결될 수 있는 게 놀라울 정도로 많다. 문제의 성격과 필요에 따라 순수 수학의 전 영역을 활용하는데 산업수학이라 부른다. 이러한 방식의 성공 사례로 주목받는 미국 스타트업 아야스디가 개발한 소프트웨어는 비슷한 생체 데이터를 가진 환자들인데도 추가 암 검진이 필요한지를 구별해 낸다. 기본적인 생체 데이터로부터 당뇨병 유무와 유형까지 자동으로 알아낸다. 위상수학이라고 하는 수학 이론으로 이런 결과를 냈다.

산업수학은 사회 문제 해결의 주요 도구가 되기도 한다. 2012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수학자 로이드 섀플리의 알고리즘을 공립학교 배정에 적용한 뉴욕시에서는 원하지 않는 학교에 배정된 학생이 적응하지 못해 중간에 전학을 가는 경우가 크게 줄었다.

산업과 과학기술 영역에서 빅데이터 등의 이슈가 쏟아지지만, 이미 개발된 수학적 도구를 기업이 활용하는 게 쉽지는 않다. 결국 협업이 답이다. 다행히 시작이 늦은 우리나라도 빨리 따라잡고 있다. 산업 현장에서 나오는 많은 문제를 수학적 방식으로 해결하기 위해 기업이 수학자들과 협업하는 사례가 늘고 있고, 이런 협업을 가능하게 하는 인프라도 빠른 속도로 마련되고 있다.

딥러닝 방식을 에너지 관리에 적용해 건물의 전기 비용을 크게 줄인 국내 스타트업이 출현했고 위상수학 빅데이터를 사용해 조류독감의 감염 경로를 알아낸 기업도 나왔다. 의료 및 영상 처리를 위한 데이터를 분석하는 과정에서도 기업과 수학자들의 협업이 진행되는 중이고, 대형 병원과 함께 심장 문제를 연구하는 수학자도 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지속성을 가지려면, 수학을 전공한 학생들이 학계뿐 아니라 산업계에 진출해 기업의 난관을 수학적 방식으로 돌파할 수 있도록 교육 과정과 제도의 마련이 필요하다. 산업 현장의 문제를 해결하는 젊은이들의 일자리도 늘어날 것이다.

수학을 어려워하는 초중고 학생들에게 이유를 물으면, 배워서 어디 쓰는지를 몰라서 관심도 떨어지고 싫어하게 됐다는 경우가 잦다. 모든 학생에게 수학의 우아함과 언어적 측면을 이해하라고 할 수는 없지만, 사회와 산업의 문제를 성공적으로 해결한 사례를 학생들이 함께 접한다면 수학 학습의 새로운 동기가 마련되지 않을까.


3. [동아일보][직장인을 위한 김호의 ‘생존의 방식’] 지금 나를 어디에 투자하고 있는가

경영의 대상은 기업만이 아닌 나의 삶도 해당한다. ‘당신의 인생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는 파괴적 혁신 이론으로 유명한 경영학 분야 대가인 클레이턴 크리스텐슨이 쓴 책이다. 그는 위암 선고를 받고 경영이론을 우리 삶에 적용하여 하버드 경영대학원에서 강의했는데 이 내용을 풀어 책으로 냈다. 2012년 이 책을 처음 읽은 뒤로 매년 12월이 되면 나는 이 책을 반복해서 읽으며 한 해를 돌아보고 새해를 계획한다. 이 책은 삶에 대해 폭넓게 바라보고 있는데 직업적인 측면에서 다가오는 부분은 세 가지이다.

첫째, 만족과 불만족은 서로 다른 기준을 갖고 있다. 예를 들어, 우리는 연봉이 높으면 삶이 만족스럽고 낮으면 불만족스럽다고 생각하면서 만족과 불만족을 하나의 축에서 생각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그는 동기이론의 전문가인 프레더릭 허즈버그의 이론을 인용해 위생 요인과 동기부여 요인을 설명한다. 위생 요인은 불만족을 좌우하는 것으로 지위, 보상, 고용안정이나 직무조건 등이 해당한다. 이들이 충족되지 못하면 불만족스럽지만, 충족된다고 해서 만족하고 동기가 부여되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물론 이러한 조건 등이 충족될 수 있도록 요구하고 노력해야 하지만 이러한 조건이 삶의 만족을 만들어내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그럼 동기부여 요인은 무엇일까? 일에서 의미를 찾고, 보다 도전적인 과제나 책임을 맡는 과정에서 전문가로 성장하며 인정받는 것 등이 해당한다. 당장 회사 내부의 상사나 임원들을 생각해 보면 이들은 나보다 보상이나 지위 같은 위생 요인이 높지만 그들 사이에도 동기부여에는 큰 차이가 나며, 나보다 동기부여가 낮은 사람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며칠 전 항공기에서 술에 취해 폭행을 하다 논란이 된 부잣집 아들은 위생 요인은 충족되었을지 모르지만, 자기 삶에서 동기부여는 충족되지 않았을 수 있다. 이 이론이 우리 삶에 주는 중요한 교훈은 돈이나 직책과 같은 위생 요인만을 우선순위에 두고 직장생활을 하다보면 우리는 삶에서 의미와 만족을 잃게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둘째, 내 삶이 어디로 가게 될지 알고 싶다면 나의 미래 계획을 살펴보는 것보다는 내가 현재 시간, 돈, 에너지 등 나에게 주어진 자원을 어디에 할당하고 있는지 보면 된다. 자원 할당의 문제이다. 예를 들어 우리는 가족이나 친구 관계, 건강, 책 읽기나 자기계발 등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만 실질적으로 대부분의 자원을 근무시간뿐 아니라 저녁이나 주말에도 회사 일에 투여한다. 

여기에는 그럴 수밖에 없는 수많은 이유가 있을 것이다. 크리스텐슨이 지적하듯 배우자나 아이들과 당장 저녁을 함께 먹지 않는다고 관계가 나빠지는 것처럼 보이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가족에게 할당하는 자원을 서서히 줄여 나간다. 크리스텐슨은 경고한다. “피와 땀과 눈물을 투자할 장소에 대해 내리는 결정이 스스로 되고자 갈망하는 사람과 일치하지 않는다면, 당신은 결코 그런 사람이 되지 못할 것이다.”

셋째, “나는 경험의 학교를 다니고 있는가?”라는 질문이다. 크리스텐슨 교수는 자신이 존경하는 최고경영자(CEO)인 놀런 아치볼드의 일화를 소개한다. 그는 포천지 선정 500대 기업 중 최연소 CEO가 되어 24년 동안 자리를 지켰다. 그는 직장생활을 하면서 임금이나 직책보다는 성공한 CEO가 되기 위해 미리 경험해야 할 문제가 무엇인지를 생각하며 커리어를 쌓았다. 즉, 직장을 선택할 때 그는 늘 “내가 여기에서 배울 수 있는 경험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크리스텐슨은 단순히 이력을 관리하려 하지 말고, 자신이 성공하기 위해 필요한 경험과 기술을 따라가라고 한다.

이러한 이야기가 단순히 “듣기 좋거나” “뻔하거나” “현실과는 동떨어진 이야기”라고 받아들이는 독자들도 있을 수 있다. 크리스텐슨 교수는 책 후반부에 이에 대해 중요한 말을 던진다. 인생에 뚜렷하고도 제대로 된 목적을 갖고 있지 않다면 어떤 경영이론도 가치를 갖기 힘들다고.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발견은 시간을 내어 자신의 인생 목적을 이해하는 것이라고. 한 해를 마감하며 송년회도 좋지만 나만의 시간을 내어 내 인생의 진짜 목적은 무엇인지 깊이 있게 한번 고민해 보자.


4. [동아일보][조경란의 사물 이야기] 슬리퍼

연말까지 약속이 몇 개 있으니 머리를 짧게 자르지 말고 다듬어 달라고 하자 헤어숍 주인이 송년 모임이냐고 물었다. 그렇기도 하고 생일이 아직 안 지나서라고 말꼬리를 흐렸다. 사각사각, 내 머리칼을 자르면서 아주머니는 어렸을 때 어머니가 돌아가셔서 그런지 자신의 생일이 되면 유난히 엄마 생각이 난다고 했다.


만약 살아계셨다면 생일에 엄마한테 선물을 드렸을 것이라고. 무슨 선물을요? 지금껏 내 생일에 엄마에게 선물을 드려 본 적이 없는 나는 그렇게 되묻지 않을 수 없었다. 낳아주셔서 고맙다고요. 늘 너무 수다스러워서 헤어숍을 옮길까 말까 고민하게 만드는 주인아주머니는 머리를 다 자를 때까지 그 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한 달 전인가, 시내에 나갔다가 유니클로에 들렀다. 실내용 슬리퍼를 고르는데 엄마 생각이 났다. 관절이 안 좋은 데다 기온이 내려가면서부터는 발가락까지 마디마디 시린 것 같다는. 그날 두툼하고 푹신푹신한 초록색과 빨간색 체크무늬 슬리퍼 두 개를 사갖고 와 엄마에게 한 켤레 드렸다. 생각해 보니 엄마께 드린 선물이라면 그게 가장 최근의 것이고, 슬리퍼라면 나도 선물을 받은 적이 있었다. 

2년 전 이맘때 로마의 오래되고 추운 숙소에서 지냈다. 사피엔차 대학에서 한국문학으로 논문을 쓰던 이탈리아 학생과 가깝게 지냈는데 어느 날 점심을 먹는 자리에서 종이로 둘둘 만 꾸러미를 내게 주었다. 몇 번인가 내 숙소에 와 본 적이 있던 그녀 눈에 거실의 차가운 돌바닥이 마음에 걸린 모양이었다. 종이엔 부직포로 만든 슬리퍼 한 켤레가 싸여 있었다. 그 후 그녀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이 있을까, 만날 때마다 눈여겨보게 되었다. 로마를 떠나기 전날 3개월 동안 읽었던 한국 소설과 시집들을 모두 그녀에게 주었다. 선물이라고 새로 산 것은 하나도 없어서 그녀가 그 책들을 받고 좋아하던 표정을 더 잊을 수가 없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이 주는 것보다 누군가에게서 받는 것이 항상 더 많은” 거라고, 그러한 선물에 관한 이야기들을 모아 놓은 가쿠타 미쓰요의 ‘프레젠트’라는 따뜻한 책이 떠오른다. 아마도 우리는 지금은 잊어버린, 수없이 많은 선물을 받으면서 자랐고 나이 들어가는 것일 테지. 

빨간색 체크무늬 슬리퍼를 신은 엄마가 청소를 하느라 거실을 왔다 갔다 하는 게 보인다. 그 9900원짜리 슬리퍼를 사면서 실은 기분이 조금 좋았던 것 같다. 받는 사람한테 꼭 필요한 물건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으니까. 생일까지 며칠 더 남았으니 일단 엄마에게 필요한 게 무엇인지 주의 깊게 살펴볼 생각이다. 그리고 송년모임에서 만날 사람들에게 주고 싶은 작고 쓸모 있는 ‘프레젠트’에 관해서도.


5. [한국일보][기억할 오늘] 네팔 민주화

2007년 12월 28일 네팔 왕정이 폐지됐다. 1768년 통일 왕정국가가 수립된 이래 절대왕정과 영국ㆍ인도의 외세 지배 하의 허수아비 왕정, 입헌왕정, 절대왕정 회귀 등, 특히 20세기 중반 이후 시기 구분이 무색할 만큼 정체가 오락가락했던 네팔의 정치가 비로소 공화정 체제로 자리 잡았다. 정치적 혼란과 극심한 빈부격차, 힌두 전통의 사회ㆍ문화적 카스트 등 네팔 민주화의 길은 아직 멀지만, 다수가 2007년 말을 네팔 민주화 원년으로 꼽는 까닭은 적어도 왕실의 전횡으로부터는 자유로워졌다는 사실 때문이다. 

네팔의 대규모 민주화 운동은 1990년에 일어났다. 72년 왕위에 오른 비렌드라 국왕의 전횡이 극심했다. 그는 어용의회 ‘판차야트’를 앞세워, 입법ㆍ사법ㆍ행정을 좌지우지한 사실상의 절대군주였다. 판차야트는 직접선거로 선출된 112명과 국왕이 임명하는 28명 등 140명 의원으로 구성된 대의기구지만, 국왕이 주재하는 국가회의 감독아래 놓인 명목상의 기구였다. 국왕이 판차야트 의원 가운데서 총리를 비롯한 각료를 임명했고, 대법원장을 비롯한 판사도 국왕이 뽑았다. 군 통수권도 당연히 국왕이 쥐고 있었다. 정치ㆍ언론ㆍ교육 등 반체제 인사에 대한 영장 없는 구금ㆍ재판, 납치ㆍ고문ㆍ암살이 빈번했고 농업에 종사하는 대다수 국민은 절대빈곤에 허덕였다. 

그 끝에 터져 나온 게 1990년 2월 이후 8주간 이어진 민주화 운동이었다. 판차야트 해체와 민주주의를 요구하던 시민 수천 명이 투옥되고 수백 명이 군과 경찰의 총에 희생됐다. 하지만 시민들은 승리했고, 비렌드라는 다당제 의회민주주의 도입과 헌법 개정, 총선 실시 등을 골자로 한 입헌군주제 도입에 약속했다. 

야당인 우파 네팔의회민주당(NCP)과 좌파연합전선 연립 정부는 하지만 내부 알력과 부패로 온전한 민주화를 성취하지 못했다. 와중에 96년 공산당계열 ‘마오이스트(NCP-Maoist)의 무장투쟁이 시작됐고, 2001년에는 황태자가 국왕을 비롯한 왕실 일가 7명을 살해하고 자살하는 사건까지 빚어졌다. 새 국왕이 갸넨드라였다.


그는 2005년 2월 반군 진압에 대한 내각의 무능 등을 들어 국가비상사태를 선포, 내각을 해산하고 주요 정부기관과 언론을 장악했다. 절대군주제 회귀를 위한 사실상의 왕실 친위 쿠데타. 그에 맞선 시민 항쟁과 마오이스트의 무력 투쟁. 왕은 2007년 12월 28일 권좌에서 쫓겨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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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늙은최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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